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자자여, 어떤 두 보살이 모두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는데 한 보살은 방편 선교가 있는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를 빨리 증득하고, 또 한 보살은 방편 선교가 없는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를 더디게 증득합니다. 존자여, 잘 아셔야 합니다. 보살이 차라리 위없는 정등보리를 더디 증득할지언정 성문이나 독각의 경지에 떨어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보살들이 위없는 정등보리를 빨리 증득하면 두 가지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첫째는 방편 선교가 없어서 얼른 실제를 증득하여 2승의 경지에 떨어짐이 마치 불난 집에서 죽는 것 같고, 둘째는 방편 선교가 있어서 위없는 정등보리를 빨리 증득함이 마치 보배를 가지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위없는 정등보리를 더디 증득할지언정 빨리 구하다가 2승의 경지에 떨어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004_1170_a_01L그때에 만자자가 다시 사리자에게 물었다.
“실제를 빨리 구하는 것이 어찌 방편 선교가 아니겠습니까?”
004_1170_a_01L時,滿慈子便問具壽舍利子言:“速證實際,豈非菩薩方便善巧?”
사리자가 대답했다. “실제를 속히 증득하는 것은 방편 선교가 아닙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2승의 경지에 떨어지는 것은 방편 선교의 무리가 아니요, 방편 선교가 없는 무리의 결과이어서 구할 바 큰 보리에서 물러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보살이라 함은 큰 보리를 구하여 유정을 이롭게 할지언정 실제를 구하려 하지 않는 것이니, 그러므로 실제를 증득하면 방편 선교의 결과가 아닙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외공(外空)ㆍ내외공(內外空)ㆍ공공(空空)ㆍ대공(大空)ㆍ승의공(勝義空)ㆍ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필경공(畢竟空)ㆍ무제공(無際空)ㆍ산공(散空)ㆍ무변이공(無變異空)ㆍ본성공(本性空)ㆍ자상공(自相空)ㆍ공상공(共相空)ㆍ일체법공(一切法空)ㆍ불가득공(不可得空)ㆍ무성공(無性空)ㆍ자성공(自性空)ㆍ무성자성공(無性自性空)을 행할지언정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외공과 내지 무성자성공을 끝까지 행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지어감ㆍ의식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을 관찰할지언정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지어감과 내지 늙음과 죽음을 끝까지 관찰하지 못합니다.
004_1170_c_01L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괴로움에 대한 성스런 진리를 관찰할지언정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괴로움에 대한 성스런 진리를 끝까지 관찰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대한 진리를 관찰할지언정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는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대한 진리를 끝까지 관찰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종성지(種性地)ㆍ제8지(第八地)ㆍ구견지(具見地)ㆍ박지(薄地)ㆍ이욕지(離欲地)ㆍ이판지(已辦地)ㆍ독각지(獨覺地)ㆍ보살지(菩薩地)ㆍ여래지(如來地)의 지혜를 수행할지언정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종성지와 내지 여래지의 지혜를 원만히 수행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이구지(離垢地)ㆍ발광지(發光地)ㆍ염혜지(焰慧地)ㆍ극난승지(極難勝地)ㆍ현전지(現前地)ㆍ원행지(遠行地)ㆍ부동지(不動地)ㆍ선혜지(善慧地)ㆍ법운지(法雲地)를 수행하지만 다른 보살들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들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이구지와 내지 법운지를 원만히 수행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4무소외(無所畏)ㆍ4무애해(無礙解)ㆍ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ㆍ18불불공법(佛不共法)을 수행하지만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4무소외 내지 18불불공법을 원만히 수행하지 못합니다.
004_1172_b_01L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다른 이의 모든 공덕을 따라 좋아하지만 다른 보살은 못한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기 때문에 계를 범함이 있어 다른 이의 공덕을 따라 좋아하기를 원만히 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밥 한술을 보시하고서도 얻은 공덕이 다른 보살이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겁을 지나는 동안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면서 뛰어나고 묘한 음식으로 온갖 무리에게 보시하고서 얻은 공덕보다 훌륭할 수 있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보시를 원만히 수행하지 못합니다.
또 만자자여, 보살들이 생각하기를 ‘나는 능히 일심으로 모든 공덕을 쌓음이 다른 보살이 긍가 강의 모래같이 많은 겁을 지나도록 모든 공덕을 쌓은 것보다 훌륭하다’ 하면, 이 보살은 그른 곳을 행하는 것이요, 그른 곳을 행하는 까닭에 계를 범함이 있어 모든 공덕을 원만히 쌓지 못합니다.
004_1172_c_01L존자여, 잘 아셔야 합니다. 보살들은 마땅히 방편 선교로써 온갖 공덕을 닦아야 하는데 만일 이와 같은 갖가지 생각을 일으키면 그는 방편 선교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보살은 보살을 이기려 하지 말아야 하고, 보살은 보살을 경멸하지 말아야 하고, 보살은 보살을 항복시키려 하지 말아야 하고, 보살은 다른 보살을 공양ㆍ공경하되 부처님께 공경ㆍ공양하는 것같이 해야 합니다.”
또 만자자여, 이 보살들은 유정들에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켜야 하고, 유정들에게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고서 생각하기를 ‘나는 방편 선교를 닦아 배워서 유정들로 하여금 모두가 제일의 성품을 얻게 하리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제일의 성품이라 함은 불성이므로 나는 방편으로써 모든 유정들이 모두가 부처를 이루게 하리라’ 해야 합니다.
004_1173_a_01L 이 보살들은 유정들에게 모두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어 유정들이 모두가 법왕의 지위에 머무르게 하나니, 이 법왕의 지위라 함은 가장 훌륭하고 가장 존귀하여서 법과 유정에서 모두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들은 온갖 유정을 두루 공경해야 하나니, 인자한 마음이 두루하여 차별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며, 여래의 법신이 온갖 법에 두루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공교한 요술쟁이나 그의 제자가 네거리에서 요술을 부려 대왕과 용맹스러워서 당할 이 없는 네 가지 군사를 만들어 내면 그 요술 속의 대왕은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아무도 당할 수 없는 네 가지 군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 않으며, 네 가지 군사들도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모두가 대왕에게 매였으니, 대왕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 않습니다.
004_1173_b_01L만일 보살들이 모든 법에서 도무지 보는 바가 없으면 그 보살들은 반야바라밀다를 여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보살들은 방편 선교로써 정진바라밀다를 행하여 유정들을 교화해서 부처를 이루게 하나 모든 법에서 도무지 보는 바가 없나니, 이른바 어떤 조그마한 법성도 실제로 남으로 하여금 제일의 성품을 얻게 하는 것을 보지 않고, 또 어떤 조그마한 법성도 실제로 남으로 하여금 법왕의 지위에 오르게 하는 것을 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보는 바가 없으나 물러나지 않습니다.
이런 보살은 능히 광대한 정진의 갑옷을 입어 도무지 집착하는 바가 없나니, 이른바 보살들은 법왕의 지위가 모두 허깨비 같아서 도무지 실제로 있지 않는 것임을 아나 부지런히 구하여 나아가기를 쉬지 않고, 아무리 부지런히 부처님의 과위를 구하여 나아가나 모든 법에서 도무지 보는 바가 없고, 아무리 보는 바 없으나 물러나지 않습니다.
004_1173_c_01L또 만자자여, 온갖 법성은 드러낼 수가 없고, 말할 수도 없으므로 보살들이 큰 보리를 증득할 때에 유정들에게 모든 법성을 연설해 주지만 생각하기를 ‘나는 보리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또 어떤 법도 유정들에게 말해 준 것도 없다. 내가 비록 온갖 법성을 연설해 주나 모든 법의 성품은 진실로 말할 수 없나니, 말하는 이와 말할 바가 모두 제 성품이 없고, 증득하는 이와 증득할 바도 얻을 수 없다 합니다.
또 정진바라밀로써 일체지의 지혜를 구하는 데로 회향함으로써 정계바라밀다를 원만케 하고, 또 정계바라밀다로써 일체지의 지혜를 구하는 데로 회향함으로써 이 정계바라밀다가 더욱 수승하고 더욱 늘어나고 더욱 밝고 더욱 깨끗하게 합니다. 이와 같이 보살이 정계바라밀다를 닦아 배워서 속히 원만해지고 더욱 수승하고 밝고 맑아지는 것은 모두가 보살이 일체지의 지혜를 구하는 데로 회향하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방편 선교에 의하면 법공(法空)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실제에 빠져들지도 않나니,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두 손에다 가볍고 튼튼한 일산을 잡고, 산봉우리의 벼랑 끝에 서서 허리를 구부리고 바위 밑으로 험한 곳을 들여다보아도 일산이 바람을 받치는 힘 때문에 험한 어떤 끝에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보살들은 견고한 갑주를 입고 방편 선교를 받아들이어 제일로 원만한 정계바라밀다를 성취하여 의지할 바를 삼는 까닭에 비록 위없는 정등보리를 구하지만 어떤 법도 이미 증득한 것이나 현재 증득하는 것이나 장차 증득할 것이 있다고 보지 않나니, 이런 보살들의 정계바라밀다는 모두가 방편 선교로 거두는 까닭에 위없는 정등보리에 이릅니다.
004_1174_b_01L 이 보살들은 방편 선교에 거두어지는 까닭에 이미 배운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항상 멀리 여의지 않고, 이 보살들이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멀리 여의지 않기 때문에 차츰차츰 일체지의 지혜에 가까워져서 온갖 성문이나 독각을 초월하게 됩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이 보살들은 전일한 뜻으로 일체지를 구하되 마치 값진 보배를 찾는 것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비유하건대 두 사람이 방편을 써서 깊은 산 속의 굴로 들어가서 값진 보배를 구하는데, 그들이 얼마 안 가서 양쪽에 값이 많은 보배를 보았는데 하나는 탐을 내어 가지고 돌아왔고, 하나는 갖지 않고서 나아가다가 가장 훌륭한 곳에 가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를 만나 마음껏 가지고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했습니다.
한 보살은 방편 선교가 없기 때문에 세간의 갖가지 착한 법을 들고서는 탐내는 마음을 내지 않았지만 2승의 공덕을 듣고는 곧 마음이 쏠리고, 마음이 쏠리는 까닭에 부지런히 받아들여 일체지의 지혜를 멀리 여읨으로써 위없는 정등보리의 마음을 멀리하나니, 마치 저 첫째 사람이 값이 적은 보배를 보고는 탐내지 않았지만 값이 많은 보배를 보고는 탐을 내어 가지고 나옴으로써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보배를 잃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보살은 방편 선교가 있는 까닭에 처음에 세간의 갖가지 좋은 법을 들을 적에도 탐내는 마음이 없고, 다음에 2승의 공덕을 들어도 마음이 쏠리지 않고, 마음이 쏠리지 않는 까닭에 생각지 않고, 생각지 않는 까닭에 닦아서 익히지 않고, 닦아 익히지 않기 때문에 방편으로 멀리 여읩니다.
004_1174_c_01L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이 보살들은 세간의 착한 법이 온갖 허물이 많아서 끝까지 나와 남을 이롭게 할 수 없고, 구하려는 일체지의 지혜를 장애하며, 성문이나 독각의 선근은 비록 세간을 벗어나기는 했으나 자기만이 이롭고 남을 이롭게 할 수 없으며, 또 일체지의 지혜를 장애하는 줄을 잘 아는 까닭에 마음이 쏠리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러한 선근은 즐거이 닦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이 까닭에 2승의 경지를 초월하여 위없는 정등보리를 부지런히 닦아 차츰차츰 일체지의 지혜를 증득하나니, 마치 뒤의 사람이 값이 적은 보배나 값이 많은 보배를 보고는 모두가 탐내지 않고, 차츰차츰 깊이 들어가서 지극히 수승한 곳에 이르러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를 얻어 마음대로 가지고 나와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보살의 방편 선교는 세간의 착한 법을 탐내지 않고, 2승의 법도 맛들이지 않나니, 이 까닭에 차츰차츰 큰 보리에 가까워지면서 백천 가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행하고,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ㆍ공경하고, 유정들을 이루어 주고, 불국토를 장엄하여 일체지의 지혜를 지극히 원만케 하여 한량없는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함이 마치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로 많은 무리를 이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004_1175_a_01L그때에 만자자가 사리자에게 물었다. “보살들이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무르면 어떤 행을 맛들이지 않아야 합니까?”
004_1175_a_01L爾時,滿慈子問舍利子言:“若諸菩薩住不退位,於何等行不應味著?”
사리자가 대답했다. “그들은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맛들이지 않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보시ㆍ정계ㆍ안인ㆍ정진ㆍ정려ㆍ반야 바라밀다에 맛을 붙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고, 이 까닭에 오랜만에야 구하려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004_1175_b_01L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진여 따위의 관법을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진여(眞如)ㆍ법계(法界)ㆍ법성(法性)ㆍ불허망성(不虛妄性)ㆍ불변이성(不變異性)ㆍ평등성(平等性)ㆍ이생성(離生性)ㆍ법정(法定)ㆍ법주(法住)ㆍ실제(實際)ㆍ허공계(虛空界)ㆍ부사의계(不思議界) 따위의 관법을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며,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 못하며, 이 까닭에 오랜만에야 구하려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무명ㆍ지어감ㆍ이름과 물질ㆍ여섯 감관ㆍ접촉ㆍ느낌ㆍ애욕ㆍ취함ㆍ존재ㆍ태어남ㆍ늙음과 죽음이 서로 원인이 되는 것과 무명이 멸하면 지어감이 멸하고 내지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도 멸한다는 관법에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며, 또는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004_1175_c_01L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모든 거룩한 진리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하게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온갖 보리를 돕는 법[助善提分]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4념주(念住)ㆍ4정단(正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등각지(等覺支)ㆍ8성도지(聖道支)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하게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세 가지 해탈문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공ㆍ무상ㆍ무원의 해탈문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는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기 때문입니다.
004_1176_a_01L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다라니문과 삼마지문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정려(靜慮)ㆍ무량(無量)ㆍ등지(等至)ㆍ해탈 따위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정려ㆍ무량ㆍ등지ㆍ해탈 따위에 깊이 맛들이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승처(勝處)ㆍ변처(遍處)ㆍ9차제정(次第定)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승처ㆍ변처ㆍ9차제정에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모든 지위의 지혜를 닦는 데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모든 지위의 지혜를 닦기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5근ㆍ6신통을 닦는 데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모5근ㆍ6신통을 닦기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여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해 따위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여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해 따위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 따위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열 여덟 가지 함께하지 않는 법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18불불공법(佛不共法)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기 때문입니다.
004_1177_a_01L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잊음이 없는 법과 항상 평정에 머무는 성품에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만자자여, 그 보살들은 일체지ㆍ도상지(道相智)ㆍ일체상지(一切相智)에 맛들이지 말아야 하나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만자자여, 만일 일체지ㆍ도상지ㆍ일체상지에 깊이 맛들이면 마음이 곧 더러워져서 유정들을 여실히 이롭게 하지 못하고, 또 불국토를 장엄하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야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004_1177_b_01L 그러므로 보살들은 모든 모습과 잘생긴 모습을 탐내지 말고, 위없는 정등보리만을 구해 나아가야 합니다. 만일 보살들이 모든 상호에 집착되어 계를 지키면 그는 계에 집착되어 범함이 있는 줄 알아야 하나니, 만일 보살들이 계에 집착되어 변함이 있으면 구하려던 위없는 정등보리는 결코 얻지 못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