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보살마하살도 8천 인이었으며 그 모두는 대중이 잘 아는 이들이어서 다라니(陀羅尼)를 얻고 변재가 걸림이 없었으며 모든 법인(法忍)을 두두 갖추고 악마를 항복 받았으며 모든 여래가 얻은 법에 도달하였다. 그 이름은 지세(持世) 보살․지도(持道) 보살․지지(持地) 보살․지대지(持大地) 보살․낙혜(樂慧) 보살․영신락(令信樂) 보살․묘색장엄(妙色莊嚴) 보살․보염(寶焰) 보살․보당(寶幢) 보살․보사(寶思) 보살․보처(寶處) 보살․보혜(寶慧) 보살․보덕(寶德) 보살 및 보광(寶光) 보살 등이었다. 또 현겁(賢劫)의 모든 보살들이 있었는데 미륵(彌勒) 보살이 으뜸이었고 다시 예순 명의 견줄 데 없는 마음을 지닌[無等喩心] 모든 보살들이 있었는데 문수사리(文殊師利)가 으뜸이었으며 다시 열여섯 명의 대사(大士)가 있었는데 현호(賢護) 보살이 으뜸이었다. 그리고 또 2만의 도솔천(琓率天)의 천자들도 그 모임에 함께 있었다.
006_0861_b_02L이때 세존께서는 크게 장엄함을 갖춘[大莊嚴藏] 사자좌[獅子座]에 앉아 수없이 많은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계셨다. 광명이 빛남은 마치 해와 달과 같았고 위품과 덕성이 뛰어남은 마치 제석․범왕과 같았고 빛의 세찬 기세는 마치 큰 횃불과 같았으며 널리 편안하게 뒤를 돌아봄은 마치 큰 코끼리 왕과 같았고 설법에 두려워함이 없음은 마치 사자의 외침과 같았으며 모든 대중을 뒤덮음은 마치 나후라왕(羅睺羅王)과 같았다. 이러한 상호(相好)로 장엄하고, 범하기 어려운 뛰어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차게 하시면서 모든 중생들을 깨우쳐 결정된 이치에 널리 편안히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대중 가운데서 법을 베풀어 말씀하셨다.
그때 파사닉왕(波斯匿王)에게 정신(淨信)이라는 사랑스런 딸이 있었다. 나이는 어렸고 모습은 단정하고 엄숙하였으므로 모든 중생들이 좋아하여 보고 싶어하였다. 전생에 착한 근본을 심어 대승(大乘)을 닦아 익혔다. 그녀는 5백의 동녀(童女)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저마다 황금빛의 말리꽃[膵]을 가지고 사위성(舍衛城)을 나와 기타림(祇陀林)으로 나아가 여래께 이르러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 편으로 세번 돌고 물러나 한 쪽에 서서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복(福)과 선(善)과 청정한 업(業)을 오래 쌓아 그지없는 공덕의 바다를 꽉 채워서 중생들에게 믿고 좋아하며 모두 기쁘게 하시니 이 때문에 저는 존귀하신 석가모니[牟尼尊]께 머리 조아리나이다.
006_0861_b_12L久積福善淸淨業, 滿足無邊功德海,
令衆信樂皆歡喜, 故我頂禮牟尼尊。
위광(威光)과 상호[相]의 뛰어남을 나타내고 법문의 많은 보배처소를 열어 보이며 몸빛[身光]은 한 길[尋]이나 늘 빛나시니 저는 큰 지혜가 맑고 시원한 못[池]에 예배하나이다.
006_0861_b_14L顯現威光相奇特, 開示法門衆寶處,
身光一尋常照曜, 我禮大慧淸涼池。
공덕의 큰 나무 복이 다함이 없는 인간에서 가장 높으므로 세간에서 칭찬하며 근본 서원[本願]과 계행(戒行)이 이미 원만하시니 이 때문에 저는 마땅히 공양 받아야 할 분[應供尊]께 머리 조아리나이다.
006_0861_b_16L功德大樹福無盡, 人中最尊世所讚,
本願戒行已圓滿, 故我頂禮應供尊。
묘한 법에 편안히 머물러 항상 고요하고 세간을 외아들처럼 평등하게 여기며 지혜가 교묘하여 모든 행을 아시고 평탄한 길을 보이심이 길잡이와 같나이다.
006_0861_b_18L安住妙法常寂然, 等心世閒如一子,
智慧善巧知諸行, 示平坦路如導師。
견고하고 용맹하게 정진하는 이가 자비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이러한 보살의 바른 수행을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널리 말씀해 주소서.
006_0861_b_20L若有堅固勇進者, 慈悲利益衆生類,
如是菩薩正修行, 唯願如來爲宣說。
어떻게 하면 견고한 힘을 얻어서 나고 죽음에 머물러 악마들을 항복시키며 어떻게 하면 평등한 법을 얻게 되고 어떻게 하면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나이까.
006_0861_b_22L云何當得堅固力, 安住生死降魔衆,
云何當得平等法, 云何成熟諸衆生。
006_0861_c_02L 어떻게 하면 땅과 같고 허공과 같으며 바람 같고 물과 같고 불과도 같으며
어떻게 하면 믿음을 얻어서 법에 머무름이 마치 저 수미산이나 사자왕과 같나이까.
006_0861_b_24L云何如地如虛空, 如風如水亦如火,
云何得信住於法, 如彼須彌師子王。
어떻게 하면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멀리 여의고 깨끗한 뜻으로 정직하면서 아첨함이 없으며 어떻게 하면 보시․지계․인욕 정진․선정과 해탈을 나오게 하나이까.
006_0861_c_03L云何遠離憎愛心, 淨意質直無諛諂,
云何出生施戒忍, 精進禪定及解脫。
지혜로 모든 번뇌의 어두움을 깨뜨리고 항상 큰 방편에 편안히 머무르며 삼매(三昧)와 다라니[總持]와 걸림 없는 변재[無碍辯]와 4무량(無量)과 5신통(神通)에 머무르게 되나이까.
006_0861_c_05L智慧破諸煩惱闇, 而常安住大方便,
三昧摠持無㝵辯, 住四無量五神通。
어떻게 하면 모든 부처님 앞에 태어나 화생(化生)하고 전생 일을 알며 두타(頭陀)로 다툼이 없는 아란야[阿蘭若]에 머물면서 그 마음을 고르게 다스려 번뇌를 없애나이까.
006_0861_c_07L云何得在諸佛前, 常受化生知宿命,
頭陁無諍住蘭若, 調伏其心滅煩惱。
계율 지니면서 보리의 도(道) 닦아 익혀 모든 번뇌 사라진 감로법을 증득하고 악마를 항복 받으며 중생에게 안락을 베풀고 법 바퀴를 굴리는 이러한 바른 길들을 널리 말씀해주소서.
006_0861_c_09L持戒修習菩提道, 證甘露滅降魔怨,
施衆安樂轉法輪, 如是正道願宣說。
그때에 세존께서는 정신 동녀(淨信童女)에게 말씀하였다. “보살이 여덟 가지 힘을 이루면 나고 죽는 가운데서 견고하고 용맹스러워 고달픔이 없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 힘인가 하면 첫째는 뜻하고 좋아하는 힘[志樂力]이니 아첨함이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훌륭하게 아는 힘[勝解力]이니 모든 악을 여의기 때문이며, 셋째는 공을 더하여 행하는 힘[加行力]이니 늘 선(善)을 닦기 때문이요, 넷째는 깨끗하게 믿는 힘[淸淨力]이니 업보(業報)를 깊이 믿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깨달은 마음의 힘[菩提心力]이니 소승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큰 자비의 힘[大德力]이니 중생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며, 일곱째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大悲力]이니 모든 악을 참고 견디기 때문이며, 여덟째는 착한 벗의 힘[善友力]이니 때때로 깨우치게 하기 때문이다. 동녀야, 이것을 여덟 가지 힘이라 하나니, 보살은 이와 같은 힘을 성취하기 때문에 굳세고 용맹스럽게 나고 죽은 가운데서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게 된다.”
뜻하고 좋아함이 용맹스러우면 모든 아첨과 속임수를 여의며 항상 질박하고 정직한 일 행하면서 바르게 깨달음에 나아가느니라.
006_0861_c_21L志樂勇猛, 離諸諂誑, 常行質直,
正趣菩提。
훌륭하게 아는 힘으로써 뭇 악을 멀리 여의며 순수하게 착한 행을 닦으면서 바른 노력[正勤]에 머무르느니라.
006_0861_c_23L以勝解力, 遠離衆惡,
純修善行, 住於正勤。
더하는 행을 두루 갖추어 항상 잘 관찰하면서 정진이 굳고 튼튼하면 중생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느니라.
006_0861_c_24L加行具足,
恒善觀察, 精進堅固, 安樂衆生。
006_0862_a_02L
깨끗하게 믿는 힘 때문에 업보를 분명하게 알며 부처님의 지혜를 믿으면서 세간 중생을 거두어 주느니라.
006_0862_a_02L淨信力故, 了知業報, 信於佛智,
攝受世閒。
깨달은 마음의 힘으로 소승을 멀리 여의며 부처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고 법의 성품[法性]에 편안히 머무르느니라.
006_0862_a_04L菩提心力, 遠離小乘,
不斷佛種, 安住法性。
크나 큰 자비의 힘으로 중생을 평등하게 관찰하며 사랑함도 없고 미워함도 없어서 성을 내거나 해치는 일이 없느니라.
006_0862_a_05L大慈力故,
等觀衆生, 無愛無憎, 不生恚害。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 때문에 뭇 악을 견디고 참으며 나고 죽음에도 물들지 않고 또한 고달픔도 없게 되느니라.
006_0862_a_06L大悲力故, 堪忍衆惡, 不染生死,
亦無疲厭。
착한 벗의 힘으로 언제나 서로 깨우쳐주므로 마음이 물러나거나 가라앉지 않고 보리에 편안히 머무르느니라.
006_0862_a_08L以善友力, 常相警悟,
心不退沒, 安住菩提。
저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사람이 이 여덟 가지 힘을 얻으면 장차 도량(道場)에 앉아 모든 악마들을 항복시키느니라.
006_0862_a_09L彼勇進者,
得是八力, 當坐道場, 破諸魔衆。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평등함에 머무른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모든 중생의 평등함이니 본래 나[我]가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온갖 법의 평등함이니 모든 법이 고요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온갖 세계의 평등함이니 허공의 경계에 들기 때문이요, 넷째는 온갖 지혜의 평등함이니 평등하게 법을 설하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온갖 행의 평등함이니 인연으로 이루어져서 성품이 없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온갖 승(乘)의 평등함이니 모두 같아서 함이 없기[無爲] 때문이며, 일곱째는 마음의 평등함이니 마음은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모든 악마의 평등함이니 번뇌를 먼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덟 가지 법으로 평등함에 머무르는 것이다.
중생은 본래 나가 없어서 생각생각마다 얻을 수 없나니 평등함에 머무는 사람이면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006_0862_a_20L衆生本無我, 念念不可得, 住於平等者,
應當如是觀。
온갖 법은 평등하여 본래 성품이 항상 공하고 고요하니 문자로는 분별이 있지만 모든 법은 본래 차별이 없느니라.
006_0862_a_22L一切法平等, 本性常空寂,
文字有分別, 諸法本無差。
시방의 모든 세계와 국토는 그 주변과 끝을 얻을 수 없나니 그 성품이 마치 허공과 같아 부처님의 국토는 항상 평등하느니라.
006_0862_a_23L十方諸剎土,
邊際不可得, 其性如虛空, 佛國常平等。
006_0862_b_02L 3세(世)의 모든 여래는 법계(法界)의 평등함에 머물러 끝없는 지혜로 해탈하셨으니
부처님마다 모두 그러하느니라.
006_0862_a_24L三世諸如來, 住法界平等, 無邊智解脫,
佛佛皆如是。
중생은 본래 인연으로 생겼기 때문에 모두 다 평등하니 그 행하는 바를 잘 알면 마땅히 그러한 깨달음이 열리게 되느니라.
006_0862_b_03L衆生本緣起, 一切皆平等,
善知其所行, 如應爲開悟。
중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이 허깨비와 같음을 분명히 알면 안팎으로 취할 것이 없어 제 성품이 언제나 깨끗하느니라.
006_0862_b_04L衆生若干種,
了知如幻化, 內外無所取, 自性常淸淨。
깨달음에 이르는 모든 방법[乘]은 함이 없는[無爲] 성품이라 평등하나 길잡이께서는 좋은 방편으로 분별하여 세 가지 방법[三乘]을 말씀하느니라.
006_0862_b_05L諸乘種種說, 無爲性平等, 導師善方便,
分別說三乘。
현재 번뇌의 악마[煩惱魔]에 머물러도 그 번뇌는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하늘마[天魔]와 5온의 마[蘊魔]와 죽음의 마[死魔]의 그 모든 경계도 모두 공하느니라.
006_0862_b_07L現住煩惱魔, 煩惱無所有,
天魔及蘊死, 境界悉皆空。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모든 미운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여의느니라.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인자한 생각을 지니고, 둘째는 가엾이 여기며, 셋째는 늘 이익 된 일을 행하고, 넷째는 세간의 법에 물들지 않으며, 다섯째는 자신의 몸에 집착하지 않고, 여섯째는 항상 선정의 마음을 닦으며, 일곱째는 몸과 목숨에 집착함을 버리고 여덟 째는 번뇌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여덟 가지 법을 닦으면 미움이나 사랑을 여의게 되느니라.”
006_0862_c_02L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나고 죽는 가운데서도 고달픔이 없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선근이 넓고 크기 때문이요, 둘째는 중생을 자세히 살피기 때문이며, 셋째는 항상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양을 닦기 때문이요, 넷째는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항상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나고 죽음은 마치 꿈과 같음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며, 일곱째는 뛰어난 법에 대하여 겁냄이 없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과거에서 미래에 이르도록 실제(實際)와 같음을 관찰하기 때문이니라.”
나고 죽는 성품은 마치 꿈과 같고 구름이나 번개같은 줄 분명히 알면 법에 대하여 해탈하게 되므로 나고 죽는 고달픔이 없느니라.
006_0862_c_13L了知生死性, 如夢如雲電, 於法得解脫,
生死無疲倦。
깨달음에 편안히 머무르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늘 좋아하며 방편의 언덕을 건너게 되면 나고 죽는 고달픔이 없느니라.
006_0862_c_15L安住於菩提, 喜心常悅豫,
度於方便岸, 生死無疲倦。
언제나 훌륭한 법을 수행함이 마치 허공의 달이 점점 자라남과 같고 부처님의 공덕을 좋아하게 되면 나고 죽는 고달픔이 없느니라.
006_0862_c_16L常修殊勝法,
如空月增長, 愛樂佛功德, 生死無疲倦。
나고 죽음은 끝이 없어서 항상 실제(實際)에 머무르니 한 생각의 지혜와 상응하게 되면 나고 죽는 고달픔이 없으리라.
006_0862_c_17L生死無邊際, 常住於實際, 一念慧相應,
生死無疲倦。
“또 동녀야,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면 마음과 경계가 평등하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마음이 땅과 같기 때문이요, 둘째는 마음이 물과 같기 때문이며, 셋째는 마음이 불과 같기 때문이요, 넷째는 마음이 바람과 같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마음이 허공과 같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마음이 법계(法界)와 같기 때문이며, 일곱째는 마음이 해탈과 같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마음이 열반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덟 가지의 마음과 경계가 평등함이라 하느니라.”
006_0863_a_02L
평등한 마음은 땅과 같아서 온갖 짐을 지고서도 선(善)이나 악(惡)에 있어서 더하거나 덜할 것이 없느니라.
006_0863_a_02L等心如地, 荷負一切, 於善於惡,
無所增減。
평등한 마음은 물과 같아서 모든 때와 더러움을 씻어내고 세간을 길러 번뇌의 갈증을 없애 주느니라.
006_0863_a_04L等心如水, 洗諸垢穢,
養育世閒, 除煩惱渴。
평등한 마음은 불과 같아서 모든 번뇌를 태워 없애나니 큰 횃불의 광명처럼 태우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006_0863_a_05L等心如火,
燒滅煩惱, 大炬光明, 無所不燎。
평등한 마음은 바람과 같아서 처소도 없고 의지함도 없으며 계율에 나부끼는 향기를 풍기면서 3세(世)에 두루 흘러 퍼지느니라.
006_0863_a_06L等心如風, 無處無依, 飄戒聞香,
流遍三世。
평등한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갖가지 견해를 여의어 깨끗하며 온갖 것을 다 포함하면서도 악마를 따르지 않느니라.
006_0863_a_08L等心如空, 離見淸淨,
遍入一切, 而不隨魔。
평등한 마음은 법계(法界)에 편안히 잘 머무르게 되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아서 늘 평등함에 들어가느니라.
006_0863_a_09L等心法界,
善得安住, 不增不減, 常入平等。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이 얻는 해탈에는 얽어 묶임도 없고 또한 풀림도 없느니라.
006_0863_a_10L聲聞緣覺, 所得解脫, 無有縛者,
亦無解者。
나고 죽음과 열반은 옴도 없고 감도 없으며 고요함에 편안히 머물러 3세에 두루 노니느니라.
006_0863_a_12L生死涅槃, 無來無去,
安住寂靜, 遍遊三世。
“또 동녀야, 여덟 가지 법이 있나니, 보살이 성취하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보시가 생겨나 모든 소유를 버리기 때문이요, 둘째는 계율을 지켜 범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인욕이 생겨나 성냄이 없기 때문이요, 넷째는 정진이 생겨나 게으르거나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선정을 이루어 방편을 행하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지혜가 생겨 계율을 지니고 많이 듣기 때문이며, 일곱째는 범주(梵住)가 생겨나 해탈하여 고요하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신통이 생겨 언제나 선정에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보시를 닦아 행하는 이는 모든 탐욕의 뜨거운 번뇌를 여의고 그 과보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부처님의 보리에 회향(廻向)하느니라.
006_0863_a_21L常修行施者, 離諸貪熱惱, 不希求果報,
迴向佛菩提。
계율을 지님으로 대승(大乘)을 삼고 몸을 베고 자른다 해도 성냄이 없으며 큰 편안함과 즐거움에 뜻을 두면 습기(習氣)를 없애고 참된 적멸(寂滅)을 얻게 되느니라.
006_0863_a_23L持戒爲大乘, 割截無瞋恨,
志求大安樂, 除習證眞滅。
보살은 정진을 행하여 오랜 겁 동안 중생을 위하고 고통을 참으며 세간에 노닐면 정진의 힘이 더욱 자라느니라.
006_0863_a_24L菩薩行精進,
多劫爲衆生, 忍苦遊世間, 精進力增長。
006_0863_b_02L
선정을 닦고 행하는 이는 모든 이치에 맞지 않는 말[戱論]이 없으며 모든 선정의 저 언덕에 이르러도 선정에 따라 나지 않느니라.
006_0863_b_02L修行禪定者, 遠離諸戲論, 到諸禪彼岸,
而不隨禪生。
큰 지혜는 비교할 것이 없어서 모든 치우친 견해를 영원히 여의며 세간의 공함과 고요함을 환히 알아 어리석음의 어둠을 없애 남음이 없느니라.
006_0863_b_04L大慧無等倫, 永離諸邊見,
了知世空寂, 癡闇滅無餘。
고요히 범주(梵住)를 닦으면 모든 악한 길[惡道]을 깨끗이 없애고 항상 제석[帝釋]과 범왕(梵王)이 되어 모든 이익[義利]을 힘써 닦느니라.
006_0863_b_05L寂靜修梵住,
淨除諸惡道, 常爲釋梵王, 勤修諸義利。
신통으로 부처님의 세계에 노닐면서 부처님을 모시고 법을 들으면 모든 성품과 바램을 잘 알아 설법하여 중생을 제도하느니라.
006_0863_b_06L神通遊佛剎, 侍佛聽聞法, 善知諸性欲,
說法度衆生。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다라니(陀羅尼)를 얻고 변재가 걸림이 없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법을 존중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화상(和上)과 아사리(阿闍梨)를 받들어 섬기기 때문이며, 셋째는 법을 구하되 싫어함이 없기 때문이요, 넷째는 들은 대로 베풀어 설하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법에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다른 이의 악을 들추어내지 않기 때문이며, 일곱째는 법사를 사랑하고 공경함이 마치 화상과 같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다른 이의 허물을 보지 않으면서 허물을 여의도록 권하기 때문이니, 이것을 여덟 가지 법이라 한다.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총지(總持)를 두루 갖추고 변재가 걸림 없게 된다.”
설법을 잘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공경하여 스승처럼 여기며 허물을 숨겨 주고 악을 버리게 하면 그지없는 바다[無盡海]와 같은 다라니를 얻게 되느니라.
006_0863_b_23L於善說法者,
愛敬如師想, 隱過勸離惡, 獲無盡海持。
006_0863_c_02L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 앞의 연화대에 태어나게[化生]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이의 허물을 말하지 않고, 둘째는 중생에게 권하고 교화하여 3보(寶)께 귀의하게 하고, 셋째는 모든 것을 보리의 마음에 편안히 두고, 넷째는 청정한 행[梵行]으로 물들음이 없고, 다섯째는 불상을 조성하여 연꽃 자리에 모시고, 여섯째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중생의 근심과 괴로움을 없애 주고, 일곱째는 뽐내는 사람에게는 항상 스스로 겸손하고 낮추고, 여덟째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니라.”
가령 괴로움이 몸을 핍박하여도 끝내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으며 언제나 3보를 찬탄하면 모든 부처님 앞에 태어나게[化生] 되느니라.
006_0863_c_09L假令苦逼身, 終不說他過, 常稱歎三寶,
化生諸佛前。
보리의 마음을 내도록 권하여 모든 지혜를 구하게 하며 언제나 청정한 행을 닦으면 모든 부처님 앞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006_0863_c_11L勸發菩提心, 令求一切智,
常修於梵行, 化生諸佛前。
황금으로 불상을 장엄하여 보배 연꽃의 자리에 모시며 중생의 근심과 괴로움을 없애 주면 모든 부처님 앞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006_0863_c_12L黃金嚴佛像,
坐寶蓮花座, 除衆生憂惱, 化生諸佛前。
저 교만한 사람에게는 마치 제자처럼 겸손하고 낮추어 그들에게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면 모든 부처님 앞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006_0863_c_13L於彼憍慢人, 謙卑如弟子, 不令他生惱,
化生諸佛前。
“또 동녀야, 여덟 가지 법이 있으니, 보살이 두타(頭陀)의 공덕을 성취하여 언제나 한적한 곳[阿蘭若]에 머무르길 좋아하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만족할 줄 아는 것이며, 셋째는 착한 법을 만족시키는 것이요, 넷째는 선(善)으로써 스스로 기르는 것이며, 다섯째는 항상 성인의 성품[聖種]을 지니는 것이요, 여섯째는 나고 죽음의 허물을 보면서 마음으로 늘 싫증을 내어 떠나며, 일곱째는 늘 덧없음[無常]과 괴로움[苦]과 공(空)함과 나 없음[無我]을 관찰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깊은 믿음이 견고하여 다른 이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 것이니라.”
006_0864_a_02L
함이 있는[有爲] 법은 괴롭고 나가 없나니 슬기로운 마음으로 깊이 믿어서 바른 노력[正勤]에 머무르며 스스로 법을 보면서 남을 따르지 않고 항상 한적한 데 있으면 부처님께서 찬탄하느니라.
006_0864_a_02L有爲之法苦無我, 慧心深信住正勤,
自見於法不隨他, 常處空閑佛所讚。
두타로 멀리 떠나서 괴로워함이 없고 모든 다투는 이론과 허물이 없으며 권속을 멀리 여의어 칭찬과 명예를 끊으면 이로 인하여 아란야에 즐거이 머무르리라.
006_0864_a_04L頭陁遠離無惱患, 無諸諍論衆過失,
遠離眷屬絕稱譽, 由是樂住阿蘭若。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악마를 꺾고 조복하느니라.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성품의 공함[性空]에 들어가는 것이요, 둘째는 모양이 없음[無相]을 믿는 것이며, 셋째는 소원이 없음[無願]을 믿는 것이요, 넷째는 조작이 없음[無作]을 분명히 아는 것이며, 다섯째는 안으로 의혹이 없는 것이요, 여섯째는 남이 없음[無生]을 인득(忍得)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성품이 없음[無性]을 결정코 아는 것이요, 여덟째는 온갖 법에서 방편으로 관찰하여 본래 그러함[如]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니라.”
공과 모양 없음과 바람[願] 없음에서 세 가지 해탈[三解脫]을 얻어 악마를 항복 받으며 함이 있음[有爲]과 함이 없음[無爲]에는 두 모양이 없나니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여 해탈하느니라.
006_0864_a_12L於空無相及無願, 得三解脫降魔怨,
有爲無爲無二相, 證於無生得解脫。
확실히 알면 모든 법은 생멸이 없다고 이렇게 인지하면 그들은 모든 악마를 항복 받나니 이 생겨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는 가운데서는 5온(蘊)과 18계(界)에 나 없어서 허깨비와 같으니라.
006_0864_a_14L諸法無生如是忍, 彼等降伏諸魔怨,
於此無生無滅中, 蘊界無我猶如幻。
법에는 성품이 없음을 확실히 알고 진여를 파괴하지 않는 묘한 방편을 쓰며 모든 법을 분별하면 악마의 업이 되나니 분별을 버리면 악마를 항복 받느니라.
006_0864_a_16L決定了知法無性, 不壞於如巧方便,
分別諸法爲魔業, 捨離分別則降魔。
지혜와 방편 두 가지를 모두 행하면 있음이나 공함에 머무를 바 없나니 이와 같이 훌륭한 법을 닦아 익혀야 좋은 방편과 뛰어난 모습을 얻게 되느니라.
006_0864_a_18L智慧方便二俱行, 若有若空無所住,
修習如是殊勝法, 得善方便妙色身。
006_0864_b_02L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보리를 여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바른 소견[正見]이니 삿된 견해를 지닌 중생을 성숙시키기 때문이요, 둘째는 바른 기억[正念]이니 삿되게 기억하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이며, 셋째는 바른 말[正語]이니 모든 삿된 말을 하는 이를 가엾이 여기기 때문이요, 넷째는 바른 행위[正業]이니 모든 삿되게 행동하는 사람을 거두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바른 노력[正精進]이니 삿되게 노력하는 이를 제도하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바른 생활[正命]이니 삿되게 생활하는 중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며, 일곱째는 바른 생각[正思惟]이니 삿된 생각을 버리게 하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바른 선정[正定]이니 삿된 선정을 닦는 사람을 깨우쳐서 더욱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니라.”
바른 소견을 성취한 사람은 저 모든 삿된 소견을 교화하며 항상 바른 기억을 행하면서 삿되게 기억하는 사람을 가엾이 여기느니라.
006_0864_b_05L成就正見者, 化彼諸邪見, 常修行正念,
哀悲邪念者。
깨끗하게 바른 말을 하면서 모든 삿되게 말하는 이를 가엾이 여기며 바른 행위에 편히 머물러 모든 삿되게 행동하는 사람을 거두느니라.
006_0864_b_07L淸淨正言說, 愍諸邪語者,
安住於正業, 攝諸邪業者。
항상 바른 노력을 행하면서 삿되게 노력하는 이를 버리지 않으며 바르고 깨끗한 생활에 상응하여 모든 삿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거두느니라.
006_0864_b_08L常修於正勤,
不捨邪勤者, 相應正淨命, 攝諸邪命者。
지혜로운 이는 바른 생각을 하면서 삿된 생각을 하는 이를 가엾이 여기며 항상 바른 선정에 머물러서 삿된 선정을 닦는 이를 거두느니라.
006_0864_b_09L智者正思惟, 哀愍邪思者, 常住於正定,
攝諸邪定者。
위없는 8정도(正道)로 안온하게 폭류(暴流)를 건너게 하며 다시 떠내려가는 이도 건너게 하니 이것이 큰 보리의 도이니라.
006_0864_b_11L無上八正道, 安隱度暴流,
復渡漂流者, 是大菩提道。
성문과 연각은 풀로 된 떼[草筏]로 자기만 건너가거니와 보살은 널리 운반하고 건너게 함이 마치 저 큰 뱃사공과 같으니라.
006_0864_b_12L聲聞及緣覺,
草筏唯自渡, 菩薩廣運濟, 如彼大舩師。
“또 동녀야,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감로의 도[甘露道]를 증득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다툼이 없는[無諍] 법에 머무르고, 둘째는 장애 없는 마음을 잘 지키며, 셋째는 항상 사실대로[如實] 이치를 관찰하고, 넷째는 깨달음에 머물러서 여섯 가지 기억[六念]을 닦아 익히며, 다섯째는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부지런히 힘써 닦아 익히고, 여섯째는 선근을 쌓고 모아서 중생을 성숙시키며, 일곱째는 대비(大悲)에 머물러 바른 법을 거두어 받으며, 여덟째는 무생인(無生忍)을 얻어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에 머무르는 것이다.”
항상 다툼 없는 행을 닦아 큰 사문[大沙門]의 법에 머무르며 성을 내는 허물을 멀리 여의고 모든 선근을 쌓고 모으느니라.
006_0864_b_21L常修無諍行, 住大沙門法, 遠離瞋恚過,
積集諸善根。
사실대로 이치를 잘 관찰하여 모든 끝없는 변재(辯才)를 얻으며 보리의 마음에 편히 머물러서 항상 생각 없음[無念]을 생각하느니라.
006_0864_b_23L善觀如實義, 得諸無盡辯,
安住菩提心, 常念於無念。
온갖 바라밀을 힘써 닦아 물러남이 없으며 모든 방편의 힘을 얻어서 중생을 제도하느니라.
006_0864_b_24L一切波羅蜜,
勤修無退轉, 得諸方便力, 由是度衆生。
006_0864_c_02L
법왕(法王)이 지닌 재물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모두에게 보시하며 속히 무생인을 증득하고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느니라.
006_0864_c_02L能以法王財, 悲心施一切, 速證無生忍,
不退轉菩提。
만일 이러한 행을 할 수 있으면 불법을 깨닫는 것이 어렵지 않으며 오래지 않아 악마들을 항복 받고 가장 으뜸가는 보리를 증득하느니라.
006_0864_c_04L若能如是行, 佛法不難得,
不久降魔衆, 證最上菩提。
그때 정신 동녀가 이런 법을 듣고 나서 뛸 듯이 기뻐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몇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인의 몸을 바꿀 수 있습니까?”
006_0864_c_05L爾時淨信童女聞是法已歡喜踊躍,白佛言:“世尊!成熟幾法能轉女身?”
부처님께서 동녀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인의 몸을 바꾸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질투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인색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아첨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성을 내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진실한 말을 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탐욕을 버리고 여의는 것이요, 여덟째는 모든 삿된 소견을 여의는 것이다. 동녀야, 이 여덟 가지 법을 닦으면 속히 여인의 몸을 바꾸게 되느니라.”
다른 사람은 질투하지 않고 인색함을 버리고 항상 법을 즐기며 아첨과 속임수를 행하지 않고 여인의 몸에 싫증을 내느니라.
006_0864_c_12L不嫉妒他人, 離慳常樂法, 不行於諂誑,
厭患女人身。
인자한 마음으로 성내지 않고 언제나 진실한 말을 하며 탐욕을 없애고 나쁜 말을 여의며 바른 소견 가운데 편히 머무르느니라.
006_0864_c_14L慈心捨離瞋, 常修於實語,
除貪離惡口, 安住正見中。
만일 여인의 몸을 싫어한다면 마땅히 이러한 법을 닦아야만 빨리 여인의 몸을 바꾸어 건장한 장부의 몸을 받게 되느니라.
006_0864_c_15L若厭女人身,
應修如是法, 便當速得轉, 受善丈夫身。
“또 동녀야,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인의 몸을 바꿀 수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부처님을 존경하고 법을 몹시 좋아함이요, 둘째는 계율과 인욕과 법을 많이들은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고 공양함이며, 셋째는 남편과 아들딸에게 그리고 집에서 사는 일에 애착하지 않음이요, 넷째는 금계(禁戒)를 받아 지니면서 깨뜨리거나 범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모든 사람들에게 삿된 생각을 내지 않음이요, 여섯째는 뜻함과 좋아함을 더욱 늘려서 여인의 몸을 싫어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깨달음인 대장부의 법에 머무르는 것이요, 여덟째는 세속의 집안 일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꿈과 같다고 관찰하는 것이니라.”
006_0865_a_02L 부처님을 존경하고 법을 깊이 좋아하며 계율과 다문(多聞)을 존중하면서 탐내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여인의 몸을 빨리 바꾸게 되리라.
006_0864_c_24L敬佛深樂法, 尊重戒多聞, 不生貪愛心,
女身速當轉。
계율을 지니며 부끄러움과 뉘우침[慚愧]을 갖추고 다른 사람을 망령되이 생각하지 않으며 깨달음에 편안히 머물면서 그 밖의 법을 좋아하지 않느니라.
006_0865_a_03L持戒具慚愧, 不忘念他人,
安住菩提心, 不樂餘乘法。
이로 말미암아 깨끗하지 않은 여인의 몸을 빨리 바꾸게 되니 높은 뜻으로 싫어하는 마음을 내면서 온갖 것이 다 허깨비 같다고 여길지니라.
006_0865_a_04L由是速能轉,
不淨女人身, 勝志得厭心, 一切皆如幻。
모든 법은 본래부터 움직임이 없고 인연으로 생겨나 성품이 공하고 고요하니 실다운 법을 힘써 닦아야 빨리 장부의 몸을 얻게 되느니라.
006_0865_a_05L諸法本無動, 因緣性空寂, 勤修如實法,
速得丈夫身。
그때 정신 동녀는 가지고 간 황금빛의 말리꽃을 부처님 위에 뿌렸는데 그 꽃은 공중에서 변하여 순금으로 된 궁전과 누각으로 되었다. 그 궁전 안에는 변화한 여래가 순금으로 된 자리에 앉아 계셨다. 그때 5백 명의 동녀들도 저마다 몸에 찬 꾸미개들을 풀어서 부처님 위에 뿌리니 역시 공중에서 금으로 된 누각과 보배 장막과 보배 일산으로 바뀌어서 갖가지로 장엄하였다. 그때 5백 명의 동녀들은 그 큰 신통 변화를 보고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은 사람 가운데 가장 빼어나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고 이익 되게 하시니 저희는 이제 이미 보리 마음 일으켜 뜻한 바와 좋아하는 바가 상응하여 머물러 다스려졌나이다.
006_0865_a_14L世尊人中最殊勝, 哀愍利益諸衆生,
我今已發菩提心, 志樂相應住調伏。
세간의 길잡이께서 안락을 베푸시니 저희는 사람 가운데 높으신 분[人中尊]께 공양하오며 법을 듣고 이미 티끌 때를 여의어 저희들은 다시는 모든 의혹 없습니다.
006_0865_a_16L爲世導師施安樂, 我當供養人中尊,
聞法已離於塵垢, 我等無復諸疑惑。
이제야 여인의 몸과 여러 더러움과 물듦을 버려 번뇌를 영영 끊고 악마를 항복 받으니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께 저희들은 기뻐하며 늘 공양하리이다.
006_0865_a_18L方離女身衆染污, 永破煩惱降魔怨,
十方無量俱胝佛, 我當歡喜常供養。
보시와 계율에 편안히 머무르고 부지런히 정진하며 인욕과 선정으로 마음을 잘 다스리며 지혜와 방편으로 중생을 거두어 가장 높은 보리 도를 증득하겠나이다.
006_0865_a_20L安住施戒勤精進, 忍辱禪定善調心,
智慧方便攝衆生, 當證最上菩提道。
한량없는 사람과 하늘 무리를 이익 되게 하고 모두 대승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 저희들도 장차 사자처럼 외치고 저희들도 사람과 하늘의 스승이 되겠나이다.
006_0865_a_22L利益無量人天衆, 悉令發起大乘心,
我等當能師子吼, 我等當作人天師。
006_0865_b_02L 그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니, 모든 부처님의 통상의 법대로 청색․황색․적색․백색․홍색․자색․파리색[頗梨色) 등 갖가지 색의 빛이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와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와 범천 세계[梵世]까지 두루 비추고는 다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장로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미소를 나타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정신 등 5백 명의 동녀들은 이 세상에서 수명이 다하면 여인의 몸을 버리고 도솔타천(琓率陀天)에 태어나서 미륵 세존과 현겁(賢劫) 중의 온갖 여래를 받들어 모시고 공양할 것이다. 이 정신 동녀는 8만 4천 억 나유타 겁을 지나 전광(電光) 세계에서 부처님이 되리니, 그 이름은 광명장엄왕(光明莊嚴王) 여래라 하리라. 겁의 이름은 상광겁(常光劫)이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도솔타천의 십이천(十二千) 세와 같을 것이다. 그 나라는 순전히 한량없고 그지없는 큰 보살 대중을 권속으로 삼으며 이 5백 명의 동녀들이 그 대중 가운데 으뜸가는 우두머리가 될 것이니, 마치 지금 우리 60명의 보살 가운데 문수사리가 으뜸인 것과 같다. 아난아, 만일 어떤 여인이 이 경을 듣고서 받아 지니어 읽고 외우면 이 여인은 몸을 다한 뒤에 다시는 여인의 몸을 받지 않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며 부처님을 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조그마한 법으로써 여래(如來)․응(應)․정변지(正遍知)께 여쭈고자 합니다. 어떠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허락하여 주시겠습니까?”
그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겠나이다. 즐거이 듣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몇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한 법[勝進法]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않으며 보살행을 행할 때에 모든 악마와 원수를 항복 받고 모든 법의 실제 모습을 알며 모든 세간에 대하여 마음이 고달프지 않고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혜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됩니까?”
그때 세존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미륵아, 너는 지금 여래에게 이와 같은 깊은 이치를 잘 묻는구나.” 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일심으로 자세히 들어야 한다. 나는 너를 위하여 이와 같은 깊은 이치를 분별하고 해설할 것이니라.”
바로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겠나이다. 즐거이 듣겠사옵니다.”
006_0865_c_24L卽時彌勒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如是,願樂欲聞。”
006_0866_a_02L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한 법 안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않으며 보살행을 행할 때에 모든 악마와 원수를 항복 받고 모든 법의 실제 모습을 알며 모든 세간에 대하여 마음이 고달프지 않고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혜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미륵아, 이른바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深心]을 성취하고, 행하는 마음[行心]을 성취하며, 버리는 마음[捨心]을 성취하고, 잘 회향할 줄 아는 방편의 마음[善知廻向方便心]을 성취하며, 크게 인자한 마음[大慈心]을 성취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大悲心]을 성취하며, 잘 아는 방편[善知方便]을 성취하고,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미륵아,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느냐 하면 미륵아,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을 찬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들어도 그 마음은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하여 견고하면서 동요하지 않고 법을 찬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들어도 그 마음은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하여 견고하면서 동요하지 않으며 승가[僧]를 찬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들어도 그 마음은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하여 견고하면서 동요하지 않느니라. 미륵아,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이면 마침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06_0866_b_02L미륵아,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행하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하면 미륵아,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이간질하지 않으며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꾸미는 말을 하지 않으면 미륵아,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행하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아,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버리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하면 미륵아,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그가 버리는 이[捨主]로서 또는 그가 베푸는 이[施主]로서 모든 사문과 바라문과 가난한 이와 거지와 하천한 사람들에게 옷과 밥과 침구와 병에 따른 탕약이며 그 밖의 필요한 물건들을 보시하면 미륵아,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버리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아,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잘 회향할 줄 아는 방편의 마음을 성취하느냐 하면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닦는 선근의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모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면, 미륵아,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잘 회향할 줄 아는 방편의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06_0866_c_02L미륵아,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잘 아는 방편을 성취하느냐 하면 미륵아,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세간의 진리[世諦]를 잘 알고 제일가는 진리[第一義諦]를 잘 알아서 두 가지 진리[二諦]를 잘 알면 미륵아,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잘 아는 방편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아,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느냐 하면 미륵아, 만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법에 의거하여 법이 있고 법이 생긴다고 깨달아 아는 것이니라. 이른바 무명(無明)은 지어감[行]에 반연하고 지어감은 의식[識]에 반연하며 의식은 정신과 물질[名色]에 반연하고 정신과 물질은 여섯 감관[六入]에 반연하며 여섯 감관은 접촉[觸]에 반연하고 접촉은 느낌[受]에 반연하며 느낌은 욕망[愛]에 반연하고 욕망은 취함[取]을 반연하며 취함은 존재[有]에 반연하고 존재는 생겨남[生]에 반연하며 생겨남은 늙어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老死憂悲苦惱]에 반연하는 것이니, 이와 같아서 오직 큰 괴로움의 무더기만이 있을 뿐이니라. 미륵아, 이 법이 없기 때문에 이 법이 없고 이 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 법이 사라지는 것이니, 이른바 무명이 사라지면 지어감이 사라지고, 지어감이 사라지면 의식이 사라지며, 의식이 사라지면 정신과 물질이 사라지고, 정신과 물질이 사라지면 여섯 감관이 사라지며, 여섯 감관이 사라지면 접촉이 사라지고, 접촉이 사라지면 느낌이 사라지며, 느낌이 사라지면 욕망이 사라지고 욕망이 사라지면, 취함이 사라지며, 취함이 사라지면 존재가 사라지고, 존재가 사라지면 생겨남이 사라지며, 생겨남이 사라지면 늙어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이 사라지는 것이니, 이와 같아서 오직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사라질 뿐이니라. 미륵아,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느니라.
006_0867_a_02L미륵아, 이것을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한 법 안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않으며 보살의 행을 행할 때에 모든 악마와 원수를 항복 받고 모든 법의 자체 모양을 사실대로 알며 모든 세간에 대하여 마음이 고달프지 않고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혜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미륵 보살마하살과 그 밖의 모든 보살마하살과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이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한 이들의 온갖 대중이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모두가 크게 기뻐하면서 믿어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하였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幄國) 시록림(施鹿林) 안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모두 다 대중들이 잘 아는 이들이니, 그 이름은 아약교진여(阿若矯陳如)․마하가섭(摩揀迦葉)․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가야가섭(伽耶迦葉)․나제가섭(那提迦葉)․사리불(舍利弗)․대목건련(大目犍連)․아난(阿難) 및 나후라(羅睺羅) 등이었으며 그분들이 으뜸이었다. 또 보살마하살 십천(十千) 명과도 함께 있었으니, 그 이름은 선의(善意) 보살․증상의(增上意) 보살․견고의(堅固意) 보살․사자의(師子意) 보살․관세음(觀世音) 보살․대세지(大勢至) 보살․변적(辯積) 보살․미음(美音) 보살․승당(勝幢) 보살․신혜(信慧) 보살․수천(水天) 보살․제승(帝勝) 보살․제천(帝天) 보살․무반연(無攀緣) 보살․구변재(具辯才) 보살․신통묘화(神通妙華) 보살․미륵(彌勒) 보살 및 문수사리 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 등이었으며 그 분들이 으뜸이었다.
006_0867_b_02L그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백천(百千)의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공양과 공경을 받으면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대중의 모임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머리 조아린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조그마한 의심이 있사온데 지금 묻고 싶나이다.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미륵아, 너는 이제 모든 것을 가엾이 여기고 천상과 인간의 세간을 이익 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여래에게 이러한 깊은 이치를 묻는구나. 너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할지니라. 나는 너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할 것이니라.”
006_0867_c_02L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그 한 가지인가 하면 이른바 훌륭한 뜻과 좋아함으로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니, 이것을 하나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두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사마타(奢摩他)를 항상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 것이요, 둘째는 비발사나(毘鉢舍那)에서 교묘함을 얻는 것이니, 이것을 두 가지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대비(大悲)를 성취하는 것이요, 둘째는 공한 법[空法]을 닦아 익히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법에 대하여 분별을 내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세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깨끗한 계율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둘째는 모든 의심 그물을 여의는 것이며 셋째는 아란야(阿蘭若)를 좋아하는 것이요, 넷째는 바른 소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니, 이것을 네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다섯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공한 법에 머무르는 것이요, 둘째는 다른 이의 허물을 찾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언제나 제몸을 관찰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다른 이를 거두어 보호하는 것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여섯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탐욕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성을 내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어리석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언제나 거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공한 성품에 머무르는 것이요, 여섯째는 마음이 마치 허공과 같은 것이니, 이것을 여섯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여의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일곱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바른 기억[正念]에 머무르는 것이요, 둘째는 가리는 법[擇法]을 성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정진을 일으키는 것이요, 넷째는 언제나 기쁨을 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몸이 가뿐함[輕安]을 얻는 것이요, 여섯째는 모든 선정에 머무르는 것이며, 일곱째는 행함과 버림[行捨]을 두루 갖추는 것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006_0868_a_02L미륵아, 다시 여덟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여덟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바른 소견[正見]이요, 둘째는 바른 생각[正思惟]이며, 셋째는 바른 말[正語]이요, 넷째는 바른 행위[正業]이며, 다섯째는 바른 생활[正命]이요, 여섯째는 바른 노력[正勤]이며, 일곱째는 바른 기억[正念]이요, 여덟째는 바른 선정[正定]이니, 이것을 여덟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다시 아홉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아홉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모든 욕심 세계[欲界]의 나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멀리 여의고 초선(初禪]의 거친 생각[尋]과 세밀한 생각[伺]과 기쁨[喜]과 즐거움[樂]이 있는 한결같은 마음의 경계[心一境性]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둘째는 거친 생각과 세밀한 생각을 멀리 여의고 2선(禪)의 6근(根)이 깨끗하며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한결같은 마음의 경계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며, 셋째는 기쁨을 멀리 여의고 3선(禪)의 사념(捨念)과 지혜와 즐거움이 있는 한결같은 마음의 경계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넷째는 근심․고통이나 기쁘고 즐거움 등을 멀리 여의고 4선(禪)의 버리는 생각이 깨끗하여 고통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한결같은 마음의 경계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니라. 다섯째는 색(色)의 생각을 초월하고 다른 반연이 없이 끝없는 허공처정(虛空處定)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여섯째는 끝없는 허공처정을 초월하고 나서 끝없는 식처정(識處定)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며, 일곱째는 끝없는 식처정을 초월하고 나서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여덟째는 무소유처정을 초월하고 나서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며, 아홉째는 비상비비상처정을 초월하고 나서 멸수상정(滅受想定)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니, 이것을 아홉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006_0868_b_02L미륵아,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어서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금강 삼매(金剛三昧)를 잘 성취하는 것이요, 둘째는 처비처상응(處非處相應)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방편행(方便行)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요, 넷째는 변조명(遍照明)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보광명(普光明)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보변조명(普遍照明)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보월(寶月)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월등(月燈)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며, 아홉째는 출리(出離)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요, 열째는 승당비인(勝幢臂印)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니, 이것을 열 가지의 법이라 하느니라. 미륵아, 보살이 이와 같은 법을 성취하고 나면 모든 악한 길과 악한 벗을 떠나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그러하느니라. 너의 말과 같으니라. 아난아, 미륵보살이 어찌 오늘에만 내 앞에서 게송으로 찬탄하였겠느냐? 과거 옛날 10무수(無數) 겁 전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염광유희묘음자재왕(焰光遊戱妙音自在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세존이었느니라.
그때 현수(賢壽)라는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모든 모습을 두루 갖추었으므로 보는 사람마다 기뻐하였느니라. 그는 동산으로부터 나오다가 저 여래를 보았는데 여래께서는 단정하고 빼어나게 묘하여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사마타(奢摩他)를 얻어서 마치 맑고 깨끗한 못에 아무 더러운 찌꺼기도 없는 것과 같았다. 서른두 가지 모습[三十二相]과 여든 가지 좋은 특징[八十種好]으로 스스로 장엄하였음은 마치 사라수(娑羅樹)에 꽃이 핀 것과 같고 또 수미산이 온갖 산 가운데 뛰어난 것과 같았다. 기쁨이 가득한 얼굴은 마치 둥근 보름달과 같았고 위엄 있는 광명이 번쩍거림은 마치 햇빛이 빛나는 것과 같았으며 몸과 키가 원만하심은 마치 니구다나무[尼拘陀樹]와도 같았느니라. 이때 현수는 부처님․여래의 뛰어난 모습을 보고 마음에 깨끗한 믿음을 내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보기 드문 일이다. 세존께서는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과 장엄을 성취하셨구나. 나 역시 장차 오는 세상에는 이러한 공덕 지닌 몸을 성취해야겠다.’ 이런 원을 세우고 나서 몸을 땅에 엎드리며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장차 오는 세상에 부처님 몸을 얻을 수 있다면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저의 등을 발로 밟으소서.’
006_0869_a_02L그때 그 부처님은 현수의 뜻을 알고 곧 그 발로 현수의 등을 밟았으며 발로 막 밟으려 할 때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돌아보시면서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발로 현수를 밟는다고 여기지 말라. 왜냐 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지금 벌써 무생법인을 증득하였고 다시 천안통(天眼通)과 천이통(天耳通)과 타심통(他心通)과 숙주통(宿住通)과 신경지통(神境智通)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현수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두 가지의 장엄(莊嚴)과 두 가지의 거두어들임[攝取]이 있나니, 이른바 중생을 거둬들이며 중생을 장엄하며, 불국토를 거둬들여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이니라. 미륵보살은 과거 세상에 보살의 행을 수행하면서 항상 불국토를 거둬들여 불국토를 장엄하기를 좋아하였다. 나도 예전에 보살행을 닦으면서 항상 중생을 거둬들이고 중생을 장엄하기를 좋아하였느니라. 그리고 저 미륵은 보살행을 40겁 동안 수행하였다. 내가 그때 막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일으키자 나로 인하여 용맹스럽게 정진한 힘 때문에 곧 아홉 겁을 뛰어넘어 현겁(賢劫) 동안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이니라.
006_0869_c_02L아난아, 나는 열 가지 법으로써 보리를 증득할 수 있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사랑하는 물건을 보시하였고, 둘째는 사랑하는 아내를 보시하였으며, 셋째는 사랑하는 자식을 보시하였고, 넷째는 사랑하는 머리를 보시하였으며, 다섯째는 사랑하는 눈을 보시하였고, 여섯째는 사랑하는 왕위(王位)를 보시하였으며, 일곱째는 사랑하는 값진 보배를 보시하였고, 여덟째는 사랑하는 피와 살을 보시하였으며, 아홉째는 사랑하는 골수를 보시하였고, 열째는 사랑하는 팔다리를 보시한 것이니, 이것을 열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나는 이런 법을 행하였었기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 있었느니라. 아난아, 또 열 가지 법이 있었기에 보리를 증득할 수 있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는 계율의 공덕을 획득하였고, 둘째는 인욕의 힘을 성취하였으며, 셋째는 정진을 일으켰고, 넷째는 모든 선정을 얻었으며, 다섯째는 큰 지혜가 있었고, 여섯째는 모든 중생을 언제나 버리거나 떠나지 않았으며, 일곱째는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일으켰고, 여덟째는 모든 공(空)한 법을 항상 닦아 익혔으며, 아홉째는 진실로 공한 성품을 잘 성취하였고, 열째는 모양 없음[無相]과 바람 없음[無願]을 잘 성취한 것이니, 이것을 열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나는 이런 법을 행하였었기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 있었느니라. 아난아, 미륵보살이 옛날 보살도를 행할 때에 손과 발과 머리와 눈을 보시하지 못하였고 다만 교묘한 방편과 안락한 도(道)로써 최상의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쌓았을 뿐이니라.”
저는 이제 목숨 바쳐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 성문들과 큰 신선[大仙]으로서 천안(天眼)을 지닌 이께 예배하나이다.
006_0869_c_17L我今歸命禮, 十方一切佛, 菩薩聲聞衆,
大仙天眼者。
또한 보리심 내어 모든 악한 길을 멀리 여의고 천상에 태어난 이와 나아가 열반을 증득한 이께도 예배하나이다.
006_0869_c_19L亦禮菩提心, 遠離諸惡道,
能得生天上, 乃至證涅槃。
제가 조그마한 죄를 지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랐으니 이제 모든 부처님 앞에서 참회하여 죄를 없어지게 하겠나이다.
006_0869_c_20L若我作少罪,
隨心之所生, 今對諸佛前, 懺悔令除滅。
제가 이제 몸과 입과 뜻으로 쌓은 모든 공덕은 원컨대 보리의 원인[因]이 되어 최상의 도를 이루게 하소서.
006_0869_c_21L我今身口意, 所集諸功德, 願作菩提因,
當成無上道。
시방의 국토 안에서 여래께 공양하는 이와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를 저는 이제 모두 따라 기뻐하나이다.
006_0869_c_23L十方國土中, 供養如來者,
及佛無上智, 我今盡隨喜。
있는 죄를 모두 참회하면서 이 복을 모두 따라 기뻐하며 저는 이제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노니 원컨대 최고의 지혜를 이루게 하소서.
006_0869_c_24L有罪悉懺悔,
是福皆隨喜, 我今禮諸佛, 願成無上智。
006_0870_a_02L
시방의 큰 보살로서 10지(地)를 증득한 이께 저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노니 원컨대 빨리 보리를 증득하게 하소서.
006_0870_a_02L十方大菩薩, 證於十地者, 我今稽首禮,
願速證菩提。
보리를 증득한 뒤에는 악마의 군사를 꺾어 다스리고 깨끗한 법 바퀴를 굴려 중생을 이롭게 하겠나이다.
006_0870_a_04L得證菩提已, 摧伏於魔軍,
轉淸淨法輪, 饒益衆生類。
항상 세간에 머무르면서 한량없는 구지(俱胝) 겁 동안 큰 법북[法鼓]을 두드리면서 고통 받는 중생을 제도하겠나이다.
006_0870_a_05L常願住世閒,
無量俱胝劫, 擊于大法鼓, 度脫苦衆生。
저는 욕심의 진흙 창에 빠지고 탐욕의 끈에 매어 있는 등 갖가지로 많이 얽매어 있나니 원컨대 부처님은 자세히 살피소서.
006_0870_a_06L我沒於欲泥, 貪繩之所繫, 種種多纏縛,
願佛垂觀察。
중생이 비록 번뇌[垢]가 많더라도 모든 부처님은 버리거나 싫어하지 마시고 원컨대 큰 자비로서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006_0870_a_08L衆生雖垢重, 諸佛不厭捨,
願以大慈悲, 度脫生死海。
현재 계신 모든 세존과 과거와 미래의 부처님께서 행하신 보살의 도를 저는 이제 닦고 배우겠나이다.
006_0870_a_09L現在諸世尊,
過去未來佛, 所行菩薩道, 我今願修學。
바라밀(波羅蜜)을 두루 갖추고 여섯 가지 신통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 해탈시키며 최고의 도를 증득하겠나이다.
006_0870_a_10L具足波羅蜜, 成就六神通, 度脫諸衆生,
證於無上道。
모든 법은 공하고 모양도 없고 제 성품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나타남도 없으며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음을 환히 알겠나이다.
006_0870_a_12L了知諸法空, 無相無自性,
無住無表示, 不生亦不滅。
또 마치 대선존(大仙尊)과 같이 나가 없고 보특가라(補特伽羅)도 없으며 나아가 목숨[壽者]도 없다 함을 환히 잘 알겠나이다.
006_0870_a_13L又如大仙尊,
善了於無我, 無補特伽羅, 乃至無壽者。
모든 보시하는 일에 있어서도 나와 내 것[我所]에 집착하지 않으며 중생을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베풀어주되 인색함이 없겠나이다.
006_0870_a_14L於諸布施事, 不執我我所, 爲安樂衆生,
施與無慳悋。
원컨대 제가 보시한 물건은 공용(功用)을 빌려서 생기지 않았으니 공임을 관찰하고 분명히 알아서 보시바라밀을 갖추게 하소서.
006_0870_a_16L願我所施物, 不假功用生,
觀察了知空, 具施波羅蜜。
계율을 지니되 어긋남이 없고 부처님의 깨끗한 시라(尸羅)를 얻으며 머무름 없어 지계(持戒)바라밀을 갖추게 하소서.
006_0870_a_17L持戒無缺減,
得佛淨尸羅, 以無所住故, 具戒波羅蜜。
인욕은 마치 4대(大)와 같이 분별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성내는 마음이 없음으로써 인욕바라밀을 갖추게 하소서.
006_0870_a_18L忍辱如四大, 不生分別心, 以無瞋恚故,
具忍波羅蜜。
원컨대 몸과 마음이 힘으로 크게 정진을 일으키며 견고하면서 게으름이 없어 정진[勤]바라밀을 갖추게 하소서.
006_0870_a_20L願以身心力, 發起大精進,
堅固無懈怠, 具勤波羅蜜。
마치 요술과 같고 허깨비와 같이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금강과 같은 삼매로써 선정바라밀을 갖추게 하소서.
006_0870_a_21L以如幻如化,
及勇猛精進, 金剛等三昧, 具禪波羅蜜。
원컨대 세 가지 밝은 지혜[三明智]를 증득하여 세 가지 해탈문에 들어가며 3세의 평등함을 환히 알아서 지혜바라밀을 갖추게 하소서.
006_0870_a_22L願證三明智, 入於三脫門, 了三世平等,
具慧波羅蜜。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모습[色身]과 광명과 큰 위덕(威德)과 보살이 정진하는 행을 원컨대 저에게 모두 원만하게 하소서.
006_0870_a_24L諸佛妙色身, 光明大威德,
菩薩精進行, 願我皆圓滿。
006_0870_b_02L 미륵이라 일컫는 이는
이러한 행을 부지런히 수행하여 6바라밀을 두루 갖추어서 10지(地)에 편안히 머물렀느니라.
006_0870_b_02L彌勒名稱者,
勤修如是行, 具六波羅蜜, 安住於十地。
부처님께서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보살은 이와 같은 교묘한 방편에 편히 머무르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쌓고 모았느니라. 아난아, 나는 옛날 도를 구할 때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쌓고 모았느니라. 왜냐 하면 오랜 옛적에 견일체의(見一切義)라는 태자가 있었는데 단정하고 훌륭하고 모든 상호를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보는 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느니라. 마침 동산에 노닐러 나왔다가 한 병든 사람이 몹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그에게 묻기를 ‘지금 당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분이 없겠습니까’라고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때 병든 사람은 곧 게송으로써 태자에게 말하였느니라.
내 약은 구하기가 어려워 세간에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국왕께서도 역시 구할 수 없거늘 하물며 병들어서 괴로워한 이겠습니까?
006_0870_b_12L我病藥難求, 世閒不可得, 國王亦無有,
何況病惱者。
모든 방법[論]을 다 통달하여 의약의 처방을 잘 말하는 이가 비록 치료하려고 해도 그 약은 얻기가 어렵습니다.
006_0870_b_14L通達於諸論, 善說醫方者,
雖欲爲療治, 其藥難可得。
그러자 그때 태자는 다시 게송으로써 병든 사람에게 말하였느니라.
006_0870_b_15L爾時太子復以偈頌告病人言:
금과 은과 마니주(摩尼珠)와 코끼리와 말에 이르기까지 구할 것이 있으면 모두 말하십시오. 당신의 근심과 괴로움을 없애주겠습니다.
006_0870_b_16L金銀摩尼珠, 乃至於象馬, 所求皆當說,
爲汝除憂惱。
그때 병든 사람은 다시 게송으로 태자에게 말하였느니라.
006_0870_b_18L爾時病人復以偈頌白太子言:
만일 태자님의 피를 마시게 되면 나는 반드시 안락함을 얻으리니 원컨대 기뻐하는 마음을 내시어 저에게 근심과 괴로움이 없게 하여 주십시오.
006_0870_b_19L若飮太子血, 我必得安樂, 願生歡喜心,
施我無憂惱。
그때 태자는 다시 게송으로 병든 사람에게 말하였느니라.
006_0870_b_21L爾時太子復以偈頌告病人言:
나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서 여러 겁 동안도 오히려 참을 수 있거늘 하물며 몸의 피 따위겠습니까?
006_0870_b_22L我爲諸衆生, 墜墮無閒獄, 多劫猶能忍,
何況於身血。
006_0870_c_02L 그때 태자는 곧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 몸을 찔러서 피를 내어 병든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대로 쓰게 하면서 한 생각조차도 후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느니라. 아난아,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의 태자 견일체의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네 개의 큰 바닷물은 오히려 측량할 수 있어도 내가 옛날 보살도를 행할 때에 몸을 버리면서 낸 피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아주 옛날에 묘화(妙花)라 하는 태자가 있었는데 단정하고 빼어나며 모든 모습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보는 이마다 모두 기뻐하였느니라. 마침 동산으로부터 나오다가 한 병든 사람이 몸이 바짝 마른 것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곧 그에게 물었다. ‘지금 당신의 병은 어떤 약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그때 그 병든 사람은 게송으로 태자에게 말하였느니라.
세상에 비록 용한 의사라 하더라도 나의 병을 고쳐 줄 약은 없습니다. 원컨대 사랑하며 가엾이 여기어 나의 근심과 괴로움을 없애 주소서.
006_0870_c_13L世雖有良醫, 無藥療我病, 唯願生慈愍,
爲我除憂惱。
그때 태자는 곧 게송으로 병든 사람에게 말하였느니라.
006_0870_c_15L爾時太子卽以偈頌告病人言:
나는 세간의 이익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베푸니 몸뚱이와 값진 보배라도 바라는 것이면 모두 말씀하십시오.
006_0870_c_16L我爲利世間, 一切咸施與, 身分及珍寶,
須者皆當說。
그때 병든 사람이 다시 게송으로 태자에게 말하였다.
006_0870_c_18L爾時病人復以偈頌白太子言:
비유하면 마치 큰 약왕(藥王)이 마음대로 많은 병을 고칠 수 있고 또한 마치 해와 달빛이 모든 세간을 널리 비추는 것 같습니다.
006_0870_c_19L譬如大藥王, 隨意療衆病, 亦如日月光,
普照諸世閒。
만일 몸에서 골수를 내시어 저의 몸에다 두루 발라 주시면 이 병은 이내 낫게 되어서 오래도록 안락을 얻게 될 것입니다.
006_0870_c_21L若能出身髓, 遍塗於我身,
是病乃消除, 長夜得安樂。
그때 태자는 다시 게송으로 병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006_0870_c_22L爾時太子復以偈頌告病人言:
설령 어떤 중생들이 나의 몸을 부수어서 골수를 낸다 해도 세간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근심하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습니다
006_0870_c_23L若有諸衆生, 碎我身出髓, 爲利於世閒,
心不生憂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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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태자는 곧 몸을 부수어 그 골수를 내어서 병든 사람에게 주어 마음껏 쓰게 하면서도 한 생각의 후회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느니라. 아난아,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의 그 묘화 태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사방의 큰 바닷물은 오히려 측량할 수 있어도 내가 옛날 보살도를 행할 때에 몸의 골수를 버린 것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아난아, 또 옛날 월광(月光)이라는 국왕이 있었는데 단정하고 훌륭하며 모든 모습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마다 기뻐하였느니라. 마침 동산으로부터 나오다가 가난하여 거지 생활을 하는 한 장님을 보고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곧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주리라. 음식이거나 의복이거나 꾸미개․살림․금․은․마니며 어떤 값진 보배이거나 간에 그대가 바라는 대로 나는 다 주겠도다.’ 그때 그 소경은 곧 게송으로 왕에게 아뢰었느니라.
대왕께서는 마치 해와 달의 광명이 세간을 두루 비추는 것과 같이 뛰어난 공덕을 두루 갖추셨으므로 오래지 않아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006_0871_a_14L大王猶日月, 光明照世閒, 具足勝功德,
不久生天上。
온갖 청정하고 미묘한 빛깔도 저는 지금 모두를 보지 못하오니 원컨대 왕께서는 자비를 일으키어 저에게 아끼는 눈을 보시하소서.
006_0871_a_16L一切淨妙色, 我今悉不見,
願王起慈悲, 施我所愛眼。
그때 대왕이 곧 게송으로 그 장님에게 말하였느니라.
006_0871_a_17L爾時大王卽以偈頌告盲人言:
그대는 빨리 와서 눈을 가져가라. 그대에게 안락을 얻게 하리라. 나는 장차 오는 세상에 부처님의 깨끗한 눈을 얻으려 하느니라.
006_0871_a_18L汝速來取眼, 令汝得安樂, 願我當來世,
得佛淸淨眼。
나는 보살도를 행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으니 만일 내가 그대에게 베풀지 않으면 이는 곧 본래의 서원을 어기는 것이니라.
006_0871_a_20L我行菩薩道, 一切皆當捨,
若我不施汝, 是則違本願。
006_0871_b_02L 그때 월광왕은 이내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 몸소 자기 눈을 도려 파서 그 장님에게 주어 마음대로 쓰도록 하면서도 한 생각의 후회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느니라. 아난아,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의 월광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오히려 수미산은 헤아릴 수 있어도 내가 옛날 보살도를 행할 때에 버린 아끼는 눈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아난아, 미륵보살은 옛날 보살도를 수행할 때 이렇게 서원하였느니라. ‘만일 중생들이 음행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얇아져서 열 가지 착한 법[十善]을 성취하면 저는 그 때에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겠나이다.’ 아난아, 장차 오는 세상에 모든 중생들이 음행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얇아져서 열 가지 착한 법을 성취하여야 미륵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그 보살이 본래 세운 서원의 힘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보살도를 행할 때에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저는 장차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탐내고 성내는 번뇌[垢]가 무거운 모든 악한 중생들이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스승과 어른을 존경하지 않으며 나아가 권속끼리 서로 화목하지도 않으면 저는 그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하소서.’ 아난아, 이러한 서원 때문에 내가 지금 들어가는 성이나 읍이나 마을에서 많은 중생들이 나를 헐뜯고 욕설을 퍼부으며 없다라는 생각[斷見]과 항상하다는 생각[常見]으로 대중을 불러모으고, 또 걸식을 하면 먼지를 뿌리고 여러 가지 독을 섞어서 나에게 먹이기도 하며 혹은 여인으로써 나를 비방하기도 하느니라. 아난아, 나는 오늘날 그 본래 세운 서원의 힘 때문에 그러한 악한 중생들을 위하여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그들에게 설법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