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자자여, 보살마하살들이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면 온갖 수행 가운데서 맨 먼저 물듦이 없는 보시바라밀다를 배워야 합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보시바라밀다를 배우면 비롯함이 없는 세계로부터 익혀 오던 인색함의 때가 즉시에 멀어지고,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차츰차츰 일체지의 지혜로 가까워집니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들이 이러이러한 때에 일체지의 지혜와 상응하는 뜻 지음이 계속하여 나타나면 그때 그때에 차츰차츰 일체지의 지혜에도 가까워지고, 이러이러한 때에 차츰차츰 일체지의 지혜에 가까워지면 그때 그때에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에서 멀어지며, 그때 그때에 성문이나 독각의 지위를 멀리 여의면 그때 그때에 다시 일체지의 지혜에 가까워집니다.
004_1113_c_01L 이와 같이 보살이 일체지를 구하는 것은 첫 마음이 일어나는 즉시에 증득하는 것도 아니며, 나중에 보리의 자리에 앉을 때에 마지막 마음이 일어나는 즉시에 단독으로 증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첫 마음을 계속하다가 보리의 자리에 앉아서 마지막 마음이 일어나기까지 서로서로 도와서 일체지를 얻고, 일체지를 구합니다.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 마음이 모두가 일체지를 불러일으키어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하나니, 반드시 모든 마음이 차례차례 상속하여 장애되는 법을 끊어 버린 뒤에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보살들은 여실히 알기를 내가 지금 일으킨 이치에 맞지 않는 뜻 지음은 일체지에 도움이 된다. 즉 내가 일으킨 이치에 맞지 않는 뜻 지음은 능히 몸을 받아 생사에 상속하고, 오래 있으면서 유정들을 이롭게 하도록 한다. 만일 나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뜻 지음이 나를 오래 머무르게 하는 일이 없다면 곧 아주 없음[斷減]이 되어서 스스로의 수행도 원만케 할 수 없거늘 하물며 어찌 다른 유정들을 이롭게 하겠는가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살들의 마음에 섞인 것이 없다 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법의 순함과 거슬림을 잘 관찰하면 모두가 일체지의 지혜를 이끌어 일으킵니다.
004_1113_c_15L又,滿慈子!若諸菩薩能觀諸法若順若違,皆能助引一切智智。
이 보살들이 방편 선교로 온갖 법을 관찰하면 모두가 구하려는 위없는 정등보리에 잘 수순하므로 순하거나 거슬림 따위 마음이 섞이지 못하게 하나니, 거슬리는 경계에도 성을 내지 않고, 순하는 경계에도 애착을 내지 않고서 거슬리거나 순하는 일을 모두 바르게 알아 일체지의 지혜를 일으키는 인연을 삼습니다. 이러한 보살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마음에 섞인 것이 없습니다.
004_1114_a_01L또 만자자여, 마치 어떤 사람이 남에게 붙들려서 곧 죽을 곳으로 끌려가게 되면 그 사람은 겁이 나서 다른 생각은 없고 오직 생각하되 ‘나는 머지않아서 죽을 자리로 끌려가서 죽게 되었다’ 하는 것같이 보살들도 항상 일체지의 지혜만을 생각하면 다른 생각이 중간에 일어날 수 없나니, 이 보살들은 다른 마음이 섞이지 않습니다.
또 만자자여, 마치 어떤 사람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넓은 들을 지나는데 거기에 사나운 도적 떼가 많으면 그 사람은 그럴 때에 다른 생각은 없고 오직 생각하되 ‘나는 언제나 이 험난한 곳을 벗어나서 풍부하고 안락한 국토에로 갈까?’ 하는 것같이 보살들도 항상 일체지의 지혜만을 생각하여 다른 생각이 일어날 사이가 없이 하면 이 보살은 몸과 뜻이 청정하여 딴 마음이 섞이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마치 어떤 사람이 도적질을 하다가 왕의 추격을 받으니, 그 사람은 겁이 나서 저자 속으로 숨어들어 떠드는 틈에서 자기를 숨기려 하였는데 때마침 요령을 흔들고 북을 치면서 왕의 명령을 받고 잡으려는 이가 나타나면, 그때에 그 사람은 다른 생각은 없고 오직 생각하되 ‘나는 지금 저들의 눈에 띠어서 잡히지는 말아야지’ 합니다.
004_1114_b_01L또 비유하건대 어떤 금공[金師]에게 누군가가 황금 백 냥을 가지고 와서 말하되 ‘이는 국왕께서 그대에게 보내 갖가지 묘한 노리개[莊嚴具]를 만들라 하신 것이니, 부지런히 정신 차려서 한 달 안에 마치시오. 만일 기한 안에 이루지 못하거나 만든 것이 추잡하면 당신의 목을 끊되 용서가 없을 것이오.’ 합니다.
그 사람은 노리개를 다 만들기 전에는 아무리 음식 따위가 있어도 도무지 음식 따위의 생각을 내지 못하고, 오직 금에 대하여서만 생각과 생각을 계속하여 노리개 만들기와 변화시키는 것만을 생각합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그는 자기의 생명을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때에 금공은 기약한 대로 묘한 노리개를 다 만들어 가지고 왕에게 가서 말하되 ‘대왕께서 만들라고 분부하신 묘한 노리개들을 이제 다 이루었나이다.’ 하니, 왕이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위로하되 ‘네가 매우 수고하여 내 분부대로 만들었구나. 열두 달은 만들어야 될 것을 네가 한 달 동안에 다 만들었구나.’ 하고, 갖가지 물건을 내어 후히 상을 줍니다.
마치 저 금공이 자기의 생명이 아까워서 노리개를 다 만들기까지는 잠시도 딴 노리개를 만들 생각을 내지 않는 것같이 보살도 보리를 소중히 여기는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기 전에는 항상 일체지의 지혜만을 생각할 뿐이요, 중간에 딴 생각은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것을 마음에 섞임이 없다 합니다.
004_1114_c_01L만일 보살들이 일체지를 구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섞임 없는 마음에 머물러서 보리에 나아가는 행을 부지런히 닦으면 보리의 양식을 빨리 원만케 합니다. 다른 보살들은 무수한 겁을 지나도록 섞임이 있는 마음으로 보살행을 닦아서 위없는 정등보리의 양식을 얻어 원만케 하지만 이 보살들은 백 겁도 지나지 않고서 원만케 합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이 보살들이 일체지를 구할 때에 다른 생각은 잠시도 큰 보리의 마음에 섞이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섞임 없는 마음으로 보살행을 닦으면 백 겁을 지나지 않고 원만케하여 위없는 보리의 양식을 증득합니다. 섞임이 있는 마음은 오래도록 계속하여도 보리의 양식을 이루지 못하거니와, 섞임이 없는 마음은 잠깐만 계속하여도 곧 보리의 양식을 이루나니, 찰나찰나에 항상 늘기 때문입니다.
사리자가 대답했다. “보살들이 방편 선교로써 일체지를 구하면 다른 뜻 지음이 중간에 섞이지 않나니, 섞임이 없는 마음은 이것으로 성품을 삼습니다. 또 성문승에 상응하는 뜻 지음[作意:결심]이든 독각승에 상응하는 뜻 지음이든 모두가 큰 보리 마음에 섞이나니, 모두를 보살의 이치에 맞지 않는 뜻 지음이라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2승의 뜻 지음은 위없는 정등보리에 어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생각하되 ‘탐ㆍ진ㆍ치 따위에 상응하는 마음은 큰 보리를 장애하기는 하나 보살의 마음에 섞이는 것이 성품이나 독각의 경지를 구하는 마음과 같지 않다’ 해야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탐ㆍ진ㆍ치 따위가 능히 생사와 온갖 존재를 상속케 하여 보살들이 일체지를 일으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번뇌의 뜻 지음은 모든 유루의 몸에 수순하나 보살의 마음에 그다지 섞이는 것이 아니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여러 보살들이 큰 보리를 구하는 것은 유정들을 제도하기 위해 정진의 갑옷을 입고 오래도록 생사에 머물러서 큰 이익을 주려는 때문이니, 번뇌의 뜻 지음을 빨리 끊으려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뜻 지음이 나타났을 때에는 모든 유위의 몸을 오래도록 상속하게 하나니, 그를 의지하여 보시ㆍ정계ㆍ안인(安忍)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와 그 밖의 한량없고 끝없는 불법을 포섭하여 모두 원만케 합니다. 이와 같이 번뇌에 상응하는 뜻 지음은 뒷몸을 받는 일에 순응하면서 보살들을 돕고, 위없는 정등보리를 일으키게 하나니, 보리를 증득하지 못한 이는 끊으려 하지 말아야 하며, 내지 보리의 자리에 앉지 못했더라도 이 뜻 지음을 영원히 없애지 말아야 합니다.
004_1115_c_01L이런 까닭에 보살마하살들이 번뇌가 나타날 때에는 거기에서 몹시 싫어하는 생각을 내지 말지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보살들은 번뇌가 일어나면 은혜롭다는 마음을 일으키어 생각하되 ‘나는 저 때문에 갖가지 보리의 종자를 일으키어 속히 원만케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는 나에게 큰 은덕이 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다른 착한 법이 나에게 이익이 있는 것같이 번뇌도 그러하니 싫어하지 않으리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보살의 방편 선교는 모든 번뇌와 그 경계에 대하여서 깊이 사랑하고 공경하기를 부처님과 같이 여기나니,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이 보살들은 방편 선교로써 생각하되 ‘모든 번뇌를 아직 영원히 끊지 못했으므로 나는 보시ㆍ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와 그 밖의 한량없고 끝없는 불법을 수행하여 모두 원만케 하고, 또 이 까닭에 일체지를 일으킨다.’ 해야 합니다.
비유하건대 장사꾼이 수레에다 갖가지 재물을 많이 싣고 멀리 큰 도시로 가는데 이러이러한 때에 그 수레가 굴러서 전진하면 그때 그때에 수레ㆍ바퀴ㆍ축 따위가 점점 닳고, 이와 같이 점점 전진하여 도시에 들어가면 수레는 끝내 일시에 망가지는데 할 일을 다 끝낸 주인은 애석히 여기는 바가 없습니다.
004_1116_a_01L 이러이러한 때에 모든 번뇌가 차츰차츰 소멸하면, 그때 그때에 차츰차츰 일체지의 지혜에 가까워지고, 이러이러한 때에 큰 보리를 증득하면 그때에 의지한 몸과 번뇌가 모두 다하여 할 일을 다 마치고 다시는 몸과 번뇌를 필요치 않음이 마치 성에 들어간 수레가 소용없는 것 같습니다.
만일 어떤 유정이 보살에게 와서 먼저는 몹시 비방하다가 나중에야 재물이나 법을 구하거든 보살은 기꺼이 주면서 생각하되 ‘지금의 이 유정은 나에게 와서 큰 은덕을 베풀었으니, 나로 하여금 보시와 인욕을 성취하게 하고, 이 까닭에 일체지의 지혜를 성취하게 한다. 나는 그 때문에 가장 높은 마음을 일으켜 큰 보리에 나아가게 되니 다른 경계보다 수승하다’ 합니다.
그때에 만자자가 다시 사리자에게 물었다. “어찌 2승인들 일체지에 대하여 도움 되는 힘이 없겠습니까?
004_1116_a_17L時,滿慈子便問具壽舍利子言:“豈不二乘於一切智亦有助力?
004_1116_b_01L 이른바 성문들도 보살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보시ㆍ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와 그 밖의 한량없고 끝없는 불법을 배우게 하며, 독각들도 복밭이 되어서 보살들이 그에게 의식을 보시하면 빨리 일체지를 얻거늘 어찌하여 성문과 독각에 상응하는 뜻 지음은 일체지와 그 양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십니까?”
또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내공(內空)ㆍ외공(外空)ㆍ내외공(內外空)ㆍ공공(空空)ㆍ대공(大空)ㆍ승의공(勝義空)ㆍ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필경공(畢竟空)ㆍ무제공(無際空)ㆍ산공(散空)ㆍ무변이공(無變異空)ㆍ본성공(本性空)ㆍ자상공(自相空)ㆍ공상공(共相空)ㆍ일체법공(一切法空)ㆍ불가득공(不可得空)ㆍ무성공(無性空)ㆍ자성공(自性空)ㆍ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을 부지런히 배우게 하고,
004_1116_c_01L또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정관지(凈觀地)ㆍ종성지(種性地)ㆍ제8지(第八地)ㆍ구견지(具見地)ㆍ박지(薄地)ㆍ이욕지(離欲地)ㆍ이판지(已辦地)ㆍ독각지(獨覺地)ㆍ보살지(菩薩地)ㆍ여래지(如來地)를 부지런히 배우게 하며, 또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을 부지런히 배우게 하며,
또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32대사상(大士相)과 80수호(隨好)를 부지런히 배우게 하며, 또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을 부지런히 배우게 하며, 또 보살들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일체지ㆍ도상지(道相智)ㆍ일체상지(一切相智)를 부지런히 배우게 하며,
004_1117_a_01L 이른바 생사를 싫어하고 열반을 좋아하여 큰 보리와 유정을 버리기 때문에 보살들을 제재해서 독각과 성문에 상응하는 뜻 지음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나니, 그러한 뜻 지음에 의하면 반드시 보살들이 구하는 불과와 이롭게 할 유정들에게 모두 수순치 않습니다.
또 만자자여, 성문승들이 보살마하살들이 구하는 위없는 큰 보리에 큰 은덕을 주나니, 이른바 보살마하살들에게 온갖 바라밀다와 그 밖의 수승한 행에 상응하는 교법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부지런히 배워서 속히 원만케 하며, 또 보살들의 조촐한 복밭이 되어서 보살들의 보시를 받고서 보살들로 하여금 보리의 양식을 빨리 원만케 하는 것입니다.
또 관찰하건대 2승의 마음이나 지혜는 열등하고, 보살은 가장 높은 마음과 지혜를 닦아 배우지만 만일 2승의 열등한 마음과 지혜가 없으면 보살들은 가장 높은 지혜를 닦지 못합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보살들의 마음과 지혜는 유루거나 무루거나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마음과 지혜를 제한 나머지에 대하여는 으뜸이며, 수승하며 존귀하며 높으며 묘하며 미묘하며 위이며 위없음이며 같을 이 없음이며 같을 이 없되 같음이 됩니다. 그러므로 온갖 성문 독각의 마음과 지혜도 일체지에 대하여 조금은 수순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마하살들이 보시바라밀다를 행하면 비록 재물 따위를 버리더라도 그 일에 대하여 행상을 취하는 생각이 없나니, 이른바 온갖 법상을 버리어 위없는 정등보리로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려 하다가 끝내는 일체지의 지혜를 증득합니다. 만일 형상을 버리어 위없는 정등보리로 회향하지 않으면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려 하여도 끝내 일체지의 지혜를 얻지 못합니다.
004_1117_c_01L만일 보살들이 갖가지 금은 보배 따위를 얻으면 비록 이익을 얻었다고는 하나 큰 이익을 얻었다고는 못하고, 보살들이 갖가지 금은 보배 따위를 버려야 큰 이익을 얻었다 하며, 보살들이 뭇 형상을 버리어 위없는 정등보리에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하여야 위없는 이익을 얻었다 합니다.
또 보살들이 전륜왕이 되어서 4주 세계를 통솔하되 자유자재한 것은 이익을 얻었다고는 하나 큰 이익을 얻었다고 하지 못하고, 보살들이 4주 세계의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려야 큰 이익을 얻었다 하며, 보살들이 뭇 형상을 버리고 위없는 정등보리로 회향하여야 비로소 위없는 큰 이익을 얻었다 합니다.
또 보살들이 욕계의 천왕이 되어서 욕계를 거느리되 매우 자재하면 비록 이익을 얻었다고는 하나 큰 이익을 얻었다 하지 못하고, 욕계의 자재한 왕위를 버려야 큰 이익을 얻었다 하며, 뭇 형상을 버리고 위없는 정등보리로 회향하여 유정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여야 비로소 위없는 큰 이익을 얻었다 합니다.
만일 여러 유정들이 뭇 형상을 버리고서 예류ㆍ일래ㆍ불환ㆍ아라한들의 과위나 독각의 보리를 얻으면 이익을 얻었다고는 하나 큰 이익을 얻었다 하지는 못하고, 그 유정들이 뭇 형상을 버리고 위없는 정등보리로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하여야 비로소 위없는 큰 이익을 얻었다 합니다.
만일 보살들이 뭇 형상을 버리어 위없는 정등보리로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하여야 위없는 큰 이익을 얻었다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음식 따위 물건들은 모두가 뭇 형상이 있고, 형상이 있는 법들은 모두가 수량이 있고, 수량이 있는 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반연해서는 한계 없는 일체지의 지혜를 증득하지 못합니다.
보살들은 방편 선교로써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제자들이 갖추고 있는 희유한 공덕을 반연하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비록 끝없이 많은 값지고 묘한 음식ㆍ의복ㆍ침구ㆍ약품ㆍ집ㆍ재물ㆍ꽃ㆍ향 따위 물건으로 공경히 보시하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비록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하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보살들이 안팎의 온갖 종류의 형상을 버리어 집착하는 마음이 없이 이와 같은 일체지의 지혜를 구하면 모든 보살들에게서 가장 우두머리가 되어 정수리같이 위없는 보리를 얻습니다. 과거 미래 현재의 보살이 일체지의 지혜를 이미 얻고, 장차 얻고 현재에 얻는 것은 모두가 이렇게 일으킨 방편 선교에 의하여 증득한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했다. “보살들이 방편 선교로써 법상을 취하지 않으면 이 보살들은 정수리에 머무는 보살의 수효에 듭니다.”
004_1118_b_09L舍利子言:“若諸菩薩方便善巧不取法相,是諸菩薩得入居頂諸菩薩數。”
만자자가 다시 물었다. “이 보살이 어떤 법에서 어떤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까?”
004_1118_b_11L滿慈子言:“是諸菩薩於何等法不取何相?”
사리자가 대답했다. “이 보살들은 물질[色]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에서 나 있음과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서도 나 있음과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004_1118_c_01L이 보살들은 눈의 영역[眼處]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영역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영역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영역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영역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영역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물질의 영역[色處]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영역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영역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영역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영역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영역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영역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004_1119_a_01L이 보살들은 눈의 경계[眼界]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경계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경계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경계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경계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경계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물질의 경계[色界]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경계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경계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경계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경계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물질의 경계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004_1119_b_01L이 보살들은 안식의 경계[眼識界]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안식의 경계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안식의 경계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안식의 경계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안식의 경계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안식의 경계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의 경계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눈의 접촉[眼觸]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눈의 접촉에서 나와 나 없음을 취하지 않으며,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서도 나와 나 없음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眼觸爲緣所生諸受]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004_1119_c_01L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접촉이 연이 되어 생긴 모든 느낌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지계(地界)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지계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지계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지계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지계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지계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004_1120_a_01L이 보살들은 인연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등무간연(無等間緣)ㆍ소연연(所緣緣)ㆍ증상연(增上緣)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인연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등무간연ㆍ소연연ㆍ증상연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인연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등무간연ㆍ소연연ㆍ증상연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인연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등무간연ㆍ소연연ㆍ증상연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인연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등무간연ㆍ소연연ㆍ증상연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인연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등무간연ㆍ증상연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무명(無明)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무명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무명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무명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004_1120_b_01L 무명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무명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 보살들은 욕계에서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색계ㆍ무색계에서도 항상함과 덧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욕계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색계ㆍ무색계에서도 즐거움과 괴로움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욕계에서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색계ㆍ무색계에서도 나와 나 없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욕계에서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색계ㆍ무색계에서도 조촐함과 부정함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욕계에서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색계ㆍ무색계에서도 멀리 여읨과 멀리 여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욕계에서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고, 색계ㆍ무색계에서도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마하살들이 온갖 법은 모두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알고서 뭇 형상을 멀리 떠나 보시바라밀다를 행하면 이 보살들은 정수리에 머무는 보살의 수효에 들어가서 정수리와 같은 일체지의 지혜를 얻으며, 또 온갖 유정들을 교화하여 이와 같은 일체지의 지혜에 의해서 구하여 나아가기를 발원케 하고 또 증득하게 합니다.
004_1120_c_01L또 만자자여, 모든 유정들이 형상 없는 법에 대하여 수승하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일체지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고, 일체지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면 모든 보살의 행을 닦지 못하고, 보살의 행을 닦지 못하면 일체지의 지혜를 증득하지 못합니다. 만일 유정들이 형상 없는 법에 대하여 수승하다는 생각을 내면 능히 일체지의 마음을 일으키고, 일체지의 마음을 일으키면 능히 모든 보살의 행을 닦고, 보살의 행을 닦으면 능히 일체지의 지혜를 증득합니다.
또 만자자여, 만일 보살들이 일체지를 구하여 나아가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자기가 버린 일마다에 대하여 모두가 공해서 있지 않음을 여실히 알고서 보시바라밀다를 행하나니, 이른바 이미 버린 모든 일이 모두가 허깨비 같아서 나 따위와 같지 않음을 여실히 아는 까닭에 비롯함이 없는 과거로부터 취하던 모든 형상을 잘 알아서 자기의 모든 것을 모두 버리어 형상을 취하지 않습니다.
모든 유정들은, 모든 법은 있지 않아서 모두가 허깨비 같음을 여실히 알지 못하는 까닭에 모든 일마다 대하여 굳은 집착을 일으키고, 굳은 집착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버리지 못하는 까닭에 인색하게 되고, 인색한 까닭에 몸과 목숨을 마친 뒤엔 나쁜 길에 태어나서 빈궁한 과보를 받으며, 거기에서 얻는 것마다 버리지 못하다가 다시 거기에서 인색함을 더하고, 이 까닭에 다시 나쁜 길에 빠져서 갖가지 고통을 받습니다. 이렇게 고통을 받는 것은 모두가 형상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이 보살은 다시 생각하되 ‘부처님들은 하기 어려운 일을 하셨으니, 이른바 보살들로 하여금 모든 법은 있지 않아서 모두가 허깨비 같음을 여실히 알게 하시고, 여실히 아는 까닭에 집착을 내지 않고, 공력을 조금 들여서 온갖 것을 다 버리고, 위없는 정등보리를 빨리 증득하게 하신다.’ 합니다.
그러므로 보살들이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려면 이와 같이 모든 법은 있지 않는 것이어서 모두가 허깨비 같음을 알아 뭇 형상을 여의고, 형상 없는 마음으로 정수리 같은 일체지의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만자자여, 그대는 내가 이러한 법요를 말하는 것이 나 스스로의 변재라 하지 마시오. 이는 모두가 여래의 위신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