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범해선사시집(梵海禪師詩集) / 梵海詩稿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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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선사시집(梵海禪師詩集)
범해시고 서문(梵海詩稿叙)
도에 뜻을 둔 자는 진실로 시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하물며 정법을 추구하여 선열禪悅을 즐기는 자는 달가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기어綺語를 경계 삼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옛날은 말할 것도 없고 근세의 스님들로 사대부의 반열을 따라 교유하는 이들은 대개 모두 시편에 의탁하여 창화唱和를 구하여 소소하게 스스로 기뻐하는 듯하니 고고枯槁하고 침적沈寂하여 스스로 그 답답하고 막힌 마음을 펼칠 길이 없어서 그러한 것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참선하고 계율을 지키는 여가에 선정의 고요함과 지혜의 빛이 사물을 만나 거울처럼 비추며 큰 종과 경쇠가 손을 따라 소리를 울리는 것과 같아서 무슨 연유인지 알지 못하고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기어를 경계한다고 하여 즐겨 하지 않을 것인가.
대흥사 범해 선사는 일찍 출가하여 학문의 연원을 강론하고 종문의 계행을 갖추어 공문空門의 명가가 되었다. 이윽고 사방을 유람하여 기달산怾怛山(금강산), 방장산方丈山(지리산), 영해瀛海(제주도), 묘향산妙香山으로부터 큰 도읍과 강과 산의 누대에 이르기까지 기인이나 문인의 무리를 만나면 마음을 기울여 말을 토하고 경계를 마주하면 정을 펼쳤다. 혹은 초연히 홀로 가며 혹은 기쁘게 수창하기도 하여 그윽하게 거처하고 유연하게 생각하며 항상 애쓰며 한 해를 마치었다. 평생에 지은 시 몇 편을 그 문도門徒가 간행하고자 함에 금명 강백錦溟講伯을 통하여 나에게 한마디 말을 청하였다.
내가 생각하니 남방의 강학에서 세상에 뛰어난 것은 반드시 대흥사를 으뜸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12분 종사의 많고 성대함에 이르렀다. 스님은 삼의三衣1)의 뒤를 이어 그 자취를 실추시키지 아니하였고 빛나는 명성이 흠모할 만하니 설사 그 시가 뛰어나지 못하다 할지라도

010_1099_a_01L[梵海禪師詩集]

010_1099_a_02L1)梵海詩稿叙
[1]
010_1099_a_03L
010_1099_a_04L
志道者固不屑于詩况求正法而味禪
010_1099_a_05L悅者當不惟不屑必以綺語爲之戒而
010_1099_a_06L苟禁也然在昔無論近世緇流得以
010_1099_a_07L遊從於卿士大夫之列者率皆託諸詩
010_1099_a_08L擬求嚶鳴有若沾沾自喜抑枯槁
010_1099_a_09L沉寂苦無以自宣其堙鬱而然歟即不
010_1099_a_10L而以求禪持戒之餘怳然如定水慧
010_1099_a_11L遇物鑑照錚然如洪鍾大磬觸手
010_1099_a_12L應聲而不自知其何由而發則是豈綺
010_1099_a_13L語之可戒而不屑爲也哉大興寺梵海
010_1099_a_14L禪師早自落髮講學淵源戒具宗脉
010_1099_a_15L爲空門名家旣而作四方遊怾怛方丈
010_1099_a_16L瀛海妙香以至通都大邑江山樓臺之
010_1099_a_17L畸人韻士之類莫不傾心吐辭
010_1099_a_18L境抒情或超然而孤▼(辶*(山/王))或驩然而唱酬
010_1099_a_19L闇然而處悠然而思常兀兀而窮年
010_1099_a_20L生平所著詩凡若干篇其門徒將壽諸
010_1099_a_21L介錦溟講伯請余有一言余惟念
010_1099_a_22L南方講學傑然世出必以大興屈一
010_1099_a_23L指故至有十二宗師之多且盛師承三
010_1099_a_24L衣之後不墜緖餘聲光可挹設其詩

010_1099_b_01L부족함이 없는데 이제 여러 작품들이 충담衷澹하고 진밀縝密하여 조금도 방일放逸하지 않으니 이것으로도 그의 심법心法을 헤아려 볼 수 있다.
아, 물과 달처럼 비추고 종과 경쇠처럼 응하여 울리니 스님은 과연 무슨 연유인지 모르고 자연스레 표현하는 것이로다. 그러나 훗날에 이 시를 읽는 이가 만약 그 선정과 지계持戒의 심법을 고찰하지 않고 다만 연운烟雲과 화월花月의 지엽을 읊는 것만을 본다면 이 어찌 범해 스님이 그 문도들에게 바라는 것이겠는가.
구력舊曆 정사년(1917) 늦봄 염재 거사念齋居士 송태회宋泰會가 길상산방吉祥山房에서 쓰다.

010_1099_b_01L不工已足自在今諸作衷澹而縝密
010_1099_b_02L無少放逸即此而亦可想其心法嗚呼
010_1099_b_03L鑑之如水月應之如鍾磬師果不自知
010_1099_b_04L其何由而發之者歟然後之讀此者
010_1099_b_05L不攷其求禪持戒之心法只觀其諷詠
010_1099_b_06L於烟雲花月之末而已則此豈梵師之
010_1099_b_07L所望於其門徒也哉

010_1099_b_08L
舊曆丁巳暮春念齋居士宋泰會書
010_1099_b_09L吉祥山房

010_1099_b_10L{底}新文館發行鉛印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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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선사시집 제1권(梵海禪師詩集 第一)
두륜산 환여 각안 지음(頭輪山 幻如覺岸著)
총목차總目次
범해선사시집 제1권 梵海禪師詩集 第一시詩 1-102편
석옥 화상 산거시를 차운하다(次石屋和尙山居詩【十二首】)
김도암을 보내며(送金道巖)
조신암의 시에 차운하다(次趙信庵)
김호은의 시에 차운하다(次金湖隱)
초의 선사를 애도하다(挽草衣禪師)
열한 곳 암자의 이름(十一庵號)
김금사에게 화답하다(和金錦史)
흥운 선백을 보내다(送興雲禪伯)
손 좌수를 애도하다(挽孫座首【二】)
준원에게 주다(贈俊圓)
관 선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寬禪)
부흔에게 화답하다(和富昕)
재연의 시에 차운하다(次在演)
필훤에게 주다(贈弼暄)
인학을 훈계하다(戒仁學)
재환을 보내며(送在煥)
태연의 시에 차운하다(次泰演)
전의를 보내며(送典毅)
해언의 시에 차운하다(次海彥)
선유에게 답하다(答善裕)
처운을 축하하다(賀處耘)
응현을 이별하다(別應玄)
영순에게 주다(贈永淳)
영준에게 주다(贈英俊)
진학에게 답하다(答進學)
경화에게 주다(贈璟華)
영찬에게 주다(贈永贊)
정치은에게 화답하다(和鄭痴隱)
최매은, 임취정, 강제호와 함께 화답하다(與崔林姜共和)
최매은, 임취정, 강제호와 함께 나운의 청담 운에~(與崔林姜共次羅云淸潭韻)
쌍계사에 도착하여(到雙溪)
개울가 절에서 감흥이 일어(溪寺興感)
수옥계에 놀다(遊漱玉溪)
용악 스님 시축에 쓰다(題龍岳師詩軸)
관음굴에 쓰다(題觀音窟)
원호에서 세선을 보다(院湖觀稅船)
파초화芭蕉花
채제암을 보내며(送蔡霽巖)
처음 학질에 걸리다(超瘧)
강매오 운에 차하다(次姜梅塢韻)
서율의 어머니 조씨를 애도하다(挽瑞律母趙氏)
안 산림을 애도하다(挽安山林【二】)
정기를 훈계하다(訓正己)
이학봉을 애도하다(挽李鶴峯)
김 호군을 애도하다(挽金護軍)
칠성암의 시운을 차하다(次七星庵韻)
영해를 건너며(越瀛海)
강용운이 시를 요구하다(姜龍雲求詩)
삼성혈三姓穴
연신각의 시운을 차하다(次戀宸閣韻)
대정읍 회고(大靜懷古)
정의현 동헌의 시운을 차하다(次旌義東軒韻)
연북정의 김청음 선생 시운을 차하다(次戀北亭金淸陰先生韻)
계정 개사에게 주다(與戒定開士)
궁예성을 지나며(過弓裔城)
천보루의 시운을 차하다(次天保樓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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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1100_a_01L화암사 운을 차하다(次花巖寺韻)
일로향실一爐香室
자미화紫微花
삼가 신백파 선생이 주신 시에 차운하다(謹次申白坡先生贈韻)
백파, 송파 두 노인과 함께 북암에 올라 운을 띄워(白坡松坡兩老共上北庵拈韻)
인호 김 사인을 애도하다(挽仁湖金斯人)
은적암 나그넷길(客隱跡【二】)
스스로를 탄식한 연구(自嘆聯句)
황반계에 화답하다(和黃磻溪)
김옥산 진사의 시운을 차하다(次金玉山進士)
결제일에 홀로 앉아(結制獨坐)
종이배에 쓰다(題紙船)
저녁에 벽파를 건너다(夜渡碧波)
김구암을 보내며(送金搆庵)
쌍계사에 쓰다(題雙溪)
탄보묘 현판의 시운을 차하다(次誕報廟板上韻)
조계암 현판의 시운을 차하다(次曹溪庵板上韻)
모연을 다니며(募緣行)
부사 백겸산, 책실 백다천, 허소치와~(府使白兼山册室白茶泉許小痴共~)
기연 상인에게 주다(贈奇衍上人)
이송파에게 화답하다(和李松坡)
강선대降仙臺
동야를 그리며(憶東野)
광신에게 부치다(寄廣信)
미선尾扇
선우에게 주다(與善愚)
은적사에 쓰다(題隱跡寺)
영산 선백을 늦게 추모하다(追挽影山禪伯)
나무 염주 송(木念珠頌)
암행어사 심난소를 모시고(陪繡衣沈蘭沼)
대월루의 시운을 차하다(次對月樓韻)
양백오와 함께 화답하다(與梁栢塢共和)
관호재의 시운을 차하다(次觀湖齋韻)
응화 강주를 애도하다(挽應化講主)
백오재의 운을 차하다(次栢塢齋韻)
기운 상인에게 주다(贈奇雲上人)
원해 강백에게 주다(贈圓海講伯)
보정 상인에게 주다(贈寶鼎上人)
단양端陽
승주로 돌아가는 법해 장로를 보내며(送法海長老歸昇州)
청봉 장로에게 주다(贈淸峰長老)
무위 형을 애도하다(挽無爲兄)
구곡九曲
구대九臺
기정 상인에게 주다(贈奇正上人)
견성암에 올라 삼가 이 어사 돈상의 시운을~(上見性庵謹次李御使敦相韻【二】)
범해선사시집 제2권 梵海禪師詩集 第二시詩 2-68편
목환자 천념불木槵子千念佛
한양 안기선에게 화답하다(和漢陽安期仙)
무설천無說泉
봉화에게 주다(贈奉和)
재현에게 주다(贈在玄)
근학에게 주다(贈謹學)
찬민 소사에게 주다(與賛敏小師)
동일 상인에게 주다(贈東一上人)
익운 상인에게 주다(贈翼雲上人)
운포 이 사백의 시운을 차하다(次雲圃李詞伯韻)
적련암에 거처하며(居赤蓮庵)
이송파를 애도하다(挽李松坡)
영산화映山花
조 사백의 운에 화하다(和曹詞伯韻)
쾌년각에 쓰다(題快年閣)
윤송하에게 화답하다(和尹松下)
영주 십경瀛洲十景
두륜산 십경(頭輪十景)
조인조에게 주다(贈曹仁祚)
처감 상인에게 주다(贈處鑑上人)
유위계와 이별하며(奉別劉韋溪)

010_1100_b_01L재윤 상인에게 주다(贈在允上人)
응하를 이별하며(別應河)
범해당에 쓰다(題梵海堂)
염객 장 비장, 김 학관과 함께 화답하다(廉客張裨將金學官共和)
법한 상인法翰上人
찬의 상인讚儀上人
『법화경』을 설하다(說法華經)
『유마경』을 읽고(讀維摩經)
북암을 방문하다(訪北庵)
천우에게 주다(贈天祐)
근환의 시축 운을 차하다(次謹煥軸韻)
근호의 시축 운을 차하다(次謹浩軸韻)
윤해고의 운을 차하다(次尹海皐韻)
최석치의 운을 차하다(次崔石痴韻)
수상 이 공 용관의 시운에 화답하다(和水相李公容觀韻)
수상 규태가 남암에서 든 운을 창화하다(唱和水相圭泰南庵拈韻【五】)
삼가 수상의 시운에 화답하다(奉和水相韻)
운담 장로의 담 자 운을 차하여 쓰다(次題雲潭長老潭韻)
홍파 상인에게 주다(贈洪波上人)
최석치의 시운을 차하다(次崔石痴)
석행 상인에게 주다(贈錫幸上人)
민 공과 창화하다(唱和閔公)
경원에게 주다(遺敬元)
인화에게 주다(遺仁和)
구오사미 인정을 보내며(送仁正驅烏沙彌)
행각하는 순화에게 주다(與順和行脚)
김만취가 준 시운을 차하다(次金晩翠贈韻)
박노하가 준 시운을 삼가 차하다(謹次朴蘆河贈韻)
천 아사에게 부치다(寄千雅士)
조 만호를 애도하다(挽曹萬戶)
회광 장로에게 주다(贈晦光長老)
월여 선백을 애도하다(挽月如禪伯)
청하 장로를 애도하다(挽靑霞長老)
임남고와 전송촌을 이별하며(別林南皐田松村)
쾌년각 뜰의 영산홍(快年閣庭映山紅)
삼가 조 시찰사의 유산시 운을 차하다(謹次曹視察使遊山韻)
박매계에게 주다(贈朴梅溪)
조행탄과 윤백은의 월야 시운을 차하다(和趙杏綻尹白隱月夜韻)
최유재, 김소운, 김미방에게 화답하다(和崔裕齋金小雲金米舫)
행영을 그리며(思行英)
차운하여 연순의 시축에 적다(次題延淳軸)
태우 상인의 시운을 차하다(次泰愚上人韻)
지운 상인에게 주다(贈志運上人)
김송남의 임우 시운에 화답하다(和金松南霖雨韻)
기문 스님을 보내며(送綺紋師)
다시 옛 암자에 거처하며(再居古庵)
박 처사를 만나(逢朴處士)
고풍장편古風長篇-6편
삼의가三衣歌
참외를 얻고 느낌이 일어(得瓜興感)
관비부도貫碑浮屠
인물가人物歌
산수가山水歌
다가茶歌
범해유집 보유梵海遺集補遺
오언절구五言絶句-19편
완호 조사의 비를 세우다(立玩虎祖師碑)
느낌이 일어(興感)
강석에서(講席)
원호에 큰 바람이 일다(院湖大風)
병인년의 원망(丙寅怨)
제주 대정군 도원리로 가는 도중에(濟州大靜郡桃源里途中)

010_1100_c_01L남원 관왕묘南原關王廟
광한루廣寒樓
가을날 홀로 앉아(秋日獨坐)
은해사 백흥암 무흡 상인을 생각하며(憶銀海寺白興庵武洽上人)
완도 원동에서 묵다(宿莞島院洞)
진도군 조도珍島郡鳥島
옥도玉島
석남도石南島
가을 목단(秋牧丹)
장미 풀(蘼草)
황귤黃橘
선암사 『대각국사집』을 보고 나서(閱仙巖寺大覺國師集)
술회 회문述懷回文
오언율시 五言律-19편
허만택에게 주다(贈許萬澤)
침계루枕溪樓
송광사 임경당松廣寺臨鏡堂
초의의 차(草衣茶)
학잠 십운學箴十韻
남대의 가을 풍경(南臺秋觀)
하태도의 윤성문을 보내며(送下台島尹成文)
석왕사로 돌아가는 순성 상인을 보내며(贈順成上人歸釋王寺)
저녁에 돌아오다(暮歸)
건제체建除軆
팔음체八音軆
영산홍映山紅
목단화牧丹花
옥매화玉梅花
저녁 새가 울다(夜鳥鳴)
만일암挽日庵
다시 보운각에 들어와(再入寶運閣)
고운 체(題眞簁)
보길도의 서암(甫吉島書巖)
칠언절구七言絶句-56편
『사기』를 읽고(讀史紀)
수로왕릉을 지나며(過首露王陵)
통도사 자장굴의 금개구리(通度寺慈藏窟金蛙)
칠석七夕
어부漁父
두륜봉頭輪峰
바람을 쓰다(題風)
우물의 물고기(井魚)
김여종을 조롱하다(嘲金汝鍾)
태평화太平花
봉선화鳳仙花
금낭화錦囊花
청허집淸虛集
간신론諫臣論
『가어』에서 실궁 이야기를 보고(見家語失弓)
집닭(家鷄)
산 꿩(山雉)
주장자拄杖子
동리사 필연 상인을 이별하며(別桐裏寺弼演上人)
만일암 잡영挽日庵雜咏【四首】
김내열에게 화답하다(和金乃烈【六首】)
추분秋分
김운옹 선생께 화답하다(和金雲翁先生)
눈길을 가다(雪中行)
남미륵암 잡영(南彌勒雜詠【三首】)
강동의 사정(江東沙亭)
꽃 언덕의 잡영(花塢雜咏【六首】)
박우곡에게 화답하다(和朴愚谷)
홍해의 객점에서 묵다(宿洪海店)
상주의 침산 이 처사에게 주다(贈尙州枕山李處士)
제주에 들어가다(入濟州)
애월진의 명천에서 목욕하다(浴涯月鎭明泉)
대정 산방굴사大靜山房窟寺
금강산 마하연金剛山摩訶衍
경기도 덕사의 용암 화상(京畿德寺庸庵和尙)
백련사 만경루白蓮社萬景樓
신백파 선생과 함께 북대에 오르다(共申白坡先生登北臺)
금도에서 묵다(宿金島)
처서날 가뭄 끝에 비가 오다(處暑旱雨)

010_1101_a_01L김용에게 보이다(示金龍)
초의 장로가 그린 ≺십팔나한도≻에 쓰다(題草衣長老畵十八羅漢圖)
『사십이장경』과 『유교경』 2경의 합부에 쓰다(題章敎二經合部)
「사십이장경 과평」에 쓰다(題四十二經科評)
「유교경 과평」에 쓰다(題遺敎經科評)
「경책문 과평」에 쓰다(題警策文科評)
『삼경 합부 과기』 회향(三經合部科記回向)
허소치 ≺괴석도≻에 쓰다(題許小痴恠石圖)
금월 화상을 애도하다(挽錦月和尙)
남파 화상을 애도하다(挽南坡和尙)
장남사에게 화답하다(和張藍史)
재윤 사미에게 사위의의 송을 주다(贈在允沙彌四威儀頌)
영산홍과 생지황의 빠진 구절을 채우다(足映山紅生地黃落句)
경상도 진해를 지나며(過慶尙鎭海)
하동 칠불암河東七佛菴
은진 관촉사(恩津觀燭)
능주 운주동綾州運舟洞
칠언율시(七言律)-22편
두륜산월가頭輪山月歌
진도의 봉화대 (島峯火)
훤초萱草
도갑사 대운 상인을 보내며(送道岬寺大雲上人)
장흥 보림사長興寶林寺
두륜산의 비전(頭輪山碑殿)
진도 김용은을 보내다(送島金龍殷)
삼가 만일암 초의 선사 운을 차하다(謹次挽日庵艸衣師韻)
공북대拱北臺
진남대鎭南臺
해남 군수 이동루, 책실 정유상과 북암에~(海南倅李東樓册室丁維桑登北庵共和)
철선 화상을 애도하다(挽鐵船和尙)
미황사 상수암美黃寺上岫菴
성도암成道菴
진주 촉석루晋州矗石樓
제주를 건너려고 배를 띄우다(渡濟州放船)
제주 관덕정濟州觀德亭
직산 홍경사稷山弘慶寺
전주 견훤성全州甄萱城
동복 물염정同福勿染亭
남고사 만경대南固寺萬景臺
강진 백련사康津白蓮社
범해선사시집 후발梵海禪師詩集後跋
시 1(詩一)
석옥 화상1) 산거시를 차운하다【12수】(次石屋和尙山居詩【十二首】)
[1]
一座高庵位面西     높은 암자 하나 서쪽 향해 자리하여
登樓聽得細流溪     누각 오르면 작은 시냇물 소리 들리네
洞能嫌淺谽谺閜     골짜기는 얕은 것 싫어 깊이 열려 있고
峰自讓尊峛崺低     봉우리는 겸손한 듯 낮게 이어져 있네
碧砌花明蜂挹露     푸른 섬돌 화사한 꽃에 벌은 이슬 따고
黃庭雨霽燕團泥     노란 뜰 비 개자 제비는 진흙 뭉치네
雲深樹密淸陰下     구름 깊은 무성한 숲 맑은 그늘 아래
好鳥忘機左右啼     좋은 새 무심히 여기저기서 지저귀네

[2]
自坐衆中未透關     무리 중에 좌선하나 관문 뚫지 못하고
縱觀衲子問津還     도를 묻고 돌아가는 납자들 바라보네

010_1101_b_01L千山極目師親老     천산 멀리 늙은 스승과 어버이 생각하니
萬事灰心寤寐閒     만사에 마음 식어 자나 깨나 한가하다
放杖洗衣無主水     지팡이 놓고 주인 없는 시내에 옷 세탁하고
携筐采菜不禁山     광주리 들고 막는 이 없는 산에 나물 캐네
浮沉一馬乾坤裡     일마2)와 같은 천지 사이에 부침하노라니
始覺依然出世間     비로소 의연히 세간을 벗어난 것 깨닫네

[3]
汲澗煎茶喚友分     시냇물로 차 달여 벗을 불러 나누니
情林密勿滿堂薰     집 가득 차 향기에 정이 넘치는구나
評論句讀砭新學     구두점 평론하며 초학자 깨우쳐 주고
涉獵篇章證舊聞     시문 섭렵하며 예 듣던 것 증험하네
淨除道場充空肚     도량 깨끗이 쓸고 나서 빈 배 채우고
通開方丈坐孤雲     방장실 활짝 열어 구름 사이 앉노라
已知至樂箇中在     지극한 즐거움 여기에 있음 알았나니
可笑云爲陌上奔     우습구나 세상일에 분주한 이들이여

[4]
小庭雨激布新沙     작은 뜰 세찬 비에 새 모래 까니
岑寂柴門鎖碧蘿     쓸쓸한 사립문 푸른 등라 덮였네
舊築池塘時一浴     옛적 쌓은 연못에 때때로 목욕하고
新開場圃日三過     새로 연 채마밭에 세 번씩 들른다
頗厭世事隱身久     세상일 싫어 은거한 지 오래인데
慣愛山禽知己多     사랑스런 산새만 마음의 벗이라네
欲遣昏沉吟偈頌     게송 읊어 혼침한 마음 보내고자
謾將硯墨趂窓磨     괜스레 창 앞에서 벼루에 먹을 간다

[5]
數間蘭若御高臺     수 칸 난야의 높은 누대 오르니
幻化乾坤壼裡開     환화와 같은 신선세계가 열렸다
暫到僧披紅雨到     스님은 붉은 비 헤치며 막 이르고
恒來泉自白雲來     샘은 흰 구름 가에서 항상 흐른다
尋眞野客留聞道     명승 찾은 길손 머물러 도를 듣고
失耦山禽向告哀     짝 잃은 산새는 슬픔을 호소하네
破衲掩身炎節至     헌 납의로 몸 가리며 여름 맞으니
雖然如是勢難裁     새 옷 재단할 형편 어렵기만 하네

[6]
南臺北岳盡吾家     남대와 북악이 모두 나의 집
只守天眞度歲華     천진함을 지키며 해를 보낸다
蘿月松風爲伴侶     청라의 달빛과 솔바람이 벗이요
經床茶竈作生涯     책상과 차 부엌만이 살림살이라
三條椽下知吳馬     작은 선방 아래에서 오마3)를 알고
七尺單前覺盞蛇     작은 선상 앞에서 잔사4)를 깨닫네
葉落花開春秋至     잎 지고 꽃 피어 봄가을 이르니
但看喚友擇枝鴉     가지엔 짝을 부르는 까마귀뿐

[7]
人皆德業備多層     사람들은 다 덕과 사업 갖추었는데
以懶言之我自能     게으름으로 말하면 내가 으뜸일세
泐井通天沈白月     우물 파니 하늘 통해 달빛 어리고
矮簷著地掛紅藤     처마는 땅에 닿아 붉은 넝쿨 걸렸네
若交信向榮名客     어찌 영예 구하는 손님 교유하며
寧納誤尋問字僧     어찌 잘못 찾아온 학승들 맞으랴
一眼小池流水滿     자그만 연못에 흐르는 물 가득한데
堤花岸柳又蘋菱     제방 꽃 언덕 버들에 마름 풀 떴네

[8]
考槃在㵎一心澄     시냇가 은거하니 마음도 청정해
南北東西任運騰     동서남북 흐름 따라 소요하노라

010_1101_c_01L眼困披經明漸縮     독경으로 눈은 점차 어두워지고
鬢因閱歲白將增     흐르는 세월에 흰머리만 늘었구나
講筵馳想雲居塾     운거5)의 강단은 더욱 그립고
茶話難忘月出僧     월출산 스님과 차 얘기 잊기 어렵네
俯念群生千萬態     세상 사람들의 온갖 자태 굽어보니
堪憐同住有多情     함께 지내는 이의 다정함 소중하다

[9]
單名片利莫矜誇     하찮은 명성과 이익 자랑 말지니
不若幽居守拙家     그윽한 곳에 졸렬함 지킴만 못하리
路挾亭亭君子樹     길 양쪽으론 군자의 나무 우뚝하고
溪流灼灼曼陁花     시냇가엔 만다라화가 화사하구나
蘭泉迸㵼穿林井     난초 샘은 숲속 우물에 쏟아지고
梧月和明布地沙     오동나무 달은 모래톱 밝게 비추네
獨自相羊芳草裡     홀로 방초 가운데 산책하노라니
七斤衣角滿輕霞     가사 자락에 가벼운 노을 젖는다

[10]
二七方知竺道尋     14세에 불도를 알고 찾아 나서6)
於今四十老叢林     지금까지 40년을 총림에서 늙었네
罕行鄕里忘親戚     고향에 가지 않아 친척도 잊었는데
頻涉山川識淺深     산천은 자주 올라 속속들이 안다네
茅屋半區容衣鉢     초가 반 칸에 의발을 용납하고
禪經數卷度光陰     선어록 몇 권으로 세월을 보낸다
出家榜樣如何是     출가의 법도가 무어냐고 한다면
抖櫢人心覓道心     마음 일깨워 도를 찾는다고 하리

[11]
世事摠將物理推     세상일 모두 이치로 헤아려 보니
盈虛乃是一盤碁     영허성쇠가 한 판의 바둑이라
貪婪滅祖無前保     탐욕으로 조상 멸하면 전날을 보존 못하고
忠孝貽孫有後知     충효를 후손에 전하면 훗날에 알려지리
隨喜獸歸超死界     죽음 초월한 세계로 돌아가는 들짐승 기쁘고
贊歎魚老放生池     방생된 연못에서 늙어 가는 물고기 찬탄하네
聲塵不到千巖靜     소리와 티끌 없어 천산이 고요하니
正好看經得意時     독경하며 뜻을 체득하기 좋을 때로다

[12]
幽居已得好規模     그윽한 거처 규모도 좋게 얻으니
逐日拈題襍韻圖     날마다 운서 보며 시제를 드노라
屋老禪風吹草座     옥로7)의 선풍은 풀방석에 불어오고
盧公精進滿山厨     노 공8)의 정진은 산 부엌 가득하네
奇緣早作言猶辣     기연 일찍 지어 말 오히려 신랄하고
散景晩收格自枯     풍경 늦게 담아 격조 절로 메마르네
仰和高吟貂續是     우러러 높은 시 외람되이 화답하니9)
心香一炷揷寒爐     심향 한 심지 차가운 화로에 꽂는다
김도암을 보내며(送金道巖)
巾衣獨步白雲邊     두건 쓰고 홀로 백운 가를 거닐어
正眼看來弄鶴仙     바라보니 학을 희롱하는 신선일세
閒話曾無塵世氣     한담을 나누니 속세의 기미 없고
淸游始有梵宮緣     맑은 유람 비로소 범궁의 인연 맺었네
轉經走筆攻痡矣     불경 읽고 붓 놀리며 병통 다스리고
漱石枕流養浩然     돌로 이 닦고 물에 누워10) 호연지기 기르네

010_1102_a_01L歸去湖南淸海府     그대 호남의 청해부11)로 돌아가거든
此間活計向人傳     이곳 살림살이 사람들에게 전해 주소
조신암의 시에 차운하다(次趙信庵)
頭輪岳勢極南天     두륜의 산세 남녘 하늘 우뚝 솟아
一國靑衿冠盖連     온 나라 사대부의 발걸음 이어지네
露月光風眞續後     진실로 광풍제월의 경계를 이어서
銀鉤鐵索正爭先     은구와 철색12)의 솜씨 앞을 다투네
盤留瓦鉢恩命守     쟁반엔 발우 남겨 은명13)을 지키고
口吐瓊琚珍寶傳     아름다운 시구는 보배로 전해지네
勝彼韓顚衣別事     한유와 태전의 의별14)보다 나으니
掀然蔬腹獻標詮     산승의 속 들추어 시 지어 바치네
김호은의 시에 차운하다(次金湖隱)
湖隱光風遠近歌     호은의 맑은 풍격 원근이 노래하니
淸遊物外道心多     물외에 맑게 노닐어 도심이 넘친다
諦觀天地好生養     천지의 생양하는 이치 또렷이 보고
誠笑古今論自他     고금을 담소하며 자타를 논하누나
鏡浦漁謳三更靜     고요한 밤 경포대 어부의 노랫소리
仙區野色四時和     사시사철 화기 넘치는 선계의 들판
能呑衢酒幽庄臥     태평주를 마시고 그윽한 별장 누우니
氣像依然萬頃波     기상은 의연히 만경창파처럼 넓구나
초의 선사를 애도하다(挽草衣禪師)
如來禪及祖師禪     여래선과 조사선을
雙運當時應運賢     당시에 함께 운용해 현인들에게 응했네
曾隱草堂餐陶菊     일찍 초당에 은거하여 국화를 따고
晩居寶閣愛周蓮     만년엔 보각 거처하며 연꽃 사랑했네
爲人父母三千里     삼천리강산 백성의 부모 되었고
作我棟樑八十年     우리 불문의 동량 노릇 한 지 80년
葉落歸根山寂寞     잎은 뿌리에 돌아가고 산은 적막한데
海東天地一鞋傳     해동 천지에 짚신 한 짝15)만 전해지네
열한 곳 암자의 이름(十一庵號)
尋眞去處起淸神     심진암 가는 곳 청신암 솟아 있고
行到東岡新月親     동강암 이르니 신월암 반갑네
明寂蕭條深寂寞     명적암은 쓸쓸하고 심적암 적막한데
赤蓮爛漫導船輪     적련암은 꽃 피어 수레와 배 이끄네
降臨眞佛雨花贊     진불암 내려가니 꽃비 내려 찬탄하고
特立南彌挽日竣     남미륵암 우뚝 서고 만일암 높구나
北塔齊天空界在     북탑암은 하늘 높이로 허공세계 있으니
山庵十一望中新     산 암자 열하나 바라보니 새롭구나
김금사에게 화답하다(和金錦史)
妖魔間闖一山空     요망한 마가 틈입하니 온 산이 비고
石徑荒凉久不通     돌길도 황량하여 오랫동안 막혔네
掃榻承顏長日短     선탑 쓸어 마주하니 하루해도 짧았고
煎茶促膝小房洪     차 달여 가까이 앉으니 작은 방도 넓었네

010_1102_b_01L浮林暖氣無心碧     숲의 따스한 기운은 무심히 푸르고
滿塢花情有意紅     언덕 가득한 꽃은 다정하게 붉구나
詩境談軒雙具足     시경과 담소하는 집 둘 다 갖추었는데
逢場不似恨應同     함께 얘기 못 나누니 피차 한스러우리
흥운 선백을 보내다(送興雲禪伯)
有客淸枯似鶴形     학처럼 맑고 야윈 나그네 있으니
興雲爲號勝閑名     법호는 흥운이요 이름은 승한이라
瀋陽城裏留胡寺     심양성에서 안에서는 호승의 절에 머물렀고
山海關前望帝京     산해관 앞에서는 제경16)을 바라보았네
頂戴紫冠行撿素     머리엔 자관 쓰고 행실은 소박하며
囊安金佛放光明     주머니엔 금부처 모셔 빛이 나누나
今秋邂逅知眞妙     올가을 만나 참되고 오묘함 알았으니
欲久無忘句自成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 시를 지었네
손 좌수를 애도하다【2수】(挽孫座首【二】)
[1]
來時一陣淸風起     이 세상 올 때 한바탕 청풍 일더니
去日猶如慶快蓬     떠나는 날엔 경쾌한 쑥대 같구나
兒孫感情叩地呌     자손은 슬픔에 땅을 치며 통곡하고
狗鷄失料仰天嗈     개와 닭도 의지 잃어 하늘 보고 운다
觀音勢至彌陁見     관음과 세지 미타를 알현할 것이요
草衣梅巢君善逢     초의와 매소 선사 그대 잘 만나리라
鄕中老少皆期會     고을의 노소가 모두 기약하고 모여
執紼送歸落日紅     상여 잡고 보내니 지는 해만 붉구나

[2]
石田茅屋樂天人     돌밭과 초가집에서 천명을 즐기고
善養浩然孟氏隣     호연지기 잘 기르니 맹자의 이웃일세
德與祥風遐邇振     덕은 상서로운 바람 타고 멀리 떨쳤고
聲隨明月海山輪     명성은 밝은 달 따라 해산에 원만했네
歸依佛法修功敬     불법에 귀의하여 공경히 공부하였고
遂事衙官補政仁     관아에서 일하며 인으로 정사 도왔네
都附親踈薤露境     친소를 모두 덧없는 이슬에 부치니
身雖就木性常新     몸은 묻혔으나 자성은 항상 새롭구나
준원에게 주다(贈俊圓)
男兒立志如山重     남아의 입지 산같이 무거워야 하느니
細碎思量勿露形     세세한 생각은 드러내지 말지어다
性善誰能持律藏     본성 선하면 어찌 율장을 지니며
心仁何必學孝經     마음 어질면 어찌 꼭 효경을 배우랴
松琴猶勝管絃樂     솔 소리도 오히려 관현악보다 낫고
蘿月足該富貴榮     청라의 달빛도 부귀영화 가름하느니
莫道生涯澹泊甚     생애가 너무 담박하다 이르지 말라
由來俊傑一門行     예로부터 준걸은 한길을 걸었나니
관 선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寬禪)
叅盡名家最後尋     명가 다 참배하고 마지막에 찾아 주니
因緣厚薄可知今     인연의 도탑고 옅음을 오늘에야 알리
長春浪送長春洞     긴 봄을 자유롭게 장춘동에서 보내며
梵海勤求梵海心     불법의 바다에서 범해의 마음 구하네

010_1102_c_01L詩和竹間題竹葉     대나무 사이 죽엽에 시를 써 화답하고
宴開松下聽松琴     솔 아래 자리 펴 솔 거문고 소릴 듣네
去留有數庸何挽     가고 머묾 운수 있으니 어찌 붙잡을까
桂月團團照兩襟     계수나무 달빛만 두 옷깃을 비추누나
부흔에게 화답하다(和富昕)
昔在雲居舊學人     예전 운거의 강석에 학인으로 있다가
珠還合浦莫非因     다시 와 선정善政 펴니17) 모두 인연이로다
杏壇信讀韋三絕     행단18)에서 독서하니 위편 세 번 끊어지고19)
紺院精窮梖一翻     감원20)에서 궁구하며 패엽21) 섭렵했네
阮籍靑瞳開漆桶     완적의 청안22)으로 칠통 열어 깨치고
曇如白足踏紅塵     담시의 백족23)으로 홍진 밟아 놀았네
華嚴大海同舟渡     화엄의 큰 바다를 함께 배로 건너니
欸乃一聲唱和親     어부의 창화하는 노랫소리 정겹구나
재연의 시에 차운하다(次在演)
問道何年遊講場     도 물으며 어느 때 강석에 노닐었나
安心靜慮汝稍長     자라서는 마음과 생각 안정시켰네
儒林涉獵胷襟豁     유학 섭렵하니 흉금이 트여 넓고
釋苑談論舌味香     불법 담론하니 혀끝이 향기롭구나
道布人間開末學     세상에 불도 펴 후학들 깨우쳐 주고
燈傳海外繼餘光     바다 밖에 진리의 등불 이어 전했네
作之不已乃成器     수행 그치지 않으면 큰 그릇 이루어
未幾吾家做棟樑     오래지 않아 종문의 동량이 되리라
필훤에게 주다(贈弼暄)
夙植良緣並世生     숙세의 좋은 인연 같은 세상 태어나
遨遊法海一船輕     가벼운 배로 불법의 바다 소요하네
叅師遠破靑山影     스승 참배해 먼 청산의 그림자 밟고
好靜深棲碧㵎聲     고요함 좋아하여 푸른 시내 깃들었네
萬國春行眉宇秀     만국에 봄이 오듯 모습이 빼어나고
九霄月現性潭淸     구천에 달 비치듯 자성의 연못 맑구나
難疑問答頭輪雪     두륜산의 눈 속에 문답하고 논란하며
臨濟宗風萬古情     임제의 종풍을 만고의 마음에 전하네
인학을 훈계하다(戒仁學)
優遊圓覺光明藏     원각의 광명세계에 우유하며
度盡咸豊辛酉時     어느덧 함풍 신유년을 보냈네
半世無多靑眼子     반평생 청안의 납자 적었는데
何人生此寧馨兒     누가 이같이 기특한 이 낳았나
能呑萬里西江水     능히 만 리 서강의 물 삼키고24)
大化千山東國緇     해동 천산의 스님들을 교화하네
若犯世間無限態     세간의 무한한 작태를 범하면
難逃北塔波羅夷     북탑의 바라이25) 피하지 못하리
재환을 보내며(送在煥)
南方佛法淡無味     남방의 불법 담박하여 맛이 없으니
何必瞻風遠到尋     하필 행각하여 멀리까지 찾아왔나

010_1103_a_01L百劫千生緣業重     백겁 천생에 인연의 업이 무거워서
三冬一席染熏深     석 달 겨울 함께 깊이 훈업을 닦네
德龍寺運回朝眼     덕용사의 기운은 아침 눈에 돌아오고
文筆峯靈落印心     문필봉의 영기는 마음에 스며드네
我有同床知己慢     나는 종문의 게으른 동문 지기로
聊將拙偈送君吟     다만 졸렬한 게송 읊어 그댈 보낸다
태연의 시에 차운하다(次泰演)
一入空門斷是非     한번 공문에 들어와 시비를 끊고
茶坊講肆了無譏     다실과 강석에서 전혀 기롱함 없네
見解分明銀海靜     견해 분명하여 은해사가 고요하고
襟懷爽朗葆光暉     흉금의 회포 맑아 보광전이 빛나도다
暴好眞常叅匠席     참된 이치 좋아해 스승께 참배하고
翻厭世諦掩柴扉     속세의 일 싫어하여 사립문 닫았네
月出山前竪拂坐     월출산 마주하고 불자 세워 앉으니
同風千里盡歸依     천 리 먼 길 납자들 모두 귀의하네
전의를 보내며(送典毅)
有客靑年氣骨新     젊은 나그네 기골이 참신도 하여
辯才正直守天眞     변재가 정직하고 천진함을 지킨다
丰容打盡東君化     어여쁜 용모는 봄의26) 조화 갖추고
雅度淡莊白帝銀     고운 마음은 가을의27) 흰빛으로 꾸민 듯
序要潦炎堪暑了     도서 선요28) 읽으며 찌는 무더위 견디고
經論沍雪忍寒親     경론 가까이하며 혹독한 추위 참네
他鄕分歲望雲切     타향에서 해 보내니 망운의 정29) 간절해
收拾行裝淚滿巾     행장 수습하니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해언의 시에 차운하다(次海彥)
三才鍾氣一時生     천지인의 기운 일시에 모여 태어나니
善裕精神海眼明     선유 스님의 정신에 해안 스님30)의 지혜로다
訪我頭輪無問問     두륜산 방문하여 물음 없는 물음 던지고
隱居少室不聲聲     소실산 은거하여 소리 없는 소리 펼치네
三千回運曇花現     삼천 년의 시운 돌아와 우담화 피어나고
五百應期河水淸     오백 년 기약 맞아 황하의 물이 맑구나
願共得名諸伴侶     원컨대 여러 도반과 함께 수행하여
同成大道救迷情     큰 도를 이루어 미혹된 중생 구하기를
선유에게 답하다(答善裕)
聞道三才並世生     천지인 기운 받고 세상 태어나
威光德色照人明     위엄과 덕이 사람을 비춘다네
東西學路猶行號     동서 강학의 길에 호령 행하고
遠近禪林自轉聲     멀고 가까운 선림에 명성 떨치네
願立偸香從海化     투향의 원력31) 세워 해화 스님 따르고
功成奪席代虛淸     탈석의 공32) 이루어 허청 스님 이었네
我將韻語遙相贈     시를 지어 멀리 화답하여 주려니
曉月夕鐘盡帶情     새벽달과 저녁 종소리 모두 정겹네
처운을 축하하다(賀處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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身非是我本來空     몸도 내가 아니어서 본래 공하니
八萬經文甚處藏     팔만의 경문을 어디에 소장했는고
北去南遊皆著相     남북으로 오고 감도 상에 집착함이요
橫論竪說但招謗     횡설수설도 비방을 부를 뿐이로다
星羅門碎黃楊老     기라성 같은 종문에서 황양의 노장33) 분쇄하고
月滿觀成赤帝昌     월광의 관법으로 적제의 번창34) 이루었네
莫作心頭分別想     마음에 분별하는 생각 짓지 말지어다
大機直截細思量     큰 기용은 곧바로 세세한 사량 끊나니
응현을 이별하다(別應玄)
臨別贈言自古然     이별할 제 충고함은 예부터 그러해
人心雖斷道心連     인심은 끊겼으나 도심은 이어지네
山山水水非生客     산수마다 생소한 나그네 아니요
會會師師有夙緣     만나는 스승마다 숙연이 있을 터
海北萬家衣內寶     해북의 만 가구에 옷 속의 보배요
江南千里火中蓮     강남 천리에 불 속의 연꽃이로다
金陵世界菩提樹     금릉세계의 보리수가
徧覆三千及大千     삼천 대천세계를 두루 덮으리
영순에게 주다(贈永淳)
三永云明覺道顏     영순 스님은 지혜가 밝아 도를 깨친 모습
峨洋衲子有緣山     마음 맞는 납자로 산문에 인연을 두었네
詵師氣像重來秀     도선 스님의 기상 거듭 빼어나고
月岳精靈更鐘閒     월악의 정령은 한가히 뭉치었네
禪閥長馳林院裏     선의 계보는 숲속 사원에 치달리고
慧才獨步槧鉛間     지혜와 변재는 문단에 독보적이네
靑山綠水生涯足     청산과 녹수에 생애가 넉넉하니
莫向紅塵向祖關     홍진 벗어나 조사의 관문 향하라
영준에게 주다(贈英俊)
岳降英靈氣宇淸     산악이 밝은 정기 내려 기우가 맑아
周遊匠席俊才鳴     법석에 주유하며 뛰어난 재주 떨쳤네
長春不老奇花發     장춘원에 시들지 않는 기화 피고
九曲如新慧月明     구곡담엔 새롭게 지혜의 달 밝구나
雨意滿天悲物意     하늘 가득한 비는 자비의 뜻이요
雷聲動地說經聲     땅 울리는 우레는 독경 소리로다
頡頏問答分賓主     문답을 주고받으며 빈주가 분명하니
大道同歸沒世情     대도에 함께 돌아가 세정을 잊었다
진학에게 답하다(答進學)
我本踈慵無局度     나는 본래 거칠고 게을러 도량 없으니
通方眼對愧諸方     제방의 눈 열린 납자 대하기 부끄럽네
涅槃法上同遊泳     열반의 법 위에 함께 유영하였고
摩詰門中共頡頏     유마힐의 법문에 같이 오르내렸네
輕重垢因聞信淨     크고 작은 때는 듣고 믿어 깨끗하고
性遮戒托受持揚     성차의 계율35) 수지함으로 발양했네
休言道價人邊得     도의 가치 속인에게 얻는다 하지 말라
器正波淸月現光     바른 그릇 물결 맑으면 달빛 나타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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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에게 주다(贈璟華)
靑鞋布鞿遠相尋     짚신과 베 버선으로 멀리 찾아와
入坐春風論道心     봄바람 속에 앉아 도심을 논하네
我若昨年休講席     내 작년에 강석 그만두었다면
君何今日逞秪林     그대 어찌 오늘 기림에 왔으리
獨超剩得南泉月     홀로 초연해 남전의 달36) 얻었고
孤調暗符陋巷琴     고고한 곡조는 누항의 거문고37)
才德兼行思不易     재주와 덕 행하여 생각 변치 않으니
勉旃自愛後如今     힘쓰고 아껴 훗날도 오늘 같기를
영찬에게 주다(贈永贊)
身披雨露到殘林     비와 이슬 맞으며 쇠잔한 숲 이르니
序屬檐端玄鳥吟     때마침 처마 끝에 제비가 지저귄다
沿路芳花過後綻     길 따라 향긋한 꽃은 뒤늦게 피는데
對軒氣海說前深     난간에 마주한 기상 묵묵히 깊도다
師雖畢學三藏敎     스님은 삼장의 교학을 다 배웠으나
我則初傳一片心     나는 다만 한 조각 마음을 전할 뿐
跋涉東西叅訪了     동서를 행각하여 참방을 마치고서
何時自度更來尋     어느 때나 다시 이곳을 찾게 될까
정치은에게 화답하다(和鄭痴隱)
海上遊仙過舊林     해상에 유람하는 신선 옛 숲 들러
玄談半日對秋岑     가을 산 마주해 반나절 현담 나누네
庵容偪側山容壯     암자는 비좁으나 산세는 웅장하고
世味蕭條道味深     세상의 맛 쓸쓸하나 도의 맛은 깊구나
得意稚僧歸寺禮     동자승 득의하여 절에 가 참배하고
忘機好鳥向人吟     좋은 새 무심히 사람 향해 지저귀네
尋眞適値雙眞佛     승경 찾아 마침 두 분 진불을 뵈니
何恨七朋未滿心     일곱 벗38)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한하랴
최매은, 임취정, 강제호와 함께 화답하다(與崔林姜共和)
一座高山在海頭     바닷가에 높은 산 하나 우뚝 솟아
淸溪白石四時幽     청계와 백석이 사시사철 그윽하네
王化寂寥遙漢水     왕의 교화는 한강 멀어 적료하고
仙風蕭瑟近瀛洲     신선의 바람은 영주 가까워 맑도다
老柏孤松奇窈窕     늙은 잣나무와 외로운 솔 그윽하고
留雲乳鳥好盤遊     머문 구름 어린 새 노닐기 좋아하네
護佛儒從護儒佛     호불의 유생과 유교 보호하는 스님이
團欒消送數宵秋     단란하게 가을의 몇 날 밤 보낸다
최매은, 임취정, 강제호와 함께 나운의 청담 운에 차하다(與崔林姜共次羅云淸潭韻)
厭俗離鄕向佛還     세속 싫어 고향 떠나 부처님께 귀의해
呑霞服氣臥空山     노을과 맑은 기운 마시며 빈산에 누웠네
經論隨處如龍聽     경론은 곳곳에서 용이 듣는 듯하고
瓶錫行時似鶴閒     병발 석장 지니고 행각하니 학처럼 한가롭네
學効漢儒淸濁上     학문은 한나라 유자의 청탁39)을 본받고
心存晋士有無間     마음은 진나라 선비의 유무40)에 보존했네

010_1104_a_01L修身治道惟良策     수신과 도 닦는 것 가장 좋은 계책이니
富貴功名摠不關     부귀와 공명은 모두 상관하지 않노라
身勢如雲任往還     신세는 구름처럼 자유로이 오가고
生涯到處但靑山     생애는 도처에 다만 청산뿐이라
善識之才師以上     선지식의 재주는 스승보다 낫고
慈心爲法物無間     자비의 마음 법을 삼아 사람과 틈 없네
蓮榻誦禪猶閴寂     연탑에 참선 송경하니 오히려 고요하고
松牕縫衲自疎閒     솔창에 납의 기우니 절로 한가롭구나
一天花雨頭輪下     하늘에 꽃비 가득 두륜산 아래에서
浮世名聲摠不關     뜬구름 속세의 명성 아랑곳 않누나
【매은(右梅隱)】

掃雲奇石搜蘿還     구름 쓸고 기암의 등라 헤치며
早謝塵寰已托山     일찍 속세 떠나 산에 의탁하였네
聽定緣深三笑後     선정에 드니 삼소의 인연이 깊고
觀經道悟六齡間     불경 보며 6년 사이 도를 깨쳤네
龕燈高掛精神淨     감실의 등 높이 거니 정신 청정하고
聲柝時鳴世界閒     목탁 소리 울릴 제 세계도 한가하다
淸夢玄談蓮榻夜     연탑의 밤 현담으로 꿈조차 맑은데
殷勤爲客掩松關     은근히 길손 위해 솔 빗장 잠근다
【취정(右翠亭)】

千載如來不復還     천년의 여래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更敎羅釋卜靈山     신라의 스님 영산에 복거하게 하였네
神遊日月無何外     정신은 무하유향의 일월에 소요하고
心愜烟霞寂寞間     마음은 연하 적막한 곳에 넉넉하네
秋雨時兼花雨落     가을비 때때로 꽃비와 같이 내리고
峯雲共與野雲閒     산 구름과 들 구름 함께 한가하구나
逢君兩夜多情熟     그대 만나 두 밤을 다정하게 보내니
莫道禪凡互不關     선과 범부의 세계 다르다 하지 말라
【제호(右霽湖)】
쌍계사에 도착하여(到雙溪)
芒鞋獨入雙溪寺     짚신 신고 홀로 쌍계사에 들어가니
二月山容解舊愁     2월의 산빛에 묵은 시름 풀린다
知己僧來圍燭下     아는 스님들 와서 등불 아래 모이고
有情夢去侍床頭     그리움에 꿈에도 스승님을 모시네
雲林精舍爲隣在     운림 정사는 이웃하여 나란히 있고
梵海寓居得主幽     범해의 우거도 주인 얻어 그윽하네
寥寂寒樓無事坐     적적한 누각에 일없이 앉았노라니
百非自淨萬緣休     백비41) 절로 사라져 온갖 반연 그친다
개울가 절에서 감흥이 일어(溪寺興感)
古寺蕭條一線通     옛 절로 쓸쓸히 한길 통해 있는데
沿溪粗記夕陽鍾     개울 따라 석양의 종소리 기억하네
山童白足無由火     산은 벗겨져 스님들 땔나무 없고
屋老金仙未免風     불당 낡아 부처님도 바람을 맞는다
遺址墾田牟麥秀     남은 터 밭을 갈아 보리 이삭 패고
空庭開圃芥菘充     빈 뜰 채마밭엔 가지와 무 가득하네

010_1104_b_01L燒香祝罷徘徊久     향 살라 축원 마치고 오래 배회하니
觸目悲懷暗掛胸     보는 것마다 슬픔이 가슴에 젖는다
수옥계에 놀다(遊漱玉溪)
溪寺嶺南漱玉溪     개울가 절이 영남 수옥계에 있어
盤陁石與水晶齊     넓은 바위 맑은 물과 나란하구나
靑黃長野層階下     푸른 들은 층계 아래에 펼쳐지고
奔走諸峯次第低     달리는 뭇 봉우리 차례로 깔렸네
㵎瀉巖頭磋玉吼     시냇물 옥빛 바위 깎으며 흐르고
鶯來樹頂向人啼     나무의 꾀꼬리 사람 향해 지저귀네
缾空興盡賓皆散     술과 흥 다하고 손님도 흩어졌는데
回首諸天日欲西     고개 돌려 하늘 보니 해가 저무네
용악 스님 시축에 쓰다(題龍岳師詩軸)
强奪敬閒手軸看     경한의 손에 든 시축 뺏어 보니
吾師吟咏玉琅玕     우리 스님의 주옥같은 시구일세
浮沈忘食三時晩     부침하며42) 먹기 잊어 밥때 늦고
反復生毛一夜闌     생모43) 반복하니 밤은 깊어 가네
遒健形同關洛勢     굳센 모습은 관락44)의 형세요
雄豪氣若虎龍盤     호방한 기운은 용호가 서린 듯
乃知玩債非他報     감상한 빚 달리 갚을 수 없으니
只把心香供座壇     마음의 향을 그대에게 공양하네
관음굴에 쓰다(題觀音窟)
卜居勝地日公先     명승지에 거주한 것은 일공이 먼저
石老泉甘度幾年     늙은 바위 단 샘물 몇 해를 보냈나
碧浪無風流谷裏     바람 없는 골짜기 푸른 물결 흐르고
白雲不雨起天邊     비 없는 흰 구름 하늘가에 피어난다
庭心寶篆供香坐     뜰 가운데 보전의 향 사르고 앉으니
巖面觀音向海眠     바위의 관세음 바다 향해 눈 감았네
暫借名區遊目寓     명승지에 잠시 나그네 눈을 붙이니
夕陽江上布炊煙     석양빛 강가에 밥하는 연기 오른다
원호에서 세선을 보다(院湖觀稅船)
朝日東風送稅船     아침 해 동풍에 세선을 보내니
平湖十里舳艫連     호수 십 리에 배들이 줄을 잇는다
休帆下碇成江路     돛 내리고 정박하니 강 길 이루고
放砲和歌震海天     포성과 노래가 바다 하늘 울리네
靑令幾雙知領帥     푸른 기 몇 쌍으로 장수 알겠고
白旗數隻表倉廯     백기 몇 개는 창고를 표시하네
行過適値奇期會     지나다 마침 기이한 기회 만나니
兩岸桃花耀貨泉     두 언덕 복사꽃 화천45)을 비추네
파초화(芭蕉花)
玉股亭亭一丈餘     옥빛 줄기 한길 곧게 솟았는데
開花萎死竹同虛     꽃은 시들어 대나무처럼 비었네
新抽心若牽封紙     새로 돋은 속은 봉지 잡아당긴 듯
古倒葉如吹浪魚     뒤집힌 잎은 물 뿜는 고기 같구나

010_1104_c_01L製扇惟遮朝會輅     부채 만들어 조회하는 수레 가리고
編歌直指草書廬     노래 엮어 초서의 초가 가리키네46)
溪風獵獵林霏滴     시내 바람 불고 숲에 비 내리는데
切忌嚴冬雪落初     엄동에 눈 내리는 것 저어하누나
채제암을 보내며(送蔡霽巖)
白雲深鎖此孤燈     흰 구름 깊은 곳 등만 깜박이는데
何事仙轎誤入徵     어인 일로 신선 수레 찾아 주셨나
尖察山中三笑客     첨찰산 중에 삼소의 손님이요
甄萱城裏一高朋     견훤성 속에 덕망 높은 친구라네
忘勞揮筆留眞跡     수고로움 잊고 붓으로 진적 남기니
含愧搆詩逞妄稱     부끄럽게 지은 시 외람되이 드리네
吉日膏車將復路     좋은 날 수레 타고 길 떠나려 하니
靑溪白石暮雲凝     청계 백석에 저녁 구름만 짙구나
처음 학질에 걸리다(超瘧)
山瘴和濃海瘴蒸     산과 바다의 장기가 짙게 어울러
淸枯鶴骨瘧潜興     청고한 몸에 학질이 가만히 생겼네
寒初伸屈過花蠖     추울 때 굴신은 꽃 지나는 자벌레요
熱後拂揮落湯蠅     열이 나 허우적댐은 끓는 물의 파리
晝夜却忘狂性發     주야를 망각하고 미친 성품 발하며
粥羹反吐醜客增     죽과 국 토하니 추한 모습 더하네
靈丹神呪全無效     영단과 신주도 전혀 효험 없으니
始覺陰陽不睦徵     비로소 음양이 뒤틀림을 알겠네
강매오 운에 차하다(次姜梅塢韻)
有客相尋是妙年     젊은 손님이 찾아와 말하기를
爲言志在老僧邊     노승 곁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沈吟路上三秋韻     길가에서 삼추의 운을 읊으니
除却房中一夜眠     선방의 하룻밤 꿈을 깨우누나
茶禮尙懷中孚室     다례하며 중부47)의 다실 생각하고
鐘聲紿覺姑蘇船     종소리에 고소성의 배48) 깨닫네
懸燈對坐閒談處     등불 걸고 마주 앉아 한담 나누니
雲在靑山月在天     구름은 청산에 달은 하늘에 있네49)
서율의 어머니 조씨를 애도하다(挽瑞律母趙氏)
坤儀特出弟兄中     어머님의 자태 형제 중에 특출하고
瓜瓞綿連鳳與熊     자손 번창해 봉과 곰처럼 뛰어나네
送子世尊修後路     세존께 자식 보내 훗날의 길을 닦고
隨夫天帝導前蹤     천제님 앞 남편 따라 앞길을 인도하네
才工便敏鄕隣罕     재주와 공예 민첩하여 고을에 드물고
壽德兼傳島陸宗     수와 덕 다 전하니 섬과 육지에 으뜸
適慕律公分座儀     율공의 분좌50)하는 위의를 사모하며
燃香遠望泣靑空     향 지펴 먼 하늘 바라보며 흐느끼네
안 산림을 애도하다【2수】(挽安山林)
【二】[1]
奠楹大夢問如何     묻노라 생사의 큰 꿈51)이 어떠한고
南地更無處士家     남녘에 다시 처사의 집 없게 되었네

010_1105_a_01L滿架書凾塵已暗     시렁 가득한 책 상자 먼지에 덮이고
塡門客杖影將遐     문 넘치던 손님의 지팡이도 멀어졌네
未能共酌床前酒     평상의 술도 다신 함께 따르지 못하고
難得同分月下茶     달 아래 차도 다시 나누기 어려워라
薤露光陰宜路上     이슬처럼 덧없는 세월 떠나가는 길에
應聽梵釋挽轝歌     아마도 스님들의 상여가를 들으리라

[2]
結屋山林萬事休     산림에 초가 엮어 만사를 그치고서
移花種樹卜居幽     꽃 옮기고 나무 심어 거처가 그윽하네
入城舊雨情談晩     성에 가면 옛 친구 정담에 날 저물고
登寺新交道契留     절에 오면 새 도반 마음 맞아 머물렀네
淸白家風眉壽秀     청백한 가풍에 모습조차 빼어나고
天眞面目鳳毛修     천진한 면목으로 뛰어난 재주52) 닦았네
龍輴一擧何時節     상여 이제 떠나가니 어인 시절인가
追往無由淚自流     뒤 좇을 길 없어 눈물만 절로 흐르네
정기를 훈계하다(訓正己)
汝得多生善業因     너는 다생에 선업의 인연 얻어
於今更受丈夫身     이제 다시 장부의 몸 받았구나
淸揚橫掛月峯月     눈동자 맑아 월출산의 달빛이요
手足正抽莘野莘     손과 발 곧아 신야의 신채53)로다
高臥名樓無事閙     누각 높이 누워 시끄러움 없으니
早開書卷有心勤     일찍 서책 열어 마음 힘쓸지어다
五更梳洗焚修後     오경에 세수하고 분수54)한 후에
跪膝精神誦課文     무릎 꿇고 정신 차려 과문 송독하라
이학봉을 애도하다(挽李鶴峯)
人間萬事等空花     인간의 만사가 허공의 꽃과 같으니
蒿里長程日欲斜     호리55)의 먼 여정 해는 서산에
物外靑山留愛子     물외의 청산에 사랑하는 자식 남기고
壼中碧海棄明家     푸른 바다 선계에 이승의 집 버렸네
丹旗挾路翩翩遠     길 양쪽 붉은 명정 멀리 나부끼고
素轝衝塵轉轉遐     흰 상여 먼지 일으키며 점점 멀어지네
一炷心香遙追仰     한 줄기 마음의 향으로 멀리서 추모하니
無邊秋色滿天涯     가없는 가을빛만 하늘 끝에 가득하다
김 호군을 애도하다(挽金護軍)
與奪碩人壬癸歲     임계년에 훌륭한 이 빼앗아 가니
天宮應闕用賢官     하늘에 어진 관리 부족해서이리
雲橫谷口泉聲咽     구름 낀 곡구에 샘 소리 오열하고
月落葫山杵相寒     호산에 달 지니 상저가56)도 차가워라
德及子孫名世路     자손에 덕 미쳐 세상에 명망 있고
芳流遐邇襲儒冠     원근에 향기 끼쳐 유관을 이었다네
素車丹旐靑山暮     흰 상여 붉은 명정 청산은 저물고
含淚臨風燃紫檀     눈물로 바람 맞으며 전단향 사르네
칠성암의 시운을 차하다(次七星庵韻)
登臨峽岫有名區     협곡의 명승지에 올라 굽어보니
鳥自喃喃水自流     새는 재잘대고 시내 절로 흐르네

010_1105_b_01L紫氣浮軒茶話午     한낮 차 얘기 자줏빛 연기 피고
黃雲滿地麥光秋     땅 가득한 보리 노랗게 익어 가네
三盃就枕濃甜睡     석 잔 술에 달콤한 꿈에 젖어 드는데
十載遇君愧白頭     십 년 만의 만남 흰머리 부끄럽네
坐得滄波萬里外     가만히 푸른 파도 먼 바다 바라보니
秦童採藥一孤舟     진나라 동자들57) 편주로 약초 캐러 가네
영해58)를 건너며(越瀛海)
子夜乘舟放大洋     한밤중에 배를 타고 대양을 나서
流觀四面浩茫茫     사면 바라보니 아득히 끝이 없다
鳥飛碧落何年下     새는 푸른 하늘 끝없이 날아가고
魚躍洪波百尺長     물고기는 높은 파도에 뛰어오르네
餘鼠看看亭午失     여서도를 바라보다 점심도 놓치고
瀛洲指指夕陽當     영주를 가리키며 석양에 도착했네
鷦鷂始得鵬溟路     초요새59) 처음 붕명60) 길 찾았으니
死不恨兮生不忘     죽어도 한 없고 살아서도 못 잊으리
강용운이 시를 요구하다(姜龍雲求詩)
耽羅古國平生願     옛 탐라국의 여행은 평생의 소원
始到君家見厚人     비로소 그대 같은 중후한 이 보았네
目擊世間金獅子     세간의 금모사자61) 눈으로 직접 보고
手摩天上石麒麟     손으로 천상의 기린아62) 쓰다듬네
雲收鄴水蓮花秀     업수에 구름 걷히니 연꽃 빼어나고63)
雨過渭城柳色新     위성에 비 그치니 버들 빛 새롭구나64)
端護身機成道學     몸과 마음 잘 보호하여 도학 이루니
流芳海北拜宮宸     향기가 바다 북쪽 대궐까지 전해지리
삼성혈三姓穴65
三姓穴前三拜手     삼성혈 앞에서 세 번 예를 올리니
英靈凛凛御靑茵     영령이 늠름하게 푸른 자리 납시네
踴生地理成家業     땅속에서 솟아 나와 가업을 이루고
感動天文奉國珍     천문 감동시켜 나라의 보배 받들었네
遺跡萬年驚世俗     남은 자취 오래 세속 놀라게 하였고
埋安今日感吾人     오늘에야 안장하니 우리를 감동시키네
兒孫盡向宗風美     자손들 모두 아름다운 가풍을 이어
海北江南作逸民     해북과 강남의 뛰어난 백성 되었구나
연신각의 시운을 차하다(次戀宸閣韻)
漱洗朝隚上此樓     아침 햇살에 세수하고 이 누각에 올라
倚欄聘想路悠悠     난간 기대어 회상하니 길은 아득하다
泛波筏使閒移步     물위 뗏목으로 한가히 발걸음 옮기고
掛壁詩能頻擧頭     벽 위의 시 고개 들어 자주 바라보네
涯月已過明月宿     애월을 이미 지나 명월에서 묵고 나서
山房將向正房遊     산방에서 장차 정방으로 노닐려 하네
南風猶著生衣客     남풍이 낯선 나그네 옷에 불어오는데
行樂反成章句愁     즐거운 여행이 시 짓느라 근심 되누나
대정읍 회고(大靜懷古)

010_1105_c_01L
行過靜邑漫遲留     대정읍을 지나다 부질없이 머물러서
今昔回頭似水流     고금을 회고하니 흐르는 물과 같구나
草老芳名傳野口     초의 노사 명성은 야인의 입에 전해지고
阮公神筆掛官樓     완공66)의 신필은 관아 누각에 걸렸다
徐生眞影千村月     서생의 진영은 천 고을 비추는 달이요
朴士高蹤一片丘     박 선비 높은 자취도 한 조각 언덕이라
借問當年消息事     묻노라 당시의 소식이 어떠하였는고
東城荒地有空區     동성 황량한 땅에 빈터만 남았구나
정의현 동헌의 시운을 차하다(次旌義東軒韻)
打話禪詮愧太顚     선을 이야기하니 태전67)이 부끄러워
只將偈呪難窓邊     게송과 주문으로 창가에서 논란했네
山中纔別天中佛     산중에서 하늘의 부처 막 이별하고
海上幸叅地上仙     해상에서 다행히 지상 신선 참배하네
善政一州傳古石     고을의 선정은 옛 돌에 전해지고
順風千里送空船     천리의 순풍은 빈 배를 보내누나
給孤淨飯僧齋罷     급고독68)의 정반으로 승재를 마치니
遠近江村處處烟     원근의 강촌 곳곳에 연기가 인다
연북정의 김청음69) 선생 시운을 차하다(次戀北亭金淸陰先生韻)
周回郡邑到江頭     군읍을 돌아보고 강가에 이르니
已過三庚更及秋     이미 삼복 지나서 가을이 되었네
亭額無磨南北照     정자의 편액 깨끗하여 남북 비추고
板詩不朽古今浮     현판의 시 불후하여 고금에 흐른다
村居華閥方行位     고을에 사는 양반들 행세 부리는데
海起洪濤久繫舟     바다의 큰 파도에 배는 오래 묶였네
下浦留延幾日許     포구에서 머무른 지 며칠째인가
登樓並坐語孤愁     누각에 앉아 외로운 시름 말한다
원운 原韻天涯無日不回頭     하늘 끝에 날마다 고개를 돌리며
一日思鄕抵九秋     고향 생각에 어느덧 가을이라
醉裏欲忘歸路遠     취하여 먼 길을 잊고자 하였으나
夢中猶覺此身浮     꿈에도 떠도는 이내 신세 느꼈네
空吟崔顥烟波句     괜히 최호의 연파의 시구70) 읊나니
難幻眞卿竹葉舟     진경의 죽엽 배71)도 환상이 아니거늘
謾說向來輕遠別     먼 이별 가볍다는 말 부질없으니
孤亭今日自生愁     외로운 정자 오늘 시름만 이는구나
계정 개사72)에게 주다(與戒定開士)
年當弱冠老成人     약관의 나이에도 덕은 노성하여
終日如愚一古眞     종일 어리석은 듯73) 옛 진인의 모습
雨霽春和山勢聳     비 개어 화창한 봄 산세가 높고
天淸夜靜月鉤新     맑고 고요한 밤 초승달 새롭구나
溫尋貝葉明空有     패엽을 찾아 공과 유를 밝히고
涉獵韋編得義仁     위편74) 섭렵하며 인의를 체득한다
我做閒談今日贈     내 한담 지어 오늘 그대에게 주니
望須他日度迷津     훗날 미혹된 중생을 제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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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성을 지나며(過弓裔城)
古事悠悠何處問     아득한 옛일을 어디에서 물을까
興亡陳跡土人傳     흥망의 묵은 자취 토착민이 전한다
荒城草露怨神淚     황성의 풀 이슬은 귀신의 한의 눈물
廢闕松風敗將喧     쓰러진 궁궐의 솔바람은 패장의 외침
劒拂浪頭分水嶺     검불랑산 머리에는 분수령이 있고
尸藏磧下祭山壇     시장적 아래에는 산신제단 모셨네
惟圖卅載安身計     삼십 년간 몸 편히 할 계책만 도모하여
未達臭名遺萬年     악명을 만대에 남길 줄 알지 못했네
천보루의 시운을 차하다(次天保樓韻)
適來四月觀燈時     때마침 4월 관등 시절에 왔나니
樓上慶筵日影移     누각의 잔치 자리 해 그림자 옮긴다
仰感殿堂題柱句     법당의 기둥에 쓰인 글귀에 느끼고
高吟臺榭掛梁詩     누대의 들보에 걸린 시 읊조린다
風微石砌庭花落     미풍이 섬돌에 불어 뜰의 꽃은 지고
客倚蘭軒洞雨遲     난간 기대니 골짜기에 비가 더디네
到處受恩何暇報     도처에서 받은 은혜 어찌 갚을런가
他年面目指天期     훗날의 만남 하늘 가리켜 기약하네
화암사 운을 차하다(次花巖寺韻)
尋入佛明細徑長     긴 오솔길 따라 불명산 찾아드니
纔登絕壁白雲鄕     절벽에 오르자 신선세계 펼쳐진다
雨收草綠吹朝角     비 갠 후 풀빛에 아침 호각 소리 들리고
客到烟消爇午香     길손 오자 안개 걷혀 정오의 향 사른다
倚杖仰吟先德句     지팡이 기대어 옛 스님의 시구 읊고
開襟俯受舊溪凉     옷깃 열어 시내의 서늘함 맞이한다
行裝甚遽身心亂     여정 바빠 몸과 마음 어지럽나니
只綴荒言志不忘     다만 거친 시구 지어 뜻 잊지 않으리
일로향실一爐香室
由來看字坐床頭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글을 보며
忘却窓前歲月流     창 앞의 흐르는 세월을 잊었노라
衣食淸閑人事懶     의식 청한하니 인사가 게으르고
貪嗔淨盡自居幽     탐진 사라져 거처 절로 그윽하네
齋罷樓中同客飯     재 파하고 누각에서 손님과 밥 먹으니
風輕樹下與禽休     바람은 나무에 불어 새도 쉬는구나
重來香室思量見     다시 향실에 와 생각에 젖나니
雲出無心任去留     무심한 구름만 자유롭게 오간다
자미화紫微花
自手移栽三十年     손수 옮겨 심은 지 삼십 년 만에
重來若有舊因緣     다시 찾아오니 옛 인연 있는 듯
三朝甘雨枝枝倚     삼 일 단비에 가지마다 의지하고
百日煖風朶朶妍     백일 화풍에 꽃잎마다 아름다워
天漢紫微同照曜     은하수 자미성과 어울려 빛나고
蜀江彩錦共新鮮     촉강의 채색 비단인 듯 신선하다

010_1106_b_01L叢中挺出撓秋色     떨기에서 빼어나 가을빛 일렁이니
望裏依稀火聚燃     바라보면 불꽃이 타는 것 같구나
삼가 신백파 선생이 주신 시에 차운하다(謹次申白坡先生贈韻)
海陽千里鷺車輝     해양75) 천 리 먼 길에 수레 빛나니
南土蒼生見峻機     남도의 창생 뛰어난 근기 보도다
奉命關心行驛路     명 받들어 마음은 역로를 달리나
偸閑消日對緇衣     한가한 틈 스님 마주하며 소일한다
詩歌會客聞鐘散     시가로 모인 손님 종소리에 흩어져
杖屨巡庵觀佛歸     암자 돌며 부처님 뵙고 돌아간다
恩雨均沾遐邇潤     은혜로운 비 온 세상 고르게 젖어
秪林秋葉倍春肥     기림의 가을 잎이 봄날보다 살지네
백파, 송파 두 노인과 함께 북암에 올라 운을 띄워(白坡松坡兩老共上北庵拈韻)
一壑烟光屬暮秋     골짜기 풍광도 늦가을 접어드니
北臺今日是仙樓     북대는 오늘 신선들의 누각일세
居僧仰祝君臣壽     스님은 임금과 신하의 장수 빌고
古佛坐看歲月流     고불은 앉아 세월의 흐름 보나니
玉宇淸虛成鴈陣     청허한 하늘 기러기 떼 날아가고
金波浩淼點漁舟     가없는 금빛 물결 어선들은 점점이
寒鐘亂落行盃席     차가운 종소리 술자리에 들려오니
斜陽歸路賦詩愁     석양의 귀로에 시 읊으며 시름한다
絕頂超觀萬里秋     절정에서 널리 보니 천하가 가을빛
眼前平俯幾岑樓     눈앞에 몇몇 높은 누각 마주 보인다
烟雲上積高峯老     연운 위로 만고의 높은 봉우리 솟고
天地西傾大海流     천지는 서쪽 기울어 큰 바다 흐르네
過劫眞形千丈石     영겁 지난 참모습은 천 길의 바위요
浮生全界一虛舟     뜬구름 삶 세계는 하나의 빈 배로다
閒笻催起鐘聲暮     지팡이 재촉할 제 들리는 저녁 종소리
還助行人不盡愁     나그네의 한없는 시름만 더하누나
【백파(右白坡)】

玉洞疎凉滿眼秋     쓸쓸한 옥빛 골은 온통 가을빛
北臺移席勝南樓     북대로 옮기니 남루보다 낫구나
孤雲巖壁晴猶濕     조각구름 암벽은 맑은 날도 젖었고
落日滄波澹不流     지는 해에 푸른 물결은 잔잔하기만
遊子重尋棲鶴樹     나그네 다시 학이 깃든 숲 찾으니
老僧遙指釣魚舟     노승은 멀리 낚싯배를 가리키네
座中偏有長安客     좌중에 홀로 장안의 나그네 있어
天一方兮渺渺愁     먼 하늘 바라보며 시름에 젖는다
【송파(右松坡)】
인호 김 사인을 애도하다(挽仁湖金斯人)
豈意今年家裏在     어찌 뜻했으리 올해 집에 있다가
千秋獨臥白雲中     홀로 흰 구름 속 영원히 누울 줄을
兒孫掩淚樵江雨     자손은 초강의 비에 눈물 훔치고
鄰里含悲牧野風     이웃은 목야의 바람에 슬픔 머금네
菊露落添迎客酒     국화 이슬은 손님 술잔에 떨어지고
楓光散照送魂饔     단풍 빛은 영혼의 제사상을 비춘다

010_1106_c_01L烟消海濶靑天外     안개 걷힌 넓은 바다 하늘 밖 멀리
唱和薤歌挽紼從     만가 창화하며 상여 줄 잡고 따르네
은적암 나그넷길【2수】(客隱跡【二】)
[1]
身上便同水上蘋     신세는 물위의 마름 풀과 같아
東西南北任漂人     동서남북 흐르는 대로 맡긴다
一年通作耽羅客     일 년은 탐라의 나그네 되었고
半歲堪爲怾怛賓     반년은 지달의 길손이 되었네
尖察山中三結夏     첨찰산에서 세 번의 여름 결제
藥師殿裏二經春     약사전에선 봄을 두 번 지냈네
淸溪白石聊相召     맑은 물과 흰 바위 나를 부르니
納履荷囊又趣新     짚신과 바랑으로 새 곳을 향한다

[2]
詵師剏建舊伽藍     도선 국사 창건하신 옛 가람에
遺像千年鎭海南     진영眞影은 천년토록 해남 지킨다
越閾往還天作峙     하늘이 지은 고개 넘어 오가고
隱身俯仰鬼慳庵     귀신이 아껴 둔 암자에 소요한다
九生洞並三生洞     구생동은 삼생동과 합쳐지고
萬代岑連聖代岑     만대봉은 성대봉에 연이었네
盡日淸軒嗒然坐     종일 청헌에서 무심히 앉았노라니
山茶樹下鳥喃喃     산 차나무 아래 새들만 지저귀네
스스로를 탄식한 연구(自嘆聯句)
入寺將身不愧人     절에 든 것은 부끄럽지 않으려 함인데
生涯觸處誤經綸     생애 곳곳에서 경륜을 그르쳤네
三窮認是天攸遺     세 가지 궁함은 하늘이 부여했고
六亂應當歲致陻     여섯 가지 어지러움은 세월이 초래한 것
折手何時明藥理     손 다친들 어느 때 약리를 밝혔으며
傷顱此地怨魂神     이마 다쳤다고 이곳 귀신 원망하랴
私奴困說呈官報     하인들은 괴로이 관의 통보 바치고
妖女嗾謗守默賓     요사한 여인은 말 없는 손님 비방하네76)
識字還爲憂患並     문자를 아니 도리어 우환 뒤따르고
虛名更致客煩臻     헛된 명예 손님만 번거롭게 이끈다
道場菜圃旱乾極     도량의 채마밭에 가뭄이 심한데
㵎底柴樵銍斧親     낫과 도끼로 개울가 땔나무 캐노라
乞飯兒童朝夕入     밥 구걸하는 아이 조석으로 들어오고
借廳男女去來屯     대청 빌리는 남녀 오가며 머무른다
汗衣侵冷難澣濯     적삼 차갑게 젖어 세탁하기 어렵고
牟粥見形療己身     보리죽 모습 보며 내 몸 요기한다
長夜休燈多夢兆     긴 밤에 등불 끄니 꿈도 많은데
渾秋掩路少通隣     가을 내내 이웃과도 길이 막혔네
若非上足農分送     제자들이 농사를 나누어 주지 않으면
絕粒精靈信可憐     식량 떨어진 정령이 가련키만 하리
황반계에 화답하다(和黃磻溪)
萬年精舍見諸生     만년정사에서 여러 학생들 만나니
竹杖相尋道話成     죽장으로 서로 찾아 도를 얘기한다
出入儒鄕門閥重     유향을 출입하니 문벌이 무겁고
往來仙境世思輕     선경을 왕래하니 세상 생각 가볍구나

010_1107_a_01L徐卿二子帳中讀     서경의 두 아들77) 장막에서 독서하고
蘇氏三峰雲外淸     소씨의 세 봉우리78) 구름 밖에 맑아라
一宿因緣猶未足     하룻밤의 인연도 오히려 부족하나니
黃昏移度又含情     어느덧 황혼 되자 더욱 정을 머금네
김옥산 진사의 시운을 차하다(次金玉山進士)
古寺重尋歲色深     고찰 다시 찾으니 한 해도 깊어 가
靑松化作白花林     푸른 솔도 흰 눈 숲으로 변했구나
題詩每切相思意     시 쓸 때마다 늘 그리움 간절했고
論道長揚各證心     도를 논하며 증득한 마음 나타냈네
暇日淸儀皆想昔     휴일의 맑은 모습 옛날과 같은데
他年穩話孰如今     훗날 다정한 대화도 오늘 같을는지
豈期老衲孤居處     뜻밖에도 노승의 외로운 거처를
騎馬贏糧自枉臨     말을 타고 식량 싸서 왕림하셨네
결제일에 홀로 앉아(結制獨坐)
到處安居看話頭     도처에서 안거하며 화두를 보는데
胡爲長夜不焚修     어이하여 긴 밤 분수하지 못하는고
破柴湯水心塵洗     장작 패고 물 끓이며 마음 티끌 씻고
轉呪舂鐘軆地投     주문 외고 종을 치며 오체투지 하나니
上食願祈諸佛樂     밥 올리며 부처님의 즐거움 바라고
燃香誓度衆生愁     향 피워 중생의 근심 제도하기 서원하네
開窓雪裏紅葩落     창을 여니 눈 속에 붉은 꽃잎 떨어져
疑是靈山花雨樓     영산의 꽃비 내리는 누각인 듯하구나
종이배에 쓰다(題紙船)
泛彼中流兩柱船     저 중류에 둥실 뜬 두 기둥의 배
與吾同事過三年     나와 함께한 지 삼 년이 넘었구나
擧帆下楫無由後     돛 달고 노 내렸으나 뒤로도 못 가고
正柁安維不可前     키와 줄 갖췄으나 앞으로도 못 가네
已閱丙丁空載月     병정년을 거쳐 한갓 달빛만 실었으니
將迎戊己滿藏錢     무기년을 맞아서는 가득 돈을 채울까
渾成白紙如新在     혼연히 흰 종이만 새롭게 남아서
凍雨飇風奈益堅     찬비와 표풍에도 더욱 견고하구나
저녁에 벽파를 건너다(夜渡碧波)
盡日行來碧海頭     종일 걸어 푸른 바다 끝 이르러
乘船夜靜大江流     고요한 밤 배 타고 큰 강 흐름 타노라
仰觀斗柄三更喜     위를 보니 삼경의 북두칠성 기쁘고
俯視龍宮萬丈愁     굽어보니 만 길 용궁 시름겹다
欵乃歌高淸易睡     어부의 노래 맑고 높아 쉬이 잠들고
沂游浪急怖難休     거친 풍랑 거스르니 두려움 한없네
風吹薄着衰軀骨     바람이 노쇠한 몸에 불어닥치니
下浦迍邅久逗遛     포구에서 머뭇거리며 오래 정박한다
김구암을 보내며(送金搆庵)
官閣相逢十一年     관각에서 서로 만난 지 십일 년
於今對坐頓茫然     이제 마주 앉으니 문득 망연타

010_1107_b_01L煎茶佇待淸風起     차 달이며 청풍 일기 기다리고
開卷渾忘苦雨連     책 펴니 계속되는 궂은비도 잊었네
衰氣何妨蔬笋味     쇠한 기운 소순의 맛 무어 해로우랴
名山重結虎溪緣     명산에서 다시 호계의 인연 맺었거늘
靑鞋跡印金田地     푸른 짚신의 자취 절터에 찍혔으니
何必林中暫別禪     하필 숲속에 잠시 따로 참선하랴
쌍계사에 쓰다(題雙溪)
重來掛搭非生客     다시 와 괘탑79)하니 낯설지 않은데
萬像昭森盡帶情     만상이 훤히 펼쳐져 모두 다정타
滿塢芳花爭向笑     언덕 가득 향긋한 꽃 다투어 피고
懸樓鐘皷演揚鳴     누각의 종과 북은 법음을 울린다
間多舊雨携壼酒     간간이 옛 친구 술 단지 지녀 오고
或有閒僧請戒經     때때로 한가한 스님 계경을 청한다
灑掃庭軒嗒然坐     뜰과 마루 쓸고 나서 무심히 앉으니
從前所作摠無明     종전에 지은 일이 다 무명의 업일세
탄보묘80) 현판의 시운을 차하다(次誕報廟板上韻)
大帝威揚幾萬年     대제81)가 위엄을 떨친 지 얼마나 오래인가
設壇奠幣國南邊     나라의 남쪽에 제단 설치해 폐백 올리네
當時屈魏旌忠節     당시에 위나라 굴복시켜 충절을 드러내고
後世顯明褒協天     후세에 명나라 빛내 하늘 도와 포상 받았네
赤兎追風鞍不解     적토마 바람 쫓아 쉼 없이 달리는 듯한데
靑龍閃日柄無傳     햇빛에 빛나던 청룡도는 전하지 못했네
寒光照破妖魔窟     차가운 빛이 요마의 소굴을 깨뜨려서
遂使仁方久泰然     우리나라를 오래도록 태평케 하였네
조계암 현판의 시운을 차하다(次曹溪庵板上韻)
蘭若孤高位面南     난야 고고하게 남쪽 향해 자리하니
一山窈窕有名庵     산 그윽한 곳에 이름난 암자 있구나
顏知掛榻推排坐     낯익은 얼굴 괘탑하여 차례로 앉고
飯熟歸笻放下叅     공양 마치면 돌아가 화두話頭82) 참구한다
襵疊峰巒圍寺障     첩첩한 봉우리 병풍처럼 절 에워싸고
縈回溪水映楓潭     돌아 흐르는 시내엔 단풍이 비치네
人間萬事都無管     인간 세상 온갖 일 모두 아랑곳 않고
任性逍遙做味甘     본성 따라 소요하니 맛이 넘치누나
모연을 다니며(募緣行)
六十年來道未成     육십 년 동안 도를 이루지 못해
飜然改作募緣行     문득 모연을 행하게 되었네
閒談達夜飯牛幕     밤새도록 소 움막에서 한담하고
引勸過時織履筬     때를 넘기며 짚신 방에서 권선한다
徒跣兒童來似蝶     맨발의 아이들만 나비처럼 몰려들고
衣冠洞任隱如星     의관 갖춘 마을 이장은 별처럼 숨었구나
那邊更說遮邊事     속세에서 이쪽 일을 얘기하노라니
自愧他鄕辯士名     타향 변사의 명성이 부끄럽구나
부사 백겸산, 책실 백다천, 허소치83)와 함께 시냇가 절에 놀다【4월 8일】(府使白兼山册室白茶泉許小痴共遊溪寺【四月八日】)

010_1107_c_01L
佛日鮮明會草廬     불일이 선명한 날 초려에 모여서
憑欄竹樹綠陰踈     난간에 기대니 성긴 대나무 그림자
沙村樵笛雲歸後     모래톱 마을 구름 갠 후 나무꾼 피리
溪寺齋鐘客到餘     길손 이르니 시내 절의 재 종소리
就蔭傾盃因作舞     그늘에서 술잔 기울이며 춤을 추고
臨流炊飯更看書     시내 굽어보며 밥 짓고 책을 본다
幽懷未畢山林暮     그윽한 회포 마치기 전에 산림 저무니
收拾風烟謝佛居     풍연 거두어 담고 부처님의 집 떠난다
斜川一曲繞精廬     시내 한 굽이 정사를 감돌아
數畝田園計不疎     몇 이랑 전원 살림이 성글지 않네
童子燒香靑嶂下     동자는 푸른 산 아래 향을 사르고
使君携酒綠陰餘     사군은 녹음 짙은 곳 술 지녀 왔네
半生手熟銀鉤帖     반평생 손은 은구의 서첩 익숙하고
中夜心淸貝葉書     한밤중 마음은 패엽에 맑아진다
葡格陰陰蘿徑遠     포도 넝쿨 그윽하고 청라의 먼 길
如來生日到禪居     여래의 생일에 선찰에 이르렀네
【겸산(右兼山)】

雲林蕭灑有茆廬     운림 소쇄한 곳에 초가 있으니
數畝生涯也未疎     몇 이랑 살림이 가난하지 않구나
管領烟霞身已老     연하의 주인 되어 몸은 늙었으나
栽排花竹趣猶餘     꽃과 대 재배하니 흥취는 넘치네
淸溪洗盞因傾酒     맑은 시내에 잔 씻어 술 따르고
芳草爲茵又看書     향기로운 풀 자리 삼아 서책을 읽네
浴佛良辰遊賞好     불탄일 좋은 때 유상이 좋을시고
願從物外與君居     원컨대 속세 밖에 그대와 살리라
【다천(右茶泉)】

東風皂盖到林廬     동풍에 태수의 수레 숲속 초막 이르니
自是主人生計疎     주인의 생계는 담박하기만 하구나
溪上白雲迎客後     개울가의 흰 구름 손님을 맞이하고
園中紅藥殿春餘     뜰의 붉은 작약 가는 봄을 꾸미네
勝區從古饒泉石     명승지라 예로부터 천석이 넉넉하고
明政原來少簿書     맑은 정치는 원래 부서84)가 적은 법
値此佛辰應別趣     오늘 불탄일 맞아 흥취가 각별하니
更敎移席坐僧居     다시 자리 옮겨 승사에 앉으리라
【소치(右小痴)】
기연 상인에게 주다(贈奇衍上人)
遊歷多聞第一方     두루 편력하여 견문이 으뜸이니
將身禦侮最爲良     장군으로 나라 지킴 어울릴 터
傳書暗誦松間屋     옛 책은 솔 사이 집에서 암송하고
編字高吟月下床     글자 엮어 달빛 선상에서 읊조리네
見解分明師友許     견해가 분명하니 사우가 인정하고
根塵寂滅鬼神惶     근진85)이 사라지니 귀신도 놀란다
摠收佛祖惟爲法     불조의 유심법을 모두 거두어
成就江南大道場     강남의 큰 도량을 성취하였네
이송파에게 화답하다(和李松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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沿溪捫石間詩仙     시내 따라 시선 함께 바위 만지며
陞降徘徊自後前     앞뒤 따라 소요하며 오르내리네
洞漲綠陰多異鳥     녹음 짙은 골짜기에 기이한 새 많고
龕凝紫氣罕淸蟬     서기 엉긴 감실에 매미 소리 고요하다
薰風動盪淸凉界     따스한 바람은 청량세계 일렁이고
花雨繽紛寂滅天     꽃비는 적멸의 하늘에 휘날린다
此日勝遊難再得     오늘의 좋은 놀이 다시 얻기 어려우니
摠收慚愧付衰年     부끄러운 마음 거두어 노년에 부치네
강선대降仙臺
降仙臺上送端陽     강선대 위에서 단오를 보내니
藕孔山川挽日長     우공의 산천86)에 해가 유장하다
楚水月明魂駕素     초수의 달 밝아 영혼도 하얗고87)
商山年積髮華蒼     상산에 세월 쌓여 머리만 세었네88)
時光壬午天中節     때는 임오년 천중절89)을 맞아서
會客大芚寺內良     대둔사 안에서90) 손님을 만난다
并坐岩阿遊燕處     바위에 함께 앉아 잔치하는 곳에
林風吹動綠陰香     숲 바람이 녹음 향기 풍겨 주네
동야를 그리며(憶東野)
作客挑囊獨下山     홀로 하산해 바랑 진 나그네 되어
行過百嶺一笻閒     첩첩 고개 지팡이로 한가히 지난다
路中克己呼三寶     도중에 자신 이기며 삼보를 부르고
門外興悲振六環     문 밖에 자비 일으켜 육환91) 흔든다
入邑每驚阿難跡     마을에 들면 늘 아난의 행적 놀라고
渡江猶順達摩關     강을 건너서는 달마의 관문 따르네
時當溽暑何鄕宿     무더운 이때 어느 고을에서 묵을꼬
言語如聞寤寐間     자나 깨나 그대의 목소리 들리는 듯
광신에게 부치다(寄廣信)
離朋隱跡處孤庵     벗들과 떨어져 외딴 암자에 은거해
正坐單前讀聖談     단상 앞 정좌하여 성인 말씀 읽누나
展鉢應供觀偈五     발우 펴 관음보살 5게를 공양하고
鳴鐘到禮祝華三     종 울려 예 올리며 세 번 축원하네92)
睠言每日歸依北     날마다 마음은 북쪽 향해 귀의하는데
問道何時回向南     어느 때 남으로 회향하여 도 물을까
守默谷神還本際     묵묵히 곡신93) 지켜 근본으로 돌아가니
一枝事業舊來甘     한 가지 사업은 예로부터 달콤하다
미선尾扇
竹骨楮皮廣狹團     대나무 뼈대에 닥종이 넓고 좁고 둥글며
冬休夏旺綠黃丹     겨울에 쉬고 여름엔 왕성하니 여러 빛깔
杯揮蠅亂燈揮蝶     술잔의 파리 쫓고 등불의 나방 몰아내며
行蔽炎陽臥蔽顏     길에선 햇볕 가리고 누워선 낯을 가린다
號令要齊漢文武     호령함은 한나라 문무의 신하와 같고
風塵無染晋衣冠     풍진에 물들지 않음은 진나라 사대부라94)
高堂會客遊談處     마루의 손님 함께 한가히 얘기할 적에
手詔飛廉調暑寒     손으로 비렴95) 부려 추위와 더위 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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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에게 주다(與善愚)
出世丈夫與世殊     출세간의 대장부 세상과 달라서
中藏太古外如愚     태고의 마음 지니고 겉은 우직타
慈悲不捨將移物     자비심 놓지 않아 만물을 감화하고
天地無言攬在吾     천지를 말없이 내 가슴에 지닌다
萬里靑山叅善友     만리 청산에 좋은 벗 함께하고
三更素月讀賢書     삼경의 흰 달빛에 성현의 책 읽네
前程尙遠何能測     앞길이 아직 머니 어찌 헤아릴까
只望禪候振嶺湖     다만 선풍이 영호남에 떨치기를
은적사에 쓰다(題隱跡寺)
虎據龍盤氣勢雄     호랑이와 용 서린 듯 기세 웅장한데
千年古寺正當中     천년의 고찰 그 사이 우뚝 서 있네
巖高徧照儒林月     바위 높아 유림의 달빛 두루 비치고
洞豁長吹佛海風     골짜기 넓어 불해의 바람 항상 분다
瓶鉢無心雲出岫     병과 발우는 산의 무심한 구름 같고
眉毛有壽鶴棲松     흰 눈썹 장수 누려 솔에 깃든 학인 듯
杞憂滿眼頻來往     기우96) 가득한 눈으로 자주 왕래하며
更手至今打夜鍾     여러 손 거쳐 오늘도 저녁 종을 친다
영산 선백을 늦게 추모하다(追挽影山禪伯)
夢宅無常本自知     꿈같은 세상 무상한 줄 알았건만
菩提路上往反遲     깨달음의 길로 오고 감이 더디었네
八垓月隱金沙界     팔해의 달은 금사의 세계에 숨었고
九品蓮開玉果池     구품의 연꽃은 옥과의 연못에 피었네
梵海庵前眞佛喝     범해의 암자 앞에 진불이 할을 하고
蓬萊席上道場來     봉래의 석상에서는 도량이 펼쳐졌네
竛竮客子失盟主     외로운 나그네 맹주를 잃었나니
影落湖山桂蔭垂     호산에 달이 지고 계수 그늘만 드리웠네
나무 염주 송(木念珠頌)
我有圓明木念珠     나에게 둥글고 밝은 나무 염주 있으니
造成功德筆難書     이룬 공덕 붓으로 다 쓰기 어려워라
手持默坐心歸佛     손에 잡고 묵묵히 앉아 부처님께 귀의하고
項掛徐行服異儒     목에 걸고 걸으면 유자와 모습 다르네
憍梵永離輕弄報     교범은 영원히 희롱한 과보를 벗었고97)
澄觀終守重盟軀     징관98)은 끝내 무거운 맹세를 지켰네99)
如何百八精神骨     어이하여 백팔 개 정신의 골수가
利涉山川忝在吾     산과 시내 행각하는 나에게 있느냐
암행어사 심난소를 모시고(陪繡衣沈蘭沼)
鴻恩普洽極南中     임금의 크신 은혜 남녘 끝까지 미쳐
德色威容滿梵宮     덕의 모습과 위엄이 범궁에 가득하네
古寺停車聽糓雨     옛 절에 수레 세워 곡우 소리 듣고
靑燈會客詠番風     등 아래 손님 모여 꽃바람 노래하네
閒雲歸處千巖白     한가한 구름 흐르는 곳 바위도 하얗고
煖氣動時萬柏紅     따스한 기운 움직일 때 동백이 붉도다

010_1108_c_01L似此高筵難可得     이런 높은 잔치 다시 얻기 어려우니
只憂異日各西東     다만 훗날 동서로 헤어질까 저어하네
千里行人滯雨中     천 리 길 나그네 빗속에 체류하여
仰瞻北極慕王宮     북극 우러르며 왕궁을 그리워하네
民隱未除愧按法     백성의 괴로움 못 없애 직분 부끄럽고
僧規猶整喜觀風     승규가 정연하니 풍속 살펴 기쁘도다
羃地朝霞開活畵     땅 덮은 아침노을 그림이 펼쳐진 듯
傍溪冬栢映新紅     개울 곁의 동백 붉은 꽃 새로 비치네
湖南界限頭輪重     호남의 끝 두륜산이 장중하기도 하니
營壘相望鎭海東     영루 서로 이어져 해동을 안정시킨다
【난소(右蘭沼)】
대월루의 시운을 차하다(次對月樓韻)
獨杖登臨恨暮年     지팡이 짚고 홀로 올라 늙음을 한하니
飛樓鴻朗半天圓     높은 누각 크고 밝게 반공에 솟아 있네
遊城念在遊山上     성에 노닐어도 마음은 산 위에 노닐었고
對日心歸對月邊     해를 대할 때도 마음은 대월루로 향했었지
劃地川聲添細雨     땅을 가르는 시내 소리에 가랑비 더하고
迎春野色散輕烟     봄을 맞은 들판엔 아지랑이 흩어지네
風光盡入前人句     풍광은 모두 전인의 시구에 담겼나니
人去句存不具傳     사람 가고 시만 남아 같이 전하지 못하네
양백오와 함께 화답하다(與梁栢塢共和)
樹密巖層一線通     울창한 숲 층층 바위로 오솔길 통해
西庵紛閙更移東     서쪽 암자 시끄러워 동쪽 암자 옮겼네
講筵有道侔夫子     강단의 도 있는 선비 공자에 버금가는데
社業無緣望遠公     백련사의 사업은 혜원 바랄 길 없구나
杖屨巡庭看花雨     지팡이로 뜰 산책하며 꽃비를 보고
衣冠對客振英風     의관으로 손님 마주하며 영풍을 떨친다
熏陶天上石麟學     천상의 석기린100)의 학문으로 훈도하니
期在那時必告功     반드시 훗날의 성공을 기약하리로다
鬱鬱叢林細路通     울창한 총림에 작은 길 통하여
靑藜乍倚小庵東     청려장으로 작은 암자 동쪽 산보한다
潯陽歸去非元亮     심양으로 돌아간 원량101)이 아니건만
廬岫棲遲托遠公     여산에서 소요하며 혜원에게 의탁하네
幽檻遙含千嶂靄     그윽한 난간 멀리 천산의 노을 머금고
暮鐘響引一谿風     저녁 종소리 시내 바람을 이끌고 온다
也知靈境傳眞佛     신령한 경계에서 참 부처님 법 전하여
夜讀楞嚴穩做功     밤이면 능엄경 읽어 온전히 공부하네
【백오(右栢塢)】
관호재의 시운을 차하다(次觀湖齋韻)
茅屋連簷濒海低     바닷가 낮은 곳 초가 처마 이어지고
飄然飛閣鎭湖西     나는 듯 누각은 호수 서쪽 자리했네
長江一帶漁舟泛     긴 강 일대에 고기잡이배는 두둥실
短夜三更酒榼提     짧은 밤 삼경에 술 단지를 드노라
鶯引淸風歌柳幕     꾀꼬리 맑은 바람에 버들에서 노래하고
馬䶗碧草臥莎堤     말은 푸른 풀 뜯으며 제방에 누웠네

010_1109_a_01L齋中弟子乘凉去     관호재의 제자들은 바람을 쐬러 가서102)
新浴振衣影落谿     목욕하고 옷을 터니 그림자 개울 비친다
응화 강주를 애도하다(挽應化講主)
七十人間誰謂小     칠십의 나이 세상 뉘라 적다 하리
百年身勢一蘧廬     백 년 신세도 한바탕 꿈103)이로다
昇堂入室籌盈屋     뛰어난 제자들 문하에 넘치고
錯節盤根刅有餘     어려운 이치 헤치는 칼날 여유로웠네
刹海浮盃多往復     찰해에 잔 띄워 많이 왕복하였고
宗門掛錫積居諸     종문에 지팡이 걸어 세월104) 쌓았네
靈光瑞氣亘空夜     영광의 서기 밤하늘에 뻗치니
遙望雲衢淚滿裾     멀리 구름 바라보며 눈물 흘리네
백오재의 운을 차하다(次栢塢齋韻)
老栢亭亭物表淸     늙은 잣나무 곧아 세속 밖에 맑은데
靑松綠竹與相爭     푸른 솔과 대나무 서로 멋을 다투네
紅葩落地雲中色     붉은 잎 땅에 져 구름 속에 예쁘고
翠盖浮空雪裡聲     푸른 가지 허공에 떠 눈 속에 우수수
受封嵩墠陪天主     숭산의 터에 봉지 받아 하늘 모시고105)
作舞廟庭獻孔明     묘정에서 춤추며 공명에게 헌향하네106)
淹貫斯文先覺覺     학문 두루 관통해 선각의 이치 깨치니
堆床卷軸鬼神驚     책상에 쌓인 서책에 귀신조차 놀라네
森森老栢滴陰淸     무성한 늙은 잣나무 그늘 맑으니
肯向東風桃李爭     동풍에 복사꽃과 어여쁨 다툴쏘냐
閱盡歲寒全勁節     세한 지나 굳은 절개 온전히 하고
細含天籟襍書聲     섬세히 천뢰107) 머금어 글 소리 어울리네
榦排幽壑蛟龍舞     줄기는 골짜기에 뻗어 교룡이 춤추고
花發先春水月明     꽃은 봄에 앞서 피어 수월이 밝구나
撰述敢煩松下丈     솔 아래 장인께 찬술을 부탁하니
鏗鏘瓊韻使人驚     옥구슬 맑은 시운 사람 놀라게 하네
【백오(右柏塢)】
기운 상인에게 주다(贈奇雲上人)
懿乎業已百城遊     아름답다 많은 선지식을 참배하여
證悟浮生夜壑舟     뜬구름 인생 덧없음을 깨달았구나
曳履款行含我樂     짚신으로 소요하며 스스로 즐겁고
倚雲高坐笑人愁     구름에 높이 앉아 세상 근심 초연하네
分茶馬祖叅禪座     마조의 참선 자리에서 차를 나누고
打話南泉玩月樓     남전의 달빛 누각에서 담소하나니
衆海應來誰館伴     해중이 오면 누가 객관의 벗이 되어
先居擁篲佇門頭     먼저 빗자루 들고 문에서 기다릴까
원해 강백에게 주다(贈圓海講伯)
曹溪元是大叢林     조계산은 원래 크나큰 총림이라
復振宗風敎海深     다시 종풍 떨쳐 교해가 깊도다
縮地無由長憶念     찾아갈 길 없어 항상 그리웠더니
隨緣赴感遠來尋     인연과 느낌 따라 멀리 찾아왔네

010_1109_b_01L頡頏今日三家道     오늘 삼가의 도 겨루어 강론하고
授受異時一片心     옛날의 한 조각 마음을 주고받네
高坐撫琴誰可賞     높은 자리 거문고 뉘라 감상할꼬
東西南北摠知音     동서남북 모든 사람이 지음일세
보정 상인에게 주다(贈寶鼎上人)
棱棱氣宇遠山淸     늠름한 기개는 먼 산처럼 맑은데
問道那時過福城     도를 물으며 언제 복성108)을 지났나
滿醉衢樽眠壁鶴     태평 술잔에 취하니 벽에 잠든 학이요
優遊海藏呑舟鯨     불법의 바다에 소요하니 큰 고래로다
慈良剩效寒巖響     자비심은 넉넉히 찬 바위 소리 본받고
利欲便同熱椀聲     탐욕은 끓는 주발의 소리로 여기네
慚愧高朋妨難處     부끄럽다 높은 벗 어려운 곳 찾아 주니
琉璃籠眼作人情     유리처럼 맑은 눈에 인정이 넘친다
단양端陽
楚江今日屈魂沉     오늘날도 초강에 굴원의 넋이 잠겨
爭棹蘭舟幾尺深     다투어 목란주 저어 깊은 물 건넌다
月及天風陰動地     5월이라 땅에서 음기가 움직이는데
時當夏火綠肥林     때는 여름 맞아 숲의 초록빛 짙구나
多情宴罷登峰頂     다정한 잔치 파하고 산 정상에 올라
軟飽酣餘披舊襟     실컷 먹고 얼큰히 취해 옛정을 펴노라
采藥盤桓歸來望     약초 캐며 소요하다 돌아와 바라보니
萬仞高臺落梵音     만 길 높은 누대 범종 소리 울려오네
승주로 돌아가는 법해 장로를 보내며(送法海長老歸昇州)
優遊講肆早成功     강단에 유유자적 일찍 공을 이루고
寶筏閒浮梵海中     뗏목으로 한가히 불법의 바다 떠가네
飽採蘭奢常謹信     난초 향기 실컷 마시며 항상 근신하고
高提祖令永流通     조사의 가르침 높이 들어 길이 유통시킨다
傳來鈯斧恐刓弊     전해 오는 부근109) 그르칠까 저어하여
固守靑氈付俊雄     청전110) 굳게 지켜 인재에게 부촉하네
甘苦不論同事攝     달고 쓴 것 따지지 않고 동사섭111) 행하여
揄揚日用古家風     일상생활에서 옛 가풍을 드날리도다
청봉 장로에게 주다(贈淸峰長老)
千山爲骨萬江心     천산을 뼈로 삼고 만강이 마음이니
日月星辰並照襟     일월성신이 흉금을 환하게 비춘다
掩鼻淸聲曹習衆     낙하생 맑은 소리 흉내가 많으니112)
反呸法印寶藏深     도리어 법인과 보장의 심오함 나무라네
杖臨芳草叅先覺     지팡이로 방초 길 걸어 선각 참배하고
身帶紫霞向舊林     몸은 노을빛 띠고 옛 숲을 향하네
一國宗風吹屋角     온 나라의 종풍이 처마에 불어오니
半肩破衲暗知音     어깨 해진 납의로 가만히 아는구나
무위 형을 애도하다(挽無爲兄)
一雁高飛秋月夜     가을밤 달빛에 기러기 높이 나는데
遙看何處是蓮邦     아득히 어느 곳이 서방 불국토인가

010_1109_c_01L叅禪軆照三椽壁     참선의 그림자 암자의 벽에 비치고
誦佛聲寒十笏房     염불 소리는 작은 선방에 차갑구나
道具如新傳兩桂     의발은 새로 두 제자에게 전해지고
遺言任意托孤芳     유언은 뜻 따라 외로운 향기 의탁했네
年過稀世無爲化     고희의 나이 넘기고 열반에 드니
矯首瞻空淚數行     머리 들어 허공 보며 눈물 흘리네
湛然眞軆歸何處     청정한 참된 몸 어디로 돌아갔는고
應想精靈到淨邦     영혼은 아마도 청정세계 이르렀으리
劫前月滿毱多室     영겁의 달빛은 국다의 실113)에 가득하고
物外風淸摩詰房     물외의 청풍은 유마의 방114)에 불어온다
傳燈昭歷至今嗣     전등의 불빛 밝게 오늘에 이어 오고
遺則神嚴洎後芳     남긴 법도 근엄하여 훗날에 향기 끼친다
烟霞事業頓忘去     연하의 사업 문득 잊고서 떠나가니
寂寂寒梅竹數行     쓸쓸히 차가운 매화와 대나무만 남았네
【계정(右戒定)】
구곡九曲
九曲沿來倚杖望     구곡을 따라 지팡이 기대 바라보고
曹巖北走入山初     조암 북쪽 달려 산에 막 들어섰네
水歸玄武放生界     시내는 거북이 방생하는 곳 흐르고
灰散泥洹慶快墟     열반의 재는 넓은 터에 흩어진다
密勿雲松春夏鎖     무성한 솔은 봄여름 구름에 잠겼고
紅流萬栢古今鋪     붉은빛 잣나무는 고금에 늘어섰네
綱花桃李靑虹亘     복사꽃 푸른 무지개처럼 펼쳤는데
履玉尋眞到佛居     옥류 밟으며 진리 찾아 절에 왔노라
구대九臺
元曉臺前義湘臺     원효대 앞의 의상대에
老人星照自南來     노인성 남쪽에서 와 비친다
白雲興滅千年積     흰 구름 천년의 세월 흥멸하고
大藏載傳萬劫回     대장경은 만겁을 전한다
拱北宸宮天一色     북궐 우러르니 하늘이 한 빛이요
鎭南靈室海浮盃     남녘 우뚝 영실은 바다의 잔인 듯
將軍學射空留跡     장군의 활터만 부질없이 남았는데
吉日降仙壽宴開     길일에 신선 내려와 수연이 열린다
기정 상인에게 주다(贈奇正上人)
星長日短遠人烟     길고 긴 겨울밤 속세 먼 곳에서
學足三冬敵一年     겨울의 학문 넉넉해 일 년을 감당한다
口傳手移忘寢食     입으로 전하고 손으로 옮겨 침식을 잊고
風吹雪積辨因緣     바람 불고 눈 쌓인 곳 인연을 분별하네
知無不語吾衰奈     나는 아는 것 다 말하였고 노쇠하였으니
習欲成功子器然     익혀 공 이루는 것은 그대의 그릇일세
講榻重來非古事     강탑에 거듭 오는 것은 옛일이 아니니
沽名法侶滿經筵     이름 파는 법려만 경연에 가득하구나
견성암에 올라 삼가 이 어사 돈상의 시운을 차하다【2수】(上見性庵謹次李御使敦相韻【二】)

010_1110_a_01L
[1]
三河受命道場開     삼하에 명을 받아 도량을 열고
塤箎相吹往復廻     서로 훈지115) 연주하며 오고갔네
佛聖重重聞講至     부처님은 거듭 강론 듣고 이르고
山靈隱隱見誠來     산신령은 가만히 정성 보고 오도다
燒香祝罷北辰遠     향 살라 축원 마치니 북극성 멀고
分座談濃南岳嵬     설법 소리 무르익어 남악이 높구나
遙望長安千里外     멀리 천 리 밖 서울을 바라보려고
暇餘更上一層臺     한가할 제 한 층 누각 더 오른다

[2]
天鍾勝地向南開     하늘이 내린 명승지 남으로 열려
萬壑千峯轉復廻     만학천봉이 감싸 안아 도는구나
獨立書巖忘過去     홀로 선 서암은 과거를 잊었는데
雙生木墖待時來     두 개의 목탑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네
鳴鐘祝壽風宵永     종 울리며 축수하니 바람 부는 밤 길고
注意思鄕雪岳嵬     고향 생각 간절한데 눈산만 높구나
見性機緣全不識     견성의 기연은 전혀 알지 못하고
觀齋幸入卜居臺     재를 보고 나서 복거대에 들었도다

『범해선사시집』 제1권 끝
  1. 1)삼의三衣 : 호의縞衣(1778~1868), 하의荷衣(1779~1852), 초의草衣(1786~1865) 세 분 선사를 말한다.
  2. 1)석옥石屋 화상 : 석옥 청공石屋淸珙(1272~1352). 중국 원元나라의 스님으로 임제종臨濟宗 18대 법손法孫이다. 1272년 강소성 상숙常琡에서 태어났다. 1292년 21세 때 소주蘇州의 흥교興敎 숭복사崇福寺로 출가했다. 고봉 원묘高峰原妙의 문하에서 공부한 다음 급암 종신及庵宗信의 법을 이었다. 이후 여러 곳에서 후학을 지도하다가 1352년 7월 23일 81세에 입적하였다. 고려의 스님 태고 보우太古普愚에게 법을 전하였다.
  3. 2)일마一馬 : 『莊子』 「齊物論」에 “천지는 한 손가락이요, 만물은 한 말이다.(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라는 구절이 있으니, 손가락은 부르는 이름이 다르지만 똑같은 손가락이요, 말은 여러 가지 색깔과 모습이 다르지만 똑같은 말이라는 뜻이다.
  4. 3)오마吳馬 : 미상.
  5. 4)잔사盞蛇 : 잔 속에 비친 쇠뇌의 모습을 뱀 그림자로 착각하였다는 고사이다.
  6. 5)운거雲居 : 범해 각안梵海覺岸(1820~1896)의 스승이다.
  7. 6)14세에 불도를~찾아 나서 : 각안 스님은 1833년(순조 33) 14세에 해남 두륜산 대둔사로 가서 호의縞衣 선사 문하로 출가하였다. 16세에 축발하고 하의荷衣 선사에게 십계를 받고 초의草衣 율사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 호의, 하의, 초의, 문암聞庵, 운거雲居, 응화應化 등 여섯 종사에게 참학하였고 요옹寥翁 이 선생에게 유학을 배웠다.
  8. 7)옥로屋老 : 석옥 화상을 가리킨다.
  9. 8)노 공盧公 : 육조 혜능六祖慧能(638~713). 선사의 속성俗姓이 노씨이다. 중국 선종의 제6조. 시호는 대감 선사大鑑禪師. 남해南海 신흥新興에서 출생. 집이 가난해 나무를 팔아서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어느 날 장터에서 『金剛經』 읽는 것을 듣고 발심하여 기주蘄州 황매산黃梅山으로 5조인 홍인弘忍을 찾아가 노역에 종사하기를 8개월, 그런 후에 의발衣鉢을 전수받았다. 676년 남해 법성사法性寺에서 지광智光에게 계戒를 받고, 이듬해 소주韶州 조계曹溪에 있는 보림사寶林寺로 옮겨 법을 폈으며, 그곳의 자사刺使 위거韋據의 청으로 설법하였다. 신수神秀와 더불어 홍인 문하의 2대 선사로서, 후세에 신수의 계통을 받은 사람을 북종선北宗禪, 혜능의 계통을 남종선南宗禪이라고 하였는데, 이른바 오가칠종五家七宗은 모두 남종선에서 발전하였다. 사법嗣法 제자에 하택 신회荷澤神會·남양 혜충南陽慧忠·영가 현각永嘉玄覺·청원 행사靑原行思·남악 회양南岳懷讓 등 40여 명이 있다. 그의 설법을 기록한 것을 『六祖壇經』이라고 한다.
  10. 9)외람되이 화답하니 : 원문은 ‘貂續’. 담비 꼬리에 개 꼬리를 잇는다는 뜻으로, 석옥 화상의 훌륭한 시를 자신의 졸렬한 솜씨로 화운하였다는 말이다.
  11. 10)돌로 이~물에 누워 : 진晉나라 손초孫楚가 산수 간에 숨어 살겠다는 뜻을 말하면서, “나는 돌을 베개로 삼고 흐르는 물에 입을 씻겠다.”라고 하려는 것이 말이 잘못 나와서, “흐르는 물을 베고 돌로 입을 씻겠노라.”라고 하였다. 옆의 사람이 조롱하기를, “흐르는 물을 어찌 베개로 삼으며 돌로 어찌 입을 씻으랴.”라고 하니, 그는 답하기를, “흐르는 물을 베개로 함은 귀를 씻으려는 것이요, 돌로 입을 씻음은 이를 잘 닦으려 함이다.”라고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12. 11)청해부淸海府 : 오늘날의 전라남도 완도이다.
  13. 12)은구銀鉤와 철색鐵索 : 아주 힘차게 잘 쓴 글씨를 형용한 말이다.
  14. 13)은명恩命 : 임금의 은혜로운 명.
  15. 14)한유韓愈와 태전太顚의 의별衣別 : 당唐나라 한유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있을 적에 친하게 지냈던 노승 태전과 작별하면서 자신의 의복을 남겨 주었다(留衣服爲別)는 이야기가 그의 「與孟簡尙書書」라는 글에 실려 있다.
  16. 15)짚신 한 짝 : 달마 선사가 입적한 후 중국 웅이산熊耳山에 장사하였는데, 북위北魏의 송운宋雲이 서역西域에 사자使者로 갔다 돌아오던 중 총령葱嶺에서 짚신 한 짝을 들고 가는 달마를 만났다. 송운이 “대사는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자, 대사가 “나는 서역으로 가오.”라고 하였다. 이 말을 임금에게 상세히 전하여 임금의 명으로 달마의 묘를 파고 관을 열어 보니 짚신이 한 짝만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에 불법을 남겼다는 뜻이다. 『傳燈錄』.
  17. 16)제경帝京 : 중국의 수도 북경을 말한다.
  18. 17)다시 와 선정善政 펴니 : 원문은 ‘珠還合浦’. 합포는 중국 광동성에 있는 구슬의 산지이다. 탐욕스러운 태수가 부임하자 구슬이 나오지 않다가 뒤에 맹상孟嘗이라는 청렴한 관리가 오자 다시 나왔다고 한다.
  19. 18)행단杏壇 : 옛날 공자孔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20. 19)위편 세 번 끊어지고 : 공자가 만년에 『周易』을 좋아하여(孔子晩而喜易), 죽간竹簡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떨어질(韋編三絶) 정도로 탐독하면서, 『周易』을 부연한 십익十翼을 저술했다는 내용이 『史記』 권47 「孔子世家」에 나온다.
  21. 20)감원紺院 : 사찰을 말한다.
  22. 21)패엽貝葉 : ⓢ Pattra 또는 패다貝多. 나뭇잎이라는 뜻. 인도에서 종이 대신으로 글자를 쓰는 데 사용하던 나뭇잎. 삼장三藏의 경전은 이 잎에 썼다.
  23. 22)완적阮籍의 청안靑眼 : 반갑게 서로 만난 것을 말한다. 진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은 예교禮敎에 얽매인 속된 선비가 찾아오면 흰 눈(白眼)을 뜨고, 맑은 고사高士가 찾아오면 청안을 뜨고 반갑게 대했다고 한다. 『晉書』 권49 「阮籍列傳」.
  24. 23)담시曇始의 백족白足 : 고승을 가리킨다. 후진後秦 구마라습鳩摩羅什의 제자인 담시의 발이 얼굴보다도 희었는데, 진흙탕을 걸어도 더러워지지 않았으므로, 당시에 백족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高僧傳』 「神異下曇始」.
  25. 24)서강西江의 물 삼키고 : 방龐 거사가 마조馬祖 스님에게 묻기를, “만법萬法과 짝이 되지 않는 자는 누구입니까?”라고 하니 스님이 이르기를, “네가 서강의 물을 다 삼키면 말해 주겠다.”라고 하니 거사가 곧바로 깨달았다.
  26. 25)바라이波羅夷 : ⓢ pārājika. 극악極惡·무여無餘·단두斷頭·불공주不共住라 번역. 육취계六聚戒의 하나. 계율 가운데 가장 엄하게 제지한 것. 이 중죄를 범한 이는 승려로서의 생명이 없어지고 자격을 잃는 것이라 하며, 승려 중에서 쫓겨나 함께 살지 못하며, 길이 불법 가운데서 버림을 받아 죽은 뒤에는 아비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는 극히 악한 죄. 비구는 살생殺生·투도偸盜·사음邪婬·망어妄語의 4종이 있어 사바라이라 하고, 비구니는 여기에 마촉摩觸·팔사성중八事成重·부장타중죄覆障他重罪·수순피거비구隨順被擧比丘의 네 가지를 더하여 8종이 되므로 팔바라이라 한다.
  27. 26)봄의 : 원문 ‘東君’은 봄의 신이다.
  28. 27)가을의 : 원문 ‘白帝’는 가을을 맡은 서쪽의 신이다. 가을의 빛은 흰색으로, 결백潔白을 뜻한다.
  29. 28)도서 선요都序禪要 : 도서는 3권으로 당나라 규봉 종밀圭峰宗密 지음. 『禪源諸詮集』의 내용을 해설한 책. 우리나라에서는 사집四集 과목의 하나. 선요는 고봉원묘高峰原妙 선사가 지은 것으로 선법禪法의 요의要義를 적은 책. 사집 과목의 하나.
  30. 29)망운望雲의 정 : 타향에서 고향의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당나라의 적인걸狄仁傑이 태항산太行山에 있을 때 그의 어버이는 하양河陽에 있었다. 하양 방면의 하늘에 흰 구름이 외로이 떠 있자 좌우의 사람들에게 “나의 어버이가 저 아래 계신다.”라고 하고는 서글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구름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자 그 자리를 떠났다는 고사가 있다. 『新唐書』 권115 「狄仁傑列傳」.
  31. 30)해안 스님 : 부안 내소사에 주석한 스님이다.
  32. 31)투향偸香의 원력: 원래 여인이 남자에게 애정을 구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스승을 그리는 뜻으로 원용한 듯하다. 진晉나라 가충賈充의 딸 오午가 한수韓壽를 좋아하여 아버지가 천자에게 하사받은 특별한 향을 훔쳐서 한수에게 주어 이 향이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아 시집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世說新語』.
  33. 32)탈석奪席의 공 : 탈석은 원래 남의 자리를 빼앗을 만한 뛰어난 재주를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제자가 뛰어나 스승을 대신한다는 의미이다.
  34. 33)황양黃楊의 노장 : 황양은 원래 나무 이름. 황양목黃楊木은 회양목이라고도 하는 키 작은 나무. 봄에 자잘한 노란 꽃이 잎사귀 사이에서 피고, 여름엔 콩알만 한 열매를 맺는다. 성장이 매우 더디고 나무질이 단단해 키가 작거나 고집불통인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쓴다. 여기서는 깨달은 곳에 주저앉아서 활용하는 솜씨가 없는 선객을 꾸짖는 말.
  35. 34)적제赤帝의 번창 : 새로운 불교의 번창을 이룬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길을 가다가 흰 뱀을 보고 칼로 베어 죽였다. 조금 후에 노파가 나타나 울고 있어 물어보니 아까의 뱀은 백제白帝의 아들인데 적제의 아들이 죽였다고 하였다. 이는 고조가 진秦나라를 멸망시키고 새 왕조를 세울 징조였다. 『史記』 「高祖本紀」.
  36. 35)성차性遮의 계율 : 성계性戒↔차계遮戒. 성계는 구계舊戒·주계主戒·실계實戒·성중계性重戒라고도 함. 살殺·도盜·음婬·망妄의 사종계와 같은 계율. 그 일의 성질이 도리에 위반되어 죄악이 될 것을 금한 것. 차계는 불음주계不飮酒戒·사십팔경계 등을 말함. 술 마시는 것 자체는 죄악이 아니나, 술을 마심으로써 여러 가지 죄악을 저지르게 되므로 부처님께서 막는다. 이와 같이 부처님이 막음으로 인하여 계가 된 것을 차계라 한다.
  37. 36)남전南泉의 달 : 마조馬祖 스님이 달빛을 구경하다가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이럴 때에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라고 하니 서당 지장西堂智藏이 말하기를, “공양하기 좋습니다.”라고 하였고, 백장 회해百丈懷海는 말하기를, “수행하기 좋습니다.”라고 하였는데, 남전 보원南泉普願은 소매를 털고 곧바로 가 버렸다. 마조가 이르기를, “불경은 지장에게로 갈 것이요, 선禪은 회해에게로 돌아갈 것이요, 보원은 홀로 물외物外에 초연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38. 37)누항陋巷의 거문고 :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생활을 말한다. 『論語』 「雍也」에 “한 대광주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으며 궁벽한 시골에서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顔回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다.(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라고 하였다.
  39. 38)일곱 벗 : 죽림칠현처럼 마음에 맞는 벗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40. 39)한나라 유자의 청탁淸濁 : 후한後漢 말에 선비들이 군자와 소인들로 나뉘어 싸움이 심하다가 당고黨錮의 화禍가 발생해서 현인들이 일망타진된 적이 있다. 여기서는 맑은 선비들을 본받겠다는 뜻인 듯하다.
  41. 40)진나라 선비의 유무有無 : 장자莊子가 어느 날 산길을 가다가 큰 나무를 보았는데 쓸모가 없었다.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온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에서 내려와 친구 집에 묵었는데 친구가 거위를 잡아 대접하였다. 하인이 잘 우는 거위와 울지 못하는 것 가운데 무엇을 잡을 것인가 하고 묻자 울지 못하는 거위를 잡으라고 하였다. 제자들이 산의 나무는 재주가 없어 온전하였고 거위는 재주 없어 죽었으니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묻자 장자는 재주와 재주 없는 사이에 처하겠다고 하였다. 『莊子』 「山木」.
  42. 41)백비百非 : 사구분별四句分別·사구문四句門이라 하여 변증법辯證法의 한 형식. 사구는 정립定立·반정립反定立·긍정종합肯定綜合·부정종합否定綜合이니, 이제 유有와 공空으로 만유 제법을 판정할 때에, 제1구의 유는 정립, 제2구의 공은 반정립, 제3구의 역유역무亦有亦無는 긍정종합, 제4구의 비유비공非有非空은 부정종합이며, 처음 2구를 양단兩單, 뒤의 2구를 구시구비俱是俱非 또는 쌍조쌍비雙照雙非라 한다. 백비는 부정을 거듭하는 것으로서, 몇 번이고 부정을 거듭할지라도, 참으로 사물의 진상을 알기 어려울 때에 써서, 중생들의 유무有無의 견해에 걸림을 없애게 하는 것.
  43. 42)부침浮沈하며 : 열심히 애쓴다는 뜻.
  44. 43)생모生毛 : 어떤 스님이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조주 선사가 답하기를, “판자때기 이빨에서 털이 난다.(板齒生毛)”라고 하였다. 화두를 참구한다는 말이다.
  45. 44)관락關洛 : 관중關中과 낙양洛陽. 관중의 장재張載, 낙양의 정호程顥·정이程頤를 가리키는 말로 송대宋代의 학문을 말한다.
  46. 45)화천貨泉 : 돈과 곡식 등 재물을 말한다.
  47. 46)초서의 초가 가리키네 : 미상. 당나라 스님 회소懷素는 초서의 명인인데, 종이가 없어서 대신 파초를 많이 심어 그 잎에다 글씨를 썼다고 한다.
  48. 47)중부中孚 : 초의 의순草衣意恂(1786~1866)의 자.
  49. 48)고소성의 배 : 중국 당나라의 시인 장계張繼가 지은 시 ≺楓橋夜泊≻에 “달 지고 까마귀 우는데 하늘엔 서리 가득 강가 단풍과 고깃배 등불에 시름 마주하여 졸고 있네. 고소성 밖에 한산사의 종소리가 한밤중에 객선까지 들려오네.(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라는 시가 있다.
  50. 49)구름은 청산에~하늘에 있네 : 낭주자사朗州刺史 이고李翶가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라고 묻자, 약산藥山이 손으로 위아래를 가리키면서 “알겠느냐?”라고 하였다. 이고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자 약산이 “구름은 푸른 하늘에, 물은 물병에 있네.(雲在靑天水在甁)”라고 하였다.
  51. 50)분좌分座 : ① 석가모니가 가섭迦葉에게 반좌半座를 나누어 앉게 한 일. ② 선림禪林에서 수좌首座가 주지를 대신하여 교화하는 일. 여기에서는 교화하는 일이다.
  52. 51)생사의 큰 꿈 : 원문은 ‘奠楹大夢’. 『禮記』 「檀弓」에 공자孔子 임종 때의 상황을 쓴 기사가 있다. 공자는 두 기둥 사이에 앉아서 밥상을 받는 꿈을 꾸고는, 은인殷人이 두 기둥 사이에 빈소殯所를 만드는 일을 생각하여, 자기가 은인의 후예여서 머지않아 죽게 될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공자가 두 기둥 사이에 앉아 제수를 받는 꿈을 꾸고(夢坐奠於兩楹之間) 얼마 뒤에 죽은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53. 52)뛰어난 재주 : 오색이 찬란한 봉황의 터럭을 이르는데 이는 곧 자식이 훌륭한 아버지를 잘 닮은 것을 비유한 말로, 진대晉代의 명신 왕도王導의 아들 왕소王劭가 일찍이 시중侍中이 되어 대궐 문을 출입할 적에 환온桓溫이 그를 바라보고 말하기를, “대노에게는 본디 봉황의 터럭이 있었다.(大奴固自有鳳毛)”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대노는 곧 왕소를 지칭한 것이다. 『世說新語』 「容止」.
  54. 53)신야莘野의 신채莘菜 : 상商나라의 이윤伊尹이 신야에서 농사를 짓다가 탕湯임금에게 등용되었다. 이후 신야는 은거하는 곳으로 쓰인다. 신야의 채소같이 곧다는 뜻인 듯하다.
  55. 54)분수焚修 : 부처님 앞에 향불을 피우고 불도를 닦다.
  56. 55)호리蒿里 : 죽은 이를 애도하여 짓는 장송가葬送歌를 말하는데, 왕공王公 귀인貴人들에 대해서는 보통 해로곡薤露曲이라 하고, 사대부와 서인에 대해서는 호리곡蒿里曲이라 한다. 『史記』 「田儋傳」 주注.
  57. 56)상저가相杵歌 : 절구질할 때 박자를 맞추며 부르는 노래.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어진 재상 오고 대부五羖大夫가 죽자, 진나라 남녀가 눈물을 흘리며 동자는 노래 부르지 않고 방아를 찧는 사람은 절구질 노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史記』 권68 「商君列傳」.
  58. 57)진나라 동자들 : 진시황秦始皇은 중국을 통일한 후 죽지 않고 향락을 누리고자 하여 방사方士 서불徐巿의 주청에 따라 삼신산에 가서 불사약을 구해 오도록 젊은 남녀 3천 명을 바다에 띄워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서는 바다가 멀고 풍치가 좋아 그 사람들이 있을 듯하다는 말이다.
  59. 58)영해瀛海 : 큰 바다를 뜻하는데 여기에서는 제주 해협을 가리킨다. 시의 본문에서 여서도餘鼠島는 섬 이름이고 영주는瀛州는 제주도의 옛 이름이다.
  60. 59)초요鷦鷂새 : 초요는 뱁새이다. 『莊子』 「逍遙遊」에 “초요가 깊은 숲속에 살아도 한 가지에 불과하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라고 하였다.
  61. 60)붕명鵬溟 : 붕정만리鵬程萬里의 원대한 길이다. 『莊子』 「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물을 3천 리나 박차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나 날아오른 뒤에야 6월의 대풍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간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라고 하였다.
  62. 61)금모사자金毛獅子 : 금빛 갈기를 가진 사자로, 뛰어난 선객이나 인물을 가리킨다.
  63. 62)기린아麒麟兒 : 양梁나라 문인 서릉徐陵이 처음 났을 때 보지 화상寶誌和尙이 와서 보고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이 아이는 천상天上의 석기린石麒麟이다.”라고 하였다. 또 두보杜甫가 서경徐卿의 두 아들을 칭찬하여 ≺徐卿二子歌≻를 지었던 데서 온 말로, “그대는 못 보았나, 서경의 두 아들 뛰어난 것을. 좋은 꿈에 감응하여 연이어 태어났다네. 공자와 석가가 친히 안아다 주었다니, 두 아이는 모두가 천상의 기린아일세.(君不見徐卿二子生絶奇。 感應吉夢相追隨。 孔子釋氏親抱送。 竝是天上麒麟兒。)”라고 하였다.
  64. 63)업수鄴水에 구름~연꽃 빼어나고 : 업수는 조조曹操의 아들 조비曹丕가 도읍한 곳이다. 조조와 그의 두 아들 조비와 조식曹植은 시문에도 뛰어나 당시의 문단을 주도했다. 이 시구의 출처는 조조 삼부자 혹은 그들이 후원했던 건안칠자建安七子 등의 시문에 있는 듯한데 찾지 못했다.
  65. 64)위성에 비~빛 새롭구나 : 당唐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시 ≺陽關曲≻에 “위성의 아침 비가 먼지를 적시니 객사의 버들 빛 새롭구나. 자네에게 다시 한잔 술을 권하니 서쪽으로 양관 나서면 벗이 없으리.(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하였다.
  66. 66)완공阮公 : 김정희金正喜(1786~1856). 본관은 경주, 자는 원춘元春, 호는 완당阮堂·추사秋史이다. 충청남도 예산에서 출생하였다. 조선 후기의 서화가·문신·문인·금석학자. 1819년(순조 19)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대사성, 이조참판 등을 역임하였다. 학문에서는 실사구시를 주장하였고, 서예에서는 독특한 추사체를 대성시켰으며, 특히 예서·행서에 새 경지를 이룩하였다.
  67. 67)태전太顚 : 한유와 교유하였던 스님.
  68. 68)급고독給孤獨 : ⓢ Anāthapiada. 아나타빈다타阿那陀擯茶陀라 음역. 본 이름은 수달須達이며 선시善施라 번역. 기타 태자祇陀太子에게 그 원림園林을 사서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어 부처님께 바친 사람이다.
  69. 69)김청음金淸陰 : 김상헌金尙憲(1570~1652). 조선 중기 문신으로 청음은 호이다. 정묘호란이 일어났을 때 진주사로 명明나라에 갔다가 구원병을 청하였고, 돌아와서는 후금後金과의 화의를 끊을 것과 강홍립姜弘立의 관직을 복구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대표적인 척화신斥和臣으로서 추앙받았고 저서에 『野人談錄』 등이 있다.
  70. 70)연파烟波의 시구 : 당나라 시인 최호崔灝의 ≺登黃鶴樓≻라는 시에서 나왔다. “옛사람은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났는데 여기에는 공연히 황학루만 남았구나. 황학은 한번 갔다 돌아오지 않으니 흰 구름 천 년 동안 공연히 흘러가네. 맑은 날 한양 땅의 나무는 강물에 비치고 향기로운 풀은 앵무주에 흐드러지게 피었네. 해 기울어 저무는데 고향 땅은 어드메인가. 강물 위로 안개 바람 불어 나를 수심에 젖게 하네.(昔人已乘黃鶴去。 此地空餘黃鶴樓。 黃鶴一去不復還。 白雲千載空悠悠。 晴川曆曆漢陽樹。 芳草處處鸚鵡洲。 日暮鄕關何處是。 煙波江上使人愁。)”
  71. 71)진경의 죽엽 배(眞卿竹葉舟) : 진계경陳季卿은 강남에 살았다. 젊어서 청룡사 도승을 찾았더니 도승은 어디 가고 종남산終南山 늙은이가 도승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벽 위에 지도가 있어서 강남으로 가는 길을 찾으며 탄식하여 말하기를, “어떻게 하면 위수渭水에서 강남의 집까지 갈 수 있을까?”라고 하였더니 산옹이 말하기를, “어렵지 않다.”라고 하고 어린 중을 시켜 뜰 앞에 있는 댓잎을 따 가지고 오게 하여 배를 만들어 지도 위에 놓았다. 진계경이 자세히 보니 위수에 물결이 일어나면서 하나의 댓잎이 돛배로 변하고 배에 오르는 듯하더니 며칠 만에 집에 도착하였다. 『異聞錄』.
  72. 72)개사開士 : ⓢ bodhisattva. 보살을 번역한 이름.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정도正道를 열어 중생을 인도하는 사부士夫란 뜻. 또 고승高僧의 칭호로도 쓴다.
  73. 73)종일 어리석은 듯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회와 하루 종일 얘기해 보면, 나의 뜻을 어기지 않는 게 마치 어리석은 사람 같다. 그러나 물러난 뒤의 그의 사생활을 살펴보면 역시 나의 뜻을 잘 실행하고 있으니, 안회는 어리석지 않다.(子曰。 吾與回。 言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論語』 「爲政」.
  74. 74)위편韋編 : 위편삼절韋編三絶에서 나온 말이나 여기에서는 유가의 경전을 가리킨다.
  75. 75)해양海陽 : 광주 또는 광산光山의 옛 이름이다.
  76. 76)하인들은 괴로이~손님 비방하네 : 관에서 종이, 짚신, 누룩 등의 공물을 바치라는 통보나 절을 방문하겠다는 통보인 듯하다. 말 없는 손님은 관리들이 기녀를 이끌고 사찰을 찾아 풍류를 즐길 때 기녀에게 말도 못 붙인 채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승려를 말하는 듯하다.
  77. 77)서경徐卿의 두 아들 : 두보杜甫가 서경의 두 아들을 칭찬하여 ≺徐卿二子歌≻를 지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 62 참조.
  78. 78)소씨蘇氏의 세 봉우리 : 송宋나라의 소순蘇洵이 세 봉우리로 된 석가산石假山을 만들어서 자신과 두 아들 소식蘇軾과 소철蘇轍에 견주었다.
  79. 79)괘탑掛搭 : 승려가 사찰에 머무는 것. 의발을 승당에 걸어 둔다는 의미다.
  80. 80)탄보묘誕報廟 : 전라북도 남원에 있는 사당. 중국 삼국시대 촉蜀의 장수인 관우關羽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임진왜란 때 관우의 혼령이 나타나 대낮에 천둥과 번개가 일어 왜적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왜란이 끝나자 관우를 숭배하는 신앙이 생겨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81. 81)대제大帝 : 관우를 말한다.
  82. 82)화두話頭 : 원문은 ‘放下’로, ‘放下着’. 엄양 존자嚴陽尊者가 조주趙州에게 “한 물건도 지니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라고 물으니 조주가 이르기를, “놓아라.(放下着)”라고 하였다.
  83. 83)허소치許小痴 : 허련許鍊(1808~1893). 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마힐摩詰, 호는 소치. 전라남도 진도珍島에서 출생하였다. 조선 후기의 서화가. 추사 김정희金正喜의 제자로 글, 그림, 글씨에 모두 능하여 삼절三絶이라 불렸다. 스승을 따라 추사체를 쓰기도 했다. ≺夏景山水圖≻ 등의 작품이 있다.
  84. 84)부서簿書 : 공문서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번거로운 공무를 지칭한다.
  85. 85)근진根塵 : 또는 근경根境. 눈·귀·코·혀·몸의 5근根 또는 뜻을 더하여 6근과 빛·소리·냄새·맛·촉감의 5진塵 또는 법진을 더하여 6진을 말한다.
  86. 86)우공藕孔의 산천 : 『阿含經』 권16에 아수라阿修羅와 천제天帝가 전쟁을 했는데 아수라가 크게 패하여 상군象軍·마군馬軍·차군車軍·보군步軍의 사군四軍이 모두 연잎 속으로 숨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호중천壺中天과 같은 의미로, 신선이 사는 감춰진 비경을 말하는 듯하다.
  87. 87)초수의 달~영혼도 하얗고 : 굴원屈原(B.C. 343?~278?)은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시인으로 초楚나라 회왕懷王의 치하에서 좌도左徒(左相)의 중책을 맡았다. 후에 참소를 받아 쫓겨나서 양자강의 지류인 원수沅水와 상수湘水 사이를 배회하다가 강에 빠져 자살하였다. 여기에서는 달이 아주 밝아 굴원의 영혼을 하얗게 비춘다는 뜻이다.
  88. 88)상산에 세월~머리만 세었네 : 상산商山은 중국 진시황 때에 난리를 피하여 네 현인인 동원공, 기리계, 하황공, 녹리 선생甪里先生이 은거한 곳이다. 이들은 상산사호商山四皓라 불렸는데 모두 눈썹과 수염이 흰 노인이었다. 이 시에서는 스님 자신도 오랫동안 은거하다 머리만 세었다는 뜻이다.
  89. 89)천중절天中節 : 음력 5월 5일.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오重午·중오重五·단양端陽·오월절이라고도 한다. 단오는 초오初五의 뜻으로 5월의 첫째 말(午)의 날을 말한다. 음력으로 5월은 오월午月에 해당하며 기수奇數(홀수)의 달과 날이 같은 수로 겹치는 것을 중요시한 데서 5월 5일을 명절날로 하였다.
  90. 90)대둔사 안에서 : 원문의 ‘內良’은 ‘안에’라는 뜻의 이두식 표기이다.
  91. 91)육환六環 : 육환장六環杖. 곧 고리가 여섯 개 달린 지팡이.
  92. 92)세 번 축원하네 : 원문은 ‘祝華三’이다. 『壯子』에 화華 땅의 봉인封人이 요堯임금에게 수壽·부富·다남자多男子 세 가지를 축원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임금을 축원한다는 뜻이다.
  93. 93)곡신谷神 : 노자老子 『道德經』에 “곡신은 죽지 아니하니 이를 현빈玄牝이라고 한다. 현빈의 문을 천지의 뿌리라고 한다.(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라는 구절이 있다. 곡신은 곧 도를 가리킨다.
  94. 94)진晉나라 사대부라 : 중국 진나라의 사대부들은 청담淸談을 즐겨 하고 맑고 고상한 풍치를 추구하였다.
  95. 95)비렴飛廉 : 바람의 신이다.
  96. 96)기우杞憂 : 『列子』의 「天瑞篇」에 나오는 말로 중국 기杞나라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근심하였다. 쓸데없는 걱정을 일컫는다.
  97. 97)교범憍梵은 영원히~과보를 벗었고 : 여기 나오는 교범은 『楞嚴經』에 등장하는 교범발제憍梵鉢提를 가리킨다. 그는 과거세에 사문을 희롱한 죄로 세세생생 소처럼 되새김질하는 병이 생겼는데, 여래의 가르침을 받고 아라한과를 이루었다고 한다. 계환의 『楞嚴經要解』(X11, 826c)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사람들이 교범발제를 비방하는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에게 염주를 주어 항상 염불하게 하였다.
  98. 98)징관澄觀(738~839) : 중국 당나라 스님. 화엄종 제4조. 자는 대휴大休, 청량산에 있었으므로 청량 대사라 하였다. 14세에 승려가 됨. 불교의 교학과 내외의 학예學藝를 폭넓게 연구. 주로 화엄교에 관한 저술과 종의宗義를 밝혀 넓히기에 노력. 현수賢首가 죽은 뒤에 그의 제자인 혜원慧苑이 스승의 학설을 어기는 논을 펼치므로 이에 분개, 종지宗旨의 전통에 어긋나는 것을 바로잡는 것으로 책임을 삼고, 특히 5교의 교판을 확실히 하며, 4종 법계의 성기설性起說을 대성大成. 그때에 극히 성하던 선종과의 융화를 꾀하여, 교선일치론敎禪一致論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796년(당 정원 12) 반야 삼장이 40권 『華嚴經』을 번역하는 데 참여하고, 뒤에 그 『疏』 10권을 지었다. 839년(당 개성 4)에 나이 102세로 입적하였다. 저서로는 『華嚴經註疏』·『華嚴經隨疏演義鈔』·『華嚴經綱要』·『華嚴玄談』·『華嚴略義』·『法界玄鏡』·『三聖圓融觀』 등 4백여 권이 전한다. 법을 전한 제자가 1백여 인인데, 종밀宗密·승예僧叡·보인寶印·적광寂光을 4철哲이라 한다.
  99. 99)징관은 끝내~맹세를 지켰네 : 이는 징관이 세운 열 가지 맹세 가운데 ‘손에서 원명한 염주를 놓지 않겠다(手不釋圓明之珠)’는 내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100. 100)천상의 석기린 : 훌륭한 인물을 가리킨다. 주 62 참조.
  101. 101)심양潯陽으로 돌아간 원량元亮 : 원량은 도연명陶淵明의 자字로, 도연명이 팽택彭澤 현령으로 잠시 나갔다가 뜻에 맞지 않아 다시 가족이 있는 심양으로 돌아온 일을 가리킨다.
  102. 102)제자들은 바람을 쐬러 가서 : 공자孔子의 제자들이 각각 자신의 뜻을 말했는데 마지막에 증점曾點이 뜻을 말하기를, “나는 늦은 봄에 젊은 제자와 어린 동자 몇 명을 데리고 기수沂水에 가서 목욕하고 바람을 쐬며 시나 읊으며 돌아오겠다.”라고 하니 공자가 증점의 높은 기상을 인정하고 칭찬하였다. 『論語』 「先進」.
  103. 103)한바탕 꿈 : 원문 ‘蘧廬’는 객관客館인데, 이 세상은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莊子』.
  104. 104)세월 : 원문은 ‘居諸’. 『詩經』의 “해여 달이여 이 땅을 비추시니.(日居月諸。 照臨下土。)”에서 나온 말이다.
  105. 105)숭산崇山의 터에~하늘 모시고 : 숭산의 천봉관天封觀에는 세 그루의 오래된 잣나무가 있었다. 측천무후則天武后는 천봉관에 행차하여 이 잣나무를 오품대부五品大夫로 봉하였다.
  106. 106)묘정에서 춤추며 공명孔明에게 헌향하네 : 당唐나라 두보杜甫가 지은 「古柏行」에 “제갈공명 사당 앞에 잣나무 있어, 가지는 청동 같고 뿌리는 바위 같네.(孔明廟前有老柏。 柯如靑銅根如石。)”라고 하였다.
  107. 107)천뢰天籟 : 『莊子』 「齊物論」에 나오는 말로, 자연의 소리를 가리킨다.
  108. 108)복성福城 : 선재 동자가 남순南巡을 하는 출발지. 여기서는 전라남도 순천의 지명.
  109. 109)부근斧斤 : 장주莊周가 평생 토론을 벌였던 혜시惠施의 묘소에 들러 그를 회고하며 인용했던 ‘운근성풍運斤成風’의 비유에서 나온 고사로서, 영인郢人의 코끝에 살짝 흙덩이를 묻혀 놓고 장석匠石이 부근을 휘둘러 흙덩어리만 떨어뜨릴 때 영인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태연히 있었는데, 영인이 죽고 나자 장석이 그 기술을 일체 발휘하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스승의 훌륭한 선기禪機를 뜻한다. 『莊子』 「徐无鬼」.
  110. 110)청전靑氈 : 청전구물靑氈舊物의 준말로, 으뜸가는 선조先祖의 유물遺物이라는 뜻이다. 진晉나라 왕헌지王獻之의 집에 좀도둑이 들었을 때, 다른 물건을 훔칠 때에는 모르는 체하고 누워 있다가, 탑상榻牀에 올라 손을 대려 하자, “그 청전은 우리 집안의 구물舊物이니 그냥 놔둘 수 없겠는가.”라고 말하여, 도둑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晉書』 권80 「王獻之列傳」.
  111. 111)동사섭同事攝 : 중생을 인도하여 불도를 받아들이게 하는 네 가지 방법, 즉 사섭법四攝法 중의 하나. 보살이 중생의 근기와 인연에 따라 응하여 갖가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어 일체중생과 함께 사업을 하여 이익을 얻게 함으로써 보살은 중생을 섭수攝受할 수 있고 중생은 이로 말미암아 보살을 따라 교법敎法을 신수信受하여 열반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112. 112)낙하생洛下生 맑은~흉내가 많으니 : 동진의 승상 사안謝安은 콧소리로 낙하생이라는 곡을 곧잘 불렀는데 당시의 많은 선비들이 일부러 코를 막고 따라 불렀다고 한다.
  113. 113)국다毱多의 실 : 국다는 ⓢ Upagupta의 음사인 우바국다優婆毱多의 줄임말. 오바급다鄔波笈多·우바굴다優波掘多라 음역하고, 근호近護·대호大護·근장近藏·무상無相이라 번역한다. 불법을 전해 받은 제4조, 아육왕의 스승으로 마돌라摩突羅국에서 출생하였다. 17세에 상나화수商那和修에게 가서 배우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아육왕을 위하여 우타산으로부터 화씨성에 이르러 설법하고, 왕에게 권하여 부처님의 유적에 8만 4천의 탑을 세웠다고 한다. 『付法藏因緣傳』(T50, 313a)에 따르면, 존자는 평생 많은 사람을 교화하였고, 한 사람을 제도할 때마다 산가지(籌) 하나를 석실石室에 넣었는데, 산가지가 석실에 가득 찼다고 한다.
  114. 114)유마維摩의 방 : ⓢ Vimalakīryi. 부처님의 속제자俗弟子. 유마힐維摩詰·비마라힐毘摩羅詰 등이라고 음역하고, 정명淨名·무구칭無垢稱이라 번역한다. 인도 비야리국 장자로서, 속가에 있으면서 보살행을 닦은 이. 그 수행이 높아서 불제자로도 미칠 수 없었다고 한다. 유마의 방은 그가 거처하던 사방 1장의 방(方丈)을 가리킨다.
  115. 115)훈지壎篪 : 훈과 지는 악기로서 화음을 잘 이룬다. 형제 혹은 친구 사이의 화목과 조화를 비유할 때 쓰는 표현으로, 『詩經』 「小雅」 「何人斯」의 “맏형은 훈을 불고 둘째 형은 지를 분다.(伯氏吹壎。 仲氏吹篪。)”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1. 1){底}新文館發行鉛印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