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죽림(竹林) 가란타(迦蘭陀) 연못가에서 큰 비구들 1천 인과 함께 계셨으니, 그들은 모두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되어 각자의 할 일을 끝내고 무거운 짐을 벗어나 자기의 이익을 얻으며, 모든 존재[有]의 온갖 얽매임[結]을 끊고 바른 지혜를 얻어서 마음이 잘 해탈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큰 보살들 1만 인과도 함께 계시었으니, 그들의 명호를 말하자면 지수미정 동진(持須彌頂童眞)ㆍ수지(水智) 동진ㆍ지지(地智) 동진ㆍ승지(勝智) 동진ㆍ공지(空智) 동진ㆍ명지(明智) 동진ㆍ전지(電智) 동진ㆍ문수사리(文殊師利) 동진ㆍ항복승(降伏勝) 동진ㆍ수천(水天) 동진ㆍ무구(無垢) 동진ㆍ미륵(彌勒) 보살마하살 등의 우두머리였는데, 그들 역시 다 인욕바라밀의 삼매를 얻어 일체 법에 장애가 없는 지혜를 구족함으로써 모든 중생에게 그 마음이 평등하고 마(魔)의 경계를 벗어나 여래의 지혜 경계에 잘 들어가며, 대자대비를 갖추고 방편의 지혜를 잘 깨달은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큰 비구ㆍ보살들이기에 그들이 다 부처님을 따라 왕사성의 죽림 가란타 연못가에 머물게 되었다.
007_1221_b_02L그때 장로 아설시(阿說示의역으로 마승(馬勝)이라고도 한다)가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鉢盂)를 들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007_1221_b_02L爾時,長老阿說示唐言馬勝於日初分著衣持鉢,入王舍大城乞食。
그때 우바저사가 아설시 장로를 보고 전에 없던 마음이 우러나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사문으로서 저같이 조용한 위의를 갖춘 이를 보지 못했다. 저 같은 비구가 다시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스승이 누구이고, 누구를 따라 출가하고, 누구에 귀의하여 법을 구했는가를 물어보리라.’
장로 아설시는 우바저사에게 대답하였다. “석종자(釋種子)가 계시어 그 용맹한 정진으로 큰 고행을 닦으시어 모든 것[一切處]에 가장 자재(自在)로와 이미 생사의 가없는 큰 바다를 건넜으며, 이제 또 그의 대비로써 중생을 제도하려 하시니, 그 명호가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중생을 깨우쳐 괴로움의 바다를 고갈시키니, 누구도 견줄 이가 없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귀의하여 무구법(無垢法)을 구하였습니다.”
007_1222_b_02L그때 악마가 일념(一念)을 기울여 중인도의 마가타국(摩伽陀國)에서 가장 지혜가 구족하고 명칭이 널리 퍼진 선장부(善丈夫)로서 우바저사와 구리다 두 외도가 그의 권속들을 데리고 사문 구담(瞿曇)에게 나아가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한다는 것을 들었다. 악마가 생각하였다. ‘낭패로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저 구담의 법을 따라 출가한다면, 나의 경계는 공허해질 것이니, 그러므로 나는 저 두 장부의 처소에 가서 그 출가하는 것을 방해하여, 나쁜 소견[惡見]에 집착하게 해야 하리라.’
007_1222_c_02L
그때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하늘들이 허공에서 두 장부를 칭찬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두 장부여, 일체 중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우두머리로다. 이 길이야말로 일체 세간에서 뛰어나고 미묘하기가 가장 제일이고, 이 길이야말로 일체 세간의 괴로움을 지식(止息)시키며, 이 길이야말로 모든 여래의 다니시는 처소이고, 이 길이야말로 모든 부처님들의 공동으로 찬양하시는 길이니, 이것이 이른바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하는 길이다.” 이때 악마는 마음이 근심되고 괴로워서 곧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우바저사와 구리다는 함께 각자의 군중을 살펴보고 제자들을 불러 타일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우리가 늙고 죽는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하려는 것이니, 너희들이 만약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여기에 머물러 있어도 될 것이다.”
이때 여래께서 신통력으로 두 사람으로 하여금 그 큰 구덩이를 보지 않고 바른 길로 가게 하였더니, 악마는 다시 두 사람 앞에 높이 1천 유순 되는 험악하고도 가파른 큰산을 화작하여 도저히 뚫거나 넘어갈 수 없게 하고, 또한 그 산중에 또 사납고 무서운 1천 마리의 사자들을 화작해 두었다.
007_1223_a_02L이에 세존께서는 또한 신통력을 더하시어 두 사람으로 하여금 그 큰산과 사자를 보지 않고 또 사자의 사나운 모습과 두려운 소리를 듣지 않고서 바른 길로 세존의 처소까지 나아오게 하셨으니, 그 한량없는 백천(百千)의 무리들이 부처님의 설법하시는 곳을 둘러싸며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善男子)여, 너희 두 사람의 명자(名字)는 무엇인가?” 먼저 우바저사가 대답하였다. “저의 아버지는 저사(底沙)이고 어머니는 사리(舍利)입니다. 저는 이제 어머니를 따라 이름을 사리불(舍利弗)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다 저의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때 악마는 마음으로 근심하고 후회하면서 부처님 앞을 떠나 자신의 천궁(天宮)으로 돌아갔으나 근심과 괴로움에 말려들어 말없이 앉아 있었다. 때마침 악마의 권속들이 한 찰나 사이에 모여와서 따지고 물었다. “지금 대왕께선 무슨 까닭으로 아무도 모르는 근심과 괴로움에 말려들어 말없이 계십니까?”
그때 마왕은 손을 잡고 슬피 울다가 그 슬픈 소리를 억제하면서 잠시 잠잠하였는데, 기녀들이 다시 노래와 춤을 시작하여 마왕을 즐겁게 하려하였으나 마왕은 손을 들고 크게 외치면서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이와 같이 일곱 번을 되풀이하자 기녀들도 마침내 잠잠히 물러서게 되었다.
그리고 500기녀들이 또 천상의 모든 장엄구(莊嚴具)로서 하늘의 향과 꽃을 뿌리고 하늘의 기악을 울려, 멀리 부처님의 처소를 향해 공양을 올림이 마치 죽림 위에 비가 퍼붓는 것 같았다. 여래 신통력의 가호(加護)를 받은 까닭에 천녀들은 세존과 그 대중을 멀리 바라볼 수 있으며, 본 이후에 환희심과 청정한 신심을 내어서 모든 애경(愛敬)을 다하였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죽림 사이에 나타나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곧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까지 죽림 사이에 향과 꽃이 비처럼 퍼붓는 이러한 서응(瑞應)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일이옵니다. 혹시 사리불(舍利弗)과 목건련(目揵連)이 이러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니옵니까? 무슨 인연으로 이 희유(稀有)한 일을 보게 됩니까?”
007_1224_b_02L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대답하셨다. “이는 그 두 사람의 신통을 나타낸 것이 아니고, 천마(天魔)의 500기녀들이 저 마궁에서 향과 꽃 등의 많은 장엄구를 뿌려 나에게 공양한 것이니, 그들은 곧 여기에 와서 모두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수기를 받으리라.”
그때 저 마왕의 500기녀들이 멀리 부처님께서 수기하신다는 말을 듣고 더욱더 환희심과 청정한 신심을 내었기 때문에 보리심을 잊지 않는 삼매[不忘菩提心三昧]를 얻었다. 그때 마왕의 500기녀들은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그들의 마궁으로부터 부처님 계시는 곳을 향하여 합장 공경하고는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그때 마궁의 500기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왕 앞에 가서 한꺼번에 같은 음성으로 이 게송을 읊었다.
007_1224_b_19L爾時,魔宮五百妓女,從坐而起至魔王所,異口同音,而說是偈:
여래의 수승한 덕은 끝내 움직일 수 없거늘 어찌하여 여래에게 진심(瞋心)을 내어 온몸이 뭇 괴로움에 쪼들리고 다시 스스로가 취만(醉慢)을 일으키십니까?
007_1224_b_21L如來勝德終不動, 云何於佛而生瞋,
此身衆苦之所逼, 更起醉慢而自塗。
이 진심 버리고 신심을 결정하여 생사의 교만을 뿌리뽑아 없애소서. 중생의 체성(軆性)을 부처님께서 아시니 저희들은 자비하신 님께 나아가려 합니다.
007_1224_b_23L應捨此瞋決定信, 拔彼生死憍慢泥,
衆生體性佛所知, 我等應往慈悲所。
007_1224_c_02L 그때 마왕이 생각하였다. ‘저 기녀들이 이렇게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 이제 다섯 가지 묶음으로 이 500기녀들을 얽어매서 부처님 곁에 가지 못하고 여기에 머물게 하리라.’ 그러나 이 500기녀들이 부처님의 가호 하시는 힘을 입고 있으므로 저 마왕으로서는 제지할 수가 없었다.
이에 500기녀들이 저 마궁으로부터 부처님 처소를 향하여 출발하려고 하자, 마왕은 또 매우 성을 내어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경계의 힘으로 여러 기녀들을 제지하리라.’ 그리고는 곧 때 아닌 큰바람을 일으켜 온 허공에 가득 차게 하여 기녀들로 하여금 방향을 잃어버리게 함으로써 부처님을 보지 못하고 도로 마궁에 머물게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역시 부처님의 가호 하시는 힘 때문에 큰바람은 고사하고 털 하나를 움직일 만한 미세한 바람도 일으킬 수 없었다.
겁(劫)의 큰 화재도 아니고 죽을 상(相)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근심만 하고 갖가지로 괴로워하시며 큰 세력을 지닌 자나 무서운 원수가 없는데 무엇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하고 정신 잃은 사람 같기도 합니까?
007_1224_c_23L此非劫燒非死相, 何故種種憂惱生,
此無大力能勝怨, 何故異智似愚癡。
이에 마왕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07_1224_c_25L爾時,魔王說偈報曰:
007_1225_a_02L
지금 저 보리수 아래 앉아 있는 석가자가 바로 나타난 큰 원수인데 너는 어찌 없다고 말하는가?
007_1225_a_02L今此釋迦子, 坐彼林樹下, 現前有大怨,
云何汝說無。
그는 말 잘하고 수승한 힘이 있어 나의 마음을 겁나게 할 뿐더러 나의 군대와 자식들까지 치열한 숯불에 넣듯이 할 것이니라.
007_1225_a_05L彼諂有勝力, 令我心荒怖,
我軍幷我子, 如炭入熾火。
또 그는 소문난 장부로서 총명하고 재예(才藝)가 많으므로 현재 모인 자나 모이지 않은 자가 이제 다 그에게 귀의하리라.
007_1225_a_06L 名稱勝丈夫,
聰睿多才藝, 現集及未集, 今悉歸依彼。
내가 그 원수를 거짓으로 처하여 언변과 지혜의 힘으로 매우 싸웠지만 마침내 명망 있고 지혜 있는 사람은 모두 그의 법 갈고리에 걸려들었네.
007_1225_a_07L我怨以詐親, 諂智力甚諍, 高名勝智人,
悉爲法鉤牽。
이제 이 시녀(侍女)들까지 나에겐 가엾이 여기는 마음 없고 옛날 아끼던 것 다 버리고서 저 사문의 처소로 간다 하네.
007_1225_a_09L今此諸侍女, 於我無悲心,
見捨昔所愛, 盡往沙門所。
내가 겪은 바에 따라 말한다면 오늘 그에게 귀의한다 할지라도 앞으로 이 3유(有)의 땅은 모두 그의 환술에 멸망하리라.
007_1225_a_10L指我以爲證,
今日歸依彼, 一切三有地, 諂幻悉令空。
비록 그가 큰 힘을 지니었지만 내가 낱낱이 부수어 재[灰]를 만들지니 우리들 모든 대중은 응당 할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하네.
007_1225_a_11L彼雖有大力, 我破令作灰, 我輩一切衆,
應當勤所作。
그때 마왕의 모든 아들과 그의 안팎 권속들은 죄다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 모두가 장엄한 차림을 하고 각자의 신통력을 발휘하고, 이 경계를 그들에게 보여 알게 하여 저 석가자를 격퇴시켜 재[灰]처럼 부수어 버리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승리한다면 저희들도 좋겠지만, 승리하지 못할 때엔 그에게 귀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이 옛날 큰 군사들을 동원하여 둘러싸고 보리수에 나아가서 직접 석가자를 보았는데, 그의 비할 바 없이 단독으로 나타내는 신통력에 부딪쳐 저희들 군사가 다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도 그러했거늘 하물며 이제 한량없는 군중이 다 모여 있을 때이겠습니까?”
007_1225_b_02L그리고서 마왕이 곧 좌우 12만 대군을 거느리고, 다시 이보다 더 많은 8만4천 유순에 가득 군사를 둘러쌓고, 또 가장 빠른 신통력으로써 큰바람과 검은 구름을 일으키는 동시에 온 4대주(大洲)에 가득 차도록 큰 불 더미를 퍼부으며, 다시 손으로 수미산왕(須彌山王)을 때려 온 4대주를 다 진동시켜 가장 거세고도 무서운 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수미산왕을 비롯한 모든 산왕과 온 땅의 봉석(峯石)까지 다 놀래 움직였다.
이 진격(震擊)으로 말미암아 작고 큰 강과 연못, 큰 바닷물에도 파도가 일어나 그 모든 용의 큰 용과 야차의 큰 야차들이 이것을 보고 나서 허공에 솟아오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여러 마군의 무리들이 수미산 꼭대기에 가서 많은 수량의 큰돌들을 던짐으로서 중인도의 마가타국(摩伽陀國)에는 큰 폭우가 쏟아진 것처럼 모든 소동이 일어나고, 또 칼ㆍ창ㆍ활ㆍ촉ㆍ화살ㆍ몽둥이 따위의 갖가지 무기를 퍼부어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하였다.
007_1225_c_02L 그리고 그 꽃이 비처럼 내림에 따라 온 마가타국에는 다시 그 무섭고도 놀랄 만한 소리들이 저 갖가지 미묘한 음성으로 변하여 들리니, 이른바 부처님의 음성ㆍ법의 음성ㆍ스님의 음성ㆍ바라밀의 음성ㆍ신통의 음성ㆍ네 마병들의 물러가는 음성ㆍ보리의 도량에 나아가는 음성들이었으며, 또 그 4대주의 모든 약초ㆍ총림과 산석(山石)ㆍ토지도 다 일곱 가지 보배로 변함으로서 그 때의 세계에는 조그마한 바람과 티끌도 없이 모두가 맑고 고요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또 그 몸의 모습을 나타내어 자유로이 범천의 세계를 지나시면서 몸의 낱낱 모습으로부터 볼 수 없는 정수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큰 광명을 방출하사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두루 비추셨는데, 그 광명이 넓고도 크게 밝았다. 그때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하늘ㆍ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迦)ㆍ벽려다(薜荔多:餓鬼)ㆍ비사사(毘舍闍)ㆍ구반다(鳩槃茶)ㆍ인비인(人非人) 등과 지옥ㆍ축생ㆍ염라(閻羅) 세계 등이 모두 세존과 큰 광명을 보았다.
그리하여 하늘ㆍ용ㆍ야차ㆍ인비인 등이 각각 백천의 권속을 거느리고서 땅과 허공으로부터 부처님 처소에 나아와서 꽃을 뿌려 공양하며 오른편으로 돌고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그때 지옥ㆍ축생ㆍ염라세계와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무리들도 각각 과거에 심은 선근(善根)을 기억하면서 “나무불타(南無佛陀)”를 불러 악취(惡趣)가 끝나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묘한 모습의 깨끗한 몸은 지혜의 바다를 비추시어 그 명칭 높고도 멀리 두루 이르고 금빛 광명은 수미산처럼 뛰어나시므로 믿을 데 없는 저희들 모두 귀의하옵니다.
007_1225_c_22L妙色淨身映智海, 名稱高遠無不至,
金色光焰類須彌, 我等無怙歸依彼。
길을 잃은 중생이 보지 못하므로 여래의 지혜 태양을 밝게 비추어 영원히 물러나지 않게 길이 옹호하시므로 친히 이끌어 주시는 이께 저희들 귀의하옵니다.
007_1225_c_24L衆生失道無能見, 如來智日能明照,
養護衆生永不退, 親導我等歸依彼。
007_1226_a_02L
한량없는 지장(智藏)을 풍부히 모아 그 심성(心性)을 허공처럼 해탈하여 자비롭고도 윤택하게 근기를 따라 말씀하시므로 모든 것 성취해 주시는 이께 저희들 귀의하옵니다.
007_1226_a_02L積集智藏富無量, 解脫心性如虛空,
慈悲潤澤隨機說, 一切成就歸依彼。
생사의 벌판에 헤매는 자에게 여래의 해탈을 열어 보이시어 그 인과(因果)를 나타내 분명히 말씀하시므로 가장 인자하신 이께 저희들 귀의하옵니다.
007_1226_a_05L生死曠野難濟越, 如來解脫能開示,
巧說因果能顯了, 住第一慈歸依彼。
모든 경계는 환상과 아지랑이 같고 또 물 속의 달 같기도 하건만 슬기 없는 자는 듣지 못해 욕심에 집착하므로 세간을 구제하시는 의왕(醫王)께 저희들 귀의하옵니다.
007_1226_a_07L境界幻炎如水月, 無智翳闇著諸欲,
佛爲醫王救世間, 是故我等歸依彼。
참다운 법의 다리로 네 흐름을 건너 일곱 가지 깨끗한 재보(財寶)를 항상 공급하고 다시 그 바른 길을 세간에 보이시므로 대비하신 이께 저희들 정성껏 공양하옵니다.
007_1226_a_09L佛眞法橋渡四流, 富有七財恒資給,
世尊正道示世間, 大悲我親應供養。
저희들 나쁜 뜻으로 여래에게 향했으나 이제 모두 제일 깨달은 이께 참회하고 모두 나쁨을 영원히 끊어버렸으니 원컨대 저희들에게 의지할 곳 마련해 주옵소서.
007_1226_a_11L我等惡意向如來, 今悉懺悔第一覺,
所有諸惡能永斷, 願佛受我最上依。
저희들은 이젠 마군의 부당(部黨)을 다 버리고 널리 모든 중생을 청하여 함께 위없는 보리에 발심하오니 원컨대 저희들의 큰 원을 받아 주옵소서.
007_1226_a_13L我等悉捨魔部黨, 共發無上菩提心,
普請一切衆生類, 菩提大願至無餘。
부처님께서 보여주시는 수승한 행에 따라 저희들도 바라밀(波羅蜜)을 행하려면 여래의 말씀은 틀림이 없으시니 몇 가지 법을 구족해야만 보리(菩提)에 이릅니까?
007_1226_a_15L佛能顯示我勝行, 如我所行波羅蜜,
如來所說無異說, 幾法具足到菩提。
저희들 이제 양족존에게 예배하고 세간과 함께 열반의 즐거움을 얻고자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 뿌린 꽃이 꽃 일산[華蓋]을 이룩하여 한량없는 모든 찰토(刹土)에 나타나주옵소서.
007_1226_a_17L所散佛華成華蓋, 示現無量諸剎土,
我今頂禮兩足尊, 願涅槃樂利世間。
그때 모든 마군의 권속과 기녀들이 각각 하늘 꽃을 가지고 멀리 부처님께 뿌리니, 그 꽃이 부처님 신통력의 가호를 받아 모두 꽃 일산으로 변하여 시방(十方)의 한량없는 나유타 백천 항하사의 모든 부처님의 찰토(刹土)를 두루 덮었으며, 다시 이보다 더 많은 무수한 꽃 일산이 시방의 현재 찰토의 허공에 나타난 부처님들의 정수리 위를 가득히 덮었다.
007_1226_b_02L그때 저 마왕의 5백 기녀와 그 권속들은 시방 부처님들이 그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의 찰토에서 안온하게 설법하심과 그 설법을 듣는 권속들이 둘러싸고 앉은 미묘하고도 치성한 위의(威儀)를 보게 되었고, 또 꽃 일산이 허공에서 부처님들의 정수리로 덮은 그 모습과 빛깔이 다 동등하게 나타나지만 오직 세존께서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갖가지 위의와 공덕의 장엄함이 다른 부처님과 같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다시 법문을 연설하시는 여러 부처님들의 음성이 온 불찰에 두루 가득함을 듣게 되었으니, 이는 다 마왕의 권속들이 부처님의 가호를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신통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봄으로써 그들은 더욱 애락(愛樂)하고 청정한 신심을 내어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는 부처님 앞에서 설법을 들었다.
그때 마왕은 이미 위덕(威德)을 다 잃어버린 나머지 다시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나는 오늘부터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겠노라. 저 석종자를 살해하거나 파괴하지 못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여기에 머물러 있겠는가?” 그리고는 곧 마궁에 되돌아가 근심과 괴로움에 빠져 잠잠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