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두 눈썹 사이로부터 백호상(白毫相)의 광명을 방출하시니, 그 광명은 시방 여러 불세계의 해와 달, 별과 구슬, 불과 등잔 따위가 비추는 곳을 다 덮고 온갖 돌산과 험악한 가시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으며, 시방의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의 중생은 이 광명을 보고나서 각각 전일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생각하고 그 중 여러 부처님들은 이 광명을 본 뒤에 각기 자기들의 대중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선남자야,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거쳐 그곳에 사바세계가 있어서 다섯 가지 더러움을 갖추고,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는 부처님이 출세하셨는데, 한량없는 세계의 한량없는 보살과 한량없는 성문이 다 그 국토에 모여 그 부처님 앞에 앉고 그 부처님은 법행(法行)과 법목(法目) 다라니문을 연설하시느니라.
여러 성문을 위해 법행을 말씀하시고는 큰 광명을 방출하고 장차 정목(淨目) 법문 다라니를 연설하시어 중승(中乘)들을 위해서는 연각의 과를 얻게 하고, 보살을 위해서는 장엄하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하고, 10지(地)와 여래의 18불공법(不共法)을 원만히 갖추고 물러나지 않는 바퀴를 굴리고 3악취를 파괴하고 여덟 가지 성인의 도를 닦아서 위없는 과를 얻게 하려고 하시느니라.”
007_0236_c_01L그때 시방세계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의 대중이 이 말씀을 듣고는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저 사바세계의 설법하는 곳에 가서 이러한 정목 법문을 받아 듣고자 합니다.” 그때 한량없는 보살 대중이 다 함께 사바세계에 와서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이때 이 세계의 한량없는 범천(梵天)도 부처님 계신 곳에 이으러 공양 공경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고 백억의 마천(魔天)과 백억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백억의 도솔천(兜率天)과 백억의 제석천(帝釋天)과 백억의 사천왕천과 백억의 일월천(日月天)과 백억의 자재천(自在天)과 백억의 염라왕(閻羅王)과 백억의 지귀(地鬼)와 4백억의 아수라(阿修羅)와 4백억의 용왕(龍王), 이러한 무리들도 다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공경히 공양하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고, 한량없는 사문․바라문은 다 신통을 얻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서 공경히 공양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여러 세계의 외도(外道)와 상사(相師)들은 이 광명을 볼 때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같은 광명은 해와 달이나 별의 밝음이 아니고 반드시 이상한 광명이므로, 이렇게 된다면 오래지 않아 일곱 해[日]가 한꺼번에 나와서 사방 바다와 수미산왕(須彌山王)의 온갖 초목을 마르게 할 것이고, 그런 뒤에는 욕계(欲界)에 화재(火災)가 마땅히 일어나리라.’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앞으로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독(毒)을 뿌려 온갖 것을 해롭게 하리라.” 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이제부터 얼마 뒤에는 반드시 흉기[刀]를 뿌려 모든 사람과 물체를 해롭게 하리니, 이런 험악한 시기가 장차 닥쳐온다면 누가 구제하랴.”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 사문은 온갖 것을 가엾게 여기시므로, 그 수명만은 구제하여 주시리라.”
007_0237_a_01L그때 온갖 한량없는 중생들은 지심으로 염불하고, 염불하고 나서는 곧 이 큰 보배 궁전을 보게 되어 부처님의 힘으로 보배 궁전 가운데 이르렀다.
007_0236_c_23L爾時,一切無量衆生至心念佛;念已卽見是大寶坊,以佛力故卽至坊中。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보배 궁전 가운데 이르렀고, 우전야나왕(憂塡耶那王)․악성왕(惡性王)․수두단왕(輸頭檀王)․마혜타왕(摩醯陀王)․수타사나왕(修陀奢那王)․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 등 이러한 왕들도 부처님의 힘으로 인하여 다 보배 궁전 가운데 이르러 공양․예배하고는 차례로 앉아서 각각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때 빈바사라왕이 여러 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왜 미친 짓을 하는가, 이 대중 가운데 석가모니라 하는 부처님이 계시어 온갖 지혜를 갖추고 세간과 출세간의 상을 잘 알며, 열두 조목의 훌륭한 상서를 통달하고 큰 슬픔[大悲]으로써 온갖 중생을 가엾이 여겨 진실한 말과 바른 말을 하시니, 오직 부처님만이 이 광명의 보응(報應)을 말씀하여 주시리라.”
부처님께서 대왕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큰 모임에서는 세간의 상서를 설할 수 없다오.”
007_0237_a_22L佛言:“大王!今此大會不應宣說世間相書。”
007_0237_b_01L빈바사라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속의 중생들이 여래의 모든 공덕을 믿지 않고 또 이 온갖 슬기로운 사람도 믿지 않으니, 원컨대 이러한 의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연설하옵소서. 이 여러 중생도 듣는다면 기뻐하여 신심을 낼 것이고 신심을 낸다면 출세하는 도를 설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중생도 마땅히 즐겁게 받음으로써 쉽게 조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지심으로 들으십시오, 내 마땅히 말하겠습니다. 대왕이여, 옛날 설산(雪山)에 바가바(婆伽婆)라는 선인(仙人)이 있었는데, 과일과 풀뿌리를 먹으면서 자비심을 닦았어도 여러 번뇌를 제거하지 못하고 탐욕의 마음을 조복하지 못하였었습니다. 때마침 그가 머무는 곳에 암호랑이[雌虎] 한 마리가 있었는데, 곧 암범과 함께 정욕을 통하였습니다. 범은 이내 잉태하여서 만삭이 되자, 선인의 처소에서 열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007_0237_c_01L이때 나무귀신[樹神]이 있다가 이 소리를 듣고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여러 동자여, 울지 말라. 귀의할 곳이 있게 되리라. 이른바 범천(梵天)은 중생을 가엾이 여기니, 너희들은 응당 밤낮 여섯 시에 깨끗이 목욕하고 허공을 향하여 지심으로 예배하고는 이 슬픈 사정을 범천에게 알려 도움을 구하라. 범천은 마땅히 걸림 없는 하늘귀[天耳]로써 너희들의 소리를 들을 것이며, 듣고 나서는 너희들 머무는 곳에 와서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너희들의 어리석음과 어둠을 부수고 지혜의 광명을 베풀어 주리라. 만약 지혜를 얻는다면, 모든 하늘도 마땅히 너희들에게 공양할 것이거늘, 하물며 세간 사람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느니라.”
그때 범천은 열두 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무슨 까닭으로 열두 해 동안이나 정근하고 고행하면서 나에게 공양하였는가. 무엇을 요구하려 함인가, 어떤 명성(名聲)과 색․힘․재물․보배거나 또는 성인의 도와 지혜 또는 여러 하늘의 몸을 구하려고 그렇게 하였는가?’
007_0238_a_01L그때 갈가(竭伽) 선인이 범천에게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대사여, 저희들은 이제 그러한 따위 일을 요구하지 않고 중생을 위해 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 저희들은 고독하고 유치합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마음대로 자라나서 가르쳐 주시는 이가 없사오니, 원컨대 대사께서 저희들에게 지혜를 베푸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착하고 나쁜 업을 알고 중생들의 착하고 나쁜 업도 알고 또 중생의 국토․도시와 찰리(刹利)․바라문․비사(毘舍)․수타(首陀)․남녀․대소의 착하고 나쁜 모양과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일이며, 여러 왕으로서 나라를 탐내어 만족을 모르고 전쟁을 일으켜 서로 치거나 쇠(衰)하고 왕성한 따위의 모양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만약에 저희들이 알고 난다면 마땅히 방편으로써 그들을 가르쳐 나쁜 모양을 없애고 즐거움을 받게 하겠나이다’고 하였습니다.’”
도로(途路)가 없어도 바퀴의 굴림은 있다네. 여래도 온갖 도(道)에 머물지 않으시니, 도 아닌 것에서 도를 보고 도에서 도 아닌 것을 보시네.
007_0238_a_05L非有途路, 而有輪轉; 如來亦不,
住一切道, 非道見道, 道見非道。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도 아닌 것이란, 바로 이 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아서 지혜가 아닌 것이니라. 지혜의 경계가 아니므로 밝음도 아니고 어둠도 아니고 항상함[常]과 끊김[斷]도 아니고 선과 악도 아니고 색음(色陰)이나 내지 식음(識陰)도 아니어서, 이를 실성(實性)이라 하고 법성(法性)이라 하고 온갖 행이라 하고 일체 법의 진실제(眞實際)1)라 하고 도 아님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여래 세존은 도 없는 데에서 법바퀴를 굴리나니, 이는 중생의 세 가지 도를 파괴하기 때문이니라. 어떤 것을 세 가지라 하는가 하면, 첫째는 번뇌의 도, 둘째는 괴로움의 도, 셋째는 업의 도다. 업의 도는 이른바 지어감[行]과 존재[有]요, 번뇌의 도는 이른바 무명(無明)과 애욕[愛]과 취함[取]이요, 괴로움의 도는 이른바 식별[識]과 이름과 색[名色]과 6입(入)과 닿임[觸]과 느낌[受]과 나고 늙고 죽음 따위이니라. 이러한 세 가지 도는 무슨 인연으로 존재하느냐 하면, 닿임[觸]의 인연이기 때문이니라.
007_0238_b_01L선남자야, 눈은 색을 봄으로써 사랑하는 마음을 내나니, 사랑하는 마음은 곧 무명이니라. 사랑을 위해서 업을 짓는 것을 지어감이라 하고, 지심으로 전일하게 염하는 것을 분별이라 하고, 분별이 물질과 함께 지어가는 것을 이름과 색이라 하고, 6처(處)를 탐내는 것을 6입(入)이라 하고, 입(入)으로 인하여 느낌을 닿임[觸]이라 하고, 탐착하는 마음을 애욕[愛]이라 하고, 이러한 법을 취함[取]이라 하고, 이러한 법이 나는 것을 존재[有]라 하고, 차례로 끊어지지 않음을 난다 하고, 차례로 끊어짐을 죽음이라 하고, 생사의 인연으로 뭇 괴로움이 닥치는 것을 번뇌라 하나니, 내지 식별의 법이 인연을 따라 탐내는 것도 그러하니라.
만약에 비구가 법행을 수행하여 모든 사랑하는 마음의 모습을 관찰함에는 마땅히 이렇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사랑하는 마음은 곧 무명이요, 무명의 바탕은 두 가지 허물을 내나니, 첫째는 지어감을 내고, 둘째는 식별을 낸다. 식별도 두 가지가 있으니, 이름을 내고 색을 내는 것이다. 이름과 색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머묾이 없고, 둘째는 6입(入)을 일으키는 것이다. 6입도 두 가지가 있으니, 욕심을 싫어하지 않음과 닿임[觸]을 내는 것이다. 닿임도 두 가지가 있으니, 느낌[受]의 마음과 느낌[受]을 구하는 것이다.
느낌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고, 둘째는 탐심과 애욕[愛]을 내는 것이다. 애욕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얽어 묶음이 견고하고 둘째는 취함[取]을 구함이다. 취함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탐심이고, 둘째는 존재[有]를 구함이다. 존재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즐거이 머묾과 둘째는 나는 인연이다. 나는 것도 두 가지가 있으니, 나서 늙음과 괴로움의 인연이다. 늙음도 두 가지가 있으니, 장엄한 빛을 파괴함과 죽는 원인을 지음이다. 죽음도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수명을 파괴하고 둘째는 사랑과 이별함이니, 이를 나는 인[出因]이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보당(寶幢)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자못 숨[息]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을 아는가?”
007_0238_c_06L爾時,世尊告寶幢童子:“善男子!汝頗能知息出入不?”
“알지 못합니다, 세존이시여.”
“不也。世尊”
“선남자야, 법행 비구는 먼저 무명과 지어감과 내지 늙고 죽음을 관찰하느니라. 무명을 관찰하는 것이란, 먼저 중음(中陰)에서 부모로부터 생기는 탐애(貪愛)하는 마음을 관찰함이니, 사랑하는 인연으로써 4대가 화합하여 정기와 혈액(精血), 두 물방울이 한 물방울로 이루어져서 콩알[豆子]처럼 크게 된 것을 가라라(歌羅羅)라 하느니라.
이 가라라에는 세 가지 일이 있으니, 첫째는 목숨[命], 둘째는 식(識), 셋째는 난위(煖位) 등이다. 과거세상 업연(業緣)의 과보(果報)로써 지음과 받는 것이 없이 처음 숨의 드나듦을 무명이라 한다. 가라라 때에 기식(氣息)의 드나듦이 또 두 갈래가 있으니, 이른바 어머니 기식의 오르내림에 따라 이레 만에 한 번 변하는데, 숨의 드나듦을 수명이라 하고 이를 풍도(風道)라 하며, 냄새 나거나 뭉그러지지 않음을 난위라 하고, 이 속의 마음[心]과 뜻[意]을 식(識)이라 하느니라.
007_0239_a_01L선남자야, 만약 벽지불과(辟支佛果)를 얻으려고 함에는 마땅히 이러한 12인연을 관찰한 뒤에 3수(受)의 인연, 5음(陰), 12입(入), 18계(界)를 관찰할지니라. 관찰함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염하는 마음에 따라 숨의 드나듦을 관찰하고 몸의 내부와 피부․뼈․살․뇌수는 공중의 구름 같다고 관찰하고, 이 몸 속의 바람도 그러하여 바람이 있으므로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가득 차기도 하고 마르기도 하고 더 자라나기도 하는 것을 관찰함이니, 그러므로 숨의 드나듦을 몸의 행[身行]이라 하며, 드나드는 숨은 각(覺)과 관(觀)을 따라 나기 때문에 뜻의 행[意行]이라 하며, 화합하여 소리를 내기 때문에 입의 행[口行]이라 하느니라.
이러한 세 가지 인연으로써 분별이 생기고 분별의 인연으로써 4음(陰)과 색음(色陰)이 있나니, 그러므로 이름과 색[名色]이라 하느니라.
007_0239_a_04L以如是等三行因緣,故有識生。識因緣故則有四陰及以色陰,故名名色。
5음(陰)의 인연에서 분별은 여섯 경계에서 행하므로 6입(入)이라 하고, 감관과 경계가 상대하므로 닿임[觸]이라 하고, 닿임의 인연인 까닭에 색을 염함에서 법을 염하기에 이르므로 느낌[受]이라 하고, 색 내지 법에 탐착하므로 애욕[愛]이라 하고, 애욕의 인연으로 사방에 탐색하므로 취함[取]이라 하고, 취함의 인연으로서 후세의 몸을 받으므로 존재[有]라 하고, 존재하는 인연으로서 나고 늙고 죽는 따위의 갖가지 괴로움이 있나니, 이것을 5음과 12입과 18계와 12인연의 큰 숲이라 하느니라.
만약에 비구가 드나드는 숨을 관찰함에는, 공중의 바람이 나와 내 것 없고 지음과 받는 것이 없어 인연에 따라 나고 인연에 따라 사라지므로 모양 없고 물질 없고 각(覺)과 관(觀)이 없는 것처럼, 중생의 바람도 그와 같아서 4대(大)가 함께 행하여 가라라(歌羅羅)가 될 적에 아홉 구멍에서 9만 9천의 구멍에 이르기까지 조작 없고 느낌 없으며, 이 바람은 이러한 육단(肉段)에 드나들고 이 인연으로 무명에서 늙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괴로움을 모으느니라.
007_0239_b_01L선남자야, 마치 허공이 물질 없고[無物] 나 없음[無我]과 같이, 드나드는 모든 숨과 땅․물․불․바람과 수명(壽命)․난위[煖]․식(識)과 무명 내지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도 그러하니라. 중생은 뒤바뀌어서 나 없는 가운데에 헛되게 나를 보며 이러한 허공과 같은 법에서 음․계․입의 생각을 일으키므로, 온갖 범부는 이 뒤바뀜을 인하여 나고 죽음에 돌아다니기를 다함이 없느니라.
만약에 법행 비구가 이 숨이 차면 온몸도 차다고 관찰한다면 이 숨이 따뜻하면 온몸도 따뜻하다고 관찰한다면 이 몸은 그때 뜻에 따르고 바람에 따르나니, 차다고 관찰할 때에 선정을 얻지 못하고, 선정의 덩이[聚]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 사람은 차가운 지옥 속에 떨어질 것이고, 따뜻하다고 관찰할 때 선정을 얻지 못하고 선정의 덩이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뜨거운 지옥 속에 떨어지리라.
007_0239_c_01L그때 빈바사라(頻婆娑羅)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러 성문․벽지불들이 법행을 수행하므로 인하여 염부제(閻浮提)에는 병들거나 굶주리거나 나쁜 일을 없게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4무량심(無量心)을 닦음에 있어, 만약 4성(姓)으로서 공양하고 공경한다면 얼마만한 복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만약 어떤 보살이 4무량심을 닦음에는 머무는 국토에 따라서 여덟 가지 훌륭한 일을 갖추게 되리니, 첫째는 그 국토의 인민들이 부모를 공양하고 부끄러움을 자라게 하고 사문․바라문과 늙은 사람과 덕 있는 이를 공경하고 계율을 받아 지닐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약 여러 국토에 많은 보살들이 4무량을 닦는다면, 그 국토의 인민은 다 이러한 처음 일을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대왕이여,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곳에 따라 그 국토의 인민들은 자비심을 닦아서 살해하지 않고, 그 마음이 고르고 부드러워서 흐리거나 성내고 미워함이 없이 평등하여 둘이 없으리니, 이것이 그 둘째입니다.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의 인민은 재물과 보배를 탐내지 않고 보시하기를 즐기며 도둑질하는 마음을 가책하리니, 이것이 그 셋째입니다.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의 인민은 자기 아내에 만족하여 법 아닌 것을 멀리 여의고 욕심을 가책하리니, 이것이 그 넷째입니다.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의 인민은 진실한 말을 하고 파괴하는 말이 없으며 항상 착한 말을 닦으리니, 이것이 그 다섯째입니다.
007_0240_a_01L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의 인민은 다 삼보(三寶)를 공양 공경하고 나쁜 소견을 멀리 여의리니, 이것이 여덟째입니다. 대왕이여, 보살이 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의 인민은 이러한 여덟 가지 공덕을 원만히 갖추게 됩니다.
대왕이여,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는 여덟 가지 겁내거나 두려워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안팎 군사의 두려움이 없음이요, 둘째는 모든 나쁜 귀신의 두려움이 없음이요, 셋째는 나쁜 성수(星宿)의 두려움이 없음이요, 넷째는 모든 나쁜 병의 두려움이 없음이요, 다섯째는 모든 모진 짐승의 두려움이 없음이요, 여섯째는 모든 나쁜 도둑의 두려움이 없으며, 일곱째는 가뭄과 장마의 두려움이 없으며, 여덟째는 모든 식량의 걱정이 없음입니다. 대왕이여, 보살이 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나라에는 이 같은 여덟 가지 두려움이 없습니다.
대왕이여,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곳에 따라 그 나라에는 여덟 가지 대장부를 원만히 갖추나니,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어떤 중생은 이미 과거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깊이 선근을 심었으므로, 이러한 사람이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즐겨함이요, 둘째는 또 어떤 중생은 이미 과거 한량없는 세간에서 계를 닦고 많이 들었으므로, 이러한 사람이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즐겨함입니다.
셋째는 어떤 중생은 이미 과거 한량없는 세간에서 부모와 스승․스님과 늙은이 덕 있는 사람을 공양하였으므로, 이러한 사람이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즐겨함이요, 넷째는 또 어떤 중생은 이미 과거 한량없는 세간에서 하늘의 업을 성취하여 마땅히 하늘의 몸을 받겠으므로, 하늘 몸을 바꿔서 그 국토에 태어남이요, 다섯째는 또 어떤 중생은 3악취의 업을 파괴하였으므로, 이러한 사람이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즐겨함입니다.
007_0240_b_01L 여섯째는 또 어떤 중생은 성문의 승(乘)을 갖추었으므로, 이러한 사람이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즐겨함이요, 일곱째는 또 어떤 중생은 연각의 승을 즐겨하므로, 그 국토에 와서 태어남이요, 여덟째는 또 어떤 중생은 이미 과거 한량없는 세간에서 6바라밀을 닦았으므로, 이러한 사람이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즐겨함입니다. 대왕이여, 보살이 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에 따라 그 국토에는 이러한 여덟 사람이 원만히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마치 한 광주리에 네 가지의 향, 말하자면 침수(沈水)․다가라(多伽羅)․우두전단(牛頭旃檀)․다마라엽(多摩羅葉)을 합친 네 냥[四兩]을 넣어 두고서, 어떤 네 성[四姓] 사람이 네 종류의 옷을 광주리 속에 둔 채 수일을 지난 뒤에 각각 자기의 옷을 찾아 가는데, 네 가지 향의 중량은 줄지 않고 이 옷 속에는 각각 냄새가 있는 것처럼, 보살이 4무량을 닦음으로써 머무는 나라마다 그 나라의 인민이 각각 갖가지 공덕을 성취하여도 보살에게는 아무런 줄어드는 것이 없습니다.”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저 허공에 영락장엄(瓔珞莊嚴)을 그릴 수 있다’고 하지만 진실로 그럴 수가 없는 것처럼, 일체 법 또한 그러하여 출생하는 것이 없고 파괴되거나 멸함이 없으며 머무는 곳이 없고 각(覺)도 관(觀)도 없으며, 3해탈을 깨끗이 하여 모양과 조각과 원이 없습니다.
그와 같이 법계도 흔들리거나 흩어짐이 없고 모임과 걸림이 없고 흐림도 없고 그지없어서, 마치 허공과 같이 화합하는 일 없고 욕심과 성품 없고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없고 법성(法性)이 무수하여도 적거나 많음이 없고 경계가 없고 둘 없고 집착 없고 한량없고 색 없고 소리 없이 고요하고 변함 없고 측량할 수 없으며, 마치 허공과 같이 견줄 데 없고 더 훌륭할 이 없고 항상함[常]과 끊김[斷]도 없고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생각하기 어렵고 견고하여 지어감이 없고 미워하거나 성내는 일이 없어 모든 부처님 세계를 포섭하나니, 이른 범행(梵行)이라 하고 4무량이라 합니다.
여래께서 이를 닦아서 마음에 만족함이 없이 부지런히 행하고 정하게 나아감을 불법의 큰 신념(信念)이며, 크게 방일하지 않음이며 지심으로 잊지 않음이라 하셨습니다.
007_0240_c_17L如來修集,心無厭足,勤行精進,是名佛法,大信大念,大不放逸,至心不忘。
만약에 보살마하살이 이 같은 4무량심을 닦는다면, 이는 바로 보살의 보리의 아주 깊은 법계를 수행함입니다. 이러한 보살은 장차 무생법인(無生法忍)에 가까이 들어가고자 6바라밀을 행하여 모든 불법을 옹호하고 이미 제3의 참된 법 수순한 지혜[如法順忍]에 가까워 진실히 부처님 몸을 봅니다.
007_0241_a_01L 능히 마군의 무리를 부수고 삿된 도를 부수며 생사의 물을 건너 큰 지혜 바다에 들고 온갖 부처님 경계에 통달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갖추어 장엄하고 지닌 색과 종성(種姓)과 재물은 중생보다 뛰어나고 차례로 여래의 법좌에 앉아 온갖 삼매와 다라니를 원만히 갖추어서 모든 성인에게 깔보이지 않게 됩니다.
정광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러기에 내가 그대는 이제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했다고 말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간에서 부지런히 닦았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만약 부처님으로서 10력(力)과 두려움 없음[無畏]과 온갖 불법을 얻고 집을 떠나 고행하여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고 묘한 법바퀴를 굴리어 큰 신통을 보이고 큰 열반에 든다면, 이러한 일은 다 4무량심을 인연함이요, 이와 같음은 곧 4무량의 결과가 되나니, 이런 이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은 마땅히 4무량심을 닦아야 합니다.”
007_0241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이 같은 아주 깊은 이치를 잘 물었도다.”
007_0241_b_01L佛言:“善哉,善哉!善男子!能問如是甚深之義。”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곧 삼매에 드시니, 그 삼매를 일러, 중생을 조복하고 두려움이 없는[調伏衆生無所畏懼] 삼매라 하였다. 삼매에 드시자, 그 정수리 살상투[肉髻]로부터 큰 광명을 놓아 그 광명이 왕성하게 갖가지 빛으로써 두루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에 비추고, 다시 미묘한 소리를 내어 게송을 읊었다.
007_0241_c_01L 선남자야, 중생의 인연이란 다섯 갈래[五有]에 인연하나니, 범행보살이 6바라밀과 대자대비와 보살의 10지(地)를 원만히 갖추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며 바른 법바퀴를 굴리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을 조복하여서 그지없는 생사의 큰 물을 건너게 하며 한량없는 악마 무리를 부수어 큰 열반에 들고자 한다면, 이러한 보살은 마땅히 4무량심을 닦아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닦는 것인가 하면, 보살마하살이 하방(下方) 중생으로부터 내지 상방(上方)의 온갖 중생을 위하여 사랑하는 마음을 닦되, 여러 중생 보기를 부모․스승․화상과 같이 하고 부처님․성문․연각과 같이 하여서, 그때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나에게 그릇 나쁜 일을 일으킬지라도 보살은 이렇게 생각해야 하느니라.
만약에 이러한 성내는 마음[瞋心]을 끊지 못하면 성문의 보리도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겠느냐. 만약 내 스스로의 마음을 조복하지 못하면 마땅히 여러 부처님과 성문․연각과 천룡팔부(天龍八部)들의 가책을 받을 것이며, 또 큰 죄를 얻어 지옥의 괴로움을 받고 현재와 미래의 이익을 얻지 못하리니, 그러므로 마땅히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야 하리라.≻
007_0242_a_01L다시 이런 생각도 하느니라. ≺만약 나에게 모든 나쁜 일을 조작하여 처음 조작한 것을 다시 조작하려고 하며, 혹은 나쁜 일로서 나의 친한 이께 더하거나 이끗[利養]되는 일로서 나의 원수를 이익 되게 하더라도 그렇게 하며, 이와 같이 관찰하고는 보살로서 일방 중생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서 사방과 사유(四維)와 상하 어느 곳에서라도 다 그렇게 하리라.≻’
그때 모임 가운데에 명성(明星)이라고 하는 한 천자(天子)가 있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처음 사랑하는 마음을 닦음에는 어떤 결과가 있으며, 현재를 위함입니까, 미래를 위함입니까? 또 얼마만한 복덕을 원만히 성취합니까? 세존이시여, 이러한 보살은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서 다시는 3악취에 떨어지지 아니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너는 이미 옛날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고 공경하였기에, 이제 능히 이렇게 묻는구나. 이미 착한 종자를 심어 선근이 견고하고 한량없는 세간에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서 성문․벽지불과는 같지 않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 되게 하려고 이제 이러한 물음을 내는구나. 선남자야, 자세히 들어라. 이제 너를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만약에 보살로서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닦는다면, 이 사람은 곧 눕거나 일어나거나 편안하여 나쁜 꿈을 보지 않을 것이며, 생활에 필요한 것은 모자람이 없고 모든 하늘이 수호하여 하늘과 사람이 보기를 즐겨하며, 나쁜 소리를 듣지 않고 몸에 나쁜 병이 없고 항상 고요함을 즐겨하여 부지런히 정진하며, 바른 법을 즐거이 받아 나 없음[無我]을 알아보며, 항상 나라 임금과 사문․바라문․남녀․크고 작은 사람과 내지 새․짐승들의 공양을 받고 성문․연각․부처님․보살들의 착한 벗에 친근하며, 즐거이 보시를 행하여 중생을 제도하니라.
007_0242_b_01L 모든 착한 마음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파괴되지 않고 좋은 명예가 사방에 유포되며, 중생의 모든 나쁜 병을 치료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괴로움을 멀리 여의게 하고 중생의 온갖 얽어 묶임을 풀고 중생의 나쁜 번뇌를 조복하고 온갖 삿된 소견을 헐고 중생들에게 믿는 마음․염하는 마음․큰 지혜의 마음을 내게 하며, 마음을 대승에 두어 기울거나 흔들림이 없고 다른 말을 따르지 않으며, 중생들의 몸과 입과 뜻의 나쁨을 헐고 중생들의 세 가지 장애되는 업을 없애되, 다만 5역죄[逆]거나 바른 법과 현성(賢聖)을 비방하는 사람이거나 사방 승가의 물건[招提僧物]을 약탈한 자는 제외하느니라.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사랑을 닦은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므로, 결정코 청정한 부처님 세계에 태어나서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3악취를 여의어 반드시 열반에 들 것이며, 또 법의 인연과 아무것도 없는 인연의 사랑을 듣고 4무량심을 원만히 갖추고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리라.’”
007_0242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천자는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모든 선근을 심고 한량없는 세간에서 법의 인연과 사랑의 본원력(本願力)을 닦았으므로, 사천하의 처소에 태어나 일천(日天)의 앞 십천 유순에 있으며, 머무는 궁전은 높이와 너비가 3만 2천 유순에 걸쳐 유리로 되었고 전후좌우 10유순에 가득한 여러 천상 남녀가 함께 둘러쌌는데, 이 사람은 그 가운데 있으면서 그의 권속을 여의고 3유순의 처소에서 보배 평상에 홀로 앉아 하루 낮 하룻밤으로 선정에 드나드느니라.
이 사천하에는 여든 군데 하늘의 처소, 예순 군데 용왕의 처소, 네 군데 아수라(阿修羅)의 처소, 네 군데 가루라(迦樓羅)의 처소, 쉰두 군데 긴나라(緊那羅)의 처소, 마흔여섯 군데 마후라가(摩睺羅伽)의 처소, 여덟 군데 구반다(拘辨茶)의 처소, 서른 군데 아귀(餓鬼)의 처소, 비사사(毘舍闍)의 처소가 있는데, 이러한 곳에서 이러한 중생을 다 조복함은 본원력을 지녔기 때문이니, 옛날 이러한 서원을 세웠느니라.
‘이 염부제(閻浮提)의 밤이 5분을 지나고 1분이 남아 있을 적에 마땅히 해[日]의 앞 십천 유순에 있으면서 먼저 염부제의 어둠을 파괴하고 밝은 모양을 일으키리라. 만약 염부제의 모든 착한 중생으로서 생사를 제도하여 선정을 닦으려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이 사람을 위해서 수면(睡眠)을 제거하고 그 염하는 힘을 베풀어야 하니라.
만약 나를 보고자 하면 나는 마땅히 꿈에 스님과 스승과 부모의 모양을 나타내고, 범부로서 의도를 닦는 이가 있으면 나는 마땅히 그 사람의 삿된 마음을 파괴하고 바른 도로써 보이고, 중생으로서 세간의 일이나 출세간의 일에 게으른 자가 있으면 나를 보고 나서 게으름을 없애고 부지런히 사업을 닦게 하리라.
중생으로서 혼미하여 바른 길을 잃은 자가 있으면 나를 볼 때에 곧 도를 찾아보게 하고, 중생이 중병을 얻어 나를 보는 자는 고통이 쉬어 편히 잠들고 큰 쾌락을 얻게 하며, 늙은 사람으로서 몸에 괴로움을 받고 마음에 잊음이 많은 자도 나를 보면 도로 염하는 마음을 얻게 하리라.
007_0243_a_01L 그러면서도 내가 출세할 때에는 중생으로 하여금 전일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염하고, 중생의 수명이 장차 다 되려고 하더라도 최후의 한 찰나까지 나는 대승경전을 연설하여 그들이 듣고 나서는 불상(佛像)을 친견하고 몸을 버리고는 청정한 부처님 세계에 태어나게 하며, 벽지불을 구하려고 하는 자에게 벽지불승(辟支佛乘)을 말하고 성문승(聲聞乘)을 구하려고 하는 자에게 성문승을 말하며, 중생이 3악취의 업을 지녔으면 나의 설법을 듣고서 나쁜 업이 곧 사라지게 하리라.
세존이시여, 만약에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나 남자․여자 크고 작은 사람으로서 지심으로 나의 일을 염한다면, 이 사람은 신통․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와 해탈․불토․4무애지(無礙智)2)를 깨끗이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이런 일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저는 시방 부처님들을 속이는 것이 되리니, 미래세상에서 저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선남자야. 너의 말과 같다. 또 이 세계의 보살들은 하늘의 형상을 하여 중생을 조복하기도 하고, 혹은 용의 형상을 하고 귀신의 형상을 하고 아수라의 형상을 하고 가루라의 형상을 하고 긴나라의 형상을 하고 마후라가의 형상을 하고 야차(夜叉)의 형상을 하고 비사사(毘舍闍)의 형상을 하고 폐려다(薜荔陀)의 형상을 하고 사람의 형상과 축생의 형상과 새․짐승의 형상을 하고 염부제에 다니면서 이러한 갖가지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선남자야, 하늘과 사람이 되어 중생을 조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축생이 되어서 중생을 조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라.
007_0243_b_17L善男子!若爲人天調伏衆生,是不爲難。若爲畜生調伏衆生,是乃爲難。
선남자야, 염부제의 바깥 남방 바다 속에 조수[潮]라고 하는 유리산(琉璃山)이 있어 높이가 20유순이고 갖가지 보배를 갖추고, 그 산에는 갖가지 색의 굴이 있는데, 여기는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가로와 세로가 1유순, 높이가 6유순으로 독사 한 마리가 그 속에 머물면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으며, 다시 무사(無死)라는 굴이 있어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들이 머물던 곳으로서, 그 속에 말 한 마리가 있으면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느니라.
007_0243_c_01L 다시 선주(善住)라는 굴이 있어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그러하고 역시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그 속에 염소 한 마리가 있으면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느니라. 그 산에는 무승(無勝)이란 나무귀신[樹神]과 선행(善行)이란 나찰녀(羅刹女)가 있어서 각각 5백의 권속을 거느리고 둘러쌌는데, 이 두 여자는 항상 이러한 세 짐승을 함께 공양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염부제의 바깥 서방 바다 속에는 파리산(頗梨山)이 있어서 높이가 20유순이고, 그 산에는 상색(上色)이라는 굴이 있어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역시 그러하고 옛날 보살들이 머물던 곳으로서, 원숭이 한 마리가 성문의 사랑을 닦았고, 다시 서원(誓願)이란 한 굴이 있어서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그러하고 역시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그 속에 닭 한 마리가 성문의 사랑을 닦았고, 다시 법상(法床)이란 굴이 있어서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개 한 마리가 성문의 사랑을 닦았다.
007_0244_a_01L선남자야, 염부제의 북방 바다 속에 보리월(菩提月)이라는 은산(銀山)이 있어 높이가 20유순이고, 그 속에는 금강(金剛)이란 굴이 있어서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돼지 한 마리가 거기에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으며, 다시 향공덕(香功德)이란 굴이 있어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쥐 한 마리가 거기에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으며, 다시 고공덕(高功德)이란 굴이 있어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소 한 마리가 거기에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다.
선남자야, 염부제의 동방 바다 속에는 공덕상(功德相)이라 하는 한 금산(金山)이 있어 높이가 20유순이고, 그 속에는 명성(明星)이란 굴이 있어서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사자 한 마리가 성문의 사랑을 닦았으며, 또 정도(淨道)라 하는 굴이 있어서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토끼 한 마리가 성문의 사랑을 닦았으며, 다시 희락(喜樂)이라 하는 굴이 있어서 가로․세로와 높고 낮음이 또한 그러하고 옛날 보살이 머물던 곳으로서, 용 한 마리가 거기서 성문의 사랑을 닦았다.
007_0244_b_01L이러한 열두 짐승은 밤낮으로 항상 염부제의 안을 다니면서 하늘․사람을 공경하고 공덕을 성취하고 나서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깊은 서원을 내어, 하루 낮 하룻밤 동안에 걸쳐 항상 한 짐승이 노닐면서 교화하고 나머지 열 한 짐승은 편히 머물러 사랑을 닦았는데, 이와 같이 차례를 마치면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느니라. 그러자 7월 초하룻날 쥐가 처음 노닐기 시작하여 성문승으로써 온갖 쥐 몸의 중생을 교화시켜 나쁜 업을 여의게 하고 착한 일 닦기를 권하되, 이와 같이 차례에 따라 열사흘을 마치고 쥐는 다시 노닐기를 열두 달에 이르고 내지 열두 해 동안 그렇게 함은 항상 중생을 조복하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로써 이 열두 짐승을 보려고 하거나 큰 지혜와 크게 염함과 큰 선정과 큰 신통을 얻으려고 하거나 온갖 경전 서적과 4무량심을 얻으려고 하거나, 바른 도를 행하여 사마타(奢摩他)를 얻으려고 하거나, 고요함을 즐기고 착한 법을 더 얻으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흰 흙으로 산을 만들어 가로 세로 일곱 자[尺], 높이는 열두 자에 갖가지 향을 바르고 금(金)을 깔며, 사방 둘레는 스무 자에 첨파(瞻婆)꽃을 뿌려 두고 구리그릇[銅器]으로 갖가지의 진귀한 장(漿)을 담아 사방에 두고서 청정하게 계율을 지녀, 하루 세 번 목욕하고 삼보를 공경하고 믿으며, 산으로부터 세 자의 거리에서 바로 동방을 향해 서서, 이러한 주문을 외울지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묻나니, 생각하는 대로 대답하여 주십시오. 선남자여, 거둬들임[攝人]과 얽어 묶음과 해탈과 청정한 도와 고요함은 비록 다 평등하다 하지만 평등하지 않음도 있나니, 이 평등함과 평등하지 않음이 어떤 인연으로 나고 어떤 인연으로 더 자라나는지를 그대는 모릅니까?”
정덕 우바새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이러한 일은 나[我]와 내 것[我所]으로 인하여 나기도 하고 더 자라기도 합니다.”
007_0245_a_15L淨德答言:“善男子!如是等事,因我我所生出增長。”
명성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나와 내 것은 무슨 인연에서 나는 것입니까?”
007_0245_a_16L明星菩薩言:“善男子!是我我所何因緣生?”
“이 나와 내 것이란 바람의 인연에서 납니다.”
007_0245_a_17L“善男子是我我所風因緣生。”
명성보살이 말하였다. “바람은 어느 곳에 머뭅니까?”
007_0245_a_18L明星菩薩言:“風住何處?”
“선남자여, 바람은 허공에 머뭅니다.”
“善男子!風住虛空。”
“허공은 어느 곳에 머뭅니까?”
007_0245_a_19L又問:“虛空爲何所住?”
“허공은 이르는 곳[至處]에 머뭅니다.”
答言:“虛空住於至處。”
“이르는 곳은 또 어느 곳에 머뭅니까?”
007_0245_a_20L又問:“至處復何所住?”
007_0245_b_01L“이르는 곳이 어느 곳에 머문다는 것은 설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온갖 처소를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온갖 처소에 포섭되지 않기 때문이며, 헤아림도 아니고 일컬음도 아니고 측량할 수 없기 때문이며, 각(覺)과 관(觀)이 아니고, 있거나 없는 것도 아니며, 다니는 것이 아니고 나는 것이 아니고 생하거나 멸함이 아니고 더 자라남도 아니며 문자가 아니고 염하는 것이 아니고 조작도 아니고 느낌도 아니며, 밝거나 어둠이 아니고 더하거나 덜함이 아니고 장성하거나 늙음이 아니어서 진실한 성품은 곧 걸림 없는 문(門)이기 때문에 이르는 곳은 머무는 곳이 없습니다.”
명성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러한 것이 바로 4무애지이고 정목 다라니요, 만약 보살로서 이러한 다라니를 닦는다면, 온갖 번뇌는 타 버려 법 인연의 사랑에 들어가고 모든 법에 의심이 없을 것입니다.” 이 법을 말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중생이 법 인연의 사랑[慈]을 얻고 한량없는 중생은 4무애지와 정목 다라니에 가깝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