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의 무리들과 함께 있었다. 이들 1천 명의 비구는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다시는 번뇌가 없이 자재해져서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이익을 얻었다. 모든 과정의 모든 결박(結縛)들을 다 제거하고 총명한 지혜로 도탈[度]하며 밝은 지혜에 통달해서 모두 다 착하고 어질게 되었다. 마치 큰 용이 그 마음의 자재함을 얻은 것과 같았다.
이들 보살들은 그 이름이 각기 보살(寶光)보살․지적(智積)보살․명수(名首)보살․변적(辯積)보살․수함(首咸)보살․광세음(光世音)보살․현수(賢首)보살․희왕(喜王)보살․행무사의탈문(行無思議脫門)보살․염제법무개(念諸法無蓋)보살․자씨(慈氏)보살․입지성(入志性)보살․기제악취(棄諸惡趣)보살․제중우명(除衆憂冥)보살․초욕무허적(超欲無虛迹)보살․무허견(無虛見)보살․덕보교식(德寶校餝)보살․금보요수(金寶曜首)보살․사제개(捨諸蓋)보살․무해심(無害心)보살 등이었는데, 이와 같은 보살들 1만 명이 구족하였다.
006_1207_b_02L이때 현자 사리불과 대목건련과 대가섭과 수보리와 빈누문타불(邠耨文陀弗)과 이월(離越)과 아나율(阿那律)과 아난(阿難) 등과 부수동진(漙首童眞), 그리고 불허견(不虛見)과 보영(寶英)과 기제악취(棄諸惡趣)와 기제음개(棄諸陰蓋)와 광세음(光世音)과 변적(辯積)과 초도(超度)와 무허적(無虛迹) 등처럼 여덟 보살과 여덟 제자들이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안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였다.
빈누가 말하였다. “성안의 모든 외도(外道)로서 범지(梵志)를 배운 장자(長者)들이 모두 다 바른 견해를 얻기를 원합니다.”
006_1207_b_14L邠耨曰:“願其城中諸外異學梵志長者,悉得正見。”
이월이 말하였다. “성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떠한 죄악이나 재앙(災殃)이 없고 모두 편안하기를 원합니다.”
006_1207_b_15L離越曰:“願其城中一切衆人無有罪殃,悉獲安隱。”
아나율이 말하였다. “성안의 모든 사람들이 천안(天眼)을 얻기를 원합니다.”
006_1207_b_16L阿那律曰:“願其城中一切衆人悉得天眼。”
아난이 말하였다. “성안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과거에 들을 수 있었던 경법(經法)을 알아 외우기를 원합니다.”
006_1207_b_17L阿難曰:“願其城中一切衆人,悉使識念往古所可曾聞經。”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성안의 모든 문과 창문, 이층집과 정사(精舍), 그릇과 영락, 나무의 가지와 잎, 꽃과 열매, 그리고 의복의 꾸밈들을 다 변화시켜 공(空)하여 모양도 없고 원(願)도 없고 얻을 것도 없고, 일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고, 방일함도 없고 집착함도 없고, 모습과 종류도 없고, 나라는 소리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어느 달의 8일 명성(明星)이 나타날 때였다. 그녀는 아침 일찍 5백 명의 시녀와 함께 가마에 올랐는데, 5백 명의 범지(梵志)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하여 길을 나섰는데, 사단(祠壇)에 이르러 큰 제사를 올리려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때 여러 범지들이 그 비구들을 보고는 이것이 필시 좋지 못하다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여러 범지들 중에서 나이가 많은 노모(老耄)로서 이름을 범천(梵天)이라는 사람이 이구시녀(離垢施女)에게 말하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좋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많은 비구들이 성문에 머물러 있으니 성을 나가는 일을 그만두고 다시 돌아가야겠습니다. 이런 무리들을 보고 여러 이익과 의리(義理)를 구하는 것은 결코 뜻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범지가 이런 분들을 공양한다면 모든 것이 좋고 이로워서 끝내 아무런 이상이 없으리라.
006_1208_a_05L梵志若能, 供養此等,
一切吉利, 終無有異。
이 범계(梵戒)로 인하여 조화롭고 안정되며 맑아져서 모든 악함을 건너뛰어서 어떤 티끌에서도 더럽혀짐이 없으리라.
006_1208_a_06L則以梵戒,
調定憺怕, 越度諸惡, 無穢衆塵。
이들 무리가 행하는 것은 최상의 훌륭한 의원[醫]이어서 중생의 오래 묵은 질병들을 어루만지고 치료해 준다네.
006_1208_a_07L此等所行, 爲上良醫, 慰勞療治,
衆生久疾。
이것이야말로 더러움이 없는 제일가는 스승의 규칙이라네. 무수한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나쁜 일을 제거하네.
006_1208_a_09L是無瑕穢, 第一師則,
爲無數人, 去衆惡事。
모든 네 가지 소견에 대해 이미 이는 깨끗하고 밝으니 범지여, 만약 그대들이 온다면 가장 깨끗함을 만나게 되리라.
006_1208_a_10L於諸四見,
爲已鮮明, 梵志卿來, 値上淸淨。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가장 뛰어난 법왕(法王)이셨네. 그런데 이들은 그분의 아들이니 모두가 아라한을 이루었구나.
006_1208_a_11L佛在世閒, 最勝法王, 斯等是子,
羅漢成就。
지금은 모든 보살들이 가장 높은 스승이어라. 지혜를 가진 자로서 떠나는 데 익숙하네.
006_1208_a_13L今諸菩薩, 爲最尊師,
孰有智者, 而捨之去?
복과 지혜가 갖추어 존귀하며 최상의 복을 내는 밭이네. 만일 하늘에 태어나고 싶다면 이렇게 많은 복을 보시하시오.
006_1208_a_14L兩足之尊,
上福之田, 欲得生天, 施此衆祐。
만약 이를 은혜로이 준다면 그 과보가 한량없으리라. 노닐 수 있는 처소들이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으리라.
006_1208_a_15L若惠與者, 果報無量, 所可遊處,
終不損耗。
이런 가르침에 순종한다면 상호(相好)가 능히 구족하리라. 이는 좋은 복밭이니 뜻과 성품이 깨끗해지네.
006_1208_a_17L順斯等教, 具足相好,
是善福田, 志性淸淨。
가령 그대 모든 범지들이 기뻐하는 마음들을 낸다면 마땅히 이를 곧장 얻어서 편안하게 세속을 떠나리라.
006_1208_a_18L假使梵志,
發歡悅心, 則當逮得, 安隱離俗。
도의 가르침을 따라서 닦는다면 마음이 일찍이 어지럽지 않으리라. 또 걸식을 수행하고 언제나 관찰하여 정진한다면
006_1208_a_19L遵修道教, 志未曾亂, 而行分衛,
常觀精進。
노닐며 살 만한 어떤 곳에 모든 근[六根]을 잘 보호하며 모든 근(根)들이 적정(寂定)하여 이러한 무리가 바다와 같으리라.
006_1208_a_21L所可遊居, 善護諸根,
諸根寂定, 斯衆如海。
강이나 바다의 물은 오히려 됫박으로 헤아릴 수 있고 시방세계의 토지들도 또한 측량을 할 수가 있어라.
006_1208_a_22L江海之水,
尚可升量, 十方土地, 亦可步度。
그러나 사람 중 왕이신 분에게 누가 만일 보시를 한다면 그의 모든 행은 헤아릴 수 없으리라.
006_1208_a_23L若有布施, 人中之王, 一切所行,
不可稱量。
006_1208_b_02L 겁(劫)이 불탈 때에 수미산이 무너져 내리고
강과 바다가 다 말라 버리며 모든 땅들이 다 그러하더라도
006_1208_b_02L劫燒之時, 須彌山壞,
江海枯竭, 及所有地。
모든 사람의 존왕(尊王)께 받들어 보시한다면 세상이 아무리 불이 타더라도 그의 복은 태우지 못하리라.
006_1208_b_03L其有奉施,
衆人尊王, 劫雖被災, 福不可燒。
그러자 범지가 이구시녀를 위해 대답하여 읊었다.
006_1208_b_04L於是梵志,爲離垢施而報頌曰:
스스로 방자(放恣)하여 미려한 마음을 따르지 말고 사당에서 제사를 올릴 때에 비구를 원하거나 기뻐하지 마십시오.
006_1208_b_05L無得自恣, 從愚戇心, 莫祠祀時,
願樂比丘。
여기 이들 까까머리로 그 몸에 가사를 입은 이들을 만약 마음이 편안하고 싶다면 이런 무리와 친숙하게 지내지 마십시오.
006_1208_b_07L斯等髡頭, 而被袈裟,
若志安解, 不習此黨。
당신의 부모님들이 이를 기뻐하지 않을까 두려우니 우리들이 알리리라. 크고 밝으신 우리 임금님께
006_1208_b_08L恐女父母,
不以歡悅, 吾等當啓, 於大明王。
따님이 드릴 이 제사는 또한 그리 상서롭지 못하오니 부디 높으신 따님이여, 저들 비구를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006_1208_b_09L女所祠祀, 則亦不祥, 善哉尊女,
莫受比丘。
그러자 이구시녀가 게송으로 범지에게 대답하였다.
006_1208_b_11L於是離垢施,以偈報梵志曰:
만일 악취(惡趣)에 떨어진다면 삶과 죽음이 괴로우리니 아무리 부모가 계신다 해도 이를 구하여 건지지는 못하리라.
006_1208_b_12L若墮惡趣, 生死之難, 雖有父母,
不能救濟。
그리고 어떤 남들이나 재물이든 기도[神咒]든 간에 이런 것들만 가지고는 능히 구제해 해탈하지 못하리라.
006_1208_b_14L亦無餘人, 及財神呪,
獨斯等類, 乃能救脫。
나는 이 몸을 내던져 온 사방에 흩어 버리고 기쁨과 존경과 사랑으로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리라.
006_1208_b_15L吾棄捐身,
散在四方, 欽樂愛敬, 自歸於佛。
다른 사람들이 구제해 주기를 결코 나는 바라지 않는다네. 오직 의탁해 기대야 할 곳은 세 가지 높으신 보배뿐이라네.
006_1208_b_16L終不希望, 餘人之救, 唯當依附,
三尊寶耳。
비유컨대 마치 눈을 잃고서 맑은 거울을 바라보는 격이네. 외도(外道)의 다른 배움은 그와 같이 이익이 없도다.
006_1208_b_18L譬如失目, 而瞻明鏡,
外道異學, 若斯無益。
범지들도 오히려 제 수미산이 불타는 것과 같으니 이처럼 널리 듣고 힘써 해탈함이 중요하네.
006_1208_b_19L梵志猶如,
須彌山燒, 博聞如是, 力脫爲要。
본래 일찍이 부족함이 없었지만 널리 들은 지혜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갖추어 있네.
006_1208_b_20L未曾乏少, 於博聞慧, 所可聞者,
悉爲備具。
만일 능히 이를 듣고 곧바로 받들어 수행한다면 이내 지니게 되니 모든 이들이 미치기 어려운 것이니라.
006_1208_b_22L若能聽聞, 卽奉行者,
此乃爲持, 一切難及。
그러자 범지가 이구시녀에게 말하였다. “처음부터 일찍이 부처님과 비구들을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해서 이처럼 기뻐한단 말입니까?”
006_1208_b_23L於是梵志謂離垢施女:“初未曾見於尊佛及比丘衆,從何因緣而生歡悅?”
006_1208_c_02L그녀는 대답하였다. “범지가 이를 알고 싶다면 말하겠습니다.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어머니께서는 나를 황금과 보석으로 된 침상에 앉혀서 허공중에 올려두었는데, 이때 5백 명의 천자가 함께 허공을 날아다녔습니다. 나는 여기서 무수한 일들로 부처님의 공덕과 법과 성중(聖衆)을 찬탄하는 것을 보았으며, 여기서 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때 무리들 속에 어떤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아직 여래의 지극한 진여를 보지 못했기에 여러 천자에게 그들이 찬탄하는 여래의 공덕이 어떤 것인가 물었습니다. 이때 여러 천자들이 나의 마음을 살피고는, 그 믿는 마음이 독실한 것을 알고 즉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여 부처님을 찬탄하였습니다.
머리털은 감청색으로 깨끗하고 좋으며 오른쪽 가르마라네. 수많은 연꽃들이 가득한 몸에 환한 보름달이 밝게 비추는 듯하여라.
006_1208_c_10L頭髮紺靑色, 淨好而右旋, 如水百葉蓮;
猶月滿盛明。
눈썹 가운데를 흰 털이 돌돌 말려 마치 눈빛처럼 하얗게 빛나며 뛰어난 눈은 푸른 연꽃 같으니 마치 벌들 중의 왕과 같네.
006_1208_c_12L白毛眉中迴, 猶如雪之光;
勝眼如靑蓮, 若蜂中之王。
사람들 중의 존귀한 분이신 사자왕은 입술이 선명하게 붉고 눈썹 꼬리가 매우 가늘고 묘하니 아름다운 여인처럼 반듯하여라.
006_1208_c_13L人中尊師子,
脣像若赤朱, 眉睫甚細妙, 平正而善姝。
길고 넓은 혀가 얼굴을 덮었고 머리털이 가장자리에 이르네. 가르침이 맑아서 부드럽고 기쁘니 지혜로운 이의 마음을 채워 주네.
006_1208_c_14L廣長舌覆面, 乃至於髮際, 其教淸和悅,
充可智者意。
목소리는 마치 쇠북과 같고 공후(箜篌)와 같고 피리와 같고 생황과도 같네. 그 소리가 부드럽고 또 고우니 마치 거문고와 비파와 같아라.
006_1208_c_16L其聲如鍾鼓, 箜篌笳笛笙,
其音和且雅, 猶如琴瑟箏。
애조 띤 난새와 진타락(眞陀樂)과 꾀꼬리와 고니가 붉은 부리로 숲 속에서 우는데 저들보다도 월등한 가장 좋은 소리여라.
006_1208_c_17L哀鸞眞陁樂,
鸎鳥及鵾鷄, 赤嘴鳴於林, 最勝音超彼。
말씀은 마치 사자후(師子吼)와 같아서 아름다운 소리가 모든 병을 무너뜨린다네. 모든 더러움을 이미 여의고 진실을 말하여 여러 견해를 끊었네.
006_1208_c_18L辭若師子吼, 妙聲壞衆病, 已離諸垢穢,
言誠斷諸見。
만약 무리 속을 돌아다니면 듣는 자가 다들 이해하고 깨닫네. 하신 말씀에 어떠한 결함도 없으니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하네.
006_1208_c_20L行遊若坐衆, 聞者悉解釋,
所言無缺漏, 可悅一切人。
자신을 뛰어넘고 중변(中邊)을 버리니 마치 적멸(寂滅)의 해탈과 같아라. 하시는 말씀에 자만(恣慢)이 없으니 형체가 매우 기묘하여라.
006_1208_c_21L勝己捨中邊,
猶如寂滅度, 言辭無慢恣, 形體甚奇妙。
말씀이 질박하여 꾸밈이 없으니 모두가 중생들을 위한 설행(說行)이라 꽃을 모아 다발을 만든 듯 부처님의 지혜로운 음성은 이와 같아라.
006_1208_c_22L辭質無諂飾, 皆爲衆說行, 如集華爲鬘,
佛慧音如是。
모든 생각이 다들 풍만하여 뛰어난 팔은 무릎을 넘고 그 손바닥은 바르고 고르며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서 좋네.
006_1208_c_24L諸念悉豐滿, 勝臂過於膝,
其掌正且均, 手指纖長好。
006_1209_a_02L 우뚝하신 몸이 굳건하시니
보옥 같은 얼굴이 자금(紫金) 같아라. 부처님의 몸이 햇살처럼 빛나서 멀리 나타나면 다들 음성을 듣네.
006_1209_a_02L巍巍身堅固,
寶容若紫金, 佛體顯如日, 遠現悉聞音。
부드러운 털은 감색(紺色)으로 짙은데 모두가 한결같이 위로 감겼네. 넓적다리가 용의 모양과 같고 무릎이 편편하고 넓어서 좋네.
006_1209_a_03L毛軟亦紺色, 一一生上旋, 傭髀猶龍象,
而膝平博好。
편안한 발이 그림과 같은데 발바닥에는 바퀴모양이 있어라. 부처님의 덕을 청송함이 이와 같아 내가 그때에 대략 이같이 들었다오.
006_1209_a_05L安平足如畫, 於下生相輪,
稱佛德如是, 我時粗聽聞。
세상에는 사모하는 게 없으며 모든 유(有)로부터 해탈하여라. 크게 애민하는 제일 뛰어난 의사[良醫]가 중생을 구제하려고 노력한다네.
006_1209_a_06L在世無所慕,
度於諸有處, 大哀上良醫, 救濟衆生務。
모든 속박을 끊어 버리고 집착하지 않음이 연꽃과 같아라. 범지여, 내가 하늘을 따라서 이같이 부처님의 찬탄함을 들었다오.”
006_1209_a_07L斷除諸繫縛, 無著如蓮華, 梵志我從天,
聞歎佛若此。
이구시녀가 범지에게 말하였다. “나는 여러 하늘들을 쫓아서 이와 같이 부처님의 공덕을 차례차례 찬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이래로 나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거나 잠들지 않았으며, 또한 음란하거나 성을 내거나 어리석거나 해치려는 생각을 갖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이래로 다시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거나 부모와 형제와 자매에 탐착(貪着)하지 않았으며, 친척과 지식(知識)들도 애착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영락(瓔珞)․의복․육체․목숨에 대해서도 그러했습니다. 나라와 성을 나가서 둘러볼 때는 오직 공손하고 조심하여 부처님의 위대한 성인만을 오로지 생각하였습니다.
범지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여래께서 어디서든 널리 경법을 설하시면, 나는 이를 모두 얻어 들어서 단 한 구절 뜻의 엄중하고 오묘함도 놓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밤낮으로 항상 부처님을 보지 않는 때가 없었으며, 나는 밤낮으로 부처님의 바른 깨달음을 보고 그 법을 듣고자 하여 성중(聖衆)을 받들어 공경하되 이를 싫어하거나 끝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구시녀는 부처님과 이를 듣는 무리들의 덕을 찬탄하였다. 이에 범천과 범지와 5백 명의 군중들이 이를 듣고 기뻐서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리의 마음을 말하였다. 이구시녀는 곧 수레에서 내려 여러 보살과 큰 제자들에게 가서 이들 모두의 발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는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공손히 차수(叉手)하고 있었다.
006_1209_b_02L이때 사리불이 이구시녀를 보았다. 이구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부디 현자(賢者)시여, 2식(識)에 처해 있는 이 여인의 몸을 위해 주소서. 번뇌와 욕망은 불길과 같아 대체로 방일(放逸)하며 좋아할 만한 것에 마음이 순응하여 생각하지 않고, 해탈에 뜻을 두지 않고 스스로 방일하기만 합니다. 훌륭하신 현자시여, 오직 저희들을 위해서 설한 법대로 응하게 하시고, 부디 불쌍히 여기시어 길고 긴 밤이 편안하고 어려움이 없도록 하여 주소서.”
이처럼 말하기를 마칠 즈음에 바사닉왕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그리하여 왕이 이 말을 듣고는 이구시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껏 오로지 즐거움만 누려 왔는데, 무엇 때문에 이처럼 수고롭게 초췌한 모습으로 이 사이에서 노닐려고 하느냐? 태어난 이래로 일찍이 걸어 다닌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잠자지 않더니 끝내 발심 수행하여 즐거움을 즐기려 하지 않고 스스로도 즐기는 일이 없구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얼굴과 모습은 하늘의 옥녀(玉女)와 같아라. 갖가지 영락으로 꾸미고 옷에는 향기가 진동하네.
006_1209_b_12L顏貌淨妙, 猶天玉女, 瓔珞儀式,
香熏衣服。
그런데도 지금 여자의 몸이 무엇이 싫고 걱정되는가. 너는 이미 잠자는 나태함도 없구나.
006_1209_b_14L如今女身, 何所患厭?
汝旣無有, 睡眠之懈。
네가 처한 이 나라에는 창고가 꽉 차 풍성하단다. 그리고 너의 아비와 어미는 언제나 너를 자유로이 길렀다.
006_1209_b_15L處在國土,
倉庫盈富, 女之父母, 常得自由。
그런데 무엇이 즐겁지 않은가? 모든 것이 지금 자재롭건만 그 마음이 대체 무엇 때문에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는가?
006_1209_b_16L何所不樂, 今得自在, 其心何故,
不好在家?
그리고 또 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기뻐하면서 수많은 모든 사람들의 공경을 듬뿍 받고 있지 않은가?
006_1209_b_18L又女父母, 而相可悅,
一切衆人, 之所恭敬。
그런데도 즐겁지가 않아서 왜 이처럼 여기에서 앉아서 노는가? 갖가지 아름다운 영락들로 너의 온몸을 장엄했구나.
006_1209_b_19L何故不樂,
遊坐此閒? 若干瓔珞, 自嚴其身。
너는 대체 무엇을 들었으며 너는 무엇을 보았는가? 그래서 너는 두려움이 일어 마음에 그만 싫증이 났느냐?
006_1209_b_20L汝豈聞耶, 若見之乎? 所以恐怖,
心懷懈倦。
너는 마땅히 나를 위해서 시원히 마음을 털어 놓아라. 지금 네가 다짐한 맹세는 무슨 소원을 구하려 하느냐?
006_1209_b_22L女當爲吾, 宣暢此意,
今女所誓, 欲求何願?
그러자 이구시녀가 즉시 임금인 아버지를 위해 게송을 읊었다.
006_1209_b_23L時離垢施,則爲父王而說頌曰:
006_1209_c_02L 대왕께서는 깨닫지 못하십니다. 죽고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든 음(陰)이란 환란일 뿐이니
위태롭고 약한 것이 육신입니다.
006_1209_b_24L大王不覺, 生死之難, 諸陰之患,
危脆之身。
탐욕에 대한 생각을 하지만 행하는 모든 것은 변화하게 마련입니다. 세상에 있는 사람의 목숨이란 잠시 잠깐도 머물지 못합니다.
006_1209_c_03L貪欲之想, 所行如化,
人命在世, 不住須臾。
위대한 아버지께서는 깨달으셔야 합니다. 자신이 독사(毒蛇) 곁에 있다는 것을. 그런데 어찌 잠을 편안히 자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겠습니까?
006_1209_c_04L大父當了,
我處毒蛇, 安得睡眠, 及諸所欲?
이것을 지금 헤아려 보면 독을 가진 네 마리 독사입니다. 마음이 자연 이것을 생각하는데 이것이 어찌 기쁘겠습니까?
006_1209_c_05L於今計此, 四毒之蛇, 心自念言,
何所悅樂?
모든 원수와 적병들 때문에 견해는 좁고 급박합니다. 온갖 고통 속에 휩싸여 있는데 어떻게 편안하겠습니까?
006_1209_c_07L爲諸讎敵, 所見逼迫,
處在衆苦, 云何得安?
번뇌의 원망이 가득 쌓여서 견해가 당돌합니다. 그런데 제가 무슨 재주로 즐거운 가운데에서 노닐겠습니까?
006_1209_c_08L塵勞之怨,
所見唐突, 吾當云何, 遊於娛樂?
독이 있는 가운데 떨어진 그런 자가 어찌 잠을 자겠으며 원한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기쁨을 누리겠습니까?
006_1209_c_09L墮毒中者, 誰得睡眠? 未捨怨家,
云何歡喜?
깊은 구덩이에 떨어진 자가 거기서 무엇을 믿겠습니까? 임금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세상에 사는 것이 이와 같음을.
006_1209_c_11L墮大坑塹, 何所恃怙?
尊王當知, 處世如是。
저는 지금 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뛰어나신 자재함은 어느새 마음을 내게 해서 저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합니다.
006_1209_c_12L如今睹察,
最勝自在, 尋時發心, 令我得佛。
대왕께서는 저의 말을 들으소서.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보살이 되신 저런 분들이 방일한 생각을 품었다는 일 말입니다.
006_1209_c_13L王聽我言: 未曾見聞, 爲菩薩者,
而懷放逸。
저기 사나운 짐승이 겁이 나서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나는데 원수의 적이 몽둥이를 들고 칼을 집어 들고 따라옵니다.
006_1209_c_15L畏於弊獸, 而馳逬走;
讎敵執杖, 擧刀逐人。
그런데 배고프고 목이 말라서 빈 마을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목숨을 노리는 도둑이 무서운데 어떤 사람이 즐겁겠습니까?
006_1209_c_16L而復飢渴,
入於空聚。 畏生死賊, 誰當樂者?
지금 이 그림을 그린 상자의 몸도 따져 보니 역시 그러합니다. 언제나 받은 것들을 생각하며 짐승과 네 마리의 해로운 뱀을 의지하여 있습니다.
006_1209_c_17L今此畫篋身, 計之亦如是, 而常懷受斯,
依獸四害蛇。
한량없는 5음(陰)과 번뇌 원한 맺힌 도적들의 환란입니다. 누가 빈 들판을 즐기겠습니까? 무섭고 두려운 그런 경계(境界)를.
006_1209_c_19L無量之陰蓋, 怨賊之患難,
孰樂於曠野, 畏懼之境界?
006_1210_a_02L 그리고 나서 이구시녀는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부디 현자께 묻겠습니다만, 지혜의 일에 대하여 저에게 대답해 주소서. 나이 많은 분들 중에서 지혜가 가장 높으시다고 여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혜는 유위(有爲)의 그것입니까, 아니면 무위의 그것입니까? 가령 그것이 유위라면 곧 일어나고 생기며 허물어져 없어지는 것은 허위의 법인 것이며, 가령 무위의 그것이라면 세 가지 모양[三相]을 여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일어나는 것이 없습니다. 만약 일어나는 것이 없으면 그 지혜에 모이고 합쳐지는 것이 없으므로 모두가 없습니다.” 이때 사리불은 묵묵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이구시녀가 대목련에게 물었다. “세존께서는 현자를 장로들 중에서 신족(神足)제일이라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뭇 사람들의 상(想)을 세워서 그 신족을 나타내었습니까, 아니면 법상(法想)입니까? 만일 인상(人想)을 세워서 신족을 나타내었다면, 사람이란 비어서 실상이 없으므로 신족 또한 공한 것이며, 법상으로 하였더라도 법이란 아무런 짓는 것이 없으니, 그 짓는 것 없는 곳에서는 얻을 것도 없습니다. 얻는 것이 없다면 생각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목건련이 또한 묵묵히 말이 없었다.
대가섭이 말하였다. “어지신 대목련이여, 지금 속히 여인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지 않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이 여인의 질문은 생각[想念]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므로 생각이나 말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짓는 일도 없고 생각도 없으므로 오직 모든 여래와 여러 보살들만이 능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구시녀가 대가섭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어른을 지족(知足)제일이라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가섭이여, 가령 팔사의문(八思議門)에 머문다고 할 때 어떻게 해서 선삼매(禪三昧)에 들어 모든 사람들을 불쌍히 여깁니까? 걸식을 해서 음식을 얻을 때에 만약 한 국자를 공양하더라도 이들은 모두 마땅히 하늘에 태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006_1210_b_02L 그런데 이럴 경우 몸으로 하는 일로써 많은 복을 받습니까? 만약 마음으로써 알고 몸으로써 베푼다면 몸은 외부에 속하는 것이므로 몸으로써 그 일을 완전히 마칠 수가 없습니다. 몸으로 헤아림이 있는 것은 비유하자면 초목이나 담벼락이나 기와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완전히 분별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마음을 쓴다 하더라도, 마음은 머물러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끝내지 못합니다. 가령 몸이나 마음으로서 바깥에 있는 것이라면 다 쓰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가섭이 묵묵히 있었다.
그런데 만일 법을 설하고자 한다면 법은 일어나는 모양이 없으며, 없어지는 모양[滅相]도 없어서 일어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그것은 고른 것이며, 고르다는 것은 곧 조화롭게 안정된 것이고, 조화로운 안정이란 곧 근본이 없는 것이며, 근본 없음이란 또한 아무것도 일으키는 것이 없는 것이고, 일으키는 것이 없으면 곧 말이 없는 것이며, 이미 말이 없다면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진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령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 어떤 실상이 없는 것이니, 만약 실상이 없음은 곧 성현이 이를 찬탄하여 읊은 것입니다.” 그러자 수보리는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말이 있을 수 없으며, 가만히 있는 것이 편안합니다. 왜냐하면 여인이 물은 것은 방일(放逸)이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기에 말을 한다면 곧 단견의 궁핍함에 떨어져서 법계(法界)를 계교하는 것이 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바로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006_1210_c_02L이구시녀가 빈누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현자(賢者)가 강법(講法)에서 가장 존귀한 어른이라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인연으로 법을 설하였습니까? 가령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면 어떤 이익됨이 있을 수 없고, 만약 인연을 가지고 법을 강설(講說)했다 한다면 곧 미련한 범부(凡夫)와 같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미련한 범부는 인연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자께서는 미련한 범부의 법을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무런 형체가 없게 되는데, 어떻게 인연이 없는 것에 대하여 법을 설한다 하겠습니까?” 빈누가 묵묵히 있었다.
이구시녀가 이월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어른을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존귀하다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 참선에 임하였습니까? 마음을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마음을 사용하였다고 한다면, 마음이란 마치 허깨비와 같아서 아무것도 있는 것이 없으므로 그 삼매의 선정이란 것도 역시 아무것도 있을 것이 없고, 만약 마음을 두지 않고 한 것이라면 모든 물이 고인 곳들이나 모든 건물과 궁전 초목과 그 가지와 잎들까지도 모두 삼매(三昧)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모두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월이 가만히 있었다.
여인이 이월에게 물었다. “어째서 현자께서는 성문의 법이 다르고 여래의 그것이 다르다고 합니까? 만약 이것을 차별한다면 그 무위(無爲)란 것도 마땅히 모든 성현이 다 무위라는 것과 구별해야 합니다. 무위란 곧 생겨남이 없음이며, 생겨남이 없으면 두 가지의 다른 것이 있을 수 없고, 두 가지의 구별이 없으면 두 가지라고 이름붙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에 대해 고요하여 대답할 수 없다고 말을 하겠습니까?”
006_1211_a_02L이구시녀가 아나율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어른을 천안(天眼)이 가장 존귀하다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현자께서는 그 천안을 통해서 무엇을 본 것입니까?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까? 만약 보았다고 한다면 이것은 상(常)이 있는 것이 되고, 본 것이 없다고 한다면 곧장 단멸(斷滅)에 떨어지게 됩니다. 본 것이 형체가 없다면 이는 분별이 있게 되는 것입니까?” 아나율이 묵묵히 있었다.
이구시녀가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현자를 박문(博聞)제일이라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자(仁者)의 그 널리 들음이란 것이 어떤 의미를 말하는 것이며, 무엇을 하는 데 쓰는 꾸밈[嚴飾]입니까? 설사 어떤 이치라고 하더라도 그 이치란 것이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말할 만한 것이 아니면 귀로 들어서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귀로 들어 아는 것이 없다면 능히 분별할 수가 없고, 분별할 수가 없으면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령 그것이 꾸밈이라고 한다면 세존의 말씀처럼 마땅히 바른 이치로 돌아갈 일이요 그런 꾸밈을 취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현자여, 널리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아난이 묵묵히 있자,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인자(仁者) 아난이여, 지금 여인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지 않습니까?”
006_1211_a_13L阿難默然。文殊師利曰:“仁者阿難!以時發遣女之所問。”
아난이 대답하였다. “지금 여인의 질문은 문자(文字)를 부정하여 박문(博聞)으로 삼는 것이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핵심적인 이치를 묻는데, 핵심의 이치는 마음이 없는 것이며, 마음이 없으면 처소가 없어서 이것은 배우는 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직 법왕(法王)이나 무극(無極)을 깨달은 자만이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006_1211_b_02L설사 연기(緣起)로 해서 깊고 묘하다고 하더라도 그 연기라는 것은 행하는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기라고 하는 것은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어서 이를 안식(眼識)으로 분별하여 알 수가 없고, 귀․코․입․몸․마음의 식(識)으로 분별하여 알아서 지향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연기란 어떤 익숙하게 행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저절로 깊다고 하더라도 깊은 것이 바로 자연적인 것이어서 자연이라 할 것이 없고, 자연에 통달함이란 또한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본제는 끝없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둘[二]이라고 하는 지혜는 지혜가 없는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지혜가 없다면 이것은 뒤바뀐 것입니다. 본제라는 것은 거짓으로 있는 말일 뿐입니다.” 여인이 대답하였다. “그 지혜가 없다는 것은 또한 전도도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언설(言說)을 해탈하면 전도(顚倒) 또한 없게 됩니다.”
이구시녀가 불허견에게 물었다. “아까 족성자(族姓子)께서는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성안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리를 얻도록 하겠으며, 남녀와 대소(大小)의 사람들로서 눈을 가지고 빛을 보는 자는 모두 여래를 보아서 최후의 바른 깨달음을 얻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여래께서는 색신(色身)입니까, 법신(法身)입니까? 그것이 법신이라고 한다면 이는 형상이 없고, 만약 색신을 보게 한다면 부처님을 볼 수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006_1211_c_02L여인이 불허견에게 말하였다. “저는 종류를 물은 것이 아니고 종류가 없음을 물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자 불허견은 이 말에 묵묵히 아무런 대꾸를 못했다.
006_1211_c_02L女報不虛見:“我不問類,亦不問無類。”時不虛見,以此言辭寂無所對。
이구시녀가 보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족성자께서는 성안에 예부터 지금까지 있는 모든 창고에 온갖 보물들이 저절로 가득 들어차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인자께서는 이런 보물들을 가지고 오겠습니까? 이것을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오겠습니까? 법을 봄에는 옷이니 밥이니 하는 것이 없으며, 만일 옷이나 밥을 생각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범부와 같아지니, 어리석은 범부는 항상 옷과 밥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옷과 밥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한 세간의 여러 가지 보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영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가사의하게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같이 사람들이 범한 죄는 기필코 이를 받게 되는 것이며 결코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그것을 벗어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이들 지혜가 없는 자들로 하여금 그 죄를 가볍게 하며, 모든 법은 주인이 없는데도 주인이 있게 하고자 하며, 스스로 지은 일들을 지음이 없는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까?”
여인이 말하였다. “그러면 또 족성자여, 모든 법은 평등해서 서원을 가지고 이를 변동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서원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들 각자가 한 사람 한 사람씩 서원을 발하여 스스로 마음에 이를 염하기를, ‘내가 마땅히 이들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여 열반에 이르게 할 것이다’라고 하며, 또 설사 그 원하는 바가 기필코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그 소원에서 물러남이 없도록 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제악취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인자(仁者)께서는 자신이 삼매에 들어 마음을 안정할 수 있다고 하여 뭇 사람들로 하여금 5음의 번뇌가 늘지 않도록 하고자 하시는데, 어째서입니까? 삼매가 자신에 속한 것입니까, 다른 사람에게 속한 것입니까? 설사 자신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법이란 다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으며, 또한 어떤 합쳐 모이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인자께서는 삼매의 선정(禪定)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5음의 번뇌에 덮이지 않게 하겠다고 하는 것이며, 만약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속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처럼 다른 이에게 은덕 짓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이구시녀가 광세음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족성자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성안에 사는 사람이 감옥에 갇히면 물러나게 하고, 모든 구금을 당한 이들은 저절로 벗어나게 하고, 모든 두려워하는 자는 두려움이 없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치료하여 다스리면 음(陰)에 감수함이 있는 것입니까, 감수함이 없는 것입니까?
006_1212_b_02L여인이 다시 말하였다. “글이나 말이 없을 경우 지혜로운 자는 문자를 보여서 이를 강설합니다. 그러나 문자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어떤 거리낌도 없으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곧 법계인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법을 분명히 깨달은 자는 어떤 집착도 없어집니다.”
그렇다면 인자여, 그와 같이 대단한 말재주를 어떻게 생각하여 이루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에다 세워서 생기게 하겠습니까? 설사 생각을 일으켜 세운다고 하더라도 모든 중생들이 다들 각자 생각을 세워야 하니, 이 때문에 고요함에 이르지 못하며, 만약 생기는 것으로써 이를 이루게 된다면 그것은 허망입니다. 만일 염을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짓는 것이 없고, 어떤 짓는 것이 없으면 고요함이 없어서 안정되지 못합니다.”
여인이 다시 말하였다. “족성자여, 그 처음의 발심은 어떤 행하는 처소가 있습니까? 만약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상견(常見)이요, 만약 있는 곳이 없다고 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인도해 부린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 모든 행을 다 여의기 때문입니다.” 변적이 묵묵히 말이 없었다.
006_1212_c_02L여인이 다시 말하였다. “성스러운 지혜란 일어남이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어떤 고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까? 만약 일어남이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순조롭지 못한 일을 생각하는 것으로 마땅히 곧 유위의 지혜를 이루게 됩니다. 유위의 지혜를 행하면 곧장 어리석고 캄캄한 식(識)을 이루어서 분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고요하다면 뒤바뀌는 일이 없어서 뒤집혀 버리는 일도 없는 것이며, 이는 곧 보살과 제자와 연각과 여래의 지극한 진여로서 어떤 생각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범부는 도리를 생각할 뿐이므로 이를 지혜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초도무허적이 묵묵히 말이 없었다.
이때 현자 수보리가 여러 큰 제자와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돌아가서 다시금 성안에 들어가 걸식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당연히 걸식을 해서 음식을 얻어먹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구시녀가 방금 법을 설해서 우리가 이를 들었으니, 오늘은 마땅히 이 법으로 끼니를 삼아야겠습니다.”
부디 수보리여, 사문이 나가서 머물러 처할 곳은 방일(放逸)함이 없고 방자함을 즐기지 않습니다. 사문의 법은 집착이 없으며, 집착이 없기 때문에 분노와 한스러움이 없고, 원한을 품지 않는 자는 행하는 것이 없습니다. 행하는 것이 없음은 성현(聖賢)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구시녀는 부처님을 일곱 번 돈 다음 세존 앞에 머물러 서서 게송으로 노래 불러서 일을 여쭈었다.
006_1212_c_23L離垢施女繞佛七帀,住世尊前,以偈歌頌而問事矣:
006_1213_a_02L 저는 세존께 여쭙습니다. 집착이 없음은 그와 같은 무리를 얻기 어렵고 청정함이란 의지함이 없으며
명칭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006_1212_c_24L我問於世尊, 無著難得倫, 淸淨無所倚,
名稱不可量。
중생들을 구하여 건지려고 감로(甘露)의 기쁨을 베풉니다. 어떤 것을 보살이 되어 이러한 행을 이루는 자라고 합니까?
006_1213_a_03L救濟於衆生, 施以甘露悅:
云何爲菩薩, 而成就其行。
그런 다음 이구시녀는 무릎을 꿇고[長跪] 차수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보리수 아래서 마관속(魔官屬)을 항복받는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진동한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빛을 발하여 한량없는 불국토를 두루 비춘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여러 부처님들을 따라 총지법(摠持法:陀羅尼)에 이른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고요하게 마음을 안정하여 삼매를 이룬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모든 행을 마치어 신족(神足)을 얻는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항상 단정하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화생(化生)을 얻는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크게 부유하여 재물이 풍족하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큰 지혜를 얻었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언제나 전생의 운명을 안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여러 부처님과 모인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32상(相)을 얻게 된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80종호(種好)를 능히 이룬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말재주를 얻는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복전(福田)을 얻는 데 이른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의 권속(眷屬)이 항상 화목하다고 하며, 어떤 것을 일러 보살이 원하는 불토(佛土)가 평소에 뜻대로 생긴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능히 이와 같은 이치를 물을 수 있다니 참으로 훌륭하구나. 모든 보살마하살을 위해 많은 안온함과 많은 슬퍼하는 마음을 베풀며, 모든 하늘들과 시방의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기는구나. 그러면 잘 듣고 깊이 생각하도록 하라. 내 마땅히 이를 풀어 설하겠다.” “그렇게 하여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즐겁게 듣고 싶습니다.”
006_1213_b_02L이구시녀는 무리들과 함께 모여서 가르침을 들었다.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보리수 아래서 마관속을 항복받는 것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 하는가? 일찍이 탐하고 집착하는 일 없이 남들을 이익으로 길러 주며, 언제나 꾸미고 치레하는 말을 마음에 즐겨 하지 않으며, 무수한 사람들을 권하여 본덕(本德)을 따르게 하며, 번뇌가 없는 자비로 중생들에 회향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다.”
질투의 마음을 가진 적이 없으니 꾸미고 치장함을 여의었느니라. 무수한 사람들을 권하고 교화하여 갖가지 덕의 근본을 행하게 하느니라.
006_1213_b_05L未曾懷嫉妒, 離於綺飾麗, 勸化無數人,
使行衆德本。
언제나 자애로운 마음을 따라 닦아서 시방의 사람들에게 회향하느니라. 마군과 원한의 적에게 항복받으니 노닐고 머묾이 자재(自在)로우니라.
006_1213_b_07L常遵修慈心, 向於十方人,
而降魔怨敵, 自在所遊居。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진동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말과 행(行)이 서로 덮어 주어서 깊은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들어가는 것이며, 마음의 원(願)이 좋고 바른 법에 대하여 견고한 것이며, 한량없는 모든 사람들을 권면하여 교화해서 위없고 바른 참된 도리에 뜻을 두게 하는 것이며, 드러나지 않는[隱微] 오묘한 지혜를 잘 사랑하고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네 가지이다.”
무수한 사람들을 권면해 교화하여 위없는 도리에 뜻을 두느니라. 이 같은 네 가지의 법으로 해서 무수한 불토를 진동(震動)하느니라.
006_1213_b_15L以是四法故, 能動億佛土。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빛을 발하여 널리 한량없는 부처님의 국토를 두루 비추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언제나 어두운 곳에 등불을 밝히는 것이며, 어지러운 종말의 세상에서도 경전(經典)을 옹호하는 것이며, 온갖 난리로 곳곳에 한가로움이 없을 때 이것으로 인하여 경전의 도리를 설하고 법의 광명을 드러내는 것이며, 보배로운 향과 꽃으로 불사(佛寺)에 공양하여 뿌리는 것이다.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다.”
언제나 등불을 베풀어 그 빛이 맑고 깨끗하니라. 마지막 암흑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경전을 옹호하느니라.
006_1213_b_21L常施以燈火, 淸淨之光明, 最後窮冥世,
而護於經典。
방일(放逸)한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경전의 법을 강설하느니라. 기이하고 귀중한 보물들로 탑과 절에 공양하느니라.
006_1213_b_23L爲放逸衆人, 而講說經法,
以奇珍之寶, 而供養塔寺。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들이 자신의 몸에서 광명을 발하느니라. 그리하여 무수한 억천의 불토를 그 빛으로 찬란히 비추느니라.
006_1213_b_24L菩薩由是故,
演放其光明, 照曜無央數, 億千諸佛土。
006_1213_c_02L
모든 사람들이 이 빛을 받아서 모두 다 커다란 편안함을 이루느니라. 곧 뜻을 발해 이를 구하니 위없는 부처님의 도이니라.
006_1213_c_02L衆人得蒙暉, 悉致於大安, 則便發志求,
無上之佛道。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모든 부처님을 따라 이 법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몇몇 종류로 각각의 기이한 것들을 보시하는 것이며, 모든 영락들로 옥녀(玉女)를 장엄하고 모든 구하는 자들에게 베푸는 것이며, 밤낮으로 은근히 여래의 덕을 찬탄하고 드날리는 것이며, 과거의 실천을 통해 뜻을 절대적으로 반야바라밀에 두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몇몇 지혜를 이용해서 총지(摠持)를 얻음에 이르느니라. 영락을 써서 장엄(莊嚴)하여 아름다운 옥녀(玉女)에게 베푸느니라.
006_1213_c_10L用若干之惠, 逮得於摠持, 莊嚴以瓔珞,
殊妙玉女施。
부처님의 덕을 언제나 찬탄하고 은근히 이를 힘써 닦느니라. 지혜를 구하여 무극(無極)을 깨달으니 모든 부처님의 거룩한 지혜이니라.
006_1213_c_12L常咨嗟佛德, 慇懃精修務,
求智度無極, 諸佛之聖慧。
이에 인연한 복의 보답으로 총지를 얻음에 이르느니라. 그리하여 수행에 정진을 더해서 백천 겁의 세월 동안 앉지 않느니라.
006_1213_c_13L由是之福報,
逮得於摠持, 而行加精進, 百千劫不坐。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법을 강설하시니 기억이 뛰어나고 통달한 보살[士]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느니라.
006_1213_c_14L其十方諸佛, 所可講說法, 强識之達士,
一切悉得受。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고요하게 마음을 안정하여 삼매를 이루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죽고 사는 일과 그것이 지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걱정하여 싫어하는 것이며, 가정에 있는 것을 즐겨 하지 아니하여 언제나 이를 버리고자 하는 것이며, 정진을 받들어 행하고 그 밖의 다른 일들을 버리는 것이며, 일으켜 지을 수 있는 큰 업을 존숭(尊崇)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모든 돌아다니는 곳들을 버리고 저 허공과 같이 한마음을 닦느니라. 마음이 방일함이 없어 정진을 행하니 업을 닦아서 구경(究竟)에 이르리라.
006_1213_c_21L棄捐一切周旋處, 彼修一心如虛空,
志無放逸行精進, 所可修業能究竟。
뜻이 통달해 이들 네 가지 덕을 행하여 불도(佛道)를 따라 닦으니 고요하고 묘하니라. 삼매를 얻어서 마음이 담박하니 정각(正覺)을 이루어서 불도를 행하느니라.
006_1213_c_23L意達行此四德事, 遵修佛道斯寂妙,
便得三昧心憺怕, 則成正覺佛道行。
006_1214_a_02L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모든 수행을 완수하여 신족을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 하는가? 언제나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고, 마음을 나태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모든 법에 대하여 집착이 없는 것이며, 4대(大)가 마치 허공과 같은 경계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몸은 언제나 가볍게 하고 마음은 부드럽고 나태함이 없느니라. 그리하여 모든 법에 대해 어떤 집착도 가진 적이 없느니라.
006_1214_a_06L常輕便其身, 心柔和無懈, 而於一切法,
未曾有所著。
한결같은 마음으로 뜻을 세우고 4대의 진상(眞相)을 살펴보느니라. 항상 모습이 평등하기에 바라보면 마치 허공과 같으니라.
006_1214_a_08L一心立其志, 觀察於四大,
而常以平等, 瞻之如虛空。
이러한 네 가지의 법에 대하여 어떤 인연으로 흥행(興行)을 얻는가? 이 때문에 총명하고 통달한 자는 한량없는 신족(神足)을 얻느니라.
006_1214_a_09L於此諸四法,
何因得興行, 聰達以是故, 逮無量神足。
잠깐 사이에 백천의 모든 불토에 이르러 수없이 많은 부처님을 보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배를 드리느니라.
006_1214_a_10L則以須臾閒, 至百千佛土, 見無數諸佛,
稽首爲作禮。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항상 단정하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성을 내는 일이 없어서 다툼과 더러움의 속박을 여의는 것이며, 불탑과 불사에 예배하여 믿고 기뻐하여 몸을 굽히는 것이며, 장엄(莊嚴)함에 독실하여 금계(禁戒)를 세우는 것이며, 선(善)한 말로 남에게 응하여 이를 가려 막지 않고 법사(法師) 보기를 세존과 같이 받드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다른 사람들을 향해 성내지 않고 더러움을 싫어하고 번뇌를 여의느니라. 뛰어난 마음으로 항상 도를 생각하여 마땅히 공경하게 불사(佛寺)를 청소하느니라.
006_1214_a_17L不造瞋恚向他人, 捨於厭穢蠲除垢,
常殊勝心念於道, 當以恭敬掃佛寺。
금지하는 법을 받들어 닦아 모든 계율을 보호하며 선량한 말씨로 사람들을 응대하느니라. 보살이 된 자는 번뇌를 맺음이 없으니 법사 보기를 세존과 같이 하느니라.
006_1214_a_19L奉修法禁護諸戒, 而以善言應對人,
爲菩薩者不懷結, 觀於法師如世尊。
이러한 묘한 법을 능히 익힌다면 보살은 기뻐서 용감해지느니라. 이처럼 단정하기에 보는 이가 기뻐하니 무수한 사람들이 함께 쳐다보고 살피느니라.
006_1214_a_21L以能習此妙法者, 菩薩歡悅意勇猛,
因此端正睹者欣, 無數百人共瞻察。
006_1214_b_02L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화생(化生)을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부처님의 형상을 지어서 연꽃 위에 모시는 것이며, 또 파랑․빨강․노랑․하양 등의 연꽃을 가지고 이를 빻아 먼지처럼 가루를 만들어서 갖추어 받들어서 여래께 공양하고 불탑과 불사에 뿌리는 것이며, 모든 사람들을 크게 애처로워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이며, 금계(禁戒)를 굳건히 지켜 남들의 결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부처님의 행상을 지어 연꽃 위에 모시고 많은 꽃들을 잘게 빻아서 절간에 베푸느니라. 남의 흠을 찾지 않고 이들을 마음 아파하니 곧장 연꽃 속에서 화생을 얻으리라.
006_1214_b_06L作佛形像坐蓮華, 細擣衆華具施寺,
不求他闕懷愍傷, 則得化生蓮華中。
시방의 모든 자들을 생각하면서 온갖 덕을 권해서 해탈케 하느니라. 이같이 덕에 맞게 수행을 익힌다면 존귀한 도사(導師) 앞에서 화생을 얻으리라.
006_1214_b_08L識念十方諸群黎, 勸助衆德令解脫,
若能習是德稱行, 則得化生尊導前。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크게 부유하여 재물이 넉넉한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항상 공경을 실천하고 보시하여 자만하지 않는 것이며, 좋은 의복으로 남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며, 언제나 독실하게 믿는 마음으로 기뻐하고 맑은 것이며, 삿된 견해를 풀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만일 누가 보시하면 공경하여 방자함이 없느니라. 갖가지 모든 사물들에게 한 번도 일찍이 집착하지 않았느니라.
006_1214_b_14L其人若布施, 恭敬無慢恣, 於一切衆物,
未曾有猗著。
능히 독실하게 믿고 즐긴다면 여러 부처님들의 가르침과 계율은 곧 언제나 자재로워서 크게 부유하여 재물이 풍족하리라.
006_1214_b_16L以能篤信樂, 諸佛之教誡,
便能常自在, 致大富饒財。
마음에 오로지 공손함을 품어 아첨함이나 질투가 없느니라. 일찍이 남의 단점을 찾지 않았고 억지로 행하는 일 없었느니라.
006_1214_b_17L心專懷恭恪,
無諂無嫉妒, 未曾求人短, 無有剛强行。
뜻과 성품 언제나 질박하기에 견해는 곧고 바른 것을 닦느니라. 이와 같이 행하므로 언제나 부유해서 재물이 많으니라.
006_1214_b_18L志性常質朴, 所見修正直, 以是行之故,
每富多財寶。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큰 지혜를 얻는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일찍이 경전(經典)을 아끼거나 시샘함이 없었고, 만일 머뭇거릴 일이 있으면 즉시 의심을 해결하는 것이며, 만약 수행하면 그대로 마땅히 분별하며, 설사 설하는 것이 있더라도 그 공(空)임을 완전히 깨달아서 몸이 모든 수행을 따르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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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위해 법을 아끼지 않고 뭇 사람들을 위해 의심을 결단하느니라. 언제나 사람들을 가르쳐서 권하고 공한 것임을 생각하며 부처님의 행을 닦느니라.
006_1214_c_02L不爲他人愛惜法, 則能爲衆決狐疑,
常以教化勸誨人, 思惟空事諸佛行。
만일 어떤 사존(士尊)이 이 법을 익힌다면 큰 지혜를 얻어서 이름이 두루 일컬어지리라. 모두 능히 여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다시 이 고요하게 통달한 구절을 성취하느니라.
006_1214_c_04L若有士尊習是法, 得大智慧名稱普,
皆能順從諸佛教, 還成是寂通達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언제나 전생의 운명을 아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경전을 외워서 항상 정진을 행하고 오래되어 잊을 만한 것은 익히는 것이며, 옛것을 생각하여 새것을 통달해서 그 외울 만한 것은 그 구절의 뜻을 생각해서 이를 분명하게 분별하여 설하는 것이며, 마음과 입이 서로 응하여 부드러운 말로 남들을 위해 강설하되 한량없는 행을 세워서 은근하게 닦아 법을 베푸는 것이며, 항상 죽고 사는 등의 온갖 괴로움에 있는 자를 보호하여 열반을 찬탄해서 안온함을 보여 주고, 방편을 분명히 깨닫고 삼매의 행을 쫓아서 즐겁게 사람들을 돕고 권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경전을 외우며 잊은 것들을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공(空)을 설하느니라. 경전을 닦고 행하여 일찍이 게으름이 없으니 오로지 삼매만 생각하며 뭇 생각이 없느니라.
006_1214_c_14L諷誦經典念所忘, 以可意悅爲說空,
修行經典未曾倦, 專念三昧無衆想。
네 가지의 이 법을 받들어 행한다면 크고 완전하게 숙명을 알리라. 천 겁의 불가사의를 생각해 알고 속히 성불(成佛)하여 도사(導師)가 되리라.
006_1214_c_16L以能奉行此四法, 得知宿命大巍巍,
識念千劫不可議, 疾得成佛衆導師。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모든 부처님과 함께 모이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설사 목숨을 잃더라도 경전의 도리를 비방하지 않고, 그 형체와 목숨이 다하도록 보살을 비방하지 않으며, 설사 해를 입더라도 처음부터 일찍이 나쁜 친구를 따르지 않고, 항상 여러 부처님들을 생각하여 삼매를 받들어 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부처님의 경(經)의 도리를 일찍이 헐뜯지 않았고 보살의 단점을 찾아 비판하지 않느니라. 나쁜 친구는 멀리 버리고 언제나 마음에 부처님의 수행을 생각하느니라.
006_1214_c_23L未曾謗毀佛經道, 亦不敢訕菩薩短,
棄捐遠於惡親友, 而常心念諸佛行。
006_1215_a_02L
이처럼 거룩한 도덕을 맛보고 익히니 이로 인해 여래와 함께 만나리라. 가장 뛰어난 견해들을 얻기 때문에 위없는 부처님의 도리를 이루게 되리라.
006_1215_a_02L翫習於此聖道德, 以故得與如來會,
爲諸最勝所見受, 乃至成佛無上道。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32상(相)을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보물을 나누어 주어 여래와 사탑(寺塔)에 공양하고 뿌리며, 갖가지 향을 합하여 향유(香油)를 만들어 여기에 바르는 것이며, 다시 등불을 켜고 갖가지 꽃을 뿌리는 것이며, 성현(聖賢)을 존경하고 따라서 그 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기이한 보물을 불사(佛寺)에 공양하고 수만꽃[須曼] 기름으로 등불을 켜느니라. 여러 가지 꽃을 뿌려 보시하니 기쁜 수행이 이치를 잃지 않느니라.
006_1215_a_09L珍奇異寶供佛寺, 須曼油香然燈熏,
若干種華而散施, 尊悅意行不失義。
몸은 서른둘의 기묘한 모습을 이루어 단정하고 우뚝해서 온갖 덕을 갖추었느니라. 이러한 법 때문에 모습을 이루니 그래서 가장 훌륭한 인중존(人中尊)이 되느니라.
006_1215_a_11L致身奇相三十二, 端正巍巍衆德備,
以是法故成就相, 因致最勝人中尊。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능히 80종호(種好)를 이루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항상 각종의 법좌(法座)를 여는 것이며, 남들을 공양하여 섬기되 겸손하여 싫어하지 않는 것이며, 법사(法師)를 자주 찾아가 뵙는 것이며, 중생들을 권하고 교화하여 불도에 들도록 하는 것이니, 이것이 네 가지이다.”
여러 가지 옷으로 법좌를 펼쳐 사람들을 받들어 섬기는 데 게으름이 없느니라. 사람들을 위하고 법을 항상 사모하니 이 때문에 80종호를 이루느니라.
006_1215_a_18L若干種衣敷設座, 奉事於人未曾懈,
爲衆人故常慕法, 緣是得致八十好。
뭇 싹을 권면하고 교화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들게 하느니라. 이 법을 행한다면 도(道)가 어렵지 않으리라. 보살이 이런 공덕을 익히고 나면 이로 인해 80종호를 이루리라.
006_1215_a_20L勸化群萌入佛慧, 若行此法道無難,
菩薩習是功德已, 緣此得致八十好。
006_1215_b_02L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말재주를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보살의 오묘한 협장(篋藏:法藏)을 이끌어 이롭게 하고 세 가지 품류의 모든 부처님 경전을 외워 익히는 것이며, 밤낮으로 각각 세 번씩 깨달음을 사유하고 모든 세간을 다 보호하며 믿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의 도리는 일어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붙들어 지녀 만족하게 분별해 관찰하는 것이며, 이를 능히 받들어 행하고 설하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보살의 법장(法藏)을 조심히 지니고 보호하며 밤낮으로 3품(品)의 법을 받들어 행하느니라. 쫓아 태어남이 없으니 세상을 탐하지 않고 부처님들 가르침을 열어서 설하느니라.
006_1215_b_05L謹愼將護菩薩藏, 晝夜奉行三品法,
得無從生不貪世, 開化解說諸佛教。
기쁘고 즐겁기에 도화(道化)를 따르고 10력(力)의 이치를 알아 지키느니라. 몸이나 목숨을 아낀 적이 없으니 부처님의 법으로 모든 행을 살피느니라.
006_1215_b_07L歡喜悅故順道化, 執持所誨十力義,
未曾愛惜身壽命, 以佛法故察諸行。
이 같은 네 가지 덕을 받들어 닦는다면 곧 습속에 순응하여 말재주가 묘하리라. 하늘과 사람들이 받들어 섬기려고 기이한 꽃으로 꽃다발을 꾸미리라.
006_1215_b_09L則能奉修此四德, 輒因順俗妙辯才,
爲天世人所奉事, 而持奇異飾華鬘。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부처님의 찰토(刹土)를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고, 마음이 항상 평등하며, 부처님의 도리를 지니어 따르고, 4부(部)의 무리들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남이 받는 공양을 보고 들어도 일찍이 그들을 질투한 적이 없느니라. 항상 평등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나란 생각이 없으니 공양을 여의어서 허공처럼 즐거우니라.
006_1215_b_14L見聞他人得供養, 未曾懷嫉妒於彼,
常行等慈志無我, 離於供事樂如空。
네 가지의 이 법은 헤아릴 수가 없으니 항상 지니고 보호해 자애로운 마음을 품어라. 청정한 불토를 얻고 묘하게 꾸며서 속히 정각(正覺)을 얻으리라.
006_1215_b_16L以此四法不可量, 而常將護懷慈心,
得淸淨土妙莊嚴, 速疾逮成致正覺。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그들의 권속(眷屬)들이 언제나 화목하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일찍이 남의 권속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며, 다툼이 있을 경우 이들을 권하여 화합시키는 것이며, 경법을 외우고 읊어서 사람들을 열어 인도하는 것이며, 이간질과 참언(讒言)을 버리고 언제나 사람들의 질서를 찬탄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다른 권속을 일찍이 깨뜨린 적이 없으니 다툼이 있으면 권하여 화해시키느니라. 경법을 외워 사람들을 위해 설하고 이간질로 사람들을 어지럽히지 않느니라.
006_1215_b_23L未曾破壞他眷屬, 若有鬪諍勸使和,
諷誦經法爲人說, 初不兩舌別亂人。
006_1215_c_02L
이러한 네 가지를 받들어 행한다면 권속들은 흩어지지 않게 되리라. 따르는 무리들이 순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이 네 가지 법으로 인하여 모두를 갖추었느니라.
006_1215_c_02L設能奉行斯四法, 致得眷屬不離散,
由是群從順淸淨, 緣此四法得備悉。
부처님께서 이구시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의 법이 있어서 원하는 불토에 평소의 뜻대로 태어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러 네 가지라 하는가? 남들이 지혜를 이루는 것을 보고도 질투의 마음을 품지 않는 것이며, 언제나 능히 6바라밀을 닦아 익히는 것이며, 모든 보살들을 마치 부처님과 같이 보면서 보살에 대한 뜻을 내고 도량에 앉아서는 마음이 평등하여 순응해 따르고 아첨함이 없는 것이며, 일찍이 거짓된 덕을 구해서 공양의 이익을 얻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이때 대목건련이 이구시녀에게 말하였다. “이 일은 매우 미묘해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법(道法)은 현묘(玄妙)하고 드러나지 않아[隱微] 그대는 깨쳐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보살의 수행은 매우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대 같은 여자의 몸으로 이를 지향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리를 얻고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006_1216_a_02L이구시녀가 목련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지극히 진실하여 거짓말이 아닙니다. 나는 장차 미래의 세상에서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세존으로 불릴 것입니다. 그리하여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중생들로 하여금 물러나 돌아가지 않게 하며, 하늘은 갖가지 꽃비를 뿌리고 공후(箜篌) 같은 악기가 타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자의 모습을 바꾸어 남자가 되어 나이 여덟 살의 사내아이가 될 것입니다.”
그러자 대목건련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맵시를 다시 고친 다음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차수한 채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디 천중천(天中天)이시여, 이제부터 모든 보살과 초발의(初發意)에 귀의하여 예배드리고 지극히 성실한 부처님 도리의 가르침에 겸손히 따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어린 여자아이가 능히 이 도를 일으켜 펴고는 변화하였나니, 그 위신(威神)이 끝없이 높고 묘하여 능히 그처럼 지성스런 원을 세울 수 있었으며, 그리하여 모든 것을 다 나타내고 진제(眞諦)의 상서로운 기운이 감응해서 과연 그녀가 말한 대로 구족하게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이구시보살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리를 발하고, 이를 수행하여 온 이래로 80백천의 아승기법이 지난 뒤에 비로소 문수사리가 도의(道意)를 발하였으며, 이구시녀가 성불할 때에도 문수사리는 역시 그러하였느니라. 그리고 48팔만의 모든 보살들의 불국토가 청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불국토이니라.”
이때 대목건련이 물었다. “이구시녀여, 그대 족성자(族姓子)가 지혜를 세워서 위가 없는 바르고 참된 도리의 뜻을 발한 지가 벌써 오래되었는데도, 어째서 아직까지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고 있었습니까?” 이구시녀가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대가 신족이 가장 높다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어째서 남자의 모양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까?” 목련이 묵묵히 있었다.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미치기 어렵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구시보살은 그 미묘함에 깊이 들어가서 그 높기가 이와 같습니다.”
006_1216_c_14L文殊師利白佛:難及,世尊!離垢施:“菩薩深入微妙,巍巍乃爾。”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구시보살은 60억 여러 부처님․세존을 따라서 공삼매(空三昧)를 행하였으며, 80억의 부처님을 따라서 태어나지 않는 법인[不起法忍]을 받아 받들었으며, 30억의 부처님을 따라서 깊고 묘한 보살의 도품(道品)을 물었으며, 80억의 부처님을 공양하여 받들어 섬기되, 음식과 반찬과 의복과 발우 그릇을 끝날 때까지 하였으며, 깨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어떤 의문도 남지 않도록 명백하게 깨쳤으며, 모든 자들을 열어서 교화하고자 인삼매(印三昧)를 물었다.”
006_1217_a_02L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족성을 가진 아들이나 딸이 이 경의 법을 받아서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해 이를 분별해서 설한다면,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설사 어떤 사람이 항하의 모래알 수만큼이나 많은 불국토에 가득 들어찬 7보를 가지고 보시를 한다 하더라도, 이는 오히려 이 경(經)을 받아 지녀 외워 강설하는 것만 못할 것이며, 얻게 되는 복도 저것보다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보살들이 인하여 법으로 보답하고 마땅히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서 마침내 성취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물었다. “이 경(經)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하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분별변재보달실주(分別辯才普達悉周)라 하며, 마땅히 이구시녀가 물은 대로 이를 받들어 지녀야 한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자, 80억의 하늘과 사람들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리를 끝까지 분명하게 깨달아 알게 되었다.
이때 변적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구시보살은 오랜 뒤에 마땅히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리를 이루어서 최정각(最正覺)이 될 것입니다.”
006_1217_a_08L時辯積菩薩,白世尊曰:“離垢施菩薩,久如當成無上正眞之道,爲最正覺。”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그는 항하의 모래알 수와 같은 백천의 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마땅히 부처님의 도리를 얻어서 그 이름이 이구광영왕(離垢光英王) 여래․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세존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 겁의 이름은 무량덕(無量德)이라고 할 것이니, 모든 성문과 보살들에서부터 거처와 의복과 음식이 마치 하늘 위와 같을 것이다.”
이때 범천(梵天)과 범지(梵志) 및 5백 명의 무리들이 부처님께서 이구시보살에게 결정(決定)의 수기를 내리신 것을 듣고, 또 그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고는 더욱 감탄스럽고 기뻐서 펄쩍 뛰면서 경하하였고, 저절로 착한 마음이 일어나 일치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