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야 보살마하살들이 이러한 법에 의하여 여러 경계의 형상을 수행하옵니까?”
004_1253_a_04L爾時,舍利子白佛言:“世尊!云何菩薩摩訶薩衆依如是法行諸境相?”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마하살들은 법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법 아님이겠느냐. 도도 얻지 못했거늘 하물며 도 아님이겠느냐. 깨끗한 계율에서도 얻은 바가 없고 집착하는 바도 없거늘 하물며 계를 범하겠느냐. 이 보살들은 3계에 떨어지지 않고, 또 여러 길의 나고 죽음에도 떨어지지 않고, 몸이나 목숨에 집착되지도 않거늘 하물며 바깥 경계이겠느냐. 나고 죽음의 흐름에서 이미 저 언덕에 이르렀고, 큰 바다를 이미 건넜고, 큰 장난을 이미 초월하였느니라.
또 사리자야, 이 보살마하살들이 이와 같은 법에 의하여 온갖 경계의 형상을 행하고는 온갖 경계가 모두 경계의 성품이 없음을 잘 아나니, 이 까닭에 이 보살들은 온갖 경계에서 모두 머무름과 집착 없음이 마치 사자가 어떤 경계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 같으며, 이 보살들이 모든 경계에 물듦과 잡됨 없이 온갖 경계를 초월함이 마치 큰 장사꾼을 장애할 수 없는 것 같으니라. 이 보살마하살들은 이러한 법에 의하여 모든 경계의 형상을 행하되 집착하는 바가 없느니라.
004_1253_b_01L또 사리자야, 지금 이 대중에 있는 온갖 보살들은 이런 법에 대하여 의혹과 망설임이 영원히 다하였나니, 이 보살들이 이러한 법에 대하여 스스로가 망설임이 없게 된 뒤에는 다른 유정들의 의심도 영원히 끊어 주느니라. 이 보살들은 이 까닭에 온갖 법에서 모두 의심이 없게 되고, 다른 유정들에게 온갖 법의 성품이 도무지 있지 않음을 확실히 말해 주느니라.
또 사리자야, 선근이 얇은 유정들은 이런 법을 듣지도 못하거늘 하물며 받아 지니고 생각하고 닦아 익힐 수 있겠느냐. 만일 어떤 이가 이와 같은 법을 들으면 나는 결정코 그에게 불법을 성취하리라는 수기를 주겠노니, 그는 오는 세상에 결정코 불법의 사자후를 하되 지금 내가 대중 안에서 사자의 영각[獅子吼]ㆍ두려움 없는 영각[無所畏吼]ㆍ자연 지혜의 영각[自然智吼]을 하는 것같이 하리라.
또 사리자야, 만일 어떤 이가 이와 같은 심히 깊은 법문을 듣고, 잠깐 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키어 비방할 생각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도 오는 세상에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리라는 수기를 주리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사리자야, 유정들이 심히 깊은 법을 듣고 기꺼이 받아 지니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니라.
004_1253_c_01L또 사리자야, 만일 어떤 유정들이 심히 깊은 법을 듣고 깊이 좋아하는 생각을 내어 위없는 정등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면 그런 유정들은 더욱 있기 어렵나니, 나는 그들이 광대한 선근을 성취하고, 큰 양식을 마련하고 큰 갑옷을 입었으므로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리라 하노라.
만일 어떤 유정들이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듣고 기꺼이 받아들여 자주자주 듣기만 하여도 그가 얻은 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거늘 하물며 받아 지니고, 다시 남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겠느냐. 설사 바른 성품으로써 생멸을 여의는 지위[正性離生]에 아직 들지 않았거나 들었거나 바야흐로 들은 이가 2승의 법에 결정되지 않았으면 나는 그들 모두에게 수기를 주되 장차는 위없는 정등보리를 얻어 유정들을 이롭게 하기를 오는 세상이 다하도록 끊임이 없으리라 하리라.
004_1254_a_01L 유정들에게 큰 횃불과 견고한 사다리가 되어 주며, 크게 인자함을 갖추어서 온갖 유정을 가엾이 여기며, 이익과 안락과 편안함을 주고자 하여 유정들에게 온갖 안락의 도구를 두루 보시하느니라. 이런 유정은 곧 보살마하살이니, 큰 법보의 재물을 잘 수용하느니라.
나는 이 유정들에게 이러한 차별이 있음을 보았으므로 비밀한 뜻으로 말하기를 ‘유정들의 세계가 갖가지로 차별되므로 낫고 못함에 따라 제각기 좋아하나니, 낫고 열등한 믿음을 갖은 유정들은 도리어 낫고 열등한 믿음을 갖은 유정들을 좋아하고, 광대한 믿음을 갖은 유정들은 도리어 광대한 믿음을 갖은 유정들을 좋아한다 하였노라.”
그때에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반야바라밀다는 어떤 법으로써 행해야 할 경계를 삼나이까?”
004_1254_a_14L爾時,舍利子白佛言:“世尊!如是般若波羅蜜多,以何等法爲所行境?”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반야바라밀다는 끝없는 법으로써 행해야 할 경계를 삼나니, 비유하건대 바람이 끝없는 경계를 지나는 것같이 반야바라밀다도 끝없는 법으로써 행해야 할 경계를 삼느니라. 또 허공이 끝없는 경계에 퍼져 있는 것같이 반야바라밀다도 끝없는 법으로써 행해야 할 경계로 삼느니라. 또 바람이 허공으로써 다닐 경계로 삼는 것같이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법의 공함으로써 행할 경계를 삼느니라.
004_1254_b_01L또 사리자야, 마치 허공과 바람이 모두 제자리가 없어서 아무도 볼 수 없으며, 또 어떤 법의 모습을 일으키기 위해서 있는 것도 아닌 것같이 반야바라밀다도 다른 법에 대하여 도무지 나타내 보이는 것이 없고, 또 어떤 법을 일으키기 위해 있지도 않느니라.
그때에 사리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러한 반야바라밀다는 무엇으로써 모양을 삼나이까?”
004_1254_b_12L時,舍利子復白佛言:“如是般若波羅蜜多以何爲相?”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반야바라밀다는 도무지 모양이 없느니라. 또 사리자야, 마치 허공과 바람이 조그만 법도 원만 진실이라 할 것이 없는 것같이 반야바라밀다도 조그만 법도 원만 진실이라 할 것이 없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사리자야, 이 반야바라밀다는 뭇 모양을 멀리 여의어서 조그만 모양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자야, 집착 없음이라 함은 이른바 두루 앎에 집착하거나 얻을 수 없음에 집착하거나 여실한 성품에 집착하는 것이 모두가 뒤바뀐 집착임을 두루 아는 까닭에 집착 없음이라 할지언정 모두 집착 가운데는 어떤 집착도 얻을 수 없느니라. 이 까닭에 여실한 성품에 집착함을 얻을 수 없다고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집착 없음이란 곧 반야바라밀다이니, 이것은 또 집착 없는 모습의 지혜[無着相智]라 하느니라.
004_1254_c_10L又,舍利子!言無著者,卽是般若波羅蜜多,此卽說爲無著相智。
또 사리자야, 모든 법은 모두가 집착 없음으로써 모습을 삼나니, 모든 법의 모습을 얻을 수 없으므로 집착 없는 모습이라 하고, 조그만 법의 모습이라고 일으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가운데는 어떤 형상도 얻을 수 없으므로 모습 없음이라 하고, 형상이 없으므로 집착 없음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야, 만일 온갖 물듦의 법의 여실한 성품을 두루 알면 그 물듦도 모두 얻을 수 없느니라. 그러나 유정들이 뒤바뀐 까닭에 물듦을 일으키나니, 온갖 뒤바뀜이란 모두가 진실이 아니니라. 만일 진실이 아니라면 실체도 없는 것이요, 진실한 모습도 없는 것이니, 만일 이와 같이 두루 알면 그것이 곧 청정이라 하느니라. 온갖 물듦의 모습도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청정한 모습을 얻을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물듦과 청정 두 법은 모두가 모습이 있지 않으며, 원만 진실이 아니니라.
또 사리자야, 이것이 온갖 법의 집착 없음으로써 모습을 삼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니, 이 집착 없는 모습이 곧 지혜의 행할 곳이며, 또 반야바라밀다의 행할 곳이니라.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끝없는 경계를 행한다 하노니, 온갖 집착 없는 성품이 곧 끝없는 경계를 행한다 함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이와 같이 모든 법을 두루 알면 이것은 온갖 경계를 행하는 것이니라. 비록 이렇게 말하나 말과는 같지 않나니, 만일 이와 같이 모든 법이 도무지 집착하는 바 없음을 두루 알면 집착 없는 모습이라 하나니, 이 까닭에 반야바라밀다는 집착 없음으로써 모습을 삼는다 하노라.
여기에서 도움될 것이란 오직 진리를 보고서 큰 보리에 나아가는 일뿐이니라. 여러 성문들과 물러나지 않게 된 보살마하살들과 지견이 구족한 보특가라들로서 무생승(無生乘:대승)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면 그들도 소견이 구족한 보특가라이므로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법을 바르게 수행하여 모든 의혹을 멀리하고 몸소 보살의 법을 증득한 뒤에 청정한 지혜[淨忍]를 얻었으므로 이 법문에 대하여 결정코 의혹이 없게 되느니라.
004_1255_c_01L 이런 유정들은 이미 광대하고 한량없는 선근을 심어 부드럽고 청정한 소원[意樂]을 성취하였으며, 이미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께 보리의 종자를 심었고, 큰 서원을 세웠고, 보살의 행을 행하였고, 부처의 탈 것을 탔고 부처님을 가까이하여 심히 깊은 법을 이치와 같게 청하여 물었기 때문에 이 반야바라밀다에 상응하고 교법이 그의 손에 들었느니라.
또 사리자야, 만일 어떤 유정이 선근이 익지 않았으면 복덕이 얇은 까닭에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다 경전의 이름도 듣지 못하거늘 하물며 손으로 잡고 읽고 쓰고 공양하고, 남에게 널리 연설할 수 있겠느냐. 그들이 능히 이렇게 한다면 옳지 않은 말이니라. 만일 어떤 유정이 선근이 이미 익어지면 지난 세상의 원력 때문에 이 경을 만나서 듣고 지니고 쓰고 공경하고 공양하고, 남에게 널리 연설하기도 하느니라.
004_1256_a_01L 나는 그러한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혹 보살승이었거나 혹 성문승이었다가 이 법을 얻고서 깊이 좋아한 까닭에 먼저는 비록 게을리 하여 수면을 좋아했거나 바르지 못한 알음알이를 일으키거나 바른 생각에 머물지 않거나 혹은 마음이 어지럽거나 혹은 음식을 탐하거나 혹은 진기한 재물을 사랑하거나 혹은 추한 말을 좋아하거나 혹은 포악한 짓을 좋아하거나 혹은 오만한 생각을 품었거나 혹은 근기가 암둔해서 아는 바가 없었더라도 그들은 이런 선근의 힘 때문에 앞서 말한 온갖 허물이 모두 바뀌었느니라.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법문을 들은 까닭에 설사 그들이 성문이더라도 보살로 바뀌어서 심히 깊은 법에 곱이나 좋아하는 마음을 내고, 모든 경계에서 방일하지 않고, 온갖 착한 법을 즐거이 수행하고,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온갖 게으름을 여의고, 일심으로 잡념을 잘 포섭해서 모든 감관을 수호하고, 추악한 말을 하지 않으며, 포악한 행동을 하지 않고, 항상 공경한 행을 닦으며, 많이 듣기를 즐거이 익히고, 정진을 성하게 하여 탐내고 물듦이 없으며, 심히 깊은 법과 뜻을 잘 간택하나니, 만일 누구든지 이와 같은 공덕을 원만하게 하고자 하면 심히 깊은 법문을 부지런히 닦아 배울지니라.
또 사리자야, 어떤 보살이나 성문이 이 법문을 들으면 수승한 과위를 얻나니, 이른바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법문을 듣고는 결정코 온갖 방일한 행을 다시는 하지 않으며, 온갖 나쁜 법을 믿으려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잘 정진할 생각을 내어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수행하던 일을 늦추지 않으며, 외도의 삿된 법을 생각하거나 구하지 않으며,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그다지 많이 일으키지 않는 것인데, 이러한 과위들은 한량없고 끝없는 것이나 모두가 이 깊은 법을 들음으로써 얻는 것이니라.
또 사리자야, 만일 어떤 이가 바른 법을 원만히 수학하여 순종하는 지혜를 얻은 뒤에 다시는 나쁜 길에 태어나는 업을 짓지 않고, 다시는 게을리 함으로써 물러날 생각[順退分]을 일으키지 않으면 낮은 지위에서라도 물러나게 될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수행한 것을 늦추지 않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사리자야, 그들은 물듦과 청정함 가운데서 바르고 두루하게 알아 여실한 지견을 얻고 온갖 법이 뒤바뀜에서 일어난 바이며, 허망한 마음에서 나타났음을 통달하여 집착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라.
004_1256_c_01L 그들은 바른 법의 심히 깊은 이치에서 이미 바른 견해를 얻어 순종하는 지혜를 얻었으며, 총명하고 부드러워 청정한 계율에 머물렀느니라. 위의에 맞는 바른 행과 궤칙에 맞는 행이 순종하는 지혜를 얻음으로써 구족하지 못함이 없게 되면, 하늘ㆍ용ㆍ약차ㆍ아소락 따위 온갖 무리도 그들을 공경하거늘 하물며 여러 사람들이겠느냐.
하늘ㆍ용ㆍ약차ㆍ아소락 등 온갖 무리들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의하여 공양하고 수호하고 둘러싸서 나쁜 인연이 몸과 목숨이나 수행하는 바를 파괴치 못하게 하거늘 하물며 사람들이겠느냐. 그러므로 부지런히 바른 법의 순종하는 지혜를 닦아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이가 순종하는 지혜를 얻으면 하늘ㆍ용ㆍ약차ㆍ아소락 들이 항상 따르면서 공경하고 공양하기를 잠시도 끊이지 않느니라.”
그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존자께서 아무 말 없이 잠자코 계십니까? 어찌하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지금 부처님께서 증명해 주실 것이며, 지금의 이 대중은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참 법기(法器)로서 취미가 청정하여 깊은 법 듣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아무것도 본 바가 없거늘 어떻게 나로 하여금 보살들에게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라 하십니까? 설사 내가 연설한다 하여도 누구를 말하는 이라 하고, 무엇을 말할 바라 하겠습니까? 또 무슨 까닭에, 무엇 때문에, 무슨 인연으로, 무엇에 속해서, 무엇에 의지해서 말해야 할지도 모르거늘 내 어찌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겠습니까?
또 사리자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법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5온ㆍ12처ㆍ18계가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지어감과 지어감 아님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연기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004_1257_b_01L 이름과 물질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나와 유정 따위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법계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얽매임 있음과 얽매임 없음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인연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괴로움과 즐거움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차례차례 세움과 차례차례 세우지 않음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생멸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물들고 깨끗한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본 성품과 본 성품 아님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세속과 으뜸 가는 진리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착실함과 허망함의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옮김과 바로 들어가는 모습을 설명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사리자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뭇 모습을 여의었으므로 이것이 반야바라밀다이다, 이 반야바라밀다에 있다, 이 반야바라밀다에 말미암는다, 이 반야바라밀다를 위한다, 이 반야바라밀다에 인한다, 이 반야바라밀다에 속한다,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한다 함을 설명해 보일 수 없습니다.
또 사리자여, 나는 어떠한 법도 그 법에 의하여 반야바라밀다임을 설명해 보일 수 있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또 사리자여, 어떤 조그만한 법도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나타내거나 취할 수 없습니다. 또 사리자여,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5온ㆍ12처ㆍ18계ㆍ연기ㆍ밝음ㆍ지혜ㆍ해탈을 나타내거나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004_1257_c_01L사리자여, 출세간의 묘한 지혜와 통달로도 반야바라밀다를 나타내거나 취하지 못합니다.
또 사리자여, 만일 이렇듯이 어떤 법도 모든 법을 나타내거나 취할 수 없다면 어떻게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설명하겠습니까? 그러나 사리자여, 만일 어떤 이가 이와 같은 모든 법의 진실한 이치를 여실히 알면 이것이 곧 반야바라밀다를 잘 알고 연설하는 것입니다.
또 사리자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법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004_1257_c_05L復次,舍利子!甚深般若波羅蜜多,不由顯示所有法故而現在前。
또 사리자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5온ㆍ12처ㆍ18계를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요, 이름과 물질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요, 물들고 깨끗한 법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요, 모든 연기를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요,
보시ㆍ탐냄ㆍ계를 지킴ㆍ계를 범함ㆍ참음ㆍ성냄ㆍ부지런함ㆍ게으름ㆍ정려ㆍ어지러움ㆍ묘한 지혜ㆍ나쁜 지혜를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염주(念住)ㆍ정단(正斷)ㆍ신족(神足)ㆍ근(根)ㆍ력(力)ㆍ각지(覺支)ㆍ도지(道支)ㆍ정려ㆍ해탈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ㆍ한량없음ㆍ신통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004_1258_a_01L 모든 진리와 과위를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님의 지위를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온갖 법의 지혜와 지혜 아님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다함과 생멸 없음의 지혜와 사라짐의 지혜를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며, 열반의 법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사리자여, 어떤 법도 법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내가 어찌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겠습니까? 그러나 사리자여, 만일 이와 같이 말한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가 모든 법을 나타내 보이는 까닭에 있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알면, 이는 곧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잘 아는 것이며, 또는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는 것입니다.
또 사리자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모든 법이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004_1258_a_09L又,舍利子!甚深般若波羅蜜多不爲諸法有合有散而現在前。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사리자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온갖 5온ㆍ12처ㆍ18계 따위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지어감이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연기가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뒤바뀜이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욕계ㆍ색계ㆍ무색계가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지계ㆍ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의 경계의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나와 유정 따위가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법계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보시와 인색함ㆍ계율 지니기와 계율 범함ㆍ참음과 성냄ㆍ정진과 게으름ㆍ정려와 어지러움ㆍ묘한 지혜와 나쁜 지혜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염주ㆍ정단ㆍ신족ㆍ근ㆍ력(力)ㆍ각지ㆍ도지ㆍ정려ㆍ해탈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ㆍ한량없음ㆍ신통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004_1258_b_01L 모든 진리의 도와 도의 과위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들의 경지와 법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과거ㆍ미래ㆍ현재 3세가 평등함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집착 없음ㆍ다함ㆍ생멸 없음의 지혜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열반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사리자여, 만일 어떤 법도 다른 법에 합함과 흩어짐이 있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거늘 내가 어찌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사리자여,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으므로 말하기를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다는 말하여 보일 수 없다 하였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선용맹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들이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나 온갖 법에 도무지 행하는 바가 없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온갖 법은 모두가 뒤바뀜에서 고르게 일어나서 실제가 아니요,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삿되고 거짓되고 허망하기 때문이니라.
또 선용맹아, 비유컨대 어떤 법에 행하는 바가 있으면 모두가 뒤바뀜을 행하는 것이며, 모두가 진실하지 못함을 행하는 것인 것같이, 어떤 보살이 행하는 바가 있으면 뒤바뀜을 행하는 것이며, 진실하지 않음을 행하는 것이니, 보살들은 뒤바뀐 행과 진실하지 못한 행에서 나타난 바가 아니며, 또 보살들이 뒤바뀜을 행하거나 진실하지 않은 행을 행하면서 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 아니니라.
또 선용맹아, 뒤바뀜과 진실하지 않음을 행할 바가 아니니, 그러므로 보살들은 거기에서 행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004_1258_b_21L又,善勇猛!顚倒、不實則非所行,是故菩薩不於中行。
004_1258_c_01L또 선용맹아, 뒤바뀜이라 함은 허망한 것으로서 어리석은 범부 중생들이 집착하는 바이니라. 이러한 모든 법은 여실(如實)히 있지 않고, 이러한 집착은 그 모습과 같지 않나니, 그러므로 뒤바뀜은 진실하지 않으므로 보살들은 뒤바뀜을 행하지 말고 진실하지 않음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니라. 이 까닭에 보살을 진실한 말을 하는 이라 하며, 또는 뒤바뀜 없이 행하는 이라 하느니라.
만일 진실로 뒤바뀜이 없다면 행하는 바도 없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하여도 행하는 것이 없다 말하여 온갖 행이 끊어지면 보살의 행이라 하느니라.
004_1258_c_05L若實無倒則無所行,故說菩薩行無所行、一切行斷名菩薩行。
이 보살의 행은 이것이다, 이 까닭이다, 여기에 있다, 이에서 생긴다 함을 나타내 보일 수 없으며, 보살의 행들에 의하여 나타내 보일 바도 아니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보살들은 온갖 행을 쉬고 보살의 행을 행하기 때문이니, 이른바 중생ㆍ성문ㆍ독각들의 집착 있는 행을 쉬고 보살의 행을 행하는 것이니라.
또 선용맹아, 이러한 보살들은 불법까지도 행하지 않고, 또 이것이 불법이다, 이 불법에 말미암는다, 이 불법에 있다, 이 불법에 속한다 함에 집착되지 않느니라. 이런 보살들은 또한 온갖 분별과 다른 분별의 행을 행하지 않나니, 이른바 보살들은 분별과 다른 분별을 행하지 않는 것으로서 온갖 분별과 다른 분별이 끊이면 이를 보살의 행이라 하느니라.
선용맹아, 분별이라 함은 모든 법의 제 성품을 분별하는 것이요, 다른 분별이라 함은 모든 법의 차별을 분별하는 것이나 온갖 법은 분별하거나 다른 분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온갖 법은 분별하거나 다른 분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법을 분별한다면 이는 곧 모든 법에서 다른 분별을 하는 것이어니와, 분별 법은 분별과 다른 분별을 멀리 여의었기 때문이니라.
004_1259_a_01L또 선용맹아, 분별이라 함은 한 쪽이요, 다른 분별이라 함은 둘째 쪽이니, 보살들은 끝과 끝없음을 행하는 것이 아니니라. 만일 보살들이 끝과 끝없음에 모두 행함이 없으면 이 보살은 중간을 보지 않나니, 만일 중간을 본다면 중간을 행하는 것이니라. 만일 중간을 행한다면 이는 곧 끝을 행하는 것이나, 중간에는 행함과 나타냄과 보임이 있지 않아서 온갖 행상을 여의었기 때문이니라.
또 선용맹아, 만일 어떤 때에 어떤 법을 닦음과 버림이 없으면 그러한 때를 쉬는 도[止息道]라 하나니, 이 쉬는 모든 온갖 법에서 닦음도 버림도 없이 온갖 닦고 버림을 초월하여 온갖 법의 평등하고 진실한 성품을 증득하고, 모든 법의 평등하고 진실한 성품을 증득하면 도라는 생각도 없어지거늘, 도를 보는 일이 있겠느냐.
또 선용맹아, 만일 닦거나 버림이 있으면 얻음이 있을 것이니, 버림이라 할 수 없느니라. 여기에서 버림이라 함은 닦는 성품을 버리는 것이나 여기에는 닦음도 없으므로 버림이라 하나니, 닦음이 없으므로 버림도 있지 않느니라. 비록 이렇게 말하나 말과는 같지 않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버림이란 말할 수 없는 것으로서 버림의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이니, 다시 무엇을 여의겠느냐. 이른바 뒤바뀜의 법이 다시는 고루 일어나지 않고 진실하지 않은 법도 다시는 고루 일어나지 않는 것이니라.
004_1259_b_01L또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은 모든 법을 깨닫는 대로 모든 뒤바뀜을 여의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보살들은 뒤바뀜이 모두가 실제로 있지 않음을 밝히 알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뒤바뀜 가운데는 뒤바뀜의 성품이 없나니, 뒤바뀜이 실제로 있지 않기 때문이니라.
뒤바뀜 가운데 다시 뒤바뀜의 성품이 있지 않으므로 보살들이 모든 법을 깨닫는 대로 온갖 뒤바뀜을 여읜다 하노니, 다시는 법에 대하여 뒤바뀜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라. 만일 여기에 다시는 뒤바뀜이 없다면 이 법을 행할 수도 없나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온갖 뒤바뀜은 모두가 행할 바가 있고, 행할 바가 있음으로써 고루 일어남이 있나니, 행하는 바와 고루 일어남이 모두가 뒤바뀜에 의하여 허망하게 분별하기 때문이니라.
또 선용맹아, 만일 보살마하살들이 물질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반연하지 않고 행함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모든 반연할 바의 성품이 멀리 여의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반연할 바의 성품을 멀리 여의면 이는 곧 행할 바가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의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004_1259_c_01L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눈에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요,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반연할 바의 성품이 진실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반연할 바의 성품이 진실하지 않음을 알면 이는 곧 행할 바가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물질의 영역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요,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모든 반연할 바가 뒤바뀜에서 일어났고, 뒤바뀜에서 일어났으면 진실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반연할 바가 뒤바뀜에서 일어난 것으로서 성품이 진실하지 않음을 안다면 이는 곧 행할 바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안식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요, 이식ㆍ비식ㆍ설식ㆍ신식ㆍ의식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모든 반연할 바의 성품이 모두가 허망함임을 잘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반연할 바가 모두가 허망한 줄 알면 이는 곧 행할 바가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이름과 물질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반연할 바의 성품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니라. 만일 반연할 바가 반연할 바의 성품이 없음을 깨달으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음을 행한다 하느니라.
004_1260_a_01L선용맹아, 만일 보살마하살들이 나와 유정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나와 유정 따위 생각의 성품이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만일 능히 나와 유정 따위 생각의 성품이 진실하지 않음을 알면 모든 행을 도무지 행함이 없고, 모든 행을 도무지 행함이 없으면 이는 곧 모든 행을 여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만일 보살마하살들이 나라는 생각이나 유정이라는 생각과 내지 안다는 생각ㆍ본다는 생각을 행하지 않으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온갖 생각을 제하여 버렸기 때문이니라. 만일 온갖 생각을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모든 생각을 도무지 행함이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뒤바뀐 소견의 갈래와 온갖 가림[蓋]을 행하지 않으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요, 뒤바뀐 소견의 갈래와 온갖 가림을 반연하지 않으면 그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라.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모든 뒤바뀜의 소견 갈래와 가림과 반연할 바가 모두 실제로 있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연기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연기와 그들이 반연하는 바를 두루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연기와 그들이 반연할 바를 두루 알면 이는 곧 행할 수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004_1260_b_01L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3계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해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3계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보시와 인색함, 계율 지킴과 계율 범함, 참음과 성냄, 부지런함과 게으름, 정려와 어지러움, 묘한 지혜와 나쁜 지혜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마하살들은 보시와 인색함 내지 반야와 나쁜 지혜의 반연할 바를 두루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은 온갖 반연할 바를 두루 알면 이것이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음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뒤바뀜 없는 염주ㆍ정단ㆍ신족ㆍ근ㆍ력ㆍ각지ㆍ도지ㆍ정려ㆍ해탈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ㆍ한량없음ㆍ신통 따위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온갖 반연할 바에 대하여 자유로이 깨닫고, 또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온갖 반연할 바에 대하여 자유로이 깨닫고 또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음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괴로움ㆍ괴로움의 발생ㆍ괴로움의 소멸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의 반연할 바를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들이 능히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의 반연할 바를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버리는 없는 바가 것이며, 또는 행하는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004_1260_c_01L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밝음ㆍ지혜ㆍ해탈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마하살들은 능히 밝음과 해탈의 반연할 바를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밝음과 해탈의 반연할 바를 제하여 버리면 이것이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다함ㆍ생멸 없음ㆍ조작 없음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마하살들은 다함ㆍ생멸 없음ㆍ조작 없음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이와 같은 온갖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것이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지계ㆍ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의 경계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이 지계ㆍ수계ㆍ화계ㆍ풍계ㆍ공계ㆍ식계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이러한 반연할 바들을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것이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의 지위를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이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의 지위에서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의 지위의 반연할 바들을 두루 제하여 버리면 그것이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의 법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마하살들이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의 법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능히 성문ㆍ독각ㆍ보살ㆍ부처의 법의 반연할 바들을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004_1261_a_01L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열반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이 열반의 반연할 바를 두루 알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열반의 반연할 바를 두루 알면 이것은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상호의 청정함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능히 상호가 청정함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상호가 청정함의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불국토의 청정함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이 능히 불국토가 청정한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이 불국토가 청정한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것은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성문의 원만한 공덕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이 능히 성문의 원만한 공덕인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성문의 원만한 공덕인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
004_1261_b_01L선용맹아, 보살마하살들이 보살의 원만한 공덕을 반연하지 않고 행하면 이것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선용맹아, 이 보살들은 보살의 원만한 공덕인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었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원만한 공덕인 반연할 바를 두루 제하여 버리면 이는 곧 행할 바 없음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행할 바 없는 행을 행한다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