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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維摩經)

개요】 [경명] 유마힐소설경 維摩詰所說經 [약] 유마경(維摩經) [별] 불가사의해탈경(不可思議解脫經), 유마힐경(維摩詰經), 신유마경(新維摩經) [역] 구마라집(鳩摩羅什) [범] Vimalakīrtinirdeśa [장] Ḥphags pa dri ma med par grags pas bstan pa shes bya ba theg pa chen poḥi mdo 【내용】 K0119 (T.0475 ) 3권 가장 대표적인 대승 경전으로 꼽히는 이 경은 반야 사상에 토대하고 있다. 특히 대승 보살의 실천도를 중시하고, 정토 사상을 두드러지게 반영하고 있다. 흔히 '불가사의한 해탈의 법문(法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예로부터 가장 많이 읽히고 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전으로도 유명하다. 구마라집 번역본과 현장의 번역본은 모두 3분(分) 14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베트 어 본은 12품으로만 나뉘어 있으나 그 내용은 크게 다를 바 없다. 경전 내용의 전통적인 분석 방식에서 서론, 본론, 결론은 각각 서분(序分), 정종분(正宗分), 유통분(流通分)으로 나눈다. 이에 따라 전체 3권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서분은 제1 불국품부터 제4 보살품까지, 정종분은 제5 문질품부터 제12 관여래품까지, 유통분은 제12 관여래품부터 제14 촉루품까지이다. 다만 경전 구성에 따르면, 상권에는 제1 불국품에서 제4 보살품까지, 중권에는 제5 문수사리문질품에서 제9 입불이법문품까지, 하권에는 제10 향적불품에서 제14 촉루품까지 담겨져 있다. 제1 불국품에는 이 경전이 이루어지게 된 연유와 배경이 설명되고 있다. 그 배경은 부처님이 비야리성(毗耶離城)의 암라(菴羅)나무 동산에서 8천 명의 비구와 3만 2천 명에 달하는 보살들과 함께 있을 때였다. 이와 같이 경의 첫머리에서는 6성취를 갖추어 서막을 열고 있다. 6성취란 경전의 서두에 나열되는 정형구로서, 신(信)?문(聞)?시(時)?주(主)?처(處)?중(衆) 등을 말한다. 모든 경전은 이러한 여섯 가지에 해당하는 사항을 나열함으로써 그 문을 열게 된다. 제2 방편품에서는 이 경전의 주인공 유마힐이 등장한다. 불국품에 나오는 보적 보살을 비롯하여, 그 밖의 문수사리, 대가섭, 사리불, 대목건련 등은 다른 경전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이지만, 유마힐은 그렇지 않다. 유마힐은 바로 이 경전, 유마경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바이샬리 성에서 살았던 유마힐은 아내와 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승적인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서 유마힐을 등장시킨 것이라고 본다. 이 품에서 유마힐은 병을 방편삼아, 중생들이 흔히 집착하기 쉬운 몸에 대한 무상(無常)함을 직접 보여 주고 일깨워 준다. 무상의 도리에 이어 무아(無我)의 도리를 말해 주고 나서 여래의 몸, 즉 법신에 대해 설명한다. 제3 제자품에서는 부처님의 여러 제자들이 모두 유마힐에게 지적당했던 일을 밝힘으로써 유마힐의 높은 덕을 드러내고 있다. 수보리, 부루나, 마하가전연, 아나율, 우파리, 나후라, 아난다, 그리고 성문의 대제자 500명이 제각각 유마힐에 얽힌 사연을 들추면서 유마힐에게 문병 가는 일을 사양한다. 그들의 변명 속에서, 여러 제자들이 유마힐에게 들었던 설법을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유마힐의 탁월한 능력과 덕을 찬양하고 있다. 유마힐은 대승의 길이란 말 그대로 대도(大道)이며, 소승의 길은 작은 길이라고 한다. 또한 대승과 소승을 비유하기를, 마치 햇빛과 반딧불만큼 차이가 난다고 하거나, 큰 바다와 소 발자국, 수미산과 겨자씨, 대사자후와 들짐승의 울음 소리로 대비하고 있다. 제4 보살품에서는 미륵 보살을 비롯하여 많은 보살들이 등장하여 유마힐의 덕을 강조하고 있다. 유마힐이 광엄 동자에게 말한 부분에서는 대승 불교의 기본적인 수행관과 진정한 도량이란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 설법을 듣고 천자 500명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고 한다. 제1품에서 제4품까지 소개되는 유마힐의 지혜와 탁월한 변재는 어떤 경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제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에서 유마힐은 병의 근본이 나에 대한 집착에 있음을 지적하고 나서 보살행에 대해서 설명한다. 진정한 보살행이란 생사(生死)에 머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행을 닦으며, 열반에 들지라도 보살의 길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 한다. 보살행에 대한 유마힐의 대답을 듣고 8억의 천인(天人)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고 한다. 제6 불사의품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보살들이 중생의 제도를 위해 드나듦, 즉 입출(入出)이 자재로움을 말한다. 이 경전의 대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마힐은 말하기를, 법을 구하는 자들은 불?법?승에 집착하지 않으며, 고?집?멸?도를 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 까닭은 다름 아니라, 법에는 쓸데없는 희론이 없기 때문이며, 만약 법을 구하고 싶다면 어떤 법도 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유마힐은 설명한다. 이 설법을 듣고 500명의 천자가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는다. 제7 관중생품(觀衆生品)에서는 보살이 중생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마힐은 여러 가지의 비유를 들어 대답한다. 즉 환술사가 자신의 환술로 이루어진 일을 보듯이, 보살은 모든 중생을 올바로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법은 본질적으로 비어 있는 공(空)이며 진실로 나란 것도 없으며 중생도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중생 또한 본래 그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제8 불도품(佛道品)에서는 부처님이 말한 깨달음의 도가 어떠한 것인지 설명하고 불법을 성취하는 참다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유마힐은 보살이 길 아닌 길을 따를 때 불법을 성취하는 길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며, 그 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보살은 무간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그들과 동사섭(同事攝)을 행하면서도 모든 번뇌에 물들지 않고, 일체의 오만과 교만, 자만에서도 벗어나며, 무명을 떨쳐 내고 지혜를 밝혀서 자신을 스스로 다스린다. 이러한 보살의 길이 진정한 불도라고 한다. 제9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은 유마경의 핵심이 담겨 있는 장이다. 둘이 아닌 하나의 법문에 들어가는 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유마힐의 답변은 침묵이다. 언어나 문자에 의한 분별이 전혀 없는 유마힐의 침묵, 이 침묵으로 인해 유마경은 더욱 깊고 미묘한 설법이 되었다. 문수사리는 일체 모든 법에 대해 말하거나 설할 것도 없다고 소리를 내어 설명하지만, 유마힐은 그저 부동의 침묵만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 골수이다. 제10 향적불품(香積佛品)은 유마힐의 처소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이다. 여기서는 낮은 근기의 중생을 위한 설법답게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그 주제를 이루고 있다. 먼저 사리불이 배 고픔을 느끼고 식사할 때가 되었는데 언제 밥을 먹을지 궁금히 여긴다. 하지만 여기서 사리불로 대표되는 중생의 허기는 진정한 식사, 참된 공양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제시된 것이다. 유마힐은 신통력으로 향적(香積) 여래의 세계를 보여 주고 나서, 진정한 음식은 바로 계율에서 나온 것이며, 선정과 지혜, 해탈과 해탈지견에서 나온 것으로서 결코 다함이 없다고 말한다. 제11 보살행품에서는 이제까지 설법의 무대가 되었던 유마힐의 방장을 떠나, 다시 붓다가 머물고 있는 암라나무 동산으로 옮겨진다. 여기서는 이제껏 유마힐이 말한 법을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인정받고, 중향 세계에서 온 보살들에게 진정한 보살행에 대한 가르침을 편다. 제12 견아촉불품(見阿?佛品)에서 유마힐은 여래를 볼 때 전혀 보는 바 없이 본다고 대답한다. 그 까닭은 여래란 과거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미래로 가 버리는 것도 아니며, 현재에 머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말하기를, 진정한 여래란 어떠한 이름이나 모습도 없고,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으며, 오염되지도 않았으며 청정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또한 유위도 아니고 무위도 아니며, 영원히 적멸한 것도 아니고 적멸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여래를 보는 것이 바르게 보는 것이라 한다. 제13 법공양품에서는 유통의 연유를 밝히고 있으며, 법 공양을 강조하고 있다. 부처님은 여러 가지 공양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법 공양이라고 한다. 법 공양을 하는 이는 누구든지 부처님이 행한 것과 같이 말해야 하며, 말한 대로 행하고, 다시 행한 대로 말하여 중생을 교화시키고 깨달음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제14 촉루품(囑累品)은 이 경의 마지막 품이다. 여기서 부처님은 이 경전에 담긴 법을 널리 펴고 보호하기를 거듭 부탁하고 있다. 이 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부처님과 미륵 보살, 아난다 등이다. 이와 같이 전체 14품을 통해서 재가자인 유마힐이 출가자인 불제자들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펼친다. 편협한 소승에서 벗어나 대승 사상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최상의 불도 수행의 길이라는 유마힐의 강변은 대승 불교의 재가주의를 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재가주의만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후대에 이르러 화엄종이나 삼론종, 그 밖에도 천태종과 선종에 이르기까지 유마경은 각 종파의 중심 경전으로 읽혀져 왔고 수많은 해설서를 낳았다. <출처 :『고려대장경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