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대원집(大圓集) / 大圓集

ABC_BJ_H0213_T_002

009_0792_a_01L
대원집大圓集
총목차總目次
시詩 115편篇

칠언율시七言律詩
차운하여 도각 상인에게 주다(次贈道覺上人)
송별 시운을 차운하다(次送別韻)
삼가 일암 노사의 시운에 차운하여 젊은 후배들에게 보이다(敬次日庵老師韻示年少學軰)
양양 애련정에서 판상운을 차운하다(襄陽愛蓮亭次板上韻)
징 상인에게 써 보이다(示澄上人)
신사년 봄 풍악산에서 놀려다 이루지 못해(辛巳春欲遊楓嶽未果)
현수 노서생에게 바치다(奉呈峴叟老生)
현진 장로가 ...... 시축운에 기쁘게 차운하였다(顯眞長老…中韵)
영파 장로에게 차운하여 주다(次贈影波長老)
호남의 홍 대사가 시로 답시를 요구하기에 졸렬함을 잊고 답을 올리다(湖南洪…奉酬)
성일 상인에게 차운하여 주다(次贈性日上人)
삼가 부용ㆍ청허 두 법사가 중내원에서 지은 시운을 차운하다두 수(敬次芙蓉…中內院韻二首)
활 대사가 설악산으로부터 와 시축을 보이기에 졸렬함을 잊고 받들어 짓다(濶大師…奉酬)
학 대사가 기내로 감에 써 주다(贈學大師之幾內)
지리산 벽송암의 혜원 대사 시운에 차운하다(次智異山碧松庵惠元大師)
연파 대사의 시운에 차운하여 주다(次贈蓮坡大師)
강릉에 사는 김 상사의 시운에 차운하다(次江陵金上舍韻)

오언율시五言律詩
삼가 경호 김 상사 시운에 차운하다(謹次鏡湖金上舍韻)
우연히 읊어 다른 사람에게 보이다(偶吟示人)
과객의 시운을 차운하여두 수(次過客韻二首)
신 처사는 … 지어 주었다(申處士…奉酬)

칠언절구七言絶句
완월당에게 부치다(寄翫月堂)
청 ㆍ 필 두 상인의 시에 차운하여 주다(次贈淸畢兩上人)
삼가 원성의 단구 처사 시운에 차운하다(奉次原城丹丘處士)
삼가 유 상사의 시운에 차운하다(謹次柳上舍)
백련동에서 폭포수를 구경하다(白蓮洞看瀑)
여색을 경계하다(戒色)
우연히 읊다(偶吟)
유람하는 스님의 시에 차운하여 주다(次贈遊僧)
방장산으로 가는 성 상인을 송별하며(送性上人之方丈)
여 대사의 시축 시운에 차운하다(次如大師軸中韻)
청진당에 쓰다(題淸眞堂)
풍악산을 유람하려다 이루지 못하였다두 수(擬遊楓嶽未果二首)
백련동에서 삼가 수성 유수에게 올리다(白蓮洞奉水城明府)
유람하는 나그네에게 보여 주다(示遊人)
위로하고자 다시 찾아온 환허장실에게 드리다(贈喚虛丈室以慰再訪)
가을날 관찰사의 순행을 만나 삼가 한 수 지어 올리다(秋日遇道伯巡行謹呈一首)
삼가 퇴어자에게 올리다(謹呈退漁子)
쾌인 상인의 귀향에 지어 주다(贈快忍上人還鄕)
저문 봄에 산행에 나서다(暯春出山行)
신 상인 운에 차운해 주다(次贈信上人)
유람하는 객의 시운에 차운하다(次遊客韻)
삼가 녹문의 이정자에게 올리다(謹呈鹿門李正字)
어생이 보내 온 시운에 차운하다(次於生來韵)

009_0792_a_01L

009_0792_a_02L1)大圓集

009_0792_a_03L

009_0792_a_04L2)目次

009_0792_a_05L
百十五篇

009_0792_a_06L
次贈道覺上人次送別韻敬次日
009_0792_a_07L庵老師商示年少學軰襄陽愛蓮亭
009_0792_a_08L次板上韻示澄上人辛巳春欲遊
009_0792_a_09L楓嶽未果奉呈峴叟老生顯眞長
009_0792_a_10L老…中韵次贈影波長老湖南洪
009_0792_a_11L…奉酬次贈性日上人敬次芙蓉
009_0792_a_12L…中內院韻
濶大師…奉酬
009_0792_a_13L學大師之幾內次智異山碧松庵惠
009_0792_a_14L元大師次贈蓮坡大師次江陵金
009_0792_a_15L上舍韻謹次鏡湖金上舍韻偶吟
009_0792_a_16L示人次過客韻
申處士…奉酬
009_0792_a_17L寄翫月堂次贈淸畢兩上人奉次
009_0792_a_18L原城丹丘處士謹次柳上舍白蓮
009_0792_a_19L洞看瀑戒色偶吟次贈遊僧
009_0792_a_20L送性上人之方丈次如大師軸中韻
009_0792_a_21L題淸眞堂擬遊楓嶽未果
白蓮
009_0792_a_22L洞奉水城明府示遊人贈喚虛丈
009_0792_a_23L室以慰再訪秋日遇道伯巡行謹呈
009_0792_a_24L一首謹呈退漁子贈快忍上人還
009_0792_a_25L暯春出山行次贈信上人
009_0792_a_26L遊客韻謹呈鹿門李正字次於生

009_0792_b_01L삼가 수성 수령의 ≺산에 노닐며≻를 차운하다(謹次水城明府遊山韻)
금강산을 향해 가다가 고진령을 지나며(向金剛山路過高津嶺)
이 수재의 시운에 차운해 주다(次贈李秀才)
과객의 시운에 차운하다(次過客韻)
우연히 읊어 남에게 보이다세 수(偶吟示人三首)
삼가 현수 어른에게 올리다(謹呈峴叟)
보타굴 벽에 쓰다(題寶陁窟壁上)
받들어 현산 박 명부에게 올리다(奉呈峴山朴明府)
유람하는 사람의 시운에 차운하다(次遊人韻)
상서당에서(題想西堂)
향기로운 풀밭에서 조는 소(芳草睡牛)
기내 혜 상인이 와서 … 써 주고 작별하다(圻內慧上人…贈別)
순찰사가 절에 들어오다(巡使入寺)
위천의 최 상사가 찾아 줌을 사례함(謝渭川崔上舍來訪)
태신 상인에게(泰信上人)
삼가 이 상사께서 보내온 시운에 차운하다(謹次李上舍來韻)
혜암에게 주다(贈慧庵)
계당 이 상사에게 드리다두 수(奉桂塘李上舍二首)
대활 상인의 시운에 차운하여 주다(次贈大濶上人)
직과 웅 두 스님이 풍악 유람길에 지나다 비에 막혀 머물다(直雄兩禪遊楓嶽過此滯雨)
우연히 읊다(偶吟)
과객의 시운에 차운하다(次過客韵)
탄준 화상 만장(輓坦俊和尙)
우 상인에게 주다(贈祐上人)
과객의 시운에 차운해 주다두 수(次贈過客二首)
또 우 상인에게 주다(又贈祐上人)
백련동 구절폭포(白蓮洞九節瀑)
건봉사 팔상전 벽에 쓰다(題乾鳳寺八相殿壁上)
김 수재에게 써 보이다(示金秀才)
청진각에서 밤에 읊다(淸眞閣夜吟)
해바라기 꽃(葵花)
구름을 보다(看雲)
백화암에서 우연히 읊다(白花庵偶吟)
저물녘에 사람을 기다리며두 수(日暮待人二首)
회포를 쓰다(述懷)
수성에서 일출을 구경하다(水城看海日)
우연히 읊다(偶吟)
돈능 화상 만장(輓頓能和尙)
달밤에 우연히 읊다(月夜偶吟)
비 온 뒤에 우연히 읊다(雨後偶吟)
강을 마치고 우연히 짓다(講罷偶成)
정든 벗을 송별하다(送別情友)
빗속에 밤 피리 소리를 듣다(雨中聞夜笛)
산사의 이른 가을두 수(山堂早秋二首)
칠석七夕
고승이 선정에 들다(高僧入定)
고승이 출정하다(高僧出定)
가을밤에 달구경 하다(秋夜翫月)
송별送別
과객의 시운에 차운하여 주다두 수(次贈過客二首)
빈양 이 처사의 시에 차운해 부치다(次寄賓陽李處士)
사호를 읊다(詠四皓)
회균 선자와 귀봉 스님을 송별하다(送會均禪子歸奉師)
석임 상인이 관북으로 감을 송별하다(送釋稔上人之關北)
그윽한 거처(幽居)
어떤 사람의 만장두 수(輓人二首)
삼가 녹문 이 생원과 이별하다(奉別鹿門李生員)

오언절구五言絶句
윤파 장로의 시축 운에 차운하다(次潤波長老軸中韻)
대엽 상인의 시를 차운해 주다(次贈大曄上人)
이른 가을에 회포를 쓰다(早秋書情)
우연히 읊다(偶吟)
봉암鳳巖
어느 사람의 만장(輓人)
유람하는 객의 시운을 차운하다(次遊客韻)
혜 대사께서 건봉사 주지가 됨에 시로써 위로하다(慧大師…相慰)
망고대에 오르다(登望高臺)

009_0792_b_01L來韵謹次水城明府遊山韻向金
009_0792_b_02L剛山路過高津嶺次贈李秀才
009_0792_b_03L過客韻偶吟示人
謹呈峴叟
009_0792_b_04L題寶陁窟壁上奉呈峴山朴明府
009_0792_b_05L遊人韻題想西堂芳草睡牛
009_0792_b_06L內慧上人…贈別巡使入寺謝渭
009_0792_b_07L川崔上舍來訪泰信上人謹次李
009_0792_b_08L上舍來韻贈慧庵奉桂塘李上舍

009_0792_b_09L次贈大濶上人直雄兩禪遊楓嶽過
009_0792_b_10L此滯雨偶吟次過客韵輓坦
009_0792_b_11L俊和尙贈祐上人次贈過客

009_0792_b_12L又贈祐上人白蓮洞九節瀑題乾
009_0792_b_13L鳳寺八相殿壁上示金秀才淸眞
009_0792_b_14L閣夜吟葵花看雲白花庵偶
009_0792_b_15L日暮待人
述懷水城看
009_0792_b_16L海日偶吟輓頓能和尙月夜
009_0792_b_17L偶吟雨後偶吟講罷偶成
009_0792_b_18L別情友雨中聞夜笛山堂早秋

009_0792_b_19L七夕高僧入定高僧出定
009_0792_b_20L夜翫月送別次贈過客

009_0792_b_21L寄賓陽李處士詠四皓送會均禪
009_0792_b_22L子歸奉師送釋稔上人之關北
009_0792_b_23L輓人
奉別鹿門李生員
009_0792_b_24L潤波長老軸中韻次贈大曄上人
009_0792_b_25L秋書情偶吟鳳巖輓人
009_0792_b_26L遊客韻慧大師…相慰登望高臺

009_0792_c_01L우연히 읊다두 수(偶吟二首)
운봉에게 보이다(示雲峰)
연파의 시운을 차운하다(次蓮坡韻)
호남 주 대사 시운을 차운하다(次贈湖南珠大師)
증한 선자에게 준 시운을 차운해 주다(次贈證閒禪子)

문文 10편篇
완월 장로에게 부친 편지(寄翫月長老書)
용담 장로의 죽음을 애도하다(慰龍潭長老亡䟽)
현서 이 상사를 위로하다(慰峴西李上舍)
함월 노화상에게 올리는 편지(上涵月老和尙書)
또 완월 장로에게 부치는 편지(又寄翫月長老書)
나운 장로 법사가 입적함을 애도하다(慰懶雲長老法師亡䟽)
석봉 장로에게 답하다(答石峯長老書)
한위 상인에게 답하다(答漢威上人書)
건봉사의 봉암에 새로 인봉헌을 세운 기(乾鳳寺鳳庵新創引鳳軒記)
명주사 극락보전에 새로 계단을 쌓은 데 대한 기(明珠寺極樂寶殿新築退堦記)

부록附錄
금강정유가염주경게金剛頂瑜伽念珠經偈
칠언 율시七言律詩
차운하여 도각11) 상인에게 주다(次贈道覺上人)
蓬萊叉住絕來朋   봉래산에 머물러 있으니 찾아오는 친구 없고
丈室長懸一點燈   장실12)에 오래도록 한 점 등만 걸렸네.
乾鳳幸臨天鏡老   건봉사13)에서 다행히 천경14) 노사 오셨고
白華多見雪峯僧   백화암에선 설봉15) 스님 자주 뵈었지요.
穿林石澗淸如玉   숲을 뚫고 흘러내리는 석간수 옥처럼 맑은데
壓海山樓冷似氷   바다를 누지른 산 다락 얼음처럼 싸느랗구나.
生計只存無味飯   생계는 다만 맛없는 공양뿐이요
松茶滿椀不須升   솔잎차만 가득한 주발 헤일 수 없다오.
송별 시운을 차운하다(次送別韻)
北山千里雲遊客   북산 천 리를 마다않고 구름 속에 노니는 객
偶到蓬萊結夏同   우연히 봉래산에 이르러 결하16)를 함께하셨네.
禪討南宗心印密   선의 경지 토론함에 남종17)의 심인18) 은밀히 전해 받았고
敎談眞乘法門空   교를 담론함에 진승19)의 공 법문을 터득하셨네.
庭前栢樹迎風老   뜰 앞의 잣나무 바람을 맞아 늙었고
戶外林泉帶月通   문 밖 숲 속 샘물은 달빛 아래 흐르네.
留贈瓊琚還作別   좋은 시20) 써 주고 작별하매
欲酬佳韵愧無工   아름다운 시구 주고자 하나 솜씨 없어21)부끄러워라.
삼가 일암 노사의 시운에 차운하여 젊은 후배들에게 보이다(敬次22)日庵老師韻示年少學軰)
年登九十能禪偈   나이 구십에도 능히 게송23) 쓰나니
後軰紛紛孰比如   여러 후학 중 누가 비교될 건가.

009_0792_c_01L偶吟
示雲峰次蓮坡韻
009_0792_c_02L贈湖南珠大師次贈證閒禪子

009_0792_c_03L
十篇

009_0792_c_04L
寄翫月長老書慰龍潭長老亡䟽
009_0792_c_05L峴西李上舍上涵月老和尙書
009_0792_c_06L寄翫月長老書慰懶雲長老法師亡
009_0792_c_07L答石峯長老書答漢威上人書
009_0792_c_08L乾鳳寺鳳庵新創引鳳軒記明珠寺
009_0792_c_09L極樂寶殿新築退堦記

009_0792_c_10L
附錄

009_0792_c_11L

009_0792_c_12L詩七律

009_0792_c_13L次贈道覺上人

009_0792_c_14L
蓬萊叉住絕來朋丈室長懸一點燈

009_0792_c_15L乾鳳幸臨天鏡老白華多見雪峯僧

009_0792_c_16L穿林石澗淸如玉壓海山樓冷似氷

009_0792_c_17L生計只存無味飯松茶滿椀不須升

009_0792_c_18L次送別韻

009_0792_c_19L
北山千里雲遊客偶到蓬萊結夏同

009_0792_c_20L禪討南宗心印密敎談眞乘法門空

009_0792_c_21L庭前栢樹迎風老戶外林泉帶月通

009_0792_c_22L留贈瓊琚還作別欲酬佳韵愧無工

009_0792_c_23L敬次日庵老師韻示年少學軰

009_0792_c_24L
年登九十能禪偈後軰紛紛孰比如

009_0792_c_25L題名三字編者補入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793_a_01L案上書堆猶自轉   책상 위 책을 쌓아 스스로 뒤적이고
庭前草茂又躬鋤   뜰 앞 풀 무성하면 몸소 호미로 매지.
道談時徃淸眞閣   도를 강하느라 때때로 청진각24)으로 가고
靜慮常居般若廬   고요히 생각할 땐 늘 반야려25)에 처하지.
爾等若能知老老   그대들이 노인을 노사로 대접할26) 줄 안다면
自然延壽學無踈   절로 수명은 길어지고 배움 성글지 않으리.27)
양양 애련정에서 판상운28)을 차운하다(襄陽愛蓮亭次板上韻)
楚水吳山一樣靑   오초의 산과 물29)한빛으로 푸른데
壺中別界眼前平   호중30)의 무궁한 경계 눈앞에 펼쳐졌네.
遊人或到還忘去   혹 노니는 유랑객 오면 돌아갈 줄 모르고
醉客時來不願醒   무시로 찾아온 취객들 깨기를 원치 않누나.
雨灑潭心魚背出   못 가운데 비 뿌리면 물고기 등 튀어 오르고
雲收海口月輪明   포구에 구름 걷히자 달 바퀴 휘영청 밝구나.
銅鞮形勝今看盡   동제31)의 형승을 이제야 다 보는 듯하니
此老何緣上此亭   이 늙은이 웬 인연으로 이 정자에 올랐는가.
징 상인에게 써 보이다(示澄上人)
西來竗旨是何道   서쪽에서 온32) 묘한 뜻 이 무슨 도인가
惟有塵箱一卷經   오직 먼지 낀 상자에 한 권 불경 있구나.
處染常含諸佛智   세속에 머물러 늘 여러 부처의 지혜 머금고
出塵能放大光明   인간 세상 벗어나 능히 큰 광명을 비추셨네.
見聞俱益宜生信   보고 듣는 곳 모두 이로우니 마땅히 신심을 일으키고
大小同歸可托誠   대승 소승 모두 한곳으로 돌아가니 진실로 의탁할지라.
旣得人身兼遇此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고 아울러 이 도를 만났으니
勸君當發喜悲情   그대여, 마땅히 희비의 정을 뽑아내시라.
신사년33) 봄 풍악산에서 놀려다 이루지 못해(辛巳春欲遊楓嶽未果)
送人閒坐睡依依   사람을 보내고 한가히 앉아 어렴풋이34) 졸기만 하니
心在蓬萊歎未歸   마음은 봉래산에 두어 가지 못함을 탄식했네.
與客接言焉有喜   손님과 함께 이야기한들 무슨 기쁨 있으리.
開經暫讀始忘機   경전을 열고 잠시 읽자 비로소 세속 일 잊었네.35)
鸎兒穿樹惺愡語   꾀꼬리 숲 사이에서 뇌살스레36) 노래하고
鷰子含泥絡繹飛   개흙 문 청제비 연이어37) 나누나.
更待來秋楓葉赤   다시 내년 가을 단풍잎 붉기를 기다려
將遊萬瀑誓無違   어김없이 만폭동38)에 가 놀리라 다짐하노라.
현수 노서생39)에게 바치다휘는 휘진이다(奉呈峴叟老生諱彙晉)
住笻麾塵再登樓   지팡이 멈추고 먼지 털면서 다시 오른 누대
前後園林正晩秋   앞뒤 동산 숲 바로 늦가을로 접어들었네.
鴈自北翔黃葉盡   북에서 기러기 날아오자 단풍도 다 지고
風從西起碧雲收   서쪽에서 이는 바람 푸른 구름도 걷히네.
主翁獨坐多閒寂   주인은 홀로 앉아 한적할 뿐이더니
鄰老時來共翫遊   이웃 노인 때로 와 함께 놀아 준다오.
一座淸談消永夕   함께 자리해 청담40)으로 긴긴밤 보내니
方知儒釋是同流   이제 알겠다. 유와 불이 한줄기 흐름임을.
현진 장로가 나이는 오십인데 남방에 운수납자로 노닐면서 선지식을

009_0793_a_01L案上書堆猶自轉庭前草茂又躬鋤

009_0793_a_02L道談時徃淸眞閣靜慮常居般若廬

009_0793_a_03L爾等若能知老老自然延壽學無踈

009_0793_a_04L襄陽愛蓮亭次板上韻

009_0793_a_05L
楚水吳山一樣靑壺中別界眼前平

009_0793_a_06L遊人或到還忘去醉客時來不願醒

009_0793_a_07L雨灑潭心魚背出雲收海口月輪明

009_0793_a_08L銅鞮形勝今看盡此老何緣上此亭

009_0793_a_09L示澄上人

009_0793_a_10L
西來竗旨是何道惟有塵箱一卷經

009_0793_a_11L處染常含諸佛智出塵能放大光明

009_0793_a_12L見聞俱益宜生信大小同歸可托誠

009_0793_a_13L旣得人身兼遇此勸君當發喜悲情

009_0793_a_14L辛巳春欲遊楓嶽未果

009_0793_a_15L
送人閒坐睡依依心在蓬萊歎未歸

009_0793_a_16L與客接言焉有喜開經暫讀始忘機

009_0793_a_17L鸎兒穿樹惺愡語鷰子含泥絡繹飛

009_0793_a_18L更待來秋楓葉赤將遊萬瀑誓無違

009_0793_a_19L奉呈峴叟老生諱彙晉

009_0793_a_20L
住笻麾塵再登樓前後園林正晩秋

009_0793_a_21L鴈自北翔黃葉盡風從西起碧雲收

009_0793_a_22L主翁獨坐多閒寂鄰老時來共翫遊

009_0793_a_23L一座淸談消永夕方知儒釋是同流

009_0793_a_24L顯眞長老年方五旬雲游南方

009_0793_b_01L차례로 참방하고 금강산 옛집에 이르렀기에 시축 운에 기쁘게 차운하였다(顯眞長老 年方五旬 雲游南方歷叅知識 還至金剛舊巢 喜次軸中韵)
暯年叅學似君稀   저문 나이에 참선 공부41) 그대 같은 이 드무니
客裡何論世事悲   나그네 길에 어찌 세사의 슬픔 논할까.
活計蕭條三椀水   생계는 스산해 세 대접 물이요
行裝澹泊一麻衣   행장은 담박해 한 벌 베옷뿐이네.
風吹落葉秋光老   바람에 낙엽 날리고 가을빛 짙어
月照歸雲曉影飛   돌아가는 구름에 달 비추니 새벽빛 나는 듯해라.
每想高標徒費夢   훌륭한 그대 매양 그리워 한갓 꿈만 꾸더니
那知今夕叩禪扉   어찌 알았으리, 오늘 저녁 선방 문42) 두드릴 줄을.
영파43) 장로에게 차운하여 주다(次贈影波長老)
南地高明曾到客   남녘 고명한 사람 손님으로 찾아오니
再遊楓嶽一閒身   다시 풍악산에 노니는 한가한 몸이라오.
誠心無乃叅天鏡   정성된 마음은 천경44)을 참예한 것 아닌가
缾錫幾勞向海濱   바리때와 석장 들고 어찌 수고로이 바닷가를 향하는가.
木落山空塵慮遠   나뭇잎 진 빈 산에서 속세의 생각 멀리하고
谷深松碧道機親   깊은 계곡 푸른 솔 아래서 도심45)을 가까이하였네.
聯襟抵掌談玄罷   옷깃을 연하고46) 손뼉 치면서 현묘한 이야기 다할 제
自愧宗風未易伸   스스로 종풍 펴지를 못해 부끄러워했지.
호남의 홍 대사가 시로 화답을 요구하기에47) 졸렬함을 잊고 답을 올리다48)(湖南洪大師以詩求和忘拙奉酬)
身到金剛第一峯   몸소 금강산 제일봉에 도착하여
留笻數月聽踈鍾   지팡이 멈추고49)몇 달 동안 성긴 종소리 들었네.
學兼外典文名勝   불경 이외의 학문도 겸하니 문예의 명성 높고
心契眞宗道氣濃   마음은 진종을 터득함에 도의 기운 짙어지네.
我是禪林爲病葉   나는 선림 가운데 병든 낙엽인데
君方敎海作神龍   그대는 바야흐로 교해의 신룡이시라.
如今若問玄微旨   지금 만약 현묘한 선지50)를 묻는다면
幾度相逢兩衰容   두 사람의 쇠한 얼굴51)몇 번이나 서로 만날까.
성일 상인에게 차운하여 주다(次贈性日上人)
我愛上人容貌秀   나는 스님의 빼어난 용모52)를 사랑하나니
初看知是出常平   첫 만남에 보통53)사람보다 특출함 알았지.
通明慧性爭空月   통명하고 슬기로운 성품 하늘의 달과 다투고
温潤心情奪水晶   온화한 심정54) 수정의 정기를 앗았네.
嘉子有才兼有德   아름다운 스님55) 재주와 덕까지 겸함을 가상히 여기고
愧余無實亦無名   나의 내실 없고 명성조차 없음이 부끄럽네.
若能勤學終如始   만약 부지런히 배워 시종여일하게 되면
道自高明化自行   도는 저절로 고명해지고 교화도 절로 행해지리.
삼가 부용56)ㆍ청허57) 두 법사가 중내원에서 지은 시운을 차운하다(敬次芙蓉淸虛二法師中內院韻)
自幼出家學少林   어려서부터 출가하여 소림에서 배우며
忘機不覺老於今   세사를 잊고 이제 늙음마저 깨닫지 못했네.
誰云百草明禪旨   누가 말했나, 백초도 능히 선지를 밝힌다고.58)
我道千經是竗音   내 천 권의 불경이 묘한 소리라 말했지.

009_0793_b_01L歷叅知識還至金剛舊巢喜次
009_0793_b_02L軸中韵

009_0793_b_03L
暯年叅學似君稀客裡何論世事悲

009_0793_b_04L活計蕭條三椀水行裝澹泊一麻衣

009_0793_b_05L風吹落葉秋光老月照歸雲曉影飛

009_0793_b_06L每想高標徒費夢那知今夕叩禪扉

009_0793_b_07L次贈影波長老

009_0793_b_08L
南地高明曾到客再遊楓嶽一閒身

009_0793_b_09L誠心無乃叅天鏡缾錫幾勞向海濱

009_0793_b_10L木落山空塵慮遠谷深松碧道機親

009_0793_b_11L聯襟抵掌談玄罷自愧宗風未易伸

009_0793_b_12L湖南洪大師以詩求和忘拙奉酬

009_0793_b_13L
身到金剛第一峯留笻數月聽踈鍾

009_0793_b_14L學兼外典文名勝心契眞宗道氣濃

009_0793_b_15L我是禪林爲病葉君方敎海作神龍

009_0793_b_16L如今若問玄微旨幾度相逢兩衰容

009_0793_b_17L次贈性日上人

009_0793_b_18L
我愛上人容貌秀初看知是出常平

009_0793_b_19L通明慧性爭空月温潤心情奪水晶

009_0793_b_20L嘉子有才兼有德愧余無實亦無名

009_0793_b_21L若能勤學終如始道自高明化自行

009_0793_b_22L敬次芙蓉淸虛二法師中內院韻

009_0793_b_23L
自幼出家學少林忘機不覺老於今

009_0793_b_24L誰云百草明禪旨我道千經是竗音

009_0793_c_01L聲色本非身外物   성색은 본디 몸 밖의 물건이 아니니
緣塵豈礙定中心   세속 인연에 어찌 선정에 든 마음59) 구애받으랴.
須知動靜元無異   모름지기 동과 정이 본디 다르지 않음을 알라
幾倚晴窓對碧岑   몇 번이나 맑은 창에 기대 푸른 산봉을 대했나.
此則次芙蓉堂 이것은 부용당의 시를 차운한 것이다.
把㝎身心元不動   몸과 마음을 거두어 잡으면60) 원래 움직이지 않으니
萬緣歸一一何歸   모든 인연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가나.
石頭路滑人來少   돌길이라, 미끄러워 사람도 찾는 이 많지 않고
谷口雲撗鳥到稀   계곡 입구 구름에 가려 새들도 날아들지 않네.
滿岸紅花開妙色   벼랑에 지천으로 핀 붉은 꽃 묘한 색 나타내고
繞庵靑嶂現眞機   암자를 두른 푸른 봉우리 참된 기미 나타내네.
誰知默坐忘情處   뉘 알리, 고요히 앉아 세상 생각 잊은 곳에
大地山河粉碎飛   대지 산하가 가루처럼 부서져 날리는 것을.
此則次淸虛堂 이것은 청허당의 시를 차운한 것이다.
활 대사61)가 설악산으로부터 와 시축을 보이기에 졸렬함을 잊고 받들어 짓다(濶大師自雪山來示詩軸忘拙奉酬)
佳客今來入衆中   좋은 손님 찾아와 대중 속에 들어오니
衆中獨出少人同   대중 속에 홀로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네.
飽聞甘露心花發   감로62) 법문 풍성히 들어 마음의 꽃 피어나고
徧踏叢林意地通   총림을 두루 밟아 마음자리 통달했네.
一座禪庵蓮社北   한 채의 암자는 연사63)의 북쪽에 있고
千年梵刹鳳巖東   천년의 사찰64)은 봉암의 동쪽에 있네.
莫嫌山野藏身久   오래도록 산야에 몸 감추는 일 싫어하지 마소
觀佛師尊永住笻   부처님과 높은 스님 보고 오랫동안 지팡이를 멈췄다오.
학 대사65)가 기내66)로 감에 써 주다(贈學大師之幾內)
三冬禁足是庵中   겨우내 이 암자에서 외출을 삼갔거니
九夏安居與孰同   하안거67)는 누구와 함께 지낼 것인가.
風欲動時雲欲散   바람이 움직이려 하자 구름도 흩어지려 하고
山相開處水相通   산이 열린 곳에 봄물도 졸졸 소리하며 흐르네.
此行星采遙纒北   이번 행차에 별빛은 멀리 북쪽에서 비추니
幾日松枝更向東   어느 날 소나무 가지 다시 동쪽으로 향할까.
自古眞僧皆晦跡   예부터 참된 스님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으니
莫從城市久留笻   세정에 따라 오래도록 지팡이 멈추지 말게나.
지리산 벽송암68)의 혜원 대사 시운에 차운하다(次智異山碧松庵惠元大師)
湖南遠客路悠悠   호남이라, 먼 나그넷길 아득했을 터
今日留笻共逸遊   오늘 묵으며 함께 평안히 놀았네.
峽氣擁簷方屬夏   산 기운 처마 에워싸 막 여름인가 싶더니
泉聲透竹刧疑秋   대숲 뚫는 샘물 소리 되려 가을인가 싶네.
新詩寫處驚人眼   새 시 쓸 때마다 사람 눈 깜짝 놀라고
竗法談時點石頭   묘법 강할 땐 돌머리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지.
別後他年重會約   작별한 뒤 다른 해에 거듭 만날 약속은
碧松深谷水長流   푸른 솔밭 깊은 계곡물 흐르는 곳일세.
연파69) 대사의 시운에 차운하여 주다(次贈蓮坡大師)

009_0793_c_01L聲色本非身外物緣塵豈礙定中心

009_0793_c_02L須知動靜元無異幾倚晴窓對碧岑

009_0793_c_03L
此則次芙蓉堂

009_0793_c_04L
把㝎身心元不動萬緣歸一一何歸

009_0793_c_05L石頭路滑人來少谷口雲撗鳥到稀

009_0793_c_06L滿岸紅花開妙色繞庵靑嶂現眞機

009_0793_c_07L誰知默坐忘情處大地山河粉碎飛

009_0793_c_08L
此則次淸虛堂

009_0793_c_09L濶大師自雪山來示詩軸忘拙奉酬

009_0793_c_10L
佳客今來入衆中衆中獨出少人同

009_0793_c_11L飽聞甘露心花發徧踏叢林意地通

009_0793_c_12L一座禪庵蓮社北千年梵刹鳳巖東

009_0793_c_13L莫嫌山野藏身久觀佛師尊永住笻

009_0793_c_14L贈學大師之幾內

009_0793_c_15L
三冬禁足是庵中九夏安居與孰同

009_0793_c_16L風欲動時雲欲散山相開處水相通

009_0793_c_17L此行星采遙纒北幾日松枝更向東

009_0793_c_18L自古眞僧皆晦跡莫從城市久留笻

009_0793_c_19L次智異山碧松庵惠元大師

009_0793_c_20L
湖南遠客路悠悠今日留笻共逸遊

009_0793_c_21L峽氣擁簷方屬夏泉聲透竹刧 [1] 疑秋

009_0793_c_22L新詩寫處驚人眼竗法談時點石頭

009_0793_c_23L別後他年重會約碧松深谷水長流

009_0793_c_24L次贈蓮坡大師

009_0794_a_01L超出迷途九陌危   난잡하고 위태한 서울의 거리70)에서 벗어나
雲遊蘿月影叅差   달그림자 어른거리는71) 속에 구름처럼 놀았지.
玄心已得禪宗旨   현묘한 마음은 이미 선종의 참맛을 얻었고
大願將期頓悟知   큰 서원은 장차 돈오72)의 깨우침을 기약하는 것.
學律學經兼學筆   계율과 경전은 물론 겸하여 글씨도 배워서
能文能偈又能詩   문장과 게송에 능하고 또 시에도 능하다네.
老僧何幸同酬唱   노승이 그대와 함께 시를 수창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海藏堂前日爲遲   해장당 앞이라, 해도 느릿 가는구나.
강릉에 사는 김 상사73)의 시운에 차운하다(次江陵金上舍韻)
仙客從何上此峯   선객께선 어디로부터 이 봉우리에 올랐나
橫簫淸絕入踈鍾   피리 소리 맑고 맑아 드문 종소리에 드네.
松橋斜日溪聲遠   소나무 다리에 해 기울자 시냇물 소리 멀어지고
板閣歸雲樹影重   다락집 위로 돌아가는 구름에 나무 그림자 짙네.
鴈塔香名知手勢   안탑74)의 향기로운 이름 그 솜씨 알겠고
龍池柳色見儀容   용지의 버들 빛 의연한 그 모습 보겠네.
對僧酬唱無多語   스님과 시를 주고받음에 말이 많지 않아도
實地工程想不慵   실지 수도의 길에 게으르지 않음을 알겠네.
오언율시五言律詩
삼가 경호 김 상사 시운에 차운하다휘는 시옥이다(謹次鏡湖金上舍韻諱始玉)
有名長吉李     유명하기는 이장길75)이요
垂釣子陵嚴     낚싯줄 드리우니 엄자릉76)일세.
過海神逾爽     바다를 지나니 더욱 상큼하고
看山興益甜     산을 대하니 흥취 더욱 좋구나.
天倪空界濶     천예77)는 허공계에 넓고
地軸水雲淹     지축은 물과 구름 속에 잠겼네.
詩罷還相別     시를 파하고 서로 작별하매
奚囊不害廉     해낭78)은 가득해도 청렴을 해치지 않으리.
우연히 읊어 다른 사람에게 보이다(偶吟示人)
覺性元來淨     각성79)은 워낙 청정커니
根塵豈有生     근진80)이 어찌 생겨나리오.
誰云山是色     누가 산을 색이라 말한담
我道水非聲     본디 물도 소리 없는 것81)을.
覔佛神尤惱     불도를 찾음82)에 정신은 더욱 번뇌롭고
忘心體自平     마음을 잊음에 몸은 절로 평안하네.
若無眞正眼     만약 참다운 눈83)이 없다면
欲進向何行     나아가려 하나 어디를 향해 갈까.
과객의 시운을 차운하여 두 수(次過客韻二首)
夜恠淸燈結     밤내 밝은 등 켜져 이상타 했더니
朝來見客廻     아침에사 나그네 돌아온 걸 알았네.
尋眞遊古寺     신선의 자취 찾아84) 옛 절에 노닐고
探勝步仙臺     좋은 경관 즐기며 선대를 거닐었지.
赤葉逢秋艶     단풍잎은 가을을 만나 아름답고
黃花浥露開     국화는 이슬에 젖어 곱게 피었네.
題詩相贈處     시를 써 주고받는 곳에
斜日照蒼苔    석양은 푸른 이끼 비추네. 하나

009_0794_a_01L
超出迷途九陌危雲遊蘿月影叅差

009_0794_a_02L玄心已得禪宗旨大願將期頓悟知

009_0794_a_03L學律學經兼學筆能文能偈又能詩

009_0794_a_04L老僧何幸同酬唱海藏堂前日爲遲

009_0794_a_05L次江陵金上舍韻

009_0794_a_06L
仙客從何上此峯橫簫淸絕入踈鍾

009_0794_a_07L松橋斜日溪聲遠板閣歸雲樹影重

009_0794_a_08L鴈塔香名知手勢龍池柳色見儀容

009_0794_a_09L對僧酬唱無多語實地工程想不慵

009_0794_a_10L謹次鏡湖金上舍韻諱始玉五律

009_0794_a_11L
有名長吉李垂釣子陵嚴

009_0794_a_12L過海示逾爽看山興益甜

009_0794_a_13L天倪空界濶地軸水雲淹

009_0794_a_14L詩罷還相別奚囊不害廉

009_0794_a_15L偶吟示人

009_0794_a_16L
覺性元來淨根塵豈有生

009_0794_a_17L誰云山是色我道水非聲

009_0794_a_18L覔佛神尤惱忘心體自平

009_0794_a_19L若無眞正眼欲進向何行

009_0794_a_20L次過客韻二首

009_0794_a_21L
夜恠淸燈結朝來見客廻

009_0794_a_22L尋眞遊古寺探勝步仙臺

009_0794_a_23L赤葉逢秋艶黃花浥露開

009_0794_a_24L題詩相贈處斜日照蒼苔(一)

009_0794_b_01L何處尋眞客     어디서 온 신선의 자취 찾는 객인가
穿林訪此廻     숲을 뚫고 이곳을 찾아 돌아왔구나.
留笻明鏡舍     명경의 집에 지팡이 멈추고
探景白花臺     백화의 누대에서 경치 더듬네.
山色因風轉     산빛은 바람 따라 바뀌고
泉聲得雨開     샘물 소리 비 내려 새롭구나.
歸程須好去     돌아가는 길 조심조심 살펴 가소
危路滑如苔    위태로운 길 이끼처럼 미끄럽다오.
오언배율五言排律
신 처사는 나의 방외의 벗이다. 이번 여행에서 남쪽으로부터 찾아와 두율 십운으로 화운하여 그의 뜻을 보이기에, 나는 그 시를 모방하여 졸렬함을 잊고 지어 주었다(申處士即余方外友也 今行自南而至 和杜律十韻以示其意 可掬忘拙奉酬)
處士曾逢話     처사를 만나 대화한 적 있었더니
而今又我堂     이제 또 내 집에서 대하게 되었네.
天寒歸北邑     날이 추울 때 북녘 읍으로 돌아가고
日暯過南梁     해 저물녘 남쪽의 다리를 지났네.
語吐百家竗     말은 백가의 묘한 것85)을 토하고
文含諸子香     문장은 제자의 향기86)를 머금었네.
山高松欝欝     산은 높아 소나무 울울하고
雪擁路茫茫     눈 덮인 길은 멀고 머네.
物外乾坤好     세속 밖의 천지는 좋기도 하구나
壺中日月光     선인의 별천지에 해와 달이 빛나네.
客宜留杖久     객은 지팡이를 오래 멈추고
僧可點茶長     스님은 차 마시기87)를 오래 하네.
面壁頻經歲     참선하면서 여러 해를 보내고
看棋屢換霜     바둑 두며 여러 번 해를 바꾸었네.
曇花金塔上     우담발화88)는 금탑 위에 피었고
桂樹玉流傍     계수나무는 옥류천 곁에 서 있네.
美矣君之會     아름다워라. 그대와의 만남은
實爲我所昂     진실로 내가 추앙하는 바라.
一場談笑意     같은 도량에서 담소하는 정취
浩刧豈相忘     몇 겁이 지난들 어찌 잊을까.
칠언절구七言絶句
완월당89)에게 부치다(寄翫月堂)
此山雖勝勝人絕   이 산 비록 명승이나 훌륭한 사람 오지 않더니
翫月如今自北來   완월당께서 지금 북으로부터 오셨네.
聞道對機多善巧   듣자니 근기에 대하여 공교롭게 대처한다90) 하니
方知東國有奇才   우리나라에 기이한 재주 있음을 비로소 알았네.
청ㆍ필 두 상인의 시에 차운하여 주다(次贈淸畢兩上人)
兩高禪客自南山   두 분의 높은 스님 남산으로부터 오니
雪衲麻衣又法冠   눈 속에 가사와 베옷 또 법관91)까지 썼네.
留笻欲聽玄中事   지팡이 멈추고 현묘한 법92)들으려 하니
偏喜重逢出世顏   세속을 벗어난 사람 거듭 만난 것 기쁘네.
삼가 원성93)의 단구 처사 시운에 차운하다(奉次原城丹丘處士)

009_0794_b_01L何處尋眞客穿林訪此廻

009_0794_b_02L留笻明鏡舍探景白花臺

009_0794_b_03L山色因風轉泉聲得雨開

009_0794_b_04L歸程須好去危路滑如苔(二)

009_0794_b_05L申處士即余方外友也今行自南
009_0794_b_06L而至和杜律十韻以示其意
009_0794_b_07L掬忘拙奉酬排律

009_0794_b_08L
處士曾逢話而今又我堂

009_0794_b_09L天寒歸北邑日暯過南梁

009_0794_b_10L語吐百家竗文含諸子香

009_0794_b_11L山高松欝欝雪擁路茫茫

009_0794_b_12L物外乾坤好壺中日月光

009_0794_b_13L客宜留杖久僧可點茶長

009_0794_b_14L面壁頻經歲看棋屢換霜

009_0794_b_15L曇花金塔上桂樹玉流傍

009_0794_b_16L美矣君之會實爲我所昂

009_0794_b_17L一場談笑意浩刧豈相忘

009_0794_b_18L寄翫月堂七絕

009_0794_b_19L
此山雖勝勝人絕翫月如今自北來

009_0794_b_20L聞道對機多善巧方知東國有奇才

009_0794_b_21L次贈淸畢兩上人

009_0794_b_22L
兩高禪客自南山雪衲麻衣又法冠

009_0794_b_23L留笻欲聽玄中事偏喜重逢出世顏

009_0794_b_24L奉次原城丹丘處士

009_0794_c_01L觀心觀佛林間禪   마음을 관하고 부처를 관하니 숲속의 선사요
樂水樂山物外仙   물과 산을 즐기는94) 세속 밖의 신선95)일세.
半日同遊論底事   반나절 함께 노닐며 무슨 일96)을 논했던가
花紅柳綠自春天   꽃 붉고 버들잎 푸르른 이 봄날97)
삼가 유 상사의 시운에 차운하다(謹次柳上舍)
仙客自何到講筵   신선 같은 객이 어디로부터 강연98)에 와
對論今古道相傳   마주해 고금에 도가 전해진 것 논하네.
空門語及淸虛派   불가99)의 이야기가 청허 대사 법맥에 미치니
羞吾浪得伯牙絃   부질없이 백아의 거문고100)얻은 것 부끄럽네.
백련동에서 폭포수를 구경하다(白蓮洞看瀑)
白蓮之洞瀑流奇   백련동 폭포의 물줄기 기이하고
石磴松蹊更絕奇   돌길과 솔숲 길 더욱 절경이라.
日暖風和花爛熳   따뜻한 날씨 온화한 바람에 꽃이 만발하니
時看仙客弄淸奇   자주 보겠네, 신선들 맑고 기이함 희롱함을.
여색을 경계하다(戒色)
外面飾以桃花妍   얼굴은 복사꽃처럼 예쁘게 꾸몄지만
皮內是何都是血   살갗 속은 어째서 온통 피로 가득한가.
禍甚於蛇人莫知   재앙이 뱀보다 심하건만 사람들은 모르니
幾令豪傑墮生滅   호걸들 몇이나 생멸에 떨어졌나.
우연히 읊다(偶吟)
境從心現似非空   경계101) 쫓아 마음 일어남에 공 아닌 것 같으나
心若不生境即空   만약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경계가 바로 공이라네.
又復覔心無處得   또다시 마음을 찾을 곳 없다는 것을 알아야
方知諸法本來空   바야흐로 모든 법이 본래 공임을 알리라.
유람하는 스님의 시에 차운하여 주다(次贈遊僧)
振錫毘盧雲作路   비로봉에 석장을 떨치자102)구름이 길을 만들고
燒香無竭月爲燈   법기보살에게 향을 올리니 달이 등불이 되었네.
莫嫌脚力疲勞甚   다리 힘 다하여 지친다고 싫증 내지 말게
天下人皆願一登   천하 사람 그 누구나 한번 오르기 원이라오.
방장산103)으로 가는 성 상인을 송별하며(送性上人之方丈)
爲求賢友南行去   어진 벗을 구하기 위해 남쪽으로 가니
大道玄微問向誰   대도는 현미한데 누구에게 물을까.
智異龍潭如得見   지리산의 용담104) 대사를 보게 된다면
當知嶺海有明師   영남의 바닷가에도 현명한 스승 있음을 알리라.
여 대사의 시축 시운에 차운하다(次如大師軸中韻)
湖南千里雲遊客   호남 땅 천 리 길 구름처럼 노니는 나그네
方自金剛萬瀑廻   금강산의 만폭동으로부터 막 돌아왔구려.
對坐同吟禪偈罷   마주 앉아 함께 게송 읊조리자마자
滿山花發道心開   온 산에 꽃 피고 도심조차 열리네.
청진당에 쓰다(題淸眞堂)

009_0794_c_01L
觀心觀佛林間禪樂水樂山物外仙

009_0794_c_02L半日同遊論底事花紅柳綠自春天

009_0794_c_03L謹次柳上舍

009_0794_c_04L
仙客自何到講筵對論今古道相傳

009_0794_c_05L空門語及淸虛派羞吾浪得伯牙絃

009_0794_c_06L白蓮洞看瀑

009_0794_c_07L
白蓮之洞瀑流奇石磴松蹊更絕奇

009_0794_c_08L日暖風和花爛熳時看仙客弄淸奇

009_0794_c_09L戒色

009_0794_c_10L
外面飾以桃花妍皮內是何都是血

009_0794_c_11L禍甚於蛇人莫知幾令豪傑墮生滅

009_0794_c_12L偶吟

009_0794_c_13L
境從心現似非空心若不生境即空

009_0794_c_14L又復覔心無處得方知諸法本來空

009_0794_c_15L次贈遊僧

009_0794_c_16L
振錫毘盧雲作路燒香無竭月爲燈

009_0794_c_17L莫嫌脚力疲勞甚天下人皆願一登

009_0794_c_18L送性上人之方丈

009_0794_c_19L
爲求賢友南行去大道玄微問向誰

009_0794_c_20L智異龍潭如得見當知嶺海有明師

009_0794_c_21L次如大師軸中韻

009_0794_c_22L
湖南千里雲遊客方自金剛萬瀑廻

009_0794_c_23L對坐同吟禪偈罷滿山花發道心開

009_0794_c_24L題淸眞堂

009_0795_a_01L不知何處是迷塵   모르겠네, 어느 곳이 미진의 세상105)인가
箇裏都無世俗人   이 속에는 도무지 세속의 사람 없네.
貝葉西來藏此閣   서쪽에서 온 패엽경106)이 이 당에 보존되니
天花亂墜護龍神   천화107)가 어지럽게 떨어지고 용신이 보호하네.
풍악산을 유람하려다 이루지 못하였다두 수(擬遊楓嶽未果二首)
海上蓬萊風景勝   바다 위 봉래산 풍치가 좋아
翫遊人客盡忘還   유람객들 모두 돌아가기를 잊었네.
障礙連綿身未到   장애가 계속되어 몸소 가지 못한 채
金剛敎典幾重看   금강의 법전을 몇 번이나 거듭 보았나? 하나
誰將削玉揷雲天   누가 옥을 깎아 구름 속 하늘에 꽂았나.
萬二奇峯屹屹然   만이천봉 기이한 모습 높고도 높구나.108)
今夏有期歸未得   금년 여름 기약 있었으나 가지 못했더니
愧聞遊客擾相傳   유람한 사람 희떱게 떠드는 말 듣기 부끄럽네.
백련동에서 삼가 수성 유수에게 올리다(白蓮洞奉水城明府)
蓬萊南麓白蓮洞   봉래산 남쪽 기슭 백련동 물길
曲曲淸溪瀉玉流   구비마다 맑은 시내 옥 같은 물 쏟아붓네.
郡界安閒無一事   온 군내 안온하고 한가해 무사하니
僧迎仙尉賞春遊   스님은 신선 골 원님 맞아 봄놀이 즐긴다오.
유람하는 나그네에게 보여 주다(示遊人)
探眞兩客快如鶻   진리를 찾는 두 나그네 새매 날 듯 호쾌하니
仰望諸人盡莫攀   여러 사람 우러러볼 뿐 아무도 따르지 못하네.109)
健步方尋楓嶽去   건장한 걸음 풍악산을 찾아가니
想應看處劫忘還   아마도 구경 후 돌아갈 마음 잊으리라.110)
위로하고자 다시 찾아온 환허장실에게 드리다(贈喚虛丈室以慰再訪)
對面要須着眼惺   대면해선 정신 차려서 바라보아야 하는 법
喜君今日再逢迎   오늘 그대와 다시 만남 기뻐하노라.
身心即是菩提樹   몸과 마음은 곧 보리수111)이니
法水霑時自有榮   법수112)에 젖을 때 절로 광영 있으리.
가을날 관찰사의 순행을 만나 삼가 한 수 지어 올리다(秋日遇道伯巡行謹呈一首)
春生秋殺理常然   봄에 소생하고 가을 조락은 당연한 이치,
葉落花開年復年   갈봄 잎 지고 꽃핌이야 해마다 그러하듯.
方伯好仁兼好義   감사께서는 인과 아울러 의를 좋아하셔서
擬揚斯道遍東天   사도113)를 드날리고자 동쪽 땅 두루 다니시네.
삼가 퇴어자114)에게 올리다휘는 진상이다(謹呈退漁子諱鎭商)
仙客如今招我師   신선 같은 객이 지금 우리 스승을 초대하니
雪峯當日對淸姿   설봉 스님은 당일 청아한 자태로 대하셨네.
老年尙喜看山水   노년에 오히려 산수 완상하기를 즐기시니
物外淸遊㝡是奇   세속 밖에서 청아한 산수 유람 가장 좋은 일이죠.
쾌인 상인의 귀향에 지어 주다(贈快忍上人還鄕)
邂逅相從歲不周   우연히 만나 종유한지 일 년도 못 되었으나
深情猶似十年遊   깊은 정 오히려 십 년을 함께 노닌 듯.

009_0795_a_01L
不知何處是迷塵箇裏都無世俗人

009_0795_a_02L貝葉西來藏此閣天花亂墜護龍神

009_0795_a_03L擬遊楓嶽未果二首

009_0795_a_04L
海上蓬萊風景勝翫遊人客盡忘還

009_0795_a_05L障礙連綿身未到金剛敎典幾重看(一)

009_0795_a_06L誰將削玉揷雲天萬二奇峯屹屹然

009_0795_a_07L今夏有期歸未得愧聞遊客擾相傳(二)

009_0795_a_08L白蓮洞奉水城明府

009_0795_a_09L
蓬萊南麓白蓮洞曲曲淸溪瀉玉流

009_0795_a_10L郡界安閒無一事僧迎仙尉賞春遊

009_0795_a_11L示遊人

009_0795_a_12L
探眞兩客快如鶻仰望諸人盡莫攀

009_0795_a_13L健步方尋楓嶽去想應看處刼忘還

009_0795_a_14L贈喚虛丈室以慰再訪

009_0795_a_15L
對面要須着眼惺喜君今日再逢迎

009_0795_a_16L身心即是菩提樹法水霑時自有榮

009_0795_a_17L秋日遇道伯巡行謹呈一首

009_0795_a_18L
春生秋殺理常然葉落花開年復年

009_0795_a_19L方伯好仁兼好義擬揚斯道遍東天

009_0795_a_20L謹呈退漁子諱鎭商

009_0795_a_21L
仙客如今招我師雪峯當日對淸姿

009_0795_a_22L老年尙喜看山水物外淸遊㝡是奇

009_0795_a_23L贈快忍上人還鄕

009_0795_a_24L
邂逅相從歲不周深情猶似十年遊

009_0795_b_01L今朝忽見還鄕去   오늘 아침 문득 고향으로 간다니
閉戶那堪送別愁   문 닫고 이별의 시름 어찌 견디리오.
저문 봄에 산행에 나서다(暯春出山行)
朝飛錫杖出雲烟   아침에 석장 날리며 구름 속을 나서니
松檜路連楊柳川   소나무 회나무 길 버들 내로 이어졌네.
十里長堤花爛熳   십 리 긴 둑길 꽃은 흐드러졌는데
回頭方覺淡蕩天   머리 돌려 바라보니 맑게 씻긴 하늘.
신 상인115) 운에 차운해 주다(次贈信上人)
從遊善友飽聞來   좋은 벗과 교유하신단116) 말 익히 들어 왔더니
對面無言可與開   마주하니 말없이도 마음을 열만하네.
偉矣信名非浪得   위대하도다, 진실된 이름 헛되이 얻었으랴.
喜今重會共徘徊   이제 거듭 만나 함께 노닐다니 기쁘다마다.
유람하는 객의 시에 차운하다(次遊客韻)
萬疊雲深一逕微   첩첩한 구름 속 한 가닥 오솔길
歸來仙笛隔林飛   돌아오니 신선 피리 숲 너머로 들리네.
寺僧迎入松門裏   도량의 스님 솔 문 안에서 맞아 주니
佳客淸遊世所稀   좋은 객의 청유117)세상에선 드문 일.
삼가 녹문의 이 정자118)에게 올리다형필이다(謹呈鹿門李正字衡弼)
誰吹玉笛入山來   누가 옥피리 불며 산문을 찾는가
出見鹿門仙客廻   나가 보니 녹문119)의 신선 오셨네.
對坐一塲談笑處   마주 앉아 한바탕 담소하는 곳에
十年懷抱盡情開   십 년의 회포 정을 다해 열리네.
어생이 보내온 시운에 차운하다(次於生來韵)
學士能知惜寸陰   학사가 촌음을 아낄 줄 알아
擬磨荊玉訪雲林   형산의 옥을 갈려 운림120)을 찾았네.
山窓對坐多閒寂   산창을 마주 앉아 한적함이 넘치는데
唱和新詩意味深   새로 시를 주고받음에 그 의미 깊고 깊네.
삼가 수성 수령의 ≺산에 노닐며≻를 차운하다(謹次水城明府遊山韻)
三春已去景猶多   봄날은 갔지만 좋은 경관은 도리어 많아
十里叢林萬點花   십 리 우거진 숲속 일만 떨기의 꽃일레라.
僧迎仙尉淸遊足   스님은 선객121)의 청아한 놀이에 흐뭇해
不覺西峯日欲斜   서쪽 봉우리 해 기우는 줄도 알지 못했네.
금강산을 향해 가다가 고진령을 지나며(向金剛山路過高津嶺)
平朝雲衲上西嶺   평일 아침에 가사 입고 서쪽 고개에 오르니
淡淡烟霞眼底濃   맑은 안개 눈 아래 짙게 펼쳐졌고
爛熳春花閒境界   흐드러진 봄꽃 한가롭게 피었는데
淸遊何必萬千峯   말갛게 노니는 일 하필 만이천봉이람.
이 수재122)의 시운에 차운해 주다(次贈李秀才)
秀才來訪坐相分   수재가 찾아와 자리 잡고 앉아
閒對靑山弄白雲   한가히 청산을 대해 백운을 희롱하네.

009_0795_b_01L今朝忽見還鄕去閉戶那堪送別愁

009_0795_b_02L暯春出山行

009_0795_b_03L
朝飛錫杖出雲烟松檜路連楊柳川

009_0795_b_04L十里長堤花爛熳回頭方覺淡蕩天

009_0795_b_05L次贈信上人

009_0795_b_06L
從遊善友飽聞來對面無言可與開

009_0795_b_07L偉矣信名非浪得喜今重會共徘徊

009_0795_b_08L次遊客韻

009_0795_b_09L
萬疊雲深一逕微歸來仙笛隔林飛

009_0795_b_10L寺僧迎入松門裏佳客淸遊世所稀

009_0795_b_11L謹呈鹿門李正字衡弼

009_0795_b_12L
誰吹玉笛入山來出見鹿門仙客廻

009_0795_b_13L對坐一塲談笑處十年懷抱盡情開

009_0795_b_14L次於生來韵

009_0795_b_15L
學士能知惜寸陰擬磨荊玉訪雲林

009_0795_b_16L山窓對坐多閒寂唱和新詩意味深

009_0795_b_17L謹次水城明府遊山韻

009_0795_b_18L
三春已去景猶多十里叢林萬點花

009_0795_b_19L僧迎仙尉淸遊足不覺西峯日欲斜

009_0795_b_20L向金剛山路過高津嶺

009_0795_b_21L
平朝雲衲上西嶺淡淡烟霞眼底濃

009_0795_b_22L爛熳春花閒境界淸遊何必萬千峯

009_0795_b_23L次贈李秀才

009_0795_b_24L
秀才來訪坐相分閒對靑山弄白雲

009_0795_c_01L莫詠新詩題示我   새로 시 지어 읊조리며 나에게 보이지 말게나
瓊琚欲報愧於君   좋은 시123)로 수답하기 부끄럽잖은가.
과객의 시운에 차운하다(次過客韻)
門掩千峯路不開   산문이 천봉에 가려 길도 열리지 않았거늘
客從何處踏花來   길손은 어디로부터 꽃을 밟고 왔는지.
詩囊澹泊惟裁錦   시 주머니 담박하여 비단을 마름질한 듯한데
自愧山人未出矣   산 사람은 좋은 시 내놓지 못해 부끄럽다네.
우연히 읊어 남에게 보이다세 수(偶吟示人三首)
金剛不壞爲誰失   금강불괴신124)을 무엇 때문에 잃어버리고서
業繫於身假衆緣   일신에 얽힌 업보 여러 인연에 가탁하는가.
莫以鈍機徒自屈   아둔한 기지로 헛되이 스스로 꺾이지 말라
從來眞性絕愚賢   본래 진성125)은 현우가 없는 법이라오. 하나
大道緃橫十字凝   대도는 종횡으로 뻗어 십자로 얽혔는데
中秋皎月未爲澄   중추의 밝은 달 맑지 아니한 듯 맑구나.
一般意味能知未   이 같은 맑은 의미 능히 아는가 모르는가
印可須依具眼僧   인가126)는 모름지기 안목을 갖춘 스님께 의뢰하느니.
此道由來觸處凝   이 도는 본디 스치는 곳에 엉기나니
明明正似水澄澄   밝고 밝기사 맑고 맑은 물과도 같네.
我今盡底談深竗   나는 이제 깊고 묘한 이치 다 말했으니
君亦天資近道僧   그대 역시 타고난 천품 도승에 가깝고말고.
삼가 현수 어른에게 올리다(謹呈峴叟)
迃軒職是靑雲士   우헌의 직분은 청운의 선비
外釋名爲白衲人   세상 밖 승려인 나는 백납의 사람.
今日相逢論底事   오늘 서로 만나 무슨 일127)을 논하는가
兩家行道但治身   두 집안의 도를 행함은 다만 몸 다스리는 일.
보타굴128) 벽에 쓰다(題寶陁窟壁上)
海岸奇庵創幾年   해안의 기이한 암자 세워진 지 몇 해인가.
五峯之下洛山前   오봉산 아래 낙산의 앞이로구나.
夜來欹枕凝香閣   밤이 되어 응향각서 베개에 기대 자니
石窟波聲撼客眠   석굴의 파도 소리 객의 잠을 흔드누나.
받들어 현산 박 명부129)에게 올리다휘는 필정130)이다(奉呈峴山朴明府諱弼正)
僧遊城市元非道   승려의 도시 출입은 본디 도가 아니요
官到山林更是稀   관리의 산사 출입 또한 드문 일이건만.
今會一塲如有約   자못 약속이나 있었던 듯 함께 자리해
對論儒釋共忘機   유ㆍ불을 논하며 서로 기심을 잊었네.
유람하는 사람의 시에 차운하다(次遊人韻)
笙聲一曲隔林出   한 곡조 피리 소리 숲속에서 들리더니
佳客三人入洞來   좋은 객 세 사람 골짜기로 들어오네.
閒對老僧談笑已   한가히 노스님과 담소할 뿐인가 싶더니
擬看仙境更登臺   선경을 보려나, 다시 대에 오르누나.
상서당에서(題想西堂)

009_0795_c_01L莫詠新詩題示我瓊琚欲報愧於君

009_0795_c_02L次過客韻

009_0795_c_03L
門掩千峯路不開客從何處踏花來

009_0795_c_04L詩囊澹泊惟裁錦自愧山人未出矣

009_0795_c_05L偶吟示人三首

009_0795_c_06L
金剛不壞爲誰失業繫於身假衆緣

009_0795_c_07L莫以鈍機徒自屈從來眞性絕愚賢(一)

009_0795_c_08L大道緃橫十字凝中秋皎月未爲澄

009_0795_c_09L一般意味能知未印可須依具眼僧(二)

009_0795_c_10L此道由來觸處凝明明正似水澄澄

009_0795_c_11L我今盡底談深竗君亦天資近道僧(三)

009_0795_c_12L謹呈峴叟

009_0795_c_13L
迃軒職是靑雲士外釋名爲白衲人

009_0795_c_14L今日相逢論底事兩家行道但治身

009_0795_c_15L題寶陁窟壁上

009_0795_c_16L
海岸奇庵創幾年五峯之下洛山前

009_0795_c_17L夜來欹枕凝香閣石窟波聲撼客眠

009_0795_c_18L奉呈峴山朴明府諱弼正

009_0795_c_19L
僧遊城市元非道官到山林更是稀

009_0795_c_20L今會一塲如有約對論儒釋共忘機

009_0795_c_21L次遊人韻

009_0795_c_22L
笙聲一曲隔林出佳客三人入洞來

009_0795_c_23L閒對老僧談笑已擬看仙境更登臺

009_0795_c_24L題想西堂

009_0796_a_01L極樂蓮坊豈遠㦲   극락 연방131)이 어찌 멀리 있으랴
唯心淨土面前開   유심132)의 정토가 눈앞에 펼쳐지네.
若云十萬八千里   만약 정토가 십만 팔천 리라고 한다면
自性如來誰喚來   자성의 여래는 누가 불러올 것인가.
향기로운 풀밭에서 조는 소(芳草睡牛)
昔被龍文畫采衣   옛날엔 용 무늬 채색옷 입었더니133)
時淸無處可宣威   시대가 좋아 위엄을 베풀 곳 없구나.
秪向平田芳草裏   다만 평평한 들판 봄풀 속에서
漫然閒臥睡依依   늘어지게 누워 여전히 잠만 자누나.
기내134) 혜 상인이 와서 도서135) 배우기를 마치고 즉시 돌아간다기에 게송 한 수를 써 주고 작별하다(圻內慧上人 來學都序畢 即時告辭 以一偈贈別)
聽罷圭山一曲聲   규봉 도서의 글을 다 들어 마치니
其間但得沒人情   그간에 다만 인정 없단 말만 들었네.
未能更說心中事   아직 마음속 일도 말하지 못했는데
爭示千山萬水行   어찌 천산 만 줄기 물이 가는 것을 보여 줄꼬.
순찰사가 절에 들어오다(巡使入寺)
兩廻巡察關東道   관동의 길에 두 번 와서 순찰하니
道內蒼生捴荷恩   도내의 창생들이 모두 은혜를 입었네.
今日幸臨乾鳳寺   오늘날 다행히 건봉사에 임하니
寺僧皆謂二天存   절의 스님들 모두 두 하늘136)이 있다 하네.
위천의 최 상사가 찾아 줌을 사례하여휘는 창적이다(謝渭川崔上舍來訪諱昌迪)
居士寒天匹馬至   차운 날씨에 필마 타고 오신 거사님
蓬萊洞裏喜相逢   기쁘게 맞았죠, 봉래 깊은 계곡에서.
來遊山寺緣何事   산사에 와 노니는 일 무엇 때문인가
無乃禪林訪道宗   선림에서 고승대덕 찾고자 하심이지.
태신 상인에게(泰信上人)
爲問上人何事來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 묻자니
雪山消息向余開   설악산 소식 내게 전해 주누나.
板閣暫遊還即別   판각에서 잠시 놀다 이별하니
松臺那得更徘徊   송대를 어찌 찾아 다시 노닐꼬.
삼가 이 상사께서 보내온 시운에 차운하다(謹次李上舍來韻)
多謝留情我老師   우리 노사께서 끼쳐 주신 정137) 감격스러운데
山窓幾見落新詩   산창138)으로 몇 차례나 새로운 시를 보내셨나.
句中有道花開節   시구 중에 꽃 피는 시절 말씀하셨으니
無乃明春再會期   내년 봄 꽃 필 때 다시 만나자는 기약이시리.
혜암에게 주다(贈慧庵)
無盡重重華藏界   중중무진139)한 연화장세계가
都盧只在此庵內   모두 다만 이 도량 안에 있다오.
肯把緣塵歸度量   어찌 세상의 인연으로 헤아릴 수 있을까
箇中元不容知解   원래 여기서는 알음알이를 용납지 않는 것을.

009_0796_a_01L
極樂蓮坊豈遠㦲唯心淨土面前開

009_0796_a_02L若云十萬八千里自性如來誰喚來

009_0796_a_03L芳草睡牛

009_0796_a_04L
昔被龍文畫采衣時淸無處可宣威

009_0796_a_05L秪向平田芳草裏漫然閒臥睡依依

009_0796_a_06L圻內慧上人來學都序畢即時
009_0796_a_07L告辭以一偈贈別

009_0796_a_08L
聽罷圭山一曲聲其間但得沒人情

009_0796_a_09L未能更說心中事爭示千山萬水行

009_0796_a_10L巡使入寺

009_0796_a_11L
兩廻巡察關東道道內蒼生捴荷恩

009_0796_a_12L今日幸臨乾鳳寺寺僧皆謂二天存

009_0796_a_13L謝渭川崔上舍來訪諱昌迪

009_0796_a_14L
居士寒天匹馬至蓬萊洞裏喜相逢

009_0796_a_15L來遊山寺緣何事無乃禪林訪道宗

009_0796_a_16L泰信上人

009_0796_a_17L
爲問上人何事來雪山消息向余開

009_0796_a_18L板閣暫遊還即別松臺那得更徘徊

009_0796_a_19L謹次李上舍來韻

009_0796_a_20L
多謝留情我老師山窓幾見落新詩

009_0796_a_21L句中有道花開節無乃明春再會期

009_0796_a_22L贈慧庵

009_0796_a_23L
無盡重重華藏界都盧只在此庵內

009_0796_a_24L肯把緣塵歸度量箇中元不容知解

009_0796_b_01L
계당 이 상사에게 드리다휘는 형철이다. 두 수(奉桂塘李上舍諱衡喆二首)
爲看老釋入松溪   늙은 스님 보기 위해 송계로 들어오니
花雨諸天日欲西   제천이 꽃비를 내리고 서녘 하늘 해 지려 하네.
麾麈談玄消永晝   불자140)에 현묘한 담론 긴 해 다 갔으니
誰言儒佛有高低   누가 유ㆍ불에 높낮이 있다 하는가. 하나
笑別何須過虎溪   웃으며 나눈 작별 어찌 꼭 호계141)여야 하리오.
遊人此日各東西   유람하는 사람 이날 각각 동서로 향하네.
新詩寫罷情無盡   새 시를 수답하고 일어설 제, 정은 다함없으나
還愧山僧口氣低   산승의 문기가 높지 못해 도리어 부끄러울 뿐.
대활 상인의 시운에 차운하여 주다(次贈大濶上人)
遠遊南土已多年   멀리 남쪽 땅에 유람한 지 이미 여러 해인데
幾遇明師結勝緣   몇 번이나 눈 밝은 스승 만나 좋은 인연 맺었나.
末後來叅如我拙   마지막으로 나처럼 졸렬한 이에게 와 참학하니
問君無乃學安禪   그대는 안선142)을 배우지 않으려는가.
직과 웅 두 스님이 풍악 유람길에 지나다 비에 막혀 머물다(直雄兩禪遊楓嶽過此滯雨)
數間蘭若萬松圍   두어 칸 승방143) 소나무가 에웠는데
烟雨晦冥晝掩扉   안개비 침침하고 한낮에도 사립문 닫혔다오.
南客留笻歸不得   남녘 객 지팡이 세워 두고 돌아가지 못하니
夢魂應向雪山飛   꿈은 응당 설산을 향해 내달으리.
우연히 읊다(偶吟)
身着染衣心不染   몸은 물든 옷을 입었지만 마음은 물들지 않아
世間財利愧無廉   세상 물욕으로부터 청렴치 못할까 부끄럽다오.
何當鍊得成三德   어찌하면 연마하여 삼덕144)을 이룰 수 있을까
百歲光陰半已淹   백 년의 세월 이미 반이나 지났구려.
과객의 시운에 차운하다(次過客韵)
淸音一曲客能賞   맑은 소리 한 곡조 감상하는 길손
無乃書生是子期   그대 서생은 종자기145)가 아닌가.
半日同遊酬唱罷   반나절 같이 놀며 수작이 끝나니
東林好月上高枝   동쪽 숲 고운 달 가지 위로 오르네.
탄준 화상 만장(輓坦俊和尙)
十年同社相親友   십 년을 한 도량에서 함께 친한 벗인데
一夕登空杳杳歸   하룻밤 하늘에 올라 아득히 돌아가시네.
世外逍遙何處是   세상 밖 어느 곳에서 소요하시는가.
碧蓮坮上▣雲微 벽련대 위엔 흰 구름146)만 두둥실
우 상인에게 주다(贈祐上人)
欲聽玄談訪我來   현묘한 말147)을 듣고자 나를 찾아오니
故將蓮偈爲君開   짐짓 연화 게송148)을 그댈 위해 열었네.
秀眉淸髓超常類   빼어난 눈썹 맑은 몸매 여느 사람과 다르니
禪敎應爲四衆推   선과 교에서 사부대중 추천 받으리.
과객의 시운에 차운해 주다두 수(次贈過客二首)

009_0796_b_01L奉桂塘李上舍諱衡喆二首

009_0796_b_02L
爲看老釋入松溪花雨諸天日欲西

009_0796_b_03L麾麈談玄消永晝誰言儒佛有高低(一)

009_0796_b_04L笑別何須過虎溪遊人此日各東西

009_0796_b_05L新詩寫罷情無盡還愧山僧口氣低(二)

009_0796_b_06L次贈大濶上人

009_0796_b_07L
遠遊南土已多年幾遇明師結勝緣

009_0796_b_08L末後來叅如我拙問君無乃學安禪

009_0796_b_09L直雄兩禪遊楓嶽過此滯雨

009_0796_b_10L
數間蘭若萬松圍烟雨晦冥晝掩扉

009_0796_b_11L南客留笻歸不得夢魂應向雪山飛

009_0796_b_12L偶吟

009_0796_b_13L
身着染衣心不染世間財利愧無廉

009_0796_b_14L何當鍊得成三德百歲光陰半已淹

009_0796_b_15L次過客韵

009_0796_b_16L
淸音一曲客能賞無乃書生是子期

009_0796_b_17L半日同遊酬唱罷東林好月上高枝

009_0796_b_18L輓坦俊和尙

009_0796_b_19L
十年同社相親友一夕登空杳杳歸

009_0796_b_20L世外逍遙何處是碧蓮坮上▣雲微

009_0796_b_21L贈祐上人

009_0796_b_22L
欲聽玄談訪我來故將蓮偈爲君開

009_0796_b_23L秀眉淸髓超常類禪敎應爲四衆推

009_0796_b_24L次贈過客二首

009_0796_c_01L何處淵明訪遠澄   어느 곳에서 도연명이 혜원의 수행처를 찾는지
隔林歸笛入雲層   숲속에 돌아가는 피리 소리 구름 속에 사라지네.
奉迎安養高樓上   안양국의 높은 누각에서 받들어 맞이함을
先問淸眞老衲僧   청진각의 노납자에게 먼저 묻네. 하나
海仙淸趣看山廻   바다 신선의 맑은 취미 산을 보고 돌아오니
玉笛穿雲洞裏開   옥피리 소리 구름 뚫고 계곡 속에 들려오네.
步出松門迎入院   소나무 사립을 걸어 나가 절 안으로 맞이하여
談詩說偈好情來   시를 읊고 게송을 나누니 좋은 정 생기네.
또 우 상인에게 주다(又贈祐上人)
何處上人負笈來   어느 곳 스님이 책을 지고 왔는가.
講筵相對好顏開   강연에서 마주하여 빙그레 웃음짓네.
知君向道誠心切   그대는 도를 향한 성심이 간절한데
盍把金文盡底推   어찌하여 경전을 잡고 파고들지 않는가.
백련동 구절폭포(白蓮洞九節瀑)
九節淸流曲曲飛   아홉 구비 맑은 물 굽이굽이 흘러내리니
人言此景嶺東稀   사람마다 이 같은 경관 영동에 제일이라네.
咫尺難分人語響   사람의 말소리 지척에서도 분별할 수 없어
是非聲絕頓忘歸   시비의 소리 오지 않아 문득 돌아갈 줄 모른다네.
건봉사 팔상전 벽에 쓰다(題乾鳳寺八相殿壁上)
衆香南麓一支斜   중향국 남쪽 기슭 한 자락 빗긴 곳
玉洞幽深設梵家   옥동의 그윽한 터에 도량을 지었네.
金仙道德最高勝   부처님의 도덕은 가장 높고 뛰어남에
自有諸天常護呵   절로 제천149)이 있어 늘 호가하시네.
김 수재에게 써 보이다(示金秀才)
眉秀碧如柳葉新   수려한 푸른 눈썹 버들잎 새순 같고
氣和常見四時春   온화한 기품 언제나 사시의 봄기운인데.
相逢數日聯襟語   며칠 동안 옷깃을 대하고 이야기하자니
情熟依俙舊識人   정들어 예전부터 알던 사람 같네.
청진각에서 밤에 읊다(淸眞閣夜吟)
獨坐禪窓夜已深   선방에 홀로 앉아 있자니 밤은 이미 깊었는데
諸緣頓息對前岑   일체의 인연 모두 잊고 앞 산봉을 대하였네.
端身正意知何事   몸 단정히 하고 뜻 바로 함은 무엇 때문인가.
只恐居常昧本心   다만 일상150)에 본심이 흐려질까 두려워함이라네.
해바라기 꽃(葵花)
立立葵花點點紅   다복다복 해바라기 꽃 점점이 붉어
對人含笑動微風   사람 대해 웃음 짓자 미풍이 불어오네.
默然觀物兼觀我   가만히 꽃을 보다 나를 보자니
物我雖殊性則同   나와 물건이 비록 다르나 성품은 같구나.
구름을 보다(看雲)
一片浮雲化作峯   한 조각 뜬구름 봉우리로 변하더니
少焉還散夕陽風   석양 바람에 어느새 흩어지네.

009_0796_c_01L
何處淵明訪遠澄隔林歸笛入雲層

009_0796_c_02L奉迎安養高樓上先問淸眞老衲僧(一)

009_0796_c_03L海仙淸趣看山廻玉笛穿雲洞裏開

009_0796_c_04L步出松門迎入院談詩說偈好情來(二)

009_0796_c_05L又贈祐上人

009_0796_c_06L
何處上人負笈來講筵相對好顏開

009_0796_c_07L知君向道誠心切盍把金文盡底推

009_0796_c_08L白蓮洞九節瀑

009_0796_c_09L
九節淸流曲曲飛人言此景嶺東稀

009_0796_c_10L咫尺難分人語響是非聲絕頓忘歸

009_0796_c_11L題乾鳳寺八相殿壁上

009_0796_c_12L
衆香南麓一支斜玉洞幽深設梵家

009_0796_c_13L金仙道德最高勝自有諸天常護呵

009_0796_c_14L示金秀才

009_0796_c_15L
眉秀碧如柳葉新氣和常見四時春

009_0796_c_16L相逢數日聯襟語情熟依俙舊識人

009_0796_c_17L淸眞閣夜吟

009_0796_c_18L
獨坐禪窓夜已深諸緣頓息對前岑

009_0796_c_19L端身正意知何事只恐居常昧本心

009_0796_c_20L葵花

009_0796_c_21L
立立葵花點點紅對人含笑動微風

009_0796_c_22L默然觀䈦兼觀我物我雖殊性則同

009_0796_c_23L看雲

009_0796_c_24L
一片浮雲化作峯少焉還散夕陽風

009_0797_a_01L蕩然惟見淸空在   탁 트여 다만 맑은 하늘만 보이더니
忽爾無心起碧松   갑자기 무심타가 푸른 솔 일으키네.
백화암에서 우연히 읊다(白花庵偶吟)
長年不出此雲林   오랫동안 이 운림을 나가지 않으니
碧草萋萋道路深   푸른 풀 우북 자라 길이 묻혔구나.
貝葉常翻今已老   불경 넘기다가 이제 이미 늙었으니
幾勞數寶費光陰   그 얼마나 남의 보배 헤아리며 세월 보냈나.
저물녘에 사람을 기다리며두 수(日暮待人二首)
瞑鳥自知棲息飛   어둠 속 새도 제냥 둥지로 날 줄 아는데
雲蹤何事絕來歸   구름 같은 자취 어쩌자고 오고 감을 끊었나.
賢章聖敎無人解   성현의 가르침, 현자의 장구를 아는 이 적어
山逕苔深客到稀   산길엔 이끼만 깊고 찾는 사람 드물구나. 하나
天際孤雲欲盡飛   하늘 가 외론 구름 다 날고자 하는데,
渡頭回首待人歸   나루에서 머리 돌려 돌아올 사람 기다리네.
枕虛睡了窓前月   창 앞 달빛에 허공을 베고 잠이 드니
無限松風夢亦稀   가없는 솔바람 소리 꿈마저 희미하네.
회포를 쓰다(述懷)
自少看經道尙遙   젊어서부터 불경을 보았지만 도는 오히려 멀고
凡心進退一如潮   범부 마음의 진퇴는 조수와 똑같네.
何當斷盡諸煩惱   어떻게 하고많은 번뇌를 모두 끊어 없애서
早使明燈照寂寥   서둘러 등불 밝혀 하여금 적적함을 비추게 하려나.
수성에서 일출을 구경하다(水城看海日)
曉鍾聲罷上高樓   새벽 종소리 파하자 높은 누대 오르니
海日看來最勝遊   바다에서 보는 일출 가장 장관이라.
本地光明天際色   본바탕 밝은 빛이 하늘가 빛깔인데
水城遐眺即瀛洲   물의 나라 멀리 보면 바로 신선의 고장
우연히 읊다(偶吟)
十年養拙蓬萊東   십 년간 봉래의 동녘에서 하찮은 몸 수양하며
每日常觀色即空   나날이 관151)하는 건 색즉시공152)이로세.
若把緣心求實相   만약 사물에 얽매인 마음으로 실상을 구하려 한다면
誰知萬法是圓通   누가 만 가지의 법이 원통153)한 것을 알리오.
돈능 화상 만장(輓頓能和尙)
金文讀罷懶開窓   불경을 다 읽고 나른히 창을 여니
夢外臯音鳥一雙   새 한 쌍이 뜻밖의 부음154)을 전하네.
除是生離死別處   다만 생과 사로 이별하는 곳에
魂隨雲影向前江   넋은 구름 따라 앞 강을 향해 가누나.
달밤에 우연히 읊다(月夜偶吟)
夏夜山樓入㝎時   여름밤 산루에서 선정에 들 때155),
風淸月白可吟詩   맑은 바람 밝은 달 시를 읊을 만했지.
此樂誠堪逾我分   이 즐거움 진실로 나의 분수에 넘나니
高堂況侍老禪師   높은 도량에서 항차 노선사 모심에랴.

009_0797_a_01L蕩然惟見淸空在忽爾無心起碧松

009_0797_a_02L白花庵偶吟

009_0797_a_03L
長年不出此雲林碧草萋萋道路深

009_0797_a_04L貝葉常翻今已老幾勞數寶費光陰

009_0797_a_05L日暮待人二首

009_0797_a_06L
瞑鳥自知棲息飛雲蹤何事絕來歸

009_0797_a_07L賢章聖敎無人解山逕苔深客到稀(一)

009_0797_a_08L天際孤雲欲盡飛渡頭回首待人歸

009_0797_a_09L枕虛睡了窓前月無限松風夢亦稀(二)

009_0797_a_10L述懷

009_0797_a_11L
自少看經道尙遙凡心進退一如潮

009_0797_a_12L何當斷盡諸煩惱早使明燈照寂寥

009_0797_a_13L水城看海日

009_0797_a_14L
曉鍾聲罷上高樓海日看來最勝遊

009_0797_a_15L本地光明天際色水城遐眺即瀛洲

009_0797_a_16L偶吟

009_0797_a_17L
十年養拙蓬萊東每日常觀色即空

009_0797_a_18L若把緣心求實相誰知萬法是圓通

009_0797_a_19L輓頓能和尙

009_0797_a_20L
金文讀罷懶開窓夢外臯音鳥一雙

009_0797_a_21L除是生離死別處魂隨雲影向前江

009_0797_a_22L月夜偶吟

009_0797_a_23L
夏夜山樓入㝎時風淸月白可吟詩

009_0797_a_24L此樂誠堪逾我分高堂況侍老禪師

009_0797_b_01L
비 온 뒤에 우연히 읊다(雨後偶吟)
泉石冷冷雨霽初   돌샘은 상큼하고 비는 막 개었는데
風光浩浩筆難書   풍광은 호한하여 붓으로 쓰기 어렵네.
此中靈境重玄處   이 가운데 신령하고 현묘한 곳은
雖在人間亦淨居   비록 세속이나 정거천156)과 같다오.
강을 마치고 우연히 짓다(講罷偶成)
誰能透得趙州無   누가 능히 조주 무자157)를 터득할까
須是軒天大丈夫   모름지기 이는 천하대장부일레라.
咄咄平生空費日   쯧쯧, 한평생 공연히 세월만 허비하며
數他珍寶昧衣珠   다른 보물은 세면서 옷 안의 보배158)엔 어두웠구려.
정든 벗을 송별하다(送別情友)
相送故人過石溪   친구를 송별함에 석계를 지나
渡頭分手各東西   나루에서 각각 동서로 작별하고.
雨中飛錫歸何處   빗속에 석장 날리며 어디로 갔나
數疊靑山海外低   몇몇 푸른 산 바닷가에 가뭇가뭇.
빗속에 밤 피리 소리를 듣다(雨中聞夜笛)
雨中長笛暗飛新   빗속에 긴 젓대 어둠 속에 들리는데
何處高樓有此人   어느 곳 높은 누각에 이 사람 있는가.
靜夜松窓聞白雪   고요한 밤 소나무 창 아래 백설 곡조159) 들으니
淸凉頓滌客愁塵   맑고 시원하여 갑자기 속세의 근심 잊었네.
산사의 이른 가을두 수(山堂早秋二首)
烟雲乍捲綠陰幽   안개구름 걷히자 녹음은 그윽한데
一葉梧桐七月秋   한 오동잎 칠월 가을소리로다.
野客來言新稻熟   농부가 와 올벼 익었다고 말하자
山僧始起乞粮愁   스님은 비로소 식량 빌 시름일레. 하나
雲盡水窮意味幽   구름도 물도 다한 곳에 객의 마음 그윽하고
風淸月白滿園秋   맑은 바람 밝은 달은 가을빛 동산에 가득하네.
門前碧樹微凉動   문 앞의 푸른 나무 서늘한 기운 움직이니
還使無衣病衲愁   도리어 가난한 병든 스님 걱정되네.
칠석七夕
牽牛何事會于天   견우는 무슨 일로 하늘에서 만나자 하였나.
織女由來是古仙   직녀는 원래 옛날의 신선일세.
幾處叢林治道路   어느 곳 총림에서 큰 도업의 길을 닦는가.
銀河今日鵲橋先   오늘은 은하에서 오작교 서두르겠지.
고승이 선정에 들다(高僧入㝎)
物外蓬壺別有天   세속 밖 봉래산160) 별천지가 있어
老僧閒坐晝常眠   노스님 한가히 앉아 한낮에도 늘 조시지.
含花百鳥歸何處   꽃을 문 온갖 산새 어디로 갔는가
不動身心大寂禪   심신을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 선정에 들었구나.
고승이 출정161)하다(高僧出㝎)

009_0797_b_01L雨後偶吟

009_0797_b_02L
泉石冷冷雨霽初風光浩浩筆難書

009_0797_b_03L此中靈境重玄處雖在人間亦淨居

009_0797_b_04L講罷偶成

009_0797_b_05L
誰能透得趙州無須是軒天大丈夫

009_0797_b_06L咄咄平生空費日數他珍寶昧衣珠

009_0797_b_07L送別情友

009_0797_b_08L
相送故人過石溪渡頭分手各東西

009_0797_b_09L雨中飛錫歸何處數疊靑山海外低

009_0797_b_10L雨中聞夜笛

009_0797_b_11L
雨中長笛暗飛新何處高樓有此人

009_0797_b_12L靜夜松窓聞白雪淸凉頓滌客愁塵

009_0797_b_13L山堂早秋二首

009_0797_b_14L
烟雲乍捲綠陰幽一葉梧桐七月秋

009_0797_b_15L野客來言新稻熟山僧始起乞粮愁(一)

009_0797_b_16L雲盡水窮意味幽風淸月白滿園秋

009_0797_b_17L門前碧樹微凉動還使無衣病衲愁(二)

009_0797_b_18L七夕

009_0797_b_19L
牽牛何事會于天織女由來是古仙

009_0797_b_20L幾處叢林治道路銀河今日鵲橋先

009_0797_b_21L高僧入㝎

009_0797_b_22L
物外蓬壺別有天老僧閒坐晝常眠

009_0797_b_23L含花百鳥歸何處不動身心大寂禪

009_0797_b_24L高僧出㝎

009_0797_c_01L結夏安居幾用工   하안거 결재에 공력을 얼마나 썼던가
惺惺著意大疑中   큰 의심 가운데 성성하게 생각 집중했네.
西風忽起庭前樹   서풍이 홀연히 뜰 앞 나무에 일면
隻鶴高飛萬里空   만 리 허공에 외로이 나는 백학.
가을밤에 달구경 하다(秋夜翫月)
秋夜山窓對月明   가을밤 산창에서 밝은 달 대하니
襟懷灑落出常情   마음은 깨끗하여 속세의 정 아닐세.
因知昔日南泉老   알겠노라, 옛날 남전162) 노인
拂袖高風萬古淸   소매에 떨치는 고상한 풍취 만고에 맑았음을.
송별送別
遠人歸路又逢秋   먼 곳 손님 가는 길에 또 가을을 만났네
三昧難成意緖悠   삼매163)는 이루기 어렵고 뜻만 멀어져.
步出溪頭相送處   걸어 시냇가에서 서로 작별하는 곳
白雲蒼樹共含愁   흰 구름 푸른 나무 함께 근심 머금은 듯.
과객의 시운에 차운하여 주다두 수(次贈過客二首)
洛城佳客訪名區   서울 길손이 이름난 지역 찾아오니
處處山光面面秋   곳곳마다 좋은 산색 면면이 가을일세.
何幸暫時相奉話   얼마나 다행인가, 잠시나마 담소하며
一塲酬唱即仙遊   한바탕 수창하니 이가 곧 신선놀음일세. 하나
臺高石老洛伽陲   높은 대 늙은 돌 낙가산 아래
碧海紅輪可翫時   푸른 바다 뜨는 해 완상할 만한 때일세.
眼界虛明天遠大   눈앞이 탁 트여 하늘은 멀리 연하고
五峯黃葉墮踈枝   오봉산 단풍잎 성긴 가지에서 떨어지네.
빈양 이 처사의 시운에 차운해 부치다(次寄賓陽李處士)
一軸新詩落遠風   한 축의 새로운 시 먼 곳에서 오니
老僧文采愧支公   늙은 중의 문채는 지공164)에 부끄럽네.
他時若發淸遊興   다른 날 만일 맑아하게 놀 흥취 있으면
須趁蓬山看赤楓   모름지기 봉래산에 와서 단풍을 보게나.
사호165)를 읊다(詠四皓)
超塵四皓孰能攀   세속을 초월한 사호를 누가 받들어 잡을까만.
胡奈靑宮有徃還   어찌 청궁166)에 가고 온 일 있는가.
古事何論眞與假   무엇하러 옛일의 참과 거짓을 논할까마는
是非亦合洗商山   시비는 상산을 씻어버림이 합당하네.
회균 선자와 귀봉 스님을 송별하다(送會均禪子歸奉師)
入苦偏嫌惜別離   고해에 들어가면 이별의 정 싫어지니
況於他日更難期   항차 후일 기약이란 더욱 어렵다네.
雖然聚散由來事   그러나 만나고 흩어짐은 예사로운 일
歸去慇懃好奉師   돌아가거든 정성 다해 스승들 잘 모시게.
석임167) 상인이 관북으로 감을 송별하다(送釋稔上人之關北)
遠客來遊寂寞濱   먼 곳 객이 이 적막한 물가에 와 놀며
不知年盡又逢春   해 다 가고 새봄 온 것도 알지 못했지.

009_0797_c_01L
結夏安居幾用工惺惺著意大疑中

009_0797_c_02L西風忽起庭前樹隻鶴高飛萬里空

009_0797_c_03L秋夜翫月

009_0797_c_04L
秋夜山窓對月明襟懷灑落出常情

009_0797_c_05L因知昔日南泉老拂袖高風萬古淸

009_0797_c_06L送別

009_0797_c_07L
遠人歸路又逢秋三昧難成意緖悠

009_0797_c_08L步出溪頭相送處白雲蒼樹共含愁

009_0797_c_09L次贈過客二首

009_0797_c_10L
洛城佳客訪名區處處山光面面秋

009_0797_c_11L何幸暫時相奉話一塲酬唱即仙遊(一)

009_0797_c_12L臺高石老濑伽陲碧海紅輪可翫時

009_0797_c_13L眼界虛明天遠大五峯黃葉墮踈枝(二)

009_0797_c_14L次寄賓陽李處士

009_0797_c_15L
一軸新詩落遠風老僧文采愧支公

009_0797_c_16L他時若發淸遊興須趨蓬山看赤楓

009_0797_c_17L詠四皓

009_0797_c_18L
超塵四皓孰能攀胡奈靑宮有徃還

009_0797_c_19L古事何論眞與假是非亦合洗商山

009_0797_c_20L送會均禪子歸奉師

009_0797_c_21L
入苦偏嫌惜別離況於他日更難期

009_0797_c_22L雖然聚散由來事歸去慇懃好奉師

009_0797_c_23L送釋稔上人之關北

009_0797_c_24L
遠客來遊寂寞濱不知年盡又逢春

009_0798_a_01L那堪此日還相別   오늘 작별의 서운함 어찌 견디랴.
杳杳天涯獨去人   아득한 하늘가에 홀로 가는 사람일세.
그윽한 거처(幽居)
蓬山自是好林泉   봉래산은 제냥 좋은 산수인데
仙洞烟霞物外天   선유동 경치는 세속 밖의 별천지라.
貝葉常翻花雨裏   꽃비 내리는 속에 항상 경전 넘기니
龍神呵護寺門前   용신은 절의 문 앞에 와서 가호하시네.
어떤 사람의 만장두 수(輓人二首)
誰言七十古來稀   누가 칠십의 나이 예부터 드물다168) 했나.
百歲光陰似鳥飛   백 년 세월 나는 새처럼 빠르구려.
冥路杳茫何處去   저승길 아득한데 어디로 가는가.
寒林月色獨依依   차가운 숲엔 달빛만 희미하여라. 하나
縠穿飛雀示無常   비단 뚫고 날아오르는 참새169) 무상함을 보이니
五十春光一夢塲   오십 년의 봄빛은 한바탕 꿈이었네.
箇裏須知眞實在   이중에 진실함이 있음을 알지니
隻輪雙樹半猶光   외족 수레바퀴 사라쌍수170) 가운데 마땅히 빛나리.
삼가 녹문 이 생원과 이별하다휘는 형백이다(奉別鹿門李生員諱衡白)
範儀重奉是何緣   훌륭한 범절 거듭 모시니 이 무슨 인연
別後光陰忽數年   이별한 뒤 세월 문득 수년일세.
更有明朝還解手   내일 아침 다시 헤어질 터이니
那堪離恨轉悽然   어찌 견디랴, 처연한 이별의 한을.
오언절구五言絶句
윤파 장로의 시축 운에 차운하다次潤波長老軸中韻五絕
半歲從遊樂     반년 동안 함께 노닐던 즐거움
一言見道心     한마디 말에도 도심이 드러났지.
羨君眞業厚     그대의 참된 업행 후함이 부러웠고
愧我妄緣深     나의 허망한 인연 깊음 스스러웠지.
대엽 상인의 시를 차운해 주다次贈大曄上人
衲子同兄弟     스님171)들이야 형제 같지만
惟師別是親     오직 대사와는 유독 친근했지.
別離皆可惜     누구나 이별은 서럽다지만
尤惜遠歸人     멀리 가는 사람 더욱 애석하네.
이른 가을에 회포를 쓰다(早秋書情)
桐葉看初落     오동잎 막 지는 걸 보고 나니
蟬聲聽益淸     매미 소리 더욱 맑게 들리는 듯.
此身空漸老     이 몸 부질없이 점점 늙어만 가니
自愧出家情     수도자의 정회172) 제냥 부끄러워라.
우연히 읊다(偶吟)
綠水元無綠     푸른 물은 본디 푸른 것 아니요
靑山亦不靑     푸른 산 역시 푸른 것이 아니네.173)
松風非是韻     솔바람이 울림이 아니거니
鶴唳豈曾聲     학의 울음이 어찌 소리일까나.

009_0798_a_01L那堪此日還相別杳杳天涯獨去人

009_0798_a_02L幽居

009_0798_a_03L
蓬山自是好林泉仙洞烟霞物外天

009_0798_a_04L貝葉常翻花雨裏龍神呵護寺門前

009_0798_a_05L輓人二首

009_0798_a_06L
誰言七十古來稀百歲光陰似鳥飛

009_0798_a_07L冥路杳茫何處去寒林月色獨依依(一)

009_0798_a_08L縠穿飛雀示無常五十春光一夢塲

009_0798_a_09L箇裏須知眞實在隻輪雙樹半猶光(二)

009_0798_a_10L奉別鹿門李生員諱衡白

009_0798_a_11L
範儀重奉是何緣別後光陰忽數年

009_0798_a_12L更有明朝還解手那堪離恨轉悽然

009_0798_a_13L次潤波長老軸中韻五絕

009_0798_a_14L
半歲從遊樂一言見道心

009_0798_a_15L羨君眞業厚愧我妄緣深

009_0798_a_16L次贈大曄上人

009_0798_a_17L
衲子同兄弟惟師別是親

009_0798_a_18L別離皆可惜尤惜遠歸人

009_0798_a_19L早秋書情

009_0798_a_20L
桐葉看初落蟬聲聽益淸

009_0798_a_21L此身空漸老自愧出家情

009_0798_a_22L偶吟

009_0798_a_23L
綠水元無綠靑山亦不靑

009_0798_a_24L松風非是韻鶴唳豈曾聲

009_0798_b_01L
봉암鳳巖
鳳巖高百尺     봉암은 높이가 백 척인데
下有一孤庵     그 아래 한 외로운 암자 있네.
天長雲歛盡     높은 하늘 구름 다 걷히니
巨海在東南     넓은 바다 동남녘에 있구나.
어느 사람의 만장(輓人)
年纔五十八     나이는 겨우 쉰하고 여덟에
厭世乘雲歸     세상 싫다고 구름 타고 가네.
歸去一何速     가기는 어찌 이리 서두르는가
雙林暮雨時     입적에 저문 비 흩뿌리네.
유람하는 객의 시운을 차운하다(次遊客韻)
君是洛陽客     그대는 서울 나그네
我爲畿內僧     나는 기내의 승려라.
邂逅談詩好     우연히 시로 좋이 담론하니
如何見未曾     안타깝소, 어찌 이제야 만났담.
혜 대사께서 건봉사 주지가 됨에 시로써 위로하다(慧大師爲乾鳳住持以詩相慰)
雪山曾識面     설악산에서 일찍이 얼굴 알았고
楓嶽又分床     금강산에서 다시 작별하였지.
多謝白雲舍     흰 구름 뜬 절의 주지됨을 축하하니
聯襟度歲光     옷깃을 연하여 함께 세월을 보내세.
망고대에 오르다(登望高臺)
暮宿長安寺     저물어 장안사에서 묵고
朝尋地藏庵     아침에 지장암을 찾았네.
登高移步上     걸음을 재촉해 높이 오르니
看盡未看巖     기괴한 바위174) 싫도록 보았네.
우연히 읊다두 수(偶吟二首)
法財多所得     법재175)는 얻는 것 많아
應唾世間珎     세상에서 보배라 일컫지.
今日方一笑     오늘 바야흐로 한번 웃으니
淸談道味新    청담의 도 맛이 새롭구나. 하나
鴈守含蘆戒     기러기는 갈댓잎 무는 계 지키고176)
鳳持避粟廉     봉황은 곡식을 먹지 않는177) 청렴을 지녔지.
所嗟人不若     안타까워라, 중생은 이 같지 못해
長在醉中淹    오래도록 취중에 잠겨 있구나.
운봉에게 보이다(示雲峰)
慈雲垂密密     자애로운 구름 자욱이 드리우고
甘露灑濛濛     달콤한 이슬 흥건히 씻은 듯한데
箇中閒曠界     이러한 중 한가하고 넓은 세계에
蒼翠揷層峯     푸르고 푸른 많은 봉우리 우뚝하구나.
연파의 시운을 차운하다(次蓮坡韻)

009_0798_b_01L鳳巖

009_0798_b_02L
鳳巖高百尺下有一孤庵

009_0798_b_03L天長雲歛盡巨海在東南

009_0798_b_04L輓人

009_0798_b_05L
年纔五十八厭世乘雲歸

009_0798_b_06L歸去一何速雙林暮雨時

009_0798_b_07L次遊客韻

009_0798_b_08L
君是洛陽客我爲畿內僧

009_0798_b_09L邂逅談詩好如何見未曾

009_0798_b_10L慧大師爲乾鳳住持以詩相慰

009_0798_b_11L
雪山曾識面楓嶽又分床

009_0798_b_12L多謝白雲舍聯襟度歲光

009_0798_b_13L登望高臺

009_0798_b_14L
暮宿長安寺朝尋地藏庵

009_0798_b_15L登高移步上看盡未看巖

009_0798_b_16L偶吟二首

009_0798_b_17L
法財多所得應唾世間珎

009_0798_b_18L今日方一笑淸談道味新(一)

009_0798_b_19L鴈守含蘆戒鳳持避粟廉

009_0798_b_20L所嗟人不若長在醉中淹(二)

009_0798_b_21L示雲峰

009_0798_b_22L
慈雲垂密密甘露灑濛濛

009_0798_b_23L箇中閒曠界蒼翠揷層峯

009_0798_b_24L次蓮坡韻

009_0798_c_01L仙源何處在     선인이 사는 곳 어디라던가
雨裏落靑桃     빗속에 푸른 복숭아 떨어지네.
喫來香滿口     먹어 보니 입안에 가득한 향
移步更登高     발길 옮겨 다시 높은 누대에 오르네.
호남 주 대사 시운을 차운하다(次贈湖南珠大師)
我是隨塵衲     나는 속세 따르는 납자인데
君爲超世僧     그대는 세속을 초월한 스님이라.
對顏酬唱處     얼굴을 대하여 시를 주고받는 곳에
自愧昧心燈     마음 등불 어두워 부끄러워라.
증한 선자에게 차운해 주다(次贈證閒禪子)
出家知幾載     집을 나온 지 몇 해인 줄 아는가
能了世都空     능히 세상이 모두 공임을 알았네.
一雨留飛錫     한 자락 비가 석장 머물게 하여
論心說偈同     마음을 논하고 게송을 설하였네.
문文
완월178)장로에게 부친 편지(寄翫月長老書)
얼굴을 대하지 못한 지 벌써 4년이 되었고, 편지를 받지 못한 지 또 3년이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물러나서 서로 잊을 수 없어, 날마다 밤마다 그리움이 심합니다. 사형께서 남쪽으로 내려오셨을 때 제 처소(弊廬)에 들르지 않고 가셨고, 사형께서 북으로 가실 때도 또 이같이 하셨지요. 그렇기에 제가 매일 송대松臺에서 구름을 쓸고 기다리는 것을 저버리셨습니다. 저를 버리지 않을 듯하였는데 어찌하여 저를 버리심이 이 지경에 이르셨습니까? 세속에서의 이별과 만남의 더디고 빠름이라 할지언정 과연 이와 같단 말입니까? 또 몸소 노사를 받든 것이 사형과 제가 어찌 다르겠습니까만, 남과 북으로 구름처럼 노니는 것이 형은 이미 이와 같은데 저는 홀로 그러질 못합니다. 또 어찌하여 사형과 저는 나이는 서로 같은데 도는 이처럼 과불급過不及의 차이가 있을까요. 이로써 같은 중에 다름이 있는 것은 용맹하게 결단함과 나태함이 같지 않기 때문임을 알겠습니다. 인편이 와서 들으니 천 리 먼 길에 여행의 결과는 좋았고, 지금은 본소本所에 돌아와 패牌를 멈추고 불자拂子179)를 세우고 계시다니, 멀리서 만 가지로 위로드립니다.

009_0798_c_01L
仙源何處在雨裏落靑桃

009_0798_c_02L喫來香滿口移步更登高

009_0798_c_03L次贈湖南珠大師

009_0798_c_04L
我是隨塵衲君爲超世僧

009_0798_c_05L對顏酬唱處自愧昧心燈

009_0798_c_06L次贈證閒禪子

009_0798_c_07L
出家知幾載能了世都空

009_0798_c_08L一雨留飛錫論心說偈同

009_0798_c_09L

009_0798_c_10L1)

009_0798_c_11L寄翫月長老書

009_0798_c_12L
不對面者已四年不見書者又三年矣
009_0798_c_13L進不得相逢退不得相忘日日夜夜
009_0798_c_14L戀想徒勞足之南也旣不入弊廬而
009_0798_c_15L兄之北也又如是故負我每日
009_0798_c_16L松臺掃雲之待似不遺我而何其遺我
009_0798_c_17L至此世間離合之淹速果如是耶
009_0798_c_18L身奉老師彼此何殊而南北雲遊
009_0798_c_19L兄旣如此吾獨不然又何其兄吾之
009_0798_c_20L年相同而兄吾之道如此過不及也
009_0798_c_21L知同中之異果由於勇決懶惰之不相
009_0798_c_22L同也便來即聞千里遠行道路甚
009_0798_c_23L今則還至本所住牌竪拂遙慰
009_0798_c_24L「文」一字編者補入

009_0799_a_01L서로의 거리가 멀고 상대하여 토론하기도 쉽지 않음에 다만 그리움만 더합니다. 봄날이 차가운데 도를 위하여 편안하십시오(萬重). 나머지는 구구하게 바빠 다 쓰지 못합니다.
용담180) 장로의 죽음을 애도하다(慰龍潭長老亡䟽)
예를 생략하고 말씀드립니다. 훌륭하신 용담 장로께서는 사실상 우리 선문禪門의 흥륭과 성쇠가 걸린 대덕大德이십니다. 장차 많은 수를 누리셔서 미혹한 나루터의 보배로운 뗏목이 되리라 하였더니, 종문宗門의 불행입니다. 지난번 유마維摩가 앓던 병으로 갑자기 입적(雙林)을 보이시니, 부음을 받은 이후로 슬픔을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그러나 슬픔 속에서 다행한 일은 다비식茶毗式 때 사리(靈跡)의 광채가 평생의 높은 이름에 부끄러움이 없었다 하고, 또 문하의 현철께서 의발181)을 전수 받았으니 매우 위로가 됩니다. 돌아보건대 문하의 하근기로서 부질없이 이름만 얻고 실상이 없으니, 매양 헛되이 늙음만을 탄식할 뿐입니다. 남북이 멀리 떨어져 있어 조문도 하지 못하고 다만 편지(替䟽)만 보내오니 더욱 슬픕니다. 이만 줄입니다. 상주께서는 이해하소서.
현서 이 상사를 위로하다휘諱는 형익衡翼이다(慰峴西李上舍)
어른을 작별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그리운 회포는 날로 더욱 깊습니다. 지난 여름에 큰 아드님이 병으로 일어나지 못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슬픔을 어떻게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재질과 행실은 큰 사람이 되리라고 기대했는데, 지금 이 지경에 이르러 다른 사람들도 아까워하는데, 하물며 부모(止慈)의 정이겠습니까? 그러나 사생과 유명을 달리함은 이치가 본래 이와 같으니 슬퍼한들 어찌하오리까? 엎드려 생각건대 고명께서는 항상 이치의 있는 일로 소요하시고, 때에 순응하시며 자중自重하소서. 소승은 몸이 노스승을 모시고 있는 입장이어서(係奉老),

009_0799_a_01L滿萬相去阻濶對討未易秪庸悵
009_0799_a_02L春寒爲道萬重自餘區區忩擾
009_0799_a_03L不旣

009_0799_a_04L

009_0799_a_05L慰龍潭長老亡䟽

009_0799_a_06L
省禮言賢和尙龍潭長老實吾門興
009_0799_a_07L衰之大德也將謂壽享遐齡而久爲
009_0799_a_08L迷川之寶筏矣宗門不幸向因維摩
009_0799_a_09L之疾奄示雙林之寂承訃以來
009_0799_a_10L堪悲咽然而悲中所幸茶毘時靈跡
009_0799_a_11L光彩無愧於平生之高名且門下賢
009_0799_a_12L傳授衣鉢甚甚慰慰顧以門庭
009_0799_a_13L之下根浪得名而無其實每歎虛老
009_0799_a_14L而已南北隔越莫由徃吊秪奉替
009_0799_a_15L尤庸㤷悼不備伏惟哀鑑

009_0799_a_16L

009_0799_a_17L慰峴西李上舍諱衡翼

009_0799_a_18L
拜別高門忽已兩歲悵然之懷
009_0799_a_19L以益深去孟夏伏聞第一令嗣
009_0799_a_20L病不起慘痛何可盡喩美才懿行
009_0799_a_21L之遠到今乃至此他人所共歎惜
009_0799_a_22L況止慈之情乎然而死生幽明理固
009_0799_a_23L如是悲歎奈何伏惟高明常以理
009_0799_a_24L順時自重小僧身係奉老莫由

009_0799_b_01L나아가 조문도 못하고 슬픈 생각만 더욱 간절합니다. 진작 위로의 글월(替慰)이라도 보냄이 마땅한데, 인편이 공교롭지 못해 이같이 더디게 되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함월 노화상에게 올리는 편지(上涵月老和尙書)
오래도록 문안을 여쭙지 못하여 만 가지로 죄를 얻었습니다. 비록 크게 자비하신(大慈) 화상께서 저의 불민함을 용서하시리라 생각되지만, 자나 깨나 어찌 부끄러움이 없겠습니까? 소승은 복이 박하여 장애가 많고, 또 고루하고 들은 것이 적어 사물을 접하고 기미에 응함에 있어 장애가 없지 않고, 스스로 하는 공부는 영쇄零碎하고 실속이 없어 힘을 얻을 곳이 없고, 항상 부질없이 살고 헛되이 죽는 탄식만 있을 뿐입니다. 연화좌蓮花座의 곁에 모시면서 듣지 못한 말을 듣고자 하지만, 백 세의 높은 스승을 항상 모시고 있어 떠날 수 없는데 어찌하겠습니까? 구름과 산이 아득히 막혀 있음에 한갓 마음만 달려갑니다. 지금 성成 선사가 와서 삼가 물으니 “대법사께서 늙을수록 더욱 건강하시다.”고 하니, 어찌 기쁘고 위로가 됨을 가눌 수 있겠습니까? 편지를 쓰면서도 죄송하기만 합니다. 하정下情의 정성을 다하지 못합니다.
또 완월 장로에게 부치는 편지(又寄翫月長老書)
계속 왕복의 인편이 있어 근래 도에 수양하시는 기미氣味가 한결같이 맑고 평안하심을 듣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탄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승은 본래 천성이 졸렬하여 한곳의 궁벽한 모퉁이를 잘 지키고 있으니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습니다. 어떻게 남들의 의론에 끼겠습니까? 오직 대형께서는 탁연히 홀로 높은 견식으로, 나가고 물러서는 것에 마음 두지 않으셨습니다. 지난해로부터 지금까지 또 안부 편지도 없었으니 비록 무정한 듯하지만 대형께서는 능히 사람들의 성품과 기질을 알 것입니다. 대체로 편지 쓰기를 게을리하는 것은 본디의 천성이 그러한 것이요, 속마음은 실로 다른 뜻이 없사오니 거듭 관대히 허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와 형이 각각 늙은 스승을 모시느라 만날 기약이 없으니,

009_0799_b_01L趨吊慘歎尤切趂宜替慰而信便
009_0799_b_02L巧違如此稽遲伏惟恕察

009_0799_b_03L

009_0799_b_04L上㴠月老和尙書

009_0799_b_05L
久絕奉問得罪萬萬雖想大慈
009_0799_b_06L我不敏寤寐之間豈無慊愧小衲
009_0799_b_07L薄祐多障又是孤陋寡聞不惟於接
009_0799_b_08L物應機未能無礙自做工夫零碎
009_0799_b_09L無實都無得力之處常有浪生虛死
009_0799_b_10L之歎而已欲侍蓮花座側得聞所不
009_0799_b_11L聞之語其奈百歲師尊常侍不離何
009_0799_b_12L杳雲山徒切馳神今因成禪來憑
009_0799_b_13L審大法履愈老益康曷勝忭慰臨書
009_0799_b_14L悚慄不盡下忱

009_0799_b_15L

009_0799_b_16L又寄翫月長老書

009_0799_b_17L
連有徃復得聞比來養道氣味一向
009_0799_b_18L淸勝釋然無復有隔越之歎小僧素
009_0799_b_19L性奇拙好守一偶殆同井底之蛙
009_0799_b_20L足齒人唇舌惟有大兄卓然獨見
009_0799_b_21L以進退爲意也去年至今又闕書候
009_0799_b_22L雖似無情然惟大兄能知人之性氣
009_0799_b_23L盖懶作書者有素性矣中實無他也
009_0799_b_24L更望寬之我與兄各侍老師會合無

009_0799_c_01L편지를 쓰면서 슬픈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꽃을 감상하는 좋은 계절에 도를 위하고, 중생을 위하여 만 가지로 몸을 아끼소서. 부질없는 말(草) 이만 줄입니다.
나운 장로 법사가 입적함을 애도하다(慰懶雲長老法師亡䟽)
예를 덜고 말씀드립니다. 근래 상중에 기체 어떠하십니까? 종문宗門의 불행입니다. 높으신 법사께서 이미 천명(天齡)을 따라 갑자기 돌아가시니, 부음를 받은 이래로 슬픈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효성이 지극하여 진실로 추모함이 깊을 것이며 슬픔이 끝이 없을 것이오나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나 옛날 고승들을 생각건대 나무는 다 타도 불씨는 전해지는 이치가 본래 그러한 것입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고명高明께서는 너그럽게 알아차리고 상변喪變에 순응하여 지극한 효성을 마치도록 하소서. 소승은 길이 멀고, 다리를 절어서 찾아가 위로하지 못하니 슬픈 마음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다만 위장으로 대신하여 애닯은 상변을 위로 드립니다. 이만 줄입니다.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석봉 장로에게 답하다(答石峯長老書)
인편이 와서 엎드려 내려 주신 편지를 받자옵고 정대하고 온몸이 떨리면서 감사함을 가눌 수 없습니다. 인하여 오시는 행차가 중추仲秋 전에 있을 것을 알았으니, 과연 그렇다면 얼마나 다행하겠습니까? 그때 반드시 뵙는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장로의 훌륭한 제자(高足)를 보니 장로님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스스로 생각건대 저는(貧道)는 마음먹은 것을 다하지 못하니 더욱 부끄러울 뿐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봄과 여름 사이에 법을 지키시는 몸, 도를 위하여 만중하소서. 인편이 돌아감에 삼가 만분의 일을 말씀드립니다.
한위 상인에게 답하다(答漢威上人書)
뜻밖에 상인의 편지를 받음에 지난 가을 미진했던 정에 흡족하게 위로가 됩니다. 하물며 요즈음 하시는 공부가 날로 새로워짐을 알았으니 더욱 위로됨이 끝이 없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이즈음에 아직도 분망함이 남아 있고 날마다 쓸데없는 잔일로 일삼고 있으니,

009_0799_c_01L不勝臨紙之悵賞花佳節爲道
009_0799_c_02L爲衆萬萬自愛暫草不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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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99_c_04L慰懶雲長老法師亡䟽

009_0799_c_05L
省禮言比來哀候若何宗門不幸
009_0799_c_06L尊法師已順天齡奄歸眞寂承訃
009_0799_c_07L以來不勝惻怛之至伏惟孝至
009_0799_c_08L深追慕哀痛罔極奈何然念從上佛
009_0799_c_09L薪窮火傳理固常然伏願高明
009_0799_c_10L寬譬順變以終至孝小僧路遙脚蹇
009_0799_c_11L末由趨慰悲悼何極只奉替䟽
009_0799_c_12L慰慘愴不備伏惟鍳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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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99_c_14L答石峯長老書

009_0799_c_15L
人來伏承下問書頂戴戰慄感荷不
009_0799_c_16L憑審法駕枉臨期在仲秋果然
009_0799_c_17L則何幸如之伊時必有奉面之喜也
009_0799_c_18L見高足亦何異親奉座下而自念貧
009_0799_c_19L未罄素懷尤切慊愧伏冀春夏
009_0799_c_20L大法候爲道萬重人還謹布萬一

009_0799_c_21L

009_0799_c_22L答漢威上人書

009_0799_c_23L
料外得承上人書恰慰昨秋未盡之懷
009_0799_c_24L況諦邇來做味日新尤慰罔涯
009_0799_c_25L間姑保碌碌而日事塵冗諸務了無

009_0800_a_01L끝내 정승삼매靜勝三昧182)는 없고 한갓 헛되이 세월만 보내니 탄식할 뿐입니다. 이 뒤에 혹 고향에 가고 오는 편이 있으면 적막한 이곳을 찾아 주시겠습니까? 서로 보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기記
건봉사의 봉암에 새로 인봉헌을 세운 기(乾鳳寺鳳庵新創引鳳軒記)
산은 봉래산의 기슭이요 암자는 건봉사의 꼭대기 봉우리에 있도다. 산은 선경으로 온 나라에 알려지고 사찰은 총림叢林으로 사방에 울린다. 산이 밝고 수려함과 절의 좋은 경관은 오직 와서 보는 자의 얕고 깊은 취향에 달려 있으니, 하필 억지로 기록하여 쓸데없는 말을 하겠는가? 이 암자가 이런 이름을 얻은 까닭은 봉석鳳石이 서 있기 때문이다. 산의 왼쪽 기슭에 백 척의 높은 바위가 푸른 하늘 위로 솟았고 그 위에 다시 천연적으로 생긴 봉석이 있어 날개를 솟구쳐 날 듯하니, 바로 이 절의 건방乾方에 해당된다. 그런즉 이 절과 암자의 이름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 것이로다. 암자의 주지 해운海雲 장로는 선림禪林의 용상 대덕이시다. 이해 봄에 동원東院으로부터 와서 이 암자가 종래로 본당만 좋고 횡루橫樓를 세우지 못하여 좋은 경관의 결점이 된 것을 보았다. 구인九仞의 공183)을 이루었으나 한 삼태기를 갖다 붓지 못한 것을 개탄하였다. 세우려고 하니 재력財力을 준비하기 어렵고 그만두고자 하니 뜻이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이로써 몇 사람의 동지에게 고하였는데, 그들이 모두 기꺼이 희사하여 공사를 시작하기를 청함에 몇 달이 넘지 않아 웅장하고 화려한 낙성식을 고하게 되니 금상첨화라 할 만하다. 이 횡루는 봉석과의 거리가 백여 보에 불과하여 끌어오면 책상 앞에 놓을 정도였다. 때문에 이렇게 인봉헌引鳳軒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대원당大圓堂 법손法孫 쌍계 봉옥雙溪奉玉이 새기고자 하였다.

009_0800_a_01L靜勝三昧徒勞虛度光陰之歎而已
009_0800_a_02L後家鄕去來如或枉訪於寂寞之濵
009_0800_a_03L見是望餘不多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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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800_a_05L乾鳳寺鳳庵新創引鳳軒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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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是蓬山之麓庵是鳳寺之頂山以
009_0800_a_07L仙境聞於諸國寺以叢林鳴於四
009_0800_a_08L山之明麗寺之形勝惟在登覽
009_0800_a_09L淺深之趣何必强記而贅及焉
009_0800_a_10L此庵之所以得此號者盖因鳳石之立
009_0800_a_11L山之左阜有百尺高巖聳倚穹
009_0800_a_12L其上更有天生鳳石翼然如飛
009_0800_a_13L正當此寺之乾方然則寺庵之名
009_0800_a_14L出於是乎庵主海雲長老乃禪林之
009_0800_a_15L龍象也是年春自東院而來觀此院
009_0800_a_16L從來是好堂舍而不設橫樓甚是烟
009_0800_a_17L霞缺事慨其功成九仞猶虧一簣
009_0800_a_18L搆之則財力難圖欲已之則意慮先㝎
009_0800_a_19L以此告於同志者數人彼皆喜施捨
009_0800_a_20L請工役不逾月而輪煥告成斯可爲
009_0800_a_21L錦上之我添花也樓之於鳳石不過百
009_0800_a_22L擧武之間而有可以相引爲几案間
009_0800_a_23L物者故因號以引鳳軒云大圓堂法孫
009_0800_a_24L雙溪奉玉願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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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사 극락보전에 새로 계단을 쌓은 데 대한 기(明珠寺極樂寶殿新築退堦記)
나는 봉래산의 하찮은 승려로 우연히 이 사찰을 지나가는데, 이 사찰의 강기綱紀인 수견守堅 노사가 말하기를 “이 산중에 각선覺禪이라는 비구와 몇몇 보시하는 단월이 매양 이 절에는 전각만 있고 계단이 없음을 한하였다. 이에 정묘년 봄에 함께 맹세하기를 널리 시주할 사람을 모집하여 빠진 것을 보충하고 그 공사를 원만하게 이루어 이 절의 불사佛事를 전보다 배나 빛나게 하였으니, 어찌 그 기문記文을 달고 이름을 걸어 그 자취를 표하지 않을 것인가.”라며 나에게 기문을 요청하였다. 내가 허락하고, 다시 고하여 말하기를 “대사의 말로도 충분하도다. 하필 다시 쓸 것인가.” 하고 문득 대사의 말로 기록한다.

009_0800_b_01L明珠寺極樂寶殿新築退堦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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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以蓬山之破衲偶然行過此寺
009_0800_b_03L之綱紀守堅老師言此山之中有覺
009_0800_b_04L禪比丘及喜施檀越數人每恨此寺之
009_0800_b_05L有其殿無其堦越丁卯春同發矢心
009_0800_b_06L廣募衆緣補其闕而圓其功使此寺
009_0800_b_07L之佛事煥然培增於前則烏可無懸
009_0800_b_08L其記而掛其名以標其跡㦲請記於
009_0800_b_09L余旣諾之而復告之曰師之言亦
009_0800_b_10L足矣何必更記輒以師言爲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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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1)도각道覺 : 완월 궤홍의 문하 환봉 도각幻峰道覺인 듯하다. ‘상인上人’은 지덕이 뛰어난 스님을 가리킨다.
  2. 12)장실丈室 : 선원禪院에 있는 주지住持의 거실居室을 말하며 흔히 방장실 方丈室이라고 한다. 유마힐維摩詰이 병을 앓을 때 문수文殊가 문병을 왔는데, 그 방이 겨우 일 장丈이었지만,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3. 13)건봉사乾鳳寺 : 강원도 간성현 고성군 금강산 남쪽 소재 사찰이다. 산봉이 건방乾方에 있고 또 봉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건봉이라고 한다(權相老, 『韓國寺刹全書』).
  4. 14)천경天鏡 : 조선 후기 승려 함월 해원涵月海源(1691~1770)이다. 속성은 이씨, 천경은 자이다. 14세에 석단釋丹 장로에게서 체발하고, 능허能虛 영지英智 대사로부터 구족계를 받았다.
  5. 15)설봉雪峯 : 조선 후기 승려 설봉 회정雪峯懷淨(1678~1738)이다. 자는 윤중允中이다. 9세에 달마사의 조명照明을 찾아가 수행하여 16세에 득도하고 화악 문신華岳文信에게 법을 전해 받았다. 1738년(영조 14) 미황사에서 법랍 45년으로 입적, 비문은 홍문관 부제학 김진상金鎭商이 지었으며 미황사美黃寺에 있다.
  6. 16)결하結夏 : 스님들이 여름 장마에 외출하지 않고 한방에 모여 수도하는 일과 그 기간을 말한다. 보통 음력 4월 중순에서 7월 중순 사이에 한다. 하안거夏安居라고 한다.
  7. 17)남종南宗 : 당唐나라의 고승 혜능慧能을 이르는 말이다. 혜능은 선종禪宗 제6조가 된다(『宋高僧傳』 권8).
  8. 18)심인心印 : 정인正印. 선종禪宗에서 언어나 문자로 나타낼 수 없는 내심內心의 깨달음 곧 언어나 문자로 형용할 수 없는 불교의 진리를 말한다.
  9. 19)진승眞乘 : 진실한 가르침. 불승佛乘. 부처님의 정법. 실대승實大乘을 말한다(『傳光錄』 권82).
  10. 20)경거瓊琚 : ‘경거’의 본뜻은 좋은 선물이다. 여기서는 좋은 시를 말한다. 청淸의 「蔡七舍人答所貺」 詩에 ‘臨風答佳藻 何日誦瓊琚’의 시구가 있다.
  11. 21)무공無工 : 공교롭지 않다.
  12. 22)경차敬次 : 삼가 차운次韻함. 윗분의 시운詩韻을 차운할 때 공경의 뜻으로 쓰는 관용어이다.
  13. 23)게偈 : 범어 ga̅tha̅의 음역으로 가타伽陀라고도 한다. 시詩를 말하고 송頌이라고도 한역한다. 경經ㆍ논論 등에서 부처님의 사상이나 불ㆍ보살의 덕을 기린 시구詩句이다. 보통 4구四句로 되어 있으며 고기게孤起偈와 중송게重頌偈 2종류가 있다. 여기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시로 쓴 한시漢詩를 말한다.
  14. 24)청진각淸眞閣 : 맑은 진리의 집으로 곧 사찰을 뜻한다.
  15. 25)반아려般若廬 : 반야는 pann̅a의 음역으로 반야班若ㆍ바야波若ㆍ발야鉢若ㆍ반라야般羅若 라고도 쓰며, 혜慧ㆍ명明ㆍ지혜智慧라 번역한다. 법의 실다운 이치에 계합한 최상의 지혜이다. 이 반야를 얻어야만 성불하며, 반야를 얻은 이는 부처님이므로 반야는 모든 부처님의 스승 또는 어머니라 일컬으며, 또 이는 법의 여실한 이치에 계합한 평등ㆍ절대ㆍ무념無念ㆍ무분별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상대 차별을 관조하여 중생을 교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반야는 ‘깨달음을 얻는 진실한 지혜ㆍ진실을 보는 지혜의 눈ㆍ깨달음의 지혜’의 뜻이며, 반야려는 진실의 깨달음을 얻는 집 곧 사찰, 혹은 도량을 의미한다.
  16. 26)노로老老 : 어른을 어른으로 섬긴다, 노승老僧을 노사老師로 안다는 뜻이다.
  17. 27)무소無踈 : 성글거나 막히지 않음이다.
  18. 28)판상운板上韻 : 애련정愛蓮亭 내에 걸린 판액 제영시의 운자를 말한다.
  19. 29)초수오산楚水吳山 : 오나라와 초나라는 양자강 하류의 동정호洞庭湖를 사이에 두고 동남으로 펼쳐진 천하제일의 명승지이다. 성당盛唐의 시호詩豪 두보杜甫도 일찍이 악양루에 올라, “악양루에서 바라보는 동정호의 경치 천하의 제일이란 말 예로부터 들어 오다가, 이제야 악양루에 올라 보니,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남쪽으로 벌여 있고,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호수 안에 둥둥 떠 있구나.(昔聞洞庭水 今上岳陽樓. 吳楚東南柝 乾坤日夜浮, 『杜詩諺解 登岳陽樓』)”라고 우주의 대문자大文字로 노래한 바 있다. 한편 당나라 가지賈至도 “눈 개고 구름 걷히자 삭풍은 차웁고, 초나라 물길과 오나라 산길은 험하기도 하구나.(雪晴雲散北風寒 楚水吳山道路難)”란 시를 썼다. 이 시에서는 양양 산수의 수려함을 중국 강남의 승경에 비유하였다.
  20. 30)호중壺中 : 후한後漢의 비장방費長房이 여남汝南의 ‘시장 관리 업무’를 하는데, 약을 파는 어떤 노인이 저자가 파하면 항상 가게 곁에 있는 병 속으로 몸을 숨기곤 하는 것을 보았다. 비장방은 이를 알고 그 사람과 가까이 지냈다. 하루는 그의 안내를 받아 병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뜻밖에도 그 속에 옥당이 있는가 하면, 그곳에서 술과 안주로 아주 융숭한 대우를 받았다. 노인은 말하기를 “나는 신선계의 사람인데 거기서 죄를 얻어 잠시 이 세상에 머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작별할 때 그에게서 술병 하나를 받았다. 나와서 보니 병은 작지만 종일 마셔도 계속 나와 끝이 없었다고 한다(『後漢書』「費長房傳」). 이 시에서는 양양의 산수가 ‘호중의 별천지와 같이 무궁함’을 비유한 말이다.
  21. 31)동제銅鞮 : 중국 양양襄陽 지역의 별칭이다. 아마도 구리신 형세를 가지고 있어 나온 지명인 듯하다.
  22. 32)서래西來 :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에서 온 말로 보리달마가 인도로부터 중국에 도래하여 전한 불법의 참된 의미이다.
  23. 33)신사년辛巳年 : 1761년(영조 27). 작가 세수 48세 때이다.
  24. 34)의의依依 : 어렴풋이. 무성한 모양, 사모하는 모양, 차마 떨어지기 어려워하는 모양, 확실하지 않은 모양이다.
  25. 35)망기忘機 : 귀찮은 세사世事를 잊는 것이다. ‘機’는 마음의 꾸밈으로 일체의 기미機微이다.
  26. 36)성총惺愡 : 뇌살스레. 매혹적으로, 뇌쇄적이라는 뜻이다.
  27. 37)낙역絡繹 : 연이어. 줄줄이 연이어, 끊임없이 라는 뜻이다.
  28. 38)만폭동萬瀑洞 : 금강산 표훈사 위로부터 마하연 밑까지의 계곡 이름이다.
  29. 39)현수峴叟 : 현수 이휘진李彙晋(1680~1752)을 말한다. 본관은 함평, 자는 중진仲進이다. 1702년(숙종 28)에 문과에 급제하여 태안ㆍ회양ㆍ길주ㆍ홍천ㆍ초산의 부사, 동부승지 의주문안사(義州問安使)를 지냈다.
  30. 40)청담淸談 : 속되지 않은 이야기. 청아한 이야기. 위진魏晉 시대에 노장학파老莊學派에 속하는 고절高節ㆍ달식達識의 선비들이 정계政界에 실망을 느껴 세사를 버리고 산림에 은거하여 청정무위淸淨無爲의 설을 담론하던 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청담이 그 대표이다.
  31. 41)참학參學 : 참선 공부. 참선학도參禪學道의 준말로 불도를 닦음이다. ‘參’은 모인다는 뜻으로 스승 아래 모여 불도를 배우고 수양함이다.
  32. 42)선비禪扉 : 선방 문. 선방의 문. 곧 선승이 머무는 방의 문을 말한다.
  33. 43)영파影波 : 조선 후기의 승려 영파 성규影波聖奎(1728〜1812)이다. 속성은 김씨, 자는 회은晦隱. 15세에 청량암에서 독서하다가 1747년(영조 23) 20세에 용천사 환응喚應에게 출가함. 해봉 연암海峰燕岩 등 고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1814년(순조 14) 이후는 설파 상언雪坡尙彦, 함월 해원涵月海源에게 화엄종지와 선과 교의 요령을 얻어 신의信義를 물려받고, 1812년(순조12) 나이 85세, 법랍 65년으로 입적하였다.
  34. 44)천경天鏡 : 밝은 달이나 맑고 잔잔한 수면을 비유하는 말이다.
  35. 45)도기道機 : 도심道心. 도에 대한 기미機微.
  36. 46)연금聯襟 : 옷깃을 가지런히 한다. 함께 대좌하여 담론함의 비유이다.
  37. 47)구화求和 : 화답시를 구함. 화시和詩를 요구하다.
  38. 48)봉수奉酬 : 답을 올리다. 받들어 답해 보내다.
  39. 49)유공留笻 : 지팡이를 멈추다. 머무르다. 주석駐錫하다.
  40. 50)현미지玄微旨 : 심오하고, 미묘한 선禪의 요지要旨이다.
  41. 51)쇠용衰容 : 쇠한 모습, 몰골이라는 뜻이다.
  42. 52)용모수容貌秀 : 용모가 수일하다. 얼굴이 남다르게 빼어나다.
  43. 53)출상평出常平 : 일상적 평범함에서 벗어나다. 일상적 무리에서 우뚝 벗어나다.
  44. 54)온윤溫潤 : 온화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화기가 있다.
  45. 55)가자嘉子 : 아름다운 그대. 상대의 인품과 학덕을 기리는 말이다.
  46. 56)부용芙蓉 : 조선 중기의 승려 영관靈觀(1485〜1571)의 호로, 달리 은암隱庵이라고도 한다. 속명은 구언 九彦이며, 진주 삼천포 출신이다. 1498년(연산군 4) 14세에 출가하여 덕이산에 들어 고행苦行에게 3년을 배우고 승려가 되었다. 1501년(연산군 7) 신총信聰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위봉威鳳에게서 선리禪理를 참구하였다. 태고 보우太古普愚의 법통을 계승하여 청허 휴정淸虛休靜에게 법을 전하여 우리나라 불교계의 정통을 이룩하였다. 1571년(선조 4) 4월 14일 나이 87세, 법랍 73년으로 고성 연곡사燕谷寺에서 입적하였다.
  47. 57)청허淸虛 : 조선 중기의 승려 휴정休靜(1520〜1604)의 호로 달리 서산西山이라고도 하며, 자는 현응玄應, 법호는 백화도인白華道人ㆍ풍악산인楓嶽山人ㆍ두류산인頭流山人ㆍ묘향산인妙香山人ㆍ조계퇴은曹溪退隱ㆍ병로病老라 하였다. 성은 최崔씨, 아명은 여신汝信이다. 9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10세에 아버지마저 여의자 안주 목사 이사증李思贈의 양자로 입적, 이후 양아버지를 따라 상경하여 성균관에서 공부하였다. 1534년(중종 29) 15세에 지리산 숭인崇仁에게 공부하였고 부용 영관芙蓉靈觀을 전법사로 모셨다. 숭인에게서 불교의 심오한 뜻을 터득하고, 『전등록』, 『화엄경』, 『법화경』을 배웠다. 특히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시 팔도십육종 도총섭이 되어 73세에도 승병을 규합해 그 총수가 되었다.
  48. 58)백초百草 : “파릇파릇한 온갖 풀이 조사의 뜻을 말한다(禪家語曰 靑靑百草上 話之祖師意)”라는 말이 있다.
  49. 59)정중심定中心 : 선禪은 한 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하는 것이고, 정定은 일경一境이 정념靜念한 것을 말한다.
  50. 60)파정把㝎 : 선정의 지경에 몰입하다.
  51. 61)활 대사濶大師 : 미상. 월영 대활月影大濶대사로 유추된다.
  52. 62)감로甘露 : amrta의 한역. 신들이 상용하는 음료로 불사의 영약이다. 불교에서는 도리천忉利天의 단 영액靈液으로 인식되어, “고뇌를 싫어하고 장수하며 죽은 이를 환생시킨다.”라고 한다. “맛은 달고, 마시면 죽지 않는다.”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비유된다(『화엄경』 권2). 최대의 경지, 깨달음, 니르바나(涅槃)와 동일하며 진정한 길 등의 뜻으로도 비유된다.
  53. 63)연사蓮社 : 정토의 업業을 쌓기 위한 결사結社에서 유래하였다. 동진東晋의 혜원慧遠이 여산廬山에서 여러 현자들과 결사한 염불 도량 가운데 백련지白蓮池가 있었기에 연사 또는 백련사라 불렀다.
  54. 64)범찰梵刹 : 사찰의 다른 이름이다.
  55. 65)학 대사學大師 : 조선 후기 승려 뇌학雷學(1734~1816)이 아닌가 한다. 대사의 호는 인곡麟谷, 법명은 뇌학으로 21세에 양양 명주사明珠寺로 출가해 백흠白欽의 문제門弟가 되었다.
  56. 66)기내幾內 : 왕성王城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의 땅. 한양, 경기지역을 말한다.
  57. 67)구하안거九夏安居 : 여름 3개월 90일간을 말하는 것으로 하안거夏安居의 다른 표현이다.
  58. 68)벽송암碧松庵 : 지리산 소재 암자.
  59. 69)연파蓮坡 : 조선 후기 승려 연파 혜장蓮坡惠藏(1772〜1811)이다. 해남 대둔사ㆍ대흥사ㆍ창사의 강사를 지냈다. 속성명은 김팔득金八得, 자는 무진無盡, 호 아암兒庵이다. 어려서 해남 두륜산 대둔사에 출가해서 춘계 천묵春溪天黙에게 내외경전을 배우고, 연담 유일蓮潭有一과 운담 정일雲潭鼎馹에게 내전을 각각 배웠다. 1805년(정조 24) 유배 중인 다산 정약용茶山丁若鏞에게 다도를 가르쳤고, 1811년(순조 11) 나이 40세에 입적하였다.
  60. 70)구맥九陌 : 한漢나라 때 장안에 아홉 갈래의 큰 길이 있어서 생겨난 말로(三輔舊事云 長安城中 八街 九陌, 『三輔黃圖』; 三條九陌麗城隅 萬戶千門平旦開, 『駱賓王』「帝京篇」) 번화한 거리, 저자, 혹은 수도를 말한다.
  61. 71)참치參差 : 얼쑹덜쑹한 모양.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시경詩經』「관저關雎」에 ‘들쭉날쭉한 마름풀을 좌우로 찾도다(參差荇菜 左右流之)’라 하였고, 그 주에 “참치는 길고 짧음이 고르지 않은 모양(參差長短不齊之貌)”이라 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나월蘿月의 빛이므로 넝쿨 사이로 ‘어른거림’으로 풀이했다.
  62. 72)돈오頓悟 : 신속하게 곧바로 깨달음.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장 깨달음. 특히 남종선의 수행 방법이다.
  63. 73)상사上舍 : 상사는 진사進士의 다른 이름이다.
  64. 74)안탑鴈塔 : 진사시에 합격한 것을 말한다. 당唐나라 때 진사과에 합격한 사람들이 자은사慈恩寺의 대안탑大雁塔 아래에 이름을 적어 기념했던 것을 ‘안탑제명雁塔題名’이라 한다.
  65. 75)이장길李長吉 : 당나라의 종실로 이름은 하賀이다. 7살에 사장에 능하여 한유韓愈ㆍ황보식皇甫湜이 그의 집을 지나다가 시를 짓게 하였더니 곧바로 붓을 잡고 지었다. 이로부터 글을 잘한다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매일 아침 약한 말에 작은 종을 데리고 다니다가 시를 지으면 비단 주머니에 넣었다 한다(『唐書』 권203).
  66. 76)엄자릉嚴子陵 : 후한後漢 사람으로 이름은 광光이다. 어렸을 때 광무제光武帝와 같이 놀다 광무제가 후한의 제왕이 되자 은둔하였다. 무제가 그를 간의대부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고 부춘산에서 밭 갈고, 동강桐江에서 낚시하며 사절하였다(『後漢書』 권113).
  67. 77)천예天倪 : 자연의 한계, 자연의 도를 말한다(何謂和之以天倪 注天倪者 自然之分也, 『莊子』「齊物論」)
  68. 78)해낭奚囊 : 명승지를 다니면서 시를 지어 써넣는 주머니로 곧 시를 써넣는 주머니(詩囊)이다(『唐書』「李賀傳」).
  69. 79)각성覺性 : 모든 미망迷妄을 떠난 깨달음의 본성. 마음.
  70. 80)근진根塵 : 근根은 감각기관의 눈, 귀, 코, 혀, 몸, 뜻의 6종류(六根)다. 진塵은 이들의 인식대상이 되는 색, 소리, 향기, 맛, 촉감, 법의 6종류(六塵)로 번뇌를 일으키는 외적 원인이 되므로 진이라 한다.
  71. 81)수비성水非聲 : 물은 소리가 없다.
  72. 82)멱불覓佛 : 부처를 찾음. 불도佛道를 구함.
  73. 83)정안正眼 : 깨달음의 눈. 올바른 눈. 사가師家의 활안活眼. 올바른 반야의 지혜. 탁월한 견식. (『臨濟錄』)
  74. 84)심진尋眞 : 사물의 근원이나 진리를 찾는 것을 말한다. 선도仙道를 구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시에서는 과객을 ‘신선의 자취를 찾는 사람’으로 풀이하였다.
  75. 85)백가묘百家竗 : 선진先秦 곧 전국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의 기묘한 언설을 말한다.
  76. 86)제자향諸子香 : 제자백가의 다양한 저술 및 그 문자향이다.
  77. 87)점다點茶 : 차를 넣다. 차를 달이다.
  78. 88)담화曇花 : 우담화優曇花를 이르는 말이다. 이 꽃은 삼천 년에 한 번 핀다고 한다.
  79. 89)완월당翫月堂 : 조선 후기 승려 궤홍軌泓(1714〜1770)의 호이다. 속성은 한씨韓氏이며, 12세에 평강 보월사寶月寺에서 출가하였다. 함월 해원涵月海源에게 불법을 배워 그 종을 전하고 안변 석왕사에 주석하였다.
  80. 90)선교善巧 : 선교방편善巧方便의 준말로 중생의 근기에 따라 정교하게 방법을 생각해 내는 숙련지熟練知를 말한다(『俱舍論』 권27). 선善은 선권善權으로 부처님의 권방편權方便은 방편 중 최선이므로 ‘선’이라 하고, 교巧는 곡교曲巧로 중생의 마음의 작용에 대해 곧게 가지 않는 곳에서는 굽어지는 등 중생의 마음의 작용을 따라 정교하게 방편을 행하는 것을 ‘교’라고 한다. 곧 정교한 방편이다.
  81. 91)법관法冠 : 관冠의 한 종류이다.
  82. 92)현중사玄中事 : 심오하고 심원한 도리. 진리眞理ㆍ철리哲理ㆍ신비神秘의 뜻이다.
  83. 93)원성原城 : 원주의 옛 지명이다.
  84. 94)요산요수樂山樂水 : 산과 물을 즐김. 곧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論語』「雍也」).”라는 말로 유가의 가르침을 솔선하는 처사의 인품에 대한 칭찬이다.
  85. 95)물외선物外仙 : 세속적 잡사, 부귀영화 등과 무관한 처사의 인품을 신선에 비유한 말이다.
  86. 96)저사底事 : 어찌하여, 무슨 이유로. 당시唐詩에 상용된 투식어이다.
  87. 97)춘천春天 : 봄 날씨, 봄 계절이라는 뜻이다.
  88. 98)강연講筵 : 강의하는 자리이다.
  89. 99)공문空門 : 불가의 대우주 인식. 곧 영원한 실체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논리 전개를 위해 설정한 공상空 相의 법문. 만상은 공空이라고 깨닫는 법문(『大智度論』 권18). 불교의 총칭이기도 하다.
  90. 100)백아현伯牙絃 : 춘추시대 사람 백아는 거문고를 잘 탔다.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거문고 가락을 듣고 그 마음까지 헤아렸다 한다. 그런 벗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기의 거문고 곡조를 알아주는 자가 없다’ 하여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에서는 ‘좋은 친구를 얻었으나 자신이 아는 것이 부족하여 부끄럽다’는 뜻이다.(『列子』「湯問」)
  91. 101)경계境 : 육근六根ㆍ육식六識의 대상. 육근이 이것을 상대하여 육식을 일으킨다. 인간의 마음이 이 대상을 상대하여 더렵혀지기 때문에 진塵이라고도 한다.
  92. 102)진석振錫 : 석장을 떨치다. 곧 석장을 짚고 가다.
  93. 103)방장산方丈山 :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다.
  94. 104)용담龍潭 : 조선 후기의 승려 조관慥冠(1700-1762)의 호이다. 19세에 감로사 상흡尙洽에게 출가하여 취간就侃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염교의 요지와 원교ㆍ돈교의 묘법을 선양하였다.
  95. 105)미진迷塵 : 불도를 깨닫지 못한 사람이 사는 세상. 차안此岸을 이르는 말이다.
  96. 106)패엽貝葉 : 인도의 패다라貝多羅 나무 잎. 옛날 종이가 없던 시대 이 나무의 잎에 불경을 썼다고 한다. 불경의 대명사로 쓰인다.
  97. 107)천화天花 : 천상의 꽃이다(『법화경法華經』「비유품臂喩品」).
  98. 108)흘흘屹屹 : 산이 우뚝 높은 모양이다.
  99. 109)진막반盡莫攀 : 모두 오르려 하지 않는다.
  100. 110)상응想應 : 추측컨대 응당~하리라. 아마도 응당 ~하리라.
  101. 111)보리수菩提樹 : 석존이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이루었는데, 그때의 나무를 깨달음의 나무 즉 보리수라 이른다. 도수道樹, 각수覺樹라고도 하며 선종에서 깨달음을 이른다.
  102. 112)법수法水 : 부처님의 가르침이 중생의 번뇌를 씻어 깨끗하게 함을 비유한 말. 덕을 깨끗한 물에 비유한 말이다.
  103. 113)사도斯道 : 유가儒家의 다른 이름이다.
  104. 114)퇴어자退漁子 : 조선 후기 문신 퇴어 여익(1684~1755)이다. 1724년 영조의 즉위와 함께 부교리ㆍ사간ㆍ부제학을 역임했다. 서예에 능해 많은 비문을 남겼으며 특히 대원 대사의 비문을 썼다.
  105. 115)신 상인信上人 : 월저 대사의 스승인 소종산 천신天信 대사인 듯하나 알 수 없다.
  106. 116)종유從遊 : 학덕 높은 이와 교유함. 헌헌 대부軒軒大夫ㆍ고덕 대승들과의 교유. 따라 노닌다는 뜻이다.
  107. 117)청유淸遊 : 속진을 벗어난 깨끗한 놀이. 탈속한정脫俗閒靜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말한다.
  108. 118)이 정자李正字 : 조선의 문신 이형필(1714∼1775)이다. 관향은 함평이며 자는 방평邦平이고 호는 지산芝山이다. 1753년(영조 29)에 생원진사, 1759년(영조 35)에 문과장원 급제하여 병조좌랑과 함경도사정언헌납이 되었다.
  109. 119)녹문鹿門 : 『시경』「녹명장」 이래, 당나라에서는 주현의 장리長吏가 그곳의 시험에 급제한 거인擧人을 초치해 전도를 축복해 주던 풍습에서 벼슬아치, 혹은 유가儒家의 비유로 쓴 듯하다.
  110. 120)운림雲林 : 승방僧房. 도량道場을 말한다.
  111. 121)선객 : 선위仙尉. 선유에 몰두한 벼슬아치. 곧 수성 수령을 칭한 말이다.
  112. 122)수재秀才 : 재주가 뛰어난 남자. 과거의 고시에 응모할 자격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113. 123)경거瓊琚 : 아름다운 옥. 곧 훌륭하고 존귀한 선물. 이 시에서는 좋은 시의 비유로 쓰였다.
  114. 124)금강불괴신金剛不壞身 : 금강金剛은 불가에서는 미혹을 깨부수는 무기나 보리심菩提心을 상징하는 금속성의 법구法具이다. 금강의 견고한 성질을 추상화하여 최상ㆍ최승의 뜻으로 사용하고, 금강심ㆍ금강좌 등에도 견고한 뜻으로 쓴다.
  115. 125)진성眞性 : 인간이 지닌 진실한 본성이다. 진여眞如ㆍ법성法性ㆍ본체本體라고도 한다.
  116. 126)인가印可 : 스승이 제자를 증명하는 일이다. 곧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전수하고 제자는 그 법을 얻어 깨닫고, 그 깨달은 것을 스승이 증명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117. 127)저사底事 : 어찌하여. 무슨 일로. 당시唐詩에 상용된 투식어이다.
  118. 128)보타굴寶陁窟 : 양양군 낙산사 앞 오봉산 아래 있었던 암자이다.
  119. 129)명부明府 : 태수太守ㆍ현령縣令의 존칭이다.
  120. 130)필정弼正 : 조선 후기 문신이다(1685〜?). 자는 계심季心, 호는 일휴逸休이다. 1711년 식년문과 을과로 급제했다. 숙종ㆍ경종ㆍ영조 등 3대 20여 년 요직에 있으며 신임을 받았고,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정평이 났다.
  121. 131)연방蓮坊 : 연방蓮邦. 정토淨土의 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122. 132)유심唯心 : 일심一心. 진여眞如 또는 중생의 내심으로써 만법 전개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123. 133)용문채의龍文采衣 : 전국시대 연나라와 제나라가 싸울 때 제나라는 국토를 거의 빼앗기고 즉묵卽墨만 남았었다. 제나라 장수 전단田單은 군사를 재정비하고 성안에서 소 천여 마리를 구하여 비단으로 싸고 그 위에 용의 무늬를 그린 후 뿔에 창을 잡아매고 꼬리에 짐승 기름을 달아 갈대를 묶어 밤에 성 밖에서 연나라 진영을 향해 꼬리에 불을 붙이니, 소가 뜨거워 연나라의 진영으로 달려가 닥치는 대로 받아 넘어뜨리니, 연나라 군사가 놀라 모두 도망쳐 버렸다. 이리하여 제나라는 국토를 수복하였다. 여기서는 지금은 그런 전쟁이 없어 한가히 풀밭에서 졸고 있다는 말이다(『史記』「田單傳」).
  124. 134)기내圻內 : 기圻는 경기로 왕성 주변 사방 천 리의 땅을 말한다.
  125. 135)도서都序 : 규봉 종밀圭峰宗密이 쓴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의 약칭이다. 승가의 전통 강원에서 배우는 사집과四集科의 하나이다.
  126. 136)이천二天 : 은혜가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후한後漢 때 소장蘇章이란 사람은 강직한 사람이었다. 순제 때 기주夔州 자사가 되었는데, 그의 친구가 청하淸河 태수가 되었다. 소장이 각 고을에 다니면서 고과평정을 하는데, 친구의 고을에 이르러 태수에게 주안상 내 오기를 청하고, 평생의 우정을 이야기하니 태수는 말하기를 “사람들은 모두 한 하늘(부모)이 있지만, 나는 두 하늘(부모 같은 은혜를 입은 자가 또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하였다. 소장이 말하기를 “오늘 저녁에 소장이 친구와 마신 것은 사은私恩이고, 내일 기주 자사로서 일을 조사하는 것은 공법公法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스님들이 순찰사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는 말이다(『後漢書』「蘇章傳」).
  127. 137)유정留情 : 두고 가신 정이란 화자(작자) 자신에게 베풀어 주는 우의友誼라는 뜻이다.
  128. 138)산창山窓 : 산사의 창窓, 곧 화자의 주석처인 도량의 겸칭이다.
  129. 139)중중무진重重無盡 : 삼라만상이 서로서로 한데 뒤섞여서 하나로 융합된 모양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면서 어우러져 있는 현상의 모습이다.
  130. 140)휘주麾麈 : 가늘고 긴 판ㆍ상아 등에 털을 붙인 부채 모양의 기구로 설법을 하거나 경을 강할 때 사용한다.
  131. 141)호계虎溪 : 진晉나라 고승 혜원慧遠은 여산의 산중에서 수양하느라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호계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어느 날 유학자인 도연명과 도사인 육수정陸修靜 두 사람이 혜원을 찾아 담론하고 돌아갈 때 세 사람이 이야기하며 호계를 지났는데, 범이 우는 소리를 듣고 세 사람은 함께 놀라 웃었다.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유불도의 종교를 초월한 만남을 말한다(『廬山記』).
  132. 142)안선安禪 :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선하는 일이다.
  133. 143)난야蘭若 : 비구가 수행하는 조용한 장소, 곧 도량이나 승방이다.
  134. 144)삼덕三德 : 부처님의 덕을 세 방면에서 나타낸 것으로 은덕恩德, 단덕斷德, 지덕智德을 말한다. 첫째 은덕은 중생을 위해서만 은혜를 베푸는 것이고, 둘째 단덕은 번뇌를 제거하는 것이며, 셋째 지덕은 지혜로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다.
  135. 145)종자기鍾子期 : 백아현伯牙絃 주 참조.
  136. 146)▣운▣雲 : 푸른 연화대 위로 번져 나는 향연香煙으로 유추하였다.
  137. 147)현담玄談 : 불교의 현묘한 이치를 논하는 것으로 현지玄智, 현담懸談이라고도 한다.
  138. 148)연게蓮偈 :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게송을 말한다.
  139. 149)제천諸天 : 천상계天上界의 모든 신불神佛이다.
  140. 150)거상居常 : 신상身上에 아무 이변 없이 일생을 보냄. 평상시, 일상에 처함이라는 뜻이다.
  141. 151)관觀 : 진리를 관觀하는 것. 마음이 고요하고 청정淸淨한 경지로 세계의 존재 그대로를 조망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한 관상觀想ㆍ명상冥想이다.
  142. 152)색즉시공色卽是空 :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란 『般若心經』의 요체를 줄인 말이다. 곧 물질적인 것 그대로가 공空이며, 공 그 자체가 물질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써 유형의 만물은 인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실체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143. 153)원통圓通 : ‘절대의 진리는 모든 것에 보편적으로 걸쳐져 있다’는 뜻으로 주원융통周圓融通의 준말이다. 불보살의 깨달은 경지를 말한다.
  144. 154)고臯 : ‘지붕 위에 올라가 죽은 사람의 혼을 부르는 소리’이다.
  145. 155)입정入定 : 마음을 한곳에 정하고 몸ㆍ입ㆍ뜻의 3업三業을 갈무리하는 것이다.
  146. 156)정거천淨居天 :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한 성인이 태어나는 하늘이다. 불환과는 욕계의 모든 번뇌를 끊고 천상에 태어나 욕계欲界에 돌아오지 않는 위位로 33 천天 중의 하나이다.
  147. 157)조주 무趙州無 : 조주는 당나라 때의 종심趙州從諗이다. 무無는 곧 ‘개에게 불성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유무有無에 사로잡히는 견해를 파한 공안公案으로 조주에 의해 시작되었다.
  148. 158)의주衣珠 : 어떤 가난한 사람이 친구의 집에 가서 술에 취해 자는데, 주인 친구는 급한 일이 생겨 외출하게 되었다. 그래서 값비싼 보배 구슬을 그의 옷 속에 깊이 넣어 주고 떠났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돌아가는 길에 다른 나라로 유랑하면서 품을 팔아서 의식을 이어 간신히 세월을 보냈다. 얼마 후에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나 옷 안의 보배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곧 빈궁을 벗게 되었다는 법화경의 비유로 자기 안에 있는 부처의 지혜나 성품을 비유한다.
  149. 159)백설白雪 : 고상한 노래를 말한다. 어떤 사람이 초나라의 수도 영郢이란 곳에서 속악인 하리파인下里巴人이라는 노래를 부르니 답을 하는 자가 수천 명이었다. 다시 양아해로陽阿薤露를 부르니 답을 하는 자가 수백 명이었다. 다시 백설양춘白雪陽春이라는 고급 노래를 부르니 답을 하는 자가 겨우 몇 명뿐으로 고급 노래를 부를수록 답을 하는 자가 적었다. 여기서는 피리 소리가 고상하다는 말이다(『宋玉』「對楚王問」).
  150. 160)봉호蓬壺 : 봉래산의 그 모양이 병 같으므로 이르는 말이다.
  151. 161)출정出定 : 정定에 들었다가(入定) 마치고 나오는(出定) 일이다.
  152. 162)남전南泉 : 당나라 때의 고승 남전(‘泉’의 발음은 ‘전’이다)이다.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법제자로 속성은 왕씨이고 30세에 숭산嵩山에 가서 계를 받았다. 뒤에 마조의 문하에 들어가 사교입선捨敎入禪 하였다.
  153. 163)삼매三昧 : 삼마지三摩地ㆍ삼마제三摩提와 같은 말로 정定ㆍ정수定受ㆍ등지等持로 번역한다. 마음이 통일되어 조용한 상태이다.
  154. 164)지공支公 : 진晉나라의 고승인 지둔支遁으로 자는 도림道林이다. 장자와 유마경을 깊이 연구하고 청담을 즐겼다. 당시의 명사인 사안謝安, 왕희지王羲之 등과 교류를 나누었다.
  155. 165)사호四皓 : 한漢 고조 때 상산商山에 숨은 네 노인(商山四皓)으로 동원공東園公ㆍ기리계綺里季ㆍ하황공夏黃公ㆍ녹리선생甪里先生을 말한다. 이들의 수염과 눈썹이 모두 희다고 하여 호皓라 한다. 상산사호는 한 고조가 선비를 박대한다고 세상에 나가기를 거절했으나, 후에 장량張良의 계책에 따라 태자 유영劉盈이 네 사람을 나오게 해서 자신을 보좌하도록 했다.
  156. 166)청궁靑宮 : 동궁東宮으로 태자의 궁이다(太子曰靑宮, 『書言故事』「人君類」).
  157. 167)석임釋稔 : 조선 후기 승려 용암 체조龍巖體照(1713~1779)의 법호이다. 일암 정이日庵精頤의 문하로 내외교전內外敎典을 섭렵하고, 내원암에서 후학 지도에 몰두하였다. 문에 능하기로 정평이 났다.
  158. 168)고래희古來稀 : 두보杜甫의 「曲江二首」 시에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라고 나오는데 고희古稀라는 말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159. 169)곡천비작縠穿飛雀 :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160. 170)쌍수雙樹 : 석존이 입멸할 때 시들어 하얗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나무로 입적을 의미한다.
  161. 171)납자衲子 : ‘衲’은 본디 ‘아주 낡은 것을 보수하여 만든 옷’의 뜻으로 승려의 옷, 가사袈裟를 이른다. 부연하여 그런 옷을 입은 사람, 곧 승려ㆍ수행승ㆍ선승을 말한다.
  162. 172)출가정出家情 : 수계受戒하여 ‘도를 닦으리라’는 다짐으로 수행에 정진하였으나, 뜻 같지 않음에 대한 심적 정회이다.
  163. 173)물과 산이 푸르다 함은 비본질적 외현일 뿐 그대로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인 것’인데 인간의 알음알이일 뿐이라는 형이상적 대물인식이다.
  164. 174)미간암未看巖 : 이제껏 보지 못한 바위, 기기괴괴한 바위이다.
  165. 175)법재法財 : 법은 능히 이롭게 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이 재물과 같음으로 법재라고 한다.
  166. 176)함로含蘆 : 『회남자淮南子』「수무훈脩務訓」에 “기러기가 하늘을 날 때는 바람을 잘 이용하여 힘을 아끼고 갈대를 입에 물고 날아 혹시 주살에 맞을까 대비한다.”는 말에서 나온 말. 기러기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본능이라 한다.
  167. 177)피속避粟 : 봉황은 워낙 “오동나무 가지가 아니면 깃들이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라고 한다.
  168. 178)완월翫月 : 조선 후기 승려 완월 궤홍翫月軌泓(1714~1770)이다. 속성은 한韓이며 12세에 평강 보월사寶月寺에서 출가하였다. 함월 해원涵月海源에게 불법을 배워 그 종을 전하고, 항상 함월을 따라 안변 석왕사에 주석하였다.
  169. 179)불자拂子 : 짐승의 털이나 마麻 등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매단 장식물로 주로 설법할 때 손에 지닌다. 불자를 멈춘다는 것은 운수행각을 마치고 일정한 곳에 주석하는 것을 말한다.
  170. 180)용담龍潭 : 조선 후기 스님 용담 조관龍潭慥冠(1700~1762)으로 자는 무회無懷이다. 숙종 26년(1718) 19세로 감로사甘露寺에서 상흡尙洽에게서 승려가 되어 취간就侃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171. 181)의발衣鉢 : 수행자가 늘 지참해야 하는 세 벌의 옷과 한 개의 발우이다(三衣一鉢). 전하여 교법이라는 뜻이 되었고, 특히 선종에서는 도道를 주고받는 것을 ‘의발을 전한다’고 한다.
  172. 182)정승삼매靜勝三昧 : 몸과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경지에서 좌선삼매坐禪三昧에 잠기는 일이다.
  173. 183)구인九仞 : 공자는 학문에 힘쓰도록 권유하는 말을 하였다. 비유하자면 흙을 부어 산을 만드는데 한 삼태기를 이루지 못하고 중지하는 것도 자신이 중지하는 것이며, 평지에 비록 한 삼태기를 부었더라도 계속하는 것도 자신이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이런 좋은 경내에 암자의 본당만 짓고 횡루橫樓가 없는 것이 마치 끝에 한 삼태기를 갖다 붓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吾往也, 『論語』「子罕」)
  1. 1)題名三字。編者補入。
  2. 2)目次。編者作成補入。
  3. 1)「文」一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