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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문론(正理門論)

개요

[경명] 인명정리문론 因明正理門論
[약] 정리문론(正理門論)
[별]
[역] 의정(義淨)
[범] Nyāyamukha [장]


내용

K0606 (T.1629 ) 1권 이 불전은 대역룡, 즉 진나(陳那)의 신인명(新因明)에 대한 개론서로서, 신인명의 주요 이론들은 대부분 이 불전과 집량론(集量論)을 통하여 확립되었다. 그 내용은 크게 능립(能立), 능파(能破)에 대한 두 부분으로 구성되고, 그것은 다시 진능립(眞能立)과 사능립(似能立), 진능파(眞能破)와 사능파(似能破), 진현량(眞現量)과 사현량(似現量), 진비량(眞比量)과 사비량(似比量)이라는 여덟 개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능립과 사능립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종(宗)과 사종(似宗), 인(因)과 사인(似因), 유(喩)와 사유(似喩)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능립이란 종‧인‧유를 논리적으로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논증식을 말한다. 여기서 종‧인‧유는 진능립이고 사종, 사인, 사유는 사능립이 된다. 종이란 상대방이 반대하거나 부정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주장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올바르게 자신의 주장을 세우는 것을 진능립이라 하고, 한편 이와는 달리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주장을 사종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소리는 들을 수 없다."라고 하는 경우와 같다. 인이란 자신의 주장을 승인하도록 만드는 근거와 이유이다. 이 인은 종의 주사(主辭)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예를 들면 "소리는 무상하다."라는 종과 "조건적인 것이기 때문에."라는 인에서, 인은 종의 주사인 '소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다. 그 인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것은 인이 종의 빈사(賓辭)와 같은 종류의 것(同品)과 다른 종류의 것(異品)에 대하여 타당성이 있는가 없는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여기에 아홉 가지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첫째 동품유(同品有)‧이품유(異品有), 둘째 동품유‧이품비유(異品非有), 셋째 동품유‧이품유비유(異品有非有), 넷째 동품비유‧이품유, 다섯째 동품비유‧이품비유, 여섯째 동품비유‧이품유비유, 일곱째 동품유비유‧이품유, 여덟째 동품유비유‧이품비유, 아홉째 동품유비유‧이품유비유의 경우이다. 이를 곧 9구인(句因)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둘째와 여덟째는 정인(正因)이고, 넷째와 여섯째는 상위(相違)의 사인(似因)이고, 그 밖의 것은 부정(不定)의 사인이다. 즉 둘째의 경우 인은 동품 중에 모두 포함되고 이품 속에는 없다. 여덟째는 인이 동품 중에 일부 관계하고 일부는 관계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품에서는 전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 2항 외에 정인인 경우는 없다. 양자에 공통되는 점은 인이 이품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 즉 인의 3상(相) 중 세번째인 이품변무성(異品遍無性)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또 인이 동품에 전부 포섭되거나, 혹은 일부분에 포섭되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주사와 빈사가 동연동의(同延同義)의 개념인 때로서 특별한 경우이고, 후자는 주사가 빈사의 일부분을 점하는 경우로서 일반적인 경우이다. 이 때문에 인은 반드시 동품의 전 범위와 합치함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다만 포섭되어 그 일부를 점유하기만 하면 된다. 이 조건이 인의 3상 중 두 번째인 동품정유성(同品定有性)이다. 유란 명제의 정당성을 논증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실례를 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리는 무상하다."라는 종과 "그것은 의지와 노력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인에 이어서 "의지와 노력으로 생겨난 것은 모두 무상하다. 병 등과 같다."라는 구체적인 비유를 드는 것과 같다. 유는 동유(同喩)와 이유(異喩)로 구분된다. 한편 사유란 잘못된 비유를 말하는 것이다. 다음에 현량과 사현량 및 비량과 사비량을 설한다. 능립과 사능립은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기 위한 것으로 논증에 관한 것이다. 현량과 비량은 그런 논증의 기초가 되는 자신의 깨달음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현량은 대상에 대한 직관이나 감각적 인식을 말하고, 비량이란 아는 사실에 기초하여 아직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추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기가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얻은 지식은 현량이며, 연기가 있으므로 불이 있으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비량이다. 이와는 달리 잘못된 현량과 잘못된 비량을 각각 사현량, 사비량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능파와 사능파를 설한다. 여기서 능파란 능립의 세 가지 부분인 종과 인과 유 가운데 어느 것이 결여되었거나 논리적 과오가 있을 때 그것을 주장하여 상대방의 주장을 논파하는 것을 말한다. 진능파에는 입량파(立量破)와 현과파(顯過破)의 2종이 있다. 입량파란 종과 인과 유라는 논증식을 통하여 상대방의 논지를 논파하는 방법이며, 현과파란 논증식을 구성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과오를 지적함으로써 상대의 논지를 논파하는 방법이다. 한편 사능파란 잘못된 능파, 즉 오류를 가지고 상대방의 논지를 논파하는 것을 말한다. 사능파에는 14과류(過謬)가 있는데, 이는 고인명(古因明)에서 이미 설했던 것이다. 끝으로 부처(負處)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부처란 논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능파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자세한 언급을 생략하고 있다. 진나는 유식 학파의 불교 논리 학자인데, 당시 인도의 여러 학파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인식론적 성찰을 통하여 확고히 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존재를 인식의 문제로 간주하는 유식 학파가 인식 논리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용수의 방편심론(方便心論), 유가사지론의 본지분(本地分) 및 세친의 여실론(如實論) 등을 통해 발달해 온 불교 논리학의 전통을 계승한 진나는 본 불전과 집량론(集量論) 등의 저술을 통해 인의 3상설(相說)과 9구인론(句因論) 및 3지(支) 작법(作法) 등의 이론을 확립하여 신인명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출처 :『고려대장경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