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이시여, 이 청정함은 욕계도 생겨나지 않고 색계도 생겨나지 않으며 무색계도 생겨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청정함에는 때가 끼어 있지도 않고 청정이랄 것도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청정함에는 붙잡을 것도 없고 과보도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청정함은 만들어지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청정함은 아는 것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청정함은 색을 알지 못하고, 수ㆍ상ㆍ행ㆍ식도 알지 못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살바야를 얻는 데에 더함도 덜함도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이 청정하기에 새삼 대상으로부터 취할 것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래 청정하느니라.”
005_0782_a_02L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내가 청정하기 때문에 색이 청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내가 청정하기에 수ㆍ상ㆍ행ㆍ식이 청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내가 청정하기에 그 과보가 청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내가 청정하기에 살바야가 청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내가 청정하기에 붙잡을 것도 없고 그 과보도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내가 가없기에 색도 가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내가 가없기에 수ㆍ상ㆍ행ㆍ식도 가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것들을 가리켜 보살의 반야바라밀이라고 합니까?” “수보리여,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차안(此岸)도 아니고 피안(彼岸)도 아니며 그 중간에 흐르는 물도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경에는 청정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살이 이러하다면 이 역시 분별이므로 반야바라밀을 잃고 반야바라밀을 여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수보리여, 집착이란 이름과 모습으로부터 싹트는 법이다.” “참으로 흔치 않은 가르침입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에 대한 훌륭한 설법 가운데에도 정작 집착이 깃들어 있다니요.”
그때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말했다. “집착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사리불이 말했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색(色)과 공(空)을 분별하면 이를 일컬어 집착이라고 합니다. 수ㆍ상ㆍ행ㆍ식과 공을 분별하면 이를 일컬어 집착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물질적 존재[過去法]와 미래의 물질적 존재[未來法]와 현재의 물질적 존재[現在法]를 분별하면 이를 일컬어 집착이라고 합니다. 처음 마음을 낸 보살의 복덕이 조금밖에 안 된다고 하면 이를 일컬어 집착이라고 합니다.”
석제환인이 수보리에게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것을 집착이라고 합니까?” “교시가여, 이 사람은 분별하는 이 마음을 그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廻向)합니다. 교시가여, 하지만 이 마음은 회향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만약 보살이 다른 사람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가르쳐 줄 때는 반드시 모든 것의 진실된 모습을 가르쳐서 이익과 기쁨을 주어야만 자신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고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것으로서 선남자와 선여인의 모든 집착을 여의게 해 줍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그대는 여러 보살이 대상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잘 말해 주었다. 수보리여, 내가 다시 대상[法]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줄 테니 잘 듣거라.”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어김없이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05_0782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그 모양을 취하여 여러 부처님을 생각하고 이를 따른다면 이것을 일컬어 집착이라고 한다. 과거세와 미래세와 현재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이룩하신 번뇌를 끊는 법을 함께 기뻐하면서 이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되돌려 바치는 것을 일컬어 집착이라고 한다. 왜냐 하면 수보리여, 모든 대상의 본성[法性]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으며, 모양을 취할 수도 없고 비롯함도 없으며,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며, 느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으며, 회향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대상의 본성은 아주 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여의었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반야바라밀에 예배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는 이 지어냄이 없는 법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모든 대상을 얻으셨습니다.” “이와 같이 수보리여, 여래께서는 모든 대상(一切法)을 모두 얻으셨다. 수보리여, 모든 대상의 본성은 오직 하나일 뿐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다. 이러한 본성 역시 본성이 아니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보리여, 보살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아서 모든 집착을 여읜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참으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수보리여, 이것을 아는 사람 그 자체도 없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수보리여, 반야바라밀은 마음으로 알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보리여, 만들어낸 주체를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005_0782_c_02L“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물질적 시각(색)으로 대상을 보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보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만약 보살이 물질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보지 않으며 그 모습조차 만족하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만약 보살이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보지 않으며 그 모습조차 만족하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물질적인 대상(색)에 대해 만족함이 없으면 그것은 이미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며,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에 대해 만족함이 없으면 그것은 이미 정신 작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이 그 모양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참으로 흔치 않은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가지 집착과 관련하여 집착이 없음을 말씀하시다니요.” “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물질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보지 않는 그 모양조차 집착하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보지 않는 그 모양조차 집착하지 않는다면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이 행하여 물질적인 대상에 집착을 하지 않고,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에 집착을 하지 않고, 수다원과와 사다함과와 아나함과와 아라한과와 벽지불도와 더 나아가 살바야에도 집착을 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모든 집착을 여의었기 때문에 이를 일컬어 걸림 없는 살바야라고 일컫는다. 수보리여, 보살은 모든 집착을 여의고자 했으므로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가르침은 참으로 심오해서 설령 거듭 말씀하셔도 줄어들지 않고, 말씀하시지 않아도 역시 줄어들지 않으며, 설령 거듭 말씀하셔도 늘어나지 않고,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수보리여, 부처님께서 목숨이 다하시도록 허공을 찬탄하시더라도 허공은 줄어들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셔도 역시 줄어들지 않으며, 찬탄하셔도 늘어나지 않고, 찬탄하시지 않아도 늘어나지 않는다. 수보리여, 이는 마치 요술로 만들어낸 허깨비가 칭찬한다고 기뻐하지도 않고, 칭찬하지 않는다고 화내지도 않는 것과 같다. 수보리여, 모든 대상의 본성은 이와 같아서 거듭 설한다고 해도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
005_0783_a_02L“세존이시여, 보살이 하는 일은 참으로 심오해서 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 마음이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으며, 물러나거나 굴러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을 닦고 익히는 것은 허공을 닦고 익히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까닭에 위대한 서원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니, 반드시 예배를 올려야 합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위대한 서원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니, 마치 어떤 사람이 허공과 더불어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위대한 서원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니, 마치 어떤 사람이 허공과 더불어 다투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을 일컬어 위대한 서원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기를 발하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위대한 서원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니, 마치 어떤 사람이 허공을 들어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의 이름은 정진의 힘으로 피안에 이르는 보살이라고 하며, 용건(勇健)이라고도 합니다. 그 이름이 허공과 같은 모든 존재를 가리키는 까닭에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합니다.”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반야바라밀을 잘 지니고 독송한다면 나는 반드시 이를 수호하겠습니다.”
005_0783_a_15L釋提桓因白佛言:“世尊!若人能受持讀誦般若波羅蜜,我當守護。”
수보리가 석제환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 법이 잘 수호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까?” 석제환인이 말했다. “볼 수 없습니다.”
005_0783_a_17L須菩提語釋提桓因:“汝見是法可守護耶?”釋提桓因言:“不見也。”
“교시가여, 만약 보살이 지금까지 말한 대로 반야바라밀을 행한다면 이야말로 잘 수호하는 것입니다. 보살이 만약 반야바라밀을 멀리 여의면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하게 됩니다. 교시가여, 만약에 어떤 사람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수호하고자 한다면 이는 허공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시가여, 그대 생각에 그대는 메아리를 수호할 수 있겠습니까?” 석제환인이 말씀드렸다. “할 수 없습니다.”
그때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사천왕과 모든 석제환인과 사바세계의 주재자(主宰者)인 모든 범천왕들이 모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고 예배한 다음 한편으로 물러나 앉았다. 사천왕과 모든 석제환인과 모든 범천왕들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1천 부처님을 보았으니, 그 모양이 이와 같았고, 그 이름이 이와 같았다. 즉 반야바라밀을 말하는 이는 모두 수보리로 일컫고, 모르는 것을 묻는 이는 모두 석제환인이나 미륵보살로 일컬었다. 이들은 반드시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또한 이곳에서 반야바라밀을 말한다.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미륵보살이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나면 반야바라밀을 어떻게 말합니까?” “수보리여, 미륵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나서 반야바라밀을 말하되 공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수ㆍ상ㆍ행ㆍ식이 공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색이 묶여 있다거나 풀려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수ㆍ상ㆍ행ㆍ식이 묶여 있다거나 풀려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005_0783_c_02L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청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색이 청정한 까닭에 반야바라밀도 청정하며, 수ㆍ상ㆍ행ㆍ식이 청정한 까닭에 반야바라밀도 청정하며, 허공이 청정한 까닭에 반야바라밀도 청정하며, 색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까닭에 반야바라밀도 청정하며, 수ㆍ상ㆍ행ㆍ식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까닭에 반야바라밀도 청정하다. 수보리여, 허공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까닭에 반야바라밀도 청정하다.”
“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잘 지니고 독송하면 이러한 사람은 결코 헛되이 죽는 일이 없으며, 백천이나 되는 여러 천자들이 지켜 줄 것입니다. 또 매달 8일ㆍ14일ㆍ15일ㆍ23일ㆍ29일ㆍ30일마다 곳곳에서 반야바라밀을 설법한다면 그 복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수보리여, 사람들이 반야바라밀을 설법하면 그 복이 아주 많다. 수보리여, 반야바라밀을 머무르게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왜냐 하면 반야바라밀은 아주 진귀한 보배이기에 대상에 집착하거나 취하여 가지는 것이 없으니, 곧 어떤 대상에도 본질이란 없고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반야바라밀은 붙잡을 수 없는 까닭에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왜냐 하면 반야바라밀은 대상으로서 있지 않기 때문이니, 이를 일컬어 물들지 않는 반야바라밀이라고 한다. 반야바라밀이 물들지 않기 때문에 모든 대상도 물들지 않는다. 만약 이와 같이 분별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컬어 반야바라밀을 행한다고 한다. 수보리여, 반야바라밀은 보거나 보지 않는 대상도 있지 않으며, 취하거나 버리는 대상도 있지 않다.”
그때 백천이나 되는 여러 천자들이 허공 가운데에서 춤추고 기뻐하면서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염부제에서 법의 수레바퀴가 두 번째로 돌고 있음을 봅니다.” 수보리가 여러 천자들에게 말했다. “법의 수레바퀴는 처음으로 돈 적도 없고 두 번째로 돈 적도 없습니다. 왜냐 하면 반야바라밀의 가르침 안에는 굴러가거나 굴러오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005_0784_a_02L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마하바라밀이란 곧 보살의 반야바라밀이니, 모든 대상에는 굴러가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어도 역시 붙잡을 것은 없으며, 법이 수레바퀴가 구를 때에도 역시 굴러간 것은 없으니, 굴러올 법도 없고 보여줄 법도 없으며, 볼 수 있는 법도 없다. 이 법은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수보리여, 공(空)이라는 것은 굴러가지도 않고 굴러오지도 않으며, 모양도 없고 지어내지도 않고, 만들어내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는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굴러가거나 굴러오는 것도 없다.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을 일컬어 반야바라밀을 설법한다고 하며, 여기에는 듣는 이도 없고 받아들이는 이도 없고 깨닫는 이도 없고, 또한 이러한 가르침에 의해 복밭을 이루는 일도 없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가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허공은 가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바른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모든 대상이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여의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모든 대상이 고유의 성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파괴할 수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있는 곳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형태가 없고 이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가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오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빼앗음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취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다하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법도 다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생겨남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법도 생겨남이 없기 때문입니다.
005_0784_b_02L세존이시여, 지어냄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지어낸 이를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나오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나오는 이를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가 닿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물러나 주저앉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티끌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모든 번뇌가 청정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곳도 더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멸하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모든 대상이 지나간 시간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허깨비의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꿈의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의식(意識)이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실없는 말을 하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실없는 말도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생각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생각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움직이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참된 성품은 항상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욕심을 여의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희롱하여 속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일어나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분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고요함도 사라진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의 모양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번뇌가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에도 허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중생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중생은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끊어짐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양극단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서로 다르지 않은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화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005_0784_c_02L세존이시여, 집착하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성문과 벽지불의 지위를 분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분별하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모든 분별도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한량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한량 있는 대상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허공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걸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생겨나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덧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고통의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고통과 괴로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나라는 것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탐욕스럽게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공한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모양이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모양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들어내지 않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다섯 가지 악을 부수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대상도 부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한량없는 불법(佛法)의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대상을 헤아리는 것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두려움 없는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마음이 침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같은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법도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바라밀이 곧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법도 고집하는 성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005_0785_a_02L 그때 석제환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반야바라밀에 대해 듣기만 해도 이 사람은 이미 모든 부처님을 공양한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하물며 이를 지니고 독송하며 들은 대로 배우고 들은 대로 행함에랴. 만약 어떤 사람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설법하는 것을 듣고 이를 지니고 독송하며 들은 대로 행한다면, 이 사람은 이미 부처님을 많이 공양하고 그 깊은 뜻을 깨달았기에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도 놀라거나 두려워한 적이 없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잘 믿고 받아들인다면, 이 보살은 아비발치(阿毘跋致 : 불퇴전)의 지위에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세에 오랫동안 깊은 반야바라밀을 행하지 않았다면 반야바라밀을 잘 믿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반야바라밀을 헐뜯고 거스른다면 이 사람은 일찍이 오랫동안 반야바라밀을 헐뜯고 거슬러왔음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은 깊은 반야바라밀을 믿는 마음도 없고 마음이 청정하지도 않으며, 또한 여러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옳고도 옳은 말입니다. 교시가여, 만약 어떤 사람이 반야바라밀을 예배한다면 이는 곧 살바야를 예배하는 것입니다. 반야바라밀로부터 모든 부처님의 살바야가 생겨나고, 다시 살바야로부터 반야바라밀이 생겨납니다. 보살은 반드시 반야바라밀에 이와 같이 머물러야 하며,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익혀야 합니다.”
005_0785_b_02L석제환인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반야바라밀에 머문다고 하고, 반야바라밀을 닦는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교시가여, 그대는 궁금한 것을 잘도 묻는구나. 그대의 물음은 모두 부처님의 능력에 의한 것이다. 교시가여, 만약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대상에 머무르지 않아야 하니, 이와 같이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대상을 익힌다고 하며, 수ㆍ상ㆍ행ㆍ식에도 머무르지 않아야 하니, 이와 같이 정신 작용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정신 작용을 익힌다고 한다.
또 교시가여, 만약 보살이 대상을 익히지 않으면 이는 곧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며, 수ㆍ상ㆍ행ㆍ식을 익히지 않으면 이는 곧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교시가여, 이러한 것을 일컬어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익힌다고 하며, 반야바라밀에 머문다고 한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의 깊이는 한량이 없어서 바닥을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마하살이 대상에 아주 깊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컬어 대상을 아주 깊이 익힌다고 한다. 수ㆍ상ㆍ행ㆍ식에 아주 깊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컬어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을 아주 깊이 익힌다고 한다. 또 사리불이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대상을 아주 깊이 익히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컬어 대상에 아주 깊이 머무르지 않는다고 한다. 수ㆍ상ㆍ행ㆍ식에 아주 깊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컬어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에 아주 깊이 머무르지 않는다고 한다.”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깊은 반야바라밀은 반드시 물러남이 없는 보살에게만 말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이에 대해 듣고도 아무런 후회나 의심을 품지 않기 때문입니다.”
005_0785_c_02L그때 석제환인이 사리불에게 말했다. “만약 수기(授記)를 아직 받지 못한 보살에게 이를 말하면 어떤 허물이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했다. “교시가여, 만약 수기를 아직 받지 못한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는다면, 이 보살은 이미 오랫동안 대승(大乘)에 대한 믿음을 내어 수기에 가까이 다가선 것이니, 머지않아 반드시 예언을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첫 번째 부처님이나 두 번째 부처님의 세상이 지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사리불이여, 만약 수기를 아직 받지 못한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는다면, 이 보살은 이미 오랫동안 대승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비유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을 대로 하거라.”
005_0785_c_05L舍利弗白佛言:“世尊!我今當說譬喩。”佛言:“樂說便說。”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마치 보살의 길을 구하는 이가 꿈에서조차 깨달음의 장소(道場)에 앉아 있는 것과 같으니, 이 보살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다가서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 보살의 길을 구하는 이가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면 이 보살은 오랜 세월 동안 대승에 대한 믿음을 품고 있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선근(善根)이 이루어져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까닭에 이 보살은 얼마 있지 않아 반드시 수기를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부처님의 능력 덕분에 다시 이와 같이 말하는구나.”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어떤 사람이 하루만에 걸을 수 있는 거리[由旬]의 100배 혹은 200배 혹은 300배 혹은 400배 혹은 500배나 되는 멀고 험한 여행길을 가는 동안 힘들고 괴로운 일이 닥칠 때, 먼저 소와 양을 먹이는 목동을 보거나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보거나 정원의 나무 등을 발견하고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 마을이나 성읍(城邑)이 있는 줄 알고 마음속으로 ‘내가 바라보고 있는 모습대로라면 마을이나 성읍은 조금만 더 가면 있을 것이다’고 생각하여 다시는 도적의 공격을 무서워하지 않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도 이와 같습니다. 만약 어떤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면, 이 보살은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까닭에 얼마 있지 않아 반드시 수기를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 때는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이 보살은 본래의 모양에 의해 이미 깊은 반야바라밀을 보았고, 깊은 반야바라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005_0786_a_02L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바다를 보고 싶어하는 어떤 사람이 서둘러 길을 가다가 나무의 모습과 산의 모습을 보고 바다가 아직도 멀리 있구나 하는 것을 알고, 만약 나무의 모습과 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면 반드시 바다가 가까이 있음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큰 바다는 깊은 까닭에 그 주변에 나무와 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이 사람은 비록 바다를 직접 보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도 이와 같습니다. 만약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면 지금으로서는 비록 어떤 부처님께도 장차 수기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다가서 있음을 반드시 압니다. 왜냐 하면 자신이 직접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보고 또 공양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이른봄에는 나무에 잎이 하나도 없지만 얼마 있지 않아 반드시 잎과 꽃이 무성하여 열매를 맺으리란 것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본래의 모양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나무에서 본래의 모양을 보고 모두들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얼마 있지 않아 이 나무에는 반드시 잎과 꽃이 무성하여 열매가 맺히겠구나’하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도 이와 같습니다. 만약 깊은 반야바라밀을 보고 듣게 되면 이 보살이 쌓아온 선근공덕(善根功德)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훌륭한 뿌리가 인연이 되는 까닭에 이제 어떤 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면 이 모임 가운데 이미 부처님을 보았거나 천신을 본 적이 있는 이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앞의 보살들도 이로써 수기를 받았으니, 이 보살도 얼마 있지 않아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받을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005_0786_b_02L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여인이 임신한 것과 같습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불편하고 몹시 피로해서 일하기가 즐겁지 않고, 자고 눕는 것도 편치 않으며, 음식도 잘 먹을 수가 없어서 몸이 괴로우며, 말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본래 좋아하던 일도 싫어져서 다시 즐거운 마음을 갖지 못합니다. 그것은 본래의 모양이 나타나기 때문이니, 이 여인은 얼마 있지 않아 반드시 아이를 낳을 것임을 알게 됩니다. 보살의 선근공덕이 이루어지는 것도 이와 같으니, 만약 깊은 반야바라밀을 보고 듣고 사유하게 되면, 이 보살은 얼마 있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사리불이여, 그대가 즐겁게 말한 것은 모두 부처님의 능력에 의한 것이다.”
005_0786_b_04L佛言:“善哉,善哉!舍利弗!汝所樂說者,皆佛神力。”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보살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잘 말씀해 놓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익과 많은 평안과 많은 안락을 누리고 세상의 중생들을 불쌍하게 여기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하늘 나라의 모든 중생들을 위해 설법할 것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온전히 갖추고 닦아야 반야바라밀을 행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려면 대상이 더욱 불어나지 않는 것을 보아야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며, 수ㆍ상ㆍ행ㆍ식이 더욱 불어나지 않는 것을 보아야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며, 대상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아야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며, 수ㆍ상ㆍ행ㆍ식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아야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법(法)도 보지 않고 비법(非法)도 보지 않아야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은 그 뜻이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모든 대상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수ㆍ상ㆍ행ㆍ인의 정신 작용도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만약 보살이 대상을 분별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며,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을 분별하지 않는다면 또한 불가사의한 일이니, 이는 곧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005_0786_c_02L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누가 반야바라밀을 이와 같이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보살의 길을 오랫동안 수행한 이이다.”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보살을 가리켜 오랫동안 수행한 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부처님의 10력과 4무소외와 더 나아가 살바야를 분별하지 않으면 이를 일컬어 오랫동안 수행한 이라고 한다. 왜냐 하면 부처님의 10력은 불가사의하며 4무소외와 18불공법은 불가사의하며, 더 나아가 살바야는 불가사의하며 물질적 존재는 불가사의하며, 수ㆍ상ㆍ행ㆍ식의 정신 작용은 불가사의하며, 모든 대상도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한다면 이를 일컬어 행함에 머무는 곳 없이 반야바라밀을 행한다고 하니, 그러한 까닭에 오랫동안 수행한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은 아주 깊으며 반야바라밀은 진귀한 보배덩어리이니, 마치 허공이 청정한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에는 많은 장애가 따르니 말입니다. 만약 이것을 베껴 쓰고자 한다면 혹시 1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서둘러 써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고도 옳은 말이다. 수보리여,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베껴 쓰고 독송하며 들은 대로 행하고자 한다면 혹시 1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서둘러서 그렇게 해야 한다. 수보리여, 진귀한 보배에는 이를 욕심내는 도적이 많기 때문이다.”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에는 항상 악마가 달라붙어서 이를 끊어내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악마가 비록 이를 끊어내려고 하나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005_0787_a_02L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능력 때문에 악마가 반야바라밀에 장애를 일으키지 못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부처님의 위신력 덕분에 악마가 반야바라밀에 장애를 일으키지 못한다. 사리불이여, 이는 또 현재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의 능력 덕분이기도 하니, 악마가 반야바라밀에 장애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모든 부처님들이 한결같이 이 보살을 염두에 두고 수호하기에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께서 보살을 돌보아 주시려고 하는데, 악마가 이러한 법을 거스르고 장애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반야바라밀을 베껴 쓰고 독송하고 설명해 준다면, 현재 계시는 시방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득히 많은 부처님과 불법이 반드시 염두에 두고 수호해 주신다. 만약 반야바라밀을 독송한다면 이 보살은 부처님께서 염두에 두고 수호해 주시는 까닭에 능숙하게 독송하여 쉽게 통달한다.”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잘 지니고 독송하면 부처님께서 이 사람들을 눈으로 지켜보신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005_0787_a_06L“世尊!善男子、善女人能受持讀誦般若波羅蜜,當知是人,佛眼所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잘 지니고 독송하며, 더 나아가 베껴 쓴다면 부처님께서 이 사람들을 눈으로 지켜보신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사리불이여, 만약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하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지니고 독송하면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다가선 것이며, 더 나아가 스스로 이를 베껴 쓰거나 남에게 베껴 쓰도록 하고 이를 지니고 독송한다면 이러한 인연으로 아주 많은 복을 받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반야바라밀은 반드시 남방에 전해질 것이며 남방으로부터 다시 서방으로 전해지고 서방으로부터 다시 북방으로 전해질 것이다. 사리불이여, 나의 가르침이 번성할 때에는 법이 쇠퇴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없을 터이니, 비록 북방일지라도 만약 반야바라밀을 지니고 베껴 쓰고 공양하는 이가 있다면, 이 사람도 부처님께서 눈으로 지켜보아 알아보시고 염두에 두신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고 500년 뒤에는 반야바라밀이 틀림없이 북방에 널리 퍼지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고 500년 뒤에는 반야바라밀이 틀림없이 북방에 널리 퍼지게 된다. 그 가운데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듣고 지니고 독송하고 닦아 익힌다면, 이 사람은 일찍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품어 왔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005_0787_b_02L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북방에서는 얼마나 많은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잘 듣고 잘 지니고 잘 독송하고 잘 닦아 익히겠습니까?”
005_0787_b_02L“世尊!北方當有幾所菩薩能受持讀誦修習般若波羅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북방에서는 비록 많은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듣고 지니고 독송하고 닦아 익히겠지만 그 가운데 소수만이 이를 잘 독송하고 잘 닦아 익히고 잘 행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반야바라밀에 대해 들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미 많은 부처님을 뵙고 궁금한 것을 여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은 보살의 길을 행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는 까닭에 한량없는 중생에게 이익을 베풀어 줄 수 있음을 반드시 알라.
이러한 사람들이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하고 마음이 청정해지며 중생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뿌리를 심도록 한다. 그리고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내 앞에서 말한다. ‘저희들이 보살의 길을 닦을 때는 항상 한량없는 백천만의 중생들에게 불법을 가르쳐서 반드시 이롭고 기쁘게 해 줄 것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005_0787_c_02L사리불이여, 나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함께 기뻐하니, 이 사람들이 보살의 길을 닦을 때는 항상 한량없는 백천만의 중생들에게 불법을 가르쳐서 반드시 이롭고 기쁘게 해 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도록 한다. 이와 같은 선남자와 선여인은 마음속으로 대승을 기꺼워하며 현재 부처님께서 설법하고 계신 다른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한다. 이 불국토에서 그는 계속해서 반야바라밀을 설하는 것을 널리 들으며, 역시 여기에서도 한량없는 백천만의 중생들에게 불법을 가르쳐서 반드시 이로움과 기쁨을 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도록 한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십니다. 여래시여, 미래세의 많은 보살들이 열심히 정진하고 부지런히 반야바라밀을 구한다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구하여도 얻고 구하지 않아도 얻을 것입니다.”
“사리불이여, 많은 선남자와 선여인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정진하는 까닭에 굳이 반야바라밀을 구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005_0787_c_08L“舍利弗!多有善男子、善女人,精進不懈故,般若波羅蜜不求而得。”
“세존이시여,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역시 굳이 구하지 않아도 6바라밀에 상응하는 경전을 얻을 수 있습니까?”
005_0787_c_10L“世尊!是善男子、善女人,餘經應六波羅蜜者,亦不求而得耶?”
“사리불이여, 만약 6바라밀에 상응하는 경전이 있다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역시 굳이 구하지 않아도 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사리불이여, 법이란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보살이 모든 중생을 위해 불법을 가르쳐서 이로움과 기쁨을 주며 또한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배운다면, 이 사람은 뒤에 다시 태어나서 굳이 반야바라밀을 구하지 않아도 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