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바가바께서는 사바제성(舍婆提城)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공양하실 때가 되자 세존께서는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바제 큰 성에 들어가셨고, 그 성 안에서 차례대로 걸식하신 뒤에 본래의 자리에 돌아와서 공양을 하셨다. 다 드시고는 법의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뒤에 보통 때처럼 자리를 펴서 결가부좌하시고 몸을 바르게 하여 바른 생각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셨다.
005_0985_b_02L이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숙여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서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때 혜명(慧命)2)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서, 부처님을 향해 합장 공경하고 서서 아뢰었다.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여러 보살들을 잘 돌보시고, 여러 보살들에게 잘 부촉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보살이 대승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야 하며, 마땅히 어떻게 머물러야 하며, 어떻게 수행해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합니까?”
이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수보리야,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여래는 여러 보살들을 잘 돌보고, 여러 보살들에게 잘 부촉하느니라. 이제 너에게 말할 것이니, 자세히 들어라. 보살이 대승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다음과 같이 머물러 있어야 하고, 다음과 같이 수행해야 하고, 다음과 같이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한 것을 즐겁게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보살들은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존재하는 모든 중생들은 중생에 포함되니, 알에서 태어나는 것[卵生]ㆍ태에서 태어나는 것[胎生]ㆍ습기에서 태어나는 것[濕生]ㆍ변화하여 태어나는 것[化生]ㆍ색이 있는 것[有色]ㆍ색이 없는 것[無色]ㆍ생각이 있는 것[有想]ㆍ생각이 없는 것[無想]ㆍ생각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 것[非有想非無想] 들이 중생계에 존재하는 중생들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 모두를 내가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어 번뇌의 바다를 건너게[滅度]3) 하였지만, 이와 같이 번뇌의 바다를 건너게 한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들 가운데 진실로 한 중생도 번뇌의 바다를 건넌 자가 없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에게 중생상(衆生相)이 있다면 그는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중생상ㆍ인상(人相)ㆍ수자상(壽者相)을 일으킨다면 보살이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한 수보리야, 보살은 차별된 모양[事]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하며, 머무는 곳 없이 보시를 하며, 색(色)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하며, 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촉감[觸]ㆍ법(法)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보시를 해야 하고 상상(相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만약 보살이 상(相)에 머물지 않고 보시한다면, 그 복덕의 쌓임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쪽에 있는 허공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005_0985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느니라, 그렇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이 상(相)에 머무름이 없이 보시한 복덕의 쌓임도 이와 같아서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만 마땅히 이와 같이 보시를 행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상을 가진 것은 모두 허망하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본다면 곧 허망하지 않으며, 이와 같이 모든 상이 상이 아니라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의 말세에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경전의 문장과 구절을 듣고서 실상(實相)을 일으키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미 한량없는 백천만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수행하고 공양을 올렸으며, 한량없는 백천만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한 뿌리를 심었으므로 이 경전의 말씀을 듣고서 마침내 한 생각으로 청정한 믿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니, 수보리야, 여래는 이 모든 중생들을 다 알고, 여래는 이 모든 중생들을 다 보느니라.
수보리야, 이 보살들은 법이라는 상[法相]도 없고 법이 아니라는 상[無法相]도 없으며 상도 없고[無相] 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非無相]. 왜냐하면 수보리야, 이 보살들이 만약 법상(法相)을 취한다면 곧 아(我)ㆍ인(人)ㆍ중생(衆生)ㆍ수자(壽者)라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이 보살에게 법상이 있으면 곧 아상ㆍ중생상ㆍ인상ㆍ수자상에 집착할 것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마땅히 법을 취하는 것도 아니고 법을 취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런 의미가 있는 까닭에 여래는 항상 뗏목에 비유한 법문(法門)을 설하니, 법이라는 것은 마땅히 버려야 하며 또 버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니라.”
또한 부처님께서 혜명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었다고 하겠느냐, 여래가 설한 법이 있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여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정해진 법을 얻지 않았으며, 여래께서 말씀하셨다고 할 만한 정해진 법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모두 취할 수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법도 아니고 법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성인들은 모두 무위법에 의지하여 이름을 얻기 때문입니다.”
005_0986_b_02L“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써서 보시한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선남자와 선여인이 받을 복덕이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바가바(婆伽婆)시여, 매우 많을 것입니다. 수가타(修伽陀)시여, 매우 많을 것입니다. 저 선남자 선여인이 받을 복덕이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복덕의 쌓임은 곧 복덕의 쌓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복덕의 쌓임을 복덕의 쌓임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써서 보시한다고 해도, 만약 이 경을 받아 지니거나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준다면, 그 복덕은 저것보다 한량없이 뛰어나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일체 모든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으며, 일체 모든 부처님여래가 모두 이 경전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부처님의 법이라고 말하지만, 부처님의 법은 곧 부처님의 법이 아니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다원이 ‘내가 수다원과를 얻었다’라고 생각하겠느냐?”
005_0986_c_02L“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라한이 ‘내가 아라한과를 얻었다’라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라한이라고 이름할 어떤 법도 실제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아라한이 ‘내가 아라한과를 얻었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생각은 곧 아ㆍ인ㆍ중생ㆍ수자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제가 다툼이 없는 삼매[無諍三昧)를 얻은 자 중에서 제일이라고 말씀하셨으며, 세존이시여, 저를 애욕을 떠난 아라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세존이시여, 저는 제가 애욕을 떠난 아라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나는 아라한을 얻었다’라고 생각한다면, 세존께서는 제가 다툼이 없는 삼매를 얻은 자 중에서 제일이라고 수기(授記)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보리는 진실로 행한 바가 없으므로 ‘수보리는 다툼이 없고 다툼의 행도 없다’라고 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옛날에 연등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었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여래는 연등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진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내가 불국토를 장엄한다’라고 말한다면, 그 보살은 진실한 말을 한 것이 아니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가 불국토를 장엄한다고 말한 것은 곧 장엄이 아니며, 이것은 이름이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머무는 바 없이 청정한 마음을 일으켜야 하니, 색에 머물지 않고 마음을 일으켜야 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ㆍ법에 머물지 않고 마음을 일으켜서,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왕(須彌山王)과 같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몸이 크다고 하겠느냐?”
005_0987_a_02L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항하 중에 있는 모래만큼 많은 수의 항하가 있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모든 항하의 모래는 정녕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대단히 많습니다. 그 항하들만 하여도 수없이 많은데, 하물며 그 항하의 모래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진실로 너에게 말하니,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가지고 부처님들과 여래께 보시한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선남자 선여인이 얻는 복덕이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습니다. 이 선남자 선여인이 얻는 복덕은 대단히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가지고 보시한다 하더라도,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法門)에서 네 구절로 된 게송만이라도 받아 간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준다면, 이 복덕은 앞의 복덕보다 더 뛰어나 한량없고 끝이 없을 것이니라.
또한 수보리야, 있는 곳마다 이 법문이나 네 구절로 된 게송만이라도 설한다면, 마땅히 알라, 이곳을 일체 세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이 모두 부처님의 탑묘(塔廟)처럼 공양할 것이니, 하물며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모두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우는 것에 있어서 이겠는가?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만 하니, 이 사람은 가장 높고 제일이고 희유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만약 이 경전이 있는 곳이라면 곧 부처님이 계시는 것이니, 부처님처럼 존중해야 하느니라.”
005_0987_b_02L이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의 이름은 무엇이며, 우리들이 어떻게 받들어 간직해야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문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金剛般若波羅密)이니, 이 이름으로 너희들은 마땅히 받들어 간직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부처님이 반야바라밀이라고 말한 것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말한 법이 있겠느냐?” 수보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서른두 가지 위대한 사람의 상호[三十二大人相]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서른두 가지 위대한 사람의 상호는 곧 상호가 아니며 이는 이름이 서른두 가지 위대한 사람의 상호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수의 목숨을 보시한다 하더라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법문 중에서 네 구절로 된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니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준다면, 이 복은 한량없는 아승기 수만큼 매우 많을 것이니라.”
이때 수보리가 이 경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서, 그 뜻과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는 슬피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리고 눈물을 닦은 뒤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바가바시여. 희유합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와 같이 깊고 깊은 법문은 제가 지혜의 눈을 얻은 이후로 아직까지 이런 법문을 듣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부처님이 말한 반야바라밀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005_0987_c_02L“세존이시여,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믿는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면, 실상(實相)을 일으킬 것이니, 마땅히 이것을 가장 드문 공덕을 성취한 것이라고 함을 알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이 실상은 상(相)이 아니므로 여래께서는 실상을 실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 법문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며 받아 간직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만약 다음 세상에서 어떤 중생이 이 법문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며 받아 간직한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매우 드문 사람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상은 상이 아니며 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도 곧 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상을 떠나면 바로 이것을 모든 부처님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놀라거나 겁내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매우 드문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가 말한 제일의 바라밀(波羅蜜)은 제일의 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런데도 여래가 말한 제일의 바라밀은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도 바라밀이라고 설하셨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제일의 바라밀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말한 인욕바라밀은 인욕바라밀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내가 지난 세상에 가리왕(歌利王)에게 몸을 갈기갈기 찢길 적에 나에게는 아상도 없었고 중생상도 없었고 인상도 없었고 수자상도 없었으며, 이처럼 상이 없으면서 또 상 없다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내가 지난 과거 세상에 몸을 갈기갈기 찢길 적에 아상ㆍ중생상ㆍ인상ㆍ수자상이 있었다면, 당연히 화내고 한스러워하는 마음이 일어났을 것이니라.
005_0988_a_02L수보리야, 또한 생각하면 과거 5백 세 동안 인욕선인(忍辱仙人)이 되었을 때에도 아상ㆍ중생상ㆍ인상ㆍ수자상이 없었느니라. 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일체의 상을 떠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왜냐하면 마음은 머문다는 생각이 있으면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색에 머물러서 마음을 일으키지도 말고,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감과 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일으키지도 말아야 하며, 마땅히 머무는 곳 없이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마음이 색에 머무름 없이 보시해야 한다고 부처님은 말하는 것이다. 수보리야, 보살들은 마땅히 일체의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이 보시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곧 진실을 말하는 자이며, 사실을 말하는 자이며, 있는 그대로 말하는 자이며, 다르지 않게 말하는 자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법과 설한 법은 진실도 아니며 거짓도 아니니라. 수보리야,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 곳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만약 보살의 마음이 차별된 상[事]에 머물러 보시한다면, 또한 그와 같으니라. 수보리야, 마치 어떤 사람의 눈이 밤이 지나가고 햇빛이 비치면 갖가지 색을 보듯이 만약 보살이 차별된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한다면, 또한 그와 같으니라.
005_0988_b_02L수보리야,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에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수의 몸을 보시하고, 점심에도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수의 몸을 보시하고, 저녁에도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수의 몸을 보시하여, 이와 같이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수의 한량없는 몸을 보시한다고 하자. 그와 같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 동안 몸을 보시하더라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법문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경전의 말씀을 어기지 않으면 그 복은 저 앞의 한량없는 아승기보다 더 많을 것이니, 하물며 이 경을 쓰고 받아서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수행하여 남에게 쉽게 말해 주는 것이겠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받아서 간직하고 읽고 외우고 수행하여 여러 사람들을 위하여 자세히 설해 준다면, 여래가 이 사람을 다 알고 다 볼 것이니, 모두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끝없는 무량한 공덕의 쌓임을 이룰 것이며, 그런 사람은 곧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감당하게 될 것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소승의 법을 좋아하는 자라면 이 경전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우고 수행하여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말해 줄 수 없기 때문이며, 만약 아견(我見)ㆍ중생견(衆生見)ㆍ인견(人見)ㆍ수자견(壽者見)이 있으면 이 법문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우고 수행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자가 결코 없기 때문이니라.
005_0988_c_02L또한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우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천대받고 경멸당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지난 세상에 악도에 떨어질 죄를 지었기 때문이니라. 그렇지만 지금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천대받고 경멸당함으로써 지난 세상에 지은 죄는 곧 소멸되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수보리야, 이와 같이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내가 모두 직접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헛되이 지낸 적이 없었는데, 만약 또 어떤 사람이 후세의 말세에 능히 이 경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우고 수행한다면, 그가 얻을 공덕은 내가 여러 부처님들께 공양한 공덕으로는 그것의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만억 분의 일 내지 산수(算數)의 비유로는 능히 미칠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후세의 말세에 이 경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우고 수행하여 얻을 공덕을 내가 모두 설한다면, 어떤 사람은 듣고서 마음이 곧 미친 듯이 날뛰고 의심하여 믿지 않을 것이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법문(法門)은 헤아릴 수 없으며 그 과보 또한 헤아릴 수 없느니라.”
005_0989_a_02L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이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할 것이니, ‘내가 일체의 중생을 멸도(滅度)하게 하여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들도록 했지만 이처럼 일체의 중생을 멸도하게 했어도 진실로 한 중생도 멸도한 자가 없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중생상ㆍ인상ㆍ수자상이 있다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진실로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고 할 어떤 법도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연등불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법을 얻었겠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진실로 여래는 연등불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어떤 법도 얻은 것이 없느니라. 수보리야, 만약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법을 얻었다면, 연등불께서 곧 나에게 ‘너는 다음 세상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할 것이다’라는 수기를 주지 않았을 것이니라. 진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법을 얻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연등불께서 나에게 수기하시기를 ‘마나바(摩那婆)야, 너는 다음 세상에서 마땅히 부처를 이루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란 말은 곧 진실로 진여이기 때문이니라.
005_0989_b_02L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진실한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수보리야, 진실로 부처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어떤 법도 얻은 것이 없느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그 가운데 진실한 말도 없고 거짓된 말도 없으니,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법(一切法)이 모두 부처님 법이라고 설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일체법이라고 말하는 일체법은 곧 일체법이 아니며 이름이 일체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수보리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의 몸이 미묘하고 크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사람의 몸이 미묘하고 크다고 설하신 것은 곧 몸이 큰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여래는 큰 몸이라고 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들도 그와 같으니, 만약 ‘마땅히 내가 한량없는 중생을 멸도(滅度)시킨다’고 말한다면 곧 보살이 아니니라.”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자못 진실로 보살이라고 할 법이 있느냐?” 수보리가 말하였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보살이라고 할 어떤 법도 없으니,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일체의 법은 무중생(無衆生)ㆍ무인(無人)ㆍ무수자(無壽者)’라고 설하신 것입니다.”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내가 불국토를 장엄한다’고 말하면, 이를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래가 불국토의 장엄이라고 말한 불국토의 장엄이란 곧 장엄이 아니며 그것은 이름이 불국토의 장엄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무아(無我)와 무아법(無我法)을 통달한다면, 여래가 진실로 보살이라고 이름하여 설한 보살인 것이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에게 육안(肉眼)이 있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는 육안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 항하 가운데에 있는 모래만큼 항하가 있고, 이 모든 항하에 있는 모래의 수만큼 부처님 세계가 있다면, 그와 같은 부처님 세계는 정녕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세계는 대단히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계 가운데 있는 중생들이 마음을 나누어 머무는 것을 여래는 다 알고 있다. 왜냐하면 여래가 설한 모든 마음의 머무름은 마음이 머무는 것이 아니며 이는 이름이 마음이 머문다고 하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가지고 보시한다면, 이 선남자 선여인은 그 인연으로 얻을 복이 많겠느냐?” 수보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그 인연으로 얻을 복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저 선남자 선여인은 이 인연으로 얻을 복덕의 쌓임이 많을 것이니라. 하지만 수보리야, 만약 복덕의 쌓임이 진실로 존재한다면 여래는 곧 복덕의 쌓임을 복덕의 쌓임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처님이 색신을 구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
005_0990_a_02L수보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볼 수 없습니다. 여래는 마땅히 색신으로써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가 설하신 색신을 구족하고 있다는 것은 곧 색신을 구족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며 여래께서 색신을 구족하고 있다고 이름하여 설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모든 상호를 구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 “세존이시여, 볼 수 없습니다. 여래는 마땅히 모든 상호를 구족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가 모든 상호를 구족하고 있다고 설하신 것은 구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 여래가 모든 상호를 구족하고 있다고 이름하여 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여래가 ‘내가 마땅히 설한 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기느냐? 수보리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사람들이 여래가 설한 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곧 부처님을 비방하여 내가 설한 뜻을 이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가 법을 설했다고 하는데, 법을 설했다고 하는 것은 설할 만한 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이름하여 법을 설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때 혜명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미래의 세상에서 이런 법이 설해진 것을 듣고서 믿는 마음을 일으키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저들은 중생도 아니며 중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중생이라고 하는데, 중생이라는 것은 중생이 아니므로 여래가 이는 이름이 중생이라 하는 것이니라.”
005_0990_b_02L또한 수보리야,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므로 이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것이니, 무중생(無衆生)ㆍ무인(無人)ㆍ무수자(無壽者)로써 평등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며, 일체의 착한 법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니라. 그런데 수보리야, 선법(善法)이라고 하는데, 그 선법이라는 것은 여래는 선법이 아니라고 말하며 이는 이름이 선법이니라.
수보리야,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에 있는 여러 수미산왕들과 같은 일곱 가지 보배의 무더기를 가지고 어떤 사람이 보시하더라도,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반야바라밀경이나 네 구절로 된 게송만이라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워서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면, 앞 사람의 복덕은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가라분(歌羅分)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수분(數分)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우파니사타분(優波尼沙陁分)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또는 셀 수 있는 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만약 진실로 중생으로서 여래가 제도한 자가 있다면 여래는 곧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이 있는 것이니, 수보리야, 여래가 ‘아(我)’가 있다고 설한 것은 ‘아’가 있는 것이 아니요 어린 아이 같은 범부로 태어난 자가 ‘아’가 있다고 여긴 것이니라. 수보리야, 어린 아이 같은 범부로 태어난 자를 여래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설하니, 그러므로 어린 아이 같은 범부로 태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상(相)을 성취함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수보리가 말하였다. “제가 여래께서 설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상을 성취함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005_0990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상을 성취함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만약 상을 성취함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도 마땅히 여래라고 할 것이니, 그러므로 상을 성취함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저 여래의 미묘한 본체는 곧 법의 몸[法身]인 모든 부처로되 법의 본체[法體]는 볼 수 없으니 그것은 식(識)으로는 알 수 없으리라.
005_0990_c_09L彼如來妙體, 卽法身諸佛,
法體不可見, 彼識不能知。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모습을 성취함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겠느냐? 수보리야, 여래가 모습을 성취함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하니, 수보리야, 네가 만약 보살이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자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모든 법의 단멸상(斷滅相)4)만을 설한 것이니라. 수보리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자라면 모든 법의 단멸상을 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가지고 보시한다 하더라도, 만약 어떤 보살이 일체의 법이 무아(無我)인 줄 알아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는다면, 이 공덕은 앞에서 얻은 복덕보다 뛰어나니, 수보리야, 모든 보살들은 복덕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005_0991_a_02L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들은 복덕을 받아도 복덕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살이 복덕을 취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설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라 함은 가서 이르는 곳도 없고 어디로부터 오는 곳도 없으므로 여래라고 한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 미세한 티끌들은 매우 많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이 미세한 티끌들이 진실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부처님은 곧 이 미세한 티끌의 무리를 설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설하신 미세한 티끌의 무리는 곧 미세한 티끌의 무리가 아니므로 부처님께서 미세한 티끌의 무리라고 설하시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설하신 삼천대천세계는 곧 세계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삼천대천세계라고 설하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세계가 진실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곧 그것은 일합상(一合相)5)이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 설하신 일합상은 곧 일합상이 아니므로 부처님께서 일합상이라고 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일합상이란 것은 곧 설할 수 없는 것이나, 다만 범부인 사람들이 그 일을 탐내고 집착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서 아견ㆍ인견ㆍ중생견ㆍ수자견을 설하셨다’고 말한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바른 말을 한 것이라고 하겠느냐?”
005_0991_b_02L“수보리야,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자라면 일체의 법에 대해 마땅히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며 이와 같이 믿어서, 이와 같이 법상(法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법상이라고 말하는데 그 법상이라는 것은 여래가 법상이 아니라고 설하며 이는 이름이 법상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보살마하살이 한량없는 아승기 세계에 가득한 일곱 가지 보배를 가지고 보시한다 하더라도, 만약 보리심을 일으킨 다른 선남자 선여인이 이 반야바라밀경에서 네 구절로 된 게송만이라도 받아 간직하고 읽고 외워서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면, 그 복이 저 보살보다 한량없는 아승기만큼 뛰어나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떻게 널리 설하겠느냐? 설한다고 할 수 없는 이것을 이름하여 설한다고 하니, 게송으로 말하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