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6_1197_a_01L불설아사세왕녀아술달보살경(佛說阿闍貰王女阿術達菩薩經)
006_1197_a_01L佛說阿闍貰王女阿術達菩薩經


서진(西晋) 월지국(月氏國) 축법호(竺法護) 한역
홍승균 번역
006_1197_a_02L西晉月氏國三藏竺法護譯



이와 같이 들었다.
006_1197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의 기사굴산(耆闍崛山) 중에 대비구승 5백 인과 보살 8천 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은 한 분 한 분이 매우 존귀하였으며 모두 다린니법(陀憐尼法:다라니법)을 얻어서 들어 아는 것이 마치 큰 바다처럼 아무 걸림이 없었다.
006_1197_a_04L一時佛在羅閱祇耆闍崛山與摩訶比丘僧五百人菩薩八千——一一尊復尊悉得陁憐尼法在所聞如大海無所罣㝵
이들은 모두 5순(旬:五神通)을 얻어서 미묘한 구화구사라(漚和拘舍羅:方便勝智)와 총지공법장문(摠持空法藏門)에 깊이 들어갔다. 지의(志意)를 버리지 않고 수행에 색상(色想)이 없었으며 법행(法行)을 따라 귀의(歸依)함이 없었다. 또한 행(行)을 짓지 않고 경법(經法)을 설함에 있어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며, 모든 것을 위해 스스로 본법(本法)을 관(觀)하고, 인(忍)을 얻어서 10사(事)를 일상적으로 행하였다.
006_1197_a_07L悉得五旬深入微妙漚和拘舍羅摠持空法藏門捨志意行無色想從法行無所歸依亦不造行說經法無所著爲一切故自觀本法以得忍凡行十事
이때 수미산(須彌山)이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대수미산(大須彌山)이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수미산정(須彌山頂)이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사자(師子)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화가미(和呵未)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상거수(常擧手)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상하수(常下手)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상정진행(常精進行)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006_1197_a_11L是時有菩薩名須彌山復有菩薩名大須彌山復有菩薩名須彌山頂有菩薩名師子復有菩薩名和呵未復有菩薩名常擧手復有菩薩名常下手復有菩薩名常精進行
또 상환희(常歡喜)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상우념일체인(常憂念一切人)이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진보념(珍寶念)이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진보수(珍寶手)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보인수(寶印手)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집어(執御)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대어(大御)라는 보살이 있었고, 또 상지지성(常持至誠)이라는 보살이 있었으며, 또 미륵(彌勒)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006_1197_a_16L復有菩薩名常歡喜復有菩薩名常憂念一切人復有菩薩名珍寶念復有菩薩名珍寶手復有菩薩名寶印手復有菩薩名執御復有菩薩名大御復有菩薩名常持至誠復有菩薩名彌勒
006_1197_b_02L이와 같이 열일곱 명이었으며 발타화(陀和) 등 여덟 명은 모두 발타화와 같은 무리였으니, 발타화보살․보만(寶滿)보살․복일두(福日兜)보살․인제달(因提達)보살․화륜조(和倫調)보살․상념(常念)보살․염익어세간(念益於世間)보살․증익세간공덕(增益世間功德)보살 등 이와 같이 여덟 사람이었다.
006_1197_a_21L如是等十七人颰陁和等八人皆如颰陁和類颰陁和菩薩寶滿菩薩福日兜菩薩因提達菩薩和倫調菩薩常念菩薩念益於世閒菩薩增益世閒功德菩如是等八人
이때 부처님께서 8천 보살과 함께 나열기(羅閱祇)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계셨는데, 국왕과 대신들로부터 존경과 칭송과 준봉(遵奉)을 받았으며 이들은 마치 아버지․바라문․가라월(迦羅越:在家佛子)을 존중하듯이 하였다.
006_1197_b_07L爾時佛與八千菩薩俱在羅閱祇去城不遠爲國王大臣所敬偶所遵奉所稱譽視若如父婆羅門迦羅越所尊重
이때 부처님께서는 무수하게 모인 대중 속에서 경법(經法)을 설하셨는데, 그 말씀하신 바가 처음의 말씀도 좋았고 중간의 말씀도 좋았으며 나중의 말씀도 좋았다. 말씀하신 바는 모두가 열어 드러나지 않음이 없어서 처음과 중간과 나중의 말씀을 모두 분명하게 깨쳐서 모두 구족하여 첨오(沾汚)됨이 없이 무한히 정진하였다.
006_1197_b_11L爾時佛於無央數大衆中說經法——所說上語亦善中語亦善下語亦善——所說莫不開發下皆曉了具足無沾污精進無量
당시의 사리불(舍利弗)․마하목건련(摩訶目揵連)․마하가섭(摩訶迦葉)․수보리(須菩提)․빈누(邠耨)․나운(羅云)․여월(蠡越)․안파유(安波臾)․우바리(憂波離)․아난(阿難)이 그러하였으며, 또 이방(異方)에서 온 무리들과 대비구승을 헤아릴 수 없었다.
006_1197_b_14L於時舍利弗摩訶目揵連摩訶迦葉須菩提邠耨羅云蠡越安波臾憂波離阿難如是復異方不可計是輩大比丘僧不可
아침때가 되어서 의복을 정돈하고 발우를 들고 나열기의 큰 성안에 들어가서 분위(分衛:乞食)를 하였다. 이처럼 존귀한 비구들이 성중에 들어가서 거리를 따라 분위하신 다음, 왕이 있는 아사세궁(阿闍貰宮)으로 가니 궁인(宮人)과 관속(官屬)들이 모두 한 곳으로 나와서 묵묵히 걸식에 응하였다.
006_1197_b_18L平旦正衣服持鉢入羅閱大城分是尊比丘詣城中順街里行分衛次至王阿闍貰宮宮人官屬俱一處默然從乞丐
이때 아사세왕에게 딸이 있었는데, 아술달(阿術達)[중국말로 무수우(無愁憂)이다.]이라 이름하였다. 나이가 12세였는데, 단정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워서 그 미모가 제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전세에서 부처님께서 지으신 공덕으로 인해 철저히 수행해서 무수한 부처님들께 공양을 올렸다. 그러기에 무수우는 아뇩다라삼야삼보심(阿耨多羅三耶三菩心)으로 인해 꼼짝하지 않은 채 부왕(父王)의 정전(正殿)의 금상(金牀) 위에 앉아서 이 존귀한 비구를 보고 있었다.
006_1197_b_21L是時王阿闍貰有女名阿術達漢言無愁憂年十二端正好潔光色第一——於前世佛所作功德有神猛之行供養無央數佛於阿耨多羅三耶三菩心不轉——於父王正殿金牀上坐安無愁憂見此尊比丘不轉於父王正殿
006_1197_c_02L 지금 이렇게 비구들이 찾아왔는데도 꼼짝하지 않고 부왕의 정전에 앉아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맞이하지도 않으며 인사를 올리지도 않고 또한 앉으라고 청하지도 않으며 분위하지도 않았다. 여러 존귀한 비구들도 역시 가만히 이 딸아이를 보고 있었다.
006_1197_c_03L今來於坐不起不迎不爲作禮亦不請令坐亦不與分衛具尊比丘亦默然觀此女
아사세왕은 딸 무수우가 존귀한 비구에게 공경하여 예를 올리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녀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너는 모르느냐? 이 분은 달살아갈(怛薩阿竭) 아라하(阿羅呵) 삼야삼불(三耶三佛) 존비구(尊比丘)로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어 어떤 두려움도 없으신 분이다. 그 하시는 일이 수승(殊勝)한데 중담(重擔:煩惱)을 버렸기 때문이며, 생사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깊이 미묘한 이치에 드셨다.
006_1197_c_05L是王阿闍貰見女無愁憂不恭敬禮是尊比丘王顧謂女汝不知耶是怛薩阿竭阿羅三耶三佛尊比丘以得阿羅漢所復畏所作事勝以棄重擔生死以深入微妙
그래서 이 분에게 공양하는 자는 그 복을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이 분은 스승이 되고 아버지가 되어서 자비롭게 생각하여 복덕을 일으켜서 모든 자들에게 보시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이런 분을 보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묵묵히 보기만 하느냐? 너는 무슨 다른 이익이 있어서 이런 존귀한 분에게 인사를 올리지 않느냐?”
006_1197_c_10L其供養是者福不可量爲師爲父慈念興福施於一切汝見何故於坐不起默而視之汝有何異不禮此上尊
딸 무수우가 말하였다.
“왕께서는 일찍이 사자가 작은 짐승들을 위해 인사를 올리고 맞이하여 앉히는 것을 보셨습니까?”
“보지 못하였다.”
006_1197_c_13L女無愁憂白言王曾見師子當爲小小禽獸作禮逆坐王答女言不見
말이 다시 물었다.
“왕께서는 일찍이 차가월왕(遮迦越王:전륜성왕)이 작은 나라의 왕을 위해 일어나 맞이하여 예를 올리고 함께 앉았다는 말을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여러 하늘들을 위해 일어나 맞이하여 예를 올리는 것을 보셨으며, 범삼발(梵三鉢)이 여러 범(梵)들에게 예를 올리는 것을 보셨습니까?”
“보지 못하였다.”
006_1197_c_15L女復白王曾聞遮迦越王當爲小國王起迎逆作禮坐不釋提桓因寧爲諸天起迎逆作禮不梵三鉢寧禮諸梵不答言不見
딸이 다시 물었다.
“왕께서는 일찍이 큰 바다의 신[大海神]이 자질구레한 못이나 도량이나 샘물의 신을 위해 예를 차리는 것을 보셨으며, 수미산이 여러 작은 산들에게 예를 차리는 것을 보셨으며, 해와 달의 광명이 반딧불과 나란히 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006_1197_c_18L女復白王曾見大海神爲小小陂池溝渠泉流作禮不須彌山寧爲衆小山作禮不月之光明與螢火之明等不
006_1198_a_02L딸이 다시 말하였다.
“이와 같이 대왕께서 뜻을 발하시어 아뇩다라삼야삼보심을 구해서 모든 것을 제도하고자 하여 승나승녈(僧那僧涅)의 큰 갑옷을 입고 대비대애(大悲大哀)를 가지고 사자후(師子吼)를 한다면 무슨 두려움이 있겠으며, 비구로서 대비(大悲)․대자(大慈)․대애(大哀)함이 없이 사자후를 떠나 있다면 무슨 예를 차리고 기뻐할 것이 있겠습니까?
006_1197_c_22L女復言如是大王發意求阿耨多羅三耶三菩心欲度一切被僧那僧涅之大鎧持大悲大哀如師子吼云何當爲恐畏比丘而無大悲大慈大哀離師子吼中云何當禮信歡喜
왕께서는 일찍이 대법왕(大法王)이 경론(經論)의 가르침 일체를 설해서 아뇩다라삼야삼보심을 발하도록 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지혜가 적은 비구를 위해 공경하여 예를 올려야 합니까?”
006_1198_a_03L王曾見大法王轉經論教一切令發阿耨多羅三耶三菩心當爲是比丘少智者恭敬作禮不
딸이 임금에게 물었다.
“큰 바다의 물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고 잴 수도 없고 그 끝을 볼 수도 없습니다. 큰 지혜도 이와 같지만 오히려 샘에서 흘러나온 물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마치 소발자국만큼의 물로 스스로 만족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를 큰 바다에 비길 수 있겠습니까? 이는 바로 생사를 두려워하는 비구인 것입니다. 그 뜻이 멸도(滅度)에 있어서 아뇩다라삼야삼보심을 발한다면 어찌 맞이하는 예를 차려야 합니까?
006_1198_a_06L女白王如大海不可量不可度不可見邊際大智若此猶復受泉流如牛迹中水自謂以滿足寧可方之於大海是畏生死比丘志在滅度發阿耨多羅三藐三菩心寧當迎逆作禮不
왕께서는 일찍이 수미산의 최고봉과 같이 높은 큰 지혜를 보셨겠지만 달살아갈(怛薩阿竭:여래)의 법은 존웅(尊雄)이십니다. 그런데 어찌 지혜가 겨자씨만한 비구를 맞아서 예를 차리겠습니까?
006_1198_a_11L王曾見大智——如須彌山最尊高——怛薩阿竭法爲尊豈況智如芥子比丘迎逆作禮不
왕께서는 해와 달의 광명을 보셨겠지만 그 광명이 비치는 곳을 이루 계산하여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달살아갈의 법의 광명․지혜․공덕․명문(名聞)은 이것의 천억만 배가 됩니다. 마치 반딧불의 빛이 스스로 자신의 몸만을 비출 뿐 모든 사람에게 미치지 않듯이, 뜻이 작은 비구는 스스로 자신의 몸만을 제도하지만 큰 지혜의 법은 삼계를 비춥니다. 그런데 어찌 맞이하여 예를 차리겠습니까?”
006_1198_a_13L王寧見日月光其明所照不可計量怛薩阿竭法光明智慧功德名聞過是千億萬倍寧比螢火之明自照其不及一切人志小比丘自度其身大智之法明於三界寧迎逆作禮
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반니원(般泥洹:般涅槃)하신 뒤에도 오히려 이들 비구들을 위해서 예를 차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께서 지금 살아 계시면서 법칙(法則)이 되어 있으심이겠습니까? 왜냐하면 저들 비구에게 예를 하는 것은 이 법을 익히기 위함입니다. 삼야삼불(三耶三佛:正徧知)의 법을 가까이 할 일이며, 삼야삼보(三耶三菩:삼먁삼보리)의 행을 얻을 일입니다.”
006_1198_a_18L白王佛般泥洹後尚不爲是輩比丘作禮何況佛今現在而爲法則所以者何禮彼比丘爲習此法其親近三耶三佛法得三耶三菩行
왕은 딸에게 말하였다.
“무수우여, 너에게 저돌적인 마음이 있어서 대비구를 보고도 공경하게 맞아서 손님으로 모시지 않고 널리 온갖 비유를 인용하면서 식사 준비를 할 생각을 않는구나. 너는 무슨 뜻을 구하느냐?”
006_1198_a_22L王告女愁憂汝有觝突之心見是大比丘不恭敬迎逆以坐席爲賓主而廣引衆喩不念設飯食汝何志求
006_1198_b_02L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참으로 저돌적인 마음이 있으십니까?”
006_1198_b_02L女白王王寧有觝突之心耶
다시 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어째서 나라 안의 초라하고 미천한 거지들을 보고는 예를 차리지 않습니까?”
006_1198_b_03L女謂王言王何故見國中羸劣下賤乞丐者不爲作
왕이 딸에게 대답하였다.
“예를 차리지 않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王答女言不爾此非吾類
딸이 말하였다.
“이것 또한 그와 같습니다. 왕께서는 보살과 성문․벽지불이 같은 종류가 아니라는 생각을 일으키셔야 합니다.”
006_1198_b_05L女答王亦如是發意菩薩聲聞辟支佛非其類
왕이 딸에게 말하였다.
“나는 보살의 법을 듣고 행하여 모든 거칠고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부드럽고 약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낮추고 굴복한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이런 연하고 약한 마음이 없느냐?”
006_1198_b_07L王告女吾聞行菩薩法悉棄强瞋恚之心以調順軟弱爲一切人下屈汝豈無軟弱之心
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항상 독하고 악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살마하살이 자비로써 저들을 보호하여 온갖 독한 것들을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이들 대비구는 모든 번뇌[垢]를 제거하였으며, 이들 비구는 선이 늘어나지 않음을 보며 악이 줄어들지 않음을 보는 것입니다.”
006_1198_b_09L女白王言閒人愚癡常懷毒惡之心故菩薩摩訶薩以慈悲護彼人欲除衆毒故大比丘諸垢以除是輩比丘見善無所增見惡亦不減
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앞으로 시방세계의 부처님께서 설사 이들 비구들을 위해 심묘(深妙)한 법을 설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 정진을 증장(增長)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사의 길을 닫아서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비유컨대 이는 마치 병에다 물을 가득 담아서 밖에다 놓아둔 것과 같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더라도 병은 한 방울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빗방울 또한 병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는 병이 이미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006_1198_b_13L女白王當來十方佛設爲是比丘等說深妙之法不能復增精進所以者何用閉塞生死道譬以甁盛滿水置露地天雨甁中一渧不受渧亦不得入所以者何甁以滿故
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이들 비구들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만약 시방의 부처님께서 신족(神足)을 나타내어서 변화하여 경법(經法)을 설하시더라도 여래의 삼매[如來三昧]에 체득하여 도달할 수 없으며 공덕에 대하여 증익(增益)하는 바가 없습니다.”
006_1198_b_18L女白王是比丘等如是十方佛爲現神足變化說經法不能逮及如來三昧於功德無所增益
딸이 왕에게 말하였다.
“비유컨대 큰 바다의 물은 사방에서 흘러서 모두 바다로 들어오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바다는 광대해서 받아들임을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006_1198_b_20L白王譬如大海萬水四流皆歸于海所以者何其海廣長所受不可計量
006_1198_c_02L이와 같이 대왕이시여, 보살마하살이 경법을 설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소견을 가져서 그 요익(饒益)되는 바가 많으며, 마하연심(摩訶衍心)을 발하여서 받아들이는 바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이 받아들이는 그릇이 이루 계산할 수 없고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006_1198_b_22L如是大王菩薩摩訶薩說經法當作是見多所饒益發摩訶衍心多所容所以者何菩薩摩訶薩器所受不可計不可數不可量
이때 딸 무수우는 아사세왕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였다.
006_1198_c_03L是時女無愁憂爲王阿闍貰說偈言

무수우란 이름을 가졌으니
아사세왕의 딸입니다.
5백 명의 비구들이 찾아왔지만
나는 일어나 예를 갖추지 않았습니다.
006_1198_c_04L無愁憂以名得
爲王阿闍貰女
有五百比丘來
我不爲起作禮

이때 왕께서 꾸짖으시니
비구스님들께 공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복지(福地)인지 나는 모르니,
불자는 그런 것을 여의어야 합니다.
006_1198_c_06L應時爲王所呵
—不恭敬比丘僧
我不知是福地
佛子離彼中迹

그래서 무수우가 게송을 설하니
내가 설하는 지성스런 말을 들어보십시오.
비구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음은
인사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입니다.
006_1198_c_08L無憂愁誦偈言
聽我說至誠言
見比丘不爲起
意不生欲作禮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가
엽전 한 푼을 취하고 백 푼을 깨뜨립니다.
1백 푼 중에서 한 푼을 취함이
법해(法海)에 들어가서 이처럼 취함입니다.
006_1198_c_10L人欲乘舩入海
取一錢破百分
百分中取一分
入法海還爲取

누가 만일 임금께 구걸을 한다면
마치 날아다니는 차가월(遮迦越)처럼
구걸하는 자가 엽전 한 푼을 구하니
모자라기 때문에 왕을 따라 구걸함입니다.
006_1198_c_12L若有人從王乞
若飛行遮迦越
乞丐者求一錢
爲不足從王乞

지혜로운 자는 왕을 기쁘게 해서
천억의 보물을 왕에게 구걸하여
가난한 자들에게 보시하고 안온케 하겠다면
이러한 사람은 총명합니다.
006_1198_c_14L智慧者令王喜
從王乞千億寶
願施貧使安隱
如是人爲曉了

사람들이 시시한 보물을 구한다면
이러한 사람은 슬기롭지 못합니다.
성문의 법도 이와 같아서
바다에 들어가서 보물을 스스로 조금만 취합니다.
006_1198_c_16L譬如人求賤寶
如是人爲不黠
聲聞法亦如是
入海寶自取少

재물이 많은 부자들처럼
보살의 지혜가 귀중한 보배이니
원컨대 법왕(法王)께 공양하고자 하여
스스로 부처가 되어서 사람들을 제도해야 합니다.
006_1198_c_18L譬如人財爲富
菩薩黠爲珍寶
願供養於法王
自致佛度人民

마치 의원(醫員)이 자신만을 치료하면
모든 사람을 낫게 할 수 없으니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원이
곧 이름 있는 의사입니다.
006_1198_c_20L譬如醫自治身
不能愈一切人
若有醫多治人
是乃爲名醫師

마음을 발한 지혜로운 의사가
자기만 벗어나고 남들은 버리므로
영특한 자들은 존경하지 않으니
자기 몸만 고치는 의원과 같습니다.
006_1198_c_22L發意者智慧師
自脫身棄餘人
爲黠人所不敬
譬醫能自治身
006_1199_a_02L
영특한 의사가 처방을 알아서
무수한 사람들을 치료하므로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니
뜻을 발한 보살이 이와 같습니다.
006_1198_c_24L若黠師知藥名
便能治巨億人
爲天下人所敬
發意菩薩如是

마치 열매도 잎사귀도 없는 나무처럼
세상 사람에게 이익이 없으니
아라한도 이 나무와 같아서
이 세상에 이익됨이 없습니다.
006_1199_a_03L譬如樹無葉果
無益於世間人
阿羅漢如是樹
爲無益於世閒

마치 전단향 나무처럼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주니,
보살의 법도 이와 같아서
경법(經法)을 가지고 감로(甘露)를 엽니다.
006_1199_a_05L譬如樹栴檀香
有益於一切人
菩薩法亦如是
以經法開甘露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을 가지고
사람들의 번뇌[垢熱]를 씻을 수는 없지만
항하수[恒河]는 무수한 사람들을 깨끗이 하니
항하수가 흘러서 큰 바다를 채웁니다.
006_1199_a_07L不可以牛迹水
澡洗人除垢熱
恒水淨無數人
恒水流滿大海

성문의 법은 소 발자국의 물이어서
세간의 번뇌[熱]를 제거할 수 없지만
보살의 법은 항하수와 같아서
대천(大千)의 찰토(刹土)를 가득 채웁니다.
006_1199_a_09L聲聞法牛迹水
不能除世間熱
菩薩法如恒水
能飽滿大千剎

마치 때맞은 비가 보배이듯이
어리석은 자는 엽전 한 푼만 취하지만
지혜가 있어 더 많이 취한다면
가난한 자는 큰 부자가 될 것입니다.
006_1199_a_11L譬如時雨珍寶
愚於寶取一錢
若有黠益取多
能使貧至大富

불(佛)은 비유하면 진귀한 보석이 비내리는 것과 같고
성문의 법은 엽전 한 푼을 취함과 같습니다.
보살은 모아서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니
보살의 보시가 이와 같이 넓습니다.
006_1199_a_13L佛者譬雨珍寶
聲聞法取一錢
菩薩採飽滿人
菩薩施廣如此

누가 만일 수미산에 간다면
온 산이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겠지만
나머지 토석(土石)의 산들은
색깔을 황금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006_1199_a_15L如有人近須彌
皆隨山作金色
若其餘土石山
不能以色變形

보살의 법은 수미산과 같아서
보살의 은혜로 하늘에 태어날 것입니다.
생사의 고뇌를 여의지만
성문은 사람들을 제도하지 못합니다.
006_1199_a_17L菩薩法須彌山
菩薩恩生天上
得離生死苦惱
聲聞不能度人

풀잎의 이슬이 얼마 못 되기에
이슬이 오곡을 익히지는 못하지만
흠뻑 내리는 비는 윤택하고 풍부해서
곡식들을 길러서 풍년이 되게 합니다.
006_1199_a_19L暴露在草不多
露不能熟五穀
大雨水潤澤多
從潤澤得豐熟

성문의 법은 풀잎의 이슬이고
보살의 법은 큰 비와 같으니
대천세계에 모여든 자들을
법의 비를 내려서 모두를 적셔줍니다.
006_1199_a_21L聲聞法暴露草
菩薩法如大雨
大千中諸來者
法所雨潤一切

가수화(迦隨華)는 향기가 없어서
세상 사람들이 취하지 않지만
사이화(私夷華)는 사람들이 즐겨 취합니다.
우담발화(優曇鉢華)와 연화(蓮華)도 그러합니다.
006_1199_a_23L迦隨華無有香
爲世人所不取
私夷華人樂取
優曇鉢及蓮華
006_1199_b_02L
성문의 법은 가수화이어서
성문의 향기가 멀리 가지 못하지만
보살의 법은 사이화이기에
모든 사람들을 제도해서 니원(泥洹)에 이르게 합니다.
006_1199_b_02L聲聞法迦隨華
聲聞香聞不遠
菩薩法私夷華
度一切至泥洹

겁이 많은 사람은 빈 못을 걸어가니
그것이야 별로 어렵지 않지만
인간세상의 길은 크게 어려워서
모든 것을 가지고 생사를 도탈해야 합니다.
006_1199_b_04L如怯人行空澤
不足以爲大難
人中道爲大難
將一切度生死

성문의 법은 빈 못을 걸어가는 것이지만
보살의 법은 사람의 길이어서
미혹한 자들을 생사에서 제도하고
두려워하는 모든 자들을 인도합니다.
006_1199_b_06L聲聞法行空澤
菩薩法人道中
度生死迷亂者
導一切恐畏人

뗏목을 엮어서 건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뗏목을 타고서는 왕복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큰 배를 만들면
많은 사람들을 나를 수 있습니다.
006_1199_b_08L縛筏浮度不多
筏不能度往還
譬如人造大舩
度無數得往還

성문의 법은 뗏목과 같지만
보살의 법은 큰 배와 같으므로
7각(覺)을 가지고 모두를 건네주니
애욕(愛欲)을 벗어나서 큰 바다를 건넙니다.
006_1199_b_10L聲聞法如縛筏
菩薩法如大舩
持七覺度一切
脫愛欲過大海

갑옷을 입고 나귀를 타고는
대중들 속에 들어갈 수 없지만
갑옷을 입고 말[馬象]을 타고는
싸움에 나가서 원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
006_1199_b_12L若如被鎧乘驢
不可入大衆中
被鎧人乘馬象
行鬪戰得勝怨

성문의 법은 나귀를 탄 격이요
보살의 법은 말을 탄 격이니,
보리수 아래서 마관(魔官)을 항복시켜
하늘과 사람들을 구제합니다.
006_1199_b_14L聲聞法如乘驢
菩薩法乘馬象
坐樹下降魔官
救天上世閒人

허공에 별들이 가득하지만
별들은 한 밤을 밝히지 못합니다.
달이 홀로 나와서 크게 비추니
남녀가 쳐다보고 기뻐합니다.
006_1199_b_16L虛空中滿星宿
星宿衆夜不明
月獨出爲大明
男女見大歡喜

성문의 법은 별들과 같지만
보살의 법은 홀로 밝은 달과 같으니
보살의 은혜는 안온하게 만들어서
살운야(薩云若:一切智)를 모두에게 말하게 합니다.
006_1199_b_18L聲聞法如星宿
菩薩法月獨明
菩薩恩致安隱
皆令發薩云若

어두운 밤에 반딧불이 반짝여도
사람들은 이것을 밝다고 하지 않지만
해가 떠오르면 크게 밝아서
염부(閻浮)의 땅을 이롭게 합니다.
006_1199_b_20L夜之冥螢火明
人不以是爲明
日出光爲大明
有益於閻浮地

성문의 법은 반딧불과 같은데
보살의 지혜는 해와 달과 같으니,
생사의 바다에서 사람을 건네주고
모든 사람들을 밝아지게 합니다.
006_1199_b_22L聲聞法如螢火
菩薩慧如日
生死海行度人
悉現明一切人
006_1199_c_02L
이때 아사세왕은 딸 무수우가 이처럼 게송을 읊는 것을 듣고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006_1199_b_24L爾時王阿闍貰聞女無愁憂說是偈默然不識是何言
그런데 사리불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말이 매우 기이하다. 그 말이 거침이 없으니 지혜로운 자임에 틀림없다. 내가 시험하여 그의 지혜가 환희해서 인(忍)을 얻었는지 알아봐야겠다.’
006_1199_c_03L舍利弗心念是語甚可怪所說無罣㝵黠慧乃爾我欲試之知能歡喜而忍不
그러고는 사리불이 왕의 딸 무수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3승(乘)에서 어떤 것을 추구합니까?”
왕의 딸이 대답하였다.
“대비대자(大悲大慈)의 수레 타는 것을 구합니다.”
006_1199_c_05L舍利弗謂女無愁憂卿於三乘志欲何求女報言乘大悲大慈於所求
사리불이 말하였다.
“마하연삼발치(摩訶衍三拔致:大乘發越)를 구하고 싶습니까?”
왕의 딸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006_1199_c_07L舍利弗報言求摩訶衍三拔致耶女答言
사리불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구하고자 하여 사자후(師子吼)를 합니까?”
006_1199_c_08L舍利弗復問女行欲何求乃作師子吼
왕의 딸이 대답하였다.
“사리불이여, 그 구함은 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사자후를 하지 않습니다. 주지(住止)함이 없어야 능히 사자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대 사리불이여, 법을 가지고 취증(取證)하니 어찌 성문과 벽지불의 법이 있겠으며 마하연의 법이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모든 법의 형상은 없으며 하나일 뿐입니다. 공(空)하여 존재하지 않습니다.”
006_1199_c_09L答舍利弗於所求無所求有所求則不爲師子吼無所住止能作師子吼卿舍利弗以法取證寧有聲聞辟支佛法摩訶衍法不舍利弗答言法相一耳空無所有
왕의 딸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모든 법이 공한데 어떤 행법(行法)을 지어서 3승(乘)을 설정합니까?”
사리불이 왕의 딸에게 대답하였다.
“행하는 것이 없습니다.”
006_1199_c_14L女問舍利弗法空作何行法而設三乘舍利弗答女言無所行
사리불이 다시 왕의 딸에게 물었다.
“불법이 있음과 불법이 없음은 다름이 없습니까?”
왕의 딸이 존자 사리불에게 대답하였다.
“가까운 허공과 먼 허공은 다름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다름이 없습니다.”
006_1199_c_16L舍利弗復問女有佛法無有佛法有異無女答尊者舍利弗近空及遠空有異無舍利弗答言
왕의 딸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비유컨대 내공(內空)과 외공(外空)이 다름이 있습니까?”
“다름이 없습니다.”
006_1199_c_19L女問舍利弗譬內空外空有異無答言無異
“이와 같이 사리불이시여, 불법을 얻은 것과 아직 도법(道法)을 얻지 못한 것은 같아서 아무런 다름이 없습니다.”
006_1199_c_20L如是舍利弗得佛法未得道法適等無異
왕의 딸이 사리불을 위하여 갖가지로 공공(空空)의 법을 설하니 사리불이 말이 막혀서 이를 반박할 만한 다른 변재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006_1199_c_21L女爲舍利弗種種說空法舍利弗默然無異辯才折答此言
이때 존자 마하목건련이 왕의 딸 무수우에게 말하였다.
“여래를 보면 무엇이 다릅니까? 요컨대 성문이나 벽지불은 능히 이를 미치어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006_1199_c_23L爾時尊者摩訶目揵連謂女無愁憂見如來何異要言聲聞辟支佛所不能及知
006_1200_a_02L왕의 딸이 존자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삼천대천세계의 별들의 수를 능히 알겠습니까?”
목건련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내가 선정(禪定)삼매에 들어서 본제(本際)를 관해야 할 것입니다.”
006_1200_a_03L女報尊者目揵連能知三千大千世界星宿數不目揵連報女言我當禪定三昧觀本際
왕의 딸이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달살아갈은 일일이 삼매를 지녀 저 항하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사람들의 의념(意念)이 취향(趣向)하는 바를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하물며 저 별들의 수이겠습니까? 이 때문에 달살아갈이 모든 법에 대하여 이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문이나 벽지불이 능히 이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006_1200_a_05L女謂目揵連怛薩阿竭一一持三昧視見恒沙中數人民意念所趣向何況是星宿是故知怛薩阿竭於諸法而有持聲聞辟支佛所不及知
존자 목건련이여, 시방세계의 모든 불찰(佛刹)들 중에서 몇 개의 천지가 무너지고 몇 개의 천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십니까?”
“알지 못합니다.”
006_1200_a_09L尊者目揵寧知十方佛剎中幾何天地當敗幾何天地當合成答女言不知
왕의 딸이 다시 목건련에게 물었다.
“그러면 몇 분의 부처님께서 과거에 계셨고, 몇 분의 부처님께서 미래에 오실 것이며, 몇 분의 부처님께서 현재 계십니까?”
“알지 못합니다.”
006_1200_a_11L復問目揵連寧知幾佛以過去幾佛甫當來幾佛今見在答女言不知
왕의 딸이 다시 목건련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 세상에 탐욕스럽고 음란한 자는 몇 사람이나 되며, 성내고 미워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몇 사람이나 되며, 어리석고 미련한 자는 몇 사람이나 됩니까? 또 이 세 가지 일을 모두 행하는 자는 몇 사람이고, 이 세 가지 일을 행하지 않는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됩니까?”
“알지 못합니다.”
006_1200_a_13L復問目揵連世閒貪婬有幾人喜瞋恚有幾人愚癡者有幾人盡行三事有幾人不行三事有幾人答言不知
왕의 딸이 다시 존자 마하목건련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몇 사람이나 성문의 도를 구하며, 몇 사람이나 벽지불의 도를 구하며, 몇 사람이나 마하연(摩訶衍:대승)을 구합니까?”
“알지 못합니다.”
006_1200_a_16L女復問尊者摩訶目揵連世閒有幾人求聲聞道幾人求辟支佛道幾人求摩訶衍答女言不知
왕의 딸이 다시 마하목건련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몇 사람이 부처님의 도를 구하며, 몇 사람이 부처님의 도를 믿지 않습니까? 또 몇 사람이 아흔여섯 가지의 도를 믿고 몇 사람이 아흔여섯 가지 도를 믿지 않으며, 아무것도 믿지 않는 자들은 몇 사람이나 됩니까?”
“알지 못합니다.”
006_1200_a_19L女復問目揵世閒有幾人求佛道幾人不信佛幾人信九十六種道幾人不信九十六種道適無所信爲有幾人答言
왕의 딸이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달살아갈은 이런 것들을 모두 다 압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아시는 것이 헤아릴 수 없고 한량없습니다. 그러므로 성문이나 벽지불은 능히 이를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살아갈은 모든 법에 대하여 이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006_1200_a_23L女報目揵連怛薩阿竭悉知是事復過於此不可計無有限聲聞辟支佛所不能及知是故怛薩阿竭於諸法而有持
006_1200_b_02L존자 목건련이여, 달살아갈께서 신족제일(神足第一)이라 칭찬하셨는데 일찍이 건타하찰토(揵陀呵刹土;중국말로 향결국≺香絜國≻이다)에 이른 적이 있습니까? 이 찰토(刹土)에는 7보로 꾸민 나무들이 있으며 온갖 보물들로 나무를 삼고 전단(栴檀)으로 꽃과 향기를 삼고 있다고 합니다.”
006_1200_b_03L尊者目揵連爲怛薩阿竭所稱譽神足第一寧曾至揵陁呵剎漢言香潔國是剎中有樹以七寶而挍飾以衆寶爲樹栴檀爲華香
마하목건련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들어보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으며 이제야 비로소 듣는 것입니다. 이 찰토의 이름을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거니와 원컨대 이 찰토의 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의 명호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금 현재 경법(經法)을 설하고 계십니까?”
006_1200_b_06L訶目揵連報女言本所不聞本所不今乃聞是剎土名字未曾所見聞願聞是剎中怛薩阿竭阿羅訶三耶三佛名字今現在說經法不
왕의 딸이 대답하였다.
“이 찰토의 부처님께서는 향결방광명(香潔放光明)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이라 이름하는데, 지금 그곳에서 경법을 설하고 계십니다.”
006_1200_b_10L女報言彼剎佛名香潔放光明怛薩阿竭羅呵三耶三佛在彼剎說經法
그리고 왕의 딸 무수우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서응삼매(瑞應三昧)를 짓고, 보살이 처음으로 뜻을 발하여 아뇩다라삼야삼불을 구하는 것이 성문과 벽지불보다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향결방광명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서 광명을 드러내어 모든 성문들로 하여금 찰토를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나라의 전단향의 향기가 이쪽의 찰토에 풍겨오도록 서원하였다.
006_1200_b_12L女無愁憂於坐不起作瑞應三昧菩薩初發意求阿耨多羅三耶三佛過聲辟支佛上如我至心願我香潔放光明怛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現光明使諸聲聞見其剎土使國中栴檀香香聞是閒剎土
왕의 딸 무수우가 이 원을 세우자, 드디어 향결방광명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서 신상(身相)의 광명을 방출하여 이 찰토의 모든 성문들이 모두 저쪽 찰토의 향결방광명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서 대중들 속에서 보살들에게 경법을 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006_1200_b_18L女無愁憂立是於是香潔放光明怛薩阿竭阿羅三耶三佛尋時放身相光明是剎諸聲聞皆見彼剎土香潔放光明怛薩阿竭阿羅訶三耶三佛於大衆中菩薩說經法
006_1200_c_02L그리하여 모든 성문들이 각자 자기의 처소에서 저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법을 듣고 모두 부처님의 위신(威神)의 은혜를 입었다. 그리하여 저 향결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서 60가지의 소리로 법을 설하셨는데, 이것은 마치 왕의 딸 무수우가 설한 것과 다름이 없어서, 처음 뜻을 발하여 아뇩다라삼야삼보를 구하였으며, 이들 무리들은 성문과 벽지불의 경계를 지나갔다.
006_1200_b_23L諸聲聞自於其處所聞彼佛所說法——皆佛威神之恩彼香潔怛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持六十種音說——如女無愁憂所說無異——初發意求阿耨多羅三耶三菩是輩之人過聲聞辟支佛上
이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전단의 향기가 어느 찰토에서 풍겨오기에 여기에서도 이처럼 향기롭습니까?”
006_1200_c_06L說是時彌勒菩薩白佛言是栴檀香從何剎土來至是香乃如是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왕의 딸 무수우가 여러 대성문들과 함께 사자후를 하여 이와 같은 좋은 조짐이 있었으므로 저 향결방광명부처님의 찰토에 있는 전단의 향기를 드러내어 이곳 사하(沙呵:裟婆)의 찰토에 가득 채운 것이다.”
006_1200_c_08L佛語彌勒菩薩女無愁憂與諸大聲聞共師子吼有此善瑞現彼香潔放光明佛剎剎中栴檀香滿沙呵剎中
무수우 왕의 딸이 존자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보살이 공덕의 변화를 드러냄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 자그마한 도에 뜻을 둘 수 있겠습니까?”
006_1200_c_11L無愁憂女語尊者目揵菩薩現功德變化如是者有何當志於小道
왕의 딸이 다시 목건련에게 물었다.
“혹시 건타찰(揵陀刹)이 여기서 얼마나 먼 곳인지 아십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006_1200_c_13L女復問目揵連寧知揵陁剎去是遠近不目揵連答曰不知
왕의 딸이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목련같은 이는 지금 이 삼천대천의 찰토 중에 가득하다고 하겠으니 비유 컨대 마치 갈대․뽕나무․대나무․곡식들․초목들과 같습니다. 만약 목련으로 하여금 이들을 하나하나 세게 한다면 설사 한 겁의 세월이 지나더라도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불찰들이 있으며, 이러한 불찰들을 지나가면 드디어 향결방광명부처님께서 다스리는 세계가 있습니다.”
006_1200_c_14L謂目揵連如目連等滿是三千大千剎中譬如蘆葦干柘令目連其數如此時過一劫計彼佛剎無能計知其處乃過爾所佛剎乃可得香潔放光明佛所治
이때 향결방광명부처님께서 즉시 빛을 거두어서 본토로 돌아가셨다. 그러자 불찰이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목건련이 이와 같은 기이한 변화를 보고는 묵연(黙然)하여 아무 말이 없었다.
006_1200_c_19L爾時香潔放光明佛卽迴光還歸本土於是佛剎不復現目揵連見此變異默然無所言趣
존자 마하가섭이 왕의 딸 무수우에게 말하였다.
“혹시 전에 석가문(釋迦文)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보를 뵈었습니까? 부처님의 색신(色身)을 볼 수 있을 경우에 부처님께서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006_1200_c_21L尊者摩訶迦葉謂女無愁憂寧見前釋迦文怛薩阿竭阿羅呵三耶三菩不耶可得見佛色身使佛有所說云何

나의 모양[色]을 보는 자들이나
나의 말소리를 듣는 자들이
어리석어 믿지를 않으니
이런 자는 보지 못함이니라.
006_1200_c_24L見我色者
聞我聲者
愚癡不信
是人不見
006_1201_a_02L
법으로 부처님을 본다면
부처님은 법신(法身)이니라.
법이란 것은 깨치기 어려우니
이 때문에 볼 수 없느니라.
006_1201_a_02L以法見佛
佛者法身
法者難曉
以是叵見

이때 존자 마하가섭은 이런 생각을 했다.
“왕의 딸은 일찍이 석가문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을 뵈었습니까?”
006_1201_a_03L爾時尊者摩訶迦葉作是念女曾見釋迦文怛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
그러자 왕의 딸이 가섭에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을 뵈었습니다. 그러나 이 육안(肉眼)으로 본 것이 아니고, 그 색(色)으로 본 것이 아니며, 무색(無色)으로 본 것도 아니고, 역시 천안(天眼)으로 본 것도 아닙니다. 또한 감각[痛痒]․생각[思想]․생사의 식안[生死識眼]으로 본 것이 아니며, 지혜안(智慧眼)으로 본 것도 아니고, 상식(想識)으로 본 것도 아니고, 법안(法眼)으로 본 것도아니고, 역시 몸[身]으로 본 것도 아니고, 불안(佛眼)으로 본 것도 아니며, 명(命)으로 본 것도 아닙니다.
006_1201_a_06L女答迦葉言我見怛薩阿竭羅呵三耶三佛不持肉眼見不色見不無色見亦不持天眼見亦不持痛思想生死識眼見亦不智慧眼見亦不想識見亦不法眼見亦不身見亦不佛眼見亦不命見
마하가섭이여, 저는 달살아갈을 보았습니다. 이는 마치 존자 마하가섭이 대명(大明) 없이 세간의 삶을 즐기면서 스스로 자신이 있다고 연일각행(緣一覺行)을 하는 자들에게 도를 보도록 하고자 생각하신 것과 같습니다.”
006_1201_a_11L摩訶迦葉見怛薩阿竭——如尊者摩訶迦葉者——爲大明樂世閒生自謂有身緣一覺念欲見道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설사 이 법에 주인이 없더라도 어리석은 자는 삶[生]을 즐기면서 이것은 내 몸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모든 만물이 바로 내 것[我所]이라는 법상(法想)을 가집니다. 그리하여 극단[邊]에 치우쳐 있어 보지 못하니 무슨 방법으로 화생(化生)할 수 있겠습니까?”
006_1201_a_14L摩訶迦葉謂女設是法無有主愚癡者乃樂生自謂是我身一切萬物是我所有法想不於中邊得見從何而化生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모든 법은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법은 형상[形]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생(生)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006_1201_a_17L女謂摩訶迦葉法不可得見是故法無形如是不可得見如何生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불법 또한 공(空)하여 존재하지 않습니다.”
006_1201_a_19L摩訶迦葉謂女佛法亦無所有
왕의 딸이 다시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만일 위없이 바르고 참된 법[無上正眞法]을 보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대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006_1201_a_20L女復謂摩訶迦葉欲得見無上正眞法者當如法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나는 백의(白衣:俗人)의 법도 듣고 싶은데, 하물며 부처님의 도를 듣고 싶지 않겠습니까?”
006_1201_a_21L摩訶迦葉報白衣法我欲聞況佛道不欲聞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법이란 있음도 볼 수 없고, 없음도 볼 수 없습니다.”
006_1201_a_22L謂摩訶迦葉法不見有亦不見無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그것은 법이 없음입니다.”
006_1201_a_23L訶迦葉謂女是法無
006_1201_b_02L왕의 딸이 다시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모든 법이 공하여 형상이 없으므로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불신(佛身)의 모습을 보고자 할 경우, 스스로 깨끗하고 청정하게 수행해서 모든 청정함[淨]을 본다면 드디어 순숙(純熟)하게 될 것입니다.”
006_1201_a_24L女復謂摩訶迦諸法皆空無有形不可從諦得見若善男子善女人欲見佛身相自淨其行於行淸淨得見諸淨是則純熟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일러 스스로 청정하게 수행하여 순숙하였다고 합니까?”
006_1201_b_04L摩訶迦葉謂女云何自淨其行純熟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능히 스스로 신공(身空)을 관하는 자는 빠짐없이 모든 법공(法空)에 들며 모든 법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청정함을 스스로 보는 것입니다.”
006_1201_b_06L女謂摩訶迦葉能自觀身空者悉入諸法空諸法亦不減亦不增是爲自見諸淨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일러 신공이라 합니까?”
왕의 딸이 말하였다.
“공이라는 것도 다한 공이며 이것이 몸이 공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모든 법의 공함이 역시 이와 같습니다.”
006_1201_b_08L摩訶迦葉謂女何等謂身女報空盡空是是身爲空諸法空亦如是
마하가섭이 다시 왕의 딸 무수우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이 법을 듣고 진실하게 믿게 되었습니까? 부처님에게는 두 가지의 인연이 있어서 이를 믿게 되는데, 남들의 선행(善行)을 듣는 것과 스스로 수행을 염하는 것입니다.”
006_1201_b_10L摩訶迦葉復問女無愁憂何聞是法乃能信諦佛有二事因緣得信聞他人善自念其行
왕의 딸이 가섭에게 말하였다.
“남들의 지혜로운 말을 들을 수 있으며 그리하여 스스로 자신을 살펴보아서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자신의 지혜를 가지고 다시 모든 지혜를 본다면 밝음[明]을 스승으로 삼습니다.”
006_1201_b_12L女報迦葉他人智說可聞爾乃自觀身造行報摩訶迦葉若自智慧復觀一切智以明爲師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일러 스스로 자신을 알아서 선(善)을 행한다 합니까?”
왕의 딸이 대답하였다.
“법을 듣고 선을 보는 것입니다. 몸소 선을 실천하는데 선을 보아서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006_1201_b_15L摩訶迦葉報女云何自知身行善女答言聞法觀善身行善則見善造行
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스스로 자신을 보아서 선을 행한다고 합니까?”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보살의 법은 모든 천하의 사람들과 함께 서로 적합[合適]하여 소원(疏遠)하지 않은데, 이것이 곧 보살이 몸소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006_1201_b_17L摩訶迦葉報女云何菩薩自觀身行善女答摩訶迦葉菩薩法與一切天下人共合適不疏遠是則菩薩身行善
왕의 딸이 다시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미래의 법․과거의 법․현재의 법이 뜻에 늘어남과 줄어듦이 없는 것이 보살의 법을 행하는 것입니다.”
006_1201_b_20L女復報摩訶迦葉當來過去法今現在法意無增減是爲行菩薩法
006_1201_c_02L마하가섭이 왕의 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일러 법이 늘어남도 없고 줄어듦도 없음을 본다고 합니까?”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두 가지가 있는데, 유법(有法)과 무법(無法)입니다.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 스스로 신의(身意)의 행을 보는 것이며, 신의의 행을 보면 보고 알고 하는 것이 없게 됩니다. 마하가섭이여, 스스로 자신을 보십시오.”
006_1201_b_22L摩訶迦葉問女云何見法無所增無所減女報摩訶迦葉有二有法無法不增不減作是念是爲自見身意行見身意行則爲無所見摩訶迦葉自見其身
가섭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을 일러 스스로 자신을 본다고 합니까?”
왕의 딸이 말하였다.
“마하가섭처럼 스스로 자신을 헤아리면 모든 사람들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마하가섭이 대답하였다.
“나는 보는 바가 없습니다.”
006_1201_c_03L迦葉謂女何自見其身女報言如摩訶迦葉度身不見一切人摩訶迦葉答言無所見
왕의 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모든 법은 버리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습니다.”
마하가섭이 입을 다물며 더 이상 대답을 못했다.
006_1201_c_06L女報摩訶迦葉諸法適無所亦無所著摩訶迦葉默然無以加報
이때 존자 수보리(須菩提)가 이 말을 듣고 너무 어렵다고 여기면서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고 왕의 딸 무수우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큰 이익[大利]을 얻어서 이처럼 변설(辯說)을 합니까?”
006_1201_c_07L爾時尊者須菩提聞是語——爲甚難難——大歡喜問女無愁憂從何得大利乃有此辯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이익을 얻은 것도 없으며 이익을 얻지 않음도 없습니다. 지혜도 법을 보지 못하고 법도 지혜를 보지 못합니다. 또한 안으로 관하지도 않고, 밖으로 관하지도 않는데 이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법이 있다고 말하면 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존자 수보리가 제일 즐거워하는[第一樂] 공한처(空閑處)와 같은 것입니다. 법이 처소가 있고 교설이 있다고 하면 지혜가 있게 되는데, 지혜는 있는 것이 아니며, 지혜는 설하는 것이 없습니다.”
006_1201_c_10L女報須菩提亦無得利無不得利慧亦不見法法亦不見慧亦不內觀亦不外觀是則慧所以者須菩提言有法者則非法尊者須菩提第一樂空閑處法爲有處爲有慧無有慧慧無所說
수보리가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공한처를 가지지 않고 법이 있는 곳에서 지혜를 얻는다고 하면 이러한 법견(法見)은 설할 수 없는 것이며 발출(發出)할 수 없는 것입니다.”
006_1201_c_15L須菩提報女言不持空閑處有法處得慧法見不是可說不可出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모든 법이 다 이와 같습니다. 볼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취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큰 이익을 얻어서 지혜가 있다고 합니까?”
006_1201_c_17L女報須菩提一切法悉如是無從見無從取云何得大利而有慧
수보리가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설사 공하여서 지혜가 없다 하더라도 무슨 근거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006_1201_c_19L須菩提報女言設空無有慧何從有是語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혹시 산골짜기에서 크게 소리를 질러서 그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까? 모든 법이 다 이와 같아서 믿음은 말로 할 수 없으며, 믿음은 이 메아리인 것입니다. 지혜가 있느니 없느니 하지만 본래 지혜라는 것이 없으며, 이것은 메아리가 소리를 따라서 합성(合成)된 것입니다.”
006_1201_c_20L女問須菩提聞山中大呼有響聲來應不一切法悉如是信不言信是響有慧無慧無慧是響因聲而合成
006_1202_a_02L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이처럼 메아리가 생길 경우 메아리에 어떤 형상이 있습니까?”
왕의 딸에게 대답하였다.
“메아리는 형상이 없고 허공을 인하여 생긴 이름입니다. 따라서 모든 법도 이 메아리와 같아서 공을 인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006_1201_c_23L女問須菩提是響出爲有響像無報女言響無形響因空而有名一切法如響因空而出生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모든 법이 법이라고 설하는 것은 공을 따라 생긴 것입니다.”
006_1202_a_04L女報須菩提一切法法所說從空生
수보리가 왕의 딸에게 물었다.
“만약 모든 법이 공을 따라 생기는 것이라면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올 부처님이 저 항하의 모래알 수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006_1202_a_05L須菩提問女言若一切法從空生何以故佛說世閒當來佛如恒沙數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법이 생기는 곳을 알고 싶습니까?”
대답하였다.
“알고 싶습니다.”
006_1202_a_07L女報須菩提欲得知法所生處答言欲知
“생기는 곳에는 생김이 없으니 생김이 없는 것이 바로 생기는 곳입니다. 수보리여, 항하의 모래알 수만큼의 여래들께서 어디로 가는지 볼 수 없으며, 또한 이르는 곳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처가 된 자는 어떤 법도 따르지 않으며 뜻을 발하여도 또한 뜻을 그치지 않습니다.”
006_1202_a_08L所生處無所生無所生是生處須菩提恒沙等不見從如來亦無所至所以作佛者何法不從發意亦不止意
수보리가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이 설이 제일이니 생기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006_1202_a_11L須菩提報女言是說爲第一未生未起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설한 것은 모두가 제일입니다. 가령 설하든 설하지 않든 간에 역시 제일입니다. 모든 것이 생기는 것이 없으니 설할 수 없으며, 설할 수 없어도 불법(佛法)을 여의는 것이 아닙니다.”
006_1202_a_12L女報須菩提所說皆第一若說若不說亦第一一切無所生不可說不可說不離佛
수보리가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집에 있으면서 도를 닦아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온갖 종요(宗要)를 널리 보아서 미묘한 이치에 깊이 들어갔습니다.”
006_1202_a_14L法須菩提報女言甚難居家爲道乃有此辯博覽衆要深入微妙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보살이여, 거가(居家)도 없고 출가(出家)도 없으며, 사문(沙門)도 없고 사문 아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심의(心意)를 가지고 행(行)을 삼으며, 그 행은 지혜로서 최상을 삼고 총명[黠]으로 선(善)을 삼기 때문입니다.”
006_1202_a_16L女報須菩提薩亦無居家亦無出家亦無沙門無不沙門所以者何以心意爲行者以智爲上以黠爲善
수보리가 물었다.
“보살은 몇 곳에나 머뭅니까? 이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006_1202_a_19L須菩提問薩有幾處止願聞其說
왕의 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지녀서 머뭅니다. 그러므로 머무는 곳에 바로 머묾이 있으므로 어디에나 머물지 않음이 없는 것으로 성문(聲聞) 중에서 제일입니다.
006_1202_a_20L女報須菩提菩薩持八法住是故止處在所止所不止聲聞中第一
어떤 것들이 여덟 가지의 법인가? 보살에 머물러서 항상 선의(善意)를 행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구하고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006_1202_a_22L何等爲八法菩薩常行善意至心求佛無轉誨
006_1202_b_02L첫째는 큰 자비로써 천상과 천하의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애(大哀)를 버리지 않고 세간의 법을 여의어서 신명(身命)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구화구사라(漚惒拘舍羅:方便勝智)의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행하여 모두 뜻을 발해 부처님을 구하도록 하는 것이며, 넷째는 언제나 용맹을 행하고 견문(見聞)을 싫어함 없이 모든 법을 구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보살의 행처(行處)를 모두 아는 것이며, 여섯째는 모든 사람들의 뜻을 구제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그 지혜를 남들로부터 받지 않고 모든 법을 스스로 증명하여 득인(得忍)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이대로 하는 것입니다.
006_1202_a_23L以大慈救護天上天下人不捨大離世閒法於身命無所著行漚和拘舍羅不可計智皆發意求佛常行勇猛不厭見聞求諸法悉知菩薩行處悉救一切人意其智不從他人受一切法自證得忍
수보리여,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법을 가지고 그 머문 곳에서 이를 행하면 나한과 벽지불보다 낫게 될 것입니다.”
006_1202_b_06L須菩提持是八法行在所止處過諸羅漢辟支佛上
드디어 수보리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이때 존자 나운(羅云)이 무수우 왕의 딸에게 물었다.
“이처럼 이해하여 모든 종요(宗要)와 총지지혜를 깨달아 알면서도 어째서 금상(金狀)에 앉아서 스스로를 더럽히고, 겸손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습니까? 그리고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아서 대비구들과 더불어 경법(經法)을 논란(論難)합니까?
내가 일찍이 부처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람이 질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높은 자리에 앉거나 자리에 누워서 경법을 설하고 듣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於是須菩提默然
왕의 딸이 존자 나운에게 말하였다.
“세간에서 어떤 것을 청정하다 하고, 어떤 것을 부정(不淨)하다고 하는지 아십니까?”
나운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세간에서는 계율(戒律)을 지키고 이를 믿고 받아들여 범하지 않는 것이 청정한 것이고, 만일 이를 범한다면 부정한 것입니다.”
006_1202_b_08L爾時尊者羅云問無愁憂女乃作是曉了衆要摠持智慧何故自坐金穢濁無謙卑恭敬之心自處高牀與大比丘難說經法吾曾聞佛說無疾病不得處高牀及臥聽而說經
왕의 딸이 나운에게 말하였다.
“그만 하십시오. 이는 아직 분명히 깨치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운이여, 계율을 지니어 믿고 받아들여서 이를 범하지 않으면 이는 곧 부정한 것이요, 계율을 범하면 청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청정한 지혜에 의하지 않기 때문에 청정과 부정이 있는 것으로서 본래 무정(無淨)과 부정(不淨)이란 없는 것입니다.
006_1202_b_14L女報尊者羅云寧知世閒以何爲何等不淨羅云報女言世閒有持戒信受不犯者是則爲淨若有犯者則爲不淨
모든 아라한의 소견은 이와 같습니다. 계율을 범하는 자가 청정합니다. 왜냐하면 나운이여, 계율을 여의어서 다시는 배우는 일이 없어야만 무극(無極)의 지혜에 이를 수 있으며, 멀리 악도(惡道)를 여의어서 이 세간을 지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계율을 여읜다고 하는 것입니다.”
006_1202_b_17L女報羅云且止未曉未了所以者何羅云持戒信受不犯者是則不淨其犯戒者是爲淨所以者何不倚淨慧則有淨不淨本無無淨
006_1202_c_02L나운이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사람이 원(願)을 세운 경우와 세우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있습니까?”
왕의 딸이 말하였다.
“존자 나운이여, 비유하면 만약 자마황금(紫磨黃金)을 가지고 구슬고리나 구슬사슬 등 갖가지 물건들을 만든다고 할 때, 만든 뒤와 만들기 전에 색깔의 차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차이가 없습니다.”
006_1202_b_21L諸阿羅漢所見如是其犯戒者爲所以者何羅云以離於戒不復學可至無極慧遠離惡道過於世閒故謂爲離戒
“그렇습니다. 나운이여,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의심하여 높은 자리에 앉아서 공경하고 겸손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였습니까? 고(苦)란 마음의 수행[意行]이 근본입니다. 나운이여, 옛날에 보살은 땅 위에 풀깔개를 깔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성문(聲聞)의 자리와 범천(梵天)의 자리를 지나가 앉았습니다.”
006_1202_b_24L羅云報女其人立願立願有異無女報言尊者羅云譬如紫磨黃金持作衆物——珠環瓔鎖——已作未作前色後色有異無報言無異
나운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을 일러 성문의 자리와 범천의 자리를 지나가 앉는다고 합니까?”
006_1202_c_04L羅云何故嫌處高牀不恭敬謙意行是本羅云昔菩薩以草蓐於地爲坐過於聲聞坐梵天坐
“인자(仁者) 나운이여, 보살이 보리수 밑에서 풀을 깔고 앉았을 때, 삼천세계 찰토(刹土)의 제석․범천․사천왕과 세간(世間)들로부터 위로 33천(天)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큰 귀신들이 모두 찾아와 문안하였으며, 보살들이 이 보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기도 하고, 꿇어앉아 절을 올리기도 하고, 겸손하게 예를 다하기도 하고, 합장하는 자도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운이여.”
006_1202_c_07L羅云復云何坐得過聲聞坐於梵天
나운이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006_1202_c_08L仁者羅云菩薩於樹下以草爲坐三千世界剎土釋梵四天王及世閒上至三十三天其中人民大鬼神皆來問訊菩薩中有頭面禮菩薩足者有跪拜有揖讓者中有叉手者爲爾不
“나운이여, 보살이 처하는 마음가짐[意]의 높고 낮음이란 그 앉는 자리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문의 자리와 범천의 자리를 지나는 것입니다.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합니다.”
羅云答言有是有是
이때 아사세왕이 딸 무수우에게 말하였다.
“너는 모르느냐? 존자 나운께서는 바로 자기월왕의 종성 중에서 제일 존귀하신 분으로서 도덕을 믿고 실천하여 어릴 때에 벌써 집을 버리고 나와서 사문의 생활을 하신 분이다. 그리하여 자가월 나라를 버렸으며 이 분은 부처님 석가문(釋迦文)의 아들 중에서도 지계(持戒)가 제일이신 분이시다. 그런데도 너는 어찌 도리어 가벼이 여기면서 공경하지 않는단 말이냐?”
006_1202_c_14L羅云當知薩處意高下非謂牀坐是故過聲聞梵天當作是知
딸이 왕에게 여쭈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신단(神丹)의 진주(眞珠)를 어찌 수정(水精)에 비교하겠습니까? 왕께서는 일찍이 사자가 여우 새끼를 낳는 것을 보셨습니까? 그리고 자가월왕의 아들이 어찌 작은 나라의 왕이 될 수 있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될 수 없다.”
006_1202_c_16L爾時王阿闍貰告女無愁憂汝不知耶尊者羅云是遮迦越王種尊第一信用道德故少小棄家行作沙門棄遮迦越國是佛釋迦文子持戒第一汝云何反輕戲不以禮敬
006_1203_a_02L딸이 다시 왕에게 말씀드렸다.
“이런 인연을 아신다면 저 나운이 달살아갈을 따르지 않고 부모의 포태(胞胎)를 통해 태어나게 된 것을 아실 것입니다. 달살아갈은 사자행(師子行)을 통해 96가지의 도(道)를 모두 항복받았으며, 그 신통한 지혜를 빠짐없이 구족하여 크게 성스럽고 용맹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법을 모조리 깨달아 알며, 아무런 걸림이 없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평등하게 이해하고, 미래․과거․현재를 모두 깨달아 아십니다.
006_1202_c_21L女白王莫說是語寧可以神丹之珠比之於水精王曾見師子當生蟲狐遮迦王子豈當爲小國王不爾
그리고 그 분은 큰 의왕(醫王)이 되어서 사람들의 고통을 치료하며, 항상 모든 자들을 권조(勸助)하여 법륜(法輪)을 굴리십니다. 그래서 사리불․마하목건련․마하가섭․수보리․여월(蠡越)․나운․아난 같은 이들이 모두 그 법을 듣고 받들어 행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부처님의 아들은 아닙니다.”
006_1202_c_24L女復白王當知是因緣彼羅云不從怛薩阿竭爲父母胞胎生薩阿竭師子行皆降伏九十六種道神通之智悉具足爲大聖猛一切諸法悉了知無所罣㝵等知一切人心所念知當來過去今在悉曉知
이때 여러 존귀한 성문들이 대중들 속에 있었으므로 왕의 딸은 이들을 위해 경법을 설하였다.
006_1203_a_06L爲大醫王療人苦痛常勸助一切轉法輪舍利弗摩訶目揵連摩訶迦葉須菩蠡越羅云阿難如是輩聞法皆奉猶非是佛之子
딸이 왕에게 말씀드렸다.
“과거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제화갈라(提和竭羅:燃燈佛)라 이름하였습니다. 이때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수라타(須羅陀)[중국말로 선결변(鮮絜辯)이다.]라 이름하였으며, 또 비다위(鞞多衛) 제화갈라달살아갈아라는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이때 다섯 송이의 꽃을 사서 부처님 위에 뿌렸습니다.
006_1203_a_10L爾時諸尊聲聞在大衆中女爲說經法
그런데 이때 꽃 파는 소녀가 마음의 원[心願]을 발하여 세세생생 그와 부부가 되어서 부처님의 경지를 얻는 데까지 이르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발심해서 마하연을 구하였는데, 이때 과거 아승기겁에서 공덕을 지어서 세세생생 서로 따르면서 모든 하열(下劣)한 자들을 구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부처님을 따라서 원을 구하였으며, 부처님을 따라서 원을 구함도 끝내 공하여 없는 것입니다.
006_1203_a_11L女白王過去阿僧祇劫有佛名提和竭羅時婆羅門女字須羅陁漢言鮮絜辯復有婆羅門子字鞞多衛提和竭羅怛薩阿竭持華五莖散佛上
그리고 구이(俱夷)라는 석가 종족[釋種]의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발하는 것을 크게 즐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구화구사라의 행으로 모든 보살들에게 권하여 처자․남녀․노비․상마(象馬)․금은․보물․마니주 등을 두는 것을 나타내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96가지의 도(道)를 모두 보호하여 보살을 비방하지 말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006_1203_a_15L時賣華女發心願欲世世爲夫婦乃至于得佛復發心求摩訶衍乃爾時過去阿僧祇劫作功德發願世世相隨欲救諸下劣是故從佛求願從佛求願終無有空
006_1203_b_02L그런데 만일 ‘남자인 왕이 황문(黃門)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세상에 무슨 특별한 것이 있어서 이를 참으면서 고생한단 말인가?’ 하고 생각한다면 마땅히 니리(泥犁:地獄) 속에 떨어져서 밤낮으로 받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보살이 제화갈라달살아갈아라하삼먁삼불을 따른 이래로 보살이 수기[別]를 받아서 색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006_1203_a_19L俱夷者釋種女大樂發阿耨多羅三藐三菩心漚和拘舍羅行勸一切菩示現有妻子男女奴婢珍寶摩尼珠所以者何護九十六種不欲使誹謗菩薩
딸이 왕에게 말씀드렸다.
“그래서 이때 바라문의 아들 비다위가 제화갈라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을 따라서 지혜를 얻어 6만의 삼매문(三昧門)을 밝혀 항하의 모래알만큼의 다함없는 밝은 다련니(陀憐尼) 법을 체득했습니다.
006_1203_a_24L非男子王爲生黃門世有何特而言忍勤苦設作是當墮泥犂中晝夜苦痛不可言薩乃從提和竭羅怛薩阿竭阿羅呵三藐三佛以來菩薩受別無有色思
이처럼 이 수기를 받을 때 종전의 소원이나 소위(所爲)는 다하여 모두 내버리고 인(忍)을 얻어서 말하기를, ‘나운(羅云)은 부처님의 아들로서 부모의 태중에서 태어난 자이다. 이는 여래를 헐뜯는 보살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처자(妻子)와 국성(國城)에 대하여 그 색을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보살은 애욕을 여의고 이러한 세간의 법에 더럽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006_1203_b_06L女白王爾時婆羅門子鞞多衛提和竭羅怛薩阿竭阿羅訶三耶三佛得慧明六萬三昧門逮得無盡恒沙數陁憐尼法
딸이 왕에게 말씀드렸다.
“큰 바다에서 불을 구하는 것은 오히려 가능하지만 보살에게서 탐욕․음란․진에(瞋恚)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왕께서는 이 법을 아셔야 합니다. 존자 나운은 화생(化生)하였으며 부모의 태중에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그 화현(化現)은 모두 부처님의 위신(威神)입니다.
006_1203_b_09L受是別時前所願所爲盡悉棄除從得忍有言羅云是佛之子從父母胞胎中生者是爲謗如來菩薩於妻子國城不以樂色故菩薩離愛欲於世閒法無所沾污
보살은 습속을 따라 교화하는데, 모든 어리석은 마음들을 잘 조절하고 보호하여[調護] 마치 환영[幻] 같은 모양을 나타내며, 모든 행위는 항상 삼매(三昧)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현재 어린아이거나, 속인이거나, 거사이거나, 보살이거나, 성문이거나, 천상(天上)의 사람이거나, 인비인(人非人) 등을 막론하고, 존귀하거나 비열하거나, 어른이거나 아이거나, 하천(下賤)하거나 기악(伎樂)이거나 궁녀거나 간에 주식(酒食)을 주어서 그들이 건너고자 하는 바에 따라서 가서 살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나타나 보이는 곳이 셀 수도 없으며 계산할 수도 없습니다.
006_1203_b_13L白王大海中求火尚可得菩薩貪婬恚不可得王當知是法尊者羅云爲化生不從父母胞胎生所化現皆佛威神
006_1203_c_02L모인 무리들 가운데에 마음을 발하는 자 중에서 누가 바로 달살아갈 종성(種姓)의 진정한 아들이겠습니까? 바른 소견을 평등하게 알아서 삼보(三寶)를 끊지 않으며, 7각의(覺意:七覺支)를 옹호하여 그 즐거운 바를 따라서 교화하는 자들이 진정한 부처님의 아들입니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부처님을 위하여 그 참된 아들이 되고자 한다면 마땅히 아뇩다라삼야삼보심을 발하여야 할 것입니다.”
006_1203_b_17L菩薩隨習俗而教化護一切癡意如幻現形一切所作常不離三自現在小兒中現白衣居士中菩薩聲聞中天上人中人非人等長幼下賤伎樂宮女酒食隨所欲度而往生如是所示現處不可計可數
이와 같이 말할 때 왕의 후궁(後宮)에 있는 여자들 스물다섯 명이 모두 아뇩다라삼야삼보심을 발하였다.
006_1203_b_23L衆會中有發心念誰爲適是怛薩阿竭種姓眞子者等知正見不斷三寶護七覺意隨所樂而化是曹之人眞佛之子若善男子善女人欲爲佛作眞子當發阿耨多羅三耶三菩
이때 천 명의 천자들이 왕의 딸 무수우가 사자후하는 것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야삼보심을 발하여 동시에 소리를 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미래의 부처님과 과거의 부처님의 상자(上子)이다.”
이렇게 발심하고 나자 하늘의 꽃이 비 내리듯 하며 나열기의 큰 성을 두루 덮어서 왕의 딸 무수우에게 공양하였다.
006_1203_c_04L說是語時王後宮列女二十五人皆發阿耨多羅三耶三菩心
이때 무수우는 금상(金狀)에서 내려와서 여러 존귀한 성문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리고 왕의 딸 무수우가 여러 존귀한 성문들에게 물었다.
“분위(分衛:걸식)의 법을 아십니까?”
006_1203_c_05L時千天子聞女無愁憂師子吼皆發阿耨多羅三耶三菩心同時發聲言我是當來佛過去佛之上子發心已雨於天華遍覆羅閱祇大城中以供養女無愁憂
여러 존귀한 성문들이 왕의 딸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안다고 하였는데 무엇을 안단 말입니까?”
006_1203_c_10L時無愁憂於金牀下前趣諸尊聲聞無愁憂女問諸尊聲聞爲曉分衛法不
대답하였다.
“몸에 4신(神)이 있는데 인연을 따라서 생깁니다. 그런데 언제나 이를 가리어 덮어서 순화(順化)하는데 이것이 무너질까 두려워서입니다. 그래서 밥을 먹는 것이며, 이 몸이 밥을 먹음으로써 존립하며, 밥을 먹지 않으면 편안할 수 없습니다. 이 몸은 마치 망가진 수레와 같아서 바퀴통에 기름을 쳐야만 편안하게 굴러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끼니때가 되면 먹을 것을 먹어서 몸을 지탱하고자 하여 자존심을 접어두고 걸식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색상(色相)을 위해서 하거나 탐욕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도리어 탐심을 깨뜨리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006_1203_c_12L諸尊聲聞答女言以曉云何
왕의 딸 무수우는 여러 존귀한 성문들이 각각 이에 대해 설하는 것을 들었습니다만, 말을 들어도 기쁘지도 않고 걱정스럽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이 몸은 그 재난 때문에 이처럼 고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청하건대 성문들은 이 쌀밥으로 공양하시고 식사를 마친 뒤 작별하고 다시 기사굴산 속으로 돌아가서 달살아갈께서 설하는 법을 들으십시오. 저희들도 역시 따라가겠습니다.”
006_1203_c_13L答曰身有四神從因緣生常覆蓋順化懼有壞敗以故當飯食之是身以飯食得立無飯食則不得安隱身譬如弊壞之車須脂膏而得所安所以時食欲護身故不自貢高行乞不以爲色相不以爲貪亦以欲破貪
006_1204_a_02L그리하여 왕의 딸 무수우는 식사를 마친 뒤 부모․형제․종친(宗親)․후궁․시녀들과 여러 신하들 및 백성들과 함께 성을 나와 기사굴산 속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다음 부처님을 세 바퀴 돈 뒤 물러가 자리에 앉았다. 여러 존귀한 성문들도 역시 모두 선각(禪覺)을 따라와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한쪽에 가 앉았다.
006_1203_c_19L女無愁憂聞諸尊聲聞各各說是聞所說亦不喜亦不憂如是身爲災患勤苦若此卽以時請諸聲聞養以百味飯具飯食訖竟皆揖讓便還耆闍崛山中聽怛薩阿竭說法曹亦俱當往
사리불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왕의 딸 무수우가 말한 것이 매우 어려우니, 이는 법의 요체에 깊이 들어간 것이며, 권행(權行)을 통해 사람을 세워줌이 이루 셀 수가 없고, 무엇을 묻든 모두 능히 대답을 합니다.”
006_1203_c_24L無愁憂女食後與父母兄弟宗親後宮列女群臣人民俱城到耆闍崛山中前以頭面著地爲佛作禮遶佛三帀卻坐一面諸尊聲聞從禪覺亦皆悉來爲佛作禮坐一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왕의 딸 무수우는 92억의 부처님께 공양하여 공덕을 쌓았으므로 언제나 구화구사라를 여의지 않는다.”
006_1204_a_06L舍利弗從坐起正衣服下右膝手白佛言是女無愁憂所說甚難深法要以權行立人不可勝數所問種種悉能報答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다면 이 왕의 딸은 어째서 여인의 몸을 버리지 못하였습니까?”
006_1204_a_09L佛告舍利弗是女無愁憂以供養九十二億佛作功德不離漚和拘舍羅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성문들은 이 무수우를 여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들은 반야바라밀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여 사람의 본래의 자취를 살펴서 그 근본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행하는 바를 평등하게 보아야 한다.
보살은 마음대로 즐기고 기뻐하여 권도(權道)를 통해서 이를 시현(示現)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여자라는 제한에 구애받지 않으며, 남자와 여자를 모두 제도하려는 것이다.”
006_1204_a_11L舍利弗白佛是女何故不棄女人
이에 왕의 딸 무수우는 사리불의 의심[狐疑]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나타내어야겠다고 원을 세웠다. 그리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남자로 보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곧장 대중들이 무수우의 몸을 보니 바로 남자이며, 여자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다. 이때 무수우는 공중으로 뛰어올라서 땅으로부터 70길이나 되는 허공에 머물렀다.
006_1204_a_12L佛告舍利弗若諸聲聞謂此無愁憂是女人耶若等不深入般若波羅蜜不見人根觀本迹然便等視於所行菩薩咨所樂喜以權道示現有男女其限無所罣㝵欲度男女故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보라. 지금 무수우가 남자가 되어서 높이가 70길이나 되는 공중에 뛰어올라 머물러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예, 보입니다.”
006_1204_a_17L無愁憂女欲決舍利弗之狐現身立願使大衆中悉見我是男作是念已卽諸大衆見無愁憂身爲男子不復見女人像無愁憂於時踊在虛空中去地七十丈住止空中
006_1204_b_02L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무수우는 앞으로 7백 아승기겁 후에 마땅히 부처님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 부처님께서는 비갈유(鞞竭兪)중국말로 이수(離愁)이다.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이라 이름하고 찰토를 비말구료해(鞞末拘遼害)중국말로 무구탁광염(無垢濁光炎)이다.라 이름할 것이며, 십만 겁의 수명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이 부처님께서 반니원(般泥洹)한 뒤에는 경법(經法)이 십 겁 동안을 끊어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006_1204_a_21L佛告舍利弗見是無愁憂爲男子在虛空中去地七十丈若見不舍利弗白佛唯然已見
그리고 이 찰토의 땅은 모두 고운 유리와 같이 되어 있으며, 이 찰토의 8 방에 매 방향마다 모두 길이 하나씩 있는데 이것은 부처님께서 다니시는 길이다. 여기서는 7보로 나무를 삼고, 각종 보석으로 난간을 만들며, 하늘 비단으로 일산을 만들며, 이름난 향으로 향을 피우고, 더럽고 지저분한 돌조각이나 파편 조각들이 없고, 순전히 구슬과 보석만으로 모든 물건을 삼을 것이다. 이 찰토에는 지옥[泥犁]이나 짐승이나 가시덩굴이 없고 다만 보살과 하늘들과 사람들이 있어서 마치 도리천왕(忉利天王)이 사는 궁궐과 같을 것이다.”
006_1204_a_24L佛告舍利弗是無愁憂卻後七百阿僧祇劫當作佛名鞞竭兪漢言離愁怛薩阿竭阿羅三耶三佛剎名鞞末拘遼害漢言無垢濁光炎其壽十萬劫佛般泥洹經法留止十劫不斷絕
이때 대중들과 아사세왕은 기뻐 날뛰면서 모두 매우 좋다고 하였다.
006_1204_b_06L是剎中皆如細琉璃其剎土八方方有一道是佛所遊行處以七寶爲樹以衆寶爲欄楯以天繒爲華蓋以名香而香無穢惡石沙瓦礫純以珠寶爲萬剎中無有泥犂禽獸薜荔但有菩薩及天與人譬如忉利天王所居
아사세왕의 정전(正殿) 부인은 전라합(旃羅廅)중국말로 월명조(月明照)이다.이라 이름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서 합장한 채 스스로 찬탄[嗟歎]하면서 마음속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006_1204_b_13L爾時大衆及王阿闍貰歡喜踊躍皆言善哉善哉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다시 제가 품어 기르기는 어렵습니다. 이 보살이 더욱 분발하여 이러한 공덕으로 해서 발심하여 아뇩다라삼야삼불을 구하고 발심하여 원을 세워서 지금 부처님께서 이 무수우에게 보살의 지혜를 주시어 후세에 마땅히 겁이 다하도록 부처님이 되게 되었으니, 원컨대 저로 하여금 그 다음에 저 찰토 안에서 부처가 되게 해 주소서.”
006_1204_b_14L王阿闍貰正殿夫人字旃羅廅漢言月明照於坐起叉手自嗟歎心白佛言旣得爲人難我復懷養是菩薩益倍踊躍因是功德發心求阿耨多羅三耶三佛發心立願佛授無愁憂菩薩慧卻後當作佛盡願令我乘其第得作佛於彼剎土
이때 부처님께서 왕의 아내인 월명(月明)의 마음속 소원을 알아차리시고,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왕의 아내 월명을 보았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보았습니다.”
006_1204_b_21L爾時佛知王婦月明心所願佛告舍利弗見王婦月明不舍利弗言
006_1204_c_02L“왕의 아내 월명은 이 공덕을 지음으로 인해 마땅히 여인의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되어서 도리천에 태어나 하늘이 되어서 보제일(寶第一)이라 이름할 것이며, 미륵불이 하생(下生)할 때 가당(呵當)이라 이름하는 국왕의 태자가 되어서 종호(終好)라 이름할 것이다.
006_1204_b_22L王婦月明持是功德所作當棄女人得男子已當生忉利天上作天寶第一彌勒佛來下有國王名呵爲作太子字終好
그리하여 수명이 다할 때까지 미륵불에게 공양할 것이며, 그 뒤에는 마땅히 미륵불을 위해 사문(沙門)이 되어서 처음에 설한 법[上法]을 기억하여 지니고 중간에 설한 법[中法]을 기억하여 지니고 나중에 설한 법[下法]을 기억하여 지니어서 이를 모두 발타겁(陀劫)의 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 공양할 것이다.
006_1204_c_03L當供養彌勒盡壽卻後當爲彌勒作沙門上法亦持中法亦持下法亦持摠供養是颰陁劫中怛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
또 보살의 법을 행하여 저 이수(離愁)달살아갈이 부처님이 될 때 보제일(寶第一)은 마땅히 이 찰토에서 자가월왕이 되어서 보풍(寶豊)이라 이름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땅히 달살아갈을 공양하고 받들어 섬길 것이며, 형체와 목숨이 다한 뒤에는 반드시 그 부처님을 이어서 차례에 따라 부처가 되어 보명(普明)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이라 이름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땅히 이 무구탁염명(無垢濁炎明) 찰토를 교화할 것이며, 이 찰토의 일은 이우(離憂)달살아갈이 다스리는 곳과 같아서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006_1204_c_06L行菩薩法是離愁怛薩阿竭得作佛寶第一當於是剎作遮迦越王寶豐當供養承事怛薩阿竭盡形壽當承其佛第得作佛名普明怛薩阿阿羅呵三耶三佛當教授是無垢濁炎明剎土本剎故事如離憂怛薩阿竭所治處等無有異
왕의 아내 월명이 부처님의 이와 같은 수기를 듣고는 더욱 스스로 분발하여 스스로 찬탄하였다. 그리고는 몸에 지녔던 값어치가 백만 냥인 마니주 구슬을 풀어서 부처님께 바치고 아사세왕을 따라 5계(戒)를 구하여 지니어 따로 일정한 곳에서 이를 지켰다. 그리하여 음욕의 행을 여의고 모든 것을 청정하게 수행했다.
006_1204_c_13L王婦月明聞佛說是別益倍踊躍自嗟歎其身珠摩尼——直百萬兩金——用上佛從王阿闇貰求持五戒別治一處離婬欲之令一切皆修淸淨
그러자 비로소 무수우보살이 허공에서 내려와서 합장한 채 부처님 앞에 멈추어 섰다.
“원컨대 제가 부처가 될 때 저의 찰토의 모든 보살들이 저절로 화생(化生)하여 큰 법좌(法座)에서 장성(長成)하며, 몸에 가사가 저절로 입혀지고 노소의 구별이 없이 스무 살의 팽팽한 얼굴을 갖게 하여 주소서. 지금 사문이 되기를 스스로 원합니다.”
그러자 저절로 법의(法衣)가 입혀져서 곧 그대로 시현(示現)되었다.
006_1204_c_17L無愁憂菩薩始從虛空中來下叉手住佛前願我作佛時令我剎中諸菩薩自然化生長大法座袈裟自然著身等無老少年二十之容色今自願身爲沙門然被法衣尋時作彼示現
무수우보살이 왕에게 말하였다.
“법에는 견고함이 없어서 허공을 따라 서고, 허공을 따라 앉으며, 염(念)과 불념(不念)의 그 중간에 서서 그 뜻이 흩어지지 않습니다. 기록하여 두는 것이 없으며 작위(作爲)하는 바도, 속하는 바도 없습니다.
006_1204_c_22L無愁憂菩薩白王法無堅固從空而立從空而於念不念於中立意不散無所錄在所作爲無所屬
006_1205_a_02L왕께서는 이것을 보셨습니까? 하루 동안에 저는 여인에서 남자의 모습으로 변하였으며, 다시 비구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느 것이 진실입니까? 이 곳이든 다른 곳이든 사람의 몸에는 3독(毒)이 있는데, 세 가지 약으로 3초(焦)를 치료하면 모든 독을 없앱니다. 이런 법을 알기 때문에 대왕께서는 법이 아닌 행을 해서는 안 되며, 자주 부처님을 친견해야 합니다. 문수사리 동남(童男)보살이 능히 사람들의 번뇌[垢]를 없애고 공덕을 늘려서 제도하지 못한 자를 제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나라에 일이 많으시니 가시면 생각대로 하소서.”
006_1205_a_02L王見是不是一日之中我爲女人變爲男子形復現比丘僧何者審爲諦是處餘處人身中有三毒以三藥療焦盡諸毒知是法大王不當作非法行當數數詣佛文殊師利童男菩薩所能除人垢益功德度不度者王國中多事欲去隨意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수우보살이 수기를 받고 그 이치를 이해하여 능히 이를 지니어서 설한다. 그러니 마땅히 모두를 위하여 경법을 자세하게 설할 것이다.
006_1205_a_09L佛告阿難無愁憂菩薩受別能持能說當爲一切廣說經法
그런데 만약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부처님의 도리를 구하고자 하여 이 삼천대천의 찰토(刹土)에 7보를 가득 채우고, 이것을 달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 보시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 경을 듣고 믿어 비방하지 않음으로 해서 얻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공덕만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더구나 목숨이 다하도록 이를 받들어 행하고, 비단과 꽃과 당개(幢蓋)와 기번(旗幡)으로 공양한다면 이로 하여 얻게 될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006_1205_a_10L有善男子善女人欲求佛道正使是三千大千剎土持七寶滿其中持施怛薩阿竭阿羅呵三耶三佛不如聞是經信不誹謗其功德不可計何況奉行盡形壽供養繒華幢蓋旗幡功德無能計數者
이처럼 모든 비구들이 가르침을 받았다. 이에 무수우보살은 기뻐하였으며, 아사세왕과 왕의 아내 월명, 아난존자, 모든 대중들, 모든 하늘과 용신(龍神)과 아수륜(阿須倫:아수라)이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경을 듣고 모두 기뻐서 앞으로 나와서 이마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 돌아갔다.
006_1205_a_16L諸比丘受教無愁憂菩薩歡喜王阿闍貰王婦月明難尊比丘一切大衆諸天阿須聞佛說經皆歡喜前以頭面著地爲佛作禮而去
佛說阿闍貰王女阿術達菩薩經
己亥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