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제석천왕[天帝釋]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어떻게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와 그 밖의 시방(十方)의 그지없는 세계에 있는 사천왕중천(四天王衆天) 내지 색구경천(色究竟天)과 그 밖의 한량없이 큰 위덕(威德)이 있는 모든 용(龍)ㆍ약차(藥叉 : 夜叉)ㆍ건달박(健達縛 : 乾闥婆)ㆍ아소락(阿素洛 : 阿修羅)ㆍ게로다(揭路茶)ㆍ긴날락(緊捺落 : 緊拏羅)ㆍ마호락가(莫呼洛伽 : 摩候羅)ㆍ인비인(人非人) 등이 그곳에 와서 그가 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예로써 읽고 외우는 것을 보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기꺼이 보살피는 줄 알겠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제석천왕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야,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만일 이와 같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가 있는 곳에 있는 미묘한 광명(光明)을 보거나, 혹은 그곳에서 그윽하고 특이한 향기를 맡거나, 혹은 하늘의 음악이 들리면 그때는 큰 신통한 힘의 위덕(威德)이 치성한 모든 하늘과 용 등이 그곳에 와서 그가 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예로써 읽고 외우는 것을 보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합장하고 기꺼이 보살피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003_1086_b_01L또 교시가야,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순수하고 청정한 행을 닦고 그곳을 장엄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경전에 공양(供養)하면 그때는 큰 신통한 힘의 위덕이 치성한 모든 하늘ㆍ용 등이 그곳에 와서 그가 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예로써 읽고 외우는 것을 보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기꺼이 보살피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교시가야, 이와 같이 큰 신통한 힘을 갖추어 위덕이 치성한 모든 하늘ㆍ용 등이 그곳에 이르면 그 안에 있는 삿된 귀신과 악한 귀신들이 모두 놀라고 두려워 흩어져 달아나 감히 머무는 이가 없으리라. 이런 까닭에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마음이 광대해져 맑고 수승한 견해를 일으키며 닦는 선업은 갑절이나 또 불어나며, 온갖 하는 일마다 모두 장애가 없으리라.
이 때문에 교시가야, 만약 이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심오한 경전이 있는 곳은 응당 두루두루 더러운 물건을 제거하고 쓸고 닦고 바르고 다듬으며, 향수(香水)를 뿌리고 보배 자리를 펴서 모신 뒤에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고 휘장과 일산을 치며, 보배 당기ㆍ번기ㆍ방울들로 사이사이에 치레하며, 모든 묘하고 진기한 의복(衣服)ㆍ영락(瓔珞)ㆍ금ㆍ은ㆍ보배 기구ㆍ음악ㆍ등불과 갖가지 비단으로 그곳을 장엄할지니, 만일 능히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다에 공양하면 곧 한량없이 큰 신통한 힘을 갖추어 위덕이 치성한 모든 하늘ㆍ용 등이 그곳에 와서 그가 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예로써 읽고 외우는 것을 보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기꺼이 보살피느니라.
003_1086_c_01L또 교시가야,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만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에 능히 이와 같이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면 결정코 몸과 마음에 게으름이 없어지며, 몸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우며,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벼우며, 몸도 조화로워 부드럽고 마음도 조화로워 부드러우며, 몸도 편안하며 마음도 편안해지리라. 반야바라밀다에 생각을 매어두면 밤에 잘 때에 모든 나쁜 꿈을 꾸지 않고 오직 좋은 꿈만 꾸리니, 이른바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의 몸이 순금 빛이어서 32대장부상(大丈夫相)과 80수호(隨好)를 원만하고 장엄하게 갖추고, 큰 광명을 놓아 온갖 것을 두루 비추며 성문(聲聞)과 보살(菩薩)에 앞뒤로 둘러싸여 몸이 대중들 속에 있는 것을 보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보시(布施)ㆍ정계(淨戒)ㆍ안인(安忍)ㆍ정진(精進)ㆍ정려(靜慮)ㆍ반야(般若) 바라밀다와 상응(相應)하는 법을 들으며, 다시 내공(內空) 내지 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과 4념주(念住)와 내지 18불불공법(佛不共法)과 상응하는 법을 듣느니라.
또 분별해 주신 보시ㆍ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와 상응하는 뜻을 들으며, 또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과 4념주(念住)와 내지 18불불공법(佛不共法)과 상응하는 뜻을 듣느니라. 또 꿈속에 보니 보리수는 그 크기가 높고 넓으며, 뭇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어떤 큰 보살이 보리나무 밑에 나아가서 가부좌(跏趺座)를 맺고 앉아 악마와 원한을 항복시키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여, 묘한 법륜(法輪)을 굴려 한량없는 무리를 제도하시며, 또 한량없는 백천 구지(俱胝) 나유다(那庾多) 보살마하살이 갖가지 법과 뜻을 의논하고 결택(決擇)하여 이른바 응당 이와 같이 유정(有情)들을 성숙시키고 불국토(佛國土)를 장엄 청정하게 하며, 보살행(菩薩行)을 닦아서 마군을 항복시키며, 영원히 장애와 습기를 끊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나아가 증득함을 보느니라.
003_1087_a_01L또 다시 꿈에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다 부처님을 뵈며, 또한 그의 음성을 듣나니, 이른바 어떤 세계의 어떤 이름의 여래 ㆍ응공ㆍ정등각이 있어 약간의 백천 구지 나유다 보살마하살과 약간의 백천 구지 나유다 성문(聲聞) 제자들이 공경하며 둘러싸고 설법하시는 것을 듣느니라. 또 다시 꿈에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다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며, 그 낱낱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신 뒤에는 각각 시주가 있어서 부처님의 설리라(設利羅)에 공양하기 위하여 묘한 일곱 가지 보배로써 각각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다 수효의 모든 솔도파(窣堵波)를 세우고, 다시 하나 하나의 탑마다 각각 한량없이 좋고 묘한 꽃타래와 바르거나 뿌리는 등의 향과 의복ㆍ영락ㆍ보배로 된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여러 묘하고 진기한 음악과 등불로써 한량없는 겁이 지나도록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함을 보느니라.
교시가야,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와 같은 종류의 모든 좋은 꿈의 모습을 보고 자거나 깨었거나 몸과 마음이 안락(安樂)하고, 모든 천신(天神)들이 그의 정기(精氣)를 더하여 그들이 스스로 몸이 가볍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느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음식ㆍ의약ㆍ의복ㆍ침구류를 많이 탐내지 않아서 네 가지 공양에 마음이 가벼워지나니, 마치 유가(瑜伽)의 스승들이 훌륭하고 묘한 선정에 들면 그 선정의 힘 때문에 몸과 마음이 윤택해지고, 선정에서 나온 뒤에는 비록 좋은 음식을 만날지라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이것도 그러하니라.
003_1087_b_01L왜냐 하면 교시가야, 왜냐하면 교시가야,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이 삼천대천세계와 그 밖의 시방의 그지없는 세계의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과 성문ㆍ보살ㆍ하늘ㆍ용ㆍ약차ㆍ건달박ㆍ아소락ㆍ게로다ㆍ긴날락ㆍ마호락가ㆍ인비인 등의 큰 신통한 힘의 수승한 위덕을 갖춘 이들이 자비롭게 옹호하여 묘한 정기를 몸과 마음에 부어 넣어 그의 뜻이 용맹하고 몸이 충실하게 채우기 때문이니라.
교시가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와 같은 모든 현재의 공덕과 수승한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응당 일체지의 지혜[一切智智]의 마음을 일으켜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아 이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심오한 경전을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베껴 쓰거나 설명하여 널리 퍼뜨려야 하느니라.
교시가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비록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심오한 경전을 잘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유정(有情)들에게 말하여 널리 퍼뜨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다만 베껴 써서 뭇 보배로 장엄하고 다시 갖가지 좋고 묘한 꽃타래와 바르거나 뿌리는 등의 향과 의복ㆍ영락ㆍ보배로 된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여러 묘하고 진기한 음악과 등불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여도 또한 앞에 말한 것과 같은 갖가지 공덕과 수승한 이익을 얻으리니, 왜냐하면 교시가야,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능히 한량없고 그지없는 모든 유정들을 널리 이롭고 안락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003_1087_c_01L또 교시가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일체지의 지혜에 상응하는 마음으로써 얻을 것이 없는 것을 방편으로 삼아 이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심오한 경전을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유정들에게 널리 말하여 퍼뜨리거나, 혹은 베껴 써서 뭇 보배로 장엄하고 다시 갖가지 높고 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공양하면 얻는 복취는 한량없고 그지없어서 다른 유정들이 그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한량없는 종류의 좋고 묘한 음식ㆍ의복ㆍ침구ㆍ의약ㆍ살림도구로 시방 세계의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과 그 제자들에게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한 것보다 나을 것이니라.
또한 시방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반열반에 드신 뒤에는 설리라(設利羅)에 공양하기 위하여 묘한 일곱 가지 보배로 탑을 세우되 높고 넓으며 웅장하고 화려하게 하며, 다시 한량없는 하늘의 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그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한 것보다 나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교시가야,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모두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태어나기 때문이니라.”
제석천왕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두 몫에서 저는 차라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취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모든 부처님의 설리라를 신봉하지 않는 것도 아니요, 기꺼이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지 않는 것도 아니오나 모든 부처님의 몸과 설리라는 모두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로 인하여 태어나기 때문이며, 모두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의 공덕(功德)과 세력(勢力)이 스며들어 닦기 때문에 비로소 일체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이 한량없는 종류의 좋고 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하기 때문입니다.”
003_1088_a_01L그때 사리자(舍利子)가 제석천왕에게 말하였다. “교시가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빛깔도 없고 볼 수도 없으며, 대할 수도 없는 한 모양 이른바 모양이 없는 것이니, 모양이 없는 법은 취할 수 없거늘 그대가 어떻게 취하겠는가? 왜냐하면 교시가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더함[增]도 없고 덜함[減]도 없으며, 모임도 없고 흩어짐도 없으며, 이익도 없고 손해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청정함도 없어서 모든 부처님의 법과 함께하지 않고, 독각(獨覺)의 법과 함께하지 않으며, 아라한(阿羅漢)의 법과 함께하지 않고, 유학(有學)의 법과 함께하지 않으며, 이생(異生)의 법을 버리지 않고, 무위계와 함께하지 않으며, 유위계를 버리지 않고, 내공(內空)과 내지 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과 함께하지 않으며, 4념주(念住)과 내지 일체상지(一切相智)와 함께하지 않으며, 잡되고 물든(雜染) 법을 버리지도 않기 때문이니라.”
그때 제석천왕이 구수(具壽)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말씀과 같습니다, 대덕(大德)이시여. 만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취할 수 없고 버릴 수 없으며, 내지 일체상지와 함께하지 않고, 잡되고 물든 법을 버리지도 않는 줄 사실대로 알면 이것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진실하게 취하는 것이며, 또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진실하게 수행하는 것이오니, 이 반야바라밀다는 두 가지 행(行)을 따르지 않고 두 가지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이와 같이 하여 정려(靜慮) 바라밀다와 내지 보시(布施) 바라밀다까지도 두 가지 행을 따르지 않고 두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003_1088_b_01L그때 부처님께서 제석천왕을 칭찬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으니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내지 보시 바라밀다는 모두 두 가지 행을 따르지 않나니, 왜냐하면 교시가야, 이와 같은 여섯 가지 바라밀다(波羅蜜多)는 모두가 두 가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니라. 교시가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내지 보시 바라밀다에 두 가지 모양이 있게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곧 법계(法界)ㆍ진여(眞如)ㆍ법성(法性)ㆍ실제(實際)ㆍ부사의계(不思議界)도 두 가지 모양이 있게 하려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교시가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와 내지 보시 바라밀다는 모두 법계와 내지 부사의계와 더불어 둘이 없고 두 곳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때 제석천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이 모두 응당 지성(至誠)으로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온갖 보살마하살들이 모두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제가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선법전(善法殿)에 있는 제석천왕의 자리에 앉아서 모든 하늘 대중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할 때 한량없는 천자(天子)들이 모두 저에게 와서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예배 합장하고 물러가는 것처럼 제가 만약 그 자리에 있지 않을 때 모든 천자들이 또 그곳에 오면 비록 저를 보지 못할지라도 제가 있을 때와 같이 공경ㆍ공양하면서 모두들 말하기를 ‘이곳은 제석천왕께서 모든 하늘들에게 법을 말씀하시던 자리이니, 우리들은 모두 응당 천왕께서 계실 때와 같이 공양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예배하고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003_1088_c_01L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를 만약 어떤 이가 베껴 써서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널리 유정들에게 말하여 퍼뜨리면, 이곳에는 언제나 이 국토와 그 밖의 시방에 그지없는 세계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하늘ㆍ용ㆍ약차ㆍ건달박ㆍ아소락ㆍ게로다ㆍ긴나락ㆍ마호락가ㆍ인비인(人非人)들이 모두 와서 모이고 설사 설법하는 이가 없을지라도 법을 공경하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또 이곳에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예배하고 돌아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과 모든 보살마하살들과 독각ㆍ성문과 온갖 유정들의 즐거운 기구가 모두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있기 때문이며, 부처님의 설리라도 반야바라밀다의 공덕이 스며들어 닦고 공양을 받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보살마하살의 행과 증득하는 일체상지와 더불어 인(因)이 되며 연(緣)이 되며, 의지하는 바가 되며, 끌어 일으키는 이가 되나니, 그러므로 제가 말씀드리기를 ‘설사 이 남섬부주에 가득한 부처님의 설리라를 한 몫이라 하고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베껴 쓰는 것을 또 한 몫이라 한다면, 이 두 몫 중에서 저는 차라리 이러한 반야바라밀다를 취할 것입니다’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바르게 기억할 때 마음이 법에 계합[契]하기 때문에 도무지 모든 두려운 모양을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모양도 없고 형상도 없으며, 말도 없고 설명도 없기 때문이니, 이 반야바라밀다가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기 때문에 정려(靜慮)ㆍ정진(精進)ㆍ안인(安忍)ㆍ정계(淨戒)ㆍ보시(布施) 바라밀다와 내지 일체상지도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습니다.
003_1089_a_01L세존이시여, 만일 이 반야바라밀다에 모양이 있고 형상이 있으며, 말이 있고 설명이 있어서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은 온갖 법의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음을 통달하시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시어 모든 제자들에게 온갖 법의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음을 말씀하시지 못하실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다가 모양과 형상과 말과 설명이 없는 것으로 말미암아 모양ㆍ형상ㆍ말ㆍ설명이 있지 않아서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온갖 법의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다는 것을 통달하시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시고, 모든 제자들에게 온갖 법의 모양이 없고 형상이 없으며, 말이 없고 설명이 없음을 말씀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런 까닭에 반야바라밀다는 하늘ㆍ사람ㆍ아소락 등의 한량없는 종류의 좋고 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함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이가 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대로 생각하고, 널리 유정들에게 말하여 퍼뜨리거나 혹은 다시 베껴 써서 뭇 보배로 장엄하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면, 결정코 다시 지옥(地獄)ㆍ방생(畜生)ㆍ아귀(餓鬼) 등이나 변두리의 비천(卑賤)한 달서(達絮)나 멸려차(蔑戾車)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요, 성문과 독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나아가고 항상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언제나 바른 법을 들어 착한 벗을 여의지 않고 불국토(佛國土)를 장엄 청정하게 하며, 유정들을 성숙(成熟)하게 해주고 한 국토에서 다른 국토에 이르면서 모든 불세존과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할 것입니다.
003_1089_b_01L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과 삼천대천세계의 부처님의 설리라는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또 삼천대천세계의 부처님의 설리라는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의 공덕과 세력이 스며들고 닦음으로써 모든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의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받는 것이오니, 이런 인연으로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부처님의 설리라를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여 결정코 세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모든 부귀(富貴)와 안락(安樂)을 누리며, 마음에 원하는 대로 3승(乘)의 법을 타고 열반에 나아갈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세 가지로 보이고 인도하심[三示導]에 머물러서 모든 유정들을 위하여 바른 법, 이른바 계경[契經 : 散文]과 내지 논의(論議)를 말씀하시고,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널리 남에게 설명하면, 이 두 가지 공덕은 평등하여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세 가지로 보이고 인도하심과 말씀하신 열두 가지로 나눈 가르침[十二分敎]은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003_1089_c_01L세존이시여, 만약 시방 긍가(殑伽)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세 가지로 보이고 인도하심에 머물러서 모든 유정들을 위하여 바른 법, 이른바 계경과 내지 논의를 말씀하시고,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널리 남에게 설명하면, 이 두 가지 공덕은 평등하여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방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세 가지로 보이고 인도하시는 것과 말씀하신 열두 가지로 나눈 가르침은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한량없이 좋고 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시방의 긍가강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반야바라밀다를 베껴 쓰고, 또 한량없이 좋고 묘한 공양 거리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면, 이 두 가지 공덕은 평등하여 차이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은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반야바라밀다를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대로 생각하며, 널리 유정들을 위하여 연설하여 퍼뜨리면, 그는 오는 세상에 지옥ㆍ방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성문과 독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결정코 불퇴전지에 머물러서 온갖 재앙ㆍ질병ㆍ괴로운 일들을 멀리 여의기 때문입니다.
003_1090_a_01L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반야바라밀다를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대로 생각하며, 베껴 쓰고 해설하여 널리 퍼뜨리며, 한량없는 종류의 좋고 묘한 공양 거리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면, 그는 결정코 온갖 두려움을 영원히 끊게 되리니, 마치 빚을 진 사람이 빚쟁이를 두려워하여 국왕에게 가서 가까이 하고 받들어 섬기면, 국왕이 세력에 의하여 두려움을 면하는 것과 같사오니, 세존이시여, 왕을 반야바라밀다에 비유하여 그 빚을 진 사람이 비유한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고 믿어 두려움을 여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왕을 의지하기 때문에, 또 왕이 거두어 주기 때문에 모든 세간 사람들이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하는 것처럼 부처님의 설리라(設利羅)도 그러합니다. 이 반야바라밀다로 말미암아 스며들어 닦기[熏修] 때문에 모든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이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하는 것이오니, 세존이시여, 왕은 반야바라밀다에 비유한 것이고, 부처님의 설리라는 왕에게 의지하는 이에 비유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여래께서 얻으신 일체상지(一切相智)도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성취한 것이니, 그러므로 제가 말씀드리기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부처님의 설리라를 한 몫이라 하고,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베껴 쓰는 것을 또 한 몫이라 한다면, 이 두 몫 중에서 저는 차라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취할 것이옵니다’라고 하였나이다.
003_1090_b_01L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설리라는 견고하기가 금강보다 더하고, 갖춘 갖가지 빛과 32대장부상(大丈夫相)과 80수호를 장엄한 몸과 여래의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4무애해(無礙解)와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와 18불불공법(佛不共法)과 내지 여래의 일체상지는 모두 반야 바라밀다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다의 위신력에 의하여 보시 등 다섯 가지도 바라밀다라는 이름을 얻사오니,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만일 반야바라밀다가 없으면 보시 등은 저 언덕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만약 이 삼천대천세계와 혹은 그 밖의 다른 세계에 있는 왕도(王都)ㆍ성읍(城邑)ㆍ마을에서 어떤 이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고 설명하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면, 이곳의 유정들은 오직 결정된 나쁜 업(業)으로서 반드시 받아야 할 것만을 제외하고는 온갖 인비인들이 괴롭히거나 상해하지 못할 것이요, 이 가운데 유정들은 점차로 3승의 바른 행을 닦고 배워서 그 소원에 따라 나중에는 속히 3승의 열반을 증득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는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큰 이익을 일으키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는 큰 위신력을 갖추어서 있는 곳마다 부처님이 계시면서 모든 불사(佛事)를 하시니, 이른바 온갖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값을 매길 수 없이 귀중한 큰 보배 신주(神珠)가 한량없은 종류의 수승한 묘한 위덕(威德)을 갖추어서 어느 곳이든지 머무는 곳마다 이 신주만 있으면 인비인들의 모든 괴롭힘과 상해가 없으며, 설령 어떤 남자나 혹은 또 어떤 여인이 귀신에게 잡혀서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 만약 이 신주를 가져다 보이면 신주의 위력으로 귀신은 곧 놓고 떠납니다.
003_1090_c_01L모든 이가 열병이나 혹은 풍(風)이나 혹은 담(淡)이나 혹은 열(熱)ㆍ풍ㆍ담이 합하여서 병이 났을 때, 이 신주를 매서 몸에 지니면 이러한 모든 병이 낫지 못함이 없으며, 이 신주가 어두운 곳에 있으면 광명이 되며, 더울 때는 서늘하게 해주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주며, 어느 지방이든지 이 신주만 있으면 시절이 조화로워서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며, 만약 어느 지방이든지 이 신주가 있으면 뱀과 전갈 따위의 독이 감히 멈추게 함이 없습니다. 설사 어떤 남자와 혹은 또 여인이 중독이 되어 심한 고통으로 헤매더라도 만약 이 신주를 가지고서 보이면 신주의 위세(威勢)로 독은 곧 소멸됩니다.
만일 모든 유정의 몸이 문둥병ㆍ악창ㆍ종기ㆍ천연두ㆍ어지럼증ㆍ백태 등의 눈병ㆍ귓병ㆍ콧병ㆍ혀의 병ㆍ인후병ㆍ몸의 병과 모든 팔다리와 뼈마디의 병에 걸려도 이 신주를 지니면, 뭇 병이 모두 낫게 되며, 만일 모든 못ㆍ늪ㆍ샘ㆍ우물 등의 물이 흐리고 더럽거나, 혹은 마르려 하여 이 신주를 물에 던지면 곧 물이 넘쳐흘러 향기롭고 깨끗하고 맑고 청정하여 여덟 가지 공덕을 구족(具足)하며, 만일 푸르고ㆍ누르고ㆍ붉고ㆍ희고ㆍ분홍빛이고ㆍ자줏빛이고ㆍ짙게 푸르고ㆍ초록빛인 여러 가지 비단의 갖가지 빛깔의 옷으로 이 신주를 싸서 물에 던지면 물은 곧 옷 비단의 빛을 따라 각기 같은 빛이 되오니, 이와 같은 값을 매길 수 없이 귀중한 큰 보배 신주의 위덕은 그지없어 찬탄하기를 그칠 수 없으며, 만일 상자에 놓아두면 그 그릇도 그지없는 위덕을 구족하게 되며, 설사 상자를 비우더라도 이전에 신주를 놓아두었기 때문에 그 그릇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애중히 여기나이다.”
그때 경희(慶喜)가 제석천왕에게 물었다. “이와 같은 신주는 하늘에만 있는가, 인간에게도 있는가?”
003_1090_c_15L爾時,慶喜問帝釋言:“如是神珠爲天獨有,人亦有耶?”
제석천왕이 대답하였다. “인간이나 천상에 모두 이 구슬이 있거니와 만일 인간에 있으면 형상이 작고 무거우며, 천상에 있으면 형상이 크고 가볍습니다. 또 인간에 있는 구슬은 모양이 구족하지 못하나, 천상에 있는 것은 그 모양이 두루 원만하고 천상에 있는 신주의 위덕은 수승하여 한량없는 배수(倍數)로 인간에 있는 것을 초월합니다.”
003_1091_a_01L그때 제석천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도 이와 같사오니, 뭇 공덕의 근본이어서 능히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을 멸하며, 있는 곳마다 모든 유정들의 몸과 마음의 고뇌를 모두 다 제멸하며, 인비인(人非人)들이 해치지 못하게 합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값지고 큰 보배 신주는 다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에만 비유한 것이 아니요, 또한 여래의 일체상지에 비유한 것이며, 또한 정려 바라밀다와 내지 보시바라밀에 비유한 것이요, 또한 내공(內空)과 내지 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에 비유한 것이며, 또한 4념주(念住)와 내지 18불불공법에 비유한 것이요, 또한 법성(法性)ㆍ법주(法住)ㆍ법정(法定)ㆍ진여(眞如)ㆍ실제(實際)ㆍ부사의계에 비유한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공덕은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의 큰 위신력(威神力)에 의하여 이끌려 나타나서 공덕이 깊고 넓고 한량없고 그지없으며, 부처님의 설리라도 모든 공덕이 스며들어 닦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신 뒤에는 온갖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의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받나이다.
또,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설리라는 지극히 원만하고 가장 수승하고 청정한 반야바라밀다 내지 보시 바라밀다와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과 4념주와 내지 18불불공법과 일체지(一切智)ㆍ도상지(道相智)ㆍ일체상지(一切相智)와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와 잊음이 없는 법[無忘失法]ㆍ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恒住捨性]과 모든 번뇌와 습기의 상속을 영원히 끊음과 그 밖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불법이 의지하는 그릇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온갖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의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받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설리라는 지극히 원만하고 가장 수승하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청정함이 없으며, 생겨남이 없고 멸함이 없으며, 들어감이 없고 나옴이 없으며, 더함이 없고 덜함이 없으며, 옴이 없고 감이 없으며, 움직임이 없고 멈춤이 없으며, 이것이 없고 저것이 없는 바라밀다가 의지하는 그릇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온갖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소락 등의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받나이다.
또 세존이시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부처님의 설리라는 그만 두고 가령 시방에 각각 긍가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에 가득한 부처님의 설리라를 한 몫이라 하고,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베껴 쓰는 것을 또 한 몫이라 한다면, 이 두 몫 중에서 저는 차라리 이 반야바라밀다를 취할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모든 설리라는 모두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요, 모두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스며들고 닦기 때문이며, 모두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가 의지하는 그릇이기 때문에 온갖 하늘ㆍ용ㆍ약차ㆍ건달박ㆍ아소락ㆍ게로다ㆍ긴날락ㆍ마호락가ㆍ인비인(人非人)들의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을 받나이다.
003_1091_c_01L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설리라(設利羅)를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면 천상이나 인간에서 모든 부귀와 안락을 누리되 다하여 없어짐(窮盡)이 없으리니, 인간에서는 이른바 찰제리(刹帝利)대족이나 바라문(婆羅門)대족이나 장자(長者)대족이나 거사(居士)대족에 태어나고, 천상에서는 이른바 4천왕중천이나 내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수승한 선근(善根)으로 말미암아 마지막 몸에 이르러서는 괴로움의 끝을 다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반야바라밀다를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고 베껴 쓰고 설명하고 이치대로 생각하면, 이 때문에 반야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하게 되고,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다가 원만해진 까닭에 정려 바라밀다와 내지 보시 바라밀다와 4념주와 내지 18불불공법도 원만하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다시 성문의 지위와 독각의 지위를 뛰어넘어 보살의 바른 성품으로 생사(生死)를 여의는 데 들어가서 보살의 수승한 신통을 얻으며, 이 신통을 타고서 모든 불국토에 다니되 한 불국토에서 다른 불국토에 이르면서 모든 불세존을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유정들을 성숙시켜주고, 불국토를 장엄하고 청정하게 하며, 수승한 생각과 서원(誓願)을 일으켜 갖가지 몸을 받나니,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여 혹은 전륜왕(轉輪王)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 밖의 작은 왕이 되기도 하며, 혹은 찰제리(刹帝利)가 되기도 하고, 혹은 바라문이 되기도 하며, 혹은 비사문(毘沙門)이 되기도 하고, 혹은 제석천왕이 되기도 하며, 혹은 범왕(梵王)이 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종류가 되어서 한량없는 유정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합니다.
003_1092_a_01L세존이시여,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제가 모든 부처님의 설리라를 믿고 받들지 않는 것이 아니요, 흔쾌히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지 않는 것은 아니오나,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여 얻는 공덕이 그보다 훨씬 많고 이런 까닭에 저는 차라리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취할 것이옵니다.
또, 세존이시여, 만약 시방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세계의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색신(色身)과 법신(法身)을 항상 뵈옵고자 하면 응당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고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이치대로 생각하고, 베껴 쓰고 설명하여 널리 퍼뜨려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시방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세계의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두 가지 몸을 뵈온 까닭에 차차로 반야바라밀다를 닦아서 속히 원만하게 하며 이때 응당 법성(法性)으로써 부처님을 따라 생각함[佛隨念]을 닦고 익히고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003_1092_b_01L세존이시여, 법성(法性)은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유위(有爲)요, 둘째는 무위(無爲)입니다. 이 가운데서 어떤 것을 유위의 법성이라고 하겠습니까? 이른바 내공(內空)의 지혜와 내지 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의 지혜, 4념주(念住)의 지혜와 내지 8성도지(聖道支)의 지혜, 3해탈문(解脫門)의 지혜, 부처님의 10력(力)의 지혜와 내지 18불불공법(佛不共法)의 지혜, 착하고 착하지 못한 법의 지혜, 유기법과 무기법의 지혜, 무루법과 유루법의 지혜, 유위법과 무위법의 지혜, 세간법과 출세간법의 지혜, 잡염법(雜染法)과 청정법의 지혜인 모든 이와 같은 한량없는 문(門)의 지혜를 모두 다 유위의 법성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서 어떤 것을 무위의 법성이라고 하겠습니까? 이른바 온갖 법의 생겨남이 없고 멸함이 없으며, 머무름이 없고 변함이 없으며, 더러움이 없고 깨끗함이 없으며, 더함이 없고 덜함이 없으며, 모양이 없고 무위인 모든 법의 자성(自性)입니다. 어떤 것이 모든 법의 자성이겠습니까? 이른바 온갖 법의 성품이 없는 자성이니 이런 것들을 무위의 법성이라고 합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제석천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느니라, 그렇느니라. 네 말과 같으니라. 교시가야,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이미 증득하셨고, 장차 증득하실 것이며, 현재 증득하시느니라. 또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성문(聲聞) 제자들이 모두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예류(預流)ㆍ일래(一來)ㆍ불환(不還)ㆍ아라한(阿羅漢)의 과위를 이미 증득했고 장차 증득할 것이며 현재 증득하느니라. 또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독각(獨覺)들도 모두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독각의 깨달음을 이미 증득했고 장차 증득할 것이며 현재 증득하느니라. 왜냐하면 교시가야, 이와 같은 반야 바라밀다의 비밀 창고에는 3승(乘)에 상응하는 법을 널리 말씀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여기에서 하신 말씀은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方便)을 삼기 때문에 성품이 없고 모양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요, 생겨남이 없고 멸함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며, 물듦이 없고 깨끗함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요, 조작이 없고 지음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며, 들어감이 없고 나옴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며, 더함이 없고 덜 함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요, 취함이 없고 버림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이니,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모두가 세속(世俗)에 의한 것이요, 진리[勝義]에 의한 것은 아니니라.
003_1092_c_01L왜냐하면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는 이 언덕이 아니요 저 언덕도 아니며, 육지도 아니고 물 가운데도 아니며,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며, 평등한 것도 아니고 평등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고 출세간도 아니며, 유루도 아니고 무루도 아니며, 유위도 아니고 무위도 아니며, 착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며, 유기(有記)도 아니고, 무기(無記)도 아니며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현재도 아니기 때문이니라. 교시가야,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는 부처님의 법과 함께 하지 않고 보살마하살의 법과 함께 하지 않으며, 독각의 법과 함께 하지 않고 성문의 법과 함께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생의 법을 버리지도 않느니라.”
그때 제석천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는 큰 바라밀다이고, 위없는 바라밀다이며, 견줄 것 없는 것과 같은 바라밀다이오니,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 비록 온갖 유정(有情)들의 마음이 작용하는 경계의 차별을 알지만 나라고 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유정을 얻지 못하며, 내지 안다는 것[智者]과 본다는 것[見者]을 얻지 못하고, 물질[色]과 내지 의식[識]을 얻지 못하며, 눈[眼]과 내지 뜻[意]을 얻지 못하고, 빛과 내지 법을 얻지 못하며, 안식(眼識)과 내지 의식(意識)을 얻지 못하고, 눈의 접촉[眼觸]과 내지 뜻의 접촉을 얻지 못하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受]과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을 얻지 못하고, 보시 바라밀다와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얻지 못하며, 내공과 내지 무성자성공을 얻지 못하고, 4념주와 내지 18불불공법을 얻지 못하며, 보리(菩提)를 얻지 못하고 열반(涅槃)을 얻지 못하며,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법을 얻지 못합니다.
003_1093_a_01L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다는 온갖 법에서 얻을 것이 있는 것을 의지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전혀 자성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요, 또한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며, 얻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요, 얻는 이와 얻을 바와 둘의 의지처는 그 성품과 모양이 모두 공(空)한 것이어서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아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다 함께 행하나니, 이른바 모든 보살마하살은 보시 바라밀다를 수행할 때 보시(布施) 바라밀다를 얻지 못하고 베푸는 이와 받는 이를 얻지 못하며, 정계(淨戒) 바라밀다를 수행할 때 정계 바라밀다를 얻지 못하고 계율을 지키는 이와 계율을 어기는 이를 얻지 못하며,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할 때 반야바라밀다를 얻지 못하고 묘한 지혜를 갖춘 이와 나쁜 지혜를 갖춘 이를 얻지 못하느니라.
또 교시가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로 어른을 삼고 앞잡이를 삼아서, 일체 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속히 원만하게 하나니, 이 보살마하살이 보시를 행할 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로써 어른을 삼고 길잡이를 삼으면, 수행하는 보시 바라밀다가 집착하는 바가 없어 속히 원만하게 해주며,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로써 어른을 삼고 길잡이를 삼으면, 수행하는 반야바라밀다가 집착하는 바가 없어 속히 원만하게 해주느니라.
003_1093_b_01L또, 교시가야, 이 보살마하살이 온갖 법에 대하여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아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기 때문에 집착이 없어지고, 수행하는 것이 속히 원만하게 되나니, 이른바 물질에 대해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고, 내지 일체상지에 대해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느니라. 교시가야, 마치 남섬부주(南贍部洲)에 있는 모든 나무의 가지ㆍ줄기ㆍ꽃ㆍ잎ㆍ열매들이 비록 갖가지 형색이 있어서 같지 않으나 그 그늘은 조금도 차별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앞의 다섯 가지 바라밀다는 비록 제각기 다른 점이 있으나 반야바라밀다가 포섭함에 의하여 일체상지로 회향(廻向)하고,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기 때문에 모든 차별된 모양을 전혀 얻을 수 없느니라.”
그때 제석천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다는 광대(廣大)하고 수승(殊勝)한 공덕을 성취하고, 온갖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며, 원만하고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고, 한량없는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며, 헤아릴 수 없는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고, 그지없는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며, 같은 것 없는 수승한 공덕을 성취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써서 지니고 뭇 보배로 장식하고 한량없는 종류의 가장 좋고 미묘한 공양 거리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이 경에 말씀에 의지하여 이치대로 생각하고,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베껴 써서 남에게 주어 받아 지니게 하여 널리 퍼뜨리면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복취(福聚)가 많겠습니까?”
003_1093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야, 내가 도리어 너에게 묻겠으니 네 마음대로 대답하거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남에게 부처님의 설리라를 빌어서 보배 그릇에 담아 높고 좋은 곳에 두고, 다시 한량없이 좋고 미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남에게 얻은 부처님의 설리라를 남의 겨자씨만큼이라도 나누어주어 그로 하여금 공경히 받들고 법답게 간직하며, 다시 갖가지 좋고 미묘한 꽃타래와 내지 등불로써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게 하면 네 생각엔 어떠하냐?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복취가 뛰어나겠느냐?”
제석천왕이 대답하였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이 두 가지 복취 중에서 후자가 뛰어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유정들을 관찰하시되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설리라를 공양ㆍ공경함으로써 제도를 받을 이에게는 장차 열반에 드실 때에 금강유삼마지(金剛喩三摩地)의 힘으로 금강처럼 단단한 몸을 부수어 겨자씨만 하게 만드시고, 다시 매우 넓고 크게 불쌍히 여기시는 신통력으로 이와 같은 부처님의 설리라를 나타내시어 여래께서 반열반에 드신 뒤에 어떤 이가 겨자씨 만한 한 개의 사리를 얻어서 공양ㆍ공경하면, 거기서 얻는 복취는 그지없고 하늘과 인간 세계에서 많은 부귀와 안락을 누리며, 끝내는 마지막으로 괴로움의 경계를 다하게 하시나이다. 그러므로 남에게 베푸는 이의 복취가 뛰어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제석을 칭찬하시었다. “그렇느니라, 그렇느니라. 네 말과 같으니라. 교시가야, 이 반야바라밀다도 그와 같아서 만약 스스로 받아 지니거나 남에게 베풀어 퍼뜨리면 이 두 가지 복취 중에 후자가 많으니라. 왜냐하면 남에게 베푸는 이는 능히 한량없고 그지없는 유정들이 법의 기쁨[法喜]을 얻게 하기 때문이니라.
교시가야, 이 법사(法師)를 공경하되 응당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부처님과 같은 큰 지혜가 있는 범행(梵行)을 닦는 이를 존중하는 것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교시가야, 반야바라밀다가 곧 모든 부처님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고, 모든 부처님이 곧 반야바라밀다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며, 반야바라밀다가 모든 부처님과 다르지 않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고, 모든 부처님이 반야바라밀다와 다르지 않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부지런히 힘써[精勤] 닦고 배워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시고, 모든 성문ㆍ독각의 종성(種性)으로서 범행을 닦는 이도 역시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성문의 과위(果位)와 독각의 깨달음을 얻었으며, 보살의 종성인 보특가라(補特迦羅)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워서 성문과 독각의 지위를 뛰어넘어 보살의 정성이생(正性離生)에 들어가 점차로 모든 보살행을 닦아 보살의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머물기 때문이니라. 이런 까닭에 교시가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현재 앞에서 모든 불세존을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써서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해야 하느니라. 이런 까닭에 교시가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현재 세상에서 모든 부처님을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를 써서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해야 할 것이니라.
003_1094_b_01L교시가야, 나는 이 이치를 관찰하고 처음 부처를 이루었을 때 생각하기를 ‘나는 누구를 의지하여 머물러야 하나? 누가 나의 공양과 공경을 받을 만한가?’ 하였느니라. 이렇게 생각할 때 모든 하늘ㆍ악마ㆍ범(梵)과 그밖에 다른 세간의 인간과 인비인(人非人)들이 나와 똑같은 것을 전혀 보지 못했거늘 더구나 나보다 나은 이가 있었겠는가? 또,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이 법을 의지하여 이미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였고, 이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고 고요하니, 나는 마땅히 돌아와 이 법을 의지하여 머물고 이른바 반야 바라밀다를 공양ㆍ공경하리라’라고 하였느니라.
교시가야, 내가 이미 성불(成佛)한 뒤에도 아직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공양ㆍ공경하거늘 하물며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면서 이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부지런히 힘써 닦고 배우며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지 않겠느냐? 왜냐하면 교시가야, 매우 심오한 반야바라밀다는 능히 보살마하살들을 내며, 이 보살마하살들을 좇아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나오시며,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의지하여 성문과 독각들이 나오기 때문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