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송광사 소장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합본)은 고려시대 지눌(知訥, 1158-1210)이 승려가 된 이의 수도 생활을 위하여 저술한 것이다. 「계초심학인문」은 대체로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자경서(自警序)」, 「사법어(四法語)」, 「시각오선인법어(示覺悟禪人法語)」, 「몽산화상법어약록(蒙山和尙法語略錄)」(이하 「법어약록」)이 합본된 형태로 간행되었으며, 39종이 전해지고 있다. 송광사의 목판은 기존 목판을 1608년 중간(重刊)한 것으로, 결락본 없이 완전한 상태이다.
2. 저작자
「계초심학인문」은 내용 말미(末尾)의 ‘泰和乙丑(1205)冬月海東曺溪山老衲 知訥 誌’의 기록을 통해 고려시대 보조 지눌이 저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발심수행장」은 신라시대 원효(元曉, 617-686)의 저술이며, 「자경서」는 고려 말 야운 각우(野雲 覺玗)가 저술하였다.
「사법어」는 선사들의 법어 4편, 「완산정응선사시몽산법어(晥山正凝禪師示蒙山法語)」, 「동산숭장주송자행각법어(東山崇藏主送子行脚法語)」, 「몽산화상시중(蒙山和尙示衆)」, 「고담화상법어(古潭和尙法語)」를 수록한 것으로, 고려 말 나옹 혜근(懶翁 惠勤, 1320-1376)의 문도에 의해 편찬되었다. 「시각오선인법어」는 나옹이 제자 각오선인에게 내린 법어이며, 「법어약록」은 몽산이 제자에게 내린 법어이다.
3. 편찬과 간행
계초심학인문」과 「발심수행장」, 「자경서」 3종의 저술은 합본 형태로 전해지고 있으며, ‘초발심자경문’이라고도 한다. 「초발심자경문」의 형태는 1525년 대광사본(大光寺本)에서 처음 나타나며, 「초발심자경문」, 「사법어」, 「시각오선인법어」, 「법어약록」이 합본되어 편찬되었고, 이것은 1688년 병풍암본(屛風巖本)까지 이어진다.
「계초심학인문」은 고간본 1233년 해인사본, 1400년 덕기암본(德奇庵本), 1465년 화암사본(化岩寺本)이 전해지며, 합본 형태의 1525년 대광사본(大光寺本), 1528년 봉은사본(奉恩寺本), 1536년 하동의 신흥사본(神興寺本) 등, 1883년 해인사본(海印寺本)을 마지막으로 약 500년 동안 39종에 이르는 판본이 간행되었다.
「사법어」는 1375년 무위암본(無爲菴本)과 1400년 덕기암본의 「삼법어」에서 원형이 확인되며, 1441년 윤필암본(潤筆庵本)에서 체계가 갖추어졌다.
「법어약록」은 현재 왕실에서 간행된 언해본이 최초의 판본이며, 한문본은 이후 1525년 대광사에서 「초발심자경문」, 「사법어」, 「시각오선인법어」와 합본된 것이 최초이다.
『계초심학인문』(합본)은 16-17세기 동안 활발한 간행을 보이며, 이후에는 「초발심자경문」이 다른 서적과 합본되어 간행된 사례가 확인된다.
1608년 송광사본은 기존의 판본을 바탕으로 새롭게 판각한 중간본이며, 8행 17자본계의 모본(母本)이다. 간행의 전반적인 업무는 응선(應禪), 서사는 학명(學明), 연판은 의경(義冏)이 담당하였다. 각화사(刻畵師)는 성옥(性玉), 자경(自敬), 지해(智海), 심인(心印)이다. 이 외에 약 19명이 참여하였다.
4. 구성과 내용
『계초심학인문』 합본은 「초발심자경문」, 「사법어」, 「시각오선인법어」, 「법어약록」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발심자경문」은 불교전문강원의 초학자 단계인 사미과에서 배우는 교재로 채택되어, 널리 읽힌 책이다. 「계초심학인문」은 수행의범(修行儀範)인 율문(律文)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 중 핵심 부분을 정리하여, 우리나라 사원 생활에 맞게 구성한 것이다. 초심자를 경계한 것, 일반 승려를 경계한 것, 선방에서 수행하는 자들을 경계한 것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발심수행장」은 출가한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르치는 지(智)와 행(行), 자리(自利)와 타리(他利), 보살행(菩薩行)을 위한 인욕(忍辱), 지계(持戒), 정진(精進)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경서」는 수행에 뜻을 둔 초학자들을 경책하고자, 지침을 제시하고, 게송을 붙인 것이다.
「사법어」는 4편으로, 2편은 몽산이 받은 법어이고, 2편은 몽산이 대중과 고담화상에게 내린 법어이다.
「법어약록」은 「시고원상인」, 「시각원상인」, 「시유정상인」, 「시총상인」, 「무자십절목」, 「휴휴암주좌선문」의 6가지 법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두 참구를 주제로 한다. 4편은 몽산이 제자로 추정되는 상인에게 내린 법어이고, 2편은 수행 과정의 지침서에 해당된다.
5. 평가와 의의
『계초심학인문』 합본은 우리나라 불교강원의 입문 단계 교재로 널리 읽힌 책이다. 각 저술은 우리나라의 불교와 사원 생활에 맞게 구성되어, 승려는 물론 일반 신도까지 배워야 할 기본서로 알려져 있다. 합본을 통해 몽산 관련 어록이 초기 불교강원 체제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송광사의 1608년 『계초심학인문』 합본은 기존에 전해지고 있는 판본을 바탕으로 새롭게 간행한 것으로, 정확한 간행기록이 있고, 완전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어 의미가 있다.
참고문헌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사업단(2015), 『한국불교전서 편람』, 동국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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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기(2015), 「『四法語』의 편찬과 유통」, 『서지학연구』 63(3), 한국서지학회.
신회정(2018), 「『初發心自警文』의 합본과 『自警序』 저자에 관한 고찰」, 『동아시아불교문화』 36,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김은진(2022), 「조선시대 사찰본 『몽산 어록』 연구」, 중앙대학교 박사학위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