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석가모니여래께서 이 『보성다라니경』을 말씀하시고 큰 광명을 나타내시어 이 사바세계의 4천하를 두루 비추시자, 이 큰 광명에 따라 때마침 욕계(欲界)의 곳곳에 숨어 있던 마군들이 부처님의 위신력 때문에 모두 놀라 일어나서 함께 이 광명의 나타난 인연을 보고 다 같이 생각하였다. ‘이는 틀림없이 저 악마의 조작이리라. 그는 4천하에서 큰 위덕(威德)이 있으므로 우리에게 자재로운 힘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 광명을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무렵에 저 악마가 근심과 괴로움에 말려들어 매우 후회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007_1234_b_02L마왕은 곧 그들 마군에게 두루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알아 두라. 이는 석종자 사문이 가장 야릇한 환술로써 광명을 놓아 이 세계에 비추어 모두들 경동(驚動)하게 한 것이다. 세간의 모든 총명한 사람과 저 범천왕ㆍ용왕ㆍ야차왕과 아수라왕ㆍ가루라왕ㆍ긴나라왕ㆍ마후라왕과 내지 그 밖의 인비인(人非人)들 가운데 지혜로운 자가 다 그에게 귀의하여 공양하고, 그는 또 6년 동안 홀로 앉아 상(相)없는 큰 환술의 힘을 성취하였느니라.
이제 이 수타라의 성취한 그 같은 상(相) 없는 환술로써 신통을 나타낸다면 온 땅을 흔들어 우리의 군사를 몰아내기를, 마치 큰 나무의 뿌리를 베면 줄기와 가지가 한꺼번에 넘어지는 것처럼 되고, 일체 마군의 세계는 그가 법좌에서 성취한 큰 광명에 부딪쳐 도로 캄캄하게 될 것이며, 그가 또 법좌에서 일어나 중생들을 위하여 연설을 시작한다면 이 4천하의 중생 가운데 총명하고 슬기로운 자는 다 환술의 갈고리에 걸려들리라.
뿐만 아니라 내가 이제 저 중생들의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 것과 언제 죽어서 어디에 태어나는지를 알지 못하므로 저 석종자에게 귀의한 여섯 갈래 중생들의 터럭 하나도 경동시킬 수 없는데, 어찌 그들의 신심을 변동시키겠는가? 나의 미묘한 500기녀와 2만의 아들을 비롯한 모든 권속들이 모두 사문 구담(瞿曇)에게 귀의하여 그 사문 앞에 앉아 있지만, 나는 오늘 그것을 제지하지 못하노라.
너희들이 이제 복과 지혜의 자재로운 힘이 있거든 나를 협조하여 저 석종자 수타라의 목숨을 끊는 동시에 그에게 귀의한 모든 중생을 해산시키고, 야릇한 환술쟁이의 더러운 부당(部黨)을 다 항복 받고서 우리의 깨끗한 부당을 분명히 나타내어야 하리니,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모두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갖은 방편으로 끝까지 뇌란을 일으키며 너희들 서로가 돕는다면 석종자는 결정코 재(灰)가 되리라.
007_1235_b_13L如是勤方便,
極作惱亂彼, 汝等相運助, 釋子定爲灰。
여러 마군들이 각각 이와 같이 게송을 읊을 때에 이에 따라 백천 나유타의 마군들도 이 게송의 문답을 다 같이 읊었다.
007_1235_b_14L爾時,諸魔各各說偈,乃至百俱胝處所有諸魔,說偈問答皆亦如是。
그때 일체 마중들이 한꺼번에 음성을 높여 말하였다. “그렇다며 마땅히 가야 하리라. 각자의 궁중에 갑옷과 투구를 장엄하기를, 모든 군중들에게 다 갑옷을 둘러야 하리라. 우리들의 신통력으로 모든 경계를 나타내어서 그들로 하여금 알게 한다면, 사문 구담이 비록 용맹하다 할지라도 어찌 우리들 군중의 칼날을 당할 수 있겠는가?”
007_1235_c_02L이와 같이 말하자 그때 잠깐 사이에 백천 나유타의 곳곳에 있던 마군들이 각자의 궁중으로부터 갑옷과 투구를 장엄하기를, 그 하나 하나 마군들이 갖가지 갑옷을 입고 갖가지 무기를 잡고 각별한 장엄을 갖추어서 한밤중에 남섬부주로 내려와 중인도의 마가타국에 이르러 부처님 계시는 처소의 가까운 허공에 각각 머물며, 한편으론 불ㆍ법ㆍ승에 대해 신심을 내지 않고 공경하지도 않는 온 4대주의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벽려다ㆍ비사차ㆍ구반다들에게까지 저 마군들이 각각 군중을 보내 갖가지 무기를 주어 장엄케 하고는 한 곳에 집합시켜 여래를 해치려고 하였다.
이와는 달리 광미(光味)라는 한 선인(仙人)이 있었으니, 그는 남보다 뛰어나게 모든 신통의 경계를 배운 이로서 500도중(徒衆)들을 데리고 설산(雪山)에 머물면서 항상 마혜수라(摩醯首羅)를 받들어 섬기고 있었는데, 그때 마왕은 곧 자신을 변화하되 마혜수라의 형상으로 가장하여 그 선인 앞에 서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제가 이제 그들을 겁내게 하는 사자ㆍ낙타ㆍ코끼리ㆍ호랑이ㆍ물소 따위 그러한 형상을 변화로 나타내어 빨리 저 성읍에 달려가서 우레 같은 소리를 외쳐 경동케 할 것이다.
007_1236_a_04L我今化現可畏事, 師子駝象虎水牛,
速疾奔馳彼城邑, 驚動現威雷震聲。
또 한량없는 신통을 나타내며 그들 앞에 무기를 보여 위협하여 욕심 버린 그 여러 제자들을 혼미하고 산란하여 망실(忘失)하게 하리다.
007_1236_a_06L神通化現無量事, 復現兵器逼其前,
彼彼所棄諸欲者, 或時迷亂令忘失。
그때 또 군중 가운데 한 마군이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007_1236_a_08L爾時衆中,復有一魔說如是偈:
나는 이제 저 네 거리 한복판에 누각으로 변화하여 그 앞을 가로막아 갖가지 기이하고도 추악한 형상과 갖가지 무기로써 그들을 협박하며 공중에선 큰 소리 외치고 칼을 퍼부어 그 두려운 우레 소리에 경동시키므로 그들의 경계가 자유롭지 못하게 하여 빨리 소멸되고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하리라.
그때 마왕은 신통력으로써 모든 차림을, 앞서 말한 그대로 광대하게 일체 경계를 장엄하였다. 그러나 여래의 대자대비한 위덕(威德)의 힘 때문에 그 광대하게 갖가지로 나타내 보인 것이 즉시 이 삼천대천 불세계로 변화하여 온 땅이 금강(金剛)처럼 됨으로써 일체 마왕의 힘으로는 개전(改轉)할 수 없으며, 다시 험악한 소리를 외치거나 화산(火山)을 만들어 사방으로 뜨겁게 할 수 없고 때 아닌 캄캄한 구름과 혹독한 바람을 일으킬 수 없게 되었으며, 부처님의 가지(加持)하시는 힘 때문에 어떤 용이 그 몸을 운전하여 한 방울의 물을 내리게 할 수도 없었다.
007_1236_b_02L그때 큰 성문 네 사람이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갖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는데, 때마침 존자 사리불(舍利佛)이 왕사성 남문에서 마왕의 동자 50인을 만났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가장 단정하고 미묘한 대인의 아들처럼 모습을 장엄하여 공동으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행진하다가 멀리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앞에 다가와서 존자의 두 손을 잡고 말하였다. “사문이시여, 당신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시다.”
모든 부딪침[觸]을 근심거리로 싫어할지니 부딪는 자리가 항상 나를 속이기에 나는 이제 부딪침을 근심거리로 싫어하니 저 부딪침의 끝까지를 다 없애노라.
007_1237_a_04L諸觸可厭患, 殺處常欺我, 我今厭彼觸,
故盡觸邊際。
모든 감관[根]의 증상(增上)됨을 근심거리로 싫어할지니 증상되는 자리가 항상 나를 속이기에 나는 이제 그 증상됨을 근심거리로 싫어하니 감관의 증상되는 끝까지를 없애노라.
007_1237_a_06L諸根增上主, 殺處常欺我,
我今厭增上, 故盡增上邊。
미혹된 업이 항상 유전(流轉)하며 그 유전하는 자리가 나를 속이기에 나는 이제 미혹된 업을 근심거리로 싫어하니 미혹된 업의 끝까지를 다 없애노라.
007_1237_a_07L惑業常流轉,
殺處常欺我, 我今厭惑業, 盡惑業邊際。
모든 유(有)를 근심거리로 싫어할지니 그 유의 자리가 항상 나를 속이기에 나는 이제 그 유를 근심거리로 싫어하니 모든 유의 끝까지를 다 없애노라.
007_1237_a_08L諸有可厭患, 殺處常欺我, 我今厭諸有,
盡諸有邊際。
그때 장로 부루나가 마왕의 동자들에게 노래로써 이 게송을 읊고는 다시 그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생명이 가볍고도 빨라서 생존하는 기간을 보장하기 어렵기가 마치 빨리 흘러가는 저 산골 물과 같으며, 그보다도 사람의 생명은 더한 것인데, 어리석은 범부들은 도무지 이것을 깨달아 알지 못하노라.
다시 동자여, 가볍고 빠른 사람의 생명이 저 산골 물보다도 더한 것을 어리석은 범부들은 도무지 보고 알지 못할뿐더러,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법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고, 쌓임[陰]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며, 경계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고, 느낌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며, 안락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고, 생사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며, 애욕의 술에 취하여 깨닫지 못하노라.
당신이 이제 저희들을 가르치기를 ‘모든 경계가 저 환상과 아지랑이 같지만 세간 사람은 이것을 분별한다.’라고 한다. 이렇게 적멸(寂滅)한 도를 말씀하시기에 저희들 몸소 3보께 귀명(歸命)하옵니다.
007_1237_b_11L汝今教我寂滅道, 諸界猶如彼幻炎,
世閒唯從分別生, 故我身命歸三寶。
그때 50동자들은 곧 거리에서 부루나에게 엎드려 예배하고 그 앞에 앉아 단정한 모습으로 설법을 들었다.
007_1237_b_13L爾時,五十魔之童子於街道中,卽便接足禮富樓那,於彼前坐正儀聽法。
다음에 또 장로 수보리(須菩提)가 왕사성의 사문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다가 거리에서 마왕의 50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대인의 아들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단정한 모습으로 거리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행진하다가 장로 수보리를 보고 곧 달려와서 제각기 존자의 두 손을 잡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이시여, 당신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시다.”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이란 그 동성(動性)이 다 덧없는 것이어서 저 눈병과 물거품과 아지랑이처럼 보기는 하여도 얻을 수 없음이라.
007_1237_b_24L一切有爲法, 動性皆無常, 如彼幻泡炎,
雖見不可得。
007_1237_c_02L 그러므로 빠르고 빠른 생멸의 법은 슬기로운 자만이 비로소 알고
부딪침과 느낌의 괴로운 부담엔 어리석은 이들이 따라 집착하네.
007_1237_c_02L速疾生滅法, 唯智者乃知,
觸受是苦擔, 愚癡者隨著。
또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이란 핍박의 괴로운 것이므로 모든 것에는 다 내가 없고 조그마한 지식조차 없어야만 그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음이라.
007_1237_c_04L有爲逼迫苦,
一切悉無我, 更無一知識, 令脫於苦者。
그러므로 보리(菩提)의 도를 믿으려면 친근히 한 가지 상(相)을 닦아 청정치 않다거나 내가 없다고 하는 그 모든 법상(法想)을 여의어야 하며 진실 없고 성상(性相)도 없고 수명 없고 양육(養育)도 없고 사람 없고 조작하는 이도 없는 그러한 모든 법에 있어서 일체의 행이 상응(相應)하여야 하네.
너희들은 마군의 아첨하는 생각 버리고 청정한 신심 낼 것을 깨달아 모든 식(識)의 근본은 마치 번개가 허공에 의지함과 같으며 부딪침과 느낌과 헤아림[思]엔 내가 없으며 진실이 없음을 관찰할지니 이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범부들은 이 모든 쌓임[陰]에 유전하여 만드는 자도 얻을 것도 없는 그것에 언제나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킴이라.
존자의 수승한 법을 따라 저희들도 큰 서원을 세워서 앞으로 불도를 성취함에는 이 세간을 널리 이익 되게 하리다.
007_1237_c_24L尊從勝法生, 故我發大願, 願我得作佛,
普利益世閒。
007_1238_a_02L
그때 50동자는 거리에서 곧 수보리에게 엎드려 예배하고 그 앞에 앉아 단정한 모습으로 설법을 들었다.
007_1238_a_02L時五十童子,於街道中卽便接足禮須菩提,於彼前坐正儀聽法。
그때 세존께서 신통의 힘으로 이 거리를 백 유순 가량 광대하고도 장엄 청정하게 나타내시자, 사리불은 북쪽을 향해 앉고 목건련은 서쪽을 향해 앉고 부루나는 남쪽을 향해 앉고 수보리는 동쪽을 향해 앉았는데, 이 네 사람의 앉은자리가 반유순을 차지하였다. 때마침 큰 성문(聲聞)인 이 네 사람의 앉은자리 땅속으로부터 큰 연꽃이 나타났으니, 그 연꽃의 길이와 너비가 바로 50자[肘]가량이며, 줄기는 염부단(閻浮檀)의 금이고 잎은 푸른 유리(琉璃)여서, 그 곳의 승장(勝藏)의 보배이고 꽃씨는 진주(眞珠)이어서, 그 못의 향내가 저 하늘의 향보다도 뛰어났으므로 이러한 연꽃은 세간을 벗어난 선근(善根)에서 자라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연꽃으로부터 또 큰 광명을 방출하여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어 저 거리에서 연꽃이 세 사람의 키 높이 가량 솟아 있고 내지 사천왕천에도 5유순 가량 높이 나타나 있고 내지 삼십삼천에도 백 유순 가량 높이 솟아 있고 내지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에도 반유순 가량 높이 나타나 있는데, 그 연꽃의 잎에서 갖가지 아름답고 묘한 법구(法句)를 선시(宣示)함으로써 이 지상의 중생들과 저 여러 하늘들이 다 꽃 속으로부터 이러한 게송을 들었다.
부처님만이 청정하게 이 찰토에 태어나 저 마왕과 군중들을 다 물리치고 용맹스럽게 법 바퀴를 굴리니 이 때문에 온 세간이 의심하지 않노라.
007_1238_a_23L唯佛淸淨生此剎, 退彼魔王幷軍衆,
佛勇猛故轉法輪, 世閒因此故無疑。
007_1238_b_02L 총명한 지혜로써 이치를 풀이하거나 법을 구하고 또 해탈을 구하는
그 일체 세간의 슬기로운 사람과 우바저사[優波]ㆍ구리다[俱利] 같은 우두머리들을 도사는 이미 다 조복하기 위하여 이 미묘한 대법(大法)을 널리 말씀하시므로 온 세간이 훌륭한 공양으로써 법을 말씀하신 모니께 공양하네.
탐스럽고 즐거운 모든 물질을 언제나 견고한 마음으로 담박하게 보되 그 줄지도 늘지도 않는 법에 따라 유전하는 모든 갈래를 자유로이 보고 항상 무아의 경지에서 삼계를 관찰하되 진실도 조작도 없이 스스로 공(空)하여 인욕을 닦아 평등에 수순해야 저 일체의 해탈을 얻을 수 있노라.
그러므로 생로병사를 끊기 위하여선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일 없이 모든 나쁜 갈래를 다 여의고 일체 법의 허공 같음을 관찰하여 둘 아닌 법에 상응하여 닦으며 필경 위없는 청정한 도를 따라 집착 없이 모든 감관을 청정케 하기를 마치 석종자가 네 마군을 항복 받듯이 상(相) 없는 한 법성(法性)을 닦아야 하네.
007_1239_a_02L 일체의 상을 다 여의고서 조순(調順)된 위의(威儀)로 두 가지를 끊는 그 도가 바로 최상의 도이므로 일체의 공한 법을 닦을지니 만약 이 공한 법을 닦는다면 주체도 조작도 느낌도 없이
공한 자성(自性) 그대로 보리를 깨달아 모든 희구(悕求)를 여의고서 가장 뛰어나리라.
그때 여래께서 신통의 힘으로 저 청정한 빛깔 연화대(蓮華臺)로부터 큰 소리를 외쳐 법구의 게송을 연출하시자, 이 세계의 모든 인(人)ㆍ비인(非人)들이 모두 거리에 모여와서 연화좌(蓮華座)를 둘러싸며, 내지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까지 모두 천궁(天宮)으로부터 내려와 연화좌를 둘러싸고 우러러 보면서 설법을 들었다.
그때 마왕도 역시 이 게송을 듣고서 왕사성을 두루 살펴보니, 거리에 가득한 연꽃 속에서 연출되는 이 법성(法聲)을 듣고 또 한량없고도 셀 수 없는 백천 나유타의 사람들이 연꽃을 둘러싸고서 함께 앉아 설법을 듣는 것과 여섯 욕계(欲界)의 하늘을 비롯한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일체 하늘까지 다 그의 궁전을 버리고서 연꽃에 둘러앉아 설법 듣는 것을 보았는데, 마침내 이것을 보고들은 마왕은 앞서 보다 더욱더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후회하며, 마음이 졸아들고 털이 바로 서고 온몸이 떨리고 땀이 흘러 스스로가 견디지 못해 허공에 뛰어 올라 큰 소리로써 그의 마중들을 불러 두고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당신은 범행을 버리고 나쁜 짓을 좋아하지만 부처님께선 이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 중에 가장 뛰어난 이로서 이제 이미 왕사성에 들어오셨으니 저희들은 청정한 눈과 기쁜 마음으로 이 삼계에 더없이 높으시고 일체 중생의 훌륭한 약(藥)이신 부처님께 가서 귀의해야 하리다.
다음엔 허공에서 지성(智聲)이란 마군이 또 마왕을 향해 곧 높은 소리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007_1239_b_23L爾時,此虛空中復有一魔,名曰智聲,向彼魔王卽便高聲,說如是偈:
007_1239_c_02L 당신도 믿음과 즐거움으로 화합하려면 일체 저희들의 말을 들어야 하리니
말과 행동에 발심하여 나쁜 소견 끊고 몸을 굽혀 합장하곤 진심을 버리며 그 깨달은 마음과 청정한 믿음으로 최상이신 여래의 말씀에 기뻐하고 귀의하기 어려운 부처님께 귀의하기 위하여 오늘부터 저희들과 함께 귀의해야 하리다.
혹은 크고 작은 성수천자(星宿天子)의 형상을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아수라의 형상을, 혹은 가루라의 형상을 혹은 긴나라의 형상을, 혹은 마후라가의 형상을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보배 산[寶山]의 형상을, 혹은 금덩어리[金聚]의 형상을, 혹은 갖가지 보배의 형상을, 혹은 보배 나무[寶樹]의 형상을 변화하기도 하고,
007_1240_a_02L 혹은 찰제리(刹帝利)의 형상을, 혹은 다른 외도의 형상을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바퀴 보배[輪寶]의 형상을, 혹은 마니 보배[摩尼寶]의 형상을, 혹은 코끼리 보배[象寶]의 형상을, 혹은 말 보배[馬寶]의 형상을, 혹은 여자 보배[女寶]의 형상을, 혹은 주장신 보배[主藏臣寶]의 형상을, 혹은 주병신 보배[主兵臣寶]의 형상을 변화하며,
혹 흰 빛깔을 나타내어 몸을 희게 하되 붉은 빛깔 감으로 그 몸을 장엄하는 동시에 각각 누른 일산ㆍ당번ㆍ영락 따위를 잡고서 허공에 서기도 하고, 혹 붉은 빛깔을 나타내어 몸을 붉게 하되 금 빛깔 옷으로 그 몸을 장엄하는 동시에 각각 푸른 일산ㆍ당번 따위를 잡고서 짝을 지어 서기도 하고,
혹 붉은 빛깔로 몸을 붉게 나타내되 흰 진주를 뿌리기도 하고, 혹 흰 빛깔로 몸을 희게 나타내되 붉은 진주를 뿌리기도 하고, 혹 천선(天仙)의 모습을 나타내되 허공에 서서 꽃 비[華雨]를 퍼붓기도 하고, 혹 성문의 형상을 변화하되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허공에서 갖가지 하늘 향[天香]을 퍼붓기도 하고,
혹 건달바의 형상을 변화하여 하늘의 기악을 울리기도 하고, 혹 천녀(天女)의 형상을 변화하여 갖가지 보배 그릇의 향수를 땅에 뿌리기도 하고, 혹 검은 빛깔의 깨끗한 금을 변화하여 갖가지 향을 사르기도 하고, 혹 여러 천자의 형상을 변화하여 노래와 춤으로 즐겁게 하기도 하고, 혹 그 밖의 갖가지 빛깔을 변화하여 합장하고서 여래를 우러러 찬탄하기도 하고,
007_1240_b_02L 혹 마중(魔衆)들이 부처님 계시는 방향을 따라 마음껏 우러러보면서 제각기 갖가지 마니 보배를 갖고 세존께 공양하기도 하고, 혹 거리와 전당ㆍ누각의 창문에서나 궐문 사이와 대(臺) 위와 네 계단의 길에서나 담 사이와 나무 위와 다락 끝의 각각 서 있는 처소에 따라 합장하고서 우러러 여래를 공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