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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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_0793_a_01L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제1권
013_0793_a_01L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卷第一
『중인도나란타대도량경(中印度那蘭陁大道場經)』이라고도 한다. 관정부(灌頂部)에서 따로 추려내었다.
013_0793_a_02L一名中印度那蘭陁大道場經於灌頂部錄出別行
대당 신룡 원년(705년) 5월 23일에 천축 사문 반라밀제(般剌蜜帝)가 광주(廣州) 제지도량(制止道場)에서 역출하였는데, 보살계제자(菩薩戒弟子) 전정간대부동중서문하평장사(前正諫大夫同中書門下平章事) 청하방융(淸河房融)이 필수(筆授)하고, 오장국(烏長國) 사문 미가석가(彌伽釋迦)가 역어(譯語)했다.
013_0793_a_03L大唐神龍元年龍集乙巳五月己夘朔二十三日辛丑中天竺沙門般剌蜜帝於廣州制止道場譯出
菩薩戒弟子前正諫大夫同中書門下平章事淸河房融筆授

반랄밀제(般剌蜜帝) 한역
현성주 번역
013_0793_a_08L 烏長國沙門彌伽釋迦譯語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3_0793_a_09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室羅筏城)의 기원정사(祇桓精舍)에서 1,250명의 뛰어난 비구(比丘)들과 함께 계셨다. 이 비구들은 모두 번뇌가 없는 대아라한(大阿羅漢)이자 불자(佛子)로서, 불법(佛法)을 지키고 살면서 온갖 세계[諸有]의 속박을 벗어나, 태어나는 국토마다 위의(威儀)를 성취할 수 있으니, 부처님을 따라 법륜(法輪)을 굴리면서 유촉(遺囑)을 감당할 만하였다. 또 이 비구들은 계행[毘尼]이 매우 청정[嚴淨]하여 널리 삼계(三界)의 모범이 되고, 한량없는 응신(應身)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며 미래의 중생도 건져내어 온갖 번뇌의 얽힘에서 벗어나게 할 이들이다.
이 가운데 지혜가 뛰어난 사리불(舍利弗)과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과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와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와 수보리(須菩提)와 우바니사타(優波尼沙陀) 등은 이들의 상수(上首)들이다.
013_0793_a_10L一時佛在室羅筏城祇桓精舍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皆是無漏大阿羅漢佛子住持善超諸有能於國土成就威儀從佛轉輪妙堪遺囑嚴淨毘尼弘範三界應身無量度脫衆生拔濟未來越諸塵累其名曰大智舍利弗摩訶目乾連訶拘絺羅富樓那彌多羅尼子須菩優波尼沙陁等而爲上首
013_0793_b_01L또 한량없는 벽지불(辟支佛)과 무학(無學)과 초심자(初心者)들도 다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마침 비구들이 여름의 안거수행(安居修行)을 마치고 그간의 잘못을 서로 고백하여 참회하는 날[自恣]이므로, 시방의 보살들도 마음속의 의심을 물어서 결단하기 위하여 자혜롭고 엄한 부처님을 공손히 받들어 심오한 뜻[密義]을 듣고자 하였다.
즉시 여래께서 자리를 펴시고 편히 앉으셔서, 모든 법회 대중을 위하여 심오한 법을 설하시니, 법석(法席)의 청정대중[淸衆]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법을 얻었으며, 가릉빈가(迦陵頻伽)처럼 맑고 고운 음성이 시방세계에 널리 퍼지자,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들이 이 도량으로 모여들었는데, 이들의 상수(上首)는 문수사리(文殊師利)이다.
013_0793_a_18L復有無量辟支無學幷其初心同來佛所諸比丘休夏自恣十方菩薩諮決心欽奉慈嚴將求密義卽時如來敷座宴安爲諸會中宣示深奧法筵淸衆得未曾有迦陵仙音遍十方界沙菩薩來聚道場文殊師利而爲上
이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부왕(父王)의 제삿날에 공양을 차리고, 부처님을 궁궐내정[宮掖]으로 초청해서 몸소 영접하는 한편, 겸하여 맛이 뛰어난 음식[珍羞]을 더 많이 마련하여 여러 훌륭한 보살들도 친히 맞아들였다.
동시(同時)에 성안의 장자(長者)와 거사(居士)들도 스님들의 공양을 준비해 놓고 부처님께서 참석해 주시기를 원했다. 부처님께서는 문수(文殊)에게 보살과 아라한들을 나눠 거느리고 가서 시주(施主; 齋主)의 청에 응하도록 분부하셨다.
오직 아난(阿難)만은 미리 별도의 청을 받고 멀리 가서 미처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의 차례에 참여할 겨를이 없었으며, 이미 동행하는 상좌(上座)와 아사리(阿闍黎)도 없이 혼자 돌아오는 길인데, 그날따라 공양하려는 이도 없었다.
013_0793_b_03L波斯匿王爲其父王諱日營齋請佛宮掖自迎如來廣設珍羞無上妙味兼復親延諸大菩薩城中復有長者居士同時飯僧佇佛來應佛勅文殊分領菩薩及阿羅漢應諸齋主唯有阿難先受別請遠遊未還不遑僧次旣無上座及阿闍梨途中獨歸其日無供
아난(阿難)은 지나온 성으로 가서 차례로 공양을 얻기 위해 발우[應器]를 들고 가면서 마음속에 “처음으로 스님들께 공양해 본 적이 없는 단월[最後檀越]을 찾아서 공양주[齋主]를 삼으리라” 생각하고, 깨끗한 귀족 찰제리(刹帝利)나 더러운 전타라(旃陀羅)를 묻지 않고 모범으로 평등한 사랑을 행하려고 하였다. 이렇게 미천한 신분을 가리지 않으려는 것은, 일체중생에게 한량없는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시키려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이다.
또 아난은 여래께서 수보리(須菩提)와 대가섭(大迦葉)에게 ‘아라한(阿羅漢)이 되고서도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책망한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활짝 열어 가리지 않는 행으로 모든 의심과 비방을 벗어나신 여래를 우러러 존경하며, 저 성 둘레의 못을 거쳐 성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공양법[齋法]에 걸맞게 매우 엄숙한 위의(威儀)를 갖췄다.
013_0793_b_10L卽時阿難執持應器於所遊城次第循乞心中初求最後檀越以爲齋主無問淨穢剎利尊姓及旃陁羅方行等慈不擇微賤發意圓成一切衆生無量功德阿難已知如來世尊訶須菩提及大迦葉爲阿羅漢心不均平欽仰如來開闡無遮度諸疑謗經彼城隍徐步郭門嚴整威儀肅恭齋法
013_0793_c_01L이때 아난은 걸식(乞食)하다가 환술(幻術)을 잘 부리는 마등가녀(摩登伽女)를 만났다. 마등가는 사비가라(娑毗迦羅)의 선범천주(先梵天呪)로 아난을 음실(婬室)로 끌어들여 음탕한 몸으로 만지고 비비면서 아난의 계체(戒體)를 망치려고 하였다.
여래께서는 아난이 음욕의 마술[術]에 잡힌 줄 아시고 공양을 마치자마자 바로 기원정사(祇垣精舍)로 돌아오시니, 바사닉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들도 다 부처님을 따라와서, 법문의 요의[法要]를 듣고자 하였다.
바로 이때 세존께서는 정수리로 온갖 보배의 두려움 없는 광명을 놓으셨다.그 광명에서는 천 잎의 보배 연꽃이 나왔으며, 연꽃 위에 가부좌(跏趺坐)하신 화신 부처님께서 신비한 주문을 외우셨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그 주문을 가지고 가서 아난을 구해 오도록 분부하셨다. 문수보살은 그 주문으로 나쁜 주문을 소멸시키고, 아난과 마등가(摩登伽)를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013_0793_b_18L爾時阿難因乞食次經歷婬室遭大幻術摩登伽女以娑毘迦羅先梵天呪攝入婬席婬躬撫摩將毀戒體來知彼婬術所加齋畢旋歸王及大臣長者居士俱來隨佛願聞法要世尊頂放百寶無畏光明光中出生千葉寶蓮有佛化身結加趺坐說神呪勅文殊師利將呪往護惡呪銷滅提獎阿難及摩登伽歸來佛所
아난(阿難)이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슬피 울면서, 시작 없는 옛적부터 한결같이 불법을 많이 들어 알기만 하고 도의 힘이 완전하지 못함을 한탄하며, 시방 여래께서 보리(菩提)를 성취하신 묘한 사마타(奢摩他)와 삼마(三摩)와 선나(禪那)의 최초방편(最初方便)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러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들과 시방에서 온 여러 훌륭한 아라한(阿羅漢)들과 벽지불(辟支佛)들도 모두 기쁘게 듣기를 원하며, 말없이 물러앉아 거룩한 가르침[聖旨]을 받들고자 하였다.
013_0793_c_04L阿難見佛頂禮悲泣恨無始來一向多聞未全道力慇懃啓請十方如來得成菩提妙奢摩他三摩禪那最初方便於時復有恒沙菩薩及諸十方大阿羅漢辟支佛等俱願樂聞退坐默然承受聖旨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나는 사촌간이지만 정리로는 형제나 다름이 없다. 당초에 발심(發心)했을 때 나의 법 가운데 어떤 훌륭한 모습을 보았기에, 세상의 깊고 소중한 은혜와 애정을 버렸느냐.”
013_0793_c_10L佛告阿難汝我同氣情均天倫當初發心於我法中見何勝相頓捨世閒深重恩愛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의 더없이 미묘하고 훌륭한 32상(相)의 형체에서 유리(琉璃)처럼 사무치는 영롱한 빛을 보고, 저는 언제나 ‘이 모양은 애욕의 기운으로 생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애욕의 기운은 추하고 탁하여, 비린내와 누린내가 서로 어울리고 고름과 피가 어지럽게 섞였으니, 이렇게 황금덩어리처럼 훌륭하고 맑고 묘하고 밝은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 감동하여 간절히 우러러 존경하면서 부처님을 따라 머리를 깎았습니다.”
013_0793_c_13L阿難白佛我見如來三十二相勝妙殊絕形體映徹猶如琉璃常自思惟此相非是欲愛所生何以欲氣麤濁腥臊交遘膿血雜亂能發生勝淨妙明紫金光聚是以渴仰從佛剃落
013_0794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었다. 아난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일체중생이 시작 없는 아득한 옛적부터 생사를 계속하는 것은 다 상주신심(常住眞心)의 성품이 맑고 밝은 본체를 알지 못하고, 온갖 허망한 생각을 제 마음으로 잘못 아는 탓이며, 이 생각이 진실하지 못한 까닭에 생사에서 윤회하느니라. 네가 이제 더없이 높은 보리[無上菩提]의 진실하게 열린 밝은 성품을 연마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내가 묻는 말에 곧은 마음으로 대답하여라. 시방 여래께서도 동일한 길을 따라 생사를 벗어나셨는데, 모두 곧은 마음으로 행하셨느니라. 마음과 말씀이 곧으신 까닭에 이와 같이 지위(地位)의 시작에서 최종에 이를 때까지그 중간에 조금도 구부러진 모양이 없으셨느니라.
“아난아. 내가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네가 답하기를 여래의 32상을 보고 출가할 마음을 내었다고 하였으니, 무엇으로 보았으며 무엇으로 좋아했느냐.”
013_0793_c_18L佛言善哉阿難汝等當一切衆生從無始來生死相續由不知常住眞心性淨明體用諸妄此想不眞故有輪轉汝今欲硏無上菩提眞發明性應當直心酬我所十方如來同一道故出離生死皆以直心心言直故如是乃至終始地中閒永無諸委曲相阿難我今問當汝發心緣於如來三十二相何所見誰爲愛樂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좋아한 것은 저의 마음과 눈입니다. 눈으로 여래의 거룩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저는 발심하여 생사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습니다.”
013_0794_a_04L阿難白佛言世尊如是愛樂用我心目由目觀見如來勝相心生愛樂故我發心願捨生死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진실로 좋아한 동기가 마음과 눈에 있다고 말했으니, 만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번뇌[塵勞]를 항복시킬 수 없느니라. 마치 적의 침략을 당한 국왕이 군대를 일으켜 적을 토벌하려면 적군의 소재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너를 생사에 흘러 다니게 한 것은 마음과 눈의 잘못이니,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마음과 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013_0794_a_06L佛告阿難如汝所說眞所愛樂因于心目若不識知心目所在則不能得降伏塵勞譬如國王爲賊所侵發兵討除是兵要當知賊所在使汝流轉心目爲咎吾今問汝唯心與目今何所在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세간의 열 가지 중생[十種異生]은 누구나 똑같이 그 분별하는 마음[識心]은 몸 안에 있고, 눈은 얼굴에 있습니다. 비록 푸른 연꽃과 같은 부처님의 눈을 보아도 부처님의 얼굴에 있으시며, 이제 제 눈[浮根四塵]을 보아도 제 얼굴에 있을 뿐이니, 이렇게 아는 마음[識心]은 몸속에 있습니다.”
013_0794_a_12L阿難白佛言世尊一切世閒十種異同將識心居在身內縱觀如來靑蓮花眼亦在佛面我今觀此浮根四塵秖在我面如是識心實居身內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현재 여래의 강당(講堂)에 앉아 있으니, 기타림(祇陀林)을 보라. 지금 기타림은 어디에 있느냐.”
013_0794_a_16L佛告阿難汝今現坐如來講堂觀祇陁林今何所在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이 큰 중각(重閣)의 청정한 강당은 급고원(給孤園)에 있으며, 기타림(祇陀林)은 강당 밖에 있습니다.”
013_0794_a_18L世尊此大重閣淸淨講堂在給孤園今祇陁林實在堂外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지금 강당 안에서 먼저 무엇을 보느냐.”
013_0794_a_19L阿難汝今堂中先何所見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강당 안에서 먼저 여래를 보고, 그 다음에 대중을 보고, 이와 같이 밖을 보아야만 비로소 기타림(祇陀林)과 급고원(給孤園)을 보게 됩니다.”
013_0794_a_20L世尊我在堂中先見如來次觀大衆如是外望方矚林園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기타림과 급고원을 본다고 했으니, 어떻게 보았느냐.”
阿難汝矚林園因何有見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이 큰 강당의 문과 창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저는 강당 안에 있으면서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것입니다.”
013_0794_a_22L世尊此大講堂戶牖開豁故我在堂得遠瞻見
013_0794_b_01L이때 부처님께서 대중(大衆) 가운데 황금색의 팔을 펴시고 아난의 정수리를 만지시면서 아난과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삼마제(三摩提)가 있으니 대불정수릉엄왕(大佛頂首楞嚴王)이라고 이름한다. 온갖 행이 원만하게 갖춰져 있어서, 시방 여래께서 한 문으로 뛰어나신 묘하게 장엄된 길이니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아난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엎드려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013_0794_b_01L爾時世尊在大衆中舒金色臂摩阿難頂告示阿難及諸大衆有三摩提名大佛頂首楞嚴王具足萬行十方如來一門超出妙莊嚴路汝今諦聽阿難頂禮伏受慈旨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기를 몸이 강당 안에 있으면서 문과 창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멀리 기타림(祇陀林)과 급고원(給孤園)을 본다고 했으니, 어떤 중생이든지 이 강당 안에 있으면서 먼저 여래를 보지 못하고 강당 밖을 보겠느냐.”
013_0794_b_06L佛告阿難如汝所言身在講堂戶牖開豁遠矚林園亦有衆生在此堂中不見如來見堂外者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강당 안에 있으면서 여래를 보지 못하고 밖의 숲과 냇물을 볼 리가 없습니다.”
013_0794_b_09L阿難答言世尊在堂不見如來能見林泉無有是處
“아난아. 너도 마찬가지다. 네 마음은 일체를 밝게 알고 있으니, 만일 너의 현재 밝게 아는 마음이 네 몸 안에 있다면, 먼저 당연히 몸속을 밝게 알아야 한다. 어떤 중생이 먼저 몸속을 보고 나서 바깥 물건을 보겠느냐. 비록 심장, 간장, 비장, 위장은 볼 수 없더라도, 손톱이 나고 털이 자라고 근육이 움직이고 맥이 뛰는 정도는 참으로 당연히 밝게 알아야 하는데, 어째서 모르느냐. 분명 몸속도 모르는데 어떻게 밖을 알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깨닫고 아는 마음이 몸 안에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4_b_10L阿難汝亦如是汝之心靈一切明了若汝現前所明了心實在身內爾時先合了知內身頗有衆生先見身中後觀外物縱不能見心爪生髮長筋轉脈搖誠合明了如何不知必不內知云何知外是故應知汝言覺了能知之心住在身內無有是處
아난이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렇게 부처님의 법문[法音]을 듣고 보니 제 마음이 몸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방안에 등불을 켰을 때 그 불빛은 반드시 먼저 방안을 비추고 나서 그 방문으로부터 뒤에 뜰과 마당까지 비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일체중생이 몸속을 못보고 홀로 몸 밖만을 보는 것은, 방밖에 있는 등불이 방 속을 비추지 못하는 경우와 같겠습니다. 이 뜻은 확실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 부처님의 분명한 뜻[了義]과 일치하여 잘못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013_0794_b_17L阿難稽首而白佛言我聞如來如是法音悟知我心實居身外所以者何譬如燈光然於室中是燈必能先照室內從其室門後及庭際一切衆生不見身中獨見身外亦如燈光居在室外不能照室是義必明將無所惑同佛了義得無妄耶
013_0794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구들은 좀 전에 나를 따라 실라벌성(室羅筏城)에서 법식대로 공양을 얻고[循乞] 기타림(祇陀林)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미 공양을 끝냈으나, 공양하고 있는 저 비구들을 보아라. 한 사람의 공양으로 모든 사람이 다 배부를 수 있겠느냐.”
013_0794_c_01L佛告阿難是諸比丘適來從我室羅筏城循乞摶食歸祇陁林我已宿齋汝觀比丘一人食時諸人飽不
아난이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비구들은 비록 아라한(阿羅漢)일지라도, 몸과 목숨이 똑같지 않은데, 어떻게 한 사람의 공양으로 모든 사람이 다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013_0794_c_04L阿難答言不也世尊何以故是諸比丘雖阿羅漢軀命不同云何一人能令衆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너의 깨닫고 알고 보는 마음이 참으로 몸밖에 있다면, 몸과 마음은 서로 따로 떨어져서 저절로 상관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마음이 아는 것을 몸은 깨달을 수 없어야 하며, 몸이 아는 것을 마음은 알 수 없어야 한다. 너는 이제 내 도라면(兜羅綿)손을 보아라. 네 눈이 보면서 마음도 함께 분별하느냐.”
013_0794_c_07L佛告阿難若汝覺了知見之心實在身外身心相外自不相干則心所知身不能覺覺在身際心不能知今示汝兜羅緜手汝眼見時心分別
아난이 답했다.
“예, 분별합니다. 세존이시여.”
阿難答言如是世尊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네 눈과 마음이 서로 안다면, 어째서 네 마음이 밖에 있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깨달아 아는 마음이 몸밖에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4_c_11L佛告阿難相知者云何在外是故應知汝言了能知之心住在身外無有是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몸속을 보지 못하므로 몸 안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몸과 마음이 서로 알면서 서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몸밖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자금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이 있는 한 곳을 알았습니다.”
013_0794_c_13L阿難白佛言世尊如佛所言不見內故不居身內身心相知不相離故在身外我今思惟知在一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한 곳이란 어디를 말하느냐.”
013_0794_c_16L佛言今何在
아난이 말했다.
“이 분명하게 아는 마음이 몸속을 알지 못하면서도 밖은 잘 보고 있으니, 제 생각으로는 눈 속[根裏]에 가만히 숨어 있겠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유리조각으로 두 눈을 가렸을 경우, 비록 눈은 물체에 가렸으나 아무런 장애 없이 저 눈이 보는 대로 마음이 따라 곧 분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나의 깨달아 아는 마음이 몸속을 못 보는 것은 눈에 있기 때문이며, 밖을 분명하게 보면서 걸림이 없는 것은 눈 속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013_0794_c_17L阿難言此了知心旣不知內而能見外如我思忖潛伏根裏猶如有人取琉璃椀合其兩眼雖有物合而不留㝵彼根隨見隨卽分別然我覺了能知之心不見內者爲在根故分明矚外無障㝵者潛根內故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대로 눈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유리로 가린 것과 같다면, 유리로 눈을 가린 사람이 산과 강을 볼 때 유리를 보겠느냐.”
013_0794_c_22L佛告阿難如汝所言潛根內者猶如琉璃彼人當以琉璃籠眼當見山河見琉璃不
013_0795_a_01L아난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유리로 눈을 가렸기 때문에 당연히 유리를 보게 됩니다.”
013_0795_a_02L如是世尊是人當以琉璃籠眼實見琉璃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과 같다면, 산과 강을 볼 때 어째서 눈을 못 보는 것이냐. 만일 눈을 본다면 눈은 곧 경계와 똑같아서 ‘눈이 보는 대로 마음이 따라 분별한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으며, 만일 눈을 볼 수 없다면, 어째서 이 분별하고 아는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처럼 눈 속에 숨어 있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깨달아 아는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처럼 눈 속에 가만히 숨어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5_a_03L佛告阿難汝心若同琉璃合者當見山河何不見眼若見眼者眼卽同境不得成隨若不能見云何說言此了知心潛在根內如琉璃合是故應知汝言覺了能知之心潛伏根裏如琉璃合無有是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어. 저는 이제 또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중생의 몸을 보면 5장(藏)ㆍ6부(腑)는 속에 들어있고 구멍은 밖에 있으니, 부장(腑藏)에 있으면 어둡고 구멍에 있으면 밝습니다. 지금 제가 부처님을 상대하여 눈뜨고 밝음을 보는 것으로 몸 밖을 본다 하고, 눈감고 어둠을 보는 것으로 몸속을 본다고 한다면, 이 뜻은 어떻습니까.”
013_0795_a_08L阿難白佛言世尊我今又作如是思是衆生身府藏在中竅穴居外藏則暗有竅則明今我對佛開眼見明名爲見外閉眼見暗名爲見內義云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눈을 감고 어둠을 볼 때 이 어두운 경계가 눈과 상대하였느냐, 눈과 상대하지 않았느냐. 만일 눈과 상대했다면 어둠은 눈앞에 있으니, 어떻게 몸속이 성립되겠느냐. 만일 눈앞의 어둠으로 몸속이 성립된다고 한다면, 해와 달과 등불도 없는 암실(暗室)에 있을 때는, 그 방안의 어둠은 온통 너의 내장[焦腑]이겠구나. 만일 어둠이 눈과 상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보는 것이 성립되겠느냐.
만일 바깥 보는 것을 떠나서 안의 상대가 성립된다 하여, 눈감고 어둠을 보는 것으로 몸속을 본다고 한다면, 눈뜨고 밝은 것을 볼 때는 어째서 얼굴을 못 보느냐.
013_0795_a_13L佛告阿難汝當閉眼見暗之時此暗境界爲與眼對爲不對眼若與眼對暗在眼前云何成內若成內者居暗室中無日月燈此室暗中皆汝焦府若不對者云何成見若離外見內對所成合眼見暗名爲身中開眼見明何不見面
013_0795_b_01L만일 얼굴을 못 본다면 안을 상대하여 본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으리라. 얼굴 보는 것이 성립된다면, 이 분별하여 아는 마음은 눈과 함께 허공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속을 본다는 말이 성립되겠느냐. 만일 허공에 있다면 그 자체로 네 몸이 아니며, 이 여래가 지금 네 얼굴을 보는 것도 마땅히 네 몸이라고 해야 하겠구나. 그렇다면 허공에 있는 네 눈은 이미 안다 해도 당연히 몸은 깨닫지 못해야 한다. 네가 끝까지 고집하여 몸과 눈이 둘 다 안다고 한다면, 당연히 두 아는 작용이 있어야 하고,너 한 사람이 마땅히 두 부처를 이뤄야 하리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어둠을 보는 것으로 몸속을 본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5_a_20L若不見面內對不成見面若成此了知心及與眼根乃在虛空何成在內若在虛空自非汝體卽應如來今見汝面亦是汝身汝眼已知身合非覺必汝執言身眼兩覺應有二知卽汝一身應成兩佛是故應知汝見暗名見內者無有是處
아난이 말했다.
“저도 항상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부대중(四部大衆)에게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법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마음이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이 말씀을 생각하였으며, 이 생각하는 자체가 바로 제 심성(心性)이니, 합하는 곳을 따라서 마음이 따라 있을 뿐, 안과 밖과 중간의 세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013_0795_b_03L阿難言我常聞佛開示四衆由心生種種法生由法生故種種心生今思惟卽思惟體實我心性隨所合處心則隨有亦非內中閒三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법이 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마음이 생긴다고 하여, 합하는 곳을 따라서 마음이 따라 있다고 한다면, 이 마음이 자체가 없으면 합할 곳이 없을 것이며, 만일 자체가 없어도 합할 수 있다고 한다면, 19계(界)가 7진(塵)을 따라 합한다는 말이니, 전혀 뜻이 되지 않는다. 만일 자체가 있다면, 너는 손으로 네 몸을 찔러 보아라. 네 아는 마음이 안에서 나오느냐. 밖에서 들어오느냐. 안에서 나온다면 몸속을 보아야 하고, 밖에서 들어온다면 마땅히 얼굴을 보아야 한다.”
013_0795_b_07L佛告阿難汝今說言由法生故種種心生隨所合處心隨有是心無體則無所合若無有體而能合者則十九界因七塵合是義不然若有體者如汝以手自挃其體汝所知心爲復內出爲從外入若復內出還見身中若從外來先合見面
아난이 말했다.
“보는 것은 눈이고 마음으로 아는 것은 눈이 아닌데 마음이 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013_0795_b_14L阿難言見是其眼心知非眼爲見非
013_0795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눈만으로도 볼 수 있다면, 네가 방안에 있을 때, 문만으로 볼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이미 죽은 사람들도 아직 눈을 가지고 있으니, 마땅히 다 물건을 보아야 하리라. 만일 물건을 본다면 어찌 죽었다고 하겠느냐.
아난아, 또 너의 깨달아 아는 마음이 만일 분명 자체가 있다면, 그 체는 하나이냐, 여럿이냐. 지금 네 몸에 두루 한 체냐, 두루 하지 않는 체냐. 만일 체가 하나라면, 너는 손으로 한 팔[一支]을 찔렀을 때, 4지(支)가 다 느껴야 하고, 만일 다 느낀다면 마땅히 찌른 자리가 따로 없으리라. 만일 찌른 자리가 따로 있다면, 체가 하나란 뜻은 저절로 성립될 수 없다. 만일 체가 여럿이라면 여러 사람이 될 텐데, 어느 체를 너라고 하겠느냐.
만일 네 몸에 두루 한 체라면, 앞서 한 팔을 찔렀을 때처럼, 몸 전체가 다 느껴야 할 것이며,만일 네 몸에 두루 하지 않는 체라면, 너는 머리를 만지면서 발도 만져 보아라. 머리가 만지는 줄 안다면 발은 당연히 만지는 줄을 몰라야 하지만, 너는 지금 그렇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합하는 곳을 따라서 마음이 따라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5_b_16L佛言若眼能見汝在室中門能見則諸已死尚有眼存應皆見物見物者云何名死阿難又汝覺了能知之心若必有體爲復一體爲有多今在汝身爲復遍體爲不遍體一體者則汝以手挃一肢時四肢應若咸覺者挃應無在若挃有所汝一體自不能成若多體者則成多何體爲汝若遍體者同前所挃不遍者當汝觸頭亦觸其足頭有所足應無知今汝不然是故應知所合處心則隨有無有是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들었습니다만, 부처님께서는 문수 등 모든 법왕자(法王子)와 더불어 실상(實相)을 담론하시면서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따라 생각해보니, 마음이 안에 있다면 몸속을 못 보고, 밖에 있다면 서로 알지 못하며, 몸속을 알지 못하므로 안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몸과 마음이 서로 알기 때문에 밖에 있다고 해도 옳지 않습니다. 이제 몸과 마음이 서로 알면서도 몸속을 못 보니, 마음은 당연히 중간에 있겠습니다.”
013_0795_c_04L阿難白佛言世尊我亦聞佛與文殊等諸法王子談實相時世尊亦言不在內亦不在外如我思惟內無所見外不相知內無知故在內不成心相知在外非義今相知故復內無當在中閒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이 중간에 있다고 하였으니, 그 중간이란 애매하지 않아서, 반드시 일정한 곳이 없지 않으리라. 지금 너는 중간을 찾아보아라. 중간이 어디에 있느냐. 딴 곳에 있느냐, 네 몸에 있느냐. 만일 몸에 있다면, 몸 주변이면 중간이 아니며, 몸속이면 내장을 보아야 한다. 만일 딴 곳에 있다면, 표시할 수 있느냐, 표시할 수 없느냐. 표시할 수 없으면 중간이 없는 것이며, 표시한다 해도 일정하지 않으리라. 왜냐 하면 어떤 사람이 푯말을 세워 중간을 표시할 때, 동쪽에서 보면 서쪽이고, 남쪽에서 보면 북쪽이니, 표시 자체가 이미 혼란하여 마음이 뒤섞여 어지럽기 때문이다.”
013_0795_c_10L佛言汝言中閒中必不迷非無所在今汝推中中何爲在爲復在處爲當在身若在身者在邊非中在中同內若在處者爲有所表爲無所表無表同無表則無定何以故如人以表表爲中時東看則西南觀成北表體旣心應雜亂
아난이 말했다.
“제가 말한 중간은 이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눈과 색(色)이 인연[緣]하여 안식(眼識)이 생긴다’고 말씀하신 바와 같이, 눈에는 분별작용이 있고, 색 경계[色塵]는 아는 작용이 없는데서, 식(識)이 그 중간에서 생기므로, 이 중간을 마음이 있는 곳이라고 한 것입니다.”
013_0795_c_17L阿難言我所說中非此二種如世尊眼色爲緣生於眼識眼有分別塵無知識生其中則爲心在
013_0796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마음이 만일 눈과 색 경계의 중간에 있다면, 이 마음 자체는 눈과 색의 둘[二; 根塵]을 겸했느냐, 둘을 겸하지 않았느냐.
만일 둘을 겸했다면, 색[物; 塵]과 눈[體; 根]이 어지럽게 섞일 뿐 아니라, 색[物; 塵]은 눈[體; 根]의 분별작용[知]이 아니니 색의 무지(無知)와 눈의 분별이 딴 편으로 갈라설 텐데, 어찌 중간이 되겠느냐.
둘을 겸하지 않았다면, 눈의 분별[知]도 색의 무지[不知]도 아니어서, 자체의 성품이 없는데, 중간이란 어떤 모양이냐.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마음이 중간에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5_c_20L佛言心若在根塵之中此之心體爲復兼爲不兼二若兼二者物體雜亂非體知成敵兩立云何爲中兼二不非知不知卽無體性中何爲相故應知當在中閒無有是處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어. 제가 예전에 들으니, 부처님께서 목건련(目揵連)과 수보리(須菩提)와 부루나(富樓那)와 사리불(舍利弗) 등 네 제자와 함께 법륜(法輪)을 굴리시면서 ‘깨닫고 알고 분별하는 마음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중간에도 있지 않아서, 어디에도 있는 곳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일체 무착(無着)이 마음이라는 뜻이니, 제가 이 무착을 마음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013_0796_a_02L阿難白佛言世尊我昔見佛與大目須菩提富樓那舍利弗四大弟子共轉法輪常言覺知分別心性旣不在內亦不在外不在中閒俱無所在切無著名之爲心則我無著名爲心不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대로 깨닫고 알고 분별하는 마음이 어디에도 있지 않다면, 세상과 허공의 물과 육지에서 날아다니고 기어 다니는 온갖 물상을 일체(一切)라고 하는데, 네가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체가 있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일체가 없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일체가 없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면, 거북이의 털과 토끼의 뿔처럼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겠느냐. 또 일체가 있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면, 집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리라. 모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고, 없지 않으면 모양이 있는 것이며, 모양이 있으면 마음이 있으니, 어찌 집착이 없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에 집착이 없는 것을 깨닫고 아는 마음이라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013_0796_a_07L佛告阿難汝言覺知分別心性俱無在者世閒虛空水陸飛行諸所物象名爲一切汝不著者爲在爲無無則同於龜毛兔角云何不著有不著者不可名無無相則無非無則相相有則在云何無著是故應知一切無著名覺知心無有是處
그러자 아난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걷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공손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가장 어린 아우로서 부처님의 자애로운 혜택을 입고 비록 지금 출가했다고 하나, 오히려 귀염만을 믿고 많이 듣고 알기만 하다가, 여태껏 무루법[無漏]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사비가라주(娑毗迦羅呪)를 꺾지 못하고, 마등가(摩登伽)의 홀림을 당하여 음실(婬室)에 빠졌으니, 이것은 진실한 경지[眞際]로 가는 길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대비(大悲)를 내리시어 저희들을 가엾게 여기셔서 사마타(奢摩他)의 길을 열어 보이시고, 모든 천제(闡提)들도 추악한 성격[彌戾車]을 헐어버리게 하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나서 온몸[五體]을 땅에 던져 대중과 함께 정성을 기우려 공손히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013_0796_a_14L爾時阿難在大衆中卽從座起偏袒右肩右膝著地合掌恭敬而白佛言我是如來最小之弟蒙佛慈愛雖今出家猶恃憍憐所以多聞未得無漏不能折伏娑毘羅呪爲彼所轉溺於婬舍當由不知眞際所指唯願世尊大慈哀愍開示我等奢摩他路令諸闡提墮彌戾車作是語已五體投地及諸大衆傾渴翹佇欽聞示誨
013_0796_b_01L이때 세존께서는 얼굴에서 여러 가지 광명을 놓으셨다.그 빛이 백 천의 햇살처럼 휘황찬란하게 비치자, 드넓은 부처님의 세계[普佛世界]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시방(十方)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가 일시에 열려 나타났다. 부처님께서 위신력(威神力)으로 이 모든 세계를 합하여 한 세계를 이루시니, 그 세계의 보살들은 본 국토에 머문 그대로 합장하여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013_0796_a_23L爾時世尊從其面門放種種光其光晃耀如百千日普佛世界六種震動如是十方微塵國土一時開現佛之威神令諸世界合成一界其世界中所有一切諸大菩薩皆住本國合掌承聽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중생이 시작 없는 옛적부터 가지가지로 뒤바뀌어, 업의 종자가 자연히 악차(惡叉)나무의 열매 덩어리와 같으니, 수행자들은 더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無上菩提]을 성취하지 못하고, 따로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이 되거나, 온갖 외도(外道)와 모든 하늘과 마왕(魔王)과 그 권속(眷屬)이 되는 것은, 다 두 가지 근본을 알지 못하고 어지럽게 뒤섞여 수습(修習)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행은 마치 모래를 삶아서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것처럼 아무리 오랜 겁을 지낼지라도 성취할 수 없느니라.
무엇을 두 가지 근본이라고 하겠느냐.
아난아, 첫째는 끝없는 옛적부터 나고 죽는 근본으로서, 네가 지금 모든 중생과 함께 반연하는 마음[攀緣心]을 제 성품으로 아는 일이며, 둘째는 시작 없는 보리열반의 원래 청정한 본체[菩提涅槃元淸淨體]로서, 네가 지금 식정(識精)의 원래 밝음으로 모든 인연을 내고 그 인연으로 잃어버린 것이니라.
모든 중생은 이 원래 밝은 본체(本體)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비록 종일토록 행할지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어긋나게 여러 갈래[諸趣]로 들어가느니라.
013_0796_b_06L佛告阿難一切衆生從無始來種種顚倒業種自然如惡叉聚諸修行人不能得成無上菩提乃至別成聲聞緣覺及成外道諸天魔王及魔眷屬皆由不知二種根本錯亂修習猶如煮沙欲成嘉饌縱經塵劫終不能得云何二種阿難一者無始生死根本則汝今者與諸衆生用攀緣心爲自性者二者無始菩提涅槃元淸淨體則汝今者識精元明能生諸緣緣所遺者由諸衆生遺此本明雖終日行而不自覺枉入諸趣
아난아, 네가 이제 사마타(奢摩他)의 길을 알고 생사(生死)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이제 또 네게 묻겠노라.”
013_0796_b_18L阿難汝今欲知奢摩他路願出生死今復問汝
즉시 여래께서 곧 황금색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구부리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보고 있느냐.”
013_0796_b_20L卽時如來擧金色臂屈五輪指語阿難言汝今見不
아난이 말했다.
“예 보고 있습니다.”
阿難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을 보느냐.”
013_0796_b_21L佛言汝何所見
아난이 말했다.
“저는 여래께서 팔을 들고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광명이 빛나는 주먹을 만드시고 제 마음과 눈에 비추시는 모습을 봅니다.”
013_0796_b_22L阿難言我見如來擧臂屈指爲光明拳曜我心目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무엇으로 보느냐.”
013_0796_b_23L佛言將誰見
아난이 말했다.
“저는 이 대중(大衆)과 함께 똑같이 눈으로 봅니다.”
阿難言我與大衆同將眼見
013_0796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나에게 답하기를 ‘여래가 팔을 들고 손가락을 구부려 광명이 빛나는 주먹을 만들어서 너의 마음과 눈에 비춰 주는 것을 본다’고 했는데, 네 눈은 본다고 하겠으나, 무엇을 마음이라 하여 내 주먹의 비치는 모양을 아는 것이냐.”
013_0796_c_01L佛告阿難汝今答我如來屈指爲光明拳耀汝心目汝目可見以何爲心當我拳耀
아난이 말했다.
“여래께서 방금 마음이 있는 곳을 물으시자, 저는 마음으로 추궁하여 찾아보았으니, 이 추궁하는 자체를 저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013_0796_c_04L阿難言如來現今徵心所而我以心推窮尋逐卽能推者將爲心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돌(咄), 아난아, 그것은 네 마음이 아니니라.”
013_0796_c_06L佛言阿難此非汝心
이 말을 듣자 아난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이 제 마음이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013_0796_c_07L阿難矍然避座合掌起立白佛此非我心當名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앞 경계의 허망한 모양을 인연하는 생각이며, 너의 참 성품을 미혹시킨 번뇌이니라. 너는 시작 없는 옛적부터 금생(今生)에 이르도록 도적을 아들로 잘못 알고 너의 본래 영원한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사의 윤회를 받고 있느니라.”
013_0796_c_09L佛告阿難此是前塵虛妄相想惑汝眞性由汝無始至于今生認賊爲失汝元常故受輪轉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의 귀여운 아우로서, 마음 깊이 부처님을 좋아하여 출가하였으나, 제 마음이 어찌 홀로 여래만 공양하겠습니까. 나아가 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은 국토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과 선지식(善知識)을 받들어 섬기거나, 큰 용맹을 일으켜서 온갖 행하기 어려운 불법의 일[法事]을 행할지라도, 다 이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며, 또 가령 법을 비방하여 영원히 선근(善根)에서 물러날지라도, 역시 이 마음 때문입니다. 만일 이러한 마음을 마음이 아니라고 밝히신다면, 저는 바로 마음이 없어서 흙과 나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 깨달아 아는 마음을 떠나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데, 여래께서는 어째서 제 마음이 아니라고 하십니까. 저 혼자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여기 이 대중도 의혹이 없지 않습니다. 부디 대비(大悲)를 내리시어 이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옵소서.”
013_0796_c_11L阿難白佛言世尊我佛寵弟心愛佛故令我出家我心何獨供養如來至遍歷恒沙國土承事諸佛及善知發大勇猛行諸一切難行法事皆用此心縱令謗法永退善根亦因此若此發明不是心者我乃無心同諸土木離此覺知更無所有云何如來說此非心我實驚怖兼此大衆無不疑惑唯垂大悲開示未悟
013_0797_a_01L이때 세존께서 아난과 대중에게 열어 보이시고 그 마음을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들게 하시려고, 사자좌(師子座)에서 아난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이 여래는 항상 ‘모든 법이 생겨나는 것은 유심(唯心)에서 나타난 경계이며, 일체 인과(因果)와 세계 미진(微塵)은 마음으로 자체를 이룬다’고 설해 왔노라.아난아, 만일 모든 세계의 온갖 존재에서 조그마한 풀 잎새나 가느다란 실 가닥까지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모두 자체의 성품이 있고, 허공일지라도 이름과 모습이 있는데, 더욱이 청정하고 미묘하고 맑고 밝은 마음은 일체 마음의 본성(本性)인데 어찌 자체가 없겠느냐.
013_0796_c_20L爾時世尊開示阿難及諸大衆欲令心入無生法忍於師子座摩阿難頂而告之言如來常說諸法所生唯心所現一切因果世界微塵因心成體阿難若諸世界一切所有其中乃至草葉縷結詰其根元咸有體性縱令虛空亦有名貌何況淸淨妙淨明心性一切心而自無體
만일 네가 분별하고 깨닫고 살피고 분명하게 아는 성품을 굳게 집착하여 틀림없는 마음이라고 한다면, 이 마음은 마땅히 모양[色]을 보고 냄새[香]를 맡고 맛[味]을 알고 닿음[觸]을 느끼는 온갖 경계의 일들을 떠나서, 따로 완전한 제 성품이 있어야 하느니라. 네가 지금 내 설법을 받들어 듣고 있을지라도 소리를 따라 분별하고 있으며, 가령 일체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이 사라져서 안으로 고요한 경계를 지킬지라도, 오히려 법의 경계[法塵]를 분별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나는 네게 굳이 마음이 아님을 고집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그저 마음으로 자세히 헤아려 보아라. 만일 앞 경계를 떠나서 분별하는 성품이 있다면, 바로 진실한 너의 마음이라고 하겠으나, 분별하는 성품이 경계를 떠나서 자체가 없다면, 이것은 곧 앞 경계를 분별하는 그림자이니라. 경계는 영원히 머무는 진리[常住]가 아니니, 만일 변하여 사라질 때 그 마음도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과 같다면, 너의 법신(法身)도 끊어져 없어지는 것[斷滅]과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면 그 무엇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닦아서 증득하겠느냐.”
그러자 아난과 대중은 무엇을 잃어버린 듯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013_0797_a_05L若汝執悋分別覺觀所了知性必爲心者此心卽應離諸一切色諸塵事業別有全性如汝今者承聽我法此則因聲而有分別縱滅一切見聞覺知內守幽閑猶爲法塵分別影事我非勅汝執爲非心但汝於心微細揣摩若離前塵有分別性卽眞汝心若分別性離塵無體斯則前塵分別影事塵非常住若變滅時此心則同龜毛兔角則汝法身同於斷滅其誰修證無生法忍卽時阿難與諸大衆默然自失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서 닦고 배우는 행자들이 현재 비록 아홉 단계의 선정[九次第定]을 성취할지라도, 번뇌를 다한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은, 생사(生死)의 허망한 생각을 집착하여 진실한 마음으로 잘못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네가 이제 비록 많이 들어 아는 지식을 쌓았을지라도, 성인의 과위[聖果]를 성취하지 못한 것이니라.”
013_0797_a_16L佛告阿難世閒一切諸修學人現前雖成九次第定不得漏盡成阿羅漢皆由執此生死妄想誤爲眞實是故汝今雖得多聞不成聖果
013_0797_b_01L아난이 이 말을 듣고 또 다시 슬피 울면서 온몸[五體]을 땅에 던져 길게 끓어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을 따라 발심하여 출가하였으나,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믿고 항상 홀로 ‘내가 수고롭게 닦지 않아도 여래께서 저에게 삼매(三昧)를 내려주시리라’고 생각하며, 본래 몸과 마음이 서로 대신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고 저의 본심(本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비록 몸은 출가하였으나 마음은 도(道)에 들어가지 못하였으니, 거지 아들[窮子]이 아버지를 버리고 달아난 것과 같습니다. 오늘에야 비로소 비록 들은 지식이 많을지라도 수행하지 않으면 듣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음은, 마치 아무리 입으로 음식을 말해도 끝내 배부를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에 얽매인 까닭은, 고요하고 영원한 심성[寂常心性]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디 여래께서는 헐벗고 궁핍한 저를 가엾게 여기시고 밝고 묘한 마음을 밝히셔서 도의 눈[道眼]을 열어주옵소서.”
013_0797_a_20L阿難聞已重復悲淚五體投地長跪合掌而白佛言自我從佛發心出家恃佛威神常自思惟無勞我修將謂如來惠我三昧不知身心本不相代失我本心雖身出家心不入道譬如窮子捨父逃逝今日乃知雖有多聞若不修行與不聞等如人說食終不能飽世尊我等今者二障所纏良由不知寂常心性唯願如來哀愍窮露發妙明心開我道眼
즉시 여래께서는 가슴의 만자(卍字)에서 보배로운 광명을 놓으셨다. 백천 색으로 어우러진 그 찬란한 광명은 일시에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퍼져서, 시방의 온갖 보배로운 국토[寶刹]에 계신 모든 여래의 정수리를 두루 비춘 뒤에, 다시 돌아와 아난과 모든 대중을 비췄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위대한 법의 깃대를 세우리라. 따라서 시방의 일체중생도 미묘하고 심오한 성품의 맑고 밝은 마음을 얻게 하여 청정한 안목을 밝히도록 하리라.”
아난아, 너는 좀 전에 나에게 ‘광명이 빛나는 주먹을 본다’고 답했는데, 이 주먹의 광명이 있는 까닭은 무엇이며, 어떻게 주먹이 되었으며, 또 너는 무엇으로 보았느냐.”
013_0797_b_07L卽時如來從胸卍字涌出寶光其光晃昱有百千色十方微塵普佛世界一時周遍遍灌十方所有寶剎諸如來頂旋至阿難及諸大衆告阿難言吾今爲汝建大法幢亦令十方一切衆生獲妙微密性淨明心得淸淨眼阿難汝先答我見光明拳此拳光明因何所有云何成拳汝將誰見
아난이 말했다.
“염부단금(閻浮檀金)과 같은 부처님의 온 몸이 보배 산처럼 붉어서 청정한 빛을 내시기 때문에 광명이 있으시며, 저는 그 모습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또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쥐시고 사람들에 보여주셨기 때문에 주먹 모양이 있는 것입니다.”
013_0797_b_15L阿難由佛全體閻浮檀金赩如寶山淨所生故有光明我實眼觀五輪指端屈握示人故有拳相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래는 오늘 실례를 들어 네게 알려주리라.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이 비유로 반드시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아난아, 비유하면 나의 주먹과 같다. 만일 내 손이 없다면 내 주먹을 만들 수 없으며, 네 눈이 없다면 너는 볼 수 없으리라. 이와 같은 이치로 네 눈을 내 주먹에 비교한다면 그 뜻이 같겠느냐.”
013_0797_b_18L佛告阿難如來今日實言告汝諸有智者要以譬喩而得開悟阿難譬如我拳若無我手不成我拳若無汝眼不成汝見以汝眼根例我拳理其義均不
아난이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눈이 없다면 저는 볼 수 없으므로, 제 눈을 여래의 주먹에 비교한다면 실제[事]와 뜻이 서로 같겠습니다.”
013_0797_b_23L阿難言唯然世尊旣無我眼不成我見以我眼根例如來拳事義相類
013_0797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서로 같다고 했으나 이 뜻은 그렇지 않다. 그 까닭은 만일 손이 없는 사람이라면 전혀 주먹을 만들 수 없으나, 눈이 없는 사람은 전혀 못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말하리라. 네가 시험 삼아 길거리로 가서 맹인(盲人)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맹인들은 너에게 ‘나는 지금 눈앞에 캄캄함만 볼 뿐, 그 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리라. 이 뜻으로 보면 앞 경계가 스스로 어두울 뿐, 보는 작용이야 무엇이 모자라겠느냐.”
013_0797_c_01L佛言阿難汝言相類是義不然何以如無手人拳畢竟滅彼無眼者非見全無所以者何汝試於途詢問盲汝何所見彼諸盲人必來答汝今眼前唯見黑暗更無他矚以是義前塵自暗見何虧損
아난이 말했다.
“맹인들의 눈앞이 캄캄함을 어째서 본다고 하십니까.”
013_0797_c_07L阿難言諸盲眼前唯睹黑暗云何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눈의 기능이 없는 맹인들이 보는 캄캄함과 눈의 기능이 있는 사람이 암실(暗室)에서 보는 캄캄함을 비교하면, 두 캄캄함은 다르겠느냐, 다르지 않겠느냐.”
013_0797_c_09L佛告阿難諸盲無眼唯觀黑暗有眼人處於暗室二黑有別爲無有
아난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암실에 있는 사람을 저 맹인들과 비교하면 두 캄캄함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013_0797_c_11L如是世尊此暗中人與彼群盲黑挍量曾無有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눈 먼 사람이 눈앞의 캄캄함만 보다가 홀연히 눈빛을 얻고 다시 앞 경계에서 갖가지 물체를 보았을 때 이를 눈이 본다고 한다면, 저 암실에 있는 사람이 눈앞의 캄캄함만 보다가 홀연히 등빛을 얻고 앞 경계에서 갖가지 물체를 본다면, 당연히 등이 본다고 해야 하리라. 만일 등이 본다면 보는 능력은 등에 있으니, 자연히 등이라고 이름할 수 없으며, 또 등이 보는 것이니 너와 무슨 상관이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등은 빛을 드러낼 수 있으나, 이렇게 보는 작용은 이 눈이요 등이 아니며, 눈은 색을 드러낼 수 있으나, 이렇게 보는 성품은 이 마음이요 눈이 아니니라.”
013_0797_c_12L阿難若無眼人全見前黑忽得眼光還於前塵見種種色名眼見者彼暗中人全見前黑獲燈光亦於前塵見種種色應名燈若燈見者燈能有見自不名燈則燈觀何關汝事是故當知燈能顯如是見者是眼非燈眼能顯色是見性是心非眼
아난이 또 이 말을 듣자 대중과 함께 비록 입으로는 이미 할 말이 없어졌으나 마음으로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였으니, 오히려 여래께서 자비하신 음성으로 설해주시기를 바라면서, 합장하여 마음을 비우고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을 기다렸다.
013_0797_c_19L阿難雖復得聞是言與諸大衆口已默然心未開悟猶冀如來慈音宣示合掌淸心佇佛悲誨
013_0798_a_01L이때 세존께서 그물 모양처럼 무늬 져서 도라면(兜羅綿)처럼 부드럽고 광명이 빛나는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펴시면서, 아난과 대중에게 명하셨다.
“내가 처음 도를 이루고녹원(鹿園)에서 아야다(阿若多) 등 다섯 비구와 너희들 사부대중(四部大衆)에게 말하기를 ‘일체중생이 보리(菩提)와 아라한(阿羅漢)을 이루지 못함은 다 객진번뇌(客塵煩惱)의 잘못 때문이니라’고 했을 때, 너희들은 당시에 무엇을 근거로 깨달았기에 거룩한 과위[聖果]를 이뤘느냐.”
013_0797_c_22L爾時世尊舒兜羅緜網相光手開五輪指誨勅阿難及諸大衆我初成道於鹿園中爲阿若多五比丘等及汝四衆言一切衆生不成菩提及阿羅皆由客塵煩惱所誤汝等當時因何開悟今成聖果
이때 교진나(憍陳那)가 일어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장로(長老)로서 대중 가운데 홀로 ‘잘 아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객진(客塵)의 두 글자를 깨닫고 과위[果]를 성취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를 들어 말하면 나그네가 여정(旅亭)에 머물러서 자기도 하고 먹기도 하다가 자고 먹는 일이 끝나면, 편안히 머무를 여가도 없이 짐을 싸서 길을 떠나지만, 주인은 멀리 떠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사유해 보면, 머물지 않는 것은 나그네이고, 머무는 것은 주인이니, 머물지 않는 것을 객(客)의 뜻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또 날씨가 맑게 갠 아침에 밝은 태양이 하늘에 떠올랐을 때, 그 빛이 빈틈으로 들어와서 빈틈의 티끌을 밝게 비추면, 티끌의 모양은 흔들리지만, 허공은 고요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사유해 보면, 맑고 고요한 자체는 허공[空]이고, 흔들리는 것은 티끌이니, 흔들리는 것을 진(塵)의 뜻으로 생각하였습니다.”
013_0798_a_05L憍陳那起立白佛我今長老於大衆中獨得解名因悟客塵二字成果世尊譬如行客投寄旅亭或宿或食食宿事畢俶裝前途不遑安住若實主人自無攸往如是思惟不住名客住名主人以不住者名爲客義又如新霽淸暘昇天光入隙中發明空中諸有塵相塵質搖動虛空寂然如是思惟澄寂名空搖動名塵以搖動者名爲塵義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佛言如是
즉시 여래께서는 곧 대중을 향하여 다섯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고 폈다가 또 구부리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엇을 보느냐.”
013_0798_a_15L卽時如來於大衆中屈五輪指屈已復開開已又屈謂阿難言汝今何見
아난이 말했다.
“저는 여래께서 대중을 향하여 온갖 보배무늬의 손을 펴고 구부리는 모양을 봅니다.”
013_0798_a_17L阿難言我見如來百寶輪掌衆中開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대중 가운데 손을 펴고 구부리는 모양을 본다고 하였으니, 내 손이 펴고 구부렸느냐, 아니면 네 보는 작용이 펴고 구부렸느냐.
013_0798_a_19L佛告阿難汝見我手衆中開合是我手有開有合爲復汝見有開有
아난이 말했다.
“세존께서 보배의 손을 대중 가운데 펴고 구부리시니, 저는 여래의 손이 스스로 펴고 구부리는 모양을 보았을 뿐, 저의 보는 성품은 펴거나 구부린 일이 없습니다.”
013_0798_a_21L阿難言世尊寶手衆中開合我見如來手自開合非我見性自開自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 움직이고 무엇이 고요하였느냐.”
013_0798_a_22L佛言誰動誰靜
아난이 말했다.
“부처님의 손이 움직였을 뿐[不住], 저의 보는 성품은 애초에 고요한 일도 없었는데, 어찌 움직인다[無住]고 하겠습니까.”
013_0798_a_23L阿難言佛手不住我見性尚無有靜誰爲無住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佛言如是
013_0798_b_01L여래께서는 여기에 손바닥으로 한줄기 보배의 광명을 날려서 아난의 오른쪽에 보내시니, 아난은 머리를 돌려 오른쪽을 보았고. 또 한줄기 보배의 광명을 날려서 아난의 왼쪽에 보내시니, 아난은 머리를 돌려 왼쪽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네 머리가 어째서 좌우로 흔들렸느냐.”
013_0798_b_01L如來於是從輪掌中飛一寶光在阿難右卽時阿難迴首右𥌊又放一光在阿難左阿難又則迴首左𥌊佛告阿難汝頭今日何因搖動
아난이 말했다.
“여래께서 미묘한 보배의 광명을 날려서 저의 왼쪽과 오른쪽에 보내시니, 저는 그 광명을 보느라고 저절로 머리가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013_0798_b_05L阿難言見如來出妙寶光來我左右故左右頭自搖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여래의 광명을 보느라고 머리가 좌우로 흔들렸다고 하니, 네 머리가 흔들렸느냐, 아니면 네 보는 성품이 흔들렸느냐.”
013_0798_b_07L阿難汝𥌊佛光左右動爲汝頭動爲復見動
아난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 머리가 저절로 흔들렸을 뿐, 저의 보는 성품은 애초에 멈춘 일도 없었는데 어찌 흔들린다고 하겠습니까.”
013_0798_b_08L世尊我頭自而我見性尚無有止誰爲搖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013_0798_b_09L如是
부처님께서 널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중생이 흔들림을 티끌이라 하고, 머물지 않음을 나그네라고 한다면, 너희들은 아난을 보라. 머리가 저절로 흔들렸을 뿐, 보는 성품은 흔들리지 않았느니라.
또 너희들은 나를 보라. 손이 스스로 펴고 구부렸을 뿐, 보는 성품은 펴거나 구부리지 않았느니라.
그럼에도 어째서 너희들은 지금 움직임을 몸으로 삼고 흔들림을 경계로 삼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마다 생하고 멸하는 가운데 진실한 성품을 잃어버리고 거꾸로 일을 행하는 것이냐. 이렇게 심성(心性)이 진실을 잃고 물체를 자신으로 알아서 그 속을 윤회하며 스스로 흘러 다니는 것이니라.”
013_0798_b_10L於是如來普告大衆若復衆生以搖動者名之爲塵以不住者名之爲客汝觀阿難頭自動搖見無所動又汝觀我手自開合見無舒卷云何汝今以動爲身以動爲境從始洎終念念生滅遺失眞性顚倒行事性心失眞認物爲己輪迴是中自取流轉
大佛頂萬行首楞嚴經卷第一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