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7_0123_a_01L대방등대집경 제13권
007_0123_a_01L大方等大集經卷第十三


북량 천축 담무참 한역
이진영 번역
007_0123_a_02L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7. 불가설보살품(不可說菩薩品)
007_0123_a_03L不可說菩薩品第七

그때 세존께서는 짐짓 욕계와 색계의 중간 큰 보배 궁전 가운데 계시면서 여러 대중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셨다.
이때 대중 가운데에 불가설이란 한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다시 단정하게 하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 발에 나와 예배하고 합장하고 꿇어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007_0123_a_04L爾時世尊故在欲色二界中閒大寶坊中與諸大衆圍遶說法是時會中有一菩薩名不可說從座而起更整衣服偏袒右肩前禮佛足長跪合掌而說偈言

걸림 없는 지혜와 걸림 없는 계행
허공의 성품 같아 설할 수 없고
3세에 평등해 각(覺)과 관(觀) 없으니
나 이제 더 없는 높은 이께 예배합니다.
007_0123_a_09L無㝵智慧無㝵行
如虛空性不可說
三世平等無覺觀
我今敬禮無上尊

무상(無相)을 관하여 고요함 즐기고
온갖 감관 조복하여 모양 여의시며
모든 법성 둘 없음을 밝게 아시니
나 이제 사람의 사자왕께 예배합니다.
007_0123_a_11L觀於無相樂寂靜
調伏諸根遠離相
了諸法性無有二
我禮人中師子王

중생 성품이나 법의 성품
모두 차별 없음 관하시고
중생을 보는 마음 평등하시니
온갖 성품 끊은 이께 예배합니다.
007_0123_a_13L觀衆生性及法性
如是二性無差別
等心觀於諸衆生
今我永斷一切性

보리를 얻었으나 얻은 것 없으니
보리의 성품처럼 색(色)도 그러하며
무상(無相)의 장엄으로 모양을 장엄하니
나 이제 더 없는 높은 이께 경례합니다.
007_0123_a_15L所得菩提無所得
如菩提性色亦爾
無相莊嚴莊嚴相
我今敬禮無上尊

모든 법계는 각과 관 없건만
범부가 보기로는 모양 있는 법이라고
법계의 성품 무너지지 않으니
나 부처님 진실한 지혜에 예배합니다.
007_0123_a_17L一切法界無覺觀
凡夫觀之有相行
法界之性不破壞
佛眞實智故我禮

여래의 몸의 업 설할 수 없고
입과 뜻의 업도 또한 그러하여
모든 법의 성품과 중생까지도
더 없이 높은 이는 분명히 아시네.
007_0123_a_19L如來身業不可說
口意等業亦如是
一切法性及衆生
無上勝尊了了知

여래는 진실한 경지에 머무르시어
그 연설하심 음성과 문자 없고
중생들 즐겨 듣고 큰 이익 얻으니
그러므로 여래는 헤아리기 어렵네.
007_0123_a_21L如來住於眞實地
所可演說無聲字
衆生樂聞得大利
是故如來難思議
007_0123_b_02L
연설하신 여러 법 모양 없으며
중생을 조복하여 온갖 존재 끊고
중생과 법성 공함을 연설하시니
나 대장부께 예배합니다.
007_0123_b_02L所說諸法無相貌
調伏衆生斷諸有
善說衆生法性空
是故我禮大丈夫

그때 불가설보살이 이렇게 게송으로 찬탄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 모인 보살들이 제각기 뜻대로 묻기를 마쳤으니, 제가 이제 이 대집경전에서 조금 묻고자 합니다. 원컨대 여래께서 가엾이 여겨 들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의심나는 대로 물어라. 내 너를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007_0123_b_04L爾時不可說菩薩偈讚佛已白佛言世尊此會菩薩各各當已已諮請竟我今於是大集經中復欲少問唯願如來垂哀聽許佛言善哉善哉善男隨疑致問吾當爲汝分別解說
그때 불가설보살이 이미 허락을 받고는 곧 선정에 들었는데, 선정에 든 뒤에 대중들로 하여금 다 큰 보대(寶臺)에 있게 하고, 허공에 올라가서 꽃과 향을 뿌리고 갖가지 흥겨운 풍악으로써 공양하고 외쳤다.
“이제 불가설 보살마하살은 여기에서 큰 일을 묻고자 합니다.”
007_0123_b_09L不可說菩薩旣蒙許可卽入定意入定意已悉令大衆處大寶臺上虛空中雨散華香種種伎樂而以供養復出是聲是不可說菩薩摩訶薩於是中欲問大事
그때 불가설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보리는 청정하고 고요하며, 크게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어둠 없이 크게 빛나며, 진실 그대로 성품도 평등하고 미묘하고 매우 깊어서 각과 관이 없으며, 온갖 더러움을 멀리 여의어 연설할 수 없습니다.
또 글자 없고 글귀 없고 음성도 없으며, 넓고 크기가 한량없고 끝과 마디[節]가 없으며, 온갖 가[邊]를 여의어 더하고 덜하지도 않고 나아가거나 물러나지도 않고 머물러 그침도 없으며, 험하고 평평함도 없고 있는 것 없는 것도 없습니다.
007_0123_b_14L爾時不可說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諸佛菩提淸淨寂靜大靜無垢無闇大光眞實如爾其性平等微妙甚深無有覺觀遠離諸垢不可宣說無字無句無有音聲廣大無量無有邊際離一切邊不增不減不前不卻無有住止無峻無平無有無無
007_0123_c_02L견고하여 무너짐이 없고 나와 내 것이 없고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넓거나 좁은 것은 없고 법 없고 중생 없으며, 다함없고 마지막 다함도 없으며, 공도 아니고 공한 성품도 아니고 그런 이치도 아니고 그런 이치 아님도 아닙니다.
또 마음도 아니고 지음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멸함도 아니며, 흙․물․불․바람과 같아 끝과 짬이 없어 측량할 수 없으며, 평등하고 두루 하여서 장애 없기가 마치 허공 같으며, 눈의 식별의 경계가 아니고 내지 뜻의 식별의 경계도 아니며, 온갖 존재를 끊어 비유할 수 없음은 온갖 비유를 여읨이니, 모든 부처님의 진실한 지혜와 같기 때문입니다.
007_0123_b_21L堅固無壞無我我所無取無捨無廣無狹無法無衆生無盡畢竟盡不空空性非處非非處非心非作非生非滅如地水火風無有邊際不可度量平等遍有無有障礙猶如虛空非眼識界乃至非意識界斷一切有不可譬喩離一切喩如一切佛眞實知故
이 진리 아닌 것이 아님은 온갖 중생이 다 얻기 때문이며, 진리와 다르지 않은 것은 온갖 중생이 다 평등하기 때문이며, 그 성품이 바로 존재란 것은 진실한 성품이기 때문이며, 그 성품이 바로 진실함이란 미래와 현재의 짬이 없기 때문이며, 지음[作] 없어 받음[受] 없고 색(色) 없어 마음[心] 없고 생각[想] 없어1) 수(受)가 없으므로 온갖 감관을 끊고, 상(想)이 없어서 생각을 끊고, 행(行)이 없어서 지어감을 끊고, 식(識)이 없어서 분별을 끊고, 음(陰)․입(入)․계(界)가 없어서 음․입․계를 끊고, 처음․중간․뒤가 없어서 모든 마군의 업을 여의며 유포함이 없고 번뇌[漏]가 없어 거둬줌이 아닙니다.
007_0123_c_05L非不是如何以故一切衆生皆悉得故非異於如何以故一切衆生悉平等故其性是有何以故實性故其性是實何以故無有去來現在節故無作無受無色無心無想無受斷一切受無想斷想無行斷行無識斷識無陰入界斷陰入界無初中後離諸魔業無有流布無漏非攝
행함도 아니고 하소연[頌]도 아니며, 다툼도 없고 죄도 없으며, 항상 자성(自性)에 머물러 분별이 없으며, 나는 것도 없고 낼 수도 없고 멸함[滅]도 없고 멸할 수도 없으며, 근본이 없어 위․아래가 없고 집[屋宅]이 없어 모나거나 둥근 것이 없으며, 지혜도 아니고 슬기도 아니어서 슬기로운 행도 아니며, 진리[諦]의 거둬줌도 아니고 생사의 거둬줌도 아니며, 다스림[對治]도 없고 공덕을 갖춤도 없어서 모든 모양[相]을 멀리 여읩니다.
007_0123_c_12L非行非訟無諍無罪常住自性無有分別無生無能生無滅無能滅無有根本無上無下無有屋宅無方無閒非智非慧亦非慧行非諦所攝非生死攝無有對治無具功德遠離諸相
세존이시여, 만약에 이러한 이치를 보리라 한다면, 이는 곧 변함없는 글귀, 깨달음 없는 글귀, 탐욕 없는 글귀, 다툼 없는 글귀, 견고한 글귀, 무너지지 않는 글귀, 움직이지 않는 글귀, 짓지 않는 글귀, 몸 없는 글귀, 남[生]없는 글귀, 더함이 없는 글귀, 평등한 글귀, 두 가지 없는 글귀, 실다운 글귀, 존재[有]의 글귀, 참된 글귀, 가장 으뜸 되는 글귀, 분별없는 글귀, 한 맛[一味]의 글귀, 한 일[一事]의 글귀, 1승(乘)의 글귀입니다.
007_0123_c_17L世尊若如是義名菩提者卽無變句卽無覺句卽無貪句卽無諍句卽堅固句卽不壞句卽不動句卽不作句卽無身句卽無生句卽無智句卽平等句卽無二句卽是實句有句眞句第一義句無分別句一味句一事句一乘句
007_0124_a_02L다함없는 글귀, 3세가 평등한 글귀, 3세를 분별하는 글귀, 공(空)한 글귀, 모양 없는[無相] 글귀, 원 없는[無願] 글귀, 지어감 없는[無行] 글귀, 고요한 글귀, 성품의 글귀, 진리[如]의 글귀, 남이 없는[無生] 글귀, 나옴이 없는[無出] 글귀, 다한[盡] 글귀, 집 없는 글귀, 법의 글귀, 진실한 성품의 글귀, 자신(自身)의 성품 글귀, 몸 없는 글귀, 지음 없는 글귀, 모양 없는 글귀, 말다툼 없는 글귀입니다.
007_0123_c_24L無盡句三世平等句分別三世句空句無相句無願句無行句靜句性句如句無生句無出句盡句無屋宅句法句實性句自身性句身句無作句無想句無諍句
끊임없는 글귀, 덧없는[無常] 글귀, 12인연의 글귀, 하관할 만한[下觀] 글귀, 선정의 글귀, 윗[上] 글귀, 훌륭한[勝] 글귀, 죄와 허물이 없는 글귀, 위없는 글귀, 필경의 글귀, 청정한 글귀, 정수리 없는 글귀, 이길 수 없는 글귀, 견줄 수 없는 글귀, 의지함이 없는 글귀, 염하는 글귀, 서로 같음이 없는 글귀, 온갖 세간에 뛰어난 글귀, 글귀 없는 글귀, 온갖 글귀의 의지하는 글귀입니다.
007_0124_a_06L無斷句無常句十二因緣句可觀句定句勝句無罪咎句無上句畢竟句無頂句無勝句無等句無依句無相似句勝一切世閒句無句句一切句之所依句
이러한 보리(菩提)는 푸르고 누른 것도 아니고 붉고 흰 것도 아니고 색도 아니고 색 아닌 것도 아니며, 길고 짧은 것도 아니고 둥글고 모진 것도 아니고 어떤 표준이 있는 것도 아니며, 삼계의 거둠이 아니고 도가 아니고 필경이 아니고 행함이 아니고 이르는 것이 아니며, 처소가 아니고 취함이 아니고 버림이 아니며, 온갖 번뇌를 여의어 수심이나 두려움이 없으며, 온갖 기쁨을 끊어 참과 거짓이 없으며, 온갖 감관을 여의어 나[我]와 내 것[我所]이 없으며, 중생․수명․장부가 없으며,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고 분단과 한계가 없음이 마치 허공 같아서 그 성품은 마침내 연설할 수 없나니, 이러한 한량없는 법을 성취함을 보리라 합니다.”
007_0124_a_11L如是菩提非靑非黃非赤非白非色非非色非長非短非圓非方無有規矩非三界攝非道非畢竟非行非到非有處所非取非離諸煩惱無有愁畏斷一切喜無眞無化離一切入無我我所無有衆壽命士夫無量無邊不可思議有分界猶如虛空其性畢竟不可宣成就如是無量之法乃名菩提
007_0124_b_02L이 법을 말할 때에 삼천대천세계의 온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온갖 하늘은 향․꽃․풍악으로 큰 공양을 베풀면서 제각기 말하였다.
“참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이 말씀을 잘 하셨습니다.”
그때 모임 가운데 8만 4천의 보살이 무진기(無盡器) 다라니․일체자재(一切自在)삼매․무애해탈문(無礙解脫門)을 얻었으며, 어떤 사람이나 이러한 신심을 내는 이는 다 이 법의 이익을 얻었다.
그때 불가설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의 계(戒)는 가히 설할 수 없나이다. 왜냐하면 몸의 본 성품을 설할 수 없으므로 몸의 계를 설할 수 없으며, 입의 본 성품도 설할 수 없으므로 입의 계를 설할 수 없으며, 뜻의 본 성품도 설할 수 없으므로 뜻의 계를 설할 수 없습니다.
007_0124_a_19L是法時三千大千世界大地六種震一切諸天大設供養香華伎樂作是言善哉善哉善男子快作是說爾時會中有八萬四千菩薩得無盡器陁羅尼一切法自在三昧無㝵解脫法門若有人能如是信者是人亦當得是法利爾時不可說菩薩復白佛言世尊薩之戒不可宣說何以故身之本性不可說故是故身戒不可宣說口之本性亦不可說是故口戒不可宣說意之本性亦不可說是故意戒不可宣說
세존이시여, 보살이 더 없는 보리도를 수행할 적에 열 가지 착한 법[十善法]을 보호하는 것도 설할 수 없나니, 만약에 열 가지 착한 것으로써 중생들에게 권한다면 중생들에게 권하는 것도 설할 수 없으며,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마음을 닦음도 설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서 중생을 없다고 관하고, 슬픔을 닦아서 지음과 느낌이 업고, 기뻐하는 마음을 닦아서 교만에 취(醉)함을 여의고, 평정한 마음을 닦아서 이 두 가지 모양을 멀리 여의기 때문입니다.
007_0124_b_09L世尊若有菩薩修行無上菩提道時護十善法亦不可說若以十善勸諸衆生所勸衆生亦不可說修集慈悲喜捨之心亦不可說何以故集慈心觀無衆生修集悲心無作無修集喜心離憍慢醉修集捨心遠離二相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이 4무량심(無量心)을 닦으면 곧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아 범도(梵道)에 머물리니, 이 범(梵)의 방편은 온갖 범에 뛰어나므로 항상 여러 범천의 공양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온갖 범행에 뛰어나기 때문이며, 중생 인연의 사랑을 닦지 않기 때문이며, 모든 법 인연의 슬픔을 닦지 않기 때문이며, 두 가지 형상 인연의 기쁨을 닦지 않기 때문이며, 안팎 인연의 버림을 닦지 않기 때문이며, 온갖 세간의 행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세간의 모든 범행을 버리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항상 여러 범천의 공양을 받게 됩니다.
007_0124_b_15L世尊若有菩薩如是修集四無量心卽是修於淸淨梵行住於梵是梵方便勝一切梵常爲諸梵之所供養何以故勝出一切諸梵行故不修衆生因緣慈故不修諸法因緣悲故不修二相因緣喜故不修內外因緣捨故遠離一切世閒行故捨棄世閒諸梵行故是故常爲一切諸梵之所供養
007_0124_c_02L세존이시여, 이 인연으로써 보살의 계는 설할 수 없나니 보살의 계란 마침내 스스로 속이지 않고 부처님을 속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란 것은 곧 성품 없음이요, 성품 없음은 곧 없음이요, 없음이란 나옴[出]이 없음이요, 나옴이 없음이란 곧 인연이 없음이요, 인연이 없음이란 글자 없음이요, 글자 없음이란 곧 설할 수 없는 것이니, 만약 보살이 이렇게 배운다면 스스로 속이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어떤 것을 모든 부처님 여래를 속이지 않음이라 하느냐? 일체 모든 법은 법이 아니고 법 아님도 아님을 분명히 깨달음이니, 만약에 법이 아니고 법 아님도 아니라면 곧 평등함이요, 이러한 평등은 설할 수 없으므로 보살이 만약에 이렇게 배우면 모든 부처님 여래를 속이지 아니한다 하겠습니다.
007_0124_b_23L世尊以是因緣菩薩之戒不可宣說菩薩戒者終不自誑亦不誑佛何以故自卽無性無性卽無無無出無出卽是無有因緣無因緣者卽是無字無字者卽是不可言說若有菩薩能如是學卽不自誑云何名爲不誑諸佛如來覺了一切諸法非法非非法若非法非非法者卽是平等如是平等不可宣說若有菩薩作如是學是名不誑諸佛如來
또 스스로란 것은 나 없고 내 것 없음이요, 나 없고 내 것 없음을 아는 것이니, 만약에 이와 같이 닦아서 배운다면 나 없고 내 것이 없을 것이며, 이와 같이 생각하여 관한다면 스스로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 여래는 능히 진리[如]에 따르나니, 진리에 따름이란 곧 중생에 따름이요, 중생에 따름이란 일체 법에 따름이요, 일체 법에 따름이란 곧 나지 않고 멸하지 않고 머물지 않음이니, 만약에 법이 나지 않고 멸하지 않고 머물지 않는다면 곧 함이 없는 것[無爲]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함이 없는 법을 말하는데 세 가지 모양[相]이 있으니, 이른바 나옴이 없고 멸함이 없고 머무름이 없음인데, 이런 이치를 함이 없음이라 하나니, 함이 없음은 곧 성(聖)이요, 성은 원수가 없음이요, 여래는 온갖 원수를 여의므로 성이라 합니다.
007_0124_c_09L復次自者卽是無我無有我所知亦無我無有我所若能如是修集學者亦是無我無有我所若能如是思惟觀者卽不自誑又如來者能隨於如隨於如者卽隨衆生隨衆生者卽是隨順一切諸法隨一切法卽是不出不滅不住若法不出不滅不住卽是無爲是故說言無爲之法有三種相所謂無出無滅無住以是義故名爲無爲無爲卽聖聖名無怨如來遠離一切怨故故名爲聖
007_0125_a_02L원수란 것은 무명(無明)을 말함이니, 여래는 온갖 원수를 여읨으로써 원수들의 침해를 당하지 않지만, 범부는 무명을 갖추므로 항상 원수의 침해를 받습니다. 여래 세존께서는 원수의 경계와 지혜의 경계를 관하고 번뇌의 경계와 고요한 경계를 알며, 생사의 경계와 열반의 경계를 알고 중생계와 법계를 알며, 마군의 경계와 부처님 경계를 분명히 알고 색의 경계, 눈의 경계, 귀의 경계, 소리의 경계, 코의 경계, 냄새의 경계, 혀의 경계, 맛의 경계, 몸의 경계, 촉감의 경계, 뜻의 경계, 법의 경계를 분명히 압니다. 무명(無明)의 경계와 지혜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곧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생사와 열반의 두 경계가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이름과 색[名色]의 경계나 이름과 색을 아는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임을 압니다.
007_0124_c_20L怨者所謂無明如來永離一切無明是故不爲一切怨讎之所侵害凡夫之人具無明故是故常爲怨讎所害如來世尊能觀怨界及智慧界知煩惱界及寂靜界知生死界及涅槃界知衆生界及法界了知魔界及以佛界觀於色界及以眼界聲界鼻界香界舌界味界身界意界法界知無明界及智慧界皆悉平等卽是平等佛界不可說界涅槃二界平等卽是佛界不可說名色界知名色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
또 6입(入)의 경계와 6신통(神通)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곧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닿음[觸]의 경계와 멸함[滅]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느낌[受]의 경계와 멸함의 경계가 다 평등하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애욕의 경계와 멸함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취함[取]의 경계와 멸함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입니다.
존재[有]의 경계와 멸함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생(生)의 경계와 사라짐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이며, 늙고 병들고 죽는 경계와 멸함의 경계가 다 평등하다면 부처님 경계는 설할 수 없는 경계임을 알 것입니다.
007_0125_a_09L知六入界六神通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觸界滅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受界滅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愛界滅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取界滅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有界滅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生界滅界皆悉平等卽是佛界不可說界老病死界及以滅界皆悉平等卽是平等佛界可說界
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약 이와 같이 관한다면 온갖 경계에 들어가게 되고 이러한 여러 경계에 들면 탐냄[貪] 있는 이를 보고 성내지 않고 탐냄 끊은 이를 보아도 사랑하지 않으며, 성냄[瞋] 있는 이를 보고 성내지 않고 성냄 끊은 이를 보아도 사랑하지 않으며, 어리석음[癡] 있는 이를 보고 미워하지 않고 어리석음 끊은 이를 보아도 사랑하지 않나니,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세 가지 경계 속에서 분명히 아는 까닭에 이와 같이 세 덩어리[三聚]를 다 압니다.
007_0125_a_19L世尊菩薩若能作如是等觀卽得入於一切諸界菩薩若入如是等界見有貪者不生瞋恚見斷貪者亦不生愛見有瞋者不生瞋心見斷瞋者不生愛心見有癡者不生恚心見斷癡者不生愛心何以故菩薩摩訶薩於如是等三種界中了了知故如是菩薩了知三聚
007_0125_b_02L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약 이것을 배우고자 한다면 여래를 속이지 않으리니, 왜냐하면 모든 여래의 깨닫는 법을 알고, 또 이 보살은 배움에 수순(隨順)함으로써 여래를 속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모임 가운데에 무소외(無所畏)라 하는 한 보살이 불가설보살에게 물었다.
“어떻게 배우는 것이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합니까?”
007_0125_b_02L世尊菩薩若欲作是學者不誑如來何以故知諸如來所覺諸法而是菩薩隨順學故故菩薩不誑如來爾時衆中有一菩薩名無所畏問不可說菩薩言善男子菩薩摩訶薩云何而學名誑如來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에 보살이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계(戒)를 가지는데 저 사람은 계를 깨뜨린다’고 하면 이러한 보살은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할 것이며, ‘나는 보시하고 저 사람은 인색하며 나는 인욕을 닦고 저 사람은 성내며, 나는 정진하고 저 사람은 게으르며, 나는 선정을 닦고 저 사람은 산란하며, 나는 지혜롭고 저 사람은 어리석으며, 나는 만족을 알고 욕심이 적은 사람으로서 고요함을 즐기고 몸 가꾸기를 검소하게 하며, 걸식하고 더러운 옷을 입되 3의(衣)를 갖추고, 대중 속에 처하지 않으며,
007_0125_b_09L不可說菩薩言男子若有菩薩自作是言我是持戒彼是破戒如是菩薩名誑如來我是施者彼是慳貪我是修忍彼是瞋恚我是精進彼是懈怠我是定者彼是亂者我是智慧彼是愚癡我是知足少欲之人樂於寂靜易養易滿乞食糞衣唯畜三衣不處衆中
많이 듣고 청정한 말로써 고운 말씨를 쓰며, 중생들이 즐거이 받고 지혜를 염(念)하게 하고, 모든 위의와 입의 업(口業)을 깨끗이 하며, 4섭법(攝法)과 자비희사(慈悲喜捨)를 갖추며, 진실하게 말하되 말함과 같이 머물며, 마군의 경계를 알고 알고는 멀리 여의며, 항상 6바라밀을 배우고 설법을 잘 하여서 여러 중생을 위해 큰 서원을 내고 중생을 교화시켜 방일하지 않게 한다’고 이와 같이 자기를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헐뜯는다면, 이 보살은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007_0125_b_16L多聞諍語所言柔軟衆生樂受具念智慧淨諸威儀及以口業具四攝法慈悲喜捨眞語實語如說而作知魔境界知已遠離常能修學六波羅蜜能善說法爲諸衆生發大誓願能化衆生不令放逸若作如是自讚己身毀呰他者是名菩薩誑於如來
007_0125_c_02L다시 선남자여, 보살이 만약 ‘나는 이러한 법을 관찰하고 멀리 여의어서 멸함[滅]을 닦는다’고 말한다면, 이도 또한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여러 부처님들이 출세하거나 출세하지 않거나 법의 성품은 언제든지 머무르는 까닭에 일체 법계는 알아볼 수 없고 멀리 여읠 수 없고 멸함을 닦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만약 나와 내 것을 말한다면 이도 또한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두 가지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만약에 말하기를 ‘나는 이미 증(證)을 얻었고 나는 능히 멀리 여읜다’고 한다면 이도 또한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성품은 청정하기 때문이며, 또 ‘나는 4념처(念處)가 있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여래는 일체 법을 분명히 깨달아서 염이 없기 때문입니다.
007_0125_b_23L復次善男子薩若言我能觀察如是等法遠離修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諸佛出世及不出世法性常住以常住故一切法界不可知見不可遠離不可修滅菩薩若說我及我所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無二相故若有說言我已得證我能遠離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性淸淨故若言我有四念處者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如來覺了一切諸法無有念故
‘나는 4정근(正勤)이 있다’고 말하는 자도 또한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여래는 일체 법을 깨달아서 본 성품을 여의기 때문이며, ‘나는 4여의분(如意分)이 있다’고 말하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여래는 일체 법을 깨달아서 분별이 없기 때문이며, ‘나는 이미 5근(根)․10력(力)․7각분(覺分)․8정도를 갖추었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여래 세존은 성품이 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007_0125_c_10L言我有四正勤者是亦名爲誑於如何以故如來覺了一切諸法本性離故若言我有四如意分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如來覺了一切諸法無分別故若言我具根力覺道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如來世尊性無爲故
‘내가 다르고 도가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몸이 바로 이 도이기 때문이며, ‘무명(無明)이 유애(有愛)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무명과 유애는 곧 지혜이고 해탈이기 때문이며, ‘3독(毒)은 3해탈문과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이 곧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기 때문이요, ‘네 가지 뒤바뀜[四倒]이 네 가지 과[四果]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네 가지 뒤바뀜이 곧 네 가지 도과(道果)이기 때문입니다.
007_0125_c_17L若有說言我異道異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身卽是道故若言無明異於有愛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無明與愛卽是智慧卽解脫故若言三毒異三解脫門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空無相願是貪欲瞋恚癡故若言四倒異四果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四倒卽是四道果故
007_0126_a_02L‘8사(邪)가 8정도(正道)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8사를 헐기 위하여 8정도를 닦기 때문이며, ‘중생의 9거지처(居止處)가 부처님의 9차제(次弟)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두 가지 성품이 없기 때문이요, ‘부처님이 10선법(善法)이 무학(無學)의 10선법과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도 여래를 속이는 것이라 하리니 왜냐하면 일체 법을 수학(修學)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보살이 만약에 이러한 여러 법을 배운다면 이것을 이르러 여래를 속이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007_0125_c_25L若言八邪異於八正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爲壞八邪修八正故若言衆生九居止處異九次第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無二性故若有說言十善異於無學十善是亦名爲誑於如來何以故切諸法無修學故善男子菩薩若學如是等法是名爲誑諸佛如來
선남자여, 모든 중생과 한 중생은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나니, 왜냐하면 그 성품이 나가 없기[無我] 때문에 한 중생이나 모든 중생이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다고 합니다.
만약에 한 법과 일체 법계가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다고 말한다면, 한 부처님 세계와 일체 법계도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음이요, 한 부처님 세계와 모든 부처님 세계가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다고 말하며, 한 복밭[福田]과 온갖 복밭이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다고 말한다면 온갖 복밭과 허공은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습니다.
007_0126_a_09L善男一切衆生及一衆生無二無別以故性無我故言一衆生一切諸法無二無別若言一法一切法界無二無別一佛世尊一切法界無二無別言一佛界一切佛界無二無別言一福田一切福田無二無別一切福田及以虛空無二無別
모든 성인이 번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범부가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어서 본 성품이 청정하며, 한 중생의 마음과 온갖 중생의 마음이 둘이 아니고 차별 없어서 본 성품이 청정하며, 한 세계와 온갖 세계․한 감관과 온갖 감관․한 중생의 행과 온갖 중생의 행도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007_0126_a_16L一切聖人遠離煩惱一切凡夫無二無別本性淸淨一衆生心一切衆生心無二無別本性淸淨一界一切界一入一切入一衆生行一切衆生行無二無別
007_0126_b_02L만약에 모든 법 내지 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잠시라도 머무름이 없다고 말하면 뭇 악함을 짓지 않고 착한 법에 집착하지 않고 교만을 내지 않으며, 얻지 못한 가운데에서 얻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증득하지 못한 가운데에서 증득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생사와 열반에는 지음 없고 느낌 없음을 알며, 모든 번뇌는 근본이 없어서 생사의 두려움 없음을 알며, 계의 계[戒戒]와 마음의 계[心戒]와 지혜의 계[慧戒]를 따라 번뇌를 멀리 여의고, 중생을 버리지 않아 단(檀)바라밀을 깨끗이 하고, 계(戒)를 계라 함이 없어 시(尸)바라밀을 깨끗이 하고, 남[人]을 남이라 함이 없고 또 나가 없어[無我] 찬제(羼提)바라밀을 깨끗이 하고, 지음[作]을 지음이라 함이 없어 비리야(毘梨耶)바라밀을 깨끗이 하고, 깨끗이 함을 깨끗이 함이 없어 선(禪)바라밀을 깨끗이 하고, 행을 행이라 함이 없어 반야(般若)바라밀을 깨끗이 함입니다.
007_0126_a_20L言諸法乃至無有一念暫住不造衆不著善法不生憍慢於不得中不作得想於不證中不作證想知於生死及以涅槃無作無受知諸煩惱無有根本無生無長隨於戒戒心戒慧遠離煩惱不捨衆生淨檀波羅蜜無戒於戒淨尸波羅蜜無人於人及無有我淨羼提波羅蜜無作於作毘梨耶波羅蜜無淨於淨淨禪波羅無行於行淨般若波羅蜜無盡無生獲得忍辱得無記心而受記莂入正位亦不退轉
다함도 없고 나는 것도 없어 인욕을 얻으며, 기억하는 마음이 없으면서 기별(記別)을 받으며, 바른 지위에 들어가지 않고서 또한 물러나지 않으며, 한 번 나서 도솔천에 태어나지 않으며, 하늘로부터 내려오지 않고 어머니 태(母胎) 중에 처하며, 일체 법에 마음으로 머무름이 없으면서도 나는 이미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에서 벗어났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 7보(步)를 다니지 않으면서도 나는 이 세간에 더없는 높은 이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 궁중의 채녀(綵女)와 오락에 처하지 않소.
007_0126_b_09L一生不生兜率陁不從天下而處母胎於一切法心無所住亦不自說我已過於生老病不行七步亦不自言我是世閒無上之尊不處中宮婇女娛樂
세간의 기술과 재주를 배우지 않으며, 몸뚱이 탐내는 것을 헐기 위하여 늙은 사람으로 나타내 보이고 수명을 탐내는 것을 헐기 위하여 병들고 괴로움을 나타내 보이며, 탐욕과 나[我]와 내 것[我所]을 헐기 위하여 죽음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고 중생으로 하여금 제석․범천․인간․천상의 몸을 구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사문(沙門)을 나타내 보이며,
007_0126_b_13L不習世閒技藝之事示現老人爲壞貪身現病苦爲壞貪壽示現死相爲壞貪欲及我我所示現沙門爲令衆生不求釋梵天之身
세간에서 벗어나는 훌륭한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궁성(宮城)을 넘어 나옴은 삼계(三界)의 얽매임에서 벗어남을 나타내 보이는 것입니다.
또 슬픈 과[悲果]를 보이고 앞뒤로 돌아보아서 성내는 마음과 애욕[愛] 없음을 보이며, 32상호로써 그 몸을 장엄함은 중생에게 부처님[良祐]의 복밭을 보이기 때문이며, 마지막 한 올의 머리털[周羅]2)을 깎고 영락(瓔珞)을 버리고 말 건척(揵陟:칸타카)과 마부 천타(闡陀:찬다카)를 돌려보냄은 온갖 번뇌를 멀리 여읨을 나타내 보임이며,
007_0126_b_17L勤求出世無上之踰出宮城示現出離三界繫縛及示悲果前後顧視示無瞋愛三十二相莊嚴其身爲示衆生良祐福田除周羅棄捨瓔珞遣馬揵陟放闡陁示現遠離一切煩惱
수염을 남김없이 깎음은 일체 법에 탐착하지 않음을 보임이며, 가사(袈娑)를 받아 입음은 중생을 조복함을 보임이며, 울타가(鬱陀伽)․아라라(阿羅邏)의 곁을 따라 법을 물어 받음은 스스로 훌륭한 체하는 마음을 파괴함을 나타내 보임이며, 6년 동안 고행함은 외도를 부수기 위함입니다.
007_0126_b_22L現剃髭髮示不貪著於一切法受著袈裟示調衆從鬱陁伽阿羅邏邊諮問受法現破壞自高之心六年苦行爲壞外
007_0126_c_02L음식을 떳떳이 받음은 세상 법에 따름을 보임이며, 마른 풀을 숨김없이 받음은 만족함을 아는 것을 보임이며, 풀 자리에 앉음은 교만함이 없음을 보임이며, 모든 하늘․용․귀신의 찬탄과 높임을 받음은 공덕의 장엄한 과보(果報)를 나타내 보임이며, 마군의 원수를 항복시킴은 용맹한 힘을 보임이며,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킴은 기왕의 복력(福力)을 보임이며, 온 땅이 진동함은 은혜 갚음을 보이기 때문이며, 위없는 보리의 도를 얻음은 일체의 법 모양[法相]을 분명히 하는 것을 나타내 보임입니다.
007_0126_c_02L現受飮食示隨世法現受槁草示於知足坐草蓐上示壞憍慢諸天龍神讚歎戴仰示現功德莊嚴果報伏魔怨示勇猛力右手指地示往福大地震動示報恩故獲得無上菩提之道示現了知一切法相
모든 법의 평등함을 관함은 부처라고 이름이요, 부처님의 지혜는 누구나 이길 이가 없나니, 이런 이치를 지니므로 여래라 하며, 착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분명히 알아봄으로써 살바야(薩婆若:온갖 지혜)라 하며, 진실하게 말하는 까닭에 하늘과 사람의 스승[天人師]이라 하며, 모든 법을 내지 않으므로 법바퀴를 굴린[轉法輪]다 하며, 굴림도 말도 없기 때문에 굴리는 말[轉說]이라 하며, 들어감이 없는 들어감을 법의 들어감[法入]이라 합니다.
007_0126_c_08L觀諸法等名之爲佛佛之智慧無能勝者是義故名爲如來了了知見善不善法名薩婆若眞實語故名天人師出諸法名轉法輪無轉無說故名轉無入之入名爲法入
문 없는 문을 법문(法門)이라 하고, 지음 없는 지음을 법의 지음[法作]이라 하고, 선 없는 선을 바른 선[正禪]이라 하고, 벗어남이 없는 벗어남을 바른 해탈[正解脫]이라 함이요, 일체 법의 성품은 매임이 없고 얽힘도 없나니, 이러한 멸한[滅] 법은 곧 과거이며, 나지 않는 것이므로 이를 부처님 출세라 하고 출세 없는 출세를 부처님의 출세라 함이니, 만약 보살이 이렇게 배운다면, 이를 말하되 여러 부처님 여래를 속이지 않음이라 하는 것입니다.”
007_0126_c_13L無門之門名爲法門無作之作名爲法作無禪之禪名爲正禪無脫之脫名正解脫切法性無繫無縛若是滅法卽是過卽是不生是名佛出無出之出卽名佛出若有菩薩能作是學是名不誑諸佛如來
007_0127_a_02L그때 세존께서 불가설보살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능히 여래의 출세를 잘 분별하였도다. 만약에 이러한 부처님의 출세를 믿는다면 이 사람은 한 법의 조그마한 모양[相]도 깨닫지 않음이니 깨닫지 않는다면 능히 여래의 출세를 분명히 아느니라. 왜냐하면 출세 없는 출세가 곧 부처님의 출세이므로 지음이 없기 때문이니라.
지음이 없으면 받음[受]이 없고, 받음이 없으면 번뇌가 없고, 번뇌가 없으면 다툴 것이 없고 볼 것이 없고 들어감이 없고 굴림이 없고 나는 것이 없고 멸하는 것이 없고 보리도 없으며, 아첨 없고 속임 없고 마음․뜻․식별 없고 눈이 없고 두 가지 없으며, 눈의 지어감이나 내지 뜻의 지어감도 없고 설함 없고 가르침 없나니 이것을 여래의 출세라 하느니라.”
007_0126_c_19L爾時世尊讚不可說菩薩摩訶薩言善哉善哉善男子善能分別如來出世若有能信如是佛出是人不覺一法微相若不覺者乃能了知如來出世何以故無出之出卽是佛出無作無作者無受無受者漏無漏者無諍無見無入無轉無生無滅無有菩提無諂無誑無心意識無眼無二無有眼行乃至意行無說無教是名佛出
그때 무외(無畏)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말씀과 같은 여래의 출세와 불가설보살이 말하는 부처님의 출세를 누가 믿겠습니까?”
그때 보녀(寶女)가 무외보살에게 말하였다.
“법형(法兄)이시여, 여래의 출세는 헤아릴 수 없으며, 장엄하기 어렵고 증득하기 어려운지라, 만약에 어떤 사람이 게을러서 마음이 진정하지 않고 허위와 아첨과 기뻐하고 미워함과 질투와 인색함으로써 은혜를 알지 못하고 은혜를 알고도 갚지 않으며, 3계(戒)가 청정하지 못하여 삼계(三界)에 탐착하며, 3구(垢)에 더럽히어 삼보(三寶)를 공경하지 않고 3해탈을 닦지 않으며, 거칠고 흉측한 욕설로써 이치 없는 것을 말하기 좋아하되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며, 이끗[利養]을 위하여 겉으로 세행(細行)을 나타내며,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어 공양을 탐내며, 여러 감관을 조복하지 않고서 즐거이 성문․벽지불의 승을 구하며, 마음이 진실하지 않아서 들음이 적고 어리석습니다.
007_0127_a_04L爾時無畏菩薩白佛世尊如佛所說如來出世及不可所說佛出誰當信之爾時寶女語無畏言法兄如來出世不可思議可莊嚴難可證得若人懈怠心不眞虛僞諂曲憍慢喜瞋嫉妒慳貪知恩義受恩不報三戒不淨貪著三界三垢所污不敬三寶不修三脫獷惡口樂說無義不知慚愧爲利養故外現細行自誑誑他貪於供養諸根不調樂求聲聞辟支佛乘心不眞實寡聞愚癡
염(念)함이 없이 망령을 즐겨 방편을 모르며,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고 기뻐하고 버리는 마음을 닦지 않고서 항상 마군의 세계에 다니며, 사람․수명․장정에 탐착하여 인과(因果) 없고 업행의 연[業行緣] 없음을 말하며, 그 마음이 방일하여서 나쁜 행동을 즐거워하며, 두타(頭陀)를 버리고 즐거이 세상 법을 행하며, 스스로 자기를 찬탄하고 다른 사람을 헐뜯으며, 몸․목숨․색 따위의 다섯 가지 법을 탐내고 수면(睡眠)을 즐기고 세상 법 듣기를 좋아하여 시절(時節)을 모르며, 나쁜 벗에 친근하여 4섭법(攝法)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법형이시여, 이런 사람은 부처님 출세를 알지 못하고 부처님의 출세를 믿지도 않을 것입니다.”
007_0127_a_15L無念喜忘不知方便修慈悲喜捨之心常行魔界貪著於人衆生壽命說無因果無業行緣心放逸樂爲惡行捨離頭陁樂行世自讚己身毀呰他身貪於身命色等五法樂於睡眠喜聞世法不知時親近惡友不能修行四攝之法如是等人不知佛出不信佛出
007_0127_b_02L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그대는 이제 이미 이러한 나쁜 법을 멀리 여의었습니까?”
보녀가 대답하였다.
“법형이시여, 저는 이미 이러한 나쁜 법을 멀리 여의었나이다. 어떤 것을 멀리 여의는 것이라 합니까? 탐내지 않고 절제하는 것과 같나이다. 어떤 것을 탐내지 않는 것이라 합니까? 탐나는 것을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탐나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라 합니까? 진실로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진실로 절제하는 것이라 합니까? 아견(我見)을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아견이라 합니까? 과거를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과거라 합니까? 무명을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무명이라 합니까? 탐욕과 애욕을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무명, 탐욕과 애욕 등을 절제하는 것이라 합니까? 지혜와 해탈 등을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을 지혜와 해탈 등을 절제하는 것이라 합니까? 허깨비를 절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녀여, 허깨비[幻]란 마음도 뜻도 아니며, 지혜와 해탈이 바로 마음이며 뜻입니다.”
“법형이시여, 일체중생의 마음과 뜻, 지혜와 해탈 또한 모두 허깨비와 같습니다.”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불가설보살의 말함과 같이 그대는 능히 믿을 수 있겠습니까?”
보녀가 대답하였다.
“법형이시여, 설할 수 없는 것이란 마침내 설할 것이 없음이요, 설한 것이라면 설할 수 없는 것이 아님이니, 만약에 설할 수 없는 것을 설함이 있다면 어떤 것을 설할 수 없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곧 이 말은 설할 수 없음으로써 실상 설함이 없다고 대답함이니, 그러므로 설할 수 없음이라고 이름이요, 만약에 설할 수 없으므로 실상 설함이 없다면 제가 이제 무엇을 들었다 하며 또 들음이 없으면 무엇을 믿겠습니까?”
007_0127_a_22L畏菩薩言寶女汝今已得遠離如是惡法不耶寶女言法兄我已遠離如是惡法云何遠離如不貪節云何不猶如貪節云何貪節如眞實節何實節如我見節云何我見如過去云何過去如無明節云何無明貪愛節云何無明貪愛等節猶如智慧解脫等節云何智慧解脫等節如幻節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이 설할 수 없는 것이면서 실상 말함이 있는 것이니, 이제 증거 삼아 알 수 있는 것이 이른바 대중이요, 온갖 대중은 이 설할 수 없는 것의 연설함을 들은 것입니다.”
보녀가 말하였다.
“법형이시여, 이 대중 가운데 만약 ‘나는 설할 수 없는 것의 설함을 들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이는 허망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설할 수 없음은 실상 설함이 없는데, 어찌 대중들이 들었다고 말하겠습니까?”
007_0127_b_08L無畏菩薩言寶女幻者非心非意智慧解脫卽是心意法兄一切衆生心意智慧及以解脫悉皆如幻無畏菩薩言寶女如不可說菩薩所汝能信不寶女言法兄不可說者終無所說如其說者非不可說若不可說有所說者云何得名不可說耶卽應是說以不可說實無所說是故名爲不可說也若不可說實無所說我於今者爲何所聞若無所聞何所信耶
007_0127_c_02L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그대가 이제 부처님 말씀을 믿습니까, 믿지 않습니까?”
“법형이시여, 만약 세간에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는 곧 부처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믿음이란 것은 바로 탐욕이며 성냄이며 원망이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탐욕과 성냄과 원망이 없음으로써 믿음이 없나니, 만약에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곧 증(證)이 없을 것입니다.
법형이시여, 공(空)함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은 진실로 증(證)이 없나니, 그러므로 여래도 증이 없습니다. 법형이시여, 법계의 진실한 성품은 지음이 없고 함이 없으며 허공 따위의 법도 진실히 증이 없음이니, 그러므로 여래도 또한 증이 없나이다.”
007_0127_b_18L無畏菩薩言寶女是不可說實有所說今有證知所謂大衆一切大衆皆悉得聞是不可說之所宣說女言法兄此大衆中若有言我聞不可說之所說卽是虛妄何以故不可說實無所說云何大衆而言聞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무엇을 증이라 합니까?”
보녀가 말하였다.
“법형이시여, 만약에 한량없는 부처님 법을 보지 않았다면 이런 사람을 증한다 합니다.”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이 사리불과 목건련(目揵連) 같은 이는 증신(證信)합니까, 하지 않습니까?”
보녀가 대답하였다.
“법형이시여, 과연 증신합니다. 왜냐하면 성문인이 계(戒)는 가[邊]와 짬[際]이 있고 여래의 계는 가와 짬이 없으며, 선정․지혜․해탈의 지견(知見)도 또한 그러합니다.”
007_0127_b_24L無畏菩薩言寶女汝於今者信佛語不法兄若有世閒無信之人卽是佛也何以故信者卽是貪欲瞋恚來無有貪欲瞋恚是故無信若無信卽是無證法兄空無相願眞實無是故如來亦無有證法兄法界實性無作無爲虛空等法眞實無證故如來亦無有證
그때 사리불이 보녀에게 말하였다.
“보녀여, 성문도 3해탈문이 있고 여래도 또한 3해탈문이 있거늘, 그대가 이제 무슨 까닭으로 성문인은 증신한다 하고 여래는 증신하지 않는다 합니까?”
보녀가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아뇩달지(阿耨達池)의 여덟 가지 맛[八味]을 가진 물이 있어 염부제(閻浮提)에 뿌리고, 뿌리고 나면 온갖 초목과 총림(叢林)이 다 자라나게 되나니, 이러한 뿌리는 물에 차별이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차별이 없습니다, 보녀여.”
007_0127_c_08L無畏菩薩言寶女以何爲證寶女言法兄若有不見無量佛法如是之人可以爲證無畏菩薩言寶女此舍利弗目揵連等是證信不寶女言法兄如是如是是證是何以故聲聞人戒則有邊際如來之戒無有邊際解脫解脫知見亦復如是
007_0128_a_02L“대덕이시여, 아뇩달의 못 물은 본래 한 가지 맛이지만 덕 있는 사람이 쓰면 갖가지 미묘한 단 맛[甘味]이 있고, 박덕한 사람이 쓰면 그 맛이 한결 추악하여 아름답지 못하나니, 대덕이시여, 여래와 성문의 3해탈문도 이와 같나이다. 그러므로 여래와 성문인은 차별이 있어도 법계의 성품은 진실로 차별이 없습니다.”
007_0127_c_15L爾時舍利弗語寶女言聲聞亦有三解脫門如來亦有三解脫門汝今何故以聲聞人而爲證不以如來寶女言大德如阿耨達池有八味水雨閻浮提而已一切草木叢林悉得增長如是雨水有差別舍利弗言不也寶女
그때 세존께서 보녀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보녀여. 능히 이 이치를 잘 분별하여 연설하였도다.”
보녀가 이 법을 말할 때에 3만 2천의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보녀가 다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마치 큰 바다의 물이 한 가지 맛이면서 여러 보배가 많이 있고 또 값싼 수정(水精) 구슬도 있는 것처럼, 법계도 그러하여 비록 평등하다 하지만 부처님이 배우면 값비싼 보배를 얻고 성문이 배우면 값싼 보배를 얻습니다.
007_0127_c_21L大德如阿耨達池水本一味德人用之則有種種微妙甘味薄德之人用其味則一麤惡不美大德如來聲聞三解脫亦復如是是故如來聲聞之人則有差別而法界性實無差別
대덕이시여, 수미산(須彌山) 위에는 여러 천인(天人)들이 쾌락을 많이 받기도 하고, 또 약간의 쾌락을 받기도 하지만 수미산은 실상 차별이 없나니, 법계도 그와 같아서 비록 차별은 없으나 여래가 처(處)하면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고 성문이 처하면 한량 있는 즐거움을 받습니다.
대덕이시여, 전륜왕(轉輪王)이 천 명의 아들을 두었으나 다 존위(尊位)를 이어받을 수 없는 것처럼, 성문인도 그러하여 비록 지혜가 있어도 부처라고 이름하지 않습니다.
007_0128_a_04L爾時世尊讚寶女言善哉善哉寶女善能分別宣說是義寶女說是法時天與人三萬二千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寶女復語舍利弗言大德譬如大海其水一味多有諸寶亦有水精下價之珠法界亦爾雖復平等諸佛學之得無價寶聲聞學之得下價寶
007_0128_b_02L대덕이시여, 연등 그릇[然燈器]이 금(金)이라면 누런색이요, 동(銅)이라면 붉은색이요, 색은 비록 다를지라도 등(燈)만은 차별이 없는 것처럼, 법계도 그러하여 부처님이 불을 켜면 지혜의 광명이 그지없고 성문이 켜면 지혜의 광명이 끝이 있지만, 그러나 법계의 성품은 차별이 없습니다.
대덕이시여, 전륜왕이 성읍(城邑)에 들어올 때에는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박복한 사람이 성읍에 들어올 때에는 가까이 친한 사람까지도 모르는 것처럼, 여래 세존께서 법계에 들 때도 이와 같아서 모든 하늘과 사람이 다 깨달아 알고 온갖 외도(外道)와 이학(異學)을 막고 덮어서 여러 성문․벽지불 등에 뛰어나지만, 성문인이 법계에 들 때에는 같은 성문인(聲聞人)들도 오히려 깨달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007_0128_a_11L大德如須彌山上有諸天人多受快樂或復有天少受快樂而須彌山實無差別界亦爾雖復無差如來處之受無量聲聞處之受有量樂大德如轉輪雖有千子皆亦不得稱紹尊位聞之人亦復如是雖有智慧不名爲
대덕이시여, 마치 산간(山間)에 어떤 사자가 부르짖는 소리나 구지라(瞿枳羅)․가릉빙가(迦陵頻伽)․공작(孔雀) 따위의 새 소리나 사람 소리, 소․말․나귀 소리는 그 메아리가 소리를 쫓아 나는데, 이 메아리는 실상 차별이 없지만 소리에 따라 나기 때문에 메아리가 다른 것처럼, 여래와 성문의 3해탈도 이와 같아서 여래는 능히 온갖 마군의 무리를 무너뜨리고, 모든 외도와 사견(邪見)에 뛰어나고, 온갖 중생의 심념(心念)을 알아 중생의 갖가지 행을 알고, 성문․벽지불 등을 조복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음성을 내며, 성문인은 비록 법계는 같이하여도 이러한 일은 같이할 수 없습니다.
007_0128_a_18L大德如然燈器金則黃光銅則赤其色雖異燈無差別法界亦爾佛然之智光無邊聲聞然之智光有而法界性實無差別大德如轉輪王入城邑時一切悉知薄福之人入城邑時乃至親厚猶不覺知如來世尊入法界時亦復如是一切天人皆悉覺知障覆一切外道異學勝諸聲聞辟支佛等聲聞之人入法界時聞猶尚不覺不知況復餘人
대덕이시여, 마치 사탕수수[甘蔗]가 그 맛은 한 가지라 할지라도 흰 석청 꿀[白石蜜]을 내는 것은 복덕 있는 사람을 위함이요, 검은 석청 꿀을 내는 것은 박복한 사람을 위함이니, 법계도 그러하여 보살마하살은 큰 지혜의 단 이슬[甘露] 맛을 얻어 성문과 벽지불의 맛을 섞지 않고, 성문은 다만 끝이 있는 지혜 맛을 얻을 뿐입니다.
대덕이시여, 마치 삼천대천세계에 큰 바다가 많이 있어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또 작은 하천이 있어 조그마한 중생을 이익 되게 함과 같이 법계도 그러합니다.
007_0128_b_04L大德如山閒有師子吼瞿枳羅鳥迦陵頻孔雀等聲人聲牛聲驢聲馬聲隨聲發而是響者實無差別隨聲發故響則不同如來聲聞三解脫門亦復如是如來能壞一切魔衆能勝一切外道邪見能知一切衆生心念知衆生種種所行能調聲聞辟支佛能出諸佛如來音聲聲聞之人雖同法界則不能同作如是等事
대덕이시여, 해와 달과 별이 함께 허공에 떠 있을 때, 별의 밝음은 해와 달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 허공의 성품은 실상 차별이 없는 것처럼, 법계도 그러하여 여래와 성문이 비록 함께 놀고 머물지라도 지혜의 광명은 실상 같지 않고 법계의 성품도 차별이 없습니다.
대덕이시여, 마치 두 사람이 한 가지 업을 같이 배우는데, 한 사람은 기능이 교묘하여 많은 이익을 얻고, 다른 한 사람은 거칠고 졸렬하여 이익 얻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여래와 성문의 법계도 그러합니다.
007_0128_b_13L大德譬如甘蔗其味雖一與白石蜜爲福德人出黑石蜜爲薄福德人法界亦菩薩摩訶薩則得大智甘露之味不雜聲聞辟支佛味聲聞唯得有邊智味大德譬如三千大千世界多有大海爲利無量無邊衆生亦有小河利少衆生法界亦爾
007_0128_c_02L대덕이시여, 마치 한 묶음의 꽃은 차별이 없지만 방편이 교묘하기 때문에 비싼 옷을 만들고, 방편이 졸렬하기 때문에 값싼 옷을 만드는 것처럼, 법계의 한 가지 성품도 그러하여 여래는 지혜의 방편과 대자 대비한 업의 인연을 지님으로써 크게 고요함과 훌륭한 지혜를 얻고, 성문인은 졸렬한 지혜를 얻어 청정하지 못합니다.
대덕이시여, 큰 바다 속에 나후라(羅睺羅) 아수라왕(阿修羅王)이 있고 또 그 나머지 중생의 종류가 있으나, 오직 아수라왕만이 그 바다 밑을 다닐 수 있고 다른 이는 그럴 수 없는 것처럼, 법계도 그러하여 부처님만이 필경의 지혜를 얻을 뿐 성문은 얻지 못합니다.
007_0128_b_20L大德如日月星宿俱遊虛空而星宿明不及日月虛空性實無差別法界亦爾如來聞雖俱遊止智慧光明實不同等法界性亦無差別大德譬如二人同學一業一則工巧多得利益一則疏拙獲利無幾如來聲聞法界亦爾
대덕이시여, 마치 온 땅에 천엽(千葉)꽃과 칠엽(七葉)꽃이 피었는데, 모든 천상․세간 사람들이 천엽 꽃을 보고 다 즐거운 마음을 내는 것처럼, 여래와 성문의 법계도 그러하여 모든 천상․세간 사람들이 부처님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애락(愛樂)을 내지만 성문에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덕이시여, 이런 이치가 있기 때문에 여래의 지혜는 한량없고 그지없어도 성문의 지혜는 한량 있고 끝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계의 성품은 실상 차별이 없습니다.”
무외보살이 보녀에게 말하였다.
“이 불가설 보살마하살은 결정코 그대의 스승이어서 능히 이 미묘한 법으로 그대를 조복하였습니다.”
007_0128_c_02L如一疊華無有差別巧方便故得上價衣拙方便故得下價衣法界一性亦復如是如來乃以智慧方便大慈大悲業因緣故得大寂靜無價智聲聞之人得下智慧而不淸淨如大海中有羅睺羅阿修羅王有其餘衆生之類唯阿修羅王能得其底餘則不得法界亦爾如來則得畢竟智慧聲聞不得
007_0129_a_02L보녀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불가설보살은 조복하는 일이 없나니, 왜냐하면 이러한 보살은 나와 남, 이것과 저것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조복한다 하겠습니까.
선남자여, 만약에 마군의 경계와 자기의 경계를 깨닫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람은 능히 조복하며, 모든 법을 알아보아서 나[我]와 내 것[我所]을 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람은 능히 조복하며, 스스로 고행(苦行)을 부지런히 닦고 또 다른 사람을 권하여 부지런히 고행을 닦고서도 마음에 우월한 생각을 내지 않으면 이러한 사람은 능히 조복하며, 여러 보살과 같이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생사의 큰 일에 있어 곧 해탈하게 되어도 열반을 행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람은 능히 조복하리니, 이것을 으뜸가는 진리라 합니다.”
007_0128_c_12L大德譬如大地生千葉華及七葉華諸天世人見千葉華悉生歡喜如來聲聞法界亦爾諸天世人見佛歡喜心生愛樂非聲聞也大德以是義故如來智慧無量無邊聲聞智慧有量有邊而法界性實無差別無畏菩薩語寶女言是不可說菩薩摩訶薩定是汝師能以妙法調伏於汝
그때 세존께서 무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보녀는 진실로 저 불가설보살을 따라 조복을 받았으며, 조복되었기 때문에 미래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이때 보녀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실상 조복이 없나니, 만약 조복한다면 이것은 곧 큰 슬픔[大悲]이요, 큰 슬픔으로써 조복한다면 이 보살이 아닐 것이며, 성문인(聲聞人)이라면 반드시 조복하리니, 왜냐하면 큰 슬픔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암라과(菴羅果)가 나무 위에서 완전히 익어 그 맛이 감미로우면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지만, 만일 썩어서 그 맛이 쓰면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는 것처럼, 여래의 지혜도 이와 같아서 큰 슬픔을 따라 나기 때문에 스스로 조복하고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007_0128_c_20L寶女答言善男子不可說菩薩無所調伏何以故如是菩薩不見自他及以此彼如其爾者何所調伏善男子若有不覺一切魔界及自境界如是之人則能調伏復次男子若能知見一切諸法不見有我及以我所如是之人則能調伏復次善男子若有能自勤修苦行不勸他修苦行已心不生高如是之人則能調伏復次善男子如諸菩薩爲衆生故在大生死卽得解脫不行涅槃如是之人則能調伏是名第一實義調伏
무외보살이 보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능히 이 불가설보살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까?”
보녀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제가 어찌 은혜를 알고서 은혜를 갚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어떤 중생이라도 보리도(菩提道)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람은 은혜를 갚을 수 없을 것입니다.”
“보녀여, 어떤 것을 보리도를 닦는다 합니까?”
007_0129_a_09L爾時世尊告無畏菩薩言善男是寶女者眞實從彼不可說菩薩而得調伏以調伏故未來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時寶女復白佛世尊菩薩摩訶薩實無調伏若調伏者卽是大悲悲能調伏非是人也聲聞之人則須調伏何以故無大悲世尊如菴羅果樹上熟者其味甘美人所貪嗜若生鬱者其味則苦人所薄賤如來智慧亦復如是從大悲是故自調不由於他
007_0129_b_02L보녀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리행(菩提行)이라 하는 서른두 가지 업이 있으니, 그 서른두 가지란 마침내 보리의 마음을 물러나거나 잃어버리지 않고 성문․벽지불의 마음에 탐착하지 않음이며, 지심으로 수행하여 의심하거나 그릇됨이 없고 모든 수행에 장애가 없음이며, 중생을 위하여 행하되 마음에 싫어하거나 후회함이 없으며, 나고 죽음에서 행하여도 탐내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여의며,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다 교화하고 조복하며, 4섭법(攝法)으로 섭취하며, 대중을 위해 즐거이 크게 사랑하는 마음을 닦으며, 괴로운 중생을 위하여 크게 슬퍼함을 수행하며, 설한 것과 같이 행하고 정진하기를 견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007_0129_a_19L無畏菩薩語寶女言汝亦能報是不可說菩薩恩寶女言善男子我若知恩何得不若有衆生不能修行菩提道者是之人則不能報寶女云何名爲修菩提道
끝까지 모든 중생을 속이지 않으며, 보리를 돕기 위해 장엄을 닦으며, 일체 세간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며, 마음으로 세간의 이끗[利養]에 탐착하지 않으며, 몸을 위해 뭇 악(惡)을 짓지 않으며, 수명을 탐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조복하여 세 가지 계율을 청정히 하며, 상호(相好)의 업을 장엄하고 닦으며, 항상 출가하기를 생각하여 과거의 착한 업을 갚으며, 언제나 고요함을 즐기고 많이 듣는 것[多聞]을 싫어하지 않는 것입니다.
007_0129_a_24L寶女言善男子三十二業名菩提行何等三十二終不退失菩提之心不貪聲聞辟支佛心至心修行無有諂曲凡所修行無有障㝵爲衆生行心無厭悔雖行生死離貪恚心於諸衆生其心平等悉能教化而調伏之以四攝法而攝取之爲衆得樂修大慈心爲苦衆生修行大悲如說而行精進堅固
지혜로써 자기 몸과 남의 몸을 이익 되게 하며, 모든 설법함에는 먹이의 생각[食想]이 없으며, 능히 온갖 것을 버리되[捨] 과보를 구하지 않으며, 남을 위해 부지런히 인욕을 닦으며, 국토를 청정케 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는 것입니다.
방편을 알기 위해 일체 지혜를 구하며, 모든 번뇌의 습기를 영원히 끊으며, 신통을 얻기 위해 바른 법을 옹호해 가지며, 착한 벗을 친근하여 착한 마음으로 생각하며, 마군의 업을 멀리 여의어 법답게 머물며, 나고 멸함[生滅]이 없는 미묘한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007_0129_b_09L終不欺誑一切衆生所修莊嚴爲助菩提不求一切世閒之樂心不貪著世閒利養不爲身故造作衆惡不貪壽命不見他過其心調伏淨三種戒莊嚴修集相好之業常念出家報往善業常樂寂靜多聞無厭
007_0129_c_02L선남자여, 만약에 이러한 법을 행하지 못한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은혜를 갚지 못하고 또 여래의 은혜를 알지도 못한다고 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반드시 죽고 다스리지 못하고, 필경에는 은혜를 알지도 못하고 은혜를 갚지도 못하나니, 한 사람은 성문이요, 다른 한 사람은 연각입니다. 선남자여, 마치 어떤 사람이 깊은 함정에 떨어져 자기나 남을 이익 되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성문과 연각도 이와 같아서 해탈의 함정에 떨어져 자기나 남을 이익 되게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007_0129_b_15L智慧能利自身他身凡所說法無有食想能捨一切不求果報淨於戒聚不生憍慢終不自讚所有功德爲他人故勤修忍辱爲淨土故勤行精進爲知方便求一切智永斷一切煩惱習氣爲得神通護持正法親近善友善心思惟遠離魔業如法而住得無生滅微妙智慧
그때 무외보살이 곧 자기가 입은 저고리를 벗어서 보녀가 설법한 은혜를 갚고자 하였다. 이때 보녀가 받으려고 하지 않자,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법을 위하는 까닭이니 받아 주기를 원합니다.”
“선남자여, 법은 탐욕을 여의는 것이기 때문에 설법하고 받는 것에 응할 수가 없습니다. 법이란 취(取)함이 없기 때문에 공양물을 취하는 것에 응할 수가 없으며, 법이란 탐욕이 없기 때문에 공양물을 탐하는 것에 응할 수가 없으며, 법이란 나[我]와 내 것[我所]이 없기 때문에 내 물건으로써 공양한다는 것에 응할 수 없으며, 법이란 청정하기 때문에 청정하지 않는 물건으로써 공양하는 것에 응할 수 없습니다.
007_0129_b_22L善男子若有不能行如是法當知是人不能報恩復不能知如來恩善男子有二種人必死不治畢竟不能知恩報恩一者聲聞二者緣覺善男子譬如有人墜墮深坈是人不能自利利他聲聞緣覺亦復如是墮解脫坈不能自利及以利他
법은 몸과 마음이 없으므로 몸과 마음의 행(行)은 공양이 아니며, 법은 마음과 뜻과 식별이 아니므로 마음과 뜻과 식별은 공양이 아닙니다.
법은 끌어당김이 없으므로 끌어당김은 공양이 아니며, 법은 있거나 없음이 아니므로 있다는 법은 공양이 아니며, 법은 모든 존재[有]가 아니므로 모양이 있음은 공양이 아니며, 법은 각(覺)과 관(觀)이 아니므로 각과 관이 있음은 공양이 아니며, 법은 더하거나 덜함이 없으므로 더하고 덜함이 있음은 공양이 아니며,
007_0129_c_06L爾時無畏菩薩卽脫己身所著上衣以報寶女說法之恩爾時女不肯受之無畏菩薩言我爲法故唯願受之善男子法離於貪是故不應說法而受法者無取是故不應取供養物法者無貪是故不應貪供養法者無我及以我所是故不應以我所物而爲供養法者淸淨是故不應以不淨物而爲供養
007_0130_a_02L법은 높거나 낮음이 없으므로 높고 낮음은 법이 아니며, 법은 설할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이름과 글자가 없어서 온갖 소리를 버리고 성도(聖道)를 멀리 여의므로 옷으로써 공양할 수 없습니다.
법은 경계가 없어서 눈의 경계 내지 뜻의 경계도 아니고 정한 집[屋宅]이 없으므로 옷으로써 공양하지 않아야 하며, 법이란 곧 12인연이어서 상(常)과 단(斷)이 아니므로 옷으로써 공양하지 않아야 하며, 법은 장애가 없고 뒤바뀌지 않고 측량할 수 없고 나․중생․장정․수명이 없고 나거나 사라지지 않고 나오지 않고 함이 없으므로 옷으로써 공양하지 않아야 합니다.”
007_0129_c_14L法無身心心行者非供養也法非心意識心意識者非供養也法無牽挽有牽挽者非供養也法非有無是故有法非供養也法非諸有是故有想非供養也法非覺觀有覺觀者非供養也法無增減有增減者非供養也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도 이러한 법의 공양을 받으셨습니까?”
“선남자여, 여래는 비록 법의 공양을 받아도 법계의 성품과 같이 분별하지 않습니다.”
“보녀여, 어떤 것을 법계를 분별하지 않는다 합니까?”
“선남자여, 만약에 법이 다르고 법공양이 다르며, 공양을 받는 자가 다르고 공양을 베푸는 자가 다르다고 말한다면 이는 법계를 분별한다 할 것이며, 법이나 법공양을 받고 베푸는 자를 분별하지 않는다면 이는 법계를 분별한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007_0129_c_20L法無高下有高下者非供養也法不可說不可聽聞無有名字捨一切聲遠離聖道是故不可以衣供養法無境界非眼境界至意境界無有屋宅是故不應以衣供養法者卽是十二因緣非常非斷是故不應以衣供養法無障礙不顚不倒不可量度無我衆生士夫壽命不生不滅不出無爲是故不應以衣供養
무외보살이 말하였다.
“보녀여, 만약 그 법계가 분별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법계를 분별한다거나 분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까?”
보녀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법계의 성품은 비록 분별이 없지만, 여러 중생의 마음이 뒤바뀌는 까닭에 분별을 냅니다. 선남자여, 어떤 그릇이 있기 때문에 그 그릇을 완전하다 하거나 파괴되었다고 하는 것과 같이, 만약 작업(作業)에 취할 것이 있으면 파괴되었다고 말하고 분별한다고도 말합니다. 선남자여, 마치 그릇은 비록 파괴되어도 그릇 속의 허공은 끝까지 파괴될 수 없는 것처럼, 법계의 성품도 그러합니다.”
007_0130_a_06L無畏菩薩言寶女如來尊亦受如是法之供養善男子如來雖受法之供養如法界性而不分別寶女云何名爲分別法界善男子言法異法供養異受施者異施者亦是則名爲分別法界若不分別法及供養受者施者是則不名分別法
007_0130_b_02L그때 세존께서 보녀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누구든지 이러한 법을 성취한다면, 이런 사람은 삼천대천세계의 사람과 하늘의 공양을 받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마치자, 여러 대중들은 제각기 오다라승(烏多羅僧)3)을 벗어서 보녀에게 받들어 올렸다.
그때 불가설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릇 설할 수 있는 것은 세간(世間)이고 설할 수 없는 것은 출세간이며, 설할 수 있는 것은 애욕의 마음이고 설할 수 없는 것은 애욕을 여읨이며,
007_0130_a_13L無畏菩薩言寶女如其法界無分別者云何說言分別法界不分別耶寶女言善男子法界之性雖無分別而諸衆生心顚倒故生於分別善男如有器故名爲完破若有作業所取者則名爲破名爲分別善男子如器雖壞器中虛空終不可壞法界之性亦復如是
설할 수 있는 것은 세간의 행(行)이고 설할 수 없는 것은 출세간의 행입니다. 세존이시여, 출세간의 이치는 지음[作]이 없음이니 지음이 없음은 곧 다툼[諍訟]이 없음이요, 다툼이 없음은 곧 사문(沙門)의 법이요, 사문의 법은 곧 출세간의 법이요, 출세간의 법은 곧 죄와 허물이 없음이요, 죄와 허물이 없음은 곧 취(取)하지 않고 나지 않고 멸하지 않음이요, 나지 않고 멸하지 않음은 곧 출세함이니 출세하는 법은 펴 설할 수 없고 드러내어 보일 수도 없으니, 이런 이치가 있으므로 일체 법은 말할 수 없나이다.”
007_0130_a_20L爾時世尊讚寶女言善哉善哉若有人能成就是法如是之人堪受三千大千世界人天供養佛說是已大衆諸人各各脫身烏多羅僧奉上寶女爾時不可說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凡可說者卽是世不可說者卽是出世可宣說者卽是愛心不可說者卽是離愛
그때 대중 가운데 이름을 승의(勝意)라 하는 한 천자(天子)가 불가설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 일체 법이 설할 수 없는 것이라면 중생이 무엇을 말한다 하겠습니까?”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메아리에 말함이 있는지 없는지를 아십니까?”
승의 천자가 대답하였다.
“메아리는 다 인연을 따라 있습니다.”
007_0130_b_04L可宣說者是世閒行不可說者是出世行出世之義無所造作無所作者卽無諍訟無諍訟者卽沙門法沙門法者卽出世法出世法者卽無罪過罪過者卽是不取不生不滅不生不滅卽是出世出世之法不可宣說不可顯示以是義故一切諸法不可宣
“선남자여, 이 메아리의 인연은 결정코 안에 있는 것입니까, 바깥에 있는 것입니까?”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러한 인연은 결정코 안에 있지도 않고 바깥에 있지도 않습니다.”
“천자여, 온갖 중생은 굳이 두 가지 생각[想]을 만들어 설할 수 있지만 모든 법의 성품은 실상 설할 수 없는 것입니다.”
007_0130_b_12L爾時衆中有一天子名曰勝意不可說菩薩言善男子若一切法不可說者衆生云何而得言說不可說善男子汝寧知響有言說不勝意善男子響者皆從因緣而有
007_0130_c_02L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에 설할 수 없다면, 여래는 어떻게 8만 4천의 법 덩어리[聚]를 연설하셔서 여러 성문으로 하여금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게 하였습니까?”
“천자여, 여래 세존은 진실로 말한 것이 없나니, 말함이 없는 것이 곧 여래입니다. 천자여, 그대는 어떤 것을 여래라 하는지 압니까. 장차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을 여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까? 또는 부처님은 이 과거․미래․현재, 함이 있고[有爲] 함이 없음[無爲]과 음(陰)․계(界)․입(入), 삼계(三界)의 거둬줌, 이것이 인(因)이고, 이것이 과(果)이고, 이것이 화합이며, 혹은 생각과 생각 아닌 것[想非想]과 생각도 아니고 생각 아님도 아닌 것[非想非非想]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까?”
007_0130_b_16L善男是響之因爲定在內爲定在外子言善男子如是因者不定在內定在外天子一切衆生强作二想而有所說諸法之性實不可說
“그렇지 않습니다, 선남자야.”
“천자여, 만약에 이러한 것들이 여래가 아니라면 어떻게 가히 설할 수 있으며, 만약 설할 수 없다면 어떻게 여래를 말하겠습니까. 세존은 8만 4천의 법 덩어리를 연설하셨지만, 이러한 까닭에 8만 4천의 법 덩어리 이치는 실상 설할 수 없었으며, 성문이 듣고 받은 것도 설할 수 없나니, 설할 수 없음은 곧 바른 이치요, 이치를 설할 수 없음은 곧 진실이니, 만약 설할 수 있다면 정(定)하지 않음이며, 또 설할 수 없음은 증(證)할 수 있지만 만약 설할 수 있다면 증할 수 없음이니, 왜냐하면 뒤바뀜이 있기 때문입니다.”
007_0130_b_20L天子言善男子若不可說云何如來宣說八萬四千法聚令諸聲聞受持讀誦如來世尊實無所說無所說者卽是如來天子汝知何等爲如來也不謂色受想行識是如來乎將不說佛是去來現在有爲無爲陰界諸入三界所攝是因是果是和合耶或想非想亦想非想非想非非想耶
그때 승의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불가설보살이 하는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그때 불가설보살이 신통력으로써 비구로 변화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다.
“나도 이제 불가설보살의 말씀을 깊이 믿으리니, 왜냐하면 나는 여래와 같고 법계와도 같으며, 여래의 모든 음(陰)은 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음도 그러하여 설할 수 없으며, 여래의 계(界)와 입(入)은 설할 수 없으므로 나의 계와 입도 설할 수 없으며, 여래의 보리나 나의 보리도 다 같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며, 여래는 모든 중생계(衆生界)를 분명히 앎으로 나도 중생계를 분명히 알며, 여래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므로 나 역시 법바퀴를 굴리며, 여래는 위없는 열반에 들어가므로 나도 그와 같이 열반에 들어가겠습니다.”
007_0130_c_05L不也善男天子若如是等非如來者云何可若不可說云何而言如來世尊演說八萬四千法聚是故八萬四千法聚實不可說聲聞受者亦不可說可說者卽是正義義若無說卽是眞若可說者則爲不定若不可說則爲可證若可說者不可爲證何以故以顚倒故
007_0131_a_02L승의 천자는 말하였다.
“비구여, 그대는 지금 마군의 지음으로 여래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만약에 어떤 사람이 ‘나는 부처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마군의 제자인 줄 알 것이며, ‘내가 평등함으로써 법의 평등함을 관하고, 법이 평등하기 때문에 중생이 평등하고 중생이 평등하다면 여래도 평등하다’고 말한다면, 이러한 사람은 진실로 마군의 경계를 벗어난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때 비구가 이 말을 하자, 5백 비구가 번뇌를 끊어 해탈하고, 8천 보살이 인욕(忍辱)을 성취하여 곧 향과 꽃으로써 비구를 공양하였다.
007_0130_c_13L爾時勝意天子白佛言是不可說菩薩所說誰當信之不可說菩薩以神通力化作比丘作如是言我今深信是不可說菩薩所說何以故我如如來亦如法界來諸陰不可宣說我陰亦爾不可宣如來界入不可宣說我之界入亦不可說如來菩提我之菩提亦爾無差別如來了知諸衆生界我亦了知諸衆生界如來轉於無上法輪亦如是轉於法輪如來入於無上涅我亦如是入於涅槃
사리불이 말하였다.
“여러 선남자는 무슨 까닭으로 이 비구를 공양합니까?”
여러 보살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누군가 이 비구로 변화했습니다.”
“여러 선남자여, 그대들은 이것이 불가설보살의 변화인 줄 알지 못합니까?”
여러 보살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마치 여래가 다시 여래로 변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공양을 하는데, 누구를 공양하는 것입니까?”
007_0130_c_24L天子言比丘汝今將非魔所造耶而說是言等於如來比丘言天子若有人言我異當知是人卽魔弟子若有說言以我平等觀法平等法平等故衆生平衆生平等如來平等如是之人卽眞實知能過魔界時化比丘說是語五百比丘漏盡解脫八千菩薩成就忍辱卽以香華供養比丘
“여러 선남자여, 이 사람이 바로 여래를 공양하는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만약에 이 변화한 비구를 공양한다면 이는 곧 불가설보살을 공양하는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불가설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공양이라도 그 공양을 감당할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만약에 어떤 슬기로운 사람이 음성과 행동이 없고 글자와 색이 없고, 이름과 지음이 없어서 연설함이 없으며, 자기도 없고 남도 없고, 법과 법 아닌 것도 없고, 깨끗함과 더러움도 없다면, 이러한 공양을 마음대로 공양할 수 있을 것입니다.”
007_0131_a_09L舍利弗諸善男子何故供養是化比丘菩薩言大德誰作是化諸善男子今不知是不可說之所化乎諸菩薩大德譬如如來復化如來有人供養爲供養誰
이때 변화한 비구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그대 생각에, 이제 내가 그대와 다른 것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비구여, 왜냐하면 여래는 항상 일체 법은 다 허깨비 같다고 말씀하셨으며, 여래의 말씀과 같이 나도 그렇게 믿습니다.”
“대덕이시여, 만약에 어떤 사람이 능히 여래를 공양한다면, 이는 곧 변화한 이를 공양함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007_0131_a_14L諸善男子是人卽是供養如來大德若有供養是化比丘是供養不可說菩薩舍利弗言善男是不可說菩薩摩訶薩設何供養任供養之大德若有智人無有聲行無字無色無名無作無所宣說無自無他無法非法無淨無穢如是供養乃任供養
007_0131_b_02L이때 사리불이 불가설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누가 들어가 이렇게 변화하여서 이제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대덕이시여, 거울 속의 모습처럼, 누가 그 속에 있어서 어떤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 속에 있는 것이 없어도 바로 청정한 4대의 인연으로써 어떤 모습이 나타납니다.”
“대덕이시여, 변화한 이도 이와 같아서 법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에 능히 이 말을 합니다.”
“선남자여, 만약 그렇다면, 온갖 중생은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이 연설할 수 없습니까?”
007_0131_a_21L時化比丘語舍利弗言汝意將無謂我今者異於汝耶利弗言不也比丘何以故如來常說一切諸法皆悉如幻如來如說我亦如信大德若有人能供養如來卽是供養化無異也
“대덕이시여, 거울의 뒤쪽은 같은 거울이면서 모습은 어찌 나타나지 않습니까?”
“선남자여, 거울의 뒤쪽은 4대가 청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덕이시여, 중생도 그와 같아서 법계의 성품을 청정하게 하지 못하는 까닭에 연설할 수 없습니다.”
“선남자여, 그대의 앞뒤 말은 그 이치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는 항상 말하기를 ‘일체 법계의 성품은 스스로 청정하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어찌 청정하지 않다고 말합니까?”
007_0131_b_02L時舍利弗語不可說菩薩言善男子誰入是化今作是說大德如鏡中像其誰在中而有像現善男子無在中者直以淸淨四大因緣故有像現大德化亦如是法性淨故能作此說善男子若爾者一切衆生何故不能如是宣說
“대덕이시여,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아습(阿濕) 비구를 따라서 법의 눈[法眼]이 청정함을 얻었습니까?”
“선남자여, 나는 다만 그의 지도를 받아 객진번뇌(客塵煩惱)를 없애버렸기 때문에 법의 눈이 청정할 뿐이었고 실상 얻은 것은 없었습니다.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나는 허공을 얻었다’고 말하더라도 그럴 이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허공의 성품은 언제나 스스로 청정하기 때문이니, 만약에 언제나 청정하다면 어떤 것을 얻는다 하겠습니까. 떠도는 구름[客雲]이 덮이므로 중생은 보지 못하며, 떠도는 구름을 제거시키므로 본다고 하나니, 법계의 성품도 그와 같으므로 나는 실상 법의 눈을 얻지 못하였소.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이러한 따위의 서로 맞지 않는 말을 하여서, 법계의 성품은 혹 청정하고 청정하지 않다고 하십니까?”
007_0131_b_09L大德鏡之背後俱不離鏡像何不現善男子鏡背四大不淸淨故大德衆生亦爾不能淸淨法界性故不能宣說善男子先後語義不相應何以故汝常說言一切法界性自淸淨今云何說法界不淨
007_0131_c_02L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그대의 말과 나의 말은 이 부처님의 경계이어서, 우리들이 알아볼 바가 아닙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에 이 말은 부처님의 경계이므로 우리들의 알 바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다시 법계의 성품은 분별이 없다고 말하겠습니까. 만약 분별이 있다면, 마땅히 법계는 한량없는 것인 줄 알 것입니다.”
007_0131_b_15L大德若不爾者汝云何因阿濕比丘得法眼淨善男子我但因其開導除滅客煩惱故名法眼淨實無所善男子若有人言我得虛空是義不然何以故虛空之性常自淸淨常淸淨云何可得客雲覆故衆生不除客雲故名之爲見法界之性亦復如是是故我實不得法眼善男子汝今云何作如是等不相應說言法界性或淨不淨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법계의 성품은 하나요, 실상 한량없는 것이 아닙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에 법계의 성품이 하나라면 어찌 이 부처님 경계는 우리의 알 바가 아니라 하며, 법계가 하나라면, 무슨 인연으로써 온갖 중생을 여래라고 하지 않습니까?”
“대덕이시여, 그대는 중생과 여래가 다른 모습[相]이 있는 것을 분별하려고 하십니까?”
“선남자여, 그대가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중생과 여래와의 다른 모습을 분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007_0131_b_24L不可說菩薩言大德汝之所說及我所說者皆是諸佛如來境界非是我等之所知見舍利弗善男子若言是說是佛境界非我所知云何復言法界之性無有分別若有分別當知法界則有無量
“대덕이시여, 그대는 결정코 남이 없음[無生]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선남자여, 이른바 법계(法界)가 있습니다.”
“대덕이시여, 그대는 다시 삿됨[邪]과 바른 것이[正]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선남자여, 삿됨과 바른 것의 덩어리[聚]는 곧 뒤바뀜입니다.”
“대덕이시여, 그대는 법에 나지[生]않는 것과 나는 것이 있다고 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선남자여, 만약에 나지 않는 것이라면 마지막까지 나지 않는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그대의 생각에는 이 나지 않는 법은 분별이 있다고 하십니까?”
“그러하지 않습니다, 선남자야.”
007_0131_c_06L不可說言大德法界性一實非無量舍利弗言善男子如其法界性是一者何說言是佛境界非我所知若法界一以何因緣一切衆生不名如來大德汝欲分別衆生如來有異相也善男子如汝先說我不欲令衆生來有別異想
007_0132_a_02L“대덕이시여, 만일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온갖 중생은 여래가 아니라고 말하며, 그런 것이라면 누구는 중생이고 누구는 여래입니까?”
“선남자여, 내가 이미 앞서 이러한 이치를 풀이한 것은 지혜를 나타내기 위해 이 물음을 시작한 것입니다. 선남자여, 만약 그대가 뜻하는 그 말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중생을 지옥에 떨어뜨리는 것이니, 왜냐하면 비방하기 때문입니다.”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이러한 법은 누구나 비방할 수 없고 받을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비방하거나 받을 수 있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이러한 따위의 법을 얻음인 줄 알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큰 역사(力士)는 약하고 용렬한 사람이 의심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법도 그러하나니, 만약 부처님 곁에서 선근을 심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침내 의심할 수 없고 받아 지닐 수도 없을 것입니다.”
007_0131_c_13L大德汝意定謂有無生耶善男子有所謂法界大德汝意復謂有邪正耶不也善男子邪正聚者卽是顚倒大德汝謂有法不生生耶善男子若是不生畢竟不生大德汝意謂是不生之法有分別耶不也善男子
“선남자여, 내가 그대가 말한 이치를 이해하는 것처럼 누구든지 이러한 법의 말을 믿고 따른다면, 한량없는 겁에서 단(檀)바라밀․시(尸)바라밀․찬제(羼提)바라밀․비리야(毘梨耶)바라밀․선(禪)바라밀․세간의 반야(般若)바라밀을 행하는 것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007_0131_c_19L大德如其不者何故說言一切衆生非如來耶若如是者誰是衆誰是如來善男子我以先解如是之義爲顯智慧故作此問善男子有不解汝意所說是諸衆生當墮地何以故以生誹謗故不可說菩薩大德如是法者無人能誹無人能何以故若有誹受當知是人亦當獲得如是等法大德如大力士弱劣之人不能生疑我法亦爾若有不於無量佛邊種善根者終不能疑不能受持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의 말과 같이 만약 이러한 말을 믿고 이해한다면[信解], 마땅히 이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아승기겁에서 이 같은 6바라밀을 수행한 줄 알 것이며, 만약 이 말을 믿고 이해하지 못하는 이라면 부처님의 기별(記別)을 얻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없으며, 만약 믿고 이해하는 이라면 곧 기별을 받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리라.
007_0132_a_06L善男子如我解汝所說義者人信順如是法語勝無量劫行檀波羅蜜尸波羅蜜羼提波羅蜜毘梨耶波羅蜜禪波羅蜜世閒般若波羅蜜
사리불아, 나는 기억하건대,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에 6바라밀을 수행하되, 이러한 말을 믿고 이해하지 못하였으므로 기별을 받지 못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하였다가, 그 뒤에 믿고 이해하고 나서 곧 기별을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능히 이 말을 믿고 이해한다면, 곧 기별을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것임을 알지니라.”
007_0132_a_09L爾時世尊讚舍利弗言善哉善哉汝所說若有信解如是語者當知是人已於無量阿僧祇劫修行如是六波羅蜜若有不能信是語者則不能得受佛記莂成阿耨多羅三藐三菩若能信者則得受記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007_0132_b_02L불가설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부분[分]으로써 기별을 얻는다 합니까? 만약 과거의 부분으로 기별을 받는다면 이는 이치가 그렇지 않나니 왜냐하면 멸한[滅] 법이기 때문이며, 미래의 부분으로써 기별을 받는다면 이것도 그렇지 않나니 왜냐하면 아직 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현재의 부분으로써 기별을 받는다 하여도 또한 그렇지 않나니 왜냐하면 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부분이 다 기별을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보살이 기별을 받는다고 말하겠습니까?”
007_0132_a_16L舍利弗我念往昔無量劫中修六波羅蜜以不能信如是語不得受記不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其後信已卽得受記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故當知若有人能信解是語卽得受記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약 어떤 보살마하살이 설할 수 없음[不可說]을 믿고, 설할 수 없음을 알고 설할 수 없음을 말하며, 설할 수 없음을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설할 수 없음과 색(色)의 두 가지 법이 차별 없고, 수(受)․상(想)․행(行)․식(識)과, 눈 내지 뜻과, 불․법․승 삼보와, 생사․해탈과 법계가 설할 수 없음도 다 이와 같음을 안다면, 이것을 보살이 인욕(忍辱)의 부분을 얻는다 하고, 남이 없는[無生] 부분을 얻는다 하고, 나옴이 없는[無出] 부분을 얻는다 하고, 취함이 없는[無取] 부분을 얻는다 하고, 더러움이 없는 부분을 얻는다 하고, 존재[有]가 없는 부분을 얻는다 하고, 지음 없는 부분을 얻는다 하리니, 이러한 여러 부분을 원만히 성취한다면, 일체 법에서의 두 가지 생각[二想]과 두 가지 마음[二心]과 두 가지 뜻[二意]과 두 가지 부분[二分]과 두 가지 연[二緣]을 내지 않으리라.
007_0132_a_22L不可說菩薩白佛言世尊以何等分而得受記若過去分得受記者是義不然何以故是滅法故未來分得受記者是亦不然何以故以未生故若現在分得受記者是亦不然何以故不可說故若是三分無受記者云何說言菩薩受記
만약 어떤 보살이 이와 같이 관한다면, 이것을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는다 하리니,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지음이 없고, 지음이 없기 때문에 원하여 구함이 없고, 원하여 구함이 없기 때문에 단(斷)과 상(常)이 없으니, 만약 단과 사이 없다면, 이는 곧 중도(中道)니라.
007_0132_b_05L佛言男子若有菩薩摩訶薩信不可說不可說說不可說於不可說不生怖知不可說及色二法無有差別想行識眼乃至意佛法僧寶生死解法界不可說亦復如是是名菩薩得忍辱分得無生分得無出分得無取分得無污分得無有分得無作分具足成就如是等分於一切法不生二相二心二意二分二緣
007_0132_c_02L중도는 바로 12인연(因緣)이니, 12인연은 짓는 자 없고 구하는 자가 없으므로 이 이치를 매우 깊다고 하며, 짓는 자 없고 받는 자 없으므로 이 이치를 매우 깊다고 하며, 남이 없으면서[無生] 나고, 나옴이 없으면서[無出] 나오므로 이 이치를 매우 깊다고 하느니라. 마치 맹렬한 불이 인연을 따라 생겨서 짓는 자 없고 받는 자 없다가 이 불이 꺼지고 나면 간 곳도 없고 난 곳도 없는 것처럼, 일체 법 또한 그러하여 짓는 자도 없고 받는 자도 없느니라. 선남자야, 만약 보살로서 능히 이와 같이 안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기별을 받는지 알아야 하느니라.”
007_0132_b_14L若有菩薩能如是觀是名不去不來不住以不住故故無所作無所作故無所願求無願求故不斷不常若無斷常卽是中道
그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매, 8천의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이 지혜를 얻고 나서는 허공 7다라수(多羅樹)의 높이에 올라가서, 합장하여 공경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007_0132_b_18L中道卽是十二因緣十二因緣無作無求以是義故名爲甚深無有作者無有受者以是義故復名甚深生而生不出而出以是義故復名甚深譬如熾火從因緣生無有作者無有受者是火滅已無有去處無有來處一切諸法亦復如是無有作者無有受者善男子若有菩薩能如是知知是人則得受記

색음(色陰)의 부분과 설할 수 없는 것에서
둘 없는 모습[無二相]을 본다면
이 사람이 곧 평등한 지혜 얻는 것
마치 옛 부처님 얻으심과 같으리라.
007_0132_c_03L爾時世尊說是法時八千菩薩得無生法忍得是忍已上昇虛空七多羅合掌恭敬而說偈言

수(受)․상(想)․행(行)․식(識)의 음(陰)도
역시 둘이 없다고 보면
설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
옛 부처님처럼 기별을 얻으리라.
007_0132_c_06L若能觀是色陰分
及不可說無二相
是人卽獲平等智
猶如先佛之所得

만약 입(入)이나 계(界) 등과
일체 법이 두 가지 모양 없음을 관찰한다면
음성도 문자도 짬도 없나니
그러므로 모든 법 설할 수 없다네.
007_0132_c_08L若觀受想行識陰
亦復如是無有二
能諦了知不可說
卽得受記如先佛

설할 수 없음과 3세의 부분은
한 부분[一分]으로 차별이 없고
진실한 성품과 참된 모습 모두 평등하니
이렇게 관찰하면 이치 보살[義菩薩]이라 하네.
007_0132_c_10L若欲觀察入界等
及一切法無二相
無聲無字無有節
是故諸法不可說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과
생사(生死)와 열반(涅槃) 차별이 없고
불․법․승 삼보 역시 둘이 없다네.
007_0132_c_12L不可說分三世分
卽是一分無差別
實性眞相悉平等
如是觀名義菩薩

일체 법의 이치 설할 수 없고
나고 멸함 없기는 허공과 같고
지음 없고 받음 없기 불 성품 같아
인연 따라 나고 인연 따라 멸하네.
007_0132_c_14L貪欲瞋恚及愚癡
空無相願悉平等
生死涅槃無差別
佛法僧寶亦無二

멸하고는 오가는 곳 알지 못하니
일체 법 모두 다 그러하여서
나고 멸함은 인연에 따르므로
이것을 멸함[滅]이라고 하네.
007_0132_c_16L一切法義不可說
無有生滅如虛空
無作無受如火性
從緣而生非緣滅

그 법 만약에 생멸하지 않고
또 상(常)․단(斷)까지 없다면
이는 깊고 깊은 12인연으로
다시 인연 따라 출생하지 않으리.
007_0132_c_18L滅已不知去來處
一切諸法亦如是
諸法皆從因緣生
因緣斷故名爲滅

본래 나는 것 없는데 이제 나고
본래 나옴이 없는데 이제 나오며
지음 없고 받는 이 없고
모든 인연과 과보도 없으며,
007_0132_c_20L若法不生而不滅
亦復不常而不斷
卽是甚深十二緣
更不從緣而出生
007_0133_a_02L
다시 있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니며
이것저것 두 가지 모양도 없으며
안에 있지 않고 바깥에도 있지 않음
이는 깊고 깊은 12인연이네.
007_0132_c_22L本無有生而今生
本無有出而今出
無有造作無受者
無有諸因及果報

이 법 본래 없는데 이제 있고
이미 있던 법도 뒤엔 도로 없나니
만약 있는 법이라면 3세의 거둠이라
성품[性]과 모양[相]은 앞의 말과 같음을 알라.
007_0132_c_24L亦復非有而非無
非有彼此二種相
亦不在內非在外
卽是甚深十二緣

안[內]의 법이라면 바깥과 중간 없고
바깥 법의 성품이라면 안과 중간 없으니,
일체의 모든 법 또한 그러하므로
이것을 으뜸가는 진공(眞空)의 이치라 하네.
007_0133_a_03L是法本無而今有
已有之法後還無
若是有法三世攝
當知性相如前說

온갖 중생들 마음의 본성은
청정하여 더러움 없기 허공 같지만
범부는 마음의 성품[心性] 모르는 까닭에
객진번뇌[客煩惱]에 물이 든다네.
007_0133_a_05L若是內法外中無
外法之性內中無
一切諸法亦如是
是名第一眞空義

만약에 여러 번뇌가 마음을 더럽혀
끝내 때[垢穢]같이 청정할 수 없다면
객진번뇌가 막고 덮는 까닭에
범부의 마음은 청정하지 않다고 말하네.
007_0133_a_07L一切衆生心本性
淸淨無穢如虛空
凡夫不知心性故
說客煩惱之所染

그 마음 성품 본래 청정한 것이라면
온갖 중생들 으레 해탈하지만
객진번뇌가 막고 덮는 까닭에
그러므로 해탈 얻지 못하네.
007_0133_a_09L若諸煩惱能污心
終不可淨如垢穢
諸客煩惱障覆故
說言凡夫心不淨

마음은 차례대로 마음을 낳지 못하고
마음은 차례대로 마음을 볼 수도 없어
일체의 온갖 마음 인연 따라 나나니
그러므로 차례의 마음은 끊지 않음이라.
007_0133_a_11L如其心性本淨者
一切衆生應解脫
以客煩惱障覆故
是故不得於解脫

만약에 이러한 마음 알아보기를
허공과 허깨비 모양[幻相] 같다 하면
이 사람 곧 마음의 자재를 얻고
차례대로 말을 분명히 안다네.
007_0133_a_13L心不能生次第心
心不能見次第心
一切諸心從緣生
是故次第心不斷

마치 요술쟁이[幻師]가 허깨비 짓는 것처럼
무량한 세상에 업 지은 이[業師] 또한 그러하고
마음과 같이 중생도 그러하나니
이것을 안다면 마음의 자재를 얻으리.
007_0133_a_15L若能知見如是心
猶如虛空及幻相
是人卽得心自在
亦能了知次第心

만약에 이러한 지혜[忍] 얻기를
허깨비 법의 인연 없음과 같다 하고
이같이 알고도 탐심 안 내면
인연 말미암지 않고 해탈 얻으리.
007_0133_a_17L猶如幻師所作幻
無量世業師亦爾
如心衆生亦復然
若知卽得心自在

온갖 중생의 갖은 마음 성품은
여래가 말씀하되 3세의 거둠이라고
허깨비으로 된 물질이 진실성 없는 것처럼
중생의 마음도 또한 그러하네.
007_0133_a_19L若有能得如是忍
猶如幻法無因緣
若知如是不生貪
不由因緣得解脫

마음은 중생을 분명히 알고
중생 또한 마음을 분명히 아나니
마음은 물질이 아니므로 볼 수가 없듯
마음과 같이 중생도 그러하다네.
007_0133_a_21L一切衆生諸心性
如來攝爲三世攝
猶如幻物無眞性
衆生之心亦復然
007_0133_b_02L
중생의 성품처럼 일체 법 성품
함이 없는 그것을 설할 수 없으매
여래는 참된 법성 깨달았으니
그러므로 걸림 없는 지혜라고 하네.
007_0133_a_23L心能了知諸衆生
衆生亦能了於心
心者非色不可見
如心衆生亦復然

일체 범부는 알아보지 못하고
한량없는 생각 속에 이리저리
무명에 덮이고 진실에 미혹하여
진리와 법계를 알지 못하네.
007_0133_b_02L如衆生性一切法
無爲之性不可說
如來學得眞法性
是故名爲無㝵智

법계의 성품은 허공과 같고
온갖 세간은 말 할 수 없으며
여래는 대자비(大慈悲)를 닦으시어
문자 없는 법 속에 연설하지만,
007_0133_b_04L一切凡夫不知見
流轉無量生死中
無明所覆迷於實
不知如爾及法界

세간의 달고 쓴 6종의 맛들이
제각기 깨달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중생은 음(陰)․입(入)․계(界)를 말해주어도
그의 법 모양[法相] 알지 못하네.
007_0133_b_06L法界之性如虛空
一切世閒不能說
如來修集大慈悲
無字法中而演說

중생의 지혜 생멸하지 않음은
마치 허공과 허깨비 같나니
온갖 뒤바뀜을 멀리 여의므로
이것을 청정한 지혜라고 하네.
007_0133_b_08L猶如世閒六種味
各各不能自覺知
衆生雖說陰入界
而不能了其性相

여래는 일체 법 분명히 깨닫기를
받음과 지음 없기 초목 같으니
만약에 이런 법 관찰하면
이 사람은 곧 무생인(無生忍)을 얻으리.
007_0133_b_10L衆生智慧不生滅
猶如虛空及以幻
遠離一切顚倒故
是則名爲淨智慧

한량없는 그 어떤 보살이라도
이러한 인욕을 얻는다면
이 사람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위없는 보리(菩提)의 기별[記]을 주리.
007_0133_b_12L如來覺了一切法
無受無作如草木
若能觀察如是法
是人卽得無生忍

만약에 안팎의 물질을 버리고
몸․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아서
온갖 중생을 조복한다면
이 사람 곧 부처님께서 기별[記]을 주리.
007_0133_b_14L若有無量諸菩薩
獲得如是忍辱者
是人卽爲無量佛
授其無上菩提記

모든 중생을 청정하게 하고서도
그 마음 교만하지 않으며
중생을 다 청정하다고 말한다면
이 인연으로 기별 받으리.
007_0133_b_16L若能放捨內外物
乃至不惜於身命
能調一切諸衆生
是人卽爲佛授記

모든 법은 찰나 찰나 멸함을 알고
중생을 위해 인욕을 닦으며
다시 중생 위해 인욕을 연설한다면
이 인욕을 인하여 기별을 받으리.
007_0133_b_18L若能淸淨諸衆生
旣淸淨已不生慢
說諸衆生悉淸淨
以是因緣得受記

나쁜 법 멀리 여의고 부지런히 정진하며
착한 법 닦기 위해 쉬지 않고서
부지런히 정진을 연설한다면
이 정진을 인하여 기별을 얻으리.
007_0133_b_20L若知諸法念念滅
爲衆生故修忍辱
復能演說衆生忍
因是忍故得受記
007_0133_c_02L
일체 법은 본 성품 청정하고
평등하여 차별 없기 허공 같나니
만약에 이 평등을 연설한다면
삼매로 인하여 기별을 얻으리.
007_0133_b_22L遠離惡法勤精進
爲修善法不休息
若能演說勤精進
因精進故得受記

법의 설할 수 없음 알고
말할 때에도 겁냄과 두려움 없으며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한다면
이 지혜로 인하여 기별을 얻으리.
007_0133_b_24L一切諸法本性淨
平等無差如虛空
若能演說是平等
因三昧故得受記

그때 마왕(魔王)이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마왕이 스스로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불가설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왕 파순(波旬)가 이제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부처님 계시는 곳에 이르렀으니, 그대는 어떤 방편을 베풀려고 합니까?”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그가 온다면, 나는 마땅히 그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할 것이오.”
비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저 마왕 파순은 도무지 착한 마음이 없거늘 어찌 보리심을 내게 합니까?”
007_0133_c_03L若能知法不可說
說時不生於怖畏
能以方便化衆生
因是智故得受記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내 마땅히 조복하여 착한 마음을 내게 하고서는 이 인연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리니, 그 조복하는 방법으로, 내가 저 타화자재왕(他化自在王)의 경계에 간다면 그가 틀림없이 나에게 붙을 것이다. 이미 나에게 붙은 뒤에는 내가 마음대로 조복할 것입니다.”
그때 파순은 이 말을 듣고는 마음에 겁나고 두려워서 곧 물러가려고 하여도 물러갈 수 없어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얽매인 것도 아니고 벗어날 수도 없고 신통력을 일으킬 수도 없다’고 하던 찰나에, 공중에서 ‘이것은 불가설보살의 신통력이다’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마왕 파순은 즉시로 불가설보살 앞에 나아가서 예배하고 참회하였다.
“저는 이제부터 온갖 악마의 일을 떠나겠습니다.”
007_0133_c_05L爾時魔王將四種兵車兵馬兵象兵步兵來至佛所魔自化身作比丘像語不可說菩薩言善男子魔王波旬今將四兵來至佛所汝今欲設何等方便不可說言彼若來者我當令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比丘言善男子彼魔波旬都無善心云何能令發菩提心
007_0134_a_02L“누가 그대를 얽어매었소?”
파순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제가 얽매었거나 놓여짐이 없건만, 다닐 수가 없습니다.”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얽매이지도 않고 놓여지지도 않았지만 다닐 수 없는 것처럼 온갖 중생도 그러하나니, 그 까닭은 무명과 애욕 따위가 뒤바뀌고 얽어매어 벗어날 수 없는 것이오. 파순이여, 만약 그대가 이제라도 얽매임을 헐고자 한다면, 마땅히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시오.”
007_0133_c_13L不可說言我當調伏令得善心得善心已以是因緣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云何調伏我當往彼他化自在王其境界彼當屬我旣屬我已我當隨意而調伏之爾時波旬聞是語已心生憂怖卽欲退還而不能得復作是念我於今者旣不被縛又不得解亦復不能作神通力時魔卽聞空中聲曰是不可說神通之力魔王波旬卽時便前向不可說禮拜懺悔而作是言我今捨離一切魔業
“선남자여, 온갖 중생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하였기에 능히 더 없는 보리심을 냅니까?”
“파순이여, 중생은 열여섯 가지의 법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나니, 그 열여섯 가지란, 이른바 항상 윗 마음[上心]을 닦아서 온갖 감관을 빛나게 다듬으며, 부지런히 모든 착함을 닦아서 공덕을 장엄하며, 지심으로 계율을 지녀 후회하거나 싫어하지 않으며, 큰 자비심을 모아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부처님 세존의 대자대비하심을 믿으며,
007_0133_c_24L不可說言波旬誰繫縛汝波旬答言善男子我無繫放而不能行可說言善男子如汝今者不繫不放而不能行一切衆生亦復如是無繫無放而不能行何以故無明愛等顚倒繫縛不得解脫波旬汝今若欲壞繫縛者應當速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여러 중생을 위해 모든 괴로움을 받아 행하며, 능히 중생들의 고뇌를 파괴하며, 모든 감관을 조복하여 바른 생각을 갖추며, 마음에 두려움 없이 온갖 존재[有]를 구하지 않으며, 부처님 지혜 구하기를 즐겨하고 3승(乘) 구하기를 즐겨하지 않으며, 즐거움을 받아도 교만이 없으며, 괴로움을 받아도 뉘우침이 없으며, 지혜를 존경하여 교만을 파괴하며,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으며, 몸과 힘을 갖추어 바른 법을 보호하여 가지며, 삼보(三寶)를 끊지 않음이니, 이것을 열여섯 가지라 하오.
선남자여, 만약에 중생이 이러한 법을 갖춘다면, 마땅히 이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줄 알 것이오.”
007_0134_a_09L波旬答言善男子一切衆生成就幾法能發無上菩提心耶波旬衆生成就十六種法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何等十六所謂常修上心瑩磨諸根勤修諸善莊嚴功德至心持戒不生悔厭修集大悲憐愍衆生信佛世尊有大慈悲
007_0134_b_02L파순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에 중생이 이러한 법을 갖추어야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이제 실상 이러한 법이 없거늘 어찌 더없는 도(道)의 마음을 낼 수 있겠습니까?”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파순이여, 마치 나무를 심으면 꽃과 과실이 있나니, 처음에는 있지 않지만 나중에는 틀림없이 얻게 된다는 것을 의심할 바 없이 아는 것처럼, 중생이 보리를 향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현재는 비록 있지 않지만 점점 이 열여섯 가지 법을 얻게 되는 것이오.”
007_0134_a_15L爲諸衆生受行諸苦能壞衆生所有苦惱調伏諸根具足正念心無所畏不求諸有樂求佛智不樂二乘受樂無慢受苦無悔恭敬智慧破壞憍慢知恩報恩具足身力護持正法不斷三寶是名十六善男子若有衆生具如是法知是人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
파순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그대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 법을 연설할 때에 하늘과 사람 3만 2천의 대중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파순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떤 것을 보리심에 나아가는 행이라 합니까?”
007_0134_a_23L波旬言善男子衆生若具如是等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我今實無如是等法云何能發無上道心不可說言波旬譬如種樹爲華果實初雖未有當知其後必得不疑衆生若爲向菩提心行亦復如是未現有漸漸當得是十六法
“선남자여, 서른두 가지 법이 있어 보리심을 향해 자라나게 되나니, 그 서른두 가지란, 첫째는 지극한 마음이며, 둘째는 정(定)한 마음이며, 셋째는 청정한 마음이며, 넷째는 하고자 하는 마음이며, 다섯째는 방일하지 않는 마음이며, 여섯째는 착한 법을 닦음이며, 일곱째는 위없는 보리에 장엄하게 나아감이며, 여덟째는 능히 네 가지 거둬주는 것으로 중생을 섭취함이며, 아홉째는 방편을 즐거이 행함이요, 열째는 중생을 조복함이며, 열한째는 능히 중생을 성숙하게 함이며, 열두째는 능히 인연을 아는 것이며, 열셋째는 부지런히 정진함이며, 열넷째는 착한 벗을 친근함이며, 열다섯째는 신심을 갖춤이며, 열여섯째는 신심을 갖춤으로써 기뻐함이며,
007_0134_b_06L波旬言善哉善哉善男子如汝所說說是法天與人衆三萬二千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波旬言善男子云何名爲向菩提心行
열일곱째는 스승과 스님과 덕 있는 사람을 공양하고 공경함이며, 열여덟째는 병들고 괴로운 이를 돌보아 줌이며, 열아홉째는 능히 잘 사유(思惟)함이며, 스무째는 법과 같이 머묾이며, 스물한째는 법을 옹호하기 위하여 신명을 아끼지 않음이며, 스물두째는 다라니를 성취함이며, 스물셋째는 염하는 마음을 원만히 갖춤이며, 스물넷째는 깊은 법을 능히 연설함이며, 스물다섯째는 지혜를 원만히 갖춤이며, 스물여섯째는 모든 힘을 원만히 갖춤이며, 스물일곱째는 보리를 원함이며,
007_0134_b_10L善男子有三十二向菩提心而得增長何等三十二一者至心二者定心三者淨心四者欲心五者不放逸心六者修集善法七者莊嚴趣向無上菩提八者能以四攝攝取衆生九者樂行方便十者調伏衆生十一者能熟衆生十二者能知因緣十三者勤行精進十四者親近善友十五者具足信心十六者具足信心故便生歡喜
007_0134_c_02L스물여덟째는 중생을 버리지 않음이며, 스물아홉째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고 기뻐하고 버리는 마음을 닦음이며, 서른째는 나고 죽음에 놀아도 뉘우치는 마음을 내지 않음이며, 서른한째는 몸 받기를 위한 까닭에 복덕을 장엄하고 청정한 원력을 내기 위하여 지혜를 장엄함이며, 서른두째는 일체 법은 연설할 수 없음을 아는 것이니, 이것을 서른두 가지 법이라 하오. 보살이 만약에 이 법을 자라게 한다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오.
007_0134_b_19L十七者供養恭敬師長和上有德之人十八者瞻病苦十九者能善思惟二十者法而住二十一者爲護法故不惜身二十二者成就摠持二十三者足念心二十四者能說深法二十五具足智慧二十六者具足諸力十七者願於菩提
선남자여, 마치 가을밤의 초승달이 커갈 때 밝고도 깨끗한 것처럼, 중생이 아직 보리의 마음을 내지 못하여도 이러한 서른두 가지 법을 원만히 갖추는 것이 그와 같음이오. 선남자여. 보살이 만약에 이러한 서른두 가지 법을 갖추어 미묘한 모습과 모양을 얻는다면, 항상 하늘과 사람의 공양을 받게 되고, 능히 온갖 것을 버리고 과보를 구하지 않고, 큰 서원을 내어서 3세를 깨끗이 하고, 계율 지님을 완전하고도 깨끗이 하여 새지 않고 파괴되지 않으며, 인욕을 닦아서 착한 것을 듣게 되고 생각 없는 법의 지혜로써 착한 법을 장엄하며,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착한 근기를 탐내지 않는 것이오.
007_0134_c_02L二十八者不捨衆二十九者修集慈悲喜捨之心十者遊於生死心不生悔三十一者爲受身故莊嚴福德爲發淨願莊嚴智慧三十二者知一切法不可宣說是名三十二菩薩若能增長是法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마침내 여러 선정을 닦되 애착하거나 맛들이지 않으며, 또 중생을 인연한 사랑을 닦지 않고 오직 법의 인연과 인연 없는 인연의 사랑을 닦으며, 크게 슬퍼함을 닦아서 다른 사람의 하는 일을 도우며,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아서 중생을 버리지 않으며, 바른 법을 즐거이 듣고 들음과 같이 말하며, 연설할 때에 먹이의 생각(食想)이 없으며, 자기가 다른 사람을 조복하여 탐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여의는 것이오.
4섭법(攝法)으로써 중생을 섭취하며, 복덕과 지혜 두 가지를 수행하여 비바사나(毘婆舍那)와 사마타(舍摩他)를 장엄하며, 염하는 마음을 원만히 갖추어 모든 위의를 깨끗이 하며, 4무애지를 성취하여 얻으며, 몸과 입과 뜻의 업을 지혜에 따르며, 그 마음이 견고하여 물러나거나 흔들림이 없으며, 항상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할 것이오.
007_0134_c_09L善男子如秋夜初月增長亦明亦淨衆生未發菩提之心具足如是三十二法復如是善男子菩薩若能具足如是三十二法得妙色相常爲天人之所供養能捨一切不求果報發大誓願淨於三世持戒完淨不漏不破修於忍辱得從聞善無生法忍莊嚴善法身心寂靜不貪善根
007_0135_a_02L파순이여, 여러 중생을 부처님 법에 들게 하기 위하므로 문자와 음성과 연설로써 보여주지만, 으뜸가는 이치 속에는 도무지 이러한 문자나 음성이 없음이니, 이것을 일체 법의 성품이라 하며, 일체 법의 성품은 설할 수 없는 것이오.”
파순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 일체 법은 설할 수 없는 것이라면 보살이 어떻게 큰 서원을 내어 보리에 나아가겠습니까?”
불가설보살이 대답하였다.
“파순이여, 마치 허공과 같이 그의 성품은 끝이 없으니, 허공 속에 우물이나 못을 만들 수 있겠소?”
007_0134_c_17L終不修集愛味諸禪亦不修集緣衆生慈唯修法緣無緣之慈修集大悲作他所作知恩報恩不捨衆生樂聽正法如聞而說演說法時無有食想能調自他離貪恚心以四攝法攝取衆生修行福智二種莊嚴毘婆舍那及舍摩他具足念心淨諸威儀成就獲得四無㝵智身口意業從於智慧其心堅固無有退轉常能利益一切衆生
“만들 수 없습니다. 선남자여.”
“파순이여, 만약에 일체 법의 성품을 설할 수 없는 것이라면 증(證)할 수도 없고 널리 설할 수도 없을 것이오.”
파순은 물었다.
“어떤 것을 보리심을 낸다 합니까?”
불가설보살이 말하였다.
“탐내는 성품을 분명히 안다면 발심한다 하며, 또 성냄과 어리석음과 인색함과 질투함과 음(陰)․입(入)․계(界)와 무명과 지어감[行]과 식(識)과 이름과 색[名色]과 6입(入)과 내지 나고 늙어 죽음 따위의 큰 괴로움을 다 안다면, 이것을 발심이라 하는 것이오.”
파순이 또 물었다.
“일체 법은 어떠한 성품이 있습니까?”
007_0135_a_02L波旬爲諸衆生入佛法故示有文字音聲演說第一義中都無如是文字聲說是則名爲一切法性一切法性性不可說波旬言善男子若一切法不可說者菩薩云何發大誓願向於菩提不可說言波旬譬如虛空其性無邊是中寧可作井池不
“파순이여, 나옴[出]이 없는 것을 일체 법의 성품이라 하오.”
파순은 또 말하였다.
“어떤 것을 나옴이 없는 것이라 합니까?”
“대저 내는 것이 없음이란 곧 마군의 흔적이 없음이니 마군의 흔적이 없음은 나[我]와 내 것[我所]이 없음이요, 나와 내 것이 없음이란 인연과 지어감과 생각과 모음[聚]과 취함[取]과, 생각과 생각 아님과 나고 멸함과 착하고 악함과 번뇌 있고 번뇌 없음과 함이 있고 함이 없음과 세간이고 출세간이라는 분별을 내지 않음을 말함이니, 이러한 분별을 냄이 없다면 이것을 바로 나옴이 없는 것이라 합니다.”
007_0135_a_09L不也善男子波旬一切法性無不可說者終不可證不可宣說波旬言云何名爲發菩提心不可說言了知貪性則名發心若復了知瞋癡慳妒陰入諸界無明行識名色六入乃至生老病死大苦是名發心波旬言一切諸法有何等性
007_0135_b_02L이 법을 말할 때에 8천의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어 허공 속에 올라서 외쳤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파순이여, 우리 8천의 보살은 이 법을 듣고서 무생법인을 얻었소.”
파순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은 어떠한 법을 원만히 갖추었기에 무생법인을 얻었습니까?”
공중에서 소리가 들렸다.
“6바라밀을 원만히 갖추어서 무생법인을 얻었소.”
그때 불가설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여래께옵서는 여러 보살을 위하여 설할 수 없음을 설하여 주옵소서.”
007_0135_a_15L一切諸法無出是性波旬言云何無出夫無出者卽無魔迹魔迹卽是我及我所離我我所是名無出覺觀因緣行想聚取說想非想生滅善惡有漏無漏有爲無爲世及出世卽是魔迹若無如是卽是無出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약에 보살이 단(檀)바라밀을 행할 적에 몸을 허깨비 같다고 관하고 느낌(受)을 꿈같다고 관하고 보리를 마치 허공 같다고 관하면서, 보시를 행할 때에 한 가지의 법도 보지 않는다면 이것을 단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 하며, 만약에 계율과 계율의 경지, 훼계(毁戒)와 훼계의 경지를 관하고 모든 중생들은 나의 성품[我性]이 없다고 관하고 법의 성품을 관한다면 이것을 계율을 깨뜨리거나 헐뜯지 않음이라 하느니라.
계율을 원만히 갖추고 나서도 계율을 지니는 눈[持戒眼]․계율을 깨뜨리는 눈[破戒眼]․보살의 눈, 이 세 가지 눈[三眼]을 내지 않고, 다시 계율을 지니더라도 한 가지 법도 구하지 않고 보리의 과거나 미래나 현재를 보지 않는다면, 이것을 시(尸)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007_0135_a_21L說是法時八千菩薩得無生忍虛空之中出如是聲善哉善哉波旬說是法時八千菩薩得無生忍波旬言善男子菩薩具足何等法故得無生忍空中聲曰修集具足六波羅蜜得無生忍爾時不可說菩薩白佛言世尊唯願如來爲諸菩薩說不可說
선남자야, 만약에 보살이 모든 중생이 나지 않고 나오지 않음을 관하여 참음[忍]을 닦으며, 보리와 중생과 모든 법은 다 고요하고 중생과 허공은 성내거나 기뻐하는 마음이 없음을 관하며, 또 어떤 법이라도 원망하는 생각을 깨닫지 않고서 참음을 닦으며, 다시 어떤 법이라도 멀리 여읨을 깨닫지 않고서 참음을 닦는다면, 이것을 찬제(羼提)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 하느니라.
007_0135_b_05L佛言善男子有菩薩行檀波羅蜜時觀身如幻受如夢觀於菩提猶如虛空行施之時不見一法是名檀波羅蜜不可宣若有菩薩觀戒戒地毀戒及地諸衆生無有我性觀於法性是名持戒不毀破戒具足戒已不發三眼持戒眼破戒眼菩薩眼雖復持戒不求一法不見菩提去來現在名尸波羅蜜不可宣說
007_0135_c_02L선나마자야, 만약에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조금이라도 몸과 입과 뜻 따위로 말미암아 어떤 법은 나고 어떤 법은 멸한다고 보지 않으며, 그러고도 정진을 닦아 법계를 헐지 않으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장엄을 닦고 공하고 나 없음[無我]에 있어서 착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온갖 부처님 법을 원만히 갖추기 위하여 장엄을 행하고 부처님 법은 곧 법 없는 것이라고 들어도 그 말에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였어도 허공같이 관하고, 또 장엄으로 법 바퀴를 굴리지 않는 까닭이 일체 법의 성품을 설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면, 이것을 비리야(毘梨耶)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 하느니라.
007_0135_b_14L善男子若有菩薩觀諸衆生不生不出而修於忍觀於菩提衆生諸法皆悉空寂衆生空中無瞋喜心亦復不覺一法怨相而修於忍亦復不覺遠離一法而修於忍是名羼提波羅蜜不可宣說
선남자야, 만약에 보살이 선(禪)바라밀을 닦되 닦고 나서 과거의 마음 성품을 보지 않고, 본 성품을 깨끗이 하고서도 머무는 곳을 보지 않으며, 또 탐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은 마음이나 상․중․하의 마음을 보지 않고 다시 탐내고 미워함이 없고 어리석은 마음과 슬기로운 마음을 분별하지도 않나니, 왜냐하면 탐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은 성품과 같이 탐냄과 미워함과 어리석음을 없애는 것도 또한 그러함이니라.
007_0135_b_19L男子若有菩薩勤行精進都不見有身口意等一法是生一法是滅而修精進不壞法界爲度衆生而修莊嚴於空無我不生錯亂爲欲具足一切佛法而行莊嚴聞說佛法卽是無法於是事中不生恐怖淸淨莊嚴如來世界雖復莊嚴觀之如空亦不莊嚴轉於法輪何以故一切法性不可說故是名毘梨耶波羅蜜不可宣說
이와 같이 관하고는 선정에 들어가되, 평등함을 평등하다고 보지 않고 평등하지 않은 법을 평등하다고도 보지 않으며, 또 음(陰)과 계(界)와 제입(諸入), 착함과 악함, 깨끗함과 더러움, 번뇌[有漏]와 번뇌 없음[無漏], 세간과 출세간, 생사와 열반, 다스림[對治] 따위를 법을 분명히 안다면 이것을 선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007_0135_c_05L男子若有菩薩修禪波羅蜜修已不見過去心性淨本性已不見住處復不見貪恚癡心上中下心及無貪愚癡慧心亦不分別何以故如貪恚癡性無貪恚癡亦復如是
선남자야, 어떤 것을 설할 수 없는 반야(般若)바라밀이라 하느냐 하면, 만약에 지혜의 행(行)이 없으면, 나[我]와 내 것[我所]과 중생․수명․장정과 상견(常見)․단견(斷見)과 있는 소견․없는 소견과 욕계․색계․무색계도 없음이니, 이것을 행이 없음이라 하며, 다툼[諍訟] 없고 오고 감이 없다면 이것을 지혜의 행에 따른다 하며, 무명의 어둠과 악하고 삿된 소견을 여의리라. 이러한 법을 관한다면 진실한 관찰이라 하느니라.
007_0135_c_10L如是觀已亦入禪定亦不能作平等平等不能以不平等法而作平等亦能了知陰界諸入善惡淨穢有漏無漏閒出世閒生死涅槃對治等法是名禪波羅蜜不可宣說
007_0136_a_02L선남자야, 화재(火災)가 나면 모든 것이 다 타버려서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오직 허공만은 제외되나니, 보살이 이 설할 수 없는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없느니라. 일체 법의 본 성품이 다 멸함을 보고는 중생을 위하여 방편으로써 열반을 연설하고, 또 중생의 명자(名字) 없음을 알리는 방편으로써 명자를 연설하며, 지혜의 힘을 지닌 까닭에 과거와 미래를 알아서 나고 멸함을 말하느니라.
007_0135_c_15L善男子云何名爲不可宣說般若波羅蜜若無慧行無我我所衆生壽命士夫常斷有無等見欲界色界及無色界是名無行無有諍訟無去無來是則名爲隨於慧行離無明闇及惡邪見觀如是法卽眞實觀
또 몸과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 알지만 방편으로써 몸과 마음을 말하고, 모든 법은 설할 수 없음을 알지만 중생을 위함으로써 방편으로 말하고, 베푸는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베풂과 받음을 말하고, 모든 법은 본 성품이 청정함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계율[禁戒]을 말하고, 모든 법은 본래 성내는 성품이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인욕을 닦고, 닦음도 없고 여읨도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부지런히 정진을 닦고, 모든 법의 본 성품은 고요함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선정을 수행하고, 생사와 열반이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지혜를 수행하고, 모든 법의 본 성품은 스스로 멸함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열반이 바로 지혜란 것을 말하느니라.
007_0135_c_21L善男子火災起時一切燒無有因緣唯除虛空菩薩行是不可宣說般若波羅蜜時亦復如是無有因緣見一切法本性盡滅以方便故爲諸衆生宣說涅槃亦知衆生無有名字以方便故宣說名字以慧力故知過去未來說於出滅
대저 지혜란 것은 음성과 명자가 없으므로 펴 설할 수 없고 보고 들을 수 없으며, 마음 없고 식별 없고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나[我]와 내 것[我所]이 아니고 처소나 형체나 규격이 있는 것도 아니며,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고 색이 아니고 보이는 것도 아니며, 다스림이 아니고 조작이 아니고 깨달음도 아니고 생각함도 아니며, 머무는 곳이 없고 과거․미래․현재도 아니니라.
007_0136_a_04L雖復了知無有身心以方便故說於身心雖知諸法不可宣說爲衆生故方便而說雖知無施及以受者以方便故說施說受雖知諸法本性淸淨以方便故說有禁戒雖知諸法本無瞋性以方便故修集忍辱雖知無修無有遠離以方便故勤修精進雖知諸法本性寂靜以方便故修行禪定雖知無有生死涅槃以方便故修集智慧雖知諸法本性自滅以方便故說於涅槃卽是般若
색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닿음과 법과 뜻이 아니며, 밝거나 어둠이 아니고 이 허공도 아니며, 안과 바깥이 아니고 동작이나 존재가 아니며, 비대하거나 수척함이 아니고 더하고 덜함이 아니며, 본 성품이 청정하여 탐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음이 아니며, 미치고 어지러운 것이 아니고 끝과 짬이 없어서 헤아릴 수 없음이니, 이것을 반야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007_0136_a_15L夫般若者無聲名字不可宣說不可見聞無心無識不取不捨非我我所非有處所形質規矩不高不下非色非見非對非作非覺非想無有住處非去來現在
007_0136_b_02L이 법을 말씀 하실 때에 마왕 파순은 얽매임에서 벗어나 기쁜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제가 이제 설할 수 없는 법을 듣고서 해탈하게 됨과 같이 만약에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이 법을 듣는다면 또한 나와 같이 뒤바뀜 속에서 해탈하게 될 것이며, 모든 마군의 부림[使]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모임 가운데 1만 2천의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007_0136_a_19L非色聲香味觸法意非明非闇非是虛空非內非外非作非有非肥非瘦非增非減性淸淨非貪恚癡亦非狂亂無有邊際不可稱量是名般若波羅蜜不可宣說
이때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같은 바른 법을 무어라고 이름하며 어떻게 받들어 가지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전의 이름은 『방등대집(方等大集)』이라 하고, 설할 수 없는 법이라고도 하고 또 온갖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고 온갖 부처님이 지니신 명자를 끊음이라고도 하느니라. 누구든지 이러한 법을 높이고 받들어 가진다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그때 공중에서는 풍악과 향․꽃을 베풀어 불가설보살을 공양하고,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 소리로 진동하였다.
007_0136_a_24L說是法時魔王波旬於繫得脫心生歡喜卽作是言如我今聞不可說法而得解脫若有善男子善女人聞是法者亦當如我於顚倒中而得解脫一切衆魔不得其便爾時會中萬二千衆生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007_0136_b_07L是時阿難白佛言世尊如是正名字何等云何奉持佛告阿難經名爲『方等大集』亦復名爲『不可說法』亦復名『入一切佛法斷一切佛所有名字』若有人能頂戴受持如是等卽能獲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爾時空中多設伎樂香華供養不可說菩薩是時三千大千世界六種震動
大方等大集經卷第十三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5온(蘊)의 나열이므로, “생각[想] 없어” 부분이 빠져야 옳다. 송(宋)판에는 상(想)이 상(相)으로 되어 있다.
  2. 2)주라는 주라발(周羅髮)과 같다. 사미가 득도삭발시에 부모와 스승의 삭발을 받기 위해 머리 윙 남기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말한다.
  3. 3)오다라승(烏多羅僧)은 올다라승(嗢多羅僧) 또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이라고도 한다. 상의(上衣) 혹은 상착의(上着衣)라고 하며, 예송(禮訟)이나 포살(布薩) 등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