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lete Works of Korean Buddhism

용담집(龍潭集) / 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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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록後錄
감로사와 파근사와 실상사 세 곳에 모두 위답位畓120)을 설치하여 그 사원寺員에게 2년 터울을 두고 제사祭祀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정해년(1767)에 감로사에서 먼저 행하였고, 무자년(1768)에는 파근사가 다음 차례이고, 기축년(1769)에는 실상사가 또 그 다음 차례이다. 이와 같이 끝나면 다시 시작하여 바퀴가 돌듯 끝없이 이어 가면 해와 달이 영원히 밝은 것과 같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4월 초파일은 이미 우리 석가씨釋迦氏께서 강생하신 날이다. 즉 온 천하 사람들이 함께 재계齋戒하는 날일 뿐만 아니라 또한 선사께서 탄신한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매년 그 날을 기일로 삼아 세 절에서 재회齊會와 다례茶禮를 지낸다. 그러나 이 역시 여러 절의 편의에 따른다. 그저 찾아오는 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특별히 문집 말미에 썼을 뿐이다.

선사이신 용담 화상께서 읊으신 구절과 게송이 여러 곳에 산재한 것을 문인 혜암이 한 권으로 모았는데 거의 백여 수였다. 이를 판각하는 사람에게 맡기면서 선사의 행장과 묵본墨本을 가져와 나에게 주면서 그 말미에 발문을 쓰라 하였다. 이에 내가 말한다.
이것이 어찌 선사의 뜻이겠는가. 때는 신사년(1761) 여름, 스님께서 (병의) 심중함을 예상하지 못하던 때였다. 불민한 내가 내원의 동사에서 탕약을 시중들다가 벗의 부탁으로 하루는 조용히 백 년 후의 탑과 진영 등에 관한 일을 물었다. 그러자 스님께서 한참을 묵묵히 계시다 희미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사람이 어찌 자신을 모르겠는가. 내 일은 내가 안다. 무슨 후사가 있겠는가. 만일 있다면 우리 무리들이겠지. 어찌 세상에 알려지겠는가. …….”
또 옛날 살아 계실 때 비록 강의는 해 주셨지만 문자에 더럽혀지지 않고 속뜻의 궁구에 힘쓰셨으며, 방장실 안에서는 간혹 궤석에 편안히 기댄 것이 돌아가신 듯하였고, 문과 뜰 사이에서도 간혹 걸음을 잊고 우두커니 서 계시곤 하였다. 또 항상 “늙으신 어머님이 어느 곳에 계시다고 하지 못하는 자가 나다.”라고 말씀하시다가 모친상을 당하자 더불어 강의까지 철회하셨고, 만년에는 정토법문을 좋아하며 매번 오직 마음의 자성뿐이라는 말씀으로 사람들을 제접하셨다.
스님의 뜻을 볼 때, 문자를 떠났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세상에 빛내고 유포시키려고 마음먹었던 적이 없다. 하물며 시구이겠는가? 그러나 강의와 선정을 닦는 여가에

009_0695_a_01L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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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露波根實相等三處皆置位畓
009_0695_a_03L其寺員間二年行祭而丁亥甘露寺
009_0695_a_04L首行戊子波根寺次之己丑實相寺
009_0695_a_05L又次之如是終而復始輪廻無窮
009_0695_a_06L同日月之永明也而四月初八日
009_0695_a_07L我釋迦氏之降生則非唯通天下人所
009_0695_a_08L共齋夕亦先師之誕辰故每年以其
009_0695_a_09L日爲期三寺齊會茶禮焉然此亦從
009_0695_a_10L諸寺之願便也只要來者可考特書
009_0695_a_11L集末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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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龍潭和尙所詠句偈散在諸處者
009_0695_a_14L人惠庵夜集一卷殆百餘首付剞
009_0695_a_15L劂氏携先師狀墨本授余跋其尾
009_0695_a_16L曰此豈先師意哉歲辛巳夏師不豫
009_0695_a_17L甚重不侫侍湯於內院東社因友囑
009_0695_a_18L一日從容問百歲後塔影等事師良
009_0695_a_19L久而微哂曰人豈不自知吾事吾知
009_0695_a_20L有何後事如有如吾軰安得與世云
009_0695_a_21L且在平昔縱使講授不泥文務
009_0695_a_22L內究丈室之內或隱几似喪戶庭
009_0695_a_23L之間或忘行佇立又常曰不以老
009_0695_a_24L母在何者爲此及喪母仍撤講
009_0695_a_25L好淨土法門每以惟心自性之語接人
009_0695_a_26L見師之意不惟離文未嘗以耀世流
009_0695_a_27L布爲心況詩句乎然講暇禪餘

009_0695_b_01L간혹 사람들의 청에 화답하거나 일로 인하여 우연히 읊으시면서 생각을 거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쓰셨다. 간간이 음률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 표현이 순숙하고, 그 맛이 오래 갔으며, 그 말씀은 충이 아니면 효였고, 그 둘이 아니면 곧 도였으니, 속마음을 밖으로 표현한 게 아닌 것이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옛사람이 시는 성정性情에서 나온다 하였으니, 이미 성정에서 나온 시라면 시는 스님의 도를 벗어난 적이 없으며 스님의 도 역시 시를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이다. 시가 전해지면 곧 스님의 도가 남아 있는 것이다. 스님의 도가 보존되는 것은 반드시 시의 전승에 힘입어야만 한다. 뒤에 배우는 자들이 시를 보고 스님의 도가 우연이 아님을 알기를 기대한다.
아! 스님의 시는 세상에 간행되어야 마땅하도다. 한성澣惺은 법의 비에 오래도록 목욕했기에 진실로 감동할 따름이다. 드디어 눈물을 닦고 삼가 쓰다.
용집龍集121) 무자년 8월 일

건륭 33년 무자년 9월 일에 지리산 대암암臺巖庵에서 판을 간행하고 감로사 영각으로 옮겨 안치하였다. 각공은 금탁錦卓이다.

009_0695_b_01L酬人請因事偶吟不經意信手書之
009_0695_b_02L間不中音律而其辭熟其味長
009_0695_b_03L其言非忠則孝非二則道惡得有不
009_0695_b_04L情中而形外者耶古人云詩出性情
009_0695_b_05L旣性情之詩則詩未嘗離師之道
009_0695_b_06L之道亦未嘗外詩矣詩之傳即師道
009_0695_b_07L之在師道之存必籍詩傳庶後之學
009_0695_b_08L見詩而知師道之不偶然也嗚呼
009_0695_b_09L師之詩宜其刊行於世也夫澣惺久
009_0695_b_10L沐法雨實爲感焉遂抆涕謹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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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集戊子仲秋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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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隆三十三年戊子九月刊板
009_0695_b_14L于智異山臺巖庵移置于甘露寺影閣
009_0695_b_15L刻工錦卓
  1. 120)위답位畓 : 위토답位土畓 또는 제위답祭位畓이라고도 한다. 제사를 지내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하는 논밭을 말한다.
  2. 121)용집龍集 : 태세太歲의 이명으로 기년紀年할 때 쓰는 말로써 연차年次, 세차歲次를 뜻한다. 용龍이라는 이름의 별은 1년에 한 번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집集은 별이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