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5천 인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했고, 의식상의 해탈[意解]에는 더러움[垢]이 없었으며, 온갖 지혜가 자재하여 이미 모든 일을 알았다. 비유하면 큰 용과 같아서 할 바를 이미 하였고, 무거운 짐을 여의었으며, 원하는 바를 체득하였다. 세 곳[三處]에서 이미 번뇌가 다했으며 바른 이해[正解:깨달음]로 이미 해탈하였다.
다시 5백 비구니와 모든 우바새ㆍ우바이가 있었다.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이미 다린니(陀隣尼:다라니)와 공행삼매와 무상(無相)과 무원장(無願藏)을 얻었고, 이미 평등한 인[等忍]을 얻었으며, 걸림이 없는 다린니문을 얻었다. 모두 다섯 가지 신통력[五通]을 갖추었으며, 하는 말은 부드러우면서도 게으름이 없고, 이미 이익 쫓는 것을 버려서 바라는 바가 없으며, 심오한 법인(法忍)에 이르렀으며 정진하는 힘을 얻었다. 이미 마군의 소행을 초월하였고 사지(死地)를 건넜다.
그 가르침은 차례로 아승기겁을 지나되, 근본의 소행을 따르며, 할 바를 잊지 않았고 안색은 화기애애하였다. 항상 먼저 겸손하고 공경하여 말이 거칠지 않았으며, 대중들 가운데서도 생각할 바를 구족하여 무수한 겁 동안 교화(敎化)를 맡을 수 있었다. 일체는 허깨비[幻]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고 빛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변화[化]와 같고 물거품[泡]과 같고 거울 속에 비친 모습과 같고, 뜨거울 때의 불꽃과 같고 물 위에 비친 달과 같다고 말씀하셨으니, 항상 이 법으로 모든 것을 깨달았다.
005_0001_b_01L 또한 중생의 뜻이 나아가는 바를 능히 미묘한 지혜로 알아서 그 근본행을 따라 모두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였고 뜻에 걸림이 없었으며 인(忍)을 구족하여 지녔고 들어가는 바도 자세히 알았으며, 무수하고 무량한 불국토들을 섭수하기를 원하였고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께서 행하신 삼매가 모두 앞에 드러나기를 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 일체를 위해 설법을 하시기를 능히 청하고, 갖가지 모든 소견에 집착함을 여의고 이미 백천 삼매에 노닐어서 스스로 즐거워하였다.
모든 보살들의 덕이 모두 이와 같았는데, 그 이름은 호제계(護諸繫)보살ㆍ보래(寶來)보살ㆍ도사(導師)보살ㆍ용시(龍施)보살ㆍ소수즉능설(所受則能說)보살ㆍ우천(雨天)보살ㆍ천왕(天王)보살ㆍ현호(賢護)보살ㆍ묘의(妙意)보살ㆍ유지의(有持意)보살ㆍ증익의(增益意)보살ㆍ현무치(現無癡)보살ㆍ선발(善發)보살ㆍ과보(過步)보살ㆍ상응(常應)보살ㆍ불치원(不置遠)보살ㆍ회일장(懷日藏)보살ㆍ의불결감(意不缺減)보살ㆍ현음성(現音聲)보살ㆍ애아위(哀雅威)보살ㆍ보인수(寶印手)보살ㆍ상거수(常擧手)보살ㆍ자씨(慈氏)보살 등이었다.
005_0001_c_01L 그때 세존께서 발 아래 천 개의 바퀴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종아리에서부터 배를 거쳐 위로는 육계(肉髻)에 이르기까지 몸의 마디마디 곳곳에서 각각 60억 백천 광명을 놓으셨다. 삼천대천국토를 모두 비추고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그 광명은 다시 동방ㆍ서방ㆍ남방ㆍ북방과 네 간방[四維]ㆍ상하를 비추었다.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로서 그 광명을 보는 자는 마침내 뜻이 견고해져서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無上正眞道: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발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몸의 하나하나의 털구멍에서 다 광명을 놓아 다시 삼천대천국토를 비추셨다. 다시 시방의 무수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비추셨다. 이 광명을 본 모든 중생들은 마침내 뜻을 세워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발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다시 모든 여래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의 법으로써 대광명을 놓으시어 모든 삼천대천국토에 두루하게 하시고, 다시 시방의 무수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비추시니, 광명을 본 모든 중생들이 또한 마침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넓고 긴 혀[廣長舌]를 드러내어 삼천대천국토에 두루하게 하셨다. 두루하신 뒤에 그 설근(舌根)으로부터 다시 무수한 억백천 광명을 내시니, 그 하나하나의 광명이 변하여 천 잎[千葉]의 보화(寶華)가 되었으며 그 색은 금과 같았다. 하나하나의 꽃 위에는 모두 부처님께서 앉아 계셨고, 한 분 한 분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6도무극(度無極:6바라밀)을 설하셨다. 그 설법을 들은 모든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게 되었다. 그 설(舌) 광명의 하나하나 꽃[華像]에서 다시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비추었다. 그 광명을 보고 설법을 들은 모든 중생들 또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였다.
005_0002_a_01L 모든 지옥과 아귀와 꿈틀거리는 곤충류와 8난(難)이 있는 곳까지 모두 해탈하여 천상 사람들 가운데 태어나게 되어 제6천(第六天:他化自在天)과 같아졌다. 마침내 천상 사람들 가운데 태어나서는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곧 숙명(宿命)을 알게 되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법을 받았다. 이와 같이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들의 모든 3악취(惡趣)와 8난이 있는 곳에서도 역시 고통을 멀리 여의게 되어 천상 사람들 가운데 태어나 제6천과 같아졌다. 마침내 태어나 기뻐하고 또한 숙명(宿命)을 알면서 각각 스스로 그 나라의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법을 받았다.
그때 삼천대천국토에 있는 모든 눈먼 자는 볼 수 있게 되고, 귀먹은 자는 들을 수 있게 되고, 벙어리는 능히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구부러진 자는 펴지고, 두 다리로 걷지 못하는 자는 수족을 얻고, 미친 자는 정신이 올바르게 되고, 산란스러운 자는 선정[定]을 얻게 되었다. 병이 있는 자는 회복되고 배고프고 목마른 자는 포만하게 되고, 힘이 없는 자는 힘을 얻게 되고 늙은 자는 젊어지고, 옷이 없는 자는 옷을 얻게 되었다. 모든 중생들이 모두 같은 뜻[同志]을 얻어 서로를 아버지같이 어머니같이 형같이 아우같이 보았다. 10선(善)을 평등히 행하고 순박하게 범사(梵事)를 행하니 번뇌[瑕穢]가 없고 조용하면서 즐거웠다. 비유하면 마치 비구가 제3선(第三禪)1)을 얻음과 같아, 모든 중생들은 모두 지혜에 이르게 되어 이미 조복하여 자신을 지켜서 중생을 어지럽게 하지 않았다.
005_0002_b_01L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법대로 크고 넓은 음성[大普音]으로써 삼천대천국토에 두루 하시니, 모든 수타회천(首陀會天:정거천)과 모든 범천(梵天)과 제육천왕과 석천(釋天)과 사왕천(王天)과 그 가운데 모든 천과 모든 중생들이 빠짐없이 사자좌(師子座)를 보고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들었다. 각각 하늘에 있는 갖가지 이름의 향과 꽃을 갖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 공양하였다. 삼천대천국토에 있는 중생들은 각각 세간에서 이름 있는 향[名香]과 물과 육지에서 나는 여러 꽃들을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세존께 공양하였다.
이때 모든 하늘의 향화(香華)와 중생의 향화로서 공양할 수 있는 것을 여래 위에 흩으니 공중에서 변하여 큰 누대[臺]를 이루었다. 그 누대에는 모든 당번과 당번화개가 드리워져서 오색으로 영롱하게 빛이 났다. 그 화개 광명이 두루 삼천대천국토를 빠짐없이 비추니 모두 금색이 되었다.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불국토도 역시 이와 같았다.
이때 염부제(閻浮提)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기를 ‘오늘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오직 우리들만을 위하여 설법하시고 다른 곳에는 계시지 않는다’고 하였다. 모든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모든 중생들도 각각 ‘오늘 여래께서 우리 앞에 앉아 계시면서 오직 우리들만을 위하여 설법하시고 다른 나라에는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사자좌에서 다시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국토를 비추니, 그 중에서 광명을 본 중생은 동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부처님과 제자들을 모두 보았으며, 간사하(間沙訶) 국토의 석가문(釋迦文)부처님과 모든 회중들도 보았다. 시방의 국토 각각에서 서로 보는 것도 다시 이와 같았다. 동방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들을 지나가면 보적(寶積)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보사(寶事)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신데, 지금 현재 반야바라밀로써 일체를 교화하고 계시었다.
005_0002_c_01L 보명(普明)이라는 보살이 있어 석가문부처님의 광명 변화와 위신력에 감동되어 곧 보사여래께 아뢰었다. “오늘 무슨 인연으로 이 부처님 몸의 광명 변화가 감동시킴이 이와 같습니까?”
보사여래께서 보명에게 말씀하셨다. “서방으로 지극히 먼 곳에 사하(沙訶)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의 부처님 명호[佛名]는 석가문(釋迦文)이신데 지금 현재 모든 보살들을 위해서 반야바라밀법을 설하시니, 이것이 그 상서로움을 보이시는 것이다.”
보명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저 석가문부처님께 나아가 뵙고 예배드리고 공양올리고자 합니다. 그 나라의 보살들은 모두 총지(摠持)를 얻었으며 모든 삼매와 초월삼매를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보명에게 말씀하셨다. “가고자 하면 뜻대로 하거라.”
이때 보사부처님께서는 곧 천 잎의 금색연화를 보명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석가문부처님께 공양하여라.” 거듭 보명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국토에 나아가되 위의를 지키고 법도(法度)를 잃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나라의 보살은 율행(律行)을 지켰으므로 이곳에 태어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보명보살은 무앙수 백천 보살들과 무수한 비구들과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과 함께 동방으로부터 지나오면서 모든 부처님들께 향화로써 공양올리고 예배드렸다. 인계(忍界:사바세계)에 나아가서 석가문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보명보살이 석가문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사여래께서 간절하게 안부를 여쭙기를, ‘세존이시여, 앉고 일어나시는 동작은 가볍고 기력은 평상시와 같으십니까?’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꽃을 세존께 공양드리라고 하셨습니다.”
005_0003_a_01L부처님께서는 즉시 그것을 받으셨다. 석가문부처님께서는 곧 이 꽃을 동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불국토에 흩뿌리자 그 꽃이 두루 이르고, 하나하나의 꽃에는 모두 부처님께서 앉아 계시면서 반야바라밀법을 설하시어 중생을 교화하셨다. 이 가르침을 들은 자는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였다. 저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보명보살을 따라와서 모두 석가문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가지고 온 향화로 세존께 공양하였다.
남방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지나가면 도우(度憂)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무우위(無憂威) 여래ㆍ무소착ㆍ정등각이시며, 이우(離憂)라는 보살이 있었다. 서방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지나가면 멸악(滅惡)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보상(寶上)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며, 의행(意行)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북방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지나가면 승(勝)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인왕(仁王)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며, 시승(施勝)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하방(下方)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지나가면 현(賢)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현위(賢威)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며, 묘화(妙華)라는 보살이 있었다. 상방(上方)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지나오면 사락(思樂)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의 부처님 명호는 사락위(思樂威)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이시며, 사락시(思樂施)라는 보살이 있었다.
이와 같이 육방(方)의 보살들이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변화로 이 같은 현상이 여기에 나타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각각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로부터 지극히 먼 곳에 인세계(忍世界:사바세계)가 있는데, 부처님 명호는 석가문으로서 모든 보살들을 위해서 반야바라밀법을 설하시니, 이것이 상서로움[瑞應]을 보이신 것이다.” 저 보살들이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인계에 나아가서 석가문부처님을 뵙고 공양올리고 예배드리고자 합니다.”
005_0003_b_01L다음에 인계(忍界)에 나아가서 석가문부처님을 뵙고 공양올리고 예배드리고 안부를 여쭈는 일은 각각 동방의 모든 보살처럼 했다. 그때 일시(一時)에 삼천대천국계(千大千國界)의 땅에 있던 것이 보배를 이루었으며 모든 나무와 초목들도 빠짐없이 향화가 되었고 모든 당번과 오색 비단의 화개 등이 걸려 있었다. 비유하면 마치 화적세계(華迹世界)의 보화여래(寶華如來) 국토와 같으니, 문수사리(文殊師利)와 선주의왕천자(善住意王天子)와 모든 대위신(大威神)을 지닌 보살들이 거처하는 국토이다. 이 인세계(忍世界)의 모든 것이 진기하고 묘함[珍妙]도 또한 저 국토와 같았다.
그때 대중의 모임에 모든 천(天)ㆍ마(魔)ㆍ범(梵)과 용ㆍ귀신ㆍ사문ㆍ바라문ㆍ세계의 백성과 모든 보살마하살들과 새롭게 발심한 자가 모두 다 와서 모였다. 부처님께서는 대중의 모임이 이미 다 이루어진 것[定]을 아시고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한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체 제법(諸法)을 잘 알고자 하면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합니까?”
005_0003_b_11L舍利弗白佛言:“欲逮知一切諸法,當云何行般若波羅蜜?”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보살마하살은 보시함에 재물과 베푸는 자와 받는 자가 있은 적이 없음으로써 단(檀:보시)바라밀을 행하고, 죄를 알고 복을 앎으로써 시(尸:지계)바라밀을 행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으로써 찬제(羼提:인욕)바라밀을 행하고, 몸과 입으로 항상 정진하여 뜻에 게으르지 않음으로써 유체(惟逮:정진)바라밀을 행하고, 6정(情: 희ㆍ노ㆍ애ㆍ락ㆍ악, 혹은 6근)에 탐익하는[味] 바 없음으로써 선(禪:선정)바라밀을 행하였다.”
005_0003_c_01L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는 정의(定意:삼매)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마땅히 4의지(意止:4념처)ㆍ4의단(意斷:4정근, 4정단)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7각지)ㆍ현성팔품도(賢聖八品道:8정도)를 구족해야 한다. 또 마땅히 공(空)삼매ㆍ무상(無相)삼매ㆍ무원(無願)삼매를 구족해야 한다. 4선(禪)ㆍ4등(等:자ㆍ비ㆍ희ㆍ사, 4무량심)ㆍ4무형삼매(無形三昧:4무색정)를 구족해야 하며, 8해선(解禪:8배사, 8해탈)을 구족해야 하고 9차제선(次第禪)을 얻어야 한다. 마땅히 9상(相:9想)인, 신사상(新死相)ㆍ근전속신상(筋纏束薪相)ㆍ청어상(靑瘀相:어혈상)ㆍ농상(膿相)ㆍ혈상(血相)ㆍ식불소상(食不消相)ㆍ골절분리상(骨節分離相)ㆍ구골상(久骨相)ㆍ소초가악상(燒焦可惡相)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상을 이미 알고 나서는 마땅히 부처님을 염하고 법에 뜻을 두고 비구승에 뜻을 두어야 하고, 보시[施]ㆍ지계[戒]에 뜻을 두어야 하고 안반수의(安般守意)에 뜻을 두어야 하고,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인상(無我人想)과 무소낙상(無所樂想:즐겁다는 생각이 없는 것)ㆍ무생멸상(無生滅想)ㆍ무도상(無道想)ㆍ무진상(無盡想)ㆍ무소기상(無所起想)ㆍ선상(善想)ㆍ법상(法想)에 뜻을 두어야 한다. 모든 중생들의 뜻[意]을 미리 아는 것을 지혜롭다고 한다. 그러면 곧 각의삼매(覺意三昧)와 무외삼매(無畏三昧)를 얻고 유상(有想)ㆍ유외(有畏)ㆍ무상(無想)ㆍ무외(無畏)ㆍ역무상역무외(亦無想亦無畏)ㆍ소부지근(所不知根)ㆍ당지(當知)ㆍ이지(已知)를 마땅히 알려고 하면 8환(患)을 지나야 하고 12쇠(衰)를 물리쳐야만 한다.
부처님의 10력(力)ㆍ18법(法)ㆍ4무소외(無所畏)ㆍ4무애혜(無礙慧)ㆍ대자대비(大慈大悲)를 구족해야 한다. 모든 보살의 혜(慧)를 깨달아 알려고 하는 자는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익혀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살운야(薩云若:일체지)를 구족하려면 생사를 여의어야 하고, 처음 익히는 자[習緖者]는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이와 같음이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보살위(菩薩位)에 오르려고 하고 성문지(聲聞地)와 벽지불지(辟支佛地)를 지나려고 하고 아유월치지(阿惟越致地)2)에 머물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6통(通)에 머물려고 하고 모든 사람들의 뜻이 취향하는 바를 알려고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나한(羅漢)ㆍ벽지불(辟支佛)의 지혜보다 뛰어나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모든 다린니삼매문(陀隣尼三昧門)과 모든 중지문(衆智門)을 얻으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005_0004_a_01L 모든 성문ㆍ벽지불의 가(家)에서 보시하고 계를 지키며 남을 도와 갖가지 공덕을 지으면서 그 상위[上]에 오르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성문ㆍ벽지불의 가에서 모든 계ㆍ삼매ㆍ지혜ㆍ해탈견ㆍ해탈혜를 지니고 그보다 뛰어나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조금 보시하고[少施]ㆍ조금 계를 지키고[少戒] 조금 인욕하고[少忍] 조금 정진하고[少進] 조금 선정하고[少禪] 익히고 행한 것이 적으면서도 큰 과보와 공덕이 무량함을 얻으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친족의 신체가 부처님의 형상과 같기를 원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대사(大士)의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구족하려고 하고 모든 보살 종성(種姓)을 이루어서 구마라부(鳩摩羅浮)를 얻는데 이르게 하려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모든 부처님 세존으로부터 떠나지 않으려 하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온갖 행으로 공덕을 이루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고자 하고, 음식ㆍ수레[車]ㆍ말ㆍ신발ㆍ갖옷ㆍ화만(華幔)으로 장식한 침상 도구를 구해서 중생이 구하는 바를 주어 구족하게 할 수 있게 하고자 이를 얻으려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한다.
005_0004_b_01L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불국토 가운데 사람들로 하여금 빠짐없이 6바라밀을 구족하여 행하게 하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공덕을 행하여 바로 부처님 지위에 이르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불국토의 모든 부처님 세존으로부터 공덕을 찬탄받으려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뜻을 한 번 발하여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불국토들을 초월하여 널리 빠짐없이 이르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일음(一音)을 발해서 모든 시방에서 그 음성을 듣게 하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모든 시방의 모든 불국토를 보호해서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내공(內空)ㆍ외공(外空)ㆍ대공(大空)ㆍ최공(最空)ㆍ공공(空空)ㆍ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지경공(至竟空)ㆍ무한공(無限空)ㆍ소유공(所有空)ㆍ자성공(自性空)ㆍ일체제법공(一切諸法空)ㆍ무소의공(無所猗空)ㆍ무소유공(無所有空) 등 이러한 공(空)의 법[事法]을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있는 티끌의 수[塵數]와 모든 수목ㆍ생초(生草)ㆍ지엽(枝葉)ㆍ경절(莖節) 등의 수를 빠짐없이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한 터럭[一毛]을 쪼개어 백 개로 나누고 그 중 하나로써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있는 바닷물을 취하여 찍어서 몇 방울인가를 헤아려 알고 ,그 숫자가 물의 성질[水性]을 어지럽게 하지 않음을 다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005_0004_c_01L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있는 불이 일어남이 마치 겁이 다하여 타버릴 때와 같을 경우에, 일시에 큰 불을 불어서 꺼버리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큰 바람이 일어나서 수미대산을 마치 겨처럼 휩쓸어 버릴 때 능히 한 손가락으로 그 바람의 힘을 막아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반야바라밀을 마땅히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가부좌를 하고서 삼천대천국토의 허공을 가득 채우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진기한 보배ㆍ복식ㆍ당번ㆍ비단 일산[繒蓋]ㆍ향화로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부처님과 제자들을 공양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들 가운데 있는 중생들이 모두 계(戒)ㆍ삼매(三昧)ㆍ지혜(智慧)ㆍ해탈견(解脫見)ㆍ해탈혜(解脫慧)를 갖추게 하고, 사문(沙門) 4도(道: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와 무여니원(無餘泥洹:무여열반)을 얻게 하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005_0005_a_01L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만약 보시를 행할 때는 마땅히 생각하기를, ‘나는 큰 과보를 얻게 될 것이고 존자가(尊者家) 또는 범지 대성가(梵志大姓家)ㆍ가라월가(迦羅越家)3)에 태어나게 될 것이고 사왕천(王天), 나아가 제6천에 태어나게 될 것이고 이 보시로 인해서 제1선(第一禪)에서부터 4선(禪)ㆍ공무형선(空無形禪)에 이르게 될 것이다. 보시를 지으면 현성팔품도를 얻을 것이고 수다원(須陀洹)에서부터 위로 아라한ㆍ벽지불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해도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는 혜방편(慧方便)으로써 6바라밀을 구족하게 된다.”
005_0005_a_04L復次,舍利弗!菩薩摩訶薩行般若波羅蜜,以慧方便,具足六波羅蜜。”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보시를 해야 6바라밀을 구족합니까?”
005_0005_a_06L舍利弗白佛言:“菩薩摩訶薩云何布施具足六波羅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행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의지함이 없는 법[無所猗法]을 익혀서 그 보시하는 자와 받는 자로 하여금 모든 바라밀을 구족하게 하면 이것이 단바라밀을 구족하는 것이다. 선에 대해서도 악에 대해서도 죄와 복을 더불어 행하지 않는 것이 시바라밀이다. 성냄도 없고, 기뻐함도 없는 것이 찬제바라밀이다. 뜻에 게으름이 없는 것이 유체바라밀이다. 집착할 바 없음에 망상이나 의심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선바라밀이다. 모든 법을 여읜 것이 반야바라밀이다.
005_0005_b_02L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법이 여여함과 법상(法相)이 일어남을 알려고 해도, 멸제(滅際)를 알려고 해도, 성문ㆍ벽지불 앞을 지나고자 해도, 일체의 모든 부처님을 위해서 모든 일을 담당하고자 하고 모든 부처님 세존 안의 권속이 되고자 해도, 대권속을 도모하는 자가 보살의 권속을 얻고자 해도, 대보시를 갚는 자가 무상의 보시[無相施]를 행하고자 해도, 악한 뜻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해도, 성을 내고 원한을 갖는 뜻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해도, 게으른 뜻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해도, 어지러운 뜻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해도, 악한 지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해도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일체를 보시와 계에 대한 생각에 세우고 공덕에 힘쓰고 권하고 도와 주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5안(眼)을 세우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무엇이 5안인가? 육안(肉眼)ㆍ천안(天眼)ㆍ지안(智眼)ㆍ법안(法眼)ㆍ불안(佛眼)이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천안을 얻어 시방 모든 부처님들을 보고자 하고, 천이(天耳)를 얻어 시방 모든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것을 들으려 하고, 모든 부처님의 뜻을 모두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한다. 보살마하살이 시방 모든 부처님께서 설법하심이 끊어지지 않는 것과 나아가 아뇩다라삼야삼보(阿耨多羅三耶三菩: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들으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현재의 모든 부처님 세존의 찰토(刹土)를 보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시방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12부경(部經)을 듣고자 하고 외우고자 하거나 모든 성문으로서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시방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과 앞으로 설하실 것을 듣고 모든 중생들을 알고 두루 가르치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005_0005_c_02L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문을 다 들어 알고 듣고 나서는 일체의 독송자에게 두루 가르치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불세계에 그윽하여 어두운 곳이 있어 해와 달조차 비추지 않는데 그곳에 광명을 지니고 두루 비추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불세계에 애초부터 불음(佛音)ㆍ법음(法音)ㆍ승음(僧音)을 듣지 못했는데 이 중생들을 세우고 그들로 하여금 모두 정견으로 삼보음(寶音)을 듣게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눈먼 자는 보게 하고 귀먹은 자는 듣게 하고, 미친 자는 뜻을 얻게 하고 벌거벗은 자는 옷을 얻게 하고, 주리고 목마른 자는 배부르게 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나라 가운데 죄의 땅인 3악취(惡趣:지옥ㆍ아귀ㆍ축생)에 있는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하게 하여 사람의 몸을 얻게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도를 닦는 일[道事]과 세속의 일[俗事]을 모두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걸을 때에 발이 땅에서 4촌(寸)만큼 떨어지게 하고 그 바퀴 발자국[輪跡]이 나타나게 하며 모든 사천왕과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색구경천)과 무앙수의 모든 천의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불수(佛樹:보리수)에 이르게 하고, 마땅히 모든 하늘로 하여금 천상의 방석[天上疊]으로 자리를 삼게 하고, 내가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이루어 유행하는 곳ㆍ머무는 곳ㆍ앉아 있는 곳을 모두 금강이 되게 하려고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005_0006_a_02L 보살마하살이 출가한 날에 곧바로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이루려 하고, 출가한 날에 문득 법륜(法輪)을 굴리려 하고, 무앙수 아승기의 사람들이 티끌[塵]을 멀리하고 더러움[垢]을 여의어 모든 법과 법안이 깨끗하도록 하고, 무수한 아승기의 사람들이 번뇌[漏]가 다하여 뜻으로 해탈하도록 하고, 무앙수 아승기의 사람들이 아유월치(阿惟越致)를 얻고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이루게 하려 한다면,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부처되기를 원할 때 무수한 제자들을 위해서 일시에 설법을 하면 곧 앉은 좌상에서 아라한을 얻고, 보살의 뜻을 일으키면 아유월치를 얻고,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이루어서 무수한 보살들이 그 수명이 한량없이 늘어나고 광명이 수명을 따라 증감(增減)이 없게 하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이룰 때 그 국토에서는 음욕[婬]ㆍ성냄[怒]ㆍ어리석음[癡]이라는 명칭조차 없을 것이며, 중생들의 지혜도 모두 동등할 것이며, 항상 보시를 생각하고 항상 청정한 계를 생각하며, 스스로 조복하고 스스로 단속하여 중생을 어지럽히지 않고 반니원(般泥洹)한 뒤에 법이 멸진(滅盡)한다는 말조차 없게 하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보살마하살이 스스로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얻으려고 할 때, ‘나의 음성을 들은 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야삼보에 이를지어다’라고 하여, 이와 같이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005_0006_b_02L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려는 생각을 일으킬 때 사천왕이 모두 기뻐하면서 마음으로 ‘우리들은 예전에 왕이 모든 부처님께 발우를 올린 것처럼 위의 보살에게도 네 개의 발우를 마땅히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리천왕(忉利天王)과 제6천왕(天王)은 모두 기뻐하면서 마음으로 ‘이 보살이 성불할 때 우리들은 마땅히 받들어 모시고 아수륜(阿須倫)4)의 무리를 줄이고 모든 천(天)의 무리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모든 아가니타천은 각각 기뻐하면서 또한 마음으로 ‘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부처를 이룰 때 우리들은 또한 마땅히 부처님께 법륜을 굴려 주도록 권조(勸助)하고 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사천왕과 모든 아가니타천이 각각 마음으로 ‘이 보살로 하여금 항상 범행(梵行)을 닦게 해서 초발의(初發意)에서 성불에 이르기까지 색욕이 있는 이들과 함께 모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욕을 범한다면 범행을 잃을 것인데 하물며 어떻게 도를 행하겠는가? 이 보살은 항상 범행을 닦으므로 반드시 부처를 이룰 것이다. 색욕을 범하지 않으면 성도(成道)할 것이다.”
005_0006_c_02L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보살에게는 혹은 부모는 있으나 처자는 없고, 어떤 보살은 초발의 때부터 동남(童男)의 행을 지어 부처를 이룰 때까지 처색(妻色)을 취하지 않는다. 어떤 보살은 구화구사라(漚惒拘舍羅:善巧方便)로 5욕(欲) 가운데서도 아뇩다라삼야삼보의 뜻을 일으켜 출가하는 것을 보인다. 사리불이여, 비유하면 마치 환사(幻師)가 환법(幻法)을 잘 알아 오락색욕(樂色欲)을 만들어 놓고 그 가운데서 스스로 방자하여 서로서로 즐거워하고 즐기는 것과 같다. 너의 생각에 어떠하냐? 이 환사가 만들어낸 것을 정말로 입고 먹을 수 있는가?”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보살이 구화구사라로써 욕(欲)이 있는 것을 시현해서 저 색욕 중에서 일체를 양육하지만 염착하는 것이 없고 욕은 불[火]과 같다고 관한다. 비유하면 원수와 같나니, 욕의 나쁜 뜻[惡志]을 말하고 항상 더럽게 여긴다. 보살은 비록 욕 가운데 있지만 항상 이런 뜻을 지음을 보인다. 방편[權]을 행하는 보살도 오히려 이런 뜻을 짓는데, 하물며 새로 배우려고 뜻을 일으킨 자는 어떻겠는가?”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려면 보살이 있는 것도 보지 말고 또한 글자도 보지 말고, 또한 반야바라밀도 보지 말고, 볼 바가 다 없고 또한 행하지 않음도 보지 말라. 왜냐하면 보살도 공하고 글자도 공하며, 공에는 5음(陰)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5음인가? 색음(色陰)ㆍ통음(痛陰)ㆍ상음(想陰)ㆍ행음(行陰)ㆍ식음(識陰)을 말한다. 5음이 곧 공이며, 공이 곧 5음이다. 왜냐하면 글자일 뿐이다. 단지 글자인 까닭에 도(道)라고 이름하고, 글자인 까닭에 보살이라고 이름하며, 글자인 까닭에 공이라고 이름하고, 글자인 까닭에 5음이라고 이름하기 때문이다.
그 실(實)은 생하는 것도 아니고[不生]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不滅], 또한 집착도 없으며[無著], 또한 단절됨도 없는[無斷]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은 행을 하되 생(生)도 보지 말고 멸(滅)도 보지 말고, 집착도 보지 말고 단절도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단지 공으로 법을 삼고 이름을 세워 거짓 명칭으로 글자를 삼기 때문이다.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모든 법의 글자를 보지 말아야 하니, 보는 것이 없으므로 들어갈 곳도 없는 것이다.”
“또한 사리불이여,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관(觀)해야 한다. 보살이란 단지 글자일 뿐이며, 부처 또한 글자일 뿐이고, 반야바라밀도 글자일 뿐이고, 5음이란 것은 글자일 뿐이다. 사리불이여, 나라고 말하는 일체의 언어는 글자일 뿐이다. 나라는 것을 찾아도 또한 나라는 것이 없으며, 중생도 없으며, 생하는 바도 없으며, 생겨나게 하는 자도 없으며 , 스스로 생겨남도 없다. 사람도 없으며 생겨남도 없으며, 자음[作]도 없으며, 만듦[造]도 없으며, 또한 이루는 자도 없으며, 받는 자도 없으며, 주는 자도 없으며, 보는 것도 없으며, 얻는 것도 없다.
왜 그런가? 일체의 모든 법은 있는 바가 없어서 공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이라는 것도 일체 명자의 법에 모두 보는 바가 없고, 보는 바가 없음에도 다시 견(見)을 두지 않는다. 보살이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 모든 부처님을 제외하고 일체 모든 성문ㆍ벽지불보다 뛰어난데 무소유인 공을 쓰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일체에서 들어갈 곳[所入處]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보살이 이와 같음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한 염부제 안에 있는 수목ㆍ초목ㆍ벼ㆍ삼ㆍ사탕수수ㆍ잔잔한 떨기나무ㆍ대나무ㆍ갈대가 모두 사리불ㆍ목건련 등과 같으면서 그 수(數)가 그들처럼 지혜와 신족과 그 덕(德)이 한량없다고 해도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보살에 비교해 보고자 하면 마침내 무수한 억백천 배 만큼이나 비교가 될 수 없고 비유로써 견줄 수 없다. 왜냐하면 사리불이여, 보살은 지혜를 가지고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생각하는 지혜는 하루 중에도 모든 성문ㆍ벽지불보다 뛰어나다.
005_0007_a_24L復次,舍利弗!菩薩行般若波羅蜜所念智慧,一日之中,過諸聲聞、辟支佛上。
005_0007_b_02L사리불이여, 염부제에 있는 초목 숫자 정도는 그만두기로 하고, 삼천대천국토에 사리불ㆍ목건련 등과 같은 이들이 가득 차 있다고 하자. 다시 이 정도는 그만두기로 하고,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세계에 사리불ㆍ목건련 등과 같은 이들이 가득 찼다고 하자. 그 수가 이와 같다면 헤아릴 수 없을 것이지만,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에 비교하면 백 분ㆍ천 분ㆍ거(巨)억만 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보살이 가진 지혜에 비교해 보면 모든 성문ㆍ벽지불의 지혜는 백천만 배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는 수다원에서 성문ㆍ벽지불에 이르고, 위로는 보살과 모든 부처님 세존에 이르기까지 이 여러 무리의 지혜는 서로 위배되지 않고 생겨남이 없어서 그것은 실로 모두 공하여 차별도 없고 나오는 것도 아니며, 생(生)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로 공은 특별히 낫거나 못함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어째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보살이 하루 동안 생각한 것만으로도 성문ㆍ벽지불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들보다 낫다고 한 까닭은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하루 동안 마음으로 ‘나는 도법(道法) 인연으로 중생을 위해 모든 법을 깨달아서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리불이여, 모든 성문과 벽지불이 진실로 이런 생각이 있는가?”
사리불이 말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모든 성문과 벽지불은 처음에 이런 생각이 없습니다.”
005_0007_b_22L舍利弗言:“唯,世尊!諸聲聞、辟支佛初無是念是故。”
005_0007_c_02L“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마땅히 이렇게 알고 생각하기를, ‘모든 성문과 벽지불이 소유한 지혜를 보살의 지혜에 비교해 보면 백 분ㆍ천 분ㆍ거억만 배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해야 된다.
또한 사리불이여, 성문과 벽지불은 마음으로 ‘나는 마땅히 6바라밀을 행해서 중생을 가르치고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부처님의 열 가지 힘[十種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4무애혜(無礙慧)를 구족하고, 부처님의 18법(法)을 구족해서 아유삼불(阿惟三佛)5)을 이루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의 사람으로 하여금 니원(泥洹:열반)을 얻게 하겠다’는 이런 생각이 정말로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능히 그렇다. 보살은 이 6바라밀을 행해서 18법을 구족하고 아유삼불을 이루어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 해탈하게 한다. 사리불이여, 비유하면 마치 반딧불이 ‘나는 광명으로 염부제를 비추어서 두루 밝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이, 사리불이여, 모든 성문ㆍ벽지불도 또한 ‘나는 마땅히 6바라밀을 행하여 18법을 구족하고, 아유삼불을 이루어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 해탈하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리불이여, 세상에는 보살이 있어서 곧 5계ㆍ10선(善)ㆍ8재(齋)ㆍ4선(禪)ㆍ4등의(等意)ㆍ4무형정(無形定), 나아가 37품법(品法)이 있음을 알고 모두 이 세상에 나타내며, 곧 18사(事)ㆍ부처님의 열 가지 힘[佛十種力]ㆍ4무소외(無所畏)를 구족하기 때문이다. 세간에 마침 이런 법이 있으니, 곧 왕자종(王者種)ㆍ범지종(梵志種)ㆍ장자종(長者種)ㆍ가라월종(迦羅越種)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천왕에서 위로 삼십삼천에 이르는 줄 알고,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과 위로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나타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시복(施福)에 보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이미 보답했기 때문이다. 보살은 항상 베풀고 있다. 그러면 무엇으로 베풀고 있는 것인가? 모든 선법(善法)을 베푼다. 무엇이 선법인가? 10선(善)의 법을 말한다. 10선의 법에서 위로 모든 부처님 세존의 법에 이르기까지 10력ㆍ4무소외ㆍ부처님의 18법을 구족하여 이것을 베풀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은 일곱 가지가 공과 합치됨을 알았다. 무엇이 일곱 가지인가? 위에서 말한 일곱 가지 일이니, 이 일곱 가지 일과 반야바라밀이 상응하는 것을 안다. 5음이 합치됨을 보지 않으며, 또 합치되지 않음도 보지 않는다. 또한 5음법이 생하는 것도 보지 않으며, 또한 5음법이 멸하는 것도 보지 않는다. 또한 5음법에 집착함을 보지 않고, 5음법이 또한 단절됨도 보지 않는다. 색(色)과 통(痛)이 합치되는 것도 보지 않으며, 통(痛)과 상(想)이 합치되는 것도 보지 않으며, 상(想)과 식(識)이 합치되는 것도 보지 않으며, 식과 행(行)이 합치되는 것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에 법과 법이 합치되는 것을 보지 않는 것은 성(性)이 본래 공하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색은 공하므로 색(色)이 아니며, 통ㆍ상ㆍ행ㆍ식도 공하므로 식이 아니다. 색이 공하므로 봄이 없으며, 통(痛)이 공하므로 지각함이 없으며, 상이 공하므로 생각함이 없으며, 행이 공하므로 작용함[行]이 없으며, 식이 공하므로 분별함[識]도 없다. 왜냐하면 색과 공이 동등하여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005_0008_c_02L 어째서 그러한가?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이 색이기 때문이다. 통ㆍ상ㆍ행ㆍ식도 또한 공이며 공이 곧 식이며, 또한 생함도 보지 않고 멸함도 또한 보지 않는다. 또한 집착함도 보지 않으며, 또한 단절됨도 보지 않으며, 또한 중장됨도 보지 않으며 또한 감소됨도 보지 않는다. 과거ㆍ미래ㆍ현재도 아니며 또한 5음도 없다. 색ㆍ성ㆍ향ㆍ미ㆍ세활ㆍ법도 없고, 또한 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도 없으며, 또한 12인연도 없고, 4제(諦)도 없으며, 얻음에 이를 것도 없다.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도 없고, 또한 부처님도 없으며, 또한 도(道)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로써 마땅히 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하며,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며, 이렇게 상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행을 하면 또한 상응하는 것도 보지 않으며, 또한 상응하지 않는 것도 보지 않는다. 6바라밀에서도 또한 합하는 것을 보지 않으며, 5음법과 나아가 신법(身法)도 합하는 것과 합하지 않는 것을 보지 않으며 37품(品)ㆍ부처님의 10종력(種力)ㆍ4무소외(無所畏)ㆍ부처님의 18법(法), 나아가 살운야법(薩云若法)7)도 상응하는 것과 상응하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보살은 반야바라밀과 상응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공과 합하지 않으며,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에 합하는 것도 아니며, 무상ㆍ무원이 공과 합하는 것도 아니다. 왜 그러한가? 공은 합하는 것도 보지 않으며, 또한 합하지 않는 것도 보지 않는다. 무상ㆍ무원도 이와 같은 것이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005_0009_a_02L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공의 법상(法相)을 건너서 5음과 합하지도 않고 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과거색(過去色)은 과거색과 합하지 않으며 또한 과거색은 볼 수 없다. 미래의 색[當來色]도 미래의 색과 합하지 않으며 또한 미래의 색은 볼 수 없다. 현재의 색도 현재의 색과 합하지 않으며 또한 현재의 색은 볼 수 없다. 통ㆍ상ㆍ행ㆍ식도 이와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삼세 이름 모두가 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합하는 것이 반야바라밀에 상응하는 것이다.
또한 사리불이여, 살운야가 5음에 합하는 것도 보지 못하며, 5음이 살운야와 합하는 것도 보지 못한다. 살운야가 6정(情)과 합하는 것도 아니며 6정이 살운야와 합하는 것도 아니다. 색ㆍ성ㆍ향ㆍ미ㆍ세활ㆍ법이 살운야와 합하는 것이 아니며, 살운야도 색ㆍ성ㆍ향ㆍ미ㆍ세활ㆍ법과 합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단바라밀이 살운야와 합하는 것을 보지 못하며, 시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유체바라밀ㆍ선(禪)바라밀과 반야바라밀도 또한 살운야와 합하는 것을 보지 못하며, 또한 살운야와 6바라밀이 합하는 것도 보지 못한다. 또한 살운야와 37품ㆍ10력이 합하는 것도 보지 못하며, 37품ㆍ10력이 살운야와 합하는 것도 보지 못한다. 또한 살운야도 보지 못한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005_0009_b_02L사리불이여,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부처님도 또한 살운야와 합하지 않으며, 살운야도 또한 부처님과 합하지 않는다. 도(道)도 또한 살운야와 합하지 않으며 살운야도 또한 도와 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운야가 곧 부처님이고 부처님이 곧 살운야이며, 도가 곧 살운야이고 살운야가 곧 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합하는 것이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5음이 유(有)와 합하지 않으며 유 또한 5음과 합하지 않음을 안다. 5음은 또한 고락(苦樂)ㆍ유아(有我)ㆍ무아(無我)와 합하지 않으며 6정법(情法)도 이와 같다. 5음은 또한 공ㆍ무상ㆍ무원과 합하지도 않으며, 또한 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또한 행하는 것도 보지 못하며 행하지 않음도 보지 못한다.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행하며, 이와 같이 상응해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은 또한 반야바라밀을 위해서 단(檀)을 행하고 시(尸)를 행하고 찬(羼)을 행하고, 유체(惟逮)를 행하고 선(禪)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섯 가지 바라밀을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유월치(阿惟越致)를 위해서 중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며,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4무소외(無所畏)ㆍ4무애혜(無礙慧)ㆍ부처님의 10종력(種力)ㆍ18법불공(法不共)을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행하지 않는다.
또한 내공(內空)ㆍ외공(外空)ㆍ소유무소유공(所有無所有空)ㆍ공공(空空)ㆍ대공(大空)ㆍ필경공(畢竟空)을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유위공(有爲空)ㆍ무위공(無爲空)ㆍ무저공(無底空)ㆍ제법상공(諸法相空)ㆍ일체제법공(一切諸法空)을 위해서, 또한 생공(生空)을 위해서, 또한 무생공(無生空)을 위해서, 또한 진공(眞空)을 위해서, 또한 위공(僞空)을 위해서, 또한 여여함[如]을 위해서, 또한 법성(法性)을 위해서 또한 진제(眞際)를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저 법이 파괴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005_0009_c_02L또한 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신족(神足)ㆍ철시(徹視)ㆍ철청(徹聽)ㆍ지타인의(知他人意:누진통)ㆍ자지숙명(自知宿命:숙명통)을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런가?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오히려 반야바라밀을 보지 않거늘, 하물며 어떻게 보살이 신통 등의 일을 보겠는가?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보살은 마음으로 ‘나는 마땅히 신족(神足)으로 시방에 이르러 모든 부처님 세존을 뵈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설하신 법을 나는 마땅히 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마땅히 시방의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다 알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마땅히 헤아릴 수 없는 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시방의 중생들이 태어나고 죽는 곳[生死所趣]과 선악으로 인해 가는 곳[善惡之趣]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보살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보살이 스스로 ‘나는 마땅히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만큼의 사람들을 제도해서 반니원에 이르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한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한다면 온갖 마군이 그 틈을 얻을 수 없고 모든 세간의 일에서 모두 항복받을 수 있다.
시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들이 모두 다 함께 이 보살을 옹호하여 성문ㆍ벽지불지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사천왕에서부터 위로 아가니타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천들이 모두 함께 이 보살을 옹호하여 중도에 장애가 없게 한다. 이 보살의 몸에 중병이 있어도 현세에 낫게 된다. 왜냐하면 널리 중생들을 자비심으로 보살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005_0010_a_02L또한 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속히 다란니와 모든 삼매문을 얻어서 다 앞에 나타나 있을 것이다.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모든 부처님을 뵙고 도량에서는 항상 부처님을 여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법이 합하는지 합하지 않는지, 평등한지 평등하지 않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법이 합하는 것도 보지 않으며, 또한 법이 평등한 것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다.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또한 나는 마땅히 법성(法性)을 빨리 깨달음에 이르러야 한다든가, 깨달음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성이란 깨달음에 이르름이 없음이 이 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리불이여,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보살은 법과 법성이 구별된다고 보지 않으며, 또한 합한다고 보지도 않는다. 또한 법성은 약간 차별을 짓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보살이 일체에 모두 합하는 것이다. 법성에서 법이 나타난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법성이 나타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합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법성은 공과 합하지 않으며, 공도 또한 법성과 합하지 않는다. 이것이 합하는 것이다. 6정(情)ㆍ18성(性)도 또한 공과 합하지 않으며, 또한 공도 6정ㆍ18성과 합하지 않는다. 법성도 공과 합하지 않으며, 공도 또한 법성과 합하지 않는다.
005_0010_b_01L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공과 합하는 것을 제일이라고 한다. 공을 행하는 보살은 성문ㆍ벽지불지에 떨어지지 않으며,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며, 중생을 가르치고 속히 성불에 이르게 된다. 사리불이여, 모든 존재하는 상응 중에서 반야바라밀과 상응하는 것이 존귀하며 제일의 상응이니, 그 이상이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공ㆍ무상ㆍ무원ㆍ무상정진(無上正眞)과 상응하기 때문이다.
보살은 또한 ‘나는 반야바라밀과 상응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마땅히 나에게 수기를 내릴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나는 수기를 받아서 오래지 않아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나는 마땅히 성불해서 법륜을 굴리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이유인가?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처음부터 중생상(衆生想)이 생기는 것을 보지 못했고, 또한 중생상이 멸하는 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모든 중생들이 처음부터 일어나고 멸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중생들이 생(生)하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오히려 어떻게 생멸이 있음을 보겠는가?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하는가?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하는 것은 반야바라밀을 행하기 위해서이다. 중생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중생상이 공한 것이라 여기지 않으며, 중생행(衆生行)도 보지 않으며, 중생행이 다른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이것이 보살이 제일의 공[第一空]을 행하는 것이다.
보살이 이 가운데 머무는 것은 모두 집합하기 위함이며 대중은 모아서 그 가운데에 머문다. 보살이 이와 같이 머무는 것은 대자대비에 처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질투하고 자만하는 뜻이 없으며, 어지럽고 게으른 뜻이 없으며, 성내어 분한 뜻이 없으며, 악한 뜻을 일으키지 않으며, 악한 지혜의 뜻을 일으키지 않는다.
1)색계(色界) 4선천(禪天) 중에 삼선삼천(三禪三天)은 소정천(小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徧淨天)이다.
2)아유월치지는 아유월치를 말한다. 아유월치는 범어로 Avinivartanīya이다. 아비발치(阿毘跋致)라고도 쓰며, 불퇴(不退)ㆍ무퇴(無退)ㆍ불퇴전(不退轉)ㆍ불퇴위(不退位)라 번역한다. 반드시 성불이 결정되었다는 동시에 보살위에서 물러나지 않는 위치이다. 소승 유부종에서는 예류과(豫流果)를, 대승에서는 초주(初住)ㆍ초지(初地)ㆍ8지(地)를 불퇴라 한다.
3)범어로는 Kulava, 유족자(有族者)라는 뜻이다. 거사ㆍ출가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불법에 귀의한 남자를 말한다.
4)아수라(阿修羅). 6도의 하나이고 10계의 하나이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
5)범어로는 Abhisambuddha이며, 현등각(現等覺)이라는 뜻. 즉 정각을 이룬 사람, 부처님이 깨달은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