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3_0817_a_01L대반야바라밀다경 제398권
003_0817_a_01L大般若波羅蜜多經卷第三百九十八 霜


삼장법사 현장 한역
김월운 번역
003_0817_a_02L三藏法師玄奘奉 詔譯


77. 상제보살품(常啼菩薩品) ①
003_0817_a_03L初分常啼菩薩品第七十七之一

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처음 배우는 보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경계해야 그들이 모든 법의 자성이 끝내 모두가 공하다는 것을 믿고 알게 하겠습니까?”
003_0817_a_04L爾時具壽善現白佛言世尊云何教授教誡初業菩薩令其信解諸法自性畢竟皆空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어찌 온갖 법이 처음엔 있던 것이 나중에 없어지겠느냐? 그러니 온갖 법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며, 제 성품도 없고 다른 성품도 없느니라. 처음부터 이미 있는 것이 아니요 뒤에도 없는 것이 아니니, 자성(自性)이 항상 공하여 두려워할 것이 없느니라. 마땅히 이와 같이 처음 배우는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그들이 모든 법의 자성이 끝내 모두가 공임을 믿고 알게 해야 하느니라.
003_0817_a_07L佛告善現豈一切法先有後無然一切法非有非無無自性無他性先旣非有後亦非無自性常空無所怖畏應當如是教授教誡初業菩薩令其信解諸法自性畢竟皆
또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구하려 한다면 마땅히 상제(常啼)1) 보살마하살처럼 구해야 하나니 그 보살마하살은 지금 대운뢰음(大雲雷音)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범행(梵行)을 닦고 있느니라.”
003_0817_a_12L復次善現若菩薩摩訶薩欲求般若波羅蜜多應如常啼菩薩摩訶薩是菩薩摩訶薩今在大雲雷音佛所修行梵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상제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반야바라밀다를 구했습니까?”
003_0817_a_15L具壽善現白佛言世尊常啼菩薩摩訶薩云何求般若波羅蜜多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상제 보살마하살은 본래 반야바라밀다를 구할 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보배와 재물을 돌아보지 않으며, 명예를 구하지 않고, 공경을 바라지 않으며, 반야바라밀다를 구하였느니라. 그는 항상 시끄럽지 않는 곳[阿練若處]에 있기를 좋아하였는데 홀연히 허공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느니라.
003_0817_a_17L佛告善現常啼菩薩摩訶薩本求般若波羅蜜多時不惜身命不顧珍財不徇名譽不希恭敬而求般若波羅蜜多彼常樂居阿練若處欻然聞有空中聲曰
003_0817_b_01L‘선남자야, 네가 동쪽으로 가면 결정코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갈 때에는 피로함을 마다하지 말고, 잠자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며, 음식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고, 밤낮을 가리지 말며, 추위와 더위를 두려워하지 말고, 안팎의 법[內外法]에 대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다닐 때에는 좌우를 돌아보지 말고, 앞뒤와 위아래와 네 간방을 보지 말며, 위의를 깨트리지 말고, 몸매를 흩어뜨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003_0817_a_21L善男子汝可東行決定得聞甚深般若波羅蜜多汝當行時莫辭疲倦莫念睡眠莫思飮食莫想晝夜莫怖寒熱於內外法心莫散亂行時不得左右顧視勿觀前後上下四維勿破威儀勿壞身相
물질[色]에 동요되지 말고,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에 동요되지 말며, 눈의 영역[眼處]에 동요되지 말고, 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의 영역[處]에 동요되지 말며, 빛깔의 영역[色處]에 동요되지 말고, 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감촉[觸]ㆍ법(法)의 영역에 동요되지 말며, 눈의 경계[眼界]에 동요되지 말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 동요되지 말며, 빛깔의 경계에 동요되지 말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b_04L勿動於色勿動受勿動眼處勿動意處勿動色處勿動聲法處勿動眼界勿動耳意界勿動色界勿動聲法界
안식(眼識)의 경계에 동요되지 말고, 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의 경계에 동요되지 말며, 눈의 접촉[眼觸]에 동요되지 말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 동요되지 말며, 눈의 접촉이 연(緣)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受]에 동요되지 말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b_08L勿動眼識界勿動耳意識界勿動眼觸勿動耳意觸勿動眼觸爲緣所生諸受勿動耳意觸爲緣所生諸受
지계(地界)에 동요되지 말고, 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ㆍ식계(識界)에 동요되지 말며, 인연(因緣)에 동요되지 말고, 등무간연(等無間緣)ㆍ소연연(所緣緣)ㆍ증상연(增上緣)에 동요되지 말며, 연(緣)에서 생기는 모든 법에 동요되지 말고, 무명(無明)에 동요되지 말고, 지어감[行]ㆍ의식[識]ㆍ이름과 물질[名色]ㆍ여섯 감관[六處]ㆍ접촉[觸]ㆍ느낌[受]ㆍ애욕[愛]ㆍ취함[取]ㆍ존재[有]ㆍ태어남[生]ㆍ늙음과 죽음[老死]과 걱정하고 한탄하고 괴로워하고 근심하고 번민함[愁歎苦憂惱]에 동요되지 말며,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에 동요되지 말고, 정계(淨戒)ㆍ안인(安忍)ㆍ정진(精進)ㆍ정려(靜慮)ㆍ반야(般若) 바라밀다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b_12L勿動地界勿動識界勿動因緣勿動等無間緣所緣緣增上緣勿動從緣所生諸法勿動無明勿動行名色六處老死愁歎苦憂惱動布施波羅蜜多勿動淨戒安忍靜慮般若波羅蜜多
4념주(念住)에 동요되지 말고, 4정단(正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등각지(等覺支)ㆍ8성도지(聖道支)에 동요되지 말며, 내공(內空)에 동요되지 말고, 외공(外空)ㆍ내외공(內外空)ㆍ공공(空空)ㆍ대공(大空)ㆍ승의공(勝義空)ㆍ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필경공(畢竟空)ㆍ무제공(無際空)ㆍ산공(散空)ㆍ무변이공(無變異空)ㆍ본성공(本性空)ㆍ자상공(自相空)ㆍ공상공(共相空)ㆍ일체법공(一切法空)ㆍ불가득공(不可得空)ㆍ무성공(無性空)ㆍ자성공(自性空)ㆍ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b_18L勿動四念住勿動四正斷四神足五根五力七等覺支八聖道支勿動內空勿動外空內外空空空大空勝義空有爲空爲空畢竟空無際空散空無變異空本性空自相空共相空一切法空可得空無性空自性空無性自性空
003_0817_c_01L 진여(眞如)에 동요되지 말고, 법계(法界)ㆍ법성(法性)ㆍ불허망성(不虛妄性)ㆍ불변이성(不變異性)ㆍ평등성(平等性)ㆍ이생성(離生性)ㆍ법정(法定)ㆍ법주(法住)ㆍ실제(實際)ㆍ허공계(虛空界)ㆍ부사의계(不思議界)에 동요되지 말며,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에 동요되지 말고 괴로움의 발생[集]ㆍ괴로움의 소멸[滅]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c_01L勿動眞如勿動法界法性不虛妄性不變異性平等性離生性法定法住實際虛空界不思議界勿動苦聖諦勿動集道聖諦
4정려(靜慮)에 동요되지 말고, 4무량(無量)ㆍ4무색정(無色定)에 동요되지 말며, 8해탈(解脫)에 동요되지 말고, 8승처(勝處)ㆍ9차제정(次第定)ㆍ10변처(遍處)에 동요되지 말며, 온갖 다라니문(陀羅尼門)에 동요되지 말고, 온갖 삼마지문(三摩地門)에 동요되지 말며, 공해탈문(空解脫門)에 동요되지 말고, 무상(無相)ㆍ무원(無願) 해탈문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c_05L勿動四靜慮勿動四無量四無色定勿動八解脫勿動八勝處九次第定十遍處勿動一切陁羅尼門勿動一切三摩地門勿動空解脫門勿動無相無願解脫門
극희지(極喜地)에 동요되지 말고, 이구지(離垢地)ㆍ발광지(發光地)ㆍ염혜지(焰慧地)ㆍ극난승지(極難勝地)ㆍ현전지(現前地)ㆍ원행지(遠行地)ㆍ부동지(不動地)ㆍ선혜지(善慧地)ㆍ법운지(法雲地)에 동요되지 말며, 5안(眼)에 동요되지 말고, 6신통(神通)에 동요되지 말며, 부처님의 10력(力)에 동요되지 말고, 4무소외(無所畏)와 4무애해(無礙解)와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와 18불불공법(佛不共法)에 동요되지 말며,
003_0817_c_09L動極喜地勿動離垢地發光地焰慧極難勝地現前地遠行地不動地善慧地法雲地勿動五眼勿動六神勿動佛十力勿動四無所畏四無礙解大慈大悲大喜大捨十八佛不共法
잊음이 없는 법[無忘失法]에 동요되지 말고,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恒住捨性]에 동요되지 말며, 일체지(一切智)에 동요되지 말고, 도상지(道相智)ㆍ일체상지(一切相智)에 동요되지 말며, 예류과(預流果)에 동요되지 말고, 일래과(一來果)ㆍ불환과(不還果)ㆍ아라한과(阿羅漢果)ㆍ독각의 깨달음[獨覺菩提]과 보살마하살의 행에 동요되지 말며,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無上正等菩提]에 동요되지 말고, 세간법(世間法)에 동요되지 말고, 출세간법(出世間法)에 동요되지 말며, 유루법(有漏法)에 동요되지 말고, 무루법(無漏法)에 동요되지 말고, 유위법(有爲法)에 동요되지 말고, 무위법(無爲法)에 동요되지 말아야 하나니,
003_0817_c_15L勿動無忘失法勿動恒住捨性勿動一切智勿動道相智一切相智勿動預流果勿動一來不還阿羅漢獨覺菩提勿動菩薩摩訶薩行動無上正等菩提勿動世間法勿動出世間法勿動有漏法勿動無漏法勿動有爲法勿動無爲法
왜냐 하면 선남자야, 만일 모든 법에서 동요됨이 있으면 불법(佛法)에 편안히 머물지 못할 것이요, 만일 불법에 편안히 머물지 못하면 나고 죽는 여러 세계[趣]에 윤회할 것이며, 만일 나고 죽는 여러 세계에 윤회하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003_0817_c_21L何以故男子若於諸法有所動者則於佛法不能安住若於佛法不能安住則於生死諸趣輪迴若於生死諸趣輪迴則不能得甚深般若波羅蜜多
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은 공중에서 들리는 소리의 은근한 가르침을 듣고서 뛸 듯이 기뻐하며 처음 있는 일이라 감탄하고 합장 공경하며 허공의 소리에 대답하였느니라.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저는 그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온갖 유정들을 위해 큰 광명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고, 저는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수승한 법을 모으려 하기 때문이며, 저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큰 깨달음을 증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003_0818_a_02L爾時常啼菩薩摩訶薩聞空中聲慇勤教誨歡喜踊躍歎未曾有合掌恭敬報空聲曰如向所言我當從教以者何我當欲爲一切有情作大明我當欲集一切如來正等覺殊勝法故我當欲證無上正等大菩提
그때 허공에서 다시 상제 보살에게 이렇게 말했느니라.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선남자야, 그대는 마땅히 공ㆍ무상ㆍ무원 매우 심오한 법에 대해 믿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그대는 응당 온갖 모양들을 여읜 마음으로 심오한 바라밀다를 구해야 하고, 그대는 응당 나[我]와 유정(有情)ㆍ목숨[命者]ㆍ나는 것[生者]ㆍ기르는 것[養者]ㆍ장부[士夫]ㆍ보특가라(補特伽羅)ㆍ뜻대로 나는 것[意生]ㆍ어린이[儒童]ㆍ짓는 것[作者]ㆍ받는 것[受者]ㆍ아는 것[知者]ㆍ보는 것[見者]이라는 모양을 여읜 마음으로 심오한 바라밀다를 구해야 하느니라.
003_0818_a_09L空中聲復語常啼菩薩摩訶薩善哉善哉善男子汝當於空無相無願甚深之法應生信解汝應以離一切相心求深般若波羅蜜多汝應以離我及有情命者生者養者士夫補特伽羅意生儒童作者受者知者見者相心求深般若波羅蜜多
그대 선남자야, 모든 나쁜 벗[惡友]들을 응당 방편으로 멀리하고 모든 훌륭한 벗[善友]들을 응당 가까이하여 공양해야 하나니, 만일 그대에게 선교(善巧)로써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ㆍ무생(無生)ㆍ무멸(無滅)ㆍ무염(無染)ㆍ무정(無淨)의 본래 적정한 법을 말해 줄 수 있고, 능히 그대에게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보이고 가르쳐 인도하고 찬탄하며 격려하며 축하하며 기뻐 한다면, 그가 바로 훌륭한 벗이니라.
003_0818_a_15L汝善男子於諸惡友應方便遠離於諸善友應親近供養若能爲汝善巧說空無相無願無生無滅無染無淨本寂之法及能爲汝示現教導讚勵慶喜一切智智是爲善友
그대 선남자야, 만일 이와 같이 수행하면 오래지 않아서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들으리니, 혹은 경전 가운데에서 듣거나, 혹은 보살로부터 들을 것이다. 그대는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듣고 응당 거기에서 부처님[大師]을 생각해야 하고, 그대는 마땅히 은혜를 알고 거듭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느니라.
003_0818_a_20L汝善男子若如是行不久得聞甚深般若波羅蜜多或從經典中聞或從菩薩所聞汝所從聞甚深般若波羅蜜多當於是處起大師想汝應知恩念當重報
003_0818_b_01L 그대 선남자는 응당 이렇게 생각하되, 〈내가 들었던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나의 가장 뛰어나고 진실한 훌륭한 벗이다. 나는 그로부터 이 미묘한 법을 들었기 때문에 빠르게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법에서 물러나지 않게[不退轉] 되었고, 나는 그 때문에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가까이 하여 모든 부처님들의 장엄 청정한 국토에 늘 태어나서 모든 불세존을 공경 공양하고, 바른 법을 들어 뭇 공덕의 뿌리를 심고, 한가롭지 못한 곳[無暇]을 멀리 떠나 한가로운 곳[有暇]을 완전히 갖추어 생각마다 뛰어나고 훌륭한 선근(善根)이 자라게 될 것이다.〉라 하느니라.
003_0818_b_01L汝善男子應作是念我所從聞甚深般若波羅蜜多是我最勝眞實善友我從彼聞是妙法故速於無上正等菩提得不退轉我由彼故得近如來等覺常生諸佛嚴淨國土恭敬供養諸佛世尊聽聞正法植衆德本遠離無暇具足有暇念念增長殊勝善根
그대는 마땅히 모든 이와 같은 공덕과 뛰어난 이익을 생각하고 헤아리고 관찰하여 그대에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말해준 보살이나 법사에 대해 모든 부처님과 같다고 생각하고 항상 마땅히 공경하여 섬겨야 하느니라.
003_0818_b_08L汝應思惟籌量觀察諸如是等功德勝利於爲汝說甚深般若波羅蜜多菩薩法師常應敬事如諸佛想
그대 선남자는 세속적 이익과 명예에 대해 마음을 두고 법사를 따르지 말고, 오직 위없는 법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공경 공양하는 마음으로 법사를 따라야 한다. 그대 선남자는 마군(魔軍)의 일을 깨달아야 하나니, 말하자면 악마가 정법(正法)과 법사를 파괴하기 위하여 오묘한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의 경계로써 은근히 받들어 보시할 때 그때 법사는 방편선교로써 그 악마를 조복시키기 위해서, 혹은 모든 유정들에게 선근을 심도록 하기 위해서, 세간과 그 하는 일을 같이 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비록 그들의 보시를 받는다 해도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나니, 그대는 이것에 대해 더럽다는 생각을 갖지 말고,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되,
003_0818_b_11L汝善男子莫以世利名譽心故隨逐法師但爲愛重恭敬供養無上法故隨逐法師汝善男子應覺魔事謂有惡魔爲壞正法及法師故以妙色觸境慇懃奉施時說法師方便善巧爲欲調伏彼惡魔故令諸有情種善根故現與世間同其事故雖受彼施而無染著汝於此中莫生穢相應作是念
〈나는 설법하는 보살의 방편선교를 알지 못한다. 이 법사는 방편을 잘 알아서 드센 유정들을 조복시키기 위해서, 그 유정들에게 뭇 공덕의 뿌리를 심도록 하기 위해서, 세간 일을 같이 동참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모든 욕애(欲愛)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이지만, 이 보살은 법의 모양을 취하지도 않고 집착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훼손하거나 범하는 일이 없다.〉
003_0818_b_20L我未能知說法菩薩方便善巧此說法師善知方便爲欲調伏剛强有情欲令有情植衆德本俯同世事現受諸欲然此菩薩不取法相無著無礙曾無毀犯
003_0818_c_01L그대 선남자는 이때에 마땅히 모든 법의 진실한 이치[理趣]를 관찰해야 하리니, 어떤 것이 모든 법의 진실한 이치인가? 이른바 온갖 법의 물듦도 없고 청정함도 없는 것이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온갖 법은 자성이 모두 공하여, 나[我]ㆍ유정(有情)ㆍ목숨[命者]ㆍ나는 것[生者]ㆍ기르는 것[養者]ㆍ장부[士夫]ㆍ보특가라(補特伽羅)ㆍ뜻대로 나는 것[意生]ㆍ어린이[儒童]ㆍ짓는 것[作者]ㆍ받는 것[受者]ㆍ아는 것[知者]ㆍ보는 것[見者]이 없으며, 환영[幻] 같고, 꿈에서 본 것[夢]과 같고, 메아리[響] 같고, 형상[像] 같고, 아지랑이[陽焰] 같고, 그림자[光影] 같고, 변화한 일[變化事] 같고, 심향성(尋香城) 같기 때문이니라.
003_0818_c_01L汝善男子當於爾時應觀諸法眞實理趣云何諸法眞實理趣謂一切法無染無淨何以故男子以一切法自性皆空無我有情命者生者養者士夫補特伽羅意生儒童作者受者知者見者如幻如夢如響如像如陽焰如光影如變化事如尋香城
그대 선남자가 만일 능히 이와 같이 모든 법의 진실한 이치를 관찰하고서 법사를 따른다면 머지않아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성취할 수 있으리라.
003_0818_c_08L汝善男子若能如是觀察諸法眞實理趣隨逐法師不久成辦甚深般若波羅蜜多
또 선남자야, 그밖에 마군의 일도 그대는 잘 깨달아 알아야 하나니, 이른바 법사가 그대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청하여 구하는 것을 보고도 도무지 돌보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도리어 업신여기며 욕보여도 그대는 이에 대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고고, 더욱 법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공경하는 마음을 더하여 항상 법사를 따르되, 싫어하거나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003_0818_c_10L善男子於餘魔事汝應覺知謂說法師見汝求請甚深般若波羅蜜多都不眷念反加凌辱汝於此中不應瞋恨轉增愛重恭敬法心常逐法師勿生厭倦
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은 허공에서의 음성의 거듭되는 가르침과 경계를 받고서 기쁨이 점점 더하여, 그로부터 동쪽으로 가다가 오래지 않아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나는 어째서 그 허공에서 들리는 음성이 나를 동쪽으로 가라고 할 때 얼마나[遠近] 가야 할지, 어느 성읍(城邑)으로 가야 할지, 또 누구에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들어야 할지를 물어보지 않았던가?’
003_0818_c_14L爾時常啼菩薩摩訶薩受空中聲重教誡已轉增歡喜從是東行未久之間復作是念我寧不問彼空中聲遣我東行去當遠近至何城邑復從誰聞甚深般若波羅蜜多
003_0819_a_01L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 자리에 서서 가슴을 치면서 슬프게 탄식하며 근심 걱정에 사무쳐 잠시동안 슬피 울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여기에 머물면서 하루 낮ㆍ밤 내지 이레 낮ㆍ이레 밤이 지나더라도 피로함을 마다하지 않고, 잠자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음식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낮밤을 생각하지 않으며, 추위와 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안팎의 법에 대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리라. 만일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어느 성읍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누구에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들어야 할지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끝내 이곳을 떠날 생각을 일으키지 않겠다.’
003_0818_c_19L作是念已卽住其處搥胸悲歎憂愁啼泣經須臾頃作是思惟我住此中過一晝夜至或過七晝七夜不辭疲倦不念睡不思飮食不想晝夜不怖寒熱內外法心不散亂若未審知去之遠近所至城邑及所從聞甚深般若波羅蜜多終不起心捨於此處
선현아, 알아야 한다. 비유하면 어떤 부모에게 외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단정하고 지혜가 밝았으며, 재능이 많아 매우 애지중지하였는데, 그 아들이 한창 나이에 갑자기 죽어버리자 그때 부모는 슬피 울고 고통에 시달려 오직 아들만 생각하고 다른 생각은 없었던 것과 같다. 상제 보살도 그와 같아서 그때 다른 생각은 없고, 오직 생각하되 ‘나는 언제쯤에야 반야바라밀다를 들을 수 있을까? 내가 먼저는 왜 허공에서 소리를 내어 나에게 동쪽으로 가라고 할 때에 얼마를 가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또 누구에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들어야 할지를 물어보지 않았을까?’라고 했을 뿐이니라.
003_0819_a_03L善現當譬如父母唯有一子端正黠慧多諸伎能愛之甚重其子盛壯卒便命父母爾時悲號苦毒唯憶其子更無餘念常啼菩薩亦復如是當於爾時更無餘念唯作是念我於何時當聞般若波羅蜜多我先何故不問空聲勸我東行去當遠近至何處所從誰聞甚深般若波羅蜜多
선현아, 알아야 한다. 상제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슬피 울고 스스로 탄식할 때 그 앞에 홀연히 부처님의 형상이 나타나서 이렇게 상제 보살마하살을 칭찬하며 말하되,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선남자야, 과거의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보살이셨을 때에도 부지런한 고행으로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구하시되 네가 지금 가행(加行)하여 구하는 것처럼 하셨느니라.
003_0819_a_11L善現當知常啼菩薩摩訶薩如是悲泣自歎恨時欻於其前有佛像現常啼菩薩摩訶薩言善哉善哉善男過去如來正等覺爲菩薩時勤苦行求深般若波羅蜜多亦如汝今求之加行
또 선남자야, 너는 그와 같이 용맹하게 정진하고 좋아하고 공경하여 법을 구하는 마음을 가지고 여기서 동쪽으로 5백 유선나(踰繕那, 由旬)쯤 가다보면 구묘향(具妙香)이라는 큰 왕성이 있으리라. 그 성은 높고 넓으며,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고, 그 성 외곽 둘레에는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일곱 겹의 담장과, 일곱 겹의 누대와,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보배 해자와, 일곱 겹으로 줄지어 선 보배 다라나무가 있는데, 이 담들이 서로서로 뒤섞여 갖가지 광명을 발하면 아주 매우 사랑스럽고 좋으니라.
003_0819_a_17L善男子汝以如是勇猛精進愛樂恭敬求法之心從此東行過於五百踰繕那量有大王城名具妙香其城高廣七寶成就於其城外周帀皆有七寶所成七重垣牆重樓觀七重欄楯七重寶塹七重行列寶多羅樹是垣牆等互相間飾種種光甚可愛樂
003_0819_b_01L 이 큰 보배 성은 사방으로 각각 12유선나 정도 되는데 청정하고 드넓으며, 사람과 물자가 풍성하고 편안하고 풍요로우며, 그 안에는 5백 곳의 거리와 시전이 있는데 도량이 상당하고, 단정 장엄하기가 그림과 같으며, 모든 거리에는 각각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모두 보배 나루로 왕래함에 아무런 걸림이 없으며, 낱낱의 거리는 청정하고 장엄하게 꾸며져서 향물이 뿌려지고 이름난 꽃이 깔려 있으며,
003_0819_b_01L此大寶城面各十二踰繕那量淸淨寬廣人物熾盛安隱豐樂中有五百街巷市廛度量相當端嚴如畫於諸衢陌各有淸流亘以寶舫往來無擁一一街巷淸淨嚴灑以香水布以名華
성과 담장에는 모두 망루[卻敵]와 성가퀴[雉堞]와 누각(樓閣)이 자마금(紫磨金)으로 되어 있어 뭇 보배로 비치니, 그 광명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성가퀴 사이사이에는 보배나무가 있는데 이 낱낱의 나무는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새와 꽃과 과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다 별개의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성과 담장과 누각과 모든 보배나무 위에는 황금 그물이 덮혔는데 보배 노끈으로 연결해서 금방울을 달고 보배 풍경을 매달았으니, 산들바람이 살랑 불기라도 하면 우아한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다섯가락 곡조의 여러 음악을 잘 연주하는 것과 같고, 이 보배 성 안에 사는 한량없는 유정들은 낮과 밤으로 항상 듣고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이니라.
003_0819_b_06L城及垣牆皆有卻敵雉堞樓閣紫金所成瑩以衆珍光明輝煥於雉堞間廁以寶樹一一樹根莖枝葉及以花果皆別寶城垣樓閣及諸寶樹覆以金網連以寶繩懸以金鈴綴以寶鐸微風吹動發和雅音譬如善奏五支諸樂寶城內無量有情晝夜恒聞歡娛快
성 외곽을 두르고 있는 일곱 겹의 보배 해자에는 여덟 가지 공덕 있는 물[八功德水]2)이 가득한데 차가움과 따뜻함이 잘 어울려 거울 같이 맑고 고요하며, 물 속에는 곳곳마다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진 배가 사이사이를 장엄하여 사람들이 보기가 좋으리니, 그 유정들의 전생 업으로 이루어진 것이니라.
003_0819_b_14L城外周帀七重寶塹八功德水彌滿其中冷煖調和淸澄皎鏡水中處處有七寶船間飾莊嚴衆所喜見有情類宿業所招
그들이 함께 배를 타고 물에 떠서 놀 때 여러 해자 안에는 갖가지 묘한 꽃들이 그득한데, 올발라화(嗢鉢羅花)ㆍ발특마화(鉢特摩花)ㆍ구모타화(拘母陀花)ㆍ분다리화(奔陀利花)와 그 밖에 갖가지 여러 종류의 보배 꽃들이 빛깔과 향기가 선명하면서도 그윽하게 물 위를 뒤덮고 있으리니, 요약해 말하자면 삼천대천세계 안의 이름난 꽃들치고 구비되지 않은 것이 없으리라.
003_0819_b_17L時共乘之汎漾遊諸塹水內具衆妙花嗢鉢羅花特摩花拘母陁花奔茶利花及餘種種雜類寶花色香鮮郁遍覆水上要言之三千界內所有名花無不備
003_0819_c_01L5백 개의 동산이 큰 성을 둘러쌌는데 갖가지로 꾸며져 있어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울 것이며, 낱낱의 동산 안에는 5백 개의 못이 있는데 그 못은 길이와 너비가 1구로사(俱盧舍)로,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져서 대중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고, 모든 못들 속에는 네 종류의 오묘한 꽃들인 올발라화ㆍ발특마화ㆍ구모타화ㆍ분다리화 등이 있는데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아 물에 비치어 뒤덮을 것이니라.
003_0819_b_22L有五百菀周環大城種種莊嚴甚可憙樂一一菀內有五百池其池縱廣一俱盧舍七寶莊嚴悅可衆心諸池中有四妙花嗢鉢羅花鉢特摩拘母陁花奔茶利花量如車輪映蔽于水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그 꽃들은 파란색은 파랗게 드러나 파란 그림자와 파란 광채를 띠고, 노란색은 노랗게 드러나 노란 그림자와 노란 광채를 띠며, 빨간색은 빨갛게 드러나 빨간 그림자와 빨간 광채를 띠고, 흰색은 하얗게 드러나 흰 그림자와 흰 광채를 띠고 있을 것이니라.
003_0819_c_04L其花皆以衆寶所成靑色靑顯靑影靑光黃色黃顯黃影黃光色赤顯赤影赤光白色白顯白影白
모든 동산의 못에는 많은 새들이 있는데 공작ㆍ앵무ㆍ오리ㆍ갈매기ㆍ기러기ㆍ때까치ㆍ왜가리와 꾀꼬리[鶬鶊]ㆍ푸른 따오기ㆍ고니ㆍ봄 꾀꼬리[春鶯]ㆍ두루미와 백로[鶖鷺]ㆍ원앙ㆍ해오라기(鵁鶄)ㆍ물총새[翡翠]ㆍ정위(精衛)ㆍ곤계(鵾雞)ㆍ산까마귀와 독수리(鸀鳿)ㆍ원거(鶢鶋)ㆍ곤봉(鵾鳳)ㆍ묘시(妙翅)3)ㆍ사다새[鶙鶘:펠리컨]ㆍ갈라빈가(羯羅頻迦)ㆍ명명조(命命鳥)4)들로서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그 안에서 노닐 것이니라.
003_0819_c_07L諸菀池中多有衆鳥孔雀鸚鵡鴻鴈黃鵙鶬鶊靑鶩白鵠春鶯鴛鴦鵁鶄翡翠精衛鵾鷄鸀鳿鵾鳳妙翅鶙鶘羯羅頻迦命命鳥音聲相和遊戲其中
이 모든 동산과 못들은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것으로 거기서 유정들은 오랜 세월동안 심오한 바라밀다를 수행하면서 심오한 법문에 대해 모두가 믿음과 즐거움을 내리니, 그것은 과거 세상에서 모두들 그와 같은 훌륭한 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에 이런 과보를 함께 받는 것이니라.
003_0819_c_11L是諸菀池的無所屬彼有情類長夜修行甚深般若波羅蜜多於深法門皆生信樂宿世共造如是勝業故於今時同受斯
또 선남자야, 묘향성(妙香城) 안의 높고 훌륭한 곳에는 법용(法涌) 보살마하살이 머무는 궁전이 있으리니, 그 궁전은 길이와 너비가 1유순이요, 많은 보배로 꾸며져 있어 기이함과 오묘함이 사랑스럽고, 궁전 바깥은 일곱 겹의 담장과, 일곱 겹의 누대와,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보배 해자와, 일곱 겹의 줄지어선 보배 다라나무로 둘러져 있는데, 이 담장 등은 장엄하게 꾸며져 있어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울 것이니라.
003_0819_c_15L善男子妙香城中有高勝處法涌菩薩摩訶薩所住之宮其宮縱廣一踰繕那衆寶莊嚴奇妙可愛外周帀七重垣牆七重樓閣七重欄七重寶塹七重行列寶多羅樹垣牆等綺飾莊嚴甚可愛樂
003_0820_a_01L 또 네 가지 기묘한 동산이 이 궁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첫째는 상희(常喜)라 하고, 둘째는 이우(離憂)라 하며, 셋째는 화엄(華嚴)이라 하고, 넷째는 향식(香飾)이라 할 것이며, 낱낱의 동산 안에는 각각 여덟 가지 못이 있는데, 첫째는 현선(賢善)이라 하고, 둘째는 현상(賢上)이라 하며, 셋째는 환희(歡喜)라 하고, 넷째는 희상(喜上)이라 하며, 다섯째는 안은(安隱)이라 하고, 여섯째는 구안(具安)이라 하며, 일곱째는 이포(離怖)라 하고, 여덟째는 불퇴(不退)라 할 것이니라.
003_0819_c_20L有四妙菀周環此宮一名常喜二名離憂名華嚴四名香飾一一菀內各有八一名賢善二名賢上三名歡喜名喜上五名安隱六名具安七名離八名不退
모든 못의 네 면은 각각 한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첫째는 금이고, 둘째는 은이며, 셋째는 폐유리(吠琉璃)이고, 넷째는 파지가(頗胝迦)이다. 못의 밑바닥은 갈계도(羯鷄都:水晶) 보배로 되어 있고, 위에는 금모래가 깔렸으며, 묘한 물이 맑고, 낱낱의 못가에는 갖가지 묘한 보배로 장식된 여덟 계단이 있으며, 댓돌은 가장 훌륭하고 비싼 금으로 만들어졌고, 섬돌 양쪽에는 자마금으로 된 파초나무가 사이사이 줄지어 섰으며, 이 모든 못에는 올발라화ㆍ발특마화ㆍ구모타화ㆍ분다리화 등의 네 가지 묘한 꽃들이 갖가지 빛깔로 사이사이 섞여서 물 위에 떠있고, 못의 네 주변으로는 향기로운 꽃나무가 있는데, 맑은 바람이 불면 꽃이 떨어져 물 위에 흩어질 것이니라.
003_0820_a_02L諸池四面各一寶成二銀三吠琉璃四頗胝迦羯鷄都寶以爲池底金沙布上妙水湛然一池濱有八階陛種種妙寶以爲嚴用勝上金而爲其蹬諸階兩閒有芭蕉樹行列閒飾紫金所成是諸池中具四妙花嗢鉢羅花鉢特摩花母陁花奔荼利花衆色閒雜彌布水周池四邊有香花樹淸風時鼓散於水中
모든 못에는 여덟 가지 공덕 있는 물이 가득한데 향기는 전단(栴檀) 같고 색과 맛을 갖추었으며, 오리와 기러기들이 그 안에서 노닐 것이다. 법용 보살마하살은 이 궁전에 머물면서 항상 6만 8천 시녀와 함께 여러 동산과 못을 노닐며 미묘한 다섯 가지 욕락을 함께 서로 즐길 것이고, 묘향성 안에 사는 남녀노소는 모두 법용 보살을 뵙고 법을 듣기 위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상희(常喜苑) 등의 동산이나 현선지(賢善池) 등의 못에 들어가 그들 또한 다섯 가지 욕락을 함께 서로 즐길 것이니라.
003_0820_a_11L諸池皆具八功德水香如栴檀色味具足有鳧鴈等遊戲其中涌菩薩摩訶薩住此宮中常與六萬八千侍女遊諸菀池以妙五欲共相娛樂妙香城中男女大小爲欲瞻仰法涌菩薩及聽法故有時得入常喜等菀賢善等池亦以五欲共相娛樂
또 선남자야, 법용 보살마하살은 여러 시녀들과 함께 미묘한 욕락을 즐기고 나서는 밤낮으로 세 차례씩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해 줄 것이니라. 그러면 묘향성 안에 있는 모든 남녀들은 그 성 안에서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좌대(座臺) 위에다 법용 보살마하살을 위해 사자좌(師子座)를 펴고, 많은 보배로 그 사자좌의 네 다리를 장식하되 각각 한 가지 보배로 하리니, 첫째는 금이고, 둘째는 은이며, 셋째는 폐유리이고, 넷째는 파지가이니라.
003_0820_a_17L善男子法涌菩薩摩訶薩與諸侍女受妙樂已晝夜三時爲說般若波羅蜜多妙香城內有諸士女於其城中七寶臺上爲法涌菩薩摩訶薩敷師子座衆寶莊飾其座四足各一寶一金二銀三吠琉璃四頗胝迦
003_0820_b_01L 그 사자좌 위에 거듭 요를 깔고, 다음엔 비단 휘장을 두르고 흰 모포로 덮고 그물과 면류관 싸개로 묶었으며, 보배자리 양쪽에는 붉은 베게[丹枕]를 쌍으로 놓고 여러 휘장띠[幃帶]를 드리웠으며, 묘한 향과 꽃이 뿌려졌느니라.
003_0820_a_23L於其座上重敷裀褥次鋪綺帊覆以白㲲絡以綩綖寶座兩邊雙設丹枕垂諸幃帶散妙香華
그 자리의 높이와 너비가 반 구로사(俱盧舍)인데 그 위의 허공에 길게 비단 휘장을 치고, 그 안에는 구슬 장막을 쳐서 자리의 크고 작음에 맞추고, 많은 꽃과 끈에 매달은 금방울로 드리우며, 법을 공경하기 위한 까닭에 자리의 네 모퉁이에 5색의 꽃을 뿌리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향을 사르며, 다시 갖가지 바르는 향과 가루향을 그 땅에다 바르고 뿌리며, 갖가지 많은 보배 당기와 번기와 일산을 벌려 세웠는데, 법용 보살께서 때때로 이 보배 자리에 올라가서 대중에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나니,
003_0820_b_03L其座高廣半俱盧舍於上空中張以綺幔內施珠帳稱座大小垂諸花纓懸以金鐸爲敬法故於座四邊散五色花燒無價香復以種種澤香末香塗散其地羅列衆多寶幢幡蓋法涌菩薩於時時中昇此寶座爲衆宣說甚深般若波羅蜜多
매번 설법할 때마다 한량없는 하늘ㆍ용ㆍ약차(藥叉:夜叉)ㆍ건달박(健達縛:乾闥婆)ㆍ아소락(阿素洛:阿修羅)ㆍ게로다(揭路茶:迦樓羅)ㆍ긴날락(緊捺洛:緊那羅)ㆍ마호락가(莫呼洛伽:摩睺羅迦)ㆍ인간인 듯하나 인간이 아닌 무리[人非人]들이 함께 모임에 와서 법용 보살께 공경 공양하면서 반야바라밀다를 경청하고 받느니라.
003_0820_b_09L每說法時皆有無量天藥叉健達阿素洛揭路茶緊捺洛莫呼洛伽人非人等俱來集會恭敬供養法涌菩薩聽受般若波羅蜜多
모든 대중들은 설법을 듣고서 외워 지니는 이도 있고, 베껴 쓰는 이도 있으며, 전독(轉讀 : 처음ㆍ중간ㆍ끝의 몇 줄만 읽거나 책장을 넘기면서 띄엄띄엄 읽음)하는 이도 있고, 생각하는 이도 있으며, 말씀과 같이 수행하는 이도 있고, 남을 깨우쳐 주는 이도 있나니, 이런 까닭에 그 유정들이 모든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는 법을 얻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영원히 물러나지 않게 되느니라.
그대 선남자는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속히 법용 보살마하살께서 계신 곳으로 가라. 그러면 그대가 구하는 반야바라밀다를 듣게 될 것이니라.
003_0820_b_13L諸大衆旣聞法已有誦持者有書寫者有轉讀者有思惟者有如說行者有開悟他者由是因緣彼有情類於諸惡趣得不墮法及於無上正等菩提永不退轉汝善男子應勤精進速疾往詣法涌菩薩摩訶薩所當令汝聞所求般若波羅蜜多
003_0820_c_01L또 선남자야, 법용 보살께서는 바로 그대의 오랫동안 참되고 청정하며 훌륭한 벗으로서 보이고 가르쳐 인도하며, 찬탄하여 격려하고, 반가워하고 기뻐해서 그대가 구하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증득하게 할 것이니라. 법용 보살께서도 과거 세상에서 부지런한 고행으로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구하되 지금 그대가 구하는 것과 같은 방편으로 하셨나니, 그대는 마땅히 속히 법용 보살마하살께서 계신 곳으로 가되, 의혹하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내지 말고 낮밤을 헤아리지도 말라. 오래지 않아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듣게 되리라.’
003_0820_b_20L又善男子法涌菩薩是汝長夜眞淨善友示現教導讚勵慶喜令汝速證所求無上正等菩提法涌菩薩於過去世以勤苦行求深般若波羅蜜多亦如汝今求之方便汝宜速往法涌菩薩摩訶薩所勿生疑難莫計晝夜不久當聞甚深般若波羅蜜多
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즐거움과 기쁨이 생겨 뛸 듯이 기뻐하며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언제쯤에나 법용 보살을 뵙고 그분에게서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들을 수 있을까?’
003_0820_c_04L爾時常啼菩薩摩訶薩聞是語已生適悅踊躍歡喜作是思惟何時當見法涌菩薩從彼得聞甚深般若波羅蜜多
선현아, 알아야 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아 괴로움이 절박하면 다른 생각이 없고 오로지 ‘나는 언제쯤에나 좋은 의원을 만나 이 화살을 뽑아 이 괴로움을 면하겠는가?’라는 이런 생각만 하리니, 상제 보살도 이와 같아서 그때 다른 생각이라고는 아주 없었고 오로지 ‘나는 언제쯤에나 법용 보살마하살을 뵙고 가까이하여 공양하고서 반야바라밀다를 들으며, 들은 뒤에는 곧 갖가지 허망분별과 얻는 것이 있다는 견해를 영원히 끊고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겠는가?’라는 이런 생각만 하였느니라.
003_0820_c_08L善現當知譬如有人遇中毒爲苦所切更無餘想但作是念於何時得遇良醫爲拔此箭得免斯常啼菩薩亦復如是當於爾時更無餘想但作是念我於何時當見法涌菩薩摩訶薩親近供養得聞般若波羅蜜多聞已便能永斷種種虛妄分別有所得見疾證無上正等菩提
선현아, 알아야 한다. 상제 보살은 곧 여기에 머물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 온갖 법에 대해 장애 없는 지견(智見)을 일으켰고, 이 지견으로 말미암아 곧 능히 바로 한량없이 수승한 삼마지문(三摩地門)에 들어갔나니,
003_0820_c_15L善現當知常啼菩薩卽住此處作是念時於一切法中起無障智見由斯智見卽能現入無量殊勝三摩地門
003_0821_a_01L 이른바 온갖 법의 자성을 관하는 삼마지[觀一切法自性三摩地]ㆍ온갖 법의 자성에 대해 얻을 바 없는 삼마지[於一切法自性無所得三摩地]ㆍ온갖 법에 대해 지혜 없음을 깨뜨리는 삼마지[破一切法無智三摩地]ㆍ온갖 법의 차별 없음을 얻는 삼마지[得一切法無差別三摩地]ㆍ온갖 법이 변함 없다고 보는 삼마지[見一切法無變異三摩地]ㆍ능히 온갖 법을 비추는 삼마지[能照一切法三摩地]ㆍ온갖 법에서 어둠을 떠난 삼마지[於一切法離闇三摩地]ㆍ온갖 법에 대해 차별된 뜻이 없음을 얻는 삼마지[得一切法無差別意趣三摩地]ㆍ온갖 법은 도무지 얻을 바 없음을 아는 삼마지[知一切法都無所得三摩地]ㆍ온갖 꽃을 흩뿌리는 삼마지[散一切花三摩地]ㆍ
003_0820_c_18L所謂觀一切法自性三摩地於一切法自性無所得三摩地破一切法無智三摩地得一切法無差別三摩地見一切法無變異三摩地能照一切法三摩地於一切法離闇三摩地一切法無別意趣三摩地知一切法都無所得三摩地散一切花三摩地
온갖 법에서 나 없음을 이끌어 내는 삼마지[引發一切法無我三摩地]ㆍ환을 여읜 삼마지[離幻三摩地]ㆍ거울 속의 형상 같이 비치는 지혜를 이끌어 내는 삼마지[引發鏡像照明三摩地]ㆍ온갖 유정들의 언어를 이끌어 내는 삼마지[引發一切有情語言三摩地]ㆍ온갖 유정들을 기쁘게 하는 삼마지[令一切有情歡喜三摩地]ㆍ온갖 유정들의 말을 잘 수순하는 삼마지[善隨順一切有情語言三摩地]ㆍ갖가지 말과 문구를 이끌어 내는 삼마지[引發種種語言文句三摩地]ㆍ두려움 없고 끊어짐 없는 삼마지[無怖無斷三摩地]ㆍ
003_0821_a_02L引發一切法無我三摩地離幻三摩引發鏡像照明三摩地引發一切有情語言三摩地令一切有情歡喜三摩地善隨順一切有情語言三摩引發種種語言文句三摩地無怖無斷三摩地
온갖 법의 본 성품은 말할 수 없는 것임을 능히 설명하는 삼마지[能說一切法本性不可說三摩地]ㆍ걸림 없는 해탈을 얻는 삼마지[得無礙解脫三摩地]ㆍ온갖 티끌을 멀리 여읜 삼마지[遠離一切塵三摩地]ㆍ명칭[名]과 구절[句]과 문장[文]과 말에 공교로운 삼마지[名句文詞善巧三摩地]ㆍ온갖 법에 대해 수승한 관법을 일으키는 삼마지[於一切法起勝觀三摩地]ㆍ온갖 법의 걸림없음과 끝없음을 터득한 삼마지[得一切法無礙際三摩地]ㆍ허공 같은 삼마지[如虛空三摩地]ㆍ금강 같은 삼마지[金剛喩三摩地]ㆍ비록 행색(行色)을 나타내더라도 범함이 없는 삼마지[雖現行色而無所犯三摩地]ㆍ수승함을 얻는 삼마지[得勝三摩地]ㆍ물러남이 없는 안목을 얻는 삼마지[得無退眼三摩地]ㆍ
003_0821_a_08L能說一切法本性不可說三摩地得無礙解脫三摩地遠離一切塵三摩地名句文詞善巧三摩於一切法起勝觀三摩地得一切法無礙際三摩地如虛空三摩地金剛喩三摩地雖現行色而無所犯三摩地得勝三摩地得無退眼三摩地
법계를 뛰어넘는 삼마지[出法界三摩地]ㆍ안위하고 조복하는 삼마지[安慰調伏三摩地]ㆍ사자가 떨치며 빠르게 입 벌리고 포효하는 것 같은 삼마지[師子奮迅欠呿哮吼三摩地]ㆍ온갖 유정들을 밝게 비쳐서 무색하게 하는 삼마지[映奪一切有情三摩地]ㆍ온갖 때를 멀리 여읜 삼마지[遠離一切垢三摩地]ㆍ온갖 법에 대해 물듦이 없는 삼마지[於一切法無染三摩地]ㆍ연꽃 장엄 삼마지[蓮花莊嚴三摩地]ㆍ온갖 의심을 끊은 삼마지[斷一切疑三摩地]ㆍ온갖 견고함을 수순하는 삼마지[隨順一切堅固三摩地]ㆍ온갖 법을 벗어나는 삼마지[出一切法三摩地]ㆍ
003_0821_a_14L出法界三摩地安慰調伏三摩地子奮迅欠呿哮吼三摩地映奪一切有情三摩地遠離一切垢三摩地一切法得無染三摩地蓮花莊嚴三摩地斷一切疑三摩地隨順一切堅固三摩地出一切法三摩地
003_0821_b_01L신통의 힘을 얻어서 두려움이 없는 삼마지[得神通力無畏三摩地]ㆍ현전에 온갖 법을 통달하는 삼마지[現前通達一切法三摩地]ㆍ온갖 법인(法印)을 무너뜨리는 삼마지[壞一切法印三摩地]ㆍ온갖 법의 차별 없음을 나타내는 삼마지[現一切法無差別三摩地]ㆍ온갖 견해가 빽빽한 숲을 떠난 삼마지[離一切見稠林三摩地]ㆍ온갖 어둠을 여읜 삼마지[離一切闇三摩地]ㆍ온갖 모양을 여읜 삼마지[離一切相三摩地]ㆍ온갖 집착을 벗어난 삼마지[脫一切著三摩地]ㆍ온갖 게으름을 여읜 삼마지[離一切懈怠三摩地]ㆍ
003_0821_a_20L得神通力無畏三摩地現前通達一切法三摩地壞一切法印三摩地現一切法無差別三摩地離一切見稠林三摩離一切闇三摩地離一切相三摩脫一切著三摩地離一切懈怠三摩地
심오한 법의 밝음을 얻는 삼마지[得深法明三摩地]ㆍ묘고산 같은 삼마지[如妙高山三摩地]ㆍ빼앗을 수 없는 삼마지[不可引奪三摩地]ㆍ모든 마군을 항복시키는 삼마지[摧伏一切魔軍三摩地]ㆍ삼계에 집착하지 않는 삼마지[不著三界三摩地]ㆍ온갖 수승한 광명을 이끌어 내는 삼마지[引發一切殊勝光明三摩地]와, 이와 같이하여 내지 현재에 모든 부처님을 뵙는 삼마지[現見諸佛三摩地]였느니라.
003_0821_b_03L得深法明三摩地如妙高山三摩地不可引奪三摩地摧伏一切魔軍三摩地不著三界三摩地引發一切殊勝光明三摩地如是乃至現見諸佛三摩地
상제 보살은 이와 같은 삼마지 가운데에 머물러 시방의 한량없고 무수하고 끝없는 세계의 모든 불여래께서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시는 것을 현전에 뵈었느니라. 그때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모두 함께 이렇게 상제 보살마하살을 찬탄하고 위로하고 경계하고 가르치며 말씀하시되,
003_0821_b_07L常啼菩薩安住如是三摩地中現見十方無量無數無邊世界諸佛如來爲諸菩薩摩訶薩衆宣說般若波羅蜜多時諸如來正等覺咸共讚慰教誡教授常啼菩薩摩訶薩言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야, 우리들도 본래 보살도(菩薩道)를 행할 때 지금의 너와 같이 부지런한 고행(苦行)으로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구하였으며, 부지런히 구할 때에도 네가 지금 현전에 이와 같은 모든 삼마지를 얻었던 것처럼 우리들도 그때 그런 한량없이 수승한 삼마지를 얻어 끝까지[究竟] 닦은 뒤에야, 능히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方便善巧)를 성취하였으며, 이런 까닭으로 능히 온갖 불법(佛法)을 성취하여 곧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머물게 되었느니라.
003_0821_b_12L善哉善哉善男子我等本行菩薩道時亦如汝今以勤苦行求深般若波羅蜜多於勤求時亦如汝今現得如是諸三摩地我等爾時得是無量勝三摩地究竟修已則能成辦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由斯能辦一切佛法便得住於不退轉地
우리들이 이 모든 삼마지에 주어진 자성(自性)을 관찰해보건대 들어감[入]도 없고 나옴[出]도 없으며, 또한 그 어떤 법이 능히 들어가고 나오는 것도 보지 못했고, 여기서 능히 보살마하살의 행을 닦는 이도 보지 못했으며, 여기서 능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는 이도 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들은 그때 모든 법에 대해 집착이 없어졌나니 그러므로 이것을 곧 반야바라밀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003_0821_b_18L我等觀此諸三摩地所稟自性無入無出亦不見法能入出者亦不見此能修菩薩摩訶薩行亦不見此能證無上正等菩提我等爾時以於諸法無所執故卽名般若波羅蜜多
003_0821_c_01L 우리들은 이 집착이 없는 데 머물렀기 때문에 이내 능히 진실한 황금색이 나는 몸을 얻어 항상 광명이 한 길[尋]이나 되었고, 32대장부상(大丈夫相)을 갖추었으며, 80수호(隨好)를 원만히 장엄하였느니라. 또 불가사의하면서도 위없는 부처님의 지혜[佛智]와, 위없는 부처님의 계율[佛戒]ㆍ위없는 부처님의 선정[佛定]ㆍ위없는 부처님의 슬기[佛慧]를 얻었고, 온갖 공덕과 바라밀다를 원만히 하지 않은 것이 없었느니라. 온갖 공덕과 바라밀다를 원만히 한 것은 부처님도 오히려 이루 다 헤아려 설명할 수 없거늘 하물며 모든 성문과 독각들이겠는가?
003_0821_b_23L我等住此無所執故便能獲得眞金色身常光一尋具三十二大丈夫相八十隨好圓滿莊嚴又能證得不可思議無上佛智無上佛戒無上佛定無上佛慧一切功德波羅蜜多無不圓滿以能圓滿一切功德波羅蜜多佛尚不能取量盡說況諸聲聞及獨覺等
그러므로 선남자야, 너는 이 법을 곱절이나 공경하고 좋아하는 생각을 내어 부지런히 구하기를 잠시도 버리지 말라. 만일 이 법을 곱절이나 공경하고 좋아하는 생각을 내어 부지런히 구하기를 잠시도 버리지 않으면 곧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쉽게 증득할 수 있으리라.
003_0821_c_07L以是故善男子汝於此法倍應恭敬愛樂勤求無得暫捨若於此法倍生恭敬愛樂勤求能不暫捨便於無上正等菩提易可證得
또 선남자야, 너는 훌륭한 벗을 마땅히 항상 공경하고 좋아하여 부지런히 구하기를 마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듯 하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항상 훌륭한 벗의 보호를 받으면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것이기 때문이니라’라고 하셨느니라.
003_0821_c_11L善男子汝於善友應常恭敬愛樂勤求如諸佛想何以故善男子若菩薩摩訶薩常爲善友之所攝護疾得無上正等菩提
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이 곧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께 ‘어떤 이를 저의 훌륭한 벗이라 하기에, 제가 마땅히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공양해야 합니까?’라고 아뢰자,
003_0821_c_14L是時常啼菩薩摩訶薩卽白十方諸佛言何等名爲我之善友我當親近恭敬供養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상제 보살에게 ‘법용 보살마하살이 바로 그대의 오랫동안 참되고 청정하며 훌륭한 벗으로서 그대를 보호해주고, 그대로 하여금 구하고자 하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성취하게 해주고 그대로 하여금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배우게 하리니, 그는 능히 오랜 세월동안 그대를 보호해서 이롭게 하기 때문에 바로 그대의 훌륭한 벗이라 하나니, 그대는 마땅히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공양해야 하느니라.
003_0821_c_17L十方諸佛告常啼言有法涌菩薩摩訶薩是汝長夜眞淨善友能攝護汝令汝成熟所求無上正等菩提亦令汝學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彼能長夜攝益汝故是汝善友汝應親近恭敬供養
003_0822_a_01L 또 선남자야, 그대가 만일 1겁이나 2겁ㆍ3겁 이와 같이하여 내지 백천겁, 혹은 그보다 더 지나도록 법용 보살을 공경하여 머리에 떠받들고서, 또 온갖 빼어나고 묘한 좋아하는 기구를 가지고 내지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묘한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이 다하도록 공양한다 할지라도 그의 잠깐동안의 은혜도 갚지 못하리니,
003_0821_c_22L善男子汝若一劫若二若三如是乃至若百千劫或復過是恭敬頂戴法涌菩薩復以一切上妙樂具乃至三千大千世界所有妙色觸盡以供養未能報彼須臾之恩
왜냐 하면 선남자야, 그대는 법용 보살의 위신력에 의하여 현재에 이와 같이 한량없고 수승하고 미묘한 삼마지문을 얻었고, 또 그로 인하여 그대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획득하여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것이기 때문이니라’라고 하셨느니라.
003_0822_a_04L何以故善男子汝因法涌菩薩威力現得如是無量勝妙三摩地門又當因彼令汝獲得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疾證無上正等菩提
그때 시방의 부처님들께서는 방편으로 상제 보살을 찬탄하고 위로하고 경계하고 가르치시어 기뻐하게 하시고는 홀연히 사라지셨느니라.
003_0822_a_08L十方佛方便讚慰教誡教授常啼菩薩令歡喜已忽然不現
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은 현전에 증득한 삼마지에서 일어나 모든 부처님들께서 보이지 않자 마음속으로 실망하여, ‘내가 아까 뵈었던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먼저는 어디서 오셨다가 지금은 어디로 가셨을까? 누가 나의 이러한 의문을 없애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였고,
003_0822_a_10L爾時常啼菩薩摩訶薩從現所證三摩地起不見諸佛心懷惆悵作是思我向所見十方諸佛先從何來今往何所誰能爲我斷如是疑
또 ‘법용 보살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닦고 배워서 이미 한량없는 다라니문과 삼마지를 얻었고, 모든 보살의 자재한 신통을 이미 끝까지 다하였으며, 한량없는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도 이미 공양하였고,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서 큰 서원을 세워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으며, 오랜 세월동안 나의 훌륭한 벗이 되어 항상 나를 보호해 주고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셨다. 나는 속히 법용 보살마하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아까 뵈었던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먼저는 어디서 오셨다가 지금은 어디로 가셨는지를 여쭈어 보아야겠다. 그분이라면 나를 위해 이런 의문을 없애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느니라.
003_0822_a_14L復作是法涌菩薩久已修學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已得無量陁羅尼門及三摩地於諸菩薩自在神通已到究竟已曾供養無量如來正等於諸佛所發弘誓願種諸善根長夜中爲我善友常攝受我令獲利我當疾詣法涌菩薩摩訶薩所向所見十方諸佛先從何來今往何彼能爲我斷如是疑
003_0822_b_01L선현아, 알아야 한다. 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이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곧 법용 보살마하살에게로 더욱 사랑하고 공경하는 청정한 마음이 쏠려서 다시 또, ‘나는 지금 법용 보살마하살을 찾아 뵙고 싶은데 무엇으로 공양할 것인가?
003_0822_a_23L善現當知時常啼菩薩摩訶薩作此念已便於法涌菩薩摩訶薩所轉增愛敬淸淨之心復作是念我今欲詣法涌菩薩摩訶薩所當以何物而爲供養
하지만 나는 가난하여 꽃ㆍ향수ㆍ뿌리는 향ㆍ의복ㆍ영락ㆍ보배 당기ㆍ번기ㆍ일산ㆍ음악ㆍ등불ㆍ마니ㆍ진주와, 보배 폐유리ㆍ파지가와,금ㆍ은ㆍ산호ㆍ나패ㆍ벽옥과 그 밖에 갖가지 빼어나고 묘한 공양구로써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할 만한 것이 없다.
003_0822_b_04L然我貧匱無有花香澤香散香衣服瓔珞寶幢幡蓋伎樂燈明末尼眞珠吠琉璃頗胝迦寶金銀珊瑚螺貝璧玉及餘種種上妙供具可以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
나는 결코 빈손으로 법용 보살마하살께 갈 수도 없으니, 내가 빈손으로 간다면 내 스스로도 기쁘지 않겠거늘 어떻게 지성으로 법을 구하는 뜻을 나타내 알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 내 몸을 팔아서 그 몸값으로라도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할 것이다.
003_0822_b_09L定不應空爾而詣法涌菩薩摩訶薩我若空往自喜不生何以表知至誠求法我於今者應自賣身以求價持用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
왜냐 하면 나는 오랜 세월동안 여러 세계로 가 태어나면서 끝없이 몸과 목숨을 잃었었는데, 시작도 알 수 없는 나고 죽음 가운데에서 애욕의 인연으로 온갖 지옥에 떨어져 숱한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이와 같이 묘한 법과 법을 설하는 스승께 공양하기 위해 스스로 몸과 목숨을 버렸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지금 기필코 몸을 팔아서 재물을 구해 가지고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느니라.
003_0822_b_14L何以故我於長夜諸界趣生虛喪壞滅無邊身命無始生死爲欲因緣墮諸地獄受無量苦未爲供養如是妙法及說法師自捨身命故我今者定應賣身以求財物持用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
003_0822_c_01L그때 상제 보살마하살은 이런 생각을 하고서 차츰차츰 동쪽으로 걷다가 어떤 큰 성에 이르렀는데, 청정하고 드넓으며, 사람들도 많았고 편안하고 풍요롭고 즐거웠다. 상제 보살은 저자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다니면서 큰 소리로, ‘내가 지금 저를 팔려고 합니다. 누구 사실 분 계십니까? 제가 지금 저를 팔려고 합니다. 누구 사실 분 계십니까?’라고 외쳤느니라.
003_0822_b_20L爾時常啼菩薩摩訶薩作是念已次東行至一大城寬廣嚴淨多諸人衆安隱豐樂常啼菩薩入市肆中處巡環高聲唱曰我今自賣誰欲買我今自賣誰欲買人
그때 악마가 이 일을 보고는, ‘상제 보살은 법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팔아서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마하살에게 공양하겠다고 하는구나. 이 일로 인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이치에 맞게 청하여 묻게 되리니, 말하자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어떻게 보살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방편 수행해야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겠습니까?〉
003_0822_c_02L是時惡魔見此事已便作是念常啼菩薩愛重法故欲自賣身謂爲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摩訶薩因斯當得如理請問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謂作是問云何菩薩方便修行甚深般若波羅蜜多速證無上正等菩提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고 나면 법용 보살은 당연히 매우 심오한 법요(法要)를 말해주어 마치 큰 바다와 같은 많은 지식을 얻게 하여 마군과 그 권속들이 도저히 무너뜨리지 못하게 하고, 점차로 온갖 공덕을 원만하게 할 것이요, 이로 인해 모든 유정들을 이익되게 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할 것이다.
003_0822_c_09L作是問已法涌菩薩當爲宣說甚深法要令得多聞如大海魔及眷屬所不能壞漸能圓滿一切功德因斯饒益諸有情類得無上正等菩提
그들은 다시 모든 유정들에게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게 하여 차례차례 서로 계승해 나가면 나의 경계는 텅비고 말 것이다. 내 지금 당장 방편을 써서라도 그의 소리를 감춰버려 이 성 안의 장자ㆍ거사ㆍ바라문들이 모두 듣지 못하게 하리라’라고 하였느니라.그런데 오직 그 성 안에 한 장자의 딸만은 전생의 선근(善根)의 힘 때문에 악마가 은폐할 수 없었다.
003_0822_c_13L彼復能令諸有情類證得無上正等菩提展轉相承空我境界我當方便隱蔽其聲令此城中長者居士婆羅門等咸不能聞除城中一長者女宿善根力魔不能
상제 보살은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몸을 팔려 했으나 흥정해오는 이가 없어 걱정하고 한탄하고 괴로워하고 근심하고 번민하다가 한 곳에 서서 슬피 울면서 ‘나는 무슨 죄가 있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해 아무리 몸을 팔려고 해도 몸을 사는 사람이 없을까?’라고 말하였느니라.
003_0822_c_18L常啼菩薩由是因緣經於久時賣身不售愁憂苦惱在一處立涕淚而我有何罪爲欲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摩訶薩雖自賣身而無買者
003_0823_a_01L그때 제석천왕이 이를 보고서, ‘이 선남자는 법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마하살을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려고 하는구나. 진실로 법을 사모해서인지, 거짓으로 세상을 속이기 위해서인지 내 그를 시험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하였느니라.
003_0822_c_22L時天帝釋見已念言此善男子以爲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重法故自賣其身我當試之爲實慕爲懷諂詐誑惑世閒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젊은 바라문으로 둔갑하여 상제 보살에게 가서, ‘여보시오, 당신은 지금 무슨 이유로 이처럼 슬피 울며 근심하고 걱정하고 속상해 합니까?’라고 물으니, 상제 보살이 ‘젊은이여, 저는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하고 싶었지만 저는 가난하여 아무런 재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법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까닭에 제 몸이라도 팔려고 이 성을 두루 헤매었지만 아무도 묻는 이가 없으니, 그저 제 자신의 복이 없음을 여기에 서서 걱정하고 슬퍼할 따름입니다’라고 대답하였느니라.
003_0823_a_03L如是念已卽自化作少婆羅門詣常啼所問言汝今何緣佇立悲涕愁憂不樂啼菩薩答言儒童我爲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我貧乏無諸財寶愛重法故欲自賣遍此城中無相問者自惟薄福住此憂悲
그때 바라문이 상제 보살에게, ‘내가 마침 지금 하늘에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사람의 몸은 필요치 않고 사람의 피와 사람의 골수와 사람의 심장만 필요합니다. 팔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으니,
003_0823_a_10L婆羅門語常啼曰我於今者正欲祠天不用人身但須人血人心頗能賣不
상제 보살이 이 말을 듣고서, ‘나는 이제서야 대단히 큰 이익을 얻게 되었구나. 왜냐 하면 저 사람이 사려고 하는 것은 내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가로 값을 받아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하면 나로 하여금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구족하여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게 해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느니라.
003_0823_a_12L常啼菩薩聞已念我於今者定獲勝利所以者何欲買者我皆具有由斯價直當得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令我具足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疾證無上正等菩提
이렇게 생각한 뒤에 뛸 듯이 기뻐하면서 부드러운 말로 바라문에게, ‘당신이 사고싶어 하는 것을 내가 다 팔겠습니다’라고 말하니, 그 바라문은 ‘값은 얼마나 원하십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제 보살은 ‘좋을 대로 주십시오’라고 대답하였느니라.
003_0823_a_17L是念時歡喜踊躍以柔軟語報婆羅仁所買者我悉能賣婆羅門言幾價直常啼報曰隨意相酬
그때 상제 보살이 이렇게 말하고는 곧 오른 손을 들어 날카로운 칼을 잡고 자기의 왼팔을 찔러 피를 내고, 다시 오른쪽 볼기를 베어 가죽과 살은 땅에 놓고, 뼈를 부수어 골수를 꺼내 바라문에게 준 뒤에 다시 담 옆으로 가서 가슴을 쪼개고 심장을 꺼내려 하였다.
003_0823_a_20L爾時啼作是語已卽申右手執取利刀己左臂令出其血復割右髀皮肉置破骨出髓與婆羅門復趣牆邊欲剖心出
003_0823_b_01L 그런데 장자의 딸이 높은 누대에 있다가 먼저는 상제 보살이 자기의 몸을 팔겠다고 외치는 것을 보았었는데, 뒤에는 다시 스스로 자기의 몸을 해치는 것을 보자, ‘이 선남자는 무슨 이유로 그 몸을 괴롭히는 걸까? 내 마땅히 그것을 물어보아야겠다’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누대에서 내려와 상제 보살에게 가서, ‘당신은 무슨 이유로 아까는 자기를 팔겠다고 외치다가 이제는 피와 골수를 내고, 다시 심장을 가르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003_0823_b_01L有長者女處於高閣先見常啼揚聲自賣後時復見自害其身是念言此善男子何因緣故困苦其我當問之念已下閣到常啼所是問言汝何因緣先唱自賣今出血髓復欲剖心
그러자 상제 보살이 ‘아가씨, 모르시겠지요? 저는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하고 싶었지만, 저는 가난하여 아무런 재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법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까닭에 아까부터 내 몸이라도 팔려고 했으나 아무도 사는 이가 없다가, 이제서야 세 가지를 바라문에게 팔아 넘겼습니다’라고 대답하였느니라.
003_0823_b_06L常啼報曰姊不知耶爲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然我貧乏無諸財寶重法故先自賣身無相買者今賣三事與婆羅門
장자의 딸이 ‘당신이 지금 당신 몸의 피와 심장과 골수를 팔아 그 값으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할 경우 어떠한 공덕과 수승한 이익이 얻어집니까?’라고 말하자,
003_0823_b_10L長者女言汝今自賣身欲持價直供養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當獲何等功德勝利
상제 보살은 ‘법용 보살께서는 매우 심오한 법에 대해 자재함을 얻으셨으니, 마땅히 저를 위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와 보살이 배워야 할 것[所學]과, 보살이 타야 할 것[所乘]과, 보살이 수행해야 할 것[所行]과, 보살이 지어야 할 것[所作]을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003_0823_b_13L常啼答言法涌菩薩於甚深法已得自在當爲我說甚深般若波羅蜜多方便善巧菩薩所學菩薩所菩薩所行菩薩所作
저는 듣고서 그 말씀대로 수행하면 유정들을 성숙시키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여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금빛나는 몸을 얻어 32대장부상을 갖추고 80수호를 원만하게 장엄할 것이요, 항상한 광명이 한 길이나 되고, 나머지 광명도 한량없을 것이며, 부처님의 10력과 4무소외와 4무애해와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18불불공법과,
003_0823_b_16L我得聞已如說修行成熟有情嚴淨佛土速證無上正等菩提得金色身具三十二大丈夫相八十隨好圓滿莊嚴常光一尋餘光無量具佛十力四無所畏無礙解大慈大悲大喜大捨十八佛不共法
003_0823_c_01L 잊음이 없는 법ㆍ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ㆍ다섯 가지 청정한 눈ㆍ6신통과,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청정한 계율[戒蘊]ㆍ선정[定蘊]ㆍ지혜[慧蘊]ㆍ해탈[解脫蘊]ㆍ해탈지견[解脫智見蘊]ㆍ막힘 없는 지견[無障智見]ㆍ위없는 지견[無上智見]을 갖출 것이요,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얻을 것이며, 온갖 위없는 법보(法寶)를 구족하여 온갖 유정들에게 나누어 보시해 주고, 모든 유정들의 의지할 곳이 되어 주게 되리니, 제가 몸과 목숨을 버려 그 분께 공양하면 마땅히 이러한 공덕과 수승한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느니라.
003_0823_b_22L無忘失法恒住捨性五淨眼六神通不可思議淸淨戒蘊定蘊解脫蘊解脫智見蘊無障智見上智見得一切智道相智一切相智具足一切無上法寶分布施與一切有情與諸有情作所依止我捨身命爲供養彼當獲此等功德勝利
그때 장자의 딸은 수승하고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한 불법(佛法)을 듣고서 뛸 듯이 기뻐 온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는 공경해 합장하며 상제 보살에게 ‘대사(大士)의 말씀은 가장 으뜸이고 광대하며, 가장 수승하고 미묘하며, 매우 보기드문 일이어서 이러한 하나하나의 불법을 얻기 위해선 소중한 몸과 목숨을 긍가의 모래알만큼이라도 숱하게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한 번쯤 버리는 것이겠습니까? 왜냐 하면 만일 이와 같이 미묘한 공덕을 얻으면 능히 온갖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003_0823_c_05L長者女聞說殊勝不可思議微妙佛法喜踊躍身毛皆豎恭敬合掌白常啼大士所說第一廣大最勝微妙甚爲希有爲獲如是一一佛法尚應棄捨如殑伽沙所重身命況唯捨一以者何若得如是微妙功德則能利樂一切有情
대사께서는 집이 가난한 형편에 이렇게 미묘한 공덕을 위해서는 몸과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으시는데 하물며 저의 집은 부자여서 값진 재물이 많은 처지에 이런 공덕을 위해 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대사께서는 지금부터 다시는 자신을 해치지 마십시오. 필요한 공양거리들을 모두 드리겠으니,
003_0823_c_12L大士家貧尚爲如是微妙功德不惜身命況我家富多有珍爲是功德而不棄捨大士今應勿復自害所須供具盡當相與
말하자면 금ㆍ은과 보배 폐유리ㆍ파지가와, 마니ㆍ진주ㆍ저장(杵藏)ㆍ석장(石藏)ㆍ나패(螺貝)ㆍ벽옥(壁玉)ㆍ제청(帝靑)ㆍ대청(大靑)ㆍ산호(珊瑚)ㆍ호박(虎珀)과, 그 밖에 한량없는 다른 종류의 값진 재물과 꽃ㆍ향ㆍ영락ㆍ보배 당기ㆍ번기ㆍ일산ㆍ음악ㆍ등불ㆍ탈 것ㆍ의복, 그리고 갖가지 비싸고 묘한 공양거리로서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법을 설하는 스승인 법용 보살께 공양할 만한 것들입니다.
003_0823_c_15L所謂金吠琉璃寶頗胝迦寶末尼眞珠石藏螺貝璧玉帝靑大靑珊瑚及餘無量異類珍財花香瓔珞幡蓋伎樂憕明車乘衣服幷餘種種上妙供具可持供養甚深般若波羅蜜多及說法師法涌菩薩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다시는 자신을 해치지 마십시오. 이 몸도 대사를 따라 법용 보살마하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함께 우러러 뵙고 같이 선근을 심고자 하오니, 말씀하셨던 모든 불법을 얻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003_0823_c_21L唯願大士勿復自害我身亦願隨大士往法涌菩薩摩訶薩所俱時瞻仰共植善爲得所說諸佛法故
大般若波羅蜜多經卷第三百九十八
戊戌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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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산스끄리트어로는 sadāpralāpa이며, 살타파륜(薩陀波崙)이라 음역함. 어렸을 때 울기를 잘 했는데, 중생들이 고통의 세계에 있는 것을 보고 운다고도 하며, 또는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세상에 태어나서 공한림(空閑林) 속에서 걱정하며 울기 때문에 용과 귀신들이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다고도 함.
  2. 2)여덟 가지의 뛰어난 효과와 특성을 가진 물. 극락정토(極樂淨土)의 연못과 수미산(首彌山)을 둘러싼 일곱 바다에 채워져 있는 물. 여덟 가지의 공덕이란 달고[甘], 차고[冷], 부드럽고[軟], 가볍고[輕], 맑고[淸淨], 냄새 없고[無臭], 마실 때 목을 손상시키지 않고[飮時不損喉], 다 마시고 나서는 배가 아프지 않은[飮已不傷腹]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3. 3)산쓰끄리트어 garuḍa의 한역어로서 가루라(迦樓羅)ㆍ금시조(金翅鳥)ㆍ정앵조(頂癭鳥)라고도 한다.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새라는 뜻으로 인도신화에서는 슬픔과 고통스런 소리를 뱉어내는 신령스런 새로 등장한다. 용(龍)을 상식하고, 양 날개를 펴면 336만리나 되는 가공의 큰 새로서 대승경전에서는 천룡인부(天龍人部) 대중의 하나이고, 밀교에서는 범천(梵天)ㆍ대자재천(大自在天)이 중생을 구하기 위해 이 새의 모습으로 변화해 나타났다고 한다. 또는 문수(文殊)의 화신이라고도 한다.
  4. 4)산쓰끄리트어로는 jīvaṃ-jīvaka라고 하며, 일명 공명조(共命鳥)ㆍ명공조(命共鳥)ㆍ생생조(生生鳥)라고도 한다. 몸 하나에 머리 둘이 달린 새로서 생사(生死)를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