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상전에게 매여서 온갖 하는 일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모든 유정들을 구제해야 자유를 얻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에게 상전이 없고 온갖 하는 일은 모두가 자유로우며 내지 상전의 형상도 볼 수 없고 상전이란 이름도 들을 수 없으면서 오직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법으로 다스림으로써 법왕(法王)이라 하는 일만이 있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해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4_b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여러 갈래[趣]의 차별이 있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모든 유정들을 구제해야 착하고 나쁜 모든 갈래의 차별이 없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착하고 나쁜 갈래의 차별이 없고 나아가 지옥ㆍ방생(傍生:축생)ㆍ귀계(鬼界)ㆍ아소락(阿素洛)ㆍ인간ㆍ하늘 등의 이름도 없어서 온갖 유정들은 모두가 같은 하나의 종류로서 평등하게 하나의 업을 닦게 하리니, 이를테면 모두가 화합하여 보시바라밀다를 수행하게 하고 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를 수행하게 하리라. 또 내공에 머무르게 하고 외공ㆍ내외공ㆍ공공ㆍ대공ㆍ승의공ㆍ유위공ㆍ무위공ㆍ필경공ㆍ무제공ㆍ산공ㆍ무변이공ㆍ본성공ㆍ자상공ㆍ공상공ㆍ일체법공ㆍ불가득공ㆍ무성공ㆍ자성공ㆍ무성자성공에 머무르게 하며, 진여에 머무르게 하고 법계ㆍ법성ㆍ불허망성ㆍ불변이성ㆍ평등성ㆍ이생성ㆍ법정ㆍ법주ㆍ실제ㆍ허공계ㆍ부사의계에 머무르게 하리라.
003_0254_c_01L또 4념주를 수행하게 하고 4정단ㆍ4신족ㆍ5근ㆍ5력ㆍ7등각지ㆍ8성도지를 수행하게 하며,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게 하고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게 하며, 4정려를 수행하게 하고 4무량과 4무색정을 수행하게 하며, 8해탈을 수행하게 하고 8승처ㆍ9차제정ㆍ10변처를 수행하게 하며, 공해탈문을 수행하게 하고 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수행하게 하며, 5안을 수행하게 하고 6신통을 수행하게 하며, 삼마지문을 수행하게 하고 다라니문을 수행하게 하리라. 또 부처님의 10력을 수행하게 하고 4무소외와 4무애해와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18불불공법을 수행하게 하며, 잊음이 없는 법을 수행하게 하고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수행하게 하며, 일체지를 수행하게 하고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수행하게 하며, 보살마하살의 행을 수행하게 하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수행하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첫째 난생(卵生)과 둘째 태생(胎生)과 셋째 습생(濕生)과 넷째 화생(化生)의 네 가지 생(生)의 차별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모든 유정들을 구제해야 이러한 네 가지 생의 차별을 없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이러한 네 가지 생의 차별이 없고 모든 유정들은 모두가 같은 화생이 되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5_a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5신통(神通)이 없어서 온갖 하는 일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모든 유정들을 구제해야 모두가 5신통의 지혜를 얻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들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5신통의 지혜로 모두가 자유롭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단식(段食)을 수용하여 몸에는 가지가지 대변ㆍ소변이 있고 피고름과 냄새와 찌끼가 있어서 매우 싫은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이와 같이 단식을 수용하는 유정들을 구제해야 그들의 몸에 대변ㆍ소변의 더러움이 없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다 같이 묘한 법희식(法喜食)을 수용하여 그 몸이 향기롭고 산뜻하며 대변ㆍ소변의 더러움이 없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5_b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몸에는 광명이 없어서 온갖 하는 일에는 바깥의 빛을 구하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유정들을 구제해야 이러한 광명이 없는 몸을 여의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들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몸에 광명을 갖추어서 바깥 빛을 빌리지 않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5_c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에게 낮과 밤과 한 달과 반달이 있고 시절과 햇수가 바뀌고 바뀌면서 항상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유정들을 구제해야 살고 있는 땅에 낮과 밤 등의 바뀌는 일이 없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낮과 밤과 그리고 한 달과 반달과 시절이며 햇수가 없으며 내지 밤낮 등의 이름조차 없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해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의 수명이 짧은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유정들을 구제해야 이렇게 수명의 짧은 것을 여의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의 수명이 길어서 겁의 수효조차 알기 어렵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6_a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에게 뭇 상호(相好)가 없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유정들을 구제해야 상호를 얻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서른 두 가지 대사부의 상[三十二大士夫相]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八十隨好]을 갖추어 원만하게 장엄하고 유정들이 보면 맑고 묘한 기쁨을 내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해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모든 선근(善根)을 여읜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이러한 유정들을 구제해야 선근을 갖추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훌륭한 선근을 모두 성취하여 이 선근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높고 묘한 공양거리를 장만하여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이 복의 힘에 의하여 태어나는 곳마다 다시 모든 부처님ㆍ세존께 공양하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6_b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몸의 병 네 가지인 첫째 풍병(風病)과 둘째 열병(熱病)과 셋째 담병(痰病)과 넷째 풍(風) 등 갖가지가 섞인 병과 마음의 병 네 가지인 첫째 탐병(貪病)과 둘째 진병(瞋病)과 셋째 치병(癡病)과 넷째 만(慢) 등 번뇌의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해야 이렇게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 받는 모든 우정들을 구제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성숙시키고 불토를 엄정하게 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의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모든 병고가 없으며 내지 풍병ㆍ열병ㆍ담병과 풍(風) 등이 섞인 병의 이름을 들을 수도 없고 탐병ㆍ진병ㆍ치병과 만(慢) 등 번뇌 병의 이름조차도 들을 수 없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갖가지의 의요(意樂)로 혹은 성문승(聲聞乘)에 나아가려는 이도 있고 혹은 독각승(獨覺乘)에 나아가려는 이도 있고 혹은 무상승(無上乘)에 나아가려는 이도 있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모든 유정들을 구제해야 그들이 성문승과 독각승에 나아가려는 뜻을 버리고 오직 위없는 대승에만 나아가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게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만을 구하고 성문승과 독각승의 과위를 좋아하지 않으며 내지 이승(二乘)의 이름조차도 없고 오직 대승의 갖가지 공덕만을 듣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해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6_c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뛰어난 체함[增上慢]을 일으키어 아직 진실로 생명 죽이는 일을 여의지 못했으면서 ‘나는 진실로 생명 죽이는 일을 여의었다’고 하고, 아직 진실로 도둑질과 삿된 음행을 여의지 못했으면서 ‘나는 진실로 도둑질을 여의고 삿된 음행을 여의었다’고 하며, 아직 진실로 거짓말을 여의지 못했으면서 ‘나는 진실로 거짓말을 여의었다’고 하고, 아직 진실로 추악한 말과 이간하는 말과 지저분함 말을 여의지 못했으면서 ‘나는 진실로 추악한 말을 여의고 이간하는 말을 여의고 지저분한 말을 여의였다’고 하며, 아직 진실로 탐욕을 여의지 못했으면서 ‘나는 진실로 탐욕을 여의었다’고 하고, 아직 진실로 성냄과 삿된 소견을 여의지 못했으면서 ‘나는 진실로 성냄을 여의고 삿된 소견을 여의었다’고 한다.
003_0257_a_01L아직 첫째 정려(靜慮)를 얻지 못했으면서 ‘첫째 정려를 얻었다’하고, 아직 둘째ㆍ셋째ㆍ넷째의 정려를 얻지 못했으면서 ‘둘째ㆍ셋째ㆍ넷째의 정려를 얻었다’ 하며, 아직 공무변처의 선정[空無邊處定]을 얻지 못했으면서 ‘공무변처의 선정을 얻었다’ 하며, 아직 식무변처(識無邊處)ㆍ무소유처(無所有處)ㆍ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선정을 얻지 못했으면서 ‘식무변처와 무소유처와 비상비비상처의 선정을 얻었다’ 하며, 아직 자(慈)의 무량(無量)을 얻지 못했으면서 ‘자의 무량을 얻었다’ 하고 아직 비(悲)ㆍ희(喜)ㆍ사(捨)의 무량을 얻지 못했으면서 ‘비ㆍ희ㆍ사의 무량을 얻었다’고 한다. 아직 신경(神境)의 지증통(智證通)을 얻지 못했으면서 ‘신경의 지증통을 얻었다’ 하고, 아직 천안(天眼)ㆍ천이(天耳)ㆍ타심(他心)ㆍ숙주수념(宿住隨念)의 지증통을 얻지 못했으면서 ‘천안ㆍ천이ㆍ타심ㆍ숙주수념의 지증통을 얻었다’ 하며, 아직 부정관(不淨觀)을 얻지 못했으면서 ‘부정관을 얻었다’ 하고, 아직 자비관(慈悲觀)ㆍ염식관(念息觀)ㆍ연기관(緣起觀)ㆍ계차별관(界差別觀)을 얻지 못했으면서 ‘자비관ㆍ염식관ㆍ연기관ㆍ계차별관을 얻었다’ 하며 아직 지관지(止觀地)를 얻지 못했으면서 ‘지관지를 얻었다’ 하고, 아직 종성지(種姓地)ㆍ제팔지(第八地)ㆍ견지(見地)ㆍ박지(薄地)ㆍ이욕지(離欲地)ㆍ이판지(已辦地)를 얻지 못했으면서 ‘종성지ㆍ제팔지ㆍ견지ㆍ박지ㆍ이욕지ㆍ이판지를 얻었다’ 하며, 아직 독각의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 ‘독각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아직 보시바라밀다를 얻지 못했으면서 ‘보시바라밀다를 얻었다’ 하고, 아직 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를 얻지 못했으면서 ‘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를 얻었다’ 하며, 아직 내공을 증득하지 못했으면서 ‘내공을 증득했다’ 하고, 아직 외공ㆍ내외공ㆍ공공ㆍ대공ㆍ승의공ㆍ유위공ㆍ무위공ㆍ필경공ㆍ무제공ㆍ산공ㆍ무변이공ㆍ본성공ㆍ자상공ㆍ공상공ㆍ일체법공ㆍ불가득공ㆍ무성공ㆍ자성공ㆍ무성자성공을 중득하지 못했으면서 ‘외공 내지 무성자성공을 증득했다’고 한다. 아직 진여를 증득하지 못했으면서 ‘진여를 증득했다’ 하고, 아직 법계ㆍ법성ㆍ불허망성ㆍ불변이성ㆍ평등성ㆍ이생성ㆍ법정ㆍ법주ㆍ실제ㆍ허공계ㆍ부사의계법계를 등즉하지 못했으면서 ‘법계 내지 부사의계를 증득했다’ 하며, 아직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증득하지 못했으면서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증득했다’ 하고 아직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증득하지 못했으면서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증득했다’ 하며, 아직 4념주를 얻지 못했으면서 ‘4념주를 얻었다’ 하고, 아직 4정단ㆍ4신족ㆍ5근ㆍ5력ㆍ7등각지ㆍ8성도지를 얻지 못했으면서 ‘4정단 내지 8성도지를 얻었다’고 한다.
003_0257_b_01L아직 4정려를 얻지 못했으면서 ‘4정려를 얻었다’ 하고, 아직 4무량과 4무색정을 얻지 못했으면서 ‘4무량과 4무색정을 얻었다’ 하며, 아직 8해탈을 얻지 못했으면서 ‘8해탈을 얻었다’ 하고, 아직 8승처ㆍ9차제정ㆍ10변처를 얻지 못했으면서 ‘8승처ㆍ9차제정ㆍ10변처를 얻었다’ 하며, 아직 공해탈문을 얻지 못했으면서 ‘공해탈문을 얻었다’ 하고, 아직 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얻지 못했으면서 ‘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얻었다’고 한다. 아직 극희지를 얻지 못했으면서 ‘극희지를 얻었다’ 하고, 아직 이구지ㆍ발광지ㆍ염혜지ㆍ극난승지ㆍ현전지ㆍ원행지ㆍ부동지ㆍ선혜지ㆍ법운지를 얻지 못했으면서 ‘이구지 내지 법운지를 얻었다’ 하며, 아직 5안을 얻지 못했으면서 ‘5안을 얻었다’ 하고 아직 6신통을 얻지 못했으면서 ‘6신통을 얻었다’ 하며, 아직 삼마지문을 얻지 못했으면서 ‘삼마지문을 얻었다’ 하고, 아직 다라니문을 얻지 못했으면서 ‘다라니문을 얻었다’고 한다.
003_0257_c_01L아직 부처님의 10력을 얻지 못했으면서 ‘부처님의 10력을 얻었다’ 하고, 아직 4무소외와 4무애해와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18불불공법을 얻지 못했으면서 ‘4무소외 내지 18불불공법을 얻었다’ 하며, 아직 잊음이 없는 법을 얻지 못했으면서 ‘잊음이 없는 법을 얻었다’ 하고, 아직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얻지 못했으면서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얻었다’ 하고, 아직 일체지를 얻지 못했으면서도 ‘일체지를 얻었다’ 하고, 아직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얻지 못했으면서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얻었다’고 한다. 아직 불국토를 장엄하지 못했으면서 ‘불국토를 장엄했다’ 하고, 아직 유정을 이루지 못했으면서 ‘유정을 이루어 주었다’ 하며, 아직 세간의 교묘한 기술을 알지 못했으면서 ‘세간의 교묘한 기술을 알았다’ 하며, 아직 보살마하살의 행을 닦지 못했으면서 ‘보살마하살의 행을 닦았다’ 하며, 아직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것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이러한 유정들을 구제해야 그들의 뛰어난 체하는 번뇌를 여의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국토 안에서는 이와 같이 뛰어난 체한 이가 없고 온갖 유정들이 뛰어난 체함을 여의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8_a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이 모든 법에 집착하는 것을 보게 되나니, 이를테면 물질에 집착하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 집착하며, 눈의 영역에 집착하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에 집착하며, 빛깔의 영역에 집착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 집착하는 것이니라. 눈의 경계에 집착하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 집착하며, 빛깔의 경계에 집착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 집착하며, 안식의 경계에 집착하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 집착하며, 눈의 접촉에 집착하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 집착하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기는 모든 느낌에 집착하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 집착하는 것이니라. 지계에 집착하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 집착하며, 무명에 집착하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 집착하며, 나에 집착하고 유정ㆍ목숨ㆍ나는 것ㆍ기르는 것ㆍ장부ㆍ보특가라ㆍ뜻대로 나는 것ㆍ어린이ㆍ짓는 것ㆍ받는 것ㆍ아는 것ㆍ보는 것에 집착하며, 보시바라밀다에 집착하고 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에 집착하는 것이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나의 불토 안에서는 모든 유정들이 이러한 등의 갖가지 집착을 없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8_c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어떤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광명에 한량이 있고 수명에 한량이 있으며 그 제자들의 수효에도 한정이 있으심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하여야 광명이 한량없고 수명이 한량없으며 모든 제자들의 수효에도 한정이 없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그때에 나의 몸의 광명은 한량없고 수명도 한량없으며 모든 제자들의 수효에도 한정이 없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어떤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사시는 땅의 둘레에 한계가 있음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하여야 사는 불국토의 둘레에 한계가 없게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시방으로 각각 긍가의 모래같이 많은 수의 대천(大千)세계를 합하여 한 국토로 하고 나는 그 복판에 머물러서 설법하여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유정들을 교화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003_0259_a_01L또 선현아, 어떤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다를 모두 닦으면서, 모든 유정들의 나고 죽음이 길고 멀며 유정들의 세계의 수효도 그지없음을 보게 되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런 일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고 죽음의 끝은 마치 허공과 같고 모든 유정의 세계도 그와 같도다. 비록 모든 유정들이 나고 죽음에 헤매고 혹은 열반을 얻는 것이 진실로 없기는 하나 모든 유정들은 허망하게 집착하여 있다고 여기면서 나고 죽음에 바퀴 돌듯하고 받는 고통이 끝이 없으니,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구제해야 할까’라고 하느니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원을 세우되, ‘나는 부지런히 힘쓰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6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속히 원만하게 되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거든, 모든 유정들을 위해 위없는 법을 말하여 모두가 나고 죽는 큰 고통을 해탈하게 하고 또한 나고 죽음과 해탈도 도무지 있지 않아서 모두가 마침내 공함을 깨닫게 하리라’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로 말미암아 6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여져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느니라.”
그때 그 모임 안에 긍가천(殑伽天)이라 하는 천녀(天女)가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 어깨를 가리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시ㆍ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유정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겠으니, 제가 구하는 국토는 지금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대중들을 위하여 이 반야바라밀다의 심히 깊은 경전에 말씀하신 국토의 모양과 같이 온갖 것이 두루 갖추어질 것입니다.”
003_0259_b_01L그때 긍가천은 이렇게 말하고 곧 갖가지의 금꽃ㆍ은꽃과 물이나 육지에서 나는 꽃과 여러 가지의 꾸미개 그리고 금빛이나 나는 하늘의 옷 한 벌을 가지고 공경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부처님 위에다 뿌리자,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허공으로 솟아올라 빙글빙글 오른쪽으로 돌다가 부처님의 정수리 위에서 네 기둥과 네 모서리의 보배 다락으로 변화하면서 곱고 찬란하고 장엄하고 심히 사랑스러웠다. 이에 천녀는 이 보배 다락을 모든 유정들과 함께 평등하게 지니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회향했다.
그때 여래께서는 그 천녀의 뜻과 원이 깊고 넓음을 아시고 빙그레 웃으셨다. 모든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실 때에는 갖가지의 광명이 입으로부터 나오는 것과 같이 지금의 부처님께서도 그 입으로부터 갖가지의 광명이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고 분홍과 짙푸르고 자줏빛과 초록빛으로 시방의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가 다시 이 국토로 돌아와서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003_0259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의 이 천녀는 오는 세상에 부처님이 되리니, 겁의 이름은 성유(星喩)요 부처님의 명호는 금화(金花)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 박가범(薄伽梵)이리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지금의 이 천녀는 마지막으로 받은 여자의 몸이니 이 몸을 버리면 곧 남자의 몸으로 받아 오는 세상이 다하도록 다시는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동쪽의 부동(不動)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심히 즐거운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서 그 부처님 처소에서 부지런히 범행(梵行)을 닦으리니, 이 천녀는 그 세계에서도 금화라 하는 이름으로 모든 보살마하살의 행을 닦으리라. 아난아, 이 금화보살마하살은 그 세계에서 죽은 뒤 국토로 옮아가면서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부처님을 여의지 않으리니, 마치 전륜왕(轉輪王)이 한 다락[臺觀]으로부터 한 다락으로 옮아가면서 기뻐하고 좋아하되 목숨이 다 하도록 발로 땅을 밟지 않는 것같이 금화보살도 그와 같아서 한 불국토로부터 한 불국토로 옮아가면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태어날 적마다 언제나 부처님을 여의지 않으면서 바른 법을 듣고 보살행을 닦으리라.”
부처님께서 그 생각을 아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너의 생각과 같으니라. 금화보살이 부처님이 되실 때에는 역시 대중을 위하여 이와 같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실 것이며, 그 모임의 보살마하살들도 그 수효의 많음이 지금 부처님의 보살들의 대중과 같으리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이 금화보살마하살이 장차 부처님이 되실 때에는 그 부처님의 세계에서 출가한 제자들의 수효가 심히 많아서 헤아릴 수 없으리니, 이를테면 셀 수도 없는 백ㆍ천ㆍ만ㆍ구지ㆍ백 구지ㆍ천 구지ㆍ만 구지ㆍ나유타ㆍ백 나유타ㆍ천 나유타ㆍ만 나유타의 큰 필추(苾芻) 무리이어서 다만 헤아릴 수 없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의 큰 필추 무리라고 통틀어서 말할 수 있을 뿐이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이 금화보살마하살이 장차 부처님이 되실 때에 그 국토에는 이 반야바라밀다의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은 여러 가지의 허물들은 없느니라.”
003_0260_a_01L그때 구수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의 이 천녀는 먼저 어느 부처님에게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선근을 심고 회향하고 원을 세웠기에 이제 부처님을 만나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물러나지 않는 수기[不退轉記]를 받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의 이 천녀는 이미 연등 부처님[然燈佛]에게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선근을 심고 회향하고 원을 세웠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물러나지 않는 수기를 받게 되었느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내가 과거에 연등 부처님 처소에서 다섯 송이의 꽃을 부처님께 올리고 회향하고 원을 세웠더니, 연등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나의 근기가 성숙해짐을 아시고 나에게 수기를 주셨는데, 천녀는 그때에 부처님께서 나에게 큰 깨달음의 수기를 주시는 것을 보고 기뻐 뛰고는 곧 금꽃을 부처님의 위에 뿌리며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마음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고 회향하고 원을 세우되, ‘저도 오는 세상에 이 보살이 부처님이 되실 때는 지금의 부처님과 같이 그 앞에서 큰 깨달음의 수기를 주게 하옵소서’라고 했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지금 그에게 수기를 주었느니라.”
003_0260_b_01L 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모든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공삼마지(空三摩地)를 익히어 어떻게 공삼마지에 들어가며, 어떻게 무상삼마지(無相三摩地)를 익히어 어떻게 무상삼마지에 들어가며, 어떻게 무원삼마지(無願三摩地)를 익히어 어떻게 무원삼마지에 들어갑니까? 어떻게 4념주를 익히어 어떻게 4념주를 닦으며, 어떻게 4정단ㆍ4신족ㆍ5근ㆍ5력ㆍ7등각지ㆍ8성도지를 익히어 어떻게 4정단 내지 8성도지를 익히며, 어떻게 부처님의 10력을 익히어 어떻게 부처님의 10력을 닦으며, 어떻게 4무소외와 4무애해와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18불불공법을 익히어 어떻게 4무소외 내지 18불불공법을 닦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물질[色]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며, 눈의 영역[眼處]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耳鼻舌身意處]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며, 빛깔의 영역[色處]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聲香味觸法處]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며, 눈의 경계[眼界]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耳鼻舌身意界]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며, 빛깔의 경계[色界]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聲香味觸法界]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며, 안식의 경계[眼識界]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의 경계[意識界]의 공을 관찰해야 하며, 눈의 접촉[眼觸]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귀ㆍ코 ㆍ혀 ㆍ몸ㆍ뜻의 접촉[耳鼻舌身意觸]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며, 눈의 접촉이 연(緣)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受]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귀ㆍ코 ㆍ혀 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의 공함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관찰할 때에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하며, 만일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면 법을 보지 않으며 만일 법을 보지 않으면 증득하려 하지 않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의 제 모양이 모두가 공하여서 더할 법도 없고 덜할 법도 없음을 잘 배운 까닭이니, 그러므로 모든 법을 보지도 않고 증득하려 하지도 않느니라. 왜냐하면 선현아, 온갖 법의 으뜸가는 이치[勝義諦]에는 증득하는 이와 증득할 바와 증득할 곳과 증득할 때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증득한다 하는 합함[合]과 떨어짐[離]을 모두 얻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법의 공함을 관찰할 때에 먼저 생각하기를, ‘나는 마땅히 법의 모든 모양이 모두가 공함을 관찰해야 하고 증득하려 하지는 않아야 한다. 나는 배우기 위하여 모든 법의 공함을 관찰하는 것이요 증득하기 위하여 모든 법의 공함을 관찰함이 아니니, 지금은 바로 배울 때요 증득하기 위한 때가 아니다’고 하느니라.
003_0261_b_01L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선정에 들지 않았을 때에는 마음을 반연할 바에 두거니와 이미 선정에 들었을 때에는 마음을 경계에 두지 않나니,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동안에는 보시바라밀다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漏盡]을 증득하지도 않고 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에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도 않으며, 내공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 않고 외공ㆍ내외공ㆍ공공ㆍ대공ㆍ승의공ㆍ유위공ㆍ무위공ㆍ필경공ㆍ무제공ㆍ산공ㆍ무변이공ㆍ본성공ㆍ자상공ㆍ공상공ㆍ일체법공ㆍ불가득공ㆍ무성공ㆍ자성공ㆍ무성자성공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도 않느니라.
온갖 다라니문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도 않고 온갖 삼마지문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도 않으며, 보살마하살의 행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 않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도 않으면서 번뇌가 다함을 증득하지도 않나니, 왜냐하면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미묘한 큰 지혜를 성취하여 법의 공함과 온갖 종류의 보리분법(菩提分法)에 잘 머물러서 생각하기를 ‘지금은 배워야 할 때요 증득하기 위한 때가 아니라’고 하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응당 생각하기를, ‘나는 보시바라밀다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내공을 지금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외공ㆍ내외공ㆍ공공ㆍ대공ㆍ승의공ㆍ유위공ㆍ무위공ㆍ필경공ㆍ무제공ㆍ산공ㆍ무변이공ㆍ본성공ㆍ자상공ㆍ공상공ㆍ일체법공ㆍ불가득공ㆍ무성공ㆍ자성공ㆍ무성자성공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003_0262_a_01L나는 진여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법계ㆍ법성ㆍ불허망성ㆍ불변이성ㆍ평등성ㆍ이생성ㆍ법정ㆍ법주ㆍ실제ㆍ허공계ㆍ부사의계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4념주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4정단ㆍ4신족ㆍ5근ㆍ5력ㆍ7등각지ㆍ8성도지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공해탈문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5안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6신통을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부처님의 10력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4무소외와 4무애해와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18불불공법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잊음이 없는 법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일체지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도상지와 일체상지를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003_0262_b_01L나는 온갖 다라니문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온갖 삼마지문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지금은 배워야 하고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지금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배워야 하고 예류과를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지금 일체지지를 배워야 하고 일래과ㆍ불환과ㆍ아라한과를 증득하지 않아야 하며, 나는 지금 일체지지를 배워야 하고 독각의 깨달음을 증득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