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가 변함이 없고 뛰어넘음이 없다면 물질 내지 의식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004_0168_a_01L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가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4념주 내지 8성도지가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004_0168_b_01L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가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예류과 내지 독각의 깨달음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유기법과 무기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유루법과 무루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세간법과 출세간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으며, 유위법과 무위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물질 내지 의식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며, 이와 같이하여 내지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며,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며, 유기법과 무기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며, 유루법과 무루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며, 세간법과 출세간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며, 유위법과 무위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으니라.”
004_0168_c_01L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물질 등의 법이 참된 법계ㆍ진여ㆍ실제와 다르지 않다면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검은 업[黑業]에 검은 과보[異熟]가 있다 시설하시어 지옥ㆍ축생ㆍ아귀 세계를 받아들인다고 하시며, 흰 업[白業]에 흰 과보가 있다 시설하시어 인간과 하늘 세계를 받아들인다고 하시며, 검고 흰 법[黑白業]에 검고 흰 과보가 있다 시설하시어 한 부분은 축생과 아귀 세계와 한 부분은 인간을 받아들인다고 하시며, 검지 않고 희지 않은 업에 검지 않고 희지 않은 과보가 있다 시설하시어 예류과ㆍ일래과ㆍ불환과ㆍ아라한과와 독각의 깨달음과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받아들인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속에 의하여 이와 같은 인과의 차별을 시설한 것이요, 승의(勝義, 第一義)에 의한 것이 아니니, 승의에는 인과의 차별이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승의인 진리[勝義諦理]는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을 분별할 수 없어서 말할 수 없고 보일 수 없거늘 어찌 인과의 차별이 있겠느냐.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승의제(勝義諦)에는 물질 내지 의식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無際空)인 까닭이며,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이 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이 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004_0169_a_01L지계 내지 식계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인연 내지 증상연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인연에서 생기는 모든 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4념주 내지 8성도지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진여 내지 부사의계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8해탈 내지 10변처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정관지 내지 여래지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004_0169_b_01L극희지 내지 법운지가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5안과 6신통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예류과 내지 독각의 깨달음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유기법과 무기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유루법과 무루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세간의 법과 출세간의 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며, 유위의 법과 무위의 법이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나니 끝내 공이요 무제공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모든 어리석은 범부 이생들은 세속과 승의를 여실히 깨닫지 못하므로 거룩한 도가 없고 거룩한 도를 닦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모든 거룩한 결과의 지위의 차별이 있다고 시설하지 못하느니라. 오직 모든 성현들만이 세속과 승의를 능히 여실히 깨달은 까닭에 거룩한 도가 있고 거룩한 도를 닦음이 있나니, 이 까닭에 거룩한 결과의 차별이 있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거룩한 도를 닦지 않으면 거룩한 결과를 얻습니까?”
004_0169_c_14L具壽善現復白佛言:“不修聖道,得聖果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으니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거룩한 도를 닦아서 거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거룩한 도를 닦지 않고서 거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거룩한 도를 여의어 거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거룩한 도에 머물러서 거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승의제에서 도와 도의 결과는 닦거나 닦지 않음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비록 유정들에게 거룩한 결과의 갖가지 차별을 시설하나 유위의 경계와 혹은 무위의 경계에 거룩한 결과의 지위의 차별을 시설하여 분별하지 않느니라.”
004_0170_a_01L구수 선현이 다시 여쭈었다.
“만일 유위의 경계와 혹은 무위의 경계에 거룩한 결과의 지위의 차별을 시설하여 분별하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세 가지 속박을 끊으면 예류과라 하고, 탐냄과 성냄이 엷어지면 일래과라 하고, 아래의 부분에 순응하는 다섯 가지 속박을 끊어서 영원히 다하면 불환과라 하고, 윗부분에 순응하는 다섯 가지 속박을 끊어서 영원히 다하면 아라한과라 하고, 온갖 쌓임의 법이 모두 사라짐의 법임을 알면 독각의 깨달음이라 하고, 번뇌와 습기의 계속함을 영원히 끊으면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라 하십니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매우 깊은 이치, 이른바 유위의 경계와 혹은 무위의 경계에 거룩한 결과의 지위의 차별을 시설하여 분별하지 않음을 알겠습니까?”
004_0170_b_01L이 보살마하살은 스스로가 모든 법에 집착하는 바가 없고 또 능히 가르쳐 남도 모든 법 가운데 집착하는 바가 없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에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4념주 내지 8성도지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8해탈 내지 10변처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극희지 내지 법운지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5안과 6신통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일체지지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느니라.
004_0170_c_01L이 보살마하살은 집착이 없는 까닭에 온갖 곳에 걸림이 없나니, 마치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변화하신 이가 비록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나 그 결과에 대하여는 받아들이지 않고 머무르지 않으며 오직 유정의 반열반(般涅槃)을 위하기 때문이며, 이와 같이하여 내지 비록 일체지지를 행하나 그 결과에 대하여는 받아들이지 않고 머무르지 않으며 오직 유정의 반열반을 위하기 때문인 것과 같으니라.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한 때 온갖 법에서 착함ㆍ착하지 않음ㆍ유기ㆍ무기ㆍ유루ㆍ무루ㆍ세간ㆍ출세간ㆍ유위ㆍ무위에 모두 집착이 없으며, 또 걸림이 없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모든 법의 여실한 모습을 잘 통달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마치 변화한 이가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얽매임[結]을 행하지 않고, 물질의 쌓임 내지 의식의 쌓임을 행하지 않으며,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을 행하지 않으며,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을 행하지 않으며,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를 행하지 않으며,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를 행하지 않으며,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를 행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을 행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을 행하지 않으며
004_0171_a_01L지계 내지 식계를 행하지 않으며, 인연 내지 증상연을 행하지 않으며, 인연에서 생기는 모든 법을 행하지 않으며,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을 행하지 않으며,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지 않으며,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행하지 않으며,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행하지 않으며,
일체지지를 행하지 않으며, 안의 법과 밖의 법과 안팎의 법을 행하지 않으며, 번뇌와 온갖 얽매임을 행하지 않으며,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지 않으며, 유기법과 무기법을 행하지 않으며, 유루법과 무루법을 행하지 않으며,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행하지 않으며, 유위법과 무위법을 행하지 않으며, 거룩한 도와 거룩한 도의 결과를 행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도 그러하여 온갖 법에서 도무지 행하는 바가 없나니, 이것이 모든 법의 실상을 잘 통달하는 것이니라.”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온갖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모두 변화[化] 같으며, 온갖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이 모두 변화 같으며,
004_0171_c_01L온갖 지계 내지 식계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인연 내지 증상연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인연에서 생기는 모든 법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4념주 내지 8성도지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진여 내지 부사의계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8해탈 내지 10변처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정관지 내지 여래지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극희지 내지 법운지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5안과 6신통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잘생긴 모습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이 모두 변화 같으며,
004_0172_a_01L온갖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가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예류과 내지 독각의 깨달음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두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모두 변화 같으며, 온갖 착한 법ㆍ착하지 않은 법ㆍ유기법ㆍ무기법ㆍ유루법ㆍ무루법ㆍ세간법ㆍ출세간법ㆍ유위법ㆍ무위법이 모두 변화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물질 등의 모든 법은 변화 같지 않음이 없느니라.”
004_0172_a_03L佛告善現:“如是!如是!色等諸法無不如化。”
구수 선현이 다시 여쭈었다. “만일 온갖 법이 모두 변화 같다면 모든 변화한 이는 모두 진실한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없을 것이며 내지 진실한 유위ㆍ무위가 없을 것이며, 이 까닭에 물들음과 청정함도 없을 것이며, 여러 길의 나고 죽음에 헤매임도 없을 것이며, 거기에서 벗어나는 이치도 없을 것인데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모든 유정에게 수승한 장부[勝士]의 작용을 합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할 때 유정이 삼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지 않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온갖 법이 모두 요술과 변화 같아서 도무지 실제로 있지 않음을 통달하여 알고 보기 때문이니라.”
004_0172_b_01L무엇 때문에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수행하며, 무엇 때문에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수행하며, 무엇 때문에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에 머무르며, 무엇 때문에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며, 무엇 때문에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며,
무엇 때문에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수행하며, 무엇 때문에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수행하며, 무엇 때문에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을 수행하며, 무엇 때문에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수행하며, 무엇 때문에 유정을 성숙시켜 주며, 무엇 때문에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유정이 온갖 법에 대하여 모두 요술과 변화 같아서 도무지 실제로 있지 않은 줄 스스로 통달할 수 있다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헤아릴 수 없는 세 겁[三無數劫]을 지내며 모든 유정을 위하여 보살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수행하지 않아야 하리라. 그러나 모든 유정은 온갖 법에 대하여 모두 요술과 변화 같아서 도무지 실제로 있지 않은 줄 통달하지 못한 까닭에 보살들이 헤아릴 수 없는 세 겁을 모든 유정을 위하여 보살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수행하느니라.
004_0172_c_01L또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온갖 법에 대하여 모두 요술과 변화 같아서 도무지 실제로 있지 않은 줄 통달하지 못하면 헤아릴 수 없는 세 겁을 지내며 모든 유정을 위하여 보살의 행을 닦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며 유정을 성숙시켜 주지 않으리라. 그러나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에 대하여 모두 요술과 변화 같아서 도무지 실제로 있지 않은 줄 여실히 통달한 까닭에 헤아릴 수 없는 세 겁을 지내며 모든 유정을 위하여 6바라밀다를 수행하며, 널리 말하여 내지 유정을 성숙시켜 주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며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느니라.”
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온갖 법이 요술 같고 꿈 같고 메아리 같고 형상 같고 그림자 같고 아지랑이 같고 심향성(尋香城) 같고 변화한 일 같다면, 교화할 유정이 어느 곳에 머물러 있기에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구제해서 벗어나게 합니까?”
이는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라 이름하고, 이는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라 이름하고, 이는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라 이름하고, 이는 남자라 이름하고, 이는 여자라 이름하고, 이는 작다고 이름하고, 이는 크다고 이름하고, 이는 지옥이라 이름하고, 이는 축생이라 이름하고, 이는 아귀 세계라 이름하고, 이는 인간이라 이름하고, 이는 하늘이라 이름하고,
004_0173_a_01L이는 착한 법이라 이름하고, 이는 착하지 않은 법이라 이름하며, 이는 유기법이라 이름하고, 이는 무기법이라 이름하며, 이는 유루법이라 이름하고, 이는 무루법이라 이름하며, 이는 세간법이라 이름하고, 이는 출세간법이라 이름하며, 이는 유위법이라 이름하고, 이는 무위법이라 이름하며,
이는 예류과라 이름하고, 이는 일래과라 이름하고, 불환과라 이름하고, 아라한과라 이름하고, 이는 독각의 깨달음이라 이름하고, 이는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이라 이름하고 이는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라 이름하고, 이는 이생(異生)이라 이름하고, 이는 성문이라 이름하고, 이는 독각이라 이름하고, 이는 보살이라 이름하고, 이는 여래라 이름하느니라.
선현아, 이와 같은 온갖 이름은 모든 이치를 표시하기 위하여 오직 임시로 시설한 것이므로 온갖 이름은 모두 실제로 있지 않으며 모든 함이 없는 법도 다만 이름만이 있나니, 이 까닭에 함이 없음도 실제로 있지 않거늘 어리석은 범부 이생들은 그 가운데서 허망하게 집착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비원(悲願)과 훈심(熏心)과 방편선교로써 교화하여 멀리 여의게 하며 말하되 ‘이름은 분별과 망상에서 일어난 것이며, 모두 뭇 인연이 화합하여 임시로 세워진 것이니, 그대들은 그 가운데서 집착하지 말아야 하며 이름은 진실한 일이 없어, 제 성품이 모두 공하거늘 어떤 지혜로운 이가 공한 법에 집착하리오’ 하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며 방편선교로써 모든 유정에게 이름을 물리치는 법을 말하여 주느니라.
선현아, 이것을 이름이라 이르며 모양에는 두 가지가 있어서 어리석은 범부 이생들이 그 가운데 집착하나니,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이른바 물질의 모양[色相]과 물질 없는 모양[無色相]이니라. 무엇이 물질의 모양인가. 이른바 온갖 물질의 과거ㆍ미래ㆍ현재와 안ㆍ밖과 거칠고 고움과 열등하고 훌륭함과 멀고 가까움이며 이와 같은 온갖 것의 제 성품은 모두 공하거늘 어리석은 범부 이생들이 분별하여 집착하여 물질이라 하나니, 이를 물질의 모양이라 하느니라.
004_0173_b_01L물질 없는 모양이란 이른바 모든 물질 없는 법 가운데서 어리석은 범부 이생들이 모양을 취하여 분별하여 모든 번뇌를 내는 것을 물질 없는 모양이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방편선교로써 가르쳐 모든 유정들이 두 모양을 멀리 여의고, 다시 가르쳐 모양 없는 경계에 머무르며, 비록 가르쳐 모양 없는 경계에 머무르나 그들이 두 가지 치우침[二邊], 이른바 ‘이는 모양이다, 이는 모양 없음이다’ 하는 데 떨어지지 않게 하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며 방편선교로써 모든 유정이 모든 모양을 멀리 여의고 모양 없는 경계를 행하게 하나 집착이 없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온갖 법이 다만 이름과 모양만이 있고, 온갖 이름과 모양은 모두 임시로 세운 것이어서 허망한 분별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 가운데 도무지 조금만큼의 진실함도 얻을 수 없다면 어찌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모든 착한 법을 스스로 증진(增進)할 수 있고, 또한 남들이 착한 법을 증진할 수 있게 하며, 스스로의 착한 법이 점점 증진하는 까닭에 능히 모든 지위가 점점 원만해지게 하며, 또 모든 유정들을 능히 편안히 세워 알맞은 바에 따라 3승의 결과에 머무르게 합니까?”
004_0173_c_01L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법 가운데 조금만큼의 실제 일[實事]이 있어서 단지 임시로 세워져 있는 이름과 모양이 아니라면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착한 법을 스스로 증진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남들이 착한 법을 증진하게 않으리라. 모든 법 가운데는 조금만큼의 실제 일이 없어서 다만 임시로 세운 모든 이름과 모든 모양만 있나니,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모든 착한 법을 스스로 증진할 수 있고 또한 남들이 착한 법을 증진할 수 있게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반야바라밀다 내지 보시바라밀다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진여 내지 부사의계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8해탈 내지 10변처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극희지 내지 법운지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5안과 6신통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을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원만케 하며,
004_0174_a_01L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일체지지를 원만케 하며,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유정들을 성숙시켜 주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느니라.
004_0173_c_23L能以無相而爲方便,圓滿一切智智;能以無相而爲方便,成熟有情、嚴淨佛土。
이와 같아서 선현아, 온갖 법이 조금만큼의 실제 일이 없고 다만 임시로 세운 모든 이름과 모든 모양만 있어서 모든 보살마하살은 그 가운데서 뒤바뀐 집착을 일으키지 않고 능히 모양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모든 착한 법을 스스로 증진하고는 또한 남들이 착한 법을 증진할 수 있게 하느니라.
또 선현아, 만일 모든 법 가운데 털끝만큼이라도 진실한 법의 모양이 있다면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온갖 법에서 모양 없고 생각 없고 뜻 지음도 없는 무루의 모양을 깨달아 알고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여 유정을 무루의 법에 편안히 두지 못할 것이니, 모든 무루의 법은 모두 모양 없고 생각 없고 뜻 지음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방편선교로써 유정을 무루의 법에 편안히 두나니 이에 진실로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 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온갖 법의 참된 무루의 성품이 모양 없고 생각 없고 뜻 지음이 없는 것이라면 무슨 까닭으로 세존께서는 모든 경전 가운데서 자주 말씀하시되 ‘이는 유루법이요, 이는 무루법이요, 이는 세간법이요, 이는 출세간법이요, 이는 유위법이요, 이는 무위법이요, 이는 다툼 있는 법이요, 이는 다툼 없는 법이요, 이는 헤매는 법이요, 이는 열반에 돌아가는 법이요, 이는 성문의 법이요, 이는 독각의 법이요, 이는 보살의 법이요, 이는 부처의 법이다’ 하십니까?”
004_0174_b_01L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유루 등의 법과 모양 없음 등의 무루의 법성이 다름이 있겠느냐?”
004_0174_a_23L佛告善現:“於意云何?有漏等法與無相等無漏法性爲有異不?”
선현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善現對曰:“不也!世尊!”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성문 등의 법이 모양 없음 등의 무루의 법성과 다름이 있겠느냐?”
004_0174_b_02L佛告善現:“於意云何?聲聞等法與無相等無漏法性爲有異不?”
선현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004_0174_b_04L善現對曰:“不也!世尊!”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유루 등의 법이 어찌 바로 모양과 생각 등이 없는 무루의 법성이 아니겠느냐?”
004_0174_b_05L佛告善現:“有漏等法豈不卽是無相、念等無漏法性?”
선현이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004_0174_b_06L善現對曰:“如是!世尊!”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예류과 내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어찌 모양과 생각 등이 없는 무루의 법성이 아니겠느냐?”
004_0174_b_07L佛告善現:“諸預流果乃至無上正等菩提豈不卽是無相、念等無漏法性?”
선현이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善現對曰:“如是!世尊!”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온갖 법은 모두 모양 없음 등이어서 둘이 없고 차별이 없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004_0174_b_09L佛告善現:“由此因緣,當知一切法皆是無相等無二無別。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온갖 법의 모양 없고 생각 없고 뜻 지음이 없음을 배울 때면 항상 행하는 착한 법을 능히 자라게 하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와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과 4념주 내지 8성도지와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과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과 진여 내지 부사의계와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와 8해탈 내지 10변처와 극희지 내지 법운지와 온갖 다라니문ㆍ삼마지문과 5안ㆍ6신통과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과 잊음이 없는 법ㆍ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과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와 유정을 성숙시켜 주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함이니라.
004_0174_c_01L모든 이와 같은 온갖 불법은 모두 모양 없고 생각 없고 뜻 지음 없음을 배우는 까닭에 자라나니, 모든 보살마하살은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제하고는 다시 다른 것을 배워야 할 법이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선현아, 3해탈문이 온갖 묘하고 착한 법을 모두 포섭하기 때문이니라.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공해탈문으로는 온갖 법의 제 모양이 모두 공함을 관찰하고, 무상해탈문으로는 온갖 법이 뭇 모양을 멀리 여읨을 관찰하고, 무원해탈문으로는 온갖 법이 원하는 바를 멀리 여읨을 관찰하기 때문이니,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3해탈문에 의지하여 능히 온갖 수승하고 착한 법을 포섭하며, 이 3해탈문을 여의고는 마땅히 닦고 배워야 할 수승하고 착한 법이 자라지 못하느니라.
또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3해탈문을 배울 수 있다면 곧 물질의 쌓임 내지 의식의 쌓임을 배울 수 있으며,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도 배울 수 있으며,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도 배울 수 있으며,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도 배울 수 있으며,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도 배울 수 있으며,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도 배울 수 있으며,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도 배울 수 있으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도 배울 수 있으며, 지계 내지 식계도 배울 수 있으며, 인연 내지 증상연도 배울 수 있으며, 인연에서 생기는 모든 법도 배울 수 있으며,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도 배울 수 있으며,
004_0175_a_01L내공 내지 무성자성공도 배울 수 있으며, 진여 내지 부사의계도 배울 수 있으며,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도 배울 수 있으며,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도 배울 수 있으며,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도 배울 수 있으며, 4념주 내지 8성도지도 배울 수 있으며, 8해탈 내지 10변처도 배울 수 있으며, 극희지 내지 법운지도 배울 수 있으며,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도 배울 수 있으며, 5안과 6신통도 배울 수 있으며,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도 배울 수 있으며,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도 배울 수 있으며,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도 배울 수 있으며, 유정을 성숙시켜 주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는 것도 배울 수 있으며, 그 밖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불법도 배울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 내지 의식의 모양과 남과 멸함과 진여를 여실히 알 수 있다면 이것이 물질 내지 의식을 배울 수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모양을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은 끝내 구멍이 있고 끝내 틈이 있어서 비유하여 쌓인 거품의 성질이 견고하지 않은 것 같음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모양을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004_0175_b_01L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나고 멸함을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이 날 때도 오는 곳이 없고 멸할 때도 가는 곳이 없으며, 비록 오는 곳이 없고 가는 곳이 없으나 나고 멸함이 상응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나고 멸함을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진여를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진여는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옴이 없고 감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고 더함이 없고 덜함이 없어서 항상 그 성품과 같이 허망치 않고 변하지 않는 까닭에 진여라 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의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물질의 진여를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의 모양을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은 끝내 종기와 같고 끝내 화살과 같아서 속히 일어나고 속히 멸하여 마치 뜬 거품과 같이 허망하고 거짓되어 머무르지 않으며 세 가지가 화합하여 일어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느낌의 모양을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의 나고 멸함을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이 날 때도 오는 곳이 없고 멸할 때도 가는 곳이 없으며, 비록 오는 곳이 없고 가는 곳이 없으나 나고 멸함이 상응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의 나고 멸함을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004_0175_c_01L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의 진여를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의 진여는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옴이 없고 감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고 더함이 없고 덜함이 없어서 항상 그 성품과 같이 허망치 않고 변하지 않는 까닭에 진여라 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느낌의 진여를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모양을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은 마치 아지랑이의 물을 얻을 수 없는 것 같고 갈애(渴愛)하는 인연으로 이러한 생각을 허망하게 일으켜 거짓된 말을 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모양을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나고 멸함을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이 날 때도 오는 곳이 없고 멸할 때도 가는 곳이 없으며, 비록 오는 곳이 없고 가는 곳이 없으나 나고 멸함이 상응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나고 멸함을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004_0176_a_01L선현아,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진여를 여실히 아는 것이겠느냐.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진여는 남이 없고 멸함이 없고 옴이 없고 감이 없고 물들음이 없고 청정함이 없고 더함이 없고 덜함이 없어서 항상 그 성품과 같이 허망치 않고 변하지 않는 까닭에 진여라 하는 줄 여실히 아나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생각의 진여를 여실히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