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백열록(栢悅錄) / 栢悅錄

ABC_BJ_H0312_T_001

012_0511_a_01L
백열록栢悅錄
백열록栢悅錄
금명錦溟 편
총목차總目次
김추사 선생이 백파를 변증한 서신 金秋史先生證白坡書 - 추사 김정희
견향 선사찬見香禪師贊 - 추사 김정희
영가수보살계첩문식靈駕受菩薩戒牒文式
동다송東茶頌 - 초의 의순
대법당 창호계안서大法堂窓糊契按序 - 초의 의순
대광명전 불전 등촉계안서大光明殿佛前燈燭契案序
대둔사 만일암기 大芚挽日菴記 - 다산 정약용
철경당게掣鯨堂偈 - (다산 정약용)
철우당게鐵牛堂偈 - (다산 정약용)
현해탑명縣解塔銘 - (다산 정약용)
은봉당 제문隱峰堂祭文 - (다산 정약용)
표충사 제문表忠祠祭文 - (다산 정약용)
선문답禪問答 - (다산 정약용)
고성암 모연문高聲庵募緣文 - (다산 정약용)
아암 만시(挽兒菴) - (다산 정약용)
또 又 - (다산 정약용)
성묵 선사찬聖默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호의 선사찬縞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하의 선사찬荷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초의 선사찬草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철선 선사찬鐵船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운파 선사찬雲坡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견향 선사찬見香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청신암에서 題淸神菴 - (백파거사 신헌구)
신월암에서 題新月菴 - (백파거사 신헌구)
명적암에서 題明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적련암에서 題赤蓮菴 - (백파거사 신헌구)
심적암에서 題深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도선암에서 題道仙菴 - (백파거사 신헌구)
진불암에서 題眞佛庵 - (백파거사 신헌구)
상원암에서 題上院菴 - (백파거사 신헌구)
만일암에서 題挽日菴 - (백파거사 신헌구)
남미륵에서 題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북미륵에서 題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서산 대사의 영각에서 題西山影閣 - (백파거사 신헌구)
북암에 올라 登北庵 - (백파거사 신헌구)
초의 선사 시집 서문 草衣禪師詩集序 - 백파거사 신헌구
철선 선사 시집 서문 鐵船禪師詩集序 - (백파거사 신헌구)
용주사 주련 글씨 龍珠寺柱書 - 정조 때 이덕무
불량계 연기안 서문 佛糧緣起按序 - 철선 혜즙
지전 소임을 맡은 이에게 내리는 훈사(持殿訓辭)
불량계안 서문(佛糧禊案序)
불량 상하 서문(佛粮上下序)
침계루 중수기枕溪樓重修記 - 복림 대사
대둔사 상원암 칠성전 상량문大芚寺上院庵七星殿上樑文- 범해 각안
문향각 상량 육위송聞香閣上樑六偉頌 - 범해 각안
무량회 모연소無量會募緣疏 - 범해 각안
중종시주서中鐘施主序 - 범해 각안
백양산 정토사 청류동기白羊山淨土寺靑流洞記 - 범해 각안
사의계 서문 思議禊序 - (범해 각안)
해언 사미에게 배움을 권함(與海彥沙彌勸學) - (범해 각안)
상포계 서문 喪布禊序 - (범해 각안)
또 又 - (범해 각안)
선참계 서문 禪懺禊序 - (범해 각안)

012_0511_a_01L[栢悅錄]

012_0511_a_02L1)栢悅錄

012_0511_a_03L
012_0511_a_04L

012_0511_a_05L錦溟編

012_0511_a_06L2)總目次

012_0511_a_07L
金秋史先生證白坡書見香禪師賛
012_0511_a_08L靈駕受菩薩戒牒文式東茶頌大法
012_0511_a_09L堂窓糊契按序大光明殿…契案序
012_0511_a_10L大芚挽日菴記掣鯨堂偈鐵牛堂偈
012_0511_a_11L縣解塔銘隱峰堂祭文表忠祠祭文
012_0511_a_12L禪問答高聲庵募緣文挽兒菴

012_0511_a_13L聖默禪師賛縞衣禪師賛荷衣禪師
012_0511_a_14L草衣禪師賛鐵船禪師賛雲坡
012_0511_a_15L禪師賛見香禪師賛題淸神菴
012_0511_a_16L新月菴題明寂菴題赤蓮菴
012_0511_a_17L深寂菴題道仙菴題眞佛菴題上
012_0511_a_18L院菴題挽日菴題南彌勒題北彌
012_0511_a_19L題西山影閣登北菴草衣禪師
012_0511_a_20L詩集序鐵船禪師詩集序龍珠寺柱
012_0511_a_21L佛粮緣起按序持殿訓辭佛粮
012_0511_a_22L稧案序佛粮上下序枕溪樓重修記
012_0511_a_23L大芚寺…上樑文聞香閣上樑六偉頌
012_0511_a_24L無量會募緣疏中鍾施主序白羊山
012_0511_a_25L淨土寺靑流洞記思議稧序與海彥
012_0511_a_26L沙彌勸學喪布稧序
禪懺稧序

012_0511_b_01L강지선 구걸초姜智善救乞草 - (범해 각안)
참회사 다비 망축문(懺悔師茶毘祝) - (범해 각안)
또 又 - (범해 각안)
은사 다비 망축문(恩師茶毘祝) - (범해 각안)
계사 다비 망축문(戒師茶毘祝) - (범해 각안)
문정 다비 망축문(門庭茶毘祝) - (범해 각안)
집을 허무는 축문(破屋祝) - (범해 각안)
기둥을 세우는 축문(立柱祝) - (범해 각안)
다약설茶藥說 - 범해 각안
『선문요어』 서문 禪門要語序 - 범해 각안
자웅종기雌雄鐘記 - 범해 각안
능견난사기能見難思記 - 범해 각안
축맹치기逐虻峙記 - 범해 각안
학계서學禊序 - 범해 각안
초의 삼장이 쓴 금탑기 艸衣三藏金塔記 - 초의 의순
수보살계첩문受菩薩戒牒文 - 초의 의순
계문戒文
계첩발戒牒䟦
수비구계문受比丘戒文
삼공명三空銘
설혜자계안 서문 設慧字契案序 - 범해 각안
수보살계문受菩薩戒文 - (범해 각안)
화공양기花供養記 - 범해 각안
화엄사기華嚴寺記 - (범해 각안)
척판대기擲板臺記 - (범해 각안)
장흥 천관산 구정암 중수 권문長興天冠山九精庵重修勸文 - (범해 각안)
무안 법천사 가사와 천등 불사소 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疏 - 범해 각안
『불조원류』 서문 佛祖源流序 - 범해 각안
몸에 지니고 다니는 네 가지 물건의 명문 隨身四物銘 - 범해 각안
네 지팡이를 위한 명문 四杖銘 - (범해 각안)
연담 진신찬蓮潭眞身贊 - (범해 각안)
초의 진신찬草衣眞身贊 - (범해 각안)
주인옹 진신찬 主翁眞身贊 - 범해 각안
백족화상론白足和尙論 - (범해 각안)
답백양산사중청장서答白羊山寺中請狀書 - (범해 각안)
무안현감 서준보 공에게 올림 上務安宰徐公【俊輔】 - 아암 혜장
『금강경』 32분게찬金剛經三十二分偈讃 - 철경 응언
곡직해曲直解 - 범해 각안
산거잡영山居雜詠
김추사 선생이 백파1)를 변증한 서신2)(金秋史先生證白坡書) - 추사 김정희
[1]
대사는 선문禪門에서 망령되이 변증하고 주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또 감히 대담하게 복희伏羲, 문왕文王, 주공周公, 공자孔子의 글3)에까지 붓을 놀리시는가?4) 한나라와 송나라의 『주역周易』5) 이래로 수많은 학자들이 있었으나, 적연부동寂然不動6)을 진공眞空으로 삼고 감이수통感而遂通7)을 묘유妙有로 삼은 자가 없었거늘, 어찌 이렇게도 무엄하고 기탄없는 자가 있으랴? 적연부동과 감이수통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이와 같이 망증妄證하고 있으니, 진공眞空과 묘유妙有8)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망증한 것이 분명하도다. 대사가 스스로 80년을 참구했다고 하는데, 그 참구한 것이 모두 이와 같은 사설邪說 망증인 것을 보면,

012_0511_b_01L姜智善救乞草懺悔師茶毘祝

012_0511_b_02L師茶毘祝戒師茶毘祝門庭茶毘祝
012_0511_b_03L破屋祝立柱祝茶藥說禪門要語
012_0511_b_04L雌雄鍾記能見難思記逐虻峙
012_0511_b_05L學稧序艸衣三藏金塔記受菩
012_0511_b_06L薩戒牒文戒文戒牒跋受比丘戒
012_0511_b_07L三空銘
設慧字契案序受菩
012_0511_b_08L薩戒文花供養記華嚴寺記擲板
012_0511_b_09L䑓記長興天冠山九精庵重修勸文
012_0511_b_10L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䟽佛祖源
012_0511_b_11L流序隨身四物銘
四杖銘

012_0511_b_12L潭眞身賛草衣眞身賛主翁眞身賛
012_0511_b_13L白足和尙論答白羊山寺中請狀書
012_0511_b_14L金剛經三十二分偈賛三十二
曲直解
012_0511_b_15L山居雜詠九十八

012_0511_b_16L

012_0511_b_17L金秋史先生證白坡書

012_0511_b_18L
師於禪門妄證妄解之不足又敢大膽
012_0511_b_19L涉筆於羲文周孔之書自漢易宋易以
012_0511_b_20L幾百千家未有以寂然不動爲眞
012_0511_b_21L感而遂通爲妙有者寧有如此無
012_0511_b_22L嚴無憚者也旣不知寂然不動感而遂
012_0511_b_23L通之爲何等語妄證如此其不知眞空
012_0511_b_24L竗有之爲何等語妄證明矣師自以爲
012_0511_b_25L八十年叅究而叅究皆如此邪說妄證

012_0511_c_01L이른바 “삿된 사람이 정법正法을 설하면 정법이 곧 사설이 된다.”는 말이 과연 딱 들어맞는 표현(實際語)이로다. [비단 대사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선문에서 자못 지견知見이 있는 것으로 이름이 난 종밀宗密9) 같은 경우에도 그 『원각경圓覺經』 서문에서 원형이정元亨利貞10)을 상락아정常樂我淨11)과 대비하여 들었으니12) 이게 무슨 말이런가? 이미 원형이정이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했거니와, 상락아정이 무슨 뜻인지 몰랐던 것도 분명하다. 또한 ‘건의 덕(乾之德)’을 “하나의 기를 오로지하여 부드러움에 이른다.”라고 풀이하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고금의 『주역』 학자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망령되이 변증하고 주해하는 것이 또한 이보다 심한 것이 없었음을 늘 경계하고 물리쳐 오던 차에]13) 이제 또 대사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을 보니, 이른바 선문의 모든 사람들이 예로부터 다 무식한 무리라서 이러쿵저러쿵 따질 대상도 되지 못하도다. 내가 이러한 말을 하는 것도 오히려 창피하나니, 마치 어린애와 떡을 다투는 것과 다름없도다. 이것이 대사의 망증 1조로다.

[2]
정자程子와 주자朱子, 퇴계退溪, 율곡栗谷을 끌어다가 비유로 삼은 대목에 이르면 무엄하고 기탄없음이 이와 같은 적이 없었다. 이는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로 망령되이 함咸·영英·소韶·호護14)에 견주고자 하는 격이니, 하늘과 땅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는 격이라 하겠다. 대사의 망증 2조로다.

[3]
‘살활殺活’ 두 글자는 갈수록 더 요상한데, 문수보살이 (선재동자에게) 약초를 캐어 오라고 하는 이야기15)를 인용하여 말한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밥알이 튀어나와 밥상에 가득할 뻔하였다. 문수의 의도에 대해 『염송』의 여러 선사들부터 한 사람도 이해한 자가 없었고, 다만 살활 두 글자를 따라 천만 가지 갈등을 노정하게 되었으니, 대사 같은 이들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어구에만 집착하여 또 이렇게 흐리멍덩하게 그림자나 찾고 빛이나 훔치는 것16)도 무리는 아니다. 문수보살이 처음에 약초가 아닌 것을 캐어 가지고 오라 하신 것은 제일의제第一義諦17)인데, 마침내 아무도 이 구를 거염擧拈하는 이가 없고, 다만 살활 두 글자에 대해서만 머리를 흔들고 눈을 부릅떠, 아무 두서가 없으니 안타깝도다. 또한 그 구절 중 “이 약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독초를 돌이켜 사람을 살리는 영초로 만드는 것이니, 속담 중에 ‘비록 사람을 죽이는 독약도 노편盧扁18)이 그 증세에 따라 쓰면 사람을 살리는 묘한 처방이 된다.’는 말과 같다. 이는 곧 정식情識을 지혜로 전환시키고, 범인凡人을 성인으로 전환시키는 최상의 가르침(眞諦)이다. 이는 ‘약초가 아닌 것을 캐어 가지고 오라는 구’에 이미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있으니, 어찌 대사가 일찍이 말한 살인도殺人刀·활인검과 같겠는가?

012_0511_c_01L卽所謂邪人說正法正法亦邪說者
012_0511_c_02L實際語也今又 [1] 見師所說如此其所謂
012_0511_c_03L禪門諸人自昔來 [2] 擧皆無識之徒是不
012_0511_c_04L足多卞吾之 [3] 如此爲說反復昌披
012_0511_c_05L異與小兒爭餅耳師之妄證一 [4]

012_0511_c_06L
至如程朱退栗之援以爲譬無嚴無忌
012_0511_c_07L憚之未有如是者直欲以鷄 [5] 鳴犬吠
012_0511_c_08L妄擬於咸英韶護可謂不怕天不怕地
012_0511_c_09L跳浪 [6] 無雙師之妄證二也

012_0511_c_10L
殺活二字去去愈出愈恠至引文殊採
012_0511_c_11L藥語爲說尤不覺噴筍滿案文殊此旨
012_0511_c_12L自拈頌諸師輩擧無一人解者只從殺
012_0511_c_13L活二字千萬葛藤宜其如師者不知
012_0511_c_14L爲何語因其成語又胡亂瞢瞳 [7] 弄影
012_0511_c_15L掠光如是也文殊之初云不是藥者採
012_0511_c_16L來者 [8] 是第一義諦竟無一人於此句
012_0511_c_17L上擧拈但搖頭努目於殺活二字
012_0511_c_18L無頭緖可歎且其云是藥能殺人活人
012_0511_c_19L以此殺人之毒卉 [9] 作活人之靈草
012_0511_c_20L譬如人言雖殺人之毒藥盧扁若當其
012_0511_c_21L症而試之亦爲活人之妙方是轉識爲
012_0511_c_22L轉凡成聖之眞諦也 [10] 於不是藥者
012_0511_c_23L採來之句已明明的的何嘗如師所云
012_0511_c_24L{底}松廣寺所藏筆寫本目次編者作成補入

012_0512_a_01L터럭 끝 하나 차이가 천 리로 벌어지는 격이로다. 나에게는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주먹이 하나 있어, 백파白坡 노장을 죽이고 해안海眼19) 소사리小闍黎20)를 살릴 수 있거늘, 어찌 분분하게 칼로 사람을 죽이고 검으로 사람을 살리겠는가? 한 번 든 손에 살활이 다 갖추어져 있음이 이와 같으니, 이는 대사의 살활과 같은가, 다른가? 대사의 망증 3조로다.

[4]
살활이 일심一心에 본래 갖추어진 면목이라 하는 것은 또 무슨 말이오? 약초의 살활에도 ‘살인, 활인’이라 하고, 도검刀釰의 살활에도 ‘살인, 활인’이라 하고서, 이제는 ‘살활이 일심에 본래 갖추어진 면목이라’ 하니, 이것은 곧 ‘자살, 자활’이 되는 셈이오. 그렇다면 대사의 살활은 곧 ‘자살, 자활’을 말하는 것인가? (일심은)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어찌 살활이 본래 갖추어져 있으리오. (일심은) 면목이 없다고 하는데 어찌 살활이 본래 갖추어져 있으리오. 내 한번 조사(육조)의 뜻으로써 게를 지어 묻노라.
“살은 본래 살이 아니요, 활 또한 활이 아니로다. 본래 일물一物이 없으니 어느 곳에 살활을 두리오?” 무릇 살활이란 것은 남을 대하여 하는 말이기에 ‘살인’이다, ‘활인’이다 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서 나와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는 마치 기뻐함과 성냄이 남에게서 오는 것이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님과 같다. 기뻐하는 사람이나 성내는 사람은 외물에 감응하여 기뻐할 만한 상황을 맞이하면 기뻐하고, 성낼 만한 상황을 맞이하면 성내는 것이다. 자기 마음속에 원래부터 기뻐함과 성냄이 본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밝은 거울에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중국 사람이 오면 중국 사람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제 만약 오랑캐와 중국 사람이 밝은 거울 속에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면목이라 한다면 이 어찌 가능한 말이겠는가? 대사의 망증 4조로다.

[5]
『금강경』 32분과21)에 대하여 말하자면, 대사의 지견으로 어찌 이 관문을 터득할 수 있겠는가? 소명昭明태자는 불경에 마음을 오롯이 기울여 미묘한 경지에 이른 분으로,

012_0512_a_01L殺人刀活人釰也毫釐之差千里之謬
012_0512_a_02L吾則有一殺活一拳打殺白坡老 [11]
012_0512_a_03L可活海眼小闍黎 [12] 何必紛紛作殺人以
012_0512_a_04L活人以釰也一擧手殺活俱存如
012_0512_a_05L與師之殺活同耶異耶師之妄證
012_0512_a_06L三也

012_0512_a_07L
殺活爲一心上本具之面目云者亦何
012_0512_a_08L說乎藥草之殺活卽云殺人活人
012_0512_a_09L釰上殺活亦云殺人活人也今云殺活
012_0512_a_10L一心上本具之面目者卽自殺自活也
012_0512_a_11L師之殺活是自殺自活耶不生不滅
012_0512_a_12L有何殺活之本具也無面無目有何殺
012_0512_a_13L活之本具也試以祖意偈作問之
012_0512_a_14L者本非殺活者亦 [13] 非活本來無一物
012_0512_a_15L何處着殺活凡殺活者是對人言者
012_0512_a_16L故云殺人活人也 [14] 非從自己言者也
012_0512_a_17L喜怒之在彼而不在己也喜人怒人 [15]
012_0512_a_18L物感應當喜而喜當怒而怒自己心
012_0512_a_19L元无喜怒本具之面目者 [16] 如明鏡
012_0512_a_20L之中胡來胡現漢來漢現今若云胡
012_0512_a_21L漢爲明鏡之本具面目可乎不可乎
012_0512_a_22L師之妄證四也

012_0512_a_23L
金剛經三十二分師之知見何以透得 [17]
012_0512_a_24L此關也昭明之於釋典精心入微 [18]

012_0512_b_01L일찍이 「해이제의解二諦義」 장22)을 지어 철두철미한 식견을 보여 주었다. 이런 분이 어찌 이 경에 무지하여 이렇게 32분과를 정하여 후세에 웃음거리를 남겼겠는가? 천의무봉한 경을 이리저리 쪼개고 나누어 번거롭게 만들었으니 후대에 다른 이들이 소명태자의 이름에 가탁한 것이 분명하도다. (경에는) 사과四果를 끝까지 궁구하여 점차 여래如來에 이르는 과정이 정말로 긴밀하거늘, ‘석재연등昔在燃燈’ 구를 어찌 홀로 ‘장엄불토莊嚴佛土’만 이었겠는가?23) 또 ‘색견성구色見聲求’ 사구게四句偈24)는 원래 아래 문장과 함께 하나의 기세로 감돌아들어 그 기운이 칼로 물 자르듯 끊기 어렵다. 이에 비추어 보건대 『금강경』을 32분과로 나눈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25) 이는 양각良覺,26) 우안遇安27) 두 대덕이 하나하나 감파한 후 중국 선문에서 신수봉행한 지 이미 오래되어 다시는 다른 말을 하는 이가 없었거늘, 구석진 땅에 작은 지견을 가진 대사가 어찌 대인의 경계를 알 리가 있겠소? 이러한 대목에 대사의 견문이 미치지 못한 것은 의당 그럴 수 있기에 깊이 책망하기 어려우나, 깊이 책망코자 하는 것은 대아만大我慢에 가득 찬 대사가 스스로 ‘80년 선문禪門 중에 나보다 더 뛰어난 자가 없다.’라고 하며 오만하게 증상만增上慢28)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대사는) 소명태자와 함허 득통涵虛得通29) 등의 설을 전에는 고칠 수 없다고 하더니, 지난 편지에서는 홀연 덕산德山이 『금강경』을 불살라 버렸다는 공안30)을 인용하며, 무수히 설파한 그 교적敎迹31) 사구死句를 이렇게 태워 버려도 무해하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덕산이 불사른 것이 옳다면 소명태자의 32과문 역시 불살라야 할 것이요, 덕산이 불사른 것이 그르다면 또한 원용하여 증명함은 부당하다. 이 또한 대사의 구두선口頭禪이 화살이 가는 대로 과녁을 세워 낙처落處(귀착점)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대사는 또 『육조구결六祖口訣』을 닥치는 대로 망증하여, 무식한 육조를 유식한 육조로 만들었으니, 육조가 대사가 망증한 ‘유식有識’ 두 글자를 반드시 즐거이 받지 않을 것을 나는 알겠소. 유식이든 무식이든 그것이 육조에게 무슨 상관 있으랴. 대사의 망증 5조로다.

[6]
원효元曉32)와 보조普照33)가 『대혜서大慧書』34)를 벗 삼았다는 말은 어느 책에서 본 것이오?

012_0512_b_01L撰解二諦義透頂 [19] 徹底豈至昧於此經
012_0512_b_02L定此三十二分貽後世笑耶天衣無縫
012_0512_b_03L割裂爲 [20] 其爲 [21] 假託無疑如推穹 [22] 四果
012_0512_b_04L漸至如來者 [23] 緊關昔在燃燈何單
012_0512_b_05L承莊嚴佛土也又色見聲求四 [24] 原與
012_0512_b_06L下文一氣瀠洄 [25] 難以刀斷水卽此
012_0512_b_07L而三十二分無有是處矣此自良覺遇
012_0512_b_08L安二大德一一勘破中國禪門信受
012_0512_b_09L [26] 行已久無有二說者以師偏方小知
012_0512_b_10L小見何以知大人境界也此等處
012_0512_b_11L之見聞宜所未及無足深責其所深 [27]
012_0512_b_12L責者師之大我慢自以爲八十年禪門
012_0512_b_13L更無有上於我者貢高增上不已 [28]
012_0512_b_14L昭明涵虛等說旣云不可削矣前書忽
012_0512_b_15L引德山爇金剛一案盛說其敎迹死句
012_0512_b_16L如此爇去無害者何耶德山之爇 [29] 是耶
012_0512_b_17L昭明三十二分亦在爇中德山之爇
012_0512_b_18L非耶又不當援而爲證也此亦非師之
012_0512_b_19L口頭禪隨矢立的全沒着落處耶
012_0512_b_20L祖口訣師又觸處妄證以無識之六祖
012_0512_b_21L作有識之六祖 [30] 知六祖必不肯 [31] 受師 [32]
012_0512_b_22L有識二字之妄證 [33] 語也有識無識無損
012_0512_b_23L益於六祖耳師之妄證五也

012_0512_b_24L
元曉(普照 [34] )以大慧書爲友者見於何書耶

012_0512_c_01L내가 알기로 원효와 보조는 신라 사람이요,35) 대혜大慧36)는 남송 사람이오. 신라는 중국에 있어서 당나라 시대이고, 남송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고려에 해당하오. 원효와 대혜는 수백 년이 떨어져 있는데, 당나라 사람이 어떻게 남송 사람의 책을 미리 얻어다가 벗을 삼았단 말이오? 대사는 화두가 부처님 말씀이라고 자못 시끄럽게 변증하더니 이제는 또 당나라 사람이 송나라 이후의 책을 가져다 읽었다고 하니, 대저 선문은 신통 광대하도다. 부처님이 조주趙州 이후의 화두를 가져다 참구를 하고, 원효와 보조가 남송 이후의 책을 가져다 읽으니 한번 돌려 생각함이 어떻소? 대사의 망증 6조로다.

[7]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이 꽃을 들었을 때 가섭迦葉만이 홀로 웃었다는 것은 고금에 다 익히 들어서 아는 사실이오. 이제 대사가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꽃을 들었을 때 아난阿難과 대중은 교로써 이해했고, 가섭 한 사람은 선으로써 깨달았다. 또 중생들도 제각기 근기에 따라 이해하였다.’라고 하였고, 이를 ‘부처님께서 일음一音으로 법을 연설하시자 중생들이 제각기 근기에 따라 모두 이해하였다.’는 『화엄경』 구절을 들어 명명백백한 증거로 삼고 있으니 이는 무슨 말이오? 『화엄경』에서 ‘부처님께서 일음으로 설법을 폈다.’는 것은 음성으로 설법한 것이니, 중생들이 근기에 따라 각각 이해하였다는 것은 타당한 일이려니와, 꽃을 든 것도 음성으로 설법한 것인가? 전혀 합당한 말이 아니다. 또 ‘선으로 깨닫거나 교로 이해하거나 모두 꽃을 든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선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 말씀이다. 부처님 같은 대성인에게 어찌 마음과 말이 다르겠는가?’라고 한 것은 필경 아난을 염화의 깨달음에 함께 거론하려는 의도일 터인데, 이는 어느 어록에 나온 것인가, 아니면 대사의 독단적 견해로서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인가? 망증 7조로다.

[8]
또 ‘선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 말씀이라.
부처님 같은 대성인에게 어찌 마음과 말이 다르겠는가?’라는 것은 선교합일禪敎合一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하단에

012_0512_c_01L則知爲 [35] 元曉(普照)是新羅人也 [36] 大惠是南宋
012_0512_c_02L人也 [37] 新羅在中國爲唐也 [38] 南宋在東爲
012_0512_c_03L高麗也元曉之於大慧相去爲數百年
012_0512_c_04L以唐之人何以預取南宋人書 [39] 爲友耶
012_0512_c_05L [40] 以話頭爲佛之 [41] 頗呶呶爲卞 [42]
012_0512_c_06L又以唐人 [43] 移宋以後書大抵禪門
012_0512_c_07L神通廣大以佛而 [44] 挪移趙州以後話頭
012_0512_c_08L以元曉(普照) [45] 挪移南宋以後人書試更以 [46]
012_0512_c_09L一轉如何師之妄證六也

012_0512_c_10L
拈花之迦葉獨 [47] 破顏古今之所共聞知
012_0512_c_11L今乃云拈花之時阿難大衆以敎
012_0512_c_12L迦葉一人以禪悟以至衆生隨類
012_0512_c_13L各解仍擧華嚴句之佛以一音演說法
012_0512_c_14L衆生 [48] 隨類各具解者爲明明的的之證
012_0512_c_15L此何說乎花嚴句之佛以一音演說
012_0512_c_16L音說相故衆生隨類各解者爲當以拈
012_0512_c_17L花是 [49] 音說相耶全不襯着 [50] 且以爲禪
012_0512_c_18L悟敎解皆因拈華 [51] 禪是佛心敎是佛口
012_0512_c_19L佛之大聖豈心口之異同云者必欲并
012_0512_c_20L擧阿難於拈花之悟此諸師語錄中說
012_0512_c_21L抑師之獨解無師自悟者耶 [52]
012_0512_c_22L七也

012_0512_c_23L
且禪是佛心敎是佛口 [53] 佛以大聖
012_0512_c_24L心口之異同云 [54] 是以禪敎合一而其

012_0513_a_01L또 조사의 말과 부처님 말씀은 같지 않다고 하면서 ‘만약 조사의 말이 부처님 말씀과 같다면, 이는 소 등에 소를 태우는 격이요, 평상 위에 평상을 겹치는 격이다. 왜 하필 교외별전敎外別傳이니 격외선格外禪이니 떠들 필요 있으리오? 운운.’ 하니, 이는 또 선과 교가 둘로 나뉜 것이다. 어느 때는 선교를 합일하고 어느 때는 선교를 둘로 나누는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거꾸러지니 대사의 망증 8조로다.

[9]
달마達摩37)가 2조祖38)에게 『능가경楞伽經』을 주었다39) 함은 천하가 다 익히 들어 아는 사실이거니와 ‘『금강경金剛經』도 함께 주었다.’는 것은 어느 글에서 본 것이며 누가 전한 말인가? 또 ‘두 경의 종취宗趣가 정확히 같아 함께 줄 필요가 없어 다만 『금강경』만 주었다.’는 것은 또한 누가 전한 말인가? 운문雲門40)의 설인가, 대혜大慧의 설인가? 대사의 망증 9조로다.

[10]
경문의 번역에 오류가 있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요,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반야심경』 한 부를 들어 설명해 보자. 『반야심경』은 다섯 번의 번역이 있었는데, 제1은 후진後秦 구마라집鳩摩羅什 번역으로 경명이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密大明呪經』이고, 제2는 유송劉宋 법월法月 번역으로 경명이 『보통지장반야바라밀경普通智藏般若波羅密經』이며, 제3은 유송 시호施護 번역으로 경명이 『불설성불모반야바라밀경佛說聖佛母般若波羅密經』이다. 제4는 당唐 현장玄奘 번역으로 경명이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密多心經』으로 구마라집본과 비교하면 분량에 차이가 있다. 제5는 당 이언利言 번역으로 경명이 현장의 번역본과 같다. 『반야심경』에 대하여 현수賢首는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의 설이라 하였고, 심주尋珠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의 설이라 하였다. 이처럼 수백 자의 작은 경인데도 경명이 다르고 자수도 다르며 서로 어긋남이 있는데, 하물며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이나 『화엄경華嚴經』 같은 경우 마땅히 어떻다고 하겠는가?
또 역장譯場의 범본梵本에

012_0513_a_01L下叚 [55] 又以祖語佛語爲不同若祖語亦
012_0513_a_02L如佛說 [56] 此牛上騎牛床上疊牀何必
012_0513_a_03L曰敎外別傳格外禪耶云云是又 [57] 禪敎
012_0513_a_04L分二也何等之時禪敎合一何等之
012_0513_a_05L禪敎分二也 [58] 忽東忽西七顚八倒
012_0513_a_06L師之妄證八也

012_0513_a_07L
達摩之 [59] 以楞伽經付與二祖是天下之
012_0513_a_08L所共 [60] 知共聞也至以金剛并付云者
012_0513_a_09L於何書誰所傳說耶且以二經宗趣正
012_0513_a_10L不必并 [61] 而但付金剛者亦誰所
012_0513_a_11L [62] 說耶是雲門說乎大慧說乎師之
012_0513_a_12L妄證九也

012_0513_a_13L
經文譯翻之訛謬是必有之事必有之
012_0513_a_14L理也第以心經一部言之凡經五譯
012_0513_a_15L第一後秦鳩摩羅什譯名摩訶般若波
012_0513_a_16L羅密大 [63] 明呪經二劉宋法月譯名普
012_0513_a_17L通智藏般若波羅密經三劉宋施護譯
012_0513_a_18L [64] 佛說聖佛母般若波羅密經四唐玄
012_0513_a_19L奘譯名般若波羅密多心經與羅什本 [65]
012_0513_a_20L多寡不同五唐利言譯名與奘師同 [66]
012_0513_a_21L賢首云釋迦牟尼佛說 [67] 珠云觀自在
012_0513_a_22L菩薩所說今此數百字 [68] 小本經名不同
012_0513_a_23L字數不同互相岨峿 [69] [70] 大品般若華
012_0513_a_24L嚴等經 [71] 又當作如何且凡譯場梵本

012_0513_b_01L부처님 말씀이 겨우 반 구句에 불과한 것을 역자가 중국 문자로 부연하여 백십 구를 만들어 놓으니 이것이 어찌 모두 부처님 말씀으로 볼 수 있겠는가? 또한 부처님은 주나라 소왕昭王 때 사람인데 어떻게 한나라 위나라 이후 등장한 오언구와 칠언구를 지을 수 있었겠는가? 이 어찌 역자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선문禪門의 여러 사람들은 오직 경이 번역되는 것을 다행히 여기고, 또 무식한 무리들이 많아서 전혀 하나하나 대조 점검하지 않고, 그로 인해 장님이 장님에게 전하는 그대로를 받아 유통시켜 ‘부처님 말씀’이라고 말한다. 늑담泐潭41)과 대혜 같은 무리들도 형상에 집착하는 죽을병(執相死病)에 걸려 한 글자라도 감히 고칠 수 없었으니, 어찌 우습지 않으리오. 이제 만약 밝은 눈과 지혜와 앎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경전에서 일관되게 그 오류를 고쳐 번역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정명正命을 높이 들어 다시 진면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큰 역량을 갖춘 사람만이 이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니 안타깝고 한탄스럽다. 만약 삿된 견해와 망설을 일삼는 대사 같은 무리들이 감히 한 글자라도 손을 댈라치면 또한 마땅히 늑담의 그만두라는 꾸짖음을 당하여, 곧바로 번역문에 하나도 잘못된 곳이 없어 감히 한 글자라도 고칠 수 없을 것이니, 어찌 대사의 망증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달마 대사가 (모든 교설을) 하나로 쓸어버리고 곧바로 본래인의 마음을 가리킨(直指人心) 이유이다.
또 오늘날에는 인도(五天竺)가 모두 판도 안으로 들어와 도로의 험난함도 없고, 또 언어와 문자가 통하지 않음도 없어 중국인이 자기네 땅처럼 왕래하고 있으며, 중국의 관원들이 히말라야산맥(雪山)과 아뇩달지阿耨達池42) 사이에 주차駐箚43)하여 인도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없다. 인도 내에는 자고로 『능엄경楞嚴經』이 없던 차에 중국에 『능엄경』이 성행한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중국에서 구해 가지고 갔으니, 이러한 일을 대사가 만약 들으면 반드시 매우 놀랄 것이다. 이른바 역장의 문자는 이처럼 그대로 믿고 따를 수 없는 것이다. 대사와 같이 무식하고 흐리멍덩한 무리들이 흑산黑山 귀굴鬼窟 속에 떨어져

012_0513_b_01L佛語纔是半句則譯者以中華文字
012_0513_b_02L演爲百十句此何以盡作佛說看 [72]
012_0513_b_03L佛是周昭王時人又何以作漢魏以後
012_0513_b_04L五言七言句耶此豈非譯師之訛謬處
012_0513_b_05L禪門諸人 [73] 是譯經 [74] 之爲幸且多
012_0513_b_06L無識之徒全不照檢仍以盲傳盲 [75]
012_0513_b_07L受流行謂之曰佛說也有若泐潭大慧
012_0513_b_08L之輩以執相死病不敢改易一字
012_0513_b_09L不可笑今若有 [76] 明眼慧識人盡所藏經 [77]
012_0513_b_10L一以改翻其謬訛 [78] 稍可以高提正命
012_0513_b_11L還眞面而特 [79] 大力量人 [80] [81] 爲之
012_0513_b_12L悶歎 [82] 若成邪見妄說之如師者流敢措
012_0513_b_13L一字亦當爲泐潭之呵禁直以爲譯文
012_0513_b_14L無一謬訛不敢改易一字則豈非師之
012_0513_b_15L妄證耶此所以達摩一以掃除直指
012_0513_b_16L人心者也且如 [83] 今日五天竺擧入版圖
012_0513_b_17L無道路之艱阻又無言語文字之不
012_0513_b_18L中國之人來徃如內地中國官員
012_0513_b_19L駐箚於雪山阿耨達池之間天竺 [84] 事情
012_0513_b_20L無不該知五天竺內自古初來本無
012_0513_b_21L楞嚴經聞中國楞嚴經盛行反從中國
012_0513_b_22L人取去此等事師若聞之必以爲大
012_0513_b_23L其所謂譯場文字 [85] 不可準有如是
012_0513_b_24L無非如師無識鹵莽之輩墮在黑山

012_0513_c_01L다만 구두선으로 사설 망증하는 것이 아님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대사의 망증 10조로다.

[11]
‘부처님 이전에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은 고승高勝한 견해요, 부처님 이후에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천연외도天然外道이다.’라는 것은 매우 가소로운 말이외다. 영가永嘉44)의 고승한 견해로도 낭사郞師45)에게 얽매여서 어쩔 수 없이 조계曹溪를 한 번 방문했거니와 영가가 육조六祖에게 무엇 하나 참증叅證한 바 있었겠는가. 육조의 구절들을 영가가 낱낱이 들어 물리치니 육조가 일일이 마음으로 절복하고 머리로 수긍하여 다만 탄복할 따름이었다. 만약 육조가 반 푼이라도 영가에게 점화點化를 주었다면 영가가 어찌 그 자리에서 하직하고 돌아가려 했겠는가? 영가의 안중에는 육조를 초개같이 보았을 따름이니 어찌 일찍이 육조로 인하여 증오證悟함이 있겠는가? 『단경壇經』에는, 양반을 깎아내려 천민을 만든다는 식으로, 일숙각一宿覺이라 하였으나, 영가가 하룻밤 머문 것은 육조가 만류하여 하룻밤 머문 것이지, 영가가 스스로 하룻밤 머문 것은 아니다. 이는 법해法海46) 같은 무리가 망증한 것으로, 어찌 참되고 바른 법안을 속일 수 있으랴. 대사는 곧 영가를 천연외도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영가를 육조의 방계로 생각하는가?
시험 삼아 묻나니, 우리 동방 원효의 스승은 누구인가? 대지 국사大智國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원종 대사圓宗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대경 국사大鏡國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법경 대사法鏡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광자 대사廣慈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혜덕 왕사慧德王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화정 국사和靜國師47)의 스승은 누구인가? 진경 대사眞鏡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원응 대사圓應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진철 대사眞徹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승묘 선사勝妙禪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세상에 전하는 말에 진묵震默48)이 입적할 때 그 문도가 어느 파에 귀속시킬 것인가 묻자, 웃으며 답하기를

012_0513_c_01L鬼窟中但以口頭禪邪說妄證者非耶
012_0513_c_02L [86] 之妄證十也

012_0513_c_03L
佛前無師自悟是高勝見解佛後無師
012_0513_c_04L自悟是天然外道者最是大可笑之語
012_0513_c_05L以永嘉高勝見解爲朗師所纒繞 [87]
012_0513_c_06L未免作曹溪一行然永嘉於六祖有何
012_0513_c_07L叅證耶六祖言言句 [88] 永嘉所提敗 [89]
012_0513_c_08L六祖一一心折首膺只是歎服而已
012_0513_c_09L使六祖有一半分點化於永嘉則永
012_0513_c_10L嘉何以卽地解 [90] 歸耶永嘉眼中視六祖
012_0513_c_11L如草芥耳何嘗 [91] 有因六祖而證悟也
012_0513_c_12L經中壓良爲淺謂之一宿覺永嘉之一
012_0513_c_13L宿爲六 [92] 祖所挽而一宿亦非永嘉爲之 [93]
012_0513_c_14L一宿也是法海輩妄證也何以欺 [94] 眞正
012_0513_c_15L法眼也師則以 [95] 永嘉爲天然外道耶
012_0513_c_16L以永 [96] 嘉爲六祖傍派耶試問吾東
012_0513_c_17L元曉之師爲何人大智國師之師爲何
012_0513_c_18L圓宗大 [97] 師之師爲何人大鏡國師
012_0513_c_19L之師 [98] 法鏡大師之師 [99] 廣慈
012_0513_c_20L大師之師何人慧德王師之師何人
012_0513_c_21L和靜國師之師何人眞鏡大師之師
012_0513_c_22L何人圓應大師之師何人眞徹大師
012_0513_c_23L之師何人勝妙禪 [100] 師之師何人俗傳
012_0513_c_24L震默臨化時其門徒問屬 [101] 笑答曰

012_0514_a_01L“서산西山49)이 명리승名利僧에 지나지 않지만 그냥 거기에나 소속시켜 두든가.”라고 했으니, 진묵도 입적하기 이전에는 또 천연외도였는가? 또 묻나니, 대사의 스승은 누구인가? 항우의 아버지는 필경 누구인가? ‘여러 번 대장인에게 나아가 순금을 백 번 단련했다.’라고 하는데 필경 누가 대장인(大冶)이란 말인가? 아마도 머리가 빈 미친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 설암雪巖,50) 금령錦領의 무리51)일 것이로다. 대사가 원용하여 인용한 불전불후설佛前佛後說은 매우 가소롭도다. 대사의 망증 11조로다.

[12]
간화看話 설화說話를 이와 같이 역력히 다 늘어놓은 것은 그대가 알지 못하는 것을 주워 모은 것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는 몇몇 어록에서 눈에 띄는 문자 그대로를 가려 살피지 않고 두서없이 보는 대로 바로 설한 것으로, 마치 머리 빈 미친놈이 「등왕각서藤王閣序」52)와 ≺적벽부赤壁賦≻,53) 그리고 속칭 『마상당음馬上唐音』54)을 입으로는 얼음에 박 굴리듯 능숙하게 외워 ‘남창고군, 임술추칠월, 마상봉한식’55)이라 하여 뭉뚱그려 한 구를 만드는 것 같아, 뻐꾸기가 어지러이 날듯 횡설수설 아님이 없으니 사람들이 모두 비웃는 것이다. 이제 “고양이 쥐 잡듯”【심안상속心眼相屬56)】, “닭이 계란 품듯”【난기상속煖氣相續57)】 두 구58)에서는 마음에서 얻은 바 없이 다만 구두선으로 거칠고 조잡하게 설왕설래함을 더욱 알겠다. 대개 이 두 구는 무슨 의미가 있기에 간화문중看話門中에서 염출하는 것인가? 이 두 구는 비단 간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무릇 사람과 사물을 대하고 매일같이 늘 행하는 것에 이 한 경계가 없지 아니하니, 이것이 없으면 발을 디디고 손을 댈 곳이 없거늘, 설화문중說話門中이라고 홀로 이것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겠는가? 대사는 늘 스스로 80년 공부에 나보다 더 뛰어난 자가 없다 하는데, 이른바 그 공부란 것은 낙처가 어디인가? 묻나니 ‘심안상속’이란 무슨 뜻이며, ‘난기상속’이란

012_0514_a_01L西山不過名利 [102] 第屬之云云震默臨化
012_0514_a_02L以前亦天然外道耶且問師之師
012_0514_a_03L何人而項羽父竟是何人耶其累徑 [103]
012_0514_a_04L大冶百鍊眞金云者竟是何等人大冶
012_0514_a_05L [104] 是不過虛頭 [105] 狂客之雪巖 [106] 錦領輩也
012_0514_a_06L師所援 [107] 引佛前佛後之說殊可笑也
012_0514_a_07L師之妄證十一也

012_0514_a_08L
看話說話之如是歷歷 [108] 具陳益見其掇
012_0514_a_09L拾無識不成說之 [109] 如干語錄凡所目
012_0514_a_10L中所見之文字無所揀擇無有頭尾
012_0514_a_11L隨見卽 [110] 如一虛頭妄人藤王閣序赤
012_0514_a_12L壁賦俗所稱馬上唐音口能誦說
012_0514_a_13L氷轉匏以南昌古郡壬戌秋七月馬上
012_0514_a_14L逢寒食團作一句說非不布糓亂翻
012_0514_a_15L橫說亂拈人皆匿笑之今於如猫捕鼠 [111]
012_0514_a_16L心眼
相屬
如鷄 [112] 抱卵煖氣
相續
兩句益知其無所心
012_0514_a_17L只作口頭禪荒雜說來也大槩此
012_0514_a_18L兩句以爲如何義趣拈出於看話門中
012_0514_a_19L此兩句非獨看話而已凡對人接
012_0514_a_20L日用常行無不有此一境無以非
012_0514_a_21L [113] 着脚下手 [114] 說話門中獨不可試此
012_0514_a_22L而然耶師每自以爲八十年工夫更無
012_0514_a_23L上於我者其所云工夫落在何處也
012_0514_a_24L試問心眼相續者卽何意煖氣相續

012_0514_b_01L또 무슨 기운인가? 어떤 것을 ‘난기煖氣’(따뜻한 기운)라 하는가? ‘고양이 쥐 잡듯’과 ‘닭이 계란 품듯’은 차례로 공부하는 것인가, 아니면 함께 들어 거두는 것인가? 또 이것들은 점수처漸修處인가, 직절법直截法인가? 대사가 입으로 주워 모은 것들이 체험에서 우러난 것이 아님을 더욱 드러내고 말았도다. 대사의 망증 12조로다.

[13]
화話와 화두는 같지 않다. 화는 순리를 평이하게 풀어서 모든 사람들이 훤히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른바 (남악 회양南嶽懷讓이 말한) ‘소를 때린 이야기(打牛話)’59) 등이 바로 화이다. 화두란 화라는 글자 아래 두頭 자 한 글자를 보태 그와 구분하여 이름한 것이다. 화두는 바로 끊어 도를 취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훤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조주의)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등이 화두이다. 대장경 중 어느 구절에 ‘잣나무’와 유사한 화두가 있는가? 그러므로 부처님 말씀 중에는 화두가 없다. 만약 부처님 말씀을 화라고만 한다면 이는 가능한 이야기이다.
화와 화두의 구분은 이와 같이 분명하여 (대사가) 간화문看話門과 설화문說話門으로 나눈 것은 분명한 깨달음이 있는 듯하지만, 이 또한 어느 어록 가운데서 대충 뽑아 가져온 것으로 마음으로 구명해 낸 것이 아니어서, 소를 때린 이야기도 화두라 하고, 잣나무도 또한 화두라 한다. 처음 일설은 어느 정도의 차별이 있는 듯하나 이하 일설은 다시 흐리멍덩하고 뭉뚱그려60) 차별이 전혀 없다. 이것은 다만 누군가 한 말을 빌린 것으로, 간택揀擇하고 심정審定할 줄 모른 채 보이는 대로 설說을 내서 구두선을 일삼은 것이다. 그러기에 선후가 서로 도착되어 있고, 동서를 능히 비추어 돌아볼 수 없어 입만 열면 사설 망증이 되는 것이다.
염화화拈花話와 분좌화分座話, 시부화示趺話61)의 세 화話 자에 이르러서는 (대사의 망증이) 극도에 달하였도다. 다만 꽃을 들었을 뿐이지 어디 화가 있었으며, 자리를 나누어 앉았을 뿐이지 어디 화가 있었으며, 발을 보였을 뿐이지 어디 화가 있었으리오.

012_0514_b_01L又是何氣耶何如而謂之暖 [115] 氣耶
012_0514_b_02L如猫捕鼠如鷄抱卵是次第下工耶
012_0514_b_03L抑又作雙拈并 [116] 收者耶又是漸修處耶
012_0514_b_04L直截法耶師之口頭掇拾無所體驗
012_0514_b_05L益復呈露師之妄證十二也

012_0514_b_06L
話與話頭不同話者平說順理人皆可
012_0514_b_07L以曉解者如所云打牛話等是話 [117]
012_0514_b_08L話頭者話字下添 [118] 一頭字以別之
012_0514_b_09L之話頭也話頭者直截道取人皆不
012_0514_b_10L可曉解者也如所謂柏 [119] 樹子等是話頭
012_0514_b_11L大藏中何等句有似柏樹子之話頭
012_0514_b_12L者耶所以佛說無話頭也若以佛說爲
012_0514_b_13L話而已則亦可也話與話頭之別 [120]
012_0514_b_14L此其分說看話說話二門者似若 [121] 有分
012_0514_b_15L此亦從語錄中抖擻出來無心上
012_0514_b_16L究得故打牛話亦謂之話頭柏樹子
012_0514_b_17L亦謂之話頭上一說有些差別而下一
012_0514_b_18L還瞢瞳 [122] 糊塗囫圇 [123] 呑棗全無異同
012_0514_b_19L此是只憑何人成語不知其揀擇審定
012_0514_b_20L隨見說出作口頭禪所以先後互相錯
012_0514_b_21L東西不能照顧開口是邪說妄證也
012_0514_b_22L以至如拈花話分座話示趺話三話
012_0514_b_23L罔有紀極矣但是 [124] 拈花而已何嘗有
012_0514_b_24L分座而已何嘗有話示趺而已

012_0514_c_01L만일 화가 있었다면 가섭 이외에 또 어느 격외 밖에 별도로 나온 한 사람이 그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는 말인가. 사설 망증 아님이 없도다.
무릇 우로상설雨露霜雪62)과 예악형정禮樂刑政63)이 교敎 아님이 없다. 이씨二氏(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에도 또한 각각 가르침이 있으며 가르침에도 또한 수단이 많다. 선왕의 예악은 행해지기 전에 가르치는 것이고, 형정은 이미 행해진 후 가르치는 것이다. 비록 (형벌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에도 사람을 죽이는 과정에 또한 예가 있다. 가르침이 있은 이래로 화두로 사람을 가르치는 것처럼 참혹하고 독하고 어지럽고 괴팍한 것이 없도다. 이는 마치 상앙商鞅64)이 정전井田을 폐하여 천맥阡陌을 개설하고, 이사李斯65)가 시서詩書를 태워 없애고 진법秦法을 사용한 것과 같아서, 마침내 후대에 선왕의 경계를 다시 찾을 수 없고 선왕의 전형을 다시 볼 수 없게 되니, 무릇 화두라는 것은 상앙과 이사의 술책이로다. 대사의 선문에서는 자고로 비록 간혹 참된 지식이 있는 자가 없지 않지만 대체로 유식한 이가 없어 마침내 한 사람도 바로잡는 이를 보지 못했도다. 또 상앙과 이사 외에도 여불위呂不韋의 수단을 함께 사용하여 음흉 간사함이 예측 불허하기가 대혜 같은 이가 없었거늘, 소소한 식견을 가진 대사는 다만 대혜에게 사로잡혀66) 칠통 속에 떨어져 있을 따름이다. 대사의 망증 13조로다.

[14]
화두가 모두 1,700칙則이 있다고 하는 것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을 뒤적거려 찾아낸 말인데, 대사의 그 안목이라는 것이 『전등록』에 가려져 있으니 더욱 가소롭다. 『전등록』은 곧 선종 문중에서 한때의 문호門戶를 시비한 책에 지나지 않는다. 동국 사람들은 또한 이 책을 볼 수도 없어서 이를 모방해서 또 『염송拈頌』을 만들어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원교圓敎67) 대교大敎68) 이상으로 여기고 이를 아는 자는 망령되이 스스로 대단한 것처럼 높인다. 중국 선문에는 『염송』이 없을 뿐만 아니라

012_0514_c_01L嘗有話耶如有話迦葉以外又有何等
012_0514_c_02L格外之外另出一人領取 [125] 其話來 [126]
012_0514_c_03L無非邪說妄證也大凡雨露霜雪禮樂
012_0514_c_04L刑政無非敎也二氏之敎亦各有敎
012_0514_c_05L敎亦多 [127] 如先王之禮樂敎之於未 [128]
012_0514_c_06L之前刑政敎之於已然之後雖至殺人
012_0514_c_07L殺人之中亦有禮焉自有敎以來
012_0514_c_08L有如話頭敎人之慘毒狼愎者如商鞅
012_0514_c_09L之盡廢井田而開阡陌李斯之燒毁詩
012_0514_c_10L書而用秦法遂至後世先王經 [129]
012_0514_c_11L可復尋先王典刑不可復見夫話頭
012_0514_c_12L商鞅李斯之術也師之禪門自古昔
012_0514_c_13L雖或有慧識而一切無有識之人竟不
012_0514_c_14L見一人刑正者又於鞅斯之外并用呂
012_0514_c_15L不韋手段陰譎叵測未有如大慧者
012_0514_c_16L如師之小小識見只爲大慧籠罩墮在
012_0514_c_17L [130] 桶而已師之妄證十三也

012_0514_c_18L
話頭揔 [131] 有千七百則云者是從傳燈錄
012_0514_c_19L抖擻出來之說也其眼目障翳於傳燈
012_0514_c_20L錄中殊可笑傳燈錄卽不過一時門
012_0514_c_21L戶是非之書東人又不能見到於此
012_0514_c_22L卽又爲拈頌一書奉之於金科玉條
012_0514_c_23L之於圓敎大敎以上能解拈頌者妄以
012_0514_c_24L自尊自大中國禪門非徒無拈頌一書

012_0515_a_01L또 이러한 법문도 없으니 더욱 가소롭다. 또한 부처님 말씀(불화佛話)은 화話이지 화두가 아니다. 화로 말할 것 같으면 곧 팔만대장경의 모든 말씀이 화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법보法寶 중에 다만 수백여 칙만 있으며, 『화엄경』에는 겨우 수십 칙만 있을 뿐이겠는가. 『전등록』은 곧 오늘날 두어 집 있는 동네의 서당에서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사요취선史要聚選』69)에 지나지 않는다. 조잡하고 이치에 맞지 않아 조리가 없으니 사대부의 책상머리에 『사요』를 올려놓은 자를 일찍이 본 적 있던가? 『경덕전등록』 이후로도 『천성광등록天聖廣燈錄』, 『속전등록續傳燈錄』, 『연등회요聯燈會要』, 『가태보등록嘉泰普燈錄』 등의 여러 책이 있고, 이를 조금 더 다듬어 『오등회원五燈會元』70)이라는 책을 집성하니, 그 면목이 『경덕전등록』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뒤죽박죽이고 꽉 막힌 것을 다 바로잡지는 못하던 차에 『대운오종록大雲五宗錄』71)이 나와 일일이 바로잡아 드디어 정론이 되었다. 이러한 문자를 동국의 선문에서는 모두가 꿈에서도 보지 못하였을 것이니 실로 슬플 뿐이고 책망할 것도 없도다. 대사의 망증 14조라.

[15]
『반야경』이 공종空宗72)인 것은 선림禪林의 변함없는 설이다. 대사는 (『반야경』을) ‘성종性宗73)이요 의리선義理禪74)이요 격외선格外禪75)이라 한들 어찌 불가하겠는가? 운운.’ 하니 만약 이와 같이 미루어 말하자면 아함阿含과 방등方等으로부터 원교圓敎와 대교大敎에 이르는 모든 경이 다 스스로 공종, 성종, 선종을 구비하지 않음이 없으니, 하필 『반야경』 하나뿐이겠는가? 또 하필 소승과 대승, 원교와 대교로 나눌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대사의 망증 15조로다.

‘법화法華와 화엄花嚴은 교적敎迹으로서 사구死句가 되므로 선문의 상승上乘이 되지 못한다.’라고 한 것은 대사 스스로 한 말이 아니던가? 전에 쓴 글이 명백하게 아직도 여기 있는데, 홀연 여기에서 무턱대고 잡아떼니 80 된 노장께서도 역시 양설兩舌 죄업을 짓는가? 대저 염화(시중)는 교외별전인데 언어 문자로 낱낱이 설명하고,

012_0515_a_01L亦無如此法文 [132] 尤可笑也且佛話 [133] [134]
012_0515_a_02L話也非話頭也若以話言之則大藏
012_0515_a_03L八萬無非話也何以法寶中 [135] 但有數
012_0515_a_04L百餘則華嚴纔是數十則而已耶傳燈
012_0515_a_05L卽不過今日三家村塾小兒輩課場
012_0515_a_06L之史要聚選也荒雜不經無倫脊 [136]
012_0515_a_07L大夫案頭曾見有史要者乎傳燈錄之
012_0515_a_08L又有廣燈續燈聯燈普燈諸書稍加
012_0515_a_09L栽剪輯成五燈元會 [137] 之書面目勝於傳
012_0515_a_10L燈錄猶未盡正其駁糅荒鎻者大雲
012_0515_a_11L五宗錄一書出而一一釐正遂爲正論
012_0515_a_12L此等文字東國禪門俱未夢見實可
012_0515_a_13L哀也無足可責也師之妄證十四也
012_0515_a_14L般若經爲空宗是禪林不易之說師則
012_0515_a_15L以爲性宗義理禪格外禪有何不可云
012_0515_a_16L若如是推說去自阿含方等以至
012_0515_a_17L圓敎大敎諸經無不皆自具空宗性宗
012_0515_a_18L禪宗也 [138] 何必一般若而已又何必分之
012_0515_a_19L爲小乘大乘圓敎大1) [1] [139] 其然乎否乎
012_0515_a_20L師之妄證十五也

012_0515_a_21L
法華花嚴之爲敎迹死句不得爲禪門
012_0515_a_22L上乘者非師自說耶前書明明尙在
012_0515_a_23L忽此白地抵輯 [140] 八十老宗匠亦有
012_0515_a_24L兩舌耶大抵拈花之敎外別傳者以語

012_0515_b_01L화두는 의취가 전혀 없는데 또한 점차 닦아 가는 공부로써 낱낱이 풀어내니, 고인의 생기 활법이 대사의 수중에 들어가서는 모두 교적으로서 사구가 되어, 흙으로 만든 용과 나무로 만든 말이 잡다하게 전진에 배치되는 격으로, 사설 망증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도다.
삿되고 망령스러운 화염을 이 15조 금강저로 한 번 내려침에 대사는 곧 패가망신하여 다시 여지가 없으니, 비록 한 줌의 띠풀로 머리를 덮어도76) 어쩌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물이 줄자 돌이 드러나고77) 하늘의 맨 끝(天根)이 비로소 드러나리라.
대권보살大權菩薩78)이 도행역시倒行逆施79)하는 공덕이 동방의 허공과 같으리니 다만 대사는 한번 향을 사르고 참구해 보시라.
남들은 모두 말하기를 “백파 노인이 이를 보면 또 기가 산처럼 솟아올라80) 앞으로 손뼉을 300번 치고, 위로 뛰며 손뼉을 300번 치리라.
”라고 하니, 만약 노인께서 아무런 걸림 없이 순조롭게 받아들이면 소 등 위에서 소를 모는 것이요, 만약 노인께서 즐거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또한 글을 쓸 필요도 없도다. 이것은 (편안히 누워) 목침을 높이 베고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이니, 다만 대사는 한번 향을 사르고 참구해 보시라.
중봉中峯81) 노인의 시구에 “그윽한 새 울음소리 창 앞에 이르니, 백발 노승 낮잠 자다 놀라 깨었네. 대 침상에 내려서 두 눈 떠 보니, 집 밖에 푸른 하늘 이제 알겠네.”82)라 하였으니, 다만 대사는 한번 향을 사르고 참구해 보시라.
도광道光 21년(1841) 계묘 4월 일. 나산 거사郍山居士 봉래초당蓬萊草堂 김정희金正喜 변증하다.
광서光緖 12년(1886) 병술 3월 일. 신도원환여실新桃源幻如室에서 삼청 선타三淸先陀 삼가 쓰다.

012_0515_b_01L言文字歷歷說去話頭之沒意沒趣者
012_0515_b_02L又以漸修工夫歷歷說去古人之生機
012_0515_b_03L活法到得師之手中皆作敎迹死句
012_0515_b_04L土龍木馬雜然前陣邪說妄證到此
012_0515_b_05L又極矣

012_0515_b_06L
邪火妄熖 [141] 以此十五條金剛杵一以下
012_0515_b_07L師乃敗家喪身無復餘地雖以一
012_0515_b_08L把茆盖 [142] 不可得矣到此地頭水落
012_0515_b_09L石出天根始露大權菩薩倒行逆施 [143]
012_0515_b_10L之功德如東方虛空第試拈香 [144] 一叅

012_0515_b_11L
人皆以爲白坡老人見此又氣踴 [145] 如山
012_0515_b_12L距踊三百曲踊三百若使老人無碍
012_0515_b_13L順受是牛上騎牛若不使老人 [146] 曲踊
012_0515_b_14L距踊又不足爲書也此高枕 [147] 看兒戱
012_0515_b_15L一法第試拈香一叅

012_0515_b_16L
中峯老人 [148]

012_0515_b_17L
一聲幽鳥到身 [149] 白髮老僧驚晝眠

012_0515_b_18L [150] 下竹牀 [151] 開兩眼方知屋外有靑天

012_0515_b_19L第一拈香一叅

012_0515_b_20L
道光貳拾壹 [152] 年癸卯四月日 [153] 山居士
012_0515_b_21L蓬萊草堂金正喜證 [154]

012_0515_b_22L
光緖拾貳年丙戌三月新桃源幻如
012_0515_b_23L室中三淸先陀謹書 [155]

012_0515_c_01L
견향 선사83)84)見香禪師贊 - 추사 김정희
茫茫大地           아득한 대지에
腥濁逆鼻           탁한 비린내 코를 찌르네
眼中妙香           눈 속에 있는 묘한 향기
誰發其秘           누가 그 비의를 피워 내리
木犀無隱           계수나무85) 향은 숨김없이 풍기고
天華如意           하늘의 꽃은 뜻에 따라 내리네
光音互用           광음천86)과 서로 통하고
文殊不二           문수보살과 둘이 아니네
영가수보살계첩문식靈駕受菩薩戒牒文式
남섬부주南贍部洲 대청大淸 조선국 전라좌도 모처에서 수륙도량水陸道場 공화불사空花佛事를 올립니다.
회주는 모某이며, 광서(1875~1908) 모년 모월 모일 모처에서 모인이 삼가 모 영가를 위해 목욕재계하고 공양구를 엄정히 갖추어 무진삼보無盡三寶와 팔부신중八部神衆께 널리 공양합니다.
육도사생六途四生이 이 추천의 공훈에 의지하여 모두 다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이로써 삼가 명하노니, 모처 보살 스승 모를 수계종주화상受戒宗主和尙으로 삼으십시오.받들어 청하노니, 여래의 삼취정계三聚淨戒87)를 원만하게 닦으신 병법秉法88) 사문이여, 특별히 모 영가를 추천하시어 법식을 향첨享沾하고 시라尸羅(戒)89)를 훈수熏守하며 계첩을 몸에 부치고 연화세계에 태를 의탁하여 보살지에 함께 노닐어 불과佛果를 성취하기를 발원합니다.【계문은 다음에 쓴다. 세 분 스님은 아래와 같다.】
동다송東茶頌90) - 초의 의순
【해거도인91)의 명을 받들어 초의 사문 의순92)이 짓다.93)

[1]94)
后皇嘉樹配橘德       후황95)이 내린 상서로운 나무96) 귤의 덕을 짝하여97)
受命不遷生南國       명 받은 대로 터 옮김 없이 남국에서 생장하네98)
密葉鬪霰貫冬靑       무성한 잎은 눈과 다투며 겨우내 푸르고
素花濯霜發秋榮       하얀 꽃은 서리에 씻기어 가을 순백 피워 내네99)

[2]
姑射仙子粉肌潔       고야산100) 선녀인 양 뽀얀 살결 깨끗하고
閻浮檀金芳心結       맺혀 있는 꽃술은 염부단의 금101)이라
【차나무는 과로瓜蘆102) 같고, 잎은 치자 같으며, 꽃은 백장미 같고,

012_0515_c_01L見香禪師贊

012_0515_c_02L
茫茫大地腥濁逆鼻眼中妙香誰發
012_0515_c_03L其秘木犀無隱天華如意光音互用
012_0515_c_04L文殊不二

012_0515_c_05L

012_0515_c_06L靈駕受菩薩戒牒文式

012_0515_c_07L
據南鮮 [156] 部洲大淸朝鮮國全羅左道某處
012_0515_c_08L湏設水陸道場空花佛事會首某從光
012_0515_c_09L緖某年月日於某處某人伏爲某靈駕
012_0515_c_10L沐浴改衣嚴備供具普供無盡三寶八
012_0515_c_11L六途四生憑此追薦功熏普願超
012_0515_c_12L生佛界是以謹命某處菩薩師某爲受
012_0515_c_13L戒宗主和尙奉請秉法沙門圓修如來
012_0515_c_14L三聚淨戒特爲追薦某靈享沾法食
012_0515_c_15L熏受尸羅戒牒付身蓮花托質同遊
012_0515_c_16L菩薩地當成佛果者戒文次書
三師如下

012_0515_c_17L

012_0515_c_18L東茶頌承海道人命艸衣沙門意恂作

012_0515_c_19L
后皇嘉樹配橘德受命不遷生南國

012_0515_c_20L密葉鬪霰貫冬靑素花濯霜發秋2) [2] [157]

012_0515_c_21L姑射仙子粉肌潔閻浮檀金芳心結

012_0515_c_22L
茶樹如瓜蘆葉如梔子花如白薔薇
012_0515_c_23L「誟」疑「敎」{編}「榮」底本頭註曰「榮違韻
012_0515_c_24L疑白字」{編}

012_0516_a_01L노란 꽃술은 금과 같다. 가을에 꽃이 피면 맑은 향이 은은하다고 한다.】
沆瀣漱淸碧玉條       이슬103)에 맑게 씻긴 벽옥 같은 가지요
朝霞含潤翠禽舌       아침노을 흠뻑 머금은 물총새의 혀로다
【이백이 말하였다. “형주 옥천사104)의 맑은 시내와 여러 산에는 차나무가 여기저기 자라는데 가지와 잎은 벽옥 같다. 옥천사의 진공 스님105)이 늘 따서 마셨다.”106)

[3]
天仙人鬼俱愛重       천인 신선 인간 귀신 모두 다 아끼니
知爾爲物誠奇絶       그대의 됨됨이 진정 빼어남 알겠구려
炎帝曾嘗載食經       염제107)는 맛을 보고 『식경』108)에 실었나니
【염제의 『식경』에 “차(茶茗)를 오래 마시면 사람이 힘이 생기고 마음이 즐거워진다.”라고 하였다.】
醍醐甘露舊傳名       제호109)로다 감로110)로다 그 명성 의구하다
【(『송록宋錄』111)에 신안왕 자란子鸞112)과 예장)왕 자상子尙113)이 팔공산114)으로 운재도인115)을 찾아뵈었는데, 도인이 차를 내자 자상이 맛을 보고는 “이것은 감로이다.”라고 말하였다. 나대경의 ≺약탕시≻116)에 “솔바람 소리 전나무 빗소리 들리자면, 서둘러 죽로에서 탕관 내려놓고는, 끓는 소리 잠잠해지기 기다려 맛보는, 한 사발 춘설차여 제호보다 낫네.”라고 하였다.】

[4]
解酲少眠證周聖       술 깨고 잠 적게 하는 건 주공117)이 증명했고
【『이아』에 ‘가檟’는 ‘쓴 차’라고 하였다. 『광아』에는 ‘형주와 파주 지방에서 딴 찻잎을 마시면 술이 깨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라고 하였다.】
脫粟伴菜聞齊嬰       거친 밥에 차를 곁들인 건 제나라 안영118)이라 하네
【『안자춘추』119)에 “제 경공 때의 재상 안영은 겉만 쓿은 밥(현미)에 구운 고기 세 점, 알 다섯 개, 그리고 차만 먹었다.”라고 하였다.】
虞洪薦餼乞丹邱       우홍은 단구자120)의 부탁으로 차를 공양했고
毛仙示𦽲引秦精       모선은 진정을 이끌어 차 숲을 보여 줬네
【『신이기』의 기록이다. “여요 사람 우홍이 산에 들어가 차를 따다 어느 날 푸른 소 세 마리를 끌고 가는 한 도사를 만났다. 도사는 우홍을 이끌고 폭포산에 이르러 말하였다.

012_0516_a_01L心黃如金當秋開花淸香隱然云

012_0516_a_02L
沆瀣漱淸碧玉條朝霞含潤翠禽舌

012_0516_a_03L
李白云荆州玉泉寺靑溪諸山
012_0516_a_04L茗草羅生枝葉如碧玉玉泉眞公常
012_0516_a_05L采飮

012_0516_a_06L
天仙人鬼俱愛重知爾爲物誠奇絕
012_0516_a_07L帝曾嘗載食經

012_0516_a_08L
炎帝食經云茶茗久服人有力悅志
012_0516_a_09L

012_0516_a_10L
醍醐甘露舊傳名

012_0516_a_11L
王子尙詣雲齋道人于八公山道人
012_0516_a_12L設茗茶子尙味之曰此甘露也
012_0516_a_13L大經瀹湯詩松風檜雨到來初急引
012_0516_a_14L銅瓶1) [3] 竹爐待得聲聞俱寂後
012_0516_a_15L甌春雪勝醍醐

012_0516_a_16L
解酲少眠證周聖

012_0516_a_17L
爾雅檟苦茶廣雅荆巴間采葉其飮
012_0516_a_18L醒酒令人少眠

012_0516_a_19L
脫粟伴菜聞齊嬰

012_0516_a_20L
晏子春秋嬰相齊景公時食脫粟
012_0516_a_21L炙三弋五卵茗菜而已

012_0516_a_22L
虞洪薦餼乞丹邱毛仙示▼(莍/衣) [158] 引秦精

012_0516_a_23L
神異記餘姚虞洪入山采茗遇一
012_0516_a_24L道士牽三靑牛引洪至布瀑山 [159]

012_0516_b_01L‘나는 단구자라 하오. 그대가 마실 것을 잘 갖춘다고 듣고 늘 그대의 덕을 보고 싶었소. 산중에는 큰 차가 있어 넉넉히 제공할 만하오. 그대에게 비노니 훗날 차 사발로 (신들에게) 공양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나에게도 조금 남겨 주시구려.’ 이로 인해 우홍은 도사에게 제사를 올렸는데, 후에 입산할 때마다 큰 차를 얻게 되었다.” (『속수신기』121)의 기록이다.) “선성에 사는 진정이 무창산에 들어가 차를 따다가 키가 한 길이나 되는 한 털보를 만났다. 그는 진정을 데리고 산 밑에 이르자 차 숲을 보여 주고 떠나가더니 갑자기 돌아와서는 품 안에서 귤을 꺼내 진정에게 주었다. 진정은 놀라 차를 짊어지고 돌아왔다.”】

[5]
潛壤不惜謝萬錢       땅에 묻힌 이도 만금 사례 아끼지 않고
【『이원』122)의 기록이다. “섬현에 사는 진무의 아내는 젊어서 과부가 되어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차 마시기를 좋아하였는데 집 안에 오래된 무덤이 있어 매번 차를 마실 때면 늘 먼저 무덤에 차를 올렸다. 두 아들은 ‘오래된 무덤이 무엇을 압니까? 헛수고일 뿐입니다.’라고 하며 무덤을 파서 없애 버리려 했으나 어머니가 이를 막아 그치게 하였다. 그날 밤 꿈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여기 머문 지 300여 년이오. 그대의 자식들이 항상 무덤을 허물려 하는데 그대의 도움으로 보호를 입었고 게다가 좋은 차로 제사를 지내 주니 비록 지하에 썩은 몸이나 어찌 예상의 보은123)을 잊으리오?’라고 하였다. 부인은 날이 밝자 마당에서 십만 금의 돈을 얻었다.”】
鼎食獨稱冠六情       솥 음식124) 중에도 육정125)의 으뜸이라 칭하네
【장맹양126)의 ≺등루시≻에 “솥 가득한 음식을 때때로 진상하니, 백화 향 오묘하고 진귀하다. 향기로운 차는 육정의 으뜸, 넘치는 맛은 천하에 퍼지네.”라고 하였다.】
開皇醫腦傳異事       개국황제127) 두통 고친 일은 신이한 일로 전하고
【수 문제가 세자로 있을 때 귀신이 그의 골수를 바꾸는 꿈을 꾼 후로 머리가 아팠다. 어느 날 한 스님을 만났는데 산중에 차나무가 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가 이를 마셔 효험이 있었다. 이에 천하 사람들이 비로소 차 마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雷笑茸香取次生       뇌협차, 용향차가 차례로 생겨났네
【당 각림사의 승려 지숭은 세 등급의 차를 만들었다. 경뇌협은 자신이 마시고,

012_0516_b_01L予丹邱子也聞子善具飮常思見惠
012_0516_b_02L山中有大茗可相給祈子他日有
012_0516_b_03L甌餼之餘乞相遺也因奠祀後入山
012_0516_b_04L常獲大茗 [160] 城人秦精入武昌山中
012_0516_b_05L采茗遇一毛人長丈餘引精至山
012_0516_b_06L示以▼(莍/衣)茗而去俄而復還乃探
012_0516_b_07L懷中橘以遺精精怖負茗而歸

012_0516_b_08L
潛壤不惜謝萬錢

012_0516_b_09L
[161] 剡縣陳務妻少與二子寡居好飮
012_0516_b_10L茶茗宅中有古冢每飮輙先祭之
012_0516_b_11L二子曰古冢何知徒勞人意欲掘去
012_0516_b_12L母禁而止其夜夢一人云吾止
012_0516_b_13L此三百年餘卿子常欲見毀賴相保
012_0516_b_14L反享佳茗雖潛壤朽豈忘翳桑
012_0516_b_15L之報及曉於庭中獲錢十萬金

012_0516_b_16L
鼎食獨稱冠六情

012_0516_b_17L
張孟陽登樓詩鼎食隨時進百和妙
012_0516_b_18L具殊芳茶冠六情溢味播九區

012_0516_b_19L
開皇醫腦傳異事

012_0516_b_20L
隋文帝微時夢神易其腦骨自爾而
012_0516_b_21L忽遇一僧云山中茗艸可治
012_0516_b_22L服之有効於是天下始知飮茶

012_0516_b_23L
雷笑 [162] 茸香取次生

012_0516_b_24L
唐覺林寺僧志崇製茶三品驚雷笑

012_0516_c_01L훤초대는 부처님께 공양하며, 자용향은 손님에게 대접하였다.】

[6]
巨唐尙食羞百珍       당 궁궐의 상식128)에서 귀한 음식 다 바쳤어도
沁園唯獨記紫英       심원129)에선 오로지 자영차만 기록했네
【당 덕종이 동창공주에게 매번 내린 음식 중에 차로는 녹화, 자영의 이름이 있다.】
法製頭綱從此盛       법도대로 만든 두강130) 이때부터 성행하니
淸賢名士誇雋永       맑고 어진 명사들이 준영131)을 자랑했네
【『다경』에 차 맛을 준영이라 하였다.】

[7]
綵莊龍鳳轉巧麗       비단 장식 용봉단132)은 점점 더 화려해져
費盡萬金成百餅       만금의 돈 들여 백 덩어리 만들었네
【크고 작은 용봉단차는 정위133)가 시작하고 채군모134)가 완성하였다. 향료를 섞어 떡차를 만들고 떡차 위에 용과 봉 무늬를 꾸몄다. 진상품은 금으로 장식하여 만들었다. 소동파의 시에 “자금빛 떡차 백 개에 만금을 다 쓰는구나.”라고 하였다.】
誰知自饒眞色香       누가 알리오. 참다운 빛과 향 본디 풍부해도
一經點染失眞性       한번 오염되자마자 참된 성품 잃는 것을
【『만보전서』135)에 “차는 본디 가진 진향, 진미, 진색이 있는데, 한번 다른 물질에 오염되면 바로 그 참된 본성을 잃는다.”라고 하였다.】

[8]
道人雅欲全其嘉       도인은 차의 참맛 온전히 살리고자
曾向蒙頂手栽那       몽정산에 올라가 손수 차를 심은 후
養得五斤獻君王       잘 길러 다섯 근을 임금께 바쳤으니
吉祥蕋與聖楊花       그 차의 이름은 길상예와 성양화라
【부대사136)는 몽정산에 암자를 짓고 살면서 차나무를 심은 지 3년 만에 매우 훌륭한 차를 얻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성양화, 길상예라 하고, 공히 다섯 근을 가지고 돌아와 임금께 바쳤다.】

[9]
雪花雲腴爭芳烈       설화차 운유차는 진한 향기 다투고
雙井日注喧江浙       쌍정차 일주차는 강서 절강137)에 이름났네
【소동파 시에, “설화雪花138)차 우각雨脚차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139)라고 하였다. 황산곡의 시에 “우리 집 강남에선 운유차를 딴다네.”라고 하였다. 소동파가 절에 이르자 승려 범영이 법당을 매우 깨끗하게 수리하여 차를 마시는데 차향이 매우 진하였다. 묻기를

012_0516_c_01L自奉萱艸帶供佛紫茸香待客

012_0516_c_02L
巨唐尙食羞百珍沁園唯獨記紫英

012_0516_c_03L
唐德宗每賜同昌公主饌其茶有綠
012_0516_c_04L花紫英之號

012_0516_c_05L
法製頭綱從此盛淸賢名士誇雋永

012_0516_c_06L
茶經稱茶味雋永

012_0516_c_07L
綵莊龍鳳轉巧麗費盡萬金成百餅

012_0516_c_08L
大小龍鳳團始於丁謂成於蔡君謨
012_0516_c_09L以香葉 [163] 合而成餅餅上餙以龍鳳紋
012_0516_c_10L供御者以金莊成東坡詩紫金百
012_0516_c_11L費盡萬金

012_0516_c_12L
誰知自饒眞色香一經點染失眞性

012_0516_c_13L
萬寶全書茶自有眞香眞味眞色
012_0516_c_14L經他物點染便失其眞

012_0516_c_15L
道人雅欲全其嘉曾向蒙頂手栽那

012_0516_c_16L養得五斤獻君王吉祥蕋與聖楊花

012_0516_c_17L
傅大士自住蒙頂結菴種茶凡三年
012_0516_c_18L得絕嘉者號聖楊花吉祥蕋共五
012_0516_c_19L持歸供獻

012_0516_c_20L
雪花雲腴爭芳烈雙井日注喧江浙

012_0516_c_21L
東坡詩雪花兩 [164] 脚何足道山谷詩
012_0516_c_22L我家江南採雲腴東坡至僧院
012_0516_c_23L梵英 [165] 治堂宇嚴潔茗飮芳烈
012_0516_c_24L「離」疑「移」{編}

012_0517_a_01L“이것은 새로운 차입니까?”라고 하니, 답하기를 “차의 성품이란 새로운 것과 옛것이 섞이면 향과 맛이 되살아나지요.”라고 하였다. (『귀전록歸田錄』에 말하였다.140)) “초차草茶141)는 절강성에서 만들어졌는데, 절강성에서 나는 차 중에는 일주日注차142)를 제일로 친다. 북송 경우景祐 연간(1034~1038) 이래 홍주洪州143)의 쌍정雙井차144)와 백아白芽차가 점점 성행하였고, 근세에는 만드는 법이 더욱 정교해져 그 품질이 일주차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초차의 으뜸으로 치게 되었다.”】
建陽丹山碧水鄕       건양과 단산은 물 맑은 고장
品題特尊雲澗月       운간차 월감차를 최고로 친다네
【『둔재한람』145)에는 “건안차146)가 천하에 제일이다.”라고 하였다. 손초147)가 형부刑部에 차를 보내면서 “만감후148) 열다섯 명을 시재각149)에 보냅니다. 이들은 우레가 칠 때를 기다려 따고 물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건양과 단산은 물 맑은 고장으로 월간차 운감차는 삼가 천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감후는 차 이름이다. 다산 선생150)은 「걸다소」151)에서 ‘(차 마시기 좋은 때는) 아침 햇살이 갓 피어오를 때, 뜬구름이 맑은 하늘에 맑게 빛날 때, 낮잠에서 막 깨어날 때, 밝은 달이 푸른 시냇물에 맑게 빛날 때’라고 하였다.】

[10]
東國所產元相同       동국에서 나는 차도 근본은 서로 같아
色香氣味論一功       빛깔 향, 기운과 맛이 같은 효능이라 평하네
陸安之味蒙山藥       육안차152)의 맛과 몽산차153)의 약효
古人高判兼兩宗       양자를 겸했다고 고인 높이 평가했네
【『동다기』154)에 말하였다. “어떤 이는 동국의 차 효능이 중국산(越產)에 뒤진다고 의심하나, 내가 보기에 빛깔과 향, 기운과 맛에 조금도 차이가 없다.” 「다서」에 말하였다. “육안차는 맛이 뛰어나고 몽산차는 약효가 뛰어난데 동국의 차는 이를 모두 겸비하였다. 만약 이찬황155)이나 육자우156)가 있다면 그들이 반드시 내 말이 옳다고 할 것이다.”】

[11]
還童振枯神驗速       늙음 떨쳐 다시 젊어지는 신이한 효험 빨라
八耋顏如夭桃紅       여든 노인 얼굴이 홍도처럼 생기 도네
【이백이 말하였다. “옥천사157) 진공 스님158)은 80 나이에도 안색이 복사꽃 같았다. 이곳 차는 맑고 향기롭기가 다른 곳과 달라 다시 젊게 하고 늙음을 떨쳐 버려 사람을 오래 살게 한다.”】

012_0517_a_01L此新茶耶英曰茶性新舊交則香
012_0517_a_02L味復草茶成兩浙而兩浙之茶品
012_0517_a_03L日注爲第一自景祐以來洪州雙井
012_0517_a_04L白芽漸盛近世製作尤精其品遠出
012_0517_a_05L日注之上遂爲草茶第一

012_0517_a_06L
建陽丹山碧水鄕品題特尊雲澗月

012_0517_a_07L
遯齋閒覽建安茶爲天下第一
012_0517_a_08L樵送茶焦刑部曰晩甘候十五人遣
012_0517_a_09L侍齋閣此徒乘雷而摘拜水而和
012_0517_a_10L盖建陽丹山碧水之鄕月澗雲龕之
012_0517_a_11L愼勿賤用晩甘候茶名茶山先
012_0517_a_12L生乞茶䟽朝華始起浮雲皛皛於晴
012_0517_a_13L午睡初醒明月離離於碧澗

012_0517_a_14L
東國所產元相同色香氣味論一功

012_0517_a_15L陸安之味蒙山藥古人高判兼兩宗

012_0517_a_16L
東茶記云或疑東茶之効不及越產
012_0517_a_17L以余觀之色香氣味小無差異
012_0517_a_18L書云陸安茶1)味以 [4] 蒙山茶以藥
012_0517_a_19L東茶盖兼之矣若有李賛皇陸子
012_0517_a_20L其人必以余言爲然也

012_0517_a_21L
還童振枯神驗速八耋顏如夭桃紅

012_0517_a_22L
李白云玉泉眞公年八十顏色如
012_0517_a_23L桃李 [166] 此茗香淸異于他所以能還童
012_0517_a_24L振枯而令人長壽也

012_0517_b_01L我有乳泉 把成秀碧百壽湯  내게 있는 유천159) 물을 떠 수벽백수탕 만드노니
何以持歸 木覓山前獻海翁  어떡하면 가져가서 목멱산 해거옹160)께 드릴거나
【당 소이蘇廙161)가 지은 「십육탕품十六湯品」 제3 백수탕에 “사람이 백 년 넘긴 것과 같이, 물을 열 번 넘게 끓인다. 혹은 이야기하다 놓치기도 하고, 혹은 일하다 내버려 두기도 한다. 만약 이런 물을 가져다 쓰면 끓인 물은 이미 본성을 잃고 만다. 감히 묻노니 백발에 여윈 얼굴의 늙은이가 활을 들고 살을 당겨 과녁을 맞힐 수 있겠는가. 씩씩하게 활보하여 멀리 갈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또 제8 수벽탕에 “돌은 천지의 빼어난 기운을 응결시켜 형체를 부여한 것이다. 쪼고 다듬어서 그릇을 만들어도 빼어난 기운은 오히려 남아 있다. 거기에 끓인 물이 좋지 않을 리 없다.”라고 하였다. 근자에 유당酉堂162) 대감께서 남으로 두륜산을 지나가다가 자우산방163)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이때 그 샘물 맛을 보시더니 ‘맛이 수락164)보다 더 좋구나.”라고 하였다.】

[12]
又有九難四香玄妙用     아홉 난관 네 가지 향의 현묘한 작용 있으나
【『다경』에 말하였다.165) “차에는 아홉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는 만들기, 둘째는 가려내기, 셋째는 그릇, 넷째는 불, 다섯째는 물, 여섯째는 덖기, 일곱째는 가루내기, 여덟째는 달이기, 아홉째는 마시기다. 흐린 날 따거나 밤에 불에 쬐어 말리는 것은 제대로 된 만들기가 아니며, 씹어 보거나 향을 맡아 보는 것은 제대로 된 감별이 아니며, 누린내 나는 솥이나 비린내 나는 사발은 제대로 된 그릇이 아니며, 진이 나는 섶나무나 부엌 숯을 쓰는 것은 제대로 된 불이 아니며, 급한 여울물이나 웅덩이에 괸 물은 제대로 된 물이 아니며, 겉만 익고 속이 설익은 것은 제대로 된 덖음이 아니며, 푸른 가루나 옥색 티끌은 제대로 된 가루가 아니며, 거칠게 다루거나 급하게 젓는 것은 제대로 된 끓이기가 아니며, 여름에 마시고 겨울에 마시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마시기가 아니다.” 『만보전서』에 말하였다. “차에는 참된 향(진향), 난초 향(난향), 맑은 향(청향), 순수한 향(순향)이 있다. 겉과 속이 한결같은 것을 순향, 설익지도 너무 익지도 않는 것을 청향, 불기운이 균일하게 멈춰진 것을 난향, 곡우 전에 신기가 갖추어진 것을 진향이라 한다. 이것을 네 가지 향이라 한다.”】

012_0517_b_01L
我有乳泉 [167] 成秀碧百壽湯何以持
012_0517_b_02L木覓山前獻海翁

012_0517_b_03L
唐蘇廙著十六湯品第三曰百壽湯
012_0517_b_04L人過百息水逾十沸或以話阻
012_0517_b_05L以事廢如取用之湯已生 [168] 性矣敢問
012_0517_b_06L皤髩蒼顏之老夫還可執弓扶矢以
012_0517_b_07L取中乎還可雄 [169] 濶步而邁遠乎第八
012_0517_b_08L曰秀碧湯石凝天地秀氣而賦形者
012_0517_b_09L琢而爲器秀猶在焉其湯不良
012_0517_b_10L未之有也近酉堂大爺南過頭輪
012_0517_b_11L一宿紫芋山房甞其泉曰味勝酥酪

012_0517_b_12L
又有九難四香玄妙用

012_0517_b_13L
茶經云茶有九難一曰造二曰別
012_0517_b_14L三曰器四曰火五曰水六曰炙
012_0517_b_15L曰末八曰煮九曰飮

012_0517_b_16L
陰采夜焙非造也嚼味嗅香則非
012_0517_b_17L別也羶鼎腥甌非器也膏薪庖炭
012_0517_b_18L非火也飛湍壅潦非水也外熱 [170]
012_0517_b_19L非炙也碧粉飄 [171] 非末也操艱
012_0517_b_20L攪逃 [172] 非煮也夏興冬癈非飮也
012_0517_b_21L寶全書茶有眞香有蘭香有淸香
012_0517_b_22L有純香表裡如一曰純香不生不熱
012_0517_b_23L曰淸香火候均停曰蘭香雨前神
012_0517_b_24L具曰眞香此謂四香

012_0517_c_01L何以敎汝 玉浮臺上坐禪衆  옥부대166) 위에서 좌선하는 무리들에게 이를 어찌 가르칠까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사오십 리에 걸쳐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차밭이 넓기로는 여기에 비할 곳이 없다. 그곳에 옥부대가 있고, 그 아래 칠불선원167)이 있다. 좌선하는 스님들이 항상 늙은 찻잎을 느지막이 따서 땔감 말리듯 햇볕에 바싹 말리고, 시래깃국 삶듯이 솥에 끓이니, 빛깔은 탁하고 붉으며 맛은 매우 쓰고 떫다. 이는 진정 이른바168) ‘천하에 좋은 차를 속된 솜씨로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격이다.】
九難不犯四香全       아홉 난관 어기지 않고 네 가지 향 온전하면
至味可獻九重供       지극한 그 맛 구중궁궐에 진상할 수 있으리라

[13]
翠濤綠香纔入朝       비취 물결 푸른 향기 조정에 들자마자
【조정에 들어간다는 것은 마음(心君)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서」169)에 말하였다. “찻잔에는 비췻빛 물결 일렁이고 맷돌에는 녹색 가루 날리네.” 또 말하였다. “차는 푸른 비췻빛을 좋은 것으로 치며, 찻물은 투명한 쪽빛을 좋은 것으로 친다. 누렇거나 검거나 붉거나 어두운 색은 모두 품평에 낄 수 없다. 흰 눈빛 물이 상품이요, 비췻빛 물이 중품이요, 누런빛 물이 하등품이다.”170) 진미공171)의 시에 “비단 그늘 일산 아래 모여 기이한 영초의 맛을 보네. 죽로에 그윽이 끓이니 솔불은 성내어 날고, 물이 점점 묽어지니 차 겨루기 무르익네. 녹향이 길에 가득하니 온종일 돌아가기 잊었구나.”라고 하였다.】

聰明四達无滯壅       총명함이 사방에 통달하여 막힘없어라
矧爾靈根托神山       하물며 신령한 뿌리를 신선 산에 내렸으니
【지리산을 세상에서는 방장산이라고 한다.】

仙風玉骨自另種       선풍 옥골이라 종자 본디 남다르네

[14]
綠芽紫筍穿雲根       초록 싹과 자줏빛 순이 구름뿌리172) 뚫고 나와
胡靴犎臆皺水紋       오랑캐 신, 들소 가슴팍처럼 주름진 물결무늬
【『다경』에 “난석(부서진 돌)에서 자란 것이 상품이요, 역양토(자갈과 흙이 뒤섞인 곳)에서 자란 것이 다음이다.”라고 하였다. 또 “골짜기에서 자란 것이 상품이다.”라고 하였다. 화개동 차밭은 모두 골짜기와 난석을 겸비하였다. 다서에 “차는 자줏빛 나는 것이 상품이요,

012_0517_c_01L
何以敎汝玉浮臺上坐禪衆

012_0517_c_02L
智異山花開洞茶樹羅生四五十里
012_0517_c_03L東國茶田之廣料無過此者洞有玉
012_0517_c_04L浮臺臺下有七佛禪院坐禪者
012_0517_c_05L晩取老葉曬乾然柴煮鼎如烹菜羹
012_0517_c_06L濃濁色赤味甚苦澁政所云天下
012_0517_c_07L好茶多爲俗手所壞

012_0517_c_08L
九難不犯四香全至味可獻九重供
012_0517_c_09L濤綠香纔入朝

012_0517_c_10L
入朝于心君茶序曰甌泛翠濤 [173]
012_0517_c_11L飛綠屑又云茶以靑翠爲勝濤以藍
012_0517_c_12L白爲佳黃黑紅昏俱不入品 [174]
012_0517_c_13L爲上翠濤爲中黃濤爲下陳麋公
012_0517_c_14L綺陰攅盖靈草試旂 [175] 竹爐幽討
012_0517_c_15L松火恕 [176] 水交以淡茗戰以肥
012_0517_c_16L香滿路永日忘歸

012_0517_c_17L
聰明四達无滯壅矧爾靈根托神山

012_0517_c_18L
智異山世稱方丈

012_0517_c_19L
仙風玉骨自另種綠芽紫筍穿雲根
012_0517_c_20L靴犎臆皺水紋

012_0517_c_21L
茶經云生爛石者爲上礫壤者次之
012_0517_c_22L又曰谷中者爲上花開洞茶田
012_0517_c_23L谷中兼爛石矣茶書又言茶紫者
012_0517_c_24L「味以」疑「以味」{編}

012_0518_a_01L주름진 것이 다음이며,173) 초록빛 나는 것이 그다음이다. 죽순처럼 나온 것이 상품이요, 싹처럼 나온 것이 다음이다.174)”라고 하였다. 오랑캐의 신발같이 쭈글쭈글하고, 들소의 가슴팍같이 가지런히 주름지고,175) 가벼운 바람이 물살을 쓸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모양은 모두 차의 정수精腴이다.】
吸盡瀼瀼淸夜露       맑은 밤이슬을 흠뻑 머금은 잎
三昧手中上奇芬       삼매에 든 솜씨로 기이한 향 올리누나
【다서176)에 “차를 따는 것은 그 시기를 귀하게 여긴다. 너무 이르면 향이 온전하지 않고 늦으면 신기(생동하는 기운)가 흩어진다. 곡우 전 5일간이 가장 좋고, 그 후 5일간이 그다음이며, 그 후 5일이 또 그다음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차는 곡우 전후로 따는 것은 너무 이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 차를 따는 법은 밤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밤 이슬 머금은 것을 따는 것이 최상이고, 낮에 딴 것은 그다음이다. 흐리거나 비 내리는 날은 따기에 적당하지 않다. 소동파(老坡)가 겸 대사를 보내며 지은 시에 “도인이 새벽에 남병산에서 내려와, 삼매에 든 솜씨로 차를 달여 주었네.”라고 하였다.】

[15]
中有玄微妙難顯       그 가운데 현미한 이치는 오묘하여 드러내기 어려우니
眞精莫敎體神分       참된 정기는 본체와 신이 나뉘면 드러나지 않으리
【「조다편」177)에 말하였다. “새로 딴 찻잎은 쇤 잎을 가려서 버리고 뜨거운 노구솥에 말린다. 노구솥이 아주 뜨거워지면 비로소 차를 넣어 급하게 볶는데 이때 불기운을 약하게 하면 안 된다. 뜨거워지면 바로 덜어서 체에 털어 부어 가볍게 몇 차례 비벼 준다. 그리고 다시 솥에 넣은 후 점점 불기운을 약하게 하며 건조해질 때까지 말린다. 그 가운데 현미한 이치가 있으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품천편」에 말하였다. “차는 물의 정신이요 물은 차의 본체이다. 참된 물(眞水)이 아니면 그 신이 나타나지 않고, 참된 차(眞茶)가 아니면 그 본체를 파악할 수 없다.”】
體神雖全 猶恐過中正    본체와 신 온전해도 중정 지나칠까 두렵나니
中正不過健靈併       중정은 다름 아니라 건실함과 신령함을 아우름이라

012_0518_a_01L爲上皮者次之綠者次之如筍者
012_0518_a_02L爲上似芽者次之其狀如胡人靴
012_0518_a_03L蹙縮然如犎牛臆者廉沾 [177]
012_0518_a_04L如輕飈拂衣 [178] 涵澹然此皆茶之精
012_0518_a_05L腴也

012_0518_a_06L
吸盡瀼瀼淸夜露三昧手中上奇芬

012_0518_a_07L
茶書云採茶之候貴及時太早則
012_0518_a_08L香不全遲則神散以糓雨前五日爲
012_0518_a_09L後五日次之後五日又次之
012_0518_a_10L驗之東茶糓雨前後太早當以立
012_0518_a_11L夏前後爲及時也其採法徹夜無
012_0518_a_12L浥露採者爲上日中采者次之
012_0518_a_13L雨下不宜采老坡送謙師詩道人
012_0518_a_14L曉出南屛山來試點茶三昧手

012_0518_a_15L
中有玄微妙難顯眞精莫敎 [179] 體神分

012_0518_a_16L
造茶篇云新採 [180] 柬去老葉熱鍋焙之
012_0518_a_17L候鍋極熱始下茶急炒 [181] 火不可緩
012_0518_a_18L待熱方退 [182] 入簁中輕團枷 [183] 數遍
012_0518_a_19L復下鍋中漸漸減火焙乾爲度
012_0518_a_20L有玄微難以言顯泉品 [184] 茶者
012_0518_a_21L之精水者茶之體非眞水莫顯其
012_0518_a_22L非眞茶莫窺其體

012_0518_a_23L
體神雖全猶恐過中正中正不過健
012_0518_a_24L靈併

012_0518_b_01L【「포법편」178)에 말하였다. “탕이 순숙純熟179)해졌다 싶으면 바로 들어서 다관에 조금 부어 냉기를 없앤 후 쏟아 낸다. 그 후 찻잎을 넣는데, 많고 적음을 적당히 가늠하되, 중도(中)를 지나치거나 바름(正)을 잃어서는 안 된다. 차가 많으면 맛이 쓰고 향이 가라앉으며, 물이 많으면 맛이 줄어들고 빛깔이 묽어진다. 다관을 두 번 정도 채운 후에는 다시 찬물로 씻어 내 다관을 시원하고 깨끗하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 향기가 줄어든다. 대개 탕관이 너무 뜨거우면 다신이 건실하지 못하고, 다관이 서늘하면 물 기운이 항상 영험하다. 잠시 차와 물이 잘 어우러지기를 기다린 후 차가운 베로 걸러 마신다. 차를 거를 때 너무 빨라도 안 되니, 빠르면 다신이 피어나지 못한다. 마실 때 너무 늦어서도 안 되니, 늦으면 오묘한 향기가 먼저 사라진다.” 논평하여 말한다.180) 차를 딸 때는 현묘함을 다해야 하고,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해야 하며, 물은 참됨을 구해야 하고, 끓일 때는 중정을 얻어야 한다. 그리할 때 본체와 신이 서로 어울리고 건실함과 신령함이 서로 어우러진다. 이 경지에 이르면 다도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6]
一傾玉花風生腋       옥화차 한 잔 기울이니 겨드랑이에 바람 일고
身輕已涉上淸境       가벼워진 몸은 벌써 청경181)을 노닌다네
【진간재182)의 다시에 “이 옥화차 향을 맡네.”라고 하였다. 노옥천183)의 다가에 “양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 솔솔 이는 걸 느끼겠네.”라고 하였다.】
明月爲燭兼爲友       밝은 달 촛불 삼고 내 벗으로 삼아
白雲鋪席因作屛       흰 구름 자리 깔고 병풍 삼아 둘렀네

[17]
竹籟松濤俱蕭凉       솔바람 대바람 소리184) 모두 다 서늘하여
淸寒瑩骨心肝惺       청한함 뼈에 스미고 마음 맑게 깨이네
唯許白雲明月爲二客     흰 구름과 밝은 달을 손님으로 허하노니
道人座上此爲勝       도인이 앉은 자리 이만하면 최고라네
【차를 마시는 법에 (손님이 적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185)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럽고, 소란스러우면 아취가 사라져 버린다. 홀로 마시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둘이 마시는 것을 승勝, 셋이 마시는 것을 취趣, 대여섯이 마시는 것을 범泛, 일고여덟 명이 마시는 것을 시施라 한다.186)

[발문]
草衣新試綠香烟       초의 스님 새 차 달이자 녹향 피어오르니
禽舌初纖穀雨前       곡우 전 첫물이라 새 혀187)처럼 가늘구나
莫數丹山雲澗月       단산의 운간차 월감차188) 손꼽지 마라
滿鍾雷笑可延年       찻잔 가득 뇌소차가 명 늘릴 수 있으리니

신 승지 백파거사189) 쓰다.
대법당 창호계안서【초의 중부자】 - 초의 의순
집(방)에 창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눈이 있는 것과 같다. 눈에 가리는 것이 없어야 볼 수 있는 것은 또한 창에 종이가 있어야 밝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눈에 가리는 것이 있는 것은 사람의 병이요, 창에 종이가 없는 것은 집(방)의 병이다. 눈이 병들면 보는 데 어려움이 있고, 집이 병들면 관계되는 어려움이 많다. 바람이 들이쳐 먼지가 방에 가득하고, 추운 겨울에 싸락눈이 쏟아져 들어온다. 비록 옥궤와 금 침상과 은 병풍이 있고 비단 보료가 그 앞에 놓여 있어도 사람이 그 안에서 편안하게 거처할 수가 없으니 폐옥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흙벽과 마른자리에 대나무 창과 새끼줄을 맨 문이라 하더라도 종이를 바르면 비바람을 막아 편안히 거하고 안온히 잘 수 있으니 이를 온전한 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로써 보면 창호를 막는 것은 매우 중대하고 큰일이다.
본사 대법당의 기다란 창과 큰 문은 종이를 바르기가 심히 어려워 때로는 바람이 눈과 함께 들이치고, 비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전각 안에 아름답던 부처님의 진용이 또한 흐릿하게 번지는 것을 미리 막지 못하였다. 옥주군(진도)에 사는 청신사 손관효孫寛孝 공이 사세가 쇠락하여 대법당에 창호지를 계속 바르기 어려운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여 경내 인근 마을의 여러 어진 청신사들과 서로 권장하고 발의하였으니, 한마디 말에 여러 사람이 동조한 것이 바람이 불자 풀이 눕는 것 같았다.190) 모두 조금씩 재물을 출연하고 모아 종이를 사는 자금으로 삼고, 해마다 창호를 바를 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성대한 계가 만들어진 까닭이다. 이제 아래에 아름다운 이름을 나열하여

012_0518_b_01L
泡法云探湯純熟便取起先注壺
012_0518_b_02L中小許 [185] 盪袪 [186] 冷氣傾出然後投茶
012_0518_b_03L多寡宜酌不可過中正失 [187] 茶重
012_0518_b_04L則味苦香沉水勝則味 [188] 寡色淸兩壺
012_0518_b_05L又冷水湯滌使壺凉潔否則減茶
012_0518_b_06L盖罐熱 [189] 則茶神不健壺淸則水性
012_0518_b_07L [190] 稍候茶水冲和然後冷布釃飮 [191]
012_0518_b_08L釃不宜早早則茶神不 [192] 飮不宜遲
012_0518_b_09L遲則妙馥先消

012_0518_b_10L
評曰 [193] 盡其妙造盡其精水得其眞
012_0518_b_11L泡得其中體與神相和健與靈相併
012_0518_b_12L至此茶道盡

012_0518_b_13L
一傾玉花風生腋身輕已涉上淸境

012_0518_b_14L
陳簡齋茶詩甞此玉花句 [194] 盧玉川茶
012_0518_b_15L [195] 覺兩腋習習生淸風

012_0518_b_16L
明月爲燭兼爲友白雲鋪席因作屛

012_0518_b_17L竹籟松濤俱蕭凉淸寒瑩骨心肝惺

012_0518_b_18L唯許白雲明月爲二客道人座上此爲
012_0518_b_19L

012_0518_b_20L
飮茶之法客衆則喧喧則雅趣索然
012_0518_b_21L獨啜曰神二客曰勝三曰趣五六
012_0518_b_22L曰泛七八曰施也

012_0518_b_23L
012_0518_b_24L
草衣新試綠香烟禽舌初纖糓雨前

012_0519_a_01L조석으로 복을 비는 자료로 삼는다. 또 게송을 불러 이 계회가 매우 훌륭한 일임을 말하고자 한다.
노래는 다음과 같다.

珍洲琹縣兩相望       진주(진도)와 금현(해남)이 서로 마주 보면서
碧波萬頃中橫長       만경창파 가운데서 가로로 늘어서 있구나
南巒叢翠揷雲漢       남쪽 땅 푸른 산은 은하수에 꽂혀 있고
中藏三韓古道場       그 가운데 삼한의 옛 도량 감추었네
五百茄藍居第一       오백 개의 가람은 머물기 제일 좋고
三千裨補無與方       삼천 개의 비보사찰 견줄 곳이 없어라
萬古靈仙之窟宅       만고에 영험한 신선들 머물던 토굴이요
巖屛千疊雲錦張       바위 병풍 천 겹 위로 구름 비단 펼쳐졌네
凌冬碧樹摩雲茂       겨울에도 푸른 나무 마운령에 무성하고
鬪雪紅葩滿磵香       눈과 다툰 붉은 꽃이 시내 가득 향기롭다
畫堂簇簇繞雄殿       채색한 법당은 빽빽하게 대웅전을 두르고
堂前繡佛御中央       법당엔 자수 부처님 한가운데 모셔졌네
琱櫳碧紗何時綻       채색한 창 푸른 비단191)은 언제 틈 벌어졌나
風射玉燭冷搖光       바람 불자 옥 촛대가 차갑게 흔들리네
誰換淨紙洗塵暗       그 누가 청정한 종이 바꿔 업보를 씻어 내리
沃州高士靑雲郞       옥주의 고명한 선비 청운랑이라
輝光受朝日亮        찬란한 빛 받아 아침 해 명량하고
金璧朱翠顯巖莊       붉고 푸른 금빛 벽은 장엄을 드러낼 때
善信男女欣瞻仰       선하고 믿음 있는 사람들 기쁘게 우러러보니
個個蒙益除𠎝殃       모두가 재앙 없애는 이익을 입으리라
六度萬行檀居首       육도만행에 보시가 으뜸이라
福海壽山洗難量       바다와 산 같은 복과 수명 씻겨도 한량없네
暮鼓朝鍾淸夜梵       아침 법고 저녁 종성, 맑은 밤 범종 소리
香徹雲衢天外揚       사른 향은 구름 뚫고 하늘 밖 드날리네
諸天聞之同隨喜       제천이시여 이를 듣고 수희심 함께하여
永使檀家來百祥       단월들 집안마다 온갖 복 내리소서
대광명전 불전 등촉계안서大光明殿佛前燈燭契案序
해는 낮에는 빛나지만 긴 밤의 어둠은 깨뜨리지 못하고, 달은 밤에는 밝지만 어두운 방의 어둠은 사라지게 하지 못한다. 어두운 방의 어둠을 사라지게 하고 긴 밤의 어둠을 깨뜨리는 것은 오직 등불만 할 수 있다. 등불의 시의時義192)함이 원대하도다. 무릇 해가 밝으나 비와 구름이 가리고, 달이 밝으나 그믐과 초하루가 끼어 있다. 등불의 밝음은 비와 구름, 그믐과 초하루의 간섭이 없어 장명등長明燈이나 무진등無盡燈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것이 바로 해와 달의 밝음이 도리어 등불에 미치지 못한 바이다. 또한 어두운 법당 내에서 부처님(聖儀)을 비추며,

012_0518_c_01L莫數丹山雲澗月滿鍾雷笑可延年

012_0518_c_02L
申承旨白坡居士題 [196]

012_0518_c_03L
松風檜雨到來初急引銅瓶移竹爐

012_0518_c_04L待得聲聞俱寂后一甌春雪勝醍醐

012_0518_c_05L

012_0518_c_06L大法堂窓糊契按序草衣中孚子

012_0518_c_07L
室之有窓如人之有目目無翳而能見
012_0518_c_08L亦猶窓有紙而能明也 [197] 有翳人之病
012_0518_c_09L窓無紙室之病也目之病艱於視
012_0518_c_10L室之患所係多端風射而塵𡋯盈室
012_0518_c_11L歲寒而霰雪透入雖玉几金牀銀屛列
012_0518_c_12L綉縟補前人不得安處于中可不
012_0518_c_13L謂之弊屋乎唯土壁藁 [198] 竹戶繩樞
012_0518_c_14L能得糊紙而防風御雪可以安居而穩
012_0518_c_15L宿可不謂之全屋乎由是觀之則窓
012_0518_c_16L糊之關重大且遠矣本寺大法堂之長
012_0518_c_17L窓巨戶塗紙甚艱有時乎風伯挾雪
012_0518_c_18L雨師乘風殿內之睟容妙好亦不免於
012_0518_c_19L漫漶之預沃州郡有孫公寛孝淸信之
012_0518_c_20L士也痛念寺勢之零替而大法堂窓紙
012_0518_c_21L之難繼也與境內隣縣諸賢信士互相
012_0518_c_22L勸發一言風馳衆諾草偃各捐財略
012_0518_c_23L聚爲貿紙之本而爲年年窓糊之計
012_0518_c_24L此盛契之所以成也遂列芳啣于左

012_0519_b_01L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한밤에 여러 가지 현묘함(衆妙)193)이 나타나며, 부처님의 가르침(聖敎)을 열심히 읽는 이들에게 광형匡衡이 벽을 뚫는 어려움194)을 없게 하며, 어두운 밤 활과 화살을 끼고 있는 자에게는 율의律儀를 따라서195) 돌이켜 반성하는 이익이 있다. 이는 또한 연등의 조화가 무궁한 것이다. 그러나 연등은 유촉油燭을 본체로 하는데, 본체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곧 그 빛을 드러낼 방법이 없다.
이 대광명전大光明殿은 새로 지은 지 오래지 않은데도 불등의 본체가 이지러져서 빛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유찬宥粲 스님이 발원하고 재물을 모아 불등 본체의 근본으로 삼고 해마다 이자를 받아 유촉의 비용으로 마련하였다. 또 매년 관음재일에 깨끗한 공양을 마련하여 부처님 전에 드려 계원들의 수명과 복을 늘리기를 기도하였다. 이로부터 불등이 본체를 갖추어 길이 밝은 빛이 있게 되었으니, 시주한 집안마다 상서로움이 늘어나고 무궁한 복락을 누리기를, 그리고 현세에서는 인간 세상의 빛나는 곳을 받고 후세에는 천상의 쾌락에 감응하기를 어찌 미리 기쁘게 우러르지 않겠는가? 이제 아름다운 이름을 아래에 적어 아침저녁으로 복을 비는 자료로 삼는다.
대둔사 만일암기(大芚挽日菴記)196)【정약용 다산거사197)
열흘 만에 버리는 것은 누에고치요, 여섯 달 만에 버리는 것은 제비 집이요, 1년 만에 버리는 것은 까치집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둥지를 경영하고 얽어 만드는 것을 보면 혹 창자를 뽑아 실을 만들고, 혹 침을 토해 내어 진흙을 이기며, 혹 풀과 볏짚을 어렵사리 얽느라고 입이 헐고 꼬리가 떨어져도198) 피곤한 줄 모른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그 지혜를 얕게 여기고 그 생을 애처롭게 여기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비록 화려하게 꾸민 붉은 정자와 푸른 누각도 손가락 퉁기는 사이에 재와 먼지가 되니, 우리들이 집 짓는 계획도 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들이 백 년을 기약하여 살다가 버리게 하더라도 오히려 그렇게 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수명의 길고 짧음이 일정하지 않음에랴. 우리들이 반드시 처자를 보살피고 후손199)에게 전한다 해도 오히려 그렇게 하기 어렵거늘

012_0519_a_01L爲晨夕祝釐之資又頌加陀以爲是契
012_0519_a_02L之勝事云爾頌曰

012_0519_a_03L珍洲琹縣兩相望碧波萬頃中橫長

012_0519_a_04L南巒叢翠揷雲漢中藏三韓古道場

012_0519_a_05L五百茄藍居第一三千裨補無與方

012_0519_a_06L萬古靈仙之窟宅巖屛千疊雲錦張

012_0519_a_07L凌冬碧樹摩雲茂鬪雪紅葩滿磵香

012_0519_a_08L畫堂簇簇繞雄殿堂前繡佛御中央

012_0519_a_09L琱櫳碧紗何時綻風射玉燭冷搖光

012_0519_a_10L誰換淨紙洗塵暗沃州高士靑雲郞

012_0519_a_11L1)輝光受朝日亮 [5] [199] 金璧朱翠顯巖 [200]

012_0519_a_12L善信男女欣瞻仰個個蒙益除𠎝殃

012_0519_a_13L六度萬行檀居首福海壽山洗難量

012_0519_a_14L暮鼓朝鍾淸夜梵香徹雲衢天外揚

012_0519_a_15L諸天聞之同隨喜永使檀家來百祥

012_0519_a_16L

012_0519_a_17L大光明殿佛前燈燭契案序

012_0519_a_18L
日昱晝而不能破長夜之昏月昱夜而
012_0519_a_19L不能消暗室之㝠能消暗室之㝠而破
012_0519_a_20L長夜之昏者唯燈能之燈之時義遠矣
012_0519_a_21L夫日之明而雲雨掩之月之明而晦
012_0519_a_22L朔間之燈之明無雲雨晦朔之間
012_0519_a_23L有長明無盡之號是則日月之明返有
012_0519_a_24L未及於燈者也且照聖儀於㝠殿之內

012_0519_c_01L하물며 머리 깎고 먹물 옷 입은 승려임에랴. 승려가 집을 고치는 것은 본디 자신을 위해 꾸미는 것이 아님을 알겠노라.
두운斗云 스님이 그 집을 새로 수리하고 넓혀 준공을 한 후 다산의 초당으로 나를 방문하여 말하였다. “이 지역에 있는 절들은 마치 바둑판에 바둑알을 펼쳐 놓은 것 같아서 종과 북소리가 서로 들리니, 가는 곳마다 내 방이 아님이 없습니다. 게다가 내 머리도 이미 듬성듬성해졌는데, 내 비록 어리석으나 어찌 이 일을 하겠습니까? 애오라지 잘 수리하여 후세들에게 남겨 주려는 것입니다.” 나는 그 말을 옳다 여기고 그 절 이름을 물어보니 두륜산頭輪山 만일암挽日庵이라 하였다.
철경당게掣鯨堂偈【서문과 함께】200) - (다산 정약용)
‘경鯨’(고래)은 ‘경勍’이니 그 힘이 굳셈을 말하며, ‘경鯨’은 ‘강疆’이니 그 등뼈가 강함을 말한다. 고래가 바다를 휘달릴 때 숨을 토하면 우레가 되고 물을 뿜으면 무지개가 된다. 큰 배를 삼킬 때는 노니는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는 것 같고, 큰 파도를 헤치고 나아갈 때는 하늘을 나는 새가 창공을 능멸하는 것 같다. 한 번 거동하면 만 리를 가는데 깊은 바다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바야흐로 그때는 비록 용백龍伯201)이 낚시를 던지고, 소열蘇烈202)이 낚싯줄을 잡아도 그 누가 잡아당겨 되돌아오게 할 수 있겠는가? 신훈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면, 육근이 앞에서 잡아당기고 오탁이 뒤에서 밀며, 번뇌가 피어올라 하늘을 가리고, 마장이 좌우에서 희롱(揶揄)하는데, 절룩거리면서도 용맹하게 가는 것이 마치 큰 고래가 곧장 바다를 향해 내닫는 것과 같다. 아, (스스로 갖추고 있는) 진여가 미약하다면 이를 끌어당겨 되돌릴 수 있겠는가? 능히 끌어당겨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이는 맹분孟賁과 하육夏育203)도 짝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응언應彥 스님은 아암 혜장兒庵惠藏의 문도인데, 용감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대중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기를 “우리 스님에게 비결이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받았으니, 나는 능히 그것을 끌어당길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후 대중들은 스님의 말을 따라 ‘철경’ 스님이라고 불렀다. 자하산인紫霞山人204)이 그 말을 듣고

012_0519_b_01L現衆妙於玄夜之中使勤閱聖敎者
012_0519_b_02L匡衡穿壁之艱暗挾弓矢者有卽律回
012_0519_b_03L省之益此又然燈者化無窮也然燈
012_0519_b_04L以油燭爲體體未具則用無所現其光
012_0519_b_05L此大光明殿新建未久佛燈虧體
012_0519_b_06L光用難繼有比丘宥粲發願求財
012_0519_b_07L燈體之本年年取息備油燭之價
012_0519_b_08L於每年觀音齋日爲設淨供獻於佛前
012_0519_b_09L爲契員祈延壽福從此佛燈具體而有
012_0519_b_10L長明之光施家延祥而亨無窮之福
012_0519_b_11L現受人間之光處後感天上之快樂
012_0519_b_12L不預爲欣仰也遂列芳啣于左以爲晨
012_0519_b_13L夕祝釐之資

012_0519_b_14L

012_0519_b_15L大芚挽日菴記丁若慵茶山居士

012_0519_b_16L
十日而弃者蚕之繭也六月而弃者
012_0519_b_17L燕之窠也一年而弃者鵲之巢也
012_0519_b_18L而方其經營而結搆也或抽膓爲絲
012_0519_b_19L吐涎爲泥或拮据茶 [201] 口瘏尾譙而莫
012_0519_b_20L知疲人之見之者無不淺其知而哀
012_0519_b_21L其生雖紅亭翠閣殫指灰塵吾人室
012_0519_b_22L屋之計無以異是也使吾人必百年而
012_0519_b_23L弃之猶不足爲矧脩短未定哉使吾
012_0519_b_24L人必廕其妻孥傳之雲仍猶不足爲

012_0520_a_01L장하게 여겨 게송을 지어 주었다. 그 가사는 이와 같다.

生物之大無如鯨       살아 있는 생물 중 고래만 한 것은 없지
齒若雪山鰭金城       이빨은 설산이요 지느러미는 금성 같아
仰鼻噓吸倒滄瀛       코를 들어 숨을 쉬면 큰 바다 뒤집히고
朱趐翕張霹靂聲       붉은 꼬리(朱翹)205) 횃대질하면(올렸다 내리면) 벼락소리 나는구나
蒲牢振布海若驚       포뢰206) 화들짝 달아나니 바다가 놀란 듯하고
濤山直立坤軸傾       파도가 산처럼 곧추서니 지축이 기우는 듯
有夫癯枯毛骨淸       마르고 여윈 한 사내 기골이 청아한데
獨立岸上愁屛營       홀로 언덕 위에 근심 겨워 서성이네207)
有尾如髮籰車榮       수염 같은 눈썹을 작은 얼레208)에 감아서
因風吹去其飛輕       바람에 후 부니 가볍게도 날아가네
黏鯨之尾無相櫻       고래 꼬리에 착 붙어 당김도 하나 없이
順受提掣如孩嬰       순순히 사로잡혀 아이같이 끌려오네
鉗龍絡虎不足并       용 잡고 범 묶는 일 이에 비할 바 되랴
瓠巴長庚堪齊名       호파209) 장경210)과 이름 나란히 할 듯
本然微弱五蘊勍       본연은 미약하고 오온은 강하나니
有能掣者斯豪英       능히 이를 다잡을 이 그가 바로 호걸영웅
철우당게掣鯨堂偈【서문과 함께】211) - (다산 정약용)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지수화풍(四大)이 변화하여 물物에 닿으면 형체가 이루어진다. 허깨비 바탕이 비록 아름답지만 본체가 더욱 존귀하다. 그러므로 토우212)는 겨울을 보내고, 석우213)는 비를 부르며, 목우214)는 검각釰閣215)으로 양식을 나르며, 금우216)는 동정호로 험한 길을 오른다. 이들은 터럭과 혈액이 필요하지 않으니, 신령한 소(靈牯)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요 태능217)의 시에 “뿔 없는 철우가 허공을 오를 적, 꼬리 치고 머리 흔드니 눈 쌓인 고갯마루 바람이 이네.”라고 하였으니, 이는 오묘한 깨달음의 말이다. 사문 표운218)은 질박하고 겉치레가 없어 그 본바탕을 잘 보전하였기에 비구 대중들이 그를 ‘철우 선사’라 하였다. 게송은 이러하다.

頭在黃河南         머리는 황하 남쪽
尾在黃河北         꼬리는 황하 북쪽
千人鞭不動         천 명이 채찍 해도 움직임 없고
六丁挽不得         육정219)이 당겨도 꼼짝 안 하네
是爲奇異獸         이것 참 기이한 동물
色空空則色         색즉시공 공즉시색
無號又无角         이름 없고 뿔도 없으나
背負千鈞力         등에는 천균220)의 힘 짊어진다네
不似泥牛體         진흙 소 몸과 다르게
入水隨水泐         물에 들어가면 물 따라 갈라지네
不似李軍頭         이군두221)와 다르게
再號旋風黑         두 번 부르면 검은 회오리바람 이네

012_0519_c_01L矧剃染爲僧哉僧之 [202] 繕室屋者其非自
012_0519_c_02L爲身謀可知也浮屠斗云新其室而大
012_0519_c_03L [203] 過余于茶山之舘而語之曰
012_0519_c_04L若之存域中者如棊布秋 [204] 鐘鼓之聲
012_0519_c_05L相聞無適而非吾室也而吾之髮已種
012_0519_c_06L吾雖愚豈爲是哉聊繕之以遺後
012_0519_c_07L [205] 善其言而識之詢其室曰頭輪
012_0519_c_08L山之挽日庵也

012_0519_c_09L

012_0519_c_10L掣鯨堂偈并引

012_0519_c_11L
鯨者勍也其力勍也 [206] 彊也
012_0519_c_12L脊彊也鯨之奔於海也吼氣成雷
012_0519_c_13L水爲虹呑巨艦如游魚之仰餌排洪波
012_0519_c_14L如飛鳥之凌空一擧萬里溟渤生風
012_0519_c_15L方其時也雖龍伯投其釣蘇烈操其緡
012_0519_c_16L誰能掣而還之哉新薫 [207] 之見物也六根
012_0519_c_17L挽乎前五濁推乎後塵勞堀堁以蔽天
012_0519_c_18L魔障揶𤻍 [208] 而左右踸踔勇徃若長鯨之
012_0519_c_19L直走眞如之微弱掣而還之否
012_0519_c_20L掣而還之斯賁育弗能耦矣沙門應彥
012_0519_c_21L兒庵藏公之徒也悍然攘其捥而號於
012_0519_c_22L衆曰吾師有訣吾有所受之吾能掣
012_0519_c_23L衆從而呼之曰 [209] 掣鯨紫霞山人聞其
012_0519_c_24L此句疑脫一字{編}

012_0520_b_01L不念阿彌陀         아미타불 염하지 않으면
不願極樂國         극락 가기 원치 않는 것
回向紫霞山         자하산에 머리 돌리니
欣慕無終極         흠모하는 정 끝이 없구나
현해탑명縣解塔銘222) - (다산 정약용)
살아서는 가선대부 벼슬을 하였고, 죽어서는 현해라 호를 붙였으니, 두륜산의 모윤 스님이시다. 살아서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죽어서는 사리를 남기셨도다. 살아서는 재물이 풍족하였고 죽어서는 맑은 이름 남기셨으니, 논자들이 기이하다 평을 하였다. 명銘은 다음과 같다.

骨無超塔斯屹        사리탑으로 이보다 높은 것 없었네
跡則然理難詰        자취가 그러하니 이치 따지기 어렵네
은봉당 제문223) - (다산 정약용)
殻純美弃而去。 噫      순박하고 아름다운 육신 버리고 가셨네, 아.
屋精敝弃而去。 噫      화려하고 넉넉한 집 두고 가셨네, 아.
山回抱弃而去。 噫      빙 두른 산 버리고 가셨네, 아.
鼓寂寂不復鼓。 噫      법고 소리 고요해져 들리지 않네, 아.
鐸寥寥不復鐸。 噫      목탁 소리 쓸쓸해져 들리지 않네, 아.
蓮花世界在何處。 噫     연화세계 그 어디인가, 아.
尙饗            흠향하소서.
 
표충사 제문表忠祠祭文224) - (다산 정약용)
삼가 생각하건대, (서산 대사 휴정225)께서는) 선정과 지혜를 다 갖추시고 충성과 의리를 모두 드높이셨습니다. 대덕(휴정)께서 가르침을 주시고 두 제자(유정, 처영) 무리가 종풍을 이으셔서 적군을 사로잡은 공이 매우 컸습니다. 임금께서 그 공을 기억하시어 정이鼎彝226)에 아로새기고 제사 올려(俎豆)227) 이를 높이셨습니다. 봄꽃이 피어나니 슬프고 그리운 마음 더욱 깊어집니다. 이에 향기로운 제수(嘉薦)와 곡물(普淖)을 올리고, 그 법식은 임금께서 내리신 의전대로 행하옵니다. 삼가 홍제존자 사명당 선사(유정228))와 우세존자 뇌묵당 선사(처영229))를 좌우에 배향합니다. 흠향하소서.
선문답禪問答 - (다산 정약용)
“순淳은 모름지기 번뇌를 시원하게 벗어나야 한다.”
“순詢은 모름지기 실지를 밟아야 한다.”
“훈訓은 모름지기 깨달음의 관문을 뚫고 가야 한다.”
순淳이 물었다.
“어떤 것이 번뇌를 시원하게 벗어나는 것입니까?”

012_0520_a_01L言而壯之授之以伽陀之詞其辭曰

012_0520_a_02L生物之大無如鯨齒若雪山鰭金城

012_0520_a_03L仰鼻噓吸倒滄瀛朱趐 [210] 翕張霹靂聲

012_0520_a_04L蒲牢振布海若驚濤山直立坤軸傾

012_0520_a_05L有夫癯枯毛骨淸獨立岸上愁屛營

012_0520_a_06L有尾 [211] 如髮籰車榮因風吹 [212] 去其飛輕

012_0520_a_07L黏鯨之尾無相櫻 [213] 順受提 [214] 掣如孩嬰

012_0520_a_08L鉗龍絡虎不足并瓠巴長庚堪齊名

012_0520_a_09L本然微弱五蘊勍有能掣者斯豪英

012_0520_a_10L

012_0520_a_11L鐵牛堂偈并引

012_0520_a_12L
如是我聞四大之變觸物成形幻質
012_0520_a_13L雖美本體更尊故土牛送寒石牛招雨
012_0520_a_14L木牛輸粮於釰閣金牛躡險於洞庭
012_0520_a_15L必尾 [215] 血者爲靈牯也故逍遙太能之詩
012_0520_a_16L鐵牛無角陟虛空擺尾搖頭雪嶺風
012_0520_a_17L妙悟之言也沙門表云撲實無華保其
012_0520_a_18L本質比丘大衆號之曰鐵牛禪師偈曰

012_0520_a_19L頭在黃河南尾在黃河北

012_0520_a_20L千人鞭不動六丁挽不得

012_0520_a_21L是爲奇異獸色空空則色

012_0520_a_22L無號又无角背負千鈞力

012_0520_a_23L不似泥牛體入水隨水泐

012_0520_a_24L不似李軍頭再號旋風黑

012_0520_c_01L
대사가 말하였다.
“가을 구름에 흐르는 한 조각 달이로다.”
순詢이 물었다.
“어떤 것이 실지를 밟는 것입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왕성에 가득 날리도다.”
훈訓이 물었다.
“어떤 것이 깨달음의 관문을 깨치고 나가는 것입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차가운 연못에 새 그림자 지나간다.”
고성암230) 모연문高聲庵募緣文 - (다산 정약용)
삼가 생각하니, 백성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고을(邑)이요, 고을이 의지하는 것이 산이다. 천촌만락이 금성金城을 우러러 중심으로 삼고, 겹겹의 누각은 푸른 산에 의거하여 터를 이룬다. 그러한즉 백성을 보호하는 이는 반드시 그 고을의 터를 살펴보고, 고을을 살피는 이는 반드시 그 산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형세이다.
오직 이 암자는 실로 우두산牛頭山에 터를 내렸는데, 본 읍(강진읍)에 있으며 본래 용맥龍脈이라 불렸다. 두 봉우리가 마치 뿔과 같아, 어느 신통한 스님은 풀을 씹는 형국이라 지적하였다. 또 구포九浦를 앞에 마주하고 있어, 어느 도사는 (용이) 샘물을 마신다는 비결祕訣을 전하였다. 포뢰蒲牢(종)231)가 저녁에 울리면 봄 낮잠을 깨어 밭 갈 일 재촉하고, 목어(木鯉)가 새벽에 울리면 가을 타작마당을 쓸어232) 수확을 한다. 지령地靈과 인걸이 모두 함께 음덕을 입고, 들 농사 산 농사가 다 순조롭게 적절한 도움을 얻는다. 그런데 이 절은 불행히도 대들보가 부러지고 용마루가 꺾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아, 계곡 물과 숲이 부끄러워하도다. 박달나무 발우가 밤사이 달아나니 돌 창고에 능能 스님의 절굿공이가 (먼지 끼고), 오동나무 악기가 저녁에 끊어지니 금모래에 총聰 노인의 거문고가 상하는구나. 황혼에 박쥐가 날아다니니 옛 스님은 눈물을 쏟아 내고, 대낮에 도깨비들 오르내리니 지나가는 길손은 탄식을 머금는구나.
죽으로 연명하는 우리 잔생殘生들은 쭉정이와 겨 같은 천한 존재이나 조용히 새 부리로 바다를 메울233)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을 도모하는 뜻은 비록 간절하지만 이는 거의 모기의 등에 산을 짊어지는 것과 같으니, 어찌 일을 일으키는 데까지 힘을 이어갈 수 있을는지요.
엎드려 비노니, 18방坊의 여러 군자들이여, 기존 여러 섬의 모든 어르신들이여. 고을 터의 중함을 깊이 생각하시어 흔쾌히 가벼운 진찰塵刹을 기부하십시오. 인애의 마음을 크게 베풀어 큰돈을 시주하십시오. 그리하면 푸른 기와와 붉은 처마가 환연히 가람을 생색나게 할 것입니다.

012_0520_b_01L不念阿彌陀不願極樂國

012_0520_b_02L回向紫霞山欣慕無終極

012_0520_b_03L

012_0520_b_04L縣解塔銘

012_0520_b_05L
生而嘉善其爵死而縣解其號者頭崙
012_0520_b_06L山僧慕閠也生而齧肥死而超骨
012_0520_b_07L而高貲死而淸名論者奇之銘曰
012_0520_b_08L無超塔斯屹跡則然理難詰

012_0520_b_09L

012_0520_b_10L隱峰堂祭文

012_0520_b_11L
殻純美弃而去屋精敝 [216] 弃而去
012_0520_b_12L回抱弃而去鼓寂寂不復鼓鐸寥
012_0520_b_13L [217] 不復鐸 [218] 蓮花世界在何處尙饗

012_0520_b_14L

012_0520_b_15L表忠祠祭文

012_0520_b_16L
伏以定慧具列忠義并隆大德授旨
012_0520_b_17L二徒承風獲醜孔阜王用記功鼎彜
012_0520_b_18L [219] 爼豆斯崇春物敷業 [220] 悵慕愈緬
012_0520_b_19L喜薦淖 [221] 式宣寵典謹以弘濟尊者泗溟
012_0520_b_20L堂禪師佑世尊者雷默堂禪師配食
012_0520_b_21L于左右尙饗

012_0520_b_22L

012_0520_b_23L禪問答

012_0520_b_24L
淳也須洒脫塵勞詢也須踐蹋實地
012_0520_b_25L也須超透悟關淳問如何是灑脫塵勞

012_0521_a_01L금빛 벼,234) 옥 같은 쌀 등 저장해 둔 곡식을 쌓아 올려 상서로움을 바칩시다. 이것이 어찌 한 절의 승려가 큰 은혜를 더하고자 함이겠습니까. 만가萬家의 고을에 이름난 터를 영원히 올리기 위함입니다. 무릇 보고 듣는 가운데 기쁨이 넘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마침내 큰 서원을 이루게 될 것이니, 큰 기쁨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아암235) 만시(挽兒菴) - (다산 정약용)
墨名儒行世俱驚       승려 이름에 유자 행실 세상 모두 놀랐는데236)
怊悵華嚴舊主盟       슬프다 화엄법회의 옛 맹주여
一部魯論頻盥手       『논어』 한 권을 손 씻어 자주 보고
九家周易細硏精       아홉 대가237) 『주역』을 정밀하게 연찬했네
凄凉破衲風吹去       해진 가사 처량하게 바람에 날아가고
零落殘灰雨洒平       불 꺼져 시든 재는 비에 씻겨 흘러가네
帳下沙彌三四五       장막 아래 제자들 사미승 서넛
攀輀猶復喚先生       상여를 부여잡고 목 놓아 부르도다
또(又) - (다산 정약용)
淨掃鐘山十笏房       종산의 십홀 방238)을 정결히 소제한 후
爲君料理水雲鄕       그대 위해 수운향239)을 그려 보았소
溪留瓔珞穿花經       계곡엔 염주(영락) 놓고 『화엄경』 읽고
渚繫袈裟汎月航       모래섬엔 가사 걸어 놓고 달 띄워 놓았다오
素約只今魚墨幻       과거의 약속 지금은 허깨비 어묵이요
碧天無際鴈聲凉       넓고 넓은 푸른 하늘엔 기러기 소리 처량하오
尻輪風馬無行蹟       꽁무니 수레 탄 바람 말240)은 행적 없으니
淚洒長春第五章       긴 봄 눈물 흘리며 다만 5장의 시 지을 뿐
성묵 선사찬聖默禪師贊【백파거사241)
祗樹入晦           기수242) 어두워지자
曇花浮紅           우담바라 붉어졌네
色卽是空           색이 곧 공이로다
慈雲沉海           자비의 구름 바다에 지자
月反高穹           달이 창천에 떠오르네
相亦是空           형상 역시 공이로다
性宇寂默           성품이 고요하여
紫垣流通           자원성243)에 두루 통하네
心是空空           마음이 공공244)이로다
錦袈白拂           비단 가사 하얀 불자에
篆香微籠           향 연기 가늘게 퍼지네
影是空空           그림자가 공공이로다
호의 선사245)찬縞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衣之縞見心素         흰빛의 옷으로 마음 바탕 보여 주고
名以悟思義顧         깨달음이라 이름하여 뜻을 돌아보게 하네
形癯而骨淸          몸은 여위었으나 기골은 맑으니
宜爾是菩提樹         의연히 보리수와 같고
眉秀而瞳朗          눈썹은 수려하고 눈동자는 맑으니
完爾是彌陁塑         완연히 미타불 조각 같네
桂華之鞠夢兮         계수나무 꽃을 태몽으로 꾸니246)
幻丁威於表柱         정영위丁令威가 화표주華表柱에247) 환생한 듯하고

012_0520_c_01L師曰秋雲一片月詢問如何是踐蹋
012_0520_c_02L實地師曰飛滿帝城訓問如何是超
012_0520_c_03L透悟關師曰鳥影度寒塘

012_0520_c_04L

012_0520_c_05L高聲庵募緣文

012_0520_c_06L
伏以民之所重者邑之所依者
012_0520_c_07L萬落千村仰金城而爲極重樓疊閣
012_0520_c_08L跨碧峀而成基然則保民者必顧其邑
012_0520_c_09L顧邑者必勝其山此自然之勢也
012_0520_c_10L玆菴實據牛頭在本邑素稱龍脉
012_0520_c_11L峯如角神僧指齕艸之形九浦當頭
012_0520_c_12L道士傳飮泉之訣蒲牢夕吼警春睡而
012_0520_c_13L催𫅹木鯉晨鳴滌秋場而收獲地靈
012_0520_c_14L人傑咸被陰功野稼山農率由宜佑
012_0520_c_15L不幸樑摧而棟折嗟乎澗愧而林慚
012_0520_c_16L鉢宵奔1) [6] 能師之杵桐徽暮絕
012_0520_c_17L沙毁聰老之琴飛蝙蝠而黃昏舊僧流
012_0520_c_18L騰魎魈於白日過客齎咨貧道等
012_0520_c_19L粥飯殘生粃糠賤品竊慕禽咮之塡海
012_0520_c_20L志雖切於圖功殆同蚊背之負山力奈
012_0520_c_21L綿於興役伏願十八坊諸君子旣諸島
012_0520_c_22L僉尊位深念邑基之重快捐塵刹之輕
012_0520_c_23L大發仁心洪施巨貨則碧瓦朱欞
012_0520_c_24L「廠」下疑脫一字{編}

012_0521_b_01L蓮潭之贊文兮         연담에게 연찬하고
繩法戒於玩虎         완호에게 법계를 이어받았네
望期頤而歸眞兮       구십일 세(期頤)에 열반(歸眞)하셨고
乘八九而僧臘度       칠십이 세의 법랍으로 입적하셨네
慧月秋空           지혜의 달 가을 하늘에 빛나고
曇花夜雨           우담바라 밤에 내리니
眞乎影耶           참모습인가 그림자인가
我不知自身之所寓      나는 내 몸이 머무는 곳 알 수가 없네
唯有曉磬寒風燈一炷     다만 새벽 종소리 차가운 바람에 등불 한 심지 올릴 뿐
하의 선사248)찬荷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子之衣兮荷製         그대의 옷은 연잎으로 만들고
尙錦袈而長曳         비단 가사 더하여 길게 끄셨도다
完其容裔           그 아름다운 모습 완비하였네
子之心兮止定         그대의 마음은 선정에 머무르고249)
證貝葉於三乘         불경(貝葉)을 삼승에 증명하셨도다
老而慧應           늙을수록 지혜가 응하셨도다
虎留皮兮蓮遺芳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연꽃은 향기를 남기네
列眞影以相傍         여러 대사 진영 곁에 나란히 두니
七分有光           그 진영(七分)250) 빛이 나도다
초의 선사251)찬草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師來卽空 其去亦空      대사가 온 것도 공이요, 떠난 것도 공이로다
空來空去 空將亦無      공으로 왔다가 공으로 가니, 공 또한 장차 없어지리라
同一幅丹靑 强留神丰    한 폭의 그림252)에 훌륭한 풍채 남겼으나
儼然天竺 本無其蹤      엄연한 천축의 모습은 본래 그 자취 없도다
撈之掬之 水月松風      건져 내고 움켜쥐나 물속의 달이요 소나무 바람이라
師在不在 孰謂始終      대사여 있는가 없는가. 그 누가 처음과 끝을 알려 주리
철선 선사253)찬鐵船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一覺泥融           마음은 깨달아 번뇌의 땅이 녹고
捨身矻矻           몸은 아끼지 않고 수행에 힘썼으니
銀山鐵壁           은산철벽254)
迷津寶筏           미혹의 나루터에 보배 뗏목이라
黃梅遺鉢           황매255)가 남긴 발우
道像尙存           도상 아직 남아 있으니
玉帶相照           옥대가 서로 비추어
永鎭山門           영원히 산문을 지키리라
운파 선사256)찬雲坡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菩樹秋坡           보리수 가을 언덕에
白雲相隨           흰 구름 따르는데
雲自常淡           구름 본디 늘 담박하여
白亦不緇           하얗고 검지 않네
寄心蘧蘆           마음은 거로蘧蘆257)에 끼쳐 두고
托跡牟尼           발자취는 불가(牟尼)에 의탁했네
問何消瘦           묻노니 왜 그리 수척해졌소
緫緣慈悲           이 모두 자비에 인연한 거라
美痾侵髓           숙병이 골수에 침노한 듯
淸愁滿眉           맑은 근심 눈썹에 가득하네
七分依俙           진영의 모습 참 닮았는데
子眞是誰           그대 진정 누구신가
견향 선사258)찬見香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012_0521_a_01L伽藍而生色金穰玉粒峙窖粟而呈祥
012_0521_a_02L豈唯一寺之僧叨沾大惠抑亦萬家之
012_0521_a_03L永奠名基凡在瞻聆莫不欣聳
012_0521_a_04L遂大願不勝幸甚

012_0521_a_05L

012_0521_a_06L挽兒菴

012_0521_a_07L
墨名儒行世俱驚怊悵華嚴舊主盟

012_0521_a_08L一部魯論頻盥手九家周易細硏精

012_0521_a_09L凄凉破衲風吹去零落殘灰雨洒平

012_0521_a_10L帳下沙彌三四五攀輀猶復喚先生

012_0521_a_11L

012_0521_a_12L
淨掃鐘山十笏房爲君料理水雲鄕

012_0521_a_13L溪留瓔珞穿花經渚繫袈裟汎月航

012_0521_a_14L素約只今魚墨幻碧天無際鴈聲凉

012_0521_a_15L尻輪風馬無行蹟淚洒長春第五章

012_0521_a_16L聖默禪師贊白坡居士

012_0521_a_17L
祗樹入晦曇花浮紅色卽是空慈雲
012_0521_a_18L沉海月反高穹相亦是空性宇寂默
012_0521_a_19L紫垣流通心是空空錦袈白拂篆香
012_0521_a_20L微籠影是空空

012_0521_a_21L縞衣禪師贊

012_0521_a_22L
衣之縞見心素名以悟思義顧形癯而
012_0521_a_23L骨淸宜爾是菩提樹眉秀而瞳朗
012_0521_a_24L爾是彌陁塑桂華之鞠夢兮幻丁威於

012_0521_c_01L
九疇靈苗           아홉 이랑259)의 신령한 싹
燁然優曇           우담바라로 활짝 피었네
芬襲草衣           초의 선사의 향기 스미고
漪華潭            화담 선사의 물결에 적셨네觀心赤蓮           붉은 연꽃을 마음으로 관하여
薏翠含中           푸른 연꽃 그 안에 머금네
發爲天香           피어올라 하늘 향기 풍기니
乃見眞工           이로써 참된 솜씨 보이도다
萬籟空寂           만뢰260)가 텅 비어 고요하고
唯有淸薫           오직 맑은 훈향 있을 뿐이네
慧月澄泓           지혜의 달 맑고 깊어
留作七分           진영에 남아 전하누나
청신암에서(題淸神菴) - (백파거사 신헌구)
滿山蒼翠入秋闌       온 산 가득 청록이 가을 문턱 들어서자
久客心神欝未寛       오랜 길손 마음 답답 펴지지 않은 터에
短履行尋蘭若去       짧은 지팡이로 길을 나서 절집 찾아드니
松風溪雨自淸寒       솔바람과 시내 빗소리 저절로 청한하다
신월암에서(題新月菴) - (백파거사 신헌구)
十里松林一逕開       십 리 솔숲을 한 줄기 오솔길로 여니
淸溪白石自榮廻       맑은 계곡 하얀 돌들 제냥 둘러 있어라
西峯先得初生月       서쪽 봉우리에서 먼저 초승달 떠올라
偏照釋王明鏡臺       석왕의 명경대를 유독 비추는구나
명적암에서(題明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秋樹陰濃夕氣淸       그늘 짙은 갈 숲에 석양 기운 청아한데
百年孤佛一燈明       백 년의 외론 부처 등불 하나로 밝혔구나
羣山萬壑齊空寂       온 산 온 골짝이 모두 다 공적한데
唯有寒浮鳥自聲       차갑게 떠 있는 저 새만 제냥 우는구나
적련암에서(題赤蓮菴) - (백파거사 신헌구)
金粟觀心是赤蓮       등불261) 심지 관하니 붉은 연꽃이요
銀塘花發露珠圓       은빛 연못에 꽃 피니 이슬은 둥근 구슬
萬松秋雨孤菴夜       가을비 내리는 솔숲 한밤의 암자에서
惟見寒香散似烟       차가운 향기 연기처럼 흩어짐을 바라볼 뿐
심적암에서(題深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深庵寂寂隱林梢       고요한 깊은 암자 숲속에 숨어 있어
濃翠踈紅雨後交       짙푸른 산 빛 성긴 꽃 빛 비 내린 후 섞여 있네
老釋雙來如瘦鶴       여윈 학처럼 늙은 스님 둘이서 함께 오니
法門昆弟是同胞       법문의 형제로서 같은 핏줄일세
도선암에서(題道仙菴) - (백파거사 신헌구)
仙菴迎佛晩燒香       선암에서 부처 뵙고 느지막이 향 사르니
萬樹斜陽磬語長       노을 진 온 숲에 경쇠 소리 유장하다
活水眞源明似鏡       고요한 물 참된 근원은 흡사 맑은 거울
巖間幽籟自淸凉       바위틈 그윽한 소리는 절로 청량하구나
진불암에서(題眞佛庵) - (백파거사 신헌구)

012_0521_b_01L表柱蓮潭之贊文兮繩法戒於玩虎
012_0521_b_02L望期頤而歸眞兮乘八九而僧臘度
012_0521_b_03L月秋空曇花夜雨眞乎影耶我不知
012_0521_b_04L自身之所寓唯有曉磬寒風燈一炷

012_0521_b_05L荷衣禪師贊

012_0521_b_06L
子之衣兮荷製尙錦袈而長曳完其容
012_0521_b_07L子之心兮止定證貝葉於三乘
012_0521_b_08L而慧應虎留皮兮蓮遺芳列眞影以相
012_0521_b_09L七分有光

012_0521_b_10L草衣禪師贊

012_0521_b_11L
師來卽空其去亦空空來空去空將
012_0521_b_12L亦無 1) [7] 一幅丹靑强留神丰儼然天
012_0521_b_13L本無其蹤撈之掬之水月松風
012_0521_b_14L在不在孰謂始終

012_0521_b_15L鐵船禪師贊

012_0521_b_16L
一覺泥融捨身矻矻銀山鐵壁迷津
012_0521_b_17L寶筏黃梅遺鉢道像尙存玉帶相照
012_0521_b_18L永鎭山門

012_0521_b_19L雲坡禪師贊

012_0521_b_20L
菩樹秋坡白雲相隨雲自常淡白亦
012_0521_b_21L不緇寄心蘧蘆托跡牟尼問何消瘦
012_0521_b_22L緫緣慈悲美痾侵髓淸愁滿眉七分
012_0521_b_23L依俙子眞是誰

012_0521_b_24L見香禪師贊

012_0522_a_01L
繡綃金範摠非眞       비단이나 도금된 몸262)이나 모두 진신 아니니
何處瞿曇托入神       어느 곳에 구담씨263)가 마음을 의탁할까
色相元來空不見       빛깔과 형상은 원래 공하여 볼 수 없는데
洞天花木自然春       동천264)의 꽃과 나무들 본디 그대로 봄이어라
상원암에서(題上院菴) - (백파거사 신헌구)
石棧登登向碧霄       돌길을 터벅터벅 하늘 향해 올라와서
海門斜日望寒潮       해 비낀 바다 어구에서 찬 조수 바라볼 때
長風吹倒千年樹       먼 바람 불어와 천 년의 나무 휘게 하니
玉殿參差露半腰       옥 궁전 허리춤이 들쑥날쑥 보이는 듯
만일암에서(題挽日菴) - (백파거사 신헌구)
日近崦嵫勢不留       해가 엄자산265) 근처라 머물러 둘 수 없는데
慈悲寒佛坐深秋       자비로운 차가운 부처 깊은 가을 좌정했네
思將戰士掬戈手       생각 같아선 창 든 전사의 손을 가지고
挽得羲和九火輈       희화266)의 불 수레를 끌어당기고 싶어라
남미륵에서(題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蒼巓老石欲揚靈       푸른 산정 늙은 바위 신령함 드러내려는 듯
風雨年深繡蘚靑       비바람 세월 깊어 푸른 이끼 수놓았네
過刼先天留影子       영겁 전의 선천부터 머물렀던 그림자를
不敎雕刻露眞形       돌에 새겨 참모습 드러내려 하지 말지니
북미륵에서(題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眞面觀音現刼多       관음의 참면목은 현겁에 다양하매
雲臺千古欝嵯峨       구름 낀 천고의 누대 높디높게 솟아 있네
人生世世慈航渡       인간 세상 세세토록 자비의 배로 건네주니
閱盡西瀛萬里波       서쪽 바다 만 리 파도를 모두 다 겪었으리
서산 대사의 영각에서(題西山影閣) - (백파거사 신헌구)
六龍西御仰乾文       육룡267)이 서쪽에 어거하자268) 천문을 우러르고
讀罷傳燈曉點軍       『전등록』 읽기 그만두고 군사 점호 시작했네
坐擁山門羆虎士       산문에 앉아 옹위하여 호랑이 장수 사로잡고
長驅海島犬羊羣       바다 섬의 오랑캐들 멀리 쫓아 버렸네
丹峰星月垂窮宙       모란봉의 별과 달로 천문 궁리 드리우고
香峀雲烟斂碩勳       묘향산의 구름 안개로 큰 공훈 거두었네
錦襴白拂如平昔       금란가사 흰 불자가 엊그제 것인 듯한데
祝髮英姿古未聞       축발하신 영명한 자태 고금에 듣지 못했어라
북암에 올라(登北庵) - (백파거사 신헌구)
絶頂超觀萬里秋       절정에서 저 멀리 만 리 가을 바라보니
眼前平俯幾岑樓       눈앞에 평탄하게 펼쳐진 높은 누대 몇이런가
烟雲上積高峰老       구름 위로 고즈넉이 높은 봉우리 겹겹인데
天地西傾大海流       천지가 서쪽에 기울어 큰 바다 흐르도다
過刼眞形千丈石       지난 겁의 참모습 지닌 천 길 바위여
浮生全界一虛舟       인생이란 온 세계의 한 조각 텅 빈 배
閒笻催起鐘聲暮       지팡이 재촉하여 일어서자 저물녘 종소리가
還助行人不盡愁       길 떠날 손 끝없는 수심을 자아내네

012_0521_c_01L
九疇靈苗燁然優曇芬襲草衣2) [8]
012_0521_c_02L觀心赤蓮薏翠含中發爲天香
012_0521_c_03L見眞工萬籟空寂唯有淸薫慧月澄
012_0521_c_04L留作七分

012_0521_c_05L題淸神菴

012_0521_c_06L
滿山蒼翠入秋闌久客心神欝未寛

012_0521_c_07L短履行尋蘭若去松風溪雨自淸寒

012_0521_c_08L題新月菴

012_0521_c_09L
十里松林一逕開淸溪白石自榮 [222]

012_0521_c_10L西峯先得初生月偏照釋王明鏡臺

012_0521_c_11L題明寂菴

012_0521_c_12L
秋樹陰濃夕氣淸百年孤佛一燈明

012_0521_c_13L羣山萬壑齊空寂唯有寒浮鳥自聲

012_0521_c_14L題赤蓮菴

012_0521_c_15L
金粟觀心是赤蓮銀塘花發露珠圓

012_0521_c_16L萬松秋雨孤菴夜惟見寒香散似烟

012_0521_c_17L題深寂菴

012_0521_c_18L
深庵寂寂隱林梢濃翠踈紅雨後交

012_0521_c_19L老釋雙來如瘦鶴法門昆弟是同胞

012_0521_c_20L題道仙菴

012_0521_c_21L
仙菴迎佛晩燒香萬樹斜陽磬語長

012_0521_c_22L活水眞源明似鏡巖間幽籟自淸凉

012_0521_c_23L題眞佛庵

012_0521_c_24L「同」疑衍字{編}「漪」下疑脫「爾」{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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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선사 시집 서문(草衣禪師詩集序)269) - 백파거사 신헌구
예로부터 총림에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이는 고명한 선비270)와 친근하게 지내다 이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문창文暢271)이 한유韓愈272)에게, 비연祕演273)이 구양수歐陽修274)에게, 도잠道潛275)과 총수聰殊276)가 소식蘇軾277)에게 그러하였다. 그러나 석씨釋氏는 적멸을 도道로 삼아 은거하는 것을 즐겨하며 색상色相을 공空으로 여겼는데 하물며 시로써 이름을 얻으려 하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유자의 시는 석씨의 게송과 같아서, 게송으로 잘된 것은 애당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수 없다. 초의 장로艸衣長老 의순意恂은 곧 근세에 게송에 뛰어난 분이다. 내가 『일지암시집一枝菴詩集』이라는 2권의 시를 보건대 모두 맑고 심원하며 그윽하고 담박하여, 잡스러운 것을 버리고 정수를 다듬은 것이다. 연천淵泉278)이 매끄럽게 꾸미는 것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한 것이나, 자하紫霞279)가 소순기蔬筍氣280)를 떨쳐 버렸다고 하는 평가는 진실로 지나친 찬사가 아니다. 또한 이름난 학자들과 어울리며 시를 주고받아, 비단 한유 한 사람, 구양수 한 사람, 소식 한 사람에 그치지 않았으니, 비록 세상에 이름을 날리지 않고자 한들 그럴 수 있었겠는가? 이는 대개 장로가 스스로 가까이 지내고자 한 것이 아니고, 한유·구양수·소식 같은 이들이 즐거이 문창과 비연·도잠·총수를 얻어 그 이름을 도와준 것일 뿐이다. 장로에게 어떤 도움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승려들은 계율에 구속되어 있어 혹자는 이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대여 시험 삼아 한번 읽어 보시라.
언제 일찍이 화려하게 수식하고 음탕하게 다듬어 재자가인들에게 칭찬받으려던 혜휴惠休281)나 보월寶月282)과 같겠는가?283) 단지 진제眞諦로 말미암아 바로 깨닫고 여러 사람들의 시를 두루 섭렵하여 게송을 지었으니, 의당 그 명성에 흠이 없으리라.
나는 그의 시를 읊고 그 사람을 알게 되었고, 또 승려들이 이러쿵저러쿵 의론이 있는 것에 분개하여, 책 뒤에 서문 내용을 간단히 추리고 남은 생각을 보태어 보완하고 판각을 기다리노라.
을해년(旃蒙大淵獻, 1875) 9월(菊秋) 3일(朏) 백파거사白坡居士가 초의 선사의 『일지암시집』 권말에 쓴다.
철선 선사 시집 서문(鐵船禪師詩集序)284) - (백파거사 신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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繡綃金範摠非眞何處瞿曇托入神

012_0522_a_02L色相元來空不見洞天花木自然春

012_0522_a_03L題上院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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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棧登登向碧霄海門斜日望寒潮

012_0522_a_05L長風吹倒千年樹玉殿參差露半腰

012_0522_a_06L題挽日菴

012_0522_a_07L
日近崦嵫勢不留慈悲寒佛坐深秋

012_0522_a_08L思將戰士掬戈手挽得羲和九火輈

012_0522_a_09L題南彌勒

012_0522_a_10L
蒼巓老石欲揚靈風雨年深繡蘚靑

012_0522_a_11L過刼先天留影子不敎雕刻露眞形

012_0522_a_12L題北彌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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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面觀音現刼多雲臺千古欝嵯峨

012_0522_a_14L人生世世慈航渡閱盡西瀛萬里波

012_0522_a_15L題西山影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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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龍西御仰乾文讀罷傳燈曉點軍

012_0522_a_17L坐擁山門羆虎士長驅海島犬羊羣

012_0522_a_18L丹峰星月垂窮宙香峀雲烟斂碩勳

012_0522_a_19L錦襴白拂如平昔祝髮英姿古未聞

012_0522_a_20L登北庵

012_0522_a_21L
絕頂超觀萬里秋眼前平俯幾岑樓

012_0522_a_22L烟雲上積高峰老天地西傾大海流

012_0522_a_23L過刼眞形千丈石浮生全界一虛舟

012_0522_a_24L閒笻催起鐘聲暮還助行人不盡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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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염색하는 장인이 실을 정련精練할 때285) 낮에는 여러 날 해를 쬐고 밤에는 여러 우물에 담가 씻는다. 그 색이 차와 같아지면 그것을 가지고 붉은색이나 초록색, 검은색이나 노란색으로 물들여 화려한 무늬(黼黻文章)286)를 만든다. 그 후 이를 줄로 만들어 거문고와 비파의 현을 만들고, 끈으로 만들어 아름다운 패옥(珩瑀)287)을 묶어 그것으로 교묘郊廟의 제사나 조정에서 사용한다. 혹 그렇지 못하면 곧 허리띠를 꿰매는 실이나 버선을 꿰맨 실(襪線)288)로 뒤로 감추어져 어둡고 빛이 나지 않는다. 어찌 그 본바탕이 그러했겠는가? 시문(詞藻)이 성률聲律에서 나오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인끈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 위에 구름무늬 비단을 장식하여 짜는 것처럼 관현에 올리고 생황과 섞여 함께 연주하며, 경거瓊琚와 옥패처럼 그 소리를 크게 내어놓는다. 이는 모두 늘어진 갓끈과 얽은 인끈(사대부)으로서 당세에 명성을 날리던 이가 하는 바이다. 그 아래는 벼슬하지 않은 한미한 선비들인데, 이들도 오히려 비단 심장에 수놓은 창자289)를 가지고 꽃으로 장식하고 달을 휘감아 아름답게 꾸며 시문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불가의 승려에 이르면 비록 아름다운 자질이 있으나 펼치지 못한다. 그 문장은 소박하고 현란하지 않으며, 어두침침하여 드러나지 않으니, 그 때를 만나지 못함이 가장 심한 경우이다.
이제 『철선소초鐵船小艸』를 보니 정련과 씻음에 공교로워 애초부터 차와 같은 흰색이 아님이 없다. 그러나 애달프게도 검푸른 속에 스며들어 마침내 빛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약영若英290)의 화려한 채색 옷을 입고, 벽려薜荔291)의 아름다운 패를 차고, 바다를 품은 산언덕에서 유유히 거니는 것이 시원하고 차가운 칠현금 옛 곡조와 같다. 이것이 이른바 포백布帛의 자질로 금석金石의 소리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사는 또한 좌선(禪戒)에 더욱 깊어 저 공현空玄의 현묘함을 얻은 분이다. 내가 본래 그를 아껴 왔으니, 적멸에 빠지고 부도에 숨은 것을 거듭 탄식하노라.
용주사 주련 글씨(龍珠寺柱書)292) 【정묘조正廟祖】 - 정조 때 이덕무
팔만 사천 법문으로 피안에 함께 이르고,
이백오십 구족계로 미혹의 길 함께 벗어나네.
八萬四千法門。 同臻彼岸。 二百五十大戒。 共拔迷塗.

삼천 년 우담바라는 무량수 나라에서 길이 꽃피우고,
십만 종 보리의 씨앗은 복전마다 결실이 있으리라.
三千歲優鉢花。 長春壽國。 十萬種菩提子。 有秋福田.

이만 리 화가국293)

012_0522_b_01L草衣禪師詩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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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古叢林之聞於世者多附靑雲之士
012_0522_b_03L名始著文暢之於退之秘演之於永叔
012_0522_b_04L道潛聰殊之於子瞻是爾然釋氏以寂
012_0522_b_05L滅爲道樂隱淪而空色相況以詩名乎
012_0522_b_06L雖然儒之詩釋之偈也偈之善者
012_0522_b_07L始不聞於世艸衣長老意恂卽近世之
012_0522_b_08L善偈者也余觀其所爲一枝菴二𢎥詩
012_0522_b_09L皆淸遠幽澹淘滓煉精淵泉之絕去紛
012_0522_b_10L紫霞之擺落蔬筍良非過詡名碩
012_0522_b_11L聞人又從與唱酬不惟一韓一歐一蘇
012_0522_b_12L而止雖欲無聞於世得乎盖亦非長
012_0522_b_13L老之所自附爲韓歐蘇者樂得暢演潛
012_0522_b_14L自助其名於長老何有哉而緇衲
012_0522_b_15L局束於戒律猶或非之爾試讀之
012_0522_b_16L嘗爲綺麗淫冶求全於才子如惠休寶
012_0522_b_17L月乎職由眞諦正覺歷涉諸家之詩
012_0522_b_18L而爲之偈宜其名聞之不瑕余旣誦其
012_0522_b_19L詩知其人又憤浮屠之議其後略掇弁
012_0522_b_20L餘意贅而足之以竢剞劂氏旃蒙
012_0522_b_21L大淵獻菊秋之朏白坡居士書于艸衣
012_0522_b_22L禪師一枝菴詩集卷尾

012_0522_b_23L

012_0522_b_24L鐵船禪師詩集序

012_0523_a_01L돌우물마다 공덕의 샘 널리 젖고,
팔십 경 기원정사294)엔 황금 땅 길상화 두루 피었네.
二萬里和訶國。 普沾石井功德泉。 八十頃祇陀園。 遍開金地吉祥蕋.

기러기 사자 큰기러기 모양으로 제불 제천이 천겁토록 호위하고,
소 양 사슴이 끄는 수레295) 탄 선남선녀들 일시에 듣자 오네.
鴈形獅形鴻形。 諸佛諸天千刼護。 牛車羊車鹿車。 善男善女一時聽.

연화게와 패엽경은 불이문 중의 천둥소리,
향적반296)과 이포찬297)은 무량겁 전 비옥한 땅의 소출.
蓮花偈貝葉經。 不二門中天籟。 香積飯伊蒲饌。 無量刼前地肥.

단박에 불조에 도달코자 하나 갈 길 모르고, 다만 길 한가운데라,
부모미생전298) 향해 어디 한번 한 소식 말해 보게.
直到佛祖不知處。 祇是半塗。 且向父母未生前。 試道一句.

도솔천 궁중에서 원기 취하여 널리 중생 구제하고,
반야대 위에 진용을 드러내어 호겁을 초탈하네.
兠率宮中酌元氣。 普濟衆生。 般若臺上現眞容。 超脫浩劫.

끝없는 환희의 인연 맺어 극락정토에 항상 머물고,
일체 고뇌와 생각 없애고 큰 서원의 자비 배로 모두 건너리.
結無盡歡喜緣。 常住極樂淨土。 除一切苦惱想。 普度大願慈航.
불량계 연기안 서문(佛糧緣起按序)【철선 혜즙】
나는 이렇게 들었다. 향상香象299)이 도솔타천兜率陀天에서 흥기하자 우담바라(曇花)300)가 염부제閻浮提301) 지경에 나타났다. 삼십이상三十二相이 장엄되자 팔십종호八十種好가 이를 따르니 신령한 공력은 호한하여 대지를 녹여 황금을 만들고, 오묘한 작용은 크고 깊어 항하를 휘저어 흰 젖을 만든다. 천지 가득 법우가 내려 동쪽 서쪽에 쏟아 붓고, 온 땅에 두루 현묘한 바람이 불어 위도 좋고 아래도 좋다. 범상한 사람을 단련하여 성인으로 만드니 곳곳에 부처라는 상相을 초월하는 붉은 풀무(鑪鞴) 소리 들리고, 뼈를 바꾸고 가죽을 고치니 사람마다 백우거白牛車302)를 타고 문을 나선다. 수승한 인연 앙망하기가 마치 개미와 파리가 비린내 흠모하는 것 같고, 다른 풍속 교화하기가 마치 나뭇가지를 꺾고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다. 이로써 어질고 믿음 있는 선남선녀들이 신선의 정원에서 향기로운 꽃을 따고, 벼슬아치와 거사들이 가르침의 바다에서 육신을 잊는다. 급고독給孤獨은 가람을 세워 땅 가득히 쌍남雙南의 황금303)을 깔고, 우전왕于闐王304)은 부처를 사모하여 사방에 장륙상丈六像을 안치하여, 찰당刹幢이 서로 바라보고 범종梵鐘이 어우러져 울리게 하였다.
금강동金剛洞 은적사隱跡寺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305) 가람이요 인간세계의 신령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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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者㡛氏湅絲晝暴諸日夜𥂖諸井 [223]
012_0522_c_02L眡其色如茶 [224] 以之朱綠之玄黃之
012_0522_c_03L黼黻文章絙之爲琴瑟紉之爲珩瑀
012_0522_c_04L用諸郊廟朝廷厥或不遇則埋跟於䙅
012_0522_c_05L縫襪線黕而不華豈非 [225] 素質然乎
012_0522_c_06L藻之發於聲律亦猶是也有如纂組綬
012_0522_c_07L織雲錦被管絃雜鳳笙瓊琚玉佩
012_0522_c_08L放厥聲 [226] 彯纓綰紱蜚英於當世者之
012_0522_c_09L所爲下此而韋布寒士猶有錦心繡肚
012_0522_c_10L紕花絡月以能藻繪成章鏗𤨿發音
012_0522_c_11L而至若空門緇衲雖有美質無施 [227] 其文
012_0522_c_12L素而不絢黯然靡章最其不遇之甚
012_0522_c_13L今見鐵船小艸工於湅𤨿未始不
012_0522_c_14L [228] 然以白而惜乎入 [229] 黲淡之中遂不得
012_0522_c_15L彰也雖然若英之華采衣薜荔之陸離
012_0522_c_16L [230] 裔於海山之墟冷冷如七絃古調
012_0522_c_17L此所謂布帛之質而有金石聲者尤深
012_0522_c_18L於禪戒得夫空玄之妙余故愛之
012_0522_c_19L歎其淪寂隱於浮屠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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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22_c_21L龍珠寺柱書正廟祖

012_0522_c_22L
八萬四千法門同臻彼岸二百五十大
012_0522_c_23L共拔迷塗三千歲優鉢花長春壽
012_0522_c_24L十萬種菩提子有秋福田二萬里

012_0523_b_01L여러 부처님들이 인연 따라 왕림하시고, 약사여래藥師如來가 바다를 배 저어 오셨으니, 위엄 있는 모습은 우레를 떨치는 듯하고, 교화의 힘은 티끌 거품 같은 이 세상에 넘친다. 이곳에서 최崔 공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하늘에 맹세하고 손가락을 깨물어 부처님께 맹세하였으니, 옛사람이 펴 보지 못한 마음을 펼치고, 옛사람이 세우지 못한 일을 세울 만한 사람이다. 비록 밥 짓고 방아 찧는 일을 업으로 하는 무리라 하더라도 모두 훌륭한 법회가 제약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타고난 벙어리나 봉사라 하더라도 좋은 인연을 만나리라는 기대를 안게 되었다. 부처님께 반주半呪만 독송해도 곧장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고, 실오라기(가사)만 승보에 보시해도 그 공덕으로 쉽게 마니보주摩尼寶珠306)의 공덕을 얻는다 하였다. 하물며 꾸러미 돈과 포대에 담은 곡물을 구름에 맡기고 강물로 보냄에 있어서랴. 이에 염주와 대칭되게 108명의 단나檀那(시주)를 얻었고, 타고난 대로 천만 생의 보리菩提를 더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어젯날의 차갑고 담백한 이포찬伊蒲饌307)을 지금의 풍성하고 화려한 향화香火로 바꾸어 놓았으니, 장무진張無盡308)의 전신前身이 아니라면 반드시 양대년楊大年309)의 후대 발자취가 될 것이다. 이는 멀리 영산회상靈山會上 당시의 부촉을 받들어 수발타라310)의 공양을 가지고 와 지은 것이라 할 만하다. 혀로는 찬미하기 어려우나 손은 절로 합장하나니, 우리 108명의 선남자들은 신령하게 비추는 빛 가운데 한가히 노닐고 위타韋陀311)의 호위를 따라 거동하리라.
이들의 그림자 안에서 어찌 앞에서 창도하는 이들의 후손(雲仍)312)들에게만 복록이 있겠는가. 같은 목소리로 호응하는 사람들이 받을 복락의 보응 역시 무량하리라.
지전313) 소임을 맡은 이에게 내리는 훈사(持殿訓辭)
우리 108명의 계원들이 각자 피 같은 재물을 기울여 이 일을 충당했으니, 이 일은 작은 인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향을 받드는 이들은 하루 열두 시 가운데 항상 생각하고 생각하여 오체五體를 펴서 땅에 던지며, 열 손가락을 거두어 가슴에 대어 공경으로 엄숙하게 대하며 다른 삿된 생각에 요동함이 없이 하면 곧 무연無緣한 큰 자비314)의 힘을 입을 것이다. 만약 버드나무 늘어진 봄에 앵무새가 사람을 번뇌케 하는 데 나아가 한 생각이라도 어긋나면 꿀 묻은 칼을 탐하다 혀가 잘리는 지경에 떨어질 것이다.

012_0523_a_01L和訶國普沾石井功德泉八十頃祇陀
012_0523_a_02L遍開金地吉祥蕋鴈形獅形鴻形
012_0523_a_03L諸佛諸天千刼護牛車羊車鹿車 [231] 善男
012_0523_a_04L善女一時聽蓮花偈貝葉經不二門中
012_0523_a_05L天籟香積飯伊蒲饌無量刼前地肥
012_0523_a_06L直到佛祖不知處祇是半塗且向父母
012_0523_a_07L未生前試道一句兠率宮中酌元氣 [232]
012_0523_a_08L普濟衆生般若臺上現眞容 [233] 超脫浩劫
012_0523_a_09L結無盡歡喜緣常住極樂淨土除一切
012_0523_a_10L苦惱想普度大願慈航

012_0523_a_11L

012_0523_a_12L佛糧緣起按序鐵船慧楫

012_0523_a_13L
如是我聞香象駭於兠率陀天曇花現
012_0523_a_14L於閻浮提界嚴之以三十二相隨之以
012_0523_a_15L八十種好神功浩瀚鎔大地而作黃金
012_0523_a_16L妙用洪深攪恒河而爲白酪彌天法雨
012_0523_a_17L東傾西沛匝地玄風上可下良 [234]
012_0523_a_18L作聖處處聞烹佛紅鑪鞴換骨革皮
012_0523_a_19L人人駕出門白牛車仰勝緣如蟻慕蠅
012_0523_a_20L化殊俗如折枝反掌是以信女仁男
012_0523_a_21L採馥於仙園宰官居士忘躬於敎海
012_0523_a_22L孤獨創藍滿地布雙南之金于闐慕佛
012_0523_a_23L隨方安丈六之像刹幢相望梵鐘交響
012_0523_a_24L金剛洞隱跡寺者稅外精藍人間靈境

012_0523_c_01L그리고 부처님 전의 향불을 등한히 바라보면 비단 오늘날 계를 만든 본래의 뜻을 홀로 어길 뿐 아니라, 또한 자신의 정신도 완고하고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없는 세존께서 혹시 재앙을 드러내지 않으시더라도, 어찌 홀로 위타 존자315)의 신령스러운 절굿공이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바라건대 소임 맡은 이들이여 각자 힘쓰도록 하라.
할!
불량계안 서문(佛糧禊案序)
우리 불법이 바다를 건너 전승되던 초기에 인심은 오히려 옛날과 같아서 법당을 지어 불상을 안치하고 등을 달고 향을 올리는 것이 진실로 향적 국토316)에 부끄럽지 않았다. 그러나 흉년(大無)을 지나오면서 세상의 인정은 점차 차가워졌다. 향기로운 부엌의 이포찬은 자주자주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니 신자들이 이를 슬퍼하였다. 이에 거오巨鰲 최崔 공이 홀로 애긍심을 발휘하여 널리 승속 간에 모연募緣을 하여 하루아침에 드디어 완공하였다. 이야말로 진세간에 쉽게 얻지 못할 일대 기연이라 하겠다. 칭찬하고 우러르는 마음 그지없도다. 약간의 곗돈을 모아 쌓아 두고, 각처 담당자들이 장차 공덕을 원만히 성취할 계획을 잡으려 한다. 이 또한 인仁에 당해서 물러섬이 없고, 선善을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재물에 대해 분명하니, 진정한 군자로다.
우리 동방 팔도의 선비 집안에서는 더벅머리 때부터 노인 때까지 사서삼경을 아침저녁으로 외우며 성현의 바른 가르침 속에서 나고 죽으니, 맹자가 말한바 호연지기를 이해하고 실천할 줄 아나, 인의를 가지고 말하자면 또한 많지 않다. 그러기에 남의 재물을 수달처럼 모으고 남의 밥을 호랑이처럼 빼앗으면서도 자칭 의로운 선비라 하며 명령을 행하기를 추상같이 한다. 이는 참으로 언행이 구름과 땅처럼 떨어져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으니 마음 아프다. 원컨대 여러 인자仁者들이여 먹을 것을 얻으면 의리를 생각하고, 재물에 임해서는 갓을 어루만지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시라.

012_0523_b_01L諸佛隨緣而住藥師航海而來威如電
012_0523_b_02L化溢塵漚爰有崔公血心矢天
012_0523_b_03L指盟佛能發前人未發之心能建前人
012_0523_b_04L未建之事雖職爨業杵之輩咸知嘉會
012_0523_b_05L之無方天啞生盲之使忺戴良緣之有
012_0523_b_06L可但半呪潘施佛飜然昇忉利之天
012_0523_b_07L一絲路指僧容易感摩尼之寶何況貫
012_0523_b_08L銅帒糓1) [9] 川輸是以稱珠得百八
012_0523_b_09L數之檀那任性倍千萬生之菩提遂令
012_0523_b_10L昔日冷淡之伊蒲變作今時豊華之香
012_0523_b_11L如非張無盡之前身必是楊大年後
012_0523_b_12L斯可謂遠承靈山之囑來作須跋之
012_0523_b_13L舌之難贊手之自叉唯我百八善
012_0523_b_14L逍遙於靈照光中俯仰於韋陀隨
012_0523_b_15L影內奚有首倡之雲仍有祿抑亦同
012_0523_b_16L聲之福報無量

012_0523_b_17L

012_0523_b_18L持殿訓辭

012_0523_b_19L
惟我百八契員各傾血財以充此事
012_0523_b_20L斯非小緣則爲諸奉香者於二六中
012_0523_b_21L念玆在玆展五輪而投地斂十指而當
012_0523_b_22L恭敬肅對不爲他邪念之所轉
012_0523_b_23L可賴無緣大慈力也如或爲楊柳春
012_0523_b_24L被鸚聲之惱人一念或差堕其割舌之

012_0524_a_01L
이른바 호연지기가 말하는 가운데 드러나고 얼굴과 등이 윤택해져서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면 내가 맹자에게 부끄럽겠는가, 아니면 맹자가 나를 부끄러워하겠는가. 청컨대 각자 노력하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 일을 광대하게 만듭시다. 그리하면 비단 부처님의 가피력을 널리 받을 뿐 아니라 또한 응당 하늘이 정해 주신 복을 늘어지게 받을 것이외다.
불량 상하 서문(佛粮上下序)
이 숙세(말세)에 재물로 그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므로 재물로 사람을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재물로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어렵다. 그대가 이러한 일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고자 하니 참으로 남다르구나. 그러나 재물을 출납할 때에 비록 어두운 방에 있을지라도 정성스러운 생각과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명약관화하게 운영한다면 곧 장차 세우려는 것을 세우고도 오히려 남은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터럭 하나라도 간사한 마음이 그 사이에 개입되면 곧 천하의 모든 일이 마침내 와해되고 말 것이다. 바라건대 다시 이기적인 생각을 극복함으로써, 제대로 일을 마치는 경우가 드물다는 남들의 비방을 받지는 않았으면 한다.
침계루 중수기枕溪樓重修記【복림 대사】
우리 대둔사는 천감天監 연간에 세워진317) 옛 가람으로서 아도阿度 화상318)이 처음 세우셨다. 쌍봉雙峰이 높이 솟아 신월新月의 터를 끌어당기고, 구곡九曲이 넘실넘실 장춘長春의 골로 흘러들어 간다. 텅 빈 골짜기는 그윽하고 긴 산마루는 공순하게 흘러간다. 범우梵宇와 임궁琳宮들이 즐비하게 구름 골짜기와 운무 낀 돌다리를 둘러싸고, 난새 수레와 학 가마319)가 살랑살랑 달 뜨는 저녁과 바람 부는 아침에 왕래한다. 동부洞府(골짜기)는 넓고 한가로워 남방 땅을 진압하여 수승함을 마음껏 드러내고, 창설 시기는 아주 오래되어 서산(묘향산)과 짝이 된다. 이 누각에 대해서는 어느 해 시작되었는지 문헌으로 고증할 수 없다.

012_0523_c_01L2) [10] 而等閒看對佛前之香火則非
012_0523_c_02L但孤負今日作契之本意亦可頑却已 [235]
012_0523_c_03L靈也無上世尊或無現殃而獨不畏
012_0523_c_04L韋陀尊者神杵乎願諸典佐各自勉旃
012_0523_c_05L

012_0523_c_06L

012_0523_c_07L佛糧禊案序

012_0523_c_08L
吾佛航海之初人心猶古其剏殿安像
012_0523_c_09L添燈奉香眞不愧於香積國土矣中經
012_0523_c_10L大無世情漸冷香厨伊蒲屢續屢斷
012_0523_c_11L信者哀之玆有巨鰲崔公獨發肯心
012_0523_c_12L廣慕 [236] 緇素一朝遂完斯爲塵世間不易
012_0523_c_13L得之一大奇緣也贊仰無地如干禊錢
012_0523_c_14L因留鎭各處有司家以作來將圓成功
012_0523_c_15L德之計亦可謂當仁不讓善不復加也
012_0523_c_16L盖抵財上分明乃一君子也吾東方八
012_0523_c_17L衣冠自髫至老三經四書朝誦慕
012_0523_c_18L生死於聖賢正敎之中而能解行
012_0523_c_19L其孟子所謂浩然之氣令仁與義而言
012_0523_c_20L之者亦無幾故漁人財如獺奪人食
012_0523_c_21L如虎而自稱義士行令如霜此眞言
012_0523_c_22L行雲泥適足可悵也願諸仁者當得
012_0523_c_23L食思義臨財撫冠仰不愧天俯不愧
012_0523_c_24L「圍」底本夾註曰「委」{編}「密」與「蜜」同{編}

012_0524_b_01L정북을 등지고 정남을 향하니 홀연히 중생세계(三千界)의 번뇌가 사라지고, 산을 등지고 시내를 베고 있으니(枕溪) 전라도 오십 주 누관樓觀 중에 웅장함으로 으뜸이라.
옥난간은 아득하고 돌기둥은 높도다. 눈이 고봉䯻峰에 흩날리니 막고藐姑의 분칠한 뼈320)와 비슷하고, 구름이 노정爐頂에서 피어오르니 가섭迦葉이 향불 사르는 것과 비슷하다. 벼루봉과 옥탑이 가까운 곳에 나열해 있고, 푸른 시내에 울리는 쇠종은 앉고 눕고 하는 중에 뱀을 쫓는 소리이다. 동서로 높이 솟은 법당은 비늘처럼 땅에 가득하고, 앞뒤에 있는 정전은 찬란하게 하늘을 휘두른다. 주불로 모신 세 분의 부처님은 끝없이 호광毫光321)을 비추시고, 손님인 천불千佛은 수많은 구름 공양을 일으킨다. 절문을 훤히 열어 미륵의 동참을 허락하고, 도량이 엄숙하고 청정하니 가람이 영원히 보호됨을 기뻐한다. 사우祠宇(사당)가 우뚝 솟으니 여러 영령들의 충렬이 더욱 새롭고, 금가루322)가 떠내려오니 원효元曉의 신령한 자취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비록 그러하나 시절에 통하고 막힐 때가 있고, 사물에 성쇠가 있다. 만드는 솜씨가 출중하니 마음을 닦은 구성(意匠)으로 경영함이요, 흥폐에 운수가 있으니 충혼 언덕(忠邱)의 수단으로 크고 화려하였도다. 그 이래로 수차례나 불쏘시개(鑽燧)323)가 되었고, 지금 또 무너지고 말았다. 비바람이 깎아 내어 풀숲이 무성하고 가을에 황폐해지며, 서까래가 어긋나 구름 같은 소나무로 얽혀 낮에도 어둡다. 새겨 놓은 새가 날개를 잃으니 초목은 근심스러워하고, 단청한 용이 몸을 잃으니 구름 빛이 근심을 품는다.
이에 본도 관찰사(巡相) 이 공은 호련瑚璉의 기상과 규벽奎璧의 자질로, 임금(北宸)의 명을 받아 부절을 받들고 행차하여(出表) 남쪽 지방 민풍을 살피려 수레를 돌려 산으로 들어오니, 많은 깃발(棨戟)324)과 높은 명성(雅望)이 염 공閻公325)의 등왕각滕王閣에 부끄럽지 않았으며, 문장으로 멋들어지게 노니는 것이 소동파의 적벽赤壁에 과시할 만하였다. 기화요초 피어나는 승지를 완상하며 돌아보았고, 무너진 벽과 기운 들보 보이매 황량한 언덕을 어루만지며 슬픔에 젖었다. 상사께서 마중물로 먼저 동전 이천 문文을 시주하자, 여러 읍이 교시에 따라 함께 20두斗씩 녹봉을 분담하였다. 관리들이 이미 간절한 자세였으니 승려들이 어찌 편안히 있겠는가.

012_0524_a_01L其所謂浩然之氣發於辭氣粹於
012_0524_a_02L面背至於充塞天地之間則我愧孟子
012_0524_a_03L孟子愧我乎請各努力原始要終
012_0524_a_04L光大此事則非但其佛力之廣被亦應
012_0524_a_05L受天定之福延

012_0524_a_06L

012_0524_a_07L佛粮上下序

012_0524_a_08L
當此叔世以財不傷其身者無幾矣
012_0524_a_09L故以財受人難也以財受於人亦難也
012_0524_a_10L君能以此事爲己任異哉然當其財之
012_0524_a_11L出入之旹雖在暗室中若濟之以誠意
012_0524_a_12L公心明若燭炤則將建其所建猶有
012_0524_a_13L餘力也如或一毫之邪念間於其中
012_0524_a_14L則天下萬事必究竟瓦解了也望復克
012_0524_a_15L己念以免他鮮克有終之譏也

012_0524_a_16L

012_0524_a_17L枕溪樓重修記釋福琳大師

012_0524_a_18L
粤我大芚寺天監舊藍阿度初地
012_0524_a_19L峰崒嵂控引新月之基九曲汪彤 [237]
012_0524_a_20L潮長春之洞虛牝1) [11] 長嶺逡巡
012_0524_a_21L宇琳宮櫛櫛匼匝於雲谷烟磴鸞驂鶴
012_0524_a_22L依依徃來於月夕風朝洞府寛閑
012_0524_a_23L鎭南服而擅勝剏設久遠與西山而作
012_0524_a_24L至若斯樓也濫觴何年文獻無考

012_0524_c_01L수룡袖龍·연하蓮荷·침교枕蛟 세 분의 선로禪老와 윤훤胤烜·두흔斗欣·표운表云 등 여러 스님들은 모두 불법佛法의 노고추老古錐326)요, 산문山門의 석덕碩德이시다. 북을 울려 일을 앞서 제창하니 능히 현묘한 도의 자취를 추구할 만하고, 촛대를 꽂고 맹세하니 다행히도 경릉竟陵의 꿈327)을 얻었도다.
혹은 일을 관장하느라 부산하였고, 혹은 탁발을 하느라 고생하였다. 몸을 사르고 꽃을 공양하는 단연檀緣이 바람처럼 비처럼 치달려 모여들었고, 금과 비단을 실은 단월의 외호가 강과 구름에 실려 전해졌다. 노반魯班328)의 준승準繩329)을 임명하고 영·편郢扁330)의 도끼를 고용하였다. 구름 속 녹나무가 골짜기에 거꾸러지니 새가 놀라고 산짐승이 놀라며, 무지개 들보를 허공에 세우니 신과 귀가 아로새기었다. 협종夾鐘331)이 혼백을 부르는 저녁에 독려를 하고, 이칙夷則332)이 광명을 산생하는 아침에 준공하였다. 광채가 전보다 배가 되어 새가 날개를 편 듯하였고, 제도가 옛날보다 더 규모가 있어 호랑이가 웅크리고 용이 서린 듯하였다. 적자赤髭 백족白足333)이 불자를 세우고 담론을 함에 어찌 옛날보다 더 나으리오마는, 묵객墨客 소인騷人334)이 지팡이를 세우고 호탕하게 노니는 것은 오늘날이 더욱 상쾌하리라.
그러나 만약 일곱 명의 어진 이들이 같은 시절을 함께하지 않았다면 어찌 옛사람이 미처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인도 승 법달法達이 다시 나타나 끝내지 못한 직무를 다시 닦으며, 급고독給孤獨의 후신이 나머지 재물을 베풀었으니, 어찌 다만 현세에 인간 세상의 영화를 얻을 뿐이리오. 응당 내생에도 천상의 참된 복락을 받을 것이다. 우리 병든 잎 같은 선로들은 향수해香水海의 작은 물방울 같다. 꿈에 들어 깨닫지 못하니 사람들이 모두 이를 곤하게 잔다고 말하고, 거울을 보고서 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니 사람들이 간혹 이를 미쳤다고 말한다. 대략 한번 글을 얽어 뒤에 오는 훌륭한 문장가(錦口)를 기다리며, 짧은 재주를 가지고 애오라지 이미 들었던 진부한 말을 펼친다.
대둔사 상원암 칠성전 상량문大芚寺上院庵七星殿上樑文【범해 각안】335)

012_0524_b_01L坐子向午怳起三千界塵勞背山枕
012_0524_b_02L雄冠五十州樓觀玉欄縹緲石柱
012_0524_b_03L嵯峨雪漫䯻峰彷彿藐姑之粉骨
012_0524_b_04L起爐頂依俙迦葉之燒香硏岑玉塔
012_0524_b_05L羅列於指顧之內碧澗金鐘喧虺於坐
012_0524_b_06L卧之中東西隆堂之撲地鱗鱗前後正
012_0524_b_07L殿之揮天炳炳三尊爲主放毫光之無
012_0524_b_08L千佛作賓興雲供之多種門闥洞
012_0524_b_09L許彌勒之同參道場嚴淨喜伽藍
012_0524_b_10L之永護祠宇突兀諸靈之忠烈維新
012_0524_b_11L金屑浮枕 [238] 元曉之靈蹤不泯雖然時有
012_0524_b_12L否泰物有盛衰制作拔群經營心修
012_0524_b_13L之意匠廢興有數輪奐忠邱之手端
012_0524_b_14L爾來幾度燧鑚如今又値傾圮風雨琢
012_0524_b_15L鞠草莾而秋荒榱椽抵捂綰雲松
012_0524_b_16L而晝暗雕禽沒翼卉木以之呈愁
012_0524_b_17L龍失身雲物以之含慘爰有本道巡相
012_0524_b_18L李公瑚璉之氣奎璧之資受命北宸
012_0524_b_19L持節出表觀風南徼回駕入山棨戟
012_0524_b_20L雅望不愧閻公之滕亭文章勝遊
012_0524_b_21L誇坡仙之赤壁奇花瑶艸翫勝地而盤
012_0524_b_22L壞壁傾梁撫荒垤而惆悵上司爲
012_0524_b_23L先施二千銅文列邑隨麈共分四
012_0524_b_24L五斗祿宰官旣能綣綣方袍詎可懕懕

012_0525_a_01L
삼가 생각건대 남쪽 끝 왕토에서 임금 향해 두 손 모은 백성들은 기쁘게 명당明堂에 모여 소해少海(세자)를 흠모하온바, 이에 복을 비는 땅을 열고 며칠 뒤면 완성을 보게 되었다. 이 땅은 귀신이 천만 년 동안 감추어 두었으나 시운이 돌아와 삼백 일 내로 열린 곳이다. 이 산은 북으로 해남현海南縣에서 30리 떨어져 있는 두륜산이요, 이 절은 남으로 천 리 밖 영주瀛洲(제주)가 바라보이는 대둔사이다. 이 절은 아도 화상阿度和尙이 신라 진흥왕 때 처음 창건하였고, 도선 국사道詵國師가 신라 헌강왕 때 중건하였다. 정조正祖의 빛나는 글(雲章)과 보배로운 글씨(寶墨)가 만고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밝게 빛나며, 서산 대사의 충훈의 기연機緣이 천추의 세월 동안 전하여 놀라 바라보게 한다. 암자의 이름은 상원上院이니, 삼세의 부처님이 엄연히 계시고, 누의 이름은 우화雨花이니 사방의 선사들이 강학하시던 곳이다. 이 암자의 백운대 아래 장춘동長春洞 위에서 호암虎巖과 연담蓮潭 대사가 여래의 선나禪那를 희롱해 드러내었고, 도솔봉 동쪽 진불암眞佛庵 남쪽에서 연파蓮坡와 철선鐵船 대사가 문자반야를 연설하셨다. 사람들이 떠나고자 하나 오래 머무르고, 새가 날아가려 하나 머물러 깃드니, 여기는 이미 그윽한 곳으로 이름을 드날렸을 뿐만 아니라 높고 시원한 곳으로 머물기 가장 좋은 곳이다.
서울 사는 백천白川의 후손 조붕근趙鵬根이 암자에 와서 여러 번 돌아보고 난 후 절에 앉아 말하기를 “북두칠성단을 세워 동군東君(태양신, 봄의 신)에게 오복의 상서를 비는 것이 어떠하오?”라고 하였다. 총섭과 주지가 몸을 굽혀 절하고 일어나서 좋다고 하였고, 늙고 젊은 대중들도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앉아 좋다고 하였다. 이에 관아에 일의 추진을 고하니 관아에서도 칭찬하고 고을에 연유를 알리니 고을에서도 모두 즐거워하였다. 관아와 고을에서 외호하고 절 내외의 승려들이 안에서 경영하니 여러 물품은 어찌 하늘에서 온 것이 아니리오. 재물은 시냇물처럼 당도하였다. 이에 직분을 나누어 정하자 바람에 휩쓸리듯 동의하였다. 총섭은 인차印差하였고, 주지는 지명(望定)을 하였으며, 조붕근은 일을 주관하였고, 교율(南坡敎律)은 화주를, 관준은 일을 감독하였다. 장인을 부르자 장인이 이르고, 터를 열자 터가 밝아졌다. 좌향坐向은 인신寅申, 좌우는 임병壬丙이며 경신庚申으로 보필하고

012_0524_c_01L袖龍蓮荷枕蛟三禪老胤烜斗欣表云
012_0524_c_02L諸仁公皆是佛法古錐山門碩德
012_0524_c_03L鼓唱事能追玄道之蹤揷燭尋盟
012_0524_c_04L得竟陵之夢或坐管而鞅掌或行乞而
012_0524_c_05L拮据燃身供花之檀緣風馳雨集
012_0524_c_06L金載帛之信護川輸雲投授魯班之準
012_0524_c_07L倩郢扁之斤斧雲楠倒壑禽駭獸
012_0524_c_08L虹梁駕空神鎪鬼剜蕫役於夾鐘
012_0524_c_09L會魄之夕竣功於夷則生明之朝光彩
012_0524_c_10L倍前翬飛而鳥革制度邁古虎踞而
012_0524_c_11L龍蟠赤髭白足之竪拂談論何勝昔日
012_0524_c_12L墨客騷人之植笻翫愓更爽今時然而
012_0524_c_13L若非七賢之與同時那就前人之所未
012_0524_c_14L法達重現更修未畢之功給孤後
012_0524_c_15L旦施猶餘之貨豈但現在得人間之
012_0524_c_16L榮華應當來生受天上眞樂在我禪
012_0524_c_17L病葉香海微漚入夢未惺人皆謂之
012_0524_c_18L困宿對鏡迷我人或稱之致狂機杼
012_0524_c_19L一家以待後來之錦口襪線短才
012_0524_c_20L伸已聞之腐詞

012_0524_c_21L大芚寺上院庵七星殿上樑文 [239] 釋梵
012_0524_c_22L海岸

012_0524_c_23L「窃」疑「窈」{編}次同

012_0525_b_01L정오丁午는 태양이다.
도끼 찍는 소리가 북풍에 어울려 떵떵 소리 내고, 기둥과 들보는 차가운 눈과 함께 밝게 빛났다. 거니는 사자가 초석을 밟으니 오대부를 제수받은 진나라 소나무336)요, 나는 용이 들보를 감싸니 삼장군을 제수받은 한나라 잣나무337)이다. 숭산 화산338)처럼 장구하기를 축원하니 옛날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고, 근폭의 정성339)을 바치니 멀고 가까움을 비교해도 일체로다. 경영과 시작을 서둘지 않았으나340) 11월(地雷復) 하순이요, 일을 마치고 완공을 고했으니 12월(地澤臨) 중순이다. 삼가 길일을 택하여 바야흐로 몇 아름 되는 긴 들보를 들어 올리며 마른 창자를 흔들어 감히 육위의 짧은 노래를 짓는다.

拋梁東            어영차, 들보 동쪽으로 떡을 던지세
萬仭頭輪聳碧空       만 길 높이 두륜산이 푸른 하늘 솟아 있네
安得借來獅子座       어찌하면 사자좌를 빌려 와서는
獻吾當宁願堂中       우리 임금님 원당 중에 드려 볼거나
南              어영차, 들보 남쪽으로 떡을 던지세
峻嶺衡平障海嵐       높은 고개 가로 누워 바다 안개 막아 주니
瀛室仙風西北起       영실의 신선 바람이 서북에서 일어나서
順吹潮運上供帆       조운선 위 높이 단 돛에 순풍으로 부는구나
西              어영차, 들보 서쪽으로 떡을 던지세
蓮葉峰頭新月低       연잎봉 산머리에 초승달 새로 뜰 때
向彼樂邦無量壽       저 극락정토 무량수불 향해서
祝吾邸下萬年齊       우리 저하 만수무강 기원하옵네
北              어영차, 들보 북쪽으로 떡을 던지세
望美何時庸報德       미인 바라봄에 어느 때나 은혜 갚으리
擇地占開北斗壇       길지 택해 북두칠성단을 열고
拄香遙祝前星福       향 꽂고 저 멀리 전성341)의 복 기원하네
上              어영차, 들보 위로 떡을 던지세
日月星辰分位張       해와 달, 별들이 자리 나누어 펼쳐졌는데
奉請來臨新建壇       삼가 청하옵나니 새로 세운 단에 왕림하시어
扶吾世子靑宮旺       우리 세자께 동군의 왕성한 기운 내려 주시길
下              어영차, 들보 아래로 떡을 던지세
繽紛花雨談般若       흩날리는 꽃비는 반야를 설하옵고
題詩滿壁盡朝官       벽 가득한 시는 모두 관리들의 것
名振江南禪敎舍       그 이름 강남 땅 선교의 터전에 떨치네
 
삼가 바라옵나니 상량한 후에 불일佛日342)이 길이 빛나고 나라가 항상 평안하며 황하가 다시 맑아지고 우담바라가 다시 피어나기를. 새로운 편액을 높이 거나니, 그 빛이 옛 숲에 비추어 대둔 도량이 온 나라에 성가가 다시 중대해지고, 한양의 운수가 만년토록 창성하기를.
문향각 상량 육위송聞香閣上樑六偉頌 - 범해 각안
운운. 이에 육위의 좋은 게송을 지어 상량의 맑은 노래로 부르고자 한다.


012_0525_a_01L
伏以極南王土拱北臣民欣載明堂
012_0525_a_02L渴仰少海爰開祈福之地可觀不日之
012_0525_a_03L鬼慳於千萬 [240] 之中運廻於三百 [241] 之內
012_0525_a_04L盖此山北去海縣三十里之頭輪山
012_0525_a_05L望瀛洲一千里之大芚寺此寺阿度和
012_0525_a_06L初剏於羅眞興王之朝道詵國師
012_0525_a_07L重衍於羅獻康王之日正廟祖雲章寶
012_0525_a_08L歷萬古而騰輝西山師忠勳機緣
012_0525_a_09L傳千秋 [242] 而駭矚庵名上院三世佛之儼
012_0525_a_10L樓稱雨花四山師之講矣此菴白
012_0525_a_11L雲臺下長春洞上虎巖蓮潭弄顯如
012_0525_a_12L來禪那兜率峰東眞佛庵南蓮坡鐵
012_0525_a_13L演說文字般若人欲去而延佇鳥將
012_0525_a_14L [243] 而棲遲旣*窃窕而擅名亦塽塏 [244]
012_0525_a_15L居最京居白川後人趙鵬根來到此庵
012_0525_a_16L顧而更顧回而復回坐寺而言曰
012_0525_a_17L北斗七星壇祝東君五福瑞如何摠攝
012_0525_a_18L住持鞠躬而起曰諾老少大衆俯首
012_0525_a_19L而跪曰嘉吿事于官官自贊揚布由
012_0525_a_20L于鄕鄕咸樂易官鄕外護賓主內營
012_0525_a_21L物非天來財似川至於是分定執事
012_0525_a_22L靡若從風摠攝印差住持望定趙鵬
012_0525_a_23L根主管敎律化別士 [245] 寛俊監蕫召工工
012_0525_a_24L開基基明坐向寅坐 [246] 左右壬丙

012_0525_c_01L
東              동.
峰頭杲日一輪紅       산봉우리에 붉은 바퀴 떠오르는데
天冠大士爲隣在       천관보살343)이 이웃하여 계시나니
佛國梵歌奏碧空       불국토 범패 소리 푸른 하늘에 울리네
南              남.
瀛洲一髮渺如藍       영주산 한 터럭이 아득히 쪽빛인데
滄溟萬里汪洋處       만 리 바다 넘실거리는 광활한 곳에
沙竭羅王朝暮叅       사가라용왕344)이 아침저녁으로 참배하네
西              서.
蓮花世界路不迷       연화세계 가는 길 미혹되지 않나니
滿山白衲歸依佛       온 산 가득 스님들 부처님께 귀의하네
何必弃東向彼西       하필 동쪽 버리고 서쪽 피안 향하리오
北              북.
拱北之心何日釋       임금 향하는 마음 어느 날에 풀리리오
一望宸宮渺不知       궁전을 바라보나 아득하여 알 수 없네
懸燈漱洗歌三祝       등 걸고 세수하고 삼축345)의 정성 올리네
上              상.
慈氏威容誰不仰       미륵보살 위용을 누가 우러르지 않으리
何必當來會上看       어찌 꼭 장래에 올 회상에서만 보리오
聊將心識有時想       정성스레 마음으로 시시때때 떠올리리
下              하.
名動南中大講舍       명성이 남쪽 땅의 큰 강당에 진동하니
碧眼高僧出入來       푸른 눈의 고승들 나고 드는 곳
能行轍跡今何者       그 궤적 능히 행할 이 그 누구이런가
 
삼가 상량을 한 후에 불법이 중흥하고 국운(國祚)이 태평하기를 바라옵고, 절의 운이 시원히 열려 수달다須達多346)의 단문檀門(시주)이 크게 열리기를 바라옵고, 스님들의 풍습이 순후하여 우바국優婆毱의 교화(化籌)347)가 다시 돌기를 바라옵니다.
무량회 모연소無量會募緣疏 - 범해 각안
살펴보건대 세존께서는 근기에 따라 도를 내려 주시고, 외물에 감응하여 모습을 드러내셨다. 특별히 왕생문을 여시어 염불 삼매에 들어가게 하셨으니, 지금 닦는 잠깐 동안의 작은 선업이 후에 만겁의 자량資糧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동진의 혜원慧遠 법사가 여산廬山에 백련사白蓮社를 결사하여 신이한 영험을 만세토록 흠앙하였고, 고려의 발징發徵 화상348)이 건봉사乾鳳寺에서 만일회萬日會를 이어 열자 같은 날 천 명이 함께 왕생하였으니, 이는 곧 고해를 건너는 빠른 배요, 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우리 본사 모 대사349)는 공문空門의 영수요 불해佛海의 우의羽儀로서 시내 북쪽에 무량회無量會를 열고 무량수불을 니단尼壇 위에서 염불하셨다. 사산四山(생로병사)이 핍박하니 공자가 꾼 전영지간奠楹之間350)의 꿈이 멀지 않고, 육문六門(六識 : 안이비설신의 등의 인식 작용)이 텅 비고 한가하니 석사자釋師子351)의 현고懸鼓352)의 기약이 머지않았다.

012_0525_b_01L申輔弼丁午太陽斧斤之聲和北風
012_0525_b_02L而丁丁棟樑之色共朔雪而皎皎
012_0525_b_03L猊踏礎兮五大夫之秦松 [247] 龍纒梁兮
012_0525_b_04L三將軍之漢柏嵩華呼祝兮憶古今而
012_0525_b_05L不殊芹曝獻誠兮問遐邇而一體
012_0525_b_06L始勿亟地雷復之下弦竣後 [248] 吿功
012_0525_b_07L澤雷 [249] 之中澣敬差糓日方擧數抱之修
012_0525_b_08L [250] 掀倒枯腸敢陳六偉之短頌兒樑 [251]
012_0525_b_09L拋梁東萬仭頭輪聳碧空安得借來
012_0525_b_10L獅子座獻吾當宁願堂中峻嶺衡
012_0525_b_11L平障海嵐瀛室仙風西北起順吹潮 [252]
012_0525_b_12L上供帆西蓮葉峰頭新月低向彼樂
012_0525_b_13L邦無量壽祝吾邸下萬年齊望美
012_0525_b_14L何時庸報德擇地占開北斗壇拄香遙
012_0525_b_15L祝前星福日月星辰 [253] 分位張奉請
012_0525_b_16L來臨新建壇 [254] 吾世子靑 [255] 宮旺
012_0525_b_17L紛花雨談般若題詩滿壁盡 [256] 朝官名振
012_0525_b_18L江南禪敎舍伏願上梁 [257] 之後佛日長照
012_0525_b_19L國界恒安黃河再淸曇花重顯高掛
012_0525_b_20L新扁光透舊林大芚道場價還重於
012_0525_b_21L八域漢陽基業運載昌於萬年

012_0525_b_22L

012_0525_b_23L聞香閣上樑六偉頌 [258]

012_0525_b_24L
云云乃撰六偉之善頌用唱數抱之淸

012_0526_a_01L완명翫溟 스님에게 권선문을 의뢰하니 대사는 대중에게 신망이 있던 분이다. 이에 권선문을 메고 길에 오르니 상서로운 바람은 일곱 근 장삼 속으로 불고 선신善神은 육환장의 머리에서 호위한다. 효제충신孝悌忠信의 집안에서 문을 열고 웃으며 맞이하고,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절에서 항아리를 기울여 재물을 내어놓았다. 그러니 수달다353)가 옛날에는 있고 지금은 없다고 말하지 말라, 부인富仁함이 이러하다. 보살이 예전에는 나오고 지금은 숨었다고 말하지 말라, 자비가 이러하다.
엎드려 비나니 어진 군자, 선지식들이여. 저 어진 일을 맞이하여 물러서지 않는 선근을 캐어 우리가 선을 행하는 가장 즐겁고 좋은 땅에 심읍시다. 그리고 인간세계 오복의 남은 경사를 덜어, 아홉 길 높은 산의 믿음의 공덕을 이룹시다. 그리하면 천추만세千秋萬歲 다하도록 아미타불을 임종 시에 친견할 것이고, 어진 자손들이 무상舞象의 날354)에 성상께 나아가 알현할 것입니다. 이에 봉축하나니 왕실의 복이 산처럼 높아지기를, 귀인의 문에 법해法海가 편안히 흐르기를 바랍니다.
중종시주서中鐘施主序 - 범해 각안
밤낮으로 시간을 알려 공정이 늦은지 빠른지를 깨우쳐 주고, 재나 제사 지낼 때 음악을 연주하여 신도神道가 내려오고 올라가는 것을 엄정히 한다. 목란원木蘭院의 부끄러움355)을 일으켰고 동안현同安縣의 느낌356)이 있었다. 날이 저물어 길이 막힐 때 먼 하늘의 절(梵坊)을 열어 보이고, 숲이 깊고 시내 흐르는 달빛 창가의 나비 꿈을 깨게 한다. 크게 치면 크게 울리고 작게 치면 작게 울리듯, 많이 베풀면 많은 복을 받고 적게 베풀면 적은 복을 받는다.
우리 고성암高聲庵은 이름난 명승지로 그 산은 맑고 높으며 읍의 주맥主脈이 된다. 모 화상이 만덕사萬德寺에서 와서 거처하는데, 권선문을 메고 군자들 집에 알렸다. 불법이 성하려는지 땅의 기운이 장차 돌아오려는지, 화상의 말 한마디가 바람처럼 불자 수많은 집들이 풀처럼 누워, 유한한 재물을 쓸어 모으고 무루無漏의 선근善根을 산처럼 쌓았다. 마침 팔려고 내어놓은 땅이 있어

012_0525_c_01L峰頭杲日一輪紅天冠大士爲
012_0525_c_02L隣在佛國梵歌奏碧空瀛洲一髮
012_0525_c_03L渺如藍滄溟萬里汪洋處沙竭羅王朝
012_0525_c_04L暮叅西蓮花世界路不 [259] 滿山白衲
012_0525_c_05L歸依佛何必弃東向彼西拱北之
012_0525_c_06L心何日釋一望宸宮渺不知懸燈漱洗
012_0525_c_07L歌三祝慈氏威容誰不仰何必當
012_0525_c_08L來會上看聊將心識有時想名動
012_0525_c_09L南中大講舍 [260] 碧眼高僧出入來 [261] 能行轍
012_0525_c_10L跡今何者 [262] 伏願上梁之後佛法重興
012_0525_c_11L國祈 [263] 安泰寺運開通須達多之檀門大
012_0525_c_12L僧習淳厚優婆鞠 [264] 之化籌復廻

012_0525_c_13L

012_0525_c_14L無量會募緣疏 [265]

012_0525_c_15L
原夫世尊隨機授道應物現形特開
012_0525_c_16L徃生一門敎入念佛三昧今修片時之
012_0525_c_17L小善後爲萬刼之資粮 [266] 是以東晋遠
012_0525_c_18L法師剏結白蓮社 [267] 廬山 [268] 萬歲欽仰
012_0525_c_19L高麗徵和尙繼設萬日會於乾鳳同日
012_0525_c_20L千人徃生是迺 [269] 越苦海之迅航出輪廻
012_0525_c_21L之捷徑者也唯我本寺某大士 [270] 空門領
012_0525_c_22L佛海 [271] 羽儀開無量會於溪水之陽
012_0525_c_23L無量壽於尼壇之上四山逼迫孔夫子 [272]
012_0525_c_24L [273] 楹之間 [274] 夢不遠六門虛閑釋獅子 [275]

012_0526_b_01L마침내 교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었다. 누대를 옮겨 종을 거니 산의 용과 호랑이가 나는 듯 달리는 듯 소리가 읍성까지 들리니, 읍의 존귀한 이들 자손이 번성하고, 지옥에 빠진 고혼들은 괴로움을 벗어나 즐거움을 받으며, 윤회하는 중생들은 어려움을 면하고 복을 얻을 것이다. 단월들의 복은 수명이 수미산須彌山같이 될 것이며, 화주의 공은 향수해香水海같이 흐를 것이다. 감히 우매하고 미혹한 지식으로 수승한 인연의 자취를 적어서 보인다.
백양산 정토사 청류동기白羊山淨土寺靑流洞記 - 범해 각안
노령蘆嶺이 횡으로 뻗쳐 있고, 장성長城이 웅거하여, 유림儒林【월평357)】이 득국得局하고, 선원仙苑【정토사358)】이 터를 열었다. 산신령은 백양白羊을 타고 오가며, 불제자들은 정토淨土를 밟으며 출입한다. 사적을 살펴보니 포옹圃翁(정몽주)의 구절이 밝게 실려 있고, 지령地靈을 돌아보니 각로覺老(각진 국사359))의 비360)에 소상히 적혀 있다. 중고 시대부터 보면, 산야를 바람처럼 흔든 이는 양악羊岳361)이요, 용상대덕을 기로 제압한 이는 백파白坡362)로다. 여러 지방에서 그 절을 보수하는 공덕을 허락하여 만든 것이 암자 내의 길이요, 많은 대중들이 강경講經의 모범으로 추천한 곳이 거울 같은 연못(鏡潭)363)이로다. 도사다천覩史多天(도솔천)이 온통 도야림桃野林으로 옮겨 왔고, 기다원祇陀苑(기원정사)이 삼한 땅에서 중흥하였다. 청류암靑流庵에 이르면 남은 향이 방에 가득하고 남은 바람이 숲을 흔들며, 무딘 도끼(鈯斧)364)를 서로 전하며, 푸른 모포(靑氈)365)를 교대로 지켜 왔다. 맑은 시내가 급하게 여울져 좌우를 비치는 것은 덕송德松366)이 물외에 높이 초탈한 것이요, 꾀꼬리 노래와 제비 지저귀는 소리가 상하에 울리는 것은 응운應雲367)이 원내에서 강창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아 단월들이 귀의하고 법재가 모두 풍족하여, 종을 높이 걸고 종 망치(鯨槌)로 한가롭게 치면 경전을 읽은 이나 불자를 세운 이들이 때때로 나후라羅睺羅의 종소리를 연주하고, 고통에 빠진 이나 질병에 걸린 자들이 이를 듣고 나락奈落의 근심을 그치리라.
쌍계雙溪가 유구히 흐르는 것처럼 후손(瓜瓞)이 면면히 끊어지지 아니하며, 기린봉(麟峰)이 고고한 것처럼

012_0526_a_01L皷之期無何推卷 [276] 軸於翫溟師有物望
012_0526_a_02L於介衆者也於是荷卷 [277] 登道祥風吹於
012_0526_a_03L七斤衫裡善神護於六環杖頭孝悌忠
012_0526_a_04L信之家開門迎笑慈悲喜捨之寺
012_0526_a_05L [278] 捨施莫道須達古有今無富仁是矣
012_0526_a_06L勿謂菩薩前現後隱慈悲是焉伏願仁
012_0526_a_07L君子善知識採彼當仁不讓之善根
012_0526_a_08L我爲善最樂之良土減人間五福之餘
012_0526_a_09L成爲山九仭之信功則千秋萬歲
012_0526_a_10L親見彌陀於臨終之時賢子令孫進謁
012_0526_a_11L聖上於舞象之日因玆奉祝王室之福
012_0526_a_12L山高峙 [279] 門之法海安流

012_0526_a_13L

012_0526_a_14L中鐘施主序 [280]

012_0526_a_15L
日夜點更警覺工程之遲速 [281] 祭奏樂
012_0526_a_16L嚴整神道降登爰起木蘭院之慚乃有
012_0526_a_17L同安縣之感日暮塗阻開示雲霄之梵
012_0526_a_18L林深溪流罷除月窓之蝶夢大叩
012_0526_a_19L大鳴小叩小鳴之日多施多福小施小
012_0526_a_20L福之時 [282] 我高聲庵之名區淸高 [283] 邑之
012_0526_a_21L主脉有某和尙 [284] 自萬德來居荷彼勸
012_0526_a_22L善之文吿于君子之宅或佛法欲盛
012_0526_a_23L或地運將回一言風馳萬戶草偃
012_0526_a_24L聚有限之財賄岳立無漏之善根適有

012_0526_c_01L부모님 화락하심 무궁하리라.
먼저 수승한 인연을 드러내어 기록하고 다음으로 아름다운 이름을 나열하여 축원하노라.
사의계 서문(思議禊序)368) - (범해 각안)
한자(한유韓愈)가 말하기를 “인仁은 사랑(愛)이요, 의義는 마땅함(宜)이다.”369)라고 하였으니, 이는 사람을 사랑하고 재물에 마땅함을 말한다. 지금 이 의계義契라는 것은 계로 맺은 사람과 재물에 사랑과 마땅함을 끼치는 것이다. 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리(義)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의리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출가하여 몸을 닦는 이들은 그 처음을 생각해 보면 모두 여러 집안의 자제들인데, 절문에 들어와서는 곧 일불一佛의 자손으로 같아 오로지 의리의 문(義門)을 지킨다. (문門에는) 문법門法, 문족門族, 문삭門削,370) 문학門學, 문의門義의 뜻이 있는데, 이 사의계思義契는 곧 문의의 뜻이다.
이 의계를 만든 후에 만약 환난을 만난 이가 있으면 힘써 구제하되 재물로 구제하고, 말로 구제하고, 계책으로 구제한다. 그리하면 죽은 자를 살리고, 근심하는 자를 즐겁게 하며, 곤궁한 자에게 공급하고, 떨어진 자를 잇게 할 것이다. 형처럼 아우처럼 하여, 과실이 있으면 여러 계책으로 새롭게 고칠 것이다. 충신忠信을 말하고, 독경篤敬을 행하는 곳에 이르면 이들은 모두 의를 생각한다(思義)는 뜻이다. 세간과 출세간법이 모두 재물이 없으면 이루기 어렵다. 그러므로 약간의 재물을 모아 의리를 생각하는 자본으로 삼고, 약간의 이자를 내어 강신講信371)의 이자로 삼는다. 계안契案을 만들고 장기掌記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담당하도록 하고 이를 상규常規로 삼고자 한다. 매번 ‘의義’ 한 글자를 떠올릴 때마다 절대 소홀히 여기지 말라.
만약 그 재물을 잃거나 그 법을 교묘하게 농락하는 자가 있다면, 의를 생각한다(思義) 함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들은 금곡金谷의 법에 따라 벌을 줄 것이다.372)
해언 사미에게 배움을 권함(與海彥沙彌勸學)373) - (범해 각안)

012_0526_b_01L斥賣之處卒廢 [285] 化來之心移掛樓頭
012_0526_b_02L之龍虎如蜚 [286] 如走聲落城上邑之尊
012_0526_b_03L有子有孫沈淪之孤魂離苦受樂
012_0526_b_04L輪回之衆生免難得福檀氏之福
012_0526_b_05L須彌而齊壽化士之功等香海而同流
012_0526_b_06L敢將愚迷知記示勝緣之跡

012_0526_b_07L

012_0526_b_08L白羊山淨土寺靑流洞記 [287]

012_0526_b_09L
蘆嶺橫亘長城雄據儒林
[288] 得局
012_0526_b_10L
[289]
開基山靈騎白羊而徃反釋子履
012_0526_b_11L淨土而出入瞻彼寺蹟昭載圃翁之句
012_0526_b_12L顧此地靈試辭 [290] 覺老之碑降自中古
012_0526_b_13L風動山野者曰羊氣壓龍象者曰白
012_0526_b_14L諸方許其補寺之功德庵裡之道
012_0526_b_15L衆海推其講經之楷模 [291] 鏡中之潭覩斯
012_0526_b_16L全移桃 [292] 陀苑重興韓地
012_0526_b_17L至於靑流庵餘香滿室遺風動林
012_0526_b_18L斧相傳靑㲲 [293] 替守淸流激湍影帶左
012_0526_b_19L右者德松之高超物外 [294] 音鷰語
012_0526_b_20L撤上下者應雲之演唱院中用是爲資
012_0526_b_21L檀越歸依法財具足鳬鐘高掛鯨槌
012_0526_b_22L閑舂轉經也竪拂也時奏羅睺 [295] 之撞
012_0526_b_23L沈淪者病疾者聽息捺落之楚楚
012_0526_b_24L雙溪之長流瓜瓞之綿綿不絕 [296] 峰之

012_0527_a_01L
덕이 재주보다 뛰어난 자는 군자君子요, 재주가 덕보다 뛰어난 자는 소인小人이라고 들었다. 그러기에 재주와 덕을 겸비한 자는 대인大人이라 할 만하다. 달마산에 세 명의 재주 있는 이가 있는데 내가 소문을 듣고서 함께 이야기한 바 있고, 노래를 읊어 그들에게 준 바 있다. 그중 두 명은 내가 직접 보았기에 노래로 읊었으나 한 명은 보지 못하였기에 노래로 읊지 못하였다. 두륜산에는 세 명의 덕 있는 이가 있는데, 내 일찍이 각각에 대해 노래로 읊어 준 바 있다.
묻나니, 재주와 덕이 모두 사람에게 있어 내가 관여할 바 아닌데 노래하여 그들을 칭찬하는 것은 너무 오지랖이 넓은 것 아닌가?
답하나니, 말세의 시운을 당하여 불법佛法이나 세상 법이 동쪽 서쪽으로 기울어져 쌓아 올린 계란같이 위태로운데 이쪽이나 저쪽을 지탱해 주는 사람이 없도다. 그러므로 산야 간에 재주나 덕이 있다고 하는 자 있으면 내심으로 즐거워 도와주고 드러내는 것이다.374)
상포계 서문(喪布禊序)375) - (범해 각안)
색동옷 입고 빙빙 돌며 춤을 춘 것은 노영老榮376)의 효도요, 나무에 새겨 제사를 모신 것은 정란丁蘭377)의 효도이다. 영구를 들고 행렬을 따른 것은 돈길頓吉378)의 효도요, 우란분재盂蘭盆齋379)에서 스님에게 공양 올린 것은 목련目連380)의 효도이다. 사례가 비록 다르지만 효도라는 점은 한결같다.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논하는 것은 왜인가? 산야의 승려들이 비록 출가를 했다지만 정은 부모에게 있다. 계를 만들고 이자를 얻어 부모의 초종례初終禮 때 입는 복식을 준비한다면 그 뜻과 정이 매우 선하고 효성스럽지 않겠는가? 천지와 부모는 서로 다르나 뜻은 같으니, 하늘은 반드시 그 몸에 복을 내릴 것이요, 땅은 반드시 그 몸에 복을 생기게 할 것이다. 계의 기본 취지는 효도를 행하는 일이다. 출가 수도하여 사은四恩381)에 보답하고, 계를 맺어 재물을 넉넉히 모아 신종추원愼終追遠382) 하면, 성현들의 네 가지 효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짚신을 사 신고 증자曾子383)에게 가서 물어보라.

012_0526_c_01L孤高椿萱之棣棣無窮記表勝緣於先
012_0526_c_02L列祝芳名於後 [297]

012_0526_c_03L

012_0526_c_04L思議禊序

012_0526_c_05L
韓子曰仁者愛也義者宜也謂愛人
012_0526_c_06L宜物也今此義契者被愛宜於契約人
012_0526_c_07L物者也契約者何不忘義也思義者
012_0526_c_08L盖出家修身者論其初則皆百家
012_0526_c_09L之子入於寺門則同爲一佛之孫
012_0526_c_10L守義門也然有門法門族門削門學門
012_0526_c_11L義之義此思義契者卽門義之義也
012_0526_c_12L作此義契之後若有患難者救之以力
012_0526_c_13L救之以財救之以口救之以計死者
012_0526_c_14L生之憂者樂之窮者給之絕者續之
012_0526_c_15L如兄若弟若有過失百計改新至於
012_0526_c_16L言忠信行篤敬之地則皆是思義之義
012_0526_c_17L世出世法皆無物不成者也故聚
012_0526_c_18L若干物爲思義本出若干利爲講信
012_0526_c_19L爲成契案爲成掌記輪而掌之
012_0526_c_20L爲恒式每思其義之一字愼勿忽諸
012_0526_c_21L若有閪失其財幻弄其法者思義果安
012_0526_c_22L罰依金谷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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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26_c_24L與海彥沙彌勸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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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又)384) - (범해 각안)
≺미륵권효게彌勒勸孝偈≻에 말하였다. “집안에 두 부처님이 계시나 번뇌 세상 사람들 알지 못하네. 금가루로 단장해 만든 것도 아니고 단향목에 새긴 것도 아니네. 다만 현세의 부모님 바라보시게, 그분들이 바로 석가와 미륵이라.
그분들을 공양할 수 있다면 어찌 별도로 공덕 지을 필요 있을까. 부모님이 낳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 몸 어떻게 났을까.”385) 여여거사如如居士386) 「권효문勸孝文」에 말하기를 “길러 주신 은혜는 크기가 천지와 같고, 고생하신 은덕은 무겁기가 산과 같다. 그러므로 집안의 두 노친은 바로 세간의 생불生佛임을 알아야 하리라.
”라고 하였다. 이는 곧 부모님이 낳아서 길러 주시는 은혜가 부처님과 다름없음을 말한다. 출가인은 스승을 부모로 여기니, 부모와 은사의 은혜를 살뜰하게 한결같이 섬기되, 이 또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공경해야 하리라.
모 상인上人이 부모와 은사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벗들과 함께 음복하며 맹세하고 계를 만들어 재물을 모으고 이자를 불려서는, 살아서는 좋은 옷으로 잘 모시고(色養),387) 돌아가시면 상복을 마련하여 신종추원의 도구로 삼고자 하였다. 내가 듣고서 환희심을 내어 성현들의 권효문을 인용하여 효심을 품고 계회를 설립하는 선행을 드러내고자 한다.
선참계 서문388) - (범해 각안)
무엇을 선참禪懺이라 하는가? 일찍이 예전에 유행된 삼장三藏의 교해敎海와 삼업三業으로 물든 습기를 스승의 한마디 말로 몰록 버리고, 묵언의 경절문經截門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무엇으로 승려의 선계禪契를 삼는가? 생전에 필요한 약간의 돈389)과 세 심지의 심향心香을 제자들의 한마디 말로 계합하여, 무상無相의 법공좌法空座에 마음을 향하는 것이다. 세존이 입멸한 후 교敎는 아난阿難에게 전했고 선禪은 가섭迦葉에게 전하여 오늘까지 스승과 제자들이 각각 선과 교를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선파禪派를 전하는 것이다. 선이 선 되는 이유는 사람에게 있지 선 자체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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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是我聞德勝才者君子才勝德
012_0527_a_02L謂才德兼備可以爲大人也達摩
012_0527_a_03L山有三才聞而說之歌而贈之二才
012_0527_a_04L我親見故歌之一才不見故不歌之
012_0527_a_05L輪亦有三德曾者各贈歌之才德皆
012_0527_a_06L在於人非關於我則歌而贊之豈不
012_0527_a_07L涉於多事耶時當末運佛法世法
012_0527_a_08L東傾西側危如累卵無有東支西撑
012_0527_a_09L故山野間有才德者內心自喜
012_0527_a_10L而揚之

012_0527_a_11L

012_0527_a_12L喪布禊序

012_0527_a_13L
夫彩衣盤舞老榮之孝也刻木奉祀
012_0527_a_14L丁蘭之孝也舁柩隨喪頓吉之孝也
012_0527_a_15L盂蘭齋僧目連之孝也事雖各異
012_0527_a_16L乃一也事親之道何論山野師輩
012_0527_a_17L曰出家情存父母作契息利爲父母
012_0527_a_18L初終服制之具其意其情甚善甚孝哉
012_0527_a_19L天地與父母名異而意同天必降福於
012_0527_a_20L地必生福於身矣契之大節爲孝
012_0527_a_21L之事也出家修道爲報四恩結禊衍
012_0527_a_22L愼終追遠之孝與彼聖賢四孝
012_0527_a_23L有高下於其中哉不信買着艸鞋往問
012_0527_a_24L曾子

012_0527_c_01L이름을 얻으나 내실이 없으면 사제지간에 손해만 있고 이익은 없다. 스승에게 받은 자가 제자에게 전하여 억만 년이 흐르도록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스승의 바람이요, 제자의 소원이다. 우리 스승을 위한 계를 영위하는 것은 실제로는 우리들 몸을 살찌게 하는 것이다. 누가 부처님을 속이겠는가. 그러므로 (속이는 자는) 30번 몽둥이로 벌하여 먼저 통도사 정자각丁字閣에 보내고 뒤에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으로 옮긴 후 마침내 서방정토의 아홉 연화대蓮花臺에 두면 곧 상벌이 분명해질 것이다. 어찌 고봉高峰의 문하만 아름다운 명성을 독차지할 수 있겠는가? 이러하기에 선참선계禪懺禪契라 이름 붙인다. 쯧쯧.
강지선 구걸초姜智善救乞草390) - (범해 각안)
이 아이는 해주 사람 강씨의 아들로, 조실부모하고 형제도 드물었다. 업인이 완고하여 과보로 눈을 잃었으니, 입산하여 참방해도 매번 걱정하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어찌 잠을 잔다고 꾸짖으며, 강을 막아 더디 흐르게 하리오. 설령 소비小妃로 살았대도 업력의 여습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시 풍악楓岳에 들어갔으니 다행히도 이 위공李衞公(이정)391)의 한번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소원이392) 없었고, 여러 차례 옥양沃陽을 뵈니 진실로 소 학사蘇學士(소식)가 내생에는 낯선 손님이 되지 않으리라는 찬탄과 같았다. 사산四山(생로병사)의 무성한 빼어난 기운으로 쉽게 배를 채웠으나, 오장의 썩어 문드러지는 몸뚱이는 채우기 어려웠다. 천지를 집으로 삼고 해와 달을 등불로 삼다 보니, 노 행자盧行者393)가 스승에게 게송을 드릴 날이 어느덧 지나 버렸고, 한산자寒山子394)가 바위굴로 들어갈 해가 점점 도래하였다. 징 소리를 듣고서 해가 운다 하였고, 코끼리를 그리니 키 모양이 되었으며, 얕은 물을 깊은 물 건너듯 건넜고, 평탄한 길을 흙을 메우면서 갔다.395) 화문化門396)과 허주虛舟397)의 문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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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27_b_02L
彌勒勸孝偈曰堂上有二佛尊煩惱世
012_0527_b_03L人不識不用金彩粧成非是檀香彫刻
012_0527_b_04L只看現世爺娘便是釋迦彌勒若能供
012_0527_b_05L養得他何用別作功德不用父母所生
012_0527_b_06L且道儞身何得如如勸孝文曰鞠育恩
012_0527_b_07L大如天地劬勞恩德重如丘山須知
012_0527_b_08L堂二老親便是人間一生佛此乃父母
012_0527_b_09L生養之恩與佛無異也亦出家之人
012_0527_b_10L以師爲父母父母與師恩渥如一事之
012_0527_b_11L亦如嚴哉敬哉某上人爲父母與師
012_0527_b_12L同志之友飮盟立契合財息利以爲
012_0527_b_13L生也彩衣色養死則衰服愼終追遠
012_0527_b_14L之具余聞而隨喜引彼聖賢勸孝之文
012_0527_b_15L又揚含孝立契之善

012_0527_b_16L

012_0527_b_17L禪懺禊序

012_0527_b_18L
何謂之禪懺也曾前所行三藏之敎海
012_0527_b_19L三業之染習法師一言之下頓捨而回
012_0527_b_20L心於默言之經截門也何以僧之禪契
012_0527_b_21L命前所用一𢫰之錢刀三瓣之心香
012_0527_b_22L弟子一言之下契合而向心於無相之
012_0527_b_23L法空座也釋尊入滅敎傳阿難禪傳
012_0527_b_24L迦葉至於今日法師弟子各具禪敎
012_0527_b_25L而此則但禪派之傳也禪之爲禪在人

012_0528_a_01L선지禪旨를 훈자薫炙하였고, 응화應化398)와 설두雪竇399)의 방에서 교전敎詮을 사숙하였다. 천촌千村의 달 비치는 거리에서 위표魏瓢400)의 낙담을 희롱하고, 구중九重의 성 밖에서 한고韓袴401)의 아끼라는 명을 바라본다. 한 말의 곡식과 푼돈은 유랑자의 직분이요, 한 자의 베와 부러진 국자는 행려자의 생애라.
엎드려 비나니 여러 군자와 여러 스님들이여, 방편문을 크게 열어 유루의 복을 조금 덜어 주시어, 개미 목숨을 구제한 사미의 수명402)과 뱀을 치료한 구슬403)을 황천皇天이 후토后土에게 명하여 응하시리라.
삼가 올립니다.
참회사 다비 망축문(懺悔師茶毘祝)404) - (범해 각안)
琴具妙音           거문고가 묘한 소리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非指不發           손가락으로 튕기지 않으면 소리가 피어나지 않는 법
人具淨戒           사람이 청정한 계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非師不說           스승이 없으면 (알려지지) 않네
現法王相           현법의 왕상으로
作老古錐           노고추405)가 되어
曰琴曰人           거문고니 사람이니 하고
或指或師           혹 손가락이니 스승이니 하네
人乘天乘           인승406) 천승407)을 타고
師歸眞歸           대사께서 참된 귀의처로 돌아가시니
嫩桂昌昌           계수나무 울창하니
餘香馡馡           남은 향기 은은하네
金火交代           여름과 가을이 교대하니
溫凉適零           더위와 서늘함이 가고 오는구나
水浴火浴           물로 목욕하고 불로 목욕하니
因終果終           인도 끝이요 과도 끝이로다
또 - (범해 각안)
又法不孤起           법은 홀로 일어나지 않나니
必有因緣           반드시 인연이 있도다
師不徒來           대사께서 헛되이 오신 것이 아니니
亦有受傳           전수받아 전수해 주었도다
將毘尼柄           비니(계율, 율장)의 자루를 잡고
與毘尼兒           제자들에게 비니를 주셨도다
爰有伯牙           백아가 있었기에
厥有鐘期           종자기가 있었구나408)
桂陰徧地           계수나무 그늘이 땅에 편만하니
雷聲滿天           우렛소리 하늘에 가득
收東化機           동쪽에서 거두어 중생을 교화하고
歸西開蓮           서쪽으로 돌아가 연꽃을 피웠도다409)
鶉火政去           순화(5월)410)가 지나고
夷則氣來           이칙(7월)411) 기운 도래할 때
空山無人           텅 빈 산에 사람 없는데
水流花開           물 흐르고 꽃이 피네
은사 다비 망축문(恩師茶毘祝)412) - (범해 각안)
出家更衣           출가하여 옷을 갈아입으니
倚若泰山           든든하기가 태산 같으셔라
衣我食我           우리를 옷 입히고 먹이시니
推閑與閑           한가로움을 미루어 한가로움을 주셨고

012_0527_c_01L而不在禪也得名而無實則師弟之間
012_0527_c_02L有損而無益也以受之於師者傳之於
012_0527_c_03L使不墜於億萬斯年師之望也弟之
012_0527_c_04L願也若營爲吾師契而實爲吾已 [12] 肥也
012_0527_c_05L則其誰欺佛乎然則罰三十棒先送於
012_0527_c_06L通度丁字閣後移於七佛亞字房終置
012_0527_c_07L於西方九蓮臺則賞罰分明也豈可專
012_0527_c_08L美於高峰門下哉是以名禪懺禪契

012_0527_c_09L

012_0527_c_10L姜智善救乞草

012_0527_c_11L
伏以小童海州之人姜姓之子早失怙
012_0527_c_12L亦鮮弟兄業因有頑報果失眼
012_0527_c_13L山叅訪每多咄咄胡爲睡之責言
012_0527_c_14L河遲留尙有小妃住莫流之餘習
012_0527_c_15L入楓岳幸無1)李衛公 [13] 一見金剛山之願
012_0527_c_16L屢謁沃陽信如2)蘇學士 [14] 他日非生
012_0527_c_17L客之歎美易飽四山氛氳之秀氣難充
012_0527_c_18L五藏腐爛之皮囊天地爲家日月作燭
012_0527_c_19L盧行者呈偈之日冉冉已過寒山子入
012_0527_c_20L巖之年看看到來聞錚日鳴模象箕
012_0527_c_21L揭厲淺水適塡坦途化門虛舟之
012_0527_c_22L「李衞公」底本夾註曰「李靖」{編}「蘇學士」
012_0527_c_23L底本夾註曰「東坡」{編}

012_0528_b_01L作彼屋梁           지붕마루를 만들어
爲我家安           우리 집안 편안케 하셨도다
或在敎海           혹은 교학의 바다에
或在禪關           혹은 선의 관문에 계셨으니
所遺者心           남겨 주신 것은 마음이요
所傳者衣           전한 것은 의발이라
山寂寂凄           산은 고요하여 처량하고
水潺潺悲           물은 졸졸졸 슬피 흐르네
계사 다비 망축문413) - (범해 각안)
戒師茶毘祝伏以             삼가 아뢰나니
演說淨戒           청정한 계를 연설하시어
度我後塵           우리 후진들을 구제하셨도다
五姓同席           오성414)이 자리를 같이하니
兄弟義均           형제간의 의리와 같도다
伊誰之德           이것이 누구의 덕인가
唯師之仁           오직 우리 대사의 어지신 덕이라
四大各歸           사대가 각기 돌아가자
一夢天眞           한 번 꾼 꿈에 천진면목 드러났도다
仰號俯泣           우러러 부르고 굽어보며 흐느껴도
無由逮伸           이 마음을 스승께 이르도록 펼칠 도리 없는데
紅黃秋山           붉은 가을 산에
楓葉爭新           단풍잎이 다투어 울긋불긋하네
火俗殘燼           세속의 몸 화장하여 깜부기 사위는데
燭露法身           촛불은 법신을 드러내네
人間罔極           인간세계는 끝이 없고
莫大斯辰           이날보다 큰 게 없어라
謹酌淸茶           삼가 맑은 차를 올리며
罄渴心神           마음과 정신을 다 쏟아 붓습니다
문정 다비 망축문(門庭茶毘祝)415) - (범해 각안)
出家當初           출가했을 당초에는
基在各枰           터전이 각자의 고을에 있었는데
入山此日           산에 들어온 오늘은
義結弟兄           의리로써 형제를 맺었네
生也一身           살아서는 한 몸이요
死也同情           죽어서는 동정이라
老不更少           늙은이가 젊어지지 못하여
化轉蓬萍           부평초로 변했네
此日此夕           오늘 이 밤
哭望雲軿           울면서 구름수레 바라보며
茶果薄奠           다과를 조금 진설하여
哀薦靈屛           슬픔을 머금고 영병에 올립니다
집을 허무는 축문(破屋祝)416) - (범해 각안)
伏以             삼가 아뢰나니
開基建堂           터를 잡아 절을 세우고
奉佛安王           부처님을 모시고 왕실을 편케 하고자 했습니다만
年久月深           해가 오래되고 달이 깊어
雨上風傍           비바람에 위와 곁이 허물어졌습니다
周求物貨           두루 재물과 돈을 모아
間補杇傷           사이사이 깁고 흠집 난 곳에 흙벽을 발랐습니다
破屋日吉           이제 길일을 택하여 집을 부수고
移神時良           좋은 때를 택하여 신을 옮기고자 하니
暫住別壇           잠시 별단에 머무르다
還復新莊           다시 새로 단장한 집으로 돌아오소서
永其保佑           길이 보우하사
歆此淸觴           이 맑은 잔을 흠향하소서

012_0528_a_01L薫炙禪旨應化雪竇之室私淑敎
012_0528_a_02L千村月街弄魏瓢之護落九重城
012_0528_a_03L望韓袴之命藏斗粟分錢浪子之
012_0528_a_04L職分尺布殘杓行旅之生涯伏乞僉
012_0528_a_05L君子諸上人大開方便之門小捐有漏
012_0528_a_06L之福則救蟻之壽藥蛇之珠皇天命
012_0528_a_07L之后土應矣謹呈單于

012_0528_a_08L

012_0528_a_09L懺悔師茶毘祝

012_0528_a_10L
琴具妙音非指不發人具淨戒非師
012_0528_a_11L不說現法王相作老古錐曰琴曰人
012_0528_a_12L或指或師人乘天乘師歸眞歸嫩桂
012_0528_a_13L昌昌餘香馡馡金火交代溫凉適零
012_0528_a_14L水浴火浴因終果終

012_0528_a_15L

012_0528_a_16L

012_0528_a_17L
法不孤起必有因緣師不徒來亦有
012_0528_a_18L受傳將毘尼柄與毘尼兒爰有伯牙
012_0528_a_19L厥有鐘期桂陰徧地雷聲滿天收東
012_0528_a_20L化機歸西開蓮鶉火政去夷則氣來
012_0528_a_21L空山無人水流花開

012_0528_a_22L

012_0528_a_23L恩師茶毘祝

012_0528_a_24L
出家更衣倚若泰山衣我食我推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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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을 세우는 축문(立柱祝)417)【법당과 연호를 갖추어 써도 좋다.】- (범해 각안)
維同治四年          동치(1865) 4년
歲次乙丑三月丙申朔     을축 3월 병신 초구일 갑진 신미시에
初九日甲辰辛未時
化別監某等          화주별감 모 등은
敢昭吿于           감히 토지신께 고합니다
土地之神伏以             삼가 생각건대
生成住持           생·성·주·지는
地之四功           땅의 네 가지 공입니다
建宇設像           집을 짓고 불상을 세워
人神瞻同           사람과 신이 함께 우러러보았는데
日徃月來           날이 오고 달이 가니
欹西傾東           서로 기울고 동으로 기울었습니다
心境俱合           그것을 보는 마음과 대상이 함께 합일이 되어
眞俗同風           진여와 세속에 같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日吉辰良           이에 길한 날과 좋은 때를 가려 세우니
礎兀柱隆           초석이 우뚝하고 기둥이 높습니다
魯班舞智           노반418)이 기교를 뽐내고
百務呈公           온갖 일을 마무리하고 상서로움을 드립니다
神其保佑           신이시여 보우하사
永傳無窮           이 집이 영원히 무궁토록 전하기를 바랍니다
玆陳茶果           이에 다과를 진설하오니
俯歆丹衷           갸륵한 정성 굽어 흠향하소서
尙饗             흠향하소서
다약설茶藥說 - 범해 각안
백약이 비록 좋아도 모르면 쓰지 못하고, 백 가지 병이 비록 괴로워도 구제하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구제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때, 구하고 살리는 의술이 있다. 모르면 쓰지 못하는 중에 알고서 쓰는 묘방이 있다. 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응하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는 약이 비록 좋아도 정말로 알 수가 없으니 구제하는 이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임자년(1852) 가을에 남암南庵에 주석하였는데, 이질痢疾 때문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세 끼니를 잊은 지 어느새 열흘이 되어, 반드시 죽을 것으로 스스로 알았다. 하루는 나와 함께 본사本師에게 입실한 사형 무위無爲 스님이 모친을 병시중하던 곳에서 와서 앉았고, 나와 함께 초의 장로艸衣長老에게 선참을 받은 사제 부인富仁 스님이 스승을 모시던 곳에서 와서 앉았다. 머리를 들어 좌우를 보니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삼태성三台星(삼형제)처럼 자리를 나누어 있으니 나 스스로 반드시 살 것을 알았다. 잠시 후 형이 말하기를 “나는 냉차冷茶로 어머니를 구완하네. 조짐이 있으면 급하게 달여서 복용한다네.”라고 하였고, 아우는 말하기를 “나는 싹차(芽茶)419)가 있어 불시에 위급한 때 사용합니다.”라고 하였다. 어찌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리오. 말한 대로 달이고

012_0528_b_01L與閑作彼屋梁爲我家安或在敎海
012_0528_b_02L或在禪關所遺者心所傳者衣山寂
012_0528_b_03L寂凄水潺潺悲

012_0528_b_04L

012_0528_b_05L戒師茶毘祝

012_0528_b_06L
伏以演說淨戒度我後塵五姓同席
012_0528_b_07L兄弟義均伊誰之德唯師之仁四大
012_0528_b_08L各歸一夢天眞仰號俯泣無由逮伸
012_0528_b_09L紅黃秋山楓葉爭新火俗殘燼燭露
012_0528_b_10L法身人間罔極莫大斯辰謹酌淸茶
012_0528_b_11L罄渴心神

012_0528_b_12L

012_0528_b_13L門庭茶毘祝

012_0528_b_14L
出家當初基在各枰入山此日義結
012_0528_b_15L弟兄生也一身死也同情老不更少
012_0528_b_16L化轉蓬萍此日此夕哭望雲軿茶果
012_0528_b_17L薄奠哀薦靈屛

012_0528_b_18L

012_0528_b_19L破屋祝

012_0528_b_20L
伏以開基建堂奉佛安王年久月深
012_0528_b_21L雨上風傍周朮物貨間補杇傷破屋
012_0528_b_22L日吉移神時良暫住別壇還復新莊
012_0528_b_23L永其保佑歆此淸觴

012_0529_a_01L말한 대로 복용하였다. 한 주발에 속이 조금 편해지고, 두 주발에 정신이 상쾌해지며 서너 잔에 온몸에 땀이 흘렀다. 맑은 바람이 뼛속에 불어 시원하게 처음부터 병이 없는 듯하였다. 이때부터 먹고 마시는 것이 조금 차도가 있어 날로 다르게 떨쳐 일어나 움직였다. 곧바로 6일째 되는 날은 걸어서 70리 본가에 어머니 기제를 드리러 다녀오자, 듣는 이가 놀라고 보는 이가 손으로 가리켰다.
아, 차는 땅에 있고, 사람은 하늘에 있으니, 하늘과 땅이 감응한 것인가. 약은 형에게 있고 병은 아우에게 있으니 형제가 서로 감응한 것인가. 어찌 신이한 효과가 이와 같단 말인가. 차로 어머니를 구하고, 차로 아우를 살리니 효도와 우애의 도가 지극하도다. 슬프도다. 병이 아주 중하지 않았다면 어찌 반드시 죽을 줄을 알았던가. 정이 매우 도탑지 않았다면 어찌 반드시 살 것을 알았던가. 평생의 정분이 어떠한가를 가히 알겠노라.
이에 구제할 만한 도가 있는데 구할 수 없다고 하는 후학들에게 보이노라.
『선문요어』(禪門要語序)420) 서문 - 범해 각안
선교 양종은 모두 세존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세존께서 49년 동안 말씀하신 교敎는 아난에게 전해졌고, 49년 동안 증득하신 선禪은 가섭에게 전해졌다. 가섭은 선주禪主로서 교를 겸수했고, 아난은 교주敎主로서 선을 겸수했다. 이로써 천축天竺의 28조사421)부터 중국의 6대 조사422) 그리고 우리 동토의 일우一愚423)부터 백파白坡,424) 초의草衣425)에 이르기까지 각각 선과 교를 갖추지 않은 이는 없었다. 그런데 선은 무설無說을 참된 설로 삼고, 교는 유설有說을 참된 설로 삼는다. 그러므로 하택荷澤426)은 ‘지知’라는 한 글자를 중묘衆妙의 근원으로 삼았고,427) 고봉高峰428)은 ‘지’라는 한 글자를 중화衆禍의 문으로 삼았다.429) 역대의 여러 존숙尊宿과 천하의 노고추老古錐가 정성스럽게 교문敎文에 대해 해석했음에도 선문禪門에 관해서는 전혀 혀를 놀리지 않은 것은 진실로 이유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동방은 그렇지 아니하여

012_0528_c_01L立柱祝法堂年號具書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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維同治四年歲次乙丑三月丙申朔
012_0528_c_03L九日甲辰辛未時化別監某等敢昭吿
012_0528_c_04L土地之神伏以生成住持地之四功
012_0528_c_05L建宇設像人神瞻同日徃月來欹西
012_0528_c_06L傾東心境俱合眞俗同風日吉辰良
012_0528_c_07L礎兀柱隆魯班舞智百務呈公 [298] 神其
012_0528_c_08L保佑永傳無窮玆陳茶果俯歆丹衷
012_0528_c_09L尙饗

012_0528_c_10L

012_0528_c_11L茶藥說 [299]

012_0528_c_12L
百藥雖良不知不用百病雖 [300] 不救
012_0528_c_13L不生不救不生之際有救之生之之術
012_0528_c_14L不知不用之中有知之用之之妙非人
012_0528_c_15L感之天應之藥病雖良苦不可知
012_0528_c_16L者必也 [301] 予壬子秋住南庵以痢疾
012_0528_c_17L四支忘三時奄及旬朔自知其必死
012_0528_c_18L一日與予 [302] 同入室於本師者 [303] 號曰
012_0528_c_19L無爲自其母侍病之所來坐 [304] 與予
012_0528_c_20L同禪懺於艸衣長老者 [305] 名曰富仁
012_0528_c_21L阿師侍給處來坐 [306] 擧首左右三台分位
012_0528_c_22L自知其必生矣俄爾兄曰我以冷茶救
012_0528_c_23L於幾危之際急煎用之弟曰我藏
012_0528_c_24L芽茶以待于不時之需何難用之

012_0529_b_01L자신의 뜻과 견해대로 천착하여 선문에 대하여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자가 왕왕 많이 있었다. 그런데 백파 스님(龜老)은 출중한 재능과 덕을 바탕으로 공자와 노자를 널리 열람하고 지혜는 선과 교에 통달하였으니, 교가敎家에 힘을 쓰는 것은 백암栢庵430) 스님(栢老)과 방불하고, 선관禪關에 머무른 것은 구곡龜谷431)과 비슷하였다. 곧 백파의 살활체용殺活體用의 설432)이 다투어 쏟아 내어 말로 헤아릴 정도요, 주석을 단 글들이 수레에 실을 정도였다.433) 초학자들이나 청납靑衲 황건黃巾의 무리들이 훈습을 받아 수지 독송하고, 바람에 풀이 눕듯 귀의하여 수긍하였으니 누가 즐거이 앙모하고 찬양하지 않겠는가.중부자中孚子(초의)434)는 불교와 그 외의 도학을 하나로 꿰뚫고 고금의 모든 책을 주머니에 담았으니, 옛사람이 말한바 ‘명성을 피하나 명성이 나를 따른다.’435)고 한 분이다. 대사는 백파가 평한 『선문수경禪文手鏡』을 얻어 보고는 그 가운데 뜻이 맞지 않은 곳을 가려 뽑아 변증하여 바르게 하였다. 이는 바로 그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에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을 보여 준 것으로, 이름을 ‘선문요어禪門要語’라 하였다. 내 일찍이 선사의 문하에서 말석을 얻은 자로, 『요어』를 얻어 보고는 그 현묘함을 알지 못하였으나, 하루 이틀 듣고 보고 하니 마치 안개와 이슬 길을 걸어 지란芝蘭 밭으로 들어간 듯 점점 문향聞香의 은미한 뜻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한 통을 써서 가까이 두고 첫머리에 서문을 써서 이 책의 유래와 본말을 알게 하였다.
무릇 옛날의 선은 비교하여 의심(擬疑)하는 것을 약으로 삼고 알음알이(知解)를 병으로 삼았는데, 요즈음의 선은 알음알이를 약으로 여기고, 비교하여 의심하는 것을 병으로 여기니, 이것은 누구의 허물인가.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지식이다.’436)라고 하는 것은 곧 『선문수경』의 지식이다. ‘(활을) 당기되 화살을 쏘지 않고 약동하듯 중도에 서면 능한 이가 따른다.’437)는 것은 곧 『요어』의 당김이다. 중씨仲氏(자로)의 지식은 『선문수경』의 지식이요,

012_0529_a_01L言煎之如言用之一椀腹心小安
012_0529_a_02L椀精神爽塏三四椀渾身流汗淸風吹
012_0529_a_03L快然若未始有病者矣由是食飮漸
012_0529_a_04L振動日異直至六日徃叅慈氏忌
012_0529_a_05L祭於七十里本家聞者驚之見者指之
012_0529_a_06L茶在地人在天天地應歟藥在兄
012_0529_a_07L病在弟兄弟感歟何神效之如此
012_0529_a_08L茶救母以茶生弟孝悌之道盡矣
012_0529_a_09L心哉病不甚重何以知必死情不甚
012_0529_a_10L何以知必生哉可知其平生情分之
012_0529_a_11L如何而記示其後來有可救之道
012_0529_a_12L不可救之流

012_0529_a_13L

012_0529_a_14L禪門要語序 [307]

012_0529_a_15L
禪敎兩宗皆由於世尊而流出也世尊
012_0529_a_16L四十九年之說敎傳於阿難四十九年
012_0529_a_17L之證禪傳於迦葉迦葉禪主而兼於敎
012_0529_a_18L阿難敎主而兼於禪以之竺之四七
012_0529_a_19L之二三東之一愚白艸無不各具禪敎
012_0529_a_20L而禪以無說爲眞說敎以有說爲眞說
012_0529_a_21L故荷澤以知之一字爲衆妙之源高峯
012_0529_a_22L以知之一字爲衆禍之門歷代諸尊宿
012_0529_a_23L天下老古錐拳拳疏解於敎文而頓然
012_0529_a_24L不爲弄舌於禪門之上者良有以也

012_0529_c_01L맹자의 당김은 『선문요어』의 당김이다. 당기는 것은 본연本然의 선이요, 지식은 천착穿鑿하는 교이다. 당김으로 지식을 깨뜨리는 것은 그 지식을 깨뜨리는 것이지 그 사람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다. 공자가 중유仲由(자로)를 깨뜨린 것이 그러하고, 맹자가 공손추公孫丑를 깨뜨린 것이 또한 그러하다. 지식(知)과 당김(引)은 우리 불가의 선교禪敎이다. 선교는 천축 28조사와 중국 6대 조사에서 백파와 초의에 이르기까지 사람마다 본래 구족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선에 대해서는 여러 존숙과 노고추가 혀를 묶고 함구(含枚)438)하고, 당기되 쏘지 않았다. 이제 당기어 쏘고, 깨뜨리어 수용하는 것을 둘 다 옳다고 하니 이는 누구의 허물인가?
함풍咸豐 6년(1856) 봄에 쓰다.
자웅종기雌雄鐘記 - 범해 각안
원주 치악산雉樂山439)에 큰 절이 있다. 불존佛尊 수좌首座440)가 법당 뒤뜰을 거닐다 보니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꿩을 돌돌 만 채 다투고 있었다. 마치 조개와 황새가 다투느라 바로 곁에 어부가 있는 것도 모르는 격이었다.441) 수좌가 지팡이로 이들을 풀어서 구해 주자 꿩은 감사의 마음을 품었고, 뱀도 같은 마음을 품었다. 그날 이경二更(밤 9~11시)에 흰 모습의 노인이 와서 등불을 켜는 자리 가까이에 앉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기를 “나는 이 절에서 종을 만들던 화주승이다. 수많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모연을 해서 이 큰 종을 만들었는데, 종소리가 맑지 못하여 도리어 죄보를 받아 뱀의 몸으로 생멸을 거듭한 지 어언 무량수 겁이 되었다. 오늘 좋은 때 요행히 꿩 한 마리를 잡아 점심으로 먹기에 좋았는데, 스님의 자비를 입어 이렇게 굶주리게 되었다. 내 반드시 그대를 먹고자 하는데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만약 대신 먹히지 않으려면 나를 위해 종을 쳐서 소리를 내어 이 추한 과보를 벗어나게 한다면 이 또한 자비일 것이니, 평등하게 자비를 행하라.”라고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떠나갔다. 괴이하다 의심하던 차에 그 전까지 울리지 않던 종이 웅장하게 울리며 하늘 밖으로 울려 퍼졌다.

012_0529_b_01L東方則不爾自意自見穿鑿贅談於禪
012_0529_b_02L門者徃徃居多而至於龜老 [308] 以出衆
012_0529_b_03L之才抱德之質學覽孔老知達禪敎
012_0529_b_04L用力敎家彷彿於栢老 [309] 禪關庶幾
012_0529_b_05L於龜谷 [310] [311] 見殺活體用之說 [312] 抱斗量
012_0529_b_06L疏什 [313] 述作之書動論車載新學初機之
012_0529_b_07L靑衲黃巾之徒薫炙而受持讀誦
012_0529_b_08L風靡而歸向點頭孰不欣仰賛揚哉
012_0529_b_09L孚子內外道學一以貫之古今諸書
012_0529_b_10L囊以括之古所謂逃名而名我隨者也
012_0529_b_11L [314] 見龜老所評禪門手鏡其中意義不
012_0529_b_12L [315] 抄出辨正此乃現示其人人見
012_0529_b_13L者之心眞僞斥救之何如也以之名
012_0529_b_14L之曰禪門要 [316] 吾甞從於禪師之門
012_0529_b_15L其緖餘者也得見其要語 [317] 知其玄妙
012_0529_b_16L一日二日耳之目之若行霧露
012_0529_b_17L芝蘭漸得其聞 [318] 香之微旨又書諸一
012_0529_b_18L以在座右又序其弁以知此書之
012_0529_b_19L自來本末大抵古之禪以擬疑爲藥
012_0529_b_20L以知解爲病今之禪以知解爲藥
012_0529_b_21L擬疑爲病是誰 [319] 過歟知之爲知之
012_0529_b_22L知爲不知是知也此乃手鏡之知也
012_0529_b_23L引而不發躍如也中道而立能者從
012_0529_b_24L此乃要語之引也仲氏之知乃手

012_0530_a_01L쥐는 무슨 일인가 하며 나왔고, 잔나비는 숨어서 바라보니, 한 쌍의 큰 꿩이 부리로 종을 울리는데 한 번은 크게 한 번은 작게 쳐 대소大小의 가락이 있었고, 한 번은 암컷이 한 번은 수컷이 쳐 자웅雌雄의 차례가 있었으며, 한 번은 살殺을 한 번은 활活을 근본으로 하여 쳐 살활殺活의 징표가 있었으니, 진정 불문佛門 작법作法의 예악禮樂이었다. 새벽녘에 노인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나는 종소리를 울린 힘을 입어 뱀의 몸을 벗고 하늘에 올라갑니다.”라고 하였다. 날이 밝자 가서 보니 한 마리의 금빛 뱀이 남쪽 회랑 아래 죽어 있어 승려의 예에 따라 장사를 치렀다.
아, 꿩은 죽음으로써 몸을 구제해 준 은혜를 갚았고, 스님은 목숨을 구해 줌으로써 목숨을 구하는 보답을 받았으며, 뱀은 스님으로 인해 꿩의 목숨을 놓아주고, 또 꿩으로 인하여 오랜 겁의 괴로움에서 벗어났으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라.
각각의 처지는 같지 않았으나 세상에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러므로 그 산의 이름을 치악雉樂이라 하였고, 타종 소리는 온 나라의 사찰에 퍼지게 되었다.
능견난사442)기能見難思記【송광사】 - 범해 각안
조계산 송광사에 놋그릇 오백 개가 있다. 이는 보조 국사普照國師443)가 중국을 유력할 때 황제가 대사를 총애하시어 여러 가지 보물을 하사한 것의 하나로서, 부처님 공양하고 재를 올릴 때 사용하는 것이다. 그릇 모양은 너비가 4~5치(寸), 높이가 한 치, 두께가 3~4푼이다. 매우 가볍고 굽이 없어 오백 개 그릇을 합하여 포갤 때, 바깥 것이 안으로 들어감에도 크지 않고 안쪽 것이 바깥에 합해져도 작지 않다. 대소의 구분이 없고 안팎이 정해지지 않아서 형제인 듯하나 형제가 아니고, 대소의 차이가 있는 듯하나 대소의 차이가 없는,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다. 온 세상 사람이 말하기를, 볼 수 있으나 생각하기 어려운(能見難思) 것이라 하였다. 실은 작은 놋그릇 쟁반이다.

012_0529_c_01L鏡之知孟氏之引乃要語之引也 [320]
012_0529_c_02L本然之禪知者穿鑿之敎以引破
012_0529_c_03L知者破其知非破其人孔氏之破仲
012_0529_c_04L由亦然孟氏之破公孫丑亦然知也
012_0529_c_05L引也吾家之禪敎也禪敎自四七二三
012_0529_c_06L至白艸人人本自具足而唯 [321] 諸尊宿
012_0529_c_07L老古錐結舌含枚引而不發今乃引而
012_0529_c_08L發之破之受之兩是雙可是誰之過歟
012_0529_c_09L時咸豊六年春

012_0529_c_10L

012_0529_c_11L雌雄鐘記 [322]

012_0529_c_12L
原州雉樂山有大刹 [323] 尊首座彷徨於
012_0529_c_13L法堂之後有一大蟒包雉而相爭 [324] [325]
012_0529_c_14L有爭不知漁父之在 [326] 傍若也以杖救解
012_0529_c_15L雉有恩意蛇有含意 [327] 伊日二更白像
012_0529_c_16L老翁來坐於煎 [328] 燈之右 [329] 錚然作聲曰
012_0529_c_17L我乃此寺鑄鐘化主僧也慕緣於千門
012_0529_c_18L萬戶鑄此大鐘 [330] 鐘聲不淸反受罪報
012_0529_c_19L生滅蛇趣於今無量刼數而今日良辰 [331]
012_0529_c_20L幸得一雉好點 [332] 心矣蒙師慈悲一寒 [333]
012_0529_c_21L如此必欲代食汝意若何若不代食 [334]
012_0529_c_22L爲我打鐘作聲免此醜報此亦慈悲
012_0529_c_23L平等行慈 [335] 言畢忽然出去 [336] 疑恠之際
012_0529_c_24L前者不鳴之鐘舂容振聲於雲霄之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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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맹치기【곡성 태안사】 - 범해 각안
곡성 봉두산 태안사는 혜철 국사慧徹國師444)의 도량이다. 절을 창건할 때 온 골짜기가 다 모기의 소굴이었는데, 국사가 신통력으로 쫓아내자 산 오른쪽 고개를 넘어 날아갔고 그로 인하여 절을 세웠다. 그 후 모기가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아 그 고개 이름을 축맹치逐虻峙(모기를 쫓아낸 고개)라 하였다. 국사의 비와 부도가 절 안에 있어 매우 엄하게 유지해 왔는데, 함풍 갑인년(1854)과 을묘년(1855) 사이에 담장이 무너져 미처 수축하지 못하고 시일을 지체하였다. 그해 여름에 무수히 많은 모기들이 엄청난 떼로 몰려와 골짜기 가득 우렛소리를 내니 코와 눈을 뜰 수 없었다. 이에 절의 대중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다해 일제히 부도와 도량을 수축하고 국사신당國師神堂에 축원 올리니 모기가 즉시 자취를 감추고 스님과 신도들은 예전과 같이 편안하게 살았다. 이상도 하구나, 밝은 이의 자취여.
학계서 - 범해 각안
사람들에게 도를 가르치는 이를 스승이라 하는데, 스승의 도리는 엄중함을 기강으로 삼는다. 스승을 따라 이해를 얻는 이를 제자라 하는데, 제자의 도리는 공경하고 순종함을 법도로 삼는다. 스승을 공경하고 순종함은 마치 모든 강물이 큰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과 같고, 제자에게 엄중히 함은 마치 봉우리가 넓은 들판에 우뚝 서 있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상대인上大人 구을사丘乙巳(공자)445)는 3,070 제자를 교화했고, 정변지正徧知·명행족明行足(석가)446)은 6만 7천 명을 제도하신 것이다. 오늘날의 스승은 옛날의 스승과 같으니 오늘날의 공자(仲尼)와 석가모니요, 오늘날의 제자는 옛날의 제자와 같으니 오늘날의 안연顏淵과 가섭迦葉이라.
사람에게는 과거와 현재가 있으나, 법에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없다. 유교와 불교가 대립하고 있으나 스승 제자의 풍격은 같다. 그러나 스승이 스승 노릇 하고 제자가 제자 노릇 하는 것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다.

012_0530_a_01L鼠疑而出狙隱而見 [337] 一雙疏雉 [338] 用嘴
012_0530_a_02L鳴鐘一聲大一聲小大小有節一聲
012_0530_a_03L一聲雄雄雌有序一宗殺一宗活
012_0530_a_04L殺活有表正是佛門作法體 [339] 樂也昧爽
012_0530_a_05L老翁更來吿曰我被鳴鐘之力脫身登
012_0530_a_06L空云云平明徃見一介金蛇死于南
012_0530_a_07L廡下 [340] [341] 例葬之雉以殺身報 [342]
012_0530_a_08L身之恩僧以救命而受救命之報
012_0530_a_09L以因僧而捨好生之雉因雉而脫積刼
012_0530_a_10L之苦一擧三得物雖不同曠世一事
012_0530_a_11L故以雉樂名其山以打聲 [343] 布於一國寺
012_0530_a_12L刹也 [344]

012_0530_a_13L

012_0530_a_14L能見難思記 [345] 松廣寺

012_0530_a_15L
曹溪山松廣寺有五百 [346] 鍮器 [347] 普照國
012_0530_a_16L遊上國時 [348] 皇上見愛而以諸種物賜
012_0530_a_17L [349] [350] 供佛時設齋 [351] 所用者也其器 [352]
012_0530_a_18L廣四五寸高一寸厚三四分甚輕無
012_0530_a_19L五百 [353] 合疊外者納於內而非大
012_0530_a_20L者合於外而非小大小不分內外未定
012_0530_a_21L若兄弟而非兄弟若大小而非大小
012_0530_a_22L難希 [354] 有之物也擧世謂之能見之而難
012_0530_a_23L [355] 實則小鍮器 [356] 盤也

012_0530_c_01L
이제 모 공447)이 법당法幢을 구곡동 상원암 앞에 세우고, 경방經榜을 7구지七俱胝448)의 방장문方丈門 위에 걸었으니, 그 당을 보는 자는 하늘을 날고 땅을 흔들며 구름처럼 모이고, 그 방을 듣는 자는 발초첨풍撥草瞻風449)하여 강물처럼 도래하였다. 방장이 비록 넓으나 중생들 마음으로는 오히려 좁게 여겼다. 이때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대낮의 시장과 같았고, 모였다 흩어졌다 하니 마치 하늘의 별과 같았다. 혹 발을 밟으며450) 모의하고, 혹 귀에 대고 말하기를 ‘자취를 끊고 영원히 이별하기보다는 이름을 남겨 서로 알리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였다. 말을 마치자 학동들은 춤을 추어 기뻐하였고,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찬탄하였다. 이에 네 벗(문방사우)을 부르자 네 벗이 이르렀고, 두 글자451)를 쓰자 두 글자가 원만해졌다. 사람마다 각각 10문씩 추렴하여 정성을 드러내는 종잣돈으로 하고, 해마다 각각 5, 6전의 이자를 거두어 강신講信452)의 이자로 삼는다.
범례는 스스로 정했으나 서문이 빠져 있었다. 이에 모임 중에 나와 동서東西의 옛 의리가 있는 훤 상인暄上人이 찾아와서 그 계의 언약에 대해 말하고 그 서문으로 쓸 글을 부탁하였다. 나는 재주 없음을 이유로 거절하였으나 대사가 열정적으로 요구하여, 먼저 스승과 제자의 도리에 대해 서술하고 다음으로 계약의 일을 서술하였다. 일은 비록 세상에 보기 드문 좋은 일이나 문장은 곧 장독이나 덮는 변변찮은 글이로다. 노래하노라.

海濶魚龍聚         광활한 바다에 어룡들이 모이고
山深象虎還         깊은 산중에 용상들이 돌아오네
船倉一男子         선창의 한 대장부
普濟萬人間         모든 중생 널리 제도하시네
초의 삼장이 쓴 금탑기(艸衣三藏金塔記)【화상 자술】 - 초의 의순
청운靑雲으로 나아갈 때 머리를 깎아 천궁天宮의 금합金盒에 보관하였고, (입적 시에는) 백전白氈(흰 담요)으로 감싸 연기를 낸 후 용궁의 옥단지(玉壜)에 묻었다. 이로부터 (탑이) 서역에 별처럼 늘어섰고, 이로 인해 동토에 기러기 줄처럼 늘어서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본사 석가세존께서 옛 부처님들을 이어 생령들에게 교화를 입히신 것이다.

012_0530_b_01L逐虻峙記 [357] 谷城泰安寺

012_0530_b_02L
谷城鳳頭山泰安寺 [358] 慧徹國師 [359] 道場
012_0530_b_03L [360] 寺之時 [361] 洞皆是蚊虻之陣所 [362]
012_0530_b_04L國師以神力逐之飛踰於山之右嶺
012_0530_b_05L爲建寺厥後無一介蚊子故名其嶺曰
012_0530_b_06L逐虻峙又國師之碑浮屠在於寺內
012_0530_b_07L十分 [363] 嚴守矣至咸豊甲寅乙卯之間
012_0530_b_08L垣崩落未及修築遷延月日矣其年
012_0530_b_09L夏間 [364] 無限蚊子千陣萬隊滿谷成雷
012_0530_b_10L鼻眼莫開一寺 [365] 大衆同心宣力一并 [366]
012_0530_b_11L修築浮屠道場一并 [367] 吿祝國師神堂
012_0530_b_12L虻卽時屛跡僧人安堵如故異哉
012_0530_b_13L明人之跡 [368]

012_0530_b_14L

012_0530_b_15L學禊序 [369]

012_0530_b_16L
道向人敎曰師師道以嚴重爲綱解從
012_0530_b_17L師生曰子子道以敬順爲常敬順於師
012_0530_b_18L若百川歸潮 [370] 大海嚴重於子也
012_0530_b_19L一峰特立廣野是以上大人丘乙己 [371]
012_0530_b_20L三千七十士正徧知明行足度六萬七
012_0530_b_21L千人今之師若古之師今之仲尼牟
012_0530_b_22L今之子如古之子今之顏淵迦葉
012_0530_b_23L人有古今法無古今儒佛角立師子
012_0530_b_24L同風然而師之師子之子難則難

012_0531_a_01L다보여래多寶如來에 이르러서는 아득한 옛날 진묵겁塵墨劫 이전에 열반하시어 지금도 의연히 보탑寶塔의 감실龕室에 편안히 좌정하고 계신다. 법을 위하여 항하사恒河沙 국토를 두루 유력하시고,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증명하시고 반드시 찬양하시도다.453) 아, 두 개의 감실이 여러 해 동안 황천黃泉 아래에서 빛을 감추고 있다가, 위대하게도 세 부처님이 동시에 붉은 땅 속에서 출현하셨다. 아무도 들어낼 수 없는데 홀연히 오셨으니 인연이 있어 사양하지 않으신 듯하다. 도 공陶公(도연명)이 힘을 다해 건졌으나 다시 강물 속으로 빠진 것을 원로遠老(혜원)가 정성으로 구하자 수면으로 떠오른 것과 닮았으니, 사안은 고금이 비슷하고 의론은 절 안팎이 합치되었다. 이에 금에 낀 때를 깨끗이 제거하고 옥용玉容을 장엄하게 꾸미니, 만덕萬德의 진신眞身이 구름 비낀 밝은 달처럼 밝게 빛나고, 구층九層의 보탑은 바다에서 솟아난 신선 산처럼 깨끗하였다. 빼어나게 미묘함은 인간의 솜씨가 아니요, 장엄한 광채는 천상의 신이한 솜씨였다. 지금은 곧 일이 원만하게 성취되어 품은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되었도다. 전반은 허다하였지만 후반은 희소해지고, 인생은 끝이 있지만 서원은 끝이 없도다. 옛날에는 스스로 숨었으나 지금은 저절로 드러났으니, 때가 어긋남이 없어 인연이 이른 것이로다.
광금鑛金을 시주한 김광우金匡祐는 인을 품고 의리를 떠받든 사람으로 소박하고 진실한 바탕을 지녔다. 하늘로부터 받은 온화 선량함은 어릴 적부터 홀로 두드러졌고, 인문人文은 향기롭고 윤택하여 아름다움을 머금은 꽃을 피워 냈다. 오직 바라기는 갓난아이의 병은 약을 쓰지 않고도 나으며, 바야흐로 생기려던 근심은 뿌리째 뽑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이로써 아비의 근심을 풀어 주고, 아비는 이로써 선조의 마음을 위로하며, 온 집안이 모두 함께 자비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고, 모든 가족 친지들이 함께 은혜의 비에 흠뻑 젖기를 바랍니다.
수보살계첩문受菩薩戒牒文 - 초의 의순
남섬부주 대청 조선국 전라우도 모읍 모산 모사에서, 비구 아무개 생은 동치同治 4년(1865) 을축 모월 모일에 모사 모암 불상 앞에서

012_0530_c_01L則易于今某公 [372] 建法幢於九曲洞上院
012_0530_c_02L菴前揭經榜於七俱胝方丈門上見其
012_0530_c_03L幢者騰空括地而雲集聞其榜者 [373]
012_0530_c_04L草瞻風而水到方丈雖寛物情猶隘
012_0530_c_05L是時來而去去而來 [374] 日中之市
012_0530_c_06L而散散而會如天上之星或躡足而
012_0530_c_07L謨謀或附耳而語曰與其絕踪 [375] 而永別
012_0530_c_08L不若留名而相知言訖兒童舞手而歡
012_0530_c_09L已而朋友點頭而讃歎於是呼四友
012_0530_c_10L四友至題二字二字圓人各出二五
012_0530_c_11L爲表誠母年各收五六利爲講信
012_0530_c_12L凡例自定序文猶闕會中有暄上
012_0530_c_13L人者與我有東西舊義來言其契言
012_0530_c_14L請文其序文我以才拙却之彼以情熱
012_0530_c_15L求之先序其師子之道後序其契約之
012_0530_c_16L事雖曠世之好事文乃覆瓿之短文
012_0530_c_17L亂曰海濶魚龍聚山深象虎還船倉
012_0530_c_18L一男子普濟萬人間

012_0530_c_19L

012_0530_c_20L艸衣三藏金塔記 [376] 和尙▣▣ [377]

012_0530_c_21L
[378] 靑雲而斷髮藏金盒於天宮和白氈 [379]
012_0530_c_22L而生烟 [380] 玉壜於龍窟自此而星羅於 [381]
012_0530_c_23L西域因斯而鴈列於東丘 [382] 師釋迦世
012_0530_c_24L尊之所以制承古佛化被生靈者也

012_0531_b_01L비구가 보살계를 받기를 구하므로 모든 부처님께 공경히 청하고 세 분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 대신 설하면서 계첩을 주노라.
이로써 대승大乘의 계의 힘(戒力)을 받아 현세에 보살의 지위에 오르고 마땅히 불과佛果를 이루기를 바라노라.
계문戒文
보살계菩薩戒라는 것은 천성千聖의 심지心地요, 만행萬行의 인문因門이다. 심지는 원만하고 밝아 삼광三光454)이 밝게 비추는 것 같고, 인문은 넓고 커서 사방이 환히 트인 것 같다. 이를 깨달은 이는 밖에서 얻어 깨달은 것이 아니요, 미혹한 이는 안에서 잃어버려 미혹한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구족하니 깨달으면 부처요 미혹하면 중생이고, 낱낱이 원만하게 성취하니 따르면 하늘이요 거스르면 지옥이라.
삼세제불이 대법사로 삼고 시방의 제현들이 구경의 반려로 삼도다. 하나의 도장으로 능히 백천 개의 도장을 봉인하니 천 개의 도장이 걸림 없는 무애인無礙印이 되고, 하나의 등불이 능히 백천 개의 등불에 전하니 천 개의 등불이 무궁무진한 등불이 된다. 천진天眞을 믿으나 듣지 아니하니 보배 구슬을 품에 안고도 빈궁하여 구걸하는 것과 같고, 해침(毁犯)을 두려워하나 받아들이지 아니하니 과보를 두려워하나 원인을 끊는 것과 같다. 한 번 대보리심을 내면 유무의 분별이 사라지고, 잠시라도 엄정한 계를 지니면 나와 남이 모두 이익이니, 무거운 죄(바라이波羅夷)가 없어지는 때 가벼운 죄(輕垢)455)가 되고, 큰 서원을 아는 때 태양과 같은 대원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진흙에도 들어가고 물에도 들어가는 노파자老婆子456)요, 능히 죽이고 능히 살리는 노고추老古錐457)로다. 비록 오늘날은 육신을 가진 이지만 진실로 내세에는 금색 부처가 될 것이다. 게송을 부르노라.

諸法本寂滅         제법이 본래 적멸하니
畢竟無名相         필경에는 명상名相이 없을지라
不生寂滅相         적멸의 상을 내지 아니하면
眞個行道者         진실한 수도인이로다
계첩발戒牒䟦
보살菩薩은 범어梵語로서 갖추어 말하면 ‘보리살타菩提薩埵’이며, 중국말로는 ‘각유정覺有情’이라 한다.

012_0531_a_01L若多寶如來邈矣湼槃於塵墨刼前
012_0531_a_02L然宴坐於寶塔龕中爲法徧 [383] 遊於恒沙
012_0531_a_03L國土證明必讃於妙蓮花經嗟乎二龕
012_0531_a_04L累歲鞱 [384] 光於黃泉之下偉矣三佛同時
012_0531_a_05L出現 [385] 於赤壤之中莫能擧而忽來似有
012_0531_a_06L緣而不讓陶公力致而還沈於江心
012_0531_a_07L老誠求而出浮於水面事均今古議合
012_0531_a_08L賓主玆者淨除金垢嚴餙 [386] 玉容萬德
012_0531_a_09L眞身皎然 [387] 離雲之朗月九層寶塔
012_0531_a_10L如出海之神山殊絕妙微非人間之手
012_0531_a_11L莊嚴光餙是天上之神功今則 [388]
012_0531_a_12L事已圓所懷可展前半許而今 [389] 半蕭
012_0531_a_13L生有涯而願無盡古自隱而今自顯
012_0531_a_14L無爽而緣有臻鑛金施主 [390] 金匡祐懷仁
012_0531_a_15L戴義包朴含眞天受之溫良在嬰獨
012_0531_a_16L [391] 人文芳 [392] 拔華 [393] 含章唯願已 [394] 嬰之
012_0531_a_17L勿藥而瘳方凝之憂和根而拔
012_0531_a_18L所以解父之癙父所以慰祖之懷一家
012_0531_a_19L齊入於慈陰 [395] 諸眷共沐於恩雨 [396]

012_0531_a_20L

012_0531_a_21L受菩薩戒牒文 [397]

012_0531_a_22L
據南贍部州大淸朝鮮國全羅右道
012_0531_a_23L邑某山某寺比丘某人某生從同治四
012_0531_a_24L年乙丑某月日於某寺某庵佛像前

012_0531_c_01L이는 일체법을 깨달아 유정을 제도한다는 말이다. 유정은 곧 중생으로, 사람으로부터 꿈틀거리는 함령含靈까지 통틀어 유정이라 한다. 유정에서부터 무정으로 나고 자라는 풀숲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중생’이라 한다. 중생과 유정은 이름은 서로 통하지만 뜻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보살의 계상戒相458)은 표상이 있는 것으로써 표상 없는 것을 받아 지니는 것을 제일로 치며, 일상의 행위를 ‘계’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입안의 맛을 탐착하지 않으며, 몸에 걸치는 옷을 꾸미지 않고, 참기 어려운 것을 능히 참으며, 주기 어려운 것을 능히 주며, 해야 할 일을 앞세우고 자신의 이익은 뒤로 돌리며, 선행을 보면 칭찬하고 잘못을 들으면 감춰 주며, 엎드려서는 낳고 자라게 하는 땅의 공덕을 생각하고, 우러러보면서는 비와 이슬을 내린 하늘의 은택을 흠모하여 유정 세간에 회향하는 것이 이것이다. 계를 받고 첩을 받는 것은 모두 다 눈과 귀의 소리와 색으로, 모든 종파에 해당하고, 하물며 고금의 세월을 거쳤으니, 그러한즉 율가律家의 법도로다.
아무개의 성은 박이요, 낭주朗州(전라남도 영암) 노호露湖 사람이다.
수비구계문受比丘戒文
가만히 생각하건대, 법계法界는 원융하여 본래 범인과 성인의 지위가 없고, 심지心地는 적정寂靜하여 원래 선과 악의 이름이 없도다. 범성凡聖이 본래 공空한데 어찌 계를 설하고 받는 이가 있으며, 선악이 원래 청정한데 누구에게 성죄性罪와 차죄遮罪459)의 사람이 있으리오. 그러므로 삼수三受460)의 영리한 근기는 선악이라는 말에 단번에 깨달았고, 분수를 넘은 두 스님은 죄를 다스리는 장수의 명령 앞에 맹렬하게 반성하였다. 그 자리에서 원만하게 성취하니 천연天然461) 상좌는 귀를 막고 달아났다. 비구계를 ‘구족具足’이라 이름하니, 묘고妙高462) 사미는 계단(壇)에 임하여 사양하였다. 비록 그러하나 풀 우거진 뜰에서도 한결같이 거양擧揚하였고, 항상 낮은 근기에 대해서도 높은 산을 은밀하게 드러냈다. 이 때문에 엄격하게 수지한 우바국다優婆毱多463)는 세존과 다를 것이 없고, 정성스레 수지한 남산南山464)은 우바리優婆離465)와 차이가 없다. 육군六群466)은 방편으로 설해진 것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보살이요,

012_0531_b_01L某比丘求受菩薩戒敬請諸佛爲三
012_0531_b_02L師承敎代說因授戒牒以此受大乘戒
012_0531_b_03L現登菩薩位當成佛果者

012_0531_b_04L

012_0531_b_05L戒文

012_0531_b_06L
夫菩薩戒者千聖之心地萬行之因
012_0531_b_07L心地圓明如三光之照耀因門
012_0531_b_08L廣大若四方之虛通悟之者非外得
012_0531_b_09L而悟之迷之人非內失而迷也人人
012_0531_b_10L具足悟爲佛迷爲生個個圓成順則
012_0531_b_11L逆則獄三世諸佛以爲大法師
012_0531_b_12L方諸賢以爲究竟伴一印能封百千印
012_0531_b_13L千印無碍印一燈能傳百千燈千燈無
012_0531_b_14L盡燈恃天眞而不聽如懷珠而窮乞
012_0531_b_15L恐毁犯而不受若怖果而絕因一發大
012_0531_b_16L有无殄滅暫持嚴戒自他利宜重
012_0531_b_17L罪滅時輕垢知弘誓發日大願亦入泥
012_0531_b_18L入水老婆子能殺能活老古錐雖今日
012_0531_b_19L之肉身兒誠來世之金色佛偈曰

012_0531_b_20L諸法本寂滅畢竟無名相

012_0531_b_21L不生寂滅相眞個行道者

012_0531_b_22L

012_0531_b_23L戒牒䟦

012_0531_b_24L
梵語菩薩具云菩提薩埵華言覺有情

012_0532_a_01L칠중七衆467)은 공경을 다하여 여러 지위에 오르는 성문聲聞이라.
이렇게 하여 중생과 부처와 마음의 셋은 이름은 셋이나 이치는 하나로다. 중생과 부처와 마음의 하나는 이치는 하나이나 이름은 셋이로다. 셋과 하나는 허명이요 실상은 응연히 하나라.
누가 주고받으며 무엇을 범하고 수지했다 하리오. 계로써 현묘해지고 계에 즉함으로써 부처가 된다.
삼공명三空銘
주공主空
孝事佛廟           효성으로 절을 섬기며
忠祝國釐           충심으로 나라의 복을 축원하였도다
坐三條椽           작은 선방468)에 앉아
荷七斤衣           일곱 근 가사469) 걸치고
不言自是           내가 옳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不說人非           남이 그르다 하지 않았네
師書中聖           경전 중의 성인을 스승으로 삼고
友林下麋           숲속의 사슴을 벗 삼았네
庭草不除           마당의 풀을 뽑지 않았으니
周先生意           주염계周濂溪470) 선생의 뜻이며
三經種菊           세 길에 국화를 심으니
陶處士志           도연명陶淵明471) 처사의 뜻이로다
揮蚊而誦           모기를 쫓으며 외웠고
捫虱而睡           이를 잡으며 잠들었도다
形容枯稿           모습은 마르고
顏色憔悴           안색은 초췌하였으며472)
隱若六藏龜          은거할 때는 여섯 다리를 감춘 거북이 같았고473)
動如千里驥          활동할 때는 천리마와 같았다
逐之則去           물리치면 곧 떠나고
招之則至           초대하면 곧 응했다
不淸不濁           지나치게 맑지도 흐리지도 않았고
無㤪無忌           원망하거나 꺼리지도 않았다
吾將書壁           내 장차 벽에 써서
誓心燒臂           맹세하며 연비합니다
대공大空
澡心育德           마음을 씻어 덕성을 배양하고
守默處眞           침묵을 지켜 진실함에 처하였도다
見善復圭           선을 보면 따라 하였고474)
聞行書紳           좋은 행실을 들으면 큰 띠에 적어 두었으며475)
幼幼而慈           어린아이들에게 자애로웠고
老老而仁           늙은이들에게 인자하였다
不作嗟來           남을 무시하지 않았고476)
不爲食言           식언을 하지 않았으며
杵臼力務           방아도 직접 찧고
瓢笊躬親           두레박질도 친히 하였다
月下擔泉           달빛 아래 샘물을 긷고
雲中析薪           구름 속에서 장작을 팼으며
昇堂叅訊           당에 올라서 스승께 참알하고
出門送賓           문밖에 나서서 손님을 배웅했다
食後勿食           식후에는 먹지 않았고
嗔後勿嗔           한 번 성낸 후에는 다시 성내지 않았다
不借掩足           버선을 빌리지 않았고
穀茶禁脣           곡차를 입에 대지 않았다
爲物興悲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내었고
樂道安貧           안빈낙도하였다
瞿曇直派           바로 구담瞿曇477)의 직계 자손이요
羅云後身           나후라(羅云)478)의 후신이라
顧名思義           이름을 돌아보며 의리를 생각하니
銀池法臣           은빛 연못의 법신479)이로다
소공小空
童眞發心           어린아이로 발심하여
愛憎初萌           애증이 처음 싹틀 때
扶護身器           몸을 부지하고 보호하여
置諸坦平           평정에 머물렀다

012_0531_c_01L謂覺一切法度有情有情卽衆生自人
012_0531_c_02L至蠢動含靈通謂之有情自有情至無
012_0531_c_03L情生長之草莾都稱衆生衆生與有情
012_0531_c_04L名雖互通義則小異菩薩之戒相
012_0531_c_05L有表受無表持爲勝以日用行履處爲
012_0531_c_06L何則口中之味莫着身上之衣不
012_0531_c_07L難忍能忍難與能與臨務先之
012_0531_c_08L利後之見善譽之聞過隱之俯念生
012_0531_c_09L成之地功仰慕雨露之天澤回向於有
012_0531_c_10L情世間是也受戒受牒盡是眼耳之聲
012_0531_c_11L列宗指派況乃古今光陰然律家
012_0531_c_12L之榜樣也某姓朴朗州露湖人也

012_0531_c_13L

012_0531_c_14L受比丘戒文

012_0531_c_15L
切以法界圓融本無凡聖之位心地寂
012_0531_c_16L元無善惡之名凡聖本空兮何有
012_0531_c_17L說戒受戒之者善惡元淨兮誰有性罪
012_0531_c_18L遮罪之人是以三受利根頓悟於善惡
012_0531_c_19L之言下二僧犯分猛省於罪將之令前
012_0531_c_20L當處圓成天然上座掩耳而走便名具
012_0531_c_21L妙高沙彌臨壇而辭雖然一向擧揚
012_0531_c_22L於草深庭際常恒密現山高於劣機
012_0531_c_23L以毱多嚴持與世尊而無異南山精
012_0531_c_24L同婆離而不差六群設權度衆生

012_0532_b_01L賦食行水           재 공양할 때 물을 돌리고
放禪報更           좌선할 때 시간을 알렸다
衣服潔白           옷은 깨끗하였고
飮食明精           음식은 명정하였으며
廊廡淸淨           회랑은 청정하고
香燈分明           향등은 밝게 빛났다
恭順迎客           공손하게 손님을 맞이했고
慈悲放生           자비로써 방생하였다
食勿先起           먹을 때는 먼저 일어서지 않았고
事勿速成           일 처리는 대충 빨리하지 않았다
邊立低聲           주변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응대했고
隅坐隨行           모퉁이에 앉아 수행하였다
色界死心           색계에는 마음 두지 않았고
財上斷情           재물에는 생각을 끊었다
怨視洒灑           술 거르는 것을 원망하며 바라보았고
喜從茶烹           차 달이는 것을 기뻐 따라 했다
雷風必變           우레 치고 바람 불면 몸매를 가다듬고
唁訃必驚           부고를 들으면 반드시 놀라워했다
交辭爲吾           말을 주고받음에 내 일처럼 여겼고
尊禮稱名           예법을 존중함이 이름에 걸맞았다
拾螢讀書           반딧불을 모아 책을 읽고
搬柴煮羹           땔나무를 가져다 국을 끓이며
一日二日           하루 이틀
朝擎夕擎           아침저녁으로 받들었다
預銘發軔           명銘을 쓰기 전에 발인하니
終銘奠楹           명을 다 쓴 후 제수 올린다480)
설혜자계안 서문(設慧字契案序) - 범해 각안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佛家의 오계五戒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유가儒家의 오상五常481)이다. 오상과 오계는 이름은 다르나 그 뜻은 같다. 무릇 영지靈知가 있는 자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지만, 간곡하게 말씀으로 풀어내는 것은 앞뒤의 성인이 받아 전해 준 떳떳한 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하의 선사荷衣先師482)에게 받았고, 선사께서는 완호玩虎483) 조사에게 받으셨다. 나 또한 그대들에게 전하노니 그대들 또한 제자에게 전하리라.
그리하면 억만 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전하리라.
성性은 계戒이고, 정正은 정定이고, 혜慧는 혜惠이니, 실로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가리킨다. 성, 혜, 정 세 글자로 이름을 지은 것은 그대들이 반드시 삼학으로써 삼한三韓의 사찰에 이름을 날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형은 복엄福嚴이라는 이름을 병인년(1866) 겨울에 제자에게 주고, 사제는 혜엄慧嚴이라는 이름을 정묘년(1867) 겨울에 나의 제자에게 주었으니, 이것이 바로 선가禪家의 복과 혜를 함께 운용하는 진전眞詮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이름을 돌아보고 의리를 생각하여 이름을 지어 준 깊은 기연機緣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어찌 부처님 없는 세상에 난 것을 근심하며 공자가 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을 근심하리오.

012_0532_a_01L之菩薩七衆致敬登諸位之聲聞
012_0532_a_02L乃生佛心三名三理一生佛心一
012_0532_a_03L一名三三一虛名凝然一相曰誰授
012_0532_a_04L云何犯持以之而玄卽之而佛

012_0532_a_05L

012_0532_a_06L三空銘

012_0532_a_07L主空

012_0532_a_08L
孝事佛廟忠祝國釐坐三條椽荷七
012_0532_a_09L斤衣不言自是不說人非師書中聖
012_0532_a_10L友林下麋庭草不除1) [15] 先生意
012_0532_a_11L經種菊陶處士志揮蚊而誦捫虱而
012_0532_a_12L形容枯稿顏色憔悴隱若六藏龜
012_0532_a_13L動如千里驥逐之則去招之則至
012_0532_a_14L淸不濁無㤪無忌吾將書壁誓心
燒臂

012_0532_a_15L大空

012_0532_a_16L
澡心育德守默處眞見善復圭聞行
012_0532_a_17L書紳幼幼而慈老老而仁不作嗟來
012_0532_a_18L不爲食言杵臼力務瓢笊躬親月下
012_0532_a_19L擔泉雲中析薪昇堂叅訊出門送賓
012_0532_a_20L食後勿食嗔後勿嗔不借掩足糓茶
012_0532_a_21L禁脣爲物興悲樂道安貧瞿曇直派
012_0532_a_22L羅云後身顧名思義銀池法臣

012_0532_a_23L小空

012_0532_a_24L
童眞發心愛憎初萌扶護身器置諸

012_0532_c_01L아, 금전과 곡식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오랑캐의 풍속이로다. 만약 이익을 좋아하는 자는 벌로 몽둥이 삼십 대를 쳐서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으로 보낼 것이요, 계를 좋아하는 자는 벌로 몽둥이 삼십 대를 쳐서 통도사 정자각丁字閣에 보낼 것이다. 나는 주장자를 들었다네. 척!
수보살계문受菩薩戒文 - (범해 각안)
살펴보건대 청정한 법신法身은 본래 더러움과 깨끗함의 분별이 없으니, 원융한 진성眞性을 범하고 지키는 분별을 어찌 논하리오. 매일 같이 생활하는 때, 행자가 점검하는 곳에서, 죄성罪性이 공하여 태허太虛와 같아 형상이 없고, 심화心花484)가 피어나 만고 세월 다하도록 그 향기가 남음이 있다.
경鏡·흠欽 두 비구의 죄의罪疑가 정명淨名485)의 ‘안과 밖에 있지 않다.’는 말을 듣자마자 문득 풀리고, 세 가섭486)의 상호가 선서善逝487)의 ‘잘 왔구나, 비구야.’488)라고 했던 단 앞에서 원만하게 성취되었다. 본래 스스로 구족하고 있는데 스스로 알 수 없었고, 항상 원만함에 거처하면서도 언제나 깨달을 수 없었다. 빈궁한 아들이 진주를 품에 안았지만 아무도 가리켜 주지 않았고, (통)에 보배를 묻어도 아무도 거두는 이가 없었다. 범부는 미혹하여 알지 못하고, 깨달은 이는 다다랐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먼 길에 나아가는 것은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니 비유를 든다 한들 무슨 해가 되겠는가. 실로 달이 구름 속에 숨은 것이고 우유가 성 밖에 있지 않은 것이다.489) 옥이 부드럽고 윤기 나는(溫潤) 미덕을 지니고 있으나 자공子貢과 공자가 묻고 답하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고,490) 거문고가 산 높고 바다 깊은 듯한(峨洋) 오묘한 곡조를 갖추고 있으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가 켜고 듣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491) 계戒로써 스승으로 삼음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꿀 수 없는 참된 진리(眞詮)요, 앉아서 받고 서서 깨는 것은 옛 성인부터 현재까지 행해지는 상황이다. 훼손할까 두려워 받지 않는 것은 배가 뒤집힐까 두려워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셈이요, 범할까 무서워 피하는 것은 농사를 그르칠까 걱정하여 밭 가는 것을 미리 그만두는 것과 같다. 믿고 받들면 삼업三業(身業·口業·意業)이 삼취三聚492)로 변화할 것이요, 엄정하게 규칙을 행하면

012_0532_b_01L坦平賦食行水放禪報更衣服潔白
012_0532_b_02L飮食明精廊廡淸淨香燈分明恭順
012_0532_b_03L迎客慈悲放生食勿先起事勿速成
012_0532_b_04L邊立低聲隅坐隨行色界死心財上
012_0532_b_05L斷情怨視洒灑 [398] 喜從茶烹雷風必變
012_0532_b_06L唁訃必驚交辭爲吾尊禮稱名拾螢
012_0532_b_07L讀書搬柴煮羹一日二日朝擎夕擎
012_0532_b_08L預銘發軔終銘奠楹

012_0532_b_09L

012_0532_b_10L設慧字契案序 [399]

012_0532_b_11L
殺盜婬妄酒釋氏之五戒也仁義禮智
012_0532_b_12L儒家之五常也五常與五戒名異
012_0532_b_13L而義同凡有靈知者不說自知而苦
012_0532_b_14L口宣說者前聖後聖受而傳之之常道
012_0532_b_15L [400] 亦受之於荷衣先師先師受之於
012_0532_b_16L玩虎祖師吾亦傳之於汝等汝等亦傳
012_0532_b_17L之於弟子則億萬斯年傳之不絕也
012_0532_b_18L [401] 性者戒也正者定也慧者惠也
012_0532_b_19L實則戒定慧三學也以性慧正三字作
012_0532_b_20L名者汝等必以三學馳名於三韓之寺
012_0532_b_21L刹也阿兄以福嚴與其徒於丙寅冬
012_0532_b_22L阿弟以慧嚴授吾徒於丁卯冬此乃
012_0532_b_23L禪家福慧雙運之眞詮 [402] 臨時觸處顧名
012_0532_b_24L思義不負命名之深機則何患乎無佛

012_0533_a_01L십중十重493)이 사라지고 십경十輕이 될 것이다. 중생을 교화함에 원수와 친척을 분간하지 않고 제법을 보시함에 귀하고 천함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산하의 만상萬象이 우리 부모 권속이고, 고금의 시방十方이 나의 크고 작은 털끝을 용납하도다. 그러므로 현재에는 보살의 인문因門이요, 미래에는 제불의 과위果位가 된다.
게송을 부르노라.

身空法亦空          몸이 공하여 법 또한 공하나니
空中何有物          공 가운데 그 무엇이 있으리오
揚却消長理          드러내고 물리치고 사라지고 늘어나는 이치여
卓彼法身佛          우뚝하여라 저 법신불이여
화공양기花供養記 - 범해 각안
하늘은 비와 이슬의 은택을 베풀고 땅은 생성의 권능을 맡았도다. 염제炎帝494)는 초목을 북돋워 꽃을 피우도록 했고,495) 여이女夷496)는 향기로운 꽃을 맡아 길렀으니, 『본초本草』497)가 나오자 풀의 달고 쓴 성질을 이해하였고, 『화보花譜』가 만들어지자 향기와 냄새나는 꽃을 구분하였다. 이로부터 화초에 이름을 붙이게 되었고, 혹은 늙은 몸을 양생하기 위해 마당을 채우고, 혹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언덕 가득 심었다.
해남의 수재(秀士) 이보일李輔逸은 영산홍, 해당화, 사철나무를 한 그루씩 당 아래에 옮겨 심었고, 김명순金明順은 모란, 작약, 월계수를 두 그루씩 계단 가에 옮겨 심었으니 이것이 바로 화공양이로다. 『대일경大日經』에 이르기를 “꽃은 자비를 따라 피어나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준다.”라고 하였으니, 곧 ‘향, 꽃, 차, 밥, 등불’의 오공양五供養 중의 두 번째이다. 『영산재의靈山齋儀』에 이르기를 “엎드려 만행화萬行花498)를 올립니다. 존귀한 모란, 작약, 연꽃을 금전을 아끼지 않고 사서 용화회龍華會에 바칩니다. 오직 바라옵기는 모든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이 공양을 받으소서.”라고 하였으니, 곧 ‘향, 등불, 꽃, 과일, 차, 밥’의 육법공양六法供養 중의 세 번째이다. 훌륭하도다. 늙은 몸을 기르거나 신에게 바치고 남은 정성으로 삼보三寶와 팔부신중八部神衆의 마당과 언덕에 널리 미치도다. 사시사철 긴 공양을 그치지 않고 삼제三際(삼세) 동안 무궁토록 언제나 무성하리니, 그 공덕은 우러를 만하며

012_0532_c_01L世出無孔國生錢糓之爭夷虜之
012_0532_c_02L若好利者罰三十捧卽送於七佛
012_0532_c_03L亞字房好戒者罰三十捧卽送於通
012_0532_c_04L度丁字閣吾拈一柱杖

012_0532_c_05L

012_0532_c_06L受菩薩戒文

012_0532_c_07L
詳夫淸淨法身本無染淨之別圓融眞
012_0532_c_08L何論犯持之分日用行履之時
012_0532_c_09L者檢點之處罪性空兮等太虛而無狀
012_0532_c_10L心花發兮亘萬古而有餘鏡欽二比丘
012_0532_c_11L之罪疑頓解於淨名不在內外之言下
012_0532_c_12L三迦葉之相好圓成於善逝善來比丘
012_0532_c_13L之壇前本自具足而自未得知居常圓
012_0532_c_14L滿而常不可覺窮子懷珠而無人指
012_0532_c_15L榼𣜂埋寶而無人收凡夫迷而不知
012_0532_c_16L者達而不得然而▼(阝+歨)遐自邇取譬何傷
012_0532_c_17L實爲月隱雲間乳非城外玉有溫潤之
012_0532_c_18L美德而未得子貢孔子之問答琴具峨
012_0532_c_19L洋之妙調而不逢伯牙鍾期之彈聽
012_0532_c_20L戒爲師金口不易之眞詮坐受立破
012_0532_c_21L古聖現行之榜樣恐毀不受如恐翻舟
012_0532_c_22L而先投海畏犯逃設若慮失農而預廢
012_0532_c_23L信而俸之三業化而三聚嚴而行
012_0532_c_24L「周」底本夾註曰「濂溪」{編}

012_0533_b_01L그 복락은 헤아릴 만하도다. 이에 이를 본받고자 하는 군자들과 장차 이곳에 머물게 될 사문沙門들에게 써서 보이노라.
게송(祇夜)으로 펼친다.

皇天雨澤           황천皇天은 비를 내리시고
后土生成           후토后土는 만물을 생성하셨네
本草卞品           『본초』에선 품종을 변별하고
花譜載名           『화보』에선 꽃 이름을 실었네
養老滿塢           늙은 몸 양생하느라 언덕 가득 심고
薦神充庭           신령께 바치느라 마당 가득 채웠네
虔誠弸            공경과 정성이 충만한 가운데
窹寐見靈           자나 깨나 영험을 보이도다
六列唐儀           여섯 공양은 『당의唐儀』499)에 나열되었고
五出唐經           다섯 공양은 범경梵經에 나온다네
四時供養           사시사철 공양하니
五福圓盈           오복五福이 원만하게 채워지리라
有效今爲           오늘날의 공양 본받아
無限將營           장차 무한히 영위하리니
刼石消磨           겁석劫石500)이 닳아 없어지도록
此花益馨           이 꽃들은 더욱 향기로우리
화엄사기華嚴寺記【구례현】 - (범해 각안)
3층의 각황전覺皇殿을 창건하고 장륙불상丈六佛像을 봉안할 당시, 여덟 곳의 절과 아홉 곳의 암자 대중이 한곳에 모두 모여 화주化主를 정하기로 하였다. 이때 두 개의 그릇에 밀가루를 넣고 손을 넣어 밀가루가 달라붙지 않는 스님을 화주로 정하기로 하였다. 한곳에 모인 스님들이 차례로 일어나 손을 넣어 보니 모두 달라붙었는데, 오직 공양주 스님만 달라붙지 않았으니, 울산 신흥사新興寺에서 온 스님이었다. 스님은 화주로 정해진 후 권선문을 지니고 길을 나섰다. 어느 날 먼동이 틀 무렵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권선문을 지니고 길을 나설 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권선하시오.”라고 하였다. 그날 권선문을 지니고 절문 밖을 나서는데, 한 할머니가 대나무 상자를 등에 지고 오자, 화주는 지팡이를 놓고 합장하여 서서 지성으로 선행을 권하였다. 할머니는 간절함에 겨워 거짓으로 말하기를 잠시 계곡 물에 속곳을 빨겠노라 하였으나 오래도록 나오지 않았다. 화주가 가서 보니 노파는 계곡 못에 몸을 던져 이미 죽어 있었다. 화주는 두렵고 슬퍼 함께 오솔길을 따라 이틀을 가서 북쪽 산에 숨은 뒤 3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당시 국왕은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두 손을 굳게 움켜쥐고 떼지 않으며,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은 지가 벌써 6년이었다. 화주가 산을 나서서 서울에 들어가 보니 시정 사람들이 왕자를 등에 업고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왕자가 화주를 보더니 즉시 땅에 내려서는 두 손을 펴고 합장하여 말하기를 “이분은 화엄사 화주승이다.”라고 하며

012_0533_a_01L十重消而十輕敎化衆生不揀 [403]
012_0533_a_02L普施諸法無遺貴賤山河萬像
012_0533_a_03L我父母眷屬古今十方容我大小毛端
012_0533_a_04L然則現在菩薩之因門當作諸佛之果
012_0533_a_05L偈曰

012_0533_a_06L身空法亦空空中何有物

012_0533_a_07L揚却消長理卓彼法身佛

012_0533_a_08L

012_0533_a_09L花供養記 [404]

012_0533_a_10L
天施雨露之澤地掌生成之權炎帝鞭
012_0533_a_11L草木而向榮女夷司芳花而長養本草
012_0533_a_12L述而甘苦解花譜作而薫蕕分自此花
012_0533_a_13L草有名焉 [405] 或養老而充庭或薦神而滿
012_0533_a_14L塢者也 [406] 海南秀士李輔逸 [407] 山海棠
012_0533_a_15L季各一株移栽於堂下金明順 [408]
012_0533_a_16L芍藥月季各二株 [409] 移栽於階除此是
012_0533_a_17L花供養也 [410] 大日經云花從慈悲生
012_0533_a_18L苦與樂意卽香花茶飯燈五供養之第
012_0533_a_19L二也靈山齋儀云拜獻萬行花牧丹芍
012_0533_a_20L藥蓮花爲尊貴不惜金錢買獻龍華會
012_0533_a_21L [411] 願諸佛哀㦖 [412] 受此供養卽香燈花果
012_0533_a_22L茶飯六法供養之 [413] 第三也善哉養老薦
012_0533_a_23L神之餘誠普及三寶八部之庭塢四時
012_0533_a_24L不絕長供養三際無窮常氛氳其功可

012_0533_c_01L태어난 후 처음으로 말하고 걸어가서 손을 편 것이다. 두 손에는 지문이 있었는데 ‘화엄사 대시주華嚴寺大施主’ 여섯 글자였다. 국왕이 화주를 부르자 화주는 옷을 고쳐 입고 연유를 말하였다. 국왕은 그를 내려보내지 않도록 하고 도백道伯에게 그 일을 주관하도록 하여 3년 만에 완공을 알렸다. 이에 장륙불상을 봉안하고 석판각石板刻 『화엄경華嚴經』 한 질을 후불단後佛壇에 안치하여, 그 절의 이름을 화엄사華嚴寺라 하였다.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부숴서 지금은 2층이다.
척판대기擲板臺記 - (범해 각안)
평안도 묘향산 밖에 척판대擲板臺가 있는데 원효 조사元曉祖師가 주석하던 곳이다. 대사가 중국을 멀리 보니, 태화산太華山에 큰 가람이 있고 이곳 천 명의 대중 가운데 환속했다가 다시 머리를 깎은 스님이 부전副殿 소임501)을 맡았고, 이로 인해 그 절에 재난의 조짐이 있었다. 대사가 ‘해동원효척판구중海東元曉擲板救衆(해동 원효가 널빤지를 던져 중생을 구하다)’이라고 새긴 널빤지를 서쪽 하늘에 던지자, 그 널빤지가 공중에 떠서 날아가 그 절을 세 번 빙 돈 다음에 떠 있었다. 산문 어귀의 대중들이 동시에 따라갔는데, 널빤지는 산문 밖에 이르러 비로소 땅에 떨어졌다. 대중들이 모두 모여 바라보자 바로 그때 절이 무너져 연못이 되었다. 부전 스님 홀로 갈 곳이 없어졌는데 대사는 신통력으로 천 명의 스님들을 해동 양산의 천성산千聖山으로 옮겼다. 천 명이 모두 도를 깨쳐 그 산의 이름을 ‘천성산’이라고 한다. 그때 오직 여덟 사람은 깨치지 못했는데, 후에 다섯 사람은 대구 동화사 오도암悟道庵에서, 세 사람은 삼성암三聖庵에서 깨쳤다. 셋과 다섯을 합하면 여덟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 산의 이름을 팔공산八公山이라 한다. 당시 천 명의 스님들이 양산 땅에 모여 앉아 불경을 펼쳐 독송하였는데 그 땅에는 지금도 불경을 펼친 흔적이 있다. 그러므로 그 땅의 이름을 ‘화엄대華嚴臺’라 한다.
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대장기大將旗를 동래 땅에 세우고

012_0533_b_01L其福可量 [414] 示其欲效之君子
012_0533_b_02L居之沙門宣祇 [415] 夜曰皇天雨澤 [416] 后土生
012_0533_b_03L本草卞 [417] 花譜載名養老滿塢
012_0533_b_04L神充庭虔誠1) [16] [418] 窹寐見靈六列唐儀
012_0533_b_05L五出唐 [419] 四時供養五福圓盈有效
012_0533_b_06L今爲無限將營刼石消磨此花益馨 [420]

012_0533_b_07L

012_0533_b_08L華嚴寺記求禮縣

012_0533_b_09L
剏三層覺皇殿而奉安丈六佛像之時
012_0533_b_10L八寺九菴齊會于一處擇定化主
012_0533_b_11L蜜末二器入手不著者定化主一會
012_0533_b_12L人第起入手皆着唯供養主僧不著
012_0533_b_13L自蔚山新興寺來住者也已定化主
012_0533_b_14L勸出行日曉頭夢有一老人曰持勸
012_0533_b_15L登途初逢者勸善云云伊日持勸
012_0533_b_16L寺門外有一婆荷笥而來化主放杖
012_0533_b_17L合手而立至誠勸善此婆不勝勤切
012_0533_b_18L假稱曰暫徃溪潭洗濯內袴良久不出
012_0533_b_19L化主徃見則投潭已死化主惧哀
012_0533_b_20L至由徑路并日而行隱於北山三年不
012_0533_b_21L時國王生一男兩手堅握含口而
012_0533_b_22L不言者已六年矣化主出山入都
012_0533_b_23L人負國男遊街國男見化主卽下地伸
012_0533_b_24L兩手合掌而言曰此華嚴寺化主僧也

012_0534_a_01L깃발 아래 작은 병 하나를 두었다. 왜인들이 침입해 오자 대사가 칼을 빼어 병의 목을 쳤는데, 병은 끊어진 뒤 다시 붙고 오직 붉은 자국만 남았다. 적이 본진을 향하여 물러났는데 모든 군사들의 목에 모두 칼자국이 있어 놀라고 두려워하며 퇴각하였다. 깃발을 세운 곳에 산성을 세웠는데, 산성에는 훗날 원효암元曉庵이 들어섰다. 척판대, 천성산, 팔공산, 화엄대, 산성은 모두 동시대 원효 조사가 남긴 자취이다. 대사는 곧 화신불化身佛이시다. 행각(遊行)하는 길손에게 써서 보이노라.
장흥 천관산 구정암 중수 권문 - (범해 각안)
『화엄경』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말하기를 “진단국震旦國 동해에 두 산이 있으니 하나는 금강산으로, 중향계衆香界의 법기보살法起菩薩이 여러 성중聖衆과 함께 상주하여 설법하신다. 다른 하나는 지제산支提山으로, 방광계放光界의 천관보살天冠菩薩이 여러 성중과 함께 상주하여 설법하신다.”라고 하였다. 청량 국사淸凉國師가 주석하기를, 범어 지제支提502)는 중국말로는 ‘공양할 만한 곳’이라 하였다. 이는 봉우리마다 바위마다 불상이 아님이 없다는 말이다. 구름이 사라진 달 밝은 밤에 무수히 빛을 발산하며 설법하니 중향계와 마침 사적이 같다.
우리 구정암九精庵은 천관사天冠寺의 옛 암자요, 지제산의 주맥이며, 천제단天祭壇의 재실이다. 세 칸의 초암이 해와 달이 오래되어 늘 집이 낡았다는 탄식이 많았고, 비바람에 깎이고 습해져 항상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을 안고 있었다. 장차 중수하는 역사役事를 경영하려 하나 재물이 없는데 어찌할 것인가. 감히 일의 전말을 써서 그 연유를 하소연한다.
엎드려 비노니 명철한 군자와 충효 대부여, 유한한 재물을 덜어 한량없는 역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현재에는 천관天冠 천제天帝의 신통력을 받고 미래에는 부처님 나라의 극락에 왕생할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봉축하노니 나라는 항상 평안하고

012_0533_c_01L生來初言行伸手也兩手有紋曰
012_0533_c_02L嚴寺大施主國君召化主改衣裳
012_0533_c_03L緣起使不下送使道伯主其事三年
012_0533_c_04L吿功奉丈六佛石板刻華嚴經一秩
012_0533_c_05L安後佛壇故名其寺曰華嚴壬亂倭賊
012_0533_c_06L破碎今則二層也

012_0533_c_07L

012_0533_c_08L擲板臺記

012_0533_c_09L
平安道妙香山外有擲板臺元曉祖師
012_0533_c_10L住處也師遙觀中國太華山有大茄藍
012_0533_c_11L千名大衆中有再削僧爲佛尊因此
012_0533_c_12L其寺有起禍之兆師作板刻字曰
012_0533_c_13L東元曉擲板救衆擲於西空其板浮空
012_0533_c_14L而去繞其寺三匝而浮洞口大衆
012_0533_c_15L時隨去至山門外始下地衆皆聚觀
012_0533_c_16L伊時寺陷爲沼佛尊僧獨無去處師以
012_0533_c_17L神力移其千僧於海東梁山千聖山
012_0533_c_18L人皆悟道故名其山曰千聖山唯八人
012_0533_c_19L不悟其後五人悟於大丘桐華寺悟道
012_0533_c_20L三人悟於三聖庵三五合爲八人也
012_0533_c_21L故名其山曰八公山當時千人聚坐於
012_0533_c_22L梁山地展經讀誦其地至今有展經之
012_0533_c_23L故名其地曰華嚴臺師立大將旗於
012_0533_c_24L「弸」下疑脫「彋」{編}

012_0534_b_01L불법의 동산(法苑)은 영원히 무성하기를.
무안 법천사 가사와 천등 불사소(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疏) - 범해 각안
수달 장자須達長者503)가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세우자 사원의 명칭이 비로소 시작되었고, 백장百丈 선사504)가 총림을 세우자 규례와 의식의 법규가 거듭 퍼져 갔다. 이로부터 권화勸化505)의 행렬이 서로 이어졌고, 단월의 믿음이 더욱 새로워져, 집물什物506)이 두루 갖추어지고 사사四事507)가 모두 갖추어졌다. 깃발을 날리고 전대를 거니 육법六法의 공양508)이 원만하고, 종을 울리고 북을 치니 사물四物509)의 연기緣起가 이루어졌도다.
우리 법천사法泉寺는 부처님이 신령하시고 산수가 맑고 빼어나나 스님은 사라지고 절은 무너져 시내가 오열하고 숲이 슬퍼하니, 감히 어리석은 말로 진중한 자리에 호소하노라.
엎드려 비옵건대 밝은 덕을 지닌 군자여, 효를 행하는 청신사淸信士여, 유한한 재물을 크게 열어 잠시 무루無漏의 인연을 심으시오. 가사袈裟를 준비하여 산문의 법계를 영원히 진호鎭護하고, 등촉을 높이 걸어 어두운 방과 같은 어두운 거리를 길이 비추소서. 그리하면 금시조金翅鳥의 근심이 영원히 사라지고 음광飮光510)의 빛이 널리 비칠 것이니, 『연명경延命經』을 읽지 않아도 오래 살 것이요, 야광주夜光珠를 차지 않아도 밝게 빛날 것이다. 이에 보시하는 때가 곧 과보를 받는 날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봉축하나니 삼각산 봉우리에 요일堯日(요임금의 해)이 밝게 빛나고, 사대문 밖에 순풍舜風(순임금의 교화)이 길이 불기를.
『불조원류』 서문(佛祖源流序) - 범해 각안
원류源流란 무엇인가. 원源은 종宗이요 유流는 파派이니, 부처와 조사의 종파를 말하는 것이다. 부처와 조사의 사적은 매우 상세하게 기록에 실려 있으나 이름은 모두 각각 다르다. 또 『본행경本行經』·『성도기成道記』·『전등록傳燈錄』·『불조통재佛祖通載』·『석씨원류釋氏源流』 등에서 인도와 중국의 분파는 모두 실었지만

012_0534_a_01L東萊地安一小瓶於旗下倭人來侵
012_0534_a_02L師拔釰斬瓶項斷而復合唯有紅痕
012_0534_a_03L賊退向本陣一軍項皆有釰痕驚惧退
012_0534_a_04L其立旗處設山城城後有元曉庵
012_0534_a_05L擲板千聖八公華嚴山城皆同時元曉
012_0534_a_06L師遺跡也師卽化身佛也記示於遊行
012_0534_a_07L客子

012_0534_a_08L

012_0534_a_09L長興天冠山九精庵重修勸文

012_0534_a_10L
華嚴經菩薩住處品云震旦國東海中
012_0534_a_11L有二山一曰金剛山衆香界法起菩薩
012_0534_a_12L與諸聖衆常住說法二曰支提山
012_0534_a_13L光界天冠菩薩與諸聖衆常住說法
012_0534_a_14L淸凉國師註曰梵語支提華言可供養
012_0534_a_15L謂峰峰岩岩無非佛像雲消月明
012_0534_a_16L之夜間多放光說法與衆香界適同
012_0534_a_17L事跡矣唯我九精庵天冠寺之古菴
012_0534_a_18L支提山之主脉天祭壇之齋室也三間
012_0534_a_19L艸庵年久月深每多屋老之歎風磨
012_0534_a_20L雨濕恒抱傾覆之患將營重修之役
012_0534_a_21L其奈無物而何敢述顚末用訴由致
012_0534_a_22L伏願明君子忠孝大夫减有限之財
012_0534_a_23L無量之役現在受天冠天帝之神力
012_0534_a_24L來徃佛界佛域之樂邦因於奉祝國界

012_0534_c_01L우리나라의 흐름은 싣지 않았다. 이것이 『동방불조원류東方佛祖源流』를 지은 까닭이다.
요사이 한 곳에서 간행했으나 자기 문중(專門)에 치우치고 공정함에는 힘쓰지 않아 말류末流라는 탄식이 컸다. 지금 이 한 권은 서문과 주석을 빼고 단지 근원과 흐름만을 기록하여 우리 집안의 계보로 삼는다. 남들이 보더라도 자기 문중에 치우쳤다는 꾸지람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비바시불511)부터 석가모니까지는 부처님이고, 가섭迦葉부터 달마達摩까지는 인도의 조사이다. 혜가惠可부터 급암及庵까지는 중원의 조사이고, 석실石室512)부터 부용芙蓉513)까지는 동국의 조사이다. 부처와 조사의 뜻은 ‘해동불조원류’라는 제목 속에 다 담겨 있다. 부용은 한 송이 꽃나무인데, 두 개의 가지를 드날렸으니 청허淸虛와 부휴浮休라 한다. 두 지맥 이하 천 가지 만 갈래는 다 기술할 수 없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네 가지 물건의 명문(隨身四物銘) - 범해 각안
죽비명竹篦銘
進止嚴整           나아가고 그침이 엄정하고
償罰分明           상과 벌이 분명하다
獅子作吼           사자가 크게 우니
獸衆歛聲           짐승 무리 소리 죽인다
動乃守默           움직이면 곧 침묵을 지키고
靜必含情           고요하면 꼭 정을 머금나니
古人談柄           옛사람의 담병514)이요
今我口銘           내 입의 좌우명이라
목탁명木鐸銘
有口無語           입은 있으나 말이 없고
叩頰有鳴           뺨을 두드리자 소리가 나네
象王回顧           코끼리 왕 고개 돌리자
群毛隱屏           짐승 무리 몸을 숨기네
佇門納跡           문에서 기다릴 때 자취를 들이고
開筵奉迎           법연을 열 때 받들어 맞이하네
儒比魯聖           유교에선 노나라 성인에 비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