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그대는 이 동쪽으로 가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듣고 이를 얻을 것이니, 그곳으로 갈 때는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졸립다고 생각하지 말고 먹을 것을 생각하지 말고 밤낮을 생각하지 말고 추위와 더위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은 생각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헤아리지도 말며 아첨하여 비뚤어진 마음을 여의며 잘난 체하고 남을 얕보지 말아야 한다.
모든 중생의 모양을 반드시 여의고 모든 이익과 명예를 반드시 여의고 훌륭한 법을 내지 못하게 하는 5개(蓋)2)를 반드시 여의고 시기하는 마음을 반드시 여의고, 또 안과 밖의 모든 대상을 분별하지 않아야 한다. 갈 때는 좌우를 돌아보지 말 것이며, 앞과 뒤도 생각하지 말고 위와 아래도 생각하지 말고 사방도 생각하지 말고, 색과 수ㆍ상ㆍ행ㆍ식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왜냐 하면 만약 색과 수ㆍ상ㆍ행ㆍ식을 움직이면 이것은 불법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 이와 같이 행하는 사람은 반야바라밀을 얻지 못한다.’
다시 공중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반드시 공(空)은 무상(無相)이고 무작(無作)인 것을 믿고 이해해야 하며 모든 모양을 여의고 있다는 견해를 여의며, 5온(蘊)으로 중생이 이루어졌다는 견해[衆生見]와 사람은 축생 따위와 다르다는 견해[人見]와 내가 실재한다는 견해[我見]를 여의고 반야바라밀을 구해야 한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이와 같이 하면 머지않아 반야바라밀을 들을 것이니, 혹은 경전에서 들을 것이고 혹은 법사에게서 들을 것이다.
005_0826_a_09L善男子!汝能如是,不久得聞般若波羅蜜,若從經卷聞,若從法師聞。
선남자여, 반야바라밀을 들려주는 대상에 대해 그대는 큰 스승처럼 생각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 하니, 반드시 마음속으로 ≺나에게 반야바라밀을 들려준 대상은 곧 나의 선지식이며 내가 이제 반야바라밀을 들었으니 결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부처님이 없는 세상에는 태어나지 않으며, 모든 고난을 여읠 것이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공덕과 이익을 생각하는 까닭에 법사에 대하여 큰 스승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선남자여, 세속의 이익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법사를 따라서는 안 되니 반드시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 때문에 법사를 따라야 한다.
또 선남자여, 반드시 악마의 장난에 대비해야 하니, 혹시 악마가 법을 말하는 사람에 대해 온갖 인연을 꾸며서 아름답고 묘한 빛깔[色]과 소리[聲]와 향기[香]와 맛[味]과 촉감[觸]을 받아들이도록 하면 법을 말하는 사람은 방편의 힘이 있는 까닭에 이 5욕락(欲樂:색성향미촉의 낙)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대는 정작 이에 대해 청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되며, 그 대신 마음속으로 ≺나는 방편의 힘을 알지 못하며 스승께서는 어쩌면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어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 이 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므로 다른 모든 보살은 아무런 장애도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005_0826_b_02L선남자여, 그대는 이때 반드시 모든 대상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해야 하니, 모든 대상의 진실한 모양이란 무엇일까? 부처님께서는 어떤 대상에도 티끌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왜냐 하면 모든 대상의 성품은 공하며 모든 대상에는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중생이라는 견해도 없으며 어떤 대상도 허깨비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고 그림자와 같고 불꽃과 같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만약 그대가 법사를 따라 모든 대상의 진실 된 모양을 이와 같이 관찰한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선남자여, 다시금 악마의 장난에 대비해야 하니, 만약 법사가 반야바라밀을 구하는 사람을 마음속으로 탐탁하지 않게 여기어 돌아보지 않더라도 그대는 아무런 걱정도 말고 오로지 가르침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법사를 따르되 행여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수보리여, 살타파륜보살은 공중으로부터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바로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동쪽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음속으로 ‘나는 공중으로부터 동쪽으로 멀리 가라는 소리를 듣고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까? 누구로부터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인가?’하고 생각하면서 가던 길을 멈추고 큰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하루든 이틀이든 더 나아가 7일 동안이라도 이곳에 그대로 있자. 피곤함도 생각하지 않고 졸음도 생각하지 않고 음식도 생각하지 않고 밤낮도 생각하지 않고 추위와 더위도 생각하지 않고 내가 누구로부터 반야바라밀을 들을 것인지 반드시 알아낼 것이다’하고 생각하였다.
005_0826_c_02L수보리여, 살타파륜보살이 이와 같이 괴로워하고 통곡하고 있을 때 바로 앞에 부처님의 모습이 나타나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원래의 보살도(菩薩道)를 행하실 때에도 반야바라밀을 구하셨으니 지금의 그대 모습과 똑같았다.
선남자여, 이러한 까닭에 그대는 부지런히 정진하고 가르침을 존중하고 기꺼워하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동쪽으로 가되 500유순을 가면 중향(衆香)이라는 성이 있을 것이다. 그 성은 7보(寶)로 이루어져 있고 일곱 겹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로와 세로가 모두 12유순이다. 주위에는 7보로 이루어진 나무가 둘러서 있고 풍요롭고 평안하며 사람들이 모두 활기차며, 길거리와 항구는 마치 그림처럼 정연하고 다리와 나루는 마치 대지처럼 널찍하고 깨끗하다.
일곱 겹의 성 위에는 모두 염부단금으로 만든 누각이 서 있고 각각의 누각에는 7보로 이루어진 나무가 온갖 열매를 매단 채 줄 서 있다. 누각과 누각은 차례로 보배로 만든 줄로 연결되어 있고 거기에 매달린 보배 방울이 성 위에 그물처럼 드리워져 있어서 바람이 불면 마치 다섯 가지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방울 소리가 조화를 이루니, 그 소리에 그곳의 중생들은 모두 즐거워한다.
성(城)의 사방에는 못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적당히 조절되어 있다. 그곳에는 7보로 장식된 배가 떠 있다. 이곳의 모든 중생들은 전생에 쌓은 업으로 못 가운데에 피어 있는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온갖 빛깔의 연꽃을 즐기며 논다. 향과 빛깔에 부족함이 없어서 그 위에 가득하며 삼천대천세계의 아름다운 꽃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005_0827_a_02L성(城)의 사방에는 500개의 정원이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어서 아주 아름답고 볼 만하다. 각각의 정원에는 500개의 연못이 있으니 가로와 세로가 10리씩이고, 모두 7보와 온갖 색깔로 장식되어 있으며, 연못 안에는 모두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색의 마차 바퀴 만한 연꽃이 물 위를 가득 덮고 있다. 파란 꽃은 파랗게 빛나고 노란 꽃은 노랗게 빛나고 빨간 꽃은 빨갛게 빛나고 하얀 꽃은 하얗게 빛난다. 또 모든 연못에는 오리와 기러기와 원앙새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새들이 있다. 이 모든 정원의 연못은 특별한 임자가 있지 않으니, 모두 이 중생들이 전생에 쌓은 업에 의한 과보이고, 오랜 세월 동안 깊은 법을 기꺼워하고 믿으며 반야바라밀을 행한 복덕에 의한 것이다.
선남자여, 중향성(衆香城) 안에는 크고 높은 터가 있는데 그 위에 담무갈 (曇無竭)보살의 궁전이 있다. 궁전의 가로와 세로는 50리씩이고 모두 7보와 온갖 색깔로 장식되어 있으며, 일곱 겹의 울타리도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고, 그 주위에는 7보로 이루어진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궁의 사방에는 항상 즐거움을 주는 정원이 있으니, 첫째는 상희(常喜)라고 일컫고, 둘째는 무우(無憂)라고 일컫고, 셋째는 화식(華飾)이라고 일컫고, 넷째는 향식(香飾)이라고 일컫는다. 각각의 정원 안에는 여덟 개의 연못이 있으니, 첫째는 현(賢)이라고 일컫고, 둘째는 현상(賢上)이라고 일컫고, 셋째는 환희(歡喜)라고 일컫고, 넷째는 희상(喜上)이라고 일컫고, 다섯째는 안온(安隱)이라고 일컫고, 여섯째는 다안온(多安隱)이라고 일컫고, 일곱째는 필정(必定)이라고 일컫고, 여덟째는 아비발치(阿毘跋致)라고 일컫는다. 각 연못 네 모서리는 황금과 백은과 유리와 파리 가운데 한 가지 보배로 두르고, 바닥은 붉은 옥이고 그 위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다. 각각의 연못 옆에는 여덟 개의 계단이 있는데 갖가지 보배로 층계를 만들고 층계와 층계 사이에는 염부단금을 깔고 파초를 심어 놓았다.
모든 연못 가운데는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연꽃이 있으며, 다시 그 위에는 오리와 기러기와 원앙새와 공작 등의 온갖 새들이 있어서 서로 우짖는 소리가 잘 어울려 아름답고 즐길 만하다. 모든 연못가에는 온갖 꽃나무와 향나무가 나 있고 바람이 불어 향기로운 꽃잎이 물 위에 떨어지면 그 연못은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니, 마치 전단향과 같이 맛과 빛깔에 부족함이 없다.
선남자여, 담무갈보살은 궁녀들과 마음껏 놀고 난 뒤에 하루에 세 번씩 반야바라밀을 말하니, 중향성 안의 남녀노소는 담무갈보살이 법을 말할 수 있도록 성 안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큰 법좌(法座)를 마련한다. 그 법좌는 다리가 넷이니, 하나는 황금이고 하나는 백은이고 하나는 유리이고 하나는 파리이다. 온갖 색깔로 물들인 자리를 밑에 깔고 그 위에 다시 가시(迦尸)에서 나는 흰색 모포를 펼쳐 놓았다. 법좌의 높이는 5리(里)인데 갖가지 수실을 드리웠으며, 법회 장소의 네 곳에는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을 뿌려 놓고 온갖 이름의 향을 태워서 법을 공양하는 까닭에 담무갈보살은 이 법좌 위에서 반야바라밀을 말한다.
선남자여, 저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이 담무갈보살을 공경하고 공양함으로써 반야바라밀을 듣는 까닭에 이 법회에는 백천만의 천신들과 지상의 사람들이 모두 모이니, 그 중에는 듣는 이도 있고 받아들이는 이도 있고 지니는 이도 있고 독송하는 이도 있고 베껴 쓰는 이도 있고 바로 관찰하는 이도 있고 들은 대로 행하는 이도 있어서 이 중생들이 모두 3악도를 면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살타파륜보살의 마음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을 때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오로지 훌륭한 의사가 화살을 뽑아내어 이 고통을 제거할 때만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 살타파륜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것을 제쳐 두고 오로지 ‘나는 언제나 담무갈보살님이 나를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반야바라밀을 듣는 대로 나는 모든 것이 있다는 견해를 끊으리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떤 대상도 확고한 모양이 없다고 알고 모든 삼매의 문으로 들어갔다. 이른바 제법성관삼매(諸法性觀三昧)와 제법불가득삼매(諸法不可得三昧)와 파제법무명삼매(破諸法無明三昧)와 제법불이삼매(諸法不異三昧)와 제법불괴삼매(諸法不壞三昧)와 제법조명삼매(諸法照明三昧)와 제법이암삼매(諸法離闇三昧)와 제법불상속삼매(諸法不相續三昧)와 제법성불가득삼매(諸法性不可得三昧)와 산화삼매(散華三昧)와 불수제신삼매(不受諸身三昧)와 이환삼매(離幻三昧)와 여경상삼매(如鏡像三昧)와
이일체암삼매(離一切闇三昧)와 이일체상삼매(離一切相三昧)와 이일체착삼매(離一切著三昧)와 이일체해태삼매(離一切懈怠三昧)와 심법조명삼매(深法照明三昧)와 선고삼매(善高三昧)와 불가탈삼매(不可奪三昧)와 파마삼매(破魔三昧)와 생광명삼매(生光明三昧)와 견제불삼매(見諸佛三昧)이니, 살타파륜보살은 곧 이 모든 삼매 가운데에서 시방의 부처님들께서 모든 보살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모든 부처님들은 살타파륜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와 칭찬의 말씀을 이르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우리들이 원래의 보살도를 행하여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에도 지금 그대의 모습과 같았고 이 모든 삼매를 얻은 것도 지금 그대의 모습과 같았으니, 모든 삼매를 얻은 뒤에 비로소 반야바라밀에 도달하여 아비발치 보살의 지위에 올랐고 모든 삼매를 얻은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었다.
선남자여, 이 반야바라밀을 행한다는 것은 모든 대상이 실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우리들도 모든 대상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와 같은 금색신(金色身)과 32상(相)과 커다란 광명과 불가사의한 지혜와 모든 부처님의 무상삼매(無上三昧)와 무상지혜(無上智慧) 등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공덕은 아무리 많은 부처님이라도 오히려 모두 말씀하실 수 없을 정도이니 하물며 성문과 벽지불이겠느냐?
005_0828_b_02L선남자여, 이러한 까닭에 그대는 이 법을 더욱 공경하고 존중하며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 그대는 선지식을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기꺼이 믿어야 하니, 만약 선지식이 보살을 염두에 두고 보호한다면 그 보살은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이 모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어떤 사람이 저의 선지식입니까?’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담무갈보살은 세세생생 그대를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도록 하며 지금도 그대를 가르쳐서 반야바라밀의 방편력(方便力)을 얻게 하니 담무갈보살이야말로 그대의 선지식이다. 그대는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
선남자여, 그대가 설령 1겁, 아니 2겁, 아니 3겁, 더 나아가 100겁, 아니 100겁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공경하고 떠받들면서 온갖 귀한 물건으로 공양하거나 혹은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아름답고 묘한 빛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을 통틀어 공양한다 해도 그 분이 베푸신 눈 깜짝할 사이의 은혜조차 갚을 수가 없다.
다시 마음속으로 ‘담무갈보살님은 이미 다라니(陀羅尼)와 온갖 신통력을 얻고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셨으며 세세생생 나의 선지식이 되어 항상 이익을 주셨으니, 담무갈보살님께 가서 저 모든 부처님들께서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여쭙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005_0828_c_02L그때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을 더욱 존중하고 공경하며 기꺼이 믿으면서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 가난해서 꽃도 향도 장신구도 바르는 향도 옷가지도 깃발도 금은도 진주도 파리도 산호도 없으니, 어떤 물건으로도 담무갈보살을 공양할 수가 없구나. 이제 내가 담무갈보살에게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온당치 않으며, 만약 빈손으로 간다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니 내 몸이라도 팔아 반드시 이 물건들을 구하여 반야바라밀을 위해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해야 한다.
그때 악마는 마음속으로 ‘살타파륜보살은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자신을 팔아서 담무갈보살을 공양하고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들으려 하는구나. 어쨌든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 신속하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고 또 큰 바닷물과 같이 많은 것을 들을 것이니, 그 때는 어떤 악마라도 그를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모든 공덕을 빠짐없이 갖추어 이에 의해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면,
이 중생들은 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지금 당장 달려가서 깨달음을 구하려는 그의 마음을 파괴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악마는 곧 모든 살타파륜보살을 숨겨 보이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그 누구라도 보살의 외침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하였다. 단 한 사람 어떤 장자의 딸만은 악마도 마음대로 숨길 수가 없었다.
‘선남자여, 나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고 다만 하늘에 큰제사를 드리는 데에 필요한 심장과 혈액과 골수만이 필요할 뿐이다. 나에게 줄 수 있겠느냐?’ 살타파륜보살은 곧 ‘내가 큰 이익을 얻었구나. 바라문이 나의 심장과 혈액과 골수를 사고자 하니 반드시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들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크게 기뻐하면서 바라문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멀리 떨어진 누각 위에서 살타파륜보살이 자신의 팔을 찔러 피를 내고 다시 오른쪽 허벅지를 갈라 뼈를 부러뜨리고 골수를 내려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어떤 장자의 딸은 마음속으로 ‘저 선남자는 어떤 까닭에 자신의 육신을 저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가서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누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살타파륜보살에게 가서 물었다. ‘선남자시여, 어떤 까닭에 자신의 육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합니까? 혈액과 골수는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그분은 나를 위해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을 말씀해 주실 것이고, 나는 그 가운데에서 배워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금색신(金色身)ㆍ32상(相)ㆍ상광(常光)ㆍ무량광(無量光)ㆍ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ㆍ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4무애지(無礙智)ㆍ18불공법(不共法)의 고유한 특성과 6신통(神通)과 불가사의하고 청정한 계품(戒品)과 정품(定品)과 지혜품(智慧品)과 해탈품(解脫品)과 해탈지견품(解脫知見品)을 얻고, 또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와 위없는 법보(法寶)를 얻어서 모든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대가 필요로 하는 금은과 진주와 유리와 파리와 호박과 산호 등의 온갖 진기한 보배는 물론 꽃과 향과 장신구와 깃발과 옷가지도 모두 드릴 터이니, 담무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시고 스스로 육신을 괴롭히는 일은 그만두십시오. 저도 이제 그대를 따라 담무갈보살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온갖 선근을 심고자 하니 이와 같이 청정한 법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석제환인은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살타파륜보살 앞에 서서 말했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선남자시여, 그대는 마음에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이토록 법을 사랑하시는군요.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도 보살도를 행할 때는 지금 그대의 모습과 똑같이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듣기를 구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습니다.
석제환인이 말했다. ‘나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없고 모든 부처님과 세존께서는 능히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원하면 드리겠습니다.’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의 육신을 원래대로 되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살타파륜보살의 육신은 곧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았다. 그 순간 석제환인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졌다.
‘저에게 꽃과 향과 장신구와 여러 옷가지와 온갖 보배를 주십시오. 원하건대 앞서 저를 시중들게 하기 위해 주셨던 500명의 시녀들도 살타파륜보살님과 함께 가서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담무갈보살님은 반드시 저를 위해 법을 말씀해 주실 것이고, 이로부터 저희들은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딸에게 말했다. ‘살타파륜보살은 지금 어디에 계시냐?’
딸이 말했다. ‘지금 문 밖에 계십니다. 그분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모든 중생들을 나고 죽는 고통에서 구하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자신의 몸까지 팔려고 하였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자 한 곳에서 슬피 울며 말하였습니다. ≺내가 몸을 팔고자 하나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구나.≻
바라문이 말했습니다. ≺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큰제사를 드리는 데에 필요한 그 심장과 혈액과 골수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자 그분은 크게 기뻐하면서 예리한 칼을 집어든 다음 자신의 팔을 찔러 피를 내고 다시 오른쪽 허벅지를 갈라 뼈를 부러뜨리고 막 골수를 내려고 할 때 누각 위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저는 ≺저 사람은 무슨 까닭에 자신의 육신을 저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걸까? 가서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서 묻자 그분이 말했습니다. ≺제가 가난하여 아무런 재산도 없기 때문에 저의 심장과 혈액과 골수를 저 바라문에게 팔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선남자시여, 재물을 가지고 무엇을 하시렵니까?≻ 그분이 말했습니다.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담무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선남자시여, 그렇게 하면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그분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공덕의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저는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 더없이 기뻐하면서 이 선남자는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와 같은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을 보면 법을 위해 능히 육신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니, 나라고 어찌 법을 공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에게는 지금 재물이 많으니 이 일에 대해 반드시 큰 원을 발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가 말했습니다. ≺선남자시여, 그대의 육신을 그만 괴롭히십시오. 제가 많은 재물을 드릴 테니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십시오. 저도 역시 그대를 따라 담무갈보살님에게 가서 몸소 공양을 올리고 위없는 불법을 얻고 싶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제가 이제 이 선남자를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시고 재물을 주시어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도록 해주십시오.’
005_0830_b_02L부모가 말했다. ‘네가 찬탄하여 말한 것은 참으로 흔치 않은 일이고 어려운 일이다. 이 사람은 마음속으로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니 세상을 통틀어 가장 훌륭하고 반드시 모든 중생들을 평안하게 할 것이며 어려운 일을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네가 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겠다. 우리들도 역시 담무갈보살님을 뵙고 싶구나.’ 장자의 딸은 담무갈보살에 대한 공양을 허락 받고 부모님께 말했다. ‘저는 결코 사람들의 공덕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장자의 딸은 곧 500대의 수레를 잘 꾸미고 500명의 시녀들을 단장시킨 다음 온갖 빛깔의 꽃과 온갖 빛깔의 옷가지와 갖가지 잡향(雜香)ㆍ가루향[末香]ㆍ바르는 향[塗香]ㆍ금은보화(金銀寶華)와 온갖 모양의 아름다운 영락과 모든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살타파륜보살을 비롯하여 모든 일행을 각기 한 대씩의 수레에 나누어 타도록 한 뒤 자신을 둘러싸고 공경하는 500의 시녀들을 거느리고 조금씩 동쪽으로 나아갔다.
멀리 중향성(衆香城)이 보였다. 7보로 일곱 겹을 꾸며놓은 성의 모습은 보기 좋고 아름다웠다. 성의 둘레에는 일곱 겹의 도랑이 파져 있고 일곱 겹으로 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며 성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12유순이나 되었다. 물자는 풍성하고 환경은 즐겁고 평안하며 사람들은 활기찼다. 500곳의 길거리와 항구는 그림과 같이 정연하였고, 다리와 나루는 대지와 같이 널찍하고 깨끗하였다.
마침내 성(城)의 중앙에 있는 법좌 위에 앉아서 한량없는 백천만 중생들에 둘러싸여 법을 말씀하고 계신 담무갈보살을 본 순간 살타파륜보살의 마음은 더없이 기뻤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비구가 제3의 선정을 얻었을 때와 같았다. 살타파륜보살은 마음속으로 ‘우리들이 수레에 탄 채로 담무갈보살님에게 간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수레에서 내려 걷도록 하였다.
살타파륜보살은 자신을 둘러싼 500명의 시녀들로부터 공경을 받으면서 온갖 보배를 가지고 담무갈보살이 계신 곳으로 갔다.
005_0830_b_20L薩陁波崙與五百侍女,恭敬圍繞,各持種種莊嚴諸物,俱詣曇無竭菩薩所。
005_0830_c_02L담무갈보살이 계신 곳에는 7보로 만든 누각이 있었는데 붉은 전단향 나무로 꾸몄고, 진주를 꿰어 만든 발과 보배로 장식한 종으로 문을 달았으며, 네 구석에는 빛을 내는 보석을 매달아 등불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백은(白銀)으로 만든 네 개의 향로에는 침향(沈香)을 태워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있었다.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이 멀리서 온갖 진기한 보배로 장식된 아름다운 누각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석제환인과 한량없는 백천만의 모든 천자들이 하늘 나라의 만다라꽃과 금은 꽃과 전단향나무의 꽃을 누각 위에 뿌리면서 공중에서 온갖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보였다. 곧 살타파륜보살이 석제환인에게 물었다. ‘교시가여, 어떤 이유에서 하늘 나라의 모든 대중들과 함께 하늘 나라의 만다라꽃과 금은꽃과 전단향나무의 꽃을 누각 위에 뿌리면서 공중에서 온갖 음악을 연주하는 겁니까?’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교시가여, 마하반야바라밀이 모든 보살의 어머니라면 도대체 그것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당장 보고 싶습니다.’ ‘선남자여, 그것은 저 7보(寶)로 만든 상자 안의 황금 책에 씌어 있다. 하지만 담무갈보살님께서 7보로 만들어진 도장으로 이것을 봉인해 놓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보여 줄 수가 없다.’
005_0831_a_02L그때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은 온갖 종류의 꽃과 향과 영락(瓔珞)과 깃발과 해 가리개와 옷가지와 금은 등의 진기한 보배를 반으로 갈라 먼저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나머지 반으로 담무갈보살을 공양하였다. 살타파륜보살은 온갖 종류의 꽃과 향과 영락과 깃발과 해 가리개와 옷가지와 금은보화와 갖가지 음악으로 반야바라밀을 공양한 다음 담무갈보살이 있는 곳으로 가서 법을 공양하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꽃과 향과 영락과 전단향 가루와 금은보화를 담무갈보살의 머리 위에 뿌렸다. 그러자 이것들은 곧 공중에서 보배로 꾸민 해 가리개가 되었고, 그 네 모서리에는 보배 깃발이 드리워졌다.
500명의 시녀들은 담무갈보살님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면서 ‘우리가 이로써 선근의 인연을 심고 미래 세상에 반드시 부처님이 될 수 있기를, 보살의 길을 행할 때에도 이와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기를, 지금의 담무갈보살님과 같이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여 중생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며 방편의 힘을 성취하는 것도 담무갈보살님과 다름없기를.’이라고 서원하였다.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은 담무갈보살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합장공경하며 한편으로 물러나 앉았다.
살타파륜보살이 담무갈보살에게 말했다. ‘제가 전에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 깊은 숲 위의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남자여,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곧 동쪽으로 갔습니다. 동쪽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문득 생각했습니다.
005_0831_b_02L≺나는 왜 공중의 소리에 대해 한참 가야 되는지 조금만 가면 되는지, 누구에게 반야바라밀을 들어야 하는지 묻지 않았는가?≻ 슬픔과 고통 속에서 7일이 지났습니다. 먹고 마시는 일을 비롯한 세상의 자질구레한 일은 깡그리 잊고 오로지 반야바라밀과 왜 공중의 소리에 대해 묻지 않았는지, 한참 가야 되는지 조금만 가면 되는지, 누구에게 반야바라밀을 들어야 하는지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때 부처님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여, 이로부터 동쪽으로 500유순을 가면 중향성(衆香城)이라는 성이 있다. 그곳에서 담무갈이라는 보살이 모든 중생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하고 있으니, 그대는 그곳에서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이곳에서 어떤 대상에도 의지하지 않는 생각을 내었고 한량없는 삼매의 문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 삼매의 문에 머무르는 동안 온 사방의 모든 부처님들이 모든 중생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모든 부처님들은 저를 칭찬하여 말씀하셨습니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일찍이 우리들이 보살도를 행할 때에도 역시 이러한 삼매를 얻고 이러한 삼매에 머물러서 여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성취할 수 있었다.≻ 모든 부처님들께서 저에게 위로와 가르침의 말씀을 주시고는 홀연히 모습이 사라지셨습니다. 저는 삼매에서 깨어나 모든 부처님들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생각했습니다.
부처님들께서 나타났다가 사라진 까닭을 알 수 없었던 저는 다시 ≺담무갈보살님은 일찍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여 깊은 선근을 심고 방편을 잘 배우셨으니, 이 모든 부처님들께서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나에게 잘 말씀해 주실 것이다. 위대하신 스승님이시여, 이제 이 모든 부처님들께서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저에게 잘 일러 주소서. 그리하여 부처님들을 보거든 한시라도 이를 여의지 않도록 하소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선남자여, 생겨남이 없는 것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니 생겨남이 없는 이것이 곧 여래이다. 참된 실상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니 참된 실상이란 곧 이 여래이다. 공(空)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니 공(空)이란 곧 이 여래이다. 번뇌를 끊는 것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니 번뇌를 끊는 것이란 곧 이 여래이다. 여의는 것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니 여의는 것이란 곧 이 여래이다. 소멸하는 것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니 소멸하는 것이란 곧 이 여래이다. 허공의 성품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니 허공의 성품이란 곧 이 여래이다.
선남자여, 이 모든 대상을 여의고는 여래란 있을 수 없으니 이 모든 대상이야말로 모든 여래의 진실 된 모양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와 같아서 둘도 없고 다름도 없다. 선남자여, 이 진실 된 모양은 오직 하나일 뿐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이 모든 헤아림을 초월하니, 있는 것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005_0832_a_02L선남자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요술쟁이가 요술로 만들어낸 코끼리를 탄 병사와 말을 탄 병사와 수레를 탄 병사와 보병(步兵)이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것과 같으니,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설령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한 분, 아니 두 분, 아니 열 분, 아니 스무 분, 아니 쉰 분, 아니 백 분, 아니 그 이상의 여래를 보았더라도 깨고 나면 더 나아가 한 분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대 생각에 이 모든 여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겠느냐?’
살타파륜보살이 대사에게 말했다. ‘꿈속에서는 어떤 대상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모두가 허망할 뿐입니다.’
005_0832_a_09L薩陁波崙白大師言:‘夢無定法,皆是虛妄。’
‘선남자여, 여래께서는 모든 대상이 꿈과 같이 허망하다고 말씀하셨으니, 만약 어떤 사람이 모든 대상이 꿈과 같이 허망한 줄을 모르고 눈에 보이는 육신과 이름과 말소리에 집착한다면 이러한 사람은 부처님께서 온다느니 간다느니 분별하기 마련이다. 모든 대상의 진실 된 모양을 모르는 까닭에 부처님께서 온다느니 간다느니 분별하는 사람은 지혜가 없는 범부이며,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면서 6도(道)에 오고 가는 동안 반야바라밀을 여의고 불법을 여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만약 모든 대상은 꿈과 같이 허망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온다느니 간다느니, 생겨난다느니 소멸한다느니 분별하지 않으며, 만약에 이와 같이 분별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모든 대상의 진실 된 모양으로부터 여래를 보며, 만약에 모든 대상의 진실 된 모양으로부터 여래를 본다면 이 사람은 여래가 온다느니 간다느니 분별하지 않으며,
005_0832_b_02L선남자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바다 속의 온갖 진기한 보배는 동쪽으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남쪽이나 북쪽이나 서쪽이나 그 간방(間方)에서 온 것도 아니고, 위쪽이나 아래쪽에서 온 것도 아니고, 정작 중생들의 복업(福業)으로 생겨나는 것이니, 이러한 인연이 없으면 생겨나지도 않고 소멸할 때에도 역시 정해진 곳으로 가지 않는 것과 같다. 온갖 인연이 모여서 생겨나고 인연이 소멸하면 없어지는 것이다.
선남자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공후(箜篌)의 소리와 같으니 다른 곳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곳도 없이 여러 인연이 어우러지되 줄이 있고 몸통이 있고 굄목이 있어서 이것을 사람이 손으로 뜯으면 여러 인연이 어우러져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줄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고 몸통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고 굄목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손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며 이들 인연이 모두 어우러져서 소리가 나는 것이니 정해진 곳에서 오지 않고 인연이 흩어지면 소멸하며 정해진 곳으로 가지도 않는다.
선남자여, 모든 여래의 몸도 이와 마찬가지이니 여러 인연이 어우러져야 한량없는 복덕을 성취하게 되며 한 인연으로부터 한 복덕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또 인연이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여러 인연이 어우러져야 생겨나며 다른 곳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인연이 흩어지면 소멸하여 가는 곳도 없다.
선남자여, 모든 여래의 가고 오는 모양은 반드시 이와 같이 관찰할 것이며, 모든 대상의 모양도 반드시 이와 같이 관찰할 일이다. 선남자여, 만약 그대가 모든 여래 및 모든 대상이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다고 관찰한다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며, 또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낱낱이 얻을 것이다.’
005_0832_c_02L담무갈보살이 여래는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고 법을 말할 때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흔들리고 하늘의 모든 궁전 역시 흔들렸으며 악마들의 궁전은 아예 모습이 사라졌다. 삼천대천세계의 풀과 나무의 꽃들은 모두 담무갈보살을 우러러 때 아니게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 올렸다. 석제환인과 사천왕은 허공 중에서 담무갈보살의 머리 위에 만다라꽃을 흩뿌리면서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다. ‘오늘 저희들은 그대 덕분에 최상의 진리를 들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세상에서도 만나기 힘들며 집착을 가지고 여래의 육신을 보려는 이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이 담무갈보살에게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 땅이 크게 흔들리는 것입니까?’
005_0832_c_09L爾時薩陁波崙菩薩白曇無竭菩薩:‘何因緣故,地大震動?’
담무갈보살이 말했다. ‘이 모든 여래는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느냐는 그대의 물음에 내가 답했을 때 8천 명의 사람들이 무생법인을 얻고 80나유타의 많은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고 8만 4천의 중생들이 번뇌를 여의고 모든 대상에 대해 법의 눈을 떴기 때문이다.’
살타파륜보살은 곧 크게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반야바라밀 안에서는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다는 설법을 듣고 크고 훌륭한 이익을 얻었다. 한량없는 중생들도 이와 같은 이익을 얻도록 하였으니,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 선근을 모두 성취하였다. 마음에 아무런 의심도 후회도 없으니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005_0833_a_02L이러한 생각을 알아챈 석제환인이 살타파륜보살에게 하늘 나라의 만다라꽃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그대는 이 꽃으로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십시오. 선남자여, 우리들은 반드시 그대를 도울 것이니, 그대는 이러한 인연으로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니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한량없는 아승기 수의 세월 동안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005_0833_b_02L그때 석제환인이 살타파륜보살을 찬탄하여 말했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모든 대상을 버리는 것을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모든 대상을 버린다면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보살은 반야바라밀과 그 방편을 듣기 위해 반드시 지금의 그대와 마찬가지로 스승님을 공양해야 합니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도 이전에 보살의 길을 행할 때 지금의 그대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반야바라밀과 그 방편을 듣기 위해 스승님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습니다.’
그때 담무갈보살은 살타파륜보살로 하여금 선근을 성취하도록 하기 위해 500명의 여인과 500대의 수레를 받아들인 다음 다시 이를 살타파륜보살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해가 저물자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살타파륜보살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가르침을 구하러 왔으니 결코 앉거나 누워서는 안 된다. 반드시 걷거나 선 채로 스승님께서 법을 말하기 위해 궁궐에서 나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 담무갈보살은 7년 동안 보살의 한량없는 삼매와 한량없는 반야바라밀과 방편에 들어 살타파륜보살이 꼬박 7년 동안 걷거나 선 채로 잠을 멀리하고 모든 욕심을 잊고 맛있는 음식을 잊고 오로지 담무갈보살이 언제인가 선정에서 깨어날 때를 대비하여 법을 말할 자리를 마련해 놓고, ‘담무갈보살은 반드시 여기에서 법을 말할 것이니 그 장소를 쓸고 깨끗이 한 다음 온갖 꽃을 뿌려 놓아야겠다’는 일만을 생각하고 있음을 관찰하고, 또 장자의 딸과 500명의 시녀들도 7년 동안 한결같이 살타파륜보살이 하는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005_0833_c_02L살타파륜보살은 공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500명의 시녀들과 함께 담무갈보살을 위해 법좌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때 모든 여인들은 각기 겉옷을 벗어 법좌를 마련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담무갈보살님은 반드시 이 자리에 앉아서 반야바라밀과 그 방편을 말씀하실 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은 법좌가 있는 장소를 깨끗이 하려고 했지만 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악마가 물이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악마는 마음속으로 ‘살타파륜보살이 물을 구하지 못하면 혹시 걱정하고 후회하면서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선근은 불어나지 않고 지혜는 빛나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은 물을 구할 수가 없자 마음속으로 곧 생각하였다. ‘나는 반드시 몸을 찔러 피를 내서 이곳을 깨끗이 해야겠다. 왜냐 하면 이곳의 먼지가 날아가 대사를 더럽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몸을 어디에다 쓰겠는가? 이 몸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허물어질 것이니 정작 내가 가르침을 위해 몸을 없앤다면 결코 헛되이 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5욕락이 인연이 되어 무수한 몸을 잃고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였지만 정작 이와 같은 가르침은 아직 얻지 못했음이랴.’
살타파륜보살은 곧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몸을 찔러 피를 내어 땅을 깨끗이 하였다. 500명의 여인들도 살타파륜보살을 따라서 각기 자신의 몸을 찔러 피를 내어 땅을 깨끗이 하였다.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여인들은 더 나아가 한마음이 되어 다른 마음이 없었으며, 결국 악마는 그 선근을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그때 석제환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살타파륜보살은 법을 깊이 사랑하여 위대한 서원으로 크게 꾸미고자 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마음속 깊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해 나아가니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나고 죽는 고통으로부터 구해낼 것이다.’ 그리고는 곧 신통력으로 땅을 깨끗이 하고 핏물은 하늘 나라의 붉은 전단수(栴檀水)로 변하게 하였으며,
005_0834_a_02L법좌의 네 모서리는 100유순으로 늘리고 하늘 나라의 전단향이 주위를 가득 맴돌게 하였다. 석제환인이 살타파륜보살을 찬탄하여 말했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그대가 정진하는 힘은 불가사의합니다. 가르침을 사랑하고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 더없이 훌륭합니다.
석제환인이 마침 살타파륜보살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산더미 같은 만다라꽃을 살타파륜보살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남자여, 이 만다라꽃을 가지고 이곳을 꾸미고 담무갈보살님에게 공양하십시오.’ 살타파륜보살은 꽃무더기를 받아서 절반은 땅 위에 뿌리고 나머지 절반은 담무갈보살에게 공양을 올리기로 했다.
그때 담무갈보살은 7일이 지나 드디어 삼매에서 깨어나 한량없는 백천만의 중생들에게 둘러싸여 공경을 받으면서 법좌로 나아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반야바라밀을 말하였다.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을 보는 순간 마음이 크게 기쁘고 즐거웠다. 비유하자면 비구가 제3의 선정에 들었을 때와 같았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500명의 여인들과 함께 꽃을 흩뿌려 담무갈보살에게 공양을 올리고는 다시 그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린 다음 한편으로 가서 앉았다.
005_0834_b_02L담무갈보살은 살타파륜보살을 인연으로 대중을 위해 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대상은 평등하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평등하다. 모든 대상은 여의어 있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여의어 있다. 모든 대상은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대상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생각이 없다. 모든 대상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대상은 한결같은 맛이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한결같은 맛이다. 모든 대상은 가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가없다. 모든 대상은 생겨남이 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생겨남이 없다. 모든 대상은 멸함이 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멸함이 없다.
금강(金剛)이 그러하듯이 반야바라밀도 그러하며 모든 대상이 무너지지 않듯이 반야바라밀도 무너지지 않는다. 모든 대상의 성품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의 성품도 잡을 수 없다. 모든 대상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평등하지 않다. 모든 대상이 지어내지 않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지어내지 않는다. 모든 대상이 불가사의하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불가사의하다.’
005_0834_c_02L이때 살타파륜보살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제법등삼매(諸法等三昧)ㆍ제법리삼매(諸法離三昧)ㆍ제법부동삼매(諸法不動三昧)ㆍ제법무념삼매(諸法無念三昧)ㆍ제법무외삼매(諸法無畏三昧)ㆍ제법일미삼매(諸法一味三昧)ㆍ제법무변삼매(諸法無邊三昧)ㆍ제법무생삼매(諸法無生三昧)ㆍ제법무멸삼매(諸法無滅三昧)ㆍ허공무변삼매(虛空無邊三昧)ㆍ대해무변삼매(大海無邊三昧)ㆍ수미산장엄삼매(須彌山莊嚴三昧)ㆍ여허공무분별삼매(如虛空無分別三昧)ㆍ
색무변삼매(色無邊三昧)ㆍ수상행식무변삼매(受想行識無邊三昧)ㆍ지종무변삼매(地種無邊三昧)ㆍ수종화종풍종공종무변삼매(水種火種風種空種無邊三昧)ㆍ여금강등삼매(如金剛等三昧)ㆍ제법불괴삼매(諸法不壞三昧)ㆍ제법성불가득삼매(諸法性不可得三昧)ㆍ제법무등삼매(諸法無等三昧)ㆍ제법무소작삼매(諸法無所作三昧)ㆍ제법불가사의삼매(諸法不可思議三昧) 등을 비롯한 6백만 가지의 삼매를 얻었다.”
그것은 마치 지금 내가 삼천대천세계에서 모든 대중들에 둘러싸여 공경을 받으면서 문자와 말로 반야바라밀의 모양을 말하는 것과 같았다. 살타파륜보살은 지금부터 많은 것을 들어서 마치 큰 바다와 같이 지혜가 불가사의할 것이며, 태어나는 곳마다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현재불이 그곳에 나며 모든 어려움이 끊어질 것이다.
005_0835_a_02L수보리여, 이 반야바라밀을 인연으로 보살의 길이 모두 성취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만약 어떤 보살이 모든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믿고 받아들여서 독송하고 바르게 생각하며 배운 대로 행하며 살타파륜보살에게 널리 말해 주어야 한다. 또 경을 베껴 쓰고 공경하고 찬탄하며 꽃과 향과 영락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깃발과 해 가리개와 기악 등으로 공양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큰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이다. 그대는 이제 몸과 입과 마음으로 나를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였으니 내가 열반에 든 뒤에도 반드시 그대는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두 번 세 번 거듭 말하지만 그대에게 반야바라밀을 당부하나니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끝내 부처님의 종자를 끊는 사람이 되지는 말라.
아난이여, 그러할 때에만 반야바라밀은 세상에 있으며, 그러할 때에만 부처님이 세상에 있어 법을 말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아난이여, 만약 반야바라밀을 베껴 쓰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고 바르게 생각하고 배운 대로 행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말해 주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고 꽃과 향과 더 나아가 기악(伎樂)을 공양한다면, 이러한 사람은 부처님을 보는 것도 여의지 않고 법을 듣는 것도 여의지 않고 항상 부처님과 가까이 있는 것이다.”
1)상제(常啼)보살을 말한다. 범명(梵名) Sadāprarudita. 음역하여 살타파륜(薩陀波倫)보살이라 하고, 또 보자(普慈)보살ㆍ상비(常悲)보살이라고도 한다. 어릴 때부터 울기를 잘해서 중생들이 고통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울며, 부처님 없는 세상에 나와 걱정하며 운다고 해서 용과 귀신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범어 pañca āvaraṇānim. 5장(障)이라고도 한다. 개(蓋)는 부개(覆蓋)의 뜻. 마음을 덮어서 선법(善法)을 내지 못하게 하는 다섯 종류의 번뇌(煩惱)를 말한다. 즉 ①탐욕개(貪欲蓋, rāga-āvraṇa):5욕의 경계를 탐내어 집착하되 만족할 줄을 모르므로 심성(心性)을 덮는 것, ②진에개(瞋恚蓋, pratigha-āvaraṇa):마음에 맞지 않는 경계에 분노를 내어 심성을 덮는 것, ③혼면개(惛眠蓋, styāna- middha-āvaraṇa):또 수면개(睡眠蓋)라고도 한다. 혼침(惛沈)과 수면(睡眠)은 모두로 심성을 어둠에 잠기게 하여 적극적으로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과 잠들게 하는 것, ④도거악작개(掉擧惡作蓋, auddhatya-kaukṛtya-āvaraṇa):또 도희개(掉戱蓋)ㆍ조희개(調戱蓋)ㆍ도회개(掉悔蓋)라고도 한다. 마음이 어지럽고 들뜨거나, 거꾸로 근심이나 걱정하며 후회하거나 하는 것으로 심성을 덮는 것, ⑤의개(疑蓋, vicikitsā-āvaraṇa):법에 대해서 의심하여 머뭇거리고 결단하지 못하므로 심성을 덮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