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팎으로 함께 하는 몸[身]과 느낌[受]과 마음[心]과 법(法)에 대하여 순신관(循身觀)ㆍ순수관(循受觀)ㆍ순심관(循心觀)ㆍ순법관(循法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 어찌하여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자기의 몸을 자세히 관찰하여, 갈 때에는 가는 것을 알고 머무를 때에는 머무르는 것을 알며, 앉을 때에는 앉는 것을 알고 누울 때에는 누울 것을 아는 등, 이러한 자기 몸의 위의의 차별을 이러 이러하게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자기의 몸을 자세히 관찰하여, 가고 오는 것을 바르게 알고 앞과 뒤 보는 것을 바르게 알며, 숙이고 드는 것을 바르게 알고 굽히고 펴는 것을 바르게 알며, 승가지(勝伽胝)를 입거나 의발(衣鉢)을 가지거나 먹고 마시고 눕고 쉬고 거니는 것과 앉고 일어나고 받들고 맞이하는 것과 잠자고 깨고 말하고 침묵하는 것과 모든 정려에 들고 나는 것의 모두를 생각하여 바르게 아느니라.
마치 수레바퀴를 만드는 장인이나 혹은 그의 제자가 바퀴의 힘이 길 때에는 바퀴의 힘의 긺을 여실히 생각하여 알고 바퀴의 힘이 짧을 때에는 바퀴의 힘이 짧음을 여실히 생각하여 아는 것처럼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자기의 몸을 관찰하여 들숨과 날숨의 길고 짧은 것을 여실히 생각하여 아는 것도 그와 같느니라.
마치 솜씨 있는 백정이나 혹은 그의 제자가 소를 죽인 뒤에 다시 날카로운 칼로 그 몸을 갈라 4등분으로 나누는 것쯤은 앉거나 서거나 간에 여실히 관찰하여 아는 것처럼,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자기의 몸을 관찰하여 땅ㆍ물ㆍ불ㆍ바람 요소의 차별을 여실히 생각하여 아는 것도 그와 같느니라.
즉 머리카락ㆍ터럭ㆍ손발톱ㆍ이ㆍ피부ㆍ피ㆍ살ㆍ힘줄ㆍ혈맥ㆍ뼈ㆍ 골수ㆍ심장ㆍ간장ㆍ폐ㆍ신장ㆍ비장ㆍ담ㆍ포락(脯絡)ㆍ위장ㆍ대장ㆍ소장ㆍ똥ㆍ오줌ㆍ콧물ㆍ침ㆍ눈물ㆍ때ㆍ땀ㆍ가래ㆍ고름ㆍ비개ㆍ뇌막ㆍ눈꼽이나 귀이지 등의 이러한 부정한 것만이 몸 속에 가득 차 있음을 여실히 생각하여 아느니라. 마치 어떤 농부나 장자의 집 창고 안에 가지가지의 곡식이 있어서, 벼ㆍ깨ㆍ조ㆍ콩ㆍ보리 등이 가득 차 있을 때에 밝은 눈이 있는 이면 창고를 열어 보고 이내 그 안에는 벼와 깨ㆍ조 등의 갖가지 곡식만이 있음을 여실히 아는 것처럼,
001_0460_b_01L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자기의 몸을 자세히 관찰하여 발에서 정수리까지 오직 갖가지의 부정하고 냄새나는 물건만이 그 속에 가득 차 있음을 여실히 생각하여 아는 것도 그와 같느니라.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헷갈려서 탐착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하루나 혹은 이틀 내지 이레가 지나, 몸통이 불어터지고 빛은 푸른 어혈로 변하고 악취가 나고 피부는 문드러지고 터져서 피고름이 흘러내린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循身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001_0460_c_01L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하루나 혹은 이틀 내지 이레가 지나, 온갖 독수리ㆍ까마귀ㆍ까치ㆍ올빼미ㆍ호랑이ㆍ여우ㆍ이리ㆍ야간(野干)과 개 등의 갖가지 금수에게 쪼이고 할퀴어서 뼈와 살이 어지럽게 뜯어 먹힌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금수에게 먹힌 뒤에 썩어 문드러져 피고름이 흘러내리고 또 한량없는 벌레와 구더기가 우글거려서 그 구린내와 더러움이 개의 시체보다 더한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001_0461_a_01L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벌레와 구더기에 파 먹힌 뒤에 살이 없어지고 뼈만 남아 있고 마디마디가 서로 힘줄로 얽혀 있고 피는 빨려서 없고 썩은 살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이미 뼈 무더기로 된 뒤에 피와 살이 모두 다하고 힘줄만 가까스로 이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다만 뼈만이 남아서 그 색이 희기가 마치 눈과 흰 마노와 조개와 같고 모든 힘줄은 썩어서 마디마디가 다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001_0461_b_01L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가 백골이 된 뒤에 발의 뼈ㆍ장딴지 뼈ㆍ무릎 뼈ㆍ넓적다리 뼈ㆍ허리 뼈ㆍ등골 뼈ㆍ겨드랑이 뼈ㆍ가슴 뼈ㆍ어깨 뼈ㆍ팔의 뼈ㆍ손의 뼈ㆍ목의 뼈ㆍ턱의 뼈ㆍ뺨의 뼈ㆍ해골 들이 저마다 다른 곳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해골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곳에 바람이 불고 햇빛이 쬐고 비가 내리고 서리가 덮기를 여러 해가 지나서 그 빛이 흰 마노와 눈과 같은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001_0461_c_01L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한적한 길을 가다가, 버려져 있는 시체의 남은 뼈가 땅에 흩어져서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이 지난 뒤에 그 모양이 푸르게 변하여 마치 비둘기 빛이 되어 있고 혹은 썩어서 먼지 같은 가루가 되어 흙과 함께 섞여 분별할 수 없는 것을 보게 되면, 이 일을 보고는 생각하기를, ‘나의 몸도 이러한 성질이 있고 이러한 법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 해탈하지 못했다면 마침내는 이렇게 되리라’고 하니, 지혜 있는 이라면 그 누가 이 몸을 소중히 여기겠느냐?
오직 어리석은 범부들만이 미혹되어 탐착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이니,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마치 안의 몸의 이와 같은 차별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은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밖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안팎의 몸에 대하여 순신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은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그에 상응하여 역시 이와 같으니라.
001_0462_a_01L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팎으로 함께 하는 몸[身]과 느낌[受]과 마음[心]과 법(法)에 대하여 순신관(循身觀)ㆍ순수관(循受觀)ㆍ순심관(循心觀)ㆍ순법관(循法觀)에 머무르고 맹렬하게 정진하면서 자세히 생각하여 바르게 아는 것은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 이에 상응하여 다 널리 설해지느니라.
선현아,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안팎으로 함께 하는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에 대하여 순신관ㆍ순수관ㆍ순심관ㆍ순법관에 머무르지만, 비록 이러한 관(觀)을 짓더라도 얻는 것이 없으니,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4정단(正斷)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4정단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모든 나지 않은 불선법(不善法)에 대해서 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다잡아 힘쓰면서 마음을 경책하고 마음을 지니니, 이것이 첫째이니라.
001_0462_b_01L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이미 생겨난 선법을 편히 머무르게 하고, 잊지 않고 더욱 넓혀서 배로 닦아 원만하게 하기 위하여 다잡아 힘쓰면서 마음을 경책하고 마음을 지니니, 이것이 넷째이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4신족(神足)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4신족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서 욕(欲)삼마지(三摩地)를 닦아 행(行)을 끊고 신족(神足)을 성취하되, 여읨[離]에 의지하고 물듦이 없는 것[無染]에 의지하고 적멸[滅]에 의지하고 버림[捨]에 회향하는 것이니, 이것이 첫째이니라.
001_0462_c_01L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5근(根)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5근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닦는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5력(力)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5근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닦는 신력(信力)ㆍ정진력(精進力)ㆍ염력(念力)ㆍ정력(定力)ㆍ혜력(慧力)이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7등각지(等覺支)를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7등각지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닦는 염등각지(念等覺支)ㆍ택법등각지(擇法等覺支)ㆍ정진등각지(精進等覺支)ㆍ희등각지(喜等覺支)ㆍ경안등각지(輕安等覺支)ㆍ정등각지(定等覺支)ㆍ사등각지(捨等覺支)이니, 여읨에 의지하고 물듦이 없는 것에 의지하고 적멸에 의지하고 버림에 회향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8성도지(聖道支)를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8성도지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닦는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이니, 여읨에 의지하고 물듦이 없는 것에 의지하고 적멸에 의지하고 버림에 회향하느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001_0463_a_01L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의 삼마지를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하면,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온갖 법의 제 모양[自相]이 모두가 공(空)하다고 관찰하여 그것에 마음이 편히 머무는 것을 공해탈문(空解脫門)이라 하고 또한 공삼마지(空三摩地)라고 하느니라. 이것이 첫째이니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온갖 법의 제 모양이 공하기 때문에 모두가 원이 없다[無願]고 관찰하여 그것에 마음이 편히 머무는 것을 무원(無願)해탈문이라 하고 또한 무원삼마지라고 하니, 이것이 셋째이니라. 선현아,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법지(法智)ㆍ유지(類智)ㆍ세속지(世俗智)ㆍ타심지(他心智)ㆍ고지(苦智)ㆍ집지(集智)ㆍ멸지(滅智)ㆍ도지(道智)ㆍ진지(盡智)ㆍ무생지(無生智)ㆍ여실지(如實智)이니,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니라.” 그때 존자(尊者) 선현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법지(法智)입니까?”
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미지당지근(未知當知根)입니까?”
001_0463_b_23L爾時,具壽善現白佛言:“世尊!云何未知當知根?”
001_0463_c_01L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배울 것이 있는 이[有學]들이 모든 거룩한 진리 가운데서 아직 현관(現觀)도 얻지 못하고 성인의 과위(果位)도 얻지 못했을 때에 지니는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니, 이것이 미지당지근이니라.”
선현아, 이와 같은 3무루근에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는다면,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 삼마지를 말하는 것이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면, 유심유사(有尋有伺)1) 삼마지ㆍ무심유사(無尋唯伺)2) 삼마지ㆍ무심무사(無尋無伺)3) 삼마지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10수념(隨念)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하면, 부처를 따라 생각함[佛隨念]ㆍ법을 따라 생각함[法隨念]ㆍ승가를 따라 생각함[僧隨念]ㆍ계율을 따라 생각함[戒隨念]ㆍ버림을 따라 생각함[捨隨念]ㆍ하늘을 따라 생각함[天隨念]ㆍ고요히 여읨을 따라 생각함[寂靜厭離隨念]ㆍ들숨ㆍ날숨을 따라 생각함[入出息隨念]ㆍ몸을 따라 생각함[身隨念]ㆍ죽음을 따라 생각함[死隨念]이니, 선현아, 이와 같은 것이 10수념이니라.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는다면,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4정려(靜慮)ㆍ4무량(無量)ㆍ4무색정(無色定)ㆍ8해탈(解脫)ㆍ8승처(勝處)ㆍ9차제정(次第定)ㆍ10변처(遍處) 등의 모든 선법(善法)이니,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는다면,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의 10력(力)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10력인가 하면, 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ㆍ업이숙지력(業異熟智力)ㆍ종종계지력(種種界智力)ㆍ종종승해지력(種種勝解智力)ㆍ근승열지력(根勝劣智力)ㆍ변행행지력(遍行行智力)ㆍ정려해탈등지등지잡염청정지력(靜慮解脫等持等至雜染淸淨智力)ㆍ숙주수념지력(宿住隨念智力)ㆍ사생지력(死生智力)ㆍ누진지력(漏盡智力)이니라.”
“선현아,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과 번뇌가 없는 지혜의 해탈을 현재의 법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여 완전히 머물면서 분명히 알되, ‘나의 생사는 이미 다했고 범행은 다 이루어졌으며, 할 일은 다 마쳤으므로 다음 생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는 것을 여실히 알면 이것이 누진지력이니라.
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정등각무외(正等覺無畏)입니까?”
001_0464_c_14L爾時,具壽善現白佛言:“世尊!云何正等覺無畏?”
001_0465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스스로 일컫되, ‘나는 바르고 평등하게 깨달은 사람[正等覺者]이다’라고 할 때에, 설령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 법에 의하여 비난하거나 환기시키면서, ‘이 법은 바르고 평등하게 깨닫는 법이 아니다’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음을 분명하게 보느니라.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편안히 머물러서 스스로 일컫되, ‘나는 큰 선인(仙人)의 높은 지위에 있도다’라고 하고, 대중 가운데서 사자의 외침으로 묘한 범륜(梵輪)을 굴리니, 그 범륜은 청정하고 바르고 참되고 위없어서 온갖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는 아무도 법답게 굴릴 이가 없느니라. 이것이 정등각무외이니라.”
“선현아,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스스로 일컫되, ‘나는 이미 모든 번뇌[漏]를 영원히 다했도다[盡]’라고 할 때에, 설령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 법에 의하여 비난하거나 환기시키면서, ‘이와 같은 이는 번뇌가 영원히 다하지 않았다’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음을 분명하게 보느니라.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편안히 머물러서 스스로 일컫되, ‘나는 큰 선인의 높은 지위에 있도다’라고 하고, 대중 가운데서 사자의 외침으로 묘한 범륜을 굴리니, 그 범륜은 청정하고 바르고 참되고 위없어서 온갖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는 아무도 법답게 굴릴 이가 없느니라. 이것이 누진무외이니라.”
“선현아,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도를 장애하는 법[障道法]에 대하여 설할 때에, 설령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 법에 의하여 비난하거나 환기시키면서, ‘이 법을 익혀도 도를 장애하는 것을 다스리지 못하리라’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음을 분명하게 보느니라.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편안히 머물러서 스스로 일컫되, ‘나는 큰 선인의 높은 지위에 있도다’라고 하고 대중 가운데서 사자의 외침으로 묘한 범륜을 굴리니, 그 범륜은 청정하고 바르고 참되고 위없어서 온갖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는 아무도 법답게 굴릴 이가 없느니라. 이것이 장법무외이니라.”
001_0465_b_01L“선현아,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괴로움이 다하는 도[盡苦道]에 대하여 설할 때에, 설령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 법에 의하여 비난하거나 환기시키면서, ‘이 도를 닦아도 괴로움을 다하지 못하리라’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음을 분명하게 보느니라.
그들의 비난이 이유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편안히 머물러서 스스로 일컫되, ‘나는 큰 선인의 높은 지위에 있도다’라고 하고 대중 가운데서 사자의 외침으로 묘한 범륜을 굴리니, 그 범륜은 청정하고 바르고 참되고 위없어서 온갖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의 악마나 범천이나 혹은 그 밖의 세간에서는 아무도 법답게 굴릴 이가 없느니라. 이것이 진고도무외이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4무애해(無礙解)를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4무애해인가 하면, 의(義)무애해ㆍ법(法)무애해ㆍ사(詞)무애해ㆍ변(辯)무애해이니라. 선현아, 이와 같은 4무애해에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는다면,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와 5안(眼)ㆍ6신통(神通)과 일체지(一切智)ㆍ도상지(道相智)ㆍ일체상지(一切相智)를 말하니, 선현아, 이러한 법에 만일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는다면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001_0465_c_01L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의 대승의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18불불공법(佛不共法)을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18불불공법인가 하면, 나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처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밤으로부터 최후에 할 일을 다 마치고 무여의(無餘依)의 큰 열반에 드는 밤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언제나 잘못된 실수가 없으며, 조급하고 포악한 음성이 없으며, 잊어버리는 기억이 없으며, 안정하지 않는 마음이 없으며, 갖가지 생각이 없으며, 가려서 버리지 아니함이 없으며, 뜻하는 일에 물러남이 없으며, 정진하여 물러남이 없으며, 생각에서 물러남이 없으며, 지혜에서 물러남이 없으며, 해탈에서 물러남이 없으며, 해탈지견(解脫智見)에서 물러남이 없으며,
온갖 몸의 업(業)은 지혜를 길잡이로 삼아 지혜를 따라 움직이며, 온갖 말의 업은 지혜를 길잡이로 삼아 지혜를 따라 움직이며, 온갖 뜻의 업은 지혜를 길잡이로 삼아 지혜를 따라 움직이며, 과거 세상에 일으킨 지혜로운 견해에 대하여 집착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미래 세상에 일으킬 지혜로운 견해에 대하여 집착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현재 세상에 일으키는 지혜로운 견해에 대하여 집착도 걸림도 없는 것이니,
001_0466_a_01L“선현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아(★)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본래 나지 않은 까닭이요, 락(洛)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더러움을 여읜 까닭이요, 파(跛)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수승한 이치의 가르침인 까닭이요, 자(者)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생사(生死) 없는 까닭이요, 나(娜)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이름과 모양을 멀리하여 얻음과 잃음이 없는 까닭이니라. 가(砢)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세간을 벗어나고 또 애욕의 인연이 영원히 나타나지 않은 까닭이요,
타(柁)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조복함과 고요함과 진여와 평등함에 분별이 없는 까닭이요, 바(婆)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얽매임을 여읜 까닭이요, 다(茶)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번뇌가 치성한 것을 여의고 속된 것을 바로 잡아 청정함을 얻는 까닭이요,
사(沙)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걸림이 없는 까닭이요, 박(縛)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말로써 할 길이 끊어진 까닭이요, 다(䫂)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진여는 움직이지 않은 까닭이니라. 야(也)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여실히 태어나지 않는 까닭이요,
슬타(瑟吒)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억누르고 감당하여 지니는 모양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가(迦)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짓는 것[作者]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사(娑)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때[時]의 평등한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마(磨)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나[我]와 나의 것[我所]의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가(伽)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행(行)으로 취하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타(他)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처소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니라. 사(闍)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일으킴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습박(濕縛)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안온한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달(達)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경계[界]의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사(捨)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고요한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거(佉)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허공과 같은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찬(羼)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끝까지 다하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니라.
001_0466_b_01L살다(薩䫂)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옳은 곳과 옳지 않은 곳을 감당하여 지녀서 움직이지 않게 하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약(若)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분명하게 아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날타(辣他)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집착하는 이치의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가(呵)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원인이 되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박(薄)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무너뜨리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니라. 작(綽)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좋아하고 덮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삽마(颯磨)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기억할 수 있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갑박(嗑縛)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부를 수 있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노(孥)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모든 시끄러움을 떠나서 감도 없고 옴도 없으므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파(頗)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두루 원만한 과보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색가(塞迦)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모이고 쌓이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일사(逸娑)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쇠퇴하고 늙는 모양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작(酌)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쌓이고 모인 발자취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타(吒)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서로 몰아치는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요, 택(擇)자의 문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깨치니 구경처(究竟處)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니라.
001_0466_c_01L선현아, 이와 같은 글자의 문이 바로 법의 공[法空]을 깨치는 맨 끝이기에 이러한 글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법의 공을 표시하려고 할 수 없으니, 왜냐 하면 선현아, 이러한 글자의 이치는 널리 말할 수도 없고 드러내 보일 수도 없고 붙잡아 지닐 수도 없고 써서 지닐 수도 없고 관찰할 수도 없어서 모든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이 아(★)자 등에 들어가는 것을 모든 글자의 문에 들어간다고 하니,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모든 글자의 문에 들어 공교로운 지혜를 얻으면 모든 말과 소리로 나타내고 표시하는 일에 모두 걸림이 없으며, 온갖 법이 평등하게 공한 성품을 모두 증득하고 지녀 뭇 말과 소리에서 다 함께 공교로움을 얻으리라.
무엇이 스무 가지인가 하면, 견고한 기억력을 얻고 큰 부끄러움[慙愧]을 얻으며, 견고한 힘을 얻고 법의 참 뜻을 얻으며, 뛰어난 깨달음을 얻고 수승한 지혜를 얻으며, 걸림 없는 말재주를 얻고 총지문(總持門)을 얻으며, 의혹이 없어지게 되고 어기거나 순종하는 말에 성을 내거나 좋아하지 않으며, 높고 낮음이 없이 평등하게 머무르고 유정들의 말과 소리에 대해 교묘함을 얻으며,
온(蘊)의 교묘함과 처(處)의 교묘함과 계(界)의 교묘함을 얻고 연기(緣起)의 교묘함과 인(因)의 교묘함과 연(緣)의 교묘함과 법의 교묘함을 얻으며, 근기의 수승하고 하열한 것을 아는 지혜와 다른 이의 마음을 아는 지혜의 교묘함을 얻고 역술과 역법[星曆]을 보는 교묘함을 얻으며,
천이(天耳)로 듣는 지혜의 교묘함과 전생의 일을 기억하는 지혜의 교묘함과 뜻대로 경계를 넘나드는 지혜의 교묘함과 생사(生死)를 아는 지혜의 교묘함을 얻고 번뇌가 다한 지혜의 교묘함을 얻으며,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말하는 지혜의 교묘함을 얻고, 오고 가는 것 등에 있어 위의(威儀)의 교묘함을 얻는 것이니,
부처님께서 또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기를,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대승에 나아가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는데,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6바라밀다를 수행할 때에 한 지위[地]로부터 한 지위로 나아가면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대승에 나아가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이 온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음을 아는 것이니, 왜냐 하면 온갖 법은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기에 어디서 온 것도 없고 나아갈 것도 없기 때문이니라. 그 모든 법은 변하거나 무너짐이 없기 때문에 이 보살마하살은 어디서 오고 나아가고 할 지위에 대하여 의지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비록 지위의 업(業)을 닦아 다스린다 하더라도 그 지위를 보지 않으니,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제2의 이구지(離垢地)에 머무를 때에는 여덟 가지 법을 생각하고 닦아 익혀서 속히 원만하게 해야 하니,
001_0467_b_18L復次,善現!菩薩摩訶薩住第二離垢地時,應於八法思惟修習速令圓滿。
001_0467_c_01L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청정한 계율이요, 둘째는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는 것이며, 셋째는 안인(安忍)의 힘에 머무르고, 넷째는 환희의 기쁨을 느끼며, 다섯째는 유정들을 버리지 아니하고, 여섯째는 항상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며, 일곱째는 모든 스승과 어른에게 공경하고 믿는 마음으로 묻고 받들고 공양하되 마치 부처님을 섬기듯이 하는 생각으로 하고, 여덟째는 바라밀다를 부지런히 구하고 닦아 익히는 것이니라.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제2의 이구지에 머무를 때에는 이와 같은 여덟 가지의 법을 생각하고 닦아 익혀서 속히 원만하게 해야 하느니라.
001_0467_c_02L善現!菩薩摩訶薩住第二離垢地時,應於如是八法思惟修習速令圓滿。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제3의 발광지(發光地)에 머무를 때에는 다섯 가지의 법에 머물러야 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많이 듣기를 부지런히 구하되 만족해하는 일이 없고 들은 법에 대하여서는 문자에 집착하지 않으며, 둘째는 물듦이 없는 마음으로 항상 법 보시[法施]를 하여 비록 널리 교화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체하지 않으며,
셋째는 국토를 장엄하고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선근(善根)을 심고 비록 그것으로 회향한다고 하더라도 잘난 체하지 않으며, 넷째는 유정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비록 끝없이 나고 죽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높은 체하지 않으며, 다섯째는 비록 부끄러움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집착함이 없느니라.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제3의 발광지에 머무를 때에는 이와 같은 다섯 가지의 법에 늘 편안히 머물러야 하느니라.
001_0467_c_11L善現!菩薩摩訶薩住第三發光地時,應常安住如是五法。
또 선현아, 보살마하살이 제4의 염혜지(焰慧地)에 머무를 때에는 열 가지의 법에 머물러서 항상 행하여 버리지 않아야 하니,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아련야(阿練若)4)에 머무르면서 항상 떠나지 아니하고, 둘째는 욕심을 적게 내며, 셋째는 만족하게 여기기를 좋아하고, 넷째는 항상 두타[杜多]의 공덕을 여의지 않으며, 다섯 째는 모든 배워야 할 것에 대하여 버리는 일이 없고, 여섯째는 모든 욕락(欲樂)에 깊이 싫증을 내며, 일곱째는 항상 즐거이 적멸과 함께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