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영해대사시집초(影海大師詩集抄) / 影海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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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대사 시집초影海大師詩集抄
영해집 서影海集序
천하 만물이 모두 하나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으니, 물건의 형체가 그것의 그림자이다. 무릇 바다란 온갖 그림자의 창고이다. 산과 나무의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고 구름과 달의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니, 만물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것치고 바다만 한 것은 없다. 그러나 내 가슴의 바다는 사해의 바다보다 크다.
동산 안쪽 숲의 우거진 온갖 품류들은 그 그림자가 모두 네모진 못의 붉은 물에 잠기는데, 이는 하나인 하늘에서 생긴 물의 덕에 비할 것이 아니다. 시험 삼아 영대靈臺1)에 올라 굽어보라. 그러면 하늘은 솥을 엎어놓은 것 같고, 대지는 평평한 쟁반 같으며, 산은 구름 같고 배는 달 같고 모래밭은 눈 같고 섬은 별 같고 부상扶桑2)은 냉이 같고 큰 붕새는 작은 날벌레 같으니, 이는 모든 천지의 그림자 바깥에 있는 것의 그림자인 것이다. 결국 옛날 우주의 큰 영웅으로서 사해를 다스리고 만물을 도야했던 자들은 모두 그림자 가운데서 형상의 진실한 이치를 찾았던 자들이다.
이제 영해의 시에서 “공과 색의 그림자 겹겹이다”고 하였다. 아, 만 길 수미산과 천 이랑 겁의 바다에서 색色과 색, 공空과 공이 하나의 그림자로 둥글둥글하니, 저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닌 진실한 이치가 모두 하나의 그림자 가운데서 나왔다는 것을 누가 알리오. 두렵긴 하지만 내가 바다와 같이 그림자에게 “왜 하늘은 남쪽 끝에서 들어가 북쪽 끝으로 나오는가, 왜 땅은 동해는 깊고 북해는 얕은가, 왜 사람이 어제는 움직였다 오늘은 조용한가”라고 물었을 때, 그대가 그림자가 되어 응대할 수 있다면 바다 같은 이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대의 시는 곧 그림자 밖의 한 물건이니, 어찌 공교로움과 졸렬함을 논하겠는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가슴의 바다에서는 색상과 공적 또한 하나라는 것이니, 우리 문중의 진실한 하나의 이치인

009_0477_a_01L[影海大師詩集抄]

009_0477_a_02L1)影海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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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77_a_04L
天下萬物咸有一影子物有形斯有
009_0477_a_05L夫海者萬影之府庫也山木之影
009_0477_a_06L影于海雲月之影影于海㴠受物
009_0477_a_07L影者莫海若也然吾人胸海大於
009_0477_a_08L四瀛方圜內林葱萬品之影咸蘸
009_0477_a_09L于方塘赤水此非天一所生之坎德比
009_0477_a_10L試登靈臺俯瞰則天若覆釜焉
009_0477_a_11L若平盤焉山如雲焉舟如月焉
009_0477_a_12L如雪焉島如星焉扶桑若薺焉
009_0477_a_13L鵬若蠛焉此皆天地影外之影也
009_0477_a_14L古宇宙間大英雄 經綸四海陶鑄萬
009_0477_a_15L物者皆從影中求形之實理也今影
009_0477_a_16L海詩曰空色影重重萬仞須彌
009_0477_a_17L千頃刼海色色空空一影▼(囗*昆)圇
009_0477_a_18L知夫非色非空之眞實理都從一影中
009_0477_a_19L來耶吾懼夫海若問于影曰何天之
009_0477_a_20L南極入北極出耶何地之東海深
009_0477_a_21L海淺耶何人之昨日動今日靜耶
009_0477_a_22L爾能爲影之對不見笑於海若耶爾之
009_0477_a_23L卽影外一物何論工拙所貴者
009_0477_a_24L海中色相空寂亦一吾門眞箇實理之

009_0477_b_01L그림자를 말한 것일 뿐이다.
대통大統 이후3) 세 번째 신유년(1801, 순조 1) 모춘暮春4) 하간下澣5)에 용성의 무극수無極叟 양주익梁周翊이 능성綾城 관아에서 쓰다.

009_0477_b_01L影子云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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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統餘閏三回辛酉暮春下澣龍城
009_0477_b_03L無極叟梁周翊題于綾城衙中

009_0477_b_04L{底}喜慶六年臥月敎萍跋文本(順天松廣寺所
009_0477_b_05L藏)
  1. 1)영대靈臺 : 주周 나라 문왕文王이 천문을 관측하기 만든 대臺이다. 누각 따위를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2. 2)부상扶桑 : 동해 해가 돋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이다.
  3. 3)대통大統 : 대통大統은 명 태조明太祖 홍무洪武 17년에 누각박사漏刻博士 원통元統이 만든 역법曆法이다. 즉 명나라의 역법을 말한다. 대통 이후는 명의 연호가 끊어진 이후를 말하는 것으로 이미 명이 망하고 청淸이 맹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의 연호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 4)모춘暮春 : 음력 3월을 말한다.
  5. 5)하간下澣 : 매월 21일부터 30일까지를 말한다. 당나라 때 관리들에게 10일에 한 번씩 목욕하고 세탁하는 휴일을 주었던 것에서 생긴 이름이다.
  1. 1){底}喜慶六年臥月敎萍跋文本。(順天松廣寺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