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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경(楞伽經)


개요

[경명] 능가아발다라보경 楞伽阿跋多羅寶經
[약] 능가경(楞伽經) [별] 사권능가(四卷楞伽)
[역] 구나발다라(求那跋陀羅)
[범] Laṅkāvatāra Sūtra [장] Ḥphags pa laṅ kar gśegs pa rin po cheḥi mdo las saṅs rgyas thams cad kyi gsuṅ gi sñiṅ po shes bya baḥi leḥu

내용

K0159 (T.0670 ) 4권 현존하는 역본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형태를 보여 주고 있으나, 능가경의 원형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후대에 성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래 능가경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식육(斷食肉)에 대한 것이 이 경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원래의 능가경에 부가된 부분이다.
능가아발다라보경은 산스크리트 어를 음역한 이름인데, 능가에 들어가는 귀중한 경전이라는 의미이다. 이 경전이 설해진 곳이 바로 남해의 능가산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본들은 품이 나누어져 있으나, 이 경전은 전체를 일체불어심품(一切佛語心品)이라고 하였을 뿐이다. 아마도 역자의 재량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역자는 능가경의 전체적인 핵심을 불어심에 있는 것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대혜(大慧) 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는 제1권의 첫 부분은 서분에 해당한다. 다음, 백팔문답(百八問答) 이하는 정종분에 해당한다. 정종분은 다시 총론과 각론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백팔문답과 백팔구(百八句)를 설하는 부분이 바로 총론이라 할 수 있다. 이 총론 부분은 경전 전체의 강목(綱目)을 나타내고자 시도하였으나, 각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내용 역시 제시되어 있다. 다음, 식(識)을 설하고 있다. 식에 대해서 간략히 말하면, 진식(眞識), 현식(現識), 분별사식(分別事識) 등의 셋이 있으나 자세하게는 여덟 가지 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7종 자성, 7종 제일의, 자각성지(自覺聖智)의 3상(相) 등을 설한다. 그런 뒤, 4점과 4돈을 설한다. 4점은 점정(漸淨)의 네 가지 비유이며, 4돈은 돈현(頓現)의 네 가지 비유이다. 이 같은 4점 4돈설은 후대 선 불교의 돈점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다음에 3자성(自性), 5법, 2무아 등이 설해진다. 3자성은 망상(妄想) 자성, 연기(緣起) 자성, 성(成) 자성을 말한다. 5법은 명(名), 상(相), 각상(覺相), 정지(正智), 여여(如如) 등을 말하며, 2무아는 인(人) 무아와 법(法) 무아를 말한다. 8식을 포함하여, 5법 3자성 8식 2무아를 능가경의 주제라고 파악하여 왔다. 이들 중 2무아는 대승 불교 공통의 공 사상을 의미하지만, 5법 3자성 8식은 모두 유식 사상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능가경은 이들 교설을 하나로 묶어서 설함으로써 유식 사상만이 아니라 대승 사상 전체를 종합하고자 하였다. 그 다음 7종의 공(空)을 제시한 뒤, "모든 법은 언설을 떠난 공"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경전에서 설한 법문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언설에서 성스러운 지혜를 찾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제2권은 여래장을 설하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여래장은 자성이 청정하지만 32상을 갖고 모든 중생들의 몸에 들어가 있으며, 값비싼 보배가 때묻은 옷 속에 파묻혀 있는 것같이 음(陰)과 계(界)와 입(入)에 파묻혀 있으며, 탐욕‧성냄‧어리석음‧망상‧번뇌 등에 의해서 오염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여래장은 본래 청정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염오되어 있는 이중 구조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자칫 이 같은 여래장을 외도(外道)에서 말하는 자아 개념과 동일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문제를 능가경은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데, 여래장 역시 무아라고 말한다. 곧 무아 여래장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요한 교설로서는 우부소행선(愚夫所行禪), 관찰의선(觀察義禪), 반연여선(攀緣如禪), 여래선(如來禪) 등 4종 선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우부소행선은 성문, 연각, 외도 등의 수행자들이 인 무아를 관찰함에 있어서 무상과 고의 부정에만 집착하는 것인데, 이는 관(觀)과 다르지 않으니 상(想)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어리석은 범부들이 행하는 선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둘째 관찰의선은 법 무아를 관찰하여 점차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셋째 반연여선은 망상이 생하지 않는 진여에 입각한 선을 말한다. 넷째 여래선은 여래지(如來地)에 들어가서 자각성지상의 3종 낙주(樂住)를 얻는 것을 말한다. 여기의 자각성지상을 "보살 마하살이 홀로 고요한 곳에서 스스로 깨닫고 관찰하며 다른 것으로 말미암지 않나니 망상을 떠나서 더더욱 위로 승진(昇進)하여 여래지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제3권의 주요 교설은 일자불설(一字不說), 설통종통(說通宗通), 외도의 열반론 비판 등을 들 수 있다. 일자불설을 설하는 본문은 다음과 같다. "대혜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나는 어느 날 밤 정각을 얻은 날부터 어느 날 밤 반열반에 들 때까지 그 중간에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다.'라고 하신 것과 같이, 역시 과거에도 설하지 않았으며 미래에도 설하지 않을 것이다. 설하지 않는 것이 부처님의 설법이다." 이 구절은 구경의 경계는 언어를 떠나 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또 이 같은 일자불설의 입장은 선 불교의 불립 문자의 입장과 같은 것으로서, 능가경이 선 불교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던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지만 언어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 깨달음이 서로 상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능가경 스스로 설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설통(說通) 종통(宗通)의 교설이다. 설통은 중생들의 마음이 응하는 바에 갖가지로 설하여 경전을 이루는 것을 말하며, 종통은 수행자가 자심(自心)이 나타내는 바 갖가지 망상을 떠나고 모든 심, 의, 의식을 초월하는 것을 말한다. 설통은 언어이며, 종통은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도의 열반론 비판은 상키야 즉 수론(數論) 학파를 비롯한 불교 밖의 철학 종교가 내세우는 열반의 개념을 비판한 뒤, 불교의 열반 개념을 제시한다. 불교의 열반 개념은 자심이 나타내는 바 망상을 잘 깨닫는 것이며, "자각성지를 얻고, 2무아를 알며, 2번뇌를 떠나고, 2장(障)을 청정하게 제거하며, 영원히 2사(死)를 떠나서 상상지(上上地) 여래지(如來地)에 들어가며, 그림자나 허깨비와 같은 모든 깊은 삼매로서 심, 의, 의식을 떠나는 것을 열반이라 이름한다." 이 부분에 입각하여 지어진 논서가 제바보살석릉가경중외도소승열반론(提婆菩薩釋楞伽經中外道小乘涅槃論)이다. 제4권의 주요 교설은 아뢰야식이라 이름하는 여래장설이다. 능가경의 여래장설이 갖는 하나의 특징은 "여래장은 식장(識藏)"이라고 보는 데 있다. 이 같은 개념의 여래장을 설하는 부분까지가 정종분의 각론이 끝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 단식육의 문제를 설하고 있는 부분 앞까지가 유통분이라 할 수 있으며, 단식육의 문제를 설하는 부분은 후대에 부가된 부분이다. 이 경전은 중국에서 번역된 이래로 선종의 소의 경전으로 평가받을 만큼 많은 영향을 미쳤다. 첫째 중국 초기 선종사에서 능가사(楞伽師)의 무리가 활동하였는데, 이들은 능가종이라 평가받고 있다. 둘째 북종선에서 능가경이 중시되었다. 이 같은 북종선의 분위기는 구나발다라를 달마에 앞서는 중국 선종의 제1조로 수록하고 있는 정각(淨覺)의 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셋째 조사선을 확립한 마조(馬祖) 또한 능가경의 재발견자라 할 수 있는데, 마조는 불어심에서 "평상심이 곧 도이다."라는 그의 선 사상과 상통함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능가경의 세 가지 역본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것은 바로 이 4권 본인데, 주석서들 역시 거의 이 4권 본을 저본으로 삼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덕청(德淸)의 관능가경기(觀楞伽經記)가 있으며, 원효가 지은 3권의 주석서는 모두 전하지 않는다. <출처 :『고려대장경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