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실제(實際)만을 한량으로 삼기 때문에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유정의 끝간데[際]와 실제가 다르다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지 않을 것이나, 유정의 끝간데와 실제가 다르지 않는지라 이 때문에 보살마하살들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느니라.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실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법으로써 유정을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004_0712_c_01L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유정을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한다면 실제에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함이 되나니, 만일 실제에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한다면 제 성품에 벌여 세워서 제 성품에 머무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치에서 보아 제 성품에 벌여 세워 제 성품에 머무르게 함은 맞지 않거늘,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실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법으로써 유정을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한다’고 말씀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이치로는 실로 실제에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한다 함이 맞지도 않고, 또한 제 성품에 벌여 세워 제 성품에 벌여 세운다 함도 맞지는 않느니라. 그러나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방편 선교가 있기 때문에 유정을 벌여 세워 실제에 머무르게 하며 그리고 유정의 끝간데와 실제는 다르지 않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유정의 끝간데와 실제는 다르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처음 발심해서부터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유정을 벌여 세워 보시에 머무르게 하며, 그 유정들을 보시에 머무르게 하고 나서는 그들을 위하여 보시의 앞과 중간과 뒤의 끝에 차별이 없는 모양을 연설하나니, 말하기를 ‘이와 같은 보시의 앞과 중간과 뒤의 끝은 모두가 공하지 않음이 없어서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와 보시에서 얻는 과보 또한 모두가 공하느니라.
004_0713_a_01L이와 같이 하여 온갖 것은 실제 가운데에 모두 있지 않아서 도무지 얻을 수 없나니, 그대들은 보시에 있어서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와 보시의 과보의 실제가 각각 다르다고 집착하지 말라. 그대들이 만일 보시에 있어서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와 보시의 과보의 실제에 각각 다름이 있다고 집착하지 않으면 수행한 보시의 복으로 단 이슬[甘露]에 나아가서 단 이슬의 과보를 얻고 반드시 단 이슬로써 마지막 끝을 삼으리라고 하느니라.
또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렇게 수행한 보시의 복으로써 물질 내지 의식을 취하지 말고,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도 취하지 말고,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도 취하지 말고,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도 취하지 말고,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도 취하지 말고,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도 취하지 말고,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도 취하지 말고,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도 취하지 말라.
또 지계 내지 식계도 취하지 말고, 인연 내지 증상연도 취하지 말고, 연(緣)으로부터 생긴 모든 법도 취하지 말고,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도 취하지 말고,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도 취하지 말고,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도 취하지 말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도 취하지 말고, 4념주 내지 8성도지도 취하지 말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온갖 보시는 보시의 성품이 공하고, 온갖 보시하는 이는 보시하는 이의 성품이 공하고, 온갖 받는 이는 받는 이의 성품이 공하고, 온갖 보시의 과보는 보시의 과보의 성품이 공하기 때문이니, 공한 가운데서는 보시에 있어서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와 모든 보시의 과보를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 하면 이러한 모든 법의 차별된 제 성품은 모두가 마침내 공하고 마침내 공한 가운데서는 이러한 모든 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 이 모든 법을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밖의 취할 바의 법도 얻을 수 없느니라.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는 처음 발심해서부터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유정을 벌여 세워 정계에 머무르게 하며, 그 모든 유정들이 정계에 머무르고 나면 다시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제 모든 유정들을 깊이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산목숨을 해치지 말 것이요,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삿된 소견을 여의고 바른 소견을 수행할 것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이와 같은 모든 법은 도무지 제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 그대들은 분별하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대들은 또 ‘어떤 법을 산 것이라 하기에 그의 목숨을 해치려고 하며, 또 무슨 까닭에 그의 목숨을 해치는 것인가.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어떤 법을 삿된 소견의 경계라 하기에 삿된 소견을 일으키려 하며, 또 무슨 까닭에 삿된 소견을 일으키는 것인가. 이와 같은 모두는 제 성품이 다 공하다고 이치대로 관찰해야 하느니라’고 하느니라.
004_0713_c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여 모든 유정들을 잘 성숙시키고는 한량없는 문으로써 보시와 정계의 과보는 모두 얻을 수 없음을 말해 주며, 보시와 정계의 과보의 제 성품은 모두가 공함을 알게 하느니라.
그들이 이미 수행하던 보시와 정계의 과보의 제 성품이 공함을 분명히 안 뒤에는 그 가운데서 집착을 내지 않나니, 집착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산란함이 없고 산란함이 없기 때문에 묘한 지혜를 일으키며 이 묘한 지혜로 말미암아 수면(隨眠)과 모두 얽매임을 영원히 끊은 뒤에 남음 없는 열반의 경지에 드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말한 바는 모두가 세속에 의하여 말한 것이요, 으뜸가는 진리에 의한 것이 아니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공 가운데에는 조그마한 법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 이미 열반에 들었거나 지금 열반에 들거나 장차 열반에 들거나 열반에 드는 이나 이로 말미암아 열반을 얻는, 이와 같은 모두는 도무지 있지 않아서 마침내 공한 것이며, 마침내 공한 성품이 곧 열반이요 이 열반을 떠나서 따로 진실한 법이 없느니라.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는 처음 발심해서부터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모든 유정들이 마음에 성냄이 많은 것을 보면 깊이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방편으로 경계하며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제 안인을 닦고 안인의 법을 좋아하여 그 마음을 조복시키고 안인의 행을 받을지니라. 그대들이 성을 내는 법의 제 성품은 모두가 공하거늘 어떻게 그 가운데서 성을 내는 것인가. 그대들은 또 나는 어떤 법으로 말미암아 성을 내는 것이며, 누가 성을 내고 누구에게 성을 내는 것인가’고 이치대로 관찰해야 하나니, 이와 같은 모든 법은 본 성품이 모두가 공하며 본 성품이 공한 법이라 공하지 아니함이 일찍이 없느니라.
004_0714_a_01L이와 같은 공한 성품은 여래께서 지은 것도 아니며, 보살이 지은 것도 아니며, 독각이 지은 것도 아니며, 성문이 지은 것도 아니며, 용과 신이 지은 것도 아니며,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가 지은 것도 아니며, 사천왕천 내지 비상비비상천이 지은 것도 아니니라. 그대들은 또 ≺이와 같은 성냄[分恚]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며, 누구에게 속하고 누구에게 일으키는 것인가. 장차는 어떠한 과보를 얻으며, 지금은 어떠한 이익을 얻는 것인가≻고 이치대로 생각해야 하나니, 이 온갖 법은 본 성품이 모두가 공하며, 공한 성품 가운데는 성을 낼 바가 있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안인함으로써 스스로를 이롭게 해야 하느니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가장 훌륭한 방편 선교를 성취하여 유정들을 성품이 공한 이치와 성품이 공한 인과(因果)에 벌여 세워서 점차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으로써 보이고 권장하고 인도하고 찬탄하고 격려하고 기쁘게 하여 잘 머물러서 빨리 증득할 수 있게 하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것을 실제의 본 성품이 공한 이치라 하나니, 모든 보살마하살은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이 실제의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 의하여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되 유정과 그의 시설을 얻지 못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온갖 법은 모든 유정을 여의었기 때문이니, 유정이 여의었기 때문에 법을 얻을 수 없고 법과 유정은 서로 상대하여 세워진 것이라 으뜸가는 진리에 의하여 온갖 것이 모두 공하다고 말하느니라.
004_0714_b_01L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는 처음 발심해서부터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모든 유정들의 몸과 마음이 게을러서 정진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면 방편으로 권고하고 인도하여 그로 하여금 몸과 마음의 정진을 일으켜 모든 착한 법을 닦게 하면서 말하기를 ‘모든 선남자여, 마땅히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에는 게으른 법이 없고 게으른 이가 없고 게으를 곳이 없고 게으른 때가 없고 이 법으로 말미암아 게으름을 낸다는 것도 없음을 깊이 믿고 받아야 하나니, 이와 같은 온갖 것은 모두 본 성품이 공한 것이라 공하다는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느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몸과 마음의 정진을 일으키어 모든 게으름을 버리고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을 것이니, 이른바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닦고,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닦으며,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닦고,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닦으며, 내공 내지 무성자성 공에 머무르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며,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고, 8해탈 내지 10변처를 닦으며, 정관지 내지 여래지를 닦고, 극희지 내지 법운지를 닦으며,
004_0714_c_01L 온갖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닦고, 5안과 6신통을 닦으며,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을 닦고,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를 닦으며,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을 닦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닦으며,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닦고, 예류 내지 독각의 깨달음을 닦으며,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을 닦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닦으며, 그 밖의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불법을 닦는 것이니,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게으름을 피우지 말지니라. 만일 게으름을 피우면 고통을 받음이 끝이 없으리라.
이와 같이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수승한 방편 선교를 성취하여 유정들을 벌여 세워 모든 법의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 머무르게 하며, 비록 머무르게 할지라도 두 생각이 없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는 둘이 없고 차별이 없기 때문이니, 둘이 없는 법의 그 가운데서는 둘이라는 생각을 일으킬 수 없느니라.
또 선현아, 이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본 성품의 공에 의지하여 모든 유정을 경계하고 가르쳐 부지런히 닦고 배우게 하면서 말하기를 ‘모든 선남자여, 그대들은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 배울지니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닦을 때에는 이 모든 법에 대하여 둘과 둘이 아닌 모양을 생각하지 말지니라.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그 밖의 한량없고 끝없는 불법을 닦을 때에도 이 모든 법에 대하여 둘과 둘이 아닌 모양을 생각하지 말지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모든 선남자여, 이와 같은 모든 법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기 때문이니,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서는 둘과 둘이 아닌 모양을 생각하지 말아야 하느니라’고 하느니라.
004_0715_a_01L이와 같이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수승한 방편 선교를 성취하여 보살의 행을 행하고 유정을 성숙시키나니, 모든 유정들이 이미 성숙하고 나면 그의 알맞은 바에 따라 점차로 벌여 세워서 혹은 예류과에 머무르게 하고, 혹은 일래과에 머무르게 하고, 혹은 불환과에 머무르게 하고 혹은 아라한과에 머무르게 하고, 혹은 독각의 깨달음에 머무르게 하고, 혹은 갖가지의 보살마하살의 지위에 머무르게 하며, 혹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는 처음 발심해서부터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모든 유정들의 마음에 산란함이 많아서 모든 욕망의 경지에서 모든 감관을 껴잡지 못하여 갖가지의 고요하지 않는 업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본 뒤에는 방편으로 경계하고 가르치어 훌륭한 정려에 들게 하면서 말하기를,
‘어서 오라, 선남자여. 그대는 훌륭한 삼마지(三摩地)를 닦아 익혀야 하며 산란함과 훌륭한 정려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이와 같은 모든 법은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한지라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서는 산란하다거나 혹은 한 마음이라 할 만한 법이 없기 때문이니, 그대들이 만일 이 훌륭한 정려에 머무르면 짓는 바의 착한 일이 모두 빨리 원만하게 되며, 또한 하고 싶은 대로 본 성품의 공에 머무르리라.
어떤 것을 짓는 바의 착한 일이라 하느냐 하면, 청정하고 훌륭한 몸과 말과 뜻의 업(業)을 일으키는 것이니,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닦고,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보살마하살의 행과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닦으며 유정을 성숙시키고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온갖 청정하고 훌륭한 착한 법은 훌륭한 정려의 힘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빨리 이루어지며, 원하는 바에 따라 본 성품의 공에 머무르느니라’고 하느니라.
004_0715_b_01L이와 같이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방편 선교로 모든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처음 발심해서부터 마지막 지위에 이르기까지 좋은 이익을 지으려 하면서 항상 끊임이 없으며, 모든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한 불국토로부터 한 불국토로 옮아가면서 모든 부처님ㆍ세존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모든 부처님에게서 바른 법을 듣고서 몸을 버리고 받고 하면서 수없는 겁을 지나면서도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에는 끝내 잊지 않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수승한 신통에 머무르기 때문에 항상 유정의 모든 이로운 일을 짓게 되나니, 비록 모든 갈래[趣]를 지나면서 나고 죽음에 윤회한다 하더라도 수승한 신통에서는 항상 물러남이 없으며, 이숙(異熟)인 신통에서 물러남이 없기 때문에 항상 나와 남을 위하여 뛰어나게 이로운 일을 짓느니라.
004_0715_c_01L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는 처음 발심해서부터 이와 같은 방편 선교를 성취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본 성품의 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유정들의 지혜가 하열하여 어리석고 뒤바뀌어서 모든 나쁜 업을 짓는 것을 보면 경계하고 가르쳐 방편으로써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끌어들이면서 말하기를, ‘모든 선남자여, 마땅히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온갖 법의 본 성품이 모두가 공함을 관찰할지니라. 그대들이 만일 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온갖 법의 본 성품이 모두가 공함을 관찰한다면 온갖 수행하는 몸과 말과 뜻의 업이 모두 단 이슬에 나아가서 단 이슬의 과보를 얻고 반드시 단 이슬로써 맨 끝을 삼으리라.
모든 선남자여, 이 온갖 법의 본 성품은 모두가 공하고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서는 유정과 법을 비록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수행한 바에 또한 물러남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는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나니,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에는 더하거나 덜하는 법이 없고 더하거나 덜하는 이도 없기 때문이니라.
이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는 제 성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성품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모든 분별을 떠나고 모든 쓸모 없는 이론이 끊어졌기 때문이니, 이 가운데에는 더하거나 덜하는 법이 없고 더하거나 덜하는 이도 없으며, 이로 말미암아 하는 일에서도 물러남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반야바라밀다를 닦아서 본 성품이 공함을 관찰하여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유정을 경계하고 가르치면서 모든 착한 업을 닦되 항상 게으름이 없나니, 스스로가 항상 10선업도를 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10선업도를 행하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다섯 가지 근사계(近事戒)를 받아 지니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다섯 가지 근사계를 받아 지니게 하느니라.
004_0716_a_01L스스로가 항상 여덟 가지 근주계(近住戒)를 받아 지니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여덟 가지 근주계를 받아 지니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모든 출가한 이의 정계를 받아 지니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모든 출가한 이의 정계를 받아 지니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을 수행하게 하느니라.
스스로가 항상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4념주 내지 8성도지를 수행하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을 수행하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게 하느니라.
스스로가 항상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에 머무르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에 머무르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진여 내지 부사의계에 머무르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스스로가 항상 8해탈 내지 10변처를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8해탈 내지 10변처를 수행하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모든 보살의 지위를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보살의 지위를 수행하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수행하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수행하게 하느니라.
004_0716_b_01L스스로가 항상 5안과 6신통을 닦고 배우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5안과 6신통을 닦고 배우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을 닦고 배우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을 닦고 배우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를 닦고 배우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를 닦고 배우게 하느니라.
스스로가 항상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닦고 배우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닦고 배우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닦고 배우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를 닦고 배우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을 닦고 배우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을 닦고 배우게 하느니라.
스스로가 항상 예류과의 지혜 내지 독각의 깨달음의 지혜를 일으키면서도 예류 내지 독각의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으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예류과의 지혜 내지 독각의 깨달음의 지혜를 일으켜 혹은 예류 내지 독각의 깨달음에 머무르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모든 보살마하살의 행을 일으키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모든 보살마하살의 행을 일으키게 하며, 스스로가 항상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도를 일으키면서 남에게도 권하여 항상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도를 일으키게 하느니라.
004_0716_c_01L이와 같이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방편 선교로 스스로가 착한 업을 수행하며 항상 게으름이 없으면서 모든 유정들을 경계하고 가르쳐 착한 업을 닦게 하되 항상 게으름이 없느니라. 선현아, 이것을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의 방편 선교라 하나니, 이 방편 선교의 힘으로 말미암아 유정을 벌여 세워 실제(實際)에 머무르게 하면서도 실제의 모양을 무너뜨리지 않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빨리 증득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온갖 법이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하다면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에는 유정과 법을 모두 얻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에는 역시 법 아님도 없을 것이거늘,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유정을 위하여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빨리 증득하려 합니까?”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온갖 법의 본 성품이 공하지 않는다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 머물러서 일체지지를 빨리 증득하려 하거나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본 성품이 공한 법을 말하지 않겠거니와 온갖 법은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한지라 이 때문에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온갖 법의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 머물러서 일체지지를 빨리 증득하려 하고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본 성품이 공한 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004_0717_a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물질 내지 의식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느니라.
지계 내지 식계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인연 내지 증상연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연으로부터 생긴 모든 법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느니라.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4념주 내지 8성도지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8해탈 내지 10변처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정관지 내지 여래지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극희지 내지 법운지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느니라.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5안과 6신통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느니라.
004_0717_b_01L예류 내지 독각의 깨달음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온갖 번뇌장(煩惱障)ㆍ소지장(所知障)과 습기의 계속함을 영원히 끊는 것이 모두 본 성품이 공하고, 일체지지가 모두 본 성품이 공하느니라.
또 선현아, 만일 내공(內空)의 성품의 본 성품이 공하지 않고 내지 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의 성품의 본 성품이 공하지 않는다면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모든 유정에게 온갖 법의 본 성품은 모두가 공하다고 말을 하지 못했으리니, 만일 이런 말을 하였다면 본 성품의 공함을 파괴하는 것이니라.
그러나 본 성품이 공한 이치는 파괴할 수 없어서 항상한 것도 아니고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본 성품이 공한 이치는 방위도 없고 처소도 없어서 온 데도 없고 가는 곳도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은 공의 이치를 또한 법의 머무름[法住]이라고도 하며, 이 가운데에는 법도 없고 모임도 없고 흩어짐도 없고 덜함도 없고 더함도 없고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고 물들음도 없고 깨끗함도 없나니, 이 온갖 법은 본래부터 머무르는 성품이니라.
004_0717_c_01L모든 보살마하살은 이 가운데 머물러서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온갖 법의 본 성품이 공함을 본 뒤에는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얻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법도 장애되는 것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니, 온갖 법이 장애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곧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대하여 의혹을 내지 않고 물러나지도 않느니라.
또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은 온갖 법의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에 머물러서 본 성품이 공한 데서는 도무지 얻을 바가 없다고 관찰하나니, 이른바 나와 유정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아는 것ㆍ보는 것과 그의 시설도 모두 얻을 수 없고, 물질 내지 의식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느니라.
또한 눈의 영역 내지 의식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느니라.
004_0718_a_01L또한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4념주 내지 8성도지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으며,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느니라.
또한 8해탈 내지 10변처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정관지 내지 여래지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극희지 내지 법운지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다라니문과 삼마지문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5안과 6신통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느니라.
또한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와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예류 내지 독각의 깨달음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고, 온갖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과 그의 시설도 얻을 수 없느니라.
004_0718_b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마치 어떤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변화로 필추ㆍ필추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사부 대중을 만들고, 가령 변화로 된 부처님이 1겁(劫)이나 혹은 1겁 남짓 지나면서 변화로 된 사부 대중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와 같이 변화로 된 대중들이 실제로 예류과와 혹은 일래과와 혹은 불환과와 혹은 아라한과와 혹은 독각의 깨달음을 얻는 일이 있겠으며, 혹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는 수기를 얻는 일이 있겠느냐?”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비록 유정을 위하여 공한 법을 연설한다 하더라도 모든 유정은 실제로 얻을 수 없거니와 그들이 뒤바뀐 법에 떨어짐을 가엾이 여기어 짐짓 구제하여 뒤바뀜이 없는 법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뒤바뀜이 없다는 것은 곧 분별함이 없다는 것이요 분별함이 없다는 것은 뒤바뀜이 없기 때문이니, 만일 분별함이 있으면 곧 뒤바뀜이 있는 것이어서 그것은 다 같은 무리이기 때문이니라.
004_0718_c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없는 것이 곧 본 성품의 공이니,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이 가운데에 머물러서 모든 유정들이 뒤바뀐 생각에 빠진 것을 보고는 방편 선교로 해탈을 얻게 하나니, 이를테면 나가 없건만 나라고 생각하고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아는 것ㆍ보는 것이 없건만 아는 것ㆍ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해탈하게 하며, 또한 물질이 없건만 물질이라 생각하고 ……(자세한 것은 생략함)…… 내지 여든 가지 좋은 모습이 없건만 여든 가지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해탈하게 하며, 또한 5온 등의 모든 유루법에서 해탈하게 하고, 또한 4념주 등의 모든 무루법에서 해탈하게 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4념주 등의 모든 무루법은 으뜸가는 진리에서와 같이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고 모양도 없고 함도 없고 쓸모 없이 이론도 없고 분별함도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그러한 법에서도 해탈해야 하느니라. 참으로 으뜸가는 진리는 곧 본 성품의 공함이요, 이 본 성품의 공함이 곧 모든 부처님께서 증득하신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안에서는 나 내지 보는 것도 얻을 수 없고, 물질 내지 의식도 얻을 수 없고, 눈의 영역 내지 뜻의 영역도 얻을 수 없고, 빛깔의 영역 내지 법의 영역도 얻을 수 없고,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도 얻을 수 없고, 빛깔의 경계 내지 법의 경계도 얻을 수 없고,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도 얻을 수 없고, 안식의 경계 내지 의식의 경계도 얻을 수 없고, 눈의 접촉 내지 뜻의 접촉도 얻을 수 없고,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 내지 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도 얻을 수 없느니라.
또한 지계 내지 식계도 얻을 수 없고, 인연 내지 증상연도 얻을 수 없고, 연으로부터 생긴 모든 법도 얻을 수 없고, 무명 내지 늙음과 죽음도 얻을 수 없고,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도 얻을 수 없고, 내공 내지 무성자성공도 얻을 수 없고, 진여 내지 부사의계도 얻을 수 없고,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도 얻을 수 없느니라.
004_0719_a_01L또한 4념주 내지 8성도지도 얻을 수 없고, 4정려ㆍ4무량ㆍ4무색정도 얻을 수 없고, 공ㆍ무상ㆍ무원 해탈문도 얻을 수 없고, 8해탈 내지 10변처도 얻을 수 없고, 정관지 내지 여래지도 얻을 수 없고, 극희지 내지 법운지도 얻을 수 없고, 다라니문과 삼마지문도 얻을 수 없고, 5안과 6신통도 얻을 수 없느니라.
또한 여래의 10력 내지 18불불공법도 얻을 수 없고,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도 얻을 수 없고,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도 얻을 수 없고,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도 얻을 수 없고, 예류 내지 독각의 깨달음도 얻을 수 없고, 보살마하살의 행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도 얻을 수 없고,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도 얻을 수 없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도를 위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나아감이 아니요, 다만 모든 법의 본 성품이 공함만을 위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나아갈 뿐이니, 이 본 성품의 공함은 앞과 중간과 뒤의 끝이 항상 본 성품이 공하여서 공하지 않는 일이 일찍이 없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본 성품이 공한 바라밀다에 머물러서 모든 유정을 해탈시키려고 유정이란 생각과 법이란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에 도상지(道相智)를 행하는 것이니, 이 보살마하살이 도상지를 행할 때에는 곧 온갖 도인 성문의 도와 독각의 도와 보살의 도와 여래의 도를 행하느니라.
004_0719_b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온갖 도를 원만하게 한 뒤에는 유정을 성숙시키고 불국토를 장엄하며, 모든 수명과 수행에 머물러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느니라.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한 뒤에는 부처님 눈[佛眼]이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나니, 어떤 것을 부처님 눈이라 하느냐 하면, 곧 본 성품의 공함이니라.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시방 세계에 머무시면서 모든 유정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시거니와 모두가 이 본 성품이 공으로써 부처님 눈을 삼지 않음이 없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부처님은 본 성품이 공함을 떠나서 세상에 나오신 이가 필연코 없으시고,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한 이치를 말씀하시지 않음이 없으시며, 교화 받는 유정들도 반드시 본 성품이 공한 이치를 들어야 비로소 거룩한 도에 들고 거룩한 도의 과위를 얻으므로, 본 성품이 공함을 떠나서 따로 방편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선현아, 모든 보살마하살이 일체지지를 빨리 증득하고자 하면 마땅히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 바르게 머물러서 여섯 가지 바라밀다와 그 밖의 보살마하살의 행을 수행해야 하나니, 만일 본 성품이 공한 이치에 바르게 머물러서 여섯 가지 바라밀다와 그 밖의 보살마하살의 행을 수행하면 끝내 일체지지에서 물러나지 않고 항상 온갖 유정을 이롭게 하리라.”
구수 선현이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매우 기이하고 희유합니다. 비록 온갖 법의 본 성품이 모두가 공함을 행한다 하더라도 본 성품의 공함을 일찍이 무너뜨림이 없나니, 이를테면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다고 집착하지 않으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다고 집착하지 않습니다.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물질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지 않고 본 성품의 공함이 물질과 다르지 않나니, 물질이 곧 본 성품의 공함이요 본 성품의 공함이 곧 물질이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지 않고 본 성품의 공함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과 다르지 않나니,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곧 본 성품의 공함이요 본 성품의 공함이 곧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물질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고 본 성품의 공함은 물질이 아니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고 본 성품의 공함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과 달라서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본 성품의 공함이 아니요 본 성품의 공함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아닐진대,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온갖 법은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하다고 관찰하지 않아야 하고, 일체지지도 증득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004_0720_a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물질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지 않고 본 성품의 공함이 물질과 다르지 않아서 물질이 곧 본 성품의 공함이요 본 성품의 공함이 곧 물질이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지 않고 본 성품의 공함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과 다르지 않아서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곧 본 성품의 공함이요 본 성품의 공함이 곧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기 때문에,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온갖 법은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하다고 관찰하면서 일체지지를 증득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본 성품이 공함을 떠나서는 어느 한 법도 진실하거나 항상하여서 무너뜨릴 수 있거나 끊을 수 있는 것이 없건만 다만 어리석은 범부들이 헷갈리고 뒤바뀌어서 다르다는 생각을 내기 때문이니 물질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다고 분별하고,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본 성품의 공함과 다르다고 분별함이 그것이니라.
이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이 모든 법은 본 성품의 공함과 차별이 있다고 분별하기 때문에 물질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며,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물질에 집착되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 집착되며, 집착되기 때문에 물질을 나와 내 것이라고 헤아리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나와 내 것이라고 헤아리며, 망령되이 헤아리기 때문에 안팎의 물건에 집착하여 후생 몸의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받나니, 이로 말미암아 모든 갈래에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해탈하지 못하며 삼세를 바퀴 돌 듯 오가면서 끝이 없느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모든 보살마하살은 본 성품이 공한 바라밀다에 머물러서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물질을 집착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물질의 공함과 공하지 않음도 파괴하지 않으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집착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공함과 공하지 않음도 파괴하지 않느니라.
004_0720_b_01L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물질은 공을 파괴하지 않고 공도 물질을 파괴하지 않나니, 이것이 물질이요 이것이 공이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은 공을 파괴하지 않고 공도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파괴하지 않나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요 이것이 공이기 때문이니라. 비유컨대, 허공이 허공을 파괴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안의 허공의 경계가 밖의 허공의 경계를 파괴하지 않고 밖의 허공의 경계가 안의 허공의 경계를 파괴하지 않느니라.
이와 같아서 선현아, 물질은 공을 파괴하지 않고 공은 물질을 파괴하지 않으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은 공을 파괴하지 않고 공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파괴하지 않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이와 같은 모든 법은 모두 제 성품이 없어서 이것은 공하다, 이것은 공하지 않다고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니, 온갖 법은 모두가 본 성품이 공하고 본 성품이 공한 가운데서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