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1,250명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이 중에 아난만 빼고는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들은 모두 누(漏)가 다하여 다시는 조복할 번뇌가 없어 자유로웠으며, 잘 해탈하여 더 이상 벗어날 것이 없었고, 깊이 알아서 더 이상 알 것이 없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였다. 그리하여 무아(無我)를 얻었으며 무거운 모든 짐을 벗고 아홉 가지 결박을 없애고 확실히 해탈하였으며, 큰 용과 같이 모든 마음이 자재하였다.
이때 난타 천자(難陀天子)와 수난타(修難陀) 천자와 전단(栴檀) 천자와 수마나(修摩那) 천자와 자재(自在) 천자와 대자재 천자와 아일다(阿逸多) 천자와 수행(修行) 천자 등 수 없는 정거(淨居) 천자가 새벽에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되는 광명을 내어 기사굴산을 환히 밝혔다.
이때 모든 천자는 세존의 처소에 가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경히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하늘의 가는 가루 전단향과 다마라발향(多摩羅跋香)과 침수(沈水) 하늘 향과 하늘 화만향(花鬘香)과 구수마(俱修摩) 등 갖가지 꽃 향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거듭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때 모든 천자는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때 세존께서 먼동이 틀 새벽녘에 빙긋이 웃으시면서 큰 사자의 기침 소리를 내시니, 기사굴산에 별도로 머물던 모든 승려 대중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고 모두 부처님의 처소에 왔으며, 왕사성의 모든 비구니도 부처님의 위엄스런 소리를 듣고 모두 한데 모였다.
또한 라후라(羅睺羅) 아수라왕과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과 수바후(修婆睺) 아수라왕과 바가라두(婆呵羅頭) 아수라왕 및 그의 권속과……(중략)……삼천세계의 한량없고 수 없는 하늘과 용과 용왕들이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털이 곤두설 정도로 숙연한 가운데 부처님의 신통력을 빌어 한 찰나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급고독(給孤獨) 수달(須達) 장자도 수 없는 백천 권속과 함께 사위성으로부터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비야리(毘耶離)에 큰 장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선사(善思)ㆍ항원(降怨)ㆍ길상(吉祥)이었다. 또한 리차(離車)에 환희상(歡喜象)ㆍ거상(擧象) 등의 왕자들이 있었다. 또한 단사(斷事) 서사(庶士)인 수타(首陀)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광상(光象)이었다. 이들 모두는 대승을 배우는 자들이었는데, 한량없는 대중과 함께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첨바성(瞻婆城)에 사는 거사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상서(庠序)와 요익(饒益)이었다. 또한 큰 장자에게 무량력(無量力)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미 과거에 모든 선근(善根)을 심어서 큰 위덕(威德)이 있었는데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구시나갈성(拘尸那竭城)에는 한량없는 역사(力士)와 그들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과거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여 모든 선근을 심어서 큰 위덕을 갖추었다. 그들은 구시나갈로부터 함께 어울려 길을 따라 줄을 지어 부처님의 처소에 왔다. 그리고는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앞으로 나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였다.
007_0738_a_02L세존께서는 대중이 다 모였음을 보시고 큰 사자 소리를 다시 한번 내시고 절에서 나와서 근처 다른 곳에 이르시어 멀리 저쪽 땅에 있는 모든 보배를 보셨다. 세존께서 보신 뒤에 다시 미소를 지으시자 즉시 세간 사람과 천신과 아수라가 각각 한량없는 가루 향과 여러 가지 꽃을 가져다가 부처님 위에 흩고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이때 대중 가운데 장로 사리불(舍利弗)과 장로 대목건련(大目楗連)과 장로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장로 수보리(須菩提)와 장로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와 장로 라후라(羅候羅)와 장로 마하금비라(摩訶金毘羅)와 장로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과 장로 아누루타(阿★樓馱)와 장로 겁빈나(劫賓那)와 장로 윤로나이십억자(輪盧那二十億子)와 장로 난타(難陀)와 장로 아난다(阿難陀) 등 이러한 성인들이 모두 함께 모였는데, 이들은 모두 위덕이 있었으며, 신통을 구족한 이들이었다.
이때 대중 가운데 장로 미륵(彌勒)보살과 삼계(三界)보살과 월삼계(越三界)보살과 초발심즉전법륜(初發心卽轉法輪)보살과 선사(善思)보살과 대음성(大音聲)보살과 지지(持地)보살과 문수사리동자 보살과 불공견(不空見)보살 등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대중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일찍이 과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보살의 무수한 행원(行願)을 깊이 심었으며, 오래 전부터 위없는 보리심을 낸 자들이었다.
울쑥불쑥하고 두루 울쑥불쑥하고 온통 울쑥불쑥하며, 우르르하고 두루 우르르하고 온통 우르르하며, 와르릉 하고 두루 와르릉 하고 온통 와르릉 하며, 흔들흔들하고 두루 흔들흔들하고 온통 흔들흔들하며, 와지끈하고 두루 와지끈하고 온통 와지끈하며, 들먹들먹하고 두루 들먹들먹하고 온통 들먹들먹하였다.
007_0738_c_03L 부처님께서 법좌에 오르시자 해와 같이 빛나서 일체 세간이 우러러보고 귀의하였네.
대천세계가 진동하며 모두가 기뻐하였네.
007_0738_b_25L佛昇法座, 如日暉曜, 一切世閒, 之所歸仰, 震動大千, 咸生欣悅。
부처님께서 보배 자리에 오르사 해와 같이 환히 비추시니 일체 세간이 법왕께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였으며 중생들 모두에게 널리 안락을 얻게 하시었도다.
007_0738_c_04L佛登寶座, 如日顯照, 一切世閒,
頂戴法王, 欲令衆生, 普獲安樂。
부처님께서 자리에 나아가시니 밝고 밝은 해와 같아 일체 세간이 법왕을 높이 받들었네. 청정한 광명을 놓으사 모든 국토를 비추셨도다.
007_0738_c_06L佛就座已, 如日融朗, 一切世閒,
尊承法王, 放淨光明, 照諸剎土。
기특하다, 이 교법이여. 교법 중에 가장 수승하며 특히하다, 이 교법이여. 이보다 나은 것이 없도다. 잠시 나타난 곳이라도 헤아릴 수 없도다.
007_0738_c_08L奇哉斯乘, 乘之最勝, 異哉斯乘,
無能過者, 蹔現之處, 已不可量。
훌륭하다, 이 교법이여. 교법 중에 넓고 크도다. 이 수레를 타는 이는 불가사의하여 모든 천신과 마군과 범천들은 측량치 못할 바로다.
007_0738_c_10L善哉斯乘, 乘之弘大, 乘是乘者,
不可思議, 諸天魔梵, 所不能測。
이때 세존께서 넓고 큰 혀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시고 널리 성문과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조용히 들을지어다. 이 밤에 난타천자와 수난타천자와 전단천자와 수마나천자와 자재천자와 대자재천자와 아일다 천자와 수행천자 등, 이러한 수 없는 정거천자(淨居天子)가 새벽에 보통 때보다 갑절 더한 광명을 발하여 기사굴산이 환히 밝았다.
이때 모든 천신들은 나의 처소에 와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경하여 내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하늘의 미세한 전단향 가루와 다마라발향과 모든 침수향과 하늘의 화만향(華鬘香)과 구수마(俱修摩) 등 온갖 꽃과 향을 내 위에 흩어 뿌리며 거듭 내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나를 향하여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007_0739_a_02L이때 전단 천자가 잠자코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부처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모든 사람과 천신과 사문과 바라문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살염불삼매를 연설하셨는데, 이제 우리 세존께서도 과거 모든 부처님처럼 중생을 안락케 하기 위해 보살염불삼매를 연설하실 것이다.’
거룩하신 석가 10력(力)을 갖추신 여래께서도 삼마제(三摩提)를 말씀하시어 일체 중생들이 안락을 얻게 하라고 하기에 내가 잠자코 허락하였다.
007_0739_a_21L善哉釋迦, 十力如來,
說三摩提, 欲令一切, 得安樂故,
佛默然許。
그때 모든 천자는 내가 기사굴산에서 과거 부처님처럼 삼매 연설하기를 허락한 줄을 벌써 알았느니라.
007_0739_a_23L時諸天子, 已知垂允,
我亦於此, 耆闍崛山, 如過去佛,
所說三昧。
007_0739_b_02L 그때 모든 천자는 내가 잠자코 허락한 줄을 벌써 알고서 기쁘고 즐거워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발에 예배하고 갔느니라.
007_0739_a_25L時諸天子, 已知如來,
默然許之, 歡喜快樂, 右遶三帀,
禮足而去。
비구여, 내가 연설하는 삼매도 옛적 모든 부처님과 같으니 의혹을 내지 마라.
007_0739_b_04L比丘聽我, 所演三昧,
如昔諸佛, 莫生疑惑。
여래의 지혜는 불가사의하니 과거 모든 부처님의 최상의 보리와 모든 지견(知見)에 마음속으로 의심을 품지 말라.
007_0739_b_05L如來智慧,
不可思議, 過去諸佛, 最上菩提,
於諸知見, 心無疑網。
지금 현재 가장 높은 보리를 내가 모두 알아서 마음이 막힘이 없노라.
007_0739_b_07L如今現在,
第一菩提, 我皆了知, 心無滯㝵。
만일 미래 세상에 보리를 이루고자 한다면 미래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에 나도 밝게 밝혀서 털끝 만한 의심도 없애 주리라.
007_0739_b_08L若當來世, 欲成菩提, 欲爲憐愍,
將來世故, 我亦明曉, 心無毫疑。
그러기 때문에 여래는 깊은 이해 끝이 없고 지혜의 힘, 막힘이 없고 불가사의하도다.
007_0739_b_10L是故如來, 深解無窮, 智力無㝵,
不可思議。
저 부처님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나도 끝까지 알지만 일체 중생은 그 깊은 뜻 헤아리지 못하느니라.
007_0739_b_12L如彼所知, 我悉究盡,
一切衆生, 不測其奧。
2.불공견본사품(不空見本事品)
007_0739_b_13L菩薩念佛三昧經不空見本事品第二
이때 세존께서는 장로 사리불과 장로 목건련과 장로 대가섭과 장로 수보리와 장로 부루나미다라니자에게 말씀하셨다. “천신들과 세간 사람들이 이미 다 모였으니, 너희들 비구는 각각 법좌에 올라와서 사자후를 하여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대중에는 성문들이 많으므로 사자의 소리를 들으면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 발밑의 티끌을 접촉하면 일곱 달 안에 몸과 마음이 쾌락하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좋은 곳에 태어납니다.
007_0740_a_09L若有衆生, 觸佛足塵, 於七月中,
身心快樂, 命終之後, 得生善處。
세존께 귀의하면 모든 즐거움을 베풀어주시고 어떤 사람이 아파서 몹시 고통을 받을 적에 부처님께서 손으로 만지시면 곧 낫게 되오리다.
007_0740_a_11L歸命世尊, 施一切樂, 若有人病,
極受衆苦, 佛以手摩, 卽得除愈。
부처님께서는 많은 겁 동안에 불가사의한 모든 안락을 수없이 얻으셨나이다.
007_0740_a_13L善逝曠劫, 悉得一切, 不可思議,
無數安樂。
부처님께서는 옛적에 용맹스러이 미래 중생을 거두셨고 한량없는 겁 가운데 청정한 법 얻으셨나이다.
007_0740_a_15L佛昔勇猛, 攝取當來,
無量劫中, 所得淨法。
저는 이곳에 의심이 없사온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007_0740_a_16L我於是處,
無疑異心, 以何因緣, 令我請問。
과거와 미래의 하늘 가운데 가장 높은 분이시여. 이제 조복하시는 사람 가운데 큰 선인을 만났사온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007_0740_a_17L過去當來, 天中特尊, 今遇調伏,
人中大仙, 以何因緣, 令我請問。
이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고 잘 들어서 잘 생각해 보아라.” 불공견이 여쭈었다. “예, 그렇게 하겠나이다.”
007_0740_a_19L爾時,世尊告不空見:“諦聽諦聽,善思念之。”不空見言:“唯然,世尊!”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적 무앙수(無央數)라는 겁 때 무량력(無量力)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큰 신통과 세력이 자재하였는데 그가 머무는 곳에 선건(善建)이라는 큰 성을 세웠다. 그 성은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12유순(由旬)이었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정면에 문이 세 개가 있었다.
007_0740_b_02L 문과 성을 모두 금과 은과 유리와 파리(頗梨)와 마노(瑪瑙)와 진주와 산호(珊瑚)로 수려하게 장엄하였다. 참호(塹壕)도 일곱 겹이었는데 모두 다 7보로 되어 있었다. 그 모든 문 밖에는 금모래, 은모래를 땅에 깔아서 꾸미고 문의 양쪽에는 각각 금과 은으로 된 네 대궐이 서로 마주 서 있었다.
불공견이여, 또한 금과 은으로 큰 그물을 만들어 문 위를 덮었고, 금 그물에는 은방울을 여기저기 달고, 은 그물에는 드문드문 금방울을 드리웠다. 바람이 불면 방울과 그물이 모두 공후(箜𥱌) 같은 악기 소리를 내어 궁음(宮音)과 상음(商音)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어울렸다. 왕은 성을 지어 놓고 그 안에서 편안히 거처하였다.
그 성 참호 밖에는 금과 은과 파리와 산호로 된 일곱 못이 있었다. 그 모든 못에는 일곱 복도가 있었는데, 이것도 7보로 장엄하였다. 금 복도에는 은으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은 복도에는 진주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진주 복도에는 유리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파리 복도에는 산호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산호 복도에는 진주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진주 복도에는 금으로 난간을 만들었다.
그 못의 언덕 위에는 이증(伊曾) 꽃나무와 니증(尼曾) 꽃나무와 가다증니(迦多曾尼) 꽃나무와 아제목다가(阿提目多迦) 꽃나무와 첨복(瞻蔔) 꽃나무와 바리사(婆利師) 꽃나무와 구비타라(拘毘陀羅) 꽃나무와 타누가리(陀★迦梨) 꽃나무 등 꽃나무가 있었다. 이 모든 꽃나무는 향기가 하늘 향과 같았는데, 지키는 이가 없어서 마음대로 취할 수 있었다.
007_0740_c_02L또 불공견이여, 그 선건성에는 7보로 된 다라수가 서로 엇갈리게 일곱 겹으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금 다라수에는 은잎과 꽃과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은 다라수에는 붉은 진주 잎사귀에 진주 꽃과 진주 과실이 달려 있었다. 흰 진주 나무에는 유리 잎사귀에 유리 꽃과 유리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유리 나무에는 파리 잎사귀에 파리 꽃과 파리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파리 나무에는 마노(馬瑙) 잎사귀에 마노 꽃과 마노 과실이 달려 있었다. 마노 나무에는 붉은 진주 잎사귀에 붉은 진주 꽃과 붉은 진주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붉은 진주 나무에는 산호 잎사귀에 산호 꽃과 산호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산호 나무에는 금 잎사귀에 금 꽃과 금 과실이 달려 있었다.
불공견이여, 바람이 불면 모든 나무가 번갈아 스치면서 미묘한 소리를 냈는데, 마치 악사(樂師)가 잘 쳐서 다섯 가지 음을 내는 것과 같았다.
007_0740_c_11L不空見!風吹諸樹,更相掁觸出微妙聲,譬如樂師善能擊發五種之音。
또한 불공견이여, 왕이 머무는 곳에는 다음과 같은 모든 소리가 항상 끊이지 않았다. 코끼리 소리와 말 소리와 수레 소리와 군인의 소리와 소라 소리와 북 소리와 통소 소리와 젓대 소리와 공후와 비파 소리와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 등 이와 같은 모든 소리가 잠시도 끊긴 적이 없었다.
왕은 항상 영토 안의 인민들에게 ‘만일 의복이나 음식이나 코끼리나 말이나 수레가 필요하다면 그대들 뜻대로 다 주겠노라’고 선언하였다. 다라수 사이에서는 항상 풍악 소리가 나서 모든 사람이 노닐며 5욕을 즐겼다. 왕은 나라 백성들을 아버지가 아들 생각하듯 하였으며, 백성들은 왕을 자애로운 아버지와 같이 받들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선건성 안의 모든 거리와 전읍(%(厘*阝)邑)에 시장이 열렸는데 곳곳마다 네 가지 보물로 된 못이 있었다. 못과 못의 간격은 화살을 한 번 쏘아서 떨어질 만한 거리였다. 그 못의 네 언덕에는 갖가지 보배로 된 층계가 있었는데 금 층계에는 은 난간을 둘렀고, 은 층계에는 금 난간을 둘렀으며, 마찬가지로 파리와 산호로도 엇갈리게 층계와 난간을 둘렀다.
007_0741_a_03L또한 불공견이여, 왕은 모든 못에 갖가지 이름난 꽃을 심었고, 못 위에도 이니증(伊尼曾) 꽃나무와 가담바(迦曇婆) 꽃나무와 아제목다가(阿提目多伽) 꽃나무와 첨복(瞻蔔) 꽃나무와 타누가리(陀㝹迦利) 꽃나무 등 여러 꽃나무를 심었다. 그 꽃나무들의 향기는 하늘 향과 같았는데, 역시 아끼는 이가 없었다.
왕이 통치하는 1만 4천 성읍(城邑)과 부락은 청정한 업의 과보(果報)로서 7보로 장식하였고, 낱낱 성 위에 8만 4천 전단으로 된 모든 묘한 다락을 지었다. 이 모든 문 밖에는 네거리가 뚫려 있었고, 길 초입마다 수려한 누각[臺觀]을 세웠는데, 모든 백성이 마음대로 노닐었다. 낮에나 밤에나 항상 다락과 대관과 궁전과 거리와 마을에 모두 등불을 켰는데, 그 빛이 매우 밝아서 나라 경계를 두루 비추었고, 중생들은 그 빛을 받아서 몸과 마음이 쾌락하였다.
007_0741_b_02L그때 보견(寶肩)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이렇게 외치셨다. ‘내가 금세와 후세에 사문과 바라문과 천신과 사람과 아수라 대중 가운데서 모든 것을 아는 지견[一切知見]으로 널리 중생을 위하여 모든 묘법을 말하겠노라.’
보견여래께서 이른 아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를 들고 비구를 거느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다. 그때 무량력왕은 두 아들과 함께 높은 다락 위에서 오락을 즐기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왕은 부처님의 공덕 있는 상호(相好)를 멀리서 바라보고 매우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없이 기뻐하며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궁전 문 앞에 이르러 두 아들에게 ‘빨리 향과 꽃과 깃대와 기악을 마련하여 빨리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우두전단향과 말향과 묘하고 진귀한 모든 것을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왕은 부처님께서 오래 세간에 머무시지 못할 줄 알고 두 아들과 신하와 백성과 권속을 앞뒤로 거느리고 열반하시는 곳에 이르렀다.
007_0741_b_21L時王知佛不久住世,與其二子、臣民、眷屬前後導從至涅槃所如來。
007_0741_c_02L 여래께서 그때 이미 멸도(滅度)하시니, 왕은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슬피 울부짖으며 큰 산이 무너지듯 몸을 땅에 던지고 ‘세간의 눈이 멸하였도다.’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거듭 세간의 눈이 멸하였음을 슬피 탄식하고 ‘여래께서는 어찌 이리도 빨리 열반하셨나이까? 장사꾼이 주인을 잃은 것처럼 부처님께서 멸도하심도 마찬가지라, 세간은 캄캄하여 장님처럼 지혜로운 눈이 없어졌다’ 하고 가슴을 치고 머리를 두드리면서 소리 높여 크게 부르짖고 흐느끼다가 눈물을 씻고 두 아들에게 모든 향으로 끓인 물을 준비하여 여래를 목욕시키라고 하였다.
또한 온갖 묘한 향을 몸에 바르고 모든 꽃과 모든 꽃 목걸이를 흩으며 한량없는 묘한 옷을 여래의 몸에 두르고 7보로 관을 만들고 쇠로 외관을 만들라고 하였다. 붉은 전단을 1유순(由旬) 높이로 쌓고, 가로와 세로 똑같이 1구로사(拘盧舍)가 되는 면적에 꽃과 향을 전단 더미 위에 흩고 소합(蘇合)향의 기름 천 그릇을 전단에 부은 뒤에 불을 지르라고 하였다. 불이 일어난 뒤에 다시 비 오는 듯한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였다.
그때 사자(師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열반하셨는데, 내가 살아서 무엇하랴. 마땅히 부처님을 따라 열반에 들겠노라.’ 이 서원을 세운 뒤에 거듭 진귀하고 묘한 온갖 향과 꽃을 쌓인 더미 위에 흩고 흰 솜을 몸에 감고 손으로 횃불을 들고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들었다. 불은 즉시 활활 타올랐지만, 중생을 이롭게 하고 세존께 귀의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서원을 말하고 여래를 찬탄하였다.
그러므로 제가 지극한 마음으로 널리 보시는 부처님께 귀의하옵나이다. 잘 가신 분[善逝], 속박이 다한 무위의 주인께 귀의하옵나이다.
007_0742_b_13L是故我至心,
歸依普眼尊, 歸命於善逝, 累盡無爲主。
영원히 괴로움을 여의어 세간을 어여삐 여기시며 바른 지혜로 두루 관찰하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시고 모든 번뇌의 병 제거하여 한량없는 모든 중생 성취시키시며 불가사의한 약을 베푸시는 사람 중에 높으신 큰 의원 세간의 모든 아픈 괴로움을 잘 제거하시는 분께 귀의하옵나이다.
007_0742_c_02L범천은 그때 속으로 ‘어떻게 갑자기 여기에 와서 태어났을까?’ 생각하고는 거듭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난 옛적에 보견여래를 받들어 모셔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몸을 태워 공양하였으며, 또한 게송으로 큰 서원을 내었다. 이 선업으로 범천에 태어났으니 내가 이제 그가 몸을 태운 곳에 가 보겠노라.’
이 범천은 즉시 사라져서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가 펼 동안의 짧은 순간에 여래를 장사지낸 곳에 이르러 하늘의 전단향ㆍ침수향ㆍ가루향과 구수마꽃ㆍ 다마라발꽃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온갖 꽃과 향을 공중에서 골고루 비처럼 뿌려 시방에 어지러이 바람이 눈을 날리듯이 보견여래의 사리에 공양하고 무량력을 향하여 본디 인연을 말하였다.
‘저는 왕의 아들 사자의 몸으로서 불에 들어가 공양하여 목숨을 마친 사람이오니, 대왕께서는 부디 염려하지 마옵소서. 저는 이제 이미 모든 좋은 이익을 얻고, 옛적에 보견여래께 지성으로 공양하고 받들어 모시고 존중하고 찬탄한 공덕의 과보로 범천에 태어났나이다. 그러므로 대왕과 사자의도 마땅히 묘법을 공경히 받아 지니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빠짐없이 사리를 거두어 나누어주고 공양하소서.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범천에 태어난 저도 항상 이 수승한 법을 받아 지닌답니다.’ 이 말을 하고서 갑자기 사라졌다.
007_0743_a_03L이 모든 보배 탑의 높이는 1유연(由延)이고,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1구로사(拘盧舍)였는데, 낱낱의 탑에 두루 각각 8만 4천 가지 모든 향 기름으로 등불을 켰다. 이 모든 탑 사이에도 갖가지 향과 꽃과 악기와 놀잇감을 먼저와 같이 공양하고, 이 묘한 법을 공경히 받아 지녔다.
또한 불공견이여, 보견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보밀왕(普密王)이라는 보살이 세간에 나타났다. 그는 세간의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보리수 밑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의식을 안정시키고 바른 지혜로 해탈하여 환히 크게 깨달아 최상의 도를 얻었다.
‘세존께서는 부디 도량(道場)에서 일어나 모든 마군을 꺾으사 청정한 신통과 지혜에 훼손됨이 없게 하시옵소서. 세간의 스승께서는 부디 중생을 불쌍히 여기사 선정에서 깨어나 불법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성문들을 잘 지도하시고 아름답고 묘한 부처님의 법을 연설하소서. 여래께서는 전생의 몸에 오랫동안 지혜를 닦아 선한 법을 포섭하여 이제 부처님이 되시었나이다. 과거세에 이미 부처가 되면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내셨는데, 이제 서원을 이루어 편안한 곳에서 가장 수승하고 함이 없는 고요한 묘락을 얻으셨으니 감로(甘露)를 열어 세 가지 결(結)을 풀어 주소서.’
‘보밀왕 응공ㆍ정변지를 만나 저의 청정하고 묘한 공덕의 무더기를 내었나니, 이 과보로 생사하는 가운데 항상 시방 부처님을 가까이 뵙게 하소서. 제가 부처님의 보리수에 공양하며 닦은 이런 갖가지 공덕으로 저를 어여삐 여기시고 저에게 설법하소서. 이 과보로 생사하는 가운데 항상 모든 부처님의 탑묘에 찬탄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또한 불공견이여, 사자왕자는 그 한 몸을 태워서 공덕을 닦은 선근으로 항상 범천세계에 머물러 5천 분의 부처님을 만나 공양하고 공경히 모셨으며 존중하고 찬탄하여 모든 선근을 심어 불가사의한 서원을 내었다. 그대 불공견이여, 이에 의심하지 말지어다. 그 때의 무량력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바로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