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백열록(栢悅錄) / 栢悅錄

ABC_BJ_H0312_T_001

012_0511_a_01L
백열록栢悅錄
백열록栢悅錄
금명錦溟 편
총목차總目次
김추사 선생이 백파를 변증한 서신 金秋史先生證白坡書 - 추사 김정희
견향 선사찬見香禪師贊 - 추사 김정희
영가수보살계첩문식靈駕受菩薩戒牒文式
동다송東茶頌 - 초의 의순
대법당 창호계안서大法堂窓糊契按序 - 초의 의순
대광명전 불전 등촉계안서大光明殿佛前燈燭契案序
대둔사 만일암기 大芚挽日菴記 - 다산 정약용
철경당게掣鯨堂偈 - (다산 정약용)
철우당게鐵牛堂偈 - (다산 정약용)
현해탑명縣解塔銘 - (다산 정약용)
은봉당 제문隱峰堂祭文 - (다산 정약용)
표충사 제문表忠祠祭文 - (다산 정약용)
선문답禪問答 - (다산 정약용)
고성암 모연문高聲庵募緣文 - (다산 정약용)
아암 만시(挽兒菴) - (다산 정약용)
또 又 - (다산 정약용)
성묵 선사찬聖默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호의 선사찬縞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하의 선사찬荷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초의 선사찬草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철선 선사찬鐵船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운파 선사찬雲坡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견향 선사찬見香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청신암에서 題淸神菴 - (백파거사 신헌구)
신월암에서 題新月菴 - (백파거사 신헌구)
명적암에서 題明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적련암에서 題赤蓮菴 - (백파거사 신헌구)
심적암에서 題深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도선암에서 題道仙菴 - (백파거사 신헌구)
진불암에서 題眞佛庵 - (백파거사 신헌구)
상원암에서 題上院菴 - (백파거사 신헌구)
만일암에서 題挽日菴 - (백파거사 신헌구)
남미륵에서 題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북미륵에서 題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서산 대사의 영각에서 題西山影閣 - (백파거사 신헌구)
북암에 올라 登北庵 - (백파거사 신헌구)
초의 선사 시집 서문 草衣禪師詩集序 - 백파거사 신헌구
철선 선사 시집 서문 鐵船禪師詩集序 - (백파거사 신헌구)
용주사 주련 글씨 龍珠寺柱書 - 정조 때 이덕무
불량계 연기안 서문 佛糧緣起按序 - 철선 혜즙
지전 소임을 맡은 이에게 내리는 훈사(持殿訓辭)
불량계안 서문(佛糧禊案序)
불량 상하 서문(佛粮上下序)
침계루 중수기枕溪樓重修記 - 복림 대사
대둔사 상원암 칠성전 상량문大芚寺上院庵七星殿上樑文- 범해 각안
문향각 상량 육위송聞香閣上樑六偉頌 - 범해 각안
무량회 모연소無量會募緣疏 - 범해 각안
중종시주서中鐘施主序 - 범해 각안
백양산 정토사 청류동기白羊山淨土寺靑流洞記 - 범해 각안
사의계 서문 思議禊序 - (범해 각안)
해언 사미에게 배움을 권함(與海彥沙彌勸學) - (범해 각안)
상포계 서문 喪布禊序 - (범해 각안)
또 又 - (범해 각안)
선참계 서문 禪懺禊序 - (범해 각안)

012_0511_a_01L[栢悅錄]

012_0511_a_02L1)栢悅錄

012_0511_a_03L
012_0511_a_04L

012_0511_a_05L錦溟編

012_0511_a_06L2)總目次

012_0511_a_07L
金秋史先生證白坡書見香禪師賛
012_0511_a_08L靈駕受菩薩戒牒文式東茶頌大法
012_0511_a_09L堂窓糊契按序大光明殿…契案序
012_0511_a_10L大芚挽日菴記掣鯨堂偈鐵牛堂偈
012_0511_a_11L縣解塔銘隱峰堂祭文表忠祠祭文
012_0511_a_12L禪問答高聲庵募緣文挽兒菴

012_0511_a_13L聖默禪師賛縞衣禪師賛荷衣禪師
012_0511_a_14L草衣禪師賛鐵船禪師賛雲坡
012_0511_a_15L禪師賛見香禪師賛題淸神菴
012_0511_a_16L新月菴題明寂菴題赤蓮菴
012_0511_a_17L深寂菴題道仙菴題眞佛菴題上
012_0511_a_18L院菴題挽日菴題南彌勒題北彌
012_0511_a_19L題西山影閣登北菴草衣禪師
012_0511_a_20L詩集序鐵船禪師詩集序龍珠寺柱
012_0511_a_21L佛粮緣起按序持殿訓辭佛粮
012_0511_a_22L稧案序佛粮上下序枕溪樓重修記
012_0511_a_23L大芚寺…上樑文聞香閣上樑六偉頌
012_0511_a_24L無量會募緣疏中鍾施主序白羊山
012_0511_a_25L淨土寺靑流洞記思議稧序與海彥
012_0511_a_26L沙彌勸學喪布稧序
禪懺稧序

012_0511_b_01L강지선 구걸초姜智善救乞草 - (범해 각안)
참회사 다비 망축문(懺悔師茶毘祝) - (범해 각안)
또 又 - (범해 각안)
은사 다비 망축문(恩師茶毘祝) - (범해 각안)
계사 다비 망축문(戒師茶毘祝) - (범해 각안)
문정 다비 망축문(門庭茶毘祝) - (범해 각안)
집을 허무는 축문(破屋祝) - (범해 각안)
기둥을 세우는 축문(立柱祝) - (범해 각안)
다약설茶藥說 - 범해 각안
『선문요어』 서문 禪門要語序 - 범해 각안
자웅종기雌雄鐘記 - 범해 각안
능견난사기能見難思記 - 범해 각안
축맹치기逐虻峙記 - 범해 각안
학계서學禊序 - 범해 각안
초의 삼장이 쓴 금탑기 艸衣三藏金塔記 - 초의 의순
수보살계첩문受菩薩戒牒文 - 초의 의순
계문戒文
계첩발戒牒䟦
수비구계문受比丘戒文
삼공명三空銘
설혜자계안 서문 設慧字契案序 - 범해 각안
수보살계문受菩薩戒文 - (범해 각안)
화공양기花供養記 - 범해 각안
화엄사기華嚴寺記 - (범해 각안)
척판대기擲板臺記 - (범해 각안)
장흥 천관산 구정암 중수 권문長興天冠山九精庵重修勸文 - (범해 각안)
무안 법천사 가사와 천등 불사소 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疏 - 범해 각안
『불조원류』 서문 佛祖源流序 - 범해 각안
몸에 지니고 다니는 네 가지 물건의 명문 隨身四物銘 - 범해 각안
네 지팡이를 위한 명문 四杖銘 - (범해 각안)
연담 진신찬蓮潭眞身贊 - (범해 각안)
초의 진신찬草衣眞身贊 - (범해 각안)
주인옹 진신찬 主翁眞身贊 - 범해 각안
백족화상론白足和尙論 - (범해 각안)
답백양산사중청장서答白羊山寺中請狀書 - (범해 각안)
무안현감 서준보 공에게 올림 上務安宰徐公【俊輔】 - 아암 혜장
『금강경』 32분게찬金剛經三十二分偈讃 - 철경 응언
곡직해曲直解 - 범해 각안
산거잡영山居雜詠
김추사 선생이 백파1)를 변증한 서신2)(金秋史先生證白坡書) - 추사 김정희
[1]
대사는 선문禪門에서 망령되이 변증하고 주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또 감히 대담하게 복희伏羲, 문왕文王, 주공周公, 공자孔子의 글3)에까지 붓을 놀리시는가?4) 한나라와 송나라의 『주역周易』5) 이래로 수많은 학자들이 있었으나, 적연부동寂然不動6)을 진공眞空으로 삼고 감이수통感而遂通7)을 묘유妙有로 삼은 자가 없었거늘, 어찌 이렇게도 무엄하고 기탄없는 자가 있으랴? 적연부동과 감이수통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이와 같이 망증妄證하고 있으니, 진공眞空과 묘유妙有8)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망증한 것이 분명하도다. 대사가 스스로 80년을 참구했다고 하는데, 그 참구한 것이 모두 이와 같은 사설邪說 망증인 것을 보면,

012_0511_b_01L姜智善救乞草懺悔師茶毘祝

012_0511_b_02L師茶毘祝戒師茶毘祝門庭茶毘祝
012_0511_b_03L破屋祝立柱祝茶藥說禪門要語
012_0511_b_04L雌雄鍾記能見難思記逐虻峙
012_0511_b_05L學稧序艸衣三藏金塔記受菩
012_0511_b_06L薩戒牒文戒文戒牒跋受比丘戒
012_0511_b_07L三空銘
設慧字契案序受菩
012_0511_b_08L薩戒文花供養記華嚴寺記擲板
012_0511_b_09L䑓記長興天冠山九精庵重修勸文
012_0511_b_10L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䟽佛祖源
012_0511_b_11L流序隨身四物銘
四杖銘

012_0511_b_12L潭眞身賛草衣眞身賛主翁眞身賛
012_0511_b_13L白足和尙論答白羊山寺中請狀書
012_0511_b_14L金剛經三十二分偈賛三十二
曲直解
012_0511_b_15L山居雜詠九十八

012_0511_b_16L

012_0511_b_17L金秋史先生證白坡書

012_0511_b_18L
師於禪門妄證妄解之不足又敢大膽
012_0511_b_19L涉筆於羲文周孔之書自漢易宋易以
012_0511_b_20L幾百千家未有以寂然不動爲眞
012_0511_b_21L感而遂通爲妙有者寧有如此無
012_0511_b_22L嚴無憚者也旣不知寂然不動感而遂
012_0511_b_23L通之爲何等語妄證如此其不知眞空
012_0511_b_24L竗有之爲何等語妄證明矣師自以爲
012_0511_b_25L八十年叅究而叅究皆如此邪說妄證

012_0511_c_01L이른바 “삿된 사람이 정법正法을 설하면 정법이 곧 사설이 된다.”는 말이 과연 딱 들어맞는 표현(實際語)이로다. [비단 대사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선문에서 자못 지견知見이 있는 것으로 이름이 난 종밀宗密9) 같은 경우에도 그 『원각경圓覺經』 서문에서 원형이정元亨利貞10)을 상락아정常樂我淨11)과 대비하여 들었으니12) 이게 무슨 말이런가? 이미 원형이정이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했거니와, 상락아정이 무슨 뜻인지 몰랐던 것도 분명하다. 또한 ‘건의 덕(乾之德)’을 “하나의 기를 오로지하여 부드러움에 이른다.”라고 풀이하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고금의 『주역』 학자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망령되이 변증하고 주해하는 것이 또한 이보다 심한 것이 없었음을 늘 경계하고 물리쳐 오던 차에]13) 이제 또 대사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을 보니, 이른바 선문의 모든 사람들이 예로부터 다 무식한 무리라서 이러쿵저러쿵 따질 대상도 되지 못하도다. 내가 이러한 말을 하는 것도 오히려 창피하나니, 마치 어린애와 떡을 다투는 것과 다름없도다. 이것이 대사의 망증 1조로다.

[2]
정자程子와 주자朱子, 퇴계退溪, 율곡栗谷을 끌어다가 비유로 삼은 대목에 이르면 무엄하고 기탄없음이 이와 같은 적이 없었다. 이는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로 망령되이 함咸·영英·소韶·호護14)에 견주고자 하는 격이니, 하늘과 땅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는 격이라 하겠다. 대사의 망증 2조로다.

[3]
‘살활殺活’ 두 글자는 갈수록 더 요상한데, 문수보살이 (선재동자에게) 약초를 캐어 오라고 하는 이야기15)를 인용하여 말한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밥알이 튀어나와 밥상에 가득할 뻔하였다. 문수의 의도에 대해 『염송』의 여러 선사들부터 한 사람도 이해한 자가 없었고, 다만 살활 두 글자를 따라 천만 가지 갈등을 노정하게 되었으니, 대사 같은 이들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어구에만 집착하여 또 이렇게 흐리멍덩하게 그림자나 찾고 빛이나 훔치는 것16)도 무리는 아니다. 문수보살이 처음에 약초가 아닌 것을 캐어 가지고 오라 하신 것은 제일의제第一義諦17)인데, 마침내 아무도 이 구를 거염擧拈하는 이가 없고, 다만 살활 두 글자에 대해서만 머리를 흔들고 눈을 부릅떠, 아무 두서가 없으니 안타깝도다. 또한 그 구절 중 “이 약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독초를 돌이켜 사람을 살리는 영초로 만드는 것이니, 속담 중에 ‘비록 사람을 죽이는 독약도 노편盧扁18)이 그 증세에 따라 쓰면 사람을 살리는 묘한 처방이 된다.’는 말과 같다. 이는 곧 정식情識을 지혜로 전환시키고, 범인凡人을 성인으로 전환시키는 최상의 가르침(眞諦)이다. 이는 ‘약초가 아닌 것을 캐어 가지고 오라는 구’에 이미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있으니, 어찌 대사가 일찍이 말한 살인도殺人刀·활인검과 같겠는가?

012_0511_c_01L卽所謂邪人說正法正法亦邪說者
012_0511_c_02L實際語也今又 [1] 見師所說如此其所謂
012_0511_c_03L禪門諸人自昔來 [2] 擧皆無識之徒是不
012_0511_c_04L足多卞吾之 [3] 如此爲說反復昌披
012_0511_c_05L異與小兒爭餅耳師之妄證一 [4]

012_0511_c_06L
至如程朱退栗之援以爲譬無嚴無忌
012_0511_c_07L憚之未有如是者直欲以鷄 [5] 鳴犬吠
012_0511_c_08L妄擬於咸英韶護可謂不怕天不怕地
012_0511_c_09L跳浪 [6] 無雙師之妄證二也

012_0511_c_10L
殺活二字去去愈出愈恠至引文殊採
012_0511_c_11L藥語爲說尤不覺噴筍滿案文殊此旨
012_0511_c_12L自拈頌諸師輩擧無一人解者只從殺
012_0511_c_13L活二字千萬葛藤宜其如師者不知
012_0511_c_14L爲何語因其成語又胡亂瞢瞳 [7] 弄影
012_0511_c_15L掠光如是也文殊之初云不是藥者採
012_0511_c_16L來者 [8] 是第一義諦竟無一人於此句
012_0511_c_17L上擧拈但搖頭努目於殺活二字
012_0511_c_18L無頭緖可歎且其云是藥能殺人活人
012_0511_c_19L以此殺人之毒卉 [9] 作活人之靈草
012_0511_c_20L譬如人言雖殺人之毒藥盧扁若當其
012_0511_c_21L症而試之亦爲活人之妙方是轉識爲
012_0511_c_22L轉凡成聖之眞諦也 [10] 於不是藥者
012_0511_c_23L採來之句已明明的的何嘗如師所云
012_0511_c_24L{底}松廣寺所藏筆寫本目次編者作成補入

012_0512_a_01L터럭 끝 하나 차이가 천 리로 벌어지는 격이로다. 나에게는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주먹이 하나 있어, 백파白坡 노장을 죽이고 해안海眼19) 소사리小闍黎20)를 살릴 수 있거늘, 어찌 분분하게 칼로 사람을 죽이고 검으로 사람을 살리겠는가? 한 번 든 손에 살활이 다 갖추어져 있음이 이와 같으니, 이는 대사의 살활과 같은가, 다른가? 대사의 망증 3조로다.

[4]
살활이 일심一心에 본래 갖추어진 면목이라 하는 것은 또 무슨 말이오? 약초의 살활에도 ‘살인, 활인’이라 하고, 도검刀釰의 살활에도 ‘살인, 활인’이라 하고서, 이제는 ‘살활이 일심에 본래 갖추어진 면목이라’ 하니, 이것은 곧 ‘자살, 자활’이 되는 셈이오. 그렇다면 대사의 살활은 곧 ‘자살, 자활’을 말하는 것인가? (일심은)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어찌 살활이 본래 갖추어져 있으리오. (일심은) 면목이 없다고 하는데 어찌 살활이 본래 갖추어져 있으리오. 내 한번 조사(육조)의 뜻으로써 게를 지어 묻노라.
“살은 본래 살이 아니요, 활 또한 활이 아니로다. 본래 일물一物이 없으니 어느 곳에 살활을 두리오?” 무릇 살활이란 것은 남을 대하여 하는 말이기에 ‘살인’이다, ‘활인’이다 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서 나와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는 마치 기뻐함과 성냄이 남에게서 오는 것이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님과 같다. 기뻐하는 사람이나 성내는 사람은 외물에 감응하여 기뻐할 만한 상황을 맞이하면 기뻐하고, 성낼 만한 상황을 맞이하면 성내는 것이다. 자기 마음속에 원래부터 기뻐함과 성냄이 본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밝은 거울에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중국 사람이 오면 중국 사람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제 만약 오랑캐와 중국 사람이 밝은 거울 속에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면목이라 한다면 이 어찌 가능한 말이겠는가? 대사의 망증 4조로다.

[5]
『금강경』 32분과21)에 대하여 말하자면, 대사의 지견으로 어찌 이 관문을 터득할 수 있겠는가? 소명昭明태자는 불경에 마음을 오롯이 기울여 미묘한 경지에 이른 분으로,

012_0512_a_01L殺人刀活人釰也毫釐之差千里之謬
012_0512_a_02L吾則有一殺活一拳打殺白坡老 [11]
012_0512_a_03L可活海眼小闍黎 [12] 何必紛紛作殺人以
012_0512_a_04L活人以釰也一擧手殺活俱存如
012_0512_a_05L與師之殺活同耶異耶師之妄證
012_0512_a_06L三也

012_0512_a_07L
殺活爲一心上本具之面目云者亦何
012_0512_a_08L說乎藥草之殺活卽云殺人活人
012_0512_a_09L釰上殺活亦云殺人活人也今云殺活
012_0512_a_10L一心上本具之面目者卽自殺自活也
012_0512_a_11L師之殺活是自殺自活耶不生不滅
012_0512_a_12L有何殺活之本具也無面無目有何殺
012_0512_a_13L活之本具也試以祖意偈作問之
012_0512_a_14L者本非殺活者亦 [13] 非活本來無一物
012_0512_a_15L何處着殺活凡殺活者是對人言者
012_0512_a_16L故云殺人活人也 [14] 非從自己言者也
012_0512_a_17L喜怒之在彼而不在己也喜人怒人 [15]
012_0512_a_18L物感應當喜而喜當怒而怒自己心
012_0512_a_19L元无喜怒本具之面目者 [16] 如明鏡
012_0512_a_20L之中胡來胡現漢來漢現今若云胡
012_0512_a_21L漢爲明鏡之本具面目可乎不可乎
012_0512_a_22L師之妄證四也

012_0512_a_23L
金剛經三十二分師之知見何以透得 [17]
012_0512_a_24L此關也昭明之於釋典精心入微 [18]

012_0512_b_01L일찍이 「해이제의解二諦義」 장22)을 지어 철두철미한 식견을 보여 주었다. 이런 분이 어찌 이 경에 무지하여 이렇게 32분과를 정하여 후세에 웃음거리를 남겼겠는가? 천의무봉한 경을 이리저리 쪼개고 나누어 번거롭게 만들었으니 후대에 다른 이들이 소명태자의 이름에 가탁한 것이 분명하도다. (경에는) 사과四果를 끝까지 궁구하여 점차 여래如來에 이르는 과정이 정말로 긴밀하거늘, ‘석재연등昔在燃燈’ 구를 어찌 홀로 ‘장엄불토莊嚴佛土’만 이었겠는가?23) 또 ‘색견성구色見聲求’ 사구게四句偈24)는 원래 아래 문장과 함께 하나의 기세로 감돌아들어 그 기운이 칼로 물 자르듯 끊기 어렵다. 이에 비추어 보건대 『금강경』을 32분과로 나눈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25) 이는 양각良覺,26) 우안遇安27) 두 대덕이 하나하나 감파한 후 중국 선문에서 신수봉행한 지 이미 오래되어 다시는 다른 말을 하는 이가 없었거늘, 구석진 땅에 작은 지견을 가진 대사가 어찌 대인의 경계를 알 리가 있겠소? 이러한 대목에 대사의 견문이 미치지 못한 것은 의당 그럴 수 있기에 깊이 책망하기 어려우나, 깊이 책망코자 하는 것은 대아만大我慢에 가득 찬 대사가 스스로 ‘80년 선문禪門 중에 나보다 더 뛰어난 자가 없다.’라고 하며 오만하게 증상만增上慢28)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대사는) 소명태자와 함허 득통涵虛得通29) 등의 설을 전에는 고칠 수 없다고 하더니, 지난 편지에서는 홀연 덕산德山이 『금강경』을 불살라 버렸다는 공안30)을 인용하며, 무수히 설파한 그 교적敎迹31) 사구死句를 이렇게 태워 버려도 무해하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덕산이 불사른 것이 옳다면 소명태자의 32과문 역시 불살라야 할 것이요, 덕산이 불사른 것이 그르다면 또한 원용하여 증명함은 부당하다. 이 또한 대사의 구두선口頭禪이 화살이 가는 대로 과녁을 세워 낙처落處(귀착점)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대사는 또 『육조구결六祖口訣』을 닥치는 대로 망증하여, 무식한 육조를 유식한 육조로 만들었으니, 육조가 대사가 망증한 ‘유식有識’ 두 글자를 반드시 즐거이 받지 않을 것을 나는 알겠소. 유식이든 무식이든 그것이 육조에게 무슨 상관 있으랴. 대사의 망증 5조로다.

[6]
원효元曉32)와 보조普照33)가 『대혜서大慧書』34)를 벗 삼았다는 말은 어느 책에서 본 것이오?

012_0512_b_01L撰解二諦義透頂 [19] 徹底豈至昧於此經
012_0512_b_02L定此三十二分貽後世笑耶天衣無縫
012_0512_b_03L割裂爲 [20] 其爲 [21] 假託無疑如推穹 [22] 四果
012_0512_b_04L漸至如來者 [23] 緊關昔在燃燈何單
012_0512_b_05L承莊嚴佛土也又色見聲求四 [24] 原與
012_0512_b_06L下文一氣瀠洄 [25] 難以刀斷水卽此
012_0512_b_07L而三十二分無有是處矣此自良覺遇
012_0512_b_08L安二大德一一勘破中國禪門信受
012_0512_b_09L [26] 行已久無有二說者以師偏方小知
012_0512_b_10L小見何以知大人境界也此等處
012_0512_b_11L之見聞宜所未及無足深責其所深 [27]
012_0512_b_12L責者師之大我慢自以爲八十年禪門
012_0512_b_13L更無有上於我者貢高增上不已 [28]
012_0512_b_14L昭明涵虛等說旣云不可削矣前書忽
012_0512_b_15L引德山爇金剛一案盛說其敎迹死句
012_0512_b_16L如此爇去無害者何耶德山之爇 [29] 是耶
012_0512_b_17L昭明三十二分亦在爇中德山之爇
012_0512_b_18L非耶又不當援而爲證也此亦非師之
012_0512_b_19L口頭禪隨矢立的全沒着落處耶
012_0512_b_20L祖口訣師又觸處妄證以無識之六祖
012_0512_b_21L作有識之六祖 [30] 知六祖必不肯 [31] 受師 [32]
012_0512_b_22L有識二字之妄證 [33] 語也有識無識無損
012_0512_b_23L益於六祖耳師之妄證五也

012_0512_b_24L
元曉(普照 [34] )以大慧書爲友者見於何書耶

012_0512_c_01L내가 알기로 원효와 보조는 신라 사람이요,35) 대혜大慧36)는 남송 사람이오. 신라는 중국에 있어서 당나라 시대이고, 남송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고려에 해당하오. 원효와 대혜는 수백 년이 떨어져 있는데, 당나라 사람이 어떻게 남송 사람의 책을 미리 얻어다가 벗을 삼았단 말이오? 대사는 화두가 부처님 말씀이라고 자못 시끄럽게 변증하더니 이제는 또 당나라 사람이 송나라 이후의 책을 가져다 읽었다고 하니, 대저 선문은 신통 광대하도다. 부처님이 조주趙州 이후의 화두를 가져다 참구를 하고, 원효와 보조가 남송 이후의 책을 가져다 읽으니 한번 돌려 생각함이 어떻소? 대사의 망증 6조로다.

[7]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이 꽃을 들었을 때 가섭迦葉만이 홀로 웃었다는 것은 고금에 다 익히 들어서 아는 사실이오. 이제 대사가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꽃을 들었을 때 아난阿難과 대중은 교로써 이해했고, 가섭 한 사람은 선으로써 깨달았다. 또 중생들도 제각기 근기에 따라 이해하였다.’라고 하였고, 이를 ‘부처님께서 일음一音으로 법을 연설하시자 중생들이 제각기 근기에 따라 모두 이해하였다.’는 『화엄경』 구절을 들어 명명백백한 증거로 삼고 있으니 이는 무슨 말이오? 『화엄경』에서 ‘부처님께서 일음으로 설법을 폈다.’는 것은 음성으로 설법한 것이니, 중생들이 근기에 따라 각각 이해하였다는 것은 타당한 일이려니와, 꽃을 든 것도 음성으로 설법한 것인가? 전혀 합당한 말이 아니다. 또 ‘선으로 깨닫거나 교로 이해하거나 모두 꽃을 든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선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 말씀이다. 부처님 같은 대성인에게 어찌 마음과 말이 다르겠는가?’라고 한 것은 필경 아난을 염화의 깨달음에 함께 거론하려는 의도일 터인데, 이는 어느 어록에 나온 것인가, 아니면 대사의 독단적 견해로서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인가? 망증 7조로다.

[8]
또 ‘선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 말씀이라.
부처님 같은 대성인에게 어찌 마음과 말이 다르겠는가?’라는 것은 선교합일禪敎合一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하단에

012_0512_c_01L則知爲 [35] 元曉(普照)是新羅人也 [36] 大惠是南宋
012_0512_c_02L人也 [37] 新羅在中國爲唐也 [38] 南宋在東爲
012_0512_c_03L高麗也元曉之於大慧相去爲數百年
012_0512_c_04L以唐之人何以預取南宋人書 [39] 爲友耶
012_0512_c_05L [40] 以話頭爲佛之 [41] 頗呶呶爲卞 [42]
012_0512_c_06L又以唐人 [43] 移宋以後書大抵禪門
012_0512_c_07L神通廣大以佛而 [44] 挪移趙州以後話頭
012_0512_c_08L以元曉(普照) [45] 挪移南宋以後人書試更以 [46]
012_0512_c_09L一轉如何師之妄證六也

012_0512_c_10L
拈花之迦葉獨 [47] 破顏古今之所共聞知
012_0512_c_11L今乃云拈花之時阿難大衆以敎
012_0512_c_12L迦葉一人以禪悟以至衆生隨類
012_0512_c_13L各解仍擧華嚴句之佛以一音演說法
012_0512_c_14L衆生 [48] 隨類各具解者爲明明的的之證
012_0512_c_15L此何說乎花嚴句之佛以一音演說
012_0512_c_16L音說相故衆生隨類各解者爲當以拈
012_0512_c_17L花是 [49] 音說相耶全不襯着 [50] 且以爲禪
012_0512_c_18L悟敎解皆因拈華 [51] 禪是佛心敎是佛口
012_0512_c_19L佛之大聖豈心口之異同云者必欲并
012_0512_c_20L擧阿難於拈花之悟此諸師語錄中說
012_0512_c_21L抑師之獨解無師自悟者耶 [52]
012_0512_c_22L七也

012_0512_c_23L
且禪是佛心敎是佛口 [53] 佛以大聖
012_0512_c_24L心口之異同云 [54] 是以禪敎合一而其

012_0513_a_01L또 조사의 말과 부처님 말씀은 같지 않다고 하면서 ‘만약 조사의 말이 부처님 말씀과 같다면, 이는 소 등에 소를 태우는 격이요, 평상 위에 평상을 겹치는 격이다. 왜 하필 교외별전敎外別傳이니 격외선格外禪이니 떠들 필요 있으리오? 운운.’ 하니, 이는 또 선과 교가 둘로 나뉜 것이다. 어느 때는 선교를 합일하고 어느 때는 선교를 둘로 나누는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거꾸러지니 대사의 망증 8조로다.

[9]
달마達摩37)가 2조祖38)에게 『능가경楞伽經』을 주었다39) 함은 천하가 다 익히 들어 아는 사실이거니와 ‘『금강경金剛經』도 함께 주었다.’는 것은 어느 글에서 본 것이며 누가 전한 말인가? 또 ‘두 경의 종취宗趣가 정확히 같아 함께 줄 필요가 없어 다만 『금강경』만 주었다.’는 것은 또한 누가 전한 말인가? 운문雲門40)의 설인가, 대혜大慧의 설인가? 대사의 망증 9조로다.

[10]
경문의 번역에 오류가 있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요,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반야심경』 한 부를 들어 설명해 보자. 『반야심경』은 다섯 번의 번역이 있었는데, 제1은 후진後秦 구마라집鳩摩羅什 번역으로 경명이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密大明呪經』이고, 제2는 유송劉宋 법월法月 번역으로 경명이 『보통지장반야바라밀경普通智藏般若波羅密經』이며, 제3은 유송 시호施護 번역으로 경명이 『불설성불모반야바라밀경佛說聖佛母般若波羅密經』이다. 제4는 당唐 현장玄奘 번역으로 경명이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密多心經』으로 구마라집본과 비교하면 분량에 차이가 있다. 제5는 당 이언利言 번역으로 경명이 현장의 번역본과 같다. 『반야심경』에 대하여 현수賢首는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의 설이라 하였고, 심주尋珠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의 설이라 하였다. 이처럼 수백 자의 작은 경인데도 경명이 다르고 자수도 다르며 서로 어긋남이 있는데, 하물며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이나 『화엄경華嚴經』 같은 경우 마땅히 어떻다고 하겠는가?
또 역장譯場의 범본梵本에

012_0513_a_01L下叚 [55] 又以祖語佛語爲不同若祖語亦
012_0513_a_02L如佛說 [56] 此牛上騎牛床上疊牀何必
012_0513_a_03L曰敎外別傳格外禪耶云云是又 [57] 禪敎
012_0513_a_04L分二也何等之時禪敎合一何等之
012_0513_a_05L禪敎分二也 [58] 忽東忽西七顚八倒
012_0513_a_06L師之妄證八也

012_0513_a_07L
達摩之 [59] 以楞伽經付與二祖是天下之
012_0513_a_08L所共 [60] 知共聞也至以金剛并付云者
012_0513_a_09L於何書誰所傳說耶且以二經宗趣正
012_0513_a_10L不必并 [61] 而但付金剛者亦誰所
012_0513_a_11L [62] 說耶是雲門說乎大慧說乎師之
012_0513_a_12L妄證九也

012_0513_a_13L
經文譯翻之訛謬是必有之事必有之
012_0513_a_14L理也第以心經一部言之凡經五譯
012_0513_a_15L第一後秦鳩摩羅什譯名摩訶般若波
012_0513_a_16L羅密大 [63] 明呪經二劉宋法月譯名普
012_0513_a_17L通智藏般若波羅密經三劉宋施護譯
012_0513_a_18L [64] 佛說聖佛母般若波羅密經四唐玄
012_0513_a_19L奘譯名般若波羅密多心經與羅什本 [65]
012_0513_a_20L多寡不同五唐利言譯名與奘師同 [66]
012_0513_a_21L賢首云釋迦牟尼佛說 [67] 珠云觀自在
012_0513_a_22L菩薩所說今此數百字 [68] 小本經名不同
012_0513_a_23L字數不同互相岨峿 [69] [70] 大品般若華
012_0513_a_24L嚴等經 [71] 又當作如何且凡譯場梵本

012_0513_b_01L부처님 말씀이 겨우 반 구句에 불과한 것을 역자가 중국 문자로 부연하여 백십 구를 만들어 놓으니 이것이 어찌 모두 부처님 말씀으로 볼 수 있겠는가? 또한 부처님은 주나라 소왕昭王 때 사람인데 어떻게 한나라 위나라 이후 등장한 오언구와 칠언구를 지을 수 있었겠는가? 이 어찌 역자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선문禪門의 여러 사람들은 오직 경이 번역되는 것을 다행히 여기고, 또 무식한 무리들이 많아서 전혀 하나하나 대조 점검하지 않고, 그로 인해 장님이 장님에게 전하는 그대로를 받아 유통시켜 ‘부처님 말씀’이라고 말한다. 늑담泐潭41)과 대혜 같은 무리들도 형상에 집착하는 죽을병(執相死病)에 걸려 한 글자라도 감히 고칠 수 없었으니, 어찌 우습지 않으리오. 이제 만약 밝은 눈과 지혜와 앎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경전에서 일관되게 그 오류를 고쳐 번역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정명正命을 높이 들어 다시 진면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큰 역량을 갖춘 사람만이 이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니 안타깝고 한탄스럽다. 만약 삿된 견해와 망설을 일삼는 대사 같은 무리들이 감히 한 글자라도 손을 댈라치면 또한 마땅히 늑담의 그만두라는 꾸짖음을 당하여, 곧바로 번역문에 하나도 잘못된 곳이 없어 감히 한 글자라도 고칠 수 없을 것이니, 어찌 대사의 망증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달마 대사가 (모든 교설을) 하나로 쓸어버리고 곧바로 본래인의 마음을 가리킨(直指人心) 이유이다.
또 오늘날에는 인도(五天竺)가 모두 판도 안으로 들어와 도로의 험난함도 없고, 또 언어와 문자가 통하지 않음도 없어 중국인이 자기네 땅처럼 왕래하고 있으며, 중국의 관원들이 히말라야산맥(雪山)과 아뇩달지阿耨達池42) 사이에 주차駐箚43)하여 인도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없다. 인도 내에는 자고로 『능엄경楞嚴經』이 없던 차에 중국에 『능엄경』이 성행한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중국에서 구해 가지고 갔으니, 이러한 일을 대사가 만약 들으면 반드시 매우 놀랄 것이다. 이른바 역장의 문자는 이처럼 그대로 믿고 따를 수 없는 것이다. 대사와 같이 무식하고 흐리멍덩한 무리들이 흑산黑山 귀굴鬼窟 속에 떨어져

012_0513_b_01L佛語纔是半句則譯者以中華文字
012_0513_b_02L演爲百十句此何以盡作佛說看 [72]
012_0513_b_03L佛是周昭王時人又何以作漢魏以後
012_0513_b_04L五言七言句耶此豈非譯師之訛謬處
012_0513_b_05L禪門諸人 [73] 是譯經 [74] 之爲幸且多
012_0513_b_06L無識之徒全不照檢仍以盲傳盲 [75]
012_0513_b_07L受流行謂之曰佛說也有若泐潭大慧
012_0513_b_08L之輩以執相死病不敢改易一字
012_0513_b_09L不可笑今若有 [76] 明眼慧識人盡所藏經 [77]
012_0513_b_10L一以改翻其謬訛 [78] 稍可以高提正命
012_0513_b_11L還眞面而特 [79] 大力量人 [80] [81] 爲之
012_0513_b_12L悶歎 [82] 若成邪見妄說之如師者流敢措
012_0513_b_13L一字亦當爲泐潭之呵禁直以爲譯文
012_0513_b_14L無一謬訛不敢改易一字則豈非師之
012_0513_b_15L妄證耶此所以達摩一以掃除直指
012_0513_b_16L人心者也且如 [83] 今日五天竺擧入版圖
012_0513_b_17L無道路之艱阻又無言語文字之不
012_0513_b_18L中國之人來徃如內地中國官員
012_0513_b_19L駐箚於雪山阿耨達池之間天竺 [84] 事情
012_0513_b_20L無不該知五天竺內自古初來本無
012_0513_b_21L楞嚴經聞中國楞嚴經盛行反從中國
012_0513_b_22L人取去此等事師若聞之必以爲大
012_0513_b_23L其所謂譯場文字 [85] 不可準有如是
012_0513_b_24L無非如師無識鹵莽之輩墮在黑山

012_0513_c_01L다만 구두선으로 사설 망증하는 것이 아님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대사의 망증 10조로다.

[11]
‘부처님 이전에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은 고승高勝한 견해요, 부처님 이후에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천연외도天然外道이다.’라는 것은 매우 가소로운 말이외다. 영가永嘉44)의 고승한 견해로도 낭사郞師45)에게 얽매여서 어쩔 수 없이 조계曹溪를 한 번 방문했거니와 영가가 육조六祖에게 무엇 하나 참증叅證한 바 있었겠는가. 육조의 구절들을 영가가 낱낱이 들어 물리치니 육조가 일일이 마음으로 절복하고 머리로 수긍하여 다만 탄복할 따름이었다. 만약 육조가 반 푼이라도 영가에게 점화點化를 주었다면 영가가 어찌 그 자리에서 하직하고 돌아가려 했겠는가? 영가의 안중에는 육조를 초개같이 보았을 따름이니 어찌 일찍이 육조로 인하여 증오證悟함이 있겠는가? 『단경壇經』에는, 양반을 깎아내려 천민을 만든다는 식으로, 일숙각一宿覺이라 하였으나, 영가가 하룻밤 머문 것은 육조가 만류하여 하룻밤 머문 것이지, 영가가 스스로 하룻밤 머문 것은 아니다. 이는 법해法海46) 같은 무리가 망증한 것으로, 어찌 참되고 바른 법안을 속일 수 있으랴. 대사는 곧 영가를 천연외도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영가를 육조의 방계로 생각하는가?
시험 삼아 묻나니, 우리 동방 원효의 스승은 누구인가? 대지 국사大智國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원종 대사圓宗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대경 국사大鏡國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법경 대사法鏡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광자 대사廣慈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혜덕 왕사慧德王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화정 국사和靜國師47)의 스승은 누구인가? 진경 대사眞鏡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원응 대사圓應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진철 대사眞徹大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승묘 선사勝妙禪師의 스승은 누구인가? 세상에 전하는 말에 진묵震默48)이 입적할 때 그 문도가 어느 파에 귀속시킬 것인가 묻자, 웃으며 답하기를

012_0513_c_01L鬼窟中但以口頭禪邪說妄證者非耶
012_0513_c_02L [86] 之妄證十也

012_0513_c_03L
佛前無師自悟是高勝見解佛後無師
012_0513_c_04L自悟是天然外道者最是大可笑之語
012_0513_c_05L以永嘉高勝見解爲朗師所纒繞 [87]
012_0513_c_06L未免作曹溪一行然永嘉於六祖有何
012_0513_c_07L叅證耶六祖言言句 [88] 永嘉所提敗 [89]
012_0513_c_08L六祖一一心折首膺只是歎服而已
012_0513_c_09L使六祖有一半分點化於永嘉則永
012_0513_c_10L嘉何以卽地解 [90] 歸耶永嘉眼中視六祖
012_0513_c_11L如草芥耳何嘗 [91] 有因六祖而證悟也
012_0513_c_12L經中壓良爲淺謂之一宿覺永嘉之一
012_0513_c_13L宿爲六 [92] 祖所挽而一宿亦非永嘉爲之 [93]
012_0513_c_14L一宿也是法海輩妄證也何以欺 [94] 眞正
012_0513_c_15L法眼也師則以 [95] 永嘉爲天然外道耶
012_0513_c_16L以永 [96] 嘉爲六祖傍派耶試問吾東
012_0513_c_17L元曉之師爲何人大智國師之師爲何
012_0513_c_18L圓宗大 [97] 師之師爲何人大鏡國師
012_0513_c_19L之師 [98] 法鏡大師之師 [99] 廣慈
012_0513_c_20L大師之師何人慧德王師之師何人
012_0513_c_21L和靜國師之師何人眞鏡大師之師
012_0513_c_22L何人圓應大師之師何人眞徹大師
012_0513_c_23L之師何人勝妙禪 [100] 師之師何人俗傳
012_0513_c_24L震默臨化時其門徒問屬 [101] 笑答曰

012_0514_a_01L“서산西山49)이 명리승名利僧에 지나지 않지만 그냥 거기에나 소속시켜 두든가.”라고 했으니, 진묵도 입적하기 이전에는 또 천연외도였는가? 또 묻나니, 대사의 스승은 누구인가? 항우의 아버지는 필경 누구인가? ‘여러 번 대장인에게 나아가 순금을 백 번 단련했다.’라고 하는데 필경 누가 대장인(大冶)이란 말인가? 아마도 머리가 빈 미친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 설암雪巖,50) 금령錦領의 무리51)일 것이로다. 대사가 원용하여 인용한 불전불후설佛前佛後說은 매우 가소롭도다. 대사의 망증 11조로다.

[12]
간화看話 설화說話를 이와 같이 역력히 다 늘어놓은 것은 그대가 알지 못하는 것을 주워 모은 것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는 몇몇 어록에서 눈에 띄는 문자 그대로를 가려 살피지 않고 두서없이 보는 대로 바로 설한 것으로, 마치 머리 빈 미친놈이 「등왕각서藤王閣序」52)와 ≺적벽부赤壁賦≻,53) 그리고 속칭 『마상당음馬上唐音』54)을 입으로는 얼음에 박 굴리듯 능숙하게 외워 ‘남창고군, 임술추칠월, 마상봉한식’55)이라 하여 뭉뚱그려 한 구를 만드는 것 같아, 뻐꾸기가 어지러이 날듯 횡설수설 아님이 없으니 사람들이 모두 비웃는 것이다. 이제 “고양이 쥐 잡듯”【심안상속心眼相屬56)】, “닭이 계란 품듯”【난기상속煖氣相續57)】 두 구58)에서는 마음에서 얻은 바 없이 다만 구두선으로 거칠고 조잡하게 설왕설래함을 더욱 알겠다. 대개 이 두 구는 무슨 의미가 있기에 간화문중看話門中에서 염출하는 것인가? 이 두 구는 비단 간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무릇 사람과 사물을 대하고 매일같이 늘 행하는 것에 이 한 경계가 없지 아니하니, 이것이 없으면 발을 디디고 손을 댈 곳이 없거늘, 설화문중說話門中이라고 홀로 이것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겠는가? 대사는 늘 스스로 80년 공부에 나보다 더 뛰어난 자가 없다 하는데, 이른바 그 공부란 것은 낙처가 어디인가? 묻나니 ‘심안상속’이란 무슨 뜻이며, ‘난기상속’이란

012_0514_a_01L西山不過名利 [102] 第屬之云云震默臨化
012_0514_a_02L以前亦天然外道耶且問師之師
012_0514_a_03L何人而項羽父竟是何人耶其累徑 [103]
012_0514_a_04L大冶百鍊眞金云者竟是何等人大冶
012_0514_a_05L [104] 是不過虛頭 [105] 狂客之雪巖 [106] 錦領輩也
012_0514_a_06L師所援 [107] 引佛前佛後之說殊可笑也
012_0514_a_07L師之妄證十一也

012_0514_a_08L
看話說話之如是歷歷 [108] 具陳益見其掇
012_0514_a_09L拾無識不成說之 [109] 如干語錄凡所目
012_0514_a_10L中所見之文字無所揀擇無有頭尾
012_0514_a_11L隨見卽 [110] 如一虛頭妄人藤王閣序赤
012_0514_a_12L壁賦俗所稱馬上唐音口能誦說
012_0514_a_13L氷轉匏以南昌古郡壬戌秋七月馬上
012_0514_a_14L逢寒食團作一句說非不布糓亂翻
012_0514_a_15L橫說亂拈人皆匿笑之今於如猫捕鼠 [111]
012_0514_a_16L心眼
相屬
如鷄 [112] 抱卵煖氣
相續
兩句益知其無所心
012_0514_a_17L只作口頭禪荒雜說來也大槩此
012_0514_a_18L兩句以爲如何義趣拈出於看話門中
012_0514_a_19L此兩句非獨看話而已凡對人接
012_0514_a_20L日用常行無不有此一境無以非
012_0514_a_21L [113] 着脚下手 [114] 說話門中獨不可試此
012_0514_a_22L而然耶師每自以爲八十年工夫更無
012_0514_a_23L上於我者其所云工夫落在何處也
012_0514_a_24L試問心眼相續者卽何意煖氣相續

012_0514_b_01L또 무슨 기운인가? 어떤 것을 ‘난기煖氣’(따뜻한 기운)라 하는가? ‘고양이 쥐 잡듯’과 ‘닭이 계란 품듯’은 차례로 공부하는 것인가, 아니면 함께 들어 거두는 것인가? 또 이것들은 점수처漸修處인가, 직절법直截法인가? 대사가 입으로 주워 모은 것들이 체험에서 우러난 것이 아님을 더욱 드러내고 말았도다. 대사의 망증 12조로다.

[13]
화話와 화두는 같지 않다. 화는 순리를 평이하게 풀어서 모든 사람들이 훤히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른바 (남악 회양南嶽懷讓이 말한) ‘소를 때린 이야기(打牛話)’59) 등이 바로 화이다. 화두란 화라는 글자 아래 두頭 자 한 글자를 보태 그와 구분하여 이름한 것이다. 화두는 바로 끊어 도를 취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훤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조주의)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등이 화두이다. 대장경 중 어느 구절에 ‘잣나무’와 유사한 화두가 있는가? 그러므로 부처님 말씀 중에는 화두가 없다. 만약 부처님 말씀을 화라고만 한다면 이는 가능한 이야기이다.
화와 화두의 구분은 이와 같이 분명하여 (대사가) 간화문看話門과 설화문說話門으로 나눈 것은 분명한 깨달음이 있는 듯하지만, 이 또한 어느 어록 가운데서 대충 뽑아 가져온 것으로 마음으로 구명해 낸 것이 아니어서, 소를 때린 이야기도 화두라 하고, 잣나무도 또한 화두라 한다. 처음 일설은 어느 정도의 차별이 있는 듯하나 이하 일설은 다시 흐리멍덩하고 뭉뚱그려60) 차별이 전혀 없다. 이것은 다만 누군가 한 말을 빌린 것으로, 간택揀擇하고 심정審定할 줄 모른 채 보이는 대로 설說을 내서 구두선을 일삼은 것이다. 그러기에 선후가 서로 도착되어 있고, 동서를 능히 비추어 돌아볼 수 없어 입만 열면 사설 망증이 되는 것이다.
염화화拈花話와 분좌화分座話, 시부화示趺話61)의 세 화話 자에 이르러서는 (대사의 망증이) 극도에 달하였도다. 다만 꽃을 들었을 뿐이지 어디 화가 있었으며, 자리를 나누어 앉았을 뿐이지 어디 화가 있었으며, 발을 보였을 뿐이지 어디 화가 있었으리오.

012_0514_b_01L又是何氣耶何如而謂之暖 [115] 氣耶
012_0514_b_02L如猫捕鼠如鷄抱卵是次第下工耶
012_0514_b_03L抑又作雙拈并 [116] 收者耶又是漸修處耶
012_0514_b_04L直截法耶師之口頭掇拾無所體驗
012_0514_b_05L益復呈露師之妄證十二也

012_0514_b_06L
話與話頭不同話者平說順理人皆可
012_0514_b_07L以曉解者如所云打牛話等是話 [117]
012_0514_b_08L話頭者話字下添 [118] 一頭字以別之
012_0514_b_09L之話頭也話頭者直截道取人皆不
012_0514_b_10L可曉解者也如所謂柏 [119] 樹子等是話頭
012_0514_b_11L大藏中何等句有似柏樹子之話頭
012_0514_b_12L者耶所以佛說無話頭也若以佛說爲
012_0514_b_13L話而已則亦可也話與話頭之別 [120]
012_0514_b_14L此其分說看話說話二門者似若 [121] 有分
012_0514_b_15L此亦從語錄中抖擻出來無心上
012_0514_b_16L究得故打牛話亦謂之話頭柏樹子
012_0514_b_17L亦謂之話頭上一說有些差別而下一
012_0514_b_18L還瞢瞳 [122] 糊塗囫圇 [123] 呑棗全無異同
012_0514_b_19L此是只憑何人成語不知其揀擇審定
012_0514_b_20L隨見說出作口頭禪所以先後互相錯
012_0514_b_21L東西不能照顧開口是邪說妄證也
012_0514_b_22L以至如拈花話分座話示趺話三話
012_0514_b_23L罔有紀極矣但是 [124] 拈花而已何嘗有
012_0514_b_24L分座而已何嘗有話示趺而已

012_0514_c_01L만일 화가 있었다면 가섭 이외에 또 어느 격외 밖에 별도로 나온 한 사람이 그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는 말인가. 사설 망증 아님이 없도다.
무릇 우로상설雨露霜雪62)과 예악형정禮樂刑政63)이 교敎 아님이 없다. 이씨二氏(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에도 또한 각각 가르침이 있으며 가르침에도 또한 수단이 많다. 선왕의 예악은 행해지기 전에 가르치는 것이고, 형정은 이미 행해진 후 가르치는 것이다. 비록 (형벌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에도 사람을 죽이는 과정에 또한 예가 있다. 가르침이 있은 이래로 화두로 사람을 가르치는 것처럼 참혹하고 독하고 어지럽고 괴팍한 것이 없도다. 이는 마치 상앙商鞅64)이 정전井田을 폐하여 천맥阡陌을 개설하고, 이사李斯65)가 시서詩書를 태워 없애고 진법秦法을 사용한 것과 같아서, 마침내 후대에 선왕의 경계를 다시 찾을 수 없고 선왕의 전형을 다시 볼 수 없게 되니, 무릇 화두라는 것은 상앙과 이사의 술책이로다. 대사의 선문에서는 자고로 비록 간혹 참된 지식이 있는 자가 없지 않지만 대체로 유식한 이가 없어 마침내 한 사람도 바로잡는 이를 보지 못했도다. 또 상앙과 이사 외에도 여불위呂不韋의 수단을 함께 사용하여 음흉 간사함이 예측 불허하기가 대혜 같은 이가 없었거늘, 소소한 식견을 가진 대사는 다만 대혜에게 사로잡혀66) 칠통 속에 떨어져 있을 따름이다. 대사의 망증 13조로다.

[14]
화두가 모두 1,700칙則이 있다고 하는 것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을 뒤적거려 찾아낸 말인데, 대사의 그 안목이라는 것이 『전등록』에 가려져 있으니 더욱 가소롭다. 『전등록』은 곧 선종 문중에서 한때의 문호門戶를 시비한 책에 지나지 않는다. 동국 사람들은 또한 이 책을 볼 수도 없어서 이를 모방해서 또 『염송拈頌』을 만들어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원교圓敎67) 대교大敎68) 이상으로 여기고 이를 아는 자는 망령되이 스스로 대단한 것처럼 높인다. 중국 선문에는 『염송』이 없을 뿐만 아니라

012_0514_c_01L嘗有話耶如有話迦葉以外又有何等
012_0514_c_02L格外之外另出一人領取 [125] 其話來 [126]
012_0514_c_03L無非邪說妄證也大凡雨露霜雪禮樂
012_0514_c_04L刑政無非敎也二氏之敎亦各有敎
012_0514_c_05L敎亦多 [127] 如先王之禮樂敎之於未 [128]
012_0514_c_06L之前刑政敎之於已然之後雖至殺人
012_0514_c_07L殺人之中亦有禮焉自有敎以來
012_0514_c_08L有如話頭敎人之慘毒狼愎者如商鞅
012_0514_c_09L之盡廢井田而開阡陌李斯之燒毁詩
012_0514_c_10L書而用秦法遂至後世先王經 [129]
012_0514_c_11L可復尋先王典刑不可復見夫話頭
012_0514_c_12L商鞅李斯之術也師之禪門自古昔
012_0514_c_13L雖或有慧識而一切無有識之人竟不
012_0514_c_14L見一人刑正者又於鞅斯之外并用呂
012_0514_c_15L不韋手段陰譎叵測未有如大慧者
012_0514_c_16L如師之小小識見只爲大慧籠罩墮在
012_0514_c_17L [130] 桶而已師之妄證十三也

012_0514_c_18L
話頭揔 [131] 有千七百則云者是從傳燈錄
012_0514_c_19L抖擻出來之說也其眼目障翳於傳燈
012_0514_c_20L錄中殊可笑傳燈錄卽不過一時門
012_0514_c_21L戶是非之書東人又不能見到於此
012_0514_c_22L卽又爲拈頌一書奉之於金科玉條
012_0514_c_23L之於圓敎大敎以上能解拈頌者妄以
012_0514_c_24L自尊自大中國禪門非徒無拈頌一書

012_0515_a_01L또 이러한 법문도 없으니 더욱 가소롭다. 또한 부처님 말씀(불화佛話)은 화話이지 화두가 아니다. 화로 말할 것 같으면 곧 팔만대장경의 모든 말씀이 화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법보法寶 중에 다만 수백여 칙만 있으며, 『화엄경』에는 겨우 수십 칙만 있을 뿐이겠는가. 『전등록』은 곧 오늘날 두어 집 있는 동네의 서당에서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사요취선史要聚選』69)에 지나지 않는다. 조잡하고 이치에 맞지 않아 조리가 없으니 사대부의 책상머리에 『사요』를 올려놓은 자를 일찍이 본 적 있던가? 『경덕전등록』 이후로도 『천성광등록天聖廣燈錄』, 『속전등록續傳燈錄』, 『연등회요聯燈會要』, 『가태보등록嘉泰普燈錄』 등의 여러 책이 있고, 이를 조금 더 다듬어 『오등회원五燈會元』70)이라는 책을 집성하니, 그 면목이 『경덕전등록』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뒤죽박죽이고 꽉 막힌 것을 다 바로잡지는 못하던 차에 『대운오종록大雲五宗錄』71)이 나와 일일이 바로잡아 드디어 정론이 되었다. 이러한 문자를 동국의 선문에서는 모두가 꿈에서도 보지 못하였을 것이니 실로 슬플 뿐이고 책망할 것도 없도다. 대사의 망증 14조라.

[15]
『반야경』이 공종空宗72)인 것은 선림禪林의 변함없는 설이다. 대사는 (『반야경』을) ‘성종性宗73)이요 의리선義理禪74)이요 격외선格外禪75)이라 한들 어찌 불가하겠는가? 운운.’ 하니 만약 이와 같이 미루어 말하자면 아함阿含과 방등方等으로부터 원교圓敎와 대교大敎에 이르는 모든 경이 다 스스로 공종, 성종, 선종을 구비하지 않음이 없으니, 하필 『반야경』 하나뿐이겠는가? 또 하필 소승과 대승, 원교와 대교로 나눌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대사의 망증 15조로다.

‘법화法華와 화엄花嚴은 교적敎迹으로서 사구死句가 되므로 선문의 상승上乘이 되지 못한다.’라고 한 것은 대사 스스로 한 말이 아니던가? 전에 쓴 글이 명백하게 아직도 여기 있는데, 홀연 여기에서 무턱대고 잡아떼니 80 된 노장께서도 역시 양설兩舌 죄업을 짓는가? 대저 염화(시중)는 교외별전인데 언어 문자로 낱낱이 설명하고,

012_0515_a_01L亦無如此法文 [132] 尤可笑也且佛話 [133] [134]
012_0515_a_02L話也非話頭也若以話言之則大藏
012_0515_a_03L八萬無非話也何以法寶中 [135] 但有數
012_0515_a_04L百餘則華嚴纔是數十則而已耶傳燈
012_0515_a_05L卽不過今日三家村塾小兒輩課場
012_0515_a_06L之史要聚選也荒雜不經無倫脊 [136]
012_0515_a_07L大夫案頭曾見有史要者乎傳燈錄之
012_0515_a_08L又有廣燈續燈聯燈普燈諸書稍加
012_0515_a_09L栽剪輯成五燈元會 [137] 之書面目勝於傳
012_0515_a_10L燈錄猶未盡正其駁糅荒鎻者大雲
012_0515_a_11L五宗錄一書出而一一釐正遂爲正論
012_0515_a_12L此等文字東國禪門俱未夢見實可
012_0515_a_13L哀也無足可責也師之妄證十四也
012_0515_a_14L般若經爲空宗是禪林不易之說師則
012_0515_a_15L以爲性宗義理禪格外禪有何不可云
012_0515_a_16L若如是推說去自阿含方等以至
012_0515_a_17L圓敎大敎諸經無不皆自具空宗性宗
012_0515_a_18L禪宗也 [138] 何必一般若而已又何必分之
012_0515_a_19L爲小乘大乘圓敎大1) [1] [139] 其然乎否乎
012_0515_a_20L師之妄證十五也

012_0515_a_21L
法華花嚴之爲敎迹死句不得爲禪門
012_0515_a_22L上乘者非師自說耶前書明明尙在
012_0515_a_23L忽此白地抵輯 [140] 八十老宗匠亦有
012_0515_a_24L兩舌耶大抵拈花之敎外別傳者以語

012_0515_b_01L화두는 의취가 전혀 없는데 또한 점차 닦아 가는 공부로써 낱낱이 풀어내니, 고인의 생기 활법이 대사의 수중에 들어가서는 모두 교적으로서 사구가 되어, 흙으로 만든 용과 나무로 만든 말이 잡다하게 전진에 배치되는 격으로, 사설 망증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도다.
삿되고 망령스러운 화염을 이 15조 금강저로 한 번 내려침에 대사는 곧 패가망신하여 다시 여지가 없으니, 비록 한 줌의 띠풀로 머리를 덮어도76) 어쩌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물이 줄자 돌이 드러나고77) 하늘의 맨 끝(天根)이 비로소 드러나리라.
대권보살大權菩薩78)이 도행역시倒行逆施79)하는 공덕이 동방의 허공과 같으리니 다만 대사는 한번 향을 사르고 참구해 보시라.
남들은 모두 말하기를 “백파 노인이 이를 보면 또 기가 산처럼 솟아올라80) 앞으로 손뼉을 300번 치고, 위로 뛰며 손뼉을 300번 치리라.
”라고 하니, 만약 노인께서 아무런 걸림 없이 순조롭게 받아들이면 소 등 위에서 소를 모는 것이요, 만약 노인께서 즐거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또한 글을 쓸 필요도 없도다. 이것은 (편안히 누워) 목침을 높이 베고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이니, 다만 대사는 한번 향을 사르고 참구해 보시라.
중봉中峯81) 노인의 시구에 “그윽한 새 울음소리 창 앞에 이르니, 백발 노승 낮잠 자다 놀라 깨었네. 대 침상에 내려서 두 눈 떠 보니, 집 밖에 푸른 하늘 이제 알겠네.”82)라 하였으니, 다만 대사는 한번 향을 사르고 참구해 보시라.
도광道光 21년(1841) 계묘 4월 일. 나산 거사郍山居士 봉래초당蓬萊草堂 김정희金正喜 변증하다.
광서光緖 12년(1886) 병술 3월 일. 신도원환여실新桃源幻如室에서 삼청 선타三淸先陀 삼가 쓰다.

012_0515_b_01L言文字歷歷說去話頭之沒意沒趣者
012_0515_b_02L又以漸修工夫歷歷說去古人之生機
012_0515_b_03L活法到得師之手中皆作敎迹死句
012_0515_b_04L土龍木馬雜然前陣邪說妄證到此
012_0515_b_05L又極矣

012_0515_b_06L
邪火妄熖 [141] 以此十五條金剛杵一以下
012_0515_b_07L師乃敗家喪身無復餘地雖以一
012_0515_b_08L把茆盖 [142] 不可得矣到此地頭水落
012_0515_b_09L石出天根始露大權菩薩倒行逆施 [143]
012_0515_b_10L之功德如東方虛空第試拈香 [144] 一叅

012_0515_b_11L
人皆以爲白坡老人見此又氣踴 [145] 如山
012_0515_b_12L距踊三百曲踊三百若使老人無碍
012_0515_b_13L順受是牛上騎牛若不使老人 [146] 曲踊
012_0515_b_14L距踊又不足爲書也此高枕 [147] 看兒戱
012_0515_b_15L一法第試拈香一叅

012_0515_b_16L
中峯老人 [148]

012_0515_b_17L
一聲幽鳥到身 [149] 白髮老僧驚晝眠

012_0515_b_18L [150] 下竹牀 [151] 開兩眼方知屋外有靑天

012_0515_b_19L第一拈香一叅

012_0515_b_20L
道光貳拾壹 [152] 年癸卯四月日 [153] 山居士
012_0515_b_21L蓬萊草堂金正喜證 [154]

012_0515_b_22L
光緖拾貳年丙戌三月新桃源幻如
012_0515_b_23L室中三淸先陀謹書 [155]

012_0515_c_01L
견향 선사83)84)見香禪師贊 - 추사 김정희
茫茫大地           아득한 대지에
腥濁逆鼻           탁한 비린내 코를 찌르네
眼中妙香           눈 속에 있는 묘한 향기
誰發其秘           누가 그 비의를 피워 내리
木犀無隱           계수나무85) 향은 숨김없이 풍기고
天華如意           하늘의 꽃은 뜻에 따라 내리네
光音互用           광음천86)과 서로 통하고
文殊不二           문수보살과 둘이 아니네
영가수보살계첩문식靈駕受菩薩戒牒文式
남섬부주南贍部洲 대청大淸 조선국 전라좌도 모처에서 수륙도량水陸道場 공화불사空花佛事를 올립니다.
회주는 모某이며, 광서(1875~1908) 모년 모월 모일 모처에서 모인이 삼가 모 영가를 위해 목욕재계하고 공양구를 엄정히 갖추어 무진삼보無盡三寶와 팔부신중八部神衆께 널리 공양합니다.
육도사생六途四生이 이 추천의 공훈에 의지하여 모두 다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이로써 삼가 명하노니, 모처 보살 스승 모를 수계종주화상受戒宗主和尙으로 삼으십시오.받들어 청하노니, 여래의 삼취정계三聚淨戒87)를 원만하게 닦으신 병법秉法88) 사문이여, 특별히 모 영가를 추천하시어 법식을 향첨享沾하고 시라尸羅(戒)89)를 훈수熏守하며 계첩을 몸에 부치고 연화세계에 태를 의탁하여 보살지에 함께 노닐어 불과佛果를 성취하기를 발원합니다.【계문은 다음에 쓴다. 세 분 스님은 아래와 같다.】
동다송東茶頌90) - 초의 의순
【해거도인91)의 명을 받들어 초의 사문 의순92)이 짓다.93)

[1]94)
后皇嘉樹配橘德       후황95)이 내린 상서로운 나무96) 귤의 덕을 짝하여97)
受命不遷生南國       명 받은 대로 터 옮김 없이 남국에서 생장하네98)
密葉鬪霰貫冬靑       무성한 잎은 눈과 다투며 겨우내 푸르고
素花濯霜發秋榮       하얀 꽃은 서리에 씻기어 가을 순백 피워 내네99)

[2]
姑射仙子粉肌潔       고야산100) 선녀인 양 뽀얀 살결 깨끗하고
閻浮檀金芳心結       맺혀 있는 꽃술은 염부단의 금101)이라
【차나무는 과로瓜蘆102) 같고, 잎은 치자 같으며, 꽃은 백장미 같고,

012_0515_c_01L見香禪師贊

012_0515_c_02L
茫茫大地腥濁逆鼻眼中妙香誰發
012_0515_c_03L其秘木犀無隱天華如意光音互用
012_0515_c_04L文殊不二

012_0515_c_05L

012_0515_c_06L靈駕受菩薩戒牒文式

012_0515_c_07L
據南鮮 [156] 部洲大淸朝鮮國全羅左道某處
012_0515_c_08L湏設水陸道場空花佛事會首某從光
012_0515_c_09L緖某年月日於某處某人伏爲某靈駕
012_0515_c_10L沐浴改衣嚴備供具普供無盡三寶八
012_0515_c_11L六途四生憑此追薦功熏普願超
012_0515_c_12L生佛界是以謹命某處菩薩師某爲受
012_0515_c_13L戒宗主和尙奉請秉法沙門圓修如來
012_0515_c_14L三聚淨戒特爲追薦某靈享沾法食
012_0515_c_15L熏受尸羅戒牒付身蓮花托質同遊
012_0515_c_16L菩薩地當成佛果者戒文次書
三師如下

012_0515_c_17L

012_0515_c_18L東茶頌承海道人命艸衣沙門意恂作

012_0515_c_19L
后皇嘉樹配橘德受命不遷生南國

012_0515_c_20L密葉鬪霰貫冬靑素花濯霜發秋2) [2] [157]

012_0515_c_21L姑射仙子粉肌潔閻浮檀金芳心結

012_0515_c_22L
茶樹如瓜蘆葉如梔子花如白薔薇
012_0515_c_23L「誟」疑「敎」{編}「榮」底本頭註曰「榮違韻
012_0515_c_24L疑白字」{編}

012_0516_a_01L노란 꽃술은 금과 같다. 가을에 꽃이 피면 맑은 향이 은은하다고 한다.】
沆瀣漱淸碧玉條       이슬103)에 맑게 씻긴 벽옥 같은 가지요
朝霞含潤翠禽舌       아침노을 흠뻑 머금은 물총새의 혀로다
【이백이 말하였다. “형주 옥천사104)의 맑은 시내와 여러 산에는 차나무가 여기저기 자라는데 가지와 잎은 벽옥 같다. 옥천사의 진공 스님105)이 늘 따서 마셨다.”106)

[3]
天仙人鬼俱愛重       천인 신선 인간 귀신 모두 다 아끼니
知爾爲物誠奇絶       그대의 됨됨이 진정 빼어남 알겠구려
炎帝曾嘗載食經       염제107)는 맛을 보고 『식경』108)에 실었나니
【염제의 『식경』에 “차(茶茗)를 오래 마시면 사람이 힘이 생기고 마음이 즐거워진다.”라고 하였다.】
醍醐甘露舊傳名       제호109)로다 감로110)로다 그 명성 의구하다
【(『송록宋錄』111)에 신안왕 자란子鸞112)과 예장)왕 자상子尙113)이 팔공산114)으로 운재도인115)을 찾아뵈었는데, 도인이 차를 내자 자상이 맛을 보고는 “이것은 감로이다.”라고 말하였다. 나대경의 ≺약탕시≻116)에 “솔바람 소리 전나무 빗소리 들리자면, 서둘러 죽로에서 탕관 내려놓고는, 끓는 소리 잠잠해지기 기다려 맛보는, 한 사발 춘설차여 제호보다 낫네.”라고 하였다.】

[4]
解酲少眠證周聖       술 깨고 잠 적게 하는 건 주공117)이 증명했고
【『이아』에 ‘가檟’는 ‘쓴 차’라고 하였다. 『광아』에는 ‘형주와 파주 지방에서 딴 찻잎을 마시면 술이 깨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라고 하였다.】
脫粟伴菜聞齊嬰       거친 밥에 차를 곁들인 건 제나라 안영118)이라 하네
【『안자춘추』119)에 “제 경공 때의 재상 안영은 겉만 쓿은 밥(현미)에 구운 고기 세 점, 알 다섯 개, 그리고 차만 먹었다.”라고 하였다.】
虞洪薦餼乞丹邱       우홍은 단구자120)의 부탁으로 차를 공양했고
毛仙示𦽲引秦精       모선은 진정을 이끌어 차 숲을 보여 줬네
【『신이기』의 기록이다. “여요 사람 우홍이 산에 들어가 차를 따다 어느 날 푸른 소 세 마리를 끌고 가는 한 도사를 만났다. 도사는 우홍을 이끌고 폭포산에 이르러 말하였다.

012_0516_a_01L心黃如金當秋開花淸香隱然云

012_0516_a_02L
沆瀣漱淸碧玉條朝霞含潤翠禽舌

012_0516_a_03L
李白云荆州玉泉寺靑溪諸山
012_0516_a_04L茗草羅生枝葉如碧玉玉泉眞公常
012_0516_a_05L采飮

012_0516_a_06L
天仙人鬼俱愛重知爾爲物誠奇絕
012_0516_a_07L帝曾嘗載食經

012_0516_a_08L
炎帝食經云茶茗久服人有力悅志
012_0516_a_09L

012_0516_a_10L
醍醐甘露舊傳名

012_0516_a_11L
王子尙詣雲齋道人于八公山道人
012_0516_a_12L設茗茶子尙味之曰此甘露也
012_0516_a_13L大經瀹湯詩松風檜雨到來初急引
012_0516_a_14L銅瓶1) [3] 竹爐待得聲聞俱寂後
012_0516_a_15L甌春雪勝醍醐

012_0516_a_16L
解酲少眠證周聖

012_0516_a_17L
爾雅檟苦茶廣雅荆巴間采葉其飮
012_0516_a_18L醒酒令人少眠

012_0516_a_19L
脫粟伴菜聞齊嬰

012_0516_a_20L
晏子春秋嬰相齊景公時食脫粟
012_0516_a_21L炙三弋五卵茗菜而已

012_0516_a_22L
虞洪薦餼乞丹邱毛仙示▼(莍/衣) [158] 引秦精

012_0516_a_23L
神異記餘姚虞洪入山采茗遇一
012_0516_a_24L道士牽三靑牛引洪至布瀑山 [159]

012_0516_b_01L‘나는 단구자라 하오. 그대가 마실 것을 잘 갖춘다고 듣고 늘 그대의 덕을 보고 싶었소. 산중에는 큰 차가 있어 넉넉히 제공할 만하오. 그대에게 비노니 훗날 차 사발로 (신들에게) 공양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나에게도 조금 남겨 주시구려.’ 이로 인해 우홍은 도사에게 제사를 올렸는데, 후에 입산할 때마다 큰 차를 얻게 되었다.” (『속수신기』121)의 기록이다.) “선성에 사는 진정이 무창산에 들어가 차를 따다가 키가 한 길이나 되는 한 털보를 만났다. 그는 진정을 데리고 산 밑에 이르자 차 숲을 보여 주고 떠나가더니 갑자기 돌아와서는 품 안에서 귤을 꺼내 진정에게 주었다. 진정은 놀라 차를 짊어지고 돌아왔다.”】

[5]
潛壤不惜謝萬錢       땅에 묻힌 이도 만금 사례 아끼지 않고
【『이원』122)의 기록이다. “섬현에 사는 진무의 아내는 젊어서 과부가 되어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차 마시기를 좋아하였는데 집 안에 오래된 무덤이 있어 매번 차를 마실 때면 늘 먼저 무덤에 차를 올렸다. 두 아들은 ‘오래된 무덤이 무엇을 압니까? 헛수고일 뿐입니다.’라고 하며 무덤을 파서 없애 버리려 했으나 어머니가 이를 막아 그치게 하였다. 그날 밤 꿈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여기 머문 지 300여 년이오. 그대의 자식들이 항상 무덤을 허물려 하는데 그대의 도움으로 보호를 입었고 게다가 좋은 차로 제사를 지내 주니 비록 지하에 썩은 몸이나 어찌 예상의 보은123)을 잊으리오?’라고 하였다. 부인은 날이 밝자 마당에서 십만 금의 돈을 얻었다.”】
鼎食獨稱冠六情       솥 음식124) 중에도 육정125)의 으뜸이라 칭하네
【장맹양126)의 ≺등루시≻에 “솥 가득한 음식을 때때로 진상하니, 백화 향 오묘하고 진귀하다. 향기로운 차는 육정의 으뜸, 넘치는 맛은 천하에 퍼지네.”라고 하였다.】
開皇醫腦傳異事       개국황제127) 두통 고친 일은 신이한 일로 전하고
【수 문제가 세자로 있을 때 귀신이 그의 골수를 바꾸는 꿈을 꾼 후로 머리가 아팠다. 어느 날 한 스님을 만났는데 산중에 차나무가 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가 이를 마셔 효험이 있었다. 이에 천하 사람들이 비로소 차 마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雷笑茸香取次生       뇌협차, 용향차가 차례로 생겨났네
【당 각림사의 승려 지숭은 세 등급의 차를 만들었다. 경뇌협은 자신이 마시고,

012_0516_b_01L予丹邱子也聞子善具飮常思見惠
012_0516_b_02L山中有大茗可相給祈子他日有
012_0516_b_03L甌餼之餘乞相遺也因奠祀後入山
012_0516_b_04L常獲大茗 [160] 城人秦精入武昌山中
012_0516_b_05L采茗遇一毛人長丈餘引精至山
012_0516_b_06L示以▼(莍/衣)茗而去俄而復還乃探
012_0516_b_07L懷中橘以遺精精怖負茗而歸

012_0516_b_08L
潛壤不惜謝萬錢

012_0516_b_09L
[161] 剡縣陳務妻少與二子寡居好飮
012_0516_b_10L茶茗宅中有古冢每飮輙先祭之
012_0516_b_11L二子曰古冢何知徒勞人意欲掘去
012_0516_b_12L母禁而止其夜夢一人云吾止
012_0516_b_13L此三百年餘卿子常欲見毀賴相保
012_0516_b_14L反享佳茗雖潛壤朽豈忘翳桑
012_0516_b_15L之報及曉於庭中獲錢十萬金

012_0516_b_16L
鼎食獨稱冠六情

012_0516_b_17L
張孟陽登樓詩鼎食隨時進百和妙
012_0516_b_18L具殊芳茶冠六情溢味播九區

012_0516_b_19L
開皇醫腦傳異事

012_0516_b_20L
隋文帝微時夢神易其腦骨自爾而
012_0516_b_21L忽遇一僧云山中茗艸可治
012_0516_b_22L服之有効於是天下始知飮茶

012_0516_b_23L
雷笑 [162] 茸香取次生

012_0516_b_24L
唐覺林寺僧志崇製茶三品驚雷笑

012_0516_c_01L훤초대는 부처님께 공양하며, 자용향은 손님에게 대접하였다.】

[6]
巨唐尙食羞百珍       당 궁궐의 상식128)에서 귀한 음식 다 바쳤어도
沁園唯獨記紫英       심원129)에선 오로지 자영차만 기록했네
【당 덕종이 동창공주에게 매번 내린 음식 중에 차로는 녹화, 자영의 이름이 있다.】
法製頭綱從此盛       법도대로 만든 두강130) 이때부터 성행하니
淸賢名士誇雋永       맑고 어진 명사들이 준영131)을 자랑했네
【『다경』에 차 맛을 준영이라 하였다.】

[7]
綵莊龍鳳轉巧麗       비단 장식 용봉단132)은 점점 더 화려해져
費盡萬金成百餅       만금의 돈 들여 백 덩어리 만들었네
【크고 작은 용봉단차는 정위133)가 시작하고 채군모134)가 완성하였다. 향료를 섞어 떡차를 만들고 떡차 위에 용과 봉 무늬를 꾸몄다. 진상품은 금으로 장식하여 만들었다. 소동파의 시에 “자금빛 떡차 백 개에 만금을 다 쓰는구나.”라고 하였다.】
誰知自饒眞色香       누가 알리오. 참다운 빛과 향 본디 풍부해도
一經點染失眞性       한번 오염되자마자 참된 성품 잃는 것을
【『만보전서』135)에 “차는 본디 가진 진향, 진미, 진색이 있는데, 한번 다른 물질에 오염되면 바로 그 참된 본성을 잃는다.”라고 하였다.】

[8]
道人雅欲全其嘉       도인은 차의 참맛 온전히 살리고자
曾向蒙頂手栽那       몽정산에 올라가 손수 차를 심은 후
養得五斤獻君王       잘 길러 다섯 근을 임금께 바쳤으니
吉祥蕋與聖楊花       그 차의 이름은 길상예와 성양화라
【부대사136)는 몽정산에 암자를 짓고 살면서 차나무를 심은 지 3년 만에 매우 훌륭한 차를 얻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성양화, 길상예라 하고, 공히 다섯 근을 가지고 돌아와 임금께 바쳤다.】

[9]
雪花雲腴爭芳烈       설화차 운유차는 진한 향기 다투고
雙井日注喧江浙       쌍정차 일주차는 강서 절강137)에 이름났네
【소동파 시에, “설화雪花138)차 우각雨脚차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139)라고 하였다. 황산곡의 시에 “우리 집 강남에선 운유차를 딴다네.”라고 하였다. 소동파가 절에 이르자 승려 범영이 법당을 매우 깨끗하게 수리하여 차를 마시는데 차향이 매우 진하였다. 묻기를

012_0516_c_01L自奉萱艸帶供佛紫茸香待客

012_0516_c_02L
巨唐尙食羞百珍沁園唯獨記紫英

012_0516_c_03L
唐德宗每賜同昌公主饌其茶有綠
012_0516_c_04L花紫英之號

012_0516_c_05L
法製頭綱從此盛淸賢名士誇雋永

012_0516_c_06L
茶經稱茶味雋永

012_0516_c_07L
綵莊龍鳳轉巧麗費盡萬金成百餅

012_0516_c_08L
大小龍鳳團始於丁謂成於蔡君謨
012_0516_c_09L以香葉 [163] 合而成餅餅上餙以龍鳳紋
012_0516_c_10L供御者以金莊成東坡詩紫金百
012_0516_c_11L費盡萬金

012_0516_c_12L
誰知自饒眞色香一經點染失眞性

012_0516_c_13L
萬寶全書茶自有眞香眞味眞色
012_0516_c_14L經他物點染便失其眞

012_0516_c_15L
道人雅欲全其嘉曾向蒙頂手栽那

012_0516_c_16L養得五斤獻君王吉祥蕋與聖楊花

012_0516_c_17L
傅大士自住蒙頂結菴種茶凡三年
012_0516_c_18L得絕嘉者號聖楊花吉祥蕋共五
012_0516_c_19L持歸供獻

012_0516_c_20L
雪花雲腴爭芳烈雙井日注喧江浙

012_0516_c_21L
東坡詩雪花兩 [164] 脚何足道山谷詩
012_0516_c_22L我家江南採雲腴東坡至僧院
012_0516_c_23L梵英 [165] 治堂宇嚴潔茗飮芳烈
012_0516_c_24L「離」疑「移」{編}

012_0517_a_01L“이것은 새로운 차입니까?”라고 하니, 답하기를 “차의 성품이란 새로운 것과 옛것이 섞이면 향과 맛이 되살아나지요.”라고 하였다. (『귀전록歸田錄』에 말하였다.140)) “초차草茶141)는 절강성에서 만들어졌는데, 절강성에서 나는 차 중에는 일주日注차142)를 제일로 친다. 북송 경우景祐 연간(1034~1038) 이래 홍주洪州143)의 쌍정雙井차144)와 백아白芽차가 점점 성행하였고, 근세에는 만드는 법이 더욱 정교해져 그 품질이 일주차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초차의 으뜸으로 치게 되었다.”】
建陽丹山碧水鄕       건양과 단산은 물 맑은 고장
品題特尊雲澗月       운간차 월감차를 최고로 친다네
【『둔재한람』145)에는 “건안차146)가 천하에 제일이다.”라고 하였다. 손초147)가 형부刑部에 차를 보내면서 “만감후148) 열다섯 명을 시재각149)에 보냅니다. 이들은 우레가 칠 때를 기다려 따고 물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건양과 단산은 물 맑은 고장으로 월간차 운감차는 삼가 천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감후는 차 이름이다. 다산 선생150)은 「걸다소」151)에서 ‘(차 마시기 좋은 때는) 아침 햇살이 갓 피어오를 때, 뜬구름이 맑은 하늘에 맑게 빛날 때, 낮잠에서 막 깨어날 때, 밝은 달이 푸른 시냇물에 맑게 빛날 때’라고 하였다.】

[10]
東國所產元相同       동국에서 나는 차도 근본은 서로 같아
色香氣味論一功       빛깔 향, 기운과 맛이 같은 효능이라 평하네
陸安之味蒙山藥       육안차152)의 맛과 몽산차153)의 약효
古人高判兼兩宗       양자를 겸했다고 고인 높이 평가했네
【『동다기』154)에 말하였다. “어떤 이는 동국의 차 효능이 중국산(越產)에 뒤진다고 의심하나, 내가 보기에 빛깔과 향, 기운과 맛에 조금도 차이가 없다.” 「다서」에 말하였다. “육안차는 맛이 뛰어나고 몽산차는 약효가 뛰어난데 동국의 차는 이를 모두 겸비하였다. 만약 이찬황155)이나 육자우156)가 있다면 그들이 반드시 내 말이 옳다고 할 것이다.”】

[11]
還童振枯神驗速       늙음 떨쳐 다시 젊어지는 신이한 효험 빨라
八耋顏如夭桃紅       여든 노인 얼굴이 홍도처럼 생기 도네
【이백이 말하였다. “옥천사157) 진공 스님158)은 80 나이에도 안색이 복사꽃 같았다. 이곳 차는 맑고 향기롭기가 다른 곳과 달라 다시 젊게 하고 늙음을 떨쳐 버려 사람을 오래 살게 한다.”】

012_0517_a_01L此新茶耶英曰茶性新舊交則香
012_0517_a_02L味復草茶成兩浙而兩浙之茶品
012_0517_a_03L日注爲第一自景祐以來洪州雙井
012_0517_a_04L白芽漸盛近世製作尤精其品遠出
012_0517_a_05L日注之上遂爲草茶第一

012_0517_a_06L
建陽丹山碧水鄕品題特尊雲澗月

012_0517_a_07L
遯齋閒覽建安茶爲天下第一
012_0517_a_08L樵送茶焦刑部曰晩甘候十五人遣
012_0517_a_09L侍齋閣此徒乘雷而摘拜水而和
012_0517_a_10L盖建陽丹山碧水之鄕月澗雲龕之
012_0517_a_11L愼勿賤用晩甘候茶名茶山先
012_0517_a_12L生乞茶䟽朝華始起浮雲皛皛於晴
012_0517_a_13L午睡初醒明月離離於碧澗

012_0517_a_14L
東國所產元相同色香氣味論一功

012_0517_a_15L陸安之味蒙山藥古人高判兼兩宗

012_0517_a_16L
東茶記云或疑東茶之効不及越產
012_0517_a_17L以余觀之色香氣味小無差異
012_0517_a_18L書云陸安茶1)味以 [4] 蒙山茶以藥
012_0517_a_19L東茶盖兼之矣若有李賛皇陸子
012_0517_a_20L其人必以余言爲然也

012_0517_a_21L
還童振枯神驗速八耋顏如夭桃紅

012_0517_a_22L
李白云玉泉眞公年八十顏色如
012_0517_a_23L桃李 [166] 此茗香淸異于他所以能還童
012_0517_a_24L振枯而令人長壽也

012_0517_b_01L我有乳泉 把成秀碧百壽湯  내게 있는 유천159) 물을 떠 수벽백수탕 만드노니
何以持歸 木覓山前獻海翁  어떡하면 가져가서 목멱산 해거옹160)께 드릴거나
【당 소이蘇廙161)가 지은 「십육탕품十六湯品」 제3 백수탕에 “사람이 백 년 넘긴 것과 같이, 물을 열 번 넘게 끓인다. 혹은 이야기하다 놓치기도 하고, 혹은 일하다 내버려 두기도 한다. 만약 이런 물을 가져다 쓰면 끓인 물은 이미 본성을 잃고 만다. 감히 묻노니 백발에 여윈 얼굴의 늙은이가 활을 들고 살을 당겨 과녁을 맞힐 수 있겠는가. 씩씩하게 활보하여 멀리 갈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또 제8 수벽탕에 “돌은 천지의 빼어난 기운을 응결시켜 형체를 부여한 것이다. 쪼고 다듬어서 그릇을 만들어도 빼어난 기운은 오히려 남아 있다. 거기에 끓인 물이 좋지 않을 리 없다.”라고 하였다. 근자에 유당酉堂162) 대감께서 남으로 두륜산을 지나가다가 자우산방163)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이때 그 샘물 맛을 보시더니 ‘맛이 수락164)보다 더 좋구나.”라고 하였다.】

[12]
又有九難四香玄妙用     아홉 난관 네 가지 향의 현묘한 작용 있으나
【『다경』에 말하였다.165) “차에는 아홉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는 만들기, 둘째는 가려내기, 셋째는 그릇, 넷째는 불, 다섯째는 물, 여섯째는 덖기, 일곱째는 가루내기, 여덟째는 달이기, 아홉째는 마시기다. 흐린 날 따거나 밤에 불에 쬐어 말리는 것은 제대로 된 만들기가 아니며, 씹어 보거나 향을 맡아 보는 것은 제대로 된 감별이 아니며, 누린내 나는 솥이나 비린내 나는 사발은 제대로 된 그릇이 아니며, 진이 나는 섶나무나 부엌 숯을 쓰는 것은 제대로 된 불이 아니며, 급한 여울물이나 웅덩이에 괸 물은 제대로 된 물이 아니며, 겉만 익고 속이 설익은 것은 제대로 된 덖음이 아니며, 푸른 가루나 옥색 티끌은 제대로 된 가루가 아니며, 거칠게 다루거나 급하게 젓는 것은 제대로 된 끓이기가 아니며, 여름에 마시고 겨울에 마시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마시기가 아니다.” 『만보전서』에 말하였다. “차에는 참된 향(진향), 난초 향(난향), 맑은 향(청향), 순수한 향(순향)이 있다. 겉과 속이 한결같은 것을 순향, 설익지도 너무 익지도 않는 것을 청향, 불기운이 균일하게 멈춰진 것을 난향, 곡우 전에 신기가 갖추어진 것을 진향이라 한다. 이것을 네 가지 향이라 한다.”】

012_0517_b_01L
我有乳泉 [167] 成秀碧百壽湯何以持
012_0517_b_02L木覓山前獻海翁

012_0517_b_03L
唐蘇廙著十六湯品第三曰百壽湯
012_0517_b_04L人過百息水逾十沸或以話阻
012_0517_b_05L以事廢如取用之湯已生 [168] 性矣敢問
012_0517_b_06L皤髩蒼顏之老夫還可執弓扶矢以
012_0517_b_07L取中乎還可雄 [169] 濶步而邁遠乎第八
012_0517_b_08L曰秀碧湯石凝天地秀氣而賦形者
012_0517_b_09L琢而爲器秀猶在焉其湯不良
012_0517_b_10L未之有也近酉堂大爺南過頭輪
012_0517_b_11L一宿紫芋山房甞其泉曰味勝酥酪

012_0517_b_12L
又有九難四香玄妙用

012_0517_b_13L
茶經云茶有九難一曰造二曰別
012_0517_b_14L三曰器四曰火五曰水六曰炙
012_0517_b_15L曰末八曰煮九曰飮

012_0517_b_16L
陰采夜焙非造也嚼味嗅香則非
012_0517_b_17L別也羶鼎腥甌非器也膏薪庖炭
012_0517_b_18L非火也飛湍壅潦非水也外熱 [170]
012_0517_b_19L非炙也碧粉飄 [171] 非末也操艱
012_0517_b_20L攪逃 [172] 非煮也夏興冬癈非飮也
012_0517_b_21L寶全書茶有眞香有蘭香有淸香
012_0517_b_22L有純香表裡如一曰純香不生不熱
012_0517_b_23L曰淸香火候均停曰蘭香雨前神
012_0517_b_24L具曰眞香此謂四香

012_0517_c_01L何以敎汝 玉浮臺上坐禪衆  옥부대166) 위에서 좌선하는 무리들에게 이를 어찌 가르칠까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사오십 리에 걸쳐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차밭이 넓기로는 여기에 비할 곳이 없다. 그곳에 옥부대가 있고, 그 아래 칠불선원167)이 있다. 좌선하는 스님들이 항상 늙은 찻잎을 느지막이 따서 땔감 말리듯 햇볕에 바싹 말리고, 시래깃국 삶듯이 솥에 끓이니, 빛깔은 탁하고 붉으며 맛은 매우 쓰고 떫다. 이는 진정 이른바168) ‘천하에 좋은 차를 속된 솜씨로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격이다.】
九難不犯四香全       아홉 난관 어기지 않고 네 가지 향 온전하면
至味可獻九重供       지극한 그 맛 구중궁궐에 진상할 수 있으리라

[13]
翠濤綠香纔入朝       비취 물결 푸른 향기 조정에 들자마자
【조정에 들어간다는 것은 마음(心君)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서」169)에 말하였다. “찻잔에는 비췻빛 물결 일렁이고 맷돌에는 녹색 가루 날리네.” 또 말하였다. “차는 푸른 비췻빛을 좋은 것으로 치며, 찻물은 투명한 쪽빛을 좋은 것으로 친다. 누렇거나 검거나 붉거나 어두운 색은 모두 품평에 낄 수 없다. 흰 눈빛 물이 상품이요, 비췻빛 물이 중품이요, 누런빛 물이 하등품이다.”170) 진미공171)의 시에 “비단 그늘 일산 아래 모여 기이한 영초의 맛을 보네. 죽로에 그윽이 끓이니 솔불은 성내어 날고, 물이 점점 묽어지니 차 겨루기 무르익네. 녹향이 길에 가득하니 온종일 돌아가기 잊었구나.”라고 하였다.】

聰明四達无滯壅       총명함이 사방에 통달하여 막힘없어라
矧爾靈根托神山       하물며 신령한 뿌리를 신선 산에 내렸으니
【지리산을 세상에서는 방장산이라고 한다.】

仙風玉骨自另種       선풍 옥골이라 종자 본디 남다르네

[14]
綠芽紫筍穿雲根       초록 싹과 자줏빛 순이 구름뿌리172) 뚫고 나와
胡靴犎臆皺水紋       오랑캐 신, 들소 가슴팍처럼 주름진 물결무늬
【『다경』에 “난석(부서진 돌)에서 자란 것이 상품이요, 역양토(자갈과 흙이 뒤섞인 곳)에서 자란 것이 다음이다.”라고 하였다. 또 “골짜기에서 자란 것이 상품이다.”라고 하였다. 화개동 차밭은 모두 골짜기와 난석을 겸비하였다. 다서에 “차는 자줏빛 나는 것이 상품이요,

012_0517_c_01L
何以敎汝玉浮臺上坐禪衆

012_0517_c_02L
智異山花開洞茶樹羅生四五十里
012_0517_c_03L東國茶田之廣料無過此者洞有玉
012_0517_c_04L浮臺臺下有七佛禪院坐禪者
012_0517_c_05L晩取老葉曬乾然柴煮鼎如烹菜羹
012_0517_c_06L濃濁色赤味甚苦澁政所云天下
012_0517_c_07L好茶多爲俗手所壞

012_0517_c_08L
九難不犯四香全至味可獻九重供
012_0517_c_09L濤綠香纔入朝

012_0517_c_10L
入朝于心君茶序曰甌泛翠濤 [173]
012_0517_c_11L飛綠屑又云茶以靑翠爲勝濤以藍
012_0517_c_12L白爲佳黃黑紅昏俱不入品 [174]
012_0517_c_13L爲上翠濤爲中黃濤爲下陳麋公
012_0517_c_14L綺陰攅盖靈草試旂 [175] 竹爐幽討
012_0517_c_15L松火恕 [176] 水交以淡茗戰以肥
012_0517_c_16L香滿路永日忘歸

012_0517_c_17L
聰明四達无滯壅矧爾靈根托神山

012_0517_c_18L
智異山世稱方丈

012_0517_c_19L
仙風玉骨自另種綠芽紫筍穿雲根
012_0517_c_20L靴犎臆皺水紋

012_0517_c_21L
茶經云生爛石者爲上礫壤者次之
012_0517_c_22L又曰谷中者爲上花開洞茶田
012_0517_c_23L谷中兼爛石矣茶書又言茶紫者
012_0517_c_24L「味以」疑「以味」{編}

012_0518_a_01L주름진 것이 다음이며,173) 초록빛 나는 것이 그다음이다. 죽순처럼 나온 것이 상품이요, 싹처럼 나온 것이 다음이다.174)”라고 하였다. 오랑캐의 신발같이 쭈글쭈글하고, 들소의 가슴팍같이 가지런히 주름지고,175) 가벼운 바람이 물살을 쓸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모양은 모두 차의 정수精腴이다.】
吸盡瀼瀼淸夜露       맑은 밤이슬을 흠뻑 머금은 잎
三昧手中上奇芬       삼매에 든 솜씨로 기이한 향 올리누나
【다서176)에 “차를 따는 것은 그 시기를 귀하게 여긴다. 너무 이르면 향이 온전하지 않고 늦으면 신기(생동하는 기운)가 흩어진다. 곡우 전 5일간이 가장 좋고, 그 후 5일간이 그다음이며, 그 후 5일이 또 그다음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차는 곡우 전후로 따는 것은 너무 이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 차를 따는 법은 밤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밤 이슬 머금은 것을 따는 것이 최상이고, 낮에 딴 것은 그다음이다. 흐리거나 비 내리는 날은 따기에 적당하지 않다. 소동파(老坡)가 겸 대사를 보내며 지은 시에 “도인이 새벽에 남병산에서 내려와, 삼매에 든 솜씨로 차를 달여 주었네.”라고 하였다.】

[15]
中有玄微妙難顯       그 가운데 현미한 이치는 오묘하여 드러내기 어려우니
眞精莫敎體神分       참된 정기는 본체와 신이 나뉘면 드러나지 않으리
【「조다편」177)에 말하였다. “새로 딴 찻잎은 쇤 잎을 가려서 버리고 뜨거운 노구솥에 말린다. 노구솥이 아주 뜨거워지면 비로소 차를 넣어 급하게 볶는데 이때 불기운을 약하게 하면 안 된다. 뜨거워지면 바로 덜어서 체에 털어 부어 가볍게 몇 차례 비벼 준다. 그리고 다시 솥에 넣은 후 점점 불기운을 약하게 하며 건조해질 때까지 말린다. 그 가운데 현미한 이치가 있으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품천편」에 말하였다. “차는 물의 정신이요 물은 차의 본체이다. 참된 물(眞水)이 아니면 그 신이 나타나지 않고, 참된 차(眞茶)가 아니면 그 본체를 파악할 수 없다.”】
體神雖全 猶恐過中正    본체와 신 온전해도 중정 지나칠까 두렵나니
中正不過健靈併       중정은 다름 아니라 건실함과 신령함을 아우름이라

012_0518_a_01L爲上皮者次之綠者次之如筍者
012_0518_a_02L爲上似芽者次之其狀如胡人靴
012_0518_a_03L蹙縮然如犎牛臆者廉沾 [177]
012_0518_a_04L如輕飈拂衣 [178] 涵澹然此皆茶之精
012_0518_a_05L腴也

012_0518_a_06L
吸盡瀼瀼淸夜露三昧手中上奇芬

012_0518_a_07L
茶書云採茶之候貴及時太早則
012_0518_a_08L香不全遲則神散以糓雨前五日爲
012_0518_a_09L後五日次之後五日又次之
012_0518_a_10L驗之東茶糓雨前後太早當以立
012_0518_a_11L夏前後爲及時也其採法徹夜無
012_0518_a_12L浥露採者爲上日中采者次之
012_0518_a_13L雨下不宜采老坡送謙師詩道人
012_0518_a_14L曉出南屛山來試點茶三昧手

012_0518_a_15L
中有玄微妙難顯眞精莫敎 [179] 體神分

012_0518_a_16L
造茶篇云新採 [180] 柬去老葉熱鍋焙之
012_0518_a_17L候鍋極熱始下茶急炒 [181] 火不可緩
012_0518_a_18L待熱方退 [182] 入簁中輕團枷 [183] 數遍
012_0518_a_19L復下鍋中漸漸減火焙乾爲度
012_0518_a_20L有玄微難以言顯泉品 [184] 茶者
012_0518_a_21L之精水者茶之體非眞水莫顯其
012_0518_a_22L非眞茶莫窺其體

012_0518_a_23L
體神雖全猶恐過中正中正不過健
012_0518_a_24L靈併

012_0518_b_01L【「포법편」178)에 말하였다. “탕이 순숙純熟179)해졌다 싶으면 바로 들어서 다관에 조금 부어 냉기를 없앤 후 쏟아 낸다. 그 후 찻잎을 넣는데, 많고 적음을 적당히 가늠하되, 중도(中)를 지나치거나 바름(正)을 잃어서는 안 된다. 차가 많으면 맛이 쓰고 향이 가라앉으며, 물이 많으면 맛이 줄어들고 빛깔이 묽어진다. 다관을 두 번 정도 채운 후에는 다시 찬물로 씻어 내 다관을 시원하고 깨끗하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 향기가 줄어든다. 대개 탕관이 너무 뜨거우면 다신이 건실하지 못하고, 다관이 서늘하면 물 기운이 항상 영험하다. 잠시 차와 물이 잘 어우러지기를 기다린 후 차가운 베로 걸러 마신다. 차를 거를 때 너무 빨라도 안 되니, 빠르면 다신이 피어나지 못한다. 마실 때 너무 늦어서도 안 되니, 늦으면 오묘한 향기가 먼저 사라진다.” 논평하여 말한다.180) 차를 딸 때는 현묘함을 다해야 하고,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해야 하며, 물은 참됨을 구해야 하고, 끓일 때는 중정을 얻어야 한다. 그리할 때 본체와 신이 서로 어울리고 건실함과 신령함이 서로 어우러진다. 이 경지에 이르면 다도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6]
一傾玉花風生腋       옥화차 한 잔 기울이니 겨드랑이에 바람 일고
身輕已涉上淸境       가벼워진 몸은 벌써 청경181)을 노닌다네
【진간재182)의 다시에 “이 옥화차 향을 맡네.”라고 하였다. 노옥천183)의 다가에 “양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 솔솔 이는 걸 느끼겠네.”라고 하였다.】
明月爲燭兼爲友       밝은 달 촛불 삼고 내 벗으로 삼아
白雲鋪席因作屛       흰 구름 자리 깔고 병풍 삼아 둘렀네

[17]
竹籟松濤俱蕭凉       솔바람 대바람 소리184) 모두 다 서늘하여
淸寒瑩骨心肝惺       청한함 뼈에 스미고 마음 맑게 깨이네
唯許白雲明月爲二客     흰 구름과 밝은 달을 손님으로 허하노니
道人座上此爲勝       도인이 앉은 자리 이만하면 최고라네
【차를 마시는 법에 (손님이 적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185)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럽고, 소란스러우면 아취가 사라져 버린다. 홀로 마시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둘이 마시는 것을 승勝, 셋이 마시는 것을 취趣, 대여섯이 마시는 것을 범泛, 일고여덟 명이 마시는 것을 시施라 한다.186)

[발문]
草衣新試綠香烟       초의 스님 새 차 달이자 녹향 피어오르니
禽舌初纖穀雨前       곡우 전 첫물이라 새 혀187)처럼 가늘구나
莫數丹山雲澗月       단산의 운간차 월감차188) 손꼽지 마라
滿鍾雷笑可延年       찻잔 가득 뇌소차가 명 늘릴 수 있으리니

신 승지 백파거사189) 쓰다.
대법당 창호계안서【초의 중부자】 - 초의 의순
집(방)에 창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눈이 있는 것과 같다. 눈에 가리는 것이 없어야 볼 수 있는 것은 또한 창에 종이가 있어야 밝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눈에 가리는 것이 있는 것은 사람의 병이요, 창에 종이가 없는 것은 집(방)의 병이다. 눈이 병들면 보는 데 어려움이 있고, 집이 병들면 관계되는 어려움이 많다. 바람이 들이쳐 먼지가 방에 가득하고, 추운 겨울에 싸락눈이 쏟아져 들어온다. 비록 옥궤와 금 침상과 은 병풍이 있고 비단 보료가 그 앞에 놓여 있어도 사람이 그 안에서 편안하게 거처할 수가 없으니 폐옥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흙벽과 마른자리에 대나무 창과 새끼줄을 맨 문이라 하더라도 종이를 바르면 비바람을 막아 편안히 거하고 안온히 잘 수 있으니 이를 온전한 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로써 보면 창호를 막는 것은 매우 중대하고 큰일이다.
본사 대법당의 기다란 창과 큰 문은 종이를 바르기가 심히 어려워 때로는 바람이 눈과 함께 들이치고, 비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전각 안에 아름답던 부처님의 진용이 또한 흐릿하게 번지는 것을 미리 막지 못하였다. 옥주군(진도)에 사는 청신사 손관효孫寛孝 공이 사세가 쇠락하여 대법당에 창호지를 계속 바르기 어려운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여 경내 인근 마을의 여러 어진 청신사들과 서로 권장하고 발의하였으니, 한마디 말에 여러 사람이 동조한 것이 바람이 불자 풀이 눕는 것 같았다.190) 모두 조금씩 재물을 출연하고 모아 종이를 사는 자금으로 삼고, 해마다 창호를 바를 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성대한 계가 만들어진 까닭이다. 이제 아래에 아름다운 이름을 나열하여

012_0518_b_01L
泡法云探湯純熟便取起先注壺
012_0518_b_02L中小許 [185] 盪袪 [186] 冷氣傾出然後投茶
012_0518_b_03L多寡宜酌不可過中正失 [187] 茶重
012_0518_b_04L則味苦香沉水勝則味 [188] 寡色淸兩壺
012_0518_b_05L又冷水湯滌使壺凉潔否則減茶
012_0518_b_06L盖罐熱 [189] 則茶神不健壺淸則水性
012_0518_b_07L [190] 稍候茶水冲和然後冷布釃飮 [191]
012_0518_b_08L釃不宜早早則茶神不 [192] 飮不宜遲
012_0518_b_09L遲則妙馥先消

012_0518_b_10L
評曰 [193] 盡其妙造盡其精水得其眞
012_0518_b_11L泡得其中體與神相和健與靈相併
012_0518_b_12L至此茶道盡

012_0518_b_13L
一傾玉花風生腋身輕已涉上淸境

012_0518_b_14L
陳簡齋茶詩甞此玉花句 [194] 盧玉川茶
012_0518_b_15L [195] 覺兩腋習習生淸風

012_0518_b_16L
明月爲燭兼爲友白雲鋪席因作屛

012_0518_b_17L竹籟松濤俱蕭凉淸寒瑩骨心肝惺

012_0518_b_18L唯許白雲明月爲二客道人座上此爲
012_0518_b_19L

012_0518_b_20L
飮茶之法客衆則喧喧則雅趣索然
012_0518_b_21L獨啜曰神二客曰勝三曰趣五六
012_0518_b_22L曰泛七八曰施也

012_0518_b_23L
012_0518_b_24L
草衣新試綠香烟禽舌初纖糓雨前

012_0519_a_01L조석으로 복을 비는 자료로 삼는다. 또 게송을 불러 이 계회가 매우 훌륭한 일임을 말하고자 한다.
노래는 다음과 같다.

珍洲琹縣兩相望       진주(진도)와 금현(해남)이 서로 마주 보면서
碧波萬頃中橫長       만경창파 가운데서 가로로 늘어서 있구나
南巒叢翠揷雲漢       남쪽 땅 푸른 산은 은하수에 꽂혀 있고
中藏三韓古道場       그 가운데 삼한의 옛 도량 감추었네
五百茄藍居第一       오백 개의 가람은 머물기 제일 좋고
三千裨補無與方       삼천 개의 비보사찰 견줄 곳이 없어라
萬古靈仙之窟宅       만고에 영험한 신선들 머물던 토굴이요
巖屛千疊雲錦張       바위 병풍 천 겹 위로 구름 비단 펼쳐졌네
凌冬碧樹摩雲茂       겨울에도 푸른 나무 마운령에 무성하고
鬪雪紅葩滿磵香       눈과 다툰 붉은 꽃이 시내 가득 향기롭다
畫堂簇簇繞雄殿       채색한 법당은 빽빽하게 대웅전을 두르고
堂前繡佛御中央       법당엔 자수 부처님 한가운데 모셔졌네
琱櫳碧紗何時綻       채색한 창 푸른 비단191)은 언제 틈 벌어졌나
風射玉燭冷搖光       바람 불자 옥 촛대가 차갑게 흔들리네
誰換淨紙洗塵暗       그 누가 청정한 종이 바꿔 업보를 씻어 내리
沃州高士靑雲郞       옥주의 고명한 선비 청운랑이라
輝光受朝日亮        찬란한 빛 받아 아침 해 명량하고
金璧朱翠顯巖莊       붉고 푸른 금빛 벽은 장엄을 드러낼 때
善信男女欣瞻仰       선하고 믿음 있는 사람들 기쁘게 우러러보니
個個蒙益除𠎝殃       모두가 재앙 없애는 이익을 입으리라
六度萬行檀居首       육도만행에 보시가 으뜸이라
福海壽山洗難量       바다와 산 같은 복과 수명 씻겨도 한량없네
暮鼓朝鍾淸夜梵       아침 법고 저녁 종성, 맑은 밤 범종 소리
香徹雲衢天外揚       사른 향은 구름 뚫고 하늘 밖 드날리네
諸天聞之同隨喜       제천이시여 이를 듣고 수희심 함께하여
永使檀家來百祥       단월들 집안마다 온갖 복 내리소서
대광명전 불전 등촉계안서大光明殿佛前燈燭契案序
해는 낮에는 빛나지만 긴 밤의 어둠은 깨뜨리지 못하고, 달은 밤에는 밝지만 어두운 방의 어둠은 사라지게 하지 못한다. 어두운 방의 어둠을 사라지게 하고 긴 밤의 어둠을 깨뜨리는 것은 오직 등불만 할 수 있다. 등불의 시의時義192)함이 원대하도다. 무릇 해가 밝으나 비와 구름이 가리고, 달이 밝으나 그믐과 초하루가 끼어 있다. 등불의 밝음은 비와 구름, 그믐과 초하루의 간섭이 없어 장명등長明燈이나 무진등無盡燈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것이 바로 해와 달의 밝음이 도리어 등불에 미치지 못한 바이다. 또한 어두운 법당 내에서 부처님(聖儀)을 비추며,

012_0518_c_01L莫數丹山雲澗月滿鍾雷笑可延年

012_0518_c_02L
申承旨白坡居士題 [196]

012_0518_c_03L
松風檜雨到來初急引銅瓶移竹爐

012_0518_c_04L待得聲聞俱寂后一甌春雪勝醍醐

012_0518_c_05L

012_0518_c_06L大法堂窓糊契按序草衣中孚子

012_0518_c_07L
室之有窓如人之有目目無翳而能見
012_0518_c_08L亦猶窓有紙而能明也 [197] 有翳人之病
012_0518_c_09L窓無紙室之病也目之病艱於視
012_0518_c_10L室之患所係多端風射而塵𡋯盈室
012_0518_c_11L歲寒而霰雪透入雖玉几金牀銀屛列
012_0518_c_12L綉縟補前人不得安處于中可不
012_0518_c_13L謂之弊屋乎唯土壁藁 [198] 竹戶繩樞
012_0518_c_14L能得糊紙而防風御雪可以安居而穩
012_0518_c_15L宿可不謂之全屋乎由是觀之則窓
012_0518_c_16L糊之關重大且遠矣本寺大法堂之長
012_0518_c_17L窓巨戶塗紙甚艱有時乎風伯挾雪
012_0518_c_18L雨師乘風殿內之睟容妙好亦不免於
012_0518_c_19L漫漶之預沃州郡有孫公寛孝淸信之
012_0518_c_20L士也痛念寺勢之零替而大法堂窓紙
012_0518_c_21L之難繼也與境內隣縣諸賢信士互相
012_0518_c_22L勸發一言風馳衆諾草偃各捐財略
012_0518_c_23L聚爲貿紙之本而爲年年窓糊之計
012_0518_c_24L此盛契之所以成也遂列芳啣于左

012_0519_b_01L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한밤에 여러 가지 현묘함(衆妙)193)이 나타나며, 부처님의 가르침(聖敎)을 열심히 읽는 이들에게 광형匡衡이 벽을 뚫는 어려움194)을 없게 하며, 어두운 밤 활과 화살을 끼고 있는 자에게는 율의律儀를 따라서195) 돌이켜 반성하는 이익이 있다. 이는 또한 연등의 조화가 무궁한 것이다. 그러나 연등은 유촉油燭을 본체로 하는데, 본체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곧 그 빛을 드러낼 방법이 없다.
이 대광명전大光明殿은 새로 지은 지 오래지 않은데도 불등의 본체가 이지러져서 빛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유찬宥粲 스님이 발원하고 재물을 모아 불등 본체의 근본으로 삼고 해마다 이자를 받아 유촉의 비용으로 마련하였다. 또 매년 관음재일에 깨끗한 공양을 마련하여 부처님 전에 드려 계원들의 수명과 복을 늘리기를 기도하였다. 이로부터 불등이 본체를 갖추어 길이 밝은 빛이 있게 되었으니, 시주한 집안마다 상서로움이 늘어나고 무궁한 복락을 누리기를, 그리고 현세에서는 인간 세상의 빛나는 곳을 받고 후세에는 천상의 쾌락에 감응하기를 어찌 미리 기쁘게 우러르지 않겠는가? 이제 아름다운 이름을 아래에 적어 아침저녁으로 복을 비는 자료로 삼는다.
대둔사 만일암기(大芚挽日菴記)196)【정약용 다산거사197)
열흘 만에 버리는 것은 누에고치요, 여섯 달 만에 버리는 것은 제비 집이요, 1년 만에 버리는 것은 까치집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둥지를 경영하고 얽어 만드는 것을 보면 혹 창자를 뽑아 실을 만들고, 혹 침을 토해 내어 진흙을 이기며, 혹 풀과 볏짚을 어렵사리 얽느라고 입이 헐고 꼬리가 떨어져도198) 피곤한 줄 모른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그 지혜를 얕게 여기고 그 생을 애처롭게 여기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비록 화려하게 꾸민 붉은 정자와 푸른 누각도 손가락 퉁기는 사이에 재와 먼지가 되니, 우리들이 집 짓는 계획도 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들이 백 년을 기약하여 살다가 버리게 하더라도 오히려 그렇게 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수명의 길고 짧음이 일정하지 않음에랴. 우리들이 반드시 처자를 보살피고 후손199)에게 전한다 해도 오히려 그렇게 하기 어렵거늘

012_0519_a_01L爲晨夕祝釐之資又頌加陀以爲是契
012_0519_a_02L之勝事云爾頌曰

012_0519_a_03L珍洲琹縣兩相望碧波萬頃中橫長

012_0519_a_04L南巒叢翠揷雲漢中藏三韓古道場

012_0519_a_05L五百茄藍居第一三千裨補無與方

012_0519_a_06L萬古靈仙之窟宅巖屛千疊雲錦張

012_0519_a_07L凌冬碧樹摩雲茂鬪雪紅葩滿磵香

012_0519_a_08L畫堂簇簇繞雄殿堂前繡佛御中央

012_0519_a_09L琱櫳碧紗何時綻風射玉燭冷搖光

012_0519_a_10L誰換淨紙洗塵暗沃州高士靑雲郞

012_0519_a_11L1)輝光受朝日亮 [5] [199] 金璧朱翠顯巖 [200]

012_0519_a_12L善信男女欣瞻仰個個蒙益除𠎝殃

012_0519_a_13L六度萬行檀居首福海壽山洗難量

012_0519_a_14L暮鼓朝鍾淸夜梵香徹雲衢天外揚

012_0519_a_15L諸天聞之同隨喜永使檀家來百祥

012_0519_a_16L

012_0519_a_17L大光明殿佛前燈燭契案序

012_0519_a_18L
日昱晝而不能破長夜之昏月昱夜而
012_0519_a_19L不能消暗室之㝠能消暗室之㝠而破
012_0519_a_20L長夜之昏者唯燈能之燈之時義遠矣
012_0519_a_21L夫日之明而雲雨掩之月之明而晦
012_0519_a_22L朔間之燈之明無雲雨晦朔之間
012_0519_a_23L有長明無盡之號是則日月之明返有
012_0519_a_24L未及於燈者也且照聖儀於㝠殿之內

012_0519_c_01L하물며 머리 깎고 먹물 옷 입은 승려임에랴. 승려가 집을 고치는 것은 본디 자신을 위해 꾸미는 것이 아님을 알겠노라.
두운斗云 스님이 그 집을 새로 수리하고 넓혀 준공을 한 후 다산의 초당으로 나를 방문하여 말하였다. “이 지역에 있는 절들은 마치 바둑판에 바둑알을 펼쳐 놓은 것 같아서 종과 북소리가 서로 들리니, 가는 곳마다 내 방이 아님이 없습니다. 게다가 내 머리도 이미 듬성듬성해졌는데, 내 비록 어리석으나 어찌 이 일을 하겠습니까? 애오라지 잘 수리하여 후세들에게 남겨 주려는 것입니다.” 나는 그 말을 옳다 여기고 그 절 이름을 물어보니 두륜산頭輪山 만일암挽日庵이라 하였다.
철경당게掣鯨堂偈【서문과 함께】200) - (다산 정약용)
‘경鯨’(고래)은 ‘경勍’이니 그 힘이 굳셈을 말하며, ‘경鯨’은 ‘강疆’이니 그 등뼈가 강함을 말한다. 고래가 바다를 휘달릴 때 숨을 토하면 우레가 되고 물을 뿜으면 무지개가 된다. 큰 배를 삼킬 때는 노니는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는 것 같고, 큰 파도를 헤치고 나아갈 때는 하늘을 나는 새가 창공을 능멸하는 것 같다. 한 번 거동하면 만 리를 가는데 깊은 바다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바야흐로 그때는 비록 용백龍伯201)이 낚시를 던지고, 소열蘇烈202)이 낚싯줄을 잡아도 그 누가 잡아당겨 되돌아오게 할 수 있겠는가? 신훈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면, 육근이 앞에서 잡아당기고 오탁이 뒤에서 밀며, 번뇌가 피어올라 하늘을 가리고, 마장이 좌우에서 희롱(揶揄)하는데, 절룩거리면서도 용맹하게 가는 것이 마치 큰 고래가 곧장 바다를 향해 내닫는 것과 같다. 아, (스스로 갖추고 있는) 진여가 미약하다면 이를 끌어당겨 되돌릴 수 있겠는가? 능히 끌어당겨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이는 맹분孟賁과 하육夏育203)도 짝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응언應彥 스님은 아암 혜장兒庵惠藏의 문도인데, 용감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대중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기를 “우리 스님에게 비결이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받았으니, 나는 능히 그것을 끌어당길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후 대중들은 스님의 말을 따라 ‘철경’ 스님이라고 불렀다. 자하산인紫霞山人204)이 그 말을 듣고

012_0519_b_01L現衆妙於玄夜之中使勤閱聖敎者
012_0519_b_02L匡衡穿壁之艱暗挾弓矢者有卽律回
012_0519_b_03L省之益此又然燈者化無窮也然燈
012_0519_b_04L以油燭爲體體未具則用無所現其光
012_0519_b_05L此大光明殿新建未久佛燈虧體
012_0519_b_06L光用難繼有比丘宥粲發願求財
012_0519_b_07L燈體之本年年取息備油燭之價
012_0519_b_08L於每年觀音齋日爲設淨供獻於佛前
012_0519_b_09L爲契員祈延壽福從此佛燈具體而有
012_0519_b_10L長明之光施家延祥而亨無窮之福
012_0519_b_11L現受人間之光處後感天上之快樂
012_0519_b_12L不預爲欣仰也遂列芳啣于左以爲晨
012_0519_b_13L夕祝釐之資

012_0519_b_14L

012_0519_b_15L大芚挽日菴記丁若慵茶山居士

012_0519_b_16L
十日而弃者蚕之繭也六月而弃者
012_0519_b_17L燕之窠也一年而弃者鵲之巢也
012_0519_b_18L而方其經營而結搆也或抽膓爲絲
012_0519_b_19L吐涎爲泥或拮据茶 [201] 口瘏尾譙而莫
012_0519_b_20L知疲人之見之者無不淺其知而哀
012_0519_b_21L其生雖紅亭翠閣殫指灰塵吾人室
012_0519_b_22L屋之計無以異是也使吾人必百年而
012_0519_b_23L弃之猶不足爲矧脩短未定哉使吾
012_0519_b_24L人必廕其妻孥傳之雲仍猶不足爲

012_0520_a_01L장하게 여겨 게송을 지어 주었다. 그 가사는 이와 같다.

生物之大無如鯨       살아 있는 생물 중 고래만 한 것은 없지
齒若雪山鰭金城       이빨은 설산이요 지느러미는 금성 같아
仰鼻噓吸倒滄瀛       코를 들어 숨을 쉬면 큰 바다 뒤집히고
朱趐翕張霹靂聲       붉은 꼬리(朱翹)205) 횃대질하면(올렸다 내리면) 벼락소리 나는구나
蒲牢振布海若驚       포뢰206) 화들짝 달아나니 바다가 놀란 듯하고
濤山直立坤軸傾       파도가 산처럼 곧추서니 지축이 기우는 듯
有夫癯枯毛骨淸       마르고 여윈 한 사내 기골이 청아한데
獨立岸上愁屛營       홀로 언덕 위에 근심 겨워 서성이네207)
有尾如髮籰車榮       수염 같은 눈썹을 작은 얼레208)에 감아서
因風吹去其飛輕       바람에 후 부니 가볍게도 날아가네
黏鯨之尾無相櫻       고래 꼬리에 착 붙어 당김도 하나 없이
順受提掣如孩嬰       순순히 사로잡혀 아이같이 끌려오네
鉗龍絡虎不足并       용 잡고 범 묶는 일 이에 비할 바 되랴
瓠巴長庚堪齊名       호파209) 장경210)과 이름 나란히 할 듯
本然微弱五蘊勍       본연은 미약하고 오온은 강하나니
有能掣者斯豪英       능히 이를 다잡을 이 그가 바로 호걸영웅
철우당게掣鯨堂偈【서문과 함께】211) - (다산 정약용)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지수화풍(四大)이 변화하여 물物에 닿으면 형체가 이루어진다. 허깨비 바탕이 비록 아름답지만 본체가 더욱 존귀하다. 그러므로 토우212)는 겨울을 보내고, 석우213)는 비를 부르며, 목우214)는 검각釰閣215)으로 양식을 나르며, 금우216)는 동정호로 험한 길을 오른다. 이들은 터럭과 혈액이 필요하지 않으니, 신령한 소(靈牯)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요 태능217)의 시에 “뿔 없는 철우가 허공을 오를 적, 꼬리 치고 머리 흔드니 눈 쌓인 고갯마루 바람이 이네.”라고 하였으니, 이는 오묘한 깨달음의 말이다. 사문 표운218)은 질박하고 겉치레가 없어 그 본바탕을 잘 보전하였기에 비구 대중들이 그를 ‘철우 선사’라 하였다. 게송은 이러하다.

頭在黃河南         머리는 황하 남쪽
尾在黃河北         꼬리는 황하 북쪽
千人鞭不動         천 명이 채찍 해도 움직임 없고
六丁挽不得         육정219)이 당겨도 꼼짝 안 하네
是爲奇異獸         이것 참 기이한 동물
色空空則色         색즉시공 공즉시색
無號又无角         이름 없고 뿔도 없으나
背負千鈞力         등에는 천균220)의 힘 짊어진다네
不似泥牛體         진흙 소 몸과 다르게
入水隨水泐         물에 들어가면 물 따라 갈라지네
不似李軍頭         이군두221)와 다르게
再號旋風黑         두 번 부르면 검은 회오리바람 이네

012_0519_c_01L矧剃染爲僧哉僧之 [202] 繕室屋者其非自
012_0519_c_02L爲身謀可知也浮屠斗云新其室而大
012_0519_c_03L [203] 過余于茶山之舘而語之曰
012_0519_c_04L若之存域中者如棊布秋 [204] 鐘鼓之聲
012_0519_c_05L相聞無適而非吾室也而吾之髮已種
012_0519_c_06L吾雖愚豈爲是哉聊繕之以遺後
012_0519_c_07L [205] 善其言而識之詢其室曰頭輪
012_0519_c_08L山之挽日庵也

012_0519_c_09L

012_0519_c_10L掣鯨堂偈并引

012_0519_c_11L
鯨者勍也其力勍也 [206] 彊也
012_0519_c_12L脊彊也鯨之奔於海也吼氣成雷
012_0519_c_13L水爲虹呑巨艦如游魚之仰餌排洪波
012_0519_c_14L如飛鳥之凌空一擧萬里溟渤生風
012_0519_c_15L方其時也雖龍伯投其釣蘇烈操其緡
012_0519_c_16L誰能掣而還之哉新薫 [207] 之見物也六根
012_0519_c_17L挽乎前五濁推乎後塵勞堀堁以蔽天
012_0519_c_18L魔障揶𤻍 [208] 而左右踸踔勇徃若長鯨之
012_0519_c_19L直走眞如之微弱掣而還之否
012_0519_c_20L掣而還之斯賁育弗能耦矣沙門應彥
012_0519_c_21L兒庵藏公之徒也悍然攘其捥而號於
012_0519_c_22L衆曰吾師有訣吾有所受之吾能掣
012_0519_c_23L衆從而呼之曰 [209] 掣鯨紫霞山人聞其
012_0519_c_24L此句疑脫一字{編}

012_0520_b_01L不念阿彌陀         아미타불 염하지 않으면
不願極樂國         극락 가기 원치 않는 것
回向紫霞山         자하산에 머리 돌리니
欣慕無終極         흠모하는 정 끝이 없구나
현해탑명縣解塔銘222) - (다산 정약용)
살아서는 가선대부 벼슬을 하였고, 죽어서는 현해라 호를 붙였으니, 두륜산의 모윤 스님이시다. 살아서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죽어서는 사리를 남기셨도다. 살아서는 재물이 풍족하였고 죽어서는 맑은 이름 남기셨으니, 논자들이 기이하다 평을 하였다. 명銘은 다음과 같다.

骨無超塔斯屹        사리탑으로 이보다 높은 것 없었네
跡則然理難詰        자취가 그러하니 이치 따지기 어렵네
은봉당 제문223) - (다산 정약용)
殻純美弃而去。 噫      순박하고 아름다운 육신 버리고 가셨네, 아.
屋精敝弃而去。 噫      화려하고 넉넉한 집 두고 가셨네, 아.
山回抱弃而去。 噫      빙 두른 산 버리고 가셨네, 아.
鼓寂寂不復鼓。 噫      법고 소리 고요해져 들리지 않네, 아.
鐸寥寥不復鐸。 噫      목탁 소리 쓸쓸해져 들리지 않네, 아.
蓮花世界在何處。 噫     연화세계 그 어디인가, 아.
尙饗            흠향하소서.
 
표충사 제문表忠祠祭文224) - (다산 정약용)
삼가 생각하건대, (서산 대사 휴정225)께서는) 선정과 지혜를 다 갖추시고 충성과 의리를 모두 드높이셨습니다. 대덕(휴정)께서 가르침을 주시고 두 제자(유정, 처영) 무리가 종풍을 이으셔서 적군을 사로잡은 공이 매우 컸습니다. 임금께서 그 공을 기억하시어 정이鼎彝226)에 아로새기고 제사 올려(俎豆)227) 이를 높이셨습니다. 봄꽃이 피어나니 슬프고 그리운 마음 더욱 깊어집니다. 이에 향기로운 제수(嘉薦)와 곡물(普淖)을 올리고, 그 법식은 임금께서 내리신 의전대로 행하옵니다. 삼가 홍제존자 사명당 선사(유정228))와 우세존자 뇌묵당 선사(처영229))를 좌우에 배향합니다. 흠향하소서.
선문답禪問答 - (다산 정약용)
“순淳은 모름지기 번뇌를 시원하게 벗어나야 한다.”
“순詢은 모름지기 실지를 밟아야 한다.”
“훈訓은 모름지기 깨달음의 관문을 뚫고 가야 한다.”
순淳이 물었다.
“어떤 것이 번뇌를 시원하게 벗어나는 것입니까?”

012_0520_a_01L言而壯之授之以伽陀之詞其辭曰

012_0520_a_02L生物之大無如鯨齒若雪山鰭金城

012_0520_a_03L仰鼻噓吸倒滄瀛朱趐 [210] 翕張霹靂聲

012_0520_a_04L蒲牢振布海若驚濤山直立坤軸傾

012_0520_a_05L有夫癯枯毛骨淸獨立岸上愁屛營

012_0520_a_06L有尾 [211] 如髮籰車榮因風吹 [212] 去其飛輕

012_0520_a_07L黏鯨之尾無相櫻 [213] 順受提 [214] 掣如孩嬰

012_0520_a_08L鉗龍絡虎不足并瓠巴長庚堪齊名

012_0520_a_09L本然微弱五蘊勍有能掣者斯豪英

012_0520_a_10L

012_0520_a_11L鐵牛堂偈并引

012_0520_a_12L
如是我聞四大之變觸物成形幻質
012_0520_a_13L雖美本體更尊故土牛送寒石牛招雨
012_0520_a_14L木牛輸粮於釰閣金牛躡險於洞庭
012_0520_a_15L必尾 [215] 血者爲靈牯也故逍遙太能之詩
012_0520_a_16L鐵牛無角陟虛空擺尾搖頭雪嶺風
012_0520_a_17L妙悟之言也沙門表云撲實無華保其
012_0520_a_18L本質比丘大衆號之曰鐵牛禪師偈曰

012_0520_a_19L頭在黃河南尾在黃河北

012_0520_a_20L千人鞭不動六丁挽不得

012_0520_a_21L是爲奇異獸色空空則色

012_0520_a_22L無號又无角背負千鈞力

012_0520_a_23L不似泥牛體入水隨水泐

012_0520_a_24L不似李軍頭再號旋風黑

012_0520_c_01L
대사가 말하였다.
“가을 구름에 흐르는 한 조각 달이로다.”
순詢이 물었다.
“어떤 것이 실지를 밟는 것입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왕성에 가득 날리도다.”
훈訓이 물었다.
“어떤 것이 깨달음의 관문을 깨치고 나가는 것입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차가운 연못에 새 그림자 지나간다.”
고성암230) 모연문高聲庵募緣文 - (다산 정약용)
삼가 생각하니, 백성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고을(邑)이요, 고을이 의지하는 것이 산이다. 천촌만락이 금성金城을 우러러 중심으로 삼고, 겹겹의 누각은 푸른 산에 의거하여 터를 이룬다. 그러한즉 백성을 보호하는 이는 반드시 그 고을의 터를 살펴보고, 고을을 살피는 이는 반드시 그 산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형세이다.
오직 이 암자는 실로 우두산牛頭山에 터를 내렸는데, 본 읍(강진읍)에 있으며 본래 용맥龍脈이라 불렸다. 두 봉우리가 마치 뿔과 같아, 어느 신통한 스님은 풀을 씹는 형국이라 지적하였다. 또 구포九浦를 앞에 마주하고 있어, 어느 도사는 (용이) 샘물을 마신다는 비결祕訣을 전하였다. 포뢰蒲牢(종)231)가 저녁에 울리면 봄 낮잠을 깨어 밭 갈 일 재촉하고, 목어(木鯉)가 새벽에 울리면 가을 타작마당을 쓸어232) 수확을 한다. 지령地靈과 인걸이 모두 함께 음덕을 입고, 들 농사 산 농사가 다 순조롭게 적절한 도움을 얻는다. 그런데 이 절은 불행히도 대들보가 부러지고 용마루가 꺾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아, 계곡 물과 숲이 부끄러워하도다. 박달나무 발우가 밤사이 달아나니 돌 창고에 능能 스님의 절굿공이가 (먼지 끼고), 오동나무 악기가 저녁에 끊어지니 금모래에 총聰 노인의 거문고가 상하는구나. 황혼에 박쥐가 날아다니니 옛 스님은 눈물을 쏟아 내고, 대낮에 도깨비들 오르내리니 지나가는 길손은 탄식을 머금는구나.
죽으로 연명하는 우리 잔생殘生들은 쭉정이와 겨 같은 천한 존재이나 조용히 새 부리로 바다를 메울233)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을 도모하는 뜻은 비록 간절하지만 이는 거의 모기의 등에 산을 짊어지는 것과 같으니, 어찌 일을 일으키는 데까지 힘을 이어갈 수 있을는지요.
엎드려 비노니, 18방坊의 여러 군자들이여, 기존 여러 섬의 모든 어르신들이여. 고을 터의 중함을 깊이 생각하시어 흔쾌히 가벼운 진찰塵刹을 기부하십시오. 인애의 마음을 크게 베풀어 큰돈을 시주하십시오. 그리하면 푸른 기와와 붉은 처마가 환연히 가람을 생색나게 할 것입니다.

012_0520_b_01L不念阿彌陀不願極樂國

012_0520_b_02L回向紫霞山欣慕無終極

012_0520_b_03L

012_0520_b_04L縣解塔銘

012_0520_b_05L
生而嘉善其爵死而縣解其號者頭崙
012_0520_b_06L山僧慕閠也生而齧肥死而超骨
012_0520_b_07L而高貲死而淸名論者奇之銘曰
012_0520_b_08L無超塔斯屹跡則然理難詰

012_0520_b_09L

012_0520_b_10L隱峰堂祭文

012_0520_b_11L
殻純美弃而去屋精敝 [216] 弃而去
012_0520_b_12L回抱弃而去鼓寂寂不復鼓鐸寥
012_0520_b_13L [217] 不復鐸 [218] 蓮花世界在何處尙饗

012_0520_b_14L

012_0520_b_15L表忠祠祭文

012_0520_b_16L
伏以定慧具列忠義并隆大德授旨
012_0520_b_17L二徒承風獲醜孔阜王用記功鼎彜
012_0520_b_18L [219] 爼豆斯崇春物敷業 [220] 悵慕愈緬
012_0520_b_19L喜薦淖 [221] 式宣寵典謹以弘濟尊者泗溟
012_0520_b_20L堂禪師佑世尊者雷默堂禪師配食
012_0520_b_21L于左右尙饗

012_0520_b_22L

012_0520_b_23L禪問答

012_0520_b_24L
淳也須洒脫塵勞詢也須踐蹋實地
012_0520_b_25L也須超透悟關淳問如何是灑脫塵勞

012_0521_a_01L금빛 벼,234) 옥 같은 쌀 등 저장해 둔 곡식을 쌓아 올려 상서로움을 바칩시다. 이것이 어찌 한 절의 승려가 큰 은혜를 더하고자 함이겠습니까. 만가萬家의 고을에 이름난 터를 영원히 올리기 위함입니다. 무릇 보고 듣는 가운데 기쁨이 넘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마침내 큰 서원을 이루게 될 것이니, 큰 기쁨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아암235) 만시(挽兒菴) - (다산 정약용)
墨名儒行世俱驚       승려 이름에 유자 행실 세상 모두 놀랐는데236)
怊悵華嚴舊主盟       슬프다 화엄법회의 옛 맹주여
一部魯論頻盥手       『논어』 한 권을 손 씻어 자주 보고
九家周易細硏精       아홉 대가237) 『주역』을 정밀하게 연찬했네
凄凉破衲風吹去       해진 가사 처량하게 바람에 날아가고
零落殘灰雨洒平       불 꺼져 시든 재는 비에 씻겨 흘러가네
帳下沙彌三四五       장막 아래 제자들 사미승 서넛
攀輀猶復喚先生       상여를 부여잡고 목 놓아 부르도다
또(又) - (다산 정약용)
淨掃鐘山十笏房       종산의 십홀 방238)을 정결히 소제한 후
爲君料理水雲鄕       그대 위해 수운향239)을 그려 보았소
溪留瓔珞穿花經       계곡엔 염주(영락) 놓고 『화엄경』 읽고
渚繫袈裟汎月航       모래섬엔 가사 걸어 놓고 달 띄워 놓았다오
素約只今魚墨幻       과거의 약속 지금은 허깨비 어묵이요
碧天無際鴈聲凉       넓고 넓은 푸른 하늘엔 기러기 소리 처량하오
尻輪風馬無行蹟       꽁무니 수레 탄 바람 말240)은 행적 없으니
淚洒長春第五章       긴 봄 눈물 흘리며 다만 5장의 시 지을 뿐
성묵 선사찬聖默禪師贊【백파거사241)
祗樹入晦           기수242) 어두워지자
曇花浮紅           우담바라 붉어졌네
色卽是空           색이 곧 공이로다
慈雲沉海           자비의 구름 바다에 지자
月反高穹           달이 창천에 떠오르네
相亦是空           형상 역시 공이로다
性宇寂默           성품이 고요하여
紫垣流通           자원성243)에 두루 통하네
心是空空           마음이 공공244)이로다
錦袈白拂           비단 가사 하얀 불자에
篆香微籠           향 연기 가늘게 퍼지네
影是空空           그림자가 공공이로다
호의 선사245)찬縞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衣之縞見心素         흰빛의 옷으로 마음 바탕 보여 주고
名以悟思義顧         깨달음이라 이름하여 뜻을 돌아보게 하네
形癯而骨淸          몸은 여위었으나 기골은 맑으니
宜爾是菩提樹         의연히 보리수와 같고
眉秀而瞳朗          눈썹은 수려하고 눈동자는 맑으니
完爾是彌陁塑         완연히 미타불 조각 같네
桂華之鞠夢兮         계수나무 꽃을 태몽으로 꾸니246)
幻丁威於表柱         정영위丁令威가 화표주華表柱에247) 환생한 듯하고

012_0520_c_01L師曰秋雲一片月詢問如何是踐蹋
012_0520_c_02L實地師曰飛滿帝城訓問如何是超
012_0520_c_03L透悟關師曰鳥影度寒塘

012_0520_c_04L

012_0520_c_05L高聲庵募緣文

012_0520_c_06L
伏以民之所重者邑之所依者
012_0520_c_07L萬落千村仰金城而爲極重樓疊閣
012_0520_c_08L跨碧峀而成基然則保民者必顧其邑
012_0520_c_09L顧邑者必勝其山此自然之勢也
012_0520_c_10L玆菴實據牛頭在本邑素稱龍脉
012_0520_c_11L峯如角神僧指齕艸之形九浦當頭
012_0520_c_12L道士傳飮泉之訣蒲牢夕吼警春睡而
012_0520_c_13L催𫅹木鯉晨鳴滌秋場而收獲地靈
012_0520_c_14L人傑咸被陰功野稼山農率由宜佑
012_0520_c_15L不幸樑摧而棟折嗟乎澗愧而林慚
012_0520_c_16L鉢宵奔1) [6] 能師之杵桐徽暮絕
012_0520_c_17L沙毁聰老之琴飛蝙蝠而黃昏舊僧流
012_0520_c_18L騰魎魈於白日過客齎咨貧道等
012_0520_c_19L粥飯殘生粃糠賤品竊慕禽咮之塡海
012_0520_c_20L志雖切於圖功殆同蚊背之負山力奈
012_0520_c_21L綿於興役伏願十八坊諸君子旣諸島
012_0520_c_22L僉尊位深念邑基之重快捐塵刹之輕
012_0520_c_23L大發仁心洪施巨貨則碧瓦朱欞
012_0520_c_24L「廠」下疑脫一字{編}

012_0521_b_01L蓮潭之贊文兮         연담에게 연찬하고
繩法戒於玩虎         완호에게 법계를 이어받았네
望期頤而歸眞兮       구십일 세(期頤)에 열반(歸眞)하셨고
乘八九而僧臘度       칠십이 세의 법랍으로 입적하셨네
慧月秋空           지혜의 달 가을 하늘에 빛나고
曇花夜雨           우담바라 밤에 내리니
眞乎影耶           참모습인가 그림자인가
我不知自身之所寓      나는 내 몸이 머무는 곳 알 수가 없네
唯有曉磬寒風燈一炷     다만 새벽 종소리 차가운 바람에 등불 한 심지 올릴 뿐
하의 선사248)찬荷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子之衣兮荷製         그대의 옷은 연잎으로 만들고
尙錦袈而長曳         비단 가사 더하여 길게 끄셨도다
完其容裔           그 아름다운 모습 완비하였네
子之心兮止定         그대의 마음은 선정에 머무르고249)
證貝葉於三乘         불경(貝葉)을 삼승에 증명하셨도다
老而慧應           늙을수록 지혜가 응하셨도다
虎留皮兮蓮遺芳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연꽃은 향기를 남기네
列眞影以相傍         여러 대사 진영 곁에 나란히 두니
七分有光           그 진영(七分)250) 빛이 나도다
초의 선사251)찬草衣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師來卽空 其去亦空      대사가 온 것도 공이요, 떠난 것도 공이로다
空來空去 空將亦無      공으로 왔다가 공으로 가니, 공 또한 장차 없어지리라
同一幅丹靑 强留神丰    한 폭의 그림252)에 훌륭한 풍채 남겼으나
儼然天竺 本無其蹤      엄연한 천축의 모습은 본래 그 자취 없도다
撈之掬之 水月松風      건져 내고 움켜쥐나 물속의 달이요 소나무 바람이라
師在不在 孰謂始終      대사여 있는가 없는가. 그 누가 처음과 끝을 알려 주리
철선 선사253)찬鐵船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一覺泥融           마음은 깨달아 번뇌의 땅이 녹고
捨身矻矻           몸은 아끼지 않고 수행에 힘썼으니
銀山鐵壁           은산철벽254)
迷津寶筏           미혹의 나루터에 보배 뗏목이라
黃梅遺鉢           황매255)가 남긴 발우
道像尙存           도상 아직 남아 있으니
玉帶相照           옥대가 서로 비추어
永鎭山門           영원히 산문을 지키리라
운파 선사256)찬雲坡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菩樹秋坡           보리수 가을 언덕에
白雲相隨           흰 구름 따르는데
雲自常淡           구름 본디 늘 담박하여
白亦不緇           하얗고 검지 않네
寄心蘧蘆           마음은 거로蘧蘆257)에 끼쳐 두고
托跡牟尼           발자취는 불가(牟尼)에 의탁했네
問何消瘦           묻노니 왜 그리 수척해졌소
緫緣慈悲           이 모두 자비에 인연한 거라
美痾侵髓           숙병이 골수에 침노한 듯
淸愁滿眉           맑은 근심 눈썹에 가득하네
七分依俙           진영의 모습 참 닮았는데
子眞是誰           그대 진정 누구신가
견향 선사258)찬見香禪師贊 - (백파거사 신헌구)

012_0521_a_01L伽藍而生色金穰玉粒峙窖粟而呈祥
012_0521_a_02L豈唯一寺之僧叨沾大惠抑亦萬家之
012_0521_a_03L永奠名基凡在瞻聆莫不欣聳
012_0521_a_04L遂大願不勝幸甚

012_0521_a_05L

012_0521_a_06L挽兒菴

012_0521_a_07L
墨名儒行世俱驚怊悵華嚴舊主盟

012_0521_a_08L一部魯論頻盥手九家周易細硏精

012_0521_a_09L凄凉破衲風吹去零落殘灰雨洒平

012_0521_a_10L帳下沙彌三四五攀輀猶復喚先生

012_0521_a_11L

012_0521_a_12L
淨掃鐘山十笏房爲君料理水雲鄕

012_0521_a_13L溪留瓔珞穿花經渚繫袈裟汎月航

012_0521_a_14L素約只今魚墨幻碧天無際鴈聲凉

012_0521_a_15L尻輪風馬無行蹟淚洒長春第五章

012_0521_a_16L聖默禪師贊白坡居士

012_0521_a_17L
祗樹入晦曇花浮紅色卽是空慈雲
012_0521_a_18L沉海月反高穹相亦是空性宇寂默
012_0521_a_19L紫垣流通心是空空錦袈白拂篆香
012_0521_a_20L微籠影是空空

012_0521_a_21L縞衣禪師贊

012_0521_a_22L
衣之縞見心素名以悟思義顧形癯而
012_0521_a_23L骨淸宜爾是菩提樹眉秀而瞳朗
012_0521_a_24L爾是彌陁塑桂華之鞠夢兮幻丁威於

012_0521_c_01L
九疇靈苗           아홉 이랑259)의 신령한 싹
燁然優曇           우담바라로 활짝 피었네
芬襲草衣           초의 선사의 향기 스미고
漪華潭            화담 선사의 물결에 적셨네觀心赤蓮           붉은 연꽃을 마음으로 관하여
薏翠含中           푸른 연꽃 그 안에 머금네
發爲天香           피어올라 하늘 향기 풍기니
乃見眞工           이로써 참된 솜씨 보이도다
萬籟空寂           만뢰260)가 텅 비어 고요하고
唯有淸薫           오직 맑은 훈향 있을 뿐이네
慧月澄泓           지혜의 달 맑고 깊어
留作七分           진영에 남아 전하누나
청신암에서(題淸神菴) - (백파거사 신헌구)
滿山蒼翠入秋闌       온 산 가득 청록이 가을 문턱 들어서자
久客心神欝未寛       오랜 길손 마음 답답 펴지지 않은 터에
短履行尋蘭若去       짧은 지팡이로 길을 나서 절집 찾아드니
松風溪雨自淸寒       솔바람과 시내 빗소리 저절로 청한하다
신월암에서(題新月菴) - (백파거사 신헌구)
十里松林一逕開       십 리 솔숲을 한 줄기 오솔길로 여니
淸溪白石自榮廻       맑은 계곡 하얀 돌들 제냥 둘러 있어라
西峯先得初生月       서쪽 봉우리에서 먼저 초승달 떠올라
偏照釋王明鏡臺       석왕의 명경대를 유독 비추는구나
명적암에서(題明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秋樹陰濃夕氣淸       그늘 짙은 갈 숲에 석양 기운 청아한데
百年孤佛一燈明       백 년의 외론 부처 등불 하나로 밝혔구나
羣山萬壑齊空寂       온 산 온 골짝이 모두 다 공적한데
唯有寒浮鳥自聲       차갑게 떠 있는 저 새만 제냥 우는구나
적련암에서(題赤蓮菴) - (백파거사 신헌구)
金粟觀心是赤蓮       등불261) 심지 관하니 붉은 연꽃이요
銀塘花發露珠圓       은빛 연못에 꽃 피니 이슬은 둥근 구슬
萬松秋雨孤菴夜       가을비 내리는 솔숲 한밤의 암자에서
惟見寒香散似烟       차가운 향기 연기처럼 흩어짐을 바라볼 뿐
심적암에서(題深寂菴) - (백파거사 신헌구)
深庵寂寂隱林梢       고요한 깊은 암자 숲속에 숨어 있어
濃翠踈紅雨後交       짙푸른 산 빛 성긴 꽃 빛 비 내린 후 섞여 있네
老釋雙來如瘦鶴       여윈 학처럼 늙은 스님 둘이서 함께 오니
法門昆弟是同胞       법문의 형제로서 같은 핏줄일세
도선암에서(題道仙菴) - (백파거사 신헌구)
仙菴迎佛晩燒香       선암에서 부처 뵙고 느지막이 향 사르니
萬樹斜陽磬語長       노을 진 온 숲에 경쇠 소리 유장하다
活水眞源明似鏡       고요한 물 참된 근원은 흡사 맑은 거울
巖間幽籟自淸凉       바위틈 그윽한 소리는 절로 청량하구나
진불암에서(題眞佛庵) - (백파거사 신헌구)

012_0521_b_01L表柱蓮潭之贊文兮繩法戒於玩虎
012_0521_b_02L望期頤而歸眞兮乘八九而僧臘度
012_0521_b_03L月秋空曇花夜雨眞乎影耶我不知
012_0521_b_04L自身之所寓唯有曉磬寒風燈一炷

012_0521_b_05L荷衣禪師贊

012_0521_b_06L
子之衣兮荷製尙錦袈而長曳完其容
012_0521_b_07L子之心兮止定證貝葉於三乘
012_0521_b_08L而慧應虎留皮兮蓮遺芳列眞影以相
012_0521_b_09L七分有光

012_0521_b_10L草衣禪師贊

012_0521_b_11L
師來卽空其去亦空空來空去空將
012_0521_b_12L亦無 1) [7] 一幅丹靑强留神丰儼然天
012_0521_b_13L本無其蹤撈之掬之水月松風
012_0521_b_14L在不在孰謂始終

012_0521_b_15L鐵船禪師贊

012_0521_b_16L
一覺泥融捨身矻矻銀山鐵壁迷津
012_0521_b_17L寶筏黃梅遺鉢道像尙存玉帶相照
012_0521_b_18L永鎭山門

012_0521_b_19L雲坡禪師贊

012_0521_b_20L
菩樹秋坡白雲相隨雲自常淡白亦
012_0521_b_21L不緇寄心蘧蘆托跡牟尼問何消瘦
012_0521_b_22L緫緣慈悲美痾侵髓淸愁滿眉七分
012_0521_b_23L依俙子眞是誰

012_0521_b_24L見香禪師贊

012_0522_a_01L
繡綃金範摠非眞       비단이나 도금된 몸262)이나 모두 진신 아니니
何處瞿曇托入神       어느 곳에 구담씨263)가 마음을 의탁할까
色相元來空不見       빛깔과 형상은 원래 공하여 볼 수 없는데
洞天花木自然春       동천264)의 꽃과 나무들 본디 그대로 봄이어라
상원암에서(題上院菴) - (백파거사 신헌구)
石棧登登向碧霄       돌길을 터벅터벅 하늘 향해 올라와서
海門斜日望寒潮       해 비낀 바다 어구에서 찬 조수 바라볼 때
長風吹倒千年樹       먼 바람 불어와 천 년의 나무 휘게 하니
玉殿參差露半腰       옥 궁전 허리춤이 들쑥날쑥 보이는 듯
만일암에서(題挽日菴) - (백파거사 신헌구)
日近崦嵫勢不留       해가 엄자산265) 근처라 머물러 둘 수 없는데
慈悲寒佛坐深秋       자비로운 차가운 부처 깊은 가을 좌정했네
思將戰士掬戈手       생각 같아선 창 든 전사의 손을 가지고
挽得羲和九火輈       희화266)의 불 수레를 끌어당기고 싶어라
남미륵에서(題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蒼巓老石欲揚靈       푸른 산정 늙은 바위 신령함 드러내려는 듯
風雨年深繡蘚靑       비바람 세월 깊어 푸른 이끼 수놓았네
過刼先天留影子       영겁 전의 선천부터 머물렀던 그림자를
不敎雕刻露眞形       돌에 새겨 참모습 드러내려 하지 말지니
북미륵에서(題北彌勒) - (백파거사 신헌구)
眞面觀音現刼多       관음의 참면목은 현겁에 다양하매
雲臺千古欝嵯峨       구름 낀 천고의 누대 높디높게 솟아 있네
人生世世慈航渡       인간 세상 세세토록 자비의 배로 건네주니
閱盡西瀛萬里波       서쪽 바다 만 리 파도를 모두 다 겪었으리
서산 대사의 영각에서(題西山影閣) - (백파거사 신헌구)
六龍西御仰乾文       육룡267)이 서쪽에 어거하자268) 천문을 우러르고
讀罷傳燈曉點軍       『전등록』 읽기 그만두고 군사 점호 시작했네
坐擁山門羆虎士       산문에 앉아 옹위하여 호랑이 장수 사로잡고
長驅海島犬羊羣       바다 섬의 오랑캐들 멀리 쫓아 버렸네
丹峰星月垂窮宙       모란봉의 별과 달로 천문 궁리 드리우고
香峀雲烟斂碩勳       묘향산의 구름 안개로 큰 공훈 거두었네
錦襴白拂如平昔       금란가사 흰 불자가 엊그제 것인 듯한데
祝髮英姿古未聞       축발하신 영명한 자태 고금에 듣지 못했어라
북암에 올라(登北庵) - (백파거사 신헌구)
絶頂超觀萬里秋       절정에서 저 멀리 만 리 가을 바라보니
眼前平俯幾岑樓       눈앞에 평탄하게 펼쳐진 높은 누대 몇이런가
烟雲上積高峰老       구름 위로 고즈넉이 높은 봉우리 겹겹인데
天地西傾大海流       천지가 서쪽에 기울어 큰 바다 흐르도다
過刼眞形千丈石       지난 겁의 참모습 지닌 천 길 바위여
浮生全界一虛舟       인생이란 온 세계의 한 조각 텅 빈 배
閒笻催起鐘聲暮       지팡이 재촉하여 일어서자 저물녘 종소리가
還助行人不盡愁       길 떠날 손 끝없는 수심을 자아내네

012_0521_c_01L
九疇靈苗燁然優曇芬襲草衣2) [8]
012_0521_c_02L觀心赤蓮薏翠含中發爲天香
012_0521_c_03L見眞工萬籟空寂唯有淸薫慧月澄
012_0521_c_04L留作七分

012_0521_c_05L題淸神菴

012_0521_c_06L
滿山蒼翠入秋闌久客心神欝未寛

012_0521_c_07L短履行尋蘭若去松風溪雨自淸寒

012_0521_c_08L題新月菴

012_0521_c_09L
十里松林一逕開淸溪白石自榮 [222]

012_0521_c_10L西峯先得初生月偏照釋王明鏡臺

012_0521_c_11L題明寂菴

012_0521_c_12L
秋樹陰濃夕氣淸百年孤佛一燈明

012_0521_c_13L羣山萬壑齊空寂唯有寒浮鳥自聲

012_0521_c_14L題赤蓮菴

012_0521_c_15L
金粟觀心是赤蓮銀塘花發露珠圓

012_0521_c_16L萬松秋雨孤菴夜惟見寒香散似烟

012_0521_c_17L題深寂菴

012_0521_c_18L
深庵寂寂隱林梢濃翠踈紅雨後交

012_0521_c_19L老釋雙來如瘦鶴法門昆弟是同胞

012_0521_c_20L題道仙菴

012_0521_c_21L
仙菴迎佛晩燒香萬樹斜陽磬語長

012_0521_c_22L活水眞源明似鏡巖間幽籟自淸凉

012_0521_c_23L題眞佛庵

012_0521_c_24L「同」疑衍字{編}「漪」下疑脫「爾」{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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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선사 시집 서문(草衣禪師詩集序)269) - 백파거사 신헌구
예로부터 총림에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이는 고명한 선비270)와 친근하게 지내다 이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문창文暢271)이 한유韓愈272)에게, 비연祕演273)이 구양수歐陽修274)에게, 도잠道潛275)과 총수聰殊276)가 소식蘇軾277)에게 그러하였다. 그러나 석씨釋氏는 적멸을 도道로 삼아 은거하는 것을 즐겨하며 색상色相을 공空으로 여겼는데 하물며 시로써 이름을 얻으려 하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유자의 시는 석씨의 게송과 같아서, 게송으로 잘된 것은 애당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수 없다. 초의 장로艸衣長老 의순意恂은 곧 근세에 게송에 뛰어난 분이다. 내가 『일지암시집一枝菴詩集』이라는 2권의 시를 보건대 모두 맑고 심원하며 그윽하고 담박하여, 잡스러운 것을 버리고 정수를 다듬은 것이다. 연천淵泉278)이 매끄럽게 꾸미는 것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한 것이나, 자하紫霞279)가 소순기蔬筍氣280)를 떨쳐 버렸다고 하는 평가는 진실로 지나친 찬사가 아니다. 또한 이름난 학자들과 어울리며 시를 주고받아, 비단 한유 한 사람, 구양수 한 사람, 소식 한 사람에 그치지 않았으니, 비록 세상에 이름을 날리지 않고자 한들 그럴 수 있었겠는가? 이는 대개 장로가 스스로 가까이 지내고자 한 것이 아니고, 한유·구양수·소식 같은 이들이 즐거이 문창과 비연·도잠·총수를 얻어 그 이름을 도와준 것일 뿐이다. 장로에게 어떤 도움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승려들은 계율에 구속되어 있어 혹자는 이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대여 시험 삼아 한번 읽어 보시라.
언제 일찍이 화려하게 수식하고 음탕하게 다듬어 재자가인들에게 칭찬받으려던 혜휴惠休281)나 보월寶月282)과 같겠는가?283) 단지 진제眞諦로 말미암아 바로 깨닫고 여러 사람들의 시를 두루 섭렵하여 게송을 지었으니, 의당 그 명성에 흠이 없으리라.
나는 그의 시를 읊고 그 사람을 알게 되었고, 또 승려들이 이러쿵저러쿵 의론이 있는 것에 분개하여, 책 뒤에 서문 내용을 간단히 추리고 남은 생각을 보태어 보완하고 판각을 기다리노라.
을해년(旃蒙大淵獻, 1875) 9월(菊秋) 3일(朏) 백파거사白坡居士가 초의 선사의 『일지암시집』 권말에 쓴다.
철선 선사 시집 서문(鐵船禪師詩集序)284) - (백파거사 신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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繡綃金範摠非眞何處瞿曇托入神

012_0522_a_02L色相元來空不見洞天花木自然春

012_0522_a_03L題上院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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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棧登登向碧霄海門斜日望寒潮

012_0522_a_05L長風吹倒千年樹玉殿參差露半腰

012_0522_a_06L題挽日菴

012_0522_a_07L
日近崦嵫勢不留慈悲寒佛坐深秋

012_0522_a_08L思將戰士掬戈手挽得羲和九火輈

012_0522_a_09L題南彌勒

012_0522_a_10L
蒼巓老石欲揚靈風雨年深繡蘚靑

012_0522_a_11L過刼先天留影子不敎雕刻露眞形

012_0522_a_12L題北彌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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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面觀音現刼多雲臺千古欝嵯峨

012_0522_a_14L人生世世慈航渡閱盡西瀛萬里波

012_0522_a_15L題西山影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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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龍西御仰乾文讀罷傳燈曉點軍

012_0522_a_17L坐擁山門羆虎士長驅海島犬羊羣

012_0522_a_18L丹峰星月垂窮宙香峀雲烟斂碩勳

012_0522_a_19L錦襴白拂如平昔祝髮英姿古未聞

012_0522_a_20L登北庵

012_0522_a_21L
絕頂超觀萬里秋眼前平俯幾岑樓

012_0522_a_22L烟雲上積高峰老天地西傾大海流

012_0522_a_23L過刼眞形千丈石浮生全界一虛舟

012_0522_a_24L閒笻催起鐘聲暮還助行人不盡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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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염색하는 장인이 실을 정련精練할 때285) 낮에는 여러 날 해를 쬐고 밤에는 여러 우물에 담가 씻는다. 그 색이 차와 같아지면 그것을 가지고 붉은색이나 초록색, 검은색이나 노란색으로 물들여 화려한 무늬(黼黻文章)286)를 만든다. 그 후 이를 줄로 만들어 거문고와 비파의 현을 만들고, 끈으로 만들어 아름다운 패옥(珩瑀)287)을 묶어 그것으로 교묘郊廟의 제사나 조정에서 사용한다. 혹 그렇지 못하면 곧 허리띠를 꿰매는 실이나 버선을 꿰맨 실(襪線)288)로 뒤로 감추어져 어둡고 빛이 나지 않는다. 어찌 그 본바탕이 그러했겠는가? 시문(詞藻)이 성률聲律에서 나오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인끈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 위에 구름무늬 비단을 장식하여 짜는 것처럼 관현에 올리고 생황과 섞여 함께 연주하며, 경거瓊琚와 옥패처럼 그 소리를 크게 내어놓는다. 이는 모두 늘어진 갓끈과 얽은 인끈(사대부)으로서 당세에 명성을 날리던 이가 하는 바이다. 그 아래는 벼슬하지 않은 한미한 선비들인데, 이들도 오히려 비단 심장에 수놓은 창자289)를 가지고 꽃으로 장식하고 달을 휘감아 아름답게 꾸며 시문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불가의 승려에 이르면 비록 아름다운 자질이 있으나 펼치지 못한다. 그 문장은 소박하고 현란하지 않으며, 어두침침하여 드러나지 않으니, 그 때를 만나지 못함이 가장 심한 경우이다.
이제 『철선소초鐵船小艸』를 보니 정련과 씻음에 공교로워 애초부터 차와 같은 흰색이 아님이 없다. 그러나 애달프게도 검푸른 속에 스며들어 마침내 빛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약영若英290)의 화려한 채색 옷을 입고, 벽려薜荔291)의 아름다운 패를 차고, 바다를 품은 산언덕에서 유유히 거니는 것이 시원하고 차가운 칠현금 옛 곡조와 같다. 이것이 이른바 포백布帛의 자질로 금석金石의 소리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사는 또한 좌선(禪戒)에 더욱 깊어 저 공현空玄의 현묘함을 얻은 분이다. 내가 본래 그를 아껴 왔으니, 적멸에 빠지고 부도에 숨은 것을 거듭 탄식하노라.
용주사 주련 글씨(龍珠寺柱書)292) 【정묘조正廟祖】 - 정조 때 이덕무
팔만 사천 법문으로 피안에 함께 이르고,
이백오십 구족계로 미혹의 길 함께 벗어나네.
八萬四千法門。 同臻彼岸。 二百五十大戒。 共拔迷塗.

삼천 년 우담바라는 무량수 나라에서 길이 꽃피우고,
십만 종 보리의 씨앗은 복전마다 결실이 있으리라.
三千歲優鉢花。 長春壽國。 十萬種菩提子。 有秋福田.

이만 리 화가국293)

012_0522_b_01L草衣禪師詩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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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古叢林之聞於世者多附靑雲之士
012_0522_b_03L名始著文暢之於退之秘演之於永叔
012_0522_b_04L道潛聰殊之於子瞻是爾然釋氏以寂
012_0522_b_05L滅爲道樂隱淪而空色相況以詩名乎
012_0522_b_06L雖然儒之詩釋之偈也偈之善者
012_0522_b_07L始不聞於世艸衣長老意恂卽近世之
012_0522_b_08L善偈者也余觀其所爲一枝菴二𢎥詩
012_0522_b_09L皆淸遠幽澹淘滓煉精淵泉之絕去紛
012_0522_b_10L紫霞之擺落蔬筍良非過詡名碩
012_0522_b_11L聞人又從與唱酬不惟一韓一歐一蘇
012_0522_b_12L而止雖欲無聞於世得乎盖亦非長
012_0522_b_13L老之所自附爲韓歐蘇者樂得暢演潛
012_0522_b_14L自助其名於長老何有哉而緇衲
012_0522_b_15L局束於戒律猶或非之爾試讀之
012_0522_b_16L嘗爲綺麗淫冶求全於才子如惠休寶
012_0522_b_17L月乎職由眞諦正覺歷涉諸家之詩
012_0522_b_18L而爲之偈宜其名聞之不瑕余旣誦其
012_0522_b_19L詩知其人又憤浮屠之議其後略掇弁
012_0522_b_20L餘意贅而足之以竢剞劂氏旃蒙
012_0522_b_21L大淵獻菊秋之朏白坡居士書于艸衣
012_0522_b_22L禪師一枝菴詩集卷尾

012_0522_b_23L

012_0522_b_24L鐵船禪師詩集序

012_0523_a_01L돌우물마다 공덕의 샘 널리 젖고,
팔십 경 기원정사294)엔 황금 땅 길상화 두루 피었네.
二萬里和訶國。 普沾石井功德泉。 八十頃祇陀園。 遍開金地吉祥蕋.

기러기 사자 큰기러기 모양으로 제불 제천이 천겁토록 호위하고,
소 양 사슴이 끄는 수레295) 탄 선남선녀들 일시에 듣자 오네.
鴈形獅形鴻形。 諸佛諸天千刼護。 牛車羊車鹿車。 善男善女一時聽.

연화게와 패엽경은 불이문 중의 천둥소리,
향적반296)과 이포찬297)은 무량겁 전 비옥한 땅의 소출.
蓮花偈貝葉經。 不二門中天籟。 香積飯伊蒲饌。 無量刼前地肥.

단박에 불조에 도달코자 하나 갈 길 모르고, 다만 길 한가운데라,
부모미생전298) 향해 어디 한번 한 소식 말해 보게.
直到佛祖不知處。 祇是半塗。 且向父母未生前。 試道一句.

도솔천 궁중에서 원기 취하여 널리 중생 구제하고,
반야대 위에 진용을 드러내어 호겁을 초탈하네.
兠率宮中酌元氣。 普濟衆生。 般若臺上現眞容。 超脫浩劫.

끝없는 환희의 인연 맺어 극락정토에 항상 머물고,
일체 고뇌와 생각 없애고 큰 서원의 자비 배로 모두 건너리.
結無盡歡喜緣。 常住極樂淨土。 除一切苦惱想。 普度大願慈航.
불량계 연기안 서문(佛糧緣起按序)【철선 혜즙】
나는 이렇게 들었다. 향상香象299)이 도솔타천兜率陀天에서 흥기하자 우담바라(曇花)300)가 염부제閻浮提301) 지경에 나타났다. 삼십이상三十二相이 장엄되자 팔십종호八十種好가 이를 따르니 신령한 공력은 호한하여 대지를 녹여 황금을 만들고, 오묘한 작용은 크고 깊어 항하를 휘저어 흰 젖을 만든다. 천지 가득 법우가 내려 동쪽 서쪽에 쏟아 붓고, 온 땅에 두루 현묘한 바람이 불어 위도 좋고 아래도 좋다. 범상한 사람을 단련하여 성인으로 만드니 곳곳에 부처라는 상相을 초월하는 붉은 풀무(鑪鞴) 소리 들리고, 뼈를 바꾸고 가죽을 고치니 사람마다 백우거白牛車302)를 타고 문을 나선다. 수승한 인연 앙망하기가 마치 개미와 파리가 비린내 흠모하는 것 같고, 다른 풍속 교화하기가 마치 나뭇가지를 꺾고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다. 이로써 어질고 믿음 있는 선남선녀들이 신선의 정원에서 향기로운 꽃을 따고, 벼슬아치와 거사들이 가르침의 바다에서 육신을 잊는다. 급고독給孤獨은 가람을 세워 땅 가득히 쌍남雙南의 황금303)을 깔고, 우전왕于闐王304)은 부처를 사모하여 사방에 장륙상丈六像을 안치하여, 찰당刹幢이 서로 바라보고 범종梵鐘이 어우러져 울리게 하였다.
금강동金剛洞 은적사隱跡寺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305) 가람이요 인간세계의 신령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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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者㡛氏湅絲晝暴諸日夜𥂖諸井 [223]
012_0522_c_02L眡其色如茶 [224] 以之朱綠之玄黃之
012_0522_c_03L黼黻文章絙之爲琴瑟紉之爲珩瑀
012_0522_c_04L用諸郊廟朝廷厥或不遇則埋跟於䙅
012_0522_c_05L縫襪線黕而不華豈非 [225] 素質然乎
012_0522_c_06L藻之發於聲律亦猶是也有如纂組綬
012_0522_c_07L織雲錦被管絃雜鳳笙瓊琚玉佩
012_0522_c_08L放厥聲 [226] 彯纓綰紱蜚英於當世者之
012_0522_c_09L所爲下此而韋布寒士猶有錦心繡肚
012_0522_c_10L紕花絡月以能藻繪成章鏗𤨿發音
012_0522_c_11L而至若空門緇衲雖有美質無施 [227] 其文
012_0522_c_12L素而不絢黯然靡章最其不遇之甚
012_0522_c_13L今見鐵船小艸工於湅𤨿未始不
012_0522_c_14L [228] 然以白而惜乎入 [229] 黲淡之中遂不得
012_0522_c_15L彰也雖然若英之華采衣薜荔之陸離
012_0522_c_16L [230] 裔於海山之墟冷冷如七絃古調
012_0522_c_17L此所謂布帛之質而有金石聲者尤深
012_0522_c_18L於禪戒得夫空玄之妙余故愛之
012_0522_c_19L歎其淪寂隱於浮屠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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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22_c_21L龍珠寺柱書正廟祖

012_0522_c_22L
八萬四千法門同臻彼岸二百五十大
012_0522_c_23L共拔迷塗三千歲優鉢花長春壽
012_0522_c_24L十萬種菩提子有秋福田二萬里

012_0523_b_01L여러 부처님들이 인연 따라 왕림하시고, 약사여래藥師如來가 바다를 배 저어 오셨으니, 위엄 있는 모습은 우레를 떨치는 듯하고, 교화의 힘은 티끌 거품 같은 이 세상에 넘친다. 이곳에서 최崔 공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하늘에 맹세하고 손가락을 깨물어 부처님께 맹세하였으니, 옛사람이 펴 보지 못한 마음을 펼치고, 옛사람이 세우지 못한 일을 세울 만한 사람이다. 비록 밥 짓고 방아 찧는 일을 업으로 하는 무리라 하더라도 모두 훌륭한 법회가 제약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타고난 벙어리나 봉사라 하더라도 좋은 인연을 만나리라는 기대를 안게 되었다. 부처님께 반주半呪만 독송해도 곧장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고, 실오라기(가사)만 승보에 보시해도 그 공덕으로 쉽게 마니보주摩尼寶珠306)의 공덕을 얻는다 하였다. 하물며 꾸러미 돈과 포대에 담은 곡물을 구름에 맡기고 강물로 보냄에 있어서랴. 이에 염주와 대칭되게 108명의 단나檀那(시주)를 얻었고, 타고난 대로 천만 생의 보리菩提를 더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어젯날의 차갑고 담백한 이포찬伊蒲饌307)을 지금의 풍성하고 화려한 향화香火로 바꾸어 놓았으니, 장무진張無盡308)의 전신前身이 아니라면 반드시 양대년楊大年309)의 후대 발자취가 될 것이다. 이는 멀리 영산회상靈山會上 당시의 부촉을 받들어 수발타라310)의 공양을 가지고 와 지은 것이라 할 만하다. 혀로는 찬미하기 어려우나 손은 절로 합장하나니, 우리 108명의 선남자들은 신령하게 비추는 빛 가운데 한가히 노닐고 위타韋陀311)의 호위를 따라 거동하리라.
이들의 그림자 안에서 어찌 앞에서 창도하는 이들의 후손(雲仍)312)들에게만 복록이 있겠는가. 같은 목소리로 호응하는 사람들이 받을 복락의 보응 역시 무량하리라.
지전313) 소임을 맡은 이에게 내리는 훈사(持殿訓辭)
우리 108명의 계원들이 각자 피 같은 재물을 기울여 이 일을 충당했으니, 이 일은 작은 인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향을 받드는 이들은 하루 열두 시 가운데 항상 생각하고 생각하여 오체五體를 펴서 땅에 던지며, 열 손가락을 거두어 가슴에 대어 공경으로 엄숙하게 대하며 다른 삿된 생각에 요동함이 없이 하면 곧 무연無緣한 큰 자비314)의 힘을 입을 것이다. 만약 버드나무 늘어진 봄에 앵무새가 사람을 번뇌케 하는 데 나아가 한 생각이라도 어긋나면 꿀 묻은 칼을 탐하다 혀가 잘리는 지경에 떨어질 것이다.

012_0523_a_01L和訶國普沾石井功德泉八十頃祇陀
012_0523_a_02L遍開金地吉祥蕋鴈形獅形鴻形
012_0523_a_03L諸佛諸天千刼護牛車羊車鹿車 [231] 善男
012_0523_a_04L善女一時聽蓮花偈貝葉經不二門中
012_0523_a_05L天籟香積飯伊蒲饌無量刼前地肥
012_0523_a_06L直到佛祖不知處祇是半塗且向父母
012_0523_a_07L未生前試道一句兠率宮中酌元氣 [232]
012_0523_a_08L普濟衆生般若臺上現眞容 [233] 超脫浩劫
012_0523_a_09L結無盡歡喜緣常住極樂淨土除一切
012_0523_a_10L苦惱想普度大願慈航

012_0523_a_11L

012_0523_a_12L佛糧緣起按序鐵船慧楫

012_0523_a_13L
如是我聞香象駭於兠率陀天曇花現
012_0523_a_14L於閻浮提界嚴之以三十二相隨之以
012_0523_a_15L八十種好神功浩瀚鎔大地而作黃金
012_0523_a_16L妙用洪深攪恒河而爲白酪彌天法雨
012_0523_a_17L東傾西沛匝地玄風上可下良 [234]
012_0523_a_18L作聖處處聞烹佛紅鑪鞴換骨革皮
012_0523_a_19L人人駕出門白牛車仰勝緣如蟻慕蠅
012_0523_a_20L化殊俗如折枝反掌是以信女仁男
012_0523_a_21L採馥於仙園宰官居士忘躬於敎海
012_0523_a_22L孤獨創藍滿地布雙南之金于闐慕佛
012_0523_a_23L隨方安丈六之像刹幢相望梵鐘交響
012_0523_a_24L金剛洞隱跡寺者稅外精藍人間靈境

012_0523_c_01L그리고 부처님 전의 향불을 등한히 바라보면 비단 오늘날 계를 만든 본래의 뜻을 홀로 어길 뿐 아니라, 또한 자신의 정신도 완고하고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없는 세존께서 혹시 재앙을 드러내지 않으시더라도, 어찌 홀로 위타 존자315)의 신령스러운 절굿공이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바라건대 소임 맡은 이들이여 각자 힘쓰도록 하라.
할!
불량계안 서문(佛糧禊案序)
우리 불법이 바다를 건너 전승되던 초기에 인심은 오히려 옛날과 같아서 법당을 지어 불상을 안치하고 등을 달고 향을 올리는 것이 진실로 향적 국토316)에 부끄럽지 않았다. 그러나 흉년(大無)을 지나오면서 세상의 인정은 점차 차가워졌다. 향기로운 부엌의 이포찬은 자주자주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니 신자들이 이를 슬퍼하였다. 이에 거오巨鰲 최崔 공이 홀로 애긍심을 발휘하여 널리 승속 간에 모연募緣을 하여 하루아침에 드디어 완공하였다. 이야말로 진세간에 쉽게 얻지 못할 일대 기연이라 하겠다. 칭찬하고 우러르는 마음 그지없도다. 약간의 곗돈을 모아 쌓아 두고, 각처 담당자들이 장차 공덕을 원만히 성취할 계획을 잡으려 한다. 이 또한 인仁에 당해서 물러섬이 없고, 선善을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재물에 대해 분명하니, 진정한 군자로다.
우리 동방 팔도의 선비 집안에서는 더벅머리 때부터 노인 때까지 사서삼경을 아침저녁으로 외우며 성현의 바른 가르침 속에서 나고 죽으니, 맹자가 말한바 호연지기를 이해하고 실천할 줄 아나, 인의를 가지고 말하자면 또한 많지 않다. 그러기에 남의 재물을 수달처럼 모으고 남의 밥을 호랑이처럼 빼앗으면서도 자칭 의로운 선비라 하며 명령을 행하기를 추상같이 한다. 이는 참으로 언행이 구름과 땅처럼 떨어져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으니 마음 아프다. 원컨대 여러 인자仁者들이여 먹을 것을 얻으면 의리를 생각하고, 재물에 임해서는 갓을 어루만지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시라.

012_0523_b_01L諸佛隨緣而住藥師航海而來威如電
012_0523_b_02L化溢塵漚爰有崔公血心矢天
012_0523_b_03L指盟佛能發前人未發之心能建前人
012_0523_b_04L未建之事雖職爨業杵之輩咸知嘉會
012_0523_b_05L之無方天啞生盲之使忺戴良緣之有
012_0523_b_06L可但半呪潘施佛飜然昇忉利之天
012_0523_b_07L一絲路指僧容易感摩尼之寶何況貫
012_0523_b_08L銅帒糓1) [9] 川輸是以稱珠得百八
012_0523_b_09L數之檀那任性倍千萬生之菩提遂令
012_0523_b_10L昔日冷淡之伊蒲變作今時豊華之香
012_0523_b_11L如非張無盡之前身必是楊大年後
012_0523_b_12L斯可謂遠承靈山之囑來作須跋之
012_0523_b_13L舌之難贊手之自叉唯我百八善
012_0523_b_14L逍遙於靈照光中俯仰於韋陀隨
012_0523_b_15L影內奚有首倡之雲仍有祿抑亦同
012_0523_b_16L聲之福報無量

012_0523_b_17L

012_0523_b_18L持殿訓辭

012_0523_b_19L
惟我百八契員各傾血財以充此事
012_0523_b_20L斯非小緣則爲諸奉香者於二六中
012_0523_b_21L念玆在玆展五輪而投地斂十指而當
012_0523_b_22L恭敬肅對不爲他邪念之所轉
012_0523_b_23L可賴無緣大慈力也如或爲楊柳春
012_0523_b_24L被鸚聲之惱人一念或差堕其割舌之

012_0524_a_01L
이른바 호연지기가 말하는 가운데 드러나고 얼굴과 등이 윤택해져서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면 내가 맹자에게 부끄럽겠는가, 아니면 맹자가 나를 부끄러워하겠는가. 청컨대 각자 노력하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 일을 광대하게 만듭시다. 그리하면 비단 부처님의 가피력을 널리 받을 뿐 아니라 또한 응당 하늘이 정해 주신 복을 늘어지게 받을 것이외다.
불량 상하 서문(佛粮上下序)
이 숙세(말세)에 재물로 그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므로 재물로 사람을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재물로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어렵다. 그대가 이러한 일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고자 하니 참으로 남다르구나. 그러나 재물을 출납할 때에 비록 어두운 방에 있을지라도 정성스러운 생각과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명약관화하게 운영한다면 곧 장차 세우려는 것을 세우고도 오히려 남은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터럭 하나라도 간사한 마음이 그 사이에 개입되면 곧 천하의 모든 일이 마침내 와해되고 말 것이다. 바라건대 다시 이기적인 생각을 극복함으로써, 제대로 일을 마치는 경우가 드물다는 남들의 비방을 받지는 않았으면 한다.
침계루 중수기枕溪樓重修記【복림 대사】
우리 대둔사는 천감天監 연간에 세워진317) 옛 가람으로서 아도阿度 화상318)이 처음 세우셨다. 쌍봉雙峰이 높이 솟아 신월新月의 터를 끌어당기고, 구곡九曲이 넘실넘실 장춘長春의 골로 흘러들어 간다. 텅 빈 골짜기는 그윽하고 긴 산마루는 공순하게 흘러간다. 범우梵宇와 임궁琳宮들이 즐비하게 구름 골짜기와 운무 낀 돌다리를 둘러싸고, 난새 수레와 학 가마319)가 살랑살랑 달 뜨는 저녁과 바람 부는 아침에 왕래한다. 동부洞府(골짜기)는 넓고 한가로워 남방 땅을 진압하여 수승함을 마음껏 드러내고, 창설 시기는 아주 오래되어 서산(묘향산)과 짝이 된다. 이 누각에 대해서는 어느 해 시작되었는지 문헌으로 고증할 수 없다.

012_0523_c_01L2) [10] 而等閒看對佛前之香火則非
012_0523_c_02L但孤負今日作契之本意亦可頑却已 [235]
012_0523_c_03L靈也無上世尊或無現殃而獨不畏
012_0523_c_04L韋陀尊者神杵乎願諸典佐各自勉旃
012_0523_c_05L

012_0523_c_06L

012_0523_c_07L佛糧禊案序

012_0523_c_08L
吾佛航海之初人心猶古其剏殿安像
012_0523_c_09L添燈奉香眞不愧於香積國土矣中經
012_0523_c_10L大無世情漸冷香厨伊蒲屢續屢斷
012_0523_c_11L信者哀之玆有巨鰲崔公獨發肯心
012_0523_c_12L廣慕 [236] 緇素一朝遂完斯爲塵世間不易
012_0523_c_13L得之一大奇緣也贊仰無地如干禊錢
012_0523_c_14L因留鎭各處有司家以作來將圓成功
012_0523_c_15L德之計亦可謂當仁不讓善不復加也
012_0523_c_16L盖抵財上分明乃一君子也吾東方八
012_0523_c_17L衣冠自髫至老三經四書朝誦慕
012_0523_c_18L生死於聖賢正敎之中而能解行
012_0523_c_19L其孟子所謂浩然之氣令仁與義而言
012_0523_c_20L之者亦無幾故漁人財如獺奪人食
012_0523_c_21L如虎而自稱義士行令如霜此眞言
012_0523_c_22L行雲泥適足可悵也願諸仁者當得
012_0523_c_23L食思義臨財撫冠仰不愧天俯不愧
012_0523_c_24L「圍」底本夾註曰「委」{編}「密」與「蜜」同{編}

012_0524_b_01L정북을 등지고 정남을 향하니 홀연히 중생세계(三千界)의 번뇌가 사라지고, 산을 등지고 시내를 베고 있으니(枕溪) 전라도 오십 주 누관樓觀 중에 웅장함으로 으뜸이라.
옥난간은 아득하고 돌기둥은 높도다. 눈이 고봉䯻峰에 흩날리니 막고藐姑의 분칠한 뼈320)와 비슷하고, 구름이 노정爐頂에서 피어오르니 가섭迦葉이 향불 사르는 것과 비슷하다. 벼루봉과 옥탑이 가까운 곳에 나열해 있고, 푸른 시내에 울리는 쇠종은 앉고 눕고 하는 중에 뱀을 쫓는 소리이다. 동서로 높이 솟은 법당은 비늘처럼 땅에 가득하고, 앞뒤에 있는 정전은 찬란하게 하늘을 휘두른다. 주불로 모신 세 분의 부처님은 끝없이 호광毫光321)을 비추시고, 손님인 천불千佛은 수많은 구름 공양을 일으킨다. 절문을 훤히 열어 미륵의 동참을 허락하고, 도량이 엄숙하고 청정하니 가람이 영원히 보호됨을 기뻐한다. 사우祠宇(사당)가 우뚝 솟으니 여러 영령들의 충렬이 더욱 새롭고, 금가루322)가 떠내려오니 원효元曉의 신령한 자취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비록 그러하나 시절에 통하고 막힐 때가 있고, 사물에 성쇠가 있다. 만드는 솜씨가 출중하니 마음을 닦은 구성(意匠)으로 경영함이요, 흥폐에 운수가 있으니 충혼 언덕(忠邱)의 수단으로 크고 화려하였도다. 그 이래로 수차례나 불쏘시개(鑽燧)323)가 되었고, 지금 또 무너지고 말았다. 비바람이 깎아 내어 풀숲이 무성하고 가을에 황폐해지며, 서까래가 어긋나 구름 같은 소나무로 얽혀 낮에도 어둡다. 새겨 놓은 새가 날개를 잃으니 초목은 근심스러워하고, 단청한 용이 몸을 잃으니 구름 빛이 근심을 품는다.
이에 본도 관찰사(巡相) 이 공은 호련瑚璉의 기상과 규벽奎璧의 자질로, 임금(北宸)의 명을 받아 부절을 받들고 행차하여(出表) 남쪽 지방 민풍을 살피려 수레를 돌려 산으로 들어오니, 많은 깃발(棨戟)324)과 높은 명성(雅望)이 염 공閻公325)의 등왕각滕王閣에 부끄럽지 않았으며, 문장으로 멋들어지게 노니는 것이 소동파의 적벽赤壁에 과시할 만하였다. 기화요초 피어나는 승지를 완상하며 돌아보았고, 무너진 벽과 기운 들보 보이매 황량한 언덕을 어루만지며 슬픔에 젖었다. 상사께서 마중물로 먼저 동전 이천 문文을 시주하자, 여러 읍이 교시에 따라 함께 20두斗씩 녹봉을 분담하였다. 관리들이 이미 간절한 자세였으니 승려들이 어찌 편안히 있겠는가.

012_0524_a_01L其所謂浩然之氣發於辭氣粹於
012_0524_a_02L面背至於充塞天地之間則我愧孟子
012_0524_a_03L孟子愧我乎請各努力原始要終
012_0524_a_04L光大此事則非但其佛力之廣被亦應
012_0524_a_05L受天定之福延

012_0524_a_06L

012_0524_a_07L佛粮上下序

012_0524_a_08L
當此叔世以財不傷其身者無幾矣
012_0524_a_09L故以財受人難也以財受於人亦難也
012_0524_a_10L君能以此事爲己任異哉然當其財之
012_0524_a_11L出入之旹雖在暗室中若濟之以誠意
012_0524_a_12L公心明若燭炤則將建其所建猶有
012_0524_a_13L餘力也如或一毫之邪念間於其中
012_0524_a_14L則天下萬事必究竟瓦解了也望復克
012_0524_a_15L己念以免他鮮克有終之譏也

012_0524_a_16L

012_0524_a_17L枕溪樓重修記釋福琳大師

012_0524_a_18L
粤我大芚寺天監舊藍阿度初地
012_0524_a_19L峰崒嵂控引新月之基九曲汪彤 [237]
012_0524_a_20L潮長春之洞虛牝1) [11] 長嶺逡巡
012_0524_a_21L宇琳宮櫛櫛匼匝於雲谷烟磴鸞驂鶴
012_0524_a_22L依依徃來於月夕風朝洞府寛閑
012_0524_a_23L鎭南服而擅勝剏設久遠與西山而作
012_0524_a_24L至若斯樓也濫觴何年文獻無考

012_0524_c_01L수룡袖龍·연하蓮荷·침교枕蛟 세 분의 선로禪老와 윤훤胤烜·두흔斗欣·표운表云 등 여러 스님들은 모두 불법佛法의 노고추老古錐326)요, 산문山門의 석덕碩德이시다. 북을 울려 일을 앞서 제창하니 능히 현묘한 도의 자취를 추구할 만하고, 촛대를 꽂고 맹세하니 다행히도 경릉竟陵의 꿈327)을 얻었도다.
혹은 일을 관장하느라 부산하였고, 혹은 탁발을 하느라 고생하였다. 몸을 사르고 꽃을 공양하는 단연檀緣이 바람처럼 비처럼 치달려 모여들었고, 금과 비단을 실은 단월의 외호가 강과 구름에 실려 전해졌다. 노반魯班328)의 준승準繩329)을 임명하고 영·편郢扁330)의 도끼를 고용하였다. 구름 속 녹나무가 골짜기에 거꾸러지니 새가 놀라고 산짐승이 놀라며, 무지개 들보를 허공에 세우니 신과 귀가 아로새기었다. 협종夾鐘331)이 혼백을 부르는 저녁에 독려를 하고, 이칙夷則332)이 광명을 산생하는 아침에 준공하였다. 광채가 전보다 배가 되어 새가 날개를 편 듯하였고, 제도가 옛날보다 더 규모가 있어 호랑이가 웅크리고 용이 서린 듯하였다. 적자赤髭 백족白足333)이 불자를 세우고 담론을 함에 어찌 옛날보다 더 나으리오마는, 묵객墨客 소인騷人334)이 지팡이를 세우고 호탕하게 노니는 것은 오늘날이 더욱 상쾌하리라.
그러나 만약 일곱 명의 어진 이들이 같은 시절을 함께하지 않았다면 어찌 옛사람이 미처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인도 승 법달法達이 다시 나타나 끝내지 못한 직무를 다시 닦으며, 급고독給孤獨의 후신이 나머지 재물을 베풀었으니, 어찌 다만 현세에 인간 세상의 영화를 얻을 뿐이리오. 응당 내생에도 천상의 참된 복락을 받을 것이다. 우리 병든 잎 같은 선로들은 향수해香水海의 작은 물방울 같다. 꿈에 들어 깨닫지 못하니 사람들이 모두 이를 곤하게 잔다고 말하고, 거울을 보고서 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니 사람들이 간혹 이를 미쳤다고 말한다. 대략 한번 글을 얽어 뒤에 오는 훌륭한 문장가(錦口)를 기다리며, 짧은 재주를 가지고 애오라지 이미 들었던 진부한 말을 펼친다.
대둔사 상원암 칠성전 상량문大芚寺上院庵七星殿上樑文【범해 각안】335)

012_0524_b_01L坐子向午怳起三千界塵勞背山枕
012_0524_b_02L雄冠五十州樓觀玉欄縹緲石柱
012_0524_b_03L嵯峨雪漫䯻峰彷彿藐姑之粉骨
012_0524_b_04L起爐頂依俙迦葉之燒香硏岑玉塔
012_0524_b_05L羅列於指顧之內碧澗金鐘喧虺於坐
012_0524_b_06L卧之中東西隆堂之撲地鱗鱗前後正
012_0524_b_07L殿之揮天炳炳三尊爲主放毫光之無
012_0524_b_08L千佛作賓興雲供之多種門闥洞
012_0524_b_09L許彌勒之同參道場嚴淨喜伽藍
012_0524_b_10L之永護祠宇突兀諸靈之忠烈維新
012_0524_b_11L金屑浮枕 [238] 元曉之靈蹤不泯雖然時有
012_0524_b_12L否泰物有盛衰制作拔群經營心修
012_0524_b_13L之意匠廢興有數輪奐忠邱之手端
012_0524_b_14L爾來幾度燧鑚如今又値傾圮風雨琢
012_0524_b_15L鞠草莾而秋荒榱椽抵捂綰雲松
012_0524_b_16L而晝暗雕禽沒翼卉木以之呈愁
012_0524_b_17L龍失身雲物以之含慘爰有本道巡相
012_0524_b_18L李公瑚璉之氣奎璧之資受命北宸
012_0524_b_19L持節出表觀風南徼回駕入山棨戟
012_0524_b_20L雅望不愧閻公之滕亭文章勝遊
012_0524_b_21L誇坡仙之赤壁奇花瑶艸翫勝地而盤
012_0524_b_22L壞壁傾梁撫荒垤而惆悵上司爲
012_0524_b_23L先施二千銅文列邑隨麈共分四
012_0524_b_24L五斗祿宰官旣能綣綣方袍詎可懕懕

012_0525_a_01L
삼가 생각건대 남쪽 끝 왕토에서 임금 향해 두 손 모은 백성들은 기쁘게 명당明堂에 모여 소해少海(세자)를 흠모하온바, 이에 복을 비는 땅을 열고 며칠 뒤면 완성을 보게 되었다. 이 땅은 귀신이 천만 년 동안 감추어 두었으나 시운이 돌아와 삼백 일 내로 열린 곳이다. 이 산은 북으로 해남현海南縣에서 30리 떨어져 있는 두륜산이요, 이 절은 남으로 천 리 밖 영주瀛洲(제주)가 바라보이는 대둔사이다. 이 절은 아도 화상阿度和尙이 신라 진흥왕 때 처음 창건하였고, 도선 국사道詵國師가 신라 헌강왕 때 중건하였다. 정조正祖의 빛나는 글(雲章)과 보배로운 글씨(寶墨)가 만고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밝게 빛나며, 서산 대사의 충훈의 기연機緣이 천추의 세월 동안 전하여 놀라 바라보게 한다. 암자의 이름은 상원上院이니, 삼세의 부처님이 엄연히 계시고, 누의 이름은 우화雨花이니 사방의 선사들이 강학하시던 곳이다. 이 암자의 백운대 아래 장춘동長春洞 위에서 호암虎巖과 연담蓮潭 대사가 여래의 선나禪那를 희롱해 드러내었고, 도솔봉 동쪽 진불암眞佛庵 남쪽에서 연파蓮坡와 철선鐵船 대사가 문자반야를 연설하셨다. 사람들이 떠나고자 하나 오래 머무르고, 새가 날아가려 하나 머물러 깃드니, 여기는 이미 그윽한 곳으로 이름을 드날렸을 뿐만 아니라 높고 시원한 곳으로 머물기 가장 좋은 곳이다.
서울 사는 백천白川의 후손 조붕근趙鵬根이 암자에 와서 여러 번 돌아보고 난 후 절에 앉아 말하기를 “북두칠성단을 세워 동군東君(태양신, 봄의 신)에게 오복의 상서를 비는 것이 어떠하오?”라고 하였다. 총섭과 주지가 몸을 굽혀 절하고 일어나서 좋다고 하였고, 늙고 젊은 대중들도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앉아 좋다고 하였다. 이에 관아에 일의 추진을 고하니 관아에서도 칭찬하고 고을에 연유를 알리니 고을에서도 모두 즐거워하였다. 관아와 고을에서 외호하고 절 내외의 승려들이 안에서 경영하니 여러 물품은 어찌 하늘에서 온 것이 아니리오. 재물은 시냇물처럼 당도하였다. 이에 직분을 나누어 정하자 바람에 휩쓸리듯 동의하였다. 총섭은 인차印差하였고, 주지는 지명(望定)을 하였으며, 조붕근은 일을 주관하였고, 교율(南坡敎律)은 화주를, 관준은 일을 감독하였다. 장인을 부르자 장인이 이르고, 터를 열자 터가 밝아졌다. 좌향坐向은 인신寅申, 좌우는 임병壬丙이며 경신庚申으로 보필하고

012_0524_c_01L袖龍蓮荷枕蛟三禪老胤烜斗欣表云
012_0524_c_02L諸仁公皆是佛法古錐山門碩德
012_0524_c_03L鼓唱事能追玄道之蹤揷燭尋盟
012_0524_c_04L得竟陵之夢或坐管而鞅掌或行乞而
012_0524_c_05L拮据燃身供花之檀緣風馳雨集
012_0524_c_06L金載帛之信護川輸雲投授魯班之準
012_0524_c_07L倩郢扁之斤斧雲楠倒壑禽駭獸
012_0524_c_08L虹梁駕空神鎪鬼剜蕫役於夾鐘
012_0524_c_09L會魄之夕竣功於夷則生明之朝光彩
012_0524_c_10L倍前翬飛而鳥革制度邁古虎踞而
012_0524_c_11L龍蟠赤髭白足之竪拂談論何勝昔日
012_0524_c_12L墨客騷人之植笻翫愓更爽今時然而
012_0524_c_13L若非七賢之與同時那就前人之所未
012_0524_c_14L法達重現更修未畢之功給孤後
012_0524_c_15L旦施猶餘之貨豈但現在得人間之
012_0524_c_16L榮華應當來生受天上眞樂在我禪
012_0524_c_17L病葉香海微漚入夢未惺人皆謂之
012_0524_c_18L困宿對鏡迷我人或稱之致狂機杼
012_0524_c_19L一家以待後來之錦口襪線短才
012_0524_c_20L伸已聞之腐詞

012_0524_c_21L大芚寺上院庵七星殿上樑文 [239] 釋梵
012_0524_c_22L海岸

012_0524_c_23L「窃」疑「窈」{編}次同

012_0525_b_01L정오丁午는 태양이다.
도끼 찍는 소리가 북풍에 어울려 떵떵 소리 내고, 기둥과 들보는 차가운 눈과 함께 밝게 빛났다. 거니는 사자가 초석을 밟으니 오대부를 제수받은 진나라 소나무336)요, 나는 용이 들보를 감싸니 삼장군을 제수받은 한나라 잣나무337)이다. 숭산 화산338)처럼 장구하기를 축원하니 옛날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고, 근폭의 정성339)을 바치니 멀고 가까움을 비교해도 일체로다. 경영과 시작을 서둘지 않았으나340) 11월(地雷復) 하순이요, 일을 마치고 완공을 고했으니 12월(地澤臨) 중순이다. 삼가 길일을 택하여 바야흐로 몇 아름 되는 긴 들보를 들어 올리며 마른 창자를 흔들어 감히 육위의 짧은 노래를 짓는다.

拋梁東            어영차, 들보 동쪽으로 떡을 던지세
萬仭頭輪聳碧空       만 길 높이 두륜산이 푸른 하늘 솟아 있네
安得借來獅子座       어찌하면 사자좌를 빌려 와서는
獻吾當宁願堂中       우리 임금님 원당 중에 드려 볼거나
南              어영차, 들보 남쪽으로 떡을 던지세
峻嶺衡平障海嵐       높은 고개 가로 누워 바다 안개 막아 주니
瀛室仙風西北起       영실의 신선 바람이 서북에서 일어나서
順吹潮運上供帆       조운선 위 높이 단 돛에 순풍으로 부는구나
西              어영차, 들보 서쪽으로 떡을 던지세
蓮葉峰頭新月低       연잎봉 산머리에 초승달 새로 뜰 때
向彼樂邦無量壽       저 극락정토 무량수불 향해서
祝吾邸下萬年齊       우리 저하 만수무강 기원하옵네
北              어영차, 들보 북쪽으로 떡을 던지세
望美何時庸報德       미인 바라봄에 어느 때나 은혜 갚으리
擇地占開北斗壇       길지 택해 북두칠성단을 열고
拄香遙祝前星福       향 꽂고 저 멀리 전성341)의 복 기원하네
上              어영차, 들보 위로 떡을 던지세
日月星辰分位張       해와 달, 별들이 자리 나누어 펼쳐졌는데
奉請來臨新建壇       삼가 청하옵나니 새로 세운 단에 왕림하시어
扶吾世子靑宮旺       우리 세자께 동군의 왕성한 기운 내려 주시길
下              어영차, 들보 아래로 떡을 던지세
繽紛花雨談般若       흩날리는 꽃비는 반야를 설하옵고
題詩滿壁盡朝官       벽 가득한 시는 모두 관리들의 것
名振江南禪敎舍       그 이름 강남 땅 선교의 터전에 떨치네
 
삼가 바라옵나니 상량한 후에 불일佛日342)이 길이 빛나고 나라가 항상 평안하며 황하가 다시 맑아지고 우담바라가 다시 피어나기를. 새로운 편액을 높이 거나니, 그 빛이 옛 숲에 비추어 대둔 도량이 온 나라에 성가가 다시 중대해지고, 한양의 운수가 만년토록 창성하기를.
문향각 상량 육위송聞香閣上樑六偉頌 - 범해 각안
운운. 이에 육위의 좋은 게송을 지어 상량의 맑은 노래로 부르고자 한다.


012_0525_a_01L
伏以極南王土拱北臣民欣載明堂
012_0525_a_02L渴仰少海爰開祈福之地可觀不日之
012_0525_a_03L鬼慳於千萬 [240] 之中運廻於三百 [241] 之內
012_0525_a_04L盖此山北去海縣三十里之頭輪山
012_0525_a_05L望瀛洲一千里之大芚寺此寺阿度和
012_0525_a_06L初剏於羅眞興王之朝道詵國師
012_0525_a_07L重衍於羅獻康王之日正廟祖雲章寶
012_0525_a_08L歷萬古而騰輝西山師忠勳機緣
012_0525_a_09L傳千秋 [242] 而駭矚庵名上院三世佛之儼
012_0525_a_10L樓稱雨花四山師之講矣此菴白
012_0525_a_11L雲臺下長春洞上虎巖蓮潭弄顯如
012_0525_a_12L來禪那兜率峰東眞佛庵南蓮坡鐵
012_0525_a_13L演說文字般若人欲去而延佇鳥將
012_0525_a_14L [243] 而棲遲旣*窃窕而擅名亦塽塏 [244]
012_0525_a_15L居最京居白川後人趙鵬根來到此庵
012_0525_a_16L顧而更顧回而復回坐寺而言曰
012_0525_a_17L北斗七星壇祝東君五福瑞如何摠攝
012_0525_a_18L住持鞠躬而起曰諾老少大衆俯首
012_0525_a_19L而跪曰嘉吿事于官官自贊揚布由
012_0525_a_20L于鄕鄕咸樂易官鄕外護賓主內營
012_0525_a_21L物非天來財似川至於是分定執事
012_0525_a_22L靡若從風摠攝印差住持望定趙鵬
012_0525_a_23L根主管敎律化別士 [245] 寛俊監蕫召工工
012_0525_a_24L開基基明坐向寅坐 [246] 左右壬丙

012_0525_c_01L
東              동.
峰頭杲日一輪紅       산봉우리에 붉은 바퀴 떠오르는데
天冠大士爲隣在       천관보살343)이 이웃하여 계시나니
佛國梵歌奏碧空       불국토 범패 소리 푸른 하늘에 울리네
南              남.
瀛洲一髮渺如藍       영주산 한 터럭이 아득히 쪽빛인데
滄溟萬里汪洋處       만 리 바다 넘실거리는 광활한 곳에
沙竭羅王朝暮叅       사가라용왕344)이 아침저녁으로 참배하네
西              서.
蓮花世界路不迷       연화세계 가는 길 미혹되지 않나니
滿山白衲歸依佛       온 산 가득 스님들 부처님께 귀의하네
何必弃東向彼西       하필 동쪽 버리고 서쪽 피안 향하리오
北              북.
拱北之心何日釋       임금 향하는 마음 어느 날에 풀리리오
一望宸宮渺不知       궁전을 바라보나 아득하여 알 수 없네
懸燈漱洗歌三祝       등 걸고 세수하고 삼축345)의 정성 올리네
上              상.
慈氏威容誰不仰       미륵보살 위용을 누가 우러르지 않으리
何必當來會上看       어찌 꼭 장래에 올 회상에서만 보리오
聊將心識有時想       정성스레 마음으로 시시때때 떠올리리
下              하.
名動南中大講舍       명성이 남쪽 땅의 큰 강당에 진동하니
碧眼高僧出入來       푸른 눈의 고승들 나고 드는 곳
能行轍跡今何者       그 궤적 능히 행할 이 그 누구이런가
 
삼가 상량을 한 후에 불법이 중흥하고 국운(國祚)이 태평하기를 바라옵고, 절의 운이 시원히 열려 수달다須達多346)의 단문檀門(시주)이 크게 열리기를 바라옵고, 스님들의 풍습이 순후하여 우바국優婆毱의 교화(化籌)347)가 다시 돌기를 바라옵니다.
무량회 모연소無量會募緣疏 - 범해 각안
살펴보건대 세존께서는 근기에 따라 도를 내려 주시고, 외물에 감응하여 모습을 드러내셨다. 특별히 왕생문을 여시어 염불 삼매에 들어가게 하셨으니, 지금 닦는 잠깐 동안의 작은 선업이 후에 만겁의 자량資糧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동진의 혜원慧遠 법사가 여산廬山에 백련사白蓮社를 결사하여 신이한 영험을 만세토록 흠앙하였고, 고려의 발징發徵 화상348)이 건봉사乾鳳寺에서 만일회萬日會를 이어 열자 같은 날 천 명이 함께 왕생하였으니, 이는 곧 고해를 건너는 빠른 배요, 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우리 본사 모 대사349)는 공문空門의 영수요 불해佛海의 우의羽儀로서 시내 북쪽에 무량회無量會를 열고 무량수불을 니단尼壇 위에서 염불하셨다. 사산四山(생로병사)이 핍박하니 공자가 꾼 전영지간奠楹之間350)의 꿈이 멀지 않고, 육문六門(六識 : 안이비설신의 등의 인식 작용)이 텅 비고 한가하니 석사자釋師子351)의 현고懸鼓352)의 기약이 머지않았다.

012_0525_b_01L申輔弼丁午太陽斧斤之聲和北風
012_0525_b_02L而丁丁棟樑之色共朔雪而皎皎
012_0525_b_03L猊踏礎兮五大夫之秦松 [247] 龍纒梁兮
012_0525_b_04L三將軍之漢柏嵩華呼祝兮憶古今而
012_0525_b_05L不殊芹曝獻誠兮問遐邇而一體
012_0525_b_06L始勿亟地雷復之下弦竣後 [248] 吿功
012_0525_b_07L澤雷 [249] 之中澣敬差糓日方擧數抱之修
012_0525_b_08L [250] 掀倒枯腸敢陳六偉之短頌兒樑 [251]
012_0525_b_09L拋梁東萬仭頭輪聳碧空安得借來
012_0525_b_10L獅子座獻吾當宁願堂中峻嶺衡
012_0525_b_11L平障海嵐瀛室仙風西北起順吹潮 [252]
012_0525_b_12L上供帆西蓮葉峰頭新月低向彼樂
012_0525_b_13L邦無量壽祝吾邸下萬年齊望美
012_0525_b_14L何時庸報德擇地占開北斗壇拄香遙
012_0525_b_15L祝前星福日月星辰 [253] 分位張奉請
012_0525_b_16L來臨新建壇 [254] 吾世子靑 [255] 宮旺
012_0525_b_17L紛花雨談般若題詩滿壁盡 [256] 朝官名振
012_0525_b_18L江南禪敎舍伏願上梁 [257] 之後佛日長照
012_0525_b_19L國界恒安黃河再淸曇花重顯高掛
012_0525_b_20L新扁光透舊林大芚道場價還重於
012_0525_b_21L八域漢陽基業運載昌於萬年

012_0525_b_22L

012_0525_b_23L聞香閣上樑六偉頌 [258]

012_0525_b_24L
云云乃撰六偉之善頌用唱數抱之淸

012_0526_a_01L완명翫溟 스님에게 권선문을 의뢰하니 대사는 대중에게 신망이 있던 분이다. 이에 권선문을 메고 길에 오르니 상서로운 바람은 일곱 근 장삼 속으로 불고 선신善神은 육환장의 머리에서 호위한다. 효제충신孝悌忠信의 집안에서 문을 열고 웃으며 맞이하고,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절에서 항아리를 기울여 재물을 내어놓았다. 그러니 수달다353)가 옛날에는 있고 지금은 없다고 말하지 말라, 부인富仁함이 이러하다. 보살이 예전에는 나오고 지금은 숨었다고 말하지 말라, 자비가 이러하다.
엎드려 비나니 어진 군자, 선지식들이여. 저 어진 일을 맞이하여 물러서지 않는 선근을 캐어 우리가 선을 행하는 가장 즐겁고 좋은 땅에 심읍시다. 그리고 인간세계 오복의 남은 경사를 덜어, 아홉 길 높은 산의 믿음의 공덕을 이룹시다. 그리하면 천추만세千秋萬歲 다하도록 아미타불을 임종 시에 친견할 것이고, 어진 자손들이 무상舞象의 날354)에 성상께 나아가 알현할 것입니다. 이에 봉축하나니 왕실의 복이 산처럼 높아지기를, 귀인의 문에 법해法海가 편안히 흐르기를 바랍니다.
중종시주서中鐘施主序 - 범해 각안
밤낮으로 시간을 알려 공정이 늦은지 빠른지를 깨우쳐 주고, 재나 제사 지낼 때 음악을 연주하여 신도神道가 내려오고 올라가는 것을 엄정히 한다. 목란원木蘭院의 부끄러움355)을 일으켰고 동안현同安縣의 느낌356)이 있었다. 날이 저물어 길이 막힐 때 먼 하늘의 절(梵坊)을 열어 보이고, 숲이 깊고 시내 흐르는 달빛 창가의 나비 꿈을 깨게 한다. 크게 치면 크게 울리고 작게 치면 작게 울리듯, 많이 베풀면 많은 복을 받고 적게 베풀면 적은 복을 받는다.
우리 고성암高聲庵은 이름난 명승지로 그 산은 맑고 높으며 읍의 주맥主脈이 된다. 모 화상이 만덕사萬德寺에서 와서 거처하는데, 권선문을 메고 군자들 집에 알렸다. 불법이 성하려는지 땅의 기운이 장차 돌아오려는지, 화상의 말 한마디가 바람처럼 불자 수많은 집들이 풀처럼 누워, 유한한 재물을 쓸어 모으고 무루無漏의 선근善根을 산처럼 쌓았다. 마침 팔려고 내어놓은 땅이 있어

012_0525_c_01L峰頭杲日一輪紅天冠大士爲
012_0525_c_02L隣在佛國梵歌奏碧空瀛洲一髮
012_0525_c_03L渺如藍滄溟萬里汪洋處沙竭羅王朝
012_0525_c_04L暮叅西蓮花世界路不 [259] 滿山白衲
012_0525_c_05L歸依佛何必弃東向彼西拱北之
012_0525_c_06L心何日釋一望宸宮渺不知懸燈漱洗
012_0525_c_07L歌三祝慈氏威容誰不仰何必當
012_0525_c_08L來會上看聊將心識有時想名動
012_0525_c_09L南中大講舍 [260] 碧眼高僧出入來 [261] 能行轍
012_0525_c_10L跡今何者 [262] 伏願上梁之後佛法重興
012_0525_c_11L國祈 [263] 安泰寺運開通須達多之檀門大
012_0525_c_12L僧習淳厚優婆鞠 [264] 之化籌復廻

012_0525_c_13L

012_0525_c_14L無量會募緣疏 [265]

012_0525_c_15L
原夫世尊隨機授道應物現形特開
012_0525_c_16L徃生一門敎入念佛三昧今修片時之
012_0525_c_17L小善後爲萬刼之資粮 [266] 是以東晋遠
012_0525_c_18L法師剏結白蓮社 [267] 廬山 [268] 萬歲欽仰
012_0525_c_19L高麗徵和尙繼設萬日會於乾鳳同日
012_0525_c_20L千人徃生是迺 [269] 越苦海之迅航出輪廻
012_0525_c_21L之捷徑者也唯我本寺某大士 [270] 空門領
012_0525_c_22L佛海 [271] 羽儀開無量會於溪水之陽
012_0525_c_23L無量壽於尼壇之上四山逼迫孔夫子 [272]
012_0525_c_24L [273] 楹之間 [274] 夢不遠六門虛閑釋獅子 [275]

012_0526_b_01L마침내 교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었다. 누대를 옮겨 종을 거니 산의 용과 호랑이가 나는 듯 달리는 듯 소리가 읍성까지 들리니, 읍의 존귀한 이들 자손이 번성하고, 지옥에 빠진 고혼들은 괴로움을 벗어나 즐거움을 받으며, 윤회하는 중생들은 어려움을 면하고 복을 얻을 것이다. 단월들의 복은 수명이 수미산須彌山같이 될 것이며, 화주의 공은 향수해香水海같이 흐를 것이다. 감히 우매하고 미혹한 지식으로 수승한 인연의 자취를 적어서 보인다.
백양산 정토사 청류동기白羊山淨土寺靑流洞記 - 범해 각안
노령蘆嶺이 횡으로 뻗쳐 있고, 장성長城이 웅거하여, 유림儒林【월평357)】이 득국得局하고, 선원仙苑【정토사358)】이 터를 열었다. 산신령은 백양白羊을 타고 오가며, 불제자들은 정토淨土를 밟으며 출입한다. 사적을 살펴보니 포옹圃翁(정몽주)의 구절이 밝게 실려 있고, 지령地靈을 돌아보니 각로覺老(각진 국사359))의 비360)에 소상히 적혀 있다. 중고 시대부터 보면, 산야를 바람처럼 흔든 이는 양악羊岳361)이요, 용상대덕을 기로 제압한 이는 백파白坡362)로다. 여러 지방에서 그 절을 보수하는 공덕을 허락하여 만든 것이 암자 내의 길이요, 많은 대중들이 강경講經의 모범으로 추천한 곳이 거울 같은 연못(鏡潭)363)이로다. 도사다천覩史多天(도솔천)이 온통 도야림桃野林으로 옮겨 왔고, 기다원祇陀苑(기원정사)이 삼한 땅에서 중흥하였다. 청류암靑流庵에 이르면 남은 향이 방에 가득하고 남은 바람이 숲을 흔들며, 무딘 도끼(鈯斧)364)를 서로 전하며, 푸른 모포(靑氈)365)를 교대로 지켜 왔다. 맑은 시내가 급하게 여울져 좌우를 비치는 것은 덕송德松366)이 물외에 높이 초탈한 것이요, 꾀꼬리 노래와 제비 지저귀는 소리가 상하에 울리는 것은 응운應雲367)이 원내에서 강창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아 단월들이 귀의하고 법재가 모두 풍족하여, 종을 높이 걸고 종 망치(鯨槌)로 한가롭게 치면 경전을 읽은 이나 불자를 세운 이들이 때때로 나후라羅睺羅의 종소리를 연주하고, 고통에 빠진 이나 질병에 걸린 자들이 이를 듣고 나락奈落의 근심을 그치리라.
쌍계雙溪가 유구히 흐르는 것처럼 후손(瓜瓞)이 면면히 끊어지지 아니하며, 기린봉(麟峰)이 고고한 것처럼

012_0526_a_01L皷之期無何推卷 [276] 軸於翫溟師有物望
012_0526_a_02L於介衆者也於是荷卷 [277] 登道祥風吹於
012_0526_a_03L七斤衫裡善神護於六環杖頭孝悌忠
012_0526_a_04L信之家開門迎笑慈悲喜捨之寺
012_0526_a_05L [278] 捨施莫道須達古有今無富仁是矣
012_0526_a_06L勿謂菩薩前現後隱慈悲是焉伏願仁
012_0526_a_07L君子善知識採彼當仁不讓之善根
012_0526_a_08L我爲善最樂之良土減人間五福之餘
012_0526_a_09L成爲山九仭之信功則千秋萬歲
012_0526_a_10L親見彌陀於臨終之時賢子令孫進謁
012_0526_a_11L聖上於舞象之日因玆奉祝王室之福
012_0526_a_12L山高峙 [279] 門之法海安流

012_0526_a_13L

012_0526_a_14L中鐘施主序 [280]

012_0526_a_15L
日夜點更警覺工程之遲速 [281] 祭奏樂
012_0526_a_16L嚴整神道降登爰起木蘭院之慚乃有
012_0526_a_17L同安縣之感日暮塗阻開示雲霄之梵
012_0526_a_18L林深溪流罷除月窓之蝶夢大叩
012_0526_a_19L大鳴小叩小鳴之日多施多福小施小
012_0526_a_20L福之時 [282] 我高聲庵之名區淸高 [283] 邑之
012_0526_a_21L主脉有某和尙 [284] 自萬德來居荷彼勸
012_0526_a_22L善之文吿于君子之宅或佛法欲盛
012_0526_a_23L或地運將回一言風馳萬戶草偃
012_0526_a_24L聚有限之財賄岳立無漏之善根適有

012_0526_c_01L부모님 화락하심 무궁하리라.
먼저 수승한 인연을 드러내어 기록하고 다음으로 아름다운 이름을 나열하여 축원하노라.
사의계 서문(思議禊序)368) - (범해 각안)
한자(한유韓愈)가 말하기를 “인仁은 사랑(愛)이요, 의義는 마땅함(宜)이다.”369)라고 하였으니, 이는 사람을 사랑하고 재물에 마땅함을 말한다. 지금 이 의계義契라는 것은 계로 맺은 사람과 재물에 사랑과 마땅함을 끼치는 것이다. 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리(義)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의리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출가하여 몸을 닦는 이들은 그 처음을 생각해 보면 모두 여러 집안의 자제들인데, 절문에 들어와서는 곧 일불一佛의 자손으로 같아 오로지 의리의 문(義門)을 지킨다. (문門에는) 문법門法, 문족門族, 문삭門削,370) 문학門學, 문의門義의 뜻이 있는데, 이 사의계思義契는 곧 문의의 뜻이다.
이 의계를 만든 후에 만약 환난을 만난 이가 있으면 힘써 구제하되 재물로 구제하고, 말로 구제하고, 계책으로 구제한다. 그리하면 죽은 자를 살리고, 근심하는 자를 즐겁게 하며, 곤궁한 자에게 공급하고, 떨어진 자를 잇게 할 것이다. 형처럼 아우처럼 하여, 과실이 있으면 여러 계책으로 새롭게 고칠 것이다. 충신忠信을 말하고, 독경篤敬을 행하는 곳에 이르면 이들은 모두 의를 생각한다(思義)는 뜻이다. 세간과 출세간법이 모두 재물이 없으면 이루기 어렵다. 그러므로 약간의 재물을 모아 의리를 생각하는 자본으로 삼고, 약간의 이자를 내어 강신講信371)의 이자로 삼는다. 계안契案을 만들고 장기掌記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담당하도록 하고 이를 상규常規로 삼고자 한다. 매번 ‘의義’ 한 글자를 떠올릴 때마다 절대 소홀히 여기지 말라.
만약 그 재물을 잃거나 그 법을 교묘하게 농락하는 자가 있다면, 의를 생각한다(思義) 함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들은 금곡金谷의 법에 따라 벌을 줄 것이다.372)
해언 사미에게 배움을 권함(與海彥沙彌勸學)373) - (범해 각안)

012_0526_b_01L斥賣之處卒廢 [285] 化來之心移掛樓頭
012_0526_b_02L之龍虎如蜚 [286] 如走聲落城上邑之尊
012_0526_b_03L有子有孫沈淪之孤魂離苦受樂
012_0526_b_04L輪回之衆生免難得福檀氏之福
012_0526_b_05L須彌而齊壽化士之功等香海而同流
012_0526_b_06L敢將愚迷知記示勝緣之跡

012_0526_b_07L

012_0526_b_08L白羊山淨土寺靑流洞記 [287]

012_0526_b_09L
蘆嶺橫亘長城雄據儒林
[288] 得局
012_0526_b_10L
[289]
開基山靈騎白羊而徃反釋子履
012_0526_b_11L淨土而出入瞻彼寺蹟昭載圃翁之句
012_0526_b_12L顧此地靈試辭 [290] 覺老之碑降自中古
012_0526_b_13L風動山野者曰羊氣壓龍象者曰白
012_0526_b_14L諸方許其補寺之功德庵裡之道
012_0526_b_15L衆海推其講經之楷模 [291] 鏡中之潭覩斯
012_0526_b_16L全移桃 [292] 陀苑重興韓地
012_0526_b_17L至於靑流庵餘香滿室遺風動林
012_0526_b_18L斧相傳靑㲲 [293] 替守淸流激湍影帶左
012_0526_b_19L右者德松之高超物外 [294] 音鷰語
012_0526_b_20L撤上下者應雲之演唱院中用是爲資
012_0526_b_21L檀越歸依法財具足鳬鐘高掛鯨槌
012_0526_b_22L閑舂轉經也竪拂也時奏羅睺 [295] 之撞
012_0526_b_23L沈淪者病疾者聽息捺落之楚楚
012_0526_b_24L雙溪之長流瓜瓞之綿綿不絕 [296] 峰之

012_0527_a_01L
덕이 재주보다 뛰어난 자는 군자君子요, 재주가 덕보다 뛰어난 자는 소인小人이라고 들었다. 그러기에 재주와 덕을 겸비한 자는 대인大人이라 할 만하다. 달마산에 세 명의 재주 있는 이가 있는데 내가 소문을 듣고서 함께 이야기한 바 있고, 노래를 읊어 그들에게 준 바 있다. 그중 두 명은 내가 직접 보았기에 노래로 읊었으나 한 명은 보지 못하였기에 노래로 읊지 못하였다. 두륜산에는 세 명의 덕 있는 이가 있는데, 내 일찍이 각각에 대해 노래로 읊어 준 바 있다.
묻나니, 재주와 덕이 모두 사람에게 있어 내가 관여할 바 아닌데 노래하여 그들을 칭찬하는 것은 너무 오지랖이 넓은 것 아닌가?
답하나니, 말세의 시운을 당하여 불법佛法이나 세상 법이 동쪽 서쪽으로 기울어져 쌓아 올린 계란같이 위태로운데 이쪽이나 저쪽을 지탱해 주는 사람이 없도다. 그러므로 산야 간에 재주나 덕이 있다고 하는 자 있으면 내심으로 즐거워 도와주고 드러내는 것이다.374)
상포계 서문(喪布禊序)375) - (범해 각안)
색동옷 입고 빙빙 돌며 춤을 춘 것은 노영老榮376)의 효도요, 나무에 새겨 제사를 모신 것은 정란丁蘭377)의 효도이다. 영구를 들고 행렬을 따른 것은 돈길頓吉378)의 효도요, 우란분재盂蘭盆齋379)에서 스님에게 공양 올린 것은 목련目連380)의 효도이다. 사례가 비록 다르지만 효도라는 점은 한결같다.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논하는 것은 왜인가? 산야의 승려들이 비록 출가를 했다지만 정은 부모에게 있다. 계를 만들고 이자를 얻어 부모의 초종례初終禮 때 입는 복식을 준비한다면 그 뜻과 정이 매우 선하고 효성스럽지 않겠는가? 천지와 부모는 서로 다르나 뜻은 같으니, 하늘은 반드시 그 몸에 복을 내릴 것이요, 땅은 반드시 그 몸에 복을 생기게 할 것이다. 계의 기본 취지는 효도를 행하는 일이다. 출가 수도하여 사은四恩381)에 보답하고, 계를 맺어 재물을 넉넉히 모아 신종추원愼終追遠382) 하면, 성현들의 네 가지 효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짚신을 사 신고 증자曾子383)에게 가서 물어보라.

012_0526_c_01L孤高椿萱之棣棣無窮記表勝緣於先
012_0526_c_02L列祝芳名於後 [297]

012_0526_c_03L

012_0526_c_04L思議禊序

012_0526_c_05L
韓子曰仁者愛也義者宜也謂愛人
012_0526_c_06L宜物也今此義契者被愛宜於契約人
012_0526_c_07L物者也契約者何不忘義也思義者
012_0526_c_08L盖出家修身者論其初則皆百家
012_0526_c_09L之子入於寺門則同爲一佛之孫
012_0526_c_10L守義門也然有門法門族門削門學門
012_0526_c_11L義之義此思義契者卽門義之義也
012_0526_c_12L作此義契之後若有患難者救之以力
012_0526_c_13L救之以財救之以口救之以計死者
012_0526_c_14L生之憂者樂之窮者給之絕者續之
012_0526_c_15L如兄若弟若有過失百計改新至於
012_0526_c_16L言忠信行篤敬之地則皆是思義之義
012_0526_c_17L世出世法皆無物不成者也故聚
012_0526_c_18L若干物爲思義本出若干利爲講信
012_0526_c_19L爲成契案爲成掌記輪而掌之
012_0526_c_20L爲恒式每思其義之一字愼勿忽諸
012_0526_c_21L若有閪失其財幻弄其法者思義果安
012_0526_c_22L罰依金谷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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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26_c_24L與海彥沙彌勸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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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又)384) - (범해 각안)
≺미륵권효게彌勒勸孝偈≻에 말하였다. “집안에 두 부처님이 계시나 번뇌 세상 사람들 알지 못하네. 금가루로 단장해 만든 것도 아니고 단향목에 새긴 것도 아니네. 다만 현세의 부모님 바라보시게, 그분들이 바로 석가와 미륵이라.
그분들을 공양할 수 있다면 어찌 별도로 공덕 지을 필요 있을까. 부모님이 낳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 몸 어떻게 났을까.”385) 여여거사如如居士386) 「권효문勸孝文」에 말하기를 “길러 주신 은혜는 크기가 천지와 같고, 고생하신 은덕은 무겁기가 산과 같다. 그러므로 집안의 두 노친은 바로 세간의 생불生佛임을 알아야 하리라.
”라고 하였다. 이는 곧 부모님이 낳아서 길러 주시는 은혜가 부처님과 다름없음을 말한다. 출가인은 스승을 부모로 여기니, 부모와 은사의 은혜를 살뜰하게 한결같이 섬기되, 이 또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공경해야 하리라.
모 상인上人이 부모와 은사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벗들과 함께 음복하며 맹세하고 계를 만들어 재물을 모으고 이자를 불려서는, 살아서는 좋은 옷으로 잘 모시고(色養),387) 돌아가시면 상복을 마련하여 신종추원의 도구로 삼고자 하였다. 내가 듣고서 환희심을 내어 성현들의 권효문을 인용하여 효심을 품고 계회를 설립하는 선행을 드러내고자 한다.
선참계 서문388) - (범해 각안)
무엇을 선참禪懺이라 하는가? 일찍이 예전에 유행된 삼장三藏의 교해敎海와 삼업三業으로 물든 습기를 스승의 한마디 말로 몰록 버리고, 묵언의 경절문經截門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무엇으로 승려의 선계禪契를 삼는가? 생전에 필요한 약간의 돈389)과 세 심지의 심향心香을 제자들의 한마디 말로 계합하여, 무상無相의 법공좌法空座에 마음을 향하는 것이다. 세존이 입멸한 후 교敎는 아난阿難에게 전했고 선禪은 가섭迦葉에게 전하여 오늘까지 스승과 제자들이 각각 선과 교를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선파禪派를 전하는 것이다. 선이 선 되는 이유는 사람에게 있지 선 자체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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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是我聞德勝才者君子才勝德
012_0527_a_02L謂才德兼備可以爲大人也達摩
012_0527_a_03L山有三才聞而說之歌而贈之二才
012_0527_a_04L我親見故歌之一才不見故不歌之
012_0527_a_05L輪亦有三德曾者各贈歌之才德皆
012_0527_a_06L在於人非關於我則歌而贊之豈不
012_0527_a_07L涉於多事耶時當末運佛法世法
012_0527_a_08L東傾西側危如累卵無有東支西撑
012_0527_a_09L故山野間有才德者內心自喜
012_0527_a_10L而揚之

012_0527_a_11L

012_0527_a_12L喪布禊序

012_0527_a_13L
夫彩衣盤舞老榮之孝也刻木奉祀
012_0527_a_14L丁蘭之孝也舁柩隨喪頓吉之孝也
012_0527_a_15L盂蘭齋僧目連之孝也事雖各異
012_0527_a_16L乃一也事親之道何論山野師輩
012_0527_a_17L曰出家情存父母作契息利爲父母
012_0527_a_18L初終服制之具其意其情甚善甚孝哉
012_0527_a_19L天地與父母名異而意同天必降福於
012_0527_a_20L地必生福於身矣契之大節爲孝
012_0527_a_21L之事也出家修道爲報四恩結禊衍
012_0527_a_22L愼終追遠之孝與彼聖賢四孝
012_0527_a_23L有高下於其中哉不信買着艸鞋往問
012_0527_a_24L曾子

012_0527_c_01L이름을 얻으나 내실이 없으면 사제지간에 손해만 있고 이익은 없다. 스승에게 받은 자가 제자에게 전하여 억만 년이 흐르도록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스승의 바람이요, 제자의 소원이다. 우리 스승을 위한 계를 영위하는 것은 실제로는 우리들 몸을 살찌게 하는 것이다. 누가 부처님을 속이겠는가. 그러므로 (속이는 자는) 30번 몽둥이로 벌하여 먼저 통도사 정자각丁字閣에 보내고 뒤에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으로 옮긴 후 마침내 서방정토의 아홉 연화대蓮花臺에 두면 곧 상벌이 분명해질 것이다. 어찌 고봉高峰의 문하만 아름다운 명성을 독차지할 수 있겠는가? 이러하기에 선참선계禪懺禪契라 이름 붙인다. 쯧쯧.
강지선 구걸초姜智善救乞草390) - (범해 각안)
이 아이는 해주 사람 강씨의 아들로, 조실부모하고 형제도 드물었다. 업인이 완고하여 과보로 눈을 잃었으니, 입산하여 참방해도 매번 걱정하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어찌 잠을 잔다고 꾸짖으며, 강을 막아 더디 흐르게 하리오. 설령 소비小妃로 살았대도 업력의 여습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시 풍악楓岳에 들어갔으니 다행히도 이 위공李衞公(이정)391)의 한번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소원이392) 없었고, 여러 차례 옥양沃陽을 뵈니 진실로 소 학사蘇學士(소식)가 내생에는 낯선 손님이 되지 않으리라는 찬탄과 같았다. 사산四山(생로병사)의 무성한 빼어난 기운으로 쉽게 배를 채웠으나, 오장의 썩어 문드러지는 몸뚱이는 채우기 어려웠다. 천지를 집으로 삼고 해와 달을 등불로 삼다 보니, 노 행자盧行者393)가 스승에게 게송을 드릴 날이 어느덧 지나 버렸고, 한산자寒山子394)가 바위굴로 들어갈 해가 점점 도래하였다. 징 소리를 듣고서 해가 운다 하였고, 코끼리를 그리니 키 모양이 되었으며, 얕은 물을 깊은 물 건너듯 건넜고, 평탄한 길을 흙을 메우면서 갔다.395) 화문化門396)과 허주虛舟397)의 문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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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27_b_02L
彌勒勸孝偈曰堂上有二佛尊煩惱世
012_0527_b_03L人不識不用金彩粧成非是檀香彫刻
012_0527_b_04L只看現世爺娘便是釋迦彌勒若能供
012_0527_b_05L養得他何用別作功德不用父母所生
012_0527_b_06L且道儞身何得如如勸孝文曰鞠育恩
012_0527_b_07L大如天地劬勞恩德重如丘山須知
012_0527_b_08L堂二老親便是人間一生佛此乃父母
012_0527_b_09L生養之恩與佛無異也亦出家之人
012_0527_b_10L以師爲父母父母與師恩渥如一事之
012_0527_b_11L亦如嚴哉敬哉某上人爲父母與師
012_0527_b_12L同志之友飮盟立契合財息利以爲
012_0527_b_13L生也彩衣色養死則衰服愼終追遠
012_0527_b_14L之具余聞而隨喜引彼聖賢勸孝之文
012_0527_b_15L又揚含孝立契之善

012_0527_b_16L

012_0527_b_17L禪懺禊序

012_0527_b_18L
何謂之禪懺也曾前所行三藏之敎海
012_0527_b_19L三業之染習法師一言之下頓捨而回
012_0527_b_20L心於默言之經截門也何以僧之禪契
012_0527_b_21L命前所用一𢫰之錢刀三瓣之心香
012_0527_b_22L弟子一言之下契合而向心於無相之
012_0527_b_23L法空座也釋尊入滅敎傳阿難禪傳
012_0527_b_24L迦葉至於今日法師弟子各具禪敎
012_0527_b_25L而此則但禪派之傳也禪之爲禪在人

012_0528_a_01L선지禪旨를 훈자薫炙하였고, 응화應化398)와 설두雪竇399)의 방에서 교전敎詮을 사숙하였다. 천촌千村의 달 비치는 거리에서 위표魏瓢400)의 낙담을 희롱하고, 구중九重의 성 밖에서 한고韓袴401)의 아끼라는 명을 바라본다. 한 말의 곡식과 푼돈은 유랑자의 직분이요, 한 자의 베와 부러진 국자는 행려자의 생애라.
엎드려 비나니 여러 군자와 여러 스님들이여, 방편문을 크게 열어 유루의 복을 조금 덜어 주시어, 개미 목숨을 구제한 사미의 수명402)과 뱀을 치료한 구슬403)을 황천皇天이 후토后土에게 명하여 응하시리라.
삼가 올립니다.
참회사 다비 망축문(懺悔師茶毘祝)404) - (범해 각안)
琴具妙音           거문고가 묘한 소리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非指不發           손가락으로 튕기지 않으면 소리가 피어나지 않는 법
人具淨戒           사람이 청정한 계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非師不說           스승이 없으면 (알려지지) 않네
現法王相           현법의 왕상으로
作老古錐           노고추405)가 되어
曰琴曰人           거문고니 사람이니 하고
或指或師           혹 손가락이니 스승이니 하네
人乘天乘           인승406) 천승407)을 타고
師歸眞歸           대사께서 참된 귀의처로 돌아가시니
嫩桂昌昌           계수나무 울창하니
餘香馡馡           남은 향기 은은하네
金火交代           여름과 가을이 교대하니
溫凉適零           더위와 서늘함이 가고 오는구나
水浴火浴           물로 목욕하고 불로 목욕하니
因終果終           인도 끝이요 과도 끝이로다
또 - (범해 각안)
又法不孤起           법은 홀로 일어나지 않나니
必有因緣           반드시 인연이 있도다
師不徒來           대사께서 헛되이 오신 것이 아니니
亦有受傳           전수받아 전수해 주었도다
將毘尼柄           비니(계율, 율장)의 자루를 잡고
與毘尼兒           제자들에게 비니를 주셨도다
爰有伯牙           백아가 있었기에
厥有鐘期           종자기가 있었구나408)
桂陰徧地           계수나무 그늘이 땅에 편만하니
雷聲滿天           우렛소리 하늘에 가득
收東化機           동쪽에서 거두어 중생을 교화하고
歸西開蓮           서쪽으로 돌아가 연꽃을 피웠도다409)
鶉火政去           순화(5월)410)가 지나고
夷則氣來           이칙(7월)411) 기운 도래할 때
空山無人           텅 빈 산에 사람 없는데
水流花開           물 흐르고 꽃이 피네
은사 다비 망축문(恩師茶毘祝)412) - (범해 각안)
出家更衣           출가하여 옷을 갈아입으니
倚若泰山           든든하기가 태산 같으셔라
衣我食我           우리를 옷 입히고 먹이시니
推閑與閑           한가로움을 미루어 한가로움을 주셨고

012_0527_c_01L而不在禪也得名而無實則師弟之間
012_0527_c_02L有損而無益也以受之於師者傳之於
012_0527_c_03L使不墜於億萬斯年師之望也弟之
012_0527_c_04L願也若營爲吾師契而實爲吾已 [12] 肥也
012_0527_c_05L則其誰欺佛乎然則罰三十棒先送於
012_0527_c_06L通度丁字閣後移於七佛亞字房終置
012_0527_c_07L於西方九蓮臺則賞罰分明也豈可專
012_0527_c_08L美於高峰門下哉是以名禪懺禪契

012_0527_c_09L

012_0527_c_10L姜智善救乞草

012_0527_c_11L
伏以小童海州之人姜姓之子早失怙
012_0527_c_12L亦鮮弟兄業因有頑報果失眼
012_0527_c_13L山叅訪每多咄咄胡爲睡之責言
012_0527_c_14L河遲留尙有小妃住莫流之餘習
012_0527_c_15L入楓岳幸無1)李衛公 [13] 一見金剛山之願
012_0527_c_16L屢謁沃陽信如2)蘇學士 [14] 他日非生
012_0527_c_17L客之歎美易飽四山氛氳之秀氣難充
012_0527_c_18L五藏腐爛之皮囊天地爲家日月作燭
012_0527_c_19L盧行者呈偈之日冉冉已過寒山子入
012_0527_c_20L巖之年看看到來聞錚日鳴模象箕
012_0527_c_21L揭厲淺水適塡坦途化門虛舟之
012_0527_c_22L「李衞公」底本夾註曰「李靖」{編}「蘇學士」
012_0527_c_23L底本夾註曰「東坡」{編}

012_0528_b_01L作彼屋梁           지붕마루를 만들어
爲我家安           우리 집안 편안케 하셨도다
或在敎海           혹은 교학의 바다에
或在禪關           혹은 선의 관문에 계셨으니
所遺者心           남겨 주신 것은 마음이요
所傳者衣           전한 것은 의발이라
山寂寂凄           산은 고요하여 처량하고
水潺潺悲           물은 졸졸졸 슬피 흐르네
계사 다비 망축문413) - (범해 각안)
戒師茶毘祝伏以             삼가 아뢰나니
演說淨戒           청정한 계를 연설하시어
度我後塵           우리 후진들을 구제하셨도다
五姓同席           오성414)이 자리를 같이하니
兄弟義均           형제간의 의리와 같도다
伊誰之德           이것이 누구의 덕인가
唯師之仁           오직 우리 대사의 어지신 덕이라
四大各歸           사대가 각기 돌아가자
一夢天眞           한 번 꾼 꿈에 천진면목 드러났도다
仰號俯泣           우러러 부르고 굽어보며 흐느껴도
無由逮伸           이 마음을 스승께 이르도록 펼칠 도리 없는데
紅黃秋山           붉은 가을 산에
楓葉爭新           단풍잎이 다투어 울긋불긋하네
火俗殘燼           세속의 몸 화장하여 깜부기 사위는데
燭露法身           촛불은 법신을 드러내네
人間罔極           인간세계는 끝이 없고
莫大斯辰           이날보다 큰 게 없어라
謹酌淸茶           삼가 맑은 차를 올리며
罄渴心神           마음과 정신을 다 쏟아 붓습니다
문정 다비 망축문(門庭茶毘祝)415) - (범해 각안)
出家當初           출가했을 당초에는
基在各枰           터전이 각자의 고을에 있었는데
入山此日           산에 들어온 오늘은
義結弟兄           의리로써 형제를 맺었네
生也一身           살아서는 한 몸이요
死也同情           죽어서는 동정이라
老不更少           늙은이가 젊어지지 못하여
化轉蓬萍           부평초로 변했네
此日此夕           오늘 이 밤
哭望雲軿           울면서 구름수레 바라보며
茶果薄奠           다과를 조금 진설하여
哀薦靈屛           슬픔을 머금고 영병에 올립니다
집을 허무는 축문(破屋祝)416) - (범해 각안)
伏以             삼가 아뢰나니
開基建堂           터를 잡아 절을 세우고
奉佛安王           부처님을 모시고 왕실을 편케 하고자 했습니다만
年久月深           해가 오래되고 달이 깊어
雨上風傍           비바람에 위와 곁이 허물어졌습니다
周求物貨           두루 재물과 돈을 모아
間補杇傷           사이사이 깁고 흠집 난 곳에 흙벽을 발랐습니다
破屋日吉           이제 길일을 택하여 집을 부수고
移神時良           좋은 때를 택하여 신을 옮기고자 하니
暫住別壇           잠시 별단에 머무르다
還復新莊           다시 새로 단장한 집으로 돌아오소서
永其保佑           길이 보우하사
歆此淸觴           이 맑은 잔을 흠향하소서

012_0528_a_01L薫炙禪旨應化雪竇之室私淑敎
012_0528_a_02L千村月街弄魏瓢之護落九重城
012_0528_a_03L望韓袴之命藏斗粟分錢浪子之
012_0528_a_04L職分尺布殘杓行旅之生涯伏乞僉
012_0528_a_05L君子諸上人大開方便之門小捐有漏
012_0528_a_06L之福則救蟻之壽藥蛇之珠皇天命
012_0528_a_07L之后土應矣謹呈單于

012_0528_a_08L

012_0528_a_09L懺悔師茶毘祝

012_0528_a_10L
琴具妙音非指不發人具淨戒非師
012_0528_a_11L不說現法王相作老古錐曰琴曰人
012_0528_a_12L或指或師人乘天乘師歸眞歸嫩桂
012_0528_a_13L昌昌餘香馡馡金火交代溫凉適零
012_0528_a_14L水浴火浴因終果終

012_0528_a_15L

012_0528_a_16L

012_0528_a_17L
法不孤起必有因緣師不徒來亦有
012_0528_a_18L受傳將毘尼柄與毘尼兒爰有伯牙
012_0528_a_19L厥有鐘期桂陰徧地雷聲滿天收東
012_0528_a_20L化機歸西開蓮鶉火政去夷則氣來
012_0528_a_21L空山無人水流花開

012_0528_a_22L

012_0528_a_23L恩師茶毘祝

012_0528_a_24L
出家更衣倚若泰山衣我食我推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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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을 세우는 축문(立柱祝)417)【법당과 연호를 갖추어 써도 좋다.】- (범해 각안)
維同治四年          동치(1865) 4년
歲次乙丑三月丙申朔     을축 3월 병신 초구일 갑진 신미시에
初九日甲辰辛未時
化別監某等          화주별감 모 등은
敢昭吿于           감히 토지신께 고합니다
土地之神伏以             삼가 생각건대
生成住持           생·성·주·지는
地之四功           땅의 네 가지 공입니다
建宇設像           집을 짓고 불상을 세워
人神瞻同           사람과 신이 함께 우러러보았는데
日徃月來           날이 오고 달이 가니
欹西傾東           서로 기울고 동으로 기울었습니다
心境俱合           그것을 보는 마음과 대상이 함께 합일이 되어
眞俗同風           진여와 세속에 같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日吉辰良           이에 길한 날과 좋은 때를 가려 세우니
礎兀柱隆           초석이 우뚝하고 기둥이 높습니다
魯班舞智           노반418)이 기교를 뽐내고
百務呈公           온갖 일을 마무리하고 상서로움을 드립니다
神其保佑           신이시여 보우하사
永傳無窮           이 집이 영원히 무궁토록 전하기를 바랍니다
玆陳茶果           이에 다과를 진설하오니
俯歆丹衷           갸륵한 정성 굽어 흠향하소서
尙饗             흠향하소서
다약설茶藥說 - 범해 각안
백약이 비록 좋아도 모르면 쓰지 못하고, 백 가지 병이 비록 괴로워도 구제하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구제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때, 구하고 살리는 의술이 있다. 모르면 쓰지 못하는 중에 알고서 쓰는 묘방이 있다. 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응하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는 약이 비록 좋아도 정말로 알 수가 없으니 구제하는 이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임자년(1852) 가을에 남암南庵에 주석하였는데, 이질痢疾 때문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세 끼니를 잊은 지 어느새 열흘이 되어, 반드시 죽을 것으로 스스로 알았다. 하루는 나와 함께 본사本師에게 입실한 사형 무위無爲 스님이 모친을 병시중하던 곳에서 와서 앉았고, 나와 함께 초의 장로艸衣長老에게 선참을 받은 사제 부인富仁 스님이 스승을 모시던 곳에서 와서 앉았다. 머리를 들어 좌우를 보니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삼태성三台星(삼형제)처럼 자리를 나누어 있으니 나 스스로 반드시 살 것을 알았다. 잠시 후 형이 말하기를 “나는 냉차冷茶로 어머니를 구완하네. 조짐이 있으면 급하게 달여서 복용한다네.”라고 하였고, 아우는 말하기를 “나는 싹차(芽茶)419)가 있어 불시에 위급한 때 사용합니다.”라고 하였다. 어찌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리오. 말한 대로 달이고

012_0528_b_01L與閑作彼屋梁爲我家安或在敎海
012_0528_b_02L或在禪關所遺者心所傳者衣山寂
012_0528_b_03L寂凄水潺潺悲

012_0528_b_04L

012_0528_b_05L戒師茶毘祝

012_0528_b_06L
伏以演說淨戒度我後塵五姓同席
012_0528_b_07L兄弟義均伊誰之德唯師之仁四大
012_0528_b_08L各歸一夢天眞仰號俯泣無由逮伸
012_0528_b_09L紅黃秋山楓葉爭新火俗殘燼燭露
012_0528_b_10L法身人間罔極莫大斯辰謹酌淸茶
012_0528_b_11L罄渴心神

012_0528_b_12L

012_0528_b_13L門庭茶毘祝

012_0528_b_14L
出家當初基在各枰入山此日義結
012_0528_b_15L弟兄生也一身死也同情老不更少
012_0528_b_16L化轉蓬萍此日此夕哭望雲軿茶果
012_0528_b_17L薄奠哀薦靈屛

012_0528_b_18L

012_0528_b_19L破屋祝

012_0528_b_20L
伏以開基建堂奉佛安王年久月深
012_0528_b_21L雨上風傍周朮物貨間補杇傷破屋
012_0528_b_22L日吉移神時良暫住別壇還復新莊
012_0528_b_23L永其保佑歆此淸觴

012_0529_a_01L말한 대로 복용하였다. 한 주발에 속이 조금 편해지고, 두 주발에 정신이 상쾌해지며 서너 잔에 온몸에 땀이 흘렀다. 맑은 바람이 뼛속에 불어 시원하게 처음부터 병이 없는 듯하였다. 이때부터 먹고 마시는 것이 조금 차도가 있어 날로 다르게 떨쳐 일어나 움직였다. 곧바로 6일째 되는 날은 걸어서 70리 본가에 어머니 기제를 드리러 다녀오자, 듣는 이가 놀라고 보는 이가 손으로 가리켰다.
아, 차는 땅에 있고, 사람은 하늘에 있으니, 하늘과 땅이 감응한 것인가. 약은 형에게 있고 병은 아우에게 있으니 형제가 서로 감응한 것인가. 어찌 신이한 효과가 이와 같단 말인가. 차로 어머니를 구하고, 차로 아우를 살리니 효도와 우애의 도가 지극하도다. 슬프도다. 병이 아주 중하지 않았다면 어찌 반드시 죽을 줄을 알았던가. 정이 매우 도탑지 않았다면 어찌 반드시 살 것을 알았던가. 평생의 정분이 어떠한가를 가히 알겠노라.
이에 구제할 만한 도가 있는데 구할 수 없다고 하는 후학들에게 보이노라.
『선문요어』(禪門要語序)420) 서문 - 범해 각안
선교 양종은 모두 세존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세존께서 49년 동안 말씀하신 교敎는 아난에게 전해졌고, 49년 동안 증득하신 선禪은 가섭에게 전해졌다. 가섭은 선주禪主로서 교를 겸수했고, 아난은 교주敎主로서 선을 겸수했다. 이로써 천축天竺의 28조사421)부터 중국의 6대 조사422) 그리고 우리 동토의 일우一愚423)부터 백파白坡,424) 초의草衣425)에 이르기까지 각각 선과 교를 갖추지 않은 이는 없었다. 그런데 선은 무설無說을 참된 설로 삼고, 교는 유설有說을 참된 설로 삼는다. 그러므로 하택荷澤426)은 ‘지知’라는 한 글자를 중묘衆妙의 근원으로 삼았고,427) 고봉高峰428)은 ‘지’라는 한 글자를 중화衆禍의 문으로 삼았다.429) 역대의 여러 존숙尊宿과 천하의 노고추老古錐가 정성스럽게 교문敎文에 대해 해석했음에도 선문禪門에 관해서는 전혀 혀를 놀리지 않은 것은 진실로 이유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동방은 그렇지 아니하여

012_0528_c_01L立柱祝法堂年號具書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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維同治四年歲次乙丑三月丙申朔
012_0528_c_03L九日甲辰辛未時化別監某等敢昭吿
012_0528_c_04L土地之神伏以生成住持地之四功
012_0528_c_05L建宇設像人神瞻同日徃月來欹西
012_0528_c_06L傾東心境俱合眞俗同風日吉辰良
012_0528_c_07L礎兀柱隆魯班舞智百務呈公 [298] 神其
012_0528_c_08L保佑永傳無窮玆陳茶果俯歆丹衷
012_0528_c_09L尙饗

012_0528_c_10L

012_0528_c_11L茶藥說 [299]

012_0528_c_12L
百藥雖良不知不用百病雖 [300] 不救
012_0528_c_13L不生不救不生之際有救之生之之術
012_0528_c_14L不知不用之中有知之用之之妙非人
012_0528_c_15L感之天應之藥病雖良苦不可知
012_0528_c_16L者必也 [301] 予壬子秋住南庵以痢疾
012_0528_c_17L四支忘三時奄及旬朔自知其必死
012_0528_c_18L一日與予 [302] 同入室於本師者 [303] 號曰
012_0528_c_19L無爲自其母侍病之所來坐 [304] 與予
012_0528_c_20L同禪懺於艸衣長老者 [305] 名曰富仁
012_0528_c_21L阿師侍給處來坐 [306] 擧首左右三台分位
012_0528_c_22L自知其必生矣俄爾兄曰我以冷茶救
012_0528_c_23L於幾危之際急煎用之弟曰我藏
012_0528_c_24L芽茶以待于不時之需何難用之

012_0529_b_01L자신의 뜻과 견해대로 천착하여 선문에 대하여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자가 왕왕 많이 있었다. 그런데 백파 스님(龜老)은 출중한 재능과 덕을 바탕으로 공자와 노자를 널리 열람하고 지혜는 선과 교에 통달하였으니, 교가敎家에 힘을 쓰는 것은 백암栢庵430) 스님(栢老)과 방불하고, 선관禪關에 머무른 것은 구곡龜谷431)과 비슷하였다. 곧 백파의 살활체용殺活體用의 설432)이 다투어 쏟아 내어 말로 헤아릴 정도요, 주석을 단 글들이 수레에 실을 정도였다.433) 초학자들이나 청납靑衲 황건黃巾의 무리들이 훈습을 받아 수지 독송하고, 바람에 풀이 눕듯 귀의하여 수긍하였으니 누가 즐거이 앙모하고 찬양하지 않겠는가.중부자中孚子(초의)434)는 불교와 그 외의 도학을 하나로 꿰뚫고 고금의 모든 책을 주머니에 담았으니, 옛사람이 말한바 ‘명성을 피하나 명성이 나를 따른다.’435)고 한 분이다. 대사는 백파가 평한 『선문수경禪文手鏡』을 얻어 보고는 그 가운데 뜻이 맞지 않은 곳을 가려 뽑아 변증하여 바르게 하였다. 이는 바로 그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에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을 보여 준 것으로, 이름을 ‘선문요어禪門要語’라 하였다. 내 일찍이 선사의 문하에서 말석을 얻은 자로, 『요어』를 얻어 보고는 그 현묘함을 알지 못하였으나, 하루 이틀 듣고 보고 하니 마치 안개와 이슬 길을 걸어 지란芝蘭 밭으로 들어간 듯 점점 문향聞香의 은미한 뜻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한 통을 써서 가까이 두고 첫머리에 서문을 써서 이 책의 유래와 본말을 알게 하였다.
무릇 옛날의 선은 비교하여 의심(擬疑)하는 것을 약으로 삼고 알음알이(知解)를 병으로 삼았는데, 요즈음의 선은 알음알이를 약으로 여기고, 비교하여 의심하는 것을 병으로 여기니, 이것은 누구의 허물인가.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지식이다.’436)라고 하는 것은 곧 『선문수경』의 지식이다. ‘(활을) 당기되 화살을 쏘지 않고 약동하듯 중도에 서면 능한 이가 따른다.’437)는 것은 곧 『요어』의 당김이다. 중씨仲氏(자로)의 지식은 『선문수경』의 지식이요,

012_0529_a_01L言煎之如言用之一椀腹心小安
012_0529_a_02L椀精神爽塏三四椀渾身流汗淸風吹
012_0529_a_03L快然若未始有病者矣由是食飮漸
012_0529_a_04L振動日異直至六日徃叅慈氏忌
012_0529_a_05L祭於七十里本家聞者驚之見者指之
012_0529_a_06L茶在地人在天天地應歟藥在兄
012_0529_a_07L病在弟兄弟感歟何神效之如此
012_0529_a_08L茶救母以茶生弟孝悌之道盡矣
012_0529_a_09L心哉病不甚重何以知必死情不甚
012_0529_a_10L何以知必生哉可知其平生情分之
012_0529_a_11L如何而記示其後來有可救之道
012_0529_a_12L不可救之流

012_0529_a_13L

012_0529_a_14L禪門要語序 [307]

012_0529_a_15L
禪敎兩宗皆由於世尊而流出也世尊
012_0529_a_16L四十九年之說敎傳於阿難四十九年
012_0529_a_17L之證禪傳於迦葉迦葉禪主而兼於敎
012_0529_a_18L阿難敎主而兼於禪以之竺之四七
012_0529_a_19L之二三東之一愚白艸無不各具禪敎
012_0529_a_20L而禪以無說爲眞說敎以有說爲眞說
012_0529_a_21L故荷澤以知之一字爲衆妙之源高峯
012_0529_a_22L以知之一字爲衆禍之門歷代諸尊宿
012_0529_a_23L天下老古錐拳拳疏解於敎文而頓然
012_0529_a_24L不爲弄舌於禪門之上者良有以也

012_0529_c_01L맹자의 당김은 『선문요어』의 당김이다. 당기는 것은 본연本然의 선이요, 지식은 천착穿鑿하는 교이다. 당김으로 지식을 깨뜨리는 것은 그 지식을 깨뜨리는 것이지 그 사람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다. 공자가 중유仲由(자로)를 깨뜨린 것이 그러하고, 맹자가 공손추公孫丑를 깨뜨린 것이 또한 그러하다. 지식(知)과 당김(引)은 우리 불가의 선교禪敎이다. 선교는 천축 28조사와 중국 6대 조사에서 백파와 초의에 이르기까지 사람마다 본래 구족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선에 대해서는 여러 존숙과 노고추가 혀를 묶고 함구(含枚)438)하고, 당기되 쏘지 않았다. 이제 당기어 쏘고, 깨뜨리어 수용하는 것을 둘 다 옳다고 하니 이는 누구의 허물인가?
함풍咸豐 6년(1856) 봄에 쓰다.
자웅종기雌雄鐘記 - 범해 각안
원주 치악산雉樂山439)에 큰 절이 있다. 불존佛尊 수좌首座440)가 법당 뒤뜰을 거닐다 보니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꿩을 돌돌 만 채 다투고 있었다. 마치 조개와 황새가 다투느라 바로 곁에 어부가 있는 것도 모르는 격이었다.441) 수좌가 지팡이로 이들을 풀어서 구해 주자 꿩은 감사의 마음을 품었고, 뱀도 같은 마음을 품었다. 그날 이경二更(밤 9~11시)에 흰 모습의 노인이 와서 등불을 켜는 자리 가까이에 앉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기를 “나는 이 절에서 종을 만들던 화주승이다. 수많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모연을 해서 이 큰 종을 만들었는데, 종소리가 맑지 못하여 도리어 죄보를 받아 뱀의 몸으로 생멸을 거듭한 지 어언 무량수 겁이 되었다. 오늘 좋은 때 요행히 꿩 한 마리를 잡아 점심으로 먹기에 좋았는데, 스님의 자비를 입어 이렇게 굶주리게 되었다. 내 반드시 그대를 먹고자 하는데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만약 대신 먹히지 않으려면 나를 위해 종을 쳐서 소리를 내어 이 추한 과보를 벗어나게 한다면 이 또한 자비일 것이니, 평등하게 자비를 행하라.”라고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떠나갔다. 괴이하다 의심하던 차에 그 전까지 울리지 않던 종이 웅장하게 울리며 하늘 밖으로 울려 퍼졌다.

012_0529_b_01L東方則不爾自意自見穿鑿贅談於禪
012_0529_b_02L門者徃徃居多而至於龜老 [308] 以出衆
012_0529_b_03L之才抱德之質學覽孔老知達禪敎
012_0529_b_04L用力敎家彷彿於栢老 [309] 禪關庶幾
012_0529_b_05L於龜谷 [310] [311] 見殺活體用之說 [312] 抱斗量
012_0529_b_06L疏什 [313] 述作之書動論車載新學初機之
012_0529_b_07L靑衲黃巾之徒薫炙而受持讀誦
012_0529_b_08L風靡而歸向點頭孰不欣仰賛揚哉
012_0529_b_09L孚子內外道學一以貫之古今諸書
012_0529_b_10L囊以括之古所謂逃名而名我隨者也
012_0529_b_11L [314] 見龜老所評禪門手鏡其中意義不
012_0529_b_12L [315] 抄出辨正此乃現示其人人見
012_0529_b_13L者之心眞僞斥救之何如也以之名
012_0529_b_14L之曰禪門要 [316] 吾甞從於禪師之門
012_0529_b_15L其緖餘者也得見其要語 [317] 知其玄妙
012_0529_b_16L一日二日耳之目之若行霧露
012_0529_b_17L芝蘭漸得其聞 [318] 香之微旨又書諸一
012_0529_b_18L以在座右又序其弁以知此書之
012_0529_b_19L自來本末大抵古之禪以擬疑爲藥
012_0529_b_20L以知解爲病今之禪以知解爲藥
012_0529_b_21L擬疑爲病是誰 [319] 過歟知之爲知之
012_0529_b_22L知爲不知是知也此乃手鏡之知也
012_0529_b_23L引而不發躍如也中道而立能者從
012_0529_b_24L此乃要語之引也仲氏之知乃手

012_0530_a_01L쥐는 무슨 일인가 하며 나왔고, 잔나비는 숨어서 바라보니, 한 쌍의 큰 꿩이 부리로 종을 울리는데 한 번은 크게 한 번은 작게 쳐 대소大小의 가락이 있었고, 한 번은 암컷이 한 번은 수컷이 쳐 자웅雌雄의 차례가 있었으며, 한 번은 살殺을 한 번은 활活을 근본으로 하여 쳐 살활殺活의 징표가 있었으니, 진정 불문佛門 작법作法의 예악禮樂이었다. 새벽녘에 노인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나는 종소리를 울린 힘을 입어 뱀의 몸을 벗고 하늘에 올라갑니다.”라고 하였다. 날이 밝자 가서 보니 한 마리의 금빛 뱀이 남쪽 회랑 아래 죽어 있어 승려의 예에 따라 장사를 치렀다.
아, 꿩은 죽음으로써 몸을 구제해 준 은혜를 갚았고, 스님은 목숨을 구해 줌으로써 목숨을 구하는 보답을 받았으며, 뱀은 스님으로 인해 꿩의 목숨을 놓아주고, 또 꿩으로 인하여 오랜 겁의 괴로움에서 벗어났으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라.
각각의 처지는 같지 않았으나 세상에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러므로 그 산의 이름을 치악雉樂이라 하였고, 타종 소리는 온 나라의 사찰에 퍼지게 되었다.
능견난사442)기能見難思記【송광사】 - 범해 각안
조계산 송광사에 놋그릇 오백 개가 있다. 이는 보조 국사普照國師443)가 중국을 유력할 때 황제가 대사를 총애하시어 여러 가지 보물을 하사한 것의 하나로서, 부처님 공양하고 재를 올릴 때 사용하는 것이다. 그릇 모양은 너비가 4~5치(寸), 높이가 한 치, 두께가 3~4푼이다. 매우 가볍고 굽이 없어 오백 개 그릇을 합하여 포갤 때, 바깥 것이 안으로 들어감에도 크지 않고 안쪽 것이 바깥에 합해져도 작지 않다. 대소의 구분이 없고 안팎이 정해지지 않아서 형제인 듯하나 형제가 아니고, 대소의 차이가 있는 듯하나 대소의 차이가 없는,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다. 온 세상 사람이 말하기를, 볼 수 있으나 생각하기 어려운(能見難思) 것이라 하였다. 실은 작은 놋그릇 쟁반이다.

012_0529_c_01L鏡之知孟氏之引乃要語之引也 [320]
012_0529_c_02L本然之禪知者穿鑿之敎以引破
012_0529_c_03L知者破其知非破其人孔氏之破仲
012_0529_c_04L由亦然孟氏之破公孫丑亦然知也
012_0529_c_05L引也吾家之禪敎也禪敎自四七二三
012_0529_c_06L至白艸人人本自具足而唯 [321] 諸尊宿
012_0529_c_07L老古錐結舌含枚引而不發今乃引而
012_0529_c_08L發之破之受之兩是雙可是誰之過歟
012_0529_c_09L時咸豊六年春

012_0529_c_10L

012_0529_c_11L雌雄鐘記 [322]

012_0529_c_12L
原州雉樂山有大刹 [323] 尊首座彷徨於
012_0529_c_13L法堂之後有一大蟒包雉而相爭 [324] [325]
012_0529_c_14L有爭不知漁父之在 [326] 傍若也以杖救解
012_0529_c_15L雉有恩意蛇有含意 [327] 伊日二更白像
012_0529_c_16L老翁來坐於煎 [328] 燈之右 [329] 錚然作聲曰
012_0529_c_17L我乃此寺鑄鐘化主僧也慕緣於千門
012_0529_c_18L萬戶鑄此大鐘 [330] 鐘聲不淸反受罪報
012_0529_c_19L生滅蛇趣於今無量刼數而今日良辰 [331]
012_0529_c_20L幸得一雉好點 [332] 心矣蒙師慈悲一寒 [333]
012_0529_c_21L如此必欲代食汝意若何若不代食 [334]
012_0529_c_22L爲我打鐘作聲免此醜報此亦慈悲
012_0529_c_23L平等行慈 [335] 言畢忽然出去 [336] 疑恠之際
012_0529_c_24L前者不鳴之鐘舂容振聲於雲霄之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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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맹치기【곡성 태안사】 - 범해 각안
곡성 봉두산 태안사는 혜철 국사慧徹國師444)의 도량이다. 절을 창건할 때 온 골짜기가 다 모기의 소굴이었는데, 국사가 신통력으로 쫓아내자 산 오른쪽 고개를 넘어 날아갔고 그로 인하여 절을 세웠다. 그 후 모기가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아 그 고개 이름을 축맹치逐虻峙(모기를 쫓아낸 고개)라 하였다. 국사의 비와 부도가 절 안에 있어 매우 엄하게 유지해 왔는데, 함풍 갑인년(1854)과 을묘년(1855) 사이에 담장이 무너져 미처 수축하지 못하고 시일을 지체하였다. 그해 여름에 무수히 많은 모기들이 엄청난 떼로 몰려와 골짜기 가득 우렛소리를 내니 코와 눈을 뜰 수 없었다. 이에 절의 대중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다해 일제히 부도와 도량을 수축하고 국사신당國師神堂에 축원 올리니 모기가 즉시 자취를 감추고 스님과 신도들은 예전과 같이 편안하게 살았다. 이상도 하구나, 밝은 이의 자취여.
학계서 - 범해 각안
사람들에게 도를 가르치는 이를 스승이라 하는데, 스승의 도리는 엄중함을 기강으로 삼는다. 스승을 따라 이해를 얻는 이를 제자라 하는데, 제자의 도리는 공경하고 순종함을 법도로 삼는다. 스승을 공경하고 순종함은 마치 모든 강물이 큰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과 같고, 제자에게 엄중히 함은 마치 봉우리가 넓은 들판에 우뚝 서 있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상대인上大人 구을사丘乙巳(공자)445)는 3,070 제자를 교화했고, 정변지正徧知·명행족明行足(석가)446)은 6만 7천 명을 제도하신 것이다. 오늘날의 스승은 옛날의 스승과 같으니 오늘날의 공자(仲尼)와 석가모니요, 오늘날의 제자는 옛날의 제자와 같으니 오늘날의 안연顏淵과 가섭迦葉이라.
사람에게는 과거와 현재가 있으나, 법에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없다. 유교와 불교가 대립하고 있으나 스승 제자의 풍격은 같다. 그러나 스승이 스승 노릇 하고 제자가 제자 노릇 하는 것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다.

012_0530_a_01L鼠疑而出狙隱而見 [337] 一雙疏雉 [338] 用嘴
012_0530_a_02L鳴鐘一聲大一聲小大小有節一聲
012_0530_a_03L一聲雄雄雌有序一宗殺一宗活
012_0530_a_04L殺活有表正是佛門作法體 [339] 樂也昧爽
012_0530_a_05L老翁更來吿曰我被鳴鐘之力脫身登
012_0530_a_06L空云云平明徃見一介金蛇死于南
012_0530_a_07L廡下 [340] [341] 例葬之雉以殺身報 [342]
012_0530_a_08L身之恩僧以救命而受救命之報
012_0530_a_09L以因僧而捨好生之雉因雉而脫積刼
012_0530_a_10L之苦一擧三得物雖不同曠世一事
012_0530_a_11L故以雉樂名其山以打聲 [343] 布於一國寺
012_0530_a_12L刹也 [344]

012_0530_a_13L

012_0530_a_14L能見難思記 [345] 松廣寺

012_0530_a_15L
曹溪山松廣寺有五百 [346] 鍮器 [347] 普照國
012_0530_a_16L遊上國時 [348] 皇上見愛而以諸種物賜
012_0530_a_17L [349] [350] 供佛時設齋 [351] 所用者也其器 [352]
012_0530_a_18L廣四五寸高一寸厚三四分甚輕無
012_0530_a_19L五百 [353] 合疊外者納於內而非大
012_0530_a_20L者合於外而非小大小不分內外未定
012_0530_a_21L若兄弟而非兄弟若大小而非大小
012_0530_a_22L難希 [354] 有之物也擧世謂之能見之而難
012_0530_a_23L [355] 實則小鍮器 [356] 盤也

012_0530_c_01L
이제 모 공447)이 법당法幢을 구곡동 상원암 앞에 세우고, 경방經榜을 7구지七俱胝448)의 방장문方丈門 위에 걸었으니, 그 당을 보는 자는 하늘을 날고 땅을 흔들며 구름처럼 모이고, 그 방을 듣는 자는 발초첨풍撥草瞻風449)하여 강물처럼 도래하였다. 방장이 비록 넓으나 중생들 마음으로는 오히려 좁게 여겼다. 이때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대낮의 시장과 같았고, 모였다 흩어졌다 하니 마치 하늘의 별과 같았다. 혹 발을 밟으며450) 모의하고, 혹 귀에 대고 말하기를 ‘자취를 끊고 영원히 이별하기보다는 이름을 남겨 서로 알리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였다. 말을 마치자 학동들은 춤을 추어 기뻐하였고,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찬탄하였다. 이에 네 벗(문방사우)을 부르자 네 벗이 이르렀고, 두 글자451)를 쓰자 두 글자가 원만해졌다. 사람마다 각각 10문씩 추렴하여 정성을 드러내는 종잣돈으로 하고, 해마다 각각 5, 6전의 이자를 거두어 강신講信452)의 이자로 삼는다.
범례는 스스로 정했으나 서문이 빠져 있었다. 이에 모임 중에 나와 동서東西의 옛 의리가 있는 훤 상인暄上人이 찾아와서 그 계의 언약에 대해 말하고 그 서문으로 쓸 글을 부탁하였다. 나는 재주 없음을 이유로 거절하였으나 대사가 열정적으로 요구하여, 먼저 스승과 제자의 도리에 대해 서술하고 다음으로 계약의 일을 서술하였다. 일은 비록 세상에 보기 드문 좋은 일이나 문장은 곧 장독이나 덮는 변변찮은 글이로다. 노래하노라.

海濶魚龍聚         광활한 바다에 어룡들이 모이고
山深象虎還         깊은 산중에 용상들이 돌아오네
船倉一男子         선창의 한 대장부
普濟萬人間         모든 중생 널리 제도하시네
초의 삼장이 쓴 금탑기(艸衣三藏金塔記)【화상 자술】 - 초의 의순
청운靑雲으로 나아갈 때 머리를 깎아 천궁天宮의 금합金盒에 보관하였고, (입적 시에는) 백전白氈(흰 담요)으로 감싸 연기를 낸 후 용궁의 옥단지(玉壜)에 묻었다. 이로부터 (탑이) 서역에 별처럼 늘어섰고, 이로 인해 동토에 기러기 줄처럼 늘어서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본사 석가세존께서 옛 부처님들을 이어 생령들에게 교화를 입히신 것이다.

012_0530_b_01L逐虻峙記 [357] 谷城泰安寺

012_0530_b_02L
谷城鳳頭山泰安寺 [358] 慧徹國師 [359] 道場
012_0530_b_03L [360] 寺之時 [361] 洞皆是蚊虻之陣所 [362]
012_0530_b_04L國師以神力逐之飛踰於山之右嶺
012_0530_b_05L爲建寺厥後無一介蚊子故名其嶺曰
012_0530_b_06L逐虻峙又國師之碑浮屠在於寺內
012_0530_b_07L十分 [363] 嚴守矣至咸豊甲寅乙卯之間
012_0530_b_08L垣崩落未及修築遷延月日矣其年
012_0530_b_09L夏間 [364] 無限蚊子千陣萬隊滿谷成雷
012_0530_b_10L鼻眼莫開一寺 [365] 大衆同心宣力一并 [366]
012_0530_b_11L修築浮屠道場一并 [367] 吿祝國師神堂
012_0530_b_12L虻卽時屛跡僧人安堵如故異哉
012_0530_b_13L明人之跡 [368]

012_0530_b_14L

012_0530_b_15L學禊序 [369]

012_0530_b_16L
道向人敎曰師師道以嚴重爲綱解從
012_0530_b_17L師生曰子子道以敬順爲常敬順於師
012_0530_b_18L若百川歸潮 [370] 大海嚴重於子也
012_0530_b_19L一峰特立廣野是以上大人丘乙己 [371]
012_0530_b_20L三千七十士正徧知明行足度六萬七
012_0530_b_21L千人今之師若古之師今之仲尼牟
012_0530_b_22L今之子如古之子今之顏淵迦葉
012_0530_b_23L人有古今法無古今儒佛角立師子
012_0530_b_24L同風然而師之師子之子難則難

012_0531_a_01L다보여래多寶如來에 이르러서는 아득한 옛날 진묵겁塵墨劫 이전에 열반하시어 지금도 의연히 보탑寶塔의 감실龕室에 편안히 좌정하고 계신다. 법을 위하여 항하사恒河沙 국토를 두루 유력하시고,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증명하시고 반드시 찬양하시도다.453) 아, 두 개의 감실이 여러 해 동안 황천黃泉 아래에서 빛을 감추고 있다가, 위대하게도 세 부처님이 동시에 붉은 땅 속에서 출현하셨다. 아무도 들어낼 수 없는데 홀연히 오셨으니 인연이 있어 사양하지 않으신 듯하다. 도 공陶公(도연명)이 힘을 다해 건졌으나 다시 강물 속으로 빠진 것을 원로遠老(혜원)가 정성으로 구하자 수면으로 떠오른 것과 닮았으니, 사안은 고금이 비슷하고 의론은 절 안팎이 합치되었다. 이에 금에 낀 때를 깨끗이 제거하고 옥용玉容을 장엄하게 꾸미니, 만덕萬德의 진신眞身이 구름 비낀 밝은 달처럼 밝게 빛나고, 구층九層의 보탑은 바다에서 솟아난 신선 산처럼 깨끗하였다. 빼어나게 미묘함은 인간의 솜씨가 아니요, 장엄한 광채는 천상의 신이한 솜씨였다. 지금은 곧 일이 원만하게 성취되어 품은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되었도다. 전반은 허다하였지만 후반은 희소해지고, 인생은 끝이 있지만 서원은 끝이 없도다. 옛날에는 스스로 숨었으나 지금은 저절로 드러났으니, 때가 어긋남이 없어 인연이 이른 것이로다.
광금鑛金을 시주한 김광우金匡祐는 인을 품고 의리를 떠받든 사람으로 소박하고 진실한 바탕을 지녔다. 하늘로부터 받은 온화 선량함은 어릴 적부터 홀로 두드러졌고, 인문人文은 향기롭고 윤택하여 아름다움을 머금은 꽃을 피워 냈다. 오직 바라기는 갓난아이의 병은 약을 쓰지 않고도 나으며, 바야흐로 생기려던 근심은 뿌리째 뽑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이로써 아비의 근심을 풀어 주고, 아비는 이로써 선조의 마음을 위로하며, 온 집안이 모두 함께 자비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고, 모든 가족 친지들이 함께 은혜의 비에 흠뻑 젖기를 바랍니다.
수보살계첩문受菩薩戒牒文 - 초의 의순
남섬부주 대청 조선국 전라우도 모읍 모산 모사에서, 비구 아무개 생은 동치同治 4년(1865) 을축 모월 모일에 모사 모암 불상 앞에서

012_0530_c_01L則易于今某公 [372] 建法幢於九曲洞上院
012_0530_c_02L菴前揭經榜於七俱胝方丈門上見其
012_0530_c_03L幢者騰空括地而雲集聞其榜者 [373]
012_0530_c_04L草瞻風而水到方丈雖寛物情猶隘
012_0530_c_05L是時來而去去而來 [374] 日中之市
012_0530_c_06L而散散而會如天上之星或躡足而
012_0530_c_07L謨謀或附耳而語曰與其絕踪 [375] 而永別
012_0530_c_08L不若留名而相知言訖兒童舞手而歡
012_0530_c_09L已而朋友點頭而讃歎於是呼四友
012_0530_c_10L四友至題二字二字圓人各出二五
012_0530_c_11L爲表誠母年各收五六利爲講信
012_0530_c_12L凡例自定序文猶闕會中有暄上
012_0530_c_13L人者與我有東西舊義來言其契言
012_0530_c_14L請文其序文我以才拙却之彼以情熱
012_0530_c_15L求之先序其師子之道後序其契約之
012_0530_c_16L事雖曠世之好事文乃覆瓿之短文
012_0530_c_17L亂曰海濶魚龍聚山深象虎還船倉
012_0530_c_18L一男子普濟萬人間

012_0530_c_19L

012_0530_c_20L艸衣三藏金塔記 [376] 和尙▣▣ [377]

012_0530_c_21L
[378] 靑雲而斷髮藏金盒於天宮和白氈 [379]
012_0530_c_22L而生烟 [380] 玉壜於龍窟自此而星羅於 [381]
012_0530_c_23L西域因斯而鴈列於東丘 [382] 師釋迦世
012_0530_c_24L尊之所以制承古佛化被生靈者也

012_0531_b_01L비구가 보살계를 받기를 구하므로 모든 부처님께 공경히 청하고 세 분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 대신 설하면서 계첩을 주노라.
이로써 대승大乘의 계의 힘(戒力)을 받아 현세에 보살의 지위에 오르고 마땅히 불과佛果를 이루기를 바라노라.
계문戒文
보살계菩薩戒라는 것은 천성千聖의 심지心地요, 만행萬行의 인문因門이다. 심지는 원만하고 밝아 삼광三光454)이 밝게 비추는 것 같고, 인문은 넓고 커서 사방이 환히 트인 것 같다. 이를 깨달은 이는 밖에서 얻어 깨달은 것이 아니요, 미혹한 이는 안에서 잃어버려 미혹한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구족하니 깨달으면 부처요 미혹하면 중생이고, 낱낱이 원만하게 성취하니 따르면 하늘이요 거스르면 지옥이라.
삼세제불이 대법사로 삼고 시방의 제현들이 구경의 반려로 삼도다. 하나의 도장으로 능히 백천 개의 도장을 봉인하니 천 개의 도장이 걸림 없는 무애인無礙印이 되고, 하나의 등불이 능히 백천 개의 등불에 전하니 천 개의 등불이 무궁무진한 등불이 된다. 천진天眞을 믿으나 듣지 아니하니 보배 구슬을 품에 안고도 빈궁하여 구걸하는 것과 같고, 해침(毁犯)을 두려워하나 받아들이지 아니하니 과보를 두려워하나 원인을 끊는 것과 같다. 한 번 대보리심을 내면 유무의 분별이 사라지고, 잠시라도 엄정한 계를 지니면 나와 남이 모두 이익이니, 무거운 죄(바라이波羅夷)가 없어지는 때 가벼운 죄(輕垢)455)가 되고, 큰 서원을 아는 때 태양과 같은 대원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진흙에도 들어가고 물에도 들어가는 노파자老婆子456)요, 능히 죽이고 능히 살리는 노고추老古錐457)로다. 비록 오늘날은 육신을 가진 이지만 진실로 내세에는 금색 부처가 될 것이다. 게송을 부르노라.

諸法本寂滅         제법이 본래 적멸하니
畢竟無名相         필경에는 명상名相이 없을지라
不生寂滅相         적멸의 상을 내지 아니하면
眞個行道者         진실한 수도인이로다
계첩발戒牒䟦
보살菩薩은 범어梵語로서 갖추어 말하면 ‘보리살타菩提薩埵’이며, 중국말로는 ‘각유정覺有情’이라 한다.

012_0531_a_01L若多寶如來邈矣湼槃於塵墨刼前
012_0531_a_02L然宴坐於寶塔龕中爲法徧 [383] 遊於恒沙
012_0531_a_03L國土證明必讃於妙蓮花經嗟乎二龕
012_0531_a_04L累歲鞱 [384] 光於黃泉之下偉矣三佛同時
012_0531_a_05L出現 [385] 於赤壤之中莫能擧而忽來似有
012_0531_a_06L緣而不讓陶公力致而還沈於江心
012_0531_a_07L老誠求而出浮於水面事均今古議合
012_0531_a_08L賓主玆者淨除金垢嚴餙 [386] 玉容萬德
012_0531_a_09L眞身皎然 [387] 離雲之朗月九層寶塔
012_0531_a_10L如出海之神山殊絕妙微非人間之手
012_0531_a_11L莊嚴光餙是天上之神功今則 [388]
012_0531_a_12L事已圓所懷可展前半許而今 [389] 半蕭
012_0531_a_13L生有涯而願無盡古自隱而今自顯
012_0531_a_14L無爽而緣有臻鑛金施主 [390] 金匡祐懷仁
012_0531_a_15L戴義包朴含眞天受之溫良在嬰獨
012_0531_a_16L [391] 人文芳 [392] 拔華 [393] 含章唯願已 [394] 嬰之
012_0531_a_17L勿藥而瘳方凝之憂和根而拔
012_0531_a_18L所以解父之癙父所以慰祖之懷一家
012_0531_a_19L齊入於慈陰 [395] 諸眷共沐於恩雨 [396]

012_0531_a_20L

012_0531_a_21L受菩薩戒牒文 [397]

012_0531_a_22L
據南贍部州大淸朝鮮國全羅右道
012_0531_a_23L邑某山某寺比丘某人某生從同治四
012_0531_a_24L年乙丑某月日於某寺某庵佛像前

012_0531_c_01L이는 일체법을 깨달아 유정을 제도한다는 말이다. 유정은 곧 중생으로, 사람으로부터 꿈틀거리는 함령含靈까지 통틀어 유정이라 한다. 유정에서부터 무정으로 나고 자라는 풀숲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중생’이라 한다. 중생과 유정은 이름은 서로 통하지만 뜻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보살의 계상戒相458)은 표상이 있는 것으로써 표상 없는 것을 받아 지니는 것을 제일로 치며, 일상의 행위를 ‘계’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입안의 맛을 탐착하지 않으며, 몸에 걸치는 옷을 꾸미지 않고, 참기 어려운 것을 능히 참으며, 주기 어려운 것을 능히 주며, 해야 할 일을 앞세우고 자신의 이익은 뒤로 돌리며, 선행을 보면 칭찬하고 잘못을 들으면 감춰 주며, 엎드려서는 낳고 자라게 하는 땅의 공덕을 생각하고, 우러러보면서는 비와 이슬을 내린 하늘의 은택을 흠모하여 유정 세간에 회향하는 것이 이것이다. 계를 받고 첩을 받는 것은 모두 다 눈과 귀의 소리와 색으로, 모든 종파에 해당하고, 하물며 고금의 세월을 거쳤으니, 그러한즉 율가律家의 법도로다.
아무개의 성은 박이요, 낭주朗州(전라남도 영암) 노호露湖 사람이다.
수비구계문受比丘戒文
가만히 생각하건대, 법계法界는 원융하여 본래 범인과 성인의 지위가 없고, 심지心地는 적정寂靜하여 원래 선과 악의 이름이 없도다. 범성凡聖이 본래 공空한데 어찌 계를 설하고 받는 이가 있으며, 선악이 원래 청정한데 누구에게 성죄性罪와 차죄遮罪459)의 사람이 있으리오. 그러므로 삼수三受460)의 영리한 근기는 선악이라는 말에 단번에 깨달았고, 분수를 넘은 두 스님은 죄를 다스리는 장수의 명령 앞에 맹렬하게 반성하였다. 그 자리에서 원만하게 성취하니 천연天然461) 상좌는 귀를 막고 달아났다. 비구계를 ‘구족具足’이라 이름하니, 묘고妙高462) 사미는 계단(壇)에 임하여 사양하였다. 비록 그러하나 풀 우거진 뜰에서도 한결같이 거양擧揚하였고, 항상 낮은 근기에 대해서도 높은 산을 은밀하게 드러냈다. 이 때문에 엄격하게 수지한 우바국다優婆毱多463)는 세존과 다를 것이 없고, 정성스레 수지한 남산南山464)은 우바리優婆離465)와 차이가 없다. 육군六群466)은 방편으로 설해진 것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보살이요,

012_0531_b_01L某比丘求受菩薩戒敬請諸佛爲三
012_0531_b_02L師承敎代說因授戒牒以此受大乘戒
012_0531_b_03L現登菩薩位當成佛果者

012_0531_b_04L

012_0531_b_05L戒文

012_0531_b_06L
夫菩薩戒者千聖之心地萬行之因
012_0531_b_07L心地圓明如三光之照耀因門
012_0531_b_08L廣大若四方之虛通悟之者非外得
012_0531_b_09L而悟之迷之人非內失而迷也人人
012_0531_b_10L具足悟爲佛迷爲生個個圓成順則
012_0531_b_11L逆則獄三世諸佛以爲大法師
012_0531_b_12L方諸賢以爲究竟伴一印能封百千印
012_0531_b_13L千印無碍印一燈能傳百千燈千燈無
012_0531_b_14L盡燈恃天眞而不聽如懷珠而窮乞
012_0531_b_15L恐毁犯而不受若怖果而絕因一發大
012_0531_b_16L有无殄滅暫持嚴戒自他利宜重
012_0531_b_17L罪滅時輕垢知弘誓發日大願亦入泥
012_0531_b_18L入水老婆子能殺能活老古錐雖今日
012_0531_b_19L之肉身兒誠來世之金色佛偈曰

012_0531_b_20L諸法本寂滅畢竟無名相

012_0531_b_21L不生寂滅相眞個行道者

012_0531_b_22L

012_0531_b_23L戒牒䟦

012_0531_b_24L
梵語菩薩具云菩提薩埵華言覺有情

012_0532_a_01L칠중七衆467)은 공경을 다하여 여러 지위에 오르는 성문聲聞이라.
이렇게 하여 중생과 부처와 마음의 셋은 이름은 셋이나 이치는 하나로다. 중생과 부처와 마음의 하나는 이치는 하나이나 이름은 셋이로다. 셋과 하나는 허명이요 실상은 응연히 하나라.
누가 주고받으며 무엇을 범하고 수지했다 하리오. 계로써 현묘해지고 계에 즉함으로써 부처가 된다.
삼공명三空銘
주공主空
孝事佛廟           효성으로 절을 섬기며
忠祝國釐           충심으로 나라의 복을 축원하였도다
坐三條椽           작은 선방468)에 앉아
荷七斤衣           일곱 근 가사469) 걸치고
不言自是           내가 옳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不說人非           남이 그르다 하지 않았네
師書中聖           경전 중의 성인을 스승으로 삼고
友林下麋           숲속의 사슴을 벗 삼았네
庭草不除           마당의 풀을 뽑지 않았으니
周先生意           주염계周濂溪470) 선생의 뜻이며
三經種菊           세 길에 국화를 심으니
陶處士志           도연명陶淵明471) 처사의 뜻이로다
揮蚊而誦           모기를 쫓으며 외웠고
捫虱而睡           이를 잡으며 잠들었도다
形容枯稿           모습은 마르고
顏色憔悴           안색은 초췌하였으며472)
隱若六藏龜          은거할 때는 여섯 다리를 감춘 거북이 같았고473)
動如千里驥          활동할 때는 천리마와 같았다
逐之則去           물리치면 곧 떠나고
招之則至           초대하면 곧 응했다
不淸不濁           지나치게 맑지도 흐리지도 않았고
無㤪無忌           원망하거나 꺼리지도 않았다
吾將書壁           내 장차 벽에 써서
誓心燒臂           맹세하며 연비합니다
대공大空
澡心育德           마음을 씻어 덕성을 배양하고
守默處眞           침묵을 지켜 진실함에 처하였도다
見善復圭           선을 보면 따라 하였고474)
聞行書紳           좋은 행실을 들으면 큰 띠에 적어 두었으며475)
幼幼而慈           어린아이들에게 자애로웠고
老老而仁           늙은이들에게 인자하였다
不作嗟來           남을 무시하지 않았고476)
不爲食言           식언을 하지 않았으며
杵臼力務           방아도 직접 찧고
瓢笊躬親           두레박질도 친히 하였다
月下擔泉           달빛 아래 샘물을 긷고
雲中析薪           구름 속에서 장작을 팼으며
昇堂叅訊           당에 올라서 스승께 참알하고
出門送賓           문밖에 나서서 손님을 배웅했다
食後勿食           식후에는 먹지 않았고
嗔後勿嗔           한 번 성낸 후에는 다시 성내지 않았다
不借掩足           버선을 빌리지 않았고
穀茶禁脣           곡차를 입에 대지 않았다
爲物興悲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내었고
樂道安貧           안빈낙도하였다
瞿曇直派           바로 구담瞿曇477)의 직계 자손이요
羅云後身           나후라(羅云)478)의 후신이라
顧名思義           이름을 돌아보며 의리를 생각하니
銀池法臣           은빛 연못의 법신479)이로다
소공小空
童眞發心           어린아이로 발심하여
愛憎初萌           애증이 처음 싹틀 때
扶護身器           몸을 부지하고 보호하여
置諸坦平           평정에 머물렀다

012_0531_c_01L謂覺一切法度有情有情卽衆生自人
012_0531_c_02L至蠢動含靈通謂之有情自有情至無
012_0531_c_03L情生長之草莾都稱衆生衆生與有情
012_0531_c_04L名雖互通義則小異菩薩之戒相
012_0531_c_05L有表受無表持爲勝以日用行履處爲
012_0531_c_06L何則口中之味莫着身上之衣不
012_0531_c_07L難忍能忍難與能與臨務先之
012_0531_c_08L利後之見善譽之聞過隱之俯念生
012_0531_c_09L成之地功仰慕雨露之天澤回向於有
012_0531_c_10L情世間是也受戒受牒盡是眼耳之聲
012_0531_c_11L列宗指派況乃古今光陰然律家
012_0531_c_12L之榜樣也某姓朴朗州露湖人也

012_0531_c_13L

012_0531_c_14L受比丘戒文

012_0531_c_15L
切以法界圓融本無凡聖之位心地寂
012_0531_c_16L元無善惡之名凡聖本空兮何有
012_0531_c_17L說戒受戒之者善惡元淨兮誰有性罪
012_0531_c_18L遮罪之人是以三受利根頓悟於善惡
012_0531_c_19L之言下二僧犯分猛省於罪將之令前
012_0531_c_20L當處圓成天然上座掩耳而走便名具
012_0531_c_21L妙高沙彌臨壇而辭雖然一向擧揚
012_0531_c_22L於草深庭際常恒密現山高於劣機
012_0531_c_23L以毱多嚴持與世尊而無異南山精
012_0531_c_24L同婆離而不差六群設權度衆生

012_0532_b_01L賦食行水           재 공양할 때 물을 돌리고
放禪報更           좌선할 때 시간을 알렸다
衣服潔白           옷은 깨끗하였고
飮食明精           음식은 명정하였으며
廊廡淸淨           회랑은 청정하고
香燈分明           향등은 밝게 빛났다
恭順迎客           공손하게 손님을 맞이했고
慈悲放生           자비로써 방생하였다
食勿先起           먹을 때는 먼저 일어서지 않았고
事勿速成           일 처리는 대충 빨리하지 않았다
邊立低聲           주변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응대했고
隅坐隨行           모퉁이에 앉아 수행하였다
色界死心           색계에는 마음 두지 않았고
財上斷情           재물에는 생각을 끊었다
怨視洒灑           술 거르는 것을 원망하며 바라보았고
喜從茶烹           차 달이는 것을 기뻐 따라 했다
雷風必變           우레 치고 바람 불면 몸매를 가다듬고
唁訃必驚           부고를 들으면 반드시 놀라워했다
交辭爲吾           말을 주고받음에 내 일처럼 여겼고
尊禮稱名           예법을 존중함이 이름에 걸맞았다
拾螢讀書           반딧불을 모아 책을 읽고
搬柴煮羹           땔나무를 가져다 국을 끓이며
一日二日           하루 이틀
朝擎夕擎           아침저녁으로 받들었다
預銘發軔           명銘을 쓰기 전에 발인하니
終銘奠楹           명을 다 쓴 후 제수 올린다480)
설혜자계안 서문(設慧字契案序) - 범해 각안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佛家의 오계五戒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유가儒家의 오상五常481)이다. 오상과 오계는 이름은 다르나 그 뜻은 같다. 무릇 영지靈知가 있는 자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지만, 간곡하게 말씀으로 풀어내는 것은 앞뒤의 성인이 받아 전해 준 떳떳한 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하의 선사荷衣先師482)에게 받았고, 선사께서는 완호玩虎483) 조사에게 받으셨다. 나 또한 그대들에게 전하노니 그대들 또한 제자에게 전하리라.
그리하면 억만 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전하리라.
성性은 계戒이고, 정正은 정定이고, 혜慧는 혜惠이니, 실로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가리킨다. 성, 혜, 정 세 글자로 이름을 지은 것은 그대들이 반드시 삼학으로써 삼한三韓의 사찰에 이름을 날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형은 복엄福嚴이라는 이름을 병인년(1866) 겨울에 제자에게 주고, 사제는 혜엄慧嚴이라는 이름을 정묘년(1867) 겨울에 나의 제자에게 주었으니, 이것이 바로 선가禪家의 복과 혜를 함께 운용하는 진전眞詮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이름을 돌아보고 의리를 생각하여 이름을 지어 준 깊은 기연機緣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어찌 부처님 없는 세상에 난 것을 근심하며 공자가 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을 근심하리오.

012_0532_a_01L之菩薩七衆致敬登諸位之聲聞
012_0532_a_02L乃生佛心三名三理一生佛心一
012_0532_a_03L一名三三一虛名凝然一相曰誰授
012_0532_a_04L云何犯持以之而玄卽之而佛

012_0532_a_05L

012_0532_a_06L三空銘

012_0532_a_07L主空

012_0532_a_08L
孝事佛廟忠祝國釐坐三條椽荷七
012_0532_a_09L斤衣不言自是不說人非師書中聖
012_0532_a_10L友林下麋庭草不除1) [15] 先生意
012_0532_a_11L經種菊陶處士志揮蚊而誦捫虱而
012_0532_a_12L形容枯稿顏色憔悴隱若六藏龜
012_0532_a_13L動如千里驥逐之則去招之則至
012_0532_a_14L淸不濁無㤪無忌吾將書壁誓心
燒臂

012_0532_a_15L大空

012_0532_a_16L
澡心育德守默處眞見善復圭聞行
012_0532_a_17L書紳幼幼而慈老老而仁不作嗟來
012_0532_a_18L不爲食言杵臼力務瓢笊躬親月下
012_0532_a_19L擔泉雲中析薪昇堂叅訊出門送賓
012_0532_a_20L食後勿食嗔後勿嗔不借掩足糓茶
012_0532_a_21L禁脣爲物興悲樂道安貧瞿曇直派
012_0532_a_22L羅云後身顧名思義銀池法臣

012_0532_a_23L小空

012_0532_a_24L
童眞發心愛憎初萌扶護身器置諸

012_0532_c_01L아, 금전과 곡식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오랑캐의 풍속이로다. 만약 이익을 좋아하는 자는 벌로 몽둥이 삼십 대를 쳐서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으로 보낼 것이요, 계를 좋아하는 자는 벌로 몽둥이 삼십 대를 쳐서 통도사 정자각丁字閣에 보낼 것이다. 나는 주장자를 들었다네. 척!
수보살계문受菩薩戒文 - (범해 각안)
살펴보건대 청정한 법신法身은 본래 더러움과 깨끗함의 분별이 없으니, 원융한 진성眞性을 범하고 지키는 분별을 어찌 논하리오. 매일 같이 생활하는 때, 행자가 점검하는 곳에서, 죄성罪性이 공하여 태허太虛와 같아 형상이 없고, 심화心花484)가 피어나 만고 세월 다하도록 그 향기가 남음이 있다.
경鏡·흠欽 두 비구의 죄의罪疑가 정명淨名485)의 ‘안과 밖에 있지 않다.’는 말을 듣자마자 문득 풀리고, 세 가섭486)의 상호가 선서善逝487)의 ‘잘 왔구나, 비구야.’488)라고 했던 단 앞에서 원만하게 성취되었다. 본래 스스로 구족하고 있는데 스스로 알 수 없었고, 항상 원만함에 거처하면서도 언제나 깨달을 수 없었다. 빈궁한 아들이 진주를 품에 안았지만 아무도 가리켜 주지 않았고, (통)에 보배를 묻어도 아무도 거두는 이가 없었다. 범부는 미혹하여 알지 못하고, 깨달은 이는 다다랐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먼 길에 나아가는 것은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니 비유를 든다 한들 무슨 해가 되겠는가. 실로 달이 구름 속에 숨은 것이고 우유가 성 밖에 있지 않은 것이다.489) 옥이 부드럽고 윤기 나는(溫潤) 미덕을 지니고 있으나 자공子貢과 공자가 묻고 답하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고,490) 거문고가 산 높고 바다 깊은 듯한(峨洋) 오묘한 곡조를 갖추고 있으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가 켜고 듣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491) 계戒로써 스승으로 삼음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꿀 수 없는 참된 진리(眞詮)요, 앉아서 받고 서서 깨는 것은 옛 성인부터 현재까지 행해지는 상황이다. 훼손할까 두려워 받지 않는 것은 배가 뒤집힐까 두려워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셈이요, 범할까 무서워 피하는 것은 농사를 그르칠까 걱정하여 밭 가는 것을 미리 그만두는 것과 같다. 믿고 받들면 삼업三業(身業·口業·意業)이 삼취三聚492)로 변화할 것이요, 엄정하게 규칙을 행하면

012_0532_b_01L坦平賦食行水放禪報更衣服潔白
012_0532_b_02L飮食明精廊廡淸淨香燈分明恭順
012_0532_b_03L迎客慈悲放生食勿先起事勿速成
012_0532_b_04L邊立低聲隅坐隨行色界死心財上
012_0532_b_05L斷情怨視洒灑 [398] 喜從茶烹雷風必變
012_0532_b_06L唁訃必驚交辭爲吾尊禮稱名拾螢
012_0532_b_07L讀書搬柴煮羹一日二日朝擎夕擎
012_0532_b_08L預銘發軔終銘奠楹

012_0532_b_09L

012_0532_b_10L設慧字契案序 [399]

012_0532_b_11L
殺盜婬妄酒釋氏之五戒也仁義禮智
012_0532_b_12L儒家之五常也五常與五戒名異
012_0532_b_13L而義同凡有靈知者不說自知而苦
012_0532_b_14L口宣說者前聖後聖受而傳之之常道
012_0532_b_15L [400] 亦受之於荷衣先師先師受之於
012_0532_b_16L玩虎祖師吾亦傳之於汝等汝等亦傳
012_0532_b_17L之於弟子則億萬斯年傳之不絕也
012_0532_b_18L [401] 性者戒也正者定也慧者惠也
012_0532_b_19L實則戒定慧三學也以性慧正三字作
012_0532_b_20L名者汝等必以三學馳名於三韓之寺
012_0532_b_21L刹也阿兄以福嚴與其徒於丙寅冬
012_0532_b_22L阿弟以慧嚴授吾徒於丁卯冬此乃
012_0532_b_23L禪家福慧雙運之眞詮 [402] 臨時觸處顧名
012_0532_b_24L思義不負命名之深機則何患乎無佛

012_0533_a_01L십중十重493)이 사라지고 십경十輕이 될 것이다. 중생을 교화함에 원수와 친척을 분간하지 않고 제법을 보시함에 귀하고 천함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산하의 만상萬象이 우리 부모 권속이고, 고금의 시방十方이 나의 크고 작은 털끝을 용납하도다. 그러므로 현재에는 보살의 인문因門이요, 미래에는 제불의 과위果位가 된다.
게송을 부르노라.

身空法亦空          몸이 공하여 법 또한 공하나니
空中何有物          공 가운데 그 무엇이 있으리오
揚却消長理          드러내고 물리치고 사라지고 늘어나는 이치여
卓彼法身佛          우뚝하여라 저 법신불이여
화공양기花供養記 - 범해 각안
하늘은 비와 이슬의 은택을 베풀고 땅은 생성의 권능을 맡았도다. 염제炎帝494)는 초목을 북돋워 꽃을 피우도록 했고,495) 여이女夷496)는 향기로운 꽃을 맡아 길렀으니, 『본초本草』497)가 나오자 풀의 달고 쓴 성질을 이해하였고, 『화보花譜』가 만들어지자 향기와 냄새나는 꽃을 구분하였다. 이로부터 화초에 이름을 붙이게 되었고, 혹은 늙은 몸을 양생하기 위해 마당을 채우고, 혹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언덕 가득 심었다.
해남의 수재(秀士) 이보일李輔逸은 영산홍, 해당화, 사철나무를 한 그루씩 당 아래에 옮겨 심었고, 김명순金明順은 모란, 작약, 월계수를 두 그루씩 계단 가에 옮겨 심었으니 이것이 바로 화공양이로다. 『대일경大日經』에 이르기를 “꽃은 자비를 따라 피어나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준다.”라고 하였으니, 곧 ‘향, 꽃, 차, 밥, 등불’의 오공양五供養 중의 두 번째이다. 『영산재의靈山齋儀』에 이르기를 “엎드려 만행화萬行花498)를 올립니다. 존귀한 모란, 작약, 연꽃을 금전을 아끼지 않고 사서 용화회龍華會에 바칩니다. 오직 바라옵기는 모든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이 공양을 받으소서.”라고 하였으니, 곧 ‘향, 등불, 꽃, 과일, 차, 밥’의 육법공양六法供養 중의 세 번째이다. 훌륭하도다. 늙은 몸을 기르거나 신에게 바치고 남은 정성으로 삼보三寶와 팔부신중八部神衆의 마당과 언덕에 널리 미치도다. 사시사철 긴 공양을 그치지 않고 삼제三際(삼세) 동안 무궁토록 언제나 무성하리니, 그 공덕은 우러를 만하며

012_0532_c_01L世出無孔國生錢糓之爭夷虜之
012_0532_c_02L若好利者罰三十捧卽送於七佛
012_0532_c_03L亞字房好戒者罰三十捧卽送於通
012_0532_c_04L度丁字閣吾拈一柱杖

012_0532_c_05L

012_0532_c_06L受菩薩戒文

012_0532_c_07L
詳夫淸淨法身本無染淨之別圓融眞
012_0532_c_08L何論犯持之分日用行履之時
012_0532_c_09L者檢點之處罪性空兮等太虛而無狀
012_0532_c_10L心花發兮亘萬古而有餘鏡欽二比丘
012_0532_c_11L之罪疑頓解於淨名不在內外之言下
012_0532_c_12L三迦葉之相好圓成於善逝善來比丘
012_0532_c_13L之壇前本自具足而自未得知居常圓
012_0532_c_14L滿而常不可覺窮子懷珠而無人指
012_0532_c_15L榼𣜂埋寶而無人收凡夫迷而不知
012_0532_c_16L者達而不得然而▼(阝+歨)遐自邇取譬何傷
012_0532_c_17L實爲月隱雲間乳非城外玉有溫潤之
012_0532_c_18L美德而未得子貢孔子之問答琴具峨
012_0532_c_19L洋之妙調而不逢伯牙鍾期之彈聽
012_0532_c_20L戒爲師金口不易之眞詮坐受立破
012_0532_c_21L古聖現行之榜樣恐毀不受如恐翻舟
012_0532_c_22L而先投海畏犯逃設若慮失農而預廢
012_0532_c_23L信而俸之三業化而三聚嚴而行
012_0532_c_24L「周」底本夾註曰「濂溪」{編}

012_0533_b_01L그 복락은 헤아릴 만하도다. 이에 이를 본받고자 하는 군자들과 장차 이곳에 머물게 될 사문沙門들에게 써서 보이노라.
게송(祇夜)으로 펼친다.

皇天雨澤           황천皇天은 비를 내리시고
后土生成           후토后土는 만물을 생성하셨네
本草卞品           『본초』에선 품종을 변별하고
花譜載名           『화보』에선 꽃 이름을 실었네
養老滿塢           늙은 몸 양생하느라 언덕 가득 심고
薦神充庭           신령께 바치느라 마당 가득 채웠네
虔誠弸            공경과 정성이 충만한 가운데
窹寐見靈           자나 깨나 영험을 보이도다
六列唐儀           여섯 공양은 『당의唐儀』499)에 나열되었고
五出唐經           다섯 공양은 범경梵經에 나온다네
四時供養           사시사철 공양하니
五福圓盈           오복五福이 원만하게 채워지리라
有效今爲           오늘날의 공양 본받아
無限將營           장차 무한히 영위하리니
刼石消磨           겁석劫石500)이 닳아 없어지도록
此花益馨           이 꽃들은 더욱 향기로우리
화엄사기華嚴寺記【구례현】 - (범해 각안)
3층의 각황전覺皇殿을 창건하고 장륙불상丈六佛像을 봉안할 당시, 여덟 곳의 절과 아홉 곳의 암자 대중이 한곳에 모두 모여 화주化主를 정하기로 하였다. 이때 두 개의 그릇에 밀가루를 넣고 손을 넣어 밀가루가 달라붙지 않는 스님을 화주로 정하기로 하였다. 한곳에 모인 스님들이 차례로 일어나 손을 넣어 보니 모두 달라붙었는데, 오직 공양주 스님만 달라붙지 않았으니, 울산 신흥사新興寺에서 온 스님이었다. 스님은 화주로 정해진 후 권선문을 지니고 길을 나섰다. 어느 날 먼동이 틀 무렵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권선문을 지니고 길을 나설 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권선하시오.”라고 하였다. 그날 권선문을 지니고 절문 밖을 나서는데, 한 할머니가 대나무 상자를 등에 지고 오자, 화주는 지팡이를 놓고 합장하여 서서 지성으로 선행을 권하였다. 할머니는 간절함에 겨워 거짓으로 말하기를 잠시 계곡 물에 속곳을 빨겠노라 하였으나 오래도록 나오지 않았다. 화주가 가서 보니 노파는 계곡 못에 몸을 던져 이미 죽어 있었다. 화주는 두렵고 슬퍼 함께 오솔길을 따라 이틀을 가서 북쪽 산에 숨은 뒤 3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당시 국왕은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두 손을 굳게 움켜쥐고 떼지 않으며,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은 지가 벌써 6년이었다. 화주가 산을 나서서 서울에 들어가 보니 시정 사람들이 왕자를 등에 업고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왕자가 화주를 보더니 즉시 땅에 내려서는 두 손을 펴고 합장하여 말하기를 “이분은 화엄사 화주승이다.”라고 하며

012_0533_a_01L十重消而十輕敎化衆生不揀 [403]
012_0533_a_02L普施諸法無遺貴賤山河萬像
012_0533_a_03L我父母眷屬古今十方容我大小毛端
012_0533_a_04L然則現在菩薩之因門當作諸佛之果
012_0533_a_05L偈曰

012_0533_a_06L身空法亦空空中何有物

012_0533_a_07L揚却消長理卓彼法身佛

012_0533_a_08L

012_0533_a_09L花供養記 [404]

012_0533_a_10L
天施雨露之澤地掌生成之權炎帝鞭
012_0533_a_11L草木而向榮女夷司芳花而長養本草
012_0533_a_12L述而甘苦解花譜作而薫蕕分自此花
012_0533_a_13L草有名焉 [405] 或養老而充庭或薦神而滿
012_0533_a_14L塢者也 [406] 海南秀士李輔逸 [407] 山海棠
012_0533_a_15L季各一株移栽於堂下金明順 [408]
012_0533_a_16L芍藥月季各二株 [409] 移栽於階除此是
012_0533_a_17L花供養也 [410] 大日經云花從慈悲生
012_0533_a_18L苦與樂意卽香花茶飯燈五供養之第
012_0533_a_19L二也靈山齋儀云拜獻萬行花牧丹芍
012_0533_a_20L藥蓮花爲尊貴不惜金錢買獻龍華會
012_0533_a_21L [411] 願諸佛哀㦖 [412] 受此供養卽香燈花果
012_0533_a_22L茶飯六法供養之 [413] 第三也善哉養老薦
012_0533_a_23L神之餘誠普及三寶八部之庭塢四時
012_0533_a_24L不絕長供養三際無窮常氛氳其功可

012_0533_c_01L태어난 후 처음으로 말하고 걸어가서 손을 편 것이다. 두 손에는 지문이 있었는데 ‘화엄사 대시주華嚴寺大施主’ 여섯 글자였다. 국왕이 화주를 부르자 화주는 옷을 고쳐 입고 연유를 말하였다. 국왕은 그를 내려보내지 않도록 하고 도백道伯에게 그 일을 주관하도록 하여 3년 만에 완공을 알렸다. 이에 장륙불상을 봉안하고 석판각石板刻 『화엄경華嚴經』 한 질을 후불단後佛壇에 안치하여, 그 절의 이름을 화엄사華嚴寺라 하였다.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부숴서 지금은 2층이다.
척판대기擲板臺記 - (범해 각안)
평안도 묘향산 밖에 척판대擲板臺가 있는데 원효 조사元曉祖師가 주석하던 곳이다. 대사가 중국을 멀리 보니, 태화산太華山에 큰 가람이 있고 이곳 천 명의 대중 가운데 환속했다가 다시 머리를 깎은 스님이 부전副殿 소임501)을 맡았고, 이로 인해 그 절에 재난의 조짐이 있었다. 대사가 ‘해동원효척판구중海東元曉擲板救衆(해동 원효가 널빤지를 던져 중생을 구하다)’이라고 새긴 널빤지를 서쪽 하늘에 던지자, 그 널빤지가 공중에 떠서 날아가 그 절을 세 번 빙 돈 다음에 떠 있었다. 산문 어귀의 대중들이 동시에 따라갔는데, 널빤지는 산문 밖에 이르러 비로소 땅에 떨어졌다. 대중들이 모두 모여 바라보자 바로 그때 절이 무너져 연못이 되었다. 부전 스님 홀로 갈 곳이 없어졌는데 대사는 신통력으로 천 명의 스님들을 해동 양산의 천성산千聖山으로 옮겼다. 천 명이 모두 도를 깨쳐 그 산의 이름을 ‘천성산’이라고 한다. 그때 오직 여덟 사람은 깨치지 못했는데, 후에 다섯 사람은 대구 동화사 오도암悟道庵에서, 세 사람은 삼성암三聖庵에서 깨쳤다. 셋과 다섯을 합하면 여덟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 산의 이름을 팔공산八公山이라 한다. 당시 천 명의 스님들이 양산 땅에 모여 앉아 불경을 펼쳐 독송하였는데 그 땅에는 지금도 불경을 펼친 흔적이 있다. 그러므로 그 땅의 이름을 ‘화엄대華嚴臺’라 한다.
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대장기大將旗를 동래 땅에 세우고

012_0533_b_01L其福可量 [414] 示其欲效之君子
012_0533_b_02L居之沙門宣祇 [415] 夜曰皇天雨澤 [416] 后土生
012_0533_b_03L本草卞 [417] 花譜載名養老滿塢
012_0533_b_04L神充庭虔誠1) [16] [418] 窹寐見靈六列唐儀
012_0533_b_05L五出唐 [419] 四時供養五福圓盈有效
012_0533_b_06L今爲無限將營刼石消磨此花益馨 [420]

012_0533_b_07L

012_0533_b_08L華嚴寺記求禮縣

012_0533_b_09L
剏三層覺皇殿而奉安丈六佛像之時
012_0533_b_10L八寺九菴齊會于一處擇定化主
012_0533_b_11L蜜末二器入手不著者定化主一會
012_0533_b_12L人第起入手皆着唯供養主僧不著
012_0533_b_13L自蔚山新興寺來住者也已定化主
012_0533_b_14L勸出行日曉頭夢有一老人曰持勸
012_0533_b_15L登途初逢者勸善云云伊日持勸
012_0533_b_16L寺門外有一婆荷笥而來化主放杖
012_0533_b_17L合手而立至誠勸善此婆不勝勤切
012_0533_b_18L假稱曰暫徃溪潭洗濯內袴良久不出
012_0533_b_19L化主徃見則投潭已死化主惧哀
012_0533_b_20L至由徑路并日而行隱於北山三年不
012_0533_b_21L時國王生一男兩手堅握含口而
012_0533_b_22L不言者已六年矣化主出山入都
012_0533_b_23L人負國男遊街國男見化主卽下地伸
012_0533_b_24L兩手合掌而言曰此華嚴寺化主僧也

012_0534_a_01L깃발 아래 작은 병 하나를 두었다. 왜인들이 침입해 오자 대사가 칼을 빼어 병의 목을 쳤는데, 병은 끊어진 뒤 다시 붙고 오직 붉은 자국만 남았다. 적이 본진을 향하여 물러났는데 모든 군사들의 목에 모두 칼자국이 있어 놀라고 두려워하며 퇴각하였다. 깃발을 세운 곳에 산성을 세웠는데, 산성에는 훗날 원효암元曉庵이 들어섰다. 척판대, 천성산, 팔공산, 화엄대, 산성은 모두 동시대 원효 조사가 남긴 자취이다. 대사는 곧 화신불化身佛이시다. 행각(遊行)하는 길손에게 써서 보이노라.
장흥 천관산 구정암 중수 권문 - (범해 각안)
『화엄경』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말하기를 “진단국震旦國 동해에 두 산이 있으니 하나는 금강산으로, 중향계衆香界의 법기보살法起菩薩이 여러 성중聖衆과 함께 상주하여 설법하신다. 다른 하나는 지제산支提山으로, 방광계放光界의 천관보살天冠菩薩이 여러 성중과 함께 상주하여 설법하신다.”라고 하였다. 청량 국사淸凉國師가 주석하기를, 범어 지제支提502)는 중국말로는 ‘공양할 만한 곳’이라 하였다. 이는 봉우리마다 바위마다 불상이 아님이 없다는 말이다. 구름이 사라진 달 밝은 밤에 무수히 빛을 발산하며 설법하니 중향계와 마침 사적이 같다.
우리 구정암九精庵은 천관사天冠寺의 옛 암자요, 지제산의 주맥이며, 천제단天祭壇의 재실이다. 세 칸의 초암이 해와 달이 오래되어 늘 집이 낡았다는 탄식이 많았고, 비바람에 깎이고 습해져 항상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을 안고 있었다. 장차 중수하는 역사役事를 경영하려 하나 재물이 없는데 어찌할 것인가. 감히 일의 전말을 써서 그 연유를 하소연한다.
엎드려 비노니 명철한 군자와 충효 대부여, 유한한 재물을 덜어 한량없는 역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현재에는 천관天冠 천제天帝의 신통력을 받고 미래에는 부처님 나라의 극락에 왕생할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봉축하노니 나라는 항상 평안하고

012_0533_c_01L生來初言行伸手也兩手有紋曰
012_0533_c_02L嚴寺大施主國君召化主改衣裳
012_0533_c_03L緣起使不下送使道伯主其事三年
012_0533_c_04L吿功奉丈六佛石板刻華嚴經一秩
012_0533_c_05L安後佛壇故名其寺曰華嚴壬亂倭賊
012_0533_c_06L破碎今則二層也

012_0533_c_07L

012_0533_c_08L擲板臺記

012_0533_c_09L
平安道妙香山外有擲板臺元曉祖師
012_0533_c_10L住處也師遙觀中國太華山有大茄藍
012_0533_c_11L千名大衆中有再削僧爲佛尊因此
012_0533_c_12L其寺有起禍之兆師作板刻字曰
012_0533_c_13L東元曉擲板救衆擲於西空其板浮空
012_0533_c_14L而去繞其寺三匝而浮洞口大衆
012_0533_c_15L時隨去至山門外始下地衆皆聚觀
012_0533_c_16L伊時寺陷爲沼佛尊僧獨無去處師以
012_0533_c_17L神力移其千僧於海東梁山千聖山
012_0533_c_18L人皆悟道故名其山曰千聖山唯八人
012_0533_c_19L不悟其後五人悟於大丘桐華寺悟道
012_0533_c_20L三人悟於三聖庵三五合爲八人也
012_0533_c_21L故名其山曰八公山當時千人聚坐於
012_0533_c_22L梁山地展經讀誦其地至今有展經之
012_0533_c_23L故名其地曰華嚴臺師立大將旗於
012_0533_c_24L「弸」下疑脫「彋」{編}

012_0534_b_01L불법의 동산(法苑)은 영원히 무성하기를.
무안 법천사 가사와 천등 불사소(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疏) - 범해 각안
수달 장자須達長者503)가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세우자 사원의 명칭이 비로소 시작되었고, 백장百丈 선사504)가 총림을 세우자 규례와 의식의 법규가 거듭 퍼져 갔다. 이로부터 권화勸化505)의 행렬이 서로 이어졌고, 단월의 믿음이 더욱 새로워져, 집물什物506)이 두루 갖추어지고 사사四事507)가 모두 갖추어졌다. 깃발을 날리고 전대를 거니 육법六法의 공양508)이 원만하고, 종을 울리고 북을 치니 사물四物509)의 연기緣起가 이루어졌도다.
우리 법천사法泉寺는 부처님이 신령하시고 산수가 맑고 빼어나나 스님은 사라지고 절은 무너져 시내가 오열하고 숲이 슬퍼하니, 감히 어리석은 말로 진중한 자리에 호소하노라.
엎드려 비옵건대 밝은 덕을 지닌 군자여, 효를 행하는 청신사淸信士여, 유한한 재물을 크게 열어 잠시 무루無漏의 인연을 심으시오. 가사袈裟를 준비하여 산문의 법계를 영원히 진호鎭護하고, 등촉을 높이 걸어 어두운 방과 같은 어두운 거리를 길이 비추소서. 그리하면 금시조金翅鳥의 근심이 영원히 사라지고 음광飮光510)의 빛이 널리 비칠 것이니, 『연명경延命經』을 읽지 않아도 오래 살 것이요, 야광주夜光珠를 차지 않아도 밝게 빛날 것이다. 이에 보시하는 때가 곧 과보를 받는 날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봉축하나니 삼각산 봉우리에 요일堯日(요임금의 해)이 밝게 빛나고, 사대문 밖에 순풍舜風(순임금의 교화)이 길이 불기를.
『불조원류』 서문(佛祖源流序) - 범해 각안
원류源流란 무엇인가. 원源은 종宗이요 유流는 파派이니, 부처와 조사의 종파를 말하는 것이다. 부처와 조사의 사적은 매우 상세하게 기록에 실려 있으나 이름은 모두 각각 다르다. 또 『본행경本行經』·『성도기成道記』·『전등록傳燈錄』·『불조통재佛祖通載』·『석씨원류釋氏源流』 등에서 인도와 중국의 분파는 모두 실었지만

012_0534_a_01L東萊地安一小瓶於旗下倭人來侵
012_0534_a_02L師拔釰斬瓶項斷而復合唯有紅痕
012_0534_a_03L賊退向本陣一軍項皆有釰痕驚惧退
012_0534_a_04L其立旗處設山城城後有元曉庵
012_0534_a_05L擲板千聖八公華嚴山城皆同時元曉
012_0534_a_06L師遺跡也師卽化身佛也記示於遊行
012_0534_a_07L客子

012_0534_a_08L

012_0534_a_09L長興天冠山九精庵重修勸文

012_0534_a_10L
華嚴經菩薩住處品云震旦國東海中
012_0534_a_11L有二山一曰金剛山衆香界法起菩薩
012_0534_a_12L與諸聖衆常住說法二曰支提山
012_0534_a_13L光界天冠菩薩與諸聖衆常住說法
012_0534_a_14L淸凉國師註曰梵語支提華言可供養
012_0534_a_15L謂峰峰岩岩無非佛像雲消月明
012_0534_a_16L之夜間多放光說法與衆香界適同
012_0534_a_17L事跡矣唯我九精庵天冠寺之古菴
012_0534_a_18L支提山之主脉天祭壇之齋室也三間
012_0534_a_19L艸庵年久月深每多屋老之歎風磨
012_0534_a_20L雨濕恒抱傾覆之患將營重修之役
012_0534_a_21L其奈無物而何敢述顚末用訴由致
012_0534_a_22L伏願明君子忠孝大夫减有限之財
012_0534_a_23L無量之役現在受天冠天帝之神力
012_0534_a_24L來徃佛界佛域之樂邦因於奉祝國界

012_0534_c_01L우리나라의 흐름은 싣지 않았다. 이것이 『동방불조원류東方佛祖源流』를 지은 까닭이다.
요사이 한 곳에서 간행했으나 자기 문중(專門)에 치우치고 공정함에는 힘쓰지 않아 말류末流라는 탄식이 컸다. 지금 이 한 권은 서문과 주석을 빼고 단지 근원과 흐름만을 기록하여 우리 집안의 계보로 삼는다. 남들이 보더라도 자기 문중에 치우쳤다는 꾸지람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비바시불511)부터 석가모니까지는 부처님이고, 가섭迦葉부터 달마達摩까지는 인도의 조사이다. 혜가惠可부터 급암及庵까지는 중원의 조사이고, 석실石室512)부터 부용芙蓉513)까지는 동국의 조사이다. 부처와 조사의 뜻은 ‘해동불조원류’라는 제목 속에 다 담겨 있다. 부용은 한 송이 꽃나무인데, 두 개의 가지를 드날렸으니 청허淸虛와 부휴浮休라 한다. 두 지맥 이하 천 가지 만 갈래는 다 기술할 수 없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네 가지 물건의 명문(隨身四物銘) - 범해 각안
죽비명竹篦銘
進止嚴整           나아가고 그침이 엄정하고
償罰分明           상과 벌이 분명하다
獅子作吼           사자가 크게 우니
獸衆歛聲           짐승 무리 소리 죽인다
動乃守默           움직이면 곧 침묵을 지키고
靜必含情           고요하면 꼭 정을 머금나니
古人談柄           옛사람의 담병514)이요
今我口銘           내 입의 좌우명이라
목탁명木鐸銘
有口無語           입은 있으나 말이 없고
叩頰有鳴           뺨을 두드리자 소리가 나네
象王回顧           코끼리 왕 고개 돌리자
群毛隱屏           짐승 무리 몸을 숨기네
佇門納跡           문에서 기다릴 때 자취를 들이고
開筵奉迎           법연을 열 때 받들어 맞이하네
儒比魯聖           유교에선 노나라 성인에 비유하고515)
▼(亻+卞)表梵僧           불교에선 범승516)을 표상하네
주장명柱杖銘
扶身竪柱           몸을 붙들어 기둥처럼 세우니
護法活龍           불법을 지키는 살아 있는 용
行李朋友           길을 나설 때 친구요
坐禪朝宗           좌선할 때 조종이라
打破竈靈           조왕신을 두드리고517)
伐下碓舂           디딜방아 두드렸지518)
高支國祚           국운을 높이 지탱코자
重拈枝松           솔 주장자 다시 집네

012_0534_b_01L恒安法苑永茂

012_0534_b_02L

012_0534_b_03L務安法泉寺袈裟千燈佛事疏 [421]

012_0534_b_04L
須達建精舍院宇之名初開百丈設叢
012_0534_b_05L䂓儀之式重衍自玆以還勸化之
012_0534_b_06L行相望檀越之信益新什物圓成
012_0534_b_07L事具足揚播 [422] 掛錢六法之供養圓滿
012_0534_b_08L鳴鐘打鼓四物之緣起莎訶唯我法泉
012_0534_b_09L [423] 佛聖神靈山明水秀 [424] 僧殘寺敗
012_0534_b_10L咽林哀敢將愚辭庸訴珍席伏願明
012_0534_b_11L德君子孝行信士大開有限之財賄
012_0534_b_12L暫種無漏之因緣備辦袈裟永鎭山門
012_0534_b_13L之法界高掛燈燭長明暗室之昏衢
012_0534_b_14L [425] 翅之患永消飮光之色廣照不讀延
012_0534_b_15L命之經而長壽不佩夜光之珠而光明
012_0534_b_16L乃捨施之時卽受報之日 [426] 因玆奉祝
012_0534_b_17L三角山頭堯日朗曜四大門外舜風
012_0534_b_18L永揚

012_0534_b_19L

012_0534_b_20L佛祖源流序 [427]

012_0534_b_21L
源流者源 宗也派也謂佛祖之
012_0534_b_22L宗派也佛祖事蹟昭昭載錄而名皆
012_0534_b_23L各異也本行經成道記傳燈錄佛祖通
012_0534_b_24L載釋氏源流等書皆載於竺華之派 [428]

012_0535_a_01L
염주명念珠銘
手中百八           손안에는 백팔 염주
堂內一千           불당 안엔 천불이라
高聲念數           고성 염불하며 수를 세고
默坐禪詮           말없이 좌정하여 선을 닦네
證席呱呱           증명하는 법석에선 줄줄이
講筵綿綿           강설하는 자리에선 끊임없이
長掛身上           몸 위에 길이 걸쳐
要防耶牽           삿된 생각 끌림을 막아야 하리
네 지팡이를 위한 명문(四杖銘) - (범해 각안)
석류 지팡이(石榴杖)
生長野家           시골집에서 나고 자라
掛塔山室           산방에 걸어 두네
行扶傾危           다닐 땐 넘어지지 않게 돕고
坐拒過失           앉을 땐 헛디딤을 막아 주네
於鑠能宣           아, 펼 수 있는 것은
榴枝致一           석류 가지가 제일이로다
瑕無藜杖           하무려 지팡이
貫在淸海           관향은 청해진
寓居古菴           사는 곳은 오래된 암자라
徃反扶老           오가는 길에 노인 돕고
問答指南           묻고 답함에 지남이라
見愛信玉           사람들이 옥으로 믿고 좋아하니
輸誠分三           세 마디로 나누어 정성을 바치네
철쭉 지팡이(躑躅杖)
本在山峽           본래 깊은 산골짜기에 있어
無意成材           재목이 될 생각 없었나니
斡貞花重           줄기는 곧고 꽃은 겹겹이라
手植盆栽           손수 분재하여 심었다네
解虎卽去           호랑이 떼어 놓자 즉시 달아나고519)
打碓當來           디딜방아 두드리자 바로 다가왔네520)
上堂談秉           상당하여 잡은 채 설법하고
分衛戶開           탁발할 땐 문을 열어 주네
放行把定           방행하고 파정할 때
逍遙快哉           소요하니 쾌재로구나
반죽 지팡이(斑竹杖)
我有竹杖           나에게 대지팡이 있으니
九節三停           마디는 아홉이요 머문 부분 셋이라
湘痕星星           상수의 눈물 흔적521) 성성하고
笻儀亭亭           대나무 위의는 당당하구나
登途鬼懾           길을 나서니 귀신이 두려워하고
振門人迎           문을 두드리니 사람 마중 나오누나
竪弄三世           종으로는 삼세를 희롱하고
橫說十方           횡으로는 시방에 설하는구나
動靜無碍           동과 정에 걸림 없으니
等同金銘           청동에 쓴 명문522)이나 다름없도다
연담523) 진신찬蓮潭眞身贊 - (범해 각안)
和州泉淸應五百       화순 땅 샘이 맑아 오백 (부처) 응하였고
綿城僧達鐘三賢       면성524)의 승달산에 세 분 스님 종 울렸네
遺忘記成廛紙貴       『유망기』 지으셔서 낙양 지가 올렸으니
一枝松揮聽石千       솔가지 하나 휘두르자 천 층 바위에 들리는 격

012_0534_c_01L載於東震 [429] 之流此東方佛祖源流所 [430]
012_0534_c_02L作也間者一處刊行而以專門爲務
012_0534_c_03L不務公正末流之慨歎大矣此一卷拔
012_0534_c_04L去序註 [431] 但錄源流 [432] 以爲自家之譜
012_0534_c_05L雖觀之無專門之誚矣曰自毘婆至
012_0534_c_06L牟尼爲佛自迦葉至達摩爲西竺祖
012_0534_c_07L惠可至及庵爲中原祖自石室至芙蓉 [433]
012_0534_c_08L爲東國祖佛祖之意一題盡之矣 [434]
012_0534_c_09L [435] 一花兩支揚曰淸虛浮休兩支以下
012_0534_c_10L千支萬派不可盡述焉

012_0534_c_11L

012_0534_c_12L隨身四物銘 [436]

012_0534_c_13L竹篦銘

012_0534_c_14L
進止嚴整償罰分明獅子作吼獸衆 [437]
012_0534_c_15L歛聲動乃守默靜必含情古人談柄
012_0534_c_16L今我口銘

012_0534_c_17L木鐸銘

012_0534_c_18L
有口無語叩頰有鳴象王回顧群毛
012_0534_c_19L隱屏佇門納跡開筵奉迎儒比魯聖
012_0534_c_20L▼(亻+卞) [438] 表梵僧

012_0534_c_21L柱杖銘

012_0534_c_22L
扶身竪柱護法活龍行李朋友坐禪
012_0534_c_23L朝宗打破竈靈伐下碓舂高支國祚
012_0534_c_24L重拈枝松

012_0535_b_01L義湘義天間世出       의상과 의천 대사 여러 세대 만에 출현하사
曰悔曰雪㧾統傳       회 스님이니 설 스님이니 모두 한줄기로 전하네
月印江潭無不在       달이 강물에 비치지 않은 곳 없나니
誰持井見述機緣       그 누가 우물 안 개구리 안목으로 기연을 얘기하랴
초의 진신찬草衣眞身贊 - (범해 각안)
相地卜居           지세를 살펴 터를 잡고
把茅盖頭           띠를 얽어 지붕을 덮었네
衣乃編艸           입는 옷은 풀을 엮어 만들고
飮則枕流           마시는 것은 흐르는 맑은 물525)
種菊似陶           국화 심으니 도연명 닮았고526)
愛蓮侔周           연꽃을 사랑하니 주돈이 닮았구나527)
三衣鴈行           삼의 대사528) 나란히 가고
二株桂抽           두 그루 계수나무 싹이 나왔네529)
了元之跡           요원 스님530)의 자취요
浮山之儔           부산 스님531)의 짝이로다
聲名并隨           소문과 명예가 함께 따르고
眞俗雙修           불법과 세간법 함께 닦았네
蹟藏石塔           자취는 돌탑에 감추고
形照茶甌           모습은 찻잔에 비추누나
林苑寂寞           숲속이 적막한데
餘香凝            남은 향 ▣▣에 어리네
주인옹532) 진신찬(主翁眞身贊) - 범해 각안
覺者彼岸           깨달음은 피안이요(각안)
梵王法海           범왕은 법해로다(범해)
族望鎭海           집안은 진해의 명문가요
生長淸海           자란 곳은 청해(진도)로다
舞歸九曲           구곡에 춤추며 귀의하여
全仗三衣           오로지 세 분 스님께 의지했네
下嘴誤人           입을 놀려 사람을 잘못 이끌고
記事迷機           사적을 기록함에 납자를 미혹시켰네533)
貧無卓錐           가난해서 꽂을 송곳도 없었지만
氣壓須彌           기상은 수미산을 누를 듯했네
常懷氣勝           늘 품은 회포는 기상이 뛰어났으나
或恐道微           혹여 불교가 미약해질까 두려워했네
就蔭無影           풀 그늘에 나아감에 그림자 없고
入火無身           불 속으로 들어가니 몸은 사라져
尋之无跡           찾아도 자취 없나니
一叚靈神           한번 영험한 신령 빌려 볼거나
백족화상534)론白足和尙論 - (범해 각안)
내가 본사(대흥사)의 적련암赤蓮庵 방장에서 주석할 때 송정松汀에서 요옹寥翁 선생535)을 모시고 『논어』를 사사하였다. 하루는 선생이 묻기를 “그대는 백족화상白足和尙을 아는가?”라고 하여,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르나 전하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선생이 말하기를 “그의 이름은 담여曇如인데 발이 진흙에 빠져도 더러워지지 않아 당시 사람들이 백족화상이라 불렀다.”라고 하였다. 그 후 『축목유취祝穆類聚』·『경산고사瓊山故事』·『백미고사白眉故事』·『단연총록丹鈆緫錄』 등을 살펴보니

012_0535_a_01L念珠銘

012_0535_a_02L
手中百八堂內一千高聲念數默坐
012_0535_a_03L禪詮證席呱呱講筵綿綿長掛身上
012_0535_a_04L要防耶 [439]

012_0535_a_05L

012_0535_a_06L四杖銘

012_0535_a_07L石榴杖

012_0535_a_08L
生長野家掛塔山室行扶傾危坐拒
012_0535_a_09L過失於鑠能宣榴枝致一

012_0535_a_10L瑕無藜杖

012_0535_a_11L
貫在淸海寓居古菴徃反扶老問答
012_0535_a_12L指南見愛信玉輸誠分三

012_0535_a_13L躑躅杖

012_0535_a_14L
本在山峽無意成材 [440] 貞花重手植
012_0535_a_15L盆栽解虎卽去打碓當來上堂談秉
012_0535_a_16L分衛戶開放行把定逍遙快哉

012_0535_a_17L斑竹杖

012_0535_a_18L
我有竹杖九節三停湘痕星星笻儀
012_0535_a_19L亭亭登途鬼懾振門人迎竪弄三世
012_0535_a_20L橫說十方動靜無碍等同金銘

012_0535_a_21L

012_0535_a_22L蓮潭眞身贊

012_0535_a_23L
和州泉淸應五百綿城僧達鐘三賢

012_0535_a_24L遺忘記成廛紙貴一枝松揮聽石千

012_0535_c_01L모두 ‘담여’라 기록되어 있었다. 정사년(1857)에 남미륵암南彌勒庵에 주석할 때 모인 학인 부훈富訓이 자신의 시축을 내어놓고 그 끝에 차운을 부탁하였다. 내가 읊은 시 중 두 번째 연에서 “완적阮籍의 청안靑眼이 칠통漆桶을 열었고, 담여의 백족이 홍진紅塵을 밟는구나.”라고 하였다. 하루는 초의 선사를 뵈었더니 스님이 말하기를 “군의 시 중 담여의 백족이 홍진을 밟는다는 것은 어디서 나온 말인가?”라고 하였다. 나는 어디서 보았는지 여쭈었다. 선사는 말하였다. “부훈이 얻은 시축을 가지고 와서 부탁하여 차례차례 넘겨 보다가 보았네.” 나는 요옹 선생에게 들었고 또 여러 군데 책에서 확인했노라고 하였다. 선사는 “『불조통재佛祖通載』에는 담시가 백족화상이라 하였네. ‘여如’ 자는 ‘시始’ 자의 잘못인 것이 분명하네.”라고 하였다. 후에 『불조통재』를 살펴보니 바로 ‘송 문제文帝 때 담시가 불법을 구원하자 위 무제武帝가 참회하였다.’라고 하였고, 『위서魏書』 「불로지佛老志」에 사문 혜시惠始는 청하淸河 장張씨의 아들로 흙탕물을 밟고 지나가도 발에 진흙이 묻지 않았고 오히려 더 선명하게 희어 세상에서 백족 아련야阿練若536)로 불렀다고 하였으며, 지증국사비智證國師碑에 서진西晉의 담시曇始는 맥貊 땅에 처음으로 갔다고 하였다. 이 세 군데서 보면 ‘시’ 자가 옳다. 그런즉 승사僧史의 ‘시’ 자가 유서에서는 ‘여’ 자가 된 것이 옳다.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어려우니 어찌하겠는가. 어느 한쪽으로 고칠 수 없으니, 통달한 이들이여, 자세히 살펴볼지어다.
답백양산사중청장서答白羊山寺中請狀書 - (범해 각안)
땅에는 구분이 있고 사람은 걸림이 없다. 그러므로 설두雪竇537) 선사는 불갑사佛岬寺에 간 것이고, 함명函溟538) 선사는 선암사仙巖寺에 간 것이다. 그러나 선암사는 함명에게 가지 않았고, 불갑사는 설두에게 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보리수 아래서 일어나지 않은 채 칠처七處를 법계에 펼치고, 후제後際를 어기지 않은 채 처음 성도할 때 구회九會를 펴신 것’539)이다. 구분이 있는 땅에 머물고 걸림 없는 사람을 부르나니, 이보다 큰 선이 없으며, 즐거움은 말할 나위가 없다.
삼추三秋에 서신을 받고 하루 종일 구름을 바라보니, 공정公庭은 대길大吉한데 자잘한 병으로 조금 괴롭고,

012_0535_b_01L義湘義天間世出曰悔曰雪㧾統傳

012_0535_b_02L月印江潭無不在誰持井見述機緣

012_0535_b_03L

012_0535_b_04L草衣眞身贊

012_0535_b_05L
相地卜居把茅盖頭衣乃編艸飮則
012_0535_b_06L枕流 [441] 種菊似陶愛蓮侔周三衣鴈行
012_0535_b_07L二株桂抽了元之跡浮山之儔聲名
012_0535_b_08L并隨眞俗雙修蹟藏石塔形照茶甌
012_0535_b_09L林苑寂寞餘香凝 [442]

012_0535_b_10L

012_0535_b_11L主翁眞身贊 [443]

012_0535_b_12L
覺者彼岸梵王法海族望鎭海生長
012_0535_b_13L淸海舞歸九曲全仗三衣下嘴誤人
012_0535_b_14L記事迷機貧無卓錐氣壓須彌常懷
012_0535_b_15L氣勝或恐道微就蔭無影入火無身
012_0535_b_16L尋之无跡一叚靈神

012_0535_b_17L

012_0535_b_18L白足和尙論

012_0535_b_19L
予住本寺赤蓮方丈奉邀寥翁先生於
012_0535_b_20L松汀師受論語一日先生曰汝知白
012_0535_b_21L足和尙否予曰不知其誰而多聞其傳
012_0535_b_22L言也先生曰其名曇如足履淤泥不
012_0535_b_23L時人稱曰白足和尙其後閱覽祝
012_0535_b_24L穆類聚瓊山故事白眉故事丹鈆緫錄等

012_0536_a_01L산문山門은 조용하여 수명과 복이 있도다. 마음은 수면 아래와 같고 정은 불의 상단과 같도다. 머리는 둥근 하늘을 이고 발은 모난 땅을 밟고 있나니, 나는 사람들과 같고 사람들은 나와 같도다. 부름에 응해 달려가는 것은 남곽南郭의 피리540)요, 녹봉을 사양하고 물러나는 것은 북산北山의 이문移文541)이로다. 앞으로 가도 밟히고 뒤로 가도 밟히는542) 진퇴유곡의 상황이니, 바라건대 꼬리를 끄는 거북이543)를 허락하시어 도중의 목숨을 평안하게 하시기를. 손 모아 백수를 축원하며 발을 돋우어 천 년 살기를 빕니다. 정신은 혼미하고 말은 순조롭지 못하며, 손은 부드럽지 못하고 글자는 어긋나 답장의 예를 다하지 못합니다. 허물치 마시고 좋게 보아 주십시오.
무안현감 서준보544) 공에게 올림(上務安宰徐公【俊輔】) - 아암 혜장
삼가 따뜻한 봄날에 합하閤下의 정사가 자애롭고 청렴하며 기체氣體가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소승은 가죽나무 상수리나무 같은 쓸모없는 잡목545)이요, 쭉정이와 겨 같은 빈껍데기로서, 어렸을 때 나아갈 방향을 잃고 자라서야 비로소 출가하여 내전(불경)에 힘써 대승의 법문에 귀의하였더니, 손가락 튀기는 사이에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어언 30년이 되었습니다. 여러 산을 구름처럼 떠돌고 여러 고을을 부평초처럼 떠돌면서 진부한 담설을 내뱉고 마르고 썩은 것을 스승 삼아 벗 삼아 지내다 보니, 마침내 속 빈 나무 같은 빈 배(空腹)와 말린 포 같은 야윈 뼈만 얻을 뿐이었습니다. 매양 회상할 때마다 홀연 꿈속만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연담 유일蓮潭有一 화상을 따라 화엄의 비밀스러운 종지를 얻어 들었고 중년에는 정암晶庵 노스님의 장실에서 염향拈香하고 법을 이었습니다.546) 이 두 노스님은 그 지혜와 고행이 모두 치림緇林(총림)의 으뜸이 되고 법문의 종고鐘鼓이시나, 그분들이 세상에 계실 때는 오히려 그 심오한 이치(蘊奧)를 두드려 드러내고, 자물쇠를 열어젖히지 못하였습니다. 대중을 따라 학업을 물었으나 몇 행 몇 글자를 넘어서지 못했고, 규례에 따라 과정을 채웠으나 모두 상자만 사고 진주는 돌려주는 격547)이었습니다. 바람 앞의 등불은 일정치 못하고 구름수레는 벌써 아득해졌습니다.
이제 비록 단선壇墠548)을 다시 세워 한 번 더 그분들의 경해謦咳549)를 듣고자 한들 어찌 탄식한다고 미칠 수 있겠습니까? 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설워하니 눈물이 뺨에 가득 흐르는 것을 금치 못합니다. 독학하여 벗이 없으니 고루하고 듣는 바가 적고, 사방의 산문을 빙 둘러보아도 증명하고 바로잡아 줄 분이 없습니다. 또 도가 쇠미해진 말법시대라 선배들이 돌아가자 무식한 승려들이 그릇되이 나를 스승으로 추대하였습니다. 이미 공명公明 신실信實하여 학문에 발분해야 할 때에

012_0535_c_01L皆以曇如記之丁巳住南彌勒
012_0535_c_02L集學人富訓出其詩軸請次附末
012_0535_c_03L唫之第二聯曰阮籍靑瞳開㓒桶
012_0535_c_04L如白足踏紅塵一日謁艸衣禪師師曰
012_0535_c_05L君詩曇如白足踏紅塵此乃何言予曰
012_0535_c_06L見於何處師曰富訓持所得詩軸來請
012_0535_c_07L次次而送其時見之予曰聞於寥翁
012_0535_c_08L先生且自見數處也師曰佛祖通載
012_0535_c_09L曇始白足和尙如始字誤必矣
012_0535_c_10L後考通載則宋文帝時曇始救法
012_0535_c_11L武悔謝魏書佛老志沙門惠始淸河
012_0535_c_12L張氏子跣行足不沾泥愈加鮮白
012_0535_c_13L號白足阿練若智證國師碑西晋曇始
012_0535_c_14L始之貊此三處始字爲是然則僧史始
012_0535_c_15L爲儒書如字爲是兩難奈何不可
012_0535_c_16L偏改達者詳之

012_0535_c_17L

012_0535_c_18L答白羊山寺中請狀書

012_0535_c_19L
地有分矣人無碍也故竇徃佛岬
012_0535_c_20L溟徃仙岩而仙岩不徃㴠溟佛岬不徃
012_0535_c_21L竇也此乃不起樹王羅七處於法界
012_0535_c_22L無違後際彰九會於初成也住有分之
012_0535_c_23L召無碍之人善莫大矣樂無謂也
012_0535_c_24L奉書三秋望雲六時公庭大吉少病

012_0536_b_01L외람되이 충종充宗의 뿔을 꺾는 자리550)를 차지하였고, 마침내 노학자를 따라 탐구하고자 한 공부의 과정(功程)이 오히려 시골 선생의 생활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화엄경』을 얽어 강의한 지 벌써 일곱 차례가 지났으니, 그 나머지 무잡한 강의야 어찌 손꼽아 셀 수 있겠습니까. 세월이 빨리 흘러 어느덧 저물려 하니, 깎고 남은 머리터럭이 이미 듬성듬성 희어졌습니다. 빙 둘러앉아 경 읽는 소리는 점점 시끄럽게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 같고, 불자를 세우고 하는 담설은 초파리가 코를 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리하여 수년 이래로 모든 학승들을 돌려보내고 여러 경전을 묶어 시렁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베로 만든 북(布鼓)551)을 울리고 토룡土龍552)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비는 일을 금하도록 하였습니다. 바야흐로 갈건葛巾 쓰고 송죽松粥 먹으며 석굴에서 칩거하여 두타행頭陀行을 닦고 영원히 번뇌의 장애를 제거하고자 합니다.
다만 생각하건대 눈썹이 아직 푸르고 마음의 재는 아직 식지 않아 오히려 두 가지 소원이 가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는 짚신에 죽장 짚고 표연히 동쪽으로 길을 나서 태백산 오대산 등 여러 명산을 두루 유람한 다음 금강산(怾怛山)으로 돌아들어 간 후, 서쪽으로 묘향산을 찾아 우리 서산西山 선생께서 남기신 자취를 밟고, 다시 남쪽으로 속리산으로 들어가 저 화양華陽 큰 어른553)이 사시던 옛터를 보고자 하니, 이는 금생에 마치지 못한 마음의 빚입니다. 다른 하나는 천신薦紳554) 선생과 관각館閣555)의 대가를 운 좋게 만나고, 마침내는 산림에 은둔하는 선비556)를 찾아뵙고 그 향기를 맡고 그 가르침(咳唾)에 젖고자 합니다. 그리하면 어찌 화려하게 꾸민 시문으로 거칠고 무성한 풀밭에 물을 주는 것에 그치겠습니까. 예를 들어 단상彖象(주역)과 풍아風雅(시경)의 미묘한 뜻과 태극과 원회元會557)의 미묘한 논리 등에 대해 모두 맹인의 눈을 뜨게 하고 귀머거리의 귀를 밝게 할 수 있을 터이니, 이것이야말로 숙세에 다하지 못한 인연일 것입니다. 어찌하여 도성 성문 출입을 금하는 조문이 오히려 궁벽한 바닷가에도 엄격한지요. 명성과 자취가 서로 거리가 멀어 형주荊州를 만나고자 하는 소원558)이 비록 간절하나 등왕각滕王閣으로 부는 바람559)을 만나지 못해 외롭게 어지러운 산자락 속에 앉아 탄식하며 허공에 글을 쓰지560) 않을 수 없습니다.
합하에 이르러서는 곧 돌아가신 대감의 수적手蹟561)이 오랫동안 장춘동長春洞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매번 감당나무 사당(棠社)562)에 남은 음덕을 바라볼 때마다

012_0536_a_01L小惱山門肅靜有壽有福心如水下
012_0536_a_02L情若火上頭戴天圓足踏地方我如
012_0536_a_03L人也人如我矣應召而赴南郭之吹
012_0536_a_04L謝祿而歸北山之移䟦前疐後進退
012_0536_a_05L唯谷幸許曳尾之龜遂安途中之命
012_0536_a_06L合手而祝百蹺足而望千神昏辭蹇
012_0536_a_07L手澁字譌不備狀禮休咎靑照伏唯
012_0536_a_08L春煦閤下爲政慈淸氣軆康謐 [444] 小僧 [445]
012_0536_a_09L櫟散材粃糠虛殻幼迷方向長遂剃
012_0536_a_10L從事內典歸依大乘彈指流光
012_0536_a_11L今三十年幾及 [446] 雲游諸山萍漂十
012_0536_a_12L談陳說腐師枯朋杇究竟只得空
012_0536_a_13L腹如枵瘦骨如腊每一回念忽如夢
012_0536_a_14L少從蓮潭一和尙得聞華嚴秘旨
012_0536_a_15L中歲拈香於晶庵 [447] 老師之室此二老者
012_0536_a_16L其慧智苦行皆足以冠冕緇林鐘鼓法
012_0536_a_17L惜其在世之時猶未及叩發蘊奧
012_0536_a_18L抽奪鈐鍵隨衆問業不過尋行數墨
012_0536_a_19L依䂓塞課都是買櫝還珠風燭不定
012_0536_a_20L雲車已邈今雖重 [448] 設壇墠一聽謦咳 [449]
012_0536_a_21L何嗟及矣撫躬自悼不禁涕淚之交頤
012_0536_a_22L獨學無朋孤陋寡聞環顧四山
012_0536_a_23L無與證訂又緣末法衰微先輩凋零
012_0536_a_24L無識髠徒謬推爲師已自明允發憤

012_0536_c_01L문득 동향桐鄕563)에 남긴 사랑과 같음을 느낍니다. 홀연 듣자오니 검은 일산(皂盖)564)이 남쪽을 돌아보신다 들었으니, 곧바로 먹물 옷 입은 저도 배알하고자 합니다. 다만 계극棨戟565)이 줄 서 있는 관가의 문에 물병과 발우를 지닌 행색으로는 들어가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이제 들으니 본사(대흥사)의 여러 승려들이 심부름꾼을 보내 예를 드린다고 합니다. 이에 서신(咫尺之書)을 받들어 올려 애오라지 마음에 쌓인 정을 펼치고자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큰 자비를 베푸시고 저의 우매함을 요행히도 용서해 주시면, 매당梅堂을 바라보며 흐르는 시름을 가누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직접 찾아뵙고 영색鈴索566)의 예를 행하지는 못하니 앉은자리에서 좋은 시를 구걸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이 표충사表忠祠 기적紀蹟의 시는 돌아가신 대감께서 새긴 비문을 잇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혹시 좋은 시를 내려 주셔서 공문空門을 장엄해 주시면, 어찌 얻기 어려운 지극히 귀한 보배에 그치겠습니까. 용의 턱밑 여의주를 손으로 집어 오는 소원을 기쁘게 이루는 것입니다. 또한 좋은 노래가 반드시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귀한 분들의 작품도 많이 이어질 것입니다. 백배 정례하고 한 줄기 심향을 사르오니 이 작은 정성 살피시어 은혜를 아끼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금강경』 32분게찬【철경567)】(金剛經三十二分偈讃【釋掣鯨】) - 철경 응언
제1 법회인유분第一法會因由分
曙氣秋光本自神       가을 풍광의 새벽 기운 본래가 신묘한데
圭山多事立新熏       규산568)이 분망하게 신훈569)을 세웠다네570)
入城持鉢消疑網       발우 들고 성에 드니 의망이 사라지고
敷座收衣絶世粉       자리 펴고 옷을 여미니 세상 먼지 끊어지네
一把吹毛爭日月       한 번 잡은 취모검이 일월과 빛을 다투고
雙空獨角會風雲       아공 법공 우뚝 드러나 풍운 만난 격이네
此時薦得猶云晩       이때 알아차려도 외려 늦었다 하리
何待阿難唱我聞       어찌 아난이 ‘여시아문’ 하며 창도하길 기다리리
제2 선현기청분第二善現起請分
僧祗彈指號空生       아승기겁이 순식간에 흘러 공생571)이라 하는 이가
般若筵中五體傾       반야 자리 중에 오체를 투지하네
希有一言眞著意       희유하다! 한마디가 참으로 뜻을 드러내니
降修三問本非情       내려서 닦은 세 질문은 본래 속뜻 아니었네
雖然菩薩心如㓒       그러나 보살의 마음 검은 옻 같나니
曷已凡夫眼忽明       어찌 범부의 눈이 갑자기 밝아지리
賴得如來重漏洩       다행히도 여래께서 거듭 누설하셨으니
從前渴仰瞥然平       종전에 애타게 바라던 것 별안간 이루어지리
제3 대승정종분第三大乘正宗分

012_0536_b_01L之年猥據充宗折角之席遂循老學
012_0536_b_02L究功程轉作村夫子生活搆授華嚴
012_0536_b_03L已經七次其餘胡嚷何以僂指年華
012_0536_b_04L [450] 冉冉將暮而剃殘之髮亦已種
012_0536_b_05L種白矣繞坐經聲漸如吐 [451] 吹之聒耳
012_0536_b_06L竪拂談說不異蠓醯之蜇鼻數年以來
012_0536_b_07L謝遣諸僧束閣群經毋令叩音於布鼓
012_0536_b_08L祈雨於土龍方欲以葛帽松粥蟄伏石
012_0536_b_09L精修頭陀之行 [452] 除塵勞之障
012_0536_b_10L念眉稜尙靑心灰未冷猶有二願
012_0536_b_11L結胷中一者艸履竹杖飄然東出
012_0536_b_12L遊太白五臺諸名山轉入怾怛西窺妙
012_0536_b_13L以跡我西山先生之遺躅南投俗離
012_0536_b_14L以觀夫華陽大老之舊基此今生未了
012_0536_b_15L之債也一者幸而邂逅於薦紳先生舘 [453]
012_0536_b_16L閣大匠遂亦剌 [454] 謁於山林肥遯之士 [455]
012_0536_b_17L其芬馥沾其咳唾則奚但藻華篇翰
012_0536_b_18L澆沃蓁莽若彖象風雅之微旨太極元
012_0536_b_19L會之妙論皆可以豁盲昭聾此宿世未
012_0536_b_20L了之緣也其奈都門之內禁條猶巖 [456]
012_0536_b_21L窮海之濱聲跡相遼荊州之願雖切
012_0536_b_22L滕閣之風莫遇孤坐亂山之中未嘗不
012_0536_b_23L咄咄書空也至若閤下則有先大 [457] 監之
012_0536_b_24L手蹟久爲長春洞之眉宇每瞻棠社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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獅子筵高白拂斜       높은 사자좌에서 흰 불자 기울이니
客塵淘汰浩無涯       객진번뇌 사라지고 호한하여 끝이 없네
但知生死都無相       다만 생사가 모두 무상함을 알아
莫憶人天并出家       인간계며 천계며 출가를 생각 말라
全智渾如雙翼鳥       온전한 지혜는 두 날개로 나는 새와 똑같고
偏悲未免隻輪車       치우친 자비는 바퀴 하나인 수레 신세 면치 못하리
湼槃一路今平坦       열반으로 가는 길 지금 평탄하나니
須向那邊別眼花       반드시 별안화572) 핀 그곳으로 향해 가리
제4 묘행무주분第四妙行無住分
孤獨園中廿一年       급고독원에서 이십일 년 동안
金肱潮響只悲憐       금을 베고 물소리 들어도 다만 슬픔과 연민이라
眞空自是行檀義       진공은 본디 보시를 행한다는 뜻이고
塵境原非出世緣       진경은 원래 세상을 벗어난 인연 아니라네
燕石隨珠渾不用       연석573)이 보석에 속하나 전혀 쓸모없고
鄭男衛女并知還       정남과 위녀는 모두 돌아갈 것을 아네
六波羅密齊修得       육바라밀을 고르게 닦을 수 있다면
始見淸秋月滿天       비로소 맑은 가을 달빛이 하늘 가득하리
제5 여리실견분第五如理實見分
空因色果一疑新       공은 인이요 색은 과라는 의심 하나 새롭나니
知己千秋有世親       천추에 날 아는 이로 세친574)이 있도다
遲醉客非先醉客       늦게 취한 나그네가 먼저 취한 이 그르다 하니
今年春是去年春       금년의 봄이 곧 작년의 봄이로다
日行山上休尋嶺       매일 가는 산 위에서 고개를 찾지 말고
身在舟中莫問津       몸이 배 안에 있거든 나루를 묻지 말라
若離多生虛妄念       다생의 허망한 생각 갈라낸다면
是時方見自家眞       이때 바로 우리 집안의 진리575) 볼 수 있으리
제6 정신희유분第六正信希有分
因深果遠隔天官       인이 깊고 과가 멀어 천관과 멀어지니
忽問誰能許若干       누가 조금이라도 신심 낼 수 있을지 문득 묻네
牢固人何無信受       뇌고576) 시대 사람들이 어찌 신심 수지 못할까
金剛喩自有心餐       『금강경』에 제각기 마음의 양식 있다고 비유했네
莫將隻眼觀天小       외눈으로 하늘 보며 작다고 하지 마오
但願全身立地寛       온몸으로 넓은 땅에 우뚝 한번 서시구려
障魔津筏原同類       마장魔障과 나루터 뗏목이 원래 같은 무리이니
高步毘盧仔細看       비로봉577)에 높이 올라 자세히 살펴보라
제7 무득무설분第七無得無說分
得耶三藐說耶經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었는가 경을 설하였는가
忽見當機對不停       근기에 따라 보시고서 응대를 달리하네
竪講橫論愁墨突       횡설수설 강론함에 묵돌578)을 근심하고
驢名馬字笑乾城       말이니 나귀 이름 건달바성을 비웃네
何時孤坐何時起       어느 때 홀로 앉고 어느 때 일어나나
幾處群歸幾處登       어느 곳에 무리 지어 귀의하고 어느 곳에 오르는가
請看無爲眞法界       무위의 진법계 자세히 간하라
聖賢間出蚓開程       성현이 사이사이 출현하여 작은 길 여시도다

012_0536_c_01L餘陰使 [458] 若桐鄕之遺愛忽聞皂盖之南
012_0536_c_02L卽圖緇衣之上謁第念啓 [459] 戟之門
012_0536_c_03L難投瓶鉢之跡今聞本寺諸僧委价致
012_0536_c_04L玆奉咫尺之書聊攎 [460] 方寸之緼 [461]
012_0536_c_05L望洪慈幸恕愚昧瞻望梅堂不勝流
012_0536_c_06L旣不能徃扣鈴索禮不當坐乞瓊篇
012_0536_c_07L第茲表忠祠記蹟之詩宜續先大監鐫
012_0536_c_08L碑之文倘賜華▼(亻+卞) [462] 用賁空門奚但至
012_0536_c_09L寶難得欣遂犢 [463] 龍頷之願抑亦善歌必
012_0536_c_10L仍多續貂尾之作百拜頂禮一炷
012_0536_c_11L心香幸鑑微誠無惜大惠

012_0536_c_12L

012_0536_c_13L金剛經三十二分偈讃釋掣鯨

012_0536_c_14L第一法會因由分

012_0536_c_15L
曙氣秋光本自神圭山多事立新熏

012_0536_c_16L入城持鉢消疑網敷座收衣絕世粉

012_0536_c_17L一把吹毛爭日月雙空獨角會風雲

012_0536_c_18L此時薦得猶云晩何待阿難唱我聞

012_0536_c_19L第二善現起請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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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祗彈指號空生般若筵中五體傾

012_0536_c_21L希有一言眞著意降修三問本非情

012_0536_c_22L雖然菩薩心如㓒曷已凡夫眼忽明

012_0536_c_23L賴得如來重漏洩從前渴仰瞥然平

012_0536_c_24L第三大乘正宗分

012_0537_b_01L
제8 의법출생분第八依法出生分
欲作威音以上人       위음왕불579) 이전의 사람이 되려는 것과
念經行施較誰眞       경 읽고 보시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진실한가
千江有水千江月       천 강에 물 있으니 천 강마다 달이 뜨고
萬樹開花萬樹春       일만 나무에 꽃이 피니 일만 나무에 봄이로다
若爲群生傳四句       중생들에게 사구게를 전할 수 있다면
勝將諸寶結三輪       온갖 보배로 삼륜을 꾸민들 이보다 나으랴
幾多賢智從玆出       얼마나 많은 현명한 지혜인 이로부터 나왔는지
橄㰖如今已燕津       오늘사 감람나무 벌써 제비 나루에 가득하네580)
제9 일상무상분第九一相無相分
灰薪灰杖若嬰兒       나무 땔 때 지팡이도 태우니 갓난아이 같은데
入定巖阿歲月遲       선정에 든 바위 언덕에 세월은 더디 간다
爲己終敎忘二見       나를 위한 교학으로 이견二見581)을 잊나니
利他爭奈昧三知       남을 이롭게 함에 어찌하여 삼지三知에 어둡겠소
佛前王後堪行道       위음왕불 전후에도 도를 행할 수 있으니
天上人間更不疑       천상의 인간됨을 다시 의심치 않으리라
寂靜從來非第一       적정은 본래 제일이 아니거니
回心十信始無詞       십신으로 마음 돌리면 비로소 말 없으리
제10 장엄정토분第十莊嚴淨土分
平生疑著大菩提       평생토록 부처님의 깨달음 의심했더니
忽發前人未發知       홀연히 앞사람들 모르던 걸 깨우쳤네
花遇陽春分好惡       봄이 양춘을 만나니 좋고 싫음 분간하고
兒逢慈母用欣悲       어린아이 엄마 만나니 기뻐 흐느끼는구나
魚唇象鼻誰難見       물고기 입 코끼리 코를 누가 보기 어려우랴
兎角龜毛正叵思       토끼 뿔 거북이 털이 정말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
然後莊嚴淸淨土       그런 후에 청정국토를 장엄하나니
明燈一點作吾師       밝은 등불 하나를 내 스승으로 삼으리
제11 무위복생분第十一無爲福生分
恒沙池上大慈容       항하사 수 연못 위에 부처님의 자용이여
只演森羅本自空       삼라만상에 펼쳤으나 본디 절로 공하도다
坐井觀天非實諦       우물 안에서 하늘을 봄은 실재 진리 아니요
登山小魯是豪雄       태산에 올라 노나라를 작게 여김이 호걸이로다
莫言施寶隨沙別       항하사 수 보배 보시 특별하다 하지 마오
但願持經與佛同       경전 수지하며 부처님 닮기만 바랄 뿐이오
善男善女知斯意       선남자 선여인이 이 뜻 안다면
倘許多生道已通       다생을 산다 해도582) 도는 이미 통했다오
제12 존중정교분第十二尊重正敎分
騰今輝古一凾經       고금에 빛나는 한 상자의 불경
昧者愁枯得者榮       모르는 이는 근심에 야위고 아는 이는 영화롭다
善法堂中唯大信       선법당583)에서 합장하고 크게 믿으며
惡叉叢裡亦多誠       악차584) 숲속에도 공경하는 이 많아라
參天玉燭驚三匝       하늘 찌를 듯한 옥 촛대는 세 번 요잡함에 흔들리고
滿地金花喜十成       땅에 가득한 금빛 꽃은 십성을 기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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獅子筵高白拂斜客塵淘汰浩無涯

012_0537_a_02L但知生死都無相莫憶人天并出家

012_0537_a_03L全智渾如雙翼鳥偏悲未免隻輪車

012_0537_a_04L湼槃一路今平坦須向那邊別眼花

012_0537_a_05L第四妙行無住分

012_0537_a_06L
孤獨園中廿一年金肱潮響只悲憐

012_0537_a_07L眞空自是行檀義塵境原非出世緣

012_0537_a_08L燕石隨珠渾不用鄭男衛女并知還

012_0537_a_09L六波羅密齊修得始見淸秋月滿天

012_0537_a_10L第五如理實見分

012_0537_a_11L
空因色果一疑新知己千秋有世親

012_0537_a_12L遲醉客非先醉客今年春是去年春

012_0537_a_13L日行山上休尋嶺身在舟中莫問津

012_0537_a_14L若離多生虛妄念是時方見自家眞

012_0537_a_15L第六正信希有分

012_0537_a_16L
因深果遠隔天官忽問誰能許若干

012_0537_a_17L牢固人何無信受金剛喩自有心餐

012_0537_a_18L莫將隻眼觀天小但願全身立地寛

012_0537_a_19L障魔津筏原同類高步毘盧仔細看

012_0537_a_20L第七無得無說分

012_0537_a_21L
得耶三藐說耶經忽見當機對不停

012_0537_a_22L竪講橫論愁墨突驢名馬字笑乾城

012_0537_a_23L何時孤坐何時起幾處群歸幾處登

012_0537_a_24L請看無爲眞法界聖賢間出蚓開程

012_0537_c_01L靈廟從來在何處       영묘는 과거부터 어느 곳에 있었는가
指端孤月太分明       손가락 끝 달 하나에 너무 분명하도다
제13 여법수지분第十三如法受持分
金沙小刼積愁肝       금사소겁585) 지나도록 쌓여 온 번뇌를
直至今朝點檢看       오늘 아침에서야 점검하여 살펴보네
久惜三輪投地苦       삼륜이 고통의 땅에 구름을 오랫동안 슬퍼하다
新憐一釰倚天寒       하늘에 기댄 차가운 금강보검 새삼 반가워라
刹塵都是分麁淨       수없이 많은 세계 모두 다 거칠거나 청정하나
色相原非畵㓒丹       색과 상은 원래 검고 붉게 칠한 것 아니라오
舍命持經須算熟       목숨 버리고 경전 수지하며 모름지기 익기를 기다리면
得來無處不安閒       그 어느 곳도 편안하지 않은 곳 없으리
제14 이상적멸분第十四離相寂滅分
金剛寶杵本來多       보배로운 금강저가 본래 많았지만
悲淚稱揚便見訛       슬피 울며 찬탄함은 옛적 오류 알았기 때문
石雨無從驚世主       방향 없이 돌에 튀는 빗방울 세주586)를 놀래키고
瓶花不動慴天魔       움직임 없는 병 속의 꽃 천마587)를 두렵게 하네
喚北成南皆是我       북쪽을 불러 남쪽을 이루니 모두가 나이고
變齊爲魯亦非他       제나라 변하여 노나라 되니 이 또한 남이 아니네
投明入暗如能悟       밝음을 어두운 곳에 비춤은 능히 깨달음과 같나니
香海依前不起波       향수해엔 변함없이 파도 일지 않는구나
제15 지경공덕분第十五持經功德分
三時身命與誰同       삼시에 신명 바침은 누구 닮기 위함인가
濁世超然扶滯蒙       오탁악세 초연하여 막히고 덮인 것 도와주네588)
初地花冠歸月下       초지에 화관 쓰고 달 아래 돌아오고
殘年玉帶墮雲中       늘그막엔 옥대 차고 구름 속 떨어지네
書空只恨人無德       허공에 글을 쓰나 다만 사람들 덕 없음을 한탄하고
避雨方知佛有功       비 피함에 바야흐로 부처님 공덕 있음 알게 됐네589)
入定聲聞甘小法       선정에 든 성문들은 소승법을 달게 여겨
若逢菩薩笑貧窮       보살을 만나면 빈궁하다 비웃네
제16 능정업장분第十六能淨業障分
自笑乾坤夢一場       우스워라, 건곤이 꿈속의 한바탕인데
風燈石火轉爭光       바람 앞의 등불과 석화가 오히려 빛을 다투네
都將墨業銷輕賤       묵업을 모두 가지고 경시와 천대를 녹이며
全把玄緣逮遠長       현연을 온전히 쥐고 멀고 길게 미치도다
承佛何須常斷見       부처님 받듦에 어찌 상견 단견 내리오
言功未許比非量       공덕 말로 다 못 하고 비유로 헤아리지 못하네
水漣風寂船頭望       물살 잔잔 바람 잘 때 뱃머리에서 바라보니
唯見白雲天末揚       흰 구름 하늘 끝서 뭉게뭉게 피어오를 뿐
제17 구경무아분第十七究竟无我分
莫問蓮城布髮來       연성에 머리 늘어뜨리고 온 이유 묻지 말라590)
愁眉嗔目與人齊       근심 어린 눈썹 성낸 눈이 사람들과 같은지라
已知諸佛從前昧       모든 부처 과거엔 우매했음 이미 아니
不恨群生悟後迷       중생이 깨친 후에 미혹됨을 한탄치 않네

012_0537_b_01L第八依法出生分

012_0537_b_02L
欲作威音以上人念經行施較誰眞

012_0537_b_03L千江有水千江月萬樹開花萬樹春

012_0537_b_04L若爲群生傳四句勝將諸寶結三輪

012_0537_b_05L幾多賢智從玆出橄㰖如今已燕津

012_0537_b_06L第九一相無相分

012_0537_b_07L
灰薪灰杖若嬰兒入定巖阿歲月遲

012_0537_b_08L爲己終敎忘二見利他爭奈昧三知

012_0537_b_09L佛前王後堪行道天上人間更不疑

012_0537_b_10L寂靜從來非第一回心十信始無詞

012_0537_b_11L第十莊嚴淨土分

012_0537_b_12L
平生疑著大菩提忽發前人未發知

012_0537_b_13L花遇陽春分好惡兒逢慈母用欣悲

012_0537_b_14L魚唇象鼻誰難見兎角龜毛正叵思

012_0537_b_15L然後莊嚴淸淨土明燈一點作吾師

012_0537_b_16L第十一無爲福生分

012_0537_b_17L
恒沙池上大慈容只演森羅本自空

012_0537_b_18L坐井觀天非實諦登山小魯是豪雄

012_0537_b_19L莫言施寶隨沙別但願持經與佛同

012_0537_b_20L善男善女知斯意倘許多生道已通

012_0537_b_21L第十二尊重正敎分

012_0537_b_22L
騰今輝古一凾經昧者愁枯得者榮

012_0537_b_23L善法堂中唯大信惡叉叢裡亦多誠

012_0537_b_24L參天玉燭驚三匝滿地金花喜十成

012_0538_a_01L浩蕩春風無枝此       호탕한 봄바람에 이곳에 가지 없나니
叅差花蕊自高低       들쭉날쭉 꽃술이 절로 오르락내리락
家風見得原如是       우리 가풍이 원래 이와 같음 알아차리면
未信丹書上佛臍       부처님 배꼽 위의 단서를 믿지 않으리
제18 일체동관분第十八一體同觀分
靑蓮紺目本伊何       청련화 같은 푸른 눈동자 본래 누구이던가
照耀河沙國土多       수많은 항하사 국토를 밝게 비추도다
地洒炎霜知有誤       땅에 오뉴월 서리 내리듯 지해에는 그릇됨 있고
天空點靄意無阿       하늘에 점점이 떠 있듯 뜻에는 걸림이 없네
五眼觀盡眉毛下       오안591)으로 눈썹 아래에서 모두 다 관하나니
三念覩從瞥眼過       삼념592)이 모두 눈썹 깜빡이는 사이 지나가네
秋水蘆花今夜月       가을 강 갈대꽃에 오늘 밤 달 뜨는데
盲龜跛鼈免蹉跎       눈먼 거북 절름발이 자라 절뚝거림 면하리라
제19 법계동화분 第十九法界同化分
世間蠻觸只相持       세간에선 달팽이 뿔593) 서로 버티느라
不識燈光露柱奇       등롱 불빛594)과 노주595)의 기이함 알지 못하네
羊質虎皮非所願       속과 겉 다른 것은 바라는 바 아니요
龍頭蛇尾失便宜       용두사미는 적당함을 잃은 거라
硨磲本自同沙礫       자거는 본래는 모래자갈과 같은데
溝澮終難覔朗琦       밭도랑에선 끝내 옥을 찾기 어렵다네
天上榮華竟消落       천상의 영화도 끝내 사라져 없어질 터
層霄日月豈長麗       높은 하늘 해와 달이 어찌 길이 빛나리오
제20 이색이상분第二十離色離相分
誰言茛菪眼生針       낭탕초 먹어 눈에서 침이 나온다 누가 말했나596)
滿目森羅是我心       눈에 가득한 삼라만상이 모두 내 마음이라
妙燄尙疑空樓色       묘염천왕597)도 오히려 허공 누각의 색을 의심했으니
辟支安得海潮音       벽지불이 어찌 해조음을 얻으리오
回頭鷙鷂蜚何遠       빙 도는 독수리 어찌 그리 멀리 나나
掛角羚羊睡未深       뿔을 건 영양은 잠을 깊이 못 자네
若會常身卽五蘊       상신이 곧 오온임을 깨닫는다면
爾時無復滯幽沈       그때는 두 번 다시 막히고 파묻히지 않으리
제21 비설소설분第二十一非說所說分
向來三藏此無窮       그동안 삼장 법문 무궁무진한지라
渾滿塵沙世界中       진사겁 세계 안에 온통 가득하도다
信有人間死圖力       믿음 있는 인간들이 죽을힘 썼지만
猶聞地下放生功       오히려 저승의 방생하는 공으로 들었네
翔鸞駿馬誰家物       난새와 준마는 누구 집안의 것인가
甘露慈雲到底空       감로와 자비 구름 하늘에 이르도다
打瓦鑚龜難到處       기와점 거북점598)으로 이르기 어려운 곳
參天鳥道始相通       하늘 닿은 새 나는 길이 비로소 상통하네
제22 무법가득분第二十二無法可得分
須沙彌自氣炰休       모름지기 사미라면 스스로 기운 씩씩하게599)
再叩三詢覺代羞       두 번 세 번 찾아 묻고 깨달아서 부끄러움 대신하라

012_0537_c_01L靈廟從來在何處指端孤月太分明

012_0537_c_02L第十三如法受持分

012_0537_c_03L
金沙小刼積愁肝直至今朝點檢看

012_0537_c_04L久惜三輪投地苦新憐一釰倚天寒

012_0537_c_05L刹塵都是分麁淨色相原非畵㓒丹

012_0537_c_06L舍命持經須算熟得來無處不安閒

012_0537_c_07L第十四離相寂滅分

012_0537_c_08L
金剛寶杵本來多悲淚稱揚便見訛

012_0537_c_09L石雨無從驚世主瓶花不動慴天魔

012_0537_c_10L喚北成南皆是我變齊爲魯亦非他

012_0537_c_11L投明入暗如能悟香海依前不起波

012_0537_c_12L第十五持經功德分

012_0537_c_13L
三時身命與誰同濁世超然扶滯蒙

012_0537_c_14L初地花冠歸月下殘年玉帶墮雲中

012_0537_c_15L書空只恨人無德避雨方知佛有功

012_0537_c_16L入定聲聞甘小法若逢菩薩笑貧窮

012_0537_c_17L第十六能淨業障分

012_0537_c_18L
自笑乾坤夢一場風燈石火轉爭光

012_0537_c_19L都將墨業銷輕賤全把玄緣逮遠長

012_0537_c_20L承佛何須常斷見言功未許比非量

012_0537_c_21L水漣風寂船頭望唯見白雲天末揚

012_0537_c_22L第十七究竟无我分

012_0537_c_23L
莫問蓮城布髮來愁眉嗔目與人齊

012_0537_c_24L已知諸佛從前昧不恨群生悟後迷

012_0538_b_01L門外獃兒曾裹足       문밖의 어리석은 아이 일찍이 떠날 차비 하고
鏡裡狂客尙迷頭       거울 속의 미친 나그네 오히려 머리를 잃었네
支離其德心常樂       지리자600)는 그 덕으로 마음 항상 화락하고
罔象於珠眼不留       망상601)은 구슬을 보아도 눈에 머물러 두지 않네
若得從前無所得       종전에 얻지 못한 것을 얻는다면
不恩酬處也恩酬       은혜 갚지 못한 곳에도 은혜를 갚으리라
제23 정심행선분第二十三淨心行善分
將磚鑄鏡逐年磨       벽돌 갈아 만든 거울 해마다 닳아지는데
自笑光明向日誇       거울 빛으로 해에게 자랑함이 우습구나
三毒門中眞有道       삼독의 문 안에 진실로 도가 있고
五陰城外本無家       오음의 성 밖에 본래 가향 없도다
時時香動栴檀樹       전단수 가지에서 때때로 향기 나고
處處春生薝蔔花       봄 되니 곳곳에 담복화 피는구나
莫學如來平等法       여래의 평등법을 배우지 말지니
天然古佛號丹霞       천연 고불이여 이름은 단하602)로다
제24 복지무비분第二十四福智無比分
燒身矐眼便庸才       몸을 살라 눈멀게 함도 평범한 일인데
況把迷盧作寶臺       하물며 수미산으로 보대를 만듦에랴
莫恠蓮壇冠玉立       연단에 관옥이 서 있다고 이상타 하지 마오
曾知墨刼係珠來       묵겁토록 옷에 꿰맨 구슬 지녀 왔음 알겠노라
他年熟果含霜熟       과거의 숙과가 서리 머금고 익었듯이
此日名花得雨開       오늘의 귀한 꽃은 비를 맞고 피어난다
莫向虛空蜚剪箭       허공 향해 부러진 화살 쏘지 말지니
一鍫須向故山廻       괭이 하나 들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리
제25 화무소화분第二十五化無所化分
空色原來沒兩邊       공과 색은 원래부터 이쪽저쪽 없나니
宗門一竅更多端       종문의 구멍 하나603) 여러 방향 통하네
丹家點鐵嗟多事       단가에서 쇠를 단련함604)에 할 일 많다 탄식하고
黃葉呼錢哂自瞞       황엽을 돈이라 함605)에 스스로 속인다 비웃네
凡聖分身知不慧       범성으로 몸을 나누니 지혜 아님 알겠고
乾坤入眼覺無寛       건곤이 눈에 들어오니 넓지 않음 깨닫네
燒香醉酒如隨意       향 사르고 술에 취하며 뜻 가는 대로 따르면
贏得光明放土團       광명을 넉넉히 얻어 대지에 방광하리라
제26 법신비상분二十六法身非相分
泥塑金雕黛緣施       흙 인형에 금박 새기고 먹 눈썹 그린 후
向人眉目似天機       사람 향해 눈짓하니 흡사 살아 있는 듯해
原非水母因鰕視       해파리가 새우 덕에 보는 것606)은 아니니
自是林狐借虎威       숲속 여우가 호랑이 위엄 빌린 것과 같도다
父賜三車群欲受       아버지가 준 세 종류 수레 누구나 받고 싶은데
孃生一袴竟誰依       본래 타고난 면목 마침내 누구에게 의지하리
香爐本我靑氊物       향로는 본래 우리의 청전물607)인데
何待空王更指揮       어찌 공왕이 다시 지휘할 때 기다리리
제27 무단무멸분二十七無斷無滅分

012_0538_a_01L浩蕩春風無枝此叅差花蕊自高低

012_0538_a_02L家風見得原如是未信丹書上佛臍

012_0538_a_03L第十八一體同觀分

012_0538_a_04L
靑蓮紺目本伊何照耀河沙國土多

012_0538_a_05L地洒炎霜知有誤天空點靄意無阿

012_0538_a_06L五眼觀盡眉毛下三念覩從瞥眼過

012_0538_a_07L秋水蘆花今夜月盲龜跛鼈免蹉跎

012_0538_a_08L第十九法界同 [464] 化分

012_0538_a_09L
世間蠻觸只相持不識燈光露柱奇

012_0538_a_10L羊質虎皮非所願龍頭蛇尾失便宜

012_0538_a_11L硨磲本自同沙礫溝澮終難覔朗琦

012_0538_a_12L天上榮華竟消落層霄日月豈長麗

012_0538_a_13L第二十離色離相分

012_0538_a_14L
誰言茛 [465] 菪眼生針滿目森羅是我心

012_0538_a_15L妙燄尙疑空樓色辟支安得海潮音

012_0538_a_16L回頭鷙鷂蜚何遠掛角羚羊睡未深

012_0538_a_17L若會常身卽五蘊爾時無復滯幽沈

012_0538_a_18L第二十一非說所說分

012_0538_a_19L
向來三藏此無窮渾滿塵沙世界中

012_0538_a_20L信有人間死圖力猶聞地下放生功

012_0538_a_21L翔鸞駿馬誰家物甘露慈雲到底空

012_0538_a_22L打瓦鑚龜難到處參天鳥道始相通

012_0538_a_23L第二十二無法可得分

012_0538_a_24L
須沙彌自氣炰休再叩三詢覺代羞

012_0538_c_01L
一隅纔悟一隅迷       한 모퉁이 깨닫자마자 다른 모퉁이 미혹하네
現在如斯驗未來       현재 이와 같으니 미래에도 그러하리
良馬已窺鞭影去       좋은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뛰어가는데
痴夫猶待𡛥▼(女+欠)廻       바보들은 오히려 (예쁜 여자) 돌아오길 기다리네暫歸花藏重重土       화장세계 겹겹의 국토 잠시 돌아와서는
忽入毘盧上上坮       비로자나 불전의 상상대로 문득 들어가네
閃爍太阿今尙在       번뜩이는 태아검608)은 아직도 묻혀 있는데
豊城只恨不逢雷       풍성609)에서 뇌환610) 만나지 못해 한스러울 뿐
제28 불수불탐분二十八不受不貪分
堅持忍字莫移窠       참을 인 자 굳게 지니고 토굴 떠나지 말지니
門外無妨設雀羅       문밖에 참새 그물611)을 친들 무어 상관이리오
七寶轉身成業債       몸에 두른 칠보는 숙업의 빚 되고
六根在我亦邪魔       내 몸의 육근도 사마가 되리라
誰知菩薩身中蛤       보살의 몸속 조개 누가 알리오
方見瞿曇頂戴螺       바야흐로 구담의 정수리에 있는 소라를 보리라
聲色看來非別物       성색을 살펴보니 별다른 물건 아니라
誰將雪曲駁巴歌       누가 ≺백설곡≻612)을 ≺파인곡≻613)과 뒤섞으리
제29 위의적정분二十九威儀寂靜分
百億分身忽若神       백억으로 나투신 몸 홀연 신과 같으니
看來無處樹高勳       살펴보면 높은 공훈 세우지 않은 곳 없어라
鹿園除糞非貪利       녹야원 거름 치움이 이익을 탐함 아니요
鷲嶺拈花是解紛       영취산 꽃을 듦은 분란을 풀어냄이라
任運來如千江月       흐르는 대로 오는 것이 천 강의 달과 같고
無心去似萬峀雲       무심하게 가는 것이 만학천봉의 구름 같네
若得能仁遮般意       부처님의 이러한 뜻 알 수 있다면
木鷄晨唱石人聞       나무닭이 새벽에 울어 돌사람 들으리라614)
제30 일합이상분三十一合理相分
蔥蔥萬品各含生       무성한 만물이 모두 생을 함유하고 있으나
拳石纔隳泰岳傾       작은 돌덩어리 무너지자마자 태산이 기운다네
已道全形凾半體       온전한 형체가 절반의 형체 감싼다 말했으니
須知聖解卽凡情       성인의 이해가 곧 범인의 마음임을 알아야 하리
乾坤未奪微塵大       건곤은 무수한 티끌 빼앗지 않아도 크나니
日月安欺隻眼明       일월이 어찌 외눈박이 속여 밝으랴
衆理森羅小字內       많은 이치 빽빽한 작은 글자 안에
蛇橫鶴立本來平       뱀은 기어가고 학은 서 있으니 본래 평안하도다
제31 지견불생분三十一知見不生分
靑天鳥道綿如斜       청천에 새 나는 길 석양 빛살처럼 이어져
跡跡虛空不見涯       허공에 난 그 자취 끝을 모를레라
薩埵猶持人我見       보리살타 아직도 인견 아견 가졌으나
牟尼已破自▼(亻+㐌)家       석가모닌 이미 자가 타가 타파했네若因擧扇兼知月       부채 들었을 때 달이 뜬 걸 알아차리면
不復驅馬并打車       말을 몰며 수레 치기 다신 않으리
滅蔕掃根淸楚了       꼭지 없애고 뿌리 끊어615) 명석하게 깨달으면
火中枯藕正敷花       불 속의 마른 연뿌리에서 반드시 꽃 피어나리

012_0538_b_01L門外獃兒曾裹足鏡裡狂客尙迷頭

012_0538_b_02L支離其德心常樂罔象於珠眼不留

012_0538_b_03L若得從前無所得不恩酬處也恩酬

012_0538_b_04L第二十三淨心行善分

012_0538_b_05L
將磚鑄鏡逐年磨自笑光明向日誇

012_0538_b_06L三毒門中眞有道五陰城外本無家

012_0538_b_07L時時香動栴檀樹處處春生薝蔔花

012_0538_b_08L莫學如來平等法天然古佛號丹霞

012_0538_b_09L第二十四福智無比分

012_0538_b_10L
燒身矐眼便庸才況把迷盧作寶臺

012_0538_b_11L莫恠蓮壇冠玉立曾知墨刼係珠來

012_0538_b_12L他年熟果含霜熟此日名花得雨開

012_0538_b_13L莫向虛空蜚剪箭一鍫須向故山廻

012_0538_b_14L第二十五化無所化分

012_0538_b_15L
空色原來沒兩邊宗門一竅更多端

012_0538_b_16L丹家點鐵嗟多事黃葉呼錢哂自瞞

012_0538_b_17L凡聖分身知不慧乾坤入眼覺無寛

012_0538_b_18L燒香醉酒如隨意贏得光明放土團

012_0538_b_19L二十六法身非相分

012_0538_b_20L
泥塑金雕黛緣施向人眉目似天機

012_0538_b_21L原非水母因鰕視自是林狐借虎威

012_0538_b_22L父賜三車群欲受孃生一袴竟誰依

012_0538_b_23L香爐本我靑氊物何待空王更指揮

012_0538_b_24L二十七無斷無滅分

012_0539_a_01L
제32 응화비진분三十二應化非眞分
善公隨佛在何年       수보리616)여, 부처님 따른 지 몇 해이던가
廿七疑團破自憐       스물일곱 의단을 타파하니 스스로 대견하오
可但元元惺大夢       사람마다 큰 꿈을 깨기만 한다면
因知物物結新緣       모든 것이 새로운 인연 맺음 알게 되리라
幻泡影電唯三有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번개는 오직 삼유617)이고
暗色4)明空付八還       어둠 빛 밝음 텅 빔은 팔환618)에 붙이네萬法應觀如是得       만법을 관하여 이와 같음을 깨친다면
不須高出四禪天       사선천619)에 높이 태어날 필요 없으리라
곡직해 - 범해 각안
학인學人이 처음 강사 앞에 나아가 배울 때는 눈매가 사랑스럽고 말하며 웃는 것이 어여뻐, 가르치는 이가 추위 더위와 굶주림과 곤란함을 문득 잊고 가르쳐 인도하며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마음이 곧은 자는 교화하기가 쉽고 마음이 굽은 자는 교화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굽은 자와 곧은 자가 한 무리에 섞여 있어 그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간사한 꾀를 내어 스승을 속이고 친구와 영합하며, 웃었다가 성냈다가, 나는 듯 달리는 듯, 하루는 책을 읽었다가 이틀은 쉬다가, 동쪽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돌아오는 등 종잡을 수가 없으며, 바른길을 알려 주면 오만한 놈이라 하며, 부지런히 하고자 하면 외도자라 말하는 자는 마음이 굽은 자이다. 그러나 곡직曲直에도 도가 있다. 강태공이 곧은 낚싯바늘을 쓴 것은 사랑이 물고기까지 미친 것이다. 길손이 곡돌을 놓으라 한 것620)은 손님 대접을 공짜로 받은 것이 아니다. 난정蘭亭621)의 굽은 물은 시인의 우아한 흥취이다. 이 직곡直曲은 모두 곧은 것이다. 그러나 진시황의 직도는 원망하는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고, 섭공葉公과 공자의 문답에서, 양을 훔친 아버지를 고발하여 자신을 곧게 한 자가 정직한 자 아닌가 했던 물음에 공자는 아버지를 드러내고 악을 숨기라 하였으며,622) 심도자心都子와 양자楊子의 문답에서 양을 잃었으나 굽은 갈래 길이 많아 못 찾았다는 이야기623)는 의혹을 더욱 심하게 할 뿐이다. 이 곡직은 모두 굽은 것이로다.
곡曲 자를 직直 자 뒤에 붙이면(‘直曲’) 곧아지고, 직直 자를 곡曲 자 뒤에 붙이면(‘曲直’) 굽어진다. 비유하면 이렇다. 많은 나무들이 하나의 숲에 나서 빽빽하고 장대하여 위로는 하늘의 해를 가리고 아래로는 땅을 둘러싼다. 봄에는 꽃이 산을 비추고 여름에는 나뭇잎이 하늘에 하늘거리며 가을에는 황금빛을 희롱하고 겨울에는 백옥을 찬다. 그 가운데 곧은 것과 굽은 것이 뒤섞여 나란히 서 있다.

012_0538_c_01L
一隅纔悟一隅迷現在如斯驗未來

012_0538_c_02L良馬已窺鞭影去痴夫猶待▼(女+它) [466] ▼(女+欠)廻

012_0538_c_03L暫歸花藏重重土忽入毘盧上上坮

012_0538_c_04L閃爍太阿今尙在豊城只恨不逢雷

012_0538_c_05L二十八不受不貪分

012_0538_c_06L
堅持忍字莫移窠門外無妨設雀羅

012_0538_c_07L七寶轉身成業債六根在我亦邪魔

012_0538_c_08L誰知菩薩身中蛤方見瞿曇頂戴螺

012_0538_c_09L聲色看來非別物誰將雪曲駁巴歌

012_0538_c_10L二十九威儀寂靜分

012_0538_c_11L
百億分身忽若神看來無處樹高勳

012_0538_c_12L鹿園除糞非貪利鷲嶺拈花是解紛

012_0538_c_13L任運來如千江月無心去似萬峀雲

012_0538_c_14L若得能仁遮般意木鷄晨唱石人聞

012_0538_c_15L三十一合理相分

012_0538_c_16L
蔥蔥萬品各含生拳石纔隳泰岳傾

012_0538_c_17L已道全形凾半體須知聖解卽凡情

012_0538_c_18L乾坤未奪微塵大日月安欺隻眼明

012_0538_c_19L衆理森羅小字內蛇橫鶴立本來平

012_0538_c_20L三十一知見不生分

012_0538_c_21L
靑天鳥道綿如斜跡跡虛空不見涯

012_0538_c_22L薩埵猶持人我見牟尼已破自▼(亻+㐌)家

012_0538_c_23L若因擧扇兼知月不復驅馬并打車

012_0538_c_24L滅蔕掃根淸楚了火中枯藕正敷花

012_0539_b_01L장인이 큰 집을 지으려고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베는데, 곧은 것은 도끼와 먹줄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굽은 것은 도끼와 먹줄, 그림쇠 곱자, 긴 줄 짧은 줄을 함께 쓰되 칼날이 상하고 기력이 쇠해진 후에야 앞에 말한 곧은 것과 비슷하게 되어 마룻대와 들보, 기둥과 서까래로 재목에 따라 맡겨 집이 이루어진다. 주인은 술과 고기로 노고를 위로하며 장인은 솜씨가 서툴다고 겸손해한다. 오래지 않아 앞에 말한 굽은 것은 본심이 곧지 않은 고로 다시 뒤틀리고 기울어진다. 곧은 것도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고 굽은 것을 따라 기울어지니 백금의 건물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다. 주인은 나무 속의 곡직을 알지 못하고 장인에게 원망을 돌리니 장인의 어려움을 알 만하도다.
절집에서 강의하는 이도 또한 이와 같다. 하나의 절이 점점 커짐에 위로는 스승의 안목을 귀히 여기고 아래로는 대중의 마음과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봄에는 꽃과 버들을 찾고 여름에는 화려한 누각에 누우며 가을에는 흰옷(白服)을 입고 겨울에는 검은 머리를 깎는다. 그중에 곧은 자와 굽은 자가 나란히 함께 지낸다. 강의하는 이는 제자를 대기大器로 만들고 싶어서 책을 펼쳐 놓고 가르치는데, 곧은 자는 효제충신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굽은 자는 효제충신 인의예지를 입이 쓰도록 목이 터지도록 함께 가르친다. 그 후에야 앞에 말한 곧은 자와 비슷해져서 도덕과 자비로 그 몸을 가득 채운 다음에 당에 오른다. 절 주인은 다과를 제공하며 강의하는 자는 얕은 견해를 가졌다고 겸손해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 말한 굽은 자는 마음 바탕이 곧지 못한 고로 다시 굽어지고 삿되게 된다. 이에 곧은 자는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그 굽은 자를 따라 삿되게 되어 백금의 재물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린다. 주인은 어린 마음의 곡직을 알지 못하고 강의하는 이를 알기 어렵다고 원망한다. 오호라, 장인이 그 굽음을 알고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곧은 나무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다. 강의하는 사람 또한 그 굽음을 알고서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곧은 사람이 적기 때문에 부득이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인과 강의하는 이는

012_0539_a_01L三十二應化非眞分

012_0539_a_02L
善公隨佛在何年廿七疑團破自憐

012_0539_a_03L可但元元惺大夢因知物物結新緣

012_0539_a_04L幻泡影電唯三有暗色 [467] 明空付八還

012_0539_a_05L萬法應觀如是得不須高出四禪天

012_0539_a_06L

012_0539_a_07L曲直解 [468]

012_0539_a_08L
學人之初遊於講師 [469] 眉目可愛言笑堪
012_0539_a_09L以故頓忘寒暑飢困而敎導之期於
012_0539_a_10L成功心直者易化心曲者難化曲者
012_0539_a_11L直者雜於一隊不知其心而倡謀設
012_0539_a_12L欺師要朋半喜半怒似飛似走
012_0539_a_13L日讀而二日休東往行 [470] 而西行來指直
012_0539_a_14L [471] 爲慢沃 [472] [473] 勤而 [474] 爲外道者心曲者也
012_0539_a_15L然曲直有道太公之直鈎仁及魚鱉
012_0539_a_16L客人之曲坹 [475] 不費牛酒蘭亭之曲水
012_0539_a_17L詩人雅興此直曲 [476] 皆直也始皇之直途
012_0539_a_18L怨聲徹天葉公之問攘羊之直躬
012_0539_a_19L父隱惡心都子之問亡羊之1) [17] [477]
012_0539_a_20L惑愈甚此曲直皆曲也曲字附於直
012_0539_a_21L則直直字附於曲則曲譬如衆木
012_0539_a_22L於一林密密長大上蔽天日2) [18]
012_0539_a_23L春花映山夏葉搖空秋弄黃金冬佩
012_0539_a_24L白玉其中有直者曲者叅立齊平

012_0539_c_01L노고가 비슷한데 가는 길이 다르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한 잔 서로 권하며 이 근심을 깨뜨려 볼까나.
산거잡영山居雜詠624)
석옥 청공의 ≺산거시山居詩≻ 12수(칠언율시)에 대한 다산 정약용과 철경 응언의 차운시
吾家住在霅溪西       내가 사는 집은 삽계625)의 서쪽
水滿天湖月滿溪       하늘 호수에 물 가득 달은 시내에 가득
未到盡驚山險峻       멀리 볼 땐 험준한 산세에 다들 놀라지
曾來方識路高低       와서 보곤 길 험함을 비로소 아네
蝸沿素壁黏枯殻       달팽이 따라간 돌담에 마른 껍질 붙어 있고
虎過新蹄印雨泥       호랑이 지나간 새 발자국 비 온 땅에 찍혀 있네
閒閉柴門春晝寂       사립문 한가히 걸어 한낮 봄이 고요한데
靑桐花發畫胡蹄       푸른 오동나무에 꽃 피고 그림 새 우짖는다
【석옥(釋石屋)626) 1】


竹閣蕭蕭蓮寺西       대나무 집 소슬하니 백련사 서쪽이라
書香墨色枕寒溪       글 향기 먹빛으로 차가운 시내 베고 눕네
山坡地急開庭窄       산등성이 지세 높아 닦은 마당은 좁고
瀛海風多結屋低       남쪽 바다 바람 많아 얽은 지붕 낮구나
園設石槽通暗水       동산에 돌구유 놓아 땅속 물 흐르게 하고
階留木屐待春泥       섬돌에 나막신 놓아 봄날 진흙길 대비하네
一年榮悴隨時物       일 년 내내 피었다 지는 계절 따른 물상이여
行且花濃百鳥啼       길을 걷자 꽃 만발하고 온갖 새 우짖는다
【다산(右茶山)627) 1】


小屋新開水縣西       작은 초당 새로 여니 수현의 서쪽이라
風光忽憶似曹溪       풍광 보니 문득 조계산을 떠올리네
簾因窺月垂常短       주렴은 달을 보느라 항상 짧게 드리우고
墻爲看山築故低       담장은 산을 보느라 일부러 낮게 쌓았네
淨戒嗟無囊渡海       정계는 바다 건널 부낭 없음628) 탄식하나
禪心猶有絮黏泥       선심은 마치 진흙에 붙은 솜629) 같구나
山門終日無人到       산문에 종일토록 찾는 이 없으니
并坐迦陵盡意啼       가릉빈가 함께 앉아 마음껏 울어 볼까
【철경(右掣鯨)630) 1】


柴門雖設未嘗關       사립문 세웠으나 빗장 건 일 없나니
閑看幽禽自往還       산새들 제멋 겨워 들락날락 한가롭다
尺璧易求千丈石       한 자 벽옥은 천 길 바위에서 찾기 쉬우나
黃金難買一生閑       황금으로 한가로운 일생 사기는 어려워라
雪消曉嶂聞寒瀑       눈 녹은 새벽 산서 차가운 폭포 소리 듣고
葉落秋林見遠山       낙엽 진 가을 숲서 먼 산을 바라보네
古栢烟消淸晝永       늙은 잣 숲에 안개 사라져 맑은 한낮 길기만
是非不到白雲間       시비 소리 백운 속에 이르지 못한다네
【석옥 2】



012_0539_b_01L人欲搆大厦荷斧而取之直者不加
012_0539_b_02L [478] 斧繩墨而曲者斤斧繩墨䂓矩尋
012_0539_b_03L并用而刃缺力疲然後彷彿於向之
012_0539_b_04L直者而棟梁柱梠任其材而成宮
012_0539_b_05L者以酒肉勞之匠人以拙工謙之未幾
012_0539_b_06L向之曲者本心不直故還曲而傾之
012_0539_b_07L直者不可自支隨其曲者而傾之百金
012_0539_b_08L之物一朝失之主者不知木心之曲直
012_0539_b_09L歸怨於匠人匠人之難可知山家講人
012_0539_b_10L亦復如是一寺漸漸長大上寵師眼
012_0539_b_11L下和衆心春尋花柳夏卧瓊樓秋荷
012_0539_b_12L白服冬剃紺髮其中有直者曲者
012_0539_b_13L行一齊講人欲成大器展書而敎之
012_0539_b_14L直者不加孝悌忠信而曲者孝悌忠
012_0539_b_15L信仁義禮智并敎而口苦喉裂然後依
012_0539_b_16L俙於向之直者而道德慈悲滿其身而
012_0539_b_17L昇堂主者以茶果供之講人以淺見遜
012_0539_b_18L無何向之曲者心本不直故還曲
012_0539_b_19L而邪之直者不可自保從其曲者而邪
012_0539_b_20L百金之財一朝費之主者不知兒
012_0539_b_21L心之曲直歸怨於講人之難可知 [479] 嗚呼
012_0539_b_22L匠人之知其曲而不弃者直木小故
012_0539_b_23L得已而用之講人之亦知其曲而不拒
012_0539_b_24L直人小故不得已而納之匠人講

012_0540_a_01L去住悠悠夢覺關       오가는 길 아득히 자나 깨나 막혀 있어
故鄕雖在不求還       고향이 있다 한들 돌아갈 길 찾지 못해
閱世旣多雙眼大       세상 편력 많다 보니 두 눈은 커졌소만
著書今癈一身閑       책 쓰기 이젠 그만 이 한 몸 한가롭네
谷深愛有摩雲木       깊은 골짝 볼만한 건 구름에 닿는 나무
地瘴欣看頂雪山       음습한 땅 볼만한 건 눈 덮인 산 정상
已道春聲承臘味       봄의 소리 섣달 음식을 이었다 들었나니
白𩿨飛下綠波間       푸른 물결 사이로 흰 갈매기 날아드네
【다산 2】


自笑趙州無字關       어허 우습도다, 조주 선사의 무자 관문
張三李四不知還       장삼이사가 돌아올 줄 모르누나
萬緣忘我悲歡斷       온갖 인연 나를 잊어 기쁨 슬픔 끊어 내니
一鉢隨身去住閑       발우 하나 몸에 걸쳐 오가는 길 한가롭다
岩面苔深彌勒像       바위 표면 이끼 짙은 미륵 부처상이요
潭心月落寶陀山       연못 속에 달이 지는 보타락가산이라
此心雅合廬峰老       이내 마음 여산 노인과 잘 맞아떨어지니
入世間來世出間       세간에 들어와 있어도 세간 벗어나 있네
【철경 2】


幽居自興世相分       그윽한 거처 절로 세상과 나뉘나니
苔厚林深草木薫       이끼 두꺼운 깊은 숲에 초목이 향기롭다
山色雨晴常得見       비 갠 산 빛은 늘 볼 수 있는 것
市聲朝暮罕曾聞       아침저녁 저자 소린 들은 적 없었노라
煑茶瓦竈燒黃葉       와조에 차 달임에 누런 낙엽 불사르고
補衲岩臺剪白雲       암대에서 가사 기움에 흰 구름 잘라 내네
人壽稀逢年滿百       사람 나이 일백 년을 채우기 드문 일
利名何苦競趨奔       어찌하여 명리를 그리 애써 쫓아가오
【석옥 3】


一自庵居與世分       암자 머물기 시작한 후 세상과 나뉘어
本然淸淨絶新薫       본연이 청정해져 신훈을 끊었어라
書中大訟欣初決       책 속의 큰 소송 흔쾌히 처음 판결한 후
塵裡交爭利不聞       티끌 속 상호 다툼 이익 듣지 못했노라
澗起竹聲收夜雨       시내에 이는 대숲 소리는 밤비 머금고
山噓花氣作春雲       산이 부는 꽃 기운에 봄 구름 일어난다
蒲團美睡朝慵起       부들방석 달콤한 잠 아침 게을리 일어나니
何苦泥靴盡日奔       어찌 진흙 신으로 하루 종일 분주하리
【다산 3】


方外深知淨土分       방외에서 「정토분」631)을 깊이 알아서
金剛一部續前薫       『금강경』 일부로 전날의 훈습 이어 가네
塵勞八萬將心見       팔만 가지 번뇌를 마음으로 보며
世界三千以耳聞       삼천대천세계를 귀로 듣는다네
充腹細傾瓶裡水       배 채우려 병 속 물을 가늘게 기울이며
怡心閑送杖頭雲       마음 즐겁게 석장 구름을 한가로이 보내네
日高山院僧猶卧       해 높이 뜬 절에 중은 외려 누워 있으니
全勝人間盡日奔       종일토록 분주한 세상 사람보다 훨씬 낫네
【철경 3】


溪淺泉淸見白沙       시내 얕고 샘은 맑아 흰 모래 보이고
屋頭無角寄藤蘿       지붕은 모진 데 없어 등라가 덩굴졌네

012_0539_c_01L勞苦唯 [480] 而道則不同何日一席
012_0539_c_02L并坐一杯相勸而笑破此愁城耶

012_0539_c_03L

012_0539_c_04L山居雜詠

012_0539_c_05L
吾家住在霅溪西水滿天湖月滿溪

012_0539_c_06L未到盡驚山險峻曾來方識路高低

012_0539_c_07L蝸沿 [481] 素壁黏 [482] 枯殻虎過新蹄印雨泥

012_0539_c_08L閒閉柴門春晝寂 [483] 靑桐花發畫胡蹄 [484]

012_0539_c_09L
釋石屋

012_0539_c_10L
竹閣蕭蕭蓮寺西書香墨色枕寒溪

012_0539_c_11L山坡地急開庭窄瀛海風多結屋低

012_0539_c_12L園設石槽通暗水階留木屐待春泥

012_0539_c_13L一年榮悴隨時物行且花濃百鳥啼

012_0539_c_14L
右茶山

012_0539_c_15L
小屋新開水縣西風光忽憶似曹溪

012_0539_c_16L簾因窺月垂常短墻爲看山築故低

012_0539_c_17L淨戒嗟無囊渡海禪心猶有絮黏泥

012_0539_c_18L山門終日無人到并坐迦陵盡意啼

012_0539_c_19L
右掣鯨

012_0539_c_20L
柴門雖設未嘗關閑看幽禽自往還

012_0539_c_21L尺璧易求千丈石黃金難買一生閑

012_0539_c_22L雪消曉嶂聞寒瀑葉落秋林見遠山

012_0539_c_23L古栢烟消淸晝永是非不到白雲間

012_0539_c_24L「曲」下疑脫「岐」{編}「盤」下疑脫「地」{編}

012_0540_b_01L夜深月下長猿嘯       밤 깊자 달빛 아래 잔나비 파람 길게 들리고
苔厚岩前小客過       짙은 이끼 낀 바위 앞길 지나는 객 적도다
庭竹欹斜春雪重       뜰의 대나무는 봄눈 겨워 비스듬 기울고
嶺梅消瘦夜寒多       산속 매화 추운 밤 많아 수척해졌어라
寥寥此道非今古       쓸쓸한 이 도는 고금이 따로 없어
徒把甎來石上磨       다만 벽돌 가지고 돌을 갈 뿐이라오
【석옥 4】


雨歇山庭露白沙       비 갠 산 마당에 흰 모래 드러나고
矮簷一半裊垂蘿       낮은 처마 절반은 하늘하늘 덩굴이라
採黃心急看蜂沸       꽃 따는 마음 급해 벌들은 앵앵거리고
籍碧痕留覺麝過       푸른 잔디 남은 자국은 사향노루 분명토다
屋後巡園新筍密       집 뒤의 동산 도니 새 죽순 빽빽하고
溪邊移席落花多       시냇가 자리 옮기니 낙화가 후두두둑
岩扉客去渾無事       바위 문에 객 떠나자 도통 일이 없고
茶碾旋旋手自磨       차 맷돌 빙글빙글 손이 절로 가는구나
【다산 4】


三韓海上舊金沙       삼한의 바닷가 오래된 금 모래밭
小院門深掛碧蘿       작은 암자 문은 깊어 푸른 넌출 걸려 있네
玉帶何曾林下住       옥대는 어찌 일찍이 숲 아래에 머물렀나
珠衣自是社中過       구슬 옷 이로부터 절집 안을 지나갔네
奇峰列揷摩雲直       기봉은 두루 꽂혀 수직으로 구름 갈고
恠木陰森碍日多       괴목은 울창하여 해를 많이 가리도다
學道作牛如佛戒       도를 배움에 소가 되라는 부처님 계와 같이
拈來大刼逐年磨       대겁 동안 데리고서 해마다 갈아야지
【철경 4】


破屋蕭蕭枕石臺       허물어진 집 소슬하여 석대 베고 누웠으니
柴門白日爲誰開       한낮에 사립문 누굴 위해 열어 놓으리
名場成隊挨身入       명리 찾는 마당으론 떼로 밀치고 들어가나
古路無人跨脚來       옛길로는 아무도 넘어오는 이 없어라
深夜雪寒唯犬伴       깊은 밤 차가운 눈에 화롯불만 짝이러니
五更霜冷有猿哀       오경 찬 서리에 잔나비 울음 구슬프다
加沙零落難縫補       가사는 다 떨어져 꿰매 입기 어려우니
收卷雲霞自剪裁       구름 안개 말아다가 마름질해 입어야지
【석옥 5】


半生胸裡小池臺       반평생 가슴속에 연못가 누대 있었더니
畢竟天敎此地開       마침내 하늘이 이 땅 열어 주셨구나
一枕睡中花雨積       한 번 누워 자는 중에 꽃비 쌓이고
三盃酒後竹風來       석 잔 술 마시니 대바람 불어오네
屯軍總入江淹恨       둔군은 모두 다 강엄632)의 한이 되고
寡鶴空令杜甫哀       짝 잃은 학 부질없이 두보 슬프게 했네
萬物自生還自滅       만물은 제냥 났다가 사라지는데
上穹於此有分裁       하늘이 여기서 괜히 분별심 내었구나
【다산 5】


草屋淸高枕月臺       맑고 높은 초옥은 달 누대에 기대었고
白蓮依舊向陽開       백련은 의구하여 해님 향해 피었구나
靑春不分眼前到       푸른 봄은 분별없이 내 눈앞에 이르고
白髮無情頭上來       백발은 무정하게 머리 위로 오는구나
談柄一枝松自好       가지 하나 담병 삼으니 소나무 절로 좋고
聽徒千箇石堪哀       듣는 무리 일천 개라 돌은 슬픔 겨워하네

012_0540_a_01L
去住悠悠夢覺關故鄕雖在不求還

012_0540_a_02L閱世旣多雙眼大著書今癈一身閑

012_0540_a_03L谷深愛有摩雲木地瘴欣看頂雪山

012_0540_a_04L已道春聲承臘味白▼(丘+鳥)飛下綠波間

012_0540_a_05L
右茶山

012_0540_a_06L
自笑趙州無字關張三李四不知還

012_0540_a_07L萬緣忘我悲歡斷一鉢隨身去住閑

012_0540_a_08L岩面苔深彌勒像潭心月落寶陀山

012_0540_a_09L此心雅合廬峰老入世間來世出間

012_0540_a_10L
右掣鯨

012_0540_a_11L
幽居自興 [485] 世相分苔厚林深草木薫

012_0540_a_12L山色雨晴常得見市聲朝暮罕曾聞

012_0540_a_13L煑茶瓦竈燒黃葉補衲岩臺剪白雲

012_0540_a_14L人壽稀逢年滿百利名何苦競趨奔

012_0540_a_15L
一自庵居與世分本然淸淨絕新薫

012_0540_a_16L書中大訟欣初決塵裡交爭利不聞

012_0540_a_17L澗起竹聲收夜雨山噓花氣作春雲

012_0540_a_18L蒲團美睡朝慵起何苦泥靴盡日奔

012_0540_a_19L
茶山

012_0540_a_20L
方外深知淨土分金剛一部續前薫

012_0540_a_21L塵勞八萬將心見世界三千以耳聞

012_0540_a_22L充腹細傾瓶裡水怡心閑送杖頭雲

012_0540_a_23L日高山院僧猶卧全勝人間盡日奔

012_0540_a_24L
掣鯨

012_0540_a_25L
溪淺泉淸見白 [486] 屋頭無角寄藤蘿

012_0540_c_01L奇花芳艸俱非俗       기화방초가 모두 속세의 것 아니니
帝畵幽居與不裁       천제가 그린 그윽한 땅에서 뽑아내지 않으리
【철경 5】


優遊靜坐野僧家       유유자적 정좌한 산승의 집에
飮啄隨緣度幾華       인연 따라 먹고 마시기 몇 해이던가
翠竹黃花間意思       푸른 대와 국화는 한가론 심사
白雲流水淡生涯       흰 구름 흐르는 물 담담한 생애
石頭莫認山中虎       바위 보고 산 호랑이다 오해를 말고
弓影休疑盞裡蛇       활 그림자 잔 속 뱀이라 의심 말게나633)
林下不知塵世事       산림에선 티끌세상사 모르는 채로
夕陽長見送歸鴉       석양에 돌아가는 까마귀 멀리 보네
【석옥 6】


本來身在卽吾家       본래의 몸 있는 곳은 바로 우리 집
草草園池偹物華       풀 우거진 동산 연못에 화사한 풍경 갖추었네
旣有碧山非旅泊       원래 푸른 산 살았으니 나그네살이 아니요
湏知白髮是生涯       백발이 곧 생애임을 모름지기 알아야지
一林同處休防虎       한 숲속 같이 사는 호랑이를 막지 마오
萬物無猜不擊蛇       만물을 시샘하지 않으면 뱀도 치지 않으리라
沈李浮瓜送殘暑       배와 오이 물에 담아 남은 더위 보내나니
凉颸拂拂已昏鴉       서늘한 바람 불자 석양 까마귀 날아가네
【다산 6】


山居遙隔世間家       산에 사네 세간 집을 멀리 벗어나
千古東林戀物華       천고 세월 동림634) 풍경 그리워하며
塵靜細看淸水裡       티끌 고요하여 맑은 물속 자세히 보고
身輕徐出白雲涯       가벼운 몸으로 흰 구름 가 천천히 나서네
幾人蕉坎藏驚鹿       파초 그늘 숨은 사슴에 놀란 이 몇 명인가
未暇蒲團擊睡蛇       부들방석에 잠이 든 뱀 쳐낼 틈도 없어라
日落山門鍾聲起       해 저문 산문에 종소리 울려나고
雙雙蜚入暮捿鴉       쌍쌍이 날아드는 저물녘 까마귀
【철경 6】


滿頭白髮瘦稜層       머리 가득 백발로 야위었는데
日用生涯事事能       일상의 생애는 일마다 능숙하다
木臼秋分舂白朮       추분 되면 나무절구에 백출을 방아 찧고
竹筐春半曬朱藤       한 봄엔 대광주리에 칡을 쬐인다네
黃精就買山前客       황정은 산언저리 지나는 길손에게 사고
紫菜時需海外僧       김은 가끔 바다 건너 스님에게 구하네
誰道新年七十七       새해 되면 칠십칠 세라 누가 말하리
開池裁藕種茭菱       연못 파서 연을 심고 물풀 씨앗 심으리
【석옥 7】


數畦荏菽綠層層       두어 이랑 콩밭은 층층이 푸르러
園趣全同范至能       전원 운치 온전히 범지능635)과 같다네
雨霽屋頭生紫菌       비 갠 지붕에는 붉은 버섯 돋아나고
林深樹頂掛紅藤       깊은 숲 나무 끝엔 붉은 넌출 걸려 있네
前村曉賃耕田婦       앞마을엔 새벽 삯에 밭 가는 아낙네들
憐寺時來問字僧       이웃 절선 때때로 글을 묻는 스님 오네
老去醫方專養胃       늙어 감에 약방문은 오로지 배 속 편케만
小池叮囑護荷菱       작은 연못 연밥을 보살피라 신신당부
【다산 7】



012_0540_b_01L夜深月下長猿嘯苔厚岩前小 [487] 客過

012_0540_b_02L庭竹欹斜春雪重嶺梅消瘦夜寒多

012_0540_b_03L寥寥此道非今古徒把甎來石上磨

012_0540_b_04L
雨歇山庭露白沙矮簷一半裊垂蘿

012_0540_b_05L採黃心急看蜂沸籍碧痕留覺麝過

012_0540_b_06L屋後巡園新筍密溪邊移席落花多

012_0540_b_07L岩扉客去渾無事茶碾旋旋手自磨

012_0540_b_08L
茶山

012_0540_b_09L
三韓海上舊金沙小院門深掛碧蘿

012_0540_b_10L玉帶何曾林下住珠衣自是社中過

012_0540_b_11L奇峰列揷摩雲直恠木陰森碍日多

012_0540_b_12L學道作牛如佛戒拈來大刼逐年磨

012_0540_b_13L
掣鯨

012_0540_b_14L
破屋蕭蕭枕石臺柴門白日爲誰開

012_0540_b_15L名場成隊挨身入古路無人跨脚來

012_0540_b_16L深夜雪寒唯犬 [488] 五更霜冷有猿哀

012_0540_b_17L [489] 沙零落難縫補收卷 [490] 雲霞自剪裁

012_0540_b_18L
半生胸裡小池臺畢竟天敎此地開

012_0540_b_19L一枕睡中花雨積三盃酒後竹風來

012_0540_b_20L屯軍總入江淹恨寡鶴空令杜甫哀

012_0540_b_21L萬物自生還自滅上穹於此有分裁

012_0540_b_22L
茶山

012_0540_b_23L
草屋淸高枕月臺白蓮依舊向陽開

012_0540_b_24L靑春不分眼前到白髮無情頭上來

012_0540_b_25L談柄一枝松自好聽徒千箇石堪哀

012_0541_a_01L石廪峰陰塔數層       석름봉 그늘의 돌탑 몇 층은
高麗八老繼南能       육조 대사636) 법맥 이은 고려의 여덟 노덕637)
飢腸已得充薇蕨       굶주린 배 속은 고사리로 채웠으니
經學何曾被葛藤       경학으로 어찌 갈등을 더하리오
不見天衣磨刼石       천의로 겁석 스침638) 보지 못했는가
空淸花雨散齋僧       맑은 하늘 꽃비가 재승 위로 흩어지네
蒼松翠栢近吾壽       푸른 송백 내 나이와 거의 비슷해
嗜好無心戀芰菱       특별한 취미 없고 마름 옷639) 연모하네
【철경 7】


自入山來萬慮澄       산에 들어온 후로 온갖 생각 맑아져
平懷一種任騰騰       평정한 마음 한가지로 임운등등 자유롭다
庭前樹色秋來減       뜰 앞의 나무 색은 가을 되어 쇠락하고
檻外泉聲雨後增       울타리 밖 시내 소리 비 내리자 시끄럽다
挑薺煑茶延野客       풀 돋우고 차를 달여 초야의 길손 인도하고
買盆移菊送隣僧       화분 구해 국화 모종 이웃 스님에게 보내네
錦衣玉食公卿子       비단옷 좋은 음식 누리는 공경대부
不及山僧有此情       산승의 이러한 정엔 미치지 못하리라
【석옥 8】


新秋玉宇曉來澄       초가을 옥우가 새벽녘에 맑아질 때
笻杖消搖逸氣騰       지팡이로 소요하니 초탈한 기운 등등하다
菜圃瓜園經雨大       채마밭 오이밭은 비 지나자 쑥 자라고
花園林藪逐年增       꽃밭 숲속 나무 해마다 무성해져
吟時蓬勃如狂客       시 읊을 땐 기세등등 미친 객과 같더니만
病後淸癯似老僧       앓은 후엔 파리하여 노스님과 같더이다
向晩呼兒晒書卷       느지막이 아이 불러 책을 볕에 쬐이노니
先生於此未忘情       선생이 이 상황에 정을 잊지 않았구나
【다산 8】


一道烟霞萬慮澄       안개 노을 가득한 길 온갖 생각 맑아지고
空緣隨處任騰騰       공한 인연 곳곳마다 임운등등 자유롭다
長天月色無今古       긴 하늘 달빛은 예나 지금 다름없고
小刼人生有減增       소겁의 인생은 덜고 더함 차이 있다
塵裡唯聞呑藥老       티끌세상선 오직 약 먹는 노인 들었더니
山中不見種瓜僧       산중에선 아직 오이 심는 중 못 봤구나
鍬鋤爭裡知歸路       괭이 호미 다투는 중에 돌아갈 길 알겠나니
便是千秋剗艸情       이것이 바로 천추에 풀 베는 정이로다
【철경 8】


競利奔名何足誇       명리 바삐 다툼 어찌 자랑할 만하리
淸閒獨許野僧家       청한한 생애는 산승에게만 허여된 것
心田不長無明草       마음 밭에 무명초 기르지 않고
覺苑長開智慧花       깨달음 동산에 길이 지혜화 피워 내리
黃土坡邊多荀蕨       황토 언덕 가에 고사리 적지 않고
靑苔地上少塵沙       푸른 이끼 낀 땅에 티끌모래 많지 않다
我年三十餘來此       삼십여 세 나이로 이곳에 온 후로
幾度晴囱映落霞       맑은 창에 지는 노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석옥 9】


妻子團圝尒莫誇       처자식 단란함을 그대 자랑하지 마오
淸閒不似旅人家       청한함은 나그네 집을 따라오지 못하리
經霜澗路鮮鮮葉       서리 내린 골짝 길엔 단풍이 곱디곱고
襄草山坡熠熠花       풀 우거진 언덕엔 꽃이 울긋불긋

012_0540_c_01L奇花芳艸俱非俗帝畵幽居與不裁

012_0540_c_02L
掣鯨

012_0540_c_03L
優遊靜坐野僧家飮啄隨緣度幾 [491]

012_0540_c_04L翠竹黃花間 [492] 意思白雲流水淡生涯

012_0540_c_05L石頭莫認山中虎弓影休疑盞裡 [493]

012_0540_c_06L林下不知塵世事夕陽長見送歸鴉

012_0540_c_07L
本來身在卽吾家草草園池偹物華

012_0540_c_08L旣有碧山非旅泊湏知白髮是生涯

012_0540_c_09L一林同處休防虎萬物無猜不擊蛇

012_0540_c_10L沈李浮瓜送殘暑凉颸拂拂已昏鴉

012_0540_c_11L
茶山

012_0540_c_12L
山居遙隔世間家千古東林戀物華

012_0540_c_13L塵靜細看淸水裡身輕徐出白雲涯

012_0540_c_14L幾人蕉坎藏驚鹿未暇蒲團擊睡蛇

012_0540_c_15L日落山門鍾聲起雙雙蜚入暮捿鴉

012_0540_c_16L
掣鯨

012_0540_c_17L
滿頭白髮瘦稜層日用生涯事事能

012_0540_c_18L木臼秋分舂白朮 [494] 竹筐春半曬朱藤

012_0540_c_19L黃精就買山前客紫菜時 [495] 需海外僧

012_0540_c_20L誰道新年七十七開池裁藕種茭菱

012_0540_c_21L
數畦荏菽綠層層園趣全同范至能

012_0540_c_22L雨霽屋頭生紫菌林深樹頂掛紅藤

012_0540_c_23L前村曉賃耕田婦 [496] 寺時來問字僧

012_0540_c_24L老去醫方專養胃小池叮囑護荷菱

012_0540_c_25L
茶山

012_0541_b_01L谷響曉聽風落石       새벽에 들리는 메아리는 바람에 떨어지는 돌
樵歌夕唱浪淘沙       저녁에 부르는 나무꾼 노래는 모래 씻는 물결640)
朱泥點易工纔了       붉은 흙으로 고쳐 칠한 후에641)
獨倚枯松看落霞       홀로 마른 솔 기대어 낙조를 바라보네
【다산 9】


半世幽懷不願誇       반평생 품은 그윽한 회포 드러내기 원치 않아
自將深入白雲家       스스로 백운 깃든 집으로 깊이 들어왔네
心懸莊叟逍遙樂       마음에는 장자의 소요락을 매달고
夢到韓君頃刻花       꿈속에는 한유의 경각화642)에 이르네
閱世小魚遊大水       세상사는 작은 물고기 큰물에서 노닐고
遺書孤鳥印殘沙       글씨 남긴 외로운 새 모래밭에 도장 찍네
風收雨霽樓頭望       비바람 개고 난 후 누대 올라 바라보니
天畔高峰帶晩霞       하늘가 높은 봉우리에 저녁노을 띠고 있네
【철경 9】


歷遍乾坤沒處尋       건곤을 두루 다니면서 숨을 곳 찾다 보니
偶然得住此山林       우연히 이 산림에 머물 곳 얻었네
茅菴高揷雲霄碧       초가 암자는 하늘가에 높이 꽂혀 푸르고
蘚逕斜過竹樹深       이끼 오솔길은 대나무 비껴 지나 깊어지네
人爲利名驚寵辱       사람들은 명리 위하다 영욕에 놀라지만
我因禪寂老光陰       이 몸은 선적에 들어 광음에 늙어 간다
蒼松恠石無人識       푸른 솔 괴이한 돌은 아무도 아는 이 없나니
猶更將心去覔心       외려 다시 마음 가지고 마음 찾으러 가리라
【석옥 10】


僧房無事偶相尋       승방에 일이 없어 우연히 서로 찾으니
不是禪機問少林       선기로 소림을 묻고자 함 아니라오
晩景收功唯繕性       만년에 공들이는 것은 오직 본성 함양
初年學道悔鈎深       초년의 도학 공부 깊이 얽힘 유감이라
芳池日頫疑濠上       향기로운 연못 매일 보니 호상643)인 듯하고
破瓮時隨作沃陰       깨진 옹기 때맞춰 따르니 비옥한 그늘 되었네
招悵孔門仁恕字       서글프다. 공자 문하 어짊과 용서란 글자여
茶唯千載月如心       공손히 대답하는 천 년의 달은 마음 같아라
【다산 10】


妙歲幽期物外尋       젊은 시절 물외사 찾자는 깊은 기약에
挂笻隨處便叢林       지팡이 걸고 따라간 곳이 문득 총림이라
春來佳句吟無盡       봄이 오면 좋은 시구 무진토록 읊어 내고
老去殘經講不深       늙어 가며 닳은 경전 깊지 않게 강의하네
白藕池邊含月影       연못가 흰 연꽃은 달그림자 머금었고
柴苔庭畔篆花陰       마당가 나무 이끼는 꽃 그림자 새겼구나
傍人莫問安禪意       사람들아 안선의 의미 묻지 말게나
只管淸高未管心       청고함에 관심이지 마음 관심 아닌 게라
【철경 10】


細把浮生物裡推       부생을 가지고 사물 본성 유추하니
輸嬴難定一般碁       승패 정하기 어려움 바둑과 일반이라
僧居靑嶂閑方好       푸른 산 사는 중은 한가함 정말 좋으나
人在紅塵老不知       홍진 사는 속인은 늙어서도 알지 못해
風颺茶烟浮竹榻       차 연기 바람 실려 탑상에 떠오고
水流花辦落靑池       꽃잎은 물에 실려 푸른 못에 지는데

012_0541_a_01L
石廪峰陰塔數層高麗八老繼南能

012_0541_a_02L飢腸已得充薇蕨經學何曾被葛藤

012_0541_a_03L不見天衣磨刼石空淸花雨散齋僧

012_0541_a_04L蒼松翠栢近吾壽嗜好無心戀芰菱

012_0541_a_05L
掣鯨

012_0541_a_06L
自入山來萬慮澄平懷一種任騰騰

012_0541_a_07L庭前樹色秋來減檻外泉聲雨後增

012_0541_a_08L挑薺煑茶延野客買盆移菊送隣僧

012_0541_a_09L錦衣玉食公卿子不及山僧有此情

012_0541_a_10L
新秋玉宇曉來澄笻杖消搖逸氣騰

012_0541_a_11L菜圃瓜園經雨大花園林藪逐年增

012_0541_a_12L吟時蓬勃如狂客病後淸癯似老僧

012_0541_a_13L向晩呼兒晒書卷先生於此未忘情

012_0541_a_14L
茶山

012_0541_a_15L
一道烟霞萬慮澄空緣隨處任騰騰

012_0541_a_16L長天月色無今古小刼人生有減增

012_0541_a_17L塵裡唯聞呑藥老山中不見種瓜僧

012_0541_a_18L鍬鋤爭裡知歸路便是千秋剗艸情

012_0541_a_19L
掣鯨

012_0541_a_20L
競利奔名何足誇淸閒獨許野僧家

012_0541_a_21L心田不長無明草覺苑長開智慧花 [497]

012_0541_a_22L黃土坡邊多荀蕨 [498] 靑苔地上少塵沙

012_0541_a_23L我年三十餘來此幾度晴囱映落霞

012_0541_a_24L
妻子團圝尒莫誇淸閒不似旅人家

012_0541_a_25L經霜澗路鮮鮮葉襄草山坡熠熠花

012_0541_c_01L如何三萬六千日       어찌하면 삼만 육천 일 동안
不放身心靜片時       정신을 놓지 않고 잠시라도 고요할까
【석옥 11】


勢道寒暑本相推       세도와 추위 더위 본래 밀고 당기는 것
日月無多一局碁       해와 달 다름없이 한 판의 바둑이라
萬物皆忙閑者笑       만물이 모두 바쁘나 한가한 이는 비웃고
六經奇味老來知       육경의 기이한 맛 늙어서야 알겠노라
松罤皓月侵琴嶽       솔은 흰 달 그물 쳐서 금악644)을 침노하고
竹送輕風漾硯池       대숲서 보낸 가벼운 바람 연지를 출렁이네
總爲逢飄無俗累       모두가 표연히 만나 얽힌 속기 없는 터라
異恩天賜讀書時       하늘이 준 독서 시간 특별한 은혜로다
【다산 11】


駸駸歲月細相推       쌩쌩 달리는 세월 자세히 미루어 보니
翻覆堪嗟一局碁       뒤집히고 엎어짐이 한 판의 바둑이라
大事因緣依舊學       일대사 인연은 예전부터 배워 왔고
浮生汨沒信前知       부생에 골몰했음 예전에 알던 바라
科經古有彌天釋       과목 분과는 옛날 미천645)부터 전하나
潄口今無指地池       양치함에 지금은 습착치646)가 없도다
問舍求田非我事       집을 묻고 밭을 구함은 내 일이 아니니
薄身厚志已多時       검약한 몸으로 뜻을 두텁게 함에도 바쁘오
【철경 11】


法道寥寥不可模       불법의 도는 공활하여 본뜨기 어렵나니
一菴深隱是良圖       암자에 깊은 숨음이 그럴듯한 계책이라
門前養竹高遮屋       문 앞에 대를 길러 집을 높이 가로막고
石上分泉直到厨       돌 위에 샘을 갈라 부엌으로 바로 들인다
𤠔抱子來崖果熟       벼랑 과일 익으니 잔나비 식구 오고
鶴移巢去澗松枯       시냇가 솔 마르니 학은 둥지 떠나누나
禪邊大有閒情緖       선 닦는 여가에 한가론 심사 넉넉하니
收拾乾柴向地爐       마른 나무 주워 들고 아궁이로 향하누나
【석옥 12】


杞籬芋坎盡䂓模       버들 울타리 토란 구덩이 모두 규모 있으니
誰作寒岩小隱圖       누가 한암의 소은도를 만들어 놓았는지
磽土舊治成沃壤       자갈땅 오래 가꿔 옥토를 만들었고
石泉新鑿近香厨       돌샘을 새로 뚫어 향적주에 가깝구나
山中地凍松猶摘       산중에 땅 얼어도 솔방울 아직도 따고
冬至霜深菊始枯       동지에 무서리 내리자 국화 비로소 시드네
淸掃兩庭無一物       양쪽 마당 청소하나 티끌 하나 없어
牆根安揷煮茶鑪       담장 밑에 차 화로만 잘 꽂아 두었도다
【다산 12】


慧命如絲不可模       혜명이 실과 같아 본뜨기 어려워서
室中唯掛後天圖       방 안에 오직 후천도만 걸어 놓았네
獨憐淸飮藏幽壑       골짜기 숨겨 둔 시원한 음료 너무나 좋고
長笑炊烟起午厨       오시 주방 밥하는 연기에 크게 웃도다
池上秋深荷葉捲       연잎 말려드는 연못에 가을은 깊어 가고
園中霜重竹枝枯       대나무 가지 마르는 동산에 서리 무겁다
年過四十無超悟       나이 사십 넘어 가나 큰 깨달음 없나니
只把淸香爇一鑪       다만 맑은 향 집어 화로에 사를 뿐
【철경 12】


석옥 청공의 ≺산거시≻ 12수(칠언율시)에 대한 수룡袖龍·침교枕蛟·철선鐵船·범해梵海의 차운시


012_0541_b_01L谷響曉聽風落石樵歌夕唱浪淘沙

012_0541_b_02L朱泥點易工纔了獨倚枯松看落霞

012_0541_b_03L
茶山

012_0541_b_04L
半世幽懷不願誇自將深入白雲家

012_0541_b_05L心懸莊叟逍遙樂夢到韓君頃刻花

012_0541_b_06L閱世小魚遊大水遺書孤鳥印殘沙

012_0541_b_07L風收雨霽樓頭望天畔高峰帶晩霞

012_0541_b_08L
掣鯨

012_0541_b_09L
歷遍乾坤沒處尋偶然得住此山林

012_0541_b_10L茅菴高揷 [499] 雲霄碧蘚逕斜過竹樹深

012_0541_b_11L人爲利名驚寵辱我因禪寂老光陰

012_0541_b_12L蒼松恠石無人識猶更將心去覔心

012_0541_b_13L
僧房無事偶相尋不是禪機問少林

012_0541_b_14L晩景收功唯繕性初年學道悔鈎深

012_0541_b_15L芳池日頫疑濠上破瓮時隨作沃陰

012_0541_b_16L [500] 悵孔門仁恕字 [501] 唯千載月如心

012_0541_b_17L
茶山

012_0541_b_18L
妙歲幽期物外尋挂笻隨處便叢林

012_0541_b_19L春來佳句吟無盡老去殘經講不深

012_0541_b_20L白藕池邊含月影柴苔庭畔篆花陰

012_0541_b_21L傍人莫問安禪意只管淸高未管心

012_0541_b_22L
掣鯨

012_0541_b_23L
細把浮生物裡推輸嬴難定一般 [502]

012_0541_b_24L僧居靑嶂閑方好人在紅塵老不知

012_0541_b_25L風颺茶烟 [503] 浮竹榻水流花辦 [504] 落靑池

012_0542_a_01L伯夷何事餓山西       백이는 어인 일로 서산647)에서 굶었는가
松滿靑山水滿溪       소나무는 청산 가득 물은 시내에 가득
莫把一源分彼此       하나의 근원을 이다 저다 나누지 말고
深知萬物等高低       만물이 높거나 낮거나 같음을 깊이 알게
世情悟妄輕如羽       세정의 허망함 깨달으니 깃털처럼 가볍고
禪境忘機醉似泥       선경의 기미 잊으니 곤드레 취하도다
幽卧石頭春睡足       돌 머리에 그윽이 누워 봄 낮잠 푹 자는데
籬邊獨鳥向人啼       울타리 새 한 마리 사람 향해 우니누나
【1 수룡袖龍648)


睡覺高樓日已西       높은 누각 잠을 깨니 해는 벌써 서산에
竹風拂拂動寒溪       대바람 살랑 불어 찬 시내에 물결 이네
有營者鳥多來徃       집 짓는 새는 분주히 왔다 갔다
旣落之花任仰低       떨어진 꽃잎은 멋대로 오르내려
半歲生涯朝不夕       반평생 생애에 바쁜 일 없고649)
一生經說水枕泥       일생의 경전 풀이에 진흙물 베고 자네650)
繞堂槐榆濃陰裡       집을 두른 느티나무 짙은 그늘 속에서
夫掃黃鸝盡意啼       저 비질하는 꾀꼬리 목청껏 우는구나
【1 침교枕蛟651)


艸菴新搆月峰西       월봉 서쪽에 새로 얽은 초암
異石奇花匝小溪       기이한 돌 멋진 꽃이 작은 시내 둘렀네
嫩蕨每憐經雨大       고사리순 비 맞아 쑥쑥 자람 어여쁘고
踈篁自愛入風低       대숲에 바람 불어 낮게 휨이 참 좋아라
何須寶馬銷春日       어찌 보배론 말 행차로 봄날 사라지게 하리
不怕芒鞵踏夏泥       짚신 신고 여름 진흙 밟음 부끄러워 않으리
松戶無扄稀客到       솔 집에 빗장 없으나 찾아오는 손 드물어
任聽山鳥向人啼       산새들이 사람 향해 우는 소리 듣는다오
【1 철선鐵船652)653)


小阿蘭若碧山西       작은 언덕 난야는 벽산의 서쪽
十里松濤九曲溪       십 리 솔바람 아홉 굽이 시내
千卷詩中雙鬢老       천 권의 시 읽다 양쪽 머리 희어지고
半鉤簾外衆峰低       반 걷은 주렴 밖으로 뭇 봉우리 나지막
俗緣已斷紛如葛       세속 인연 끊었건만 어지럽기 칡 같고
白醭何辭醉似泥       누룩 어찌 사양하리 진탕 취하누나
窮海時因名士過       궁벽한 바다 때때로 명사들 지나감에
論他華藏見兒啼       화장세계 강론하니 아이처럼 칭얼대네
【1 철선】


一座高菴位面西       높은 암자 하나 서쪽을 향해 있어
登樓聽得細流溪       누대 오르면 들리네 가는 시냇물 소리
洞能嫌淺谽谺閜       골짜기는 얕음 싫어해 휑하니 열려 있고
峰自讓高峛崺低       봉우리는 높음 사양해 이어 이어 낮아진다
碧砌花明蜂挹露       푸른 섬돌에 꽃 밝아 벌은 이슬 훔치고
黃庭雨霽燕團泥       누런 마당에 비 개어 제비는 진흙 뭉치네
雲深樹密淸陰下       구름 깊고 나무 울창한 시원한 그늘 속에
好鳥忘機左右啼       어여쁜 새 기미 잊고 여기저기 우니누나

012_0541_c_01L如何三萬六千日不放身心靜片時

012_0541_c_02L
勢道寒暑本相推日月無多一局碁

012_0541_c_03L萬物皆忙閑者笑六經奇味老來知

012_0541_c_04L松罤皓月侵琴嶽竹送輕風漾硯池

012_0541_c_05L總爲逢飄無俗累異恩天賜讀書時

012_0541_c_06L
茶山

012_0541_c_07L
駸駸歲月細相推翻覆堪嗟一局碁

012_0541_c_08L大事因緣依舊學浮生汨沒信前知

012_0541_c_09L科經古有彌天釋潄口今無指地池

012_0541_c_10L問舍求田非我事薄身厚志已多時

012_0541_c_11L
掣鯨

012_0541_c_12L
法道寥寥不可模一菴深隱是良圖

012_0541_c_13L門前養竹高遮屋石上分泉直到厨

012_0541_c_14L▼(犭+員) [505] 抱子來崖 [506] 果熟鶴移巢去澗 [507] 松枯

012_0541_c_15L禪邊大有閒情緖收拾乾柴向地爐

012_0541_c_16L
杞籬芋坎盡䂓模誰作寒岩小隱圖

012_0541_c_17L磽土舊治成沃壤石泉新鑿近香厨

012_0541_c_18L山中地凍松猶摘冬至霜深菊始枯

012_0541_c_19L淸掃兩庭無一物牆根安揷煮茶鑪

012_0541_c_20L
茶山

012_0541_c_21L
慧命如絲不可模室中唯掛後天圖

012_0541_c_22L獨憐淸飮藏幽壑長笑炊烟起午厨

012_0541_c_23L池上秋深荷葉捲園中霜重竹枝枯

012_0541_c_24L年過四十無超悟只把淸香爇一鑪

012_0541_c_25L
掣鯨

012_0542_b_01L
【1 범해梵海654)655)


病居誰訪白雲關       병석이라 백운 빗장 방문할 이 그 뉘요
唯有春風依舊還       봄바람만 예와 같이 돌아올 뿐이라네
走馬塵多情剌促       달리는 말 먼지 많아 마음을 재촉하고
啞羊禪坐意幽閒       아양승656) 좌선하니 뜻은 참 한가롭다
千重老蔓藏紅瀑       천 겹 늙은 넝쿨 붉은 폭포 감추었고
百串香茶產碧山       백 꿰미 향기론 차 푸른 산서 났다오
哀彼食前方丈饌       슬프다 저 먹기 전 방장의 음식이여
幾廻寃債積人間       얼마나 원한 빚 돌아야 인간으로 태어날지
【2 수룡】


山深霧重掩松關       산 깊고 안개 자욱해 솔 문 가리고
滿眼塵勞付八還       눈 가득 티끌 번뇌 팔환657)에 부치네
着意詩書千載近       시경 서경에 뜻을 붙이니 천 년이 가깝고
安貧天地一身閑       천지간에 안빈낙도 일신이 한가롭다
堪咍竇憲銘雕石       가소롭다 두헌658)이여 돌에 명을 새겼으니
長笑陳摶券買山       하 우습다 진단659)이여 문서로 산을 사다니
夜半無灯香閣靜       한밤 등불 없는 향각은 고요한데
吿更鳥響出雲間       때 알리는 새 울음 구름 속에서 나오누나
【2 침교】


林霏初霽闢松關       숲속 함박눈 개자 솔 문 열어 두고
萬事如今付八還       만사를 지금처럼 팔환에 부치도다
半幅袈裟心界淨       반 폭의 가사에 심계가 청정하고
一株薝蔔意根閒       한 그루 담복화660)에 의근이 한가롭다
每逢腴土移新木       기름진 땅 찾을 때마다 새 나무 심고
旹爇名香對碧山       때때로 향을 살라 푸른 산 대하노라
可笑塵寰車馬客       우스워라 인간 세상 부귀한 거마객들
無人結社白雲間       백운 속에서 아무도 결사할 이 없어라
【2 철선】661)


自從入定白雲關       백운관에서 입정에 든 이후로
剩得啼輪任徃還       법 물으러 오고 가는 수레가 넘쳐 나네
不學古錐行道緊       노고추662)께 배우지 않아도 엄정하게 도 행하고
長偕癯鶴坐眠閑       여윈 학 오래 사귀어 한가히 앉아 조네
摘來紅泛牆根水       담장 아래 흐르는 물에서 붉은 꽃 집어 들고
燒處靑生海外山       바다 건너 산은 불사르는 석양 속에 푸르다
可笑揷貂趨關客       가소롭다 초관663) 쓰고 관문 달려 나가는 길손
百年出沒是非間       시시비비 그 사이에 백 년 동안 출몰하네
【2 철선】


自坐衆中未透關       대중 속에 좌선해도 관문 뚫지 못하고
縱觀衲子問津還       돌아가는 나루 묻는 납자 바라볼 뿐이네
千山注意師親老       온 산에 뜻을 기울이니 스승은 늙어 가고
萬事灰心寤寐閒       만사에 마음 끊으니 자나 깨나 한가롭다
放杖洗衣無主水       지팡이 놓고 옷 씻으니 주인 없는 물이요
携筐采菜不禁山       광주리에 나물 담으니 금치 않는 산이로다

012_0542_a_01L
伯夷何事餓山西松滿靑山水滿溪

012_0542_a_02L莫把一源分彼此深知萬物等高低

012_0542_a_03L世情悟妄輕如羽禪境忘機醉似泥

012_0542_a_04L幽卧石頭春睡足籬邊獨鳥向人啼

012_0542_a_05L
袖龍

012_0542_a_06L
睡覺高樓日已西竹風拂拂動寒溪

012_0542_a_07L有營者鳥多來徃旣落之花任仰低

012_0542_a_08L半歲生涯朝不夕一生經說水枕泥

012_0542_a_09L繞堂槐榆濃陰裡夫掃黃鸝盡意啼

012_0542_a_10L
枕蛟

012_0542_a_11L
艸菴新搆月峰西異石奇花匝小溪

012_0542_a_12L嫩蕨每憐經雨大踈篁自愛入風低 [508]

012_0542_a_13L何須寶馬銷春日不怕芒鞵踏夏泥

012_0542_a_14L松戶無扄稀客 [509] 任聽山鳥向人啼

012_0542_a_15L
鐵船

012_0542_a_16L
小阿蘭若碧山西十里松濤九曲溪

012_0542_a_17L千卷詩中雙鬢老半鉤簾外衆峰低

012_0542_a_18L俗緣已斷紛如葛白醭何辭醉似泥

012_0542_a_19L窮海時因名士過論他華藏見兒啼

012_0542_a_20L
鐵船

012_0542_a_21L
一座高菴位面西登樓聽得細流溪

012_0542_a_22L洞能嫌淺谽谺閜峰自讓高 [510] 峛崺低

012_0542_a_23L碧砌花明蜂挹露黃庭雨霽燕團泥

012_0542_a_24L雲深樹密淸陰下好鳥忘機左右啼

012_0542_c_01L浮沈一馬乾坤裡       건곤 속에 부침하는 한 필의 말이여
始覺依然出世間       비로소 의연히 출세간임을 알겠노라
【2 범해】


淄澠二水莫相分       치수 민수664) 두 강을 구분하지 말지니
何必𤠔7)蕕獨取薫       하필 악취 풀 버리고 향기론 풀 취하리오
潭底魚游明處見       못 아래 노니는 고기 밝은 곳서 바라보고
竹間鳥語靜中聞       대숲 속 새들 대화 고요한 속에 듣는다
蔬從隙地能成圃       틈새 땅 자란 채소는 밭을 이룰 만하고
茶放新烟遠入雲       새로 피운 차 연기 먼 구름 속 들어가네
世事杳茫春夢裡       세상일은 봄 꿈속에 아득도 한데
云何名利若波奔       어찌해 치닫는 파도처럼 명리를 좇나
【3 수룡】


一樓香烟靜不分       누대와 향 연기 고요하여 구분 못 해
春風微動如生薫       봄바람 살짝 불어 향기를 일으키듯
空庭栢樹休心想       빈 뜰 잣나무는 상념을 쉬게 하고
淨土蓮花但耳聞       정토 세계 연꽃은 귀로만 들었어라
寺後有峰先受月       절 뒷산 봉우리는 먼저 달을 맞이하고
岩間無穴自生雲       바위틈 구멍 없어도 구름 절로 생기는데
商量世事惟堪卧       세상일 생각에 오직 누울 만하니
劉項元來亦浪奔       유방 항우도 분주한 파도 다름없네
【3 침교】


晩春松葉細難分       늦봄 솔잎은 가늘어 떼기 어려워
木臼舂禾一室薫       나무절구에 줄기 찧으니 온 방 안 향기롭다
曷已道從閒處得       어찌해 도를 한가로운 곳에서만 얻으리
雖然利不靜中聞       그렇대도 고요함 속 듣는 것에 이익 없소
剪㰚碧落看移日       울타리 자르며 청천 지나는 해 바라보고
捲箔靑山點宿雲       주렴 걷으니 청산에 묵은 구름 한 점이라
渴驥人生知幾許       목마른 천리마665) 같은 인생 얼마나 남았으리
可憐長日竟趨奔       온종일토록 치달려 가는 모습 안타까워라
【3 철선】


短長不向鶴鳬分       길고 짧음으로 학과 오리 나누지 말라
也見心花自在薫       마음 꽃에 절로 향기 있음 볼 것이니
數道祥光掀塔聳       여러 길 상서로운 빛이 탑을 들듯 솟아나고
無方潮響徹霄聞       사방의 물결 소리 하늘까지 들릴 듯해
坐參麽詰房中月       앉아서는 유마힐 방 뜨는 달 참구하고
行踏圓公石上雲       거닐며 원공666)의 돌 위 구름 밟는다네
憎殺落紅隨水去       떨어지는 단풍 물 따라 흐름 미워서
惹來遊客竟馳奔       유람객 마침내 분주히 달리게 했다네
【3 철선】


汲澗煎茶喚友分       냇물 길어 달인 차 벗 불러 나누니
情林密勿滿堂薫       숲의 정취 친밀하여 집 가득 향기롭다
評論句讀砭新學       평론에 구두 찍어 신학문 비평하고
涉獵篇章證舊聞       편장을 섭렵하여 옛 학문 증명한다

012_0542_b_01L
梵海

012_0542_b_02L
病居誰訪白雲關唯有春風依舊還

012_0542_b_03L走馬塵多情剌促啞羊禪坐意幽閒

012_0542_b_04L千重老蔓藏紅瀑百串香茶產碧山

012_0542_b_05L哀彼食前方丈饌幾廻寃債積人間

012_0542_b_06L
袖龍

012_0542_b_07L
山深霧重掩松關滿眼塵勞付八還

012_0542_b_08L着意詩書千載近安貧天地一身閑

012_0542_b_09L堪咍竇憲銘雕石長笑陳摶券買山

012_0542_b_10L夜半無灯香閣靜吿更鳥響出雲間

012_0542_b_11L
枕蛟

012_0542_b_12L
林霏初霽闢松關萬事如今付八還

012_0542_b_13L半幅袈裟心界淨一株薝蔔意根閒

012_0542_b_14L每逢腴土移 [511] 新木旹爇名香對碧山

012_0542_b_15L可笑塵寰車馬客無人結社白雲間

012_0542_b_16L
鐵船

012_0542_b_17L
自從入定白雲關剩得啼輪任徃還

012_0542_b_18L不學古錐行道緊長偕癯鶴坐眠閑

012_0542_b_19L摘來紅泛牆根水燒處靑生海外山

012_0542_b_20L可笑揷貂趨關客百年出沒是非間

012_0542_b_21L
鐵船

012_0542_b_22L
自坐衆中未透關縱觀衲子問津還

012_0542_b_23L千山注意 [512] 師親老萬事灰心寤寐閒

012_0542_b_24L放杖洗衣無主水携筐采菜不禁山

012_0543_a_01L淨除道場充空肚       도량 깨끗이 소제한 후 빈 배 채우고
通開方丈坐孤雲       방장 시원히 열어 외로운 구름에 앉는다
已知至樂箇中在       지극한 낙 그 안에 있음 이미 아나니
可笑云爲陌上奔       우습구나 세상일 분주한 이들이여
【3 범해】


石臼舂麁飯有沙       돌절구에 현미 찧으니 밥에 모래 있고
山腰結屋斮垂蘿       산허리에 집 지으려 우거진 덩굴 베어 낸다
黃鷂砭俗丁寧語       꾀꼬리는 속인에게 간절한 말로 경계하고
紫雉忘機逼仄過       꿩은 기미 잊고 가까운 곁으로 지나간다
無數新泉穿石出       수없이 새로 난 샘 돌을 뚫고 나오고
虛心貞竹竦園多       속 빈 곧은 대는 성긴 동산에 많구나
流光冉冉何時盡       흐르는 빛 하염없이 어느 때나 다하려나
天地無端日夜磨       무단히도 천지를 밤낮으로 가는구나
【4 수룡】


平生病眼困風沙       평생 눈병으로 모래바람에 곤란 겪다
試踏崚𡾓捉壽蘿       우뚝한 산 올라 보네 묵은 덩굴 잡고서
頗喜幽居偕鹿隱       그윽한 집에 사슴 함께 은거함 자못 좋은데
秪緣迮徃少人過       다만 (왕래하기 협소하여) 지나가는 사람 적네
野狐至竟禪機絕       여우는 궁극에는 선의 기미를 끊고667)
水牯他生濟渡多       암소는 다른 생에 구제한 이 많았더라668)
香積山厨眞活計       향적산 주방에 참된 활계 있으니
長腰粳米自礱磨       장요미며 갱미며 스스로 갈리라
【4 침교】


此身頓頓學爬沙       이 몸은 착실하게 모래 기는 법을 배워
寄在閻浮若女蘿       염부제에 기생하니 겨우살이 같아라
採藥兒常斜日到       약초 캐는 아이는 해 질 때면 도착하고
辦齋僧與淡雲過       재 올리는 중과 얕은 구름 지나간다
山花不見知春盡       산꽃 안 보이니 봄 다 간 걸 알겠고
澗水猶鳴覺雨多       시냇물 시끄러워 비 많은 걸 깨닫겠네
家有瑩然無價玉       집에 찬란한 값없는 보배 있으니
不須他石强消磨       다른 돌 억지로 갈 필요 없으리라
【4 철선】669)


採芳曾不踏溪沙       꽃 따러 일찍이 시내 모래 밟지 않았나니
幽徑還應合翠蘿       오솔길 돌다 보면 푸른 넝쿨과 합해지리
尺霧堪容班豹隱       지척의 구름은 얼룩 표범 숨을 만하고
長風時化大鵬過       긴 바람 때로 일어 대붕이 지나간다
東峰月向琴心照       동봉에 뜬 달은 솔숲 향해 비치고
北苑茶含鳥舌多       북원에 달이는 차는 작설이 많구나
天趣從來誰與說       종래의 하늘 운치 뉘와 함께 말하겠소
淸光獨此可消磨       맑은 빛만 홀로 이를 갈 수 있으리라
【4 철선】


小庭雨激布新沙       작은 뜰에 세찬 비에 새 모래 펼쳐지고
岑寂柴門鎻碧蘿       고요한 산 사립문은 푸른 넝쿨로 막았네

012_0542_c_01L浮沈一馬乾坤裡始覺依然出世間

012_0542_c_02L
梵海

012_0542_c_03L
淄澠二水莫相分何必▼(犭+員) [513] 蕕獨取薫

012_0542_c_04L潭底魚游明處見竹間鳥語靜中聞

012_0542_c_05L蔬從隙地能成圃茶放新烟遠入雲

012_0542_c_06L世事杳茫春夢裡云何名利若波奔

012_0542_c_07L
袖龍

012_0542_c_08L
一樓香烟靜不分春風微動如生薫

012_0542_c_09L空庭栢樹休心想淨土蓮花但耳聞

012_0542_c_10L寺後有峰先受月岩間無穴自生雲

012_0542_c_11L商量世事惟堪卧劉項元來亦浪奔

012_0542_c_12L
枕蛟

012_0542_c_13L
晩春松葉細難分木臼舂禾一室薫

012_0542_c_14L曷已道從閒處得雖然利不靜中聞

012_0542_c_15L剪㰚碧落看移日捲箔靑山點宿雲

012_0542_c_16L渴驥人生知幾許可憐長日竟趨奔

012_0542_c_17L
鐵船

012_0542_c_18L
短長不向鶴鳬分也見心花自在薫

012_0542_c_19L數道祥光掀塔聳無方潮響徹霄聞

012_0542_c_20L坐參麽詰房中月行踏圓公石上雲

012_0542_c_21L憎殺落紅隨水去惹來遊客竟馳奔

012_0542_c_22L
鐵船

012_0542_c_23L
汲澗煎茶喚友分情林密勿滿堂薫

012_0542_c_24L評論句讀砭新學涉獵篇章證舊聞

012_0543_b_01L舊築池塘時一浴       옛날에 쌓은 연못 때때로 목욕 한 번
新開場圃日三過       새로이 일군 텃밭 날마다 산책 세 번
頗厭世事隱身久       세상사 자못 싫어해 은신한 지 오래고
慣愛山禽知己多       산새만 늘 좋아해 알아주는 벗 많아라
欲遣昏沈唫偈頌       혼침을 보내고자 게송을 읊조리고
謾將硯墨趣窓磨       공연히 창가에서 벼루에 먹을 가네
【4 범해】


課兒負土作新臺       아이에게 흙짐 지워 새 화단 만들어
去歲移花此日開       지난해 옮긴 꽃 오늘사 피었구나
且向雨中隨蟻匿       빗속을 향하여 개미 따라 숨었으니
休從睡裡打蠅來       잠자는 중 날아오는 파리 잡지 말지라
緣因獲果人皆樂       씨 뿌려 과실 따니 사람 모두 즐거워하고
隨分安貧我不哀       분수대로 가난 즐기니 나도 슬프지 않아라
默算前程餘幾許       앞날이 얼마나 남았나 가만히 헤아리니
麻衣雖弊莫新栽12)        삼베옷 해졌어도 새로 꿰매지 않는다네
【5 수룡】


時扶藜杖步西臺       때로 청려장 잡고 서쪽 누대 거닐 적에
閑笑岩花深處開       바위 깊은 틈에 핀 꽃 한가로이 빙그레
欲見峰光雲自捲       봉우리 빛 보고플 때 구름 절로 거두고
會無人跡月初來       인적 전혀 없는 곳 달이 막 떠오르네
靡齋靡室眞堪樂       먹을 것 잘 곳 없어도 참으로 즐거웁고
方死方生信不哀       죽으나 사나 진실로 슬프지 않아라
寒灯永夜難成睡       긴 밤 찬 등불에 잠 이루기 어려우니
意馬心猿尙未栽       의마심원670)을 아직 없애지 못한 거지
【5 침교】


寥寂禪樓石作臺       고요한 선루에 돌로 대를 쌓으니
小庭花木向陽開       작은 뜰 꽃나무 해를 향해 피었구나
不逢野客携詩過       시낭 메고 지나가는 길손은 못 만나고
時見山禽引子來       새끼 이끌고 날아오는 산새들 가끔 본다
掌上明珠群象靜       손바닥 안 밝은 구슬 온갖 물상 고요하고
鏡中寒雪二毛哀       거울 속 차가운 눈 양 머리털 애달프다
項金腰玉非吾分       금 목걸이 옥 허리띠 내 분수 아니라
艾縷毿毿自剪裁       늘어진 흰머리 스스로 자르노라
【5 철선】671)

漫將明鏡亦非臺       밝은 거울 가졌으나 거울대는 없었나니
聊向元無樹裡開       원래 나무 없는데 깨달음 열리기를 기다렸네672)
已證莊周化蝴舞       이미 장자의 나비 된 춤 증득했으니
曷疑次律換胎來       어찌 차율673)로 태 바꿔 올 것 의심하리
從緣會可行安樂       인연 따라 모이니 안락함 누릴 만하고
循業招何用苦哀       업을 따라 부르니 어찌 괴롭고 슬프겠소
家計如今猶自足       살아가는 방도 지금도 자족하니
七斤衫子也重裁       일곱 근 가사도 겹겹 꿰매노라
【5 철선】



012_0543_a_01L淨除道場充空肚通開方丈坐孤雲

012_0543_a_02L已知至樂箇中在可笑云爲陌上奔

012_0543_a_03L
梵海

012_0543_a_04L
石臼舂麁飯有沙山腰結屋斮垂蘿

012_0543_a_05L黃鷂砭俗丁寧語紫雉忘機逼仄過

012_0543_a_06L無數新泉穿石出虛心貞竹竦園多

012_0543_a_07L流光冉冉何時盡天地無端日夜磨

012_0543_a_08L
袖龍

012_0543_a_09L
平生病眼困風沙試踏崚𡾓捉壽蘿

012_0543_a_10L頗喜幽居偕鹿隱秪緣迮徃少人過

012_0543_a_11L野狐至竟禪機絕水牯他生濟渡多

012_0543_a_12L香積山厨眞活計長腰粳米自礱磨

012_0543_a_13L
枕蛟

012_0543_a_14L
此身頓頓學爬沙寄在閻浮若女蘿

012_0543_a_15L採藥兒常斜日到 [514] 辦齋僧與淡 [515] 雲過

012_0543_a_16L山花不見知春盡澗水猶 [516] 鳴覺雨多

012_0543_a_17L家有瑩然無價玉不須他石强消磨

012_0543_a_18L
鐵船

012_0543_a_19L
採芳曾不踏溪沙幽徑還應合翠蘿

012_0543_a_20L尺霧堪容班豹隱長風時化大鵬過

012_0543_a_21L東峰月向琴心照北苑茶含鳥舌多

012_0543_a_22L天趣從來誰與說淸光獨此可消磨

012_0543_a_23L
鐵船

012_0543_a_24L
小庭雨激布新沙岑寂柴門鎻碧蘿

012_0543_c_01L數間蘭若御高臺       몇 칸 난야 세워진 높은 누대 오르니
幻化乾坤壺裡開       허깨비 건곤이 호리병 속 펼쳐졌네
暫到僧披紅雨到       스님은 꽃비를 가르며 방금 도착하고
恒來泉自白雲來       샘물은 흰 구름서 늘 흘러 내려온다
尋眞野客留聞道       진경 찾는 길손은 머물러 도를 듣고
失耦山禽向吿哀       짝 잃은 산새는 허공 향해 슬피 운다
破衲揜身尖節至       몸을 가린 해진 납의로 여름 맞나니
然雖如是勢難裁       이와 같다 해도 꿰맬 형편 아니로다
【5 범해】


山尖水湛是吾家       산 뾰족하고 물 맑으니 우리 집이라
唯有淸貧度歲華       오직 청빈함으로 세월을 보낸다네
身似漏囊常不滿       몸은 새는 주머니 같아 항상 불만이고
道如津筏豈無涯       도는 나루 뗏목 같으니 어찌 끝이 없으리
執心如促瓮中鱉       마음 다잡을 땐 물독 자라 쫓듯 하고
玩易莫看繩上蛇       편히 지낼 땐 줄 위의 뱀 보지 말라
風逐斷霞斜日暮       토막 노을 바람이 쫓으니 석양이 지고
捲簾注目數歸鴉       주렴 걷고 바라보네 까마귀 몇 마리
【6 수룡】


茅菴如斗是吾家       한 말 남짓 초가 암자 우리 집이라
彈指聲中閱歲華       손가락 튀기는 소리에 세월은 지나가네
野草山花濃貴富       산과 들 핀 화초 자욱하여 풍요롭고
松醪橡飯淡生涯       송화주 묵밥으로 담박한 생애로다
休驚老石爲蹲虎       늙은 바위 웅크린 범 여겨 놀라지 말고
莫把交藤作走蛇       얽힌 넝쿨 달리는 뱀 여겨 잡지 말기를
塵事不關禪坐處       세상일 관여치 않고 선정에 든 자리
但看斜日覔巢鴉       석양에 둥지 가는 까마귀 바라볼 뿐
【6 침교】


長年不出白雲家       긴 세월 백운 서린 집 나서지 않고
一瓣燒香送歲華       한 조각 향 사르며 세월을 보낸다네
地有溪山堪住着       땅에는 시내와 산 있어 머물러 살 만하고
天敎筍蕨作生涯       하늘은 죽순 고사리로 살아가게 하셨네
淺經只學昌黎蠧       얕은 경전으로 다만 한창려의 좀을 배울 뿐
餘習誰忘利弗蛇       사리불의 뱀 같은 여습을 무엇으로 잊으리
飛落天花是何事       하늘 꽃 날려 떨어지니 이 무슨 일인가
坐觀庭樹集昏鴉       마당 나무 바라보니 저녁 까마귀 모여드네
【6 철선】674)


早携圓覺以爲家       일찍이 원각을 가지고 집으로 삼으니
九曲踈廉動素華       구곡의 성긴 주렴 흰 달빛 움직인다
打瓦攅龜非我事       옹기 깨서 거북이 모음은 내 일 아니요
喫松衣艸是生涯       솔잎 먹고 풀 옷 입음이 이내 생애라
道無低昂分三獸       도에 높고 낮음 없으나 삼수675)를 나누고
體自淸凉絶四蛇       몸은 절로 청량하여 사사676)를 끊었도다
齋食故餘三兩握       재식은 일부러 두세 숟갈 남기나니
施香臺石下捿鴉       댓돌 아래 깃든 까마귀 향반 베푸네

012_0543_b_01L舊築池塘時一浴新開場圃日三過

012_0543_b_02L頗厭世事隱身久慣愛山禽知己多

012_0543_b_03L欲遣昏沈唫 [517] 偈頌謾將硯墨趣窓磨

012_0543_b_04L
梵海

012_0543_b_05L
課兒負土作新臺去歲移花此日開

012_0543_b_06L且向雨中隨蟻匿休從睡裡打蠅來

012_0543_b_07L緣因獲果人皆樂隨分安貧我不哀

012_0543_b_08L默算前程餘幾許麻衣雖弊莫新栽 [518]

012_0543_b_09L
袖龍

012_0543_b_10L
時扶藜杖步西臺閑笑岩花深處開

012_0543_b_11L欲見峰光雲自捲會無人跡月初來

012_0543_b_12L靡齋靡室眞堪樂方死方生信不哀

012_0543_b_13L寒灯永夜難成睡意馬心猿尙未栽 [519]

012_0543_b_14L
枕蛟

012_0543_b_15L
寥寂禪樓石作臺小庭花木向陽開

012_0543_b_16L不逢野客携詩過 [520] 見山禽引子來

012_0543_b_17L掌上明珠群象靜鏡中寒雪二毛哀

012_0543_b_18L [521] 金腰玉非吾分艾縷 [522] 毿毿自剪裁

012_0543_b_19L
鐵船

012_0543_b_20L
漫將明鏡亦非臺聊向元無樹裡開

012_0543_b_21L已證莊周化蝴舞曷疑次律換胎來

012_0543_b_22L從緣會可行安樂循業招何用苦哀

012_0543_b_23L家計如今猶自足七斤衫子也重裁

012_0543_b_24L
鐵船

012_0544_a_01L
【6 철선】


南坮北岳是吾家       남대와 북악이 모두 나의 집
只守性天度歲華       다만 천성 지키며 세월 보낼 뿐
蘿月松風爲伴侶       넝쿨 달 솔 바람을 반려로 삼고
經床茶竈作生涯       경상에 차 화로를 생애로 삼네
三條椽下知吳馬       세 가지의 서까래 밑에서 오마677)를 알고
七尺單前覺盞蛇       일곱 자 자리 앞에서 잔 속 뱀 깨닫네678)
葉落花開春秋至       꽃 피고 낙엽 지는 봄가을 이르러도
但看喚友擇枝鴉       짝 부르며 가지 옮는 까마귀 바라볼 뿐
【6 범해】


一席方畦斸數層       한 자리 네모난 밭 몇 단으로 갈아서
栽萵種芋事多能       상추 기르고 토란 심느라 할 일 많아라
叢英落盡還舒草       떨기 꽃 다 지니 다시 풀이 뻗어 나고
脩竹新生已掛藤       대나무 새로 나니 벌써 넝쿨 매달리네
窮處不應來貴客       궁벽한 곳이라 내빈객 응대치 않나니
此中端合卧高僧       이 중에 높이 누운 한가한 중 마땅하지
殘年唯好淸閒事       남은 생애에 오직 청한한 일 좋아하여
背日花開自愛菱       해 등진 꽃 피니 마름풀 참 좋구나
【7 수룡】


參差石角穴多層       울퉁불퉁 돌부리에 구멍 여러 층
滿鴿分飛各自能       빼곡 찬 비둘기 흩어 나니 다들 멋지다
攪睡難堪連夜雨       잠 깨우는 밤새 비에 견디기 어렵고
扶衰猶賴古年藤       몸 붙드는 옛 등줄기에 아직 기대네
偶從藉艸班荊地       풀 깔린 반형679)의 자리에 우연히 따라가
欣見煑茶剪芋僧       차 달이고 토란 끊는 스님 기쁘게 바라본다
休恠頭陀受人侮       두타가 사람들에게 얕보인다 괴이타 마오
汚池自古出荷菱       자고로 더러운 연못에서 연꽃 피어나나니
【7 침교】


雙眉病後瘦稜層       두 눈썹 병든 후에 파리하고 앙상해져
禮佛承經愧不能       예불과 송경을 하지 못해 부끄럽다
每爲痴蠅停白麈       어리석은 파리 위해 흰 불자 늘 멈추고
更因遊蟻揷靑藤       노는 개미 인하여 파란 등나무 꽂는다
坐看遠海傾帆客       먼 바다 돛대 기울인 손 앉아서 바라보고
起送斜陽請偈僧       석양에 시 청하는 객승을 서서 전송한다
一鉢三衣家具足       발우 하나 옷 세 벌로 집이 구족하니
漂浮處處學萍菱       곳곳에 떠돌면서 부평초 배우리라
【7 철선】680)


萬丈頭輪最高層       만 길 높이 두륜산 가장 높은 층에
乘風長嘯是誰能       바람 타고 긴 휘파람 불 이 누구랴
愛他香印同芻狗       저 향내 좋지마는 추구681)와 같고
笑殺宗秋亂葛藤       종추682)의 번거로운 교리 비웃는다
社裡不勞迎毳客       절이라 부귀객 맞이하는 수고가 없고
夢中猶喜接胡僧       꿈속에서 호승 만남 외려 기쁘다

012_0543_c_01L
數間蘭若御高臺幻化乾坤壺裡開

012_0543_c_02L暫到僧披紅雨到恒來泉自白雲來

012_0543_c_03L尋眞野客留聞道失耦山禽向吿哀

012_0543_c_04L破衲揜 [523] 身尖 [524] 節至然雖如是勢難裁

012_0543_c_05L
梵海

012_0543_c_06L
山尖水湛是吾家唯有淸貧度歲華

012_0543_c_07L身似漏囊常不滿道如津筏豈無涯

012_0543_c_08L執心如促瓮中鱉玩易莫看繩上蛇

012_0543_c_09L風逐斷霞斜日暮捲簾注目數歸鴉

012_0543_c_10L
袖龍

012_0543_c_11L
茅菴如斗是吾家彈指聲中閱歲華

012_0543_c_12L野草山花濃貴富松醪橡飯淡生涯

012_0543_c_13L休驚老石爲蹲虎莫把交藤作走蛇

012_0543_c_14L塵事不關禪坐處但看斜日覔巢鴉

012_0543_c_15L
枕蛟

012_0543_c_16L
長年不出白雲家一瓣燒香送歲華

012_0543_c_17L地有溪山堪住着天敎筍蕨作生涯

012_0543_c_18L淺經只學昌黎蠧餘習誰忘利弗蛇

012_0543_c_19L飛落天花是何事坐觀庭樹集昏鴉

012_0543_c_20L
鐵船

012_0543_c_21L
早携圓覺以爲家九曲踈廉動素華

012_0543_c_22L打瓦攅龜非我事喫松衣艸是生涯

012_0543_c_23L道無低昂分三獸體自淸凉絕四蛇

012_0543_c_24L齋食故餘三兩握施香臺石下捿鴉

012_0544_b_01L無偏無黨眞吾道       불편부당한 것이 진실로 나의 길
寒煖誰令赦芡菱       춥건 따뜻하건 누가 마름 풀어놓으리
【7 철선】


人皆德業備多層       사람 모두 덕업을 갖가지로 갖추나니
以懶言之我自能       게으른 것으로 말하면 나도 능하다오
泐井通天沈白月       돌우물 하늘과 통해 흰 달이 빠지고
矮簷着地掛紅藤       낮은 처마 땅에 닿아 붉은 넝쿨 걸려 있네
若交信向榮名客       영명한 길손들과 교유 나눌 것이지
寧納誤尋問字僧       어찌 글 묻는 중 잘못 찾아들었는가
一眼小池流水滿       작은 연못 하나에 물이 흘러 가득 차니
堤花岸柳又蘋菱       둑에는 꽃 언덕엔 버들 또 마름풀이라
【7 범해】


潦水新收玉露澄       고인 물은 옥 이슬 새로 받아 맑고
瘦骨逸氣又騰騰       마른 몸에 빼어난 기운 또한 등등
塵勞老去全然减       번뇌는 늙어 가며 온전히 덜어 내고
詩興秋來一倍增       시흥은 가을 오자 곱절 더해 간다
愁向蓮壇拜古佛       시름에 연꽃 좌대 고불께 삼배하고
忽思楓岳訪胡僧       홀연히 풍악으로 호승 방문 생각한다
溪風䬃䬃吹鬢髮       골바람 휘익 불어 귀밑머리 날리고
數曲樵歌寄遠情       초동 노래 몇 구절에 깊은 정 보내누나
【8 수룡】


老樹迎凉秋氣澄       늙은 나무 서늘함 맞이해 가을 기운 맑고
曉風獵獵葉騰騰       새벽바람 살랑살랑 잎은 등등 날리네
樓頭古栢翠無變       누각의 옛 동백은 푸른빛 변함없고
墻角女蘿紅有增       담장 밑 겨우살이 더욱더 붉어지네
淸眞喜有聽經鹿       청진하여라 송경 듣는 사슴 있어 기쁘고
煩惱休招問字僧       번뇌로우니 글자 묻는 중 부르지 말게
點檢平生如幻夢       평생을 점검해 보니 허깨비 꿈과 같아
刼前刼後總忘情       겁전 겁후에 모두 정을 잊었도다
【8 침교】


一部棱嚴萬慮澄       『능엄경』 한 부에 온갖 생각 맑아지고
境寥寥處氣騰騰       경계가 고요해진 곳에 기운은 등등하다
漚和淸癖何時减       구화683)의 맑은 고질병은 언제나 감해질까
竗喜風痾逐日增       묘희 세계684)의 풍병은 나날이 더해 가네
麝炷香中延野客       사향 심지 향으로 나그네 맞이하고
龍團烟裡送憐僧       용단685)의 연기 속에 이웃 중 전송하네
已知不踏紅塵路       홍진의 길 밟지 않음 이미 알았으나
怊悵無人會此情       아무도 이 심정 아는 이 없어 슬프네
【8 철선】686)


菜圃且來沅瀣澄       채마밭에 와 보니 강 이슬 맑은데
六銖衫薄氣騰騰       육수687)의 가사 얇아 찬 기운 등등하다
澗過寒雨芳隨歇       찬비 지나간 계곡에 풀 향기 그치고
竹受輕霜色轉增       묽은 서리 내린 대 빛 점점 짙어진다

012_0544_a_01L
鐵船

012_0544_a_02L
南坮北岳是 [525] 吾家只守性天 [526] 度歲華

012_0544_a_03L蘿月松風爲伴侶經床茶竈作生涯

012_0544_a_04L三條椽下知吳馬七尺單前覺盞蛇

012_0544_a_05L葉落花開春秋至但看喚友擇枝鴉

012_0544_a_06L
梵海

012_0544_a_07L
一席方畦斸數層栽萵種芋事多能

012_0544_a_08L叢英落盡還舒草脩竹新生已掛藤

012_0544_a_09L窮處不應來貴客此中端合卧高僧

012_0544_a_10L殘年唯好淸閒事背日花開自愛菱

012_0544_a_11L
袖龍

012_0544_a_12L
參差石角穴多層滿鴿分飛各自能

012_0544_a_13L攪睡難堪連夜雨扶衰猶賴古年藤

012_0544_a_14L偶從藉艸班荊地欣見煑茶剪芋僧

012_0544_a_15L休恠頭陀受人侮汚池自古出荷菱

012_0544_a_16L
枕蛟

012_0544_a_17L
雙眉病後瘦稜層禮佛承經愧不能

012_0544_a_18L每爲痴蠅停白塵更因遊蟻揷靑藤

012_0544_a_19L坐看遠海傾帆客起送斜陽請偈僧

012_0544_a_20L一鉢三衣家具足漂浮處處學萍菱

012_0544_a_21L
鐵船

012_0544_a_22L
萬丈頭輪最高層乘風長嘯是誰能

012_0544_a_23L愛他香印同芻狗笑殺宗秋亂葛藤

012_0544_a_24L社裡不勞迎毳客夢中猶喜接胡僧

012_0544_c_01L幽帙請評玄石老       숨겨 둔 책 비평 청하는 현석 노스님
嫰芽見試白蓮僧       여린 차 싹 맛을 보이는 백련사 스님
半生跌宕靑天外       반평생 청천 밖에서 질탕하게 노닐었으니
名利區區不用情       명리에 구구하게 마음 쓰지 않으리
【8 철선】


考槃在澗一心澄       시내에 은거하니688) 한마음 맑고
南北東西任運騰       남북으로 동서로 임운등등 자유롭다
眼困看經明漸縮       간경하기 곤란하게 눈은 침침해지고
毛因閱歲白將增       세상일 겪느라 백발 점점 더해지네
講筵馳想雲居塾       강의함에 생각은 구름 머문 글방으로 달리고
茶話難忘月出僧       차담 나눔에 월출산 스님 잊기 어려워
俯念群生千萬態       군생들 천태만상 굽어 생각해 보니
堪憐同住有多情       함께 사는 다정한 이들 어여쁘도다
【8 범해】


龍象成群莫謾誇       용상들이 무리 지었다고 부질없이 자랑 마오
餘齡要息水雲家       남은 생애 물과 수운가에서 쉬어야 하리
紅藤裊裊千尋壁       등줄기 하늘하늘 천 길 절벽 달려 있고
寒菊鮮鮮萬點花       국화 곱고 선명하게 일만 송이 꽃이라
當逕剪茅行掃石       산길에선 띠를 베어 바위를 비로 쓸고
臨溪折柳坐書沙       시내에선 버들 꺾어 모래에 글을 쓴다
山田荏菽秋來好       산밭에 심은 콩 가을 되자 잘 여물어
不復休糧餐紫霞       다시는 양식 끊겨 노을 먹지는 않겠네
【9 수룡】


矗矗朱門莫謾誇       우뚝한 붉은 대문 공연히 자랑 마오
養眞不似白雲家       본성 수양에는 백운가만 못하리라
塵事盡同漂浪蘂       세상일 모두가 둥둥 떠가는 꽃 같으나
山中還有拒霜花       산중엔 서리 막는 꽃689) 있다오
調人刻石終爲石       문사들 돌에 새기나 끝내 돌인 것을
迷客蒸沙只作沙       미혹한 객 모래를 삶으나 다만 모래인 것을
小睡岩頭徐自起       바위에서 선잠 자다 천천히 일어나니
碧天如掃淨雲霞       푸른 하늘을 맑은 노을로 쓴 것 같구나
【9 침교】


不將香印向人誇       향인을 가지고 남들에게 자랑 마오
藏在南方措大家       남방의 선비 집에 감추어져 있었다오
雨後高桐飄病葉       비 온 후 늙은 오동 누런 잎 떨어지고
霜前叢菊綻鮮花       서리 전 떨기 국화 선명한 꽃 터뜨리네
居山已得衣爲草       산에 사노라 이미 풀로 만든 옷 얻었고
修道還嫌飯作沙       도 닦으나 아직도 모래 밥 싫어하네
一鉢松糜隨處足       한 그릇 송죽으로 어디 가나 자족하니
延年何必服殘霞       나이 늘림에 어찌 꼭 지는 노을 복용하리
【9 철선】690)



012_0544_b_01L無偏無黨眞吾道寒煖誰令赦芡菱

012_0544_b_02L
鐵船

012_0544_b_03L
人皆德業備多層以懶言之我自能

012_0544_b_04L泐井通天沈白月矮簷着地掛紅藤

012_0544_b_05L若交信向榮名客寧納誤尋問字僧

012_0544_b_06L一眼小池流水滿堤花岸柳又蘋菱

012_0544_b_07L
梵海

012_0544_b_08L
潦水新收玉露澄瘦骨逸氣又騰騰

012_0544_b_09L塵勞老去全然减詩興秋來一倍增

012_0544_b_10L愁向蓮壇拜古佛忽思楓岳訪胡僧

012_0544_b_11L溪風䬃䬃吹鬢髮數曲樵歌寄遠情

012_0544_b_12L
袖龍

012_0544_b_13L
老樹迎凉秋氣澄曉風獵獵葉騰騰

012_0544_b_14L樓頭古栢翠無變墻角女蘿紅有增

012_0544_b_15L淸眞喜有聽經鹿煩惱休招問字僧

012_0544_b_16L點檢平生如幻夢刼前刼後總忘情

012_0544_b_17L
枕蛟

012_0544_b_18L
一部棱嚴萬慮澄境寥寥處氣騰騰

012_0544_b_19L漚和淸癖何時减竗喜風痾逐日增

012_0544_b_20L麝炷香中延野客龍團烟裡送憐僧

012_0544_b_21L已知不踏紅塵路怊悵無人會此情

012_0544_b_22L
鐵船

012_0544_b_23L
菜圃且來沅瀣澄六銖衫薄氣騰騰

012_0544_b_24L澗過寒雨芳隨歇竹受輕霜色轉增

012_0545_a_01L金剛一帖向誰誇       『금강경』 한 첩을 누구 향해 자랑하리
閉戶焚香批五家       문 닫고 향 사르며 오가 해석691) 비정하네
塵世間緣風槿樹       티끌 세간 인연은 바람 앞의 무궁화요
妙心上法鉢羅花       묘심 상법은 우담바라 꽃이라
秋深幽壑林楓葉       가을 깊은 골짜기에 숲 단풍 짙어 가고
月度空庭露濕沙       달이 빈 뜰 지나갈 때 이슬은 모래 적신다
房冷佛躬還燒郤       방 차가워 불신 쪼개 불을 사르니
夢中許可見丹霞       꿈속에서 단하 스님692) 뵐 수 있겠네
【9 철선】


單名片利莫矜誇       자잘한 명리를 대단타 자랑 마오
不若幽居守拙家       은거하며 졸렬함 지키는 이만 못하리
路挾亭亭君子樹       길가에 우뚝 서 있는 군자 나무요
溪流灼灼曼陀花       시냇물 곁 찬란히 핀 만다라화라
蘭泉迸瀉穿林井       난초 샘은 숲속 우물 뚫고 솟아나고
梧月和明布地沙       오동나무 달은 함께 모래톱에 비치네
獨自徜徉芳草裡       홀로 방초 속에 이리저리 거니니
七斤衣角滿輕霞       일곱 근 옷자락에 엷은 노을 가득하네
【9 범해】


龍眠魚走水波深       용 잠들어 물고기 달리는 물결은 깊고
唯有山禽語石林       산새들 석림에서 재잘거리는 소리뿐
瓮裡聖賢差可意       항아리 속 성현의 뜻 조금 알 만해
塵中賓客莫相尋       티끌 속 귀한 손님은 찾지를 않네
菩提樹下除三毒       보리수 아래에서 삼독을 제거하고
曇鉢花邊辟五陰       우담바라 곁에서 오음을 물리치네
知已此生難復見       이 생애 다시 보기 어려움 알았으니
不如竪拂內觀心       불자 세우고 안으로 관심함만 못하리
【10 수룡】


舊遊陳跡夢中尋       옛 놀며 다닌 자취 꿈속에서 찾으니
落月依然掛橡林       지는 달 의구하게 상수리 숲에 걸려 있네
會講壇心衰艸沒       강단에 모인 마음 쇠미해져 풀만 무성
經行履跡老苔深       오가며 지난 자취는 늙어 이끼 깊구나
長懷好月枕波底       긴 회포에 멋진 달은 물결 밑에 가로눕고
起視明河宿殿陰       일어나 보니 밝은 강은 절 그늘에 잠들었네
默坐燒香未成寐       고요히 앉아 향 사르며 잠들지 못하는데
此生何處可論心       이 생애 어느 곳서 마음 논할 수 있으리
【10 침교】


法伴從來不許尋       도반들도 원래부터 심방을 허락 않고
怡然長日卧東林       느긋 태평 긴 하루를 동림에 누웠어라
忘機新草門前繞       무심하니 잡초는 문 앞을 두르고
禁足陽塵膝上深       출입 금해693) 밝은 티끌 무릎 위에 수북하다
椷29)樹寒風斯30)日色       나무 흔드는 찬 바람은 햇빛 속이고
垂簷殘雪閣天陰       처마 드리운 잔설에 누각은 그늘졌네
山中幽趣人誰識       산중의 그윽한 정취 아는 이 그 누구랴
只有靑燈照此心       푸른 등불 있어 이 마음을 비출 뿐

012_0544_c_01L幽帙請評玄石老嫰芽見試白蓮僧

012_0544_c_02L半生跌宕靑天外名利區區不用情

012_0544_c_03L
鐵船

012_0544_c_04L
考槃在澗一心澄南北東西任運騰

012_0544_c_05L眼困看 [527] 經明漸縮 [528] 因閱歲白將增

012_0544_c_06L講筵馳想雲居塾茶話難忘月出僧

012_0544_c_07L俯念群生千萬態堪憐同住有多情

012_0544_c_08L
梵海

012_0544_c_09L
龍象成群莫謾誇餘齡要息水雲家

012_0544_c_10L紅藤裊裊千尋壁寒菊鮮鮮萬點花

012_0544_c_11L當逕剪茅行掃石臨溪折柳坐書沙

012_0544_c_12L山田荏菽秋來好不復休糧餐紫霞

012_0544_c_13L
袖龍

012_0544_c_14L
矗矗朱門莫謾誇養眞不似白雲家

012_0544_c_15L塵事盡同漂浪蘂山中還有拒霜花

012_0544_c_16L調人刻石終爲石迷客蒸沙只作沙

012_0544_c_17L小睡岩頭徐自起碧天如掃淨雲霞

012_0544_c_18L
枕蛟

012_0544_c_19L
不將香印向人誇藏在南方措大家

012_0544_c_20L雨後高桐 [529] 飄病葉霜前叢菊綻鮮 [530]

012_0544_c_21L居山已得衣爲草 [531] 1)還嫌 [532] 飯作沙

012_0544_c_22L一鉢松糜隨處足延年何必服殘霞

012_0544_c_23L
鐵船

012_0544_c_24L「還」下疑脫「嫌」{編}

012_0545_b_01L
【10 철선】694)


狂慧悠悠向外尋       광혜695)로 아득하게 밖을 향해 찾으며
不知隱几坐空林       공림에서 궤안에 좌정함은 알지 못하네
齋庖客去烟初散       재 주방은 손님 떠나 연기 막 흩어지고
汲路霄來雪復深       물 긷는 길 구름 오자 눈은 더욱 깊어지네
舍那定中翻地軸       비로자나 선정 중에 지축이 뒤집히고
伽陀頌裡轉庭陰       가타 게송 부르는 중 마당 그늘 옮겨 가네
年光四十曾過了       사십 년 세월이 이미 지나갔으니
聲色詎能動我心       성색이 어찌 능히 내 마음 움직이랴
【10 철선】


二七方知竺道尋       열네 살에 비로소 불도 찾을 줄 안 후
於今四十老叢林       지금까지 사십 년을 총림에서 늙었네
罕行鄕里忘親戚       고향을 드물게 가니 친척도 잊히고
頻涉山川識淺深       산천을 자주 도니 깊고 낮음 알겠노라
茆屋半區容衣鉢       초옥 반 칸은 의발을 들일 만하고
單經數卷度光陰       경전 한 부 몇 권으로 세월을 보내노라
出家榜樣如何是       출가승 정황이야 이만하면 어떠한가
抖擻人心覓道心       인심을 떨어내고 도심을 찾아보세
【10 범해】


黃金瓦礫自相推       황금과 기와 조각 절로 서로 바뀌나니
設住輸嬴一局碁       승패를 만들어 머무는 한 판의 바둑이라
須識此身非我有       이 몸이 내 것 아님을 반드시 알아야 하니
從他世俗莫吾知       저 세속 붙좇아서 나를 알리려 하지 마오
空花自發無明草       공화는 스스로 무명초를 피워 내고
智水常淸阿耨池       지혜의 물 언제나 아뇩지696)를 맑게 하네
且復蒸沙勤作飯       다시 또 모래 쪄서 겨우 밥을 짓나니
殘年一飽定何時       남은 해에 배불리 먹을 날 언제이리오
【11 수룡】


世道翻復理難推       세상 도는 번복 반복 이치 추구 어렵고
時事渾如一局碁       시국 일은 모두가 한 판의 바둑 같아라
晦迹只緣心自愛       자취 감추고 마음 따라 스스로 아끼고
韜光原不願入知       빛 숨기고 원래부터 알리고 싶지 않네
不禁麋鹿懷豊草       사슴이 무성한 풀 품는 것을 금치 마오
誰把鯨魚豢小池       그 누가 고래 잡아 작은 못에 기르리오
紅白雜開山菊靜       울긋불긋 뒤섞여 핀 산국화 고요한데
好玆南國鴈來時       기러기 날아오는 여기 남국 좋구나
【11 침교】


天地團團只有推       천지는 둥글둥글 다만 옮김이 있네
群生鋪置一盤碁       군생을 펼쳐 두니 한 판의 바둑
天花亂落增新見       하늘 꽃 현란하게 지니 새로움 많아지고
地草叢生減舊知       지상 풀 떨기로 나니 알던 것 줄어드네
若信三明通宿刼       삼명697)을 믿으면 숙겁에 통하리니
何疑五濁變阿池       어찌 오탁이 아뇩지로 변함을 의심하리

012_0545_a_01L
金剛一帖向誰誇閉戶焚香批五家

012_0545_a_02L塵世間緣風槿樹妙心上法鉢羅花

012_0545_a_03L秋深幽壑林楓葉月度空庭露濕沙

012_0545_a_04L房冷佛躬還燒郤夢中許可見丹霞

012_0545_a_05L
鐵船

012_0545_a_06L
單名片利莫矜誇不若幽居守拙家

012_0545_a_07L路挾亭亭君子樹溪流灼灼曼陀花

012_0545_a_08L蘭泉迸瀉穿林井梧月和明布地沙

012_0545_a_09L獨自徜徉 [533] 芳草裡七斤衣角滿輕霞

012_0545_a_10L
梵海

012_0545_a_11L
龍眠魚走水波深唯有山禽語石林

012_0545_a_12L瓮裡聖賢差可意塵中賓客莫相尋

012_0545_a_13L菩提樹下除三毒曇鉢花邊辟五陰

012_0545_a_14L知已此生難復見不如竪拂內觀心

012_0545_a_15L
袖龍

012_0545_a_16L
舊遊陳跡夢中尋落月依然掛橡林

012_0545_a_17L會講壇心衰艸沒經行履跡老苔深

012_0545_a_18L長懷好月枕波底起視明河宿殿陰

012_0545_a_19L默坐燒香未成寐此生何處可論心

012_0545_a_20L
枕蛟

012_0545_a_21L
法伴從來不許尋怡然長日卧東林

012_0545_a_22L忘機新 [534] 草門前繞禁足陽塵膝上深

012_0545_a_23L1) [19] [535] 樹寒風2) [20] [536] 日色垂簷殘雪閣天陰

012_0545_a_24L山中幽趣人誰識只有靑燈照此心

012_0545_c_01L穹風墜雪淸齋夜       하늘 바람이 눈을 내려 맑은 암자의 밤
鐘鼓無端送六時       쇠종 법고는 무단히도 육시698)를 알리누나
【11 철선】


今古聊從一理推       고금을 애오라지 한 가지 이치로 미루면
聖凡同是爛柯碁       성인과 범부 모두 자루 썩는 바둑699)이라
夜繩容易人多惑       밤중의 끈은 쉽게도 많은 사람 의심하고
空縷尋常世莫知       허공의 실은 언제나 세상에서 알지 못해700)
兜率天開歸死界       도솔천에 저승 가는 길 열어 놓았고
閻浮月印放生池       염부제 뜬 달은 방생 연못에 비친다네
雖然此道終難播       그러해도 이 도는 종내 퍼뜨리기 어려워
骯髒還嫌不合時       더러움 다시 더럽힘은 마땅치 않네
【11 철선】


世事總將物理推       모든 세상사를 물리로 미루어 보니
盈虛乃是一盤碁       차고 기움이 곧 한 판의 바둑이로다
貪婪滅祖無前保       탐욕으로 조상 멸하면 과거 보전 못 하고
忠孝貽孫有後知       충효로 후손 끼치면 훗날까지 알려지리
隨喜戰歸超死界       전장에서 돌아와 죽음 벗어남 기뻐하듯
賛歎魚老放生池       방생지서 늙어 가는 물고기들 찬탄하네
聲塵不到千岩靜       성진701) 이르지 않는 천 길 암자 고요하니
正好看經得意時       바로 지금 간경하기 딱 좋은 때로구나
【11 범해】


赤靑黑白四時模       춘하추동 적청흑백 사계절을 모사한들
何似叅寥水藕圖       어찌 참료자702)의 연꽃 그림(수우도) 비슷하리
身計如今歸石屋       생계는 지금처럼 석옥으로 돌아오고
生涯依舊付山厨       생애는 예전처럼 산 주방에 부친다오
閑來睡爲㰙書熟       한가하여 든 잠은 여러 책으로 익어 가고
老去腸因斷酒枯       늙어 감에 위장은 술을 끊어 말라 간다
雍被寒牕誰共語       차가운 창 둘러싸여 뉘와 함께 얘기하리
只將松子爇香爐       솔방울 가지고 향로 끓일 뿐이라오
【12 수룡】


華嚴大講破䂓模       『화엄경』 큰 강회는 예전 규모 깨뜨렸으니
拈頌傳燈是晩圖       『염송』과 『전등록』은 늘그막에 읽어야지
橄㰖自應多汁液       감람나무 절로 즙액 많이 내놓는데
腥膻何用積庖厨       비린 고기를 어찌 푸줏간에 쌓으리오
老來心事全灰冷       나이 들자 심사가 온통 냉담하고
歲暮身光亦草枯       세모에 신광은 마른풀 같구나
向夕呼兒煑松粥       저물녘에 아이 불러 송죽을 끓이나니
一庵生活小風爐       암자의 생활이 작은 풍로에 달렸구나
【12 침교】


棗栢靈桃不可模       조백703)의 신령한 복숭아 그릴 수 없어
箕城多事作中圖       기성의 많은 일 그림 그리려 했구나

012_0545_b_01L
鐵船

012_0545_b_02L
狂慧悠悠向外尋不知隱几坐空林

012_0545_b_03L齋庖客去烟初散汲路霄來雪復深

012_0545_b_04L舍那定中翻地軸伽陀頌裡轉庭陰

012_0545_b_05L年光四十曾過了聲色詎能動我心

012_0545_b_06L
鐵船

012_0545_b_07L
二七方知竺道尋於今四十老叢林

012_0545_b_08L罕行鄕里忘親戚頻涉山川識淺深

012_0545_b_09L [537] 屋半區容衣鉢 [538] 經數卷度光陰

012_0545_b_10L出家榜樣如何是抖擻人心覓道心

012_0545_b_11L
梵海

012_0545_b_12L
黃金瓦礫自相推設住輸嬴一局碁

012_0545_b_13L須識此身非我有從他世俗莫吾知

012_0545_b_14L空花自發無明草智水常淸阿耨池

012_0545_b_15L且復蒸沙勤作飯殘年一飽定何時

012_0545_b_16L
袖龍

012_0545_b_17L
世道翻復理難推時事渾如一局碁

012_0545_b_18L晦迹只緣心自愛韜光原不願入知

012_0545_b_19L不禁麋鹿懷豊草誰把鯨魚豢小池

012_0545_b_20L紅白雜開山菊靜好玆南國鴈來時

012_0545_b_21L
枕蛟

012_0545_b_22L
天地團團只有推群生鋪置一盤碁

012_0545_b_23L天花亂落增新見地草叢生減舊知

012_0545_b_24L若信三明通宿刼何疑五濁變阿池

012_0546_a_01L禪關得友堪行道       선관에서 벗 삼으니 도를 행할 만하고
法喜爲妻不赴厨       법열을 처로 삼으니 주방 가지 않는다네
天下無家嗟膽大       천하에 이보다 담대한 집 없음을 탄식하고
山中有路悟形枯       산중에 길 있으나 형체 마름을 깨닫는다
風吹雪打油囱冷       바람 실은 눈보라 창문 때려 차가운데
只伴三更竹火爐       삼경에 짝이라곤 오직 대나무 화로로다
【12 철선】704)

殊蜜聰琴皆可模       중수의 꿀과 사총의 거문고705) 모두 본뜰 수 있지만
就中尤好藕花圖       그중 더욱 좋은 것은 연꽃 그림(우화도)이라네
紫芽薑菜資晨鉢       자색 싹과 생강채는 새벽 발우 밑천이고
黃耳菌羹備多厨       황이706)와 버섯국은 여러 끼니 갖춤이라
祗願眼如銀派活       다만 은물결처럼 살아 있는 눈만 바라고
不嫌身似竹枝枯       몸이 댓가지처럼 마른 것은 싫지 않노라
明囱難禁淸閒債       밝은 창에 청한한 빚 금하기 어려워
更對連山盡瓦爐       다시 이어진 산 바라보며 질화로 지피네
【12 철선】


幽居已得好規模       그윽한 거처가 적당한 규모러니
逐日拈題雜韵圖       날마다 운서 보며 시제를 드네
屋老禪風吹草座       석옥 노인 선풍은 풀방석에 불어오고
盧公精進滿山厨       육조 혜능의 정진은 산 부엌에 가득하네
奇緣早作言猶辢       기연을 일찍 지어 말은 외려 신랄하고
散影晩收格自枯       그림자 늦게 거두어 격조 절로 메마르네
仰和高吟貂續是       우러러 화답하나 담비 이은 개꼬리라707)
心香一炷揷寒爐       심향 한 심지를 찬 향로에 꽂습니다
【12 범해】


석옥 청공의 ≺산거시≻ 12수(칠언절구)와 다산 정약용의 차운시

滿山筍蕨滿園茶       온 산 가득한 죽순 고사리 동산 가득한 차
一樹紅花間白花       붉은 꽃 한 그루에 사이사이 흰 꽃이라
大抵四時春最好       대체로 사계절 중 봄이 제일 좋은 때나
就中尢好是山家       그중 더욱 좋은 것은 우리 집 풍경
【석옥石屋 1】


落盡油茶始展茶       유다708) 다 질 때 찻잎 막 피어나니
雨前因繼雪中花       곡우 전이라 설중화를 이었구나
春來海上饒魚膾       봄 되어 바닷가에 생선회 넉넉하니
淸飮翻同肉食家       차 마심은 외려 육식가와 같은 거지
【다산茶山 1】


年老庵居養病身       나이 들어 암자에서 병든 몸 보양하니
日高猶自未開門       중천에 해 떠도 문 열지 않았도다
怕寒起坐燒松火       찬 기운에 일어나 송화불 지피는데
一曲樵歌隔塢聞       초동 노래 한 곡조가 둑 너머 들려오네
【석옥 2】


數卷殘書七尺身       몇 권의 남은 책에 칠 척의 몸으로
山家無所作柴門       산속 집에 사립문 달 곳도 없어라
行過一曲雲溪外       구름 낀 시내 밖 한 굽이 지나가니
犬吠鷄鳴處處聞       개 짖고 닭 우는 소리 곳곳에 들리노라

012_0545_c_01L穹風墜雪淸齋夜鐘鼓無端送六時

012_0545_c_02L
鐵船

012_0545_c_03L
今古聊從一理推聖凡同是爛柯碁

012_0545_c_04L夜繩容易人多惑空縷尋常世莫知

012_0545_c_05L兜率天開歸死界閻浮月印放生池

012_0545_c_06L雖然此道終難播骯髒還嫌不合時

012_0545_c_07L
鐵船

012_0545_c_08L
世事總將物理推盈虛乃是一盤碁

012_0545_c_09L貪婪滅祖無前保忠孝貽孫有後知

012_0545_c_10L隨喜戰 [539] 歸超死界賛歎魚老放生池

012_0545_c_11L聲塵不到千岩靜正好看經得意時

012_0545_c_12L
梵海

012_0545_c_13L
赤靑黑白四時模何似叅寥水藕圖

012_0545_c_14L身計如今歸石屋生涯依舊付山厨

012_0545_c_15L閑來睡爲㰙書熟老去腸因斷酒枯

012_0545_c_16L雍被寒牕誰共語只將松子爇香爐

012_0545_c_17L
袖龍

012_0545_c_18L
華嚴大講破䂓模拈頌傳燈是晩圖

012_0545_c_19L橄㰖自應多汁液腥膻何用積庖厨

012_0545_c_20L老來心事全灰冷歲暮身光亦草枯

012_0545_c_21L向夕呼兒煑松粥一庵生活小風爐

012_0545_c_22L
枕蛟

012_0545_c_23L
棗栢 [540] 靈桃不可模箕城多事作中 [541]

012_0545_c_24L「椷」疑「撼」{編}「斯」疑「欺」{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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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山厨寂寂斷炊烟       산속 부엌 적적하여 불 땐 연기 없고
凍鎻泉聲欲雪天       얼음에 갇힌 시냇물 소리에 눈 내릴 듯해
面壁老僧无定力       면벽한 노승은 선정의 힘 없는 터에
又思乞食到人間       또다시 인간세계 걸식할까 생각하네
【석옥 3】


山庭焚雜起黃烟       산 마당에 덤불 태우니 누런 연기 피어나
目送煙飛到半天       하늘가 날아가는 연기 눈으로 보내노라
菜圃今年灰糞足       올해는 채마밭에 재와 거름 충분하니
經綸只在數畦間       세상 경륜이라곤 다만 몇 이랑뿐이라오
【다산 3】


此事誰人敢强爲       이런 일 누가 감히 억지로 하리
除非知識莫能知       선지식 아니면 알 수 없는 것
分明月在梅花上       분명하다 매화나무 위에 뜬 달은
看到梅花早已遲       매화꽃 언제 피나 보러 온 거지
【석옥 4】


自從流落學无爲       유락하여 무위를 배운 이후로
吏橫民愁我不知       관리 횡포 백성 근심 나는 모르네
書子鶴銘還洗硯       아들에게 학명 써 주고 벼루 씻으니
緣陰初漲日遲遲       녹음 막 불어나고 해는 더디기만
【다산 4】


茅屋低低三兩間       나지막한 초옥에 방은 두세 칸
團團環繞盡靑山       빙글빙글 두른 것은 온통 청산뿐
竹床不許閒雲宿       한가한 구름 대자리에 묵는 걸 허치 않고
日未斜時便掩關       해 질 녘 아닌데도 문득 빗장 건다오
【석옥 5】


書樓淸絕百雲間       책 다락은 흰 구름 속 맑고 깨끗해
粉壁橫施淡墨山       회벽엔 담묵 산수 길게 누웠네
試看彼中山下屋       그 가운데 산 아래 집을 한번 보건대
數株風流隱松關       몇 그루 풍류가 솔 대문에 숨어 있네
【다산 5】


一片元塵新雨地       한 조각 티끌 없는 새 비 내린 땅
半邊有蘇古時松       한쪽 가엔 고송에 새싹 나는군
目前景物人皆見       눈앞의 경물은 모두 보는 것
取用誰知各不同       가려 씀이 모두 다름 누가 알리오
【석옥 6】


分根復裂前年菊       작년 국화 뿌리 나눠 다시 가르고
砌石新封太古松       섬돌에는 태고송 새로 북돋우네
已識浮生都是客       부생이 모두 나그넨 걸 알았건만
治圃何與在家同       텃밭 가꿈은 여느 집과 왜 이리 같나
【다산 6】


山形凹凸路高低       산세는 올록볼록 길은 울퉁불퉁
石點雲頭屋點溪       돌은 구름가 집은 시내에
地窄栽來蔬葉小       마당 좁아 심은 채소 적어서
又營小圃在橋西       다리 서쪽에 작은 텃밭 경영을 하네
【석옥 7】


數家籬落水村低       물가 마을 아래편엔 몇 집 흩어져 있고
山裡樵蔬只一磎       나무하고 나물 캐는 산엔 시내 하나뿐

012_0546_a_01L禪關得友堪行道法喜爲妻不赴厨

012_0546_a_02L天下無家嗟膽大山中有路悟形枯

012_0546_a_03L風吹雪打油囱冷 [542] 只伴三更竹火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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鐵船

012_0546_a_05L
殊蜜聰琴皆可模就中尤好藕花圖

012_0546_a_06L紫芽薑菜資晨鉢黃耳菌羹備多厨

012_0546_a_07L祗願眼如銀派活不嫌身似竹枝枯

012_0546_a_08L明囱難禁淸閒債更對連山盡瓦爐

012_0546_a_09L
鐵船

012_0546_a_10L
幽居已得好規模逐日拈題雜韵圖

012_0546_a_11L屋老禪風吹草座盧公精進滿山厨

012_0546_a_12L奇緣早作言猶辢散影 [543] 晩收格自枯

012_0546_a_13L仰和高吟貂續是心香一炷揷寒爐

012_0546_a_14L
梵海

012_0546_a_15L
滿山筍蕨滿園茶一樹紅花間白花

012_0546_a_16L大抵四時春最好就中尢 [544] 好是山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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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屋

012_0546_a_18L
落盡油茶始展茶雨前因繼雪中花

012_0546_a_19L春來海上饒魚膾淸飮翻同肉食家

012_0546_a_20L
茶山

012_0546_a_21L
年老庵居養病身日高猶自未開門

012_0546_a_22L怕寒起坐燒松火一曲樵歌隔塢聞(一)

012_0546_a_23L數卷殘書七尺身山家無所作柴門

012_0546_a_24L行過一曲雲溪外犬吠鷄鳴處處聞(二)

012_0546_c_01L暴雨今年多破缺       폭우 내린 금년엔 허물어진 곳 많아
石梯新補杏園西       행원 서쪽에 돌사다리 새로 놓네
【다산 7】


移家深入亂峰西       집을 옮겨 난봉 서편 깊이 들어가니
烟樹重重隔遠溪       겹겹의 안개 나무 먼 시내와 격하였네
年老心閒貪睡穩       나이 들어 마음 한가하고 잠 욕심 편안해져
厭聞鐘響與鷄啼       종소리 닭 우는 소리 지겹도록 듣노라네
【석옥 8】


一鉤新月始生西       갈고리 모양 초승달 서쪽에 막 떠오르자
竹影䙰䙕蔭小溪       대 그림자 살랑살랑 작은 시내에 그늘지네
閒坐曲欄誰與語       굽은 난간 한가히 앉아 뉘와 얘기하리오
秋蠱無數草根啼       가을벌레들만 무수히 풀섶에서 우는구나
【다산 8】


半牕斜日冷生光       노을 비낀 창가에 차가움이 빛을 발하니
破衲蒙頭坐竹床       해진 가사로 머리 싸매 자리에 앉았노라
枯葉滿爐燒簇火       화로 가득 마른 잎에 불을 사르니
不知屋上有寒霜       지붕 위 차가운 서리 내린 것도 몰랐었네
【석옥 9】


油茶葉葉露流光       유다 차 잎 잎마다 이슬이 빛을 흘리나니
氊褥今霄代竹床       담요가 오늘 밤엔 대자리 대신하네
梯似牛心留不食       감은 우황 같아 두고 먹지 않나니
上頭紅熟待經霜       꼭대기까지 홍시 되려면 서리 맞기 기다려야
【다산 9】


深秋時節雨霏霏       깊은 가을 시절이라 비가 우둑우둑
蘇葉層層印虎蹄       소엽(차조기 잎) 층층마다 범 발자국 찍혔는데
一夜西風吹不住       한밤 서풍에 날려 사라지니
曉來黃葉與階齊       새벽에 누런 잎이 계단과 가지런
【석옥 10】


橡林黃葉雨霏霏       상수리 숲 누런 잎에 비가 우둑우둑
竹戶深扄讀馬蹄       대사립 깊게 닫고 마제 편709)을 읽노라
戶外紅梅會手裡       문밖 홍매는 진작 손수 심은 것
如今高與屋頭齊       지금은 높기가 지붕 꼭대기와 나란해
【다산 10】


老來無事于懷抱       늙어 가며 온갖 생각에 일이 없어서
竹搨高眠石枕斜       대자리에 높이 누우니 해가 비껴 누웠네
夢裡不知誰識我       꿈속에서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고
覺來新月到梅花       꿈을 깨니 새로 뜬 달 매화에 다가갔네
【석옥 11】


一端賞雪靑笻矗       한 모롱이 눈 구경에 푸른 대지팡이 높이고
池角臨風白髮斜       못 모퉁이 바람 맞아 백발 비스듬히 날리네
不識來年去留事       내년에 오갈 일 알지 못한 채
又從憐寺丐移花       이웃 절 가서 꽃모종 부탁하네
【다산 11】


獨坐窮心寂杳㝠       홀로 앉아 마음 궁리하니 고요하고 아득한데
介中無法可當情       그중에 정에 당할 만한 법은 없어라
西風吹盡擁門葉       서풍이 분 종내는 낙엽이 문 둘러싸
留得空階月與明       텅 빈 섬돌 달과 함께 밝게 해 놓았네
【석옥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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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

012_0546_b_02L
山厨寂寂斷炊烟 [545] 凍鎻泉聲欲雪天

012_0546_b_03L面壁老僧无定力又思乞食到人間(一)

012_0546_b_04L山庭焚雜起黃烟目送煙飛到半天

012_0546_b_05L菜圃今年灰糞足經綸只在數畦間(二)

012_0546_b_06L
茶山

012_0546_b_07L
此事誰人敢强爲除非知識 [546] 莫能知

012_0546_b_08L分明月在梅花上看到梅花早已遲(一)

012_0546_b_09L自從流落學无爲吏橫民愁我不知

012_0546_b_10L書子鶴銘還洗硯 [547] 陰初漲日遲遲(二)

012_0546_b_11L
茶山

012_0546_b_12L
茅屋低低三兩間團團環繞盡靑山

012_0546_b_13L竹床 [548] 不許閒雲宿日未斜時便掩關(一)

012_0546_b_14L書樓淸絕百雲間粉壁橫施淡墨山

012_0546_b_15L試看彼中山下屋數株風流隱松關(二)

012_0546_b_16L
茶山

012_0546_b_17L
一片元 [549] 塵新雨地半邊有蘇古時松

012_0546_b_18L目前景物人皆見取用誰知各不同(一)

012_0546_b_19L分根復裂前年菊砌石新封太古松

012_0546_b_20L已識浮生都是客治圃何與在家同(二)

012_0546_b_21L
茶山

012_0546_b_22L
山形凹凸路高低石點 [550] 雲頭屋點溪 [551]

012_0546_b_23L地窄栽來蔬葉小 [552] 又營小圃在橋西(一)

012_0546_b_24L數家籬落水村低山裡樵蔬只一磎

012_0547_a_01L天除浮雲接杳㝠       하늘가 뜬구름이 아득한 곳 맞닿으니
觚稜瑞雪悵流情       궁궐710)에 내리는 서설에 흐르는 정 서럽다
宜當去住渾閑事       가고 오는 것은 모두 한가로운 일이어니
只是端居念聖明       평상처럼 살면서 임금 은총 떠올릴 뿐711)
【다산 12】

광서 12년(1886) 병술 5월 하순 두륜산 만일암 범해 화상 회하(문하)에서 삼청산인712)이 쓰다.

012_0546_c_01L暴雨今年多破缺石梯新補杏園西(二)

012_0546_c_02L
茶山

012_0546_c_03L
移家深入亂峰西烟樹重重隔遠溪

012_0546_c_04L年老心閒貪睡穩厭聞鐘響與鷄啼(一)

012_0546_c_05L一鉤新月始生西竹影䙰䙕 [553] 蔭小溪

012_0546_c_06L閒坐曲欄誰與語秋蠱無數草根啼(二)

012_0546_c_07L
茶山

012_0546_c_08L
半牕 [554] 斜日冷生光破衲蒙頭坐竹床

012_0546_c_09L枯葉滿爐燒簇 [555] 不知屋上有寒霜(一)

012_0546_c_10L油茶葉葉露流光氊褥今霄代竹床

012_0546_c_11L [556] 似牛心留不食上頭紅熟待經霜(二)

012_0546_c_12L
茶山

012_0546_c_13L
深秋時節雨霏霏蘇葉層層印虎蹄

012_0546_c_14L一夜西風吹不住曉來黃葉與階齊(一)

012_0546_c_15L橡林黃葉雨霏霏竹戶深扄 [557] 讀馬蹄

012_0546_c_16L戶外紅梅會 [558] 手裡 [559] 如今高與屋頭齊(二)

012_0546_c_17L
茶山

012_0546_c_18L
老來無事于懷抱 [560] 竹搨 [561] 高眠石 [562] 枕斜

012_0546_c_19L夢裡 [563] 不知誰識 [564] 覺來新月到梅花(一)

012_0546_c_20L一端賞雪靑笻矗池角臨風白髮斜

012_0546_c_21L不識來年去留事又從憐 [565] 寺丐移花(二)

012_0546_c_22L
茶山

012_0546_c_23L
獨坐窮心寂杳㝠 [566] 中無法可當情

012_0546_c_24L西風吹盡擁門葉留得空階 [567] 月與明(一)

012_0547_a_01L天除浮雲接杳㝠觚稜瑞雪悵流情

012_0547_a_02L宜當 [568] 去住渾閑事只是端居念聖明(二)

012_0547_a_03L
茶山
  1. 1)백파白坡(1767~1852) : 법명은 긍선亘璇이고 당호는 구산龜山으로 전라북도 고창 출생이다. 선운사에 출가하여 설파雪坡 화상에게서 구족계를 받았고, 사방의 산문을 유람하며 오교五敎를 두루 열람하였다. 순창 구암사龜巖寺에 주석하며 30여 년간 강론하였다. 『起信論私記』를 개간하였고, 『作法龜鑑』을 간행하였으며, 『禪門綱要』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주석을 달아 편집하여 『禪門手鏡』을 만들었고, 내전은 물론 외전의 사기私記까지도 학인들이 배우기 편리하도록 정리하는 등 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백파와 선 논쟁을 벌인 추사 김정희는 백파의 행장에 서문을 쓰고 비문을 지었는데 그 전면에 큰 글씨로 “화엄종주백파대율사대기대용지비華嚴宗主白坡大律師大機大用之碑”라 하였다. 추사는 백파의 평생을 ‘대기대용大機大用’ 한 구절로 평가한 것이다. 비는 선운사에 있다. 백파는 설봉雪峰의 사법嗣法 제자이고 퇴암退庵의 손제자이며, 설파 상언雪坡尙彦의 증손 제자이고 호암 체정虎岩體淨의 현손玄孫 제자이다. 그의 제자로는 구봉龜峰, 도봉道峰, 정관定觀, 백암白岩, 영산影山, 혜암惠庵 등이 있다.(김두재 역, 『東師列傳』, 동국대학교출판부, 2015, pp.327~330)
  2. 2)이 글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1841년(도광 21), 56세에 귀양지인 제주도에서 백파 긍선白坡亘璇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주요 내용은 백파의 선론禪論 중 논리상 모순이 있거나 부정확한 문헌적 근거에서 유래한 것과 함께 학문하는 자세까지 두루 비판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이 글 이전에 백파가 추사에게 보낸 편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전하지 않는다. 『阮堂全集』에는 백파에게 보낸 편지가 세 편이 있으나 이 글은 수록되지 않았다. 『栢悅錄』에 수록된 편지글은 1886년(광서 12)에 삼청 선타三淸先陀가 필사한 것으로 추사의 편지글 원문은 아니다. 이본으로 이종익 필사본이 있다. 이종익은 “본인이 이미 35년 전에 해남 대흥사에서 얻어 보고 필사한 것인데 오자가 많다.”라고 하며 「贈答白坡書」의 원문을 소개하였다.(『불교학보』 12,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1975) 이종익이 1940년경에 필사한 것이 『栢悅錄』을 베낀 것인지 아니면 원본이나 다른 필사본을 보고 베낀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옮기는 과정에서 글자의 넘나듦이 크다. 이에 앞서 『禪苑』 제2호(선학원, 1932. 2)에는 권상로(필명 之一)가 원문 없이 내용을 풀이하여 소개한 바 있다. 본 번역에서는 『韓國佛敎全書』에 수록된 것을 대본, 『栢悅錄』(송광사 소장) 수록본을 저본, 이종익이 논문에서 소개한 필사본을 이종익본으로 명명하고 상호 차이 나는 부분을 교감하여 제시한다. 글자의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주로 저본을 근거로 번역하되 이종익본을 따를 경우 별도로 명시하도록 한다.
  3. 3)복희伏羲, 문왕文王~공자孔子의 글 : 『周易』을 말한다. 복희씨伏羲氏는 팔괘八卦를, 주나라 문왕은 괘사卦辭를, 주공周公은 효사爻辭를, 공자는 계사繫辭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周易』 괘효사의 창안자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다. 사마천司馬遷과 반고班固는 문왕이 지었다 하였고, 후한의 마융馬融과 삼국시대 오나라의 육적陸績은 문왕이 괘사를, 주공이 효사를 지었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설은 모두 한대 이후에 만들어진 말이다.
  4. 4)백파가 선에 대해 회심의 주장을 펼친 저서가 『禪文手鏡』이다. 『禪文手鏡』의 내용은 당시 선문에 선 논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기폭제가 되었다. 초의 의순草衣意恂(1786~1866)은 『禪門四辨漫語』를 지어 백파의 시각을 정면으로 비판하였고, 우담 홍기優曇洪基(1822~1881)는 『禪門證正錄』을 지어 비판하였다. 그 후 백파의 문인인 설두 유형雪竇有炯(1824~1889)은 『禪源遡流』를 지어 백파의 설을 옹호하였다. 또 축원 진하竺源震河(1861~1926)는 『禪文再正錄』을 지어 다시 백파를 비판하였다. 추사는 초의와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교류를 나누었고 선론에 있어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추사가 초의와 같이 백파 선론의 핵심을 정면에서 논박한 것은 아니다. 청나라의 지식인과 밀접한 교류를 나누던 조선 최고의 고증학자로서 추사는 기존의 선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뿐 치밀한 문헌 비평을 통한 내용 검증에 이르지 못한 당시 선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간화선 자체에 대해 매우 비판적 입장에 있었다. 추사가 이 글에서 논박하고 있는 내용은 백파의 『禪文手鏡』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백파의 저작으로 『修禪結社文』, 『禪門拈頌集私記』, 『禪門五宗綱要私記』, 『禪文手鏡』, 『金剛經八解鏡』, 『六祖大師法寶壇經要解』 등이 있으나 이들 문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다. 이 글 이전에 백파와 추사가 주고받은 별도의 편지글 내용 가운데 추사의 의견과 다른 것을 지적하여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이종익, 「증답백파서를 통해 본 김추사의 불교관」, 『불교학보』 제12집,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원, 1975, p.12) 추사가 백파에게 보낸 편지글 「與白坡」 세 편이 『阮堂全集』 제5권 「書牘」 편에 전한다.
  5. 5)『周易』의 해석 방법은 선진, 양한, 위진수당, 송원, 명청 시기에 따라 전개되어 왔다. 이 가운데 한나라는 상수학象數學의 체계가 형성된 시기이다. 송나라는 주역의 원리를 고도로 이론화하여 역학의 최고봉에 이르는 시기로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나라의 대표적 학자는 정현鄭玄(127~200)이며, 송나라의 대표적 학자는 정이程頤(1033~1107), 주희朱熹(1130~1200)이다.
  6. 6)적연부동寂然不動 : 『周易』 「繫辭 上」의 “역은 사려도 없고, 작위도 없으며,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감응하여 마침내 천하의 일에 통한다. 천하의 지극히 신묘한 것이 아니면, 그 누가 이것과 더불어 할 수 있겠는가.(易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 非天下之至神, 其孰能與於此.)”에서 온 말이다. 원래는 주역점은 사려도 없고 작위도 없으며,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시초를 셈하여 점을 치면 마침내 천하의 일에 감응하여 천하의 일에 관통한다는 말이다. 공영달孔穎達은 “사려도 없고 작위도 없으니,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감응하면 반드시 응하여 모든 일이 모두 통하니, 이것이 감응하여 마침내 천하의 일에 통한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김상섭, 『주역周易-역전易傳』, 지호출판사, 2013 인용) 적연부동은 마음의 미발未發 상태, 감이수통感而遂通은 마음이 외물에 대응하여 드러난 상태로, 각각 정靜과 동動에 대응하는 말이다. 성리학에서 마음의 체體와 용用을 비유할 때에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7. 7)감이수통感而遂通 : 주 6 참조.
  8. 8)진공眞空과 묘유妙有 : 진공은 진여의 본성이 일체중생의 미혹을 멀리 떠나 있는 상태, 곧 대승불교의 지극한 가르침으로 진실한 공을 말한다. 일체를 공이라 하여 부정했을 때, 갖가지 사물은 그대로 긍정되어 묘유라고 한다. 진리 내지 진여가 일체망상을 떠나 증가하지도 줄지도 않는 집착을 떠난 모습을 진공이라 하며, 상주불변하고 더욱이 현실을 성립시키는 진실의 유인 것을 묘유라 한다. 초의 의순은 『禪門四辨漫語』 「眞空妙有辨」에서 백파의 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비판하였다. “일심의 변하지 않는 측면은 묘사할 이름도 전혀 없고 드러낼 차별상도 사라져 남김없이 쓸어 없앤 격이므로 ‘진공’이라 한다. 일심의 인연에 따라 움직이는 측면은 만법을 건립하며 무수하게 변화하므로 ‘묘유’라 한다. 또한 이름과 차별상이 일제히 나타나기 때문에 무수한 이름과 수많은 차별상을 지니며, 팔만의 번뇌와 삼계에 존재하는 아홉 부류의 중생과 허다한 이름, 차별상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존하여 천차만별의 변화를 발휘하므로 묘유라 한다.”(김영욱 역, 『선문사변만어』, 동국대학교출판부, 2012, pp.164~165 인용)
  9. 9)종밀宗密 : 규봉 종밀圭峰宗密(780~841). 당나라 승려. 화엄종 제5조. 청량 징관淸凉澄觀의 제자로 『華嚴經』을 연구했으며 선교일치를 주창했다. 저서에 『圓覺經疏』, 『圓覺經鈔』, 『華嚴倫貫』, 『行願品隨疏義記』, 『禪源諸詮集』, 『原人論』, 『起信論註』 등이 있다.
  10. 10)원형이정元亨利貞 : 『周易』 「乾卦」의 괘사에 “乾, 元亨利貞.”이라고 하였다. 이는 곧 사물의 근본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원元’은 ‘비롯되다’라는 뜻의 시始, ‘형亨’은 ‘형통하다’는 뜻의 통通, ‘이利’는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이물利物, ‘정貞’은 ‘바르다’는 뜻의 정正이다. 건乾은 만물이 비롯되고 형통하며, 만물을 이롭게 하고 바르다는 네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다.(김상섭, 『주역周易-역전易傳』, 지호출판사, 2013 인용)
  11. 11)상락아정常樂我淨 : 여래법신이 구족하고 있는 네 가지 덕, 혹은 열반의 네 가지 덕을 가리킨다. 열반 경계에 도달한 깨달음은 영원불변한 깨달음이므로 ‘상常’이라 하고, 그 경계가 고통이 없고 안락하기에 ‘낙樂’이라 하며, 자유자재하고 조금도 구속됨이 없으므로 ‘아我’라 하며, 번뇌의 더러움이 없기에 ‘정淨’이라 한다.
  12. 12)종밀宗密 같은~대비하여 들었으니 : 종밀의 『圓覺經』 서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원형이정은 건의 덕이니 일기一氣에서 비롯한다. 상락아정은 불佛의 덕이니 일심一心을 근본으로 한다. 일기를 전일하게 하여 부드러움에 이르고, 일심을 닦아 도를 이룬다.(元亨利貞乾之德也, 始於一氣. 常樂我淨佛之德也, 本乎一心. 專一氣而致柔, 修一心而成道.)” 『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略疏』(T39, 524a16). 이종익에 따르면 “건의 덕을 一氣라 하고, 專一氣而致柔라고 한 것은 도교적 해석이니, 어찌하여 乾德의 一氣를 도교적 一氣로 부회하고 특히 양생법에서 말하는 柔術(致柔는 嬰兒로 돌아가라는 柔術을 말함)을 끌고 오느냐고 파척”한 것이라 한다.(이종익, p.16 인용)
  13. 13)비단 대사만~오던 차에 : 저본에는 먹으로 지워져 있어 『韓國佛敎全書』에서는 누락시켰으나 본 번역서에서는 복원하여 번역하기로 한다.
  14. 14)함咸·영英·소韶·호護 : 요임금의 음악인 함지咸池와 제곡帝嚳의 음악인 육영六英, 순임금의 음악인 소韶와 탕임금의 음악인 호護를 가리킨다.
  15. 15)문수보살이 (선재동자에게)~하는 이야기 : 『汾陽無德禪師語錄』, 『佛果圜悟禪師碧巖錄』 등에 수록되어 있다. “문수가 하루는 선재를 시켜서 약을 캐어 오라 하며 말하기를 ‘약이 되지 않는 것을 캐어 오라.’고 했는데, 선재가 두루 돌아다니며 보았지만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문수보살을 찾아가 아뢰기를 ‘약이 되지 않는 풀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문수가 말하기를 ‘그러면 약이 되는 것을 캐어 오라.’고 하였다. 선재는 곧 한 줄기의 풀을 집어서 문수에게 건네주었다. 문수는 그 풀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하기를 ‘이 약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라고 하였다. 이 약과 병이 서로 치유할 수 있다는 화두는 가장 간파하기 힘들다.(文殊一日, 令善財去採藥云. 不是藥者採將來, 善財遍採, 無不是藥. 却來白云. 無不是藥者. 文殊云. 是藥者採將來. 善財乃拈一枝草, 度與文殊. 文殊提起示眾云. 此藥亦能殺人, 亦能活人. 此藥病相治話, 最難看.)” 『佛果圜悟禪師碧巖錄』(T48, 212a14).
  16. 16)그림자나 찾고~훔치는 것 : 『阮堂全集』 제2권 「書牘」 편, 「與申威堂(二)」에 “흔히 사람마다 문경門徑에 대하여 그림자나 찾고 빛이나 훔치면서 철두철미하게 하지 못하는데(每人於門徑, 摸影掠光, 不能透頂徹底)”라는 표현이 있다. 그림자를 희롱하고 빛을 훔친다는 것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17. 17)제일의제第一義諦 : ⓢ paramārtha-satya, ⓟ paramattha-sacca. 최고로 수승한 제일의 진리. 세속제世俗諦의 대칭으로 제일의라 약칭한다. 또한 승의제勝義諦, 진제眞諦, 성제聖諦, 열반涅槃, 진여眞如, 실상實相, 중도中道, 법계法界라 칭하기도 한다. 그 이름들을 총괄하면 곧 깊고 묘하고 위없는 진리로서 제법 중 제일이 되므로 제일의제라 부른다.
  18. 18)노편盧扁 : 명의인 편작扁鵲이 노盧 땅에 살았기 때문에 편작을 노편이라 한다.
  19. 19)해안海眼 : 당시 백파를 모시던 상좌로 보인다. 중관 해안中觀海眼 대사(1567~?)와는 다른 인물이다.
  20. 20)소사리小闍黎 : 사리闍黎는 사리闍梨라고도 하며 아사리阿闍黎의 줄임말이다. 원뜻은 고승이나, 일반적으로 승려를 가리킨다. 여기서 소사리는 백파 큰스님에 상대되는 해안 스님을 표현한 것이다.
  21. 21)『금강경』 32분과 : 『金剛經』의 과문을 나눈 것에는 무착無着의 7종 의구義句, 천친天親의 27단의斷義, 금강선金剛仙의 12분과, 함허 득통涵虛得通의 3단 10문 분과, 양나라 소명태자의 32분과, 길장吉藏의 3단段 2주설周說, 규기窺基의 3단 분과, 지엄智儼의 3단 분과, 기타가 있다. 양 무제梁武帝의 아들인 소명태자는 구마라집본의 경문을 따라 『金剛經』을 32분과로 나누었다. ① 법회인유분, ② 선현기청분, ③ 대승정종분, ④ 묘행무주분, ⑤ 여리실견분, ⑥ 정신희유분, ⑦ 무득무설분, ⑧ 의법출생분, ⑨ 일상무상분, ⑩ 장엄정토분, ⑪ 무위복승분, ⑫ 존중정교분, ⑬ 여법수지분, ⑭ 이상적멸분, ⑮ 지경공덕분, ⑯ 능정업장분, ⑰ 구경무아분, ⑱ 일체동관분, ⑲ 법계통화분, ⑳ 이색이상분, ㉑ 비설소설분, ㉒ 무법가득분, ㉓ 정심행선분, ㉔ 복지무비분, ㉕ 화무소화분, ㉖ 법신비상분, ㉗ 무단무멸분, ㉘ 불수불탐분, ㉙ 위의적정분, ㉚ 일합이상분, ㉛ 지견불생분, ㉜ 응화비진분 등이다. 현재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는 한역 『金剛經』은 곧 이 32분과본으로서 소명태자가 구마라집본에 근거하여 분과한 것이다. 宗泐·如玘 주, 『金剛般若波羅蜜經註解』(T33, 228b01).(이상 김호귀, 『금강경과해』, 한국학술정보, 2011 해설 참조)
  22. 22)「해이제의解二諦義」 장 : 당나라 서명사西明寺의 사문 석도선釋道宣이 찬한 『廣弘明集』(T52, 247c02~250b15)에 「昭明太子解二諦義章」이 실려 있다.
  23. 23)‘석재연등昔在燃燈’ 구를~‘장엄불토莊嚴佛土’만 이었겠는가 : 이종익은 설명에서 “第九一相無相分과 第十莊嚴淨土分은 실제에 있어서 둘로 나눌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상무상분에서는 四果의 道行을 推窮하여 장엄정토분에 이르러 여래의 果까지 말한 것이니(推窮四果, 漸至如來) 어찌하여 장엄정토분을 따로 나누어서 옛적에 然燈佛所에서 莊嚴佛土한 것만을 別로 내세우게 되었는가.”(p.19)라고 하였다.
  24. 24)‘색견성구色見聲求’ 사구게四句偈 : 『金剛經』 제26 「法身非相分」(T08, 752a16)에 있는 사구게의 하나.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들으려 한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함이라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25. 25)천의무봉한 경을~일이 아니다 : 본문 다음 구에 소개한 양각良覺, 우안遇安 등의 중국 선 문헌에서 직접 인용한 것이다. 양각 거사가 저술한 『金剛經石註』의 ‘범례’(X25, 581c05) 중 첫 번째 항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此經流布於世. 傳本多誤. 陰冥之間. 惟以壽眷永慶寺南唐道顒法師石本爲正. 今(予)此著. 悉照石本訂正. 凡有增減錯誤. 俱逐細更改. 一字無譌. : 此經. 分三十二分. 相傳自梁昭明太子. 但天衣無縫. 割裂爲繁. 且如推窮四果. 漸至如來政緊關. 昔在然燈. 何單承莊嚴佛土. 又色見聲求四句. 原與下文一氣瀠洄. 勢難以刀斷水. 然而品節有序. 讀者賴以記述. 今(予)此著. 止將各分標存細字於傍. 可以不必雜於經文讀.” 또한 같은 대목이 『金剛經源流』의 ‘예언例言’(X25, 878b22) 첫 항목에도 인용되었다. “是經梁昭明太子標爲三十二分. 然細繹段落. 恐不止是. 每分標題. 亦未盡賅. 且如推窮四果. 漸至如來. 正緊接然燈佛所一段. 何割截屬下莊嚴. 爾時慧命須菩提問說法信心. 雖承接上文. 究另有所請. 不得併爲一分. 其餘宜分宜合. 不一而足. 是編段落. 彚合諸家. 折衷至當. 非敢臆說也. 然三十二分. 相沿已久. 未可抹煞. 茲將每分所標名目. 列於眉端.”
  26. 26)양각良覺 : 청의 양각 거사良覺居士 석천기石天基. 『金剛經石註』(1702)를 집주한 인물이다. 『金剛經石註』는 남당南唐의 도옹道顒이 남긴 석본石本을 저본으로 기존 유통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주석을 붙인 것이다. 이후 1784년(건륭 49) 청의 효풍曉楓이 남당 도옹의 석본과 회원 왕씨懷園王氏의 각본刻本을 저본으로 『金剛經石註』에 대해 다시 교정을 본 뒤 옹방강翁方綱의 서문을 받아 간행했다. 『金剛經石註』는 1845년(헌종 11) 북경에 간 이유원李裕元 등이 북경 유리창의 동문당同文堂에서 구입하여 귀국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전래되었다. 이후 1869년 이유원의 주도로 경기도 양주 천마산 보광사에서 주지 고경 선사古鏡禪師가 간행하였다. 뒤에는 순양 도조純陽道祖의 주註가 첨부된 『般若心經』이 합부되어 있다. 이 두 책은 중국에서 간행될 당시부터 합부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조선 후기에 청에서 불서가 직접 들어와 국내에서 중간 및 유통된 과정을 알 수 있으니, 청과 조선의 서적 교류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장서각 소장 도서 해제 직접 인용) 아마도 옹방강과 깊은 교류를 나눈 김정희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입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7. 27)우안遇安 : 미상.
  28. 28)증상만增上慢 : 사만四慢 또는 칠만七慢의 하나로, 최상의 교법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서 얻었다고 생각하여 잘난 체하는 거만. 곧 자기 자신을 가치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만은 증상만·비열만卑劣慢·아만我慢·사만邪慢 등이고, 칠만은 만慢·과만過慢·만과만慢過慢·아만·증상만·비열만·사만邪慢 등이다.
  29. 29)함허 득통涵虛得通(1376~1433) : 법명은 기화己和이고 법호는 득통得通이며 당호는 함허당涵虛堂이다. 대사가 저술한 『金剛般若波羅密經綸貫』(『韓國佛敎全書』 제7책)은 『金剛經』의 분과를 형식상으로는 10문으로 나누고 내용적으로는 상근기와 중근기, 하근기에 따라 나누어 정리함으로써 전체적으로 『金剛經』의 구조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김호귀, 앞의 책, p.54)
  30. 30)덕산德山이 『금강경』을~버렸다는 공안 : 낭주朗州 덕산 선사德山禪師의 법명은 선감宣鑑이고, 간주簡州 사람이며, 성은 주周씨이다. 어린 시절 출가하여 성공사性空寺에서 율장律藏을 깊이 연구하고 여러 경전의 취지에 관통하였다. 항상 『金剛經』을 강설하여 당시에 ‘주금강周金剛’으로 불렸다. 남방의 선종을 불신하였던 그는 남방으로 향하던 중 길가에서 노파에게 떡을 사 먹으려다가 노파가 던진 “『금강경』에 말하기를 과거의 마음을 알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알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알 수 없다 하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에 점을 찍겠습니까?(金剛經道.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未審上座點那箇心.)”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고 노파를 따라 풍주澧州 용담사龍潭寺에 가서 숭신崇信 선사를 만나 법을 잇는다. 그리고 그때까지 금과옥조로 여기던 『金剛經疏鈔』를 법당 앞에 쌓고 불태웠다고 한다. 『釋氏稽古略』 「德山」조(T49, 840c10); 『五燈會元』 「鼎州德山宣鑒禪師」조(X80, 142b07).
  31. 31)교적敎迹 : 부처님이 교설한 가르침의 흔적. 교화의 자취. 신규탁은 『禪文手鏡』 주해에서 이를 ‘교화의 티’로 풀이하였다. 즉 “부처는 중생을 교화하고 또 우리 중생은 부처에게 교화를 받는다는 집착에 빠진다는 것을 ‘티’라고 생각했다. 중생이니 부처니 하는 상을 내지 말고, 또 교화라는 상을 내지 말라고 경계하는 말이다.”(신규탁 역, 『禪文手鏡』, 동국대학교출판부, 2012, p.73)
  32. 32)원효元曉(617~686) : 신라의 고승이다. 원효는 법명이고, 속성은 설薛씨, 속명은 서당誓幢 또는 신당新幢이며, 호는 화정和淨이다. 설총薛聰의 아버지이다.
  33. 33)보조普照 : 보조라는 호를 쓴 승려는 신라의 체징體澄과 고려의 지눌知訥이 있다. ① 신라 승려 보조 체징(804~880)은 837년 당나라에 가서 선지식을 두루 방문하고 840년에 신라로 돌아와 무주 황학난야에 주석하였다. 헌안왕의 청으로 서울에 갔으나 다시 가지산 보림사로 가서 절을 중수하였다. 비가 전라남도 장흥 보림사 터에 있다. ② 고려 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1158~1210)은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조직해 불교의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주장하며 선교일치를 추구하였다.
  34. 34)『대혜서大慧書』 : 『書狀』 또는 『大慧普覺禪師書』라고도 한다. 대혜 종고大慧宗杲(1089~1163)가 문하의 거사와 유신儒臣 등의 질문에 답하여 선의 요지를 설한 서간문 62편을 제자 혜연慧然과 황문평黃文平 거사가 모아 남송 건도乾道 2년(1166)에 발문을 붙여 간행한 것이다. 서간체 형식의 선의 종요서宗要書로서 『黃龍尺牘』과 함께 칭송된다.
  35. 35)보조는 신라 사람이요 : 백파가 말한 보조가 신라인인지 고려인인지 알 수 없으나, 추사는 보조를 신라인으로만 파악한 듯하다.
  36. 36)대혜大慧 : 남송대의 승려 대혜 종고(1089~1163). 임제종 양기파楊岐派. 자는 담해曇海, 호는 묘희妙喜·운문雲門, 시호는 보각선사普覺禪師이다. 원오 극근圜悟克勤의 법사法嗣이다. 묵조선默照禪을 비판하고 간화선看話禪을 제창하여 선수행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저서로 『大慧語錄』 12권과 『大慧法語』 3권 등이 전한다.
  37. 37)달마達摩 : 생몰 연도에 대해서는 ?~495, ?~436, 346~495, ?~528 등 여러 설이 있다. 가섭迦葉을 초조로 하는 서천西天 법맥의 제28조이자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38. 38)2조祖 : 혜가慧可(487~593). 40세 때인 520년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의 보리달마를 찾아가 제자가 되어 6년간 수행 정진하였다. 처음 달마를 찾아갔을 때 눈이 허리까지 파묻힐 정도였지만 달마가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자 자신의 팔뚝을 끊어 구도의 마음을 내보이고 이후 각고 수행한 후 깨달은 바를 내보이자 달마는 ‘汝得吾髓’라 말하며 인가하고 대법을 전했다고 한다.
  39. 39)달마 대사는 2조 혜가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네 권 『능가경』을 역시 그대에게 부촉하니, 이것은 여래께서 마음자리(心地)에 관한 핵심적인 법문을 모든 중생들에게 열어 보여 그들로 하여금 깨달아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吾有楞伽經四卷. 亦用付汝. 即是如來心地要門. 令諸衆生開示悟入.)”라고 하였다. 『五燈會元』(X80, 40b24).
  40. 40)운문雲門 : 운문종雲門宗의 개조인 운문 문언雲門文偃(864~949). 당말唐末 오대五代 스님으로 가흥 공왕사空王寺 지징志澄 선사에게 수학하고 17세에 출가하여 목주 도명睦州道明에게 참구하고, 다시 설봉 의존雪峰義存의 법을 이었다. 영수 여민靈樹如敏 회하에 있다가 운문산으로 들어가 30여 년을 주석하며 종풍을 선양하였다.
  41. 41)늑담泐潭 : 늑담이라는 법호를 쓴 선사가 여럿 있으나 여기서는 늑담 홍영洪英(1012~1070)으로 보인다.
  42. 42)아뇩달지阿耨達池 : ⓢ Anavatapta의 음역어. 의역은 무열뇌無熱惱. 인도 설산의 북쪽, 향산香山의 남쪽에 있는 연못의 이름. 이곳의 맑고 차가운 물은 여덟 가지 공덕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의 하천으로 흘러 섬부주瞻部州를 윤택하게 한다고 한다.
  43. 43)주차駐箚 : 외교 대표로서 외국에 주재駐在한다는 뜻.
  44. 44)영가永嘉 : 영가 현각永嘉玄覺(675~713). 당대의 승려. 어려서 출가하여 두루 삼장을 탐구하였으며 특히 천태 지관天台止觀의 법문에 정통하였다. 좌계 현랑左谿玄朗의 권고로 무주 현책婺州玄策과 함께 조계의 육조 혜능慧能을 참알하고 여러 차례 문답하여 곧바로 인가를 받고 그날 하루를 머물렀다. 여기에서 그의 호 ‘일숙각一宿覺’이 유래하였다. 증도의 요지를 267구 1,814자의 고시체로 읊은 ≺證道歌≻가 있다.
  45. 45)낭사郞師 : 좌계 현랑. 주 44 참조.
  46. 46)법해法海 : 『六祖壇經』의 글을 모으고 펴낸 육조 대사의 상좌.
  47. 47)화정 국사和靜國師 : 화쟁 국사和諍國師로 원효를 가리킨다. 원효와 의상이 동방의 성인인데도 비석이나 시호가 없어 그 덕이 크게 드러나지 않음을 애석하게 여겨, 고려 숙종이 1101년 8월에 원효 대사에게는 대성화쟁국사大聖和諍國師라는 시호를 내리고 비를 세우게 하였다.
  48. 48)진묵震默(1562~1633) : 조선 중기의 승려. 법명은 일옥一玉이고 진묵은 법호이다. 전라도 만경현 불거촌에서 태어나 7세 되던 해 전주의 서방산 봉서사로 출가하여 불경을 공부하였다. 인근의 유학자 김동준金東準과 만년에 내왕하며 방외의 사귐을 가졌다. 인근 지역에 진묵 조사의 일화가 다양하게 전승되었는데 이를 모아 1850년 초의 의순草衣意恂이 『震默祖師遺蹟攷』를 지어 봉서사에서 간행하였다.
  49. 49)서산西山 :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 조선 중기 고승으로 법명은 휴정이다. 묘향산 즉 서산에 오래 주석하여 서산 대사라 칭하기도 한다. 지리산에서 숭인崇仁에게 출가하여 영관靈觀에게서 법을 얻었으며, 30세에 승과에 급제하고 이어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의 지위에 올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팔도십육종선교도총섭八道十六宗禪敎都摠攝이 되어 승병을 모집하여 왜적을 물리치는 데 큰 공적을 세웠다. 75세에 제자 사명 유정四溟惟政에게 병사兵事를 맡기고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입적하였다. 저서로 『禪家龜鑑』, 『禪敎釋』, 『三家龜鑑』, 『淸虛集』 등이 있다.
  50. 50)설암雪巖 : 설암 추붕雪岩秋鵬(1651~1706). 월저 도안月渚道安의 법을 이은 선사로서 『雪巖雜著』, 『雪巖亂藁』, 『禪源諸詮集都序科評』 등이 전한다. 이 외에 연담 유일蓮潭有一의 3대 법손으로 『東師列傳』에 소개된 설암 의성雪岩義誠(1758~1839)이 있다.
  51. 51)금령錦領의 무리 : 『東師列傳』 「白坡講師傳」에 “백파 스님은 설봉雪峰의 법을 이은 사법 제자이고 퇴암退庵의 손자 제자이며, 설파 상언雪坡常彦의 증손 제자이고 호암 체정虎岩體淨의 현손 제자이다. 그의 제자로는 구봉龜峰, 도봉道峰, 정관定觀, 백암白岩, 영산影山, 혜암惠庵 등이 있다.”라고 하였다.(김두재 역, 『東師列傳』, 동국대학교출판부, 2015, p.329) 설암, 금령은 확실치 않다.
  52. 52)「등왕각서藤王閣序」 : 당나라 때 왕발王勃이 지은 글이다. 홍주목사洪州牧使 염백서閻伯嶼가 등왕각에서 빈객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베풀 때에 소년 시절의 왕발이 우연히 연회에 참석하여 지은 것으로, 고금에 회자되는 명작으로 꼽힌다.
  53. 53)≺적벽부赤壁賦≻ : 소식蘇軾이 지은 문장으로, 일찍이 임술년 가을 7월 16일과 10월 보름, 두 차례에 걸쳐 적벽 아래 강에서 객들과 함께 선유船遊하면서 풍류를 즐기는 내용을 노래한 것이다. ≺前赤壁賦≻와 ≺後赤壁賦≻가 있다.
  54. 54)『마상당음馬上唐音』 : 『唐音』을 달리 이르는 말. 『唐音』의 첫머리가 ‘마상봉한식馬上逢寒食’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원나라 양사굉楊士宏이 당나라 사람의 시를 시기별로 구분하여 편찬하였다. 내용은 시음始音 1권, 정음正音 6권, 유향遺響 7권 등 총 5책 1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55. 55)남창고군, 임술추칠월, 마상봉한식 : 이들은 각각 「藤王閣序」, ≺赤壁賦≻, 『唐音』의 첫 구절이다. 누구라도 외울 수 있는 구절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별 내용 없이 아는 체하는 것이다.
  56. 56)심안상속心眼相屬 : ‘생각과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뜻으로 쥐구멍에서 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양이가 집중하듯 하라는 말로, 대개 ‘심안부동心眼不動’이라 한다.
  57. 57)난기상속煖氣相續 : ‘따뜻한 기운이 항상 이어진다’는 뜻으로 알이 부화할 때까지 어미닭이 꾸준하게 온기를 지속시키듯이 참선에 매진함을 가리킨다.
  58. 58)두 구 : 대혜 종고의 말. “대혜는 『서장書狀』에서 매양 간절한 어조로 이 두 구를 되풀이하여 신신당부했다. 이것은 그만큼 소위 ‘沒滋味 無摸索處’에 도득到得하는 관문이요, 또 나아가서는 마침내 분지일발噴地一發에 호호好好!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에 궁진窮盡하는 지름길이다.”(고형곤, p.662 인용)
  59. 59)소를 때린 이야기(打牛話) : 남악 회양南嶽懷讓이 마조 도일馬祖道一에게 “비유하면 수레에다 소를 매서 끌게 하는데 수레가 가지 않거든 소를 때려야 되는가, 수레를 때려야 되겠는가?”라고 하여 선의 깨우침을 알린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南嶽和尙道, 譬牛駕車, 車若不行, 打車卽是, 打牛卽是. 馬祖聞擧, 忽然大悟.) 『大慧普覺禪師語錄』(T47n1998A. 867a06, 920c16, 910a24).
  60. 60)뭉뚱그려(囫圇呑棗) : 홀륜囫圇은 물건의 온전한 상태를 말한다. 탄조呑棗는 대추를 삼킨다는 뜻. 대추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면 그 맛이 단지 쓴지 알 수 없듯이, 어떤 학설이나 학문을 받아들임에 있어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분석하거나 파악하지 않고 막연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을 홀륜탄조囫圇呑棗라 한다.
  61. 61)염화화拈花話와 분좌화分座話, 시부화示趺話 : 석가모니가 세 곳에서 가섭에게 마음을 전한 삼처전심三處傳心을 말한다. 첫째는 영산회상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이 미소를 지은 일(拈花微笑), 둘째는 다자탑 자리에서 가섭에게 자리를 내어 주신 일(分半座), 셋째는 사라쌍수 아래에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이신 일(槨示雙趺)이다.
  62. 62)우로상설雨露霜雪 : 비, 이슬, 서리, 눈. 『朱子大全』에 “우로상설이 모두 교화가 아님이 없으며”라는 말이 있다. 관장官長이 백성을 대함에 우로는 은덕을, 상설은 위엄을 의미한다.
  63. 63)예악형정禮樂刑政 : 예악과 형정. 『中庸章句』 제1장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에 대한 주자의 집주에 “수는 품절함이다. 성과 도가 비록 같으나 기품이 혹 다르기 때문에 과불급의 차이가 없지 못하다. 이러므로 성인이 사람과 물건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것을 인하여 품절하여 천하에 법을 삼았다. 이것을 교라고 하니 예악·형정과 같은 등속이 이것이다.(修品節之也. 性道雖同. 而氣稟或異. 故不能無過不及之差. 聖人因人物之所當行者而品節之. 以爲法於天下. 則謂之敎. 若禮樂刑政之屬. 是也.)”라고 하였다.
  64. 64)상앙商鞅 : 춘추전국시대의 정치가·사상가. 전국시대의 진秦나라를 재조직하고 제도를 개혁하여 통일국가를 세우는 데 공헌하였다. 그는 새로운 토지·조세·징병 제도를 만들고, 법을 엄격하고 획일적으로 시행할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농사나 군역과 같은 생산적인 직업을 갖도록 강요하였고, 상업을 억제하였으며, 백성들 사이에 상호 감시 체제를 세웠다.
  65. 65)이사李斯 : 진秦나라 때의 정치가. 무자비하나 효율적인 법가 사상을 이용하여 여러 나라를 합병하고 통일제국 진나라를 건설하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66. 66)사로잡혀(籠罩) : 농조籠罩는 새장 속에 갇힌 것처럼 묶인다는 뜻으로,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새로운 설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다른 사람의 학설을 취하여 자신의 학설인 것처럼 만드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67. 67)원교圓敎 : 원만한 교법이라는 뜻으로 『華嚴經』을 말한다. 『華嚴經』에 “원만인연수다라圓滿因緣修多羅”라는 말이 있는 데서 기인한다. 『華嚴經』을 원교라 한 것은 북위의 혜광惠光이 처음이다. 그 후 천태의 사교四敎, 화엄의 오시五時, 도선道宣의 교판에 이 명목을 사용하여 자기가 가장 믿는 경전을 원교에 배당하였다.
  68. 68)대교大敎 : 조선 중·후기에 정립된 강원의 이력 과정 중 네 번째 과정. 『華嚴經』과 『法華經』, 『涅槃經』 등을 교재로 한다.
  69. 69)『사요취선史要聚選』 : 조선 시대에 권이생權以生이 중국사의 내용 가운데 후세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 관계 항목을 뽑아 편집한 책.
  70. 70)『오등회원五燈會元』 : 남송 때 승려인 대천 보제大川普濟가 엮은 책. 과거칠불과 서천 28조, 동토 6조로부터 남악의 17대 덕산 연德山涓까지 선승의 전기를 담았다.
  71. 71)『대운오종록大雲五宗錄』 : 미상.
  72. 72)공종空宗 : 만유를 공으로 삼는 입장의 종파.
  73. 73)성종性宗 : 상종相宗의 상대어. 우주와 인생을 탐구하는 데 불변 평등, 절대 진실의 본체나 그 도리를 과제의 중심으로 하여 설하는 종지를 성종 또는 법성종이라 하고, 그 현상적인 변화, 차별, 상대의 모습을 과제의 중심으로 하여 설하는 종지를 상종 또는 법상종이라 한다. 삼론종이나 화엄종 등은 전자, 구사종이나 법상종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74. 74)의리선義理禪 : 말이나 글로 해석하고 설명을 하는 선법.
  75. 75)격외선格外禪 :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있는 이치를 초월한 선법.
  76. 76)한 줌의~머리를 덮어도(把茅蓋頭) : 머리에 허연 떼를 이었다는 말. ‘머리가 아주 백발이 되더라도’, ‘백발 노장이 되더라도’의 의미이다. 『景德傳燈錄』 제17권 「洪州雲居山道膺禪師」(T51n2076, 334c15). 참고로 김월운 역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나중에 대사가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동산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훗날 암자 주인 노릇을 할 때에 홀연히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물으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도응이 잘못했습니다.’(後師問. 如何是祖師意. 洞山曰. 闍梨他後, 有一把茅蓋頭, 忽有人問, 闍梨如何秖對. 曰道膺罪過.)”
  77. 77)물이 줄자 돌이 드러나고(水落石出) : 본래는 물가의 경치를 묘사하는 말이었는데, 나중에는 물이 줄어들어 돌이 드러나는 것처럼 어떤 일의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78. 78)대권보살大權菩薩 : ‘대권수리보살大權修理菩薩’의 준말. 호법신으로서 불전佛殿에 안치한다. 오른손을 이마에 붙이고 먼 곳을 바라보는 자세를 하고 몸에 제왕의 옷을 입은 상이다.
  79. 79)도행역시倒行逆施 : 이치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
  80. 80)기가 산처럼 솟아올라(距躍三百) : 자신의 몸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이는 동작이다. 춘추시대 진晉 문공文公의 신하 위주魏犫가 가슴에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앞으로 뛰며 손뼉을 세 번 치고(距躍三百) 위로 뛰며 손뼉을 세 번 쳐서(曲踊三百), 그의 몸이 무사하다는 것을 과시하여 죽음을 면한 고사가 있다. 『春秋左傳』 희공僖公 28년조.
  81. 81)중봉中峯 : 중봉 명본中峯明本(1263~1323). 원나라 때 스님으로 속성은 손씨이고 항주杭州 전당錢塘 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사관死關에서 고봉 원묘高峰原妙를 찾아 심요心要를 묻고, 『金剛經』을 읽었고, 뒤에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활연히 깨쳤다. 고봉의 법을 받고는 일정하게 있는 곳 없이 배(船) 가운데에서 있기도 하고 암자에서 거주하기도 하였다. 1318년(연우 5) 인종仁宗이 귀의하여 금란가사와 불자원조광혜선사佛慈圓照廣慧禪師라는 호를 내렸다. 지치至治 3년 8월에 나이 61세로 입적하였다. 뒤에 문종은 지각선사智覺禪師, 순종은 보각선사普覺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저서로는 『廣錄』 30권이 있다.
  82. 82)『天目中峰廣錄』 권30, 『大藏經補編』 제25(B25), p.971 상.
  83. 83)견향 선사見香禪師 : 생몰년 미상. 초의 의순의 『一枝庵文集』 권2 부록의 「艸衣大師塔銘幷序」에 초의에게 대승계大乘戒를 받은 이로 견향 상훈見香尙熏이 소개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2책(H12, 272b). 이 외에 『東師列傳』에는 환봉 대사煥峯大師(1767~1850)의 손제자, 금성 보헌錦城普憲(1825~1893)의 스승으로 소개되어 있다. 1800년대 후반에 대흥사에 주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84. 84)이 글은 『阮堂全集』 권7 「雜著」에 ≺見香偈贈香薰衲≻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85. 85)계수나무(木犀) : 물푸레나뭇과의 상록 관목. 진한 향이 나며 계화桂花로 통칭된다.
  86. 86)광음천光音天 : ⓢ Ābhasvara, ⓟ Ābhassara. 일명 극광정천極光淨天. 색계色界 제2선천第二禪天의 마지막 세계. 이 세계는 음성이 끊어져, 말을 하고자 할 때 입에서 맑은 빛이 나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대신한다고 한다. 이 세계에 나는 이는 최고의 외모와 신장, 수명을 가지고 태어나고 희열을 밥으로 먹고 안락에 사는 등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천국이라 한다.
  87. 87)삼취정계三聚淨戒 : 대승 보살의 계법戒法으로 섭률의계攝律儀戒·섭선법계攝善法戒·섭중생계攝衆生戒를 말한다. 대승·소승의 모든 계법이 이 가운데 다 포섭되므로 섭攝이라 하고, 그 계법이 본래 청정하므로 정淨이라 한다.
  88. 88)병법秉法 : 사찰에서 의식의 진행을 담당하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
  89. 89)시라尸羅 : ⓢ śīla의 음역. 계戒로 번역된다. 시라바라밀은 육바라밀의 하나로 부처님이 제정한 금계와 율의를 지켜 허물을 방지하고, 악을 멀리 여의는 것이다.
  90. 90)≺東茶頌≻의 판본으로 다예관본多藝館本, 석오본石梧本, 경암본鏡菴本, 다송자본茶松子本 등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2책에 수록된 것은 금명 보정(1861~1930)이 펴낸 『栢悅錄』 소재 ≺東茶頌≻(다송자본)이다. 이와 별도로 『韓國佛敎全書』 제10책에 수록된 ≺東茶頌≻은 최범술의 『한국의 다도』(보련각, 1975) 부록에 실린 원문을 저본으로 하였다. 이들 이본 간에 글자의 넘나듦이 심하다. 한편 ≺東茶頌≻의 내용은 상당 부분 육우陸羽(733~804)의 『茶經』, 모환문毛煥文 편 『萬寶全書』(「茶經採要」) 등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존의 ≺東茶頌≻ 번역서에는 이들 이본 간의 대교, 원전 출전 등이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대표적 역서로 고월 용운 역, 『동다송』(동국역경원, 1997; 2010 개정판), 김명배 편역, 『한국의 다서』(탐구당, 1983), 김대성 편, 『동다송』(동아일보사, 2004), 송해경, 『동다송의 새로운 연구』(지영사, 2009) 등이 있다. 본 번역에서 차에 관한 전문 용어나 출전 등은 이들 역서를 참조하였다.
  91. 91)해거도인海居道人 : 홍현주洪顯周(1793~1865)의 호. 홍현주는 조선 후기의 문장가. 본관은 풍산. 자는 세숙世叔, 호는 해거재海居齋·약헌約軒. 정조의 둘째 딸인 숙선옹주淑善翁主와 혼인하여 영명위永明尉에 봉해졌고, 1815년(순조 15)에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가 되었다. 역시 문장으로 유명한 홍석주洪奭周(1774~1842)가 그의 형이다. 저서로 『海居詩集』이 있다. 시호는 효간孝簡이다.
  92. 92)초의 사문草衣沙門 의순意恂(1786~1866) : 이 글의 저자. 속성은 장張씨, 본관은 인동. 자는 중부中孚, 호는 초의草衣, 당호는 일지암一枝庵이며 의순은 법명이다. 전라남도 무안 출신. 대흥사 제13대 종사이며 우리나라 다도茶道의 정립자이다. 16세 때 전라남도 남평의 운흥사에서 성민敏聖을 은사로 출가하였고, 대흥사에서 민호玟虎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22세 때부터 전국의 선지식을 찾아 삼장을 배우고 유학, 도교 등 여러 교학에 통달하였으며 범서梵書에도 능했다. 정약용·홍현주·김정희 등과 교유하였다.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대흥사 동쪽 계곡으로 들어가 일지암一枝庵을 짓고 40여 년 동안 홀로 지관止觀을 닦고 다선삼매茶禪三昧에 들기도 하였다. 다도, 범패, 서예에 능했다. 저서로 『禪門四辨漫語』 1권, 『二禪來儀』 1권, 『草衣詩藁』 2권, 『震默祖師遺蹟考』 1권, 『東茶頌』 1권, 『茶神傳』 1권 등이 있다.
  93. 93)해거도인의 명을~의순이 짓다 : ≺東茶頌≻을 짓게 된 동기를 말한 부분이다. 초의가 1837년 홍현주에게 보낸 「해거도인에게 올리는 편지(上海居道人書)」(『一枝庵文集』 권2)에 따르면 초의는 신묘년(1831)에 청량산의 송헌松軒에서 홍현주를 만나 향화香火의 인연을 맺고 한묵翰墨의 은혜를 받은 것을 회고하고 나서 “요사이 북산도인北山道人께서 어르신(홍현주)의 뜻을 받아 다도를 물어 와서 옛 분들이 전하는 뜻에 따라 삼가 ≺동다송≻ 한 편을 지어서 올린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말이 좀 분명하지 못한 곳은 별도로 본문을 뽑아내어 뜻을 밝힘으로써 물어 주신 뜻에 맞추려고 하였다.”라고 하였다.(이종찬 역, 『일지암문집』, 동국역경원, 2010년 개정판, pp.119~121) 즉 초의는 홍현주의 부탁을 받고 차의 역사와 우리나라 차의 역사에 대해 68구의 7언 장시로 정리한 것이다. 협주에서는 차의 역사와 관련한 전고를 충실히 소개하여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94. 94)≺東茶頌≻은 총 68구 434자에 달하는 장시이다. 전체가 한 편의 시임은 분명하나, 그 구성은 역자나 연구자에 따라 9송, 10송, 17송, 31송으로 다양하게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는 7언 4구를 하나의 장으로 파악하고 모두 17송으로 나누어 제시하기로 한다.
  95. 95)후황后皇 : 천지天地, 조물주. 후는 후토后土로 땅 혹은 땅의 신, 황은 황천皇天으로 하늘 혹은 하늘의 신.
  96. 96)상서로운 나무(嘉樹) : 차나무를 가리킨다. 김대성 『초의선사의 동다송』(동아일보사, 2004)에 따르면 ‘가수嘉樹’라는 글자의 바탕에는 제사라는 상징성이 깔려 있다고 한다.(p.50) 육우의 『茶經』 첫머리에도 “차는 남녘의 상서로운 나무이다.(茶者, 南方之嘉木也.)”라고 하였다.
  97. 97)후황이 내린~덕을 짝하여 : 귤나무의 덕과 차나무의 덕이 짝이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귤의 덕은 좁게는 바로 다음 구에 소개한 내용을 가리킨다. 굴원屈原(서기전 332~295)의 『楚辭』 「九章」 ≺橘頌≻에는 귤의 덕을 여러 가지로 노래하고 있다. 참고로 소개하면 귤나무는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 어렵고(한결같은 뜻)’, ‘푸른 잎에 흰 꽃이 피고 푸르고 노란 것이 섞여 열려 눈이 부시고(아름다움)’, ‘홀로 우뚝 서서 변치 않고’,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 어렵고’, ‘속세에 홀로 깨어 마음대로 살아가며’, ‘마음을 다잡아 삼가 과실이 없고’, ‘덕을 지니고 사사로움이 없으며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며’, ‘나이는 젊지만 스승이 될 만하며’, ‘행실은 백이와 같아 표상으로 삼을 만한 것’ 등이다.
  98. 98)후황이 내린~남국에서 생장하네 : 이상 두 구는 굴원의 『楚辭』 「九章」 ≺橘頌≻ 첫머리에서 따온 것이다. 즉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나무 귤나무가 내려왔네. 천명을 받은 채 터를 옮기지 않고 강남 땅에 태어났네.(后皇嘉樹, 橘徠服兮. 受命不遷, 生南國兮.)”를 원용하였다. 이는 굴원 자신이 범상한 사람들과 다른 천재성을 안고 태어났으며, 자신의 지절志節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귤나무처럼 옮겨 가지 않음을 노래한 것이다. 천명을 받은 귤나무는 강남에서 자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만다. 즉 그 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99. 99)하얀 꽃은~피워 내네 : 차 꽃은 대략 9월 말에서 11월, 늦게는 이듬해 1월까지 핀다. 특히 10월부터 12월까지 찬 서리 속에서 더욱 영롱하게 피어난다.(김대성, p.53)
  100. 100)고야산 : 『莊子』 「逍遙遊」에 “막고야산에 신인이 사는데 살갗이 빙설 같고 보들보들하기가 처녀 같다.(藐姑射之山, 有神人居焉, 肌膚若冰雪, 淖約若處子.)”라고 하였다. 그 후 시문에서 ‘고야姑射’는 신선이나 미인의 대명사로 쓰였다.
  101. 101)염부단의 금 : ⓢ jambūnada-suvarṇa. 인도에서 염부나무 숲을 흐르는 강(염부단閻浮檀)에서 나는 사금을 말한다. 이 금은 적황색이며 자줏빛 불꽃 기운이 있어 금 중에서도 최고로 여긴다.
  102. 102)과로瓜蘆 : 식물명. 고로皋蘆의 별칭이다. 고로는 고정차苦丁茶인데, 찻잎을 채취하여 돌돌 말거나 꽈배기처럼 비틀어서 말려 놓은 차의 한 종류이다. 당나라 육우陸羽의 『茶經』 「源」에 “과로목은 광주에서 나는데 차와 비슷하며 매우 쓰고 떫다.(瓜蘆木出廣州, 似茶, 至苦澀.)”라고 하였다.
  103. 103)이슬(沆瀣) : 항해沆瀣는 밤사이 물기가 엉긴 맑은 이슬을 가리킨다. 신선이 마시는 음료수. 『楚辭』 「遠遊」에 “육기를 먹고 항해를 마시며, 정양을 씻고 조하를 머금는다.(餐六氣而飲沆瀣兮, 漱正陽而含朝霞.)”라고 하였다. 항해는 북방의 밤기운, 맑은 이슬이며, 조하는 해가 막 떠오르려 할 때의 채색 구름 혹은 적황색 기운이다.
  104. 104)옥천사玉泉寺 : 호북성 당양현當陽縣의 서쪽에 있는 옥천산玉泉山에 있다.
  105. 105)진공眞公 스님 : 미상.
  106. 106)『李太白詩集』 ≺문중 조카인 중부 스님이 옥천사의 선인장차를 보내온 것에 답하다(答族姪僧中孚贈玉泉仙人掌茶)≻의 서문.(김명배, p.29)
  107. 107)염제炎帝 : 신농씨神農氏. 삼황오제의 한 분으로 농업과 의약의 신으로 추앙한다.
  108. 108)『식경食經』 : 미상. 현재 전하지 않는다. 『神農本草經』(『本草經』)이 『隋書』 「經籍志」에 보일 뿐이다.
  109. 109)제호醍醐 : 우유를 정제하여 만든 치즈 같은 것으로 맛 중의 제일이요, 약 중의 제일로 여긴다. 『涅槃經』에 “제호는 세간에서 으뜸가는 맛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大般涅槃經』 「聖行品」에는 “비유하자면 소에서 우유가 나오고, 우유에서 낙이 나오며, 낙에서 소가 나오고, 생소에서 숙소가 나오며, 숙소에서 제호가 나오나니, 제호가 최상인 것과 같다.(譬如從牛出乳, 從乳出酪, 從酪出生穌, 從生穌出熟穌, 從熟穌出醍醐. 醍醐最上.)”라고 하였다.
  110. 110)감로甘露 : 매우 감미로운 이슬. 맛은 꿀과 같고 천인天人이 마시는 것이다. 일설에는 천하가 태평할 때 하늘이 내려 주는 상서로운 기운이라 한다.
  111. 111)이 부분은 육우의 『茶經』 제7 「옛일(事)」의 내용을 옮긴 것이다.(김대성, p.70) 수나라 『經籍志』에 실려 있는 「宋略」과 「宋春秋」를 가리켜 『宋錄』이라 한다.(용운, p.18)
  112. 112)신안왕 자란子鸞 : 남조 송나라 효무제孝武帝의 여덟째 왕자.
  113. 113)예장왕 자상子尙 : 효무제의 둘째 왕자.
  114. 114)팔공산 : 북산北山이라고도 하며 지금의 안휘성 수현壽縣 북쪽에 있다. 한나라 회남왕淮南王의 묘廟가 있다. 회남왕은 회남자淮南子로 신선술을 좋아하여 항상 여덟 명의 신선을 초청하여 연단술을 닦았다고 한다. 팔공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115. 115)운재도인雲齋道人 : 산서성 하동 사람. 팔공산 동산사東山寺에서 수도하였다. 차의 달인으로 전해진다.
  116. 116)나대경羅大經의 ≺약탕시瀹湯詩≻ : 나대경은 남송 때 여릉 사람. 인용한 시는 나대경의 수필집 『鶴林玉露』에 수록된 것에 임의로 제목을 붙인 것이다.(김명배, p.35 참조)
  117. 117)주공周公 : 주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은 문왕文王의 아들이자, 주 왕조를 창건한 무왕武王의 동생. 주나라의 문물제도를 완비한 인물이다.
  118. 118)제나라 안영晏嬰 : 춘추시대 제나라 명신인 안자晏子(서기전 580?~500). 검소한 삶으로 공자가 숭앙하던 인물이다.
  119. 119)『안자춘추晏子春秋』 : 서기전 50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제나라의 재상 안영(晏子)의 언행을 정리한 정치 문답집이자 간언집이다.
  120. 120)단구자丹邱子 : 단구자丹丘子. 신선의 이름. 단구丹丘(丹邱)는 신화 속에 나오는 신선이 사는 땅으로 밤낮없이 밝고 죽음이 없는 곳이다.
  121. 121)『속수신기續搜神記』 : 『搜神記』의 속편. 『搜神記』는 동진 사람 간보干寶가 지은 것으로, 육조시대 민간 전설 등 신이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122. 122)『이원異苑』 : 남송대에 유경숙劉敬叔이 지은 10책의 현전하는 괴담집이다.
  123. 123)예상의 보은 : 예상翳桑은 우거진 뽕나무. 춘추시대 진晉나라 영첩靈輒이 뽕나무 아래에서 굶주리고 있는 것을 진나라의 대부인 조순趙盾이 지나가다 보고 먹을 것을 주어 살려 주었다. 그 뒤에 영첩이 영공靈公의 경호관이 되었는데, 영공으로부터 재상인 조순을 죽이라는 명을 받고 나가 보니 옛날의 은인이었다. 영첩은 그 은혜를 보답하는 의미로 창을 거꾸로 찔러 살려 주었다. 『春秋左氏傳』 선공宣公 2년.
  124. 124)솥 음식(鼎食) : 솥을 벌여 놓고 먹는 식사. 궁중이나 명문거족들처럼 부귀한 사람들이 먹는 호화롭고 풍족한 식사.
  125. 125)육정六情 :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애오愛惡 등 여섯 가지 사람의 성정을 말한다. 문맥상 육청六淸으로 보기도 하는데, 육청은 여섯 가지 마실 거리로 물(水)·장漿(미음)·예醴(단술)·이酏(약술)·순醇(전술)·장醬(감주) 등 여섯 가지 맑은 음료를 말한다.
  126. 126)장맹양張孟陽 : 서진 때 안평 사람 장재張載. 무제 때 중서시랑을 지냄.
  127. 127)개국황제(開皇) : 수 문제隋文帝(재위 581~604).
  128. 128)상식尙食 : 임금의 수라를 관장하는 관서의 명칭.
  129. 129)심원沁園 : 원림園林의 명칭. 동한 명제明帝의 딸인 심수공주沁水公主 소유. 건초建初 2년(77) 두헌竇憲에게 빼앗겼다. 후에 공주의 원림을 ‘심원’으로 범칭하였다.
  130. 130)두강頭綱 : 경칩 전이나 청명 전에 만들어 황실의 제사에 진상하는 한 해의 첫 차. 일반적으로는 우수한 품질의 춘차春茶를 가리킨다.
  131. 131)준영雋永 : 음식이 감미롭고 감칠맛이 있는 것.
  132. 132)용봉단龍鳳團 : 송나라 때 황실에 전용으로 공납하던 차. 떡차 위에 용무늬가 있는 것은 용단龍團, 봉황 무늬가 있는 것은 봉단鳳團이다.
  133. 133)정위丁謂(962~1033) : 송대의 인물. 『建安茶錄』 3권을 저술하였다. 복건성의 전운사轉運使로 있을 때 건안공다소의 차밭, 차 공장의 수량, 기구도, 차 따기, 제다법 등을 기록한 책이다. 현재 전하지 않는다.
  134. 134)채군모蔡君謨(1012~1067) : 북송의 서예가. 인종의 하문으로 『茶錄』을 지어 바쳤다. 그가 개발한 작은 용단차(小龍壇)는 일명 상품용차上品龍茶라 하는데, 그 품질은 흥국 초년에 만들어진 용봉차를 능가하는 것이라 한다.
  135. 135)『만보전서』 : 청나라 모환문毛煥文이 엮은 일종의 백과사전. 초의는 1828년(43세) 여름 칠불암에서 이 책의 「採茶論」을 베껴 와 1830년 2월에 정초正抄하고 제목을 『茶神傳』이라 붙였다. 초의의 『茶神傳』 발문 참조.
  136. 136)부대사傅大士(497~569) : 절강성 금화현 출신의 스님. 24세 때 인도의 승려 숭崇 두타를 만나 알게 된 인연으로 출가하였다. 송산松山에 들어가 암자를 짓고 고행하기를 7년 만에 깨달았다. 양 무제가 매우 공경하였고, 『金剛經』에 밝았다. 대사가 세운 쌍림사雙林寺는 중국 선림 십찰禪林十刹 중 하나이다. 저서로 『傅大士錄』 4권, 『心王銘』 1권이 있다.
  137. 137)강서 절강 : 쌍정차는 강서성 홍주에서 나오고 일주차는 절강성 일주령에서 나오기 때문에 강절江浙의 ‘江’을 홍주洪州의 ‘洪’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용운, p.45; 김대성, p.121)
  138. 138)설화雪花 : 이름난 차의 이름. 거품이 인 후 찻물 표면에 한 겹의 흰 포말이 생기므로 이에 이름하였다.
  139. 139)소동파의 시 ≺건안차를 보내 준 전안도에게 화답하여(和錢安道寄惠建茶)≻(『東坡詩選』 권2)에는 “雪花雨腳何足道, 啜過始知眞味永.”이라고 하여 ‘兩’이 ‘雨’로 되어 있다.(용운, p.47) 인용구 중에 ‘건차建茶’는 복건성 건계建溪 일대에서 나는 유명한 차이다. 즉 건차를 찬미하면서 설화차와 우각차에 비교한 것이다.
  140. 140)이하 내용(초차는 절강성에서~치게 되었다)은 『歸田錄』의 일부를 간추려 인용한 것이다.(용운, p.47)
  141. 141)초차草茶 : 송나라 섭몽득葉夢得의 『避暑錄話』에는 작설차의 별칭으로 소개되어 있다.(김명배, p.73) 『漢語大詞典』에는 ‘삶아서 만든 잎차로 가공 방법이 제각각인 단차團茶에 대비하여 말한 것’이라 하였다.
  142. 142)일주日注차 : 일주日注는 일주日鑄로도 표기한다. 지금의 절강성 소흥현 동남의 일주령에서 나는 차 이름. 송나라 구양수歐陽修의 『歸田錄』 제1권에 “초차는 절강성에서 성행하였는데 절강의 산품으로는 일주차가 제일이다.(草茶盛於兩浙, 兩浙之品, 日注爲第一.)”라고 하였다.
  143. 143)홍주洪州 : 지금의 강서성 남창南昌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
  144. 144)쌍정雙井차 : 차 이름. 쌍정은 지명이기도 하다. 현재 강서성 수수현修水縣 서쪽. 시인 황정견(山谷)의 고향이기도 하다.
  145. 145)『둔재한람遯齋閑覽』 : 북송 때 범정민范正敏이 지은 책.
  146. 146)건안建安차 : 현재 복건성 남평전구南平專區 건구현建甌縣의 동쪽 30리에 있던 봉황산 일대의 북원北苑에서 나던 차. 북원은 송나라 황실의 어원御苑이었다.(김대성, p.128)
  147. 147)손초孫樵 : 당나라 때의 문인. 한유韓愈의 문하생. 손초는 우레가 울릴 때 딴 차를 평하여 만감후라는 이름을 붙였다. 『淸異錄』, 『茶寮記』.(김명배, p.75)
  148. 148)만감후晩甘候 : ‘단 징후가 늦게 나타난다’는 뜻으로 차의 이름이다. 육우의 『茶經』 「차 달이기」조에 “마실 때는 쓰고 목구멍에서 단 것은 차이다.”라고 하였다. 차는 목구멍으로 삼키고 나면 뒷맛이 달기 때문에 만감후, 여감씨餘甘氏, 또는 잠이 없게 한다는 뜻에서 불야후不夜候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한다.(김대성, p.129)
  149. 149)시재각侍齋閣 : 김명배(p.76)는 ‘시재합侍齋閤’으로 보고 ‘재를 모시는 관청’으로 소개하였다. 용운(p.49)은 ‘侍’를 서술어로 보고, ‘재각으로 고이 보내니’라고 번역하였다.
  150. 150)다산 선생 : 정약용丁若鏞(1762~1836). 조선 후기의 실학자. 순조 1년(1801)에 일어난 신유사옥辛酉邪獄으로 전라남도 강진에 유배되어 18년간 머물렀다. 초의 선사가 정약용이 머물던 다산초당에서 3년간 사사한 바 있다.
  151. 151)「걸다소乞茶疏」 : 정약용이 유배지 다산초당에 머물 때 대흥사의 아암 혜장兒庵惠藏(1772~1811)과 친분이 있었다. 차를 구걸한다는 제목은 아암에게 차를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원제는 「乞茗疏」이다. 을축년(1805) 겨울 고성사 보은산방에서 지은 것으로 되어 있다.
  152. 152)육안차陸安茶 : 일명 육안차六安茶. 육안六安은 지명. 안휘성 육안현의 대흥산맥에서 생산되며 복건성의 무이산차와 함께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는 온차溫茶이다.(김명배, p.84)
  153. 153)몽산차蒙山茶 : 앞에 나온 몽정산蒙頂山에서 나는 차. 현재 사천성 아안전구雅安專區의 아안현雅安縣·명산현名山縣·여산현廬山縣의 경계에 있으며 산에는 다섯 정수리가 있는데 이를 몽정이라 한다. 중간 정수리인 상청봉에서 나는 차의 약효가 뛰어나다.(김대성, p.116)
  154. 154)동다기東茶記 : 다산 정약용이 강진의 다산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지은 다서로 알려져 왔으나, 이후 전의리全義李의 저서라는 설(용운, p.52)이 있었고, 이덕리李德履(1728~?)의 저서라는 설(정민, 「이덕리 저, 동다기의 차문화사적 자료가치」, 『문헌과 해석』 36호, 2006)이 있다.
  155. 155)이찬황李賛皇 : 당나라 무종 때 재상을 지낸 이덕유李德裕(787~849). 명 도륭屠隆의 『考槃餘事』에 “이덕유는 촉나라에 들어가 몽산의 떡차를 얻어 고기가 들어 있는 탕병에 쏟아 넣었더니 다음 날 고기가 다 없어졌다.”고 하였다.(김대성, p.138)
  156. 156)육자우陸子羽 : 육우陸羽(733~804). 안녹산의 난 때 절강성 호주시 오흥吳興 근처인 소계笤溪로 피난하여 765~780년 사이에 『茶經』을 지었다. 중국 다도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157. 157)옥천사玉泉寺 : 호북성 당양현當陽縣의 서쪽에 있는 옥천산玉泉山에 있다.
  158. 158)진공眞公 스님 : 미상.
  159. 159)유천乳泉 : 직역하면 젖샘. 사전적인 의미는 ① 종유석 위로 떨어지는 물, ② 감미롭고 맑고 시원한 샘물이다. 여기서는 후자의 의미이며, 모든 생명을 기르는 젖과 같이 좋은 샘물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초의가 머무는 일지암에 있는 샘물을 가리키는데, 김정희의 아버지 김노경金魯敬이 칭송한 바 있다.(용운, p.56)
  160. 160)해거옹(海翁) : 홍현주洪顯周. 주 91 참조.
  161. 161)소이蘇廙 : 생몰 연대 미상. 오대五代에서 송대 초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仙芽傳』을 지었다.
  162. 162)유당酉堂 :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아버지 김노경(1766~1840). 1805년 증광문과 병과에 급제하여 홍문관의 제학과 이조판서·병조판서에 올랐으며, 1809년에는 동지겸사은부사로, 1822년에는 동지사로 청나라를 다녀왔다. 1830년 이후 4년 동안 고금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였다.
  163. 163)자우산방紫芋山房 : 대흥사 경내에 있는 일지암의 다른 이름. 초의가 『東茶頌』과 『茶神傳』을 쓴 곳이다.
  164. 164)수락酥酪 : 혹은 소락. 소나 양의 젖을 정제한 것. 연유.
  165. 165)『茶經』의 제6 「마시기(飮)」의 내용이다.
  166. 166)옥부대玉浮臺 : 경남 하동군 화개면 칠불암 위에 있다.
  167. 167)칠불선원七佛禪院 :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 건너편 위에 있는 선원으로 칠불암이라고도 한다. 옛날 가락국의 일곱 왕자가 외삼촌인 장유長游 화상을 따라 들어와 함께 수도하여 모두 성불했다고 하는 곳이다. 아자방亞字房 형태의 선원이 유명하다.
  168. 168)원문의 ‘政所云’은 ‘정소가(혹은 정소에서) 말하기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정소가 사람이나 사무소 명칭이라는 근거가 없어 글자대로 해석하였다.
  169. 169)본문의 ‘茶序’ 이하 내용은 명나라 왕상진王象晉의 『群芳譜』(1621) 첫머리인 「茶譜小序」에 나온다.(김명배, p.105)
  170. 170)이 구절은 『萬寶全書』를 인용한 것이다.(김명배, p.105)
  171. 171)진미공陳麋公 : 진계유陳繼儒(1558~1639). 서화가. 차에 관해서는 『茶話』(1595), 『茶董補』(1612)가 있다. 여기 인용된 시는 ≺차 맛보기(試茶)≻이다.(김대성, p.168)
  172. 172)구름뿌리(雲根) : 원뜻은 깊은 산의 구름이 일어나는 곳. 산의 돌이나 바위, 깊은 사찰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는 돌을 가리킨다.
  173. 173)골짜기에서 자란~것이 다음이며 : 이 부분은 『萬寶全書』에서 인용하였다.
  174. 174)초록빛 나는~것이 다음이다 : 이 부분은 앞의 문장과 달리 『茶經』에서 인용한 것이다.
  175. 175)가지런히 주름지고(廉襜) : 염첨廉襜은 염첨廉幨, 염릉廉棱과 같다. 다른 해석본에는 ‘반듯하다’, ‘모가 나고 가지런하다’, ‘가지런히 늘어졌다’ 등으로 되어 있다.
  176. 176)이하는 『萬寶全書』의 내용을 옮긴 것이다.(김명배, p.112)
  177. 177)『茶錄』, 『萬寶全書』, 『茶神傳』에 모두 「造茶篇」이 있다.
  178. 178)포법泡法편 : 『萬寶全書』, 『茶神傳』에 있는 편명으로 잎차를 우려내 마시는 음다법飮茶法을 말한다.
  179. 179)순숙純熟 : 차를 끓일 탕수가 알맞게 끓여진 것을 말한다. 무성無聲인 상태까지 이르러 잘 준비된 물을 가리킨다.(용운, p.81)
  180. 180)초의 선사의 총평이다. 다만 그 내용은 『萬寶全書』의 「茶經採要」 내용을 발췌하여 제시한 것이다.(김명배, p.118)
  181. 181)청경淸境 : 신선이 사는 선경仙境. 도교에서 삼동교주三洞敎主가 거하는 최고의 선경은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이 있다. 이를 삼청경三淸境이라 한다.
  182. 182)진간재陳簡齋 : 간재는 남송 때의 시인 진여의陳與義(1090~1138)의 호. 벼슬은 참지정사參知政事를 지냈으며 시풍은 두보를 받들었다. 소동파, 황정견, 진사도 등과 함께 강서시파江西詩派에 속한다. 저서로 『簡齋集』, 『無住詞』가 있다.
  183. 183)노옥천盧玉川 : 옥천은 당나라 때의 시인인 노동盧仝(795~835)의 호. 청빈한 절개로 유명하다. 조정에서 이를 높이 사 두 차례나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불렀으나 출사하지 않았다. 저서로 『玉川子詩集』이 있다. 인용한 시는 ≺햇차를 보낸 맹간의에게 감사하며(走筆謝孟諫議寄新茶)≻이다.(김명배, p.120)
  184. 184)솔바람 대바람 소리 : 본문 3장에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를 ‘松風檜雨’로 표현한 바 있다.(나대경羅大經의 ≺瀹湯詩≻) 대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역시 물이 끓는 소리를 묘사한 것이다.
  185. 185)손님이 적은~귀하게 여긴다 : 『茶神傳』에는 ‘飮茶之法’ 다음에 ‘飮茶以客少爲貴’가 이어져 있다. 이에 준하여 해석한다.
  186. 186)홀로 마시는~시施라 한다 : 이를 고월 용운은 각각 ‘신령스럽다(神), 매우 좋다(勝), 즐겁고 유쾌하다(趣), 약간 넘친다(泛), 그저 나누어 먹는 자리(施)’ 등으로 풀이하였다.(용운, p.87)
  187. 187)새 혀(禽舌) : 작설雀舌(鵲舌)과 같은 의미이다. 까치나 참새의 혀처럼 가늘게 생긴 차이다.
  188. 188)운간차 월감차 : 복건성 건양과 호북성 단산에서 나는 차 이름. 앞의 9장 참조.
  189. 189)백파거사白坡居士 : 신헌구申獻求(1823~1902)의 호. 본관은 고령. 자는 계문季文. 1862년(철종 13)에 정시庭試 병과丙科에 합격하여 출사出仕한 뒤 승정원 동부승지·이조참의·성균관 대사성·형조판서·한성부 판윤·예조판서·경기관찰사 등을 역임하였다. 『艸衣詩藁』에 발문을 썼고, 『栢悅錄』에도 다수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190. 190)풀이 눕는 것 같았다(草偃) : 『論語』 「顏淵」에 “군자의 덕은 바람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반드시 눕는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라고 하였다. 다스리는 사람이 덕화를 베풀면 백성들이 교화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풍취초복風吹草仆, 상솔종선相率從善과 같은 말이다.
  191. 191)푸른 비단(碧紗) : 벽사롱碧紗籠. 귀인과 명사가 지어서 벽에 걸어 놓은 시문을 먼지가 묻지 않도록 푸른 깁으로 감싸서 보호하는 것을 가리킨다.
  192. 192)시의時義 : ‘각기 상황에 맞는 이치’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쓰임새를 가리킨다.
  193. 193)여러 가지 현묘함(衆妙) : 『道德經』 제1장의 “도는 현묘한 중에서도 더욱 현묘하여 만물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玄之又玄, 衆妙之門.)”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194. 194)광형匡衡이 벽을 뚫는 어려움 : 한나라 광형이 공부할 적에 자기 집은 가난하여 촛불이 없고 이웃집에는 촛불이 있었지만, 그 불빛이 자기 집에까지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광형은 마침내 자기 집의 벽을 뚫고서 이웃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고 한다. 『西京雜記』.
  195. 195)율의律儀를 따라서 : 활과 활줄처럼 율의를 지니는 데 중도가 필요함을 가리킨다.
  196. 196)『與猶堂全書』 제1집 시문집 제13권에는 「重修挽日菴記」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다.
  197. 197)『栢悅錄』을 포함한 여러 불교 문헌에 실린 정약용의 글에 대해서는 정민, 「다산 일문逸文을 통해 본 승려와의 교유와 강학」(『한국한문학연구』 50집, 한국한문학회, 2012) 참고.
  198. 198)입이 헐고 꼬리가 떨어져도(口瘏尾譙) : 초초譙譙는 새의 날개가 괴로움을 겪어 찢기고 깃이 빠지는 것을 말한다. ‘譙’는 ‘燋’와 통한다. 『詩經』 「豳風」 ≺鴟鴞≻에 “予羽譙譙, 予尾翛翛.”라 하였다. 정현의 전箋에 “손과 입에 이미 병이 들어 깃털이 또한 빠지는 것으로 몸의 수고가 매우 심한 것을 말한다.(手口既病, 羽尾又殺敝, 言己勞苦甚.)”라고 풀이하였다.
  199. 199)후손(雲仍) : 후손, 후계자.
  200. 200)『東師列傳』 「掣鯨講師傳」(김두재 역, p.356)에 인용되어 있다.
  201. 201)용백龍伯 : 용백국龍伯國의 거인. 한 번의 낚시로 바닷속에 있다는 큰 자라 여섯 마리를 한꺼번에 낚았다고 한다. 『列子』 「湯問」.
  202. 202)소열蘇烈(592~667) : 소정방蘇定方. 정방은 자이다. 당나라의 무장武將. 660년에 나당연합군 대총관으로서 13만 당군을 거느리고 산동반도에서 황해를 건너 신라군과 함께 백제를 협공하여 사비성을 함락시켰고, 이듬해인 661년에는 나당연합군을 거느리고 고구려 평양성을 포위하여 공격하였으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철군하였다.
  203. 203)맹분孟賁과 하육夏育 : 전국시대의 용사인 맹분과 하육. 제나라의 용사인 맹분은 맨손으로 쇠뿔을 뽑았고, 주나라의 역사力士인 하육은 천균千鈞의 무게를 들어 올렸다고 한다.
  204. 204)자하산인紫霞山人 : 정약용(1762~1836).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형원, 이익의 학문과 사상을 계승하여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하였다. 출중한 학식과 재능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았으나 신유사옥 후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이곳에서 독서와 저술에 힘써 학문 체계를 완성하였다. 그가 머문 다산초당은 바로 다산학의 산실이 되었다. 해남 대흥사의 여러 승려들과 교유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205. 205)붉은 꼬리(朱翹) : 당나라 유우석劉禹錫의 ≺踏潮歌≻에 “큰 고래 받은 성품은 두루 소요함이요, 코를 들어 호흡하고 붉은 꼬리 드날리네.(介鯨得性方逍遙, 仰鼻噓吸揚朱翹.)”라고 하였다.
  206. 206)포뢰蒲牢 : 고대 전설 중에 바닷가에 사는 동물의 일종. 전설에 따르면 울부짖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항상 종 위 주물에 포뢰의 형상을 새겨 놓았다고 한다. 『文選』 ≺東都賦≻에 “於是發鯨魚, 鏗華鐘.”이라 하였는데 이에 대한 설종薛綜의 주에 “바다 가운데 큰 고기가 고래요, 바닷가에 동물 있으니 포뢰이다. 포뢰는 본디 고래를 두려워하는데, 고래가 치면 큰 울음을 운다. 무릇 종을 크게 울리고자 하므로 그 위에 포뢰를 만들어 놓는다. 따라서 그것을 치는 것은 고래가 된다.(海中有大魚曰鯨, 海邊又有獸名蒲牢, 蒲牢素畏鯨, 鯨魚擊蒲牢, 輒大鳴. 凡鐘欲令聲大者, 故作蒲牢於上, 所以撞之者爲鯨魚.)”라고 하였다. 이로 인해 후에 포뢰가 종의 별명이 되었다.
  207. 207)서성이네(屛營) : 병영屛營은 방황하는 모양, 서성이는 모양을 뜻한다. 황공惶恐.
  208. 208)작은 얼레(籰車子) : 확거자籰車子는 낚시의 도구로 쓰였던 실을 감는 작은 얼레. 요즘의 릴낚시를 떠올리면 좋을 듯하다. 이규경의 『五洲衍文長箋散稿』 「漁具辨證說」에 “今見江上漁父乘小艇, 手一小籰車子纏釣絲, 投釣江中, 隨波而下. 或纏或解, 有魚中餌, 則釣絲緊弸, 急轉籰車, 引上取魚. 此是古之車子釣之遺意.”라고 하였다.
  209. 209)호파瓠巴 : 호파瓠芭라고도 한다. 전설상 춘추전국시대 거문고의 명사. 『列子』 「湯問」에 “호파가 거문고를 타면 새들이 춤을 추고 물고기가 뛰어올랐다.(瓠巴鼓琴, 而鳥舞魚躍.)”라고 하였다.
  210. 210)장경長庚 : 미상. 다른 문헌에는 크게 두세 가지 의미로 쓰였다. ① 금성金星의 이칭. 아침에는 해보다 먼저 나오기 때문에 계명啓明이라 부르고, 저녁에는 해보다 뒤에 들어가기 때문에 장경長庚이라 부른다. ② 혜성의 일종. 고대에는 전쟁을 관장하는 것으로 믿었다. ③ 금성이 태백성이라는 별칭이 있어 이태백李太白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백의 어머니가 꿈에 장경성을 보아서 이름을 ‘백白’으로 지었다고 한다. 『新唐書』 권202 「李白列傳」.
  211. 211)『東師列傳』 「鐵牛禪德傳」(김두재 역, p.346)에도 수록되어 있다.
  212. 212)토우土牛 : 진흙을 빚어 만든 소. 『禮記』 「月令」에 “12월에 유사에게 명하여 구나의 의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사방의 문에서 희생을 찢어서 음기를 없애며, 또 흙으로 소를 만들어 한기가 사라지기를 빈다.(季冬之月, 命有司大難, 旁磔, 出土牛, 以送寒氣.)”라고 하였다.
  213. 213)석우石牛 : 돌로 만든 소로 영이한 능력이 있다. 고대인들은 석우가 출현한 것을 상서로운 일이나 재변을 예시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214. 214)목우木牛: 나무로 만든 소. 건흥 12년(234) 봄에 제갈량이 대군을 이끌고 사곡斜谷을 나가 위수渭水 남쪽 오장원五丈原에 진을 치고 전투를 시도했으나 사마의司馬懿는 장기전으로 대응하였다. 그러자 제갈량이 목우와 유마流馬를 만들어 군량을 운반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215. 215)검각劒閣 : 중국 장안長安에서 서촉西蜀으로 들어가는 통로로서 예로부터 험준한 요해지로 유명하였다. 현재의 사천성 검각현劍閣縣 북쪽에 있으며, 잔도棧道와 관문關門이 설치되어 있다.
  216. 216)금우金牛 : 금 똥을 누는 소. 전국시대 진 혜왕秦惠王은 촉나라를 치려 하였으나 길을 알지 못하므로 돌을 깎아 다섯 마리의 소를 만들어 뒤에 금을 넣어 놓고는 이것을 촉도에 갖다 놓았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는 돌 소가 금 똥을 눈다고 하자, 이 소문을 들은 촉왕蜀王은 천여 명의 군사와 다섯 명의 역사를 동원하여 성도成都로 운반해 갔다. 길이 뚫려 진나라는 마침내 이 길을 따라 촉나라를 공격하여 탈취했으므로 이 길을 금우도金牛道라 하였다.
  217. 217)소요 태능逍遙太能(1562~1649) : 조선 중기의 승려. 속성은 오吳씨, 전라남도 담양 사람. 15세에 백양산에서 출가하였으며, 부휴 선수浮休善修에게 장경을 배우고, 서산 대사에게 나아가 선지禪旨를 깨달았다. 청허 휴정의 제자 중에서 편양 언기鞭羊彦機와 함께 선의 양대 고승으로 추앙되었으며, 수백 명의 문하가 일파를 이루어 소요파라고 불렸다. 저술로 『逍遙堂集』이 전한다. 조선 인조 27년에 나이 88세, 법랍 73세로 입적하였다. 연대사에 비가 있고, 보개산 심원사, 지리산 연곡사, 두륜산 대둔사에 부도가 있다.
  218. 218)표운表云 : 철우 선사의 법명. 철우는 호. 『東師列傳』 「鐵牛禪德傳」 참조.
  219. 219)육정 : 도교의 신 이름. 도교에서 천제가 구사하는 양신陽神을 육갑六甲이라 하고, 음신陰神을 육정이라고 하는데, 도사道士가 부록符籙으로 불러와서 부린다고 한다. 육정에는 ‘丁卯, 丁巳, 丁未, 丁酉, 丁亥, 丁丑’이 해당한다.
  220. 220)천균千鈞 : 30근이 1균으로 천 균은 3만 근. 어떤 물건이 무겁거나 혹 힘이 클 때 비유하여 쓰는 말이다.
  221. 221)이군두李軍頭 : 미상이나 『水滸傳』에 등장하는 이규李逵라는 인물인 듯하다. 108성聖 중 22위位이자 천살성天殺星에 해당한다. 별명은 흑선풍黑旋風 또는 철우鐵牛이다.
  222. 222)『東師列傳』 「懸解禪師傳」[『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1031c)]에도 일부 수록되어 있다.
  223. 223)『東師列傳』 「隱峰大師傳」[『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1035b)]에도 수록되어 있다.
  224. 224)『大興寺寺誌資料集』 권1, 표충사 관련 문서 중 「春秋時享祝文」(p.508)에도 수록되어 있다.
  225. 225)휴정休靜(1520~1604) : 조선 중기의 승려. 법호는 청허淸虛. 속성은 최崔씨, 속명은 여신汝信, 자는 현응玄應, 별호는 백화도인白華道人, 서산 대사西山大師, 풍악산인楓岳山人, 두류산인頭流山人, 묘향산인妙香山人, 조계퇴은曹溪退隱, 병로病老 등이다. 1540년(중종 35) 영관靈觀 등을 계사戒師로 모시고 계를 받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을 일으켜 전공을 세웠으며 선조로부터 팔도십육종선교도총섭八道十六宗禪敎都摠攝의 직함과 국일도 대선사 선교도총섭 부종수교 보제등계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라는 최고의 존칭과 함께 정2품 당상관 직위를 하사받았다. 저서로 『淸虛堂集』, 『禪家龜鑑』 등이 있다.
  226. 226)정이鼎彛 : 보배 그릇에 공훈이 있는 이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공신록.
  227. 227)제사 올려(爼豆) : 조두爼豆는 제기祭器의 이름.
  228. 228)유정惟政(1544~1610) : 조선 중기의 승려. 이름은 응규應奎, 자는 이환離幻, 호는 사명당四溟堂 또는 송운松雲, 별호는 종봉鍾峯이며, 시호는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이다. 16세에 직지사直指寺로 출가하여 신묵信默의 제자가 되었고, 3년 뒤 승과僧科에 합격하여 많은 유생들과 교유하였다. 1575년(선조 8) 선종수사찰禪宗首寺刹인 봉은사奉恩寺의 주지로 천거되었으나 사양하고, 묘향산 보현사普賢寺의 휴정을 찾아가 선리禪理를 참구하였으며,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이 되어 승군을 지도하고 평양성 탈환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워 선조가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를 제수하였다. 이후 왜군과의 회담을 주도하고 전후 강화조약에 사신으로 파견되는 등 보국안민을 위해 헌신하였다. 저서로 『四溟堂大師集』 7권과 『奮忠紓難錄』 1권 등이 있다.
  229. 229)처영處英 :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의 승려. 호는 뇌묵당雷默堂. 중관 대사의 속가 외삼촌이자 은사. 특히 처영은 서산 대사의 제자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산 대사의 격문을 받고 호남 지역에서 1천 명의 승병들을 이끌고 봉기해 전라도순변사 권율과 함께 독성산성, 평양, 개성 등지에서 공을 세웠다. 1594년 도원수 권율의 명령으로 의령에서 군사를 이끌고 남원의 교룡산성을 수축하였다. 사후 1794년 정조의 명령으로 대흥사의 표충사에 서산 대사, 사명 대사와 함께 안치되었다.
  230. 230)고성암高聲庵 : 전라남도 강진군에 있는 절. 1211년 원묘 국사圓妙國師 요세了世(1163~1245)가 강진 만덕산 백련사를 중창할 때 함께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이 자리한 보은산은 강진읍의 진산으로 앞으로 읍과 바다를 품에 안고 있다. 소가 누워 있는 형세인 보은산의 정상은 소의 머리에 해당하는 우두봉이다. 1805년 가을에 강진으로 귀양 온 정약용은 이곳에 보은산방이라는 초당을 짓고 기거하였다. 특히 아암 혜장과 교유하며 『周易』과 『莊子』에 천착한 아암의 학문에 영향을 끼쳤다.
  231. 231)포뢰蒲牢(종) : 주 207 참조.
  232. 232)가을 타작마당을 쓸어(滌場) : 척장滌場은 농사가 끝나서 마당을 소제하는 것이다. 『詩經』 「豳風」 ≺七月≻에 “九月肅霜, 十月滌場.”이라 하였다.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에 “十月之中, 埽其場上粟麥, 盡皆畢矣.”라 하였다.
  233. 233)새 부리로 바다를 메울 :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하나인 신농神農에게 여왜女娃라는 딸이 있었는데 물놀이를 좋아하여 항상 동해에서 헤엄치며 놀았다. 어느 날 너무 멀리 헤엄쳐 나간 그녀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여왜의 영혼은 작은 새로 태어나 발구산發鳩山이라는 산에서 살았다. 그 울음소리가 마치 ‘정위精衛!’ ‘정위精衛!’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작은 새를 정위새라고 불렀다. 정위새는 자신의 생명을 앗아간 동해에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고 날마다 서산에서 작은 돌이나 나뭇가지를 물어 왔다. 이것을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에 계속 떨어뜨려서 동해를 메우려고 한 것이다.
  234. 234)금빛 벼(金穰) : 금양金穰은 풍년 들 조짐을 뜻한다. 태세성太歲星의 운행이 금金, 즉 유궁酉宮에 이르렀을 때 풍년이 든다는 뜻으로, 『史記』 권27 「天官書」에 “반드시 태세성이 있는 곳을 살펴야 한다. 태세성이 금에 있으면 풍년이 들고, 수에 있으면 상해를 입고, 목에 있으면 기근이 들고, 화에 있으면 한재가 든다.(必察太歲所在, 在金穰, 水毁, 木饑, 火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유궁은 서방에 해당한다.
  235. 235)아암 혜장兒庵惠藏(1772~1811) : 조선 후기 대흥사의 승려. 법명은 혜장, 호는 연파蓮坡 혹은 아암. 대둔사 12종사와 12강사 중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였다. 연담 유일의 영향을 받았으며 30세에 두륜산 청풍료에서 화엄법회를 열었을 때 그 법회의 주맹主盟이 되었다. 그 법회에 모인 학인은 100여 명이었다. 『周易』과 『論語』에 천착하였고, 이 외에도 율력, 율려, 법과 성리학 등 관심사가 넓었다. 불서로는 『首楞嚴經』과 『起信論』을 특히 애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 정약용이 1805년 가을 만덕사에 머무를 때 만나 교류를 나누었다. 다산은 아암의 비문을 썼다. 저서로 『兒庵集』이 전한다.(『東師列傳』 「蓮坡講師傳」 참조) 『茶山詩文集』 제20권의 편지 「중씨에게 올림(上仲氏)」(1811) 중에도 아암과 나눈 교류의 내용과 본 만시 첫째 수가 수록되어 있다.
  236. 236)승려 이름에~모두 놀랐는데 : 아암의 학문적 관심사가 『周易』, 『論語』 등 외서는 물론 성리학에 대해서도 많은 탐구를 행한 것을 의미한다.
  237. 237)아홉 대가 : 『周易』을 주석했던 9인의 연구가. 경방京房·마융馬融·정현鄭玄·송충宋衷·우번虞翻·육적陸績·요신姚信·적자현翟子玄·순상荀爽 등이다.
  238. 238)십홀 방 : 홀은 척尺과 같은 뜻으로, 사방 일장四方一丈의 조그마한 방을 말한다. 주지의 방. 『維摩經』에 유마거사가 머물던 방이 사방 한 장이었으므로 장실은 곧 유마 거사의 방을 가리켰다. 이후 주지 혹은 주지의 방으로 전용되었다.
  239. 239)수운향水雲鄕 : 물이 흐르고 구름이 떠도는, 풍경이 맑고 그윽한 곳.
  240. 240)꽁무니 수레~바람 말(尻輪風馬) : 고륜신마尻輪神馬의 고사와 관련 있다. 엉덩이가 변화해서 수레바퀴가 된다는 말로 『莊子』 「大宗師」에서 유래한다. 자여子輿가 병이 들자 자사子祀가 문병을 가서 묻기를 “자네는 그 병을 미워하는가?”라고 하니, 자여가 “아닐세. 내가 어찌 미워하겠는가. 병이 점점 더 심해져서 나의 엉덩이가 수레바퀴로 변하면 정신을 말(馬)로 삼아 그대로 타고 다닐 것이니, 어찌 멍에를 멜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한 고사이다. 고륜신마를 자연을 노니는 기상으로 풀이한 해석도 있다.
  241. 241)백파거사白坡居士(1823~1902) : 주 189 참조.
  242. 242)기수祗樹 : 기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의 약칭인데, 이 동산의 정사(기원정사)에서 부처가 설법하였다. 사찰을 의미한다.
  243. 243)자원성紫垣星 : 황궁을 가리키는 별자리이다.
  244. 244)공공空空 : 십팔공十八空의 하나. 일체가 모두 공한데 그 공이라는 것 또한 공이라는 것을 말한다.
  245. 245)호의 선사縞衣禪師(1778~1868) : 법명은 시오始悟, 호는 호의縞衣, 속성은 정丁씨, 아명은 계방桂芳. 화순 동복 출생. 사대부 집안의 자제로서 16세에 만연사에 들어가 생활하였고, 1796년 백련 선사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이후 연담蓮潭과 완호玩虎에게 교학을 전수받았다. 1812년에는 완호의 법을 이어받았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될 때 호에 대한 게송과 서문을 받은 적이 있다. 1817년 완호를 따라 경주 기림사에서 천불을 조성하여 배에 싣고 돌아오던 중 표류하여 일본 나가사키 섬(長碕島)에 도착하였고, 1818년 7월에 대흥사로 돌아왔다. 정약용, 홍현주가 대사의 찬을 썼고, 백파거사 신헌구가 영찬과 탑명을 썼다. 저술로 『行狀』 1권, 『見聞錄』 1권이 있다. 『東師列傳』 「縞衣大士傳」(김두재 역, pp.362~367) 참조.(『동사열전』에는 신헌영申獻永으로 되어 있다.)
  246. 246)계수나무 꽃을 태몽으로 꾸니 : 『東師列傳』 「縞衣大士傳」(김두재 역, p.362)에 대사의 아버지가 말이 계수나무 잎을 먹는 꿈을 꾸고 나서 대사를 낳았다고 한다.
  247. 247)정영위丁令威가 화표주華表柱에 : 정영위가 영허산靈虛山에서 도를 닦아 신선이 된 후 천 년이 지난 뒤에 학이 되어 요동에 돌아와 화표주華表柱에 앉아 시를 지었다. “새여 새여 정영위여,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오늘에야 돌아왔네.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들은 아니로세. 어찌 신선 아니 배워 무덤이 총총하뇨.”라고 하였다. 『搜神後記』.
  248. 248)하의 선사荷衣禪師(1779~1852) : 법명은 정지正持, 호는 하의荷衣. 속성은 임씨, 전라남도 영암 출생. 어려서 두륜산 백련 선사 조실에서 머리를 깎고 완호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여러 지방을 유람한 후 문을 닫고 30여 년을 정진하였다. 동문 수행한 이로 호의縞衣와 초의草衣가 있어 이들을 선문에서 삼의三衣라 칭하기도 하였다. 어록 1권이 있으며, 백파거사 신헌구가 진영에 대한 찬과 서문을 지었다. 『東師列傳』(김두재 역) pp.368~369 참조.
  249. 249)선정에 머무르고(止定) : ‘지止’는 생각이 그쳐서 평온한 단계로 하나의 수행 방법이다. ‘정定’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지止 수행의 결과이다.
  250. 250)진영(七分) : 초상화를 일컫는 말이다. 진영眞影이 실제 모습과 7할쯤 비슷하다는 뜻이다.
  251. 251)초의 선사(1786~1865) : 주 92 참조.
  252. 252)그림(丹靑) : 여기서는 대사의 진영을 말한다.
  253. 253)철선 선사鐵船禪師(1791~1858) : 법명은 혜즙惠楫, 호는 철선鐵船. 속성은 김씨, 전라남도 영암 출생. 세수는 67세, 법랍은 55년. 1804년 출가하여 두륜산 성일性一에게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 19세에 완호玩虎에게 나아가 『緇門』을, 연암蓮庵에게 나아가 사집四集을, 철경掣鯨에게 나아가 오교五敎를 배우고, 수룡 색성袖龍賾性의 법통을 이어받았다. 글씨가 유명하여 정약용의 찬탄과 격려를 받은 기록이 있다. 문집 1권이 남아 있다. 『東師列傳』 「鐵船講師傳」(김두재 역, pp.374~376) 참조.
  254. 254)은산철벽銀山鐵壁 : 굳은 신심, 또는 굳은 번뇌. 여기서는 전자.
  255. 255)황매黃梅 : 선종 5조祖인 홍인弘忍(602~675)을 지칭한다. 홍인 대사는 기주 황매 출신으로 황매산에서 법을 전하였다.
  256. 256)운파 선사雲坡禪師(1818~1875) : 법명은 익화益化, 호는 운파. 속성은 문씨, 전라남도 완도 출생. 16세에 영철永哲 장로 밑에서 머리를 깎고 지허知虛 선사에게 계를 받았다. 철선鐵船에게 참학하여 사집四集과 선교의 연원을 탐구하고, 문암聞庵을 참학하여 사교四敎를 배웠다. 용파 영훤龍坡永烜의 조실에서 법통을 이었다. 범패에 능하였고, 후에 삼각산에서 도총섭의 직첩을 받았다.
  257. 257)거로蘧蘆 : 여관이라는 뜻이다. 『莊子』 「天運」에 “인의는 선왕의 여관으로, 하룻밤 묵어 가는 것은 좋지만 오래 묵을 곳은 못 된다.(仁義, 先王之蘧蘆也. 止可以一宿, 而不可久處.)”라고 하였다.
  258. 258)견향 선사 : 주 83 참조.
  259. 259)아홉 이랑(九疇) : ① 전설 속의 천제가 우임금에게 내린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대법大法. ② 기자箕子가 주 무왕周武王의 물음에 응답한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대법. 곧 오행五行·오사五事·팔정八政·오기五紀·황극皇極·삼덕三德·계의稽疑·서징庶徵·오복五福.
  260. 260)만뢰萬籟 : 세상의 온갖 소리. ‘뢰籟’는 텅 빈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를 말한다.
  261. 261)등불(金粟) : 금속金粟은 두 가지로 쓰인다. ① 황금 색깔의 곡식 낱알과 같은 등불의 모습. ② 금속여래金粟如來의 준말로 유마거사를 지칭한다. 유마거사가 과거세에 이미 성불하여 금속여래라는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등불의 의미로 해석한다.
  262. 262)도금된 몸(金範) : 금범金範은 금신金身, 불상과 같다. 당나라 황도黃滔의 「大唐福州報恩定光多寶塔碑記」에 “其堂也, 駢錯儀像, 或金範, 或幅繢, 千形百質, 恐悉諸天之聖侶無間焉.”이라 하였다.
  263. 263)구담씨瞿曇氏 : ⓢ Gautama, Gotama. 석가 종족의 성씨. 석가모니.
  264. 264)동천洞天 : 원뜻은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의 거처. 골짜기에 있는 별유천지別有天地. 후에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 승경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265. 265)엄자산崦嵫山 : 옛날에 해가 들어가는 곳으로 생각했던 산의 이름. 감숙성 천수현天水縣 서쪽에 있다. 전설상 해가 지는 곳이다. 『楚辭』 「離騷」에 “吾令羲和弭節兮, 望崦嵫而勿迫.”이라고 하였는데 왕일王逸의 주에 “崦嵫, 日所入山也.”라고 하였다.
  266. 266)희화羲和 : 고대 신화 전설 속의 인물. 태양의 수레를 모는 신. 『楚辭』 「離騷」에 “吾令羲和弭節兮, 望崦嵫而勿迫.”이라고 하였다.
  267. 267)육룡六龍 : ① 『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 『周易』 「乾卦」에 “여섯 마리의 용을 타고 하늘을 어거한다.(乘六龍以御天)”라고 하였다. 공영달의 소疏에 “六龍即六位之龍也, 以所居上下言之, 謂之六位也.”라고 하였다. ② 태양. 전설에 태양의 신이 수레를 탈 때 여섯 마리 용이 끄는데 희화가 이를 다스린다고 한다. ③ 고대 천자의 수레를 끄는 말이 여섯 마리인데 8척의 말을 용이라 한다. 이에 따라 천자가 수레를 모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임금 혹은 임금의 행차를 말한다.
  268. 268)육룡이 서쪽에 어거하자 :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의주로 피신한 것을 말한다.
  269. 269)이 글은 『艸衣詩藁』에도 실려 있다.(이종찬 역, 『초의시고』, 동국역경원, 2010)
  270. 270)고명한 선비(靑雲之士) : 청운지사靑雲之士는 학식과 도덕이 뛰어난 인물.
  271. 271)문창文暢 : 당나라 때 시승. 한유韓愈와 교유하였다. 한유의 「送浮屠文暢師序」에 “문창은 문장을 좋아하여, 천하를 주유할 적에 어디를 가나 반드시 유학자에게 시를 지어 주기를 청하였는데, 시가 수백 편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古文眞寶』.
  272. 272)한유韓愈(768~824) : 당나라의 문인. 자는 퇴지退之, 시호는 문공文公. 회주懷州 수무현修武縣(하남성) 출생이다. 792년 진사에 등과登科하여 지방 절도사의 속관을 거쳐 803년 감찰어사가 되었을 때, 수도의 장관을 탄핵하였다가 도리어 양산현陽山縣 현령으로 좌천되었다. 이듬해 소환된 후로는 주로 국자감에서 근무하였으며, 817년 오원제吳元濟의 반란 평정에 공을 세워 형부시랑이 되었으나, 819년 헌종이 불골佛骨을 모신 것을 간하다가 조주潮州(광동성) 자사로 좌천되었다. 변려문에 반대하고 고문 운동을 일으켜 산문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273. 273)비연祕演 : 송나라의 시승인데 행적은 자세하지 않다. 구양수의 글에 「釋祕演詩集序」가 있다.
  274. 274)구양수歐陽修(1007~1072) : 송나라의 정치가 겸 문인. 자는 영숙永叔, 호는 취옹醉翁 또는 육일거사六一居士. 한림원학사翰林院學士 등의 관직을 거쳐 태자소사太子少師가 되었다. 송나라 초기의 미문조美文調 시문인 서곤체西崑體를 개혁하고, 당나라의 한유를 모범으로 하는 시문을 지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었으며,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주요 저서에는 『歐陽文忠公集』 등이 있다. 남긴 글 중에 비연과 관련된 것으로 「釋祕演詩集序」가 있다.
  275. 275)도잠道潛 : 송나라의 승려. 호는 참료자參寥子. 운문종 승려 대각 회곤大覺懷璭의 법을 이었다. 소성紹聖 원년(1094)에 소식蘇軾이 남방으로 유배되자 스님도 연좌되어 벌을 받고 환속하였으며, 건중정국建中靖國 원년(1101)에 사면되어 승적을 회복하였다. 저서에 『參寥子詩集』 12권이 있다.
  276. 276)총수聰殊 : 송나라의 시승.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277. 277)소식蘇軾(1037~1101) : 북송 때의 유명한 문장가.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東坡.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삼소三蘇’라고 일컬어지며, 이들은 모두 당송팔대가에 속한다. 불교에 조예가 깊고 승려들과도 교분이 깊었는데 그 가운데 시승詩僧이기도 했던 도잠과는 10여 일 동안 여산廬山을 유람하며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278. 278)연천淵泉 : 홍석주洪奭周(1774~1842). 조선 후기의 문신·문장가. 자는 성백成伯이며 연천은 호이다. 1795년(정조 19) 전강殿講에서 수석을 해 직부전시直赴殿試의 특전을 받고, 그해 춘당대문과에 갑과로 급제해 사옹원직장을 제수받았다. 이후 승정원주서, 정언, 이조참의, 병조참판, 충청도관찰사, 양관대제학, 이조판서, 좌의정 등을 역임하였다. 학문이 깊고 의리에도 정통해 시서역례詩書易禮의 교훈과 성명이기性命理氣의 철학에 달통하였다. 저서로는 『淵泉集』 등이 있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279. 279)자하紫霞 : 신위申緯(1769~1845). 조선 후기의 문인. 자는 한수漢叟, 호는 자하·경수당警修堂. 이조참판·병조참판 등을 역임하였다. 시서화에 능했으며 한문학의 대가이다. 저서로 『警修堂全藁』와 김택영이 600여 수를 정선한 『紫霞詩集』이 있다.
  280. 280)소순기蔬筍氣 : 나물과 죽순 냄새가 난다는 뜻으로, 승려들의 건조한 시문을 낮게 평가하는 말.
  281. 281)혜휴惠休 : 탕혜휴湯惠休. 남조 송나라 때의 시인. 생몰년 미상으로 일찍이 출가하여 혜휴 상인惠休上人이라 불렸다. 시문에 능하여 세조로부터 환속의 명을 받고 탕湯씨 성을 하사받아 탕휴湯休라 하였다.
  282. 282)보월寶月 : 송나라 승려 희백希白의 자. 호는 혜조慧照. 호남 장사長沙 사람으로 서화에도 능통했다.
  283. 283)화려하게 수식하고~보월寶月과 같겠는가 : 『艸衣詩藁』 홍석주의 서문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문사文詞가 자칫하면 외적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쪽으로만 흘러갈 위험성도 있다. 예컨대 혜휴나 보월 같은 경우는 몸에 납의衲衣를 걸쳤지만 입은 절제하지를 못하였으니, 이는 불가의 적賊이 될 뿐만 아니라, 오도吾道에 있어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284. 284)『鐵船小艸』에 「鐵船小艸序」(신헌구)로 수록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5a).
  285. 285)염색하는 장인이~정련精練할 때 : 원문은 ‘황씨련사㡃氏湅絲’. 『周禮』 「冬官考工記第六」 ‘冬㡛氏’조에 “㡛氏湅絲以涗水, 漚其絲, 七日去地尺暴之. 晝暴諸日, 夜宿諸井, 七日七夜, 是謂水湅. 湅帛以欄爲灰渥淳其帛實諸澤器淫之以蜃. 淸其灰而盝之而揮之. 而沃之而盝之而塗之而宿之. 明日沃而盝之. 晝暴諸日夜宿諸井七日七夜是謂水湅.”이라 하였다.
  286. 286)화려한 무늬(黼黻文章) : 원뜻은 고대 예복 위에 수를 놓은 색채가 화려한 꽃무늬.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말한다. 보불黼黻은 고대의 예복에 놓은 수의 문양 종류인 구장九章 가운데 두 가지이다.
  287. 287)패옥(珩瑀) : ‘형우珩瑀’는 패옥佩玉의 일종. 『詩經集傳』 ≺女曰雞鳴≻의 주에서 주자는 “위에 가로댄 것을 형珩이라 하고, 아래에 세 개의 끈을 매달고 진주를 꿰며 가운데 끈의 중간에 하나의 큰 구슬을 꿴 것을 우瑀라고 한다.”라고 풀이하였다.
  288. 288)버선을 꿰맨 실(襪線) : 여러 가지 기예가 있으나 어느 하나도 능통하지 못한 사람, 또는 재능이나 학문이 보잘것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오대五代시대 한소韓昭가 여러 가지 재주를 익혀 전촉前蜀의 후주後主에게 은총을 받자, 조사朝士 이태하李台蝦가 “한소의 재주는 버선을 꿰맨 실처럼, 풀어도 쓸 만한 긴 실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韓八座事藝, 如拆襪線, 無一條長.)”라고 비웃은 고사가 있다. 『天中記』 권29.
  289. 289)비단 심장에 수놓은 창자(錦心繡肚) : 금심수두錦心繡肚는 오장육부에 아름다운 시가 가득하다는 뜻으로, 재주가 출중함을 비유한다. 금심수장錦心繡腸과 같은 뜻으로, 시문詩文에 있어 가사여구佳詞麗句를 지어 내는 뛰어난 재주를 말한다.
  290. 290)약영若英 : 약목若木의 꽃. 약목은 서쪽의 곤륜산 끝 해가 지는 곳에 있는 나무이다. 『離騷經』에 “내 말을 부상에 고삐 매어 두고 약목을 꺾어 해가 지지 못하게 하노라.(總余轡乎扶桑, 折若木以拂日兮.)”라고 하였다.
  291. 291)벽려薜荔 : 나무에 붙어 자라는 향기 나는 덩굴 이름으로, 은자隱者가 입는 옷을 말한다. 『楚辭』 「離騷」에 “벽려의 떨어진 꽃술 꿰어 몸에 두른다.(貫薜荔之落蘂)”라고 하였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목련을 가리키기도 한다.
  292. 292)용주사 주련 글씨 : 용주사는 정조가 1790년에 아버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명복을 빌어 주는 능사陵寺로 창건하였다. 정조의 효심을 상징하는 이 절에는 정조가 이덕무에게 지어 올리라 한 주련 구가 주련으로 제작되어 걸려 있다. 현재도 용주사의 여러 전각에 걸려 있는 이 주련 구의 원작자는 이덕무이다. 이덕무의 『靑莊館全書』 제20권 「雅亭遺稿」 12, ‘응지각체應旨各體’에 ≺龍珠寺柱聯≻은 그 제작 배경과 함께 동일한 구절이 수록되어 있다. 즉 “경술년 9월 화성華城의 용주사가 낙성되니 명을 받고 주련 16구句를 지어 올리고 인하여 몸소 가서 각자하는 것을 감독하고 그것을 달았다.”라고 하였다. 『栢悅錄』에 ‘정묘조正廟朝’라 한 것은 정조의 친필이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16구는 각각 두 구가 대구가 되어 8편의 주련으로 완성되는데, 이덕무는 8편이 걸려 있는 불전 이름(호성전, 대웅보전, 시방칠등각, 극락천원전, 천보루전, 천보루후, 만수리실, 나유타료)을 모두 소개하였다. 본 작품과는 수록 순서가 약간 다르고 일부 구문에 차이가 있다.
  293. 293)화가국和訶國 : 카필라국. 부처님의 고국.
  294. 294)기원정사祇園精舍 :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약칭. 인도 사위성舍衞城의 수달 장자須達長者가 석가의 설법을 듣고 매우 경모한 나머지 정사를 세워 주려고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구매하려고 하자, 태자가 장난삼아서 “황금을 이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수달 장자가 집에 있는 황금을 코끼리에 싣고 와서 그 땅에 가득 깔자, 태자가 감동하였고 그 땅에 기원정사를 건립하였다. 수달 장자의 다른 이름이 급고독給孤獨 장자이므로 기수급고독원으로 부른다.
  295. 295)소 양~끄는 수레(牛車羊車鹿車) : 『法華經』 「譬喩品」 ‘화택유火宅喩’에서, 어느 장자長者가 불이 붙고 있는 집 안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려고, 문밖에 양거羊車·녹거鹿車·우거牛車가 있으니 나오라고 소리쳐서, 아이들이 문밖으로 뛰어나온 것을 보고, 모두 꼭 같은 대백우거大白牛車를 주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부처님을, 아이들은 중생을, 양·사슴·소가 끄는 세 가지 수레는 삼승三乘 즉 성문·연각·보살의 가르침을, 흰 소가 끄는 수레는 일승법을 비유한다.
  296. 296)향적반香積飯 : 향기로운 밥. 중향국 향적불의 향반으로 『維摩詰經』 「香積品」에 “於是香積如來以衆香鉢盛滿香飯, 與化菩薩.”이라 하였다.
  297. 297)이포찬伊蒲饌 : 불가의 음식. 재를 올리거나 공양하는 음식. 재공齋供, 소식素食.
  298. 298)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 분별심이 형성되기 이전의 상태. 인간이 본래 갖추고 있는 심성. 본래면목.
  299. 299)향상香象 : ⓢ gandha-hastin 혹은 ⓢ gandha-gaja. 몸은 푸르고 뿔에서 향기로운 액체를 뿜는 크고 강한 코끼리.
  300. 300)우담바라(曇花) : 우담바라優曇鉢華. ⓢ uḍumbara의 음역으로 부처님의 출현을 상징하는 꽃이다. 3천 년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한다. 여기서는 석가모니를 비유한다.
  301. 301)염부제閻浮提 : 수미산須彌山 사대주四大洲의 남주南洲에 있다는 대륙. 인간 세상의 총칭으로 쓰인다. 염부주閻浮洲 혹은 섬부주贍部洲라고도 한다
  302. 302)백우거白牛車 : 『法華經』 「譬喩品」에 나오는 삼거三車 중의 하나로 보살승菩薩乘을 비유한 것이다. 주 296 참조.
  303. 303)쌍남雙南의 황금 : 쌍남금雙南金. 두 배의 가치가 나가는 황금. 보배롭고 귀한 물건의 비유.
  304. 304)우전왕優塡王 : ⓢ Udayana. 서기전 6세기경 교상미국憍償彌國의 왕. 부처님이 삼십삼천에 올라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음을 걱정하다가 병이 나서 부처님의 형상을 우두전단牛頭栴檀에 조각하였다고 한다.
  305. 305)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 여기서는 인간의 땅이 아닌 신성한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306. 306)마니보주摩尼寶珠 : ⓢ·ⓟ maṇi. 의역하면 보배로운 구슬. 주옥의 총칭. 일반 전설에 마니는 재난과 질병을 없애고 흐린 물을 맑게 하며 물빛을 바꾸는 공덕이 있다고 한다. 또 ⓢ cintā-maṇi는 여의보如意寶, 여의주如意珠로 의역한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이 구슬이 내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여의보주라 칭한다.
  307. 307)이포찬伊蒲饌 : 주 298 참조.
  308. 308)장무진張無盡 : 송대의 정치가 장상영張商英(1043~1122). 호는 무진거사無盡居士이며 자는 천각天覺이다. 19세에 급제하고 신종 때 왕안석과 함께 신법新法에 대해 공의共議하였다. 처음에는 불교를 싫어하여 무불론無佛論을 써서 배척하려 하였으나 뒤에 우연히 『維摩經』을 읽고 바른 믿음을 일으켰다. 원우元祐 연간에 오대산에 문수상文殊像을 소성하고 발원문을 지었다. 동림사東林寺 조각 상총照覺常總에게 선禪을 묻고, 다시 도솔 종열兜率從悅을 참알參謁하여 비로소 깨쳤다. 뒤에 진정 문眞淨文 화상에게 나아가 언하言下에 대오大悟하였다. 대관大觀 4년(1110)에 승상이 되고 송나라 선화宣和 4년 11월에 세상을 떴다. 저서로 『護法論』이 있다.
  309. 309)양대년楊大年 : 송대의 학자인 양억楊億(974~1020). 대년大年은 자. 양억은 시부詩賦에 능해 11세에 비서성祕書省 왕자王者가 되고, 진종 때 발탁되어 지제고知制誥가 되었다. 전장 제도典章制度에 특히 밝았으며, 저서로 『武夷集』이 있다. 처음에는 불교를 알지 못했으나 후에는 불교를 깊이 믿어 여주 광혜汝州廣慧를 찾아뵙고 법을 얻었다. 임금의 명으로 『大藏目錄』을 편제하였고 『景德傳燈錄』을 교간校刊하였다. 『五燈會元』 권12, 『居士傳』 권20, 『宋史』 권30.
  310. 310)수발타라須跋陀羅 : ⓢ Subhadra의 음사. 선현善賢이라 번역. 붓다의 마지막 제자. 붓다가 쿠시나가라(ⓢ Kuśinagara)에서 입멸하기 직전에 설법을 듣고 제자가 되었다.
  311. 311)위타韋陀 : 불법의 수호신인 위타천韋陀天을 가리킨다. 증장천왕增長天王이 거느리고 있다는 신. 힌두교의 군신軍神 스칸다(ⓢ Skanda)가 불교에 채용된 것이다.
  312. 312)후손(雲仍) : 운잉雲仍은 운손雲孫과 잉손仍孫이라는 뜻으로, 먼 후손을 이르는 말.
  313. 313)지전持殿 : 원래는 지전知殿. 불전佛殿을 소제하고, 향·등의 불전에 대한 일체의 소임을 맡은 승려.
  314. 314)무연無緣한 큰 자비 : 무연자비無緣慈悲라는 말은 부처가 모든 중생에게 차별 없이 베푸는 절대 평등의 자비를 말한다.
  315. 315)위타 존자 : 주 312 참조.
  316. 316)향적 국토 : 중향국衆香國과 같은 말로, 불국토를 말한다. 그곳은 향적여래香積如來가 다스린다고 한다. 『維摩經』 「香積佛品」에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이 중향이요, 부처의 이름은 향적인데, 그 나라의 법의 향기가 시방무량세계에 주류周流한다.”라고 하고 향적여래가 뭇 바리때에 향반香飯을 가득 담아서 보살들에게 주어 교화시켰다고 한다.
  317. 317)천감天監 연간에 세워진 : 범해 각안의 「大芚寺志略記」(『梵海禪師文集』 권1)에 대둔사(대흥사)는 양 무제 천감 13년(514), 신라 법흥왕 15년 갑오년에 아도 화상阿度和尙이 창건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318. 318)아도 화상阿度和尙 : 동명이인이 존재하는데 창건했다고 알려진 연도에 비추어 보면 정확하게 일치하는 인물은 없다. 신라 눌지왕(재위 417~458) 때 고구려에서 신라로 건너와 불법을 전한 아도 화상阿度和尙과 시기적으로 가장 가깝다. 「大芚寺志略記」의 서술도 신라 승려 아도가 미리 점지도 하고, 창건도 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정확한 기록으로 확신하기는 어렵다.
  319. 319)난새 수레와 학 가마 : 신선들의 행차를 가리킨다.
  320. 320)막고藐姑의 분칠한 뼈 : 막고야산에 신인이 사는데 피부는 얼음이나 눈처럼 희다고 한다. 『莊子』 「逍遙遊」.
  321. 321)호광毫光 : 본래 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흰 털에서 나는 백호광白毫光을 이르는 말이다.
  322. 322)금가루 : 금가루가 섞인 샘물을 금설천金屑泉이라 하는데, 이것을 마시면 신선이 된다고 한다.
  323. 323)불쏘시개(鑽燧) : 고대에는 불씨가 오래되면 화력이 약해진다고 생각하여 해가 바뀌면 국가에서 자연으로 일으킨 불씨를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論語』 「陽貨」에 “부시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바꾼다.(鑽燧改火)”라고 하였다.
  324. 324)깃발(棨戟) : 계극棨戟은 적흑색 비단으로 싼 나무창으로, 고대에 관리가 쓰던 의장의 일종이다. 출행할 때에는 맨 앞의 병사가 이 창을 들고 전도前導가 되며, 임소에 당도한 뒤에는 문정門庭에 세워 놓는다.
  325. 325)염 공閻公 : 등왕각에서 잔치를 베푼 인물. 당나라 때 왕발王勃이 홍주목사 염백서閻伯嶼가 베푼 등왕각의 잔치에서 지은 「滕王閣序」는 천고의 명문장이다. 왕발은 지방 수령으로 있는 부친에게 가는 길에 이 등왕각을 지나면서 글을 지었다.
  326. 326)노고추老古錐 : 뛰어난 대덕 스님에 대한 존칭. 노고는 존경하는 뜻이고 추는 송곳처럼 예민함을 뜻하는 말로서, 노숙한 사가師家의 선기禪機가 송곳처럼 예민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327. 327)경릉竟陵의 꿈 : 미상.
  328. 328)노반魯班 : 중국 고대에 걸출한 건축의 장인.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전해진다. 성은 공수公輸, 이름은 반班. 재주가 출중하여 발명한 것이 많아 건축 장인의 스승으로 높임을 받았다.
  329. 329)준승準繩 : 물체의 수평과 수직을 측정하는 기구. 준은 평면의 수준을 측정하는 수준기, 승은 직각의 정도를 측량하는 먹줄이다.
  330. 330)영·편郢扁 : 영郢은 도끼를 잘 다루었던 영 지역의 인물. 『莊子』 「徐无鬼」에 “영 땅의 사람이 코끝에 백토白土를 파리 날개처럼 묻혀 놓고 석공을 시켜 그것을 깎아 내게 하였다. 장석이 바람을 일으키며 도끼를 휘둘러 마음대로 깎아 내어 백토를 다 깎아 내었는데도 코를 다치지 않고 그 영 땅의 사람도 조금도 동요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라고 하였다. 편扁은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수레를 만드는 명인 윤편輪扁을 가리킨다. 『莊子』 「天道」.
  331. 331)협종夾鍾(夾鐘) : 고대 십이율一二律 중 6음률의 하나로서 음려陰呂에 속한다.
  332. 332)이칙夷則 : 고대 십이율 중 하나로서 양률陽律에 속한다.
  333. 333)적자赤髭 백족白足 : 모두 고승高僧을 말한다. 백족은 남북조시대 동진의 고승 담시曇始의 발이 얼굴보다 하얗고, 진흙탕 길을 걸어도 더럽혀지지 않아 백족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렀다는 일화가 전한다. 『高僧傳』 권10 「釋曇始」. 적자는 천축의 불타야사佛陀耶舍로 수염이 붉었다고 한다. 『毗婆沙』를 잘 해설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적자비바사赤髭毗婆沙’라고 불렀다고 한다. 『高僧傳』 「佛陀耶舍」.
  334. 334)묵객墨客 소인騷人 : 시인, 문인의 통칭이다.
  335. 335)범해 각안梵海覺岸(1820~1896) : 법명은 각안覺岸이고 자는 환여幻如이며 당호는 범해梵海이다. 『東師列傳』의 「自序傳」에서 상세한 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청해 범진梵津 구계九階에서 태어나 14세에 해남 두륜산 대둔사 한산전寒山殿으로 출가하였으며, 16세에 호의 시오縞衣始悟 선사에게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스님이 되었다. 하의荷衣 선사를 설계사說戒師로 삼고, 묵화默和 선사를 수계사授戒師로 삼고, 화담華潭 선사를 증계사證戒師로 삼고, 초의 선사를 비구 및 보살계사菩薩戒師로 삼고, 호의 선사를 또 전법사傳法師로 삼았다. 그 후에 호의·하의·초의·문암聞庵·운거雲居·응화應化 등 여섯 법사를 참알參謁하고 학문을 연마하였다. 『華嚴經』을 강론한 것이 6년, 『梵網經』을 강론한 것이 12년이었다. 스스로 『東師列傳』 3권을 편집하여 198명의 행적을 기록하여 곁에 놓아 두고 책 속의 스승으로 삼았다. 『梵海禪師文集』, 『梵海禪師詩集』 등이 있다.
  336. 336)오대부를 제수받은~진나라 소나무 : 진시황秦始皇이 봉선을 행하러 태산泰山에 올라갔다가 폭풍우를 만나자 나무 아래에서 쉬고는 그 나무를 오대부五大夫에 봉했던 고사가 전한다. 『史記』 「秦始皇本紀」.
  337. 337)오대부를 제수받은~한나라 잣나무 : 정확한 고사는 미상이나 ‘秦松漢柏’이 관용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338. 338)숭산 화산(嵩華) : 숭화嵩華는 숭산과 화산을 함께 부르는 말. 높은 산.
  339. 339)근폭芹曝의 정성 : 하찮은 것이라도 임금을 생각하여 바치고자 하는 아랫사람의 정성을 가리킨다.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봄철의 따스한 햇볕을 쬐며 더없이 좋은 것이라고 여겨 임금에게 바치고자 한 고사와, 시골 사람이 토호에게 미나리를 진미라고 여겨 바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列子』 「楊朱」.
  340. 340)경영과 시작을 서둘지 않았으나 : 『詩經』 「大雅」 ≺靈臺≻에 “경영하고 시작하기를 빨리하지 말라 하시나, 백성들이 자식처럼 오도다.(經始勿亟, 庶民子來.)”라고 하였다.
  341. 341)전성前星 : 황태자를 가리킨다. 『漢書』 「五行志下之下」에 “심心은 대성大星으로 천왕天王이다. 그 앞의 별(前星)은 태자이고, 뒤의 별(後星)은 서자이다.”라고 하였다. 이로 인해 후에 전성이 태자를 가리키게 되었다.
  342. 342)불일佛日 :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의 광명을 해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해처럼 밝은 부처님의 지혜를 뜻한다.
  343. 343)천관보살 : 대흥사 동쪽에 천관산이 있고 그 안에 천관사가 있다. 천관산은 일명 지제산이라고도 한다. 『華嚴經』 「菩薩住處品」에 “지제산이 있어 옛날부터 보살들이 상주하였는데, 지금도 천관보살이 그의 권속 일천 명의 보살과 함께 있으면서 법을 연설하고 있다.”라고 하는 데서 천관사의 유래가 시작된다.
  344. 344)사가라용왕(沙竭羅王) : ⓢ Sāgaranāgarāja. 팔대용왕의 하나. 사가라는 큰 바다라는 뜻으로 바다의 용왕이라는 말이다. 불법을 수호하는 존재이다.
  345. 345)삼축三祝 : 축원할 때 수명, 부귀, 다남자를 축원하는 것을 말한다. 화華 지역의 봉인封人이 이 세 가지로써 요임금을 축도했던 데서 유래하였다. 『莊子』 「天地」.
  346. 346)수달다須達多 : 세존과 같은 시대에 사위성에 살던 부호로서 기원정사를 지어 바친 사람이다. 가난한 이에게 베풀었으므로 급고독給孤獨이라고도 한다.
  347. 347)우바국優婆毱의 교화(化籌) : 인도의 제4조인 우바국다優波毱多가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여 제도했는데, 한 사람을 제도할 적마다 산가지를 하나씩 모아 둔 것이 높이 20여 척, 너비 30여 척 되는 방에 가득 찼다고 한다. 후세에는 수행인을 교화 지도하는 방장 화상方丈和尙을 주실籌室이라 일컫게 되었다.
  348. 348)발징發徵 화상(?~785) : 신라 시대의 승려로, 휘는 동량棟樑이다. 신라 경덕왕 17년(758) 강원도 건봉사乾鳳寺에서 만일미타도량을 개설하여 27년째 되던 785년에 만 일이 차자, 같이 수행하던 31인과 함께 공중으로 솟아 극락왕생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건봉사 서쪽 5리쯤 되는 곳에는 공중으로 날아가다가 그곳에서 몸을 버렸다는 소신대燒身臺가 있으며, 그 유골은 소신대의 돌 속에 간직하였다고 한다.
  349. 349)모 대사 : 『梵海禪師文集』에는 회암悔庵·설허雪虛 양 대사의 이름이 있다.
  350. 350)전영지간奠楹之間 : 영楹은 양영兩楹의 준말로 천자의 어전 앞에 세워진 두 기둥을 말하며, 전奠은 자리를 잡고 앉는다는 뜻이다. 공자가 양영의 사이에 앉는 꿈을 꾼 뒤에 죽었다고 한다. 『禮記』 「檀弓 上」. 후대에는 이로 인해 죽음의 완곡한 표현을 의미하게 되었다.
  351. 351)석사자釋獅子 : 석가모니를 백수의 왕인 사자에 비유한 표현이다.
  352. 352)현고懸鼓 : 해가 지는 것을 비유한다. 『觀無量壽經』에 “見日欲沒, 狀如懸皷.”라고 하였다.
  353. 353)수달다 : 주 346 참조.
  354. 354)무상舞象의 날 : 상무象舞를 추는 나이로, 15세를 말한다. 『禮記』 「內則」에 “13세가 되면 음악을 배우고 시가를 읊으며 작무勺舞를 배운다. 15세 이상이 되면 상무를 배우고 활쏘기와 말 다루는 법을 배운다. 20세가 되면 관례를 행하고 비로소 예를 배운다.(十有三年, 學樂誦詩舞勺. 成童舞象, 學射御. 二十而冠, 始學禮.)”라는 말이 나온다.
  355. 355)목란원木蘭院의 부끄러움 : 당나라 왕파王播가 어려서 가난하여 양주楊州 혜소사惠昭寺 목란원에 객으로 글을 읽으며 승려들을 따라 잿밥(齋食)을 얻어먹었다. 승려들은 왕파에게 염증을 내어 재가 모두 파한 뒤에야 종을 쳤다. 20여 년이 지난 뒤에 왕파가 높은 벼슬에 올라 이 지방에 출진出鎭해서 그 절을 찾아갔더니, 지난날 자기가 벽에다 써 놓은 시를 벌써 푸른 비단으로 감싸 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 시의 뒤에 “20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오늘에야 푸른 깁으로 장식되었구나.(二十年來塵撲面, 如今始得碧紗籠.)”라고 써 넣은 고사가 있다. 『唐摭言』 「起自寒苦」.
  356. 356)동안현同安縣의 느낌 : 동안현은 송나라 때 천주泉州에 딸린 고을 이름이다. 주희朱熹가 동안현 주부同安縣主簿로 재직하던 24세 때의 어느 날 밤에 종소리를 듣고 있다가 한 번 울리는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다른 데로 달려가곤 하는 것을 발견하고 비로소 학문을 할 때는 반드시 마음을 오로지 한군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朱子語類』 권104 「自論爲學工夫」.
  357. 357)월평月平 : 지명. 장성의 지명에서 월봉과 월평이 같이 쓰인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협주의 월평은 유학자를 배출한 장성의 한 지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월봉서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로 유명한 기대승奇大升(1527~1572)을 모신 서원이다. 장성 지방의 유학자로 기대승을,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백양사를 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358. 358)정토사淨土寺 : 백양사의 옛 이름.
  359. 359)각진 국사覺眞國師(1290~1355) : 고려 말의 승려. 휘는 복구復丘, 자는 무언無言이며, 법호는 각엄覺儼이다. 백양사를 중창했다고 알려져 있다. 『東師列傳』 「曹溪宗覺儼覺眞國師傳」.
  360. 360)각로覺老(각진 국사)의 비 : 불갑사佛甲寺에 있던 각진 국사의 비는 현존하지 않으며 이달충李達衷이 지은 비문이 『東文選』에 남아 있다.
  361. 361)양악羊岳 : 조선 후기의 승려. 백양산으로 출가하여 설파雪坡와 운담雲潭 스님에게 내전과 외전을 배웠고, 연담蓮潭 법사의 법통을 이었다. 선사의 법맥은 이후 보경寶鏡, 응운應雲, 금해錦海로 이어지며 문집 3권이 전해진다고 하나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東師列傳』 「羊岳禪師傳」.
  362. 362)백파白坡 : 백파 긍선白坡亘璇(1767~1852). 당호는 구산龜山으로, 선운사禪雲寺에서 출가하여 사방의 산문을 유람하면서 오교五敎를 두루 열람하였고, 순창 구암사龜巖寺에 주석하였다. 주 1 참조.
  363. 363)거울 같은 연못(鏡潭) : 백양사의 경담鏡潭을 비유한 말일 수 있다. 경담의 법명은 서관瑞寬. 백양산으로 출가하여 머리를 깎고 계를 받았다. 구암사의 백파 선백白坡禪伯을 찾아가 내전은 물론 외전까지 두루 섭렵하였다. 또 선암사仙巖寺의 침명枕溟 강백을 찾아가 계를 받고 선법을 전해 받았다. 『東師列傳』 「鏡潭講師傳」.
  364. 364)무딘 도끼(鈯斧): 선종에서 의발을 전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청원 행사靑原行思가 석두 희천石頭希遷에게 남악 회양南嶽懷讓께 편지를 전하게 하며 “너는 편지를 전하고 곧장 돌아와라. 내가 가진 무딘 도끼를 너에게 주어 산에 살게 하리라.”라고 하였다. 이후 회향을 찾아가 문답하고 돌아와 경과를 말씀드리고는 희천이 말하였다. “떠날 때 화상께서 무딘 도끼를 주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주십시오.” 그러자 청원 스님은 발 한쪽을 뻗었고, 희천은 절을 하고 남악으로 떠났다고 한다. 『景德傳燈錄』 권5(T51, 240a).
  365. 365)푸른 모포(靑氈) : 선대로부터 계승되는 유업이나 유물. 진晉나라 왕헌지王獻之가 누워 있는 방에 도둑이 들어왔을 때, “도둑아, 그 푸른 모포는 우리 집안의 유물이니, 그것만은 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偸兒, 靑氈我家舊物, 可特置之.)”라고 하자 도둑이 도망쳤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권80 「王羲之列傳 王獻之」.
  366. 366)덕송德松 : 법명은 호의皓衣이고 덕송은 호이다. 우연히 백양산에 들어갔다가 출가하였다. 양악羊岳 스님의 증손 법제자이며, 연담 스님의 현손 법제자이다. 백양사 약사전을 세웠다. 『東師列傳』 「德松禪師傳」.
  367. 367)응운應雲 : 법명은 성능性能이고 응운은 호이다. 백양사 운문암雲門庵을 중흥시켜 강론과 독송을 아울러 정립하였다. 『東師列傳』 「應雲講伯傳」.
  368. 368)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369. 369)한유韓愈(768~824)는 「原道」에서 “널리 사랑함을 인이라 이르고, 인을 행하여 마땅하게 함을 의라 이른다.(博愛之謂仁, 行而宜之之謂義.)”라고 하였다.
  370. 370)문삭門削 : 미상. 혹 문중에서 배척되거나 문중의 기강을 해치는 것을 말하는 것, 즉 문중의 법도 정도로 추정된다.
  371. 371)강신講信 : 향약鄕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술을 마시며 약법約法이나 계契를 맺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일정한 기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계 모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372. 372)금곡金谷의 법에~줄 것이다 : 금곡은 진晉나라 대부호 석숭石崇의 별장이 있는 금곡원金谷園을 가리킨다. 석숭은 이곳에 빈객을 모아서 시부를 짓고 술을 마시며 호탕하게 놀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 석 잔을 마시게 했다고 한다. 이백李白의 「春夜宴桃李園序」에서는 이 고사를 인용하여 “만약 시를 짓지 못한다면 금곡원의 벌주 숫자를 따라 벌을 내리겠다.(如詩不成, 罰依金谷酒數.)”라고 하였다. 『古文眞寶』 권2. 이 글에서는 손해를 끼친 액수의 세 배를 물리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373. 373)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374. 374)이 내용은 범해 각안이 『東師列傳』을 기술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잘 드러내 준다. 『東師列傳』에서 각안은 역대 조사는 물론 대흥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많은 승려들을 세세히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겨 두는 놀라운 성취를 보여 주었다. 조선 후기와 말기 불교계의 동향은 이 책에 많은 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375. 375)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376. 376)노영老榮 : 노래자老萊子. 춘추시대 초나라의 은사隱士인 노래자가 나이 70에도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는 고사가 있다.
  377. 377)정란丁蘭 : 한나라 사람. 어려서 부모를 잃고 자라서는 나무로 부모의 형상을 만들어 살아 있는 것처럼 모셨던 인물이다. 후에 효자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378. 378)돈길頓吉 : 싯다르타의 태자 시절 이름. “범어에 실달悉達은 여기 말로는 돈길이니, 석가의 태자 시절 이름이다.” 『禪家龜鑑』 언해본.
  379. 379)우란분재盂蘭盆齋 : 우란분은 ⓢ ullambana의 음사로, 도현倒懸이라 번역.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받는다는 뜻. 절에서, 음력 7월 15일에 지옥이나 아귀의 세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삼보三寶에 공양하는 의식.
  380. 380)목련目連 : 목건련目犍連. ⓢ Maudgalyāyana의 음사. 십대제자의 하나. 마가다국 바라문 출신으로, 신통력이 뛰어나 신통제일이라 일컫는다. 『盂蘭盆經』에 따르면 목건련이 일찍이 어머니를 아귀 지옥에서 빼내기 위해 7월 15일에 시방의 대덕 스님들을 공양하였는데, 이것이 후에 우란분회가 되었다고 한다.
  381. 381)사은四恩 : 네 가지 은혜. ① 어머니, 아버지, 여래, 설법 법사의 은혜.(『正法念處經』의 설) ② 부모, 중생, 국왕, 삼보의 은혜.(『大乘本生心地觀經』의 설)
  382. 382)신종추원愼終追遠 : 임종의 죽음에 삼가 예를 다하고 먼 조상의 추모로 제사에 성의를 다한다는 뜻이다. 『論語』 「學而」에 “증자가 말하기를, 임종에 삼가 예를 다하고 조상을 멀리 추모하되 예를 다하면 백성의 덕이 후한 데로 돌아올 것이다.(曾子曰, 愼終追遠, 民德歸厚矣.)”라고 하였다.
  383. 383)증자曾子 : 효성으로 유명한 공자의 제자. 『孝經』은 공자가 증자에게 전한 효도에 관한 논설 내용을 훗날 제자들이 편술한 것이다.
  384. 384)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385. 385)이상은 가흥대장경의 『大藏一覽』(J21, 497c20)에 수록되어 있다.
  386. 386)여여거사如如居士 : 안병顔丙이다. 설봉 연공雪峯然公의 제자. 『居士傳』(X88, 240a)에 그가 지은 ≺三敎詠≻이 수록되어 있고, 『勸修淨業文』이 당시 유포되었다고 한다.
  387. 387)색양色養 : 자식이 낯빛을 화기 있게 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것, 혹은 자식이 부모의 안색을 살피면서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자하子夏가 효에 대해서 물었을 때, 공자가 ‘색난色難’이라고 대답한 데에서 나온 말이다. 자식이 즐거운 얼굴색으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어렵다는 해설과 부모의 안색을 잘 살펴서 봉양을 잘하는 것이 어렵다는 해설이 있다. 『論語』 「爲政」.
  388. 388)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389. 389)생전에 필요한 약간의 돈 : 귀중한 몇 마디의 가르침을 말한다.
  390. 390)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391. 391)이 위공李䘙公 : 이정李靖(571~649). 수말 당초隋末唐初의 장수로, 위국공䘙國公에 봉해져 이 위공으로 불렸다.
  392. 392)한번 금강산을~싶다는 소원이 : 당나라의 이 위공이 ‘내 소원은 고려 나라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번 구경했으면(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이라고 하는 시를 읊었다고 전한다. 『東師列傳』 「湖隱講伯傳」.
  393. 393)노 행자盧行者 : 중국 선종의 6조인 혜능慧能. 성이 노盧씨. 처음에 5조 홍인弘忍 밑에서 수도했을 때 노 행자 혹은 노 거사盧居士로 불렸다.
  394. 394)한산자寒山子 : 당나라의 저명한 시승詩僧. 절강성 천태산天台 한암寒巖에 주석하여 한산자 혹은 한산으로 불렸다. 시 짓기를 좋아하여 3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후인이 이를 『寒山子』 3권으로 편집하였다.
  395. 395)징 소리를~메우면서 갔다 : 네 가지 모두 어리석은 행위를 가리킨다.
  396. 396)화문化門 : 1800년대의 스님으로 『東師列傳』 「退隱禪伯傳」에 등장한다. “(퇴은) 스님은 화문化門·영암靈庵과 더불어 금강산 내원통암內圓通庵 및 나한전羅漢殿을 중수하였다.”
  397. 397)허주虛舟(1806~1888) : 덕진德眞의 호. 조계산에서 출가하였다. 교리와 참선에 능통하였고, 대원군의 청으로 철원 보개사에서 기도불사를 올렸다. 1888년 10월 13일에 세수 83세로 입적하였다.
  398. 398)응화應化 : 1800년대의 스님. 이 글을 쓴 범해 각안의 스승. 「梵海禪師 行狀」에 “호의縞衣, 하의荷衣, 초의草衣, 문암聞菴, 운거雲居, 응화 등 6대 종사께 참학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梵海禪師文集』.
  399. 399)설두雪竇(1824~1889) : 자는 유형有炯, 법명은 봉기奉琪이고 설두는 호이다. 속성은 이李씨, 전라도 옥과에서 출생. 17세에 백양산으로 출가하여 정관 쾌일正觀快逸의 조실에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 이어 백암 도원白岩道圓 율사의 계단에서 구족계를 받고 침명枕溟에게서 선참禪懺을 받았으며, 백암白岩의 법을 이어받았다. 저술로 『少林通方正眼』, 『禪源溯流』, 『山史略抄』 등이 전한다. 『東師列傳』 「雪竇講伯傳」에는 이 외에 『詩集』, 『私記』 등이 있다고 하였으나 현재 시집은 전하지 않는다.
  400. 400)위표魏瓢 : 위호魏瓠, 즉 ‘위나라 박’으로 쓸모없는 물건을 비유한 것이다. 『莊子』 「逍遙遊」에 “혜자惠子가 장자에게 ‘위왕魏王이 나에게 큰 박씨를 주므로, 심어서 큰 박이 열렸다. 이를 쪼개 표주박을 만들었는데 넓기는 하나 얕아서 물건을 담을 수 없었다. 텅 비고 크지 않은 것은 아니나 쓸모가 없으므로 깨 버렸다.’고 하였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401. 401)한고韓袴 : 한韓나라 바지. 한나라 소후昭侯가 떨어진 바지를 아랫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보관해 두게 한 것을 말한다. 소후가 사람을 시켜서 떨어진 바지를 보관해 두게 하자, 곁에서 모시고 있던 자가 말하기를 “임금께서는 참으로 너그럽지 못하십니다. 떨어진 바지를 아랫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보관해 두십니까?”라고 하자, 소후가 말하기를 “그대가 알 일이 아니다. 내가 들으니 ‘밝은 임금은 한 번 웃고 한 번 찡그리는 것조차 아낀다.’고 한다. 지금 떨어진 바지가 어찌 한 번 웃고 한 번 찡그리는 것 정도이겠는가. 떨어진 바지는 한 번 웃고 한 번 찡그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나는 반드시 공이 있는 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관해 두는 것이지, 내가 독차지하려고 보관해 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韓非子』 「內儲說 上」.
  402. 402)개미 목숨을~사미의 수명 : 어떤 나한도인羅漢道人이 사미를 데리고 있었는데 이 사미가 7일 후에는 목숨이 다하리라는 것을 알고 집에 갔다가 7일째 돌아오라고 하였다. 사미가 스승을 떠나 집으로 가다가 개미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자비심이 생겨 가사를 벗고 흙을 담아 물을 막고는 개미들을 마른 곳에 옮겨 살게 하고 7일째 되는 날 스승에게 돌아갔다. 스승이 괴이히 여겨 입정入定 상태로 천안天眼으로 보니 개미를 구한 인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雜寶藏經』.
  403. 403)뱀을 치료한 구슬 : 수나라 왕후가 외출 중에 큰 뱀이 다쳐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치료해 주게 하였는데, 나중에 그 뱀이 밤에도 달처럼 환히 비치는 구슬을 바쳐 보은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를 명월주明月珠 혹은 영사주靈蛇珠라고도 한다. 『搜神記』 권20.
  404. 404)이하 두 편의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405. 405)노고추老古錐 : 주 327 참조.
  406. 406)인승人乘 : 오승五乘의 하나로 오계五戒의 가르침을 말한다. 이것을 타고 사람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인승이라고 한다. 오승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인승·천승天乘·성문승聲聞乘·연각승緣覺乘·보살승菩薩乘 등이 있다.
  407. 407)천승天乘 : 오승의 하나. 천신이 되기 위한 가르침. 십선十善은 욕계欲界의 하늘에 태어나는 인이고, 선정禪定은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제천에 태어나는 인이기 때문에 천승이라 한다.
  408. 408)백아伯牙가 있었기에 종자기鍾子期가 있었구나 : 원래는 자기를 알아주는 마음의 벗. 여기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 거문고의 명인 백아가 높은 산을 떠올리며 연주하면 종자기가 “좋구나. 높고 높기가 태산 같도다.”라고 하였고, 흐르는 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좋구나. 드넓고 드넓기가 저 바다 같도다.”라고 평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列子』 「湯問」.
  409. 409)동쪽에서 거두어~연꽃을 피웠도다 : 동쪽은 중생 범부의 사바세계이고 서쪽은 정토의 세계를 가리킨다.
  410. 410)순화鶉火 : 북두성 자루가 순화성鶉火星을 가리키는 음력 5월을 가리킨다.
  411. 411)이칙夷則 : 음력 7월을 달리 부르는 말. 십이율의 하나. 음률陰律 여섯이 여呂이고, 양률陽律 여섯이 율律이다. 이칙은 양률의 제5율이다. 율려를 짝으로 하면 제9가 된다.
  412. 412)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413. 413)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414. 414)오성五姓 :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단순하게 여러 성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불교적 의미로는 부처님의 다섯 가지 성, 즉 구담瞿曇·감자甘蔗·석가釋迦·일종日種·사이舍夷를 가리킨다.
  415. 415)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416. 416)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417. 417)이 글은 『梵海禪師文集』에 없는 내용이다.
  418. 418)노반魯班 : 고대의 걸출한 건축의 장인.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성은 공수公輸, 이름은 반班이다.
  419. 419)싹차(芽茶) : 가장 여린 찻잎. 송나라 웅번熊蕃의 『宣和北苑貢茶錄』에 “차의 싹(茶芽)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최상은 소아小芽로 작설雀舌과 같고, 응조鷹爪는 줄기가 곧고 가늘고 날카로워 싹차(芽茶)라 한다.”라고 하였다.
  420. 420)『선문요어』 : 초의의 저술인 『禪門四辯漫語』의 다른 제목이다. 현재 전하는 『禪門四辯漫語』(『韓國佛敎全書』 제10책)는 대정 2년(1913) 원응 계정圓應戒定 서문본으로 연활자본이다. 초의가 이 책을 완성한 정확한 연도는 드러나지 않았다. 『栢悅錄』에는 ‘禪門要語’, 『梵海禪師文集』에는 ‘禪門謾語’로 되어 있다. 이들 서문에 ‘要語’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원래 제목이 ‘선문요어’였을 가능성도 있으나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421. 421)천축天竺의 28조사 : 인도에서 선을 전수한 28위의 조사. 마하가섭摩訶迦葉부터 28번째 동토 초조東土初祖인 보리달마菩提達摩까지를 말한다.
  422. 422)중국의 6대 조사 : 중국에 선을 전하고 정립해 온 달마, 혜가慧可, 승찬僧璨, 도신道信, 홍인, 혜능을 말한다.
  423. 423)일우一愚 : 백파 긍선의 『禪文手鏡』에 등장하는 조사의 이름. 신규탁은 『禪門綱要集』 「一遇說」(H6, 863b~856a)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로 보았다.(신규탁 역, 『禪文手鏡』, 동국대학교출판부, 2012, p.69) 김영욱은 『禪文剛要集』의 저자인 고려 진정 국사眞靜國師 천책天頙(1206~?)의 호로 보았다.(김영욱 역, 『禪門四辨漫語』, 동국대학교출판부, 2012, p.16)
  424. 424)백파白坡 : 백파 긍선. 주 1 참조.
  425. 425)초의草衣 : 초의 의순. 주 92 참조.
  426. 426)하택荷澤(680~762) : 법명은 신회神會. 당나라 때 스님으로 14세에 출가하여 육조 혜능 선사를 오랫동안 모셨다. 하택종의 개조. 육조 입멸 후 조계의 돈지頓旨가 침몰되고 숭악嵩嶽의 점문漸門이 낙양성에 성행하자 서울로 올라가 742년(천보 4) 남북돈점南北頓漸 논쟁을 일으키고, 『荷澤大師顯宗記』 등을 남겼다.
  427. 427)‘지知’라는 한~근원으로 삼았고 : 『中華傳心地禪門師資承襲圖』 「宗密禪師答」(X63, 33c18), “然知之一字, 衆妙之源.”
  428. 428)고봉高峯 : 고봉 원묘高峯原妙(1238~1295). 원나라 때 스님으로 남악南嶽 문하 제21세 설암 조흠雪岩祖欽의 제자이다. 1279년에 천목산天目山 서봉西峰에 거주하면서 선풍禪風을 드날려 수백 명의 제자를 길렀다. 저서는 『高峰大師語錄』(약칭 『禪要』) 1권이 있다.
  429. 429)‘지’라는 한~문으로 삼았다 : 『高峰原妙禪師語錄』(X70, 679a23), “知之一字, 衆禍之門.”
  430. 430)백암栢庵 : 백암 성총栢庵性聰(1631~1700). 13세에 조계산에 출가하여 1648년(인조 26) 지리산에 들어가 수초守初 밑에서 9년 동안 수학하였다. 이후 순천 송광사, 낙안 징광사澄光寺, 하동 쌍계사 등지에서 학승學僧들을 지도하였다. 1681년(숙종 7)에 임자도荏子島에 표류한 선박에서 발견된 『華嚴經疏鈔』 등의 불서를 판각하는 작업을 주관하였다. 이때 판각한 화엄학 관련 문헌은 조선 후기 교학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저서로 『緇門集註』, 『栢庵集』, 『栢庵淨土讚』 등이 있다.
  431. 431)구곡龜谷 : 구곡 각운龜谷覺雲. 생몰 연대 미상. 고려 말의 고승으로 법명은 각운이다. 태고 보우太古普愚(1301~1382)의 적손으로 학덕이 높고 필법이 우수했으며 남원 만행산萬行山 승련사勝蓮寺의 주지를 지냈다. 공민왕이 그 도행을 숭상하여 왕이 직접 그린 ≺達磨折蘆渡江圖≻·≺普賢六牙白象圖≻와 ‘구곡각운龜谷覺雲’이라는 네 자의 친필을 하사하고, 대조계종사 선교도총섭 숭신진승 근수지도 도대선사大曹溪宗師禪敎都總攝崇信眞乘勤修至道都大禪師라는 법호를 하사하였다.
  432. 432)살활체용殺活體用의 설 : 『禪文手鏡』에 전개된 내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433. 433)살활체용殺活體用의 설~실을 정도였다 : 원문 “卽見殺活體用之說, 鏡抱斗量. 疏什述作之書, 動論車載.”는 최치원의 「智證和尙碑銘」의 구절을 원용하였다.
  434. 434)중부자中孚子 : 초의 의순. 주 92 참조.
  435. 435)후한의 법진法眞이 네 차례에 걸친 황제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 버리자, 친구인 곽정郭正이 “법진의 이름은 들을 수 있어도 몸은 만나 보기 어렵다. 이름에서 도망쳐도 이름이 나를 따라오고, 명성에서 도피해도 명성이 나를 쫓아오니, 백세의 스승이라고 이를 만하다.(法眞名可得聞, 身難得而見, 逃名而名我隨, 避名而名我追, 可謂百世之師矣.)”라고 찬탄한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권83 「法眞列傳」. 이 구절도 최치원의 「智證和尙碑銘」에 나온다.
  436. 436)공자가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한 말로 『論語』 「爲政」에 등장한다.
  437. 437)『孟子』 「盡心 上」에 “큰 목수가 졸렬한 쟁이를 위하여 먹줄을 고치거나 폐하지 않으며, 예가 졸렬한 사수를 위하여 활 당기는 법을 변경하지 않는다. 군자가 활을 당기되 발사하지 않고 용약勇躍하듯 하여 중도에 서 있으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를 따라 배운다.(大匠不爲拙工廢繩墨, 羿不爲拙射變其彀率. 君子引而不發躍如也, 能者從之.)”라고 하였다.
  438. 438)함구(含枚) : 함매銜枚와 같다. 행군할 때 떠들지 못하도록 나무 막대기를 입에 물리는 것을 말한다.
  439. 439)치악산雉樂山 : 현재는 ‘雉嶽山’으로 쓴다.
  440. 440)불존佛尊 수좌首座 : 여기서는 부전副殿 소임을 맡은 스님을 말하는 듯하다. 부전은 우리나라에서 불당을 맡아 시봉하는 소임을 가리킨다.
  441. 441)조개와 황새가~모르는 격이었다 : 어부지리漁父之利, 방휼지쟁蚌鷸之爭을 말한다. 큰 조개가 입을 벌리고 있을 적에 지나가던 황새가 쪼아 먹으려다가 조개가 입을 닫자 주둥이가 물렸는데, 계속 서로 버티다가 어부에게 모두 잡혔다는 이야기가 『戰國策』 「燕策」에 등장한다.
  442. 442)능견난사能見難思 :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놋그릇. 금나라 때 동철로 만들었다. 크기는 지름 16.7cm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원래 응기應器로 불렸는데 숙종이 장인에게 똑같이 만들라 했으나 만들지 못하여 능견난사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500개가 있었으나 현재 송광사 성보박물관에 29개가 전한다.
  443. 443)보조 국사普照國師(1158~1210) : 고려 스님으로 호는 목우자牧牛子, 법명은 지눌知訥이며, 시호는 불일보조국사佛日普照國師. 1182년 승선僧選에 뽑혔고, 창평 청원사에서 『六祖壇經』을 보다가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1185년 하가산 보문사에서 대장경을 열람하였고, 1198년 지리산 상무주암에 들어가 내관內觀에 힘썼고, 1200년 송광산 길상사로 옮겨 11년 동안 교화를 펼치며 총림을 이루었다.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조직해 불교의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주장하며 선교일치를 추구하였다. 저서로 『定慧結社文』, 『眞心直說』, 『修心訣』, 『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圓頓成佛論』, 『看話決疑論』 등이 있다.
  444. 444)혜철 국사慧徹國師(785~861) :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동리산파桐裏山派의 개조. 헌덕왕 6년(814)에 당나라에 가서 서당 지장西堂地藏의 심인心印을 받고 문성왕 1년(839)에 돌아와, 전라남도 곡성 동리산 태안사泰安寺에서 개당하였다. 이 글의 봉두산鳳頭山이 바로 동리산이다.
  445. 445)상대인上大人 구을사丘乙巳 : 공자의 이명. 중국에서 옛날 학동이 막 입학했을 때 선생이 “상대인 구을사 화삼천 칠십이上大人丘乙巳化三千七十二” 등의 글자를 습자용으로 써서 학동을 가르쳤던 관례가 있다.
  446. 446)정변지正徧知·명행족明行足 : 각각 여래십호如來十號 중의 하나. 부처님의 열 가지 이름은 여래·응공應供·정변지·명행족·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 등이다.
  447. 447)모 공某公 : 『梵海禪師文集』에는 ‘보공普公’으로 되어 있다.
  448. 448)구지俱胝 : ⓢ koṭi의 음역. 수의 단위로 10의 7승. 10만, 천만, 혹은 억·만억, 또는 경.
  449. 449)발초첨풍撥草瞻風 : 선가의 용어. 발초참현撥草參玄이라고도 한다. 무명無明의 잡초를 뽑아 없애고 불조佛祖의 현풍玄風을 우러러본다는 뜻. 즉 망상을 절단하고 현묘처를 참구한다는 의미이다. 험한 길을 헤치고 나가 선지식의 덕풍을 우러러 바라본다는 의미도 있다.
  450. 450)발을 밟으며(躡足) : 『史記』 「淮陰侯列傳」에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한왕漢王의 발을 밟으며 귀에 대고 말하기를 ‘한나라가 방금 불리한 형편이니, 어찌 한신韓信이 제왕齊王이 되는 것을 금할 수 있습니까? 왕으로 세워 잘 대우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451. 451)두 글자 : 이 글의 제목인 ‘학계’ 두 글자인 듯하다.
  452. 452)강신講信 : 향약鄕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술을 마시며 약법約法이나 계契를 맺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일정한 기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계 모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453. 453)증명하시고 반드시 찬양하시도다 : 다보여래는 과거 보정세계의 교주로서, 석가모니가 영산회상에서 『法華經』을 설하실 때 증명하고 찬탄하였다. “이 보배탑 가운데는 여래의 전신이 계심과 같나니, 오랜 과거에 동방으로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기 세계를 지나서 보정寶淨이라 하는 나라가 있었으며 그 나라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이름이 다보多寶였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보살도를 행하실 때 큰 서원을 세우셨느니라. ‘내가 만일 성불하여 멸도한 후 시방국토에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나의 탑은 이 『법화경』을 듣기 위하여 그 앞에 나타나 증명하고, 거룩하다고 찬양하리라.’(此寶塔中有如來全身, 乃往過去東方無量千萬億阿僧祇世界, 國名寶淨, 彼中有佛, 號曰多寶. 其佛行菩薩道時, 作大誓願 : 若我成佛·滅度之後, 於十方國土有說法華經處, 我之塔廟, 爲聽是經故, 踊現其前, 爲作證明, 讚言善哉.)” 『妙法蓮華經』 「見寶塔品」(T9, pp.32c07).
  454. 454)삼광三光 : 해·달·별(日月星). 혹은 색계色界 제이선第二禪의 소광천少光天·무량광천無量光天·광음천光音天.
  455. 455)가벼운 죄(輕垢) : 청정행을 더럽히는 가벼운 죄. 바라이波羅夷는 매우 중대한 죄를 말하고, 경구죄輕垢罪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것으로 청정행을 더럽히는 것 등을 말한다.
  456. 456)노파자老婆子 : 어린 자식을 생각하여 온갖 어려움을 겪는 늙은 노파처럼 학인(중생)을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그들을 생각하는 것.
  457. 457)노고추老古錐 : 주 327 참조.
  458. 458)계상戒相 : 지계持戒의 여러 가지 양상. 오계五戒, 십계十戒 내지 이백오십계二百五十戒 등. 혹은 계사별戒四別(戒法·戒體·戒行·戒相)의 하나.
  459. 459)성죄性罪와 차죄遮罪 : 성죄는 자성自性의 죄과를 가리킨다. 자성죄自性罪·성중性重·실죄實罪라 한다. 부처님께서 계율로써 금지하지 않더라도, 그 일 자체가 도덕에 위반되어 저절로 죄악이 되는 것, 곧 살생·도둑질·음행·거짓말 따위를 말한다. 차죄는 차계遮戒를 범하는 것으로, 성죄와 비교하여 가벼운 죄이다. 그 일 자체는 죄악이 아니지만 그 일로 인하여 다른 죄악을 저지르게 되어 부처님이 금한 것이므로 이것을 범하면 죄가 되는 것을 말한다. 술 마시는 일, 분 바르는 일,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일, 때아닌 때에 먹는 일 등이다.
  460. 460)삼수三受 : 내면의 육근六根이 외면의 육경六境과 접촉할 때 생기는 세 종류의 감각. 즉 괴로움(苦受), 즐거움(樂受),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捨受).
  461. 461)천연天然(739~824) : 당나라 때의 승려. 장안에 관리가 되려고 갔다가 한 선승을 만난 후 마조馬祖를 찾아가서 승려가 된 뒤에 석두 희천石頭希天의 법을 이었다. 낙양의 혜림사에 머물 때 추운 겨울날 법당의 목불木佛을 꺼내 불을 지피려 하자 원주院主가 말하기를 “그럴 수가 있느냐?”라고 하니, 선사가 답하기를 “나는 부처님을 태워서 사리舍利를 얻으려고 하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원주는 “목불인데 어찌 사리가 있겠는가?”라고 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사리가 안 나올 바에야 나무토막이지 무슨 부처이겠는가?”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景德傳燈錄』 권14.
  462. 462)묘고妙高 : 송나라 때의 승려. 묘고대에 거처해서 묘고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출가 후 용맹정진하여 간절하게 깨달음을 구해 영파부 동쪽의 묘고대에 이르러 정좌하고 정진한 결과 마침내 득도하였다. 득도 후에 대 위에서 단정히 앉아 경을 낭송하자 그 소리가 심원하여 수천 리 밖까지 들렸으며, 이로 인해 송 태후의 공경을 받았다고 한다.
  463. 463)우바국다優婆毱多 : ⓢ Upagupta. 인도에서 불법을 전해 받은 제4조이며, 아육왕阿育王의 스승.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우바국다 존자尊者가 그 교리를 받들어 설법할 때 마왕魔王이 석가모니의 몸으로 변화하여 이를 방해하려는 것을 미리 알고 물리쳐 불교를 다시 일으켰다.
  464. 464)남산南山 : 당나라 때의 도선道宣(596~667)으로 사분율종四分律宗의 시조. 종남산終南山의 저마난야紵麻蘭若에 주석하여 남산 대사南山大師라 하였다.
  465. 465)우바리優婆離 : 불타의 십대제자의 하나로, 계율에 정통하고 엄격하게 수지受持하여 지율제일持律第一로 불린다. 우바리優波離 혹은 우바리憂波梨라고도 한다. 제1차 경전 결집 때 아난阿難이 경부經部를, 우바리가 율부律部를 송출誦出하였다.
  466. 466)육군六群 : 육군비구六群比丘의 준말로, 당파를 지어 악행을 행한 여섯 명의 비구를 가리킨다. 육중필추六衆苾芻라고도 한다. 석존이 계율을 여러 가지로 많이 만들게 된 것은 대부분 이들 때문이라고 한다. 『四分律』 권22에 실려 있는 이들의 이름은 난다難陀·발난다跋難陀·가류다이迦留陀夷·천나闡那·아설가阿說迦·불나발弗那跋 등이다.
  467. 467)칠중七衆 : 부처를 따르는 일곱 부류의 제자라는 뜻으로, 비구·비구니·식차마나式叉摩那·사미沙彌·사미니沙彌尼·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를 가리키는데, 이 중에서 우바새와 우바이는 재가인在家人이고, 나머지는 모두 출가인出家人이다.
  468. 468)작은 선방(三條椽) : 삼조연三條椽은 선방禪房에서 좌선하는 상위牀位를 말한다. 그 상의 너비가 3척이고, 그 위에 세 개의 서까래(三條椽)가 있는 데서 유래한다.
  469. 469)일곱 근 가사(衲七斤) : 칠근포삼七斤布衫. 7근 되는 가사袈裟. 어떤 스님이 조주趙州(778~897)에게 묻기를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입니까?(萬法歸一, 一歸何處.)”라고 하였다. 조주가 “내가 청주에 있을 적에 베 장삼 한 벌을 만들었더니, 그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我在靑州, 作一領布衫, 重七斤.)”라고 한 공안이 있다.
  470. 470)주염계周濂溪(1017~1073) : 송나라의 성리학자인 주돈이周敦頤. 호가 염계이다.
  471. 471)도연명陶淵明(365~427) : 이름은 잠潛.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 연명은 자이다. 동진 말기부터 남조의 송나라(劉宋) 초기에 걸쳐 생존하였다. 소동파는 그를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하였다. 특히 도연명은 솔과 대나무 사이에 친구들이 오가도록 오솔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飮酒≻에서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 꽃잎을 따다가, 유연히 남쪽 산을 바라보노라.(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노래하였다. 『陶淵明集』.
  472. 472)모습은 마르고 안색은 초췌하였으며 : 전국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이 소인의 참소를 입고 조정에서 쫓겨나 읊었다고 전해지는 ≺漁父辭≻에 “강담에서 노닐고 택반에서 읊조릴 적에 안색은 초췌하고 용모는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遊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라고 하였다. 『楚辭』 ≺漁父辭≻.
  473. 473)여섯 다리를 감춘 거북이(六藏龜) : 거북이가 그 머리, 꼬리, 네 발을 감추어 위해를 피하는 것으로, 비유하여 수행자가 그 육식六識을 감추는 것을 말한다. 후에는 물러나 피하여 참고 양보하는 것으로 쓰였다.
  474. 474)따라 하였고(復圭) : 『論語』 「先進」에 “남용이 백규의 글을 세 번씩 되풀이하여 읽거늘, 공자가 형의 딸을 그의 아내로 삼아 주었다.(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妻之.)”라고 하였다.
  475. 475)큰 띠에 적어 두었으며(書紳) : 중요한 말을 잊지 않도록 허리에 맨 띠에 적어 두는 것으로, 공자가 충신忠信과 독경篤敬에 관해 말하자 자장子張이 이를 띠에 적었던 데서 유래한다. 『論語』 「衛靈公」.
  476. 476)남을 무시하지 않았고(嗟來) : 차래嗟來는 차래지식嗟來之食의 준말. 원래는 굶주린 이를 불쌍히 여겨 와서 먹으라고 부르는 말인데, 후에는 대개 모욕을 주며 베푸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춘추시대 제나라에 크게 기근이 들었을 때 금오黔敖라는 사람이 길에서 밥을 지어 사람들에게 먹였는데, 어떤 굶주린 사람에게 “불쌍하기도 해라, 어서 와서 먹어라.(嗟來食)”라고 하자, 그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면서 “나는 오직 불쌍하게 여기면서 무례하게 주는 음식을 받아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予唯不食嗟來之食, 以至於斯也.)”라고 하고는 끝내 음식을 거부하고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禮記』 「檀弓 下」에 나온다.
  477. 477)구담瞿曇 : 석가모니의 성인 ⓢ Gautama의 음역.
  478. 478)나후라羅睺羅(羅云) : ⓢ Rāhula의 음역으로 나운羅云이라고도 하였다. 부처님의 아들로 15세에 출가하였다. 십대제자 가운데 밀행密行이 제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479. 479)법신法臣 : 보살. 부처를 법왕이라고 하는 것의 대칭.
  480. 480)제수 올린다(奠楹) : 전영奠楹은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 공자가 ‘두 기둥 사이에 앉아 제수를 받는 꿈을 꾸고(夢坐奠於兩楹之間)’ 얼마 뒤에 죽은 고사에서 유래한다. 『禮記』 「檀弓 上」.
  481. 481)오상五常 : 오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482. 482)하의 선사荷衣先師 : 주 249 참조.
  483. 483)완호玩虎 : 완호 윤우玩虎倫佑(1758~1826). 자는 삼여三如. 13세에 출가하여 17세에 구족계를 받은 뒤 백련白蓮 법사로부터 내전內典을 배웠고, 연담蓮潭 조사를 참알하고 선참禪懺을 배웠으며 백련 법사의 의발을 전해 받았다. 1798년 가을 해남 대흥사에서 강경대법회를 주재하였고, 1817년 경주 기림사에서 옥으로 천불을 조성한 다음 대흥사에 봉안하였다. 시호는 선교양종화엄강주禪敎兩宗華嚴講主였다. 제자로 선학을 전해 준 제자가 20여 명, 교학을 전해 준 제자가 10여 명, 계를 설해 준 제자는 무려 80여 명이나 된다. 그중 하의荷衣(1779~1852), 호의縞衣(1778~1868), 초의草衣(1786~1866)를 당시 선문에서 삼의三衣라 하였다. 조선 후기 불교학의 큰 거목이었다. 『東師列傳』 「玩虎講師傳」.
  484. 484)심화心花 : 본래는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우리의 마음. 활연대오豁然大悟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圓覺經』에 “마음 꽃을 활짝 피워 시방의 무량세계를 비춰 준다.(心花發明, 照十方刹.)”라는 말이 나온다.
  485. 485)정명淨名 : 인도 비야리국毘耶離國의 장자長者로 석존의 속제자俗弟子인 유마힐維摩詰의 별칭.
  486. 486)세 가섭 : 모두 부처님 제자. 장자는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 다음은 가야가섭伽耶迦葉, 다음은 나제가섭那提迦葉이다.
  487. 487)선서善逝 : ⓢ ⓟ Sugata. 부처님의 열 가지 명호 중의 하나.
  488. 488)잘 왔구나 비구야(善來比丘) : ‘선래善來’는 인도에서 비구가 찾아온 사람에게 환영하여 하는 말. ⓢ Susvāgata. “제8론에서 말하였다. 우바리를 계율의 제일이라 일컫는 것에 대해 말해 보자. 이 500 석자釋子들은 머리를 깎아 준 스승에 대해 업신여기거나 소중히 여기는 생각이 모두 없어졌다.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善來)’라고 하시자 그들은 곧 모두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계를 주시어 그들은 다 아라한이 되었다.” 한글대장경 『法苑珠林』 971:8.
  489. 489)우유가 성~않은 것이다 : 성 안의 우유는 가짜이고 성 밖의 우유는 진실이다. 즉 이 맥락은 성 밖의 우유가 진실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涅槃經』 권9(T12, p.663a05).
  490. 490)옥이 부드럽고~못한 것이고 : 『論語』 「子罕」에 아름다운 옥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자공子貢의 질문에 공자가 “나는 그 옥의 진가를 알고서 사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겠다.(我待賈者也.)”라고 하였다. 또 『禮記』 「聘義」에는 공자가 한 말로, “옛날에 군자는 덕을 옥에 비겼으니, 온윤하되 윤택함은 인仁이요.(夫昔者君子比德於玉焉, 溫潤而澤仁也.)”라고 하였다.
  491. 491)거문고가 산~못한 것이다 : ≺아양곡峨洋曲≻은 춘추시대 백아伯牙가 타고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들었다는 거문고 곡조이다. 백아가 거문고를 잘 탔는데 종자기는 이것을 잘 알아들었다. 그리하여 백아가 마음속에 ‘높은 산(高山)’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이를 알아듣고 “아, 훌륭하다. 험준하기가 태산과 같다.(善哉, 峨峨兮若泰山.)”라고 하였으며, 백아가 마음속에 ‘흐르는 물(流水)’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이를 알아듣고 “아, 훌륭하다. 광대히 흐름이 강하와 같다.(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하였다. 이를 지음知音이라 하여 친구 간에 서로 상대의 포부나 경륜을 알아줌을 비유하게 되었다. 『列子』 「湯問」.
  492. 492)삼취三聚 : 대승의 보살이 지켜야 할 계법인 삼취정계三聚淨戒의 약칭. 섭률의계攝律儀戒, 즉 일체 악을 모두 끊어 버리는 것. 섭선법계攝善法戒, 즉 적극적으로 모든 선을 행하는 것. 섭중생계攝衆生戒, 즉 일체의 중생을 완전히 섭취하여 널리 이익을 베푸는 것.
  493. 493)십중十重 : 십중금계十重禁戒. 대승의 보살이 지키는 열 가지 중대한 금계禁戒. 즉 살생(殺戒), 훔치는 것(盜戒), 음행(淫戒), 거짓말(妄語戒), 음주(酤酒戒),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는 것(說四衆過戒), 나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自贊毀他戒), 제 것 아끼고 남을 욕설하는 것(慳惜加毀戒), 성내고 참회를 받지 않는 것(瞋心不受悔戒), 삼보를 비방하는 것(謗三寶戒) 등이다.
  494. 494)염제炎帝: 전설상 여름과 남방을 주관하는 신. 염제가 곧 신농神農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신농씨는 삼황오제 중의 하나로 농사를 처음 짓게 했으며 온갖 풀을 맛을 보아 약재를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병을 치료하도록 했다고 한다.
  495. 495)초목을 북돋워~피우도록 했고 : 진晉나라 간보干寶의 『搜神記』 권1에 “신농은 붉은 흙으로 온갖 풀을 북돋워(鞭草) 그 독성과 차갑고 따뜻한 성질을 모두 알아냈다.”라고 하였다.
  496. 496)여이女夷 : 전설 속의 만물의 생장을 주관하는 신. 후세에는 화신花神으로도 여겨졌다.
  497. 497)『본초本草』 : 『神農本草經』의 약칭. 고대의 저명한 약재에 관한 책.
  498. 498)만행화萬行花 : 꽃(花) 공양은 성불을 목적으로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원만한 육바라밀을 비롯한 보살의 수행을 상징하여 공양하므로 만행화라 한다.
  499. 499)『당의唐儀』 : 당나라 때 만든 예제禮制에 관한 책으로 『大唐儀令』 혹은 『大唐儀禮』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500. 500)겁석劫石 :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시간. 겁석이란 둘레가 40리나 되는 돌을 하늘 사람이 무게 3수銖밖에 안 되는 옷으로 3년마다 한 번 스쳐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501. 501)부전副殿 소임(佛尊) : 불존佛尊은 불당을 맡아 관리하는 부전 소임의 스님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502. 502)지제支提 : ⓢ caitya의 음역이다. 지제支帝·지징支徵·제다制多·제저制底·제저야制底耶로 음역하기도 하고, 영묘靈廟·가공양처可供養處로 의역하기도 한다. 다른 의미로는, 흙과 돌을 모아서 쌓은 탑으로 사리가 들어 있는 것을 탑파塔婆, 사리가 없는 것을 지제라 한다.
  503. 503)수달 장자須達長者 :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세운 인물. 사위성舍䘙城의 수달 장자는 석가의 설법을 듣고 매우 경모한 나머지 정사를 세워 주려고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구매하려고 하자, 태자가 장난삼아서 “황금을 이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수달 장자가 집에 있는 황금을 코끼리에 싣고 와서 그 땅에 가득 깔자, 태자가 감동하였고 그 땅에 기원정사를 건립하였다. 수달 장자의 다른 이름이 급고독給孤獨 장자이므로 기수급고독원으로 부른다.
  504. 504)백장百丈 선사 : 백장 회해百丈懷海(749~814). 당나라 스님. 20세에 서산 혜조西山慧照에게 출가, 남악의 법조法朝 율사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사천성 여강廬江에서 대장경을 열람하고, 마조 도일馬祖道一에게 참구하여 인가를 얻었다. 후에 대지성수선사大智聖壽禪寺의 개조開祖가 되어 선풍을 크게 고취시켰다. 그가 지은 『百丈淸規』는 중국 선원의 조직과 교단 제도를 집대성한 책으로, 백장 이후 선은 중국 풍토나 생활에 더욱 토착화되었다.
  505. 505)권화勸化 : 남에게 권하여 삼보에 정재淨財를 기부하도록 하는 것. 또 남에게 권하여 사도邪道에서 물러나 정도正道에 들게 하는 것.
  506. 506)집물什物 : 절에서 소장하고 있는 갖가지 종류의 그릇과 재물을 가리킨다. 집什은 잡雜, 취聚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507. 507)사사四事 : 사사공양四事供養의 준말로, 네 가지 일로써 불법승 삼보를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의복, 음식, 침구(臥具), 탕약. 혹은 방사房舍, 의복, 음식, 탕약.
  508. 508)육법六法의 공양 : 초·향·차·꽃·과일·쌀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
  509. 509)사물四物 : 법고法鼓·운판雲板·목어木魚·대종大鐘.
  510. 510)음광飮光: ⓢ Kāśyapa의 번역이다. 가섭迦葉 존자를 말한다.
  511. 511)비바시불毘婆尸佛 : 석가모니 출생 이전의 과거칠불 가운데 첫 번째로 출현하신 부처님이다.
  512. 512)석실石室 : 여기서는 태고 보우太古普愚(1301~1382)를 가리킨다. 고려 말 승려로 13세에 양주 회암사檜巖寺 광지廣智에게 출가하였고, 19세에 만법귀일萬法歸一 화두를 참구하다 성서城西의 감로사甘露寺에서 의단疑團을 타파하였다. 41세에 삼각산 중흥사重興寺 동봉東峯에 태고암太古庵을 짓고 머물다가 46세에 중국으로 가서 임제臨濟의 정맥을 계승한 호주 하무산霞霧山의 석옥 청공石屋淸珙에게 인가받았다. 이로 인해 해동 임제종의 시조로 추앙되었다. 『太古和尙語錄』이 전한다.
  513. 513)부용芙蓉 : 부용 영관芙蓉靈觀(1485~1571). 조선 중기의 고승. 경상남도 사천 출신으로 연선도인蓮船道人이라고도 한다. 1498년(연산군 4)에 출가하여 1501년에 신총信聰에게서 불경을 배우고 위봉威鳳에게서 참선을 배웠다. 1530년에 지리산으로 지엄智嚴을 찾아가 3년 동안 수행한 뒤 황룡산黃龍山·팔공산八公山·대승동大乘洞·의신동義信洞·연곡동燕谷洞 등에서 40여 년 동안 후학을 지도하였다. 나이 87세, 법랍 72세로 입적하였다. 제자 법융法融·영응靈應·대선大禪 등 8인이 영골靈骨을 거두어서 연곡사燕谷寺 서쪽 기슭에 부도浮屠를 세웠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청허 휴정이 있다.
  514. 514)담병談柄 : 옛사람이 청담을 나눌 때 잡고 있던 불자拂子 같은 것. 스님이 강론할 때도 사용하였다.
  515. 515)유교에선 노나라 성인에 비유하고 : 공자는 노나라 태생이다. 의儀 땅의 봉인封人이 공자를 만나 보고는 “하늘이 장차 그 어른을 목탁으로 삼으실 것이다.(天將以夫子爲木鐸.)”라고 말한 고사가 있다. 『論語』 「八佾」.
  516. 516)범승梵僧 : 범승의 원래 의미로 ‘지계가 청정한 수행승’의 의미가 있다.
  517. 517)조왕신을 두드리고 : 당나라 때 숭산嵩山에 주석한 파조타破竈墮 화상의 고사가 있다. 대사는 숭악嵩嶽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산중에 매우 영험한 묘당이 있었다. 그 안에는 오직 부뚜막 하나만 안치하였는데 원근의 제사가 끊이지 않아 수많은 목숨을 삶아 죽였다. 대사가 하루는 승려를 인솔하고 묘당에 가서 주장자로 세 번 내려치며 꾸짖었다. 또 세 번을 더 치자 부뚜막이 바로 무너지며 떨어졌다. 그러자 푸른 옷에 높은 관을 쓴 조왕신이 나와 참회하고 감사하며 사라졌다. 대사는 본디 이름이 없었는데 이로 인해 파조타 화상이라 불렸다. 『景德傳燈錄』 권4(T51, 232c).
  518. 518)디딜방아 두드렸지 : 6조 혜능이 출가한 후 5조 홍인 휘하에서 수행할 때 방아 찧는 일을 맡았는데, 하루는 홍인이 방앗간에서 지팡이로 디딜방아를 세 번 두드렸다. 혜능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삼경에 찾아가니 홍인이 『金剛經』을 구수口授하고 의발을 전수하였다.
  519. 519)호랑이 떼어~즉시 달아나고 : 『續高僧傳』 권16 「僧稠傳」에 의하면, 승조僧肇가 회주懷州 서쪽 왕옥산王屋山에서 선정을 닦고 있을 때에 두 마리 호랑이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포효하는 소리가 바위를 진동하였다. 이에 석장으로 그 중간을 갈랐더니 각각 흩어져 가 버렸다고 한다.
  520. 520)디딜방아 두드리자 바로 다가왔네 : 주 518 참조.
  521. 521)상수湘水의 눈물 흔적 : 반죽斑竹은 동정호 남쪽에 위치한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가에서 나던 대나무이다. 순임금이 남쪽으로 순수巡狩하다가 창오蒼梧의 들에서 붕어했을 때, 순임금의 두 비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매우 슬피 울어서 눈물을 소수와 상수 가의 대나무에 뿌렸더니, 대에 모두 얼룩얼룩한 반점이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522. 522)청동에 쓴 명문(金銘) : 금명金銘은 금속으로 만든 기물 위에 새겨 놓은 글을 말한다.
  523. 523)연담蓮潭 : 연담 유일蓮潭有一(1720~1799). 본관은 화순和順이고, 속성은 천千, 자는 무이無二. 18세에 법천사法泉寺로 출가하여 이듬해 구족계를 받고, 해인사의 체정體靜 문하에서 선지禪旨를, 설파 상언雪坡尙彦에게 『華嚴經』을 배웠다. 해남 대흥사의 12대종사大宗師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저서에 『楞嚴私記』·『諸經會要』·『四集私記』·『蓮潭林下錄』·『圓覺私記』 등이 있다. 『東師列傳』 「蓮潭宗師傳」.
  524. 524)면성綿城 : 전라남도 무안務安. 대사가 출가한 법천사가 무안군 승달산에 있다.
  525. 525)흐르는 맑은 물(枕流) : 침류枕流를 직역하면 흐르는 물을 베고 눕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산수 좋은 곳에서 숨어 사는 생활을 비유하는 말이다. 진晉나라 손초孫楚가 은거하면서 “돌을 베고 물로 양치질하련다.(枕石漱流)”라고 말해야 할 것을 “물을 베고 돌로 양치질하련다.(枕流漱石)”라고 잘못 말하였다. 왕제王濟가 잘못을 지적하자, 손초가 “물을 베는 것은 속진에 찌든 귀를 씻어 내기 위함이요, 돌로 양치질하는 것은 연화煙火에 물든 치아의 때를 갈아서 없애려 함이다.”라고 대답한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排調」.
  526. 526)국화 심으니 도연명 닮았고 : 육조六朝시대의 대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에 대해서는 전원으로 돌아가 술과 국화를 사랑하며 살았던 주돈이周敦頤(1017~1073)의 「愛蓮說」에서도 “아, 국화를 사랑한 이가 도연명 이후로 또 있었다는 말을 거의 못 들었다.”라고 하였다.
  527. 527)연꽃을 사랑하니 주돈이 닮았구나 :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는 일찍이 명문 「愛蓮說」을 지어 연의 미덕을 노래하였다.
  528. 528)삼의三衣 대사 : 대흥사의 완호 윤우玩虎倫佑(1758~1826)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하의, 호의, 초의를 당시 선문에서 삼의라 하였다. 범해 각안의 『東師列傳』 「自序傳」에 보면 “나는 하의 선사를 설계사說戒師로 삼고, (중략) 초의 선사를 비구 및 보살계사菩薩戒師로 삼고, 호의 선사를 또 전법사傳法師로 삼았다.”라고 하였다.
  529. 529)두 그루~싹이 나왔네 : 대사의 제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530. 530)요원 스님 : 북송의 고승인 불인 요원佛印了元(1032~1098). 서법書法과 시문詩文, 언변에 능했다고 하며 당시 명사인 소동파·황산곡黃山谷 등과 대등한 관계의 교류를 나누고 시를 주고받았다.
  531. 531)부산 스님 : 부산 법원浮山法遠(991~1067). 송대의 임제종 승려. 구양수歐陽修(1007~1072)가 그 문하에서 참학한 바 있다.
  532. 532)주인옹 : 범해 각안 자신이다.
  533. 533)납자를 미혹시켰네(迷機) : ‘기機’는 내기來機로서 가르침을 받으려고 찾아오는 참선 납자를 가리킨다.
  534. 534)백족화상白足和尙 : 남북조시대 동진의 신이한 승려 담시曇始. 관중 사람이며 속성은 장張씨이다. 구마라집鳩摩羅什을 스승으로 삼았다. 진晉나라 효무제孝武帝 태원太元(376~396) 말년에 경률 수십 부를 가지고 요동에 교화를 펴 고구려에 불교를 전해 주었다. 그에게는 신이한 행적이 많은데 발이 얼굴보다 희어서 맨발로 진흙탕 물을 건너도 전혀 젖지 않아 당시에 백족화상이라 불렀다. 후에 승려를 백족이라 한 이유가 되었다.
  535. 535)요옹寥翁 선생 : 범해 각안은 『東師列傳』 「自序傳』에서 “호의, 하의, 초의, 문암聞庵, 운거雲居, 응화應化 등 6법사를 참알參謁하고 학문을 연마하였으며, 요옹 이병원李炳元 선생에게 유서儒書를 배웠다.”라고 하였다.(김두재 역, 『東師列傳』, p.26)
  536. 536)아련야阿練若 : 아란야阿蘭若. 약칭은 난야蘭若. 원래는 숲을 뜻하는 범어. 후에 절을 뜻하게 되었다.
  537. 537)설두雪竇 : 주 399 참조.
  538. 538)함명函溟 : 함명 태선函溟太先(1824~1902). 조선 후기 화엄학에 능했던 승려. 속성은 박朴씨이고 화순에서 출생. 14세에 장성 백양산으로 출가하여 풍곡 덕인豐谷德仁 선사의 조실에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 도암道菴 선사의 계단戒壇에서 구족계를 받았고, 침명枕溟 강백이 강론하는 자리에서 선참禪懺을 받았으며, 풍곡 법사의 조당祖堂에서 향을 사르고 법통을 이어받았다. 당시 오른쪽에는 설두요 왼쪽에는 함명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東師列傳』 「涵溟講伯傳」.
  539. 539)보리수 아래서~펴신 것 : 원문 ‘不起樹王, 羅七處於法界, 無違後際, 暢九會於初成.’은 징관澄觀이 찬술한 『大方廣佛華嚴經疏』 권1 서문(T35, 503a06)에 나온다.
  540. 540)남곽南郭의 피리 : 제나라 선왕宣王이 피리 연주를 좋아하여 항상 300명을 모아 합주하게 하자, 남곽 처사南郭處士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슬쩍 끼어들어 국록을 타 먹곤 하였는데, 선왕이 죽고 민왕湣王이 즉위한 뒤에 한 사람씩 연주를 하게 하자 본색이 드러날까 겁낸 나머지 도망쳤다는 고사가 전한다. 『韓非子』 「內儲說 上」.
  541. 541)북산北山의 이문移文 : 남조 제나라의 공치규孔稚珪가 지은 「北山移文」 가운데, 주옹周顒이라는 사람이 은사隱士 흉내를 내며 산속에서 살다가 세상의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산을 떠나자, 산신령이 격분한 나머지 격문(移文)을 돌려 다시는 그가 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542. 542)앞으로 가도~가도 밟히는(跋前疐後) : 『詩經』 「豳風」 ≺狼跋≻에 “이리가 앞으로 가면 턱살이 밟히고, 뒤로 물러나면 꼬리가 밟힌다.(狼跋其胡, 載疐其尾.)”라고 하였다. 이후 ‘발전치후跋前疐後’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543. 543)꼬리를 끄는 거북이(曳尾之龜) : 예미지귀曳尾之龜는 구속된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이 낫다는 말의 비유이다. 『莊子』 「秋水」에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명을 보내 말을 전하였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나라의 정치를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장자가 낚싯대를 든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듣자하니 초나라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 있는데 죽은 지 이미 2천 년이 지났다고 하더이다. 임금은 이것을 비단에 싸서 상자에 넣어 묘당에 그것을 모셔 놓았다는데, 이 거북으로 말하자면, 죽어서 뼈만 남기어 존귀하게 되고 싶어 하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어 하겠소?’ ‘그야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어 하겠지요.’ ‘그렇다면 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 터이니.’ ”라고 하였다.
  544. 544)서준보徐俊輔(1770~1856) :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대구. 자는 치수穉秀, 호는 죽파竹坡. 관찰사 서명구徐命九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동부승지 서효수徐孝修이고, 아버지는 이조판서 서유방徐有防이다. 서유린徐有隣에게 입양되었다. 여러 관직에 올랐는데 이 글은 대흥사에서 가까운 무안현감務安縣監으로 있을 때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545. 545)가죽나무 상수리나무~쓸모없는 잡목(樗櫟散木) : 저력樗櫟은 가죽나무와 떡갈나무의 합칭. 크기만 할 뿐 아무 쓸모가 없어 어떤 목수도 돌아보지 않아 다행히 목숨을 온전히 보전한다는 말로 쓰인다. 자신에 대한 겸사로 쓰인다.
  546. 546)어렸을 때는~법을 이었습니다 : “성장해서는 널리 불가의 경전을 배웠고, 연담 유일蓮潭有一(1720~1799)과 운담 정일雲潭鼎馹 스님을 차례로 모셨다. 나이 27세에 정암晶巖 스님의 방에서 염향拈香을 하고 법통을 이었으니, 곧 소요逍遙의 종파로 화악 문신華嶽文信의 적통을 이었다.” 『兒庵遺集』 「兒菴藏公墖銘」[『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707c)].
  547. 547)상자만 사고~돌려주는 격(買櫝還珠) : 매독환주買櫝還珠는 근본은 모르고 지말枝末만 좇는 행위를 비유한 것이다.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이 옥으로 꾸미고 향기를 쐰 목란木蘭 상자에 보배 구슬을 담아서 정나라에 가서 팔자 어떤 정나라 사람이 상자만 사고 구슬을 돌려주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韓非子』 「外儲」.
  548. 548)단선壇墠 : 단壇은 흙을 쌓아 올려 만든 곳이고 선墠은 깨끗이 청소해 놓은 곳으로, 모두 제사 지내는 장소이다.
  549. 549)경해謦咳 : 윗사람의 기침 소리나 말씀. 소리 중에 가벼운 것을 경謦, 무거운 것을 해咳라 한다.
  550. 550)충종充宗의 뿔을 꺾는 자리 : 한나라 원제元帝 때의 총신寵臣 오록 충종五鹿充宗이 양구梁丘의 『周易』을 배워 변설을 늘어놓는데도 감히 맞서서 논하는 자가 없었다. 이때 주운朱雲이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들어가 웅변을 토하면서 반박을 하였다. 당시 여러 학자들이 “오록의 긴 뿔을 주운이 꺾어 버렸다.(五鹿嶽嶽, 朱雲折其角.)”라고 하였다. 논쟁 중에 남의 논박을 받는 일을 말한다. 『漢書』 「朱雲傳」.
  551. 551)베로 만든 북(布鼓) :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북. 한나라 왕존王尊이 동평왕東平王의 재상이 되었을 때, 임금 앞에서 태부太傅가 ≺相鼠≻라는 시를 강론하는 것을 보고는, “소리도 안 나는 베 북을 가지고, 천지를 진동시키는 큰 북이 걸려 있는 뇌문雷門 앞을 지나가지 말라.(毋持布鼓過雷門)”라고 하면서, 변변찮은 재주를 가지고 뽐내지 말라는 뜻으로 힐난했던 고사가 전한다. 뇌문은 회계會稽의 성문을 가리키는데, 뇌문 위에 걸린 북은 소리가 커서 낙양洛陽까지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漢書』 권76 「王尊傳」.
  552. 552)토룡土龍 : 기우제 때 흙으로 용을 만들어 놓은 것. 혹은 지렁이. 여기서는 앞의 포고布鼓와 함께 허명만 있고 실상이 없는 것을 비유한다.
  553. 553)화양華陽 큰 어른 : 송시열宋時烈(1607~1689). 호는 우암尤菴. 조선 후기의 대학자. 주자학자로서 기호학파의 학통을 충실히 계승, 발전시킨 인물이다. 『朱子大全』과 『朱子語類』의 연구에 몰두하여 『朱子大全箚疑』·『朱子語類小分』 등의 저술을 남겼다. 충북 괴산의 화양동에 살았으며 17세기 중엽 이후 붕당정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서인·노론의 영수이자 사상적 지주로서 활동하였다.
  554. 554)천신薦紳 : 진신縉紳과 같은 말. 원래는 고대 고급 관리의 장식물인데, 관직에 있거나 역임한 사람의 의미로 쓰인다.
  555. 555)관각館閣 : 홍문관弘文館과 예문관藝文館을 지칭하는 말. 왕조의 사명詞命을 짓고 펴내는 기관으로, 중국의 당송 시대로부터 일류 문사를 발탁하였다. 조선에서도 이들 기관의 대제학大提學을 모든 벼슬 중에 제일 영화롭게 여겼다. 이들 기관에서 창작한 문학을 관각문학館閣文學이라고 한다.
  556. 556)은둔하는 선비(肥遯) : 비둔肥遯은 은둔하며 여유롭게 사는 생활을 말한다. 『周易』 「遯卦」 ‘上九’에 “살지는 은둔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肥遯, 無不利.)”라는 말이 나온다.
  557. 557)원회元會 : 원회운세元會運世의 준말. 원회운세설은 우주의 흥망성쇠에 관해 송나라 소강절邵康節이 만들어 낸 이론이다.
  558. 558)형주荊州를 만나고자 하는 소원 : 당대의 명사를 알고자 하는 마음. 당나라 원종 때 사람인 한조종韓朝宗이 형주 자사荊州刺史일 때 이백李白이 편지를 보내어 “살아서 만호후에 봉할 필요는 없고, 다만 한 번 한형주를 알고자 합니다.(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다. 알고자 한다는 것은 만나서 면식面識을 가지고자 한다는 뜻이다. 『古文眞寶』 「與韓荊州書」.
  559. 559)등왕각滕王閣으로 부는 바람 : 등왕각은 강서성 남창현南昌縣에 있는 유명한 누각이다. 초당 사걸初唐四傑의 한 사람인 왕발王勃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등왕각의 연회에 참석하라고 일러 주었고, 때마침 순풍이 불어 바람이 배를 휘몰아서 마당馬當에서 남창까지 700리 길을 하룻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에 왕발이 「滕王閣詩序」를 지어 문명을 천하에 드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560. 560)탄식하며 허공에 글을 쓰지(咄咄書空) : 돌돌서공咄咄書空이라는 표현은 남조 송나라 유의경劉義慶의 『世說新語』 「黜免」에 등장한다. 진晉나라 은호殷浩가 제명되어 평민으로 전락한 뒤에 하루 종일 공중에다 뭔가 글씨를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엿보니 바로 ‘돌돌괴사咄咄怪事’ 네 글자였다고 한다.
  561. 561)돌아가신 대감의 수적手蹟 : 서준보의 부친인 서유린徐有隣(1738~1802)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전라도관찰사, 병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특히 서유린은 1788년에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크게 공헌한 서산 대사西山大師를 기리는 대흥사 표충사를 중수하였다. 1791년 세운 「西山大師表忠祠紀蹟碑」는 서유린이 글을 짓고 정동준鄭東浚이 글씨를 쓰고 심이지沈頤之가 전서篆書를 썼다.
  562. 562)감당나무 사당(棠社) : 감당나무는 선정을 행한 방백方伯을 비유하는 말. 주나라 소백召伯의 덕정을 찬미한 『詩經』 「小雅」 ≺甘棠≻에 “무성한 감당나무를 자르지도 말고 휘지도 말라. 소백이 머무셨던 곳이니라.(蔽芾甘棠, 勿翦勿拜. 召伯所說.)”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563. 563)동향桐鄕 : 옛날 수령의 은혜로운 정사를 잊지 못하고 있는 고을. 한나라 주읍朱邑이 젊었을 때 동향의 관리로 있었는데, 동향에서 그를 못내 사모하자 죽어서 그곳에 장사를 지내었던 고사가 있다. 『漢書』 「循吏傳」 ‘朱邑’.
  564. 564)검은 일산(皂盖) : 조개皂盖는 관원들이 쓰는 검은색 일산日傘을 말한다. 흔히 수령의 행차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565. 565)계극棨戟 : 지방관이 밖에 나다닐 때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나무로 만들고 적흑색 비단으로 둘러싼 의장용의 창.
  566. 566)영색鈴索 : 방울을 달아 놓은 새끼줄. 여기서는 직접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567. 567)철경掣鯨 : 철경 응언掣鯨應彦. 생몰년 미상. 19세기 후기의 승려. 속성은 김金씨, 영암 출생. 만덕산萬德山 백련사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연파蓮坡 법사의 법을 이어받았다. 아암 혜장兒庵惠藏의 문도이며 정약용과도 교분이 있었다. 아암이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어찌 그리 그대를 본 것이 늦었는가? 그대를 기다린 지 오래다.’라고 하여 그가 큰 법기法器임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도 그에게 7언 16구에 이르는 장시 1수를 지어 주는 등 애정을 표한 바 있다. 대사의 문인으로는 쌍련雙蓮과 성관性貫 등이 있다. 『東師列傳』 「掣鯨講師傳」에는 문집 2권이 있다고 하였으나 현재 전하지 않는다. 앞에 나온 「掣鯨堂偈」 참조.
  568. 568)규산圭山 : 규봉 종밀圭峰宗密(780~841). 당나라 승려로 화엄종 제5조이고 하택종 제5조이다. 징관의 제자로 『華嚴經』을 연구하였으며 선교일치를 주창하였다. 저술로는 『圓覺經大疏』, 『圓覺經釋義抄』, 『華嚴經綸貫』, 『禪源諸詮集都序』, 『起信論疏』, 『圓覺道場修證儀』, 『金剛經疏論纂要』 등이 있다.
  569. 569)신훈新熏 : 어떤 중생이나 다 저절로 갖추어진 본래면목은 부처님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그것을 본각本覺이라 한다. 그러나 무명의 업장이 두꺼운 중생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교화를 받아 발심하고 부지런히 닦아 비로소 크게 깨친 뒤 불과佛果를 새로 맺게 된다. 이것을 시각始覺이라 하는데, 시각을 이루는 수단 방법이 새로 닦는 것, 곧 신훈이다.
  570. 570)규산이 분망하게 신훈을 세웠다네 : 규봉 종밀이 『金剛經』에 주석한 것을 가리킨다.
  571. 571)공생空生 : 수보리(ⓢ Subhūti)의 다른 이름. 부처님의 십대제자 가운데 공空을 제일 잘 이해해서 ‘해공解空제일’이라고 한다.
  572. 572)별안화別眼花 : 상相을 벗어난 보살의 안목을 비유한다.
  573. 573)연석燕石 : 연산燕山에서 나오는 돌. 옛날 송나라의 어리석은 사람이 이 돌을 오대梧臺의 동쪽에서 얻고는 큰 보물이라 여겨 비단으로 몇십 겹을 싸서 잘 보관하였으나 결국 일반 돌과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574. 574)세친世親 : 천친天親. ⓢ Vasubandhu. 소승인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 출가하였으나 후에 형 무착無着의 권유로 대승에 귀의하여 유식의 교의를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저서로 『俱舍論』, 『十地經論』, 『唯識論頌』, 『金剛般若波羅蜜經論』 등이 있다.
  575. 575)우리 집안의 진리 : 자성의 깨달음을 말한다.
  576. 576)뇌고牢固 : ‘오뇌고설五牢固說’에 따르면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이후의 오백 년 동안을 해탈뇌고解脫牢固, 다음 오백 년을 선정뇌고禪定牢固, 세 번째 오백 년은 다문뇌고多聞牢固, 네 번째 오백 년은 탑사뇌고塔寺牢固, 다섯 번째 오백 년은 투쟁뇌고鬪爭牢固라 한다. 『金剛經』에서는 후오백세의 말법시대에도 계를 지니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 부처님 설법에 진실한 믿음을 낸다고 설법하고 있다.
  577. 577)비로봉 : 비로자나불의 머리.
  578. 578)묵돌墨突 : 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 동한 반고班固의 「答賓戲」에 “공자가 앉은 자리는 따스해질 틈이 없었고, 묵자의 집 굴뚝은 검어질 틈이 없었다.(孔席不暖, 墨突不黔.)”라고 하였다. 『文選』 권45.
  579. 579)위음왕불威音王佛 : 『法華經』 「常不輕菩薩品」에 등장하는 부처님으로 과거장엄겁過去莊嚴劫에 최초로 성불한 부처님이다. ‘위음왕불이 출현하기 이전(威音王已前)’은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천지미분전天地未分前과 마찬가지로 향상제일의제向上第一義諦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祖庭事苑』에서는 “위음왕 이전은 실제이지實際理地를 밝힌 것이고, 위음왕 이후는 불사문중佛事門中을 밝힌 것이다.”라고 하였다.
  580. 580)오늘사 감람나무~나루에 가득하네 : 감람나무는 깨달음, 제비 나루는 마음의 고향. 즉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을 표현한 것이다.
  581. 581)이견二見 : 단견斷見과 상견常見. 혹은 유견有見과 무견無見. 아견我見과 법견法見.
  582. 582)다생을 산다 해도 : 다생, 즉 윤회에는 분단생사分段生死(중생)와 변역생사變易生死(보살)가 있다.
  583. 583)선법당善法堂 : 도리천의 왕 제석이 거처하는 궁궐 이름. 궁궐 안에서 천상 사람들을 모아 놓고 『金剛經』을 자주 설한다고 한다.
  584. 584)악차惡叉 : 나무 이름. 열매 세 덩어리가 한 꼭지에 달려 있다. 미혹(惑), 업業, 고苦를 비유한다.
  585. 585)금사소겁金沙小刼 : 금가루 수만큼의 겁.
  586. 586)세주世主 : 세주천世主天. 사천왕四王天, 범천梵天, 대자재천大自在天을 통칭하여 세주라 한다.
  587. 587)천마天魔 : 사마四魔의 하나로, 욕계欲界의 꼭대기에 있는 제6천의 주인이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 앉아 수도할 때 천마가 와서 성도成道를 방해하려 하였으나, 부처님이 선정에 들어 항복받았다고 한다.
  588. 588)삼시에 신명~것 도와주네 : 아침, 점심, 저녁에 신명을 바치는 것은 누구와 더불어 동일해지기 위함인가라는 질문, 그리고 그것은 보살행을 해야만 가능함을 암시한다.
  589. 589)비 피함에~알게 됐네 : 수나라 때 익주 신번현 왕자촌에 구苟라는 사람이 마을 동쪽 들판에 나가 허공에 『金剛經』을 쓴 후 그 자리는 비에 젖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당나라 고조 때 서역승이 한 사람 이곳에 이르러 허공에다 절을 하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여기는 『金剛經』이 있어 하늘 무리들이 항상 와서 둘러싸고 공양을 하므로 절을 하였소.”라고 하였다. 『金剛經刊定記』.
  590. 590)연성에 머리~묻지 말라 : 세존께서 보살행을 닦으실 시절에 머리칼을 풀어 진흙땅을 덮고 연등불燃燈佛께 꽃을 바쳤다.
  591. 591)오안五眼 : 실상을 관찰하는 정도에 따라 안목을 다섯 종류로 분류한 것이다. 곧 육안肉眼·천안天眼·혜안慧眼·법안法眼·불안佛眼을 말한다.
  592. 592)삼념三念 : 과거·현재·미래의 마음.
  593. 593)달팽이 뿔(蠻觸) : 달팽이의 두 뿔에 나라가 있는데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蠻, 왼쪽 뿔에 있는 나라는 촉觸이다. 두 나라가 서로 다투어 전쟁을 벌이는데 죽은 시체가 수만 명이었으며 북으로 쫓아가 십오 일 지나서 돌아왔다. 후에 작은 일로 서로 다투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莊子』 「則陽」.
  594. 594)등롱 불빛 : 등롱燈籠은 불을 켠 초나 호롱을 담아 내어 걸거나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595. 595)노주露柱 : 불전에 있는 둥근 기둥.
  596. 596)낭탕초 먹어~누가 말했나 : 낭탕莨菪은 다년생의 초본식물. 신경을 진정시켜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東醫寶鑑』에서 “낭탕독莨菪毒(초우엉씨)은 사람을 크게 번민케 하며 눈에서는 성화星火가 보이고, 귀신이 보여 미쳐 날뛴다. 물에 간 녹두즙을 먹이거나, 감초, 제니薺苨의 전즙煎汁을 먹인다. 또는 감초, 흑두를 진하게 달여 먹이거나, 게즙(蟹汁)을 먹인다.”라고 하였다. 눈에서 침이 나온다는 것은 눈이 뜨겁고 빠질 듯이 아프다는 표현인 듯하다.
  597. 597)묘염천왕 : 『華嚴經疏鈔』에 ‘묘염해대자재천왕妙燄海大自在天王’이 나온다.
  598. 598)기와점 거북점 : 기와점(打瓦)은 기와를 격파하여 균열된 무늬로 길흉을 점치는 방법. 거북점(鑽龜)은 거북을 구워 등이 갈라지는 모양으로 길흉을 점치는 방법.
  599. 599)씩씩하게(炰休) : 포휴炰休는 포휴炰烋라고도 쓴다. 원래는 맹수가 성내어 포효하는 것으로 사람이 소리치고 포악하게 성내는 것을 형용한다.
  600. 600)지리자支離子 : 『莊子』 「人間世」에 나오는 우화적인 인물 지리소支離疏. 천하에 흉한 꼽추의 모습으로 오히려 전쟁 같은 세상의 해침을 받지 않고 자신의 덕을 온전하게 보존하며 사는 사람의 비유로 등장한다.
  601. 601)망상罔象 : 혹은 상망象罔. 『莊子』 「天地」에 등장하는 우화적인 인물. 황제黃帝가 적수赤水 북쪽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현주玄珠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고 상망만이 찾아냈다고 한다. 상象은 비무非無, 망罔은 비유非有를 뜻한다. 즉 무심無心, 무형적無形跡의 비유로 쓰인다.
  602. 602)단하丹霞 : 단하 천연丹霞天然(739~824). 당나라 때 승려. 석두 희천石頭希遷의 문하에서 참학하였다. 기행과 파격의 문답으로 유명하며 공안집에 단하끽반丹霞喫飯, 단하분불丹霞焚佛, 단하재즉丹霞在則 등의 공안이 전한다.
  603. 603)구멍 하나(一竅) : 일규一竅는 사물의 중추가 되는 부분. 규의 뜻은 구멍인데 전성되어 사물의 핵심 부위를 가리킨다.
  604. 604)쇠를 단련함(點化) : 도교에서는 쇠를 단련(점화點化)하여 금을 만든다고 한다. 문장을 다듬는다는 의미도 있다. 불가에서는 언어와 방편으로 계발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의 비유로도 쓰인다.
  605. 605)황엽黃葉을 돈이라 함 : 황엽지제黃葉止啼. 버드나무의 누런 잎을 금이라 하여 어린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다는 의미. 불교에서 황엽은 중생을 제도하는 방편을 말한다.
  606. 606)해파리가 새우~보는 것 : 곽박郭璞의 「江賦」에 “해파리의 눈은 새우이다.(水母目蝦)”라고 한 데서 나온 표현이다. 해파리는 눈이 없어 기생하는 새우 눈의 도움을 받는다는 고대인의 인식이 있다.
  607. 607)청전물靑氈物 : 선대先代로부터 전해진 귀한 유물. 진晉나라 왕헌지王獻之가 누워 있는 방에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모조리 훔쳐 가려 할 적에, 그가 “도둑아, 푸른 모포는 우리 집안의 유물이니, 그것만은 놓고 가는 것이 좋겠다.(偸兒, 靑氈我家舊物, 可特置之.)”라고 하자, 도둑이 질겁하고 도망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晉書』 권80 「王獻之列傳」.
  608. 608)태아검太阿劍 : 중국의 옛 보검 이름. 춘추시대 구야자歐冶子와 간장干將이 만들었다고 한다.
  609. 609)풍성 : 지명.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옛날 오나라 지역인 예장군豫章郡 풍성豐城 땅에 묻혀서 밤마다 북두성北斗星과 견우성牽牛星 사이에 자기紫氣를 내뿜고 있다가 발굴되어 세상에 나왔다는 전설이 있다. 『晉書』 「張華傳」.
  610. 610)뇌환雷煥 : 사람 이름. 천문天文을 잘 파악했던 사람이다. 오나라 때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늘 보랏빛 기운이 감돌기에 장화張華가 예장豫章의 점성가 뇌환에게 물었더니 보검의 빛이라 하였다. 이에 풍성 감옥 터의 땅속에서 춘추시대에 만들어진 전설적인 보검인 용천검龍泉劍과 태아검을 발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晉書』 「張華傳」.
  611. 611)참새 그물 : 한나라 적공翟公이 정위廷尉로 있을 때 빈객이 서로 다투어 찾아오는 바람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가, 파직된 뒤에는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아 문 앞에 참새 잡는 그물을 칠 정도가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史記』 권120, 「汲鄭列傳」.
  612. 612)≺백설곡白雪曲≻ : ≺양춘곡陽春曲≻과 함께 초나라의 2대 명곡으로 뽑히는 곡으로, 내용이 고상하여 창화唱和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다.
  613. 613)≺파인곡巴人曲≻ : 송옥宋玉의 ≺對楚王問≻에 “영중에서 노래하는 나그네가 있어 맨 처음 ≺하리곡≻·≺파인곡≻을 노래하자, 국중에서 그것을 이어 창화하는 자가 수천 인이었고, ≺양아곡≻·≺해로곡≻을 노래하자 그것을 이어 창화하는 자는 수백 인이었고, ≺양춘곡≻·≺백설곡≻을 노래하자 그것을 이어 노래하는 자는 수십 인에 불과했으니,……이는 곡조가 고상할수록 창화하는 자가 더욱 적기 때문이다.(客有歌于郢中者. 其始曰下里巴人, 國中屬而和者數千人. 其爲陽阿薤露, 國中屬而和者數百人. 其爲陽春白雪, 國中屬而和者不過數十人.……是其曲彌高, 其和彌寡.)”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자신의 노래를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614. 614)나무닭이 새벽에~돌사람 들으리라 : 『金剛經五家解說誼』에 “만일 경 중에서 무엇이 가장 핵심이냐고 묻는다면, 돌사람이 밤에 나무닭 울음소리를 듣는다 하실 것이다.(若問經中何極, 則石人夜聽木鷄聲.)”라고 하였다. 이는 시비분별을 여의고 제상諸相의 여여한 실체를 보아야 함을 말한 것이다.
  615. 615)꼭지 없애고 뿌리 끊어 : 뿌리를 깊이 하고 꼭지를 단단히 하는 것은 장생의 도라 한다. 『道德經』 제59장에 “나라를 소유한 모는 장구할 수 있으니, 이는 뿌리를 깊이 하고 꼭지를 단단히 하여 길이 살아 오래도록 보는 도라 한다.(有國之母, 可以長久, 是謂深根固蔕, 長生久視之道.)”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616. 616)수보리須菩提 : ⓢ Subhūti의 음역이다. 의역으로는 선업善業·선길善吉·선현善現·선실善實·선견善見·공생空生 등으로 번역된다.
  617. 617)삼유三有 : 삼계三界. 유有는 존재한다는 뜻으로, 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받게 되는 고통과 즐거움이 제각기 다른 욕유欲有·색유色有·무색유無色有를 말한다.
  618. 618)팔환八還 : 『楞嚴經』에서 아난이 진성眞性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부처님이 답하시기를, “명明·암暗·통通·색塞·연緣·공空·울鬱·청淸 등의 여덟 가지 만물의 속성은 귀속되는 원인이 있으나 이 여덟 가지를 보는 견見의 정명精明한 성性은 귀속되는 곳이 없으니 그것이 너 자신의 진성이다.”라고 하였다. 시각 작용에서 인식한 내용을 원인이 되는 여덟 곳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밝음은 해로, 어둠은 그믐으로, 통함은 문으로, 막힘은 벽으로, 소연은 분별로, 텅 빔은 허공으로, 갑갑함은 짙은 먼지로, 맑음은 갬으로 환원시켰다.
  619. 619)사선천四禪天 : 불교에서는 천계를 욕계천欲界天과 색계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으로 나눈다. 욕계천에는 사왕천·도리천·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이 있고, 색계천에는 초선천과 이선천·삼선천·사선천이 있으며, 무색계천에는 공무변처천과 식무변처천·무소유처천·비상비비상처천이 있다고 한다.
  620. 620)곡돌을 놓으라 한 것 : 곡돌사신曲堗徙薪이라는 성어가 있다. 화재에 대비해서 미리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로 『漢書』 권68 「霍光傳」에 나온다. “어느 집에서 아궁이와 구들과 굴뚝을 바로 내고, 굴뚝 옆에다 섶을 쌓아 놓았다. 한 친구가 보고 말하기를, ‘이러다가는 화재가 나기 쉬우니 구들을 구불구불하게(曲堗) 고치고 섶을 다른 데로 옮기라(徙薪).’고 하였으나, 주인은 듣지 않았다. 수일 후에 불이 났는데, 이웃에서 와서 불을 끄느라고 머리가 타고 이마가 덴 이가 있었다. 그 집에서 이웃 사람들을 대접하는데 머리 타고 이마 덴 사람을 윗자리에 앉게 하고, 전일에 구들을 고치라고 미리 말하던 사람의 고마움을 몰랐다가 다시 옆의 사람의 말을 듣고서야 전일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621. 621)난정蘭亭 : 정자 이름. 절강성 소흥시紹興市 서남쪽의 난저산蘭渚山 위에 있다. 동진 영화永和 9년(353) 늦은 봄에 난정에서 왕희지王羲之, 사안謝安, 손작孫綽 등 42인의 명사가 모여 삼짇날의 계사禊事를 행한 뒤에 곡수曲水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으며 성대한 풍류놀이를 즐긴 이야기가 왕희지의 「蘭亭記序」에 나온다.
  622. 622)섭공葉公과 공자의~숨기라 하였으며 : 『論語』 「子路」에 섭공이 공자에게 “우리 무리에 몸을 바르게 하고 행하는 자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것을 증명하였습니다.(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라고 하였다. 공자는 “우리 무리의 정직한 자는 이와 다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하여 숨겨 주고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 주니, 정직함은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라고 하였다. 이후 양양攘羊은 어버이의 잘못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쓰였다.
  623. 623)심도자心都子와 양자楊子의~찾았다는 이야기 : 다기망양多歧亡羊이라는 고사와 관련이 있다. 양자楊子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어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찾으려 하였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양자가 그 이유를 묻자 ‘갈림길 속에 다시 갈림길이 있어 어디로 양이 갔는지 알 수 없기에 돌아오고 말았다.’고 하였다. 이에 심도자가 말하기를, ‘대도大道는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 학자는 방도方道가 많아 생명을 잃는다.’라고 하였다. 『列子』 「說符」.
  624. 624)석옥의 시는 모두 24편이다. 『石屋淸珙禪師語錄』(X70)에 ≺山居詩≻라는 제목으로 170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칠언율시는 57수, 오언율시는 19수, 칠언절구는 94수이다. 『栢悅錄』에서는 이 중 칠언율시 12수, 칠언절구 12수를 수록하였다. 그러나 석옥의 어록에서 직접 발췌한 것은 아니다. 『栢悅錄』 ≺山居雜詠≻의 모본은 철경이 서문을 쓴 『六老山居咏』인데, 그 서문(「石屋禪師律詩奉和序」)에서 말하기를 ‘중국 장주長洲 사람 고사립顧嗣立(1665~1722)이 엮은 30여 수의 석옥 시를 통해’ 석옥의 ≺山居詩≻를 접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는 『四庫全書』에 수록된 『元詩選』 초집 권68에 수록된 ‘석옥 선사 청공’ 항목을 따로 베낀 것으로, 여기에는 석옥의 시가 6제 34수 수록되어 있다.(정민, 「새로 찾은 다산의 산거잡영山居雜詠 24수」, 『문헌과 해석』 42집, 문헌과해석사, 2008). 『石屋淸珙禪師語錄』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21년 법주사의 진하震河가 청나라 말기(1887)에 중각된 것을 구입해 들여오면서부터이며, 고사립이 뽑은 석옥의 ≺山居詩≻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때는 18세기 중엽 이후로 추정된다.(김상일, 「육로산거영과 석옥청공 다산정약용의 산거시 비교」, 『한국문학연구』 35집,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2008). 본문의 교감은 CBETA에 수록된 속장경(X70. n1399)을 기준으로 대비하였다.
  625. 625)삽계霅溪 : 시내 이름. 절강성 호주시湖州市에 있다. 구 지명으로는 오흥현吳興縣의 별칭으로 쓰였다.
  626. 626)석옥 : 석옥 청공石屋淸珙(1272~1352). 원元나라 승려. 중국 임제종臨濟宗 18대 법손法孫이다. 1272년 강소성 상숙常琡에서 태어나 21세 때 소주蘇州의 흥교興敎 숭복사崇福寺로 출가하였다. 고봉 원묘高峰原妙의 문하에서 공부한 다음 급암 종신及庵宗信의 법을 이었다. 저술로는 문인 지유至柔가 펴낸 『石屋淸珙禪師語錄』이 전한다. 그중 200여 수의 ≺山居詩≻는 임제종의 종지를 실천한 ‘산거’라는 행위의 선적, 문학적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어 당대와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고려 말 태고 보우太古普愚(1301~1382)와 백운 경한白雲景閑(1298~1374) 등이 호주湖州 하무산霞霧山에 주석하고 있는 석옥 청공을 직접 찾아 임제선법을 전수받았다. 특히 태고 보우는 이로 인해 해동 임제종의 시조로 추앙되었다. 따라서 석옥 청공은 임제종을 해동에 전한 인물이면서 ≺山居詩≻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의 지향을 드러낸 문인으로서 13, 14세기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627. 627)다산 : 정약용丁若鏞(1762~1836). 조선 후기의 실학자. 자호는 다산茶山·자하도인紫霞道人, 당호는 여유당與猶堂이다. 유형원, 이익의 학문과 사상을 계승하여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출중한 학식과 재능을 바탕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았으나 1801년(순조 1) 신유사옥 후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이곳에서 독서와 저술에 힘을 기울여 학문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저서에 『經世遺表』, 『牧民心書』, 『欽欽新書』 등이 있다. 특히 강진 유배기(1801~1818)에 인근 백련사나 대둔사의 승려들과 교유하여 영향을 주고받았던 점이 주목된다. 그는 아암 혜장과 가깝게 지내며 아암에게 주역을 가르치고 그로부터는 다도를 익혔다. 다산은 아암의 탑비명을 지었고 10여 편의 시를 남긴 바 있다. 정민(2008)에 따르면 『栢悅錄』에 수록된 ≺山居雜詠≻은 『六老山居咏』을 베낀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유배 말기인 1817년 가을 이후 1818년 정초 사이에 지은 작품으로서 다산이 해배되어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의 초당 생활을 묘사한 작품이다.
  628. 628)바다 건널 부낭 없음 : 바다에서 부낭浮囊이 없으면 죽듯이, 계를 지키지 않으면 출가 납자의 생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大般涅槃經』 권11의 내용이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구명부대(浮囊)를 몸에 달고 바다를 건너려 할 때에, 바닷속에 있던 나찰이 이 사람에게 구명부대를 달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듣고 생각하기를 ‘이것을 주면 나는 반드시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라 하였다. (중략)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계율을 두호하고 지니는 것도 그와 같아서 바다를 건너가는 사람이 구명부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과 같으니라.” ABC, K1403 v38, p.824a01; 『涅槃經』 권11(T11, 432b).
  629. 629)진흙에 붙은 솜 : 번뇌에 대하여 요지부동하는 자세를 말한다.
  630. 630)철경 : 주 567 참조.
  631. 631)「정토분淨土分」 : 『金剛經』 제10 「莊嚴淨土分」.
  632. 632)강엄江淹(444~505) : 남조 양나라의 문학가. 자는 문통文通. 어릴 때부터 문명을 날렸으며 관직은 금자광록대부에 이르렀고 예릉백에 봉해졌다. 여러 사람의 풍격을 잘 모방해서 의고시를 많이 썼다. 그의 부賦 가운데 한과 이별의 정서를 그린 「恨賦」가 유명하다. 이 글에 “若迺騎疊跡, 車屯軌.”라는 표현이 있다. 『文選』의 각주에 “此言榮貴之子, 車騎之多也. 吳都賦曰, 躍馬疊跡. 楚辭曰, 屯余車其千乘. 王逸曰, 屯, 陳也.”라고 하였다.
  633. 633)활 그림자~의심 말게나 : 진晉나라 때 악광樂廣의 집에 자주 왕래하는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한동안 그 손님이 소식이 없어서 그 이유를 물으니, 손님이 대답하기를 “전에 당신의 집에서 내온 술을 마실 때에 술잔 속에 뱀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마셨더니 그 뒤 바로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이에 악광이 그에게 “술잔 안에 비쳤던 것은 뱀 그림자가 아니라, 벽 위에 걸어 놓은 활이 술잔에 비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 손님은 곧 병이 나았다고 한다. 『晉書』 「樂廣傳」.
  634. 634)동림東林 :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
  635. 635)범지능范至能 : 남송의 시인인 범성대范成大(1126~1193). 소흥紹興 연간(1131~1162)에 진사가 되었고 관직은 참지정사參知政事에 이르렀다. 처주處州·정강부靜江府·명주·건강부建康府의 지방관을 역임하였으며 부임하는 곳마다 공적을 쌓았다. 만년에 석호石湖에서 은거하였다. 시에서 이름을 날려 육유陸游, 양만리楊萬里, 우무尤袤와 함께 남송 4대가라고 일컬어진다.
  636. 636)육조 대사(南能) : 남능南能은 당나라 때 남종선南宗禪을 창시한 6조 혜능慧能을 지칭한다. 북종선北宗禪을 창시한 신수神秀와 더불어 남능북수南能北秀라 일컬어진다.
  637. 637)고려의 여덟 노덕 : 고려의 원묘 요세圓妙了世(1163~1245)는 1211년부터 1232년까지 21년 동안 백련사를 중창하였다. 절이 완공되자 보현도량을 개설하고 실천 중심의 결사인 백련사 결사를 맺었다. 이는 송광사를 중심으로 한 수선사修禪寺 결사와 쌍벽을 이루었다. 이후 백련사에서는 120년 동안 8명의 국사를 배출하였다.
  638. 638)천의로 겁석 스침 : 가로세로 높이가 각각 40리 되는 반석磐石을 천인이 아주 가벼운 천으로 100년에 한 번씩 옷자락으로 스쳐서 다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소겁小劫, 80리 되는 반석이 닳는 기간을 중겁中劫, 800리 되는 반석이 닳는 기간을 대아승기겁大阿僧祇劫 즉 무량겁無量劫이라고 한다. 『菩薩瓔珞本業經』. 그 반석을 겁석劫石이라고 한다.
  639. 639)마름 옷 : 은자의 옷. 남제南齊 때 주언륜周彦倫은 북산北山에 은거하며 명망이 있었으나 후에 세상에 나가 해염현령海鹽縣令이 되었다. 그가 다시 벼슬을 그만두고 북산으로 들어가려 하자 함께 은거했던 공치규가 산신의 뜻을 가탁하여 「北山移文」을 지어 거절하였다. 그 시에 “그동안 입고 지내던 마름 옷을 불살라 버리고 연잎 옷을 찢어 버린 채, 먼지 낀 얼굴을 뻣뻣이 치켜들고서 속된 모습으로 마구 달려 나갔네.(焚芰製而裂荷衣, 抗塵容而走俗狀.)”라고 하였다. 『古文眞寶』 「北山移文」. 여기서 마름 옷, 연잎 옷은 다 은자의 옷을 가리킨다.
  640. 640)모래 씻는 물결(浪淘沙) : 낭도사浪淘沙는 곡조의 이름이다. 교방곡의 이름으로 후에 사패詞牌로 사용되었다. 또한 ≺浪淘沙令≻·≺賣花聲≻·≺過龍門≻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당나라 때 유우석劉禹錫·백거이白居易로부터 짓기 시작하였다. 원래는 소곡小曲으로 단조 28자, 4구로 칠언절구와 같다.
  641. 641)붉은 흙으로~칠한 후에 : 주묵朱墨으로 지은 글의 일부를 붓으로 지우고서 새로 고치는 것을 말한다.
  642. 642)경각화頃刻花 : 홀연히 피어나는 신기한 꽃송이. 등화燈花를 비유한다. 당나라 한유韓愈의 조카 한상韓湘은 방탕불기하고 술을 마시면 취하며 취하면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한상이 ≺言志≻라는 시를 지어 “준순주를 만들 줄도 알고, 경각화를 피울 수도 있다.(解造逡巡酒, 能開頃刻花.)”라는 시구를 보여 주자 한유가 믿지 않았다. 이에 한상이 흙을 긁어모아 동이로 덮어 두었다가 얼마 뒤에 동이를 들어 보니 모란꽃 두 송이가 피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靑瑣高議』 「韓湘子」.
  643. 643)호상濠上 : 중국 안휘성安徽省에 있는 강인 호수濠水 가를 말한다. 장자와 혜자惠子가 호수 근처에서 피라미가 노니는 것을 보고 물고기의 즐거움에 대해서 논한 고사가 있다. 『莊子』 「秋水」. 후에 회심이 있어 스스로 그 즐거움을 얻은 경지를 비유하게 되었다.
  644. 644)금악琴嶽 : 거문고. 모양이 산처럼 올라와서 붙인 이름이다.
  645. 645)미천彌天 : 『金剛經』을 처음 과목 구분한 이가 동진 때의 미천 도안彌天道安이다. 도안은 수많은 경전 번역과 저술을 남겼다.
  646. 646)습착치習鑿齒 : 인명을 연못(指地池)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습착치는 동진의 명사名士. 양양인襄陽人, 자는 언위彦威. 습욱지習郁之의 후손이다. 박학다식하여 문장과 역사로 저명하였다. 일찍이 당대의 고승 도안 법사와 교유하였는데 스스로 ‘사해습착치四海習鑿齒’라 부르자 도안이 ‘미천석도안彌天釋道安’이라 답한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 미담으로 소문이 났다.
  647. 647)서산西山 :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은거했던 수양산의 다른 이름이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할 때 백이와 숙제가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 만류하였으나 듣지 않자, 무도한 주나라의 곡식은 먹지 않겠다며 서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으며 숨어 살다가 굶어 죽었다.
  648. 648)수룡袖龍 : 수룡 색성袖龍賾性(1777~?). 조선 후기 대흥사 승려. 속성은 임任씨, 해남 사람. 두륜산頭輪山 모윤慕閏 문하에서 승려가 되었다. 외전外典을 잘 알았으며, 경학經學을 정연精硏하여 이성理性의 이치에 대해 깊이 연구하였다. 연파蓮坡의 법인法印을 전해 받을 때 수룡이라는 당호를 내려 주며 서문을 썼고, 다산 정약용은 게송을 지어 주었다. 저서에는 문집 1권이 있으나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대사의 문인으로는 서주 의수犀舟懿修·철선 혜즙鐵船惠楫·태호 세관太湖世觀이 있다. 『東師列傳』 「袖龍講師傳」.
  649. 649)바쁜 일 없고(朝不夕) : 조불석朝不夕은 조이불석朝而不夕이다. 아침에 임금을 알현하는 것을 ‘朝’라 하고 저녁에 임금을 알현하는 것을 ‘夕’이라 한다. 백성이 편안하여 일이 적기 때문에 백관이 모두 아침에만 알현하고, 저녁에는 알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일이 없는 것을 말한 것이다.
  650. 650)진흙물 베고 자네 : 진흙을 띠고 물을 건너는 ‘타니대수拖泥帶水’라는 말은 보살행을 표현하는 관용어인데, 이 시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651. 651)침교枕蛟 : 침교 법훈枕蛟法訓. 생몰년 미상. 조선 후기 대흥사 승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활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東師列傳』에 독립된 항목이 없는데 아암 혜장의 의발을 전해 받은 제자 중의 한 분으로 소개되어 있다. 『東師列傳』 「蓮坡講師傳」, “수룡 색성, 철경 응언, 침교 법훈이 스님(아암)의 의발을 전해 받았다.”
  652. 652)철선鐵船 : 철선 혜즙鐵船惠楫(1791~1858). 속성은 김씨, 전라남도 영암 출생. 세수는 67세, 법랍은 55년. 1804년 출가하여 두륜산 성일性一에게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 19세에 완호玩虎에게 나아가 『緇門』을, 연암蓮庵에게 나아가 사집四集을, 철경掣鯨에게 나아가 오교五敎를 배우고, 수룡 색성의 법통을 이어받았다. 글씨가 유명하여 정약용의 찬탄과 격려를 받은 기록이 있다. 문집 1권이 남아 있다.(김두재 역, 『東師列傳』 「鐵船講師傳」, pp.374~376)
  653. 653)이 작품은 『鐵船小艸』 ≺謹次石屋和尙閒居韻≻ 7수 중 제1수이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6b).
  654. 654)범해梵海 : 범해 각안梵海覺岸(1820~1896). 주 201 참조.
  655. 655)범해의 작품 12수는 『梵海禪師詩集』 ≺次石屋和尙山居詩【十二首】≻에 수록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1101a~c)
  656. 656)아양승啞羊僧 : 벙어리 염소같이 설법할 줄 모르는 승려. 지극히 어리석은 스님이 선악의 계율을 분별치 못하여 범하고도 참회할 줄 모르는 것을 염소가 죽어도 소리를 못 내는 데 비유한다.
  657. 657)팔환八還 : 주 618 참조.
  658. 658)두헌竇憲 : 후한 때 사람. 자는 백도伯度. 누이가 황후가 되자 거기장군車騎將軍에 임명되어 북선우北單于를 격파하고 그 비碑를 연연산燕然山에 세우고 개선하였다. 그러나 후에 대장군이 되어 세력을 부리자 두씨竇氏 일족이 조정에 가득 차므로, 장제章帝가 정중鄭衆과 밀의하여 그 인신印信을 박탈하고 자살하게 하였다.
  659. 659)진단陳摶 : 오대 송나라 초기 인물. 도술로 유명하다. 무당산武當山의 구실암九室巖과 화산華山의 운대관雲臺觀 등지에서 은거하며 문을 닫고 혼자 누워 있는 때가 많았는데, 한번 잠자리에 들면 수개월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한다.
  660. 660)담복화薝蔔花 : ⓢ campaka. 불경에 나오는 꽃으로 “숲속에 담복화가 있으면 온 숲이 담복화의 향기만으로 가득하다.”라고 하였다. 인도에는 이 꽃이 많고 향기가 매우 뛰어나서 이를 부처의 공덕의 향기에 비유하고 전하여 승사僧舍를 의미하게 되었다.
  661. 661)이 작품은 『鐵船小艸』 ≺謹次石屋和尙閒居韻≻ 7수 중 제2수이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6bc).
  662. 662)노고추老古錐 : 주 327 참조.
  663. 663)초관貂冠 : 고대에 시중과 상시의 갓은 담비 꼬리로 장식하였다. 높은 관직의 벼슬아치를 말한다.
  664. 664)치수 민수(淄澠) : 산동성山東省의 강물. 두 강의 물맛이 서로 같지 않으나 섞으면 분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맛을 잘 아는 역아易牙는 곧잘 분별해 내었다고 한다. 『呂氏春秋』 「精諭」.
  665. 665)목마른 천리마(渴驥) : 갈기渴驥는 ‘목마른 준마가 샘으로 내닫는다(渴驥奔泉)’는 성어에서 유래한다. 당나라 때 명필 서호徐浩가 일찍이 42폭의 병풍을 썼는데, 여기에는 팔체八體가 다 갖추어진 데다 초서와 예서가 더욱 뛰어났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 서법에 대해 말하기를, “성난 사자가 돌을 후벼 낸 듯, 목마른 준마가 샘으로 내닫는 듯하다.(怒猊抉石, 渴驥奔泉.)”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666. 666)원공圓公 : 고산 지원孤山智圓 선사인 듯하다.
  667. 667)여우는 궁극에는~기미를 끊고 : 백장 화상이 상당上堂할 때마다 한 노인이 법을 듣고 대중을 따라 나가곤 하였다. 하루는 법을 듣고도 나가지 않자 백장이 “거기 서 있는 이는 누군가?”라고 하니, 노인이 “제가 과거 가섭불 시절에 이 산에 있었는데, 그때 어느 학인이 ‘대수행大修行하는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묻기에 ‘불락인과不落因果니라.’라고 대답했더니, 뒤에 오백생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습니다. 바라건대 화상께서 저를 대신하여 일전어一轉語를 내려 여우의 탈을 벗겨 주소서.”라고 하였다. 백장이 “불매인과不昧因果니라.”라고 하자, 노인이 깨닫고 예배하면서 “내가 여우의 몸을 벗어 이 산 뒤에 두겠사오니 스님들의 전례대로 장례를 해 주소서.”라고 하였다. 백장이 유나를 시켜 대중에 말하고 산에 가서 여우를 화장하였다고 한다. 『無門關』 「百丈野狐」.
  668. 668)암소는 다른~이 많았더라 : 암소(水牯)의 수水는 북방에 해당하고, 북방 색은 흑색이다. 『禪門拈頌』에 조주趙州가 남전南泉에게 “자신이 태어나야 할 곳을 아는 사람은 죽은 후에 어디로 갑니까?”라고 하니, 남전이 “앞산 시주한 집에 수고우水牯牛가 되어 가리라.”라고 하였다. 조주가 “가르쳐 주심에 감사합니다.”라고 하니, 남전이 “어젯밤 삼경에 달이 창에 비쳤더라.”라고 하였다.
  669. 669)이 작품은 『鐵船小艸』 ≺謹次石屋和尙閒居韻≻ 7수 중 제3수이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6c).
  670. 670)의마심원意馬心猿 : 말과 같은 생각, 원숭이 같은 마음. 우리의 마음이 외계外界에 얽매여 항상 동요하고 고요하지 못한 모양을 말에 비유한 말이다.
  671. 671)이 작품은 『鐵船小艸』 ≺謹次石屋和尙閒居韻≻ 7수 중 제4수이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6c).
  672. 672)원래 나무~열리기를 기다렸네 : “보리는 본디 나무가 아니요, 명경은 또한 대가 아니도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먼지가 어디에서 일어난단 말인가.(菩提本非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라고 한 혜능의 게송이 있다. 『六祖壇經』(T48, 348c).
  673. 673)차율次律 : 원래의 뜻은 일정한 형률에서 한 등 낮은 형벌.
  674. 674)이 작품은 『鐵船小艸』 ≺謹次石屋和尙閒居韻≻ 7수 중 제5수이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6c).
  675. 675)삼수三獸 : 토끼·말·코끼리. 삼수도하三獸渡河라는 비유가 있다. 이들 셋이 물을 건너는데 토끼는 물 위를 헤엄쳐 건너간다. 성문聲聞의 오도悟道가 가장 얕음을 비유한다. 말은 물속을 헤엄쳐 건너간다. 연각緣覺의 오도가 조금 깊음을 비유한다. 코끼리는 강바닥을 걸어서 건너간다. 보살의 오도가 가장 깊음을 비유한다. 또 이는 성문·연각·보살이 번뇌를 끊는 차이에 비유된다.
  676. 676)사사四蛇 : 일종의 비유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사대四大, 즉 흙·물·불·바람(地水火風)을 말한다.
  677. 677)오마吳馬 : 미상.
  678. 678)세 가지의~뱀 깨닫네 : 원오 극근(1063~1135)의 『碧巖錄』 25칙(蓮花庵主不住) 평창에 “삼조연하三條椽下 칠척단전七尺單前에서 다시 참구해 보라.”라는 말이 나온다. 삼조연三條椽(세 개의 서까래)은 선당 천장에 있는 서까래(椽) 세 개(三條)를 가리킨다.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가 30cm 정도이므로 세 개라면 가로 너비가 1m가량 된다. 그리고 칠척단전七尺單前은 길이 일곱 자(약 2m 10cm) 되는 좌단坐單(앉는 자리)을 가리킨다. ‘단單’은 곧 한 사람의 수행승이 좌선·취침하는 면적의 단위이다.
  679. 679)반형班荊 : 형초荊草를 자리에 깔고 앉음.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춘추시대 초나라 오거伍擧가 채나라 성자聲子와 세교世交를 맺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우연히 정나라 교외에서 만나 형초를 자리에 깔고 앉아서(班荊)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春秋左傳』 양공 26년.
  680. 680)이 작품은 『鐵船小艸』 ≺自蓮齋出宿躍堡≻에 수록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92c).
  681. 681)추구蒭狗 : 짚으로 만든 개. 제사가 끝나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버려지므로 소용이 있을 때에는 사용되다가 소용이 없어지면 버려지는 물건, 또는 천한 물건에 비유된다.
  682. 682)종추宗秋 : 밀교는 종춘宗春, 천태·화엄·유식은 종하宗夏, 율종은 종추宗秋, 선종은 종동宗冬이라 한다.
  683. 683)구화漚和 : 방편. ⓢ upāya의 음사.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그 소질에 따라 임시로 행하는 편의적인 수단과 방법을 말한다.
  684. 684)묘희 세계 : 아촉불阿閦佛의 정토의 이름이 아유라제阿維羅提(ⓢ Abhirati) 세계인데, 의역하면 ‘묘희妙喜 세계’로 동방에 있다고 한다.
  685. 685)용단龍團 : 차 이름이다. 송나라 때 황실에 전용으로 공납하던 차로 용봉단龍鳳團이 있는데, 떡차 위에 용무늬가 있는 것은 용단龍團, 봉황 무늬가 있는 것은 봉단鳳團이다.
  686. 686)이 작품은 『鐵船小艸』 ≺自蓮齋出宿躍堡≻에 수록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92c).
  687. 687)육수六銖 : 수銖는 무게의 아주 작은 단위. 천인天人이 입는다는 극히 얇고 가벼운 옷.
  688. 688)은거하니(考槃) : 고반考槃은 안빈낙도하는 은사의 생활을 말한다. 『詩經』 「衞風」 ≺考槃≻에 “산골 시냇가에서 한가히 소요하나니, 현인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澗, 碩人之寬.)”라고 하였다.
  689. 689)서리 막는 꽃(拒霜花) : 거상화拒霜花는 목부용木芙蓉의 별칭이다. 겨울에 마르고 여름에 무성하며 중추경에 꽃이 피는데, 추위를 잘 견디어 떨어지지 않으므로 이렇게 이름 붙였다.
  690. 690)이 작품은 『鐵船小艸』 ≺謹次石屋和尙閒居韻≻ 7수 중 제6수이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86c).
  691. 691)오가 해석 : 『金剛經五家解』는 조선 초 함허 득통涵虛得通(1376~1433)이 『金剛經』을 주석한 주석서 가운데 다섯 명의 주석을 뽑아 묶은 책이다. 규봉 종밀圭峰宗密(780~841), 6조 혜능(638~713), 부대사傅大士(497~569), 야보 도천冶父道川(송대), 예장 종경豫章宗鏡(?~?)의 주석에 함허당 자신의 설의說誼를 붙였다.
  692. 692)단하 스님 : 단하 천연丹霞天然(739~824). 주 602 참조.
  693. 693)출입 금해(禁足) : 금족禁足은 결제結制할 때에 출입을 금하는 것을 말한다.
  694. 694)이 작품은 『鐵船小艸』 ≺自蓮齋出宿躍堡≻에 수록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92c~893a).
  695. 695)광혜狂慧 : 산만하고 어지러운 지혜. 『觀音玄義』 권상에 나온다. 선정을 하나 지혜가 없는 이를 치정癡定이라 한다. 비유하자면 맹인이 눈먼 말을 타는 것과 같아 구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떨어진다. 지혜로우나 선정을 닦지 않는 이를 광혜라 한다. 비유하자면 바람 앞에 깜박이는 등불과 같다. 바람에 흔들려 가물거리면 밝게 비치지 못함과 같다.
  696. 696)아뇩지阿耨池 : 아뇩달지阿耨達池의 준말. ⓢ Anavatapta, ⓟ Anotatta. 의역으로는 무열뇌無熱惱라 한다. 염부주閻浮洲의 4대하인 긍가·신도·박추·사다의 근원으로서 설산의 북쪽, 향취산의 남쪽에 있다.
  697. 697)삼명三明 : ⓢ tisro vidyā, ⓟ tisso vijjā. 아라한의 지혜에 갖추어 있는 자재하고 묘한 작용, 곧 지혜가 분명히 대경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삼명은 육신통六神通 중의 숙명통·천안통·누진통에 해당하는 숙명명宿命明·천안명天眼明·누진명漏盡明을 말한다.
  698. 698)육시六時 : 하루를 여섯으로 구분한 때. 그 명칭은 신조晨朝·일중日中·일몰日沒·초야初夜·중야中夜·후야後夜이다.
  699. 699)자루 썩는 바둑(爛柯碁) : 난가기爛柯碁와 관련한 고사가 있다. 진晉나라 왕질王質이 산에서 나무하다가 몇 명의 동자가 바둑을 두며 노래하는 것을 구경하였는데, 얼마 뒤에 왜 안 가느냐는 동자의 말을 듣고 일어서려 하니 도낏자루가 모두 썩어 있었고, 산을 내려와 보니 아는 사람들이 모두 죽고 없더라는 ‘왕질난가王質爛柯’의 이야기가 남조 양나라 임방任昉의 『述異記』 권상에 나온다.
  700. 700)허공의 실은~알지 못해 : 밤중의 노끈(夜繩)은 착각하기 쉽고, 공중의 실은 분간하기 어렵다는 고사가 있다. 길쌈을 하여 실을 매우 가늘게 만들었는데도 ‘거칠다(麤)’고 항의하는 광인狂人에게 허공을 가리키면서 “이 실은 너무도 가는 실이라서 보이지 않는다.”라고 하자, 광인이 크게 기뻐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高僧傳』 권2 「鳩摩羅什傳」.
  701. 701)성진聲塵 : 육진六塵의 하나. 유정有情·무정無情의 온갖 소리. 육진은 색진色塵·성진聲塵·향진香塵·미진味塵·촉진觸塵·법진法塵 등 육경을 말한다. 육진은 혹 외진外塵·육적六賊으로 쓰기도 한다.
  702. 702)참료자參寥子 : 송나라의 승려 도잠道潛. 운문종 승려 대각 회련大覺懷璉(1007~1090)의 법을 이었다. 소성紹聖 원년(1094)에 소식蘇軾이 남방으로 유배되자 스님도 연좌되어 벌을 받고 환속하였으며, 건중정국建中靖國 원년(1101)에 사면되어 승적을 회복하였다. 저서에 『參寥子詩集』 12권이 있다.
  703. 703)조백棗栢 : 당나라 때 화엄선의 대가인 이통현李通玄(635~730) 장자. 719년(현종 7)에 『新華嚴經』을 가지고 태원의 우현에서 고산노高山奴의 집에 들어가서 3년에 걸쳐 『新華嚴經論』을 저술했을 때 마당에 나오지도 않고 매일 대추 열 개와 손가락만 한 잣나무 잎을 갈아서 만든 떡 하나씩을 먹었기 때문에 그를 가리켜 조백대사棗栢大士라 불렀다고 한다.
  704. 704)이 작품은 『鐵船小艸』 ≺自蓮齋出宿躍堡≻에 수록되어 있다. 『韓國佛敎全書』 제10책(H10, 893a).
  705. 705)중수의 꿀과 사총의 거문고 : 사총思聰과 중수仲殊는 모두 송나라 때의 스님들로, 중수는 꿀을 유독 좋아하였고, 사총은 거문고를 잘 탔다고 한다. 『東坡禪喜集』(B26, 760a).
  706. 706)황이 : 원문에 개를 뜻하는 황이黃耳로 되어 있으나 문맥상 버섯의 일종인 황이黃茸가 적당한 듯하다.
  707. 707)담비 이은 개꼬리라(貂續) : 초속貂續은 구미초속狗尾貂續의 줄임말이다. 고대에 군주를 가까이 모시는 대관大官들은 담비 꼬리로 관을 꾸몄는데, 대신을 너무 많이 임용하여 담비 꼬리가 부족하므로 개 꼬리로 대신한 데서 유래하였다. 이후 나쁜 것으로 좋은 것을 이음에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는 대가들의 시에 차운한 자신을 겸양해하는 말이다.
  708. 708)유다油茶 : 차나무의 일종.
  709. 709)마제馬蹄 편 : 『莊子』의 「馬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710. 710)궁궐(觚稜) : 고릉觚稜은 원래 궁궐 지붕의 모서리 부분에 있는 기와를 말한다. 전성되어 궁궐, 경도, 고국을 의미한다.
  711. 711)하늘가 뜬구름이~떠올릴 뿐 : 이 시를 지은 것은 다산이 강진에 귀양 온 지 18년이 지나가는 해이다. 강진 유배 시의 결말에 해당한다. ≺山居詩≻를 충신연주지사로 변모시킨 다산은 절 가까이에서 여러 해를 지냈고 여러 승려와 깊은 교류를 했지만 천생 조선 시대 사대부의 자세와 정서를 끝까지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12. 712)삼청산인三淸山人 : 미상. 송광사에 삼청각이 있고 송광면 삼청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범해 각안의 문도이면서 송광사, 대흥사와 관련이 있는 승려로 보인다. 이 책의 편자인 금명 보정일 가능성이 크다.
  1. 1){底}松廣寺所藏筆寫本。
  2. 2)目次編者作成補入。
  3. 1)「誟」疑「敎」{編}。
  4. 2)「榮」底本頭註曰「榮違韻疑白字」{編}。
  5. 1)「離」疑「移」{編}。
  6. 1)「味以」疑「以味」{編}。
  7. 1)此句疑脫一字{編}。
  8. 1)「廠」下疑脫一字{編}。
  9. 1)「同」疑衍字{編}。
  10. 2)「漪」下疑脫「爾」{編}。
  11. 1)「圍」底本夾註曰「委」{編}。
  12. 2)「密」與「蜜」同{編}。
  13. 1)「窃」疑「窈」{編}次同。
  14. 1)「李衞公」底本夾註曰「李靖」{編}。
  15. 2)「蘇學士」底本夾註曰「東坡」{編}。
  16. 1)「周」底本夾註曰「濂溪」{編}。
  17. 1)「弸」下疑脫「彋」{編}。
  18. 1)「曲」下疑脫「岐」{編}。
  19. 2)「盤」下疑脫「地」{編}。
  20. 1)「還」下疑脫「嫌」{編}。
  21. 1)「椷」疑「撼」{編}。
  22. 2)「斯」疑「欺」{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