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건대, 하늘과 땅[二儀]은 모양[像]이 있어 덮어줌과 실어줌[覆載]1)을 드러내어 생명을 가진 것을 포용하고, 사시(四時)는 형체[形]가 없어 추위와 더위[寒暑]에 잠겨 사물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므로 천지(天地)를 살펴보면 어리석은 사람도 모두 그 단서[端]를 알지만 음양(陰陽)을 밝히 아는 데에는 지혜로운 사람도 그 수(數)를 궁구하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천지가 음양을 포함하되 알기 쉬운 것은 그것에 모양이 있기 때문이요, 음양이 천지에 거처하고 있되 궁구하기 어려운 것은 그것에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양이 드러나 징험[徵]할 수 있다면 어리석은 사람도 미혹되지 않고, 형체가 잠겨 볼 수 없다면 지혜로운 사람도 미혹됨을 알 수 있다. 하물며 불도(佛道)는 빈 것[虛]을 숭상하여 그윽함을 타고 고요함을 끌어 널리 만품(萬品)을 제도하고 시방세계를 다스림에랴. 위령(威靈)을 들면 이보다 높은 것이 없고 신력(神力)을 누르면 이보다 낮은 것이 없다. 크게 하면 우주(宇宙)에 가득하고 작게 하면 호리(毫釐)에도 들어간다. 소멸함도 없고 태어남도 없어 천겁(千劫)을 지내도록 늙지 않고, 숨은 듯하고 드러난 듯하여 백복(百福)을 운용하여 언제나 현재이다. 오묘한 도리[妙道]는 응현(凝玄)하기 때문에 그것을 좇아도 그 끝을 알지 못하고, 법의 흐름[法流]은 맑고 고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퍼내도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므로 어리석고 자잘한 범부들과 구구하고 용렬한 이들에게 그 뜻[旨趣]을 말해주어도 의혹하는 자가 없을 수 있겠는가?
001_0001_b_01L그런즉 대교(大敎)가 서토(西土)에서 일어나 한나라 조정에 들어와 꿈으로 깨우쳐 주었고, 동역(東域)을 비추어 자비가 흐르게 하였다. 옛날 형체를 나누고 자취를 나누던[分形分迹] 때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교화를 이루고 당상(當常)과 현상(現常)의 시대에는 사람들이 덕을 우러르고 따를 것을 알았다. 그림자를 감추어 진여(眞如)로 돌아가고 거동을 옮겨 세상을 떠나게 되자2) 금용(金容)이 빛깔을 가려 삼천대천세계의 빛을 비추지 못하고, 고운 상(象)이 화폭에 그려지자 공연히 32상(相)만을 단정히 하게 되었다. 이에 은미한 말씀[微言]이 널리 영향을 미쳐 함류(含類)를 삼도(三塗)3)에서 건지고, 남기신 가르침[遺訓]이 멀리 베풀어져 군생(群生)을 십지(十地)로 이끌었다. 그러나 참된 가르침[眞教]은 우러르기 어렵기 때문에 그 지귀(旨歸)를 하나로 할 수 없고, 곡학(曲學)은 따르기 쉽기 때문에 삿됨과 바름이 이에 어지럽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공유(空有)의 논은 세속을 익혀 시시비비를 가리고 대소승은 문득 시대를 따라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였다.
현장(玄奘) 법사는 법문(法門)의 영수(領袖)이다. 어려서부터 마음이 곧고 지혜가 총명하여 일찍 3공(空)4)의 마음을 깨닫고, 장성해서는 신정(神情)에 계합하여 먼저 4인(忍)5)의 행을 닦았다. 소나무에 스치는 바람과 물에 비친 달도 그의 청화(淸華)함을 견주기에 충분하지 않은데, 선로(仙露)와 명주(明珠)가 어찌 그의 밝고 윤택함을 견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지혜가 무루(無累)에 통하고 정신이 형상이 없는 것[未形]을 헤아리기 때문에 6진(塵)6)을 뛰어넘어 멀리 벗어났고 천고(千古)에 빼어나 상대가 없다. 마음을 불교[內境]에 두어 정법(正法)이 점차 쇠해짐을 슬퍼하고 생각을 불문[玄門]에 깃들여 깊은 뜻을 가진 글이 잘못된 것을 개탄하였다. 이에 조목을 나누고 이치를 분석하여 저 전문(前聞)을 넓히고, 거짓은 끊고 진실은 이어 후학들을 열 것을 생각하였다. 이 때문에 정토(淨土)를 사모하여 서역 길에 올랐다. 위태로움을 타고 멀리 가되 지팡이를 짚고 홀로 가니, 쌓인 눈이 새벽에 날리면 도중에 길을 잃고, 놀란 모래가 저녁에 일어나면 허공 밖 하늘을 분간하지 못하였다. 만 리(萬里)의 산천을 안개와 노을을 헤치고 그림자와 함께 나아가고, 백 겹이나 되는 추위와 더위를 서리와 비를 밟고 발걸음을 앞으로 하였다. 그리하여 정성은 두텁게 하고 수고로움은 가벼이 여기며, 구함은 깊고 서원은 크기 때문에 17년 동안 사방을 두루 돌아다녔다.
001_0001_c_01L도가 있는 나라[道邦]를 모두 다니면서 바른 가르침을 묻고 구하였으며, 쌍림(雙林)의 팔공덕수에서 도를 맛보고 바람을 마시며, 녹야원[鹿苑]과 영취봉[鷲峯]에서 기이함을 보고 신이함을 우러렀다. 지극한 말씀[至言]을 선성(先聖)에게 받들고 진실한 가르침[眞教]을 상현(上賢)에게 받아 오묘한 문[妙門]을 탐색하고 심오한 업[奧業]을 정밀하게 궁구하였다. 그리하여 일승(一乘) 오율(五律)의 도가 마음 밭[心田]을 달리고 8장(藏) 삼협(三篋)7)의 글이 입의 바다[口海]에서 파도치게 되었다. 이에 거쳐 온 나라로부터 삼장의 중요한 글을 모두 가지고 왔으니, 모두 657부이다. 번역하여 중하(中夏)에 펴서 승업(勝業)을 선양하니, 자비의 구름[慈雲]을 서쪽 끝에서 이끌어 법의 비[法雨]를 동쪽 끝에다 대는 것과 같아, 성스러운 가르침이 불완전했다가 다시 완전해지고 창생(蒼生)이 죄를 지었다가 다시 복을 받는다. 불난 집[火宅]의 마른 불꽃을 적셔 함께 미혹의 길에서 뽑아내고 애수(愛水)의 혼탁한 파도를 밝혀 함께 저 언덕에 이른다. 악(惡)은 업(業)으로 인해 떨어지고 선(善)은 연(緣)에 의해 올라가니, 올라감과 떨어짐의 단서가 오직 사람에게 의탁한 것임을 알 수 있겠다. 비유컨대 계수나무가 높은 고개에서 자라 구름과 이슬이 그 꽃을 적시고 연꽃이 맑은 물에 자라 날아다니는 티끌이 그 잎을 더럽히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는 연꽃의 성품이 저절로 깨끗하고 계수나무의 성질이 본래 곧은 것이 아니라, 진실로 의지한 곳이 높으면 미물도 누(累)가 될 수 없고 기댄 곳이 깨끗하면 탁한 종류도 적실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릇 풀과 나무와 같이 무지(無知)하여도 선(善)을 빌려 선을 이루는데, 하물며 앎이 있는 인류가 경사[慶]를 연하여 경사를 구하지 않겠는가? 이 경전이 유포되어 해와 달과 더불어 다함이 없고, 이 복이 널리 퍼져 건곤(乾坤)과 함께 영원히 크기를 바라노라.
001_0002_a_01L 무릇 바른 가르침[正教]을 현양(顯揚)함은 지혜로운 이가 아니면 그 글을 넓힐 길이 없고, 은미한 말씀[微言]을 천양함은 어진 이가 아니면 그 뜻을 결정할 수가 없다. 아마도 진여(眞如)의 성스러운 가르침은 모든 법의 현묘한 종지[玄宗]요, 뭇 경전의 궤칙[軌躅]일 것이다. 크고 심원한 도리를 총괄하고 심오한 뜻[奧旨]은 멀고도 깊어 공유(空有)의 정미[精微]함을 지극히 하며, 생멸(生滅)의 핵심[機要]을 체득하였다. 말은 무성하고 도는 넓어 그것을 찾는 자가 그 근원을 궁구하지 못하고, 글은 드러났으나 뜻은 그윽하여 그것을 실천하는 자가 그 끝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의 자비가 미치는 곳에 업(業)에는 이르지 않는 선(善)이 없고, 오묘한 교화가 펼쳐지는 곳에 연(緣)에는 끊어지지 않는 악(惡)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법 그물[法網]의 벼리[綱紀]를 펼치고 6도(度)10)의 바른 가르침[正敎]을 넓혀 모든 존재[群有]를 도탄에서 건지고 3장(藏)의 비밀한 빗장을 열었다. 그러므로 불교의 명성[名]은 날개가 없는데도 길이 날고, 불교의 도리[道]는 뿌리가 없는데도 영원히 견고하다. 도리[道]와 명성[名]은 백성들에게 경사[慶]를 베풀어 오랜 시간[遂古]을 지나도 길이 항상하고, 중생들의 정성에 나아가 몸을 응현하여 진겁(塵劫)이 지나도록 썩지 않는다. 아침에는 종을 울리고 저녁에는 경을 읽어 두 가지 소리가 영취산에서 교차하게 하고, 지혜의 해[慧日]와 법의 물결[法流]이 두 바퀴를 녹야원에서 굴렸다. 공중에 펼쳐진 보개(寶蓋)는 나는 구름과 접하여 함께 날고, 들에 펼쳐진 봄 숲은 하늘 꽃과 함께 채색을 합한다.
삼가 황제폐하께서는 하늘[上玄]이 복을 내려 팔짱을 끼고 팔황(八荒)11)을 다스리시며, 덕이 백성들에게 미쳐 옷깃을 여미고 만국(萬國)의 조회를 받으신다. 은혜가 썩은 뼈[朽骨]에까지 더해져 석실(石室)에 패엽(貝葉)의 글이 돌아오고, 은택이 곤충까지 미쳐 금궤(金櫃)에서 범설(梵說)의 게송이 유포되었다. 그리하여 아뇩달(阿耨達)12)의 물을 신전(神甸)의 여덟 하천에 통하게 하고, 기사굴산을 숭산과 화산[嵩華]의 푸른 고개에 접하게 한다. 삼가 생각하건대, 법성(法性)은 응적(凝寂)하여 귀의하는 마음이 아니면 통하지 않고, 지지(智地)는 현오(玄奧)하여 정성에 감동하여 드러나니, 어찌 어두운 밤[重昏]에 지혜의 횃불을 밝히고 화택(火宅)의 아침에 법우(法雨)의 은택을 내린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에 온갖 강물이 다른 곳에서 흐르나 함께 바다에서 만나고, 만국[萬區]이 의(義)를 나누나 모두 진실[實]을 이루니, 어찌 탕무(湯武)와 그 우열을 따지고 요순(堯舜)과 그 성덕(聖德)을 견주겠는가?
001_0002_b_01L현장(玄奘) 법사는 일찍이 총명과 선량함[聰令]을 품어 뜻을 세움이 크고 대범하였다. 정신은 초츤(齠齔)13)의 나이 때부터 맑고 몸은 부화(浮華)한 세상에서 뛰어났으며, 마음을 정실(定室)에 모으고 자취를 그윽한 바위에 숨겨 3선(禪)에 깃들고 10지(地)에 노닐었다. 6진(塵)의 경계를 뛰어넘어 홀로 가유(迦維)14)를 거닐고 일승(一乘)의 뜻을 이해하여 근기를 따라 중생을 교화하였다. 중화(中華)에 의지할 자료가 없어 인도의 진문(眞文)을 찾았으니, 멀리 항하(恒河)를 건너 끝내 완전한 글자를 얻으려고 기약하고 자주 설령(雪嶺)을 올라 다시 나머지 반쪽 구슬[半珠]을 얻었다. 도를 묻고 돌아온 것이 17년 만인데, 불교 경전에 두루 통한 것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정관(貞觀) 19년 2월 6일에 홍복사(弘福寺)에서 황제의 명을 받아 성스러운 가르침의 중요한 글을 번역한 것이 모두 657부이다. 대해(大海)의 법류(法流)를 끌어다 진로(塵勞)를 씻어도 마르지 않고, 늘 타오르는 지혜의 등불[智燈]을 전하여 깊은 어둠을 밝혀 항상 밝으니, 스스로 오랫동안 승연(勝緣)을 심은 이가 아니라면 어찌 이러한 뜻을 현양하겠는가? 이른바 법상(法相)은 늘 머물러 삼광(三光)15)의 밝음과 같고 우리 황제께는 복이 이르러 하늘과 땅[二儀]의 견고함과 같은 것이다.
삼가 보건대 황제께서 지으신 뭇 경논(經論)의 서문은 옛날을 비추고 지금에 뛰어나 이치는 금석(金石)의 소리를 머금고 글은 풍운(風雲)의 윤택함을 안고 있다. 나는[治] 번번이 가벼운 티끌로 산악[嶽]에 더하고 이슬을 내려 강물에 보태지만 간략히 대강(大綱)을 들어 이것을 기록한다.
『대반야경』은 희대(希代)의 절창(絕唱)이요, 광겁(曠劫)의 먼 나루터이다. 빛[光]은 사람과 하늘[人天]을 비추어 진속(眞俗)을 묶고 정성[誠]은 신(神)의 심오하고 미묘한 곳[奧府]에 들어가니 나라의 영진(靈鎭)이다. 성덕(聖德)이 멀리 미쳐 철인(哲人)이 홀로 나오지 않는다면 방음(方音)이 거의 통하지 않는데16), 원만한 가르침[圓敎]이 어찌 이르겠는가? 그런 까닭에 제(帝)께서 금(金)을 서술하여 비추고 황(皇)께서 경(瓊)17)을 기술하여 떨치니, 일은 천고(千古) 보다 아득하고 이치는 삼신(三辰)18) 보다 밝다. 울창하구나, 이 글이여. 이 날에 갖추어졌구나. 그런즉 부(部)가 여덟 개로 나뉘어 옛날 무리가 그 반쪽자리 구슬을 맡아 지니다가 회(會)가 16을 겸하게 되니, 지금에야 그 온전한 보배를 잡게 되었다. 삼가 살펴보건대, 제회(諸會)는 따로 일어나 각각 1부(部)에 비견되는데, 번번이 근본[本]으로 돌아가 자취를 달리하여 각기 한 서문을 편다. 영취산[靈峯]의 처음 모임에 대해 말하자면, 굉운(宏韻)이 앞장서서 달려 몸의 근원[身源]을 다스려 흐르게 하고 심요(心要)를 펴서 넓혔다. 어째서인가?
001_0002_c_01L오온(五蘊)은 유정의 무덤[封]요, 2아(我)19)는 무덤의 묘혈이다. 아(我)를 집으로 삼아 들면 갈염(渴焰)의 물이 바야흐로 깊어지고, 온(蘊)을 무덤으로 삼아 거처하면 심향(尋香)20)의 성가퀴가 더욱 높아진다. 어찌 아(我)가 근본한 바가 상(想)인데 상(想)이 허망하면 아(我)는 존재하지 않고, 온(蘊)이 매인 바는 이름인데 이름이 거짓이면 온은 의탁할 곳이 없는 줄 알겠는가? 그러므로 공(空)에 관한 말이 열리자 말을 잊은 이치가 펼쳐져 분분한 세속[紛俗]을 움직이지 않는 곳[非動]에서 보고 어리석은 무리[蠢徒]를 생기지 않는 곳[不生]에 두며, 계곡의 메아리[谷響]를 백 가지 이름[百名]에 가지런히 하고 거울 같은 자태[鏡姿]를 만상(萬像)에 짝한다. 전제(筌宰)가 의탁할 곳을 잃은 뒤에 진재(眞宰)21)가 홀로 밝고, 규준(規准)이 시행될 곳이 없게 된 뒤에 충규(沖規)가 오묘하게 성립된다. 생각의 길[慮塗]이 천 갈래로 사라지고 언어의 기술[言術]이 사방으로 막혀 지혜가 얕은 무리[淺躁]로 하여금 알게 하고, 구속당한 이로 하여금 차꼬에서 풀리게 하며, 사남[司南]22)과 짝하여 있을 곳을 두게 하고, 별들이 북극성을 향하듯[拱北] 돌아갈 곳을 알게 한다. 뜻[義]이 하늘처럼 아득해진 뒤에 말[辭]이 이로 인하여 바다처럼 넘친다. 또 제분(諸分)의 근본이 되고 또한 전고(前古)에 아직 전해지지 않은 것이니, 모두 400권 85품을 만들었다. 혹자는 권도[權]의 방토(方土)에서는 이치상 잘라서 번역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지만 아송(雅頌)을 지은 것이 장(章)을 연하여 있고, 두 글자로 제목할 수 있지만, 열반(涅槃)의 음은 축(軸)으로 쌓여 부드럽고[優柔] 느리니[闡緩] 그 자비로운 가르침이랴. 만일 번역하되 깎아낼 수 있다면 손을 다칠까 염려된다.”지금 전하되 반드시 본래대로 하니, 넘치는 말에 대해 비난이 없기를 바라노라. 하물며 책을 잡은 새벽에 감개한 생각이 더하고 혼교(魂交)하는 저녁에 환한 계율이 밝게 빛남에랴. 감동을 준 일의 자세한 전말은 별록(別錄)과 같다. 만일 대심(大心)의 인재[茂器]로 오랫동안 듣고 오랫동안 받든 자가 있다면 스스로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어 자문하고 헤아릴 것이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이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峰山) 꼭대기에서 큰 필추(苾篘)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번뇌[漏]가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었으며, 참된 자재(自在)를 얻었으며, 마음과 지혜가 잘 해탈하였으며, 잘 길든 슬기로운 말과 같았고 큰 용과도 같았으며, 할 일을 다하고 이룩할 것을 다 마치었으며, 모든 무거운 짐을 버려서 자기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생존의 번뇌[有結]를 다하였으며, 바르게 해탈을 알았으며, 마음이 자재하여 제 1의 구경(究竟)에 이르렀다. 홀로 배움의 자리에 있어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아난타(阿難陀)는 아라한에서 제외되는데, 큰 가섭파(迦葉波)가 우두머리였다. 또 500명의 필추니(苾蒭尼)들이 있었나니, 그들도 다 아라한이었고 대승생주(大勝生主)가 우두머리였다. 또 한량없는 우바색가(鄔波索迦)와 우바사가(鄔波斯迦)가 있었나니, 그들도 다 거룩한 진리를 깨달은 이들이었다.
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보살마하살이 있었나니, 모두가 다 다라니문(陀羅尼門)과 삼마지문(三摩地門)을 얻었으며,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에 머물렀으며, 이미 모든 법의 평등한 성품의 지혜[平等性忍]를 얻었으며, 4무애해(無碍解)을 완전히 성취하였으며 연설함에 말솜씨가 그지없었다. 5신통(神通)에 자재하게 유희하고 증득한 지덕(智德)과 단덕(斷德)을 영원히 잃음이 없었으며, 말과 행동은 위엄 있고 엄숙하여 듣는 이가 모두가 공경히 받들었고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모든 게으름을 떠났으며, 친한 이와 재물을 버렸고 신명(身命)을 돌보지 않았고 거짓을 떠났고 물듦[染]도 없고 구함도 없었으며, 평등하게 유정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했고 깊은 법인(法認)에 계합되어 지극한 이치를 궁구하였으며,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어 그 마음이 태연했고 뭇 악마의 경계를 초월했고 모든 업장에서 벗어났다.
001_0003_b_01L온갖 번뇌의 원수를 꺾어 없앴고 바른 법의 당기[幢]를 세웠고 삿된 의론들을 조복했으며, 성문(聲聞)과 독각(獨覺)이라도 측량할 수 없었고 마음의 자재함을 얻고 법의 자재함을 얻었으며, 업과 의혹[惑]과 견해의 장애[見障]를 모두 다 해탈했고 법을 가리는 것[擇法]과 변설(辯說)은 교묘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며, 깊은 연기(緣起)의 생멸하는 법문에 들어갔고 분별[見]과 수면(隨眠)을 떠났고 모든 번뇌[纏結]를 버렸으며, 지혜는 모든 거룩한 진리를 통달했고 일찍이 수 없는 겁(劫)으로부터 큰 서원을 세웠다. 용모가 화락하면서 말에 앞서 이끌어 들이고 찌푸리는 일이 없이 하는 말은 맑고 온화했으며, 칭송하는 일은 교묘하고 변재는 걸림이 없었으며, 그지없는 대중 속에 있을 때도 위엄과 덕이 숙연했고 누르거나 올림이 자재하여 도무지 두려워하는 바가 없었으며, 구지(俱胝)의 오랜 겁 동안 교묘히 말하면서도 다함이 없었다.
모든 법문에서는 ‘마치 요술 같고 아지랑이 같으며 꿈 같고 물 속의 달 같으며 메아리 같고 허공의 꽃 같으며 영상[像] 같고 그림자 같으며 변화로 된 일 같고 신기루[尋香城] 같아서, 비록 모두가 실체가 없기는 하나 있는 듯이 나타난다’고 훌륭한 지혜[勝解]로 관찰했으며, 하열한 마음을 떠나 설법하되 두려워함이 없고 한량없는 법문에 따라 증득하여 들어갔으며, 유정들의 마음가는 곳을 잘 알고 미묘한 지혜로써 제도하여 해탈시켰으며, 모든 유정들에 대한 마음이 걸림 없었다. 최상의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성취하여 모든 법의 평등성지(平等性智)에 잘 들어갔고 심히 깊은 법의 성품을 사실대로 알았으며, 그 합당한 바에 따라 교묘히 깨쳐 들어가게 했고 연기 법문을 잘 말했다.
그지없는 부처님 나라의 큰 소원을 섭수했고 시방세계에서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등지(等持)와 바른 기억이 항상 앞에 나타났으며,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면 모두 두루 섬겼고 바른 법륜(法輪)을 굴리면서 열반하시지 말고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실 것을 간청하였으며, 온갖 유정들의 갖가지 견해의 얽힘[纏]과 모든 번뇌의 불길을 잘 조복하고 껐으며, 잠깐 동안에 백천의 등지(等持)에 유희하면서 그지없는 수승한 공덕을 끌어 냈나니, 이 모든 보살은 이러한 미묘한 공덕 바다를 갖추었으므로 설령 한량없는 구지의 대겁(大劫)을 지나면서 찬탄한다 하여도 다할 수가 없다.
001_0003_c_01L그들의 이름은 현수(賢守)보살마하살ㆍ보성(寶性)보살마하살ㆍ보장(寶藏)보살마하살ㆍ보수(寶授)보살마하살ㆍ도사(導師)보살마하살ㆍ인수(仁授)보살마하살ㆍ성수(星授)보살마하살ㆍ신수(神授)보살마하살ㆍ제수(帝授)보살마하살ㆍ광혜(廣慧)보살마하살ㆍ승혜(勝慧)보살마하살ㆍ상혜(上慧)보살마하살ㆍ증장혜(增長慧)보살마하살ㆍ무변혜(無邊慧)보살마하살ㆍ불허견(不虛見)보살마하살ㆍ무장혜(無障慧)보살마하살ㆍ선발취(善發趣)보살마하살ㆍ선용맹(善勇猛)보살마하살ㆍ극정진(極精進)보살마하살ㆍ상정진(常精進)보살마하살ㆍ상가행(常加行)보살마하살ㆍ불사액(不捨軛)보살마하살ㆍ일장(日藏)보살마하살ㆍ월장(月藏)보살마하살ㆍ무비혜(無比慧)보살마하살ㆍ자재(自在)보살마하살ㆍ득대세(得大勢)보살마하살ㆍ묘길상(妙吉祥)보살마하살ㆍ보인수(寶印手)보살마하살ㆍ최마력(崔摩力)보살마하살ㆍ금강혜(金剛慧)보살마하살ㆍ금강장(金剛藏)보살마하살ㆍ상거수(常擧手)보살마하살ㆍ대비심(大悲心)보살마하살ㆍ대장엄(大莊嚴)보살마하살ㆍ장엄왕(莊嚴王)보살마하살ㆍ산봉(山峰)보살마하살ㆍ보봉(寶峰)보살마하살ㆍ덕왕(德王)보살마하살ㆍ자씨(慈氏)보살마하살이었으니, 이와 같은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那庾多)보살마하살들은 모두가 법왕자(法王子)요 부처님 지위를 이을 만한 이로서 보살들의 우두머리이었다.
그때 세존은 사자좌(師子座) 위에서 몸소 니사단(尼師壇)을 펴시고 가부(跏趺)하고 앉으셔서 몸을 단정히 하고 바른 소원으로 서로 마주보고 대하는 생각에 머물러 등지왕(等持王)의 묘한 삼마지에 드시었다. 모든 삼마지는 이 삼마지 안에 포함되니, 여기서 흘러나온 까닭이었다.
열 발가락과 두 발뒤등과 두 발꿈치와 네 개의 복사뼈와 두 정강이와 두 장딴지와 두 무릎과 두 허벅다리와 두 다리와 허리와 옆구리와 배와 등과 배꼽과 명치와 가슴의 덕자(德字)와 두 젖과 두 겨드랑과 두 어깨와 두 어깻죽지와 두 팔꿈치와 두 팔과 두 팔뚝과 두 손과 두 손바닥과 열 손가락과 목과 목구멍과 턱과 뺨과 이마와 머리와 정수리와 두 눈썹과 두 눈과 두 귀와 두 코와 입과 네 어금니와 40개의 치아와 눈썹사이의 백호상(白毫相)등 낱낱의 몸 부분마다 60백천 구지 나유타 광명을 놓으시니 이 낱낱의 광명은 각각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었고, 이로부터 차츰차츰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었으므로 그 가운데 있는 유정들로서 이 광명을 만난 이는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正等菩提]을 얻었다.
001_0004_b_01L그때에, 세존은 온몸의 털구멍이 모두 흔연해지면서 저마다 60백천 구지 나유타 광명을 내시니 이 낱낱의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저마다 비추었고, 이로부터 차츰차츰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었으므로 그 가운데 있는 유정들로서 이 광명을 만난 이는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에, 세존은 입[面門]으로부터 넓고 긴 혀[廣長舌相]를 내시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시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으며, 다시 이 혀에서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 광명을 놓으시니, 이 광명은 여러 가지의 빛깔이었다. 이 여러 가지 빛깔의 낱낱의 광명에서 보배 연꽃을 나타내셨나니, 그 꽃은 천 잎사귀요 모두가 순금 빛이었고 뭇 보배로 장엄되어 곱게 꾸며져 산뜻하게 피어 있었으므로 아주 사랑스러웠으며, 향기는 자오록하게 널리 펴져서 미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으로 묘한 즐거움을 내었다. 모든 꽃받침 안에는 모두 변화한 부처님이 가부하고 앉으셔서 미묘한 법음을 연설하셨고 그 낱낱 법음에서는 모두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와 상응한 법을 설하셨나니, 유정으로서 들은 이는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었으며, 이로부터 차츰차츰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 퍼졌으므로 설법의 이익 또한 그와 같았다.
그때 세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다시 사자유희의 등지[師子遊戱等持]에 들어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이 삼천대천세계로 하여금 여섯 가지로 진동하게 하셨으니, 흔들흔들[動]ㆍ두루[極] 흔들흔들ㆍ온통 두루[等極] 흔들흔들, 들먹들먹[踊]ㆍ두루 들먹들먹ㆍ온통 두루 들먹들먹, 울쑥불쑥[震]ㆍ두루 울쑥불쑥ㆍ온통 두루 울쑥불쑥, 우루루[擊]ㆍ두루 우루루ㆍ온통 두루 우루루, 와르릉[吼]ㆍ두루 와르릉ㆍ온통 두루 와르릉, 와지끈[爆]ㆍ두루 와지끈ㆍ온통 두루 와지끈함의 그것이었다.
001_0004_c_01L또 이 세계가 동쪽에서 솟았다가 서쪽으로 잠기고, 서쪽에서 솟았다가 동쪽으로 잠기며, 남쪽에서 솟았다가 북쪽으로 잠기고, 북쪽에서 솟았다가 남쪽으로 잠기며, 중간에서 솟았다가 변두리로 잠기고, 변두리서 솟았다가 중간으로 잠기게 하셨나니, 그 땅이 청청하고 윤택하며 부드러워서 모든 유정들이 이익되고 안락하게 되었다.
그때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지옥ㆍ방생(傍生: 축생)ㆍ아귀의 세계와 그 밖의 무가처(無暇處)와 악취의 모든 유정들이 모두가 고통을 여의었으니, 거기에서 목숨을 버리고는 인간에 태어나거나 6욕천(欲天)에 태어나서 모두가 전생 일을 기억하고는 기뻐 뛰면서 함께 부처님에게로 와서 은근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였다. 이로부터 차츰차츰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까지 두루하게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여섯 가지로 진동하게 하였으므로, 그때에 그 세계의 모든 나쁜 갈래의 온갖 유정들도 다 고통을 여의고 그곳에서 목숨을 버리고 인간에 태어나거나 6욕천에 태어나서 모두가 전생 일을 기억하고는 기뻐 뛰면서 저마다 그 세계에서 함께 부처님에게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였다.
그때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의 유정들로서 눈먼 이는 보게 되고 귀머거리는 듣게 되었으며, 벙어리는 말하게 되고 미치광이는 바른 생각을 얻었으며, 산란한 이는 안정을 얻고 가난한 이는 부자가 되었으며, 헐벗은 이는 옷을 얻었고 배고픈 이는 밥을 얻고 목마른 이는 마실 것을 얻었으며, 병든 이는 낫게 되고 못난이는 단정하게 되었으며, 형체가 손상된 이는 완전하게 되고 감관의 불구자는 원만하게 되었으며, 기절한 이는 깨어나게 되고 피로한 이는 편안하게 되었다.
001_0005_a_01L그때 모든 유정들은 평등한 마음으로 서로 향하여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고 형 같고 아우 같고 누나 같고 누이동생 같고 친구 같고 친척 같았으며, 삿된 말과 행동과 생활을 여의고 바른 말과 행동과 생활을 닦았으며, 열 가지 나쁜 업의 길을 여의고 열 가지 착한 업의 길을 닦았으며, 나쁜 심사(尋思)를 여의고 착한 심사를 닦았으며, 그릇된 범행(梵行)을 여의고 바른 범행을 닦았으며, 청정함을 좋아하고 더러움을 버렸으며,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버려서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져서 홀연히 묘한 쾌락이 생겼나니, 마치 수행하는 이가 셋째 선정[第三定]에 든 것과 같았다. 또 뛰어난 지혜가 홀연히 앞에 나타났으므로 모두가 생각하되, ‘보시ㆍ조복(調伏:지계)ㆍ안인(安忍:인욕)ㆍ용진(勇進:정진)ㆍ적정(寂靜:선정)ㆍ제관(諦觀:반야)가 있고 방일을 멀리하고 범행을 닦으며 모든 중생들에게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로 대하고 어지럽히지 않으니 어찌 좋지 않으리오’ 하였다.
그때 세존은 사자좌에 계시면서 내신 광명이 자못 특이하고 위덕이 높고 높으셔서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국토의 소미로산(蘇迷盧山:수미산)과 윤위산(輪圍山) 등과 그 밖의 온갖 용ㆍ귀신과 천궁(天宮)과 정거천(淨居天)에 이르기까지 빛으로 가려 모두 다 나타나지 못하게 했으니 마치 가을의 보름달이 뭇 별을 비춘 것 같고, 여름의 햇볕이 모든 물질의 광채를 빼앗은 것 같았으며, 네 가지 보배의 묘한 산이 모든 산을 비출 적에 그 위력 있는 광명이 뛰어난 것과 같았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써 본래의 육신을 나타내시어 이 삼천대천세계의 유정들로 하여금 모두 다 보게 하셨다.
그때에 이 삼천대천세계의 한량없고 수 없는 모든 정거천으로부터 아래로 욕계(欲界)의 사천왕들의 하늘과 그 밖의 온갖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래께서 사자좌에 계시면서 위덕과 광명이 환히 빛남이 마치 큰 황금의 산과 같음을 보고, 기뻐 뛰며 전에 없는 일이라 찬탄하면서 저마다 갖가지 한량없는 하늘 꽃ㆍ향기로운 꽃다발ㆍ바르는 향ㆍ사르는 향ㆍ가루 향과 의복과 영락(瓔珞)과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음악과 모든 보물이며 그리고 한량없는 종류의 하늘의 푸른 연꽃ㆍ하늘의 붉은 연꽃ㆍ하늘의 흰 연꽃ㆍ하늘의 향기로운 연꽃ㆍ하늘의 누른 연꽃ㆍ하늘의 분홍 연꽃과 하늘의 금전나무꽃[金錢樹花]과 하늘의 향기로운 잎사귀며 그 밖의 한량없는 물과 육지에서 나는 꽃들을 가지고 부처님에게로 가서 부처님 위에 받들어 흩뿌렸다.
001_0005_b_01L부처님의 신력으로 모든 꽃다발들은 빙글빙글 돌면서 위로 솟아올라 함께 어울려 꽃받침을 이루어 크기가 삼천대천세계와 같았으며, 하늘의 꽃 일산과 보배 방울과 구슬ㆍ번기를 드리운 치레가 휘황찬란하여 매우 훌륭하였다. 그때 이 부처님 국토가 미묘하게 장엄됨이 마치 서방의 극락 세계와 같았으며, 부처님의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자 물체와 허공이 모두 금빛과 같게 되었고, 시방으로 각각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 또한 그와 같이 되었다.
그때 이 삼천대천세계의 불국토의 남쪽의 섬부주(贍部洲)와 동쪽의 승신주(勝身洲)와 서쪽의 우화주(牛貨洲)와 북쪽의 구로주(俱盧洲)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부처님 신력으로 저마다 부처님께서 그의 앞에 반듯이 앉아 계심을 보고 모두들 말하였다. “여래께서 나만을 위해서 설법하시는구나.” 이와 같이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야마천(夜摩天)ㆍ도사다천(覩史多天)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중천(梵衆天)ㆍ범보천(梵補天)ㆍ범회천(梵會天)ㆍ대범천(大梵天)ㆍ광천(光天)ㆍ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극광정천(極光淨天)ㆍ정천(淨天)ㆍ소정천(少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遍淨天)ㆍ광천(廣天)ㆍ소광천(少廣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광과천(廣果天)ㆍ무번천(無繁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현천(善現天)ㆍ선견천(善見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까지도 역시 세존의 신통력 때문에 저마다 부처님께서 그의 앞에 반듯이 앉아 계심을 보고 모두가 말하였다. “여래께서 나만을 위해서 설법하시는구나.”
001_0005_c_01L그때 세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시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고, 그 입으로부터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의 불국토와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시었다. 그때 이 삼천대천세계 불국토의 모든 유정들은 부처님의 광명을 따라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서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성문과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있음과 그 밖의 유정과 무정(無情) 들의 품류가 차별됨을 두루 보았으며, 그리고 그 시방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의 일체 유정들도 부처님의 광명을 따라 역시 이 국토의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성문과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있음과 그 밖의 온갖 유정ㆍ무정들의 품류가 차별됨을 보았다.
그때 동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다보(多寶)라 했고, 부처님의 명호는 보성(寶性) 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明行圓滿)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장부(無上丈夫)ㆍ조어사(調御士)ㆍ천인사(天人師)ㆍ불ㆍ박가범(薄伽梵)이셨으니, 현재 그곳에 안온히 계시면서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었다.
그때 보성부처님은 보광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에서 서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감인(堪忍)이라 하고, 부처님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시니, 지금 현재 그 곳에 안온히 계시면서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려 하시는데, 그 부처님 신력으로 이러한 상서가 나타나느니라.”
001_0006_a_01L보광이 듣고 기뻐 뛰면서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감인 세계로 가서 석가모니 여래 무애해 다라니문[無碍解陀羅尼門]과 삼마지문(三摩地門)을 얻어 신통이 자재하고 맨 나중의 몸[最後身]에 머물러 세존의 지위를 이을 여러 보살마하살을 예배 공양하고자 하오니, 자비로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때 보성부처님이 보광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좋다, 좋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그대의 뜻대로 가라.”
001_0006_a_05L時,寶性佛告普光菩薩言:“善哉!善哉!今正是時,隨汝意往。”
그리고는 곧, 천 잎사귀에 뭇 보배로 장엄된 천 송이의 금빛 연꽃을 보광 보살에게 주시면서 분부하셨다. “그대는 이 꽃을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께 가서 내가 말한 대로 말을 하라. ‘보성여래가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은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佛事)를 하십시오’ 그대가 그 세계에 가거든 응당 바른 지혜에 머물러 그 불국토와 모든 대중을 관찰해야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그 모든 보살의 위엄과 덕은 미치기 어렵고 자비와 원력으로 마음을 훈습하였으며 큰 인연으로 그 국토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001_0006_b_01L그때에 보광보살은 꽃을 받고 분부를 받들어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의 출가(出家)ㆍ재가(在家)의 보살마하살과 무수한 백천의 동남(童男)ㆍ동녀(童女)와 함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하직을 아뢰었다. 제각기 한량없는 갖가지의 꽃과 향과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의복과 보배 장식과 그 밖의 공양 거리를 가지고 길을 떠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도중의 동쪽에 있는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의 낱낱 부처님께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었고 거저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는 두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백 천 번을 돌고 물러나 한 쪽에 서 있었다.
보광보살만이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서 동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다보라 하옵고 부처님 명호는 보성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시온데 ‘세존께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은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천 송이의 금빛 연꽃을 가지고 세존에게 드리니 불사를 하십시오’라고 하셨나이다.”
그때 석가모니부처님은 이 연꽃을 받으시고 도리어 동쪽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에 뿌리면서, 부처님의 신력으로 이 연꽃들이 모든 부처님 국토에 두루하고 모든 꽃받침에서는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가부하고 앉으셔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에 상응한 법을 설하셨으므로, 유정으로서 듣는 이는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보광과 그 권속들은 이러한 일을 보고 기뻐 뛰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저마다 선근(善根)과 공양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와 같이 맨 마지막 세계보다 앞에 있는 동쪽의 낱낱의 부처님 국토에서도 각각 여래가 계시면서 현재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고, 이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도 각기 한 분의 우두머리 보살이 이 큰 광명과 대지의 움직임과 그리고 부처님의 몸매를 보고 부처님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상서가 있나이까?”
우두머리 보살들은 듣고 기뻐하면서 저마다 감인 세계로 가서 부처님과 보살들을 뵙고 공양하기를 청하였고, 그 곳의 모든 여래도 좋다고 칭찬하시면서 가기를 허락하시고 각각 금빛의 천 송이 보배 연꽃을 주시면서 분부하셨다.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그 부처님에게로 가서 나의 말을 자세히 아뢰어라.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을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를 하십시오.’ 그대가 그 세계에 가거든 응당 바른 지혜에 머물러 그 불국토와 모든 보살들을 관찰해야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그 모든 보살들의 위엄과 덕은 미치기 어렵고, 자비와 원력으로 마음을 훈습하였으며 큰 인연으로 그 국토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낱낱의 우두머리 보살은 꽃을 받고 분부를 받들어 저마다 한량없고 무수한 보살과 동남ㆍ동녀와 함께 부처님을 하직하고 공양거리를 가지고 길을 떠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부처님 국토의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낱낱이 공양하였었고 그냥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는 두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 꽃을 바치고는 사실대로 자세히 아뢰었으며, 부처님은 꽃을 받으시고 도리어 동쪽에 뿌려서 부처님의 신력으로 모든 불국토에 두루하고 그 여러 꽃받침 안에서는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계시면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셨으므로, 듣는 이들이면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하셨다. 우두머리 보살과 모든 권속들은 그 일을 보고 기뻐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저마다 선근과 공양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있었다.
001_0007_a_01L그때 남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이일체우(離一切憂)라 했고, 부처님의 명호는 무덕(無憂德)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셨으니, 현재 그 곳에 안온히 계시면서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었다.
그때 무우덕부처님은 이우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에서 북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감인이라 하고 부처님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시니, 지금 현재 그 곳에 안온히 계시면서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려 하시는데, 그 부처님 신력으로 이러한 상서가 나타나느니라.”
이우가 듣고 기뻐 뛰면서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감인 세계로 가서 석가모니 여래와 무애해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얻어 신통이 자재하고 맨 나중의 몸에 머물러 세존의 지위를 이을 여러 보살마하살을 예배 공양하고자 하오니, 자비로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때 무우덕부처님이 이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좋다, 좋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그대의 뜻대로 가라.”
001_0007_a_23L時,無憂德佛告離憂菩薩言:“善哉!善哉!今正是時,隨汝意往。”
001_0007_b_01L그리고는 곧 천 잎사귀에 뭇 보배로 장엄된 천 송이의 금빛 연꽃을 이우보살에게 주시면서 분부하셨다. “그대는 이 꽃을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께 가서 내가 말한 대로 말을 하라. ‘무우덕여래가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은 참을 만 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를 하십시오.’ 그대가 그 세계에 가거든 응당 바른 지혜에 머물러 그 불국토와 모든 대중을 관찰해야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그 모든 보살들의 위엄과 덕은 미치기 어렵고 자비와 원력으로 마음을 훈습하였으며 큰 인연으로 그 국토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그때 이우보살은 꽃을 받고 분부를 받들어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 출가ㆍ재가의 보살마하살과 무수한 백천의 동남ㆍ동녀와 함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하직을 아뢰었다. 제각기 한량없는 갖가지의 꽃과 향과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의복과 보배 꾸미개와 그 밖의 공양거리를 가지고 길을 떠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도중의 남쪽에 있는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의 낱낱 부처님께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었고 거저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는 두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 물러나 한 쪽에 서 있었다.
001_0007_c_01L이우보살만이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서 남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은 이일체우라 하옵고, 부처님 명호는 무덕 여래ㆍ등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시온데, ‘세존께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은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천 송이의 금빛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를 하십시오’라고 하셨나이다.”
그때 석가모니부처님은 이 연꽃을 받으시고 도리어 남쪽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에 뿌리면서, 부처님의 신력으로 이 연꽃들이 모든 부처님 국토에 두루하고 모든 꽃받침에서는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가부하고 앉으셔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에 상응한 법을 설하셨으므로, 유정으로서 듣는 이는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하셨다. 이때 이우와 그 권속들은 이러한 일을 보고 기뻐 뛰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저마다 선근과 공양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와 같이 맨 마지막 세계에서 그보다 앞에 있는 남쪽의 낱낱 부처님 국토에서도 각각 여래가 계시면서 현재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고, 이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도 각기 한 분의 우두머리 보살이 이 큰 광명과 대지의 변동함과 그리고 부처님 몸매를 보고 부처님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상서가 있나이까?”
001_0008_a_01L우두머리 보살들은 듣고 기뻐하면서 저마다 감인 세계에 가서 부처님과 보살들을 뵙고 공양하기를 청하였고, 그 곳의 모든 여래도 좋다고 칭찬하시면서 가기를 허락하시고 각각 금빛의 천 송이 보배 연꽃을 주시면서 분부하셨다.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그 부처님에게로 가서 나의 말을 자세히 아뢰어라.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을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를 하십시오.’ 그대가 그 세계에 가거든 응당 바른 지혜에 머물러 그 불국토와 모든 보살들을 관찰해야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그 모든 보살들의 위엄과 덕은 미치기 어렵고, 자비와 원력으로 마음을 훈습하였으며 큰 인연으로 그 국토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낱낱의 우두머리 보살은 꽃을 받고 분부를 받들어 저마다 한량없고 무수한 보살과 동남ㆍ동녀와 함께 부처님을 하직하고 공양거리를 가지고 길을 떠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부처님 국토의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낱낱이 공양하였고 그냥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는 두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 꽃을 바치고는 사실대로 자세히 아뢰었으며, 부처님은 꽃을 받으시고 도리어 남쪽에 뿌려서 부처님의 신력으로 모든 불국토에 두루하고 그 여러 꽃받침 안에서는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계시면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셨으므로 듣는 이들이면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하셨다. 우두머리 보살과 모든 권속들은 그 일을 보고 기뻐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저마다 선근과 공양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서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근적정(近寂靜)이라 했고, 부처님의 명호는 보염(寶焰)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셨으니, 현재 그 곳에 안온히 게시면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었다.
그때 보염부처님은 행혜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에서 동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감인이라 하고, 부처님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시니, 지금 현재 그 곳에 안온히 계시면서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려 하시는데, 그 부처님 신력으로 이러한 상서가 나타나느니라.”
행혜가 듣고 기뻐 뛰면서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감인 세계로 가서 석가모니 여래와 무애해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얻어 신통이 자재하고 맨 나중의 몸에 머물러 세존의 지위를 이을 여러 보살마하살을 예배 공양하고자 하오니, 자비로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001_0008_c_01L그때 보염부처님이 행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좋다, 좋다. 지금 바로 그 때이니, 그대의 뜻대로 가라.” 그리고는 곧, 천 잎사귀에 뭇 보배로 장엄된 천 송이의 금빛 연꽃을 행혜보살에게 주시면서 분부하셨다. “그대는 이 꽃을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께 내가 말한 대로 말을 하라. ‘보염 여래가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은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를 하십시오.’ 그대가 그 세계에 가거든 응당 바른 지혜에 머물러 그 불국토와 모든 대중을 관찰해야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그 모든 보살들의 위엄과 덕은 미치기 어렵고 자비와 원력으로 마음을 훈습하였으며, 큰 인연으로 그 국토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그때 행혜보살은 꽃을 받고 분부를 받들어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의 출가ㆍ재가의 보살마하살과 무수한 백천의 동남ㆍ동녀와 함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하직을 아뢰었다. 제각기 한량없는 갖가지의 꽃과 향과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의복과 보배 꾸미개와 그 밖의 공양거리를 가지고 길을 떠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도중의 서쪽에 있는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의 낱낱 부처님께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란하였고 거저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는 두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 물러나 한 쪽에 서 있었다.
행혜보살만이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서 서쪽으로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다 지나가서 맨 마지막에 있는 세계의 이름을 근적정이라 하옵고, 부처님 명호는 보염 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ㆍ박가범이시온데, ‘세존께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은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천 송이의 금빛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드리니 불사를 하십시오’라고 하셨나이다.”
001_0009_a_01L그때 석가모니부처님은 이 연꽃을 받으시고 도리어 서쪽의 긍가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에 뿌리면서, 부처님의 신력으로 이 연꽃들이 모든 부처님 국토에 두루하고 모든 꽃받침에서는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가부하고 앉으셔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에 상응한 법을 설하셨으므로, 유정으로서 듣는 이는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하셨다. 이때 행혜와 그 권속들은 이러한 일을 보고 기뻐 뛰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저마다 선근과 공양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와 같이, 맨 마지막 세계에서 그보다 앞에 있는 서쪽의 낱낱 부처님 국토에서도 각각 여래가 계시면서 현재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고, 이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도 각기 한 분의 우두머리 보살이 이 큰 광명과대지의 변동함과 그리고 부처님의 몸매를 보고 부처님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상서가 있나이까?”
우두머리 보살들은 듣고 기뻐하면서 저마다 감인 세계로 가서 부처님과 보살들을 뵙고 공양하기를 청하였고, 그 곳의 모든 여래도 좋다고 칭찬하시면서 가기를 허락하시고 각각 금빛의 천 송이 보배 연꽃을 주시면서 분부하셨다.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그 부처님에게로 가서 나의 말을 자세히 아뢰어라. ‘문안드림이 한량없나이다. 병환이나 없으시고 번뇌가 없으시며, 거처하심에 경쾌하고 편리하시나이까? 기력이 고르고 화평하시며 안락하게 계시나이까? 세간 일을 참을 만하시나이까? 중생들을 제도하시기에 용이하시나이까? 이 연꽃을 가지고 세존께 바치니 불사를 하십시오.’ 그대가 그 세계에 가거든 응당 바른 지혜에 머물러 그 불국토와 모든 보살들을 관찰해야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왜냐 하면 그 모든 보살들의 위엄과 덕은 미치기 어렵고 자비와 원력으로 마음을 훈습하였으며, 큰 인연으로 그 국토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001_0009_b_01L낱낱의 우두머리 보살은 꽃을 받고 분부를 받들어 저마다 한량없고 무수한 보살과 동남ㆍ동녀와 함께 부처님을 하직하고 공양거리를 가지고 길을 떠나오면서 지나게 되는 부처님 국토의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낱낱이 공양하였고 그냥 지나쳐버린 적이 없었다. 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는 두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 꽃을 바치고는 사실대로 자세히 아뢰었으며, 부처님은 꽃을 받으시고 도리어 서쪽에 뿌려서 부처님의 신력으로 모든 불국토에 두루하고 그 여러 꽃받침 안에서는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계시면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대반야바라밀다를 설하였으므로 듣는 이들이면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하셨다. 우두머리 보살과 모든 권속들은 그 일을 보고 기뻐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저마다 선근과 공양거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