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大悲經卷第一

ABC_IT_K0110_T_001
009_0493_a_01L대비경(大悲經) 제1권
009_0493_a_01L大悲經卷第一


천축(天竺)삼장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 한역
홍승균 번역
009_0493_a_02L高齊天竺三藏那連提耶舍譯


1. 범천품(梵天品)
009_0493_a_03L梵天品第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09_0493_a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성(拘尸那城)의 역사족(力士族)이 사는 곳에 있는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반열반(般涅槃)할 때를 당하여 혜명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009_0493_a_05L一時佛在拘尸那城力士生地娑羅雙樹閒爾時世尊臨般涅告慧命阿難言
“너는 사라쌍수 사이에 사자왕(師子王)이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눕는 방법대로 자리[敷具]를 펴놓도록 하라. 나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겠다. 아난아, 나는 이미 최후의 열반에 들었고, 모든 유위(有爲)의 언설(言說)을 끊어 없앴으며, 이미 불사(佛事)를 다 지었다. 감로(甘露)이며 굴택(窟宅)이 없는 적멸정(寂滅定)의 매우 깊고 미묘하여 보기도 어렵고 깨치기도 어렵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밝은 지혜로 알 수 있는 모든 성현(聖賢)의 법을 설하였다.
009_0493_a_07L汝可於娑羅雙樹閒安置敷具如師子王右脅臥法今後夜當般涅槃阿難我已究竟涅斷除一切有爲言說我已作佛事已說甘露--無有窟宅寂滅定甚深微難見難覺難可測量--明智所知諸賢聖法
내가 이미 위없는 법의 바퀴를 세 번 굴렸으니,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梵天)이나 사람은 세상과 함께하는 법을 가지고는 굴릴 수 있는 자가 없다. 내가 이미 법의 북을 치고 법의 고동을 불며, 법의 깃발을 세우고 법의 배를 설치하며, 법의 다리를 만들고 법의 비를 내리었다.
009_0493_a_13L我已三轉無上法輪若有沙婆羅門若天若魔若梵若人以世共法無能轉者
나는 이미 삼천대천세계에 빛을 비추어서 큰 어두움을 소멸하여 없앴고, 중생들에게 해탈의 바른 도리를 열어 보여서 천인(天人)을 이익으로 가득하게 하였으니, 제도해야만 하는 자는 이미 남김없이 제도하였다.
009_0493_a_15L我已擊法鼓吹法蠡建法幢置法舩作法橋降法雨我已光照三千大千世界滅除大闇開示衆生解脫正道充益天人所應度者皆悉已度
009_0493_b_02L나는 이미 모든 외도(外道)와 모든 다른 논의들을 항복받았으며, 악마의 궁전을 흔들고 악마의 세력을 꺾었다. 대사자(大師子)의 포효로 모든 불사(佛事)를 지었으며, 장부(丈夫)의 업(業)을 세워서 근본 서원을 가득 채웠다. 법안(法眼)을 보호해 지녀서 큰 성문(聲聞)을 가르쳐 보살(菩薩)의 수기(授記)를 주었으니, 미래에 불안(佛眼)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난아, 앞으로 나는 다시 무엇을 짓는 일이 없을 것이고 다만 반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
009_0493_a_19L我已降伏一切外道及諸異論動魔宮殿摧魔勢力大師子吼作諸佛事建丈夫業滿本誓願護持法眼教大聲聞授菩薩記爲於未來佛眼不斷故阿難我今於後更無所唯般涅槃
그때 아난이 이 말씀을 듣고서 근심의 화살을 맞은 듯 너무나 슬프고 괴로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世尊) 바가바(婆伽婆)시여, 열반이 너무나 빠르십니다. 수가타(修伽陀)시여, 열반이 너무나 빠르십니다. 세간의 눈이신 당신이 돌아가시면 세간은 고독하고 세간을 구할 자가 없으며 인도할 스승이 없습니다.”
009_0493_b_03L爾時阿難聞是語已爲憂箭所射大愁惱悲泣流淚白佛言世尊婆伽涅槃太速修伽陁涅槃太速世閒眼滅世閒孤獨世閒無救無有導師
그러자 부처님께서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아난아, 생법(生法)ㆍ유법(有法)ㆍ유위법(有爲法)ㆍ괴법(壞法)이 소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이치는 없다.
009_0493_b_07L爾時佛告慧命阿難莫憂悲阿難生法有法有爲法壞法若不滅者有是處
내가 전에 너에게 말하였거니와, 모든 사랑하는 것들이나 마음에 맞는 일들은 반드시 헤어지고 흩어지는 법이다. 아난아, 너는 이미 자애로운 마음과 둘이 아니며, 마음에 악함이나 신업(身業)이 없다. 그리하여 효성으로 봉양하고 순응하여 따르며 한량이 없을 정도로 나를 모시고 봉양하였다.
009_0493_b_10L我昔告汝一切所愛稱意等必有離散阿難汝已慈心不二心無惡心及與身業孝養隨順而無限量侍養於我
아난아, 그런데 만일 어떤 천인(天人)이나 아수라 등이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을 모시고 공양하되, 한 겁(劫)이 안 되거나 한 겁이 차는 기간을 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또 만일 여래를 보시하여 공양하기를 한 순간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 복은 앞의 것보다 많으니라.
009_0493_b_13L阿難若復天阿修羅給侍供養聲聞緣覺若減一劫滿一劫若復給侍供養如來於一念其福多彼
너는 이미 큰 신통의 부처를 공양하여 나아가 반열반에 들기까지 공양하였으니, 당연히 큰 복과 광대한 공덕을 얻되, 마치 감로(甘露) 중의 제일 감로와 같으며, 가장 나중의 감로는 최후의 열반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너는 슬퍼하지 말라.”
009_0493_b_16L汝已供養大神通佛乃至般涅槃當得大福廣大功德猶如甘露--第一甘露最後甘露--究竟涅槃是故阿難汝莫憂悲
그때 아난은 슬퍼하는 눈물을 닦고 곧 여래를 위하여 사라쌍수 사이에 사자가 오른쪽 옆구리로 눕는 법대로 자리를 설치하였다. 그러자 곧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나무와 약초와 수풀들이 모두 여래가 열반하는 곳을 향하였는데, 넘어질 것 같은 것도 있고, 구부린 것도 있고, 땅에 닿을 듯한 것도 있고, 땅에 쓰러진 것도 있었다.
009_0493_b_19L爾時阿難憂悲抆淚卽爲如來於雙樹閒猶如師子右脅臥法安置敷具卽時三千大千世界所有樹木藥草叢林皆向如來涅槃方所有欲倒者有傴僂者有欲至地者有躄地者
009_0493_c_02L그리고 이 삼천대천세계에 흐르는 크고 작은 온갖 하천과 샘물과 호수들은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해서 흐름을 정지하고 멈춰 있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새나 짐승들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묵묵히 있으면서 먹지도 울지도 않았으며,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해와 달과 별들, 불빛과 밝은 구슬들, 그리고 심지어 반딧불까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모양을 드러내지 않고 빛이 없어서 이를 비추지를 못했다.
009_0493_b_24L此三千大千世界所有衆流--大河泉池陂湖--佛神力故止不流動千大千世界所有禽獸佛神力故然而住不鳴不食三千大千世界所有日星宿火光明珠乃至熒火神力故皆不顯現無有光明不能照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사나운 불길들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다 꺼져버렸으며, 타지도 않고 열기도 없고 무엇을 태우거나 굽지도 못했다.
009_0493_c_08L三千大千世界所有猛火佛神力皆悉止息不燃不熱不能燒炙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지옥에서 솟는 사나운 불길도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하나같이 서늘해졌으며, 저들 모든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잠시 동안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안락함을 얻었다.
009_0493_c_09L千大千世界所有一切地獄猛火神力故皆悉淸涼彼諸地獄所有衆生於剎那頃佛神力故皆得安樂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축생(畜生)들도 모두 한결같이 자애로운 마음과 염려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서로 미워하거나 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끊지 않았다. 모든 아귀(餓鬼)도 굶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았으며,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심신이 뛸 듯이 기뻤고 고통에서 벗어나 쾌활함을 얻어서, 뜻대로 제일가는 안락함을 갖추게 되었다.
009_0493_c_12L三千大千世界所有畜生一切皆起慈心愍心不相瞋惱加害斷命一切餓鬼皆不飢渴一切衆生佛神力故身心踊悅離苦得猗具足稱意第一安樂
세존께서 오른쪽 옆구리로 누우셨을 때,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수미산왕ㆍ철위산(鐵圍山)ㆍ대철위산ㆍ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ㆍ향산(香山)ㆍ설산(雪山) 및 모든 흑산(黑山), 그리고 넓은 땅과 바다 등이 모두 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이른바 동(動)ㆍ용(踊)ㆍ기(起)ㆍ진(震)ㆍ후(吼)ㆍ각(覺)이었다.
009_0493_c_16L當於世尊右脅臥時三千大千世界於中所有須彌山王鐵圍山大鐵圍目眞鄰陁山香山雪山及諸黑山大地大海一切皆悉六種震動所謂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풍륜(風輪)이 다 움직이지 않았으며, 모든 중생이 잠시 동안 모든 하던 일들을 중단하고 맑은 기분으로 머무르게 되었다. 잠이 오지 않고 마음이 산란함이 없었으며, 다들 숨을 쉬어도 묵묵히 소리가 없었다.
009_0493_c_21L三千大千世界一切風輪皆不鼓動一切衆生於剎那頃捨諸作業得猗而住離於睡眠心無散亂欲作皆息默然無聲
009_0494_a_02L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천룡(天龍)과 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그리고 범천(梵天)ㆍ석천(釋天)ㆍ호세왕(護世王) 등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각각 그들의 궁전과 침상과 자리와 원과 숲이 모두 다 캄캄하여 다시는 아무런 위엄스러운 빛이 없는 것을 보고서 즐겁고 아끼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들 권속(眷屬)은 걱정스럽고 갑갑하여 즐겁지가 않았다.
009_0493_c_24L三千大千世界所有天夜叉乾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梵天釋天護世王等佛神力故各見宮殿牀座園林皆悉闇昧無復威光不生愛樂彼等眷屬憂煩不樂
일천 세계(世界)의 주인인 범천왕(梵天王)과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오만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믿으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이해했다.
‘이 세계와 모든 중생들을 생각해 보면 바로 내가 만든 것이며 바로 내가 변화시킨 것이다.’
009_0494_a_06L千世界主梵天三千大千世界主大梵天王高心自恃作如是念作如是解念此世界及諸衆生是我所作是我所化
저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자신의 궁전과 침상, 자리 등이 캄캄하고 빛이 없는 것을 보고서 사랑스럽고 즐거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마혜수라(摩醯首羅:自在天)와 정거천(淨居天:第四禪天)도 역시 그러하였다.
009_0494_a_09L彼三千大千世界主大梵天王佛神力故見己宮殿及牀座等闇昧無光不生愛樂魔醯首羅淨居天等亦復如是
이때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이 대체 무슨 힘이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서 나로 하여금 궁전과 침상과 자리에 대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하는가?’
009_0494_a_12L爾時三千大千世界主大梵天王作如是念是誰力故而現此相令我不樂宮殿牀座
그때 대범천왕은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부귀(富貴)를 조작하는 대자재(大自在)의 주인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가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그 신비로운 힘의 변화가 불가사의하고 일찍이 없었던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이 신력은 바로 여래가 열반에 드시는 모습이었다.
009_0494_a_15L是時大梵天王遍觀於此三千大千世界中造作富貴大自在主--如來應供正遍知--今日後夜當般涅槃是故現此神力變化不可思未曾有事此之神力正是如來入涅槃相
대범천왕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는, 걱정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은데다 떨리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급히 범중(梵衆)을 데리고 함께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리하여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나머지 범천(梵天)들도 모두 성법(聖法)을 믿고 받아들여 그 성법에 편안히 머물렀다.
009_0494_a_20L時大梵王作是念已憂愁不戰悚毛豎極疾悤悤梵衆圍遶詣佛所其三千大千世界諸餘梵天皆悉已曾信受聖法安住聖法
009_0494_b_02L이때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도착하여 머리를 대고 예를 표한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가르쳐 주시길 원합니다.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수행하는 것입니까?”
009_0494_a_23L爾時三千大千世界主大梵天王到佛所已頭面作禮而白佛言唯願世尊教勅於我云何而住云何修行
이렇게 말하자, 여래께서 즉시 대범천왕에게 물었다.
“범천이여, 너는 지금 실로 이와 같이 생각하여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바로 대범천(大梵天)으로서 내가 남들을 이기나니 남들은 나만 같지 못하다. 나는 바로 지혜로운 자이다. 내가 바로 삼천대천세계의 크게 자재로운 주인이며, 나는 중생을 만들어 내고 중생을 변화해 내며, 세계를 만들어 내고 세계를 변화해 내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009_0494_b_03L是語已如來卽問大梵王言梵天今實作如是念言我是大梵天我能勝他他不如我我是智者我是三千大千世界中大自在主我造作衆生化作衆生我造作世界化作世界
대범천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여.”
009_0494_b_08L大梵天言如是婆伽婆如是修伽陁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그러면 너는 누가 만들었으며 누가 너를 변화시켰는가?”
그러자 범천은 묵묵히 가만히 있었다.
009_0494_b_09L佛言梵天汝復爲誰所作爲誰所化時彼梵天默然而住
부처님께서는 범천이 묵묵히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만일 어느 때에 삼천대천세계에 겁화(劫火)가 일어나서 불길이 대단하게 치솟는다면,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은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그러자 대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b_11L佛見梵天默然住故而復問言梵天有時三千大千世界爲劫火焚燒炎熾洞燃於意云是汝所作是汝所化耶時大梵天而白佛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지금 이 대지(大地)는 물이 모인 것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여 머무르며, 바람은 허공에 의지한다. 이와 같이 대지는 두께가 680만 유순(由旬)으로 갈라지지도 흩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범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b_15L佛言梵天如此大地依水聚住水依風住風依虛空如是大地厚六百八十萬由旬不裂不散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에 백억의 해와 달이 돌고 있는데,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범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b_19L佛言梵天此三千大千世界百億日月流轉之梵天於意云何是汝所化耶梵天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언젠가는 일월천자(日月天子)가 궁전에 있지 않아 궁전이 텅 비게 될 것이다.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b_22L佛言梵天有時日月天子不在宮殿宮殿空虛梵天於意云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009_0494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계절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c_02L佛言梵天如是夏時節於意云何是汝所作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수경(水鏡)ㆍ소유(蘇油)ㆍ마니(摩尼)ㆍ파리(頗梨)와 나머지 깨끗한 그릇이 나타내는 모든 색상(色像)과 이른바 대지(大地)ㆍ산하(山河)ㆍ수림(樹林)ㆍ정원[園苑]ㆍ궁전ㆍ사택(舍宅)ㆍ취락(聚落)ㆍ성읍(城邑)과 낙타ㆍ나귀ㆍ코끼리ㆍ말ㆍ노루ㆍ사슴ㆍ새 등의 짐승들, 그리고 해ㆍ달ㆍ별과, 성문ㆍ연각ㆍ보살ㆍ여래와 석범(釋梵)ㆍ호세(護世)ㆍ인비인(人非人) 등 갖가지 색상에 대하여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c_04L佛言梵天如是蘇油摩尼頗梨及餘淨器現諸色像--所謂大地山河樹林園菀宮殿舍宅聚落城邑鹿星宿聲聞緣覺菩薩如來釋梵護世人非人等種種色像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산과 절벽과 깊은 골짜기, 그리고 크고 작은 모든 북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놀이와, 노루ㆍ사슴 등 새와 짐승과 인비인 등이 내는 소리가 범천이여, 네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c_11L佛言梵天如是山崖深谷大小諸鼓歌舞等戲鹿非人等所出音聲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만일 중생들이 꿈속에서 갖가지 색을 보고 갖가지 소리를 들으며, 갖가지 냄새를 맡고 갖가지 맛을 보며, 갖가지 촉감을 느끼고 갖가지 법을 알며, 갖가지 유희를 하고 갖가지 소리로 울며, 신음하고 울부짖고 두렵고 무섭고 괴롭고 즐거움을 받는 등의 일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c_15L佛言梵天如諸衆生於其夢中見種種色聞種種聲嗅種種香嘗種種味覺種種觸知種種法作種種戲種種啼哭呻號怖畏苦樂等受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예를 들어 네 가지 종성(種姓)의 사람들이 단정하기도 하고 누추하기도 하고, 가난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하고, 복과 덕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고, 착한 계율을 지니기도 하고 나쁜 계율을 지니기도 하고, 착한 지혜를 갖기도 하고 나쁜 지혜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4_c_21L佛言梵天如四姓人端正醜陋貧窮巨富福德多少善戒惡戒善慧惡慧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天言不也世尊
009_0495_a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모든 중생들이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며 해로움 당할 것을 걱정하는 것들, 이른바 물ㆍ불ㆍ칼ㆍ바람ㆍ절벽ㆍ독약(毒藥)과, 나쁜 짐승과 원수와 인비인(人非人)의 두려움, 그리고 갖가지 해로움과 일상적으로 있는 두려움 등이 범천이여, 생각에는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a_02L佛言梵天一切衆生所有怖畏苦切惱害--所謂水崖岸毒藥惡獸怨讎人非人畏及以種種加害於他常有怖畏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진 갖가지 질병인 이른바 풍냉(風冷)ㆍ열병(熱病)과 모든 잡병(雜病)들, 계절의 바뀜에 따른 네 가지의 큰 상위(相違), 남들이 지은 것이나 선세(先世)의 업보, 이른바 눈ㆍ귀ㆍ코ㆍ혀ㆍ몸 등의 질병, 그리고 또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의 뜨겁고 고뇌스러움 등에 대해서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은 네가 지은 것이며, 이것은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이것이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a_07L佛言梵天衆生所有種種疾病--所謂風熱病及諸雜病時節代謝四大相違--若他所作若先業報所謂眼身病若復衆生種種心意熱惱等苦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겪는 광야의 위험한 적이나 수재(水災) 등의 어려움과, 또 중겁(中劫)의 도병(刀兵)과 역병(疫病) 및 기근 같은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a_13L佛言梵天衆生所有曠野嶮賊水災等難或復中劫刀兵疫病及以飢饉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겪는 사랑하는 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괴로움, 곧 부모와 형제와 자매와 종친(宗親)과 선지식 등을 이별해야 하는 괴로움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a_17L佛言梵天衆生所有愛別離苦--所謂父母兄弟姊妹宗親善友離別之苦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009_0495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짓는 갖가지 악업(惡業)인 이른바 생구(生口)ㆍ주국(酒麴)ㆍ자광(紫礦)ㆍ압유(押油) 등의 도구를 파는 일과, 큰 바다나 텅 빈 들 등 위험한 곳을 찾아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일이나, 갖가지 신선의 방술(方術)과 다른 갖가지 끊어야 하는 일들의 법에 대해서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a_21L佛言梵天衆生所作種種惡業--所謂販賣生口酒麴紫鑛押油之具--若入大海曠野嶮處遊行諸方若諸仙方術及餘種種斷事之法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갖가지 업도(業道)를 짓는 바,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해서 지옥과 축생과 아귀의 인천(人天)의 과보를 받는다. 중생이 갖고 있는 신(身)ㆍ구(口)ㆍ의(意)의 선행과 악행 및 세간(世間)이 가지는 열 가지 악업도로 해서 모든 중생들이 자비나 연민이 없어서 모든 고뇌와 이롭지 못한 일들인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인연을 짓는, 이른바 살생ㆍ도둑질ㆍ사음ㆍ망어(妄語)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기어(綺語)ㆍ탐(貪)ㆍ진(瞋)ㆍ사견(邪見) 같은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b_03L佛言衆生所作種種業道以是業因受於地獄畜生餓鬼天之報衆生所有若身善行惡行及世閒所有十惡業道於諸衆生都無慈愍作諸苦惱不利益事墮惡道因緣所謂殺偸盜邪婬妄語兩舌惡口綺語邪見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괴로운 일들인 이른바 목베임과 손발의 절단, 코베임과 귀베임, 마디마디를 찢어 해체하는 일, 끓는 기름을 붓는 일, 불로 굽고 지지고 볶는 일, 창칼로 찌르고 채찍으로 갈기는 일, 감옥에 갇히고 싸우고 다투고 송사하는 일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b_12L佛言梵天衆生所有種種苦事--所謂斬首截其手足刵劓耳鼻節節支熱油所灌火炙熬煮刀劍鉾槊斫刺鞭打繫閉牢獄鬪諍言訟梵天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짓는 음욕(婬欲)과 사행(邪行)들, 더러 청정하게 계율을 유지하는 어머니를 간음하고 딸을 간음하고 누이를 간음하며, 그리고 그 밖의 악업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b_17L佛言梵天生所作婬欲邪行--或婬母女姊妹持戒者--及餘惡業梵天於意云何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겪게 되는 갖가지 죽이거나 해롭게 하는 벌레ㆍ주검ㆍ주술(呪術)ㆍ방약(方藥)ㆍ귀신과 도깨비의 나타남과 다른 갖가지 악업(惡業)의 방편인 단명(斷命)의 인연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b_21L佛言梵天衆生所有種種殺害--厭蟲起屍呪術方藥鬼魅所著及餘種種惡業方便斷命因緣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009_0495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세간이 가진 생로병사(生老病死)와 걱정ㆍ비애ㆍ고통ㆍ번뇌, 무상법(無常法)ㆍ진법(盡法)ㆍ변역법(變易法), 그리고 네 가지 종성의 사람들에 대해 꺼리고 어려워함이 없는 것과, 싫증나지 않는 사랑스러운 갖가지 사물을 부패시켜 괴멸하고 흩어져 망가지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c_02L佛言世閒所有生苦惱常法盡法變易法於四姓人無所忌能令一切所愛無厭種種之物敗壞離散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진 탐(貪)ㆍ진(瞋)ㆍ치(癡)의 장애로 인한 번뇌의 속박 및 다른 갖가지 고뇌의 구속, 그리고 이런 인연으로 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견고하게 집착하여 성내며 어리석은 마음을 내게 하여 한량없는 갖가지 업행(業行)을 짓게 하는 일들을 범천이여, 마음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c_08L佛言梵天衆生所有貪癡障結使纏縛及餘種種苦惱所縛以是因緣令諸衆生堅著瞋怒迷惑心故作無量種種業行梵天於意云何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세 가지 악취(惡趣)인 지옥과 축생과 아귀도에서 사는 중생들이 받는 갖가지 일의 고뇌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c_13L佛言梵天所有三惡趣--地獄畜生餓鬼--其處衆生爲種種事受諸苦惱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씨앗으로 나는 것이든 씨앗 없이 나는 것이든 모든 수목과 약초들과 물과 뭍에서 나는 꽃과 과일과 향이 나는 나무들이 가지는 갖가지 좋은 맛인 달고 쓰고 짜고 맵고 시고 떫은맛들로서 모든 중생들의 즐겨하고 즐겨하지 않음을 따라 보태거나 더는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09_0495_c_17L佛言梵天一切所有若種子生無種子生樹木藥草若水陸生華果香樹種種勝味--甘澀之味--隨諸衆生所憙不憙作損益者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耶梵天言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5도(道)를 유전(流轉)하면서 나서는 죽고, 이루고는 허문다. 이러한 중생이 가진 무명(無明)의 가리움과 애착하는 번뇌가 서로 응하여 분주히 치닫고 굴러 흐르면서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미래의 세계에 생사를 통해 유전하면서 이를 끊지 못한다.
009_0495_c_22L佛言梵天五道流轉生死成壞所有衆生無明覆蓋與愛結相應馳走流轉始終難及未來生死流轉不斷其處
009_0496_a_02L 사람ㆍ하늘ㆍ마천(魔天)ㆍ범천ㆍ사문(沙門)ㆍ바라문 같은 자들이 세간에 어지러운 실타래처럼 엉켜서 끊임없이 내닫고 굴러 흐르면서 여기저기를 오고 가고 한다. 모든 중생들은 이처럼 유전하면서도 여기서 헤어날 줄을 모른다.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009_0496_a_02L若魔若梵沙門婆羅門此等世閒如亂絲纏縛常馳流轉彼此往來此諸衆生於流轉中不知求出梵天於意云何是汝所作是汝所化是汝所加梵天言不也婆伽婆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그렇다면 너는 무슨 인연을 따라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을 했는가? ‘이들 모든 중생들은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며, 내가 힘을 썼다. 존재하는 세계는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며, 내가 힘을 쓴 것이다’라고 말이다.”
009_0496_a_07L佛言梵天從何因作是念言此諸衆生是我所是我所化是我所加所有世界是我所作是我所化是我所加
범천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혜롭지 못한 사악한 견해와 거꾸로 된 마음을 아직 끊어버리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여래께서 설하시는 바른 법을 듣고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일찍이 그와 같은 나쁜 견해를 가지고 그와 같은 나쁜 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들 모든 중생들은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다. 존재하는 세계도 바로 내가 지었으며, 내가 변화해 내었다’라고 말입니다.
009_0496_a_10L梵天世尊我以無智邪見未斷顚倒心常於如來所說正法不聽受故本曾作如是惡見如是惡說此諸衆生是我所作是我所化所有世界是我所作是我所化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또 다시 부처님께 이 이치에 대하여 여쭙겠습니다. 존재하는 세계는 누가 지은 것이고 누가 변화해 내는 것이며, 모든 중생은 누가 짓고 누가 변화해 내며 누가 힘을 썼습니까? 이것은 어떤 힘에 의해서 생긴 것입니까?”
009_0496_a_15L世尊我今還復問佛此義所有世界是誰所作是誰所一切衆生是誰所作是誰所化誰所加是誰力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존재하는 세계는 업(業)이 지은 것이고 업이 변화해 낸 것이며, 모든 중생 또한 업이 짓고 업이 변화해 낸 것으로 업의 힘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범천이여, 무명(無明)이 행(行)을 인연하고 행이 식(識)을 인연하며, 식이 명색(名色)을 인연하고, 명색이 6입(入)을 인연하며, 6입이 촉(觸)을 인연하고, 촉이 수(受)를 인연하며, 수가 애(愛)를 인연하고, 애가 취(取)를 인연하며, 취가 유(有)를 인연하고, 유가 생(生)을 인연하며, 생이 노사(老死)ㆍ우비(憂悲)ㆍ고뇌(苦惱)를 인연한다. 때문에 이와 같이 큰 괴로움이 모이는 것이다.
009_0496_a_18L佛言梵天所有世界是業所作是業所化一切衆生是業所作是業所化業力所生何以故梵天無明緣行行緣識識緣名色色緣六入六入緣觸觸緣受受緣愛愛緣取取緣有有緣生生緣老苦惱故有如是大苦聚集
009_0496_b_02L범천이여, 무명이 멸하여 차례로 우비와 고뇌까지 멸하면, 다시는 아무런 짓는 것이 없어서 짓는 이로 하여금 편안히 놓아두게 한다.
오직 업과 법이 있어서 인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중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업과 법의 화합을 여읜다면, 그런 자는 생사의 유전(流轉)을 멀리 여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009_0496_a_24L梵天明滅乃至憂苦惱滅更無作者使作者安置者唯有業有法和合因緣故有衆生若能離此業和合當知是人則能遠離生死流轉
범천이여, 이와 같이 세간의 업이 다하고 번뇌가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쉬어서, 이와 같이 벗어나는 것을 적정(寂定)의 열반을 얻었다고 말한다.
009_0496_b_05L梵天如是世閒業盡煩惱盡苦盡苦息如是出是名得於寂定涅槃
범천이여, 저기에서 누가 열반을 얻는가? 업이라면 그 업이 다하고, 번뇌라면 그 번뇌를 여의고, 괴로움이라면 그 괴로움이 없어지는 자이다. 이러한 법들은 모든 부처님들의 신력(神力) 때문이며, 모든 부처님들이 힘을 쓰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범천이여, 만일 모든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와서 드러내어 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법들이 있다는 것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009_0496_b_07L梵天於彼誰得涅槃若業是業盡若煩惱是煩惱若苦是苦息如是等法以諸佛神力故諸佛所加故有何以故梵天非諸佛出世顯說則不聞有如是等
범천이여,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 세존이 이 세상에 나와서 이와 같이 고요하고 매우 깊어 깨닫기 어려운 광명의 법문(法門)을 드러내어 설하였기에, 이처럼 모든 중생들이 생법(生法)을 들어서 생(生)에서 해탈을 얻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것에 대한 법을 들어서 저러한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법에서 해탈을 얻는다.
009_0496_b_12L梵天若諸佛世尊出興世時得有顯說如是寂定甚深難覺光明法門若諸衆生得聞生法從生得解脫聞老苦惱法從彼老苦惱法而得解脫
범천이여, 이러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들은 이를 나타내고 짓고 힘을 쓰는 것이다. 범천이여, 모든 부처님들이 이를 지어서 열어 보이고 드러내어 설한다. 이른바 모든 행(行)이란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아서 항상함이 없이 굴러 움직이며, 일정함이 없고 구경이 없는 진법(盡法)이며 변역법(變易法)이라고 말한다.
009_0496_b_16L梵天是故佛現作是加梵天諸佛作是開示顯所謂諸行猶如光影無常動轉不究竟盡法變易法
설사 모든 부처님들이 멸도(滅度)한 뒤 바른 법이 가리어 매몰된다 하더라도, 역시 이와 같이 보탤 것을 나타내 보이시니 이른바 모든 행이란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다. 만약 부처님께서 모든 행이 한 순간의 빛의 그림자와 같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으며, 마치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음을 마땅히 설하시지 않았을 것이다.
009_0496_b_19L假使諸佛滅度之後正法隱沒亦復如是示現所所謂諸行猶如光影若佛不現切諸行於剎那頃如光影者則不應說一切諸行猶如光影如夢如響
009_0496_c_02L범천이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며, 꿈과 같은 것이며,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며, 덧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요 변역법이라는 것을 안다. 때문에 모든 행이 마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고 설하는 것이다.
009_0496_b_23L諸佛以知一切諸行猶如光影如響無常動轉盡法變易法故言諸行猶如光影如夢如響
지혜로운 자는 여기에서 그 모양을 본다. 그런데 그 모양이란 반연(攀緣)이며 인연의 이치이다. 그래서 모든 행이 덧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며 변역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파괴되고 흩어지며 시절이 바뀌나니, 한 순간으로부터 하루의 낮과 밤, 반 달 내지 한 달, 일 년 내지 백 년, 일 겁에서 백 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괴멸한다. 아무리 큰 불이라도 타고 나면 꺼지고, 아무리 큰 물이라도 흐르고 나면 다시 그치며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불고 나면 그친다.
009_0496_c_03L智者於彼觀其相已以其相以其攀緣因緣義故得知諸行無常動轉盡法變易破壞離散時節代謝於剎那頃乃至日半月乃至一月一歲乃至百一劫乃至百劫一切盡壞有大火燃已還滅有大水聚流已還止大猛風吹已還息
세계와 대지는 있다가도 없어지며, 큰 산으로서 이른바 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 수미산 및 모든 흑산(黑山)들도 있다가는 없어진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모든 권속(眷屬)들도 있다가 없어진다. 밝지도 않고 비추지도 않다가 그만 떨어져버리고 만다.
009_0496_c_10L世界大地有已還有諸大山--所謂鐵圍山大鐵圍山須彌山及諸黑山等--有已還無星宿及諸眷屬有已還無不明不照而復墮落
모든 하늘의 궁전은 있다가도 없어지며, 모든 왕도(王都)ㆍ성읍(城邑)ㆍ취락(聚落)ㆍ수림(樹林)ㆍ원지(園池)ㆍ즐길 만한 일들도 생겼다가는 없어진다. 모든 천인(天人) 등은 생겼다가는 없어지고 없어졌다가는 다시 생겨난다.
009_0496_c_14L諸天宮殿有已還滅諸有王都城邑聚落樹林園池可樂之事生已還滅諸天人等生已還滅滅已復生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이런 모양을 보고 나면 마음이 이를 싫어하여 떠나게 된다. 이처럼 모든 행이 덧없어서 헤어지고 무너지고 변하여 바뀌고 다하여 없어지기 때문에, 평등하게 믿는 마음이 생겨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리하여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물속의 해와 달과 별 등 모든 빛의 그림자를 보고 나면 그런 모양들은 모두 그들의 반연이며 인연의 이치일 뿐이기에 보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009_0496_c_17L諸有智者見其相已心生厭離以此諸行無常離壞變易盡故以平等信心捨家出家得知諸行猶如光如夢如響及見水中日星宿等諸光影已以彼相以彼攀緣因緣義故得到菩提
009_0497_a_02L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훈계를 받고 선지식의 가르침을 얻거나 혹은 스스로 사유하여 모든 행이 마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믿는 마음이 생겨서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러다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깨달아 얻기도 하며,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기도 하고,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기도 하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기도 한다.
009_0496_c_22L有諸智士蒙佛教勅及善友教授或自思惟得知諸行猶如光影如夢如響生於信心捨家出家或有得證須陁洹果斯陁含果阿那含果阿羅漢果
대승(大乘)을 믿는 자로 말하면, 더러 초인(初忍)을 얻기도 하고 혹은 제이인(第二忍)과 제삼인을 얻기도 하여 위없는 보리에 도달하기도 한다.
가령 모든 부처가 멸도(滅度)한 뒤에도 이 세간에서는 또한 이처럼 법을 설하고 유행한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법을 듣고 나면 삼승(三乘)을 얻게 되리니 성문승과 벽지불승과 모든 종지(種智)가 위가 없는 대승이 그것이다.
009_0497_a_03L若大乘人或得初忍或得第二第三忍及能得到無上菩假使諸佛滅度之後於世閒中亦復如是說法流行若諸衆生得聞法於三乘得度--所謂聲聞辟支佛乘一切種智無上大乘
범천이여, 너는 마땅히 이 법의 순서를 알아야 하며, 또한 모든 부처들의 힘을 씀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그 모양을 보고 마음에 싫어져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바, 모든 행이 한갓 덧없는 괴로움으로서 일정함이 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며 변역법일 뿐으로,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009_0497_a_08L梵天汝應當知此法次第亦是諸佛之所加也是故智者見其相已心生厭離能知諸行是無常苦動轉不定盡法變易法如光影如夢如響
범천이여, 이런 것들이 또한 모든 부처의 경계이며 모든 부처가 힘을 쓰신 것이다. 중생들로서 이미 이를 수행하여 성취한 자는 이와 같은 정법(正法)의 소리를 듣고는 여래에 대하여 생각하고 공경하여 믿게 되니 모든 행이 덧없이 무너지고 사라져서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009_0497_a_12L梵天此等亦是諸佛境界諸佛所加有諸衆生已曾修行因成就者得聞如是正法聲已如來所思念敬信一切諸行無常壞猶如光影如夢如響
여러 중생들 중에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일찍이 범행(梵行)을 닦는 이가 있고 더러는 집에 있으면서 금계(禁戒)를 받아 지키기도 한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이와 같은 모든 행이 덧없이 허물어져 없어지는 것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알고 나면 믿음이 생겨서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009_0497_a_16L有諸衆生於諸佛所曾修梵行者或有在家受禁戒者以是因緣解知如是一切諸行無常壞滅猶如光影如夢如響知已生信捨家出家
모든 불세존이 비록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모든 부처님들이 힘을 쓰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심어 놓은 선근(善根)이 있기 때문에 보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009_0497_a_20L諸佛世尊雖未出世以有如是諸佛加故以諸佛所種善根故得到菩提
범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모두 모든 부처님들의 경계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힘을 쓰신 것이다.
범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는 범(梵)의 찰토(刹土)가 아니며 외도육사(外道六師)의 찰토도 아니고, 단지 우리들 모든 부처님들의 찰토일 뿐인 것이다.
009_0497_a_22L梵天應如是知此等皆是諸佛境界諸佛所加梵天此三千大千世界非梵剎土亦非外道六師剎土唯是我等諸佛剎土
009_0497_b_02L범천이여, 나는 옛날 여기에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那由他) 아승기겁 동안 보살행을 닦았다. 한량없는 아승기의 모든 여래가 심은 한량없는 아승기의 선근(善根)을 청정하게 금계(禁戒)로 지니고 애써 범행(梵行)을 닦았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를 통해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을 닦아서 이 불토(佛土)를 포섭하여 닦고 다스려 청정하게 하였다.
009_0497_b_02L梵天昔於此無量百千億那由他阿僧祇劫修菩薩行無量阿僧祇諸如來所種無量阿僧祇善根淨持禁戒苦修梵行及修無量百千億那由他難行苦行攝此佛土修治令淨
여러 중생들이 닦는 선근에 대해서는 그들이 견뎌내어 청정하게 한 것을 따라 그 그릇과 시기에 따라서 득도(得度)하게 하였다. 내가 긴긴 밤에 4섭사(攝事)로써 이들 중생을 포섭하였으니, 이른바 보시ㆍ애어(愛語)ㆍ이행(利行)ㆍ동사(同事)이다. 저들은 나의 서원(誓願)의 힘에 의해서 이 불토에 태어나서 나의 설법을 듣고 곧장 이를 믿고 이해하여 다시는 돌아가 범석(梵釋)이나 호세(護世) 등 모든 천왕(天王)들을 믿는 일이 없었다.
009_0497_b_07L如諸衆生所修善根隨其所堪而淸淨者隨其時器應得度者我於長夜以四攝事攝此衆生--所謂布施愛語利行同事彼等以我誓願力故生此佛土聞我說法卽能信解不復歸信梵護世諸天王等
범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곳은 부처님의 찰토이며, 범석이나 호세의 찰토가 아니고, 또 외도육사의 찰토도 아닌 것이다.”
009_0497_b_13L梵天應如是知此是佛土非是梵護世剎土亦非外道六師剎土
그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과 백천의 범중(梵衆)들이 근심어린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불세존께서 드물고 훌륭하고 묘한 법을 통달하셔서, 저희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여래의 처소에서 보기 드문 마음이 생깁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드물고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다함없는 경계를 가지셨습니다.”
009_0497_b_15L爾時娑婆世界主大梵天王及百千梵衆現憂愁相作如是言諸佛世尊通達希有勝妙之法是三千大千世界主大梵天王於如來所生希有心--諸佛希有乃有無量不可思議無盡境界
그리고 대범천왕은 즉시 귀의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는 세존께 가르침을 청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바가바(婆伽婆)시여, 바가바께서는 저의 큰 스승이십니다. 수가타(修伽陀)시여, 수가타께서는 저의 큰 스승이십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修行)해야 합니까?”
009_0497_b_21L大梵天王卽時歸依爲佛弟子於世尊所請求教勅作如是言婆伽婆是我大師修伽陁是我大師唯願世尊教勅於我云何而住云何修行
009_0497_c_02L부처님께서 범천에게 고하였다.
“이 삼천대천세계는 나의 불토(佛土)이다. 내가 지금 이를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나의 말에 순종하여 참된 도와 좋은 눈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위가 없는 불안(佛眼)ㆍ법안(法眼)ㆍ승안(僧眼)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말후(末後)의 법을 멸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009_0497_b_24L佛告梵天此三千大千世界是我佛我今以此付囑於汝汝當順我使眞道善眼令有斷絕無上佛眼僧眼令有斷絕莫作末後滅法人
범천이여, 마땅히 장자(長子)인 동진(童眞) 미륵보살마하살이 있어서 그가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을 따라 화생(化生)할 것이다. 그리하여 큰 자비와 연민으로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하려고 할 것이며 즐거움을 얻어 안온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도 또한 이 삼천대천세계의 법다운 보처(補處)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여기에 머물러 다르지 않을 것이다.
009_0497_c_06L梵天當有長子童眞彌勒菩薩摩訶薩從佛口生從法化生大悲憐愍爲欲利益一切衆生欲令得樂欲令安隱彼亦於此三千大千世界如法補處如我居此等無有異
그런데 네가 이미 지금 나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또한 그에 대해서도 역시 순종하여 이와 같은 진도(眞道)의 법에 대해서 불안과 법안과 승안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어째서인가? 범천이여, 이러한 법들이 모두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절을 따라 불안과 법안과 승안이 끊어짐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제석과 범천의 천안(天眼)과 인안(人眼)과 해탈안(解脫眼) 나아가 열반안(涅槃眼)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009_0497_c_10L汝旣現在隨順我教亦應順彼勿令如是眞道法母佛眼法眼僧眼而有斷絕何以梵天乃至如是法母不斷者隨其時節佛眼法眼僧眼得不斷絕釋梵天眼人眼解脫眼乃至涅槃眼得不斷絕
범천이여, 이 때문에 내가 지금 너에게 나의 불토인 삼천대천세계를 맡겨 부탁하는 것이다. 범천이여, 나는 이미 이처럼 가르쳤으니, 너는 마땅히 이를 따라 순종하여 말후에 법을 멸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라.”
009_0497_c_16L梵天是故我今付囑於汝我此佛土三千大千世界梵天我已教勅汝應隨順莫作末後滅法人也
이에 삼천대천세계의 범천과 대범천이 모두가 먼저 성법(聖法)에 대하여 이미 바른 믿음을 얻었으므로 그들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즉시 이 성법에 대하여 깊이 그 바른 믿음을 얻었다.
009_0497_c_18L爾時三千大千世界所有梵天大梵天--彼等一切先於聖法已得正信--彼三千大千世界主大梵天王卽時於聖法中深得正信

2. 상주품(商主品)
大悲經商主品第二
009_0498_a_02L
이때 악마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상주(商主)였다. 그는 이미 부처님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여 믿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 몸이 떨리며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급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달려가서 도착하는 즉시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는 물러나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009_0497_c_22L爾時有魔子名曰商主--已於佛所深得敬信--聞佛涅槃心懷憂惱戰悚毛速詣佛所到已頂禮退住一面而白佛言
“부디 세존께서는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고 세간을 구해 보호하소서. 부디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고 이익 되게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한 겁을 더 머무시고 열반에 들지 마소서. 저 또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어 이와 같이 권하여 청하는 것입니다.
009_0498_a_04L唯願世尊憐愍衆生安樂衆救護世閒憐愍利益諸天人故世一劫莫入涅槃我亦憐愍諸天人如是勸請
세존이시여, 중생으로 하여금 너무 빨리 눈멀고 어둡게 하여 가르침을 설하는 자가 없어서 인도하지 못하고 구원하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하고 지향하지 못하게 만들지 마소서.”
009_0498_a_07L世尊勿使衆生盲冥太無有說者無導無救無依無趣
이처럼 상주가 말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곧바로 말씀하셨다.
“상주야, 너의 아버지 파순(波旬)은 이미 먼저 나에게 열반에 들기를 청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가바시여, 반열반(般涅槃)에 드소서. 수가타시여, 반열반에 드소서. 바가바시여, 지금이 바로 열반에 드실 때입니다.’
009_0498_a_08L商主作是語已佛卽告言商主父波旬先已請我令入涅槃作如是婆伽婆入般涅槃修伽陁入般涅婆伽婆今者正是入涅槃時
상주야, 너의 아버지 파순이 이와 같이 나에게 청하였기에 내가 그 뜻에 따라 열반에 들 것을 허락하였다. 상주여, 이런 인연으로 해서 내가 지금에 그 허락한 바대로 열반에 들려는 것이다.”
009_0498_a_12L商主汝父波旬如是請我我隨彼意許入涅槃商主以是因緣我今時至稱其所許故入涅槃
상주가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는 악마 파순이지 저의 아비가 아니며 저의 선지식이 아닙니다. 언제나 살해(殺害)할 것만을 구하니, 그는 저의 원수이며 대단히 악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저로 하여금 즐거운 일과 화합하여 안온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만 합니다. 그리고는 오직 헐뜯고 허물어서 이익이 되지 않게 하려고만 합니다.
009_0498_a_15L商主復言世尊是魔波旬非是我父非我善友常求殺害是我怨家大惡知識常欲令我不得樂事和合安隱但作毀壞不欲利益
세존이시여, 이 악마는 저에 대하여 지극하게 악을 짓고자 하늘과 사람들을 헐뜯고 비방하여 큰 원수를 지었습니다. 언제나 이와 같이 지혜 횃불의 지혜 광명과 큰 지혜의 밝은 등불을 멸하여 없애고자 합니다.
009_0498_a_18L世尊是魔於我極欲作惡毀謗天人作大怨讎常於如是慧炬慧光大智明燈求欲滅之
세존이시여, 만일 참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모든 천인(天人) 중에서 지극히 독한 악인이 세상에 나온 것으로서, 그것은 곧 악마 파순이란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009_0498_a_21L世尊若有正實語人作如是言諸天人中有一極毒惡人出於世者當知卽是魔波旬也
009_0498_b_02L세존이시여, 만일 참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그는 분명 자기 몸을 이익 되게 하지 않으며, 남을 이익 되게 하지 않으며, 많은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자이니 그는 곧 악마 파순임을 아셔야 합니다.
009_0498_a_23L世尊若有正實語人作如是言有人不爲益己身故不益他故不益多衆生故而發心者當知卽是魔波旬也
세존이시여, 그리고 또 만약 참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그는 분명 천인ㆍ마(魔)ㆍ범(梵)ㆍ아수라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세간을 가엾게 여겨 이익을 위하지 않으며, 또한 화합하여 안온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물러나고 떨어져 괴로움을 받게 하고 싶어서 마음을 낸 이로서, 그는 곧 악마 파순이란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009_0498_b_03L世尊若復有正實語人作如是言有人不爲憐愍利益天阿修羅沙門婆羅門一切世閒故又不欲令和合安隱故欲令退落受苦惱故而發心當知卽是魔波旬也
세존이시여, 저의 어버이로서 부처님을 좇아 이와 같은 말씀을 들은 자가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한 명은 법대로 들은 자이며 나머지는 법과 달리 들은 자입니다. 그렇다면 세존께서 허락하신 자로서 열반에 들라고 한 파순은, 이 중에 법대로 들은 자가 아니란 사실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009_0498_b_08L世尊我親從佛聞如是說有二種人一者如法非法當知世尊所許波旬入涅槃者是不如法
부디 세존께서는 이러한 허락에 굳이 집착하지 마시고, 단지 천인 등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어 안락하고 이익 되게 하는 일에만 마음을 두십시오. 그와 같이 허락한 것은 버리시고 이 세상에 한 겁을 더 머무소서.
만약 부처님께서 오래 세상에 머무신다면 모든 천인 등이 이익 되고 안락할 것입니다. 그러니 세존께서는 서둘러 열반에 들지 마소서.”
009_0498_b_11L唯願世尊於此所許莫生堅著但爲憐愍利益安樂諸天人等一切衆生捨此所許住世一劫若佛久住諸天人等利益安樂是故世尊莫速涅槃
부처님께서 상주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만일 중생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려는 자라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상주야, 만일 어떤 사람이 정수리에 물을 뿌리고 자리에 오른 찰리대왕(刹利大王)을 위해 공양을 드리되 혹시 왕자와 대신에게 공양 올리기도 하고, 또 더러 나라와 성읍과 마을을 지켜 보호한다고 한다면, 그런 자는 그 찰리왕으로부터 크게 영광스러운 벼슬을 얻고 복록을 받을 것이며, 그 찰리의 왕은 항상 이러한 자와 그의 자손 및 친구와 그 권속(眷屬)에 대하여 역시 복록을 내리고 옹호하여 보호해 줄 것이다.
009_0498_b_15L佛告商主善哉善哉若令衆生得利益者正應如是商主若人供給灌頂登位剎利大王或有供給王子大臣或有防護國土城邑聚落等者是人從其剎利王所得大榮爵受於福祿其剎利王常於此人及其子孫親友眷屬亦寵福祿擁護蔭覆
009_0498_c_02L상주야, 네가 지금 이처럼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무상법왕(無上法王)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일으켰으니, 이와 같은 청정한 믿음으로 해서 여래는 마땅히 너를 위로하여 타이르고 너에게 복록의 보답을 내릴 것이다.
내가 지금 너를 위로하여 달래는 것은 네가 부처님에 대하여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서 선근(善根)을 심었기 때문이니, 그렇게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009_0498_b_21L商主汝今若於如來應供正遍知上法王所心生淨信以淨信故如來則當慰喩於汝與汝福報我今慰喩汝者以汝佛所心生淨信種善根故如是應知
상주야, 너는 이처럼 청정한 믿음과 선근 때문에 내가 입멸한 뒤 미래의 세상에서 너는 벽지불이 되어 이름을 비민상주(悲愍商主)라고 할 것이다.
009_0498_c_03L商主汝當以此淨信善根於我滅後未來世中作辟支佛名曰悲愍商主
내가 열반한 뒤에 바른 법이 없어지면 이와 같은 악마 파순은 크게 이를 기뻐할 것이며, 이러한 기뻐하는 행위로 해서 그는 마궁(魔宮)에 떨어져서 아비의 대지옥 속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한량없는 갖가지 괴로움을 다 받을 것이다. 어째서인가? 이 악마 파순은 이처럼 수승한 지혜의 등불의 지혜의 빛이 숨고 사라지는 순간을 크게 기뻐하였기 때문이다.
009_0498_c_05L我涅槃後正法滅已是魔波旬得大喜悅以喜悅故墜落魔宮墮於阿鼻大地獄中具受無量種種苦惱何以故以魔波旬於是大勝慧慧光隱滅之時生大喜故
상주야, 만일 참으로 남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그는 스스로를 해치고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악을 짓기 위해서 마음을 낸 자로서, 그는 악마 파순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009_0498_c_09L商主有正實語人作如是言有人爲自害爲自壞故與己作惡故而發心者當知卽是魔波旬也
어째서인가? 상주야, 내가 멸도한 뒤에 나아가 이와 같은 바른 법이 세상에 머물 때까지 그 시기를 따라서 악마 파순은 마궁에 머무를 것이며, 나의 법이 멸하고 나면 이 악마는 매우 크게 뛸 듯이 기뻐하며 기분이 좋아서 이를 경축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순간에 마궁에 떨어져서 아비지옥에 빠질 것이다.
009_0498_c_12L何以故商主滅度後乃至有是正法住世隨其時節是魔波旬得住魔宮我法滅已魔極大喜踊欣慶得大稱意於剎那頃墜落魔宮墮阿鼻地獄
상주야, 이는 비유하자면 어떤 자가 큰 나무에 올라간 것과 같아서, 그 나무에는 꽃과 열매 같은 것들이 모두 풍족하다. 따라서 이 사람은 마음대로 이들 꽃과 열매를 따먹는다. 그러다가 다 따먹고 나면 마침내 그가 걸터앉은 나뭇가지마저 꺾게 될 것이다.
009_0498_c_16L商主譬如有人上於大樹其樹花果悉以具足是人取其稱意花果旣受用已還復折其所住之枝
상주야, 생각에 어떠한가? 이렇게 하고도 그 자는 아직도 저 꺾어 없앤 나뭇가지에 앉아서 그 나무에 머무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또 그 나무에서 안락함을 누렸는데도 도리어 그 안락을 주던 가지를 꺾어버리는 행위가 과연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009_0498_c_19L商主於意云何是人爾時住彼折枝得住樹不又於其樹受安樂已還折其枝可名有智不
상주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여. 아닙니다, 수가타여.”
009_0498_c_21L主言不也婆伽婆不也修伽陁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상주야, 저 악마 또한 이 경우와 같다 하겠다. 그는 언제나 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열반에 들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며, 언제나 여래가 설한 정법(正法)의 비니(毘尼)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만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009_0498_c_22L佛言商主魔亦如是常希如來應供正遍知入涅槃故常樂隱滅如來所說正法毘尼故
009_0499_a_02L상주야, 나아가 정법이 세상에 머물 때까지 이 악마 파순은 그 기간 동안을 마궁에 머물 것이며, 내 법이 멸할 때에 그 악마 파순은 크게 뛸 듯이 기뻐서 기분이 만족하여 경축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마궁에 떨어지고 아비지옥에 빠지는 것이다.
009_0499_a_02L商主乃至正法住世是魔波旬於其時節得住魔宮我法滅時其魔波旬生大踊悅喜慶稱意故墜落魔宮墮阿鼻地獄
상주야, 이는 비유하자면 저 사람이 그 나무 위에서 자신을 해치기 위해서 부지런히 그 일을 하는 것과 같다 하겠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악마도 자신을 해치고 남들을 해치기 위해서 그처럼 부지런히 마음을 내는 것이다.
009_0499_a_05L商主喩如彼人於其樹上而自害故勤作是事魔亦如是爲自害故爲害他故而勤發心
상주야, 악마는 나중에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목숨을 빼앗을 때의 고통과 같다. 이처럼 고통을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내가 말한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바로 참된 말이고 실다운 말이며, 다른 말이 아니며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잘 말할 것이다.
009_0499_a_07L商主魔於後時墮阿鼻地獄受大苦如奪命苦爲苦觸已當念我言如應供正遍知是眞語者實語者異語者不虛語者如是善說
‘좋구나, 몸에 대한 율의(律儀)여. 좋구나, 입에 대한 율의여. 좋구나, 마음에 대한 율의여. 이 몸의 선행(善行)과 이 입의 선행과 이 마음의 선행은 즐길 만하고 하고자 할 만하고 사랑할 만하며 뜻에 맞는 과보를 얻으며, 이 몸의 악행과 이 입의 악행과 이 마음의 악행은 즐길 만하지 못하고 하고자 할 만하지 못하고 사랑할 만하지 못하며 뜻에 맞지 않는 과보를 얻게 된다.
009_0499_a_11L≺善哉身律儀善哉口律儀善哉意律儀是身善行是口善行是意善行獲得可樂可欲可愛稱意果報是身惡行是口惡行是意惡行獲得不可樂不可欲不可愛不稱意果報
그런데 나는 전에 저 몸의 악행과 서로 응하고, 입의 악행과 서로 응하고, 마음의 악행과 서로 응하였다. 이와 같은 업보로 해서 나는 지금 이 지옥에 떨어져서 이처럼 지극히 아프고 지극히 에이는 괴로움과 번뇌를 받으며, 마치 죽음의 고통과 같이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009_0499_a_16L我昔與彼身惡行相應口惡行相應意惡行相應是業報今墮地獄受如是等極痛極苦極惱極不可忍如臨死之苦
이 악마 파순은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얻을 것이며, 이처럼 청정하게 믿게 되면 즉시 저 지옥의 목숨이 끝나고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009_0499_a_19L是魔波旬當於爾時憶我所說得淨信心得淨信已卽時於彼地獄命終生三十三天
어째서인가? 상주야, 만일 여래에 대하여 나쁜 마음을 가지고 온갖 잘못을 저지르면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날 때 곧장 지옥에 떨어지지만, 만약 다시 자애로운 마음을 일으켜 여래를 공양하고 허물을 추구하지 않으면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남과 함께 선도(善道)의 천인(天人) 속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009_0499_a_22L何以故商主若其惡心於如來所作諸過失身壞命終墮大地獄若復慈心供養如來不求過者身壞命終得生善道天人之中
009_0499_b_02L저들이 선근으로 인해 모든 부처님들을 만나고, 모든 부처님들을 만나고 나면 다시 선근을 심게 되며, 선근을 심고 나면 마땅히 차례차례 무루(無漏)의 열반을 얻는 것이다.
009_0499_b_02L彼以善根得値諸佛値諸佛已復種善根種善根已次第當得無漏涅槃
상주야, 네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에 대하여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니,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미륵불이 세상에 나오면 마땅히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니, 이처럼 미륵불을 만나고 나면 곧 잠들어 있고 방일한 모든 중생들을 깨닫게 하여 이렇게 말할 것이다.
009_0499_b_04L商主汝於如來應供正遍知心得淨信此善根彌勒出世當得値遇値彌勒已則能覺悟睡眠放逸諸衆生等如是言
‘모든 중생의 무리들이여, 반드시 용맹하고 부지런히 선업을 지으라.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세상에 나오기가 매우 어려우니 마치 우담화(優曇華)가 때가 되어야 한 번 나타나는 것처럼 여래도 또한 때가 되어야 한 번 나타난다.
009_0499_b_08L諸衆生輩應當勇猛勤作善如來應供正遍知出世甚難如憂曇華時乃一現
굴택(窟宅)이 없는 열반을 설하는 자가 있어도 사람의 몸을 얻기가 어렵고 8난(難)을 여의기 어려우니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서 중앙의 나라에 태어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그러니 너희들은 조심하여 방일(放逸)하지 말고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009_0499_b_10L如來亦爾時乃一出無窟宅涅槃時有說者人身難得難難離得値佛世生於中國亦復甚是故汝等愼莫放逸當勤修行後莫悔
상주야, 너는 미륵불로부터 법의 가르침을 받아서 저들 미륵무상법왕(彌勒無上法王)의 국토와 인민을 포섭하여 언제나 자애로운 마음과 미워함이 없는 마음과 원수 맺지 않는 마음과 가엾게 여기는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 널리 덮어주는 마음으로 이들을 보호하고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선근으로 해서 악마의 궁전에서 마구니의 처소를 차례로 고쳐서 큰 부귀를 갖추어 자재한 주인이 될 것이다.
009_0499_b_14L商主汝於彌勒佛所稟受法攝彼彌勒無上法王國土人民以慈心無惡心無怨讎心愍心樂心普覆心護持養育以此善根於魔宮殿次補魔處具大富貴爲自在主
상주야, 만일 어떤 중생이 여래에 대하여 모든 선근을 심고, 거기에 더하여 일념(一念)의 청정한 마음을 낸다면 저들 중생들은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감로(甘露)를 가까이 얻을 것이니, 제일 감로를 얻을 것이며 최후(最後) 감로를 얻을 것이다.
009_0499_b_18L若有衆生於如來所種諸善根至得發一念淨心彼等衆生以此善根得近甘露--第一甘露最後甘露
상주야, 너는 선근으로 해서 저기에서 널리 인천(人天)의 과보를 얻어 80겁을 지나 그 말후(末後)의 몸이 벽지불이 되어서 이름을 비민(悲愍)이라고 할 것이다.
009_0499_b_21L汝以善根於彼廣受人天報已八十劫於末後身作辟支佛名曰悲
009_0499_c_02L무엇 때문인가? 상주야, 너는 나의 열반의 소리를 들음으로 해서 곧장 나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들에 대하여 자비와 근심의 마음을 낸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안락함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 나에게 반열반에 들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고 청하는 것이다.
009_0499_b_24L何以故商主以汝聞我涅槃聲已便於我所生淨信心於衆生所生悲愍心爲諸衆生得安樂故求請我住不般涅槃
그리고 또 너는 저 미륵불의 법 중에서 중생들을 근심하여 잠들어 방일한 중생들을 깨우쳐서 이들로 하여금 기억하고 생각함을 얻어서 방일하지 않도록 선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인연으로 해서 벽지불의 수기(授記)를 얻는 것이다.
009_0499_c_04L汝復於彼彌勒法中悲愍衆生覺悟睡眠放逸衆生令得憶念而不放逸教以善法以是因緣得辟支佛記
상주야, 내가 마땅히 너에게 이와 같은 선한 과보를 줄 것이니, 너는 마음 속 깊이 기뻐하며 뜻으로 받들어야 할 것이다.
상주야, 이런 것들은 바로 네가 여러 여래에게 권하여 청한 선근의 인연인 것이니, 여래는 곧장 법의 베풂으로 이를 덮어주고 너의 선근에 보답하는 것이다.”
009_0499_c_07L商主我當與汝如是善報當深心喜悅稱意商主此等是汝勸請如來善根因緣如來卽以法施蔭覆報汝善根
그때 상주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께서 저의 권청(勸請)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열반에 드실 것이라면, 바라건대 저는 이제부터 법의 머묾에 이르기까지 5욕(欲)을 여의고 오로지 효도(孝道)를 지니겠습니다. 그리하여 놀이를 즐기지 않고 다른 옷을 입지 않고, 화만(華鬘)과 도향(塗香)과 말향(末香)을 쓰지 않으며, 모든 하늘의 수승한 갚음을 받아쓰지 않겠습니다.
009_0499_c_10L爾時商主復白佛言若佛不受我所勸請入涅槃者我從今乃至法住離於五欲專持孝不樂遊戲不著異衣不用華鬘末香及不受用諸天勝報
왜냐 하면 이와 같이 중생들의 보배 광명이신 세존께서 저와 헤어져서 따로 계시게 된다면, 다시는 만나서 모이지 못하고 다시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니, 결국은 뵙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009_0499_c_14L何以故如是世尊--衆生之寶--明當與我別離異處更不合會更不復有畢竟不可
세존이시여, 그러니 저에게 무슨 즐거움이 있겠으며, 무슨 웃고 놀만한 일이 있겠으며, 무슨 즐길 만한 일이 있겠으며, 마음에 무슨 맞는 일이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최대의 지혜의 횃불과 지혜의 등불과 큰 지혜의 광명이 사라진다면 저에게 무슨 뛸 듯이 기뻐하고 마음에 맞아서 기꺼이 경축하는 일들이 남아 있겠습니까?
009_0499_c_17L世尊我有何樂有何戲笑有何可有何稱意如是最大慧炬慧燈智光明若隱滅者我當有何踊悅喜慶等事
이러한 큰 지혜의 태양에 한량없는 백천의 광염(光炎)의 권속이 있어서 밝음이 없는 큰 어둠을 멸하나니, 큰 지혜의 밝음을 짓는 자가 이처럼 사라져 없어져 버린다면 저에게 무슨 뛸 듯이 기뻐하고 마음에 맞는 일이 있겠으며, 무슨 즐길 만한 일이 있겠으며, 무슨 웃고 놀만한 일이 있겠습니까?
009_0499_c_20L是大智日有無量百千光炎眷屬滅除無明大黑闇者作大智明者如是滅沒我當有何踊悅稱有何可樂有何戲笑
009_0500_a_02L제가 이와 같이 중생들의 보명(寶明)이신 분과 헤어지게 되니, 측량(測量) 중생ㆍ결감(缺減)하지 않는 중생ㆍ여명(與明) 중생ㆍ무죄(無罪) 중생ㆍ무치(無癡) 중생ㆍ무상(無上) 중생ㆍ최상(最上) 중생ㆍ무사(無似) 중생ㆍ무등(無等) 중생ㆍ무등등(無等等) 중생ㆍ능히 모든 것을 구제하는 중생ㆍ중생묘(衆生妙) 중생ㆍ중생이 공양하는 중생ㆍ공승(共乘) 중생ㆍ
009_0499_c_23L我於如是衆生之寶有別離故--測量衆生不缺減衆生與明衆生無罪衆生無癡衆生無上衆生最上衆生無似衆生無等衆生無等等衆生能救一切衆生生妙衆生衆生所供衆生共乘衆生
중생을 조복(調伏)하는 자ㆍ중생을 연민하는 자ㆍ진어자(眞語者)ㆍ실어자(實語者)ㆍ시어자(時語者)ㆍ응시어자(應時語者)ㆍ이어(異語)하지 않는 자ㆍ설한 대로 수행하는 자ㆍ대자비(大慈悲)에 머무는 자ㆍ모든 중생에 대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는 자ㆍ모든 중생에 대하여 평등한 마음을 갖는 자ㆍ
009_0500_a_05L調伏衆生者憐愍衆生者眞語者語者時語者應時語者不異語者說修行者住大慈悲者於諸衆生心無罣礙者於諸衆生平等心者
희론(戱論)이 없는 자ㆍ나와 나의 것이 없는 자ㆍ적취(積聚)가 없는 자ㆍ굴택(窟宅)이 없는 자ㆍ의의(依倚)가 없는 자ㆍ황험(荒嶮)이 없는 자ㆍ때가 없는 자ㆍ
009_0500_a_09L無戲論者無我我所者無積聚者無窟宅無依倚者無荒嶮者無垢者
구제하는 자ㆍ인도하는 자ㆍ교화하여 제도하는 자ㆍ예비하는 자ㆍ결박을 풀어주는 자ㆍ양육하는 자ㆍ
009_0500_a_11L救濟引導者化度者預備者解縛者育者
중생들을 기억하고 생각하게 하는 자ㆍ깨닫게 하는 자ㆍ가르치는 자ㆍ전투에 이긴 자ㆍ살촉을 뽑는 자ㆍ의왕(醫王)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자ㆍ크게 좋은 약을 베푸는 자ㆍ끝내 괴로움을 해탈하는 자ㆍ법을 설하는 자ㆍ상주(商主)를 데려가는 자ㆍ얕은 곳을 보여주는 자ㆍ가지 끝과 꼬리를 잡은 자ㆍ횃불을 든 자ㆍ밝음을 내는 자ㆍ빛을 짓는 자ㆍ찬연히 비추는 자ㆍ눈을 보시하는 자ㆍ인도하여 보여주는 자ㆍ
009_0500_a_13L令衆生憶念者令惺悟者教誨於戰鬪勝者拔鏃者醫王治心者施大良藥者究竟度苦者說法者主將去者示淺處者持梢尾者持炬作明者作光者照曜者施目者導者
안온한 국토에 이르게 하는 자ㆍ모든 황험한 때를 멀리 여의는 자ㆍ갈애(渴愛)가 없는 자ㆍ모든 번뇌의 부림을 여읜 자ㆍ모든 번뇌의 속박을 여읜 자ㆍ탐진치를 여읜 자ㆍ모든 번뇌를 여읜 자ㆍ교만과 분노를 여읜 자와,
009_0500_a_18L令到安隱國土者遠離一切荒嶮垢者無渴愛者離諸使者離諸結離貪瞋癡者離諸煩惱者離憍慢怒者
이와 같은 대장부(大丈夫)ㆍ묘(妙)장부ㆍ극(極)장부ㆍ건(健)장부ㆍ맹(猛)장부ㆍ연화(蓮華)장부ㆍ분다리(芬陀利)장부ㆍ용(龍)장부ㆍ사룡(師龍)장부ㆍ사자(師子)장부ㆍ상수(上首)장부ㆍ흉(兇)장부ㆍ웅(雄)장부ㆍ상(象)장부ㆍ무상(無上)장부ㆍ무상조어(無上調御)장부,
009_0500_a_21L如是大丈夫妙丈夫極丈夫丈夫猛丈夫蓮華丈夫芬陁利丈夫龍丈夫師龍丈夫師子丈夫上首丈兇丈夫雄丈夫象丈夫無上丈夫無上調御丈夫
009_0500_b_02L 그리고 공승자(共乘者)ㆍ모든 힘을 갖춘 자ㆍ10력(力)을 갖춘 자ㆍ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얻은 자ㆍ18불공법(不共法)을 갖춘 자ㆍ큰 복의 지력(智力)을 얻은 자ㆍ한량없는 법장(法藏)이 만족한 자ㆍ질투가 없는 자ㆍ모든 중생을 기뻐하는 자ㆍ위가 없는 큰 시주(施主)ㆍ가장 수승한 시주ㆍ마음에 혐오와 원한이 없는 자ㆍ큰 선정을 얻은 자ㆍ
009_0500_b_02L共乘者具一切力者具十力者得四無所畏者具十八不共法者得大福智力者滿足無量法藏者無嫉妒者悅豫一切衆生者上大施主最勝施主心無嫌恨者大禪定者
모든 선정의 삼매삼마발제(三昧三摩跋提)의 경계를 얻은 자ㆍ지혜가 한량이 없는 자ㆍ지혜가 막힘이 없는 자ㆍ등급이 없는 지혜의 경계를 얻은 자ㆍ마당(魔幢)을 꺾은 자ㆍ진창[淤泥]을 건넌 자ㆍ피안에 이른 자ㆍ피안에 머무는 자ㆍ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른 자ㆍ모든 중생의 두려움을 없앤 자ㆍ모든 중생을 편히 위안하는 자ㆍ대중이 견고함을 내는 자를 오늘 밤이 지나면 마땅히 헤어져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됩니다.
009_0500_b_07L得諸禪三昧三摩跋提境界者無量慧者無障慧者得無等慧境界者摧魔幢者渡淤泥者到彼岸住彼岸者到無畏處者除一切衆生怖畏者安慰一切衆生者大衆生堅固者--於今後夜當有別離更不可
세존이시여, 여래가 언제나 모든 대중들 속에서 하시던 진정한 사자후(獅子吼)를 다시는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뛰며 즐거워 할 기쁜 마음이 있겠습니까?
009_0500_b_13L世尊如來常於諸大衆中正師子吼更不得聞我當有何踊悅稱意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자신이 관정(灌頂)한 찰리(刹利)의 왕으로부터 복록을 받고서 임금의 목숨이 다한 뒤에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 왕이 은혜로이 길러주심을 알고 왕의 은혜로운 양육을 생각하면서 왕의 은혜로운 양육에 보답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하겠습니다.
009_0500_b_14L譬如有人於其灌頂剎利王所得福祿者王命終後生大憂苦--知王恩念王恩養賞王恩養--
저들 모든 중생들은 그들의 왕을 위하기 때문에 오로지 효도를 지니고, 혹은 하루나 이틀에서 이레에 이르고, 혹은 반 달이나 또는 한 달이 되도록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009_0500_b_17L彼諸衆生爲其王故專持孝道或一日二日乃至七日若半月乃至一月憶念流淚
세존이시여, 저 또한 이와 같이 여래께서 적멸하신 후 바른 법이 세상에 머물기까지, 그 기간을 따라 5욕을 버리고 오로지 효도만을 지녀서, 즐겨 웃고 농하는 일이 없으며 다른 옷을 몸에 걸치지 않고 화만이나 도향, 말향 등을 쓰지 않으며, 모든 하늘의 과보를 받거나 쓰지 않겠습니다.”
009_0500_b_19L我亦如是如來滅後乃至正法住隨其時節捨離五欲專持孝道樂戲笑不著異衣不用華鬘塗香香及不受用諸天果報

3. 제석품(帝釋品)
009_0500_b_23L大悲經帝釋品第三
009_0500_c_02L
이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도착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물러나 한쪽에 자리를 잡은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세존이시여, 옛날의 어느 땐가 네 명의 대아수라왕(大阿修羅王)이 위풍당당하게 마차를 타고 갑옷을 입고 여러 권속들을 거느리고 우리 삼십삼천에 와서 싸움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009_0500_b_24L爾時釋提桓因往詣佛所到已頂禮退作一面而白佛言唯願世尊教勅於我云何修行世尊昔於一時四大阿修羅王嚴駕著鎧將諸眷屬來詣三十三天所欲共鬪戰
그런데 이때에 성자(聖者) 목련(目連)이 아직도 세상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여러 하늘들과 아수라가 서로 군대를 대치하고 있을 때에 성자 목련이 네 아수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법에 따라 이들을 조복(調伏)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하늘들과 아수라가 모두 다 같이 편안할 수 있었으며, 다시는 서로 싸우는 괴로움을 겪거나 서로가 서로를 거스르면서 헐뜯고 다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009_0500_c_06L當於爾時者目連仍住在世如是諸天共阿修羅對陣之時聖者目連到四阿修羅所以如法伏之如是諸天及諸阿修羅悉得安隱無復鬪戰之苦共相違毀訾諍論
세존이시여, 하지만 지금은 이 대목련(大目連)이 이미 멸도(滅度)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지금 여래께서 다시 열반에 들고자 하십니다. 그렇다면 저희들은 이제부터 또 자주 서로 싸우고 거스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가르침을 내려 주소서.
만약 네 명의 아수라왕이 우리와 싸움을 벌인다면 우리는 저들에 대하여 어떤 계책을 써야 합니까?”
009_0500_c_11L世尊是大目連旣已滅如來今復欲般涅槃我等如是於後數數當復鬪戰共相違反願垂教若四阿修羅王與我戰時我於彼等作何方計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알려 주셨다.
“교시가(憍尸迦)여, 그만하라. 걱정하지 말고 근심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라. 만일 금계(禁戒)를 지녀서 지킨다면 원하는 일은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니 다만 청정한 계율을 지키는 자만 이룰 수 있을 것이요, 그 계율이 청정하지 못하면 그렇지 못할 것이다.
009_0500_c_15L佛告釋提桓因言憍尸莫憂悲莫愁莫慮若持戒者所願必成唯淨戒者成非不淨戒
청정히 행하는 자는 이루지만 청정한 행을 하지 않는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욕심을 여의는 자는 이루지만 욕심을 여의지 못하는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성내는 마음을 여의는 자는 이루지만 성내는 마음을 여의지 못하는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어리석음을 여읜 자는 이루지만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한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지혜로운 자는 이루지만 지혜롭지 못한 자는 못 이룰 것이다.
009_0500_c_17L梵行者非不梵行離欲者非不離欲離瞋者非不離瞋離癡者非不離癡智慧者非不智慧而得成也憍尸迦我從今後當作加被
교시가여, 내 지금부터 마땅히 보살핌을 더할 것이다. 교시가여, 나의 바른 법이 멸하지 않을 때까지 만일 여러 하늘들과 아수라 등이 서로 싸우는 일이 있다면, 그때마다 나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여러 하늘들이 이기게 될 것이다.”
009_0500_c_21L憍尸迦乃至我之正法未滅若有諸天阿修羅等共相鬪隨其時節稱我名故諸天得勝
009_0501_a_02L이때 네 명의 대아수라왕이 부처님께서 말씀한 가호(加護)에 관한 소리를 듣고는, 분한 마음이 들고 머리털이 일어서면서 두려워 떨며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왔다. 도착하고 나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 한쪽에 물러가 자리를 잡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런 가호를 하십니까?”
009_0500_c_23L四大阿修羅王聞佛說是加護聲其心忿恨毛豎怖畏來詣佛所已頂禮卻住一面白佛言世尊何故如來作是加護
부처님께서 네 명의 대아수라에게 고하였다.
“너희들은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말라. 언젠가는 너희들도 크게 자재(自在)함을 얻어서 저 삼십삼천을 뛰어넘어 다시는 싸우거나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고, 서로 어긋나지도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조심하여 서로 싸우지 말고, 서로 헐뜯지 말고, 서로 다투지 말고, 서로의 마음들을 거스르지 말라. 그리고는 마땅히 자애로운 마음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지어서 중생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얻어 갖추도록 하라.
009_0501_a_04L佛告四大阿修羅言汝等莫憂莫慮有時汝等得大自在過彼三十三天無復鬪戰無諍無競無相違反是故汝等愼莫鬪戰莫相毀訾莫相諍論勿作違反心當作慈愍心得衆欲具足
모든 인자(仁者)는 그 목숨이 오래 머물러 있지 않으며, 자재함의 주인이 되어도 역시 항상함은 없다.
모든 인자는 이 세간이 가진 것을 구족하게 모두 모았다고 해도 반드시 떠나고 흩어지는 데로 돌아간다.
009_0501_a_09L諸仁者命不久爲自在主亦復無常諸仁者世閒所有具足合會必歸離散
모든 인자는 마땅히 여래의 궁극하여 항상함이 없는 경계를 보아서 모든 중생에 대하여 원망하고 미워함이 없으며, 어긋남이 없고 다툼이 없어서 언제나 화합하여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가진다.
어찌 하물며 너희들처럼 선근이 적어 피차간에 서로 싸우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자들에 있어서겠느냐?
009_0501_a_11L諸仁者觀如來窮無常際於諸衆生無所怨無違無競常爲和合一切衆生平等發心何況汝等薄少善根彼此迭相樂鬪諍者
모든 인자가 만일 남을 해치고 괴롭히려는 마음을 가지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는 도리어 긴긴 밤을 그와 같이 괴로움을 당하고 해를 입을 것이다.
009_0501_a_15L諸仁者若有發心惱害他者是人長夜還得惱害
모든 인자가 만약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자는 도리어 짧은 수명의 과보를 받을 것이며, 싸우고 다투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자는 언제나 공포에 떨다가 죽는 과보를 받을 것이니, 큰 권속을 갖추지 못하고 큰 세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009_0501_a_16L諸仁者人喜殺是人還得短壽之報若憙鬪是人常有怖畏死報不具大眷屬無大勢力
모든 인자는 선과 악의 두 업을 통해서 끝내 패망(敗亡)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제부터는 각각 자애로운 마음으로 몸의 업을 자애롭게 하고 입의 업을 자애롭게 하고 뜻의 업을 자애롭게 하여 싸우지 말고 다투지 말고 서로 헐뜯고 욕하지 말라. 이런 인연을 쌓는다면 너희들은 긴긴 밤을 이익과 안락함을 얻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009_0501_a_19L諸仁者惡二業終不敗是故汝等從今已後各住慈心--住身業慈口業慈意業慈--莫鬪莫競相毀訾以是因緣汝等長夜得利益安樂後則不悔
009_0501_b_02L이렇게 말씀을 마치자, 네 명의 아수라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로 그렇습니다. 바가바여, 바로 그렇습니다. 수가타여, 저희들이 그와 같이 여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그와 같이 닦고 그와 같이 머물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제부터 마땅히 모든 투쟁의 수단들을 버리고 각자 자애로운 마음을 닦겠습니다.”
009_0501_a_23L作是語已四阿修羅王白佛言世尊如是婆伽婆如是伽陁我等如是依如來教如是修是住世尊我從今後一切當捨鬪戰之具各修慈心
이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화살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아서 너무나 슬펐다. 그래서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009_0501_b_04L爾時釋提桓因聞佛涅槃爲憂箭所射極大愁惱悲泣流淚而白佛言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법주(法住)에 이르기까지 5욕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궁(內宮)에 들어가지 않으며, 다른 옷은 입지 않겠습니다. 위대한 덕을 갖추신 바가바시여, 마치 가장(家長)이 돌아가시는 것과 같아서 여기의 사람들은 그 은혜로 길러주심을 받은 것을 깨닫고 마음에 고뇌가 생겨 옛 은혜를 기억하여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은혜로 길러주심을 생각하니,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오로지 효도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009_0501_b_06L世尊我從今日乃至法不受五欲不入內宮不著異衣德婆伽婆譬如家長喪亡是人知識得恩養者心生苦惱憶念舊恩念恩養故悲泣流淚專持孝道
세존이시여, 저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법주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을 따라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오로지 효도의 마음만 갖겠습니다. 그리하여 5욕을 행하지 않고 내궁에 들어가지 않으며 다른 옷은 입지 않겠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하면, 위없는 도사(導師)께서 내일이면 떠나셔야 하고 다시는 뵐 수 없고 만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석제환인은 이와 같이 말을 마치고는 곧장 얼굴을 묻고 울었다.
009_0501_b_10L世尊我亦如是乃至法住隨其時節悲泣流淚專持孝道不行五欲不入內宮不著異衣何以故無上導師明當別離可得見更不合會釋提桓因作是語卽便伏面啼哭而住
大悲經卷第一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