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선현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모든 보살은 매우 깊은 이치를 행하고 있습니다.”
004_0988_b_04L爾時,善現便白佛言:“此諸菩薩行甚深義。”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이 모든 보살은 매우 깊은 이치를 행하고 있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모든 보살은 어려운 일을 능히 하고 있나니, 그것은 행하는 이치가 비록 또 심히 깊다 하더라도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의 법에서 증득하려고 하지 않느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이해하건대, 이 모든 보살이 하는 일은 어렵지 않으므로 그들이 어려운 일을 능히 하고 있다고 말씀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이 모든 보살이 증득할 바의 깊은 이치를 이미 얻을 수 없을진대 반야바라밀다를 증득할 수 있는 이도 얻을 수 없으며 증득하는 법과 증득하는 이와 증득하는 곳과 증득하는 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이 잠기거나 빠지지도 않고 근심하거나 뉘우치지도 않으며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이것이 바로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할 때에는 뭇 모양을 보지도 않고 또한, ‘나는 반야바라밀다를 행한다’고도 보지 않으면서도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가까워지고 성문과 독각 등의 지위를 멀리 여의나니, 이 모든 보살은 이와 같은 일에 대해서도 분별하지 않느니라.
004_0988_c_01L비유컨대 허공이, ‘나는 그 일과 떨어져 있음이 멀다,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허공은 움직임도 없고 분별도 없기 때문이니라.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독각은 나와 떨어져 있음이 멀고 위없는 깨달음은 나와 떨어져 있음이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온갖 법에 대하여 분별이 없기 때문이니라.
비유컨대 요술로 된 사람은, ‘요술을 부리는 물질과 요술쟁이는 나와 떨어져 있음이 가깝고, 곁의 관중들은 나와 떨어져 있음이 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요술로 된 것은 분별이 없기 때문이니라.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독각은 나와 떨어져 있음이 멀고, 위없는 깨달음은 나와 떨어져 있음이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온갖 법에 대하여 분별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림자 등의 비유도 역시 그러한 줄 알아야 하느니라.
비유컨대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은 온갖 법에 대하여 사랑함도 없고 미워함도 없는 것과 같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여래는 온갖 분별하는 사랑함과 미워함 따위를 영원히 끊었기 때문이니라.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도 그와 같아서 온갖 법에 대하여 사랑함도 없고 미워함도 없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온갖 분별을 모두 영원히 끊었기 때문이니라.
004_0989_a_01L그 때 사리자가 선현에게 말하였다. “만일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 견고한 법을 행하는 것입니까. 견고하지 않는 법을 행하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만일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 견고하지 않는 법을 행하는 것이요 견고한 법을 행하지 않습니다.”
그 때 한량없는 욕심 세계의 천자[欲界天子]들이 생각하기를, ‘만일 모든 보살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비록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이치를 행한다 하더라도 실제(實際)를 증득하려고 하지 않고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나니. 이런 인연 때문에 심히 희유하고 어려운 일을 능히 하고 있구나. 온갖 세간은 모두가 공경 예배하여야 한다.’고 했다.
구수 선현이 모든 천자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그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 실제를 증득하지 않고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에 떨어지지는 않되 심히 희유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못되거니와 어떤 모든 보살로서 온갖 법과 모든 유정은 마침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모두 얻을 수 없다 함을 알면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켜 정진의 갑옷을 입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유정을 제도하기를 맹세하면서 남음없는 열반의 경계에 들게 하는 이라야 비로소 심히 희유하고 어려운 일을 능히 하는 것이니라.
천자들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비록 모든 법과 모든 유정을 모두 얻을 수 없음을 안다 하더라도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마음을 일으켜 정진의 갑옷을 입고 모든 유정들을 조복하기 위하면, 마치 어떤 이가 허공을 조복하기 위하여 견고한 갑옷을 입고 허공과 싸우는 것과 같으니라.
구수 선현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온갖 법은 모두가 멀리 여의기 때문이요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이 모든 보살은 온갖 법에 있어서 잠긴다는 등과 잠길 바라는 등과 잠긴다는 등의 곳과 잠긴다는 등의 때와 잠긴다는 등의 것과 이로 말미암아 잠긴다 하는 등을 모두 얻을 수 없음은 온갖 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은 일을 듣고서도 마음이 잠기거나 빠지지 않고 또한 근심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이것이 바로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만일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하면 모든 천제석과 대범천왕과 세상지기[世界主] 등이 모두 함께 공경하고 예배합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이와 같이 행하면 비단 항상 모든 천제석과 대범천왕과 세상지기들만이 모두가 함께 공경하고 예배할 뿐 아니라, 이보다 더한 극광정천(極光淨天)과 변정천(遍淨天)과 광과천(廣果天)과 정거천(淨居天)이며 그 밖의 하늘ㆍ용ㆍ아수라들이 모두 함께 공경하고 예배하며, 또한 시방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세계에 계신 모든 부처님과 보살도 모두 함께 보호하시느니라.
004_0989_c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은 이미 보살의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러 있나니, 가령 시방의 항하 모래같이 많은 수의 모든 부처님 세계의 온갖 유정들이 모두가 변하여 악마가 되고 이 모든 악마들이 다시 저마다 그만한 악마를 변화로 만들고서 이 모든 악마들이 모두가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신력이 있을 때에, 이 모든 악마들이 그의 신력을 다하여 이 모든 보살에게 방해를 놓아서 그로 하여금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지 못하게 하거나 깨달음에서 혹은 물러남이 있게 하거나 할 수는 없느니라.
‘장하십니다, 대사(大士)여, 당신은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사실대로 행하시므로 빨리 모든 부처님 지혜의 지위에 머물러서 온갖 유정에게 의지할 이가 없으면 의지하는 이가 되어 주고 구호할 이가 없으면 구호하는 이가 되어 주며, 집이 없는 이면 집이 되어 주고 나아갈 데가 없는 이면 나아갈 데가 되어주며, 섬이 없는 이면 섬이 되어 주고 돌아갈 데가 없는 이면 돌아갈 데가 되어 주며, 어두운 데 있는 이면 광명이 되어 주고 귀머거리와 눈이 먼 이면 귀와 눈이 되어 주십니다.
004_0990_a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잘 머무르면, 시방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세계에 계신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시면서 그의 이름과 종성(種姓)과 몸이 모습[色相]이며 공덕을 찬양하시는 것은, 마치 내가 지금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면서 보당(寶幢) 보살과 그 밖의 현재 부동 부처님[不動佛]의 처소에 있으면서 맑은 행[梵行]을 깨끗이 닦아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머무른 모든 보살들의 이름과 종성과 몸의 모습이며 공덕을 찬양함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니라. 만일 모든 보살로서 이미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고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행하는 이면, 이 모든 보살에게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시면서 그들의 이름과 종성과 몸의 모습이며 공덕을 찬양하시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역시 있느니라. 이를테면 모든 보살로서 비록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수행한 이면, 이 모든 보살에게도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시면서 그의 이름과 종성과 몸의 모습이며 공덕을 찬양하시느니라.
004_0990_b_01L마치 어떤 보살이 부동 부처님께서 보살이었을 적에 닦을 바에서 배우고 행할 바에서 머무른 대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수행하는 이와 또 어떤 보살이 보당 보살 등이 닦을 바에서 배우고 행할 바에서 머무른대로 반야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수행하는 이와 같나니, 이 모든 보살이 비록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아직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시면서 그들의 이름과 종성과 몸의 모습이며 공덕을 찬양하시느니라.
또 선현아, 어떤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여, 온갖 법의 남이 없는 성품[無生性] 가운데서 비록 깊이 믿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아직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지 못한 이와 온갖 법의 마침내 공한 성품 가운데서 비록 깊이 믿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보살의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서 자재함을 아직 얻지 못한 이와 비록 모든 법이 모두가 고요한 성품에 머물렀다 하더라도 아직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들지 못한 이이니, 이 모든 보살에게도 역시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시면서 그의 이름과 종성과 몸의 모습이며 공덕을 찬양하시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에게 온갖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대중 가운데서 저절로 기뻐하시면서 이름과 종성과 몸의 모습이며 공덕을 찬양하게 되면, 그 모든 보살은 2승의 지위를 초월하고 큰 깨달음에 가까워졌으며, 혹은 이미 물러나지 않는 수기를 받았거나 혹은 머지 않아 물러나지 않는 수기를 받을 것이니라.”
004_0990_c_01L“또 선현아, 만일 모든 보살이 반야바라밀다의 온갖 이치를 듣고 깊이 믿고 이해하면서 미혹이 없고 의심이 없고 헷갈리지 않고 번민하지 않으면서 다만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이치는 필연코 뒤바뀐 것이 아니리라’고 할 뿐이면, 이 모든 보살은 기필코 부동 부처님과 모든 보살마하살의 처소에서 반야바라밀다를 널리 듣고 깊은 이치에 대하여 믿고 이해할 것이며, 믿고 이해한 뒤에는 부지런히 맑은 행을 닦아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무르게 되고 이 지위에 머무르고 나면 빨리 깨달음을 증득할 것이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듣기만 해도 오히려 그지없는 공덕과 수승한 이익을 얻게 되거늘, 하물며 깊이 이해하면서 말씀대로 수행함이겠느냐. 이 모든 보살은 일체지(一切智)에 가까워지고 진여에 머물러서 빨리 깨달음을 증득하여 법요를 연설하리라.”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법이 진여를 떠나서는 도무지 얻을 것이 없거늘, 어떠한 법이 일체지에 가까워지고 진여에 머물러서 빨리 깨달음을 증득하고 법요를 연설한다 하겠느냐. 진여의 제 성품조차도 오히려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그 밖의 법이 있어서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세속을 따라서 짐짓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니라.”
004_0991_a_01L그 때 천제석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의 이치는 심히 깊어서 극히 믿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비록 모든 법이 모두 얻을 수 없음을 안다 하더라도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면서 유정에게 법요를 연설하고자 함은 심히 어려운 일이오며, 모든 보살들이 이 말을 듣고서도 마음이 잠기거나 빠지지 않고 미혹이 없고 의심이 없으면서 헷갈리지 않고 번민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일도 심히 희유한 것입니다.”
그 때 선현이 천제석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아서, ‘모든 보살들이 이와 같은 말을 듣고서도 마음이 잠기거나 빠지지 않고 미혹이 없고 의심하지도 않으면서 헷갈리지 않고 번민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일이 심히 희유하다’고 하는데, 교시가야, 모든 보살들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법이 모두가 공하여 도무지 있지 않다고 관찰하거늘, 누가 잠기고 누가 빠지며 누가 미혹하고 누가 의심하며 누가 헷갈리고 누가 번민하겠는가. 그러므로 이런 일은 희유한 것이 못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구수 선현은 온갖 법이 모두가 마침내 공임을 관찰하기 때문이니, ‘오히려 반야바라밀다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오히려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004_0991_b_01L오히려 일체지지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일체지지를 증득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오히려 진여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진여를 증득하여 여래가 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오히려 생김없는 성품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생김없는 성품을 증득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오히려 보살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증득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오히려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10력과 4무소외를 이루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 오히려 법조차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설법하는 이를 얻는 것이겠느냐’고 하느니라.
교시가야, 구수 선현은 온갖 법에 있어서 멀리 여읨의 머무름[遠離住]과 얻을 바 없음의 머무름[無所得住]에 머무르고 있는데, 모든 보살이 머무르는 반야바라밀다의 미묘한 행의 머무름[微妙行住]에 비교하면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내지 우파니살담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그 때 대중 가운데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33천(天)들이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저마다 천상의 미묘하고 향기로운 꽃을 가지고 세존과 모든 보살들에게 뿌렸으며, 6백의 필추들은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자 부처님의 신력으로 저마다 손바닥 안에는 미묘하고 향기로운 꽃이 저절로 가득히 찼다.
004_0991_c_01L이 필추들은 날뛰고 기뻐하면서 저마다 이 꽃을 부처님의 위에다 뿌렸고 꽃을 뿌린 뒤에는 같이 원을 세우되, ‘저희들은 이 수승한 선근의 힘에 의하여 항상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미묘한 행의 머무름에 머물러서 속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 나아가게 하옵소서’라고 했다.
그 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니, 부처님네의 평상시의 법과 같이 그 입으로부터 갖가지의 광명을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고 분홍ㆍ자주ㆍ보라ㆍ초록ㆍ금 빛ㆍ은 빛 및 파리의 빛을 놓아서 곁으로 그지없는 모든 부처님 국토를 비추시매 위로는 범천의 세계까지 이르고 아래로는 풍륜(風輪)까지 사무쳤다가 점차로 다시 돌아와서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에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 때 아난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에 빙그레 웃으셨나이까?”
004_0991_c_08L時,阿難陁卽從座起,禮佛合掌白言:“世尊!何因何緣現此微笑?”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필추들은 오는 세상의 성유겁(星喩劫) 동안에 모두 부처님이 되시어 다같이 명호가 산화불(散花佛)이시고 10호(號)가 구족하실 것이요, 성문의 제자 수효도 모두가 같고 부처님의 수명도 20천 겁이며 머무시는 곳마다 다섯 가지 빛깔의 꽃이 비내리리라. 이런 인연 때문에 내가 웃었느니라.
경희(慶喜)야,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정진하면서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이 모든 보살은 전생에 인간 안에서 죽어서 도로 이 세간에 와 났거나 혹은 도솔천[覩史多天] 위에서 죽어서 인간에 와 났을 것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이와 같은 두 곳만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기 쉬운 곳이요 그 밖의 곳은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이니라.
또 경희야, 만일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면서 보살승에 머무른 선남자들에게 보이고 권하고 인도하고 찬탄하고 격려하고 기뻐하게 하면, 이 모든 보살은 일찍이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께 모든 선근을 심은 것이요, 성문과 독각 등에게 심은 것만이 아니니라.
또 경희야, 만일 모든 보살이 이와 같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모든 이치를 듣고 깊이 믿고 이해하면서 헐뜯지도 않고 무너뜨리지도 않으면 이 모든 보살은 일찍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모든 부처님께 선근을 많이 심었으며, 또한 한량없는 착한 벗에게 포섭되었느니라.
또 경희야, 만일 모든 유정이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수승한 복밭에게 모든 선근을 심으면 비록 틀림없이 성문의 과위나 혹은 독각의 과위나 혹은 여래의 과위를 얻는다 하더라도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함에는 반드시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이치를 잘 통달하여 걸림 없이 정진하면서 모든 보살의 행을 수행하여 극히 원만하게 해야 하느니라.
004_0992_b_01L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이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경전을 제외하고 그 밖의 내가 말한 법들을 받아 지니다가 설령 잊는 일이 있다 해도 그 죄는 오히려 가볍거니와,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경전을 잘 받아 지니지 않아 최하 한 구절이라도 잊어버리면 그 죄는 심히 무겁느니라.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경전을 최하 한 구절이라도 잘 받아 지녀서 잊지 않으면 얻는 복이 한량없거니와, 만일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경전을 잘 받아 지니지 않아 최하 한구절이라도 잊어버리면 그가 얻는 중한 죄는 앞의 복의 분량과 같으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만일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마지막까지 환히 통달하여 이치대로 생각하며 남을 위해 널리 연설하면서 분별하고 보이어 알기 쉽게 하면, 이 모든 보살은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매우 깊은 법의 광[法藏]을 받아 지니어 널리 유정에게 연설하고 보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니라.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유정들이 은근하고 청정한 마음을 일으켜 현재 나에게 갖가지의 훌륭한 공양 거리로써 공양하고 공경하면서 게으름이 없고자 하면, 의당 반야바라밀다를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 부지런히 닦고 배워 이치대로 생각하며 널리 유정에게 분별하고 해설하거나 혹은 또 써서 갖가지로 장엄하여 공양하고 공경하면서 잠시도 버림이 없어야 하느니라.
요약하여 말하건대 마치 내가 너희들의 큰 스승인 것처럼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도 너희들의 큰 스승임을 알아야 하고, 마치 3세의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의 위없는 큰 스승인 것처럼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도 이는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의 위없는 큰 스승임을 알아야 하며, 너희들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나를 공경하고 존중한 것처럼 역시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공경하고 존중해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경희야, 나는 한량없고 교묘한 방편으로써 너에게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경전을 부촉하노니, 너는 받아서 지니어 잊음이 없게 하라. 나는 지금 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모든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의 한량없는 대중들 앞에서 너에게 부촉하노니, 응당 바르게 받아 지니면서 잊지 않게 할지니라.
004_0993_a_01L경희야, 나는 이제 진실한 말로써 너에게 이르나니, 모든 청정한 믿음이 있는 선남자들이 만일 불보ㆍ법보ㆍ승보와 3세의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깨달음을 버리지 않고자 하면 반드시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버리지 말지니라.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우리들 모든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들을 경계하고 가르쳐 주는 법이라 하느니라.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이가 반야바라밀다를 듣기 좋아하여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 마지막까지 환히 통달하여 이치대로 생각하고 쓰고 해설하면, 빨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은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에 의하여 나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경희야, 만일 모든 보살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고자 하면 의당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반야바라밀다를 닦고 배워야 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바로 모든 보살마하살의 어머니여서 보살로 하여금 빨리 깨달음을 증득하게 하기때문이니라.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여섯 가지의 바라밀다를 부지런히 배우면 빨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나니, 그러므로 경희야 나는 여섯 가지의 바라밀다를 다시 너에게 부촉하노니, 바르게 받아 지니어 잊지 않게 하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이와 같은 여섯 가지의 바라밀다는 바로 3세의 부처님의 그지없는 법의 광이기 때문이니라.
004_0993_b_01L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시방과 3세의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 말씀하신 법요는 모두가 이 6바라밀다의 그지없는 법의 광에서 흘러나온 것이니, 시방과 3세의 부처님과 제자들은 모두가 이와 같은 그지없는 법의 광에 의지하여 부지런히 닦고 배워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미 증득하였고 지금 증득하고 장차 증득할 것이며, 남음 없는 열반에 이미 들어갔고 지금 들어가고 장차 들어갈 것이니라.
또 경희야, 가령 네가 성문승(聲聞乘)을 닦는 사람에게 성문의 법을 말하여 이 법으로 말미암아 삼천대천세계의 유정의 모두가 다 아라한과를 얻었다 해도 오히려 나의 제자로서의 할 일을 못했으므로 나는 너의 일에 대하여 심히 따라 기뻐하지 못할 것이나, 네가 만일 보살승을 닦는 사람에게 한 구절이라도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와 상응하는 법을 연설하면 곧 나의 제자로서의 할 일을 한지라 나는 이 일에 대하여 깊이 따라 기뻐하리라.
부처님께서 경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성문이 보살을 위하여 반야바라밀다와 상응하는 법을 하루의 낮과 밤 동안 아니 손가락을 튀기는 잠시 동안이나마 연설하여 주면, 이 성문이 얻는 복덕이 앞의 것보다 매우 많으니라. 왜냐 하면 이 성문이 얻는 복덕은 온갖 성문과 독각의 모든 선근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니라.
또 경희야, 만일 어떤 보살이 성문승을 닦는 사람에게 성문의 법을 말하여 가령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유정들이 이 법으로 말미암아 모두 다 아라한과를 증득한다 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와 같은 보살이 얻는 복덕은 과연 많다고 하겠느냐?” 경희가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습니다, 세존이시여.”
004_0993_c_01L부처님께서 경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모든 유정에게 반야바라밀다와 상응하는 법을 하루의 낮과 밤 동안 아니 손가락을 튀기는 잠시 동안이나마 연설하여 주면, 이와 같은 보살이 얻는 복덕이 앞이 것보다도 매우 많으니라. 왜냐 하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와 상응하는 법의 보시는 온갖 성문이나 독각과 상응하는 법의 보시와 저 2승의 모든 선근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니라.
그 때 여래께서는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반야바라밀다를 찬양하여 말씀하시고 아난다에게 부촉하여 받아 지니게 하신 뒤에, 다시 온갖 필추ㆍ필추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하늘ㆍ용ㆍ약차ㆍ건달바 등의 대중 가운데서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대중으로 하여금 모두가 부동ㆍ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성문과 보살 대중에게 에워싸여서 큰 바다와 같이 움직일 수 없는 모임에게 바른 법을 연설하시는 것을 보게 하시고, 그리고 그의 국토의 엄청난 모양을 보게 하셨다.
그곳에 있는 성문승(聲聞乘)들은 모두가 아라한이어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고, 진실한 자유를 얻어서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였으므로 잘 길들인 말과 같았고 큰 용과도 같았으며, 할 일을 다 하였고 마칠 일을 다 마치어 모든 무거운 짐을 버리고 자기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매듭[有結]을 다하여 바른 지혜로 해탈하였고 마음이 자재하여 제1의 마지막에 이르렀었다.
004_0994_a_01L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거두시어 이 모임의 사부대중과 하늘ㆍ용ㆍ약차ㆍ건달바ㆍ 등이 다시는 부동 여래ㆍ응공ㆍ정등각과 보살과 그 밖의 대중이며 아울러 그 불국토의 장엄하고 청정한 모양을 보지 못하게 하시니, 그 부처님의 모임과 청정한 불국토는 모두가 이 땅에 있는 이의 눈으로는 볼 수 있는 바가 아니었다.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거두시었으므로 그렇게 먼 경계에 대하여 볼 수 있는 인연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법이 법을 행하지 못하고 법이 법을 보지 못하며, 법이 법을 알지 못하고 법이 법을 증득하지 못하느니라.
004_0994_a_13L慶喜當知!法不行法,法不見法,法不知法,法不證法。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온갖 법의 성품은 행할 수 있는 이가 없고 볼 수 있는 이가 없고 알 수 있는 이가 없고 증득할 수 있는 이가 없으며, 움직임도 없고 조작도 없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온갖 법은 모두가 작용이 없는지라 취하는 이와 취할 바가 모두 허공과 같아서 성품이 멀리 여의기 때문이요, 온갖 법은 불가사의한지라 생각하고 의논할 이와 생각하고 의논할 바가 모두 요술쟁이와 같아서 성품이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온갖 법은 짓고 받는 이가 없음이 마치 빛과 그림자 등과 같아서 견실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004_0994_b_01L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온갖 바라밀다가 속히 원만해져서 온갖 법의 마지막 저 언덕에 이르고자 하면, 의당 반야바라밀다를 배워야 하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이와 같이 배우면 모든 배움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고 수승하고 어른이고 높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이고 위없어서 온갖 세간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이 배움을 배운 뒤에 이 가운데에 편안히 머물러서 오른손과 오른 발가락으로써 삼천대천세계를 들어다가 다른 지방에 던져놓기도 하고 혹은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기도 하되, 그 안에 있는 유정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고 다친 데도 없고 두려워함도 없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공덕과 위력이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니,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은 이 반야바라밀다를 배워서 과거ㆍ미래ㆍ현재와 함이 없는 법[無爲法]에 대하여 걸림이 없는 지견(智見)을 얻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경희야, 나는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배우면, 모든 배움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고 수승하고 어른이고 높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이고 위없다’고 말하느니라.
004_0994_c_01L경희야,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끝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가 마치 명신(名身) 등과 같이 분량과 끝이 있다’고 말하지 않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명신(名身)ㆍ구신(句身)ㆍ문신(文身)은 바로 분량이 있는 법이요,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공덕과 수승한 이익은 분량이 있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니, 명신 등의 일이 반야바라밀다의 공덕과 수승한 이익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반야바라밀다의 공덕과 수승한 이익이 그것의 헤아릴 바도 아니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마치 허공과 같아서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니, 어떤 이들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다하고자 하면 허공의 끝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경희야,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다함이 없다고 하나니, 다함이 없기 때문에 한량없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어찌하여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킵니까?”
004_0994_c_22L具壽善現復白佛言:“云何菩薩引發般若波羅蜜多?”
004_0995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현아, 모든 보살들은 모든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다함이 없다고 관찰하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켜야 하고, 무명[無明]과 내지 늙음과 죽음이 모두 다함이 없다고 관찰하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켜야 하나니, 이와 같이 선현아, 모든 보살들은 이러한지라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켜야 하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들은, ‘12연기(緣起)는 두 변[二邊]을 멀리 떠났다’고 이와 같이 관찰하고, ‘12연기는 중간도 없고 변두리도 없다’고 이와 같이 관찰하는 것이 바로 모든 보살의 특수하고 묘한 관찰이니, 이를테면 반드시 묘한 깨달음의 자리에 편안히 앉아야 비로소 이와 같이, ‘12연기의 이치가 심히 깊음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다할 수 없다’고 사실대로 관찰하기 때문에 곧 일체지지를 증득할 수 있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들이 만일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남이 있으면 모두가 이와 같은 뜻 지음과 방편선교에 의지하지 않은 연유이니, 사실대로 모르면서 모든 보살들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어늘, 어떻게 다함이 없는 행상으로써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키어 사실대로 12연기를 관찰할 수 있겠느냐.
004_0995_b_01L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들이 만일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온갖 모두가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키는 방편선교에 의한 것이니, 이 모든 보살은 이와 같은 방편선교에 의하여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지라 허공과 같은 다함이 없는 행상으로써 사실대로 12연기를 관찰하느니라.
이와 같이 연기의 법을 관찰할 때에는 어떤 법도 까닭이 없이 생김을 보지 않고 어떤 법도 성품과 모양이 항상 머무름을 보지 않으며, 어떤 법도 짓거나 받는 이가 있다고 보지 않나니, 이 모든 보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허공과 같은 다함이 없는 행상으로써 사실대로 12연기를 관찰하고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켜 일체지지를 빨리 증득하느니라.
선현아,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때에 보살이 사실대로 12연기를 관찰하고 반야바라밀다를 끌어 일으키면, 이 때의 보살은 도무지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보지 않으며, 이 부처님의 세계도 보지 않고 저 부처님의 세계도 보지 않고 이곳과 저곳의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어떤 법도 보지 않나니, 만일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이와 같이 행하면 이 때의 악마가 지극히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마치 독화살에 중독됨과 같으니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부모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운 것처럼 악마도 역시 그러하니라.”
004_0995_c_01L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만일 모든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머무르면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그의 단점을 엿보려 해도 모두 얻을 수 없고 또한 요란시키거나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선현아, 만일 모든 보살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고자 하면 의당 부지런히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부지런히 힘써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머무르면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반야의 바라밀다를 수행하여 원만하게 되는 것이요, 만일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바르게 수행하면 곧 구족하게 온갖 바라밀다의 방편선교를 수행하여 원만하게 되는 것이니, 모든 악마의 일이 일어난다 해도 사실대로 깨닫고 알아 멀리 여의느니라.
그러므로 선현아, 만일 모든 보살이 방편선교를 바르게 섭수하고자 하면, 의당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바르게 수행하여야 하느니라.
004_0995_c_11L是故,善現!若諸菩薩欲正攝受方便善巧,應正修行甚深般若波羅蜜多。
만일 때에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면서 끌어 일으키면, 이 때에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에 계신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 모두 함께 이 보살들을 보호해 주시므로, 응당 생각하기를, ‘저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도 반야바라밀다로부터 일체지(一切智)를 내셨다’고 해야 하며, 이렇게 생각한 뒤에 다시 생각하기를, ‘마치 모든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증득하셔야 하는 법과 같이 나도 역시 증득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니라.
004_0996_a_01L이와 같이 선현아, 만일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고 끌어 일으키면서 생각하기를, ‘손가락을 튀기는 잠시 동안에 생기는 복덕조차도 얻을 바가 있는[有所得] 모든 보살들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수의 대겁(大劫) 동안에 보시를 수행하여 얻는 공덕보다 더 뛰어나거늘, 하물며 하루 동안 아니 반나절 동안의 것이겠는가.’ 하면, 이 모든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무를 것이요, 언제나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서 함께 보호하실 것이니라.
그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자씨(慈氏) 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한량없는 모든 보살마하살들과 구수 선현과 사리자 등의 모든 큰 성문들과 아울러 모든 하늘ㆍ용ㆍ건달바 등의 온갖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