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_0218_b_01L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킴부터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와 그 밖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불법을 수행하여 모든 나쁜 법을 끊나니, 이 인연으로 온갖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는 그럴 이치가 없고, 장수천에 태어난다는 그럴 이치도 없으니, 이른바 그곳에서는 모든 수승하고 착한 법을 나타내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변두리에 태어나거나 달서(達絮)와 멸려차(蔑戾車) 중에 태어난다는 그럴 이치가 없으니, 이른바 그곳에서는 수승하고 착한 법을 수행할 수 없으며, 나쁜 소견을 많이 일으켜 인과를 믿지 않으며, 항상 온갖 더럽고 나쁜 업을 즐겨 익히고 행하며, 불ㆍ법ㆍ승의 이름을 들을 수 없고 네 가지 무리, 이른바 필추(苾芻)ㆍ필추니(苾芻尼)ㆍ오파색가(鄔波索迦)ㆍ오파사가(鄔波斯迦)들도 없기 때문이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삿된 소견의 집에 태어나는 그럴 이치가 없으니, 이른바 그런 집에 태어나서 갖가지 모든 나쁜 소견에 집착되어 묘한 행과 나쁜 행과 그 결과가 없다고 여기며, 모든 선(善)을 닦지 않고 모든 악(惡)을 짓기를 좋아하는 까닭에 모든 보살은 그런 집에 나지 않느니라.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처음으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켜서 수승한 의요(意樂)로써 열 가지 불선업도(不善業道)를 받아 행한다는 그럴 이치는 없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킴부터 이와 같은 공덕과 선근을 성취하여 나쁜 곳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무슨 까닭에 여래께서는 늘 대중에게 전생 일을 여러 백천 가지로 말씀하시는 그중에서 여러 나쁜 곳에 태어남도 있다고 하시며, 그때 선근은 어디에 있습니까?”
또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모든 독각과 혹은 아라한이 있어 모든 보살들과 같이 방편선교로써 수승한 방편선교를 성취하여 흰 코끼리 등의 축생의 몸을 받아서 원수나 도적이 와서 해치려는 것을 보고 곧 위없는 안인과 자비를 일으키고, 그들이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고자 스스로 몸과 목숨을 버리더라도 그들을 해치지 않겠느냐?”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선근에 머물러서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축생의 몸을 받습니까?”
004_0218_c_11L具壽善現復白佛言:“諸菩薩摩訶薩住何善根,爲欲饒益諸有情故受傍生身?”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어떤 선근을 원만케 하지 않음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온갖 선근을 모두 원만케 하여야 하느니라. 이른바 모든 보살은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킴부터 묘한 깨달음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원만케 하지 않은 선근 없이 반드시 온갖 착한 법을 원만하게 갖추어야 바야흐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느니라.
004_0219_a_01L만일 하나의 착한 법이라도 원만케 하지 못하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럴 이치가 없나니,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킴부터 묘한 깨달음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 중간에 항상 온갖 착한 법을 원만케 하기를 배우며, 배운 뒤에는 일체상지를 얻고 온갖 습기의 계속함을 영원히 끊어야 비로소 일체지지를 증득할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는 온갖 맑은 법과 참되고 거룩한 지혜를 성취하였느냐?”
004_0219_a_04L佛告善現:“於意云何?如來成就一切白法眞聖智不?”
선현이 대답하였다. “여래는 온갖 맑은 법과 참되고 거룩한 지혜를 성취하셨습니다.”
004_0219_a_05L善現對曰:“如來成就一切白法及眞聖智。”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가 변화로써 축생의 몸이 되어 유정을 이롭게 하는 부처의 일을 하느냐?”
004_0219_a_06L佛告善現:“於意云何?如來化作傍生趣身,饒益有情作佛事不?”
선현이 대답하였다. “여래께서는 변화로 축생의 몸이 되어 유정을 이롭게 하는 부처의 일을 하십니다.”
004_0219_a_08L善現對曰:“如來化作傍生趣身,饒益有情作諸佛事。”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 뜻에 어떠하냐? 여래가 변화로 축생의 몸이 될 때 실제로 축생이어서 그 고통을 받겠느냐?”
004_0219_a_10L佛告善現:“於意云何?如來化作傍生身時,是實傍生受彼苦不?”
선현이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변화로 축생의 몸이 될 때 실제로 축생이 아니어서 그 고통을 받지 않습니다.”
004_0219_a_11L善現對曰:“如來化作傍生身時,非實傍生不受彼苦。”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비록 맑은 법과 참되고 거룩한 지혜를 이루었으나 모든 유정들을 성숙시켜 주기 위한 까닭에 방편선교로써 축생의 몸을 받아 알맞게 모든 유정들을 성숙시켜 주느니라. 또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어떤 아라한이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능히 변화로 몸을 나타내어 온갖 사업(事業)을 일으켜서, 그 사업에 의하여 다른 사람에게 매우 기뻐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할 수 있겠느냐?”
004_0219_b_01L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비록 맑은 법과 참되고 거룩한 지혜를 성취하나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방편선교로써 나쁜 세계의 몸을 받아 알맞게 모든 유정들을 성숙시켜 주며, 비록 그 몸을 받으나 그와 함께 모든 괴로움을 받지 않으며, 또 그 세계의 허물에 물들지도 않느니라. 또 선현아, 네 뜻에 어떠하냐? 공교한 요술쟁이나 그의 제자가 있어 요술로써 갖가지 코끼리와 말과 같은 일을 나타내어 여러 사람이 보고 기뻐 뛰게 하면 거기에 실제로 코끼리와 말과 같은 것이 있겠느냐?”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광대한 방편선교로 비록 맑은 법과 참되고 거룩한 지혜를 성취하나 유정들을 위하여 갖가지 몸을 받아 그에 알맞은 바에 따라 이로움을 지어 나타내는데,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법에 머물러서 능히 이와 같은 방편선교를 일으켜서 비록 여러 세계의 갖가지 몸과 형상을 받으나 그 허물에 물들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머물러서 능히 이와 같은 방편선교를 일으켜서 이 방편선교의 힘에 의하여 비록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갖가지 몸을 나타내어 그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나 그 가운데에 물들어 집착을 일으키지 않으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이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에 도무지 얻는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물드는 이와 물드는 바와 물드는 인연을 도무지 얻을 수 없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온갖 법의 제 성품이 공하기 때문이니라.
004_0219_c_01L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공이 공에 물들어 집착할 수 없고 공도 다른 법에 물들어 집착할 수 없으며, 또 다른 법도 공에 물들어 집착할 수 없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공 가운데서는 공한 성품을 오히려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다른 법이 있어 얻을 수 있겠느냐. 이러한 것을 얻을 수 없는 공이라 하나니,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가운데 머물러서 능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여 모든 유정에게 항상 이로움을 짓느니라.”
004_0220_a_01L그때 구수 선현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모든 법의 제 성품 공에 머물러 신통바라밀다를 일으키고 신통바라밀다에 머물러서 능히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모든 불세존께 공양하고 공경하며, 모든 부처님께 바른 법을 듣고 받아서 한량없이 수승한 선근을 심어 자라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와 모든 부처님들과 함께 말씀하신 법의 제 성품이 모두 공하며, 오직 세속의 가설인 이름[名字]이 있어 세계와 부처님들과 법이라 말하거니와 이와 같은 세속의 가설인 이름도 제 성품이 공함을 두루 관찰하느니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시방세계와 모든 부처님들과 함께 말씀하신 법과 가설의 이름의 제 성품이 공하지 않다면 곧 말한 공이 한 부분을 이루어야 하겠으나 말한 공이 한 부분을 이루는 것이 아닌 까닭에 온갖 법의 제 성품이 모두 공하며, 그 이치는 두루 원만하여 둘이 없고 차별이 없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공을 두루 관찰하는 방편선교에 의하여 신통바라밀다를 일으키고, 신통바라밀다에 머물러서 곧 하늘 눈과 하늘 귀와 뜻대로 다님과 남의 속 앎과 전생 일의 기억과 번뇌가 다함을 앎의 미묘한 신통의 지혜를 일으킬 수 있느니라.
004_0220_b_01L모든 보살마하살은 모두 이 도에 의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여 나아가나니, 구하여 나아갈 때 능히 스스로 온갖 착한 법을 원만케 하고 남도 가르쳐 모든 착한 법을 닦게 하며, 비록 이와 같은 일을 하나 착한 법에 대하여 도무지 집착이 없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이 보살마하살은 모든 착한 법이 모두 제 성품이 공하고 제 성품이 공한 가운데는 집착할 것이 있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집착이 있으면 곧 사랑하는 맛이 있으나 집착이 없으므로 사랑하는 맛도 없나니, 제 성품이 공한 가운데는 사랑하는 맛이 없으므로 맛 들이는 이와 맛 들이는 바와 맛 들이는 인연은 공한 법 가운데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신통바라밀다에 머물러서 인간을 초월한 청정한 하늘 눈을 일으키고, 그 하늘 눈으로써 온갖 법의 제 성품이 모두가 공함을 관찰하며, 온갖 법의 제 성품이 공함을 보는 까닭에 법의 모양에 의하여 모든 업을 짓지 않나니, 비록 유정들을 위하여 이러한 법을 말하여 주나 모든 유정의 모양과 그 시설도 얻을 수 없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얻는 바 없음으로써 방편을 삼아 보살의 수승한 신통을 일으키며, 이 신통으로써 하여야 할 온갖 사업을 하느니라.
004_0220_c_01L이 보살마하살은 지극히 청정하여서 인간을 초월하는 하늘 눈으로써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관찰하고, 본 뒤에는 뜻대로 다니는 지혜의 신통을 일으켜 그곳에 가서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하되 혹은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로써 이롭게 하고, 혹은 4념주 내지 8성도지로써 이롭게 하고, 혹은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으로써 이롭게 하고, 혹은 8해탈 내지 10변처로써 이롭게 하고, 혹은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으로써 이롭게 하고, 혹은 모든 그 밖의 수승하게 착한 법으로써 이롭게 하고, 혹은 성문ㆍ독각ㆍ보살과 모든 부처님의 법으로써 이롭게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시방세계에서 만일 유정들이 간탐(慳貪)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 유정들은 마땅히 보시하여야 한다. 모든 간탐하는 이는 빈궁한 고통을 받을 것이니, 빈궁한 까닭에 위덕이 없어서 자기를 이롭게 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남을 이롭게 할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보시하여서 스스로 안락해지고 남도 안락하게 하라. 빈궁하다고 다시 서로를 씹어먹지[食噉] 말라, 다 함께 모든 나쁜 세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하느니라.
만일 유정들이 정계를 헐뜯고 범하는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 유정들은 마땅히 정계를 지켜야 한다. 모든 파계(破戒)하는 이들은 나쁜 세계의 괴로움을 받으리라. 파계하는 사람은 위덕이 없어서 자기를 이롭게 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남을 이롭게 할 수 있겠는가. 계율을 깨뜨리는 인연으로 세 가지 나쁜 세계[三惡趣]에 떨어져 받는 괴로운 이숙의 고초[楚毒]는 참기가 어려워서 자신을 구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남을 구할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정계를 지켜야 하며, 찰나 동안도 파계할 마음을 용납하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오래도록 이겠느냐, 스스로 마음을 놓았다 나중에 근심하거나 후회하지 말라’ 하느니라.
004_0221_a_01L만일 유정들이 다시 서로 성내어 되풀이하여 원한이 맺혀 서로서로 해치거나 괴롭히는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 유정들은 마땅히 안인을 닦아야 하며 서로 성내어 원한이 맺혀 서로 해치지 말라. 모든 성내는 마음은 착한 법을 따르지 않고 나쁜 법을 자라게 하여 쇠퇴와 손해를 불러내나니, 너희들은 이 성내고 원한이 맺힌 마음[忿恨心]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나쁜 세계에 떨어져서 모든 지극한 고통을 받으며 벗어날 기약이 있기 어려우리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찰나 동안도 성내고 원한이 맺힌 마음을 용납하지 말아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것을 오래도록 계속하겠느냐. 너희들은 지금부터 되풀이하여 서로의 인연으로 마땅히 인자한 마음을 일으켜서 이로운 일을 하라’ 하느니라.
만일 유정들이 게으른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 유정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야 하며 착한 법에 대하여 게을리하지 말라. 모든 게으른 이는 모든 착한 법과 모든 수승한 일을 모두 이루지 못하나니, 너희들은 이 까닭에 모든 나쁜 세계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리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찰나 동안도 게으른 마음을 용납하지 말아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것을 오래도록 계속하겠느냐’ 하느니라.
만일 유정들이 바른 생각을 잊고 산란하여 마음이 고요하지 못한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 유정들은 마땅히 정려를 닦아야 하며 바른 생각을 잊어버려 산란한 마음을 내지 말라. 이와 같은 마음은 착한 법을 따르지 않고 나쁜 법을 자라게 하여 쇠퇴와 손해를 불러내나니, 너희들은 이 까닭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나쁜 세계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리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찰나 동안도 바른 생각을 잊어 산란과 상응하는 마음을 용납하지 말아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것을 오래도록 계속하겠느냐’ 하느니라.
만일 유정들이 어리석고 나쁜 지혜를 가진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 유정들은 마땅히 수승한 지혜를 닦아야 하며 나쁜 지혜를 일으키지 말라. 나쁜 지혜를 일으키는 이는 모든 좋은 세계[善趣]에 오히려 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해탈을 얻겠느냐. 너희들은 이 나쁜 지혜의 인연으로 모든 나쁜 세계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리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찰나 동안도 어리석고 나쁜 지혜와 상응하는 마음을 용납하지 말아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것을 오래도록 계속하겠느냐’ 하느니라.
004_0221_b_01L만일 유정이 탐욕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방편으로써 그들이 부정관(不淨觀)을 닦게 하며, 만일 유정이 성냄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방편으로써 그들이 자비관(慈悲觀)을 닦게 하며, 만일 유정이 어리석음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방편으로써 그들이 연기관(緣起觀)을 닦게 하며,
만일 유정이 교만함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방편으로써 그들이 경계를 분별하여 관함[界分別觀]을 닦게 하며, 만일 유정이 거친 생각과 세밀한 생각[尋伺]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방편으로써 호흡을 지니는 생각[持息念]을 닦게 하며, 만일 유정이 바른 도를 잃은 것을 보면 깊이 불쌍히 여기어 방편으로써 교화하고 인도하여 바른 도, 이른바 성문의 도와 독각의 도와 보살의 도와 여래의 도에 들게 하고, 방편으로써 그들에게 이러한 법을 말하되 ‘너희들이 집착하는 것은 모두 제 성품이 공하고, 공한 법 가운데는 집착할 것이 있지 않으니, 집착하는 바 없음으로써 공의 모양을 삼기 때문이니라’ 하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반드시 신통바라밀다에 머물러야 비로소 능히 자유로이 바른 법을 베풀어 설하여 모든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느니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신통바라밀다를 멀리 여의면 바른 법을 자유로이 베풀어 설하여 모든 유정에게 이로운 일을 하지 못하느니라.
004_0221_c_01L그러므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마땅히 신통바라밀다를 일으켜야 하나니, 신통바라밀다를 일으키면 곧 자유로이 바른 법을 베풀어 설하여 마음대로 모든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할 수 있으리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지극히 청정함이 인간을 초월하는 하늘 눈으로써 두루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부처님 세계와 거기에 태어난 유정들을 관찰하고, 본 뒤에는 뜻대로 다니는 지혜의 신통[神境智通]을 일으켜 잠깐 사이에 그 세계에 가서 남의 속 아는 지혜[他心智]로써 모든 유정의 심(心)ㆍ심소법(心所法)을 여실히 깨달아 알아서 그에 알맞은 바에 따라 법요를 설하여 주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고, 혹은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설하고, 혹은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설하고, 혹은 8해탈 내지 10변처를 설하고, 혹은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설하고, 혹은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설하고, 혹은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을 설하고, 혹은 진여 내지 부사의계를 설하고, 혹은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설하고, 혹은 인연 내지 증상연을 설하고, 혹은 인연에서 생기는 모든 법을 설하고, 혹은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을 설하고, 혹은 갖가지로 쌓임, 곳, 경계 등의 법문을 설하고, 혹은 성문도를 설하고, 혹은 독각도를 설하고, 혹은 보살의 도를 설하고, 혹은 깨달음을 설하고, 혹은 열반을 설하여 그 유정들이 이 법을 듣고는 모두 수승한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004_0222_a_01L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지극히 청정함이 인간을 초월하는 하늘 귀로써 온갖 인간이나 인간이 아닌 이들의 소리를 능히 듣나니, 이 하늘 귀에 의하여 두루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서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말씀하시는 바른 법을 듣고, 듣고는 받아 지니어 이치를 생각하여 들은 법에 따라 능히 유정들에게 여실히 베풀어 설하여 주나니, 혹은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고 널리 말하여 내지 혹은 깨달음을 설하고, 혹은 열반을 설하여 그 유정들이 이 법을 듣고는 모두 수승한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지극히 청정한 남의 속 아는 지혜의 신통으로써 모든 유정의 심ㆍ심소법을 여실히 깨달아 알아서 그에 알맞은 바에 따라 법요를 설하여 주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고 널리 말하여 내지 혹은 깨달음을 설하고, 혹은 열반을 설하여 그 유정들이 이 법을 듣고는 모두 수승한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청정한 전생 일 아는 지혜의 신통으로써 능히 자기와 남의 모든 전생 일을 기억하나니, 이 전생 일 아는 지혜의 신통에 의하여 과거의 부처님들과 그 제자들의 이름 등의 차별을 여실히 기억하여 아느니라. 만일 모든 유정들이 과거의 모든 전생 일을 즐겨 듣고 이익을 얻을 이라면 곧 그들에게 모든 전생 일을 베풀어 설하고 이러한 방편에 의하여 바른 법을 베풀어 설하여 주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고 널리 말하여 내지 혹은 깨달음을 설하고, 혹은 열반을 설하여 그 유정들이 이 법을 듣고는 모두 수승한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004_0222_b_01L이 보살마하살은 지극히 신속한 뜻대로 다니는 지혜의 신통으로써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모든 불세존께 친근하고 공양하며, 모든 불국토에서 모든 선근을 심고는 본 국토에 돌아와서 유정들에게 모든 불국토의 일을 설하고 이러한 방편에 의하여 바른 법을 설하여 주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고 널리 말하여 내지 혹은 깨달음을 설하고, 혹은 열반을 설하여 그 유정들이 이 법을 듣고는 모두 수승한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으로써 모든 유정이 번뇌가 다하거나 다하지 못함을 여실히 깨달아 알고 번뇌를 다하는 방편도 여실히 알아서 다하지 못한 이에게 법요를 베풀어 설하여 주나니, 이른바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설하고 널리 말하여 내지 혹은 깨달음을 설하고, 혹은 열반을 설하여 그 유정들이 이 법을 듣고는 모두 수승한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마땅히 신통바라밀다를 일으켜야 하나니, 이 보살마하살이 신통바라밀다를 닦고 익혀 원만하게 하는 까닭에 마음으로 좋아하는 바대로 갖가지 몸을 받으며 괴로움과 즐거움의 허물에 물들지 않나니, 마치 부처님께서 몸을 변화하시어 갖가지 사업을 행하시더라도 그 괴로움과 즐거움의 허물에 물들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마땅히 신통바라밀다에 유희하여야 하나니, 만일 신통바라밀다에 유희하면 곧 능히 유정들을 성숙시켜 주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여 빨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느니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유정을 성숙시키고 불국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지 않으면 끝내 구하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모든 보살마하살이 깨달음의 양식[資糧]을 원만케 하지 못하면 구하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반드시 증득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킴부터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며 그 중간에 도무지 분별과 집착이 없나니, 이른바 생각하되 ‘이것이 보시 내지 반야며, 이러한 이유로 이것을 위하여 보시 내지 반야를 닦는다’ 하는 이 세 가지 분별과 집착이 도무지 없나니, 온갖 법의 제 성품이 공한 것을 알기 때문이니라.
이로 말미암아 닦는 보시 등의 6바라밀다는 능히 자기를 이롭게 하고 능히 온갖 유정도 이롭게 하여 나고 죽음을 벗어나서 열반을 증득하게 하는 까닭에 착한 법이라 말하며, 보살의 깨달음의 양식이라고도 하며, 보살마하살의 도라고도 하나니,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보살마하살들이 이 도를 행하는 까닭에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이미 얻었거나 장차 얻거나 지금 얻으며, 유정들이 나고 죽음의 큰 바다를 이미 건넜거나 장차 건너거나 지금 건너서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느니라.
004_0223_a_01L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처음으로 마음을 일으킴부터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수행하고,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에 머무르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고,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고,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수행하고, 8해탈 내지 10변처를 수행하고,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수행하고, 보살마하살의 지위를 수행하고,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수행하고,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을 수행하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수행하고,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수행하며 그 중간에 도무지 분별과 집착이 없나니,
이른바 생각하되 ‘이것이 4념주 내지 일체상지며, 이러한 이유로 이것을 위하여 4념주 내지 일체상지를 닦는다’ 하는 세 가지 분별과 집착이 도무지 없나니, 온갖 법의 제 성품이 공한 것을 알기 때문이니라. 이로 말미암아 닦는 4념주 내지 일체상지는 능히 자기를 이롭게 하고 능히 온갖 유정도 이롭게 하여 나고 죽음을 벗어나서 열반을 증득하게 하는 까닭에 착한 법이라 말하며, 보살의 깨달음을 양식이라고도 하며, 보살마하살의 도라고도 하나니,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보살마하살들이 이 도를 행하는 까닭에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이미 얻었거나 장차 얻거나 지금 얻으며, 유정들이 나고 죽음의 큰 바다를 이미 건넜거나 장차 건너거나 지금 건너서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느니라.
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또 있는 한량없는 보살들이 닦는 공덕을 모두 착한 법이라 하며, 보살의 깨달음의 양식이라고도 하며, 보살마하살의 도라고도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모든 수승하고 착한 법을 닦아서 지극히 원만케 하여야 바야흐로 일체지지를 증득할 수 있으며, 일체지지를 증득하여야 비로소 능히 뒤바뀜이 없는 바른 법륜을 굴리어 모든 유정들을 끝내 안락하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곧 보살의 법도 부처의 법이니라. 이른바 모든 보살은 온갖 법에서 온갖 모양을 깨닫나니, 이 까닭에 일체상지를 얻어 온갖 습기의 계속함을 영원히 끊으며, 만일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온갖 법에서 한 찰나에 상응하는 묘한 지혜로써 평등한 깨달음[等覺]을 나타내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면, 선현아, 이를 보살과 부처 두 법의 차별이라 하나니, 두 성인은 비록 함께 성인이나 행과 향함과 머무름과 결과에는 차별이 있어 성취하는 법에 차이가 없지는 않은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만일 끊임없는 도[無間道]에서 온갖 법을 행하여 어두운 장애를 여의지 못하고 저 언덕에 이르지 못하고 자유로움을 얻지 못하고 결과를 얻지 못한 때면 보살이라 하며, 만일 해탈도(解脫道)에서 온갖 법을 행하여 어두운 장애를 여의고 저 언덕에 이르고 자유로움을 얻고 결과를 얻은 때면 부처라 하나니, 이것이 보살과 부처가 차이가 있는 것이니라. 지위에 차이가 있는 까닭에 법에 차별이 없는 것이 아니나 법성에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느니라.”
004_0223_c_01L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온갖 법의 제 모양이 모두 공하다면 제 모양이 공한 가운데 어떻게 갖가지 차별, 이른바 이는 지옥이요, 이는 축생이요, 이는 아귀 세계요, 이는 인간이요, 이는 하늘이요, 이는 종자 성품의 지위요, 이는 여덟째 지위요, 이는 예류요, 이는 일래요, 이는 불환이요, 이는 아라한이요, 이는 독각이요, 이는 보살이요, 이는 여래라 함이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이와 같아서 말하는 보특가라는 이미 얻을 수 없고 그들이 짓는 업도 얻을 수 없으며, 짓는 업을 이미 얻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이숙인 결과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네 말과 같이 온갖 법은 제 모양이 공하니, 제 모양이 공한 가운데는 보특가라가 있지 않으므로 업과 결과의 이숙도 있지 않나니, 있지 않은 가운데는 차별의 모양도 없느니라. 그러나 모든 유정들은 온갖 법의 제 모양이 공한 이치를 여실히 알지 못하여 모든 업을 착하거나 나쁘게 짓나니, 착한 업을 짓고 자라게 한 까닭에 인간과 하늘에 나고, 나쁜 업을 짓고 자라게 한 까닭에 세 가지 나쁜 세계[三惡趣]에 떨어지며, 착한 업에서는 결정된 업을 짓고 자라게 한 까닭에 색계나 무색계에 나느니라.
이 까닭에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고,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에 머무르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고,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고, 4념주 내지 8성도지에 머무르고,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수행하고, 8해탈 내지 10변처를 수행하고,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수행하고, 극희지 내지 법운지를 수행하고,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수행하고, 5안과 6신통을 수행하고,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을 수행하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수행하고,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수행하느니라.
004_0224_a_01L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깨달음의 부분인 법을 끊임없고 결함 없이 닦아서 원만케 하고, 원만케 한 뒤에는 곧 능히 깨달음을 가까이서 돕는 금강 같은 선정을 일으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여 모든 유정에게 큰 이로움을 짓되 항상 잃거나 무너뜨림이 없고, 잃거나 무너뜨림이 없는 까닭에 모든 유정들이 나고 죽는 모든 괴로운 일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부처님께서 모든 세계의 나고 죽음과 업의 차별을 얻을 수 없다면 어떻게 이는 지옥이요, 이는 축생이요, 이는 아귀 세계요, 이는 인간이요, 이는 하늘이요, 이는 종자 성품의 지위요, 이는 여덟째 지위요, 이는 예류요, 이는 일래요, 이는 불환이요, 이는 아라한이요, 이는 독각이요, 이는 보살이요, 이는 여래라고 시설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유정들이 스스로 모든 법의 제 모양이 공함을 알겠느냐?”
004_0224_a_15L佛告善現:“諸有情類自知諸法自相空不?”
선현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004_0224_a_16L善現對曰:“不也!世尊!”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유정들이 스스로 모든 법의 제 모양이 공함을 안다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곧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고 증득하여 방편선교로써 모든 유정들을 나쁜 세계의 나고 죽음에서 빼내려 하지 않아야 하리라. 그러나 모든 유정들은 모든 법의 제 모양이 공함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모든 세계를 헤매며 한량없는 고통을 받나니, 그러므로 보살들은 모든 부처님에게 온갖 법의 제 모양이 공함을 듣고서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고 증득하여 방편선교로써 모든 유정들을 나쁜 세계의 나고 죽음에서 빼내느니라.
004_0224_b_01L선현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항상 생각하되 ‘온갖 법은 모든 어리석은 범부 이생들이 집착하는 것같이 제 모양이 실제로 있지 않거늘 그들은 분별하여 뒤바뀐 힘 때문에 실제로 있지 않은 가운데 실제로 있다는 생각을 일으키나니, 이른바 나가 없는 데서 나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유정이 없는 데서 유정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며, 널리 말하여 내지 보는 것이 없는 데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며, 물질이 없는 데서 물질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없는 데서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며, 내지 온갖 유위의 법에서 허망하게 분별하는 뒤바뀐 힘 때문에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 하고, 있지 않는 것을 있다고 집착하며 이 까닭에 몸과 말과 뜻의 업을 지어 나쁜 세계의 나고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니, 내가 구제하여서 해탈을 얻게 하리라’ 하느니라.
004_0224_c_01L이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생각한 뒤에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며 모든 착한 법을 그 가운데 거두어 모아 모든 보살마하살의 행을 뒤바뀜 없이 수행하여 점차로 깨달음의 양식을 원만케 하느니라. 깨달음의 양식을 원만케 한 뒤에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고,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유정들을 위하여 사성제(四聖諦)의 이치를 베풀어 설하여 열어 보이고 분별하고 세우며 이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요, 이는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요, 이는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요, 이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이다 하느니라. 다시 온갖 깨달음의 부분인 법을 통달하는 지혜에 의하여 이와 같은 사성제에다 거두어 모으고, 다시 온갖 깨달음의 부분인 법에 의하여 미묘한 지혜로써 불ㆍ법ㆍ승 삼보를 시설하여 세우나니, 이 까닭에 삼보가 세간에 나타나서 모든 유정들이 나고 죽음을 벗어나느니라. 만일 모든 유정들이 불ㆍ법ㆍ승 삼보를 귀의하여 믿지 못하면 모든 업을 지어 모든 세계를 윤회하며 고통을 끝없이 받는 까닭에 마땅히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여야 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의하여 모든 유정들이 반열반을 얻습니까?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지혜에 의하여 모든 유정들이 반열반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의하여 유정들이 반열반을 얻는 것이 아니며,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지혜에 의하여 유정들이 반열반을 얻는 것도 아니니라. 선현아, 나는 사성제의 평등한 성품이 곧 열반이라 하노니, 이와 같은 열반은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의하여 얻는 것이 아니며,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지혜에 의하여 얻는 것도 아니요, 오직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평등한 성품을 증득하여야 열반을 얻었다 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평등한 성품이라 합니까?”
004_0224_c_11L具壽善現復白佛言:“何等名爲苦、集、滅、道平等性耶?”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여기에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가 없거나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지혜가 없으면 사성제의 평등한 성품이라 하나니, 이 평등한 성품이 곧 사성제이며, 온갖 진여ㆍ법계ㆍ법성ㆍ불허망성ㆍ불변이성ㆍ평등성ㆍ이생성ㆍ법정ㆍ법주ㆍ실제ㆍ허공계ㆍ부사의계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거나 세상에 나시지 않거나 성품과 모양이 항상 머무는 것이어서 잃거나 무너짐이 없고 변함이 없나니, 이와 같은 것을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평등한 성품이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이 사성제의 평등한 성품을 따라 깨닫기 위하여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나니, 만일 능히 이 사성제의 평등한 성품을 따라 깨달을 때면 참으로 온갖 성스러운 진리를 따라 깨달았다 하며, 빨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느니라.”
004_0225_a_01L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이 사성제의 평등한 성품을 따라 깨닫기 위하여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며, 만일 능히 이 사성제의 평등한 성품을 따라 깨달을 때면 참으로 온갖 성스러운 진리를 따라 깨달았다 하여서 성문이나 독각 등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고 보살의 바른 성품으로 생은 여의는 데에 나아가서 듭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조금만큼의 법도 여실히 보지 못한 것이 없나니, 온갖 법을 여실히 볼 때 온갖 법에서 도무지 얻는 바가 없고, 온갖 법에서 도무지 얻는 바가 없을 때 곧 온갖 법이 공함을 여실히 보느니라. 이른바 사성제에 포섭되고 포섭되지 않는 모든 법이 모두 공한 것임을 여실히 보나니, 이렇게 볼 때 보살의 바른 성품으로 생은 여의는 데에 들며, 능히 보살의 바른 성품으로 생은 여의는 데에 드는 까닭에 곧 보살의 종자 성품 지위에 머무르며, 보살의 종자 성품 지위에 머무르면 능히 결정코 정수리에서 떨어지지 않거니와 만일 정수리에서 떨어지면 마땅히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에 떨어지리라.
004_0225_b_01L이 보살마하살은 보살의 종자 성품 지위에 머물러서 4정려와 4무량ㆍ4무색정을 일으키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삼마지[奢摩他地]에 머물러서 곧 능히 온갖 법의 성품을 결택하고, 또 사성제의 이치를 따라 깨닫느니라. 그때 보살은 비록 괴로움을 두루 아나 능히 괴로움을 반연하거나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비록 괴로움의 발생을 영원히 끊으나 능히 괴로움의 발생을 반연하거나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비록 괴로움의 소멸을 능히 증득하나 능히 괴로움의 소멸을 반연하거나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비록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능히 닦으나 능히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반연하거나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오직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수순하여 향하여 들어가려는 마음을 일으켜 모든 법의 진실한 모양을 여실히 관찰하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모든 법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합니까?”
004_0225_b_03L具壽善現復白佛言:“是菩薩摩訶薩云何觀察諸法實相?”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대답하였다. “이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이 공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관찰하나니, 이것이 모든 법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는 것이니라.”
004_0225_b_05L佛告善現:“是菩薩摩訶薩觀一切法無不皆空,是爲觀察諸法實相。”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모든 법이 모두가 공하다고 관찰합니까?”
004_0225_b_06L具壽善現復白佛言:“是菩薩摩訶薩,云何觀察諸法皆空?”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대답하셨다. “이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에서 모두가 제 모양이 공함을 여실히 관찰하나니, 이것이 모든 법이 모두 공함을 관찰하는 것이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비발사나(毗鉢舍那)로써 모든 법이 모두가 공한 것임을 관찰하여 보되, 도무지 모든 법이 제 성품이 있어 그 성품에 머물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다고 보지 않나니,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과 온갖 법은 모두가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물질 내지 의식이 모두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004_0225_c_01L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지계 내지 식계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인연 내지 증상연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인연에서 생기는 모든 법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보시바라밀다 내지 반야바라밀다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4념주 내지 8성도지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으며,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8해탈 내지 10변처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004_0226_a_01L정관지 내지 여래지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극희지 내지 법운지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5안과 6신통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여래의 10력과 18불불공법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잘생긴 모습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예류과 내지 독각의 깨달음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도 성품 없음으로써 제 성품을 삼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은 성품 없음은 부처님들이 지은 것이 아니며, 독각이 지은 것이 아니며, 보살이 지은 것이 아니며, 성문이 지은 것이 아니며, 결과에 머무르거나 향해 가는 이가 지은 것도 아니건만 오직 모든 유정들은 온갖 법이 모두 공한 것임을 여실히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까닭에 보살마하살들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방편선교로써 스스로 깨달은 바와 같이 모든 유정들에게도 여실히 베풀어 설하여 집착을 여의어 온갖 남ㆍ늙음ㆍ병들음ㆍ죽음에서 벗어나 반열반의 구경안락(究竟安樂)을 얻게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