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찬자
송의 진수 정원(晉水淨源, 1011∼1088)은 북송대의 화엄승으로서, 진강晉江(현재의 福建省 泉州府) 출신이다. 자는 백장伯長이며, 속성은 양楊씨이다. 구족계를 받은 후 오대산의 승천承遷과 횡해 명담橫海明潭에게 배운 후, 장수 자선長水子璿을 사사하여 능엄楞嚴 ․ 원각圓覺 ․ 기신론起信論의 강의를 들었다. 후에 항주杭州의 혜인사慧因寺에 주석하였는데, 이때 고려의 의천義天이 와서 정원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 후 의천과 정원의 교류는 점점 깊어졌는데, 의천과 주고받았던 서한이 지금도 많이 남아있다. 정원은 징관澄觀 ․ 종밀宗密 이후 쇠퇴해가던 중국 화엄교학을 부흥시킨 ‘중흥교주中興敎主’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의천을 통해서 중국에서 산일散逸되었던 화엄전적을 많이 수집하였으며, 화엄종의 조통설祖統說을 수립하였다. 현재 알려지고 있는 두순杜順→지엄智儼→법장法藏→징관澄觀→종밀宗密의 화엄오조설華嚴五祖說을 확립한 것도 정원이며, 그 앞에 마명馬鳴과 용수龍樹를 둔 칠조설七祖說을 주장한 것도 정원이다. 나아가 그는 수집한 화엄전적을 가지고 ‘현수경장賢首經藏’을 간행하여 각지에 배포하였으며, 현수교賢首敎라고 하는 명칭을 표명하였다. 그의 사상적 특징은 징관 ․ 종밀의 교학에 의거하면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적 일심一心의 입장에서 화엄을 해석하는 것이었다.
<고려대장경연구소 정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