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지 법회 ⑮ (41) 석가녀(釋迦女) 구파(瞿波)를 찾다 이때 선재동자는 가비라성(迦毗羅城)을 향하면서 태어나는 해탈을 생각하고 닦아 더 늘게 하며 광대하게 하여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점점 행하여 보살들이 모여 있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범한 강당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신이 있으니 이름이 근심 없는 덕이었고, 궁전을 맡은 1만 신들과 함께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시도다. 장부여, 큰 지혜가 있고 큰 용맹이 있어 보살의 부사의하고 자재한 해탈을 닦으며, 마음에는 광대한 서원을 항상 버리지 않고, 법의 경계를 잘 관찰하며, 법의 성에 편안히 있으면서 한량없는 방편문에 들어가 여래의 큰 공덕 바다를 성취하였고, 묘한 변재를 얻어 중생들을 잘 조복하며, 거룩한 지혜의 몸을 얻어 항상 따라 수행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이 차별함을 알아 그들이 기뻐서 부처님 도로 나아가게 하나이다.
내가 보건대 당신은 묘한 행을 닦는 마음이 잠깐도 게으르지 않으며, 동작하는 위의가 모두 청정하니, 당신은 오래지 않아서 여래의 청정하게 장엄한 위없는 삼업(三業)을 얻을 것이며, 여러 가지 잘생긴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고, 십력(十力)의 지혜로 마음을 훌륭하게 장식하여 모든 세간에 다니리이다. 또 보니 당신은 용맹하게 정진함이 비길 데 없으니, 오래지 않아서 삼세의 부처님들을 보고 그의 법을 들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낙을 얻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여러 부처님 여래의 깊은 해탈에 들어갈 것이외다. 왜냐 하면 선지식을 보면 친근하게 공양하며 그의 가르침을 받고는 기억하고 닦아 행하며, 게으르지 않고 물러가지 않고 근심이 없고 뉘우침이 없고 장애가 없으며, 마(魔)와 마의 백성들이 저해하지 못하며, 오래지 않아 위없는 과를 이를 연고외다.”
008_0899_c_02L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지금 말씀하신 것을 내가 모두 얻으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들이 번뇌를 쉬며 나쁜 업을 여의고, 안락한 곳에 나서 깨끗한 행을 닦기로 내가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이 번뇌를 일으키고 나쁜 업을 지어 악취(惡趣)에 떨어져서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살이 보면 걱정하고 괴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외다. 거룩하신 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지극히 사랑하는 외아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아들의 몸을 할퀴고 찢는 것을 보면 아픈 가슴을 참을 수 없습니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번뇌로 업을 짓고 삼악취(三惡趣)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며, 만일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으로 세 가지 착한 업을 짓고 천상이나 인간에 나서 쾌락을 받는 것을 보면 보살이 매우 즐거워할 것이외다.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은 자기를 위하여서 온갖 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는 일과 모든 욕락을 탐하지 않으며 뒤바뀐 생각과 뒤바뀐 소견과 뒤바뀐 마음과, 얽매임과, 따라다니며 잠자게 하는[隨眠] 것과, 애착하고[愛] 억측하는[見] 힘을 따라 옮겨지지 않으며, 중생들의 여러 가지 즐기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여러 선정의 즐거움에 맛들이지도 않고, 장애가 되거나 고달프거나 물러가서 생사에 머물지도 아니하나이다. 다만 중생들이 모든 존재[有]에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큰 서원의 힘으로 두루 거두어 주며, 자비와 서원의 힘으로 보살의 행을 닦나니,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여래의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넓고 큰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욕락과 그의 몸과 마음으로 행하는 일을 깨끗이 다스리기 위하여, 나고 죽는 속에서 고달픈 줄을 모르나이다.
008_0900_a_02L거룩하신 이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에게 장엄이 되나니 인간과 천상에서 부귀의 낙(樂)을 내게 하는 연고며, 부모가 되나니 그를 위하여 보리심을 잘 정돈하는 연고며, 양육함이 되나니 그의 보살의 도를 성취케 하는 연고며, 호위함이 되나니, 삼악도(三惡道)를 여의게 하는 연고며, 뱃사공이 되나니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는 연고며, 의지할 데가 되나니 마와 번뇌의 공포를 버리게 하는 연고며, 끝단 데가 되나니 서늘한 낙(樂)을 영원히 얻게 하는 연고며, 나루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이나이다. 길잡이가 되나니 온갖 법 보배가 있는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묘한 꽃이 되나니 부처들의 공덕의 마음을 피게 하는 연고며, 장엄거리가 되나니 복덕과 지혜의 빛을 놓는 연고며, 좋아할 것이 되나니 무릇 하는 일이 모두 단정한 연고며, 존경할 만하니 모든 나쁜 업을 멀리 여의는 연고며, 보현보살이 되나니 단정하고 엄숙한 몸을 갖춘 연고며, 크게 밝음이 되나니 항상 지혜의 깨끗한 광명을 놓는 연고며, 큰 구름이 되나니 모든 감로의 법을 비내리는 연고이나이다. 거룩한 이여, 보살이 이렇게 수행할 때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사랑하고 좋아하여 법의 즐거움을 구족케 하나이다.”
당신은 보리의 행을 닦아 공덕이 모두 원만하고 큰 지혜의 광명 놓아 모든 세간 널리 비추며
008_0900_a_15L汝修菩提行, 功德悉圓滿, 放大智慧光, 普照一切世。
당신은 세간을 떠나지 않고 세간에 집착하지도 않아 걸림없이 세간에 다니기 바람이 허공에 다니는 듯
008_0900_a_16L汝不離世閒, 亦不著於世, 行世無障礙, 如風遊虛空。
마치 화재가 일어날 적에 무엇으로도 끌 수 없듯이 당신이 보리를 닦는 정진의 불 그와 같네.
008_0900_a_17L譬如火災起, 一切無能滅, 汝修菩提行, 精進火亦然。
용맹하고 크게 정진함 견고하여 동할 수 없으며 금강 같은 지혜의 사자 어디 다녀도 두려움 없듯
008_0900_a_18L勇猛大精進, 堅固不可動, 金剛慧師子, 遊行無所畏。
모든 법계에 있는 여러 세계 바다에 당신이 모두 나아가 선지식을 친근히 모시네.
008_0900_a_19L一切法界中, 所有諸剎海, 汝悉能往詣, 親近善知識。
그때 근심 없는 덕 신[無憂德神]이 이 게송을 말하고 법을 좋아하는 연고로 선재동자를 따라다니며 항상 떠나지 않았다.
008_0900_a_20L爾時,無憂德神說此頌已,爲愛樂法故,隨逐善財,恒不捨離。
008_0900_b_02L이때 선재동자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들어가 석씨녀(釋氏女)를 두루 찾다가, 강당 안에서 보배연꽃 사자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팔만 사천의 시녀[采女]들이 둘러 모시었는데, 그 시녀들도 모두 왕의 가문에서 났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으며 선근을 함께 심고 보시와 좋은 말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이미 온갖 지혜의 경계를 분명히 보았고, 부처님의 보리의 행을 함께 닦았으며, 바른 선정에 항상 머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데 항상 노닐며,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기를 외아들같이 하고, 인자한 마음을 갖추고 권속이 청정하였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교묘한 방편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며,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구족하고 모든 집착을 여의어 생사를 좋아하지 않으며, 비록 번뇌와 업이 있는 데 다니어도 마음은 항상 청정하며, 온갖 지혜의 도를 항상 관찰하여 장애의 그물을 떠나 집착하는 데서 뛰어났으며, 법의 몸으로부터 나툰 몸[化形]을 보이며, 보현의 행을 내고 보살의 힘을 자라게 하며, 지혜의 해와 슬기의 등불이 이미 원만하였다.
그때 선재동자는 석녀(釋女) 구파(瞿波)에게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생사 중에서 생사의 걱정에 물들지 않으며, 법의 성품을 깨달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지 않으며, 부처의 법을 구족하고도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며, 세간에서 초월하고도 세간에 태어나며, 법의 몸을 성취하고도 그지없는 여러 가지 육신을 나타내며, 형상 없는 법을 증득하고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형상을 나타내며, 법은 말할 것 없음을 알고도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며, 중생이 공한 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으며, 부처님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알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고 물러가지 않으며, 모든 법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음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착한 행을 닦아 항상 쉬지 않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008_0900_c_02L그때 구파녀(瞿波女)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보살마하살의 이와 같이 행하는 법을 묻는구나. 보현의 모든 행과 원을 닦는 이라야 능히 이렇게 묻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들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리라.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선지식을 의지하는 연고며, 광대하고 훌륭한 이해를 얻는 연고며, 청정한 욕망을 얻는 연고며, 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는 연고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는 연고며, 마음에 항상 삼세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모든 보살의 행과 같은 연고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연고며, 큰 자비와 묘한 서원이 다 청정한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모든 생사를 모두 끊는 연고니, 이것이 열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의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느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하면 정진하고 물러가지 아니하여 다함이 없는 부처의 법을 닦아서 내느니라. 불자여,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자기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세상의 즐거워하는 도구를 탐내어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한 줄을 알며, 모든 지혜와 서원을 영원히 퇴타하여 버리지 않으며, 모든 법계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며, 마음에는 모든 존재의 바다를 항상 떠나며, 법이 공함을 알고 마음에 의지함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성취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항상 나타내며,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 바퀴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불자여, 마땅히 이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어기지 말라.”
008_0901_b_02L구파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들고는,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여러 길[趣]에서 헤매면서,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일과, 선을 짓고 악을 지어 모든 과보를 받는 일과, 벗어나기를 구하는 이와 구하지 않는 이와, 바로 결정된 것ㆍ잘못 결정된 것ㆍ결정되지 못한 것과, 번뇌 있는 선근ㆍ번뇌 없는 선근과, 구족한 선근ㆍ구족하지 못한 선근과, 착하지 못한 뿌리에 잡히는 선근과, 선근에 잡히는 착하지 못한 뿌리와, 이렇게 모은 선한 법ㆍ선하지 못한 법을 내가 다 알고 보노라. 또 저 겁 동안에 계시던 부처님의 이름과 차례를 내가 다 알고, 그 부처님 세존께서 처음 발심하던 것과 방편으로 온갖 지혜를 구하던 것과, 여러 가지 큰 서원 바다를 내고 부처님들께 공양하며, 보살의 행을 닦으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큰 신통을 나투어 중생들을 제도하던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들의 대중이 제각기 다를 것을 알며, 그 모인 가운데 중생들이 성문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성문 대중이 과거에 모든 선근을 닦던 일과 그들이 얻은 여러 가지 지혜를 내가 다 아노라. 어떤 중생은 독각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독각들의 가진 선근과 얻은 보리와 고요하게 해탈하고 신통 변화로 중생을 성숙하며 열반에 드는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의 보살 대중과 그 보살들이 처음 발심하여 선근을 닦아 익히고, 한량없는 원과 행을 내고 모든 바라밀을 만족하게 성취하고, 가지가지로 보살의 도를 장엄하는 것을 아노라. 자유자재한 힘으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보살의 지위에 머물고, 보살의 지위를 관찰하고 보살의 지위를 깨끗이 함과, 보살 지위의 모양ㆍ보살 지위의 지혜ㆍ보살에 소속한 지혜ㆍ보살이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ㆍ보살이 세워 놓는 지혜ㆍ보살의 광대한 행의 경계ㆍ보살의 신통ㆍ보살의 삼매 바다ㆍ보살의 방편과 보살이 잠깐 동안에 들어가는 삼매 바다ㆍ얻은 온갖 지혜의 광명ㆍ얻은 온갖 지혜의 번개빛 구름ㆍ얻은 실상의 법 지혜ㆍ통달한 온갖 지혜ㆍ머무는 세계 바다ㆍ들어간 법 바다ㆍ아는 중생 바다ㆍ머무는 방편ㆍ내는 서원ㆍ나투는 신통을 내가 다 아노라.
008_0901_c_02L선남자여, 이 사바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날 때까지의 겁 바다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함을 내가 다 아노라.
이 사바세계를 아는 것처럼, 사바세계 안에 있는 티끌수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 안에 있는 온갖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밖으로 시방에 새가 없이[無間]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세계종(世界種)에 소속한 세계도 알고, 또 비로자나 세존의 화장세계해 가운데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종에 소속한 세계들도 아노라. 이른바 세계의 넓기ㆍ세계의 정돈됨ㆍ세계의 바퀴ㆍ세계의 도량ㆍ세계의 차별ㆍ세계의 옮김ㆍ세계의 연화ㆍ세계의 수미산ㆍ세계의 이름과, 이 세계해의 끝까지 모든 세계가 비로자나 세존의 본래의 원력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내가 다 알고 능히 기억하노라.
또 여래께서 옛날에 있었던 인연 바다도 기억하노니, 이른바 모든 승(乘)의 방편을 닦아 모으며,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살의 행에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며, 부처님을 받자와 섬기고 있을 곳을 마련했으며, 법문 말씀함을 듣고 삼매를 얻어 자재하여지며, 단(檀)바라밀을 닦아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며, 계율을 지니고 고행하며, 여러 가지 참음을 갖추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원만하며, 여러 곳에 일부러 태어나며, 보현의 행과 원을 모두 청정히 하며, 여러 세계에 두루 들어가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널리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두루 거두어 가지는 것이다. 또 여래의 큰 지혜의 광명을 얻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품을 증득하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과, 그 대중 가운데 중생들이 옛적부터 심은 선근과 처음 발심할 적부터 중생을 성숙하며, 수행하는 방편이 잠깐잠깐마다 증장하여 여러 삼매와 신통과 해탈을 얻은 따위의 모든 일을 내가 분명히 아노라. 왜냐 하면 나의 이 해탈은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동과 모든 중생의 닦아 행한 선근과 모든 중생의 물들고 청정함과 모든 중생의 갖가지 차별을 능히 알며, 모든 성문의 여러 삼매문과 모든 연각의 고요한 삼매ㆍ신통ㆍ해탈과 모든 보살ㆍ모든 여래의 해탈과 광명을 모두 분명히 아는 연고니라.”
008_0902_a_02L선재동자는 구파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008_0902_a_02L爾時,善財童子白瞿波言:‘聖者,得此解脫,其已久如?’
“선남자여, 지난 옛적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썩 좋은 행[勝行]이요, 세계의 이름은 두려움 없음[無畏]이며, 그 세계에 안은(安隱)이란 사천하가 있고, 그 사천하의 염부제에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좋은 나무[高勝樹]인데, 80개의 서울 중에 가장 첫째이며, 그 나라의 임금은 재물 주인[財主]이니라. 그 왕에게 6만 시녀와 5백 대신과 5백 왕자가 있는데, 그 왕자들이 모두 용맹하고 건장하여 대적을 항복 받았느니라. 그 왕의 태자는 이름이 위덕주(威德主)이니, 단정하고 특출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며, 발바닥은 판판하며 수레바퀴 모양이 구족하고, 발등은 불룩하고, 손과 발가락 사이에는 그물 같은 막이 있고, 발꿈치는 가지런하고 손발이 보드랍고, 이니야(伊尼耶) 사슴의 장딴지 같고, 일곱 군데가 원만하고, 남근(男根)은 으슥하게 숨어 있고, 몸의 윗부분은 사자왕 같고, 두 어깨는 평평하고, 두 팔은 통통하며 길고, 몸이 곧고, 목에 세 줄 무늬가 있고, 치아는 40개인데 가지런하며 빽빽하고, 어금니 4개가 유난이 희고, 혀가 길고 넓고, 범천의 음성을 내고, 눈이 검푸르고 속눈썹이 소와 같고, 미간에는 흰 털이 있고, 정수리에는 살상투[肉髻]가 있고, 살결은 보드랍고 연하여 진금빛이요, 몸에 솜털이 위로 쓸리고, 머리카락이 제청(帝靑) 구슬빛 같고, 몸이 원만하기가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았다.
008_0902_b_02L그때 태자는 부왕의 명령을 받고 십천 시녀와 함께 향아원(香芽園)에 가서 구경하며 즐겼다. 태자는 이때 보배 수레를 탔는데, 수레에는 여러 가지 장엄을 갖추었고, 큰 마니 사자좌를 놓고 그 위에 앉았으며, 5백 시녀는 보배 줄을 잡고 수레를 끌고 가는데, 나아가고 멈춤이 법도가 있어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았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일산을 받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당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번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풍악을 잡히고 백천만 사람은 유명한 향을 사르고, 백천만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흩으며 앞뒤로 호위하고 따라갔다. 길은 평탄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여러 가지 보배 꽃을 위에 깔았으며, 보배 나무는 줄을 짓고 보배 그물이 가득히 덮였으며, 여러 가지 누각이 그 사이에 뻗었는데, 그 누각에는 갖가지 보물을 쌓아 두기도 하고 모든 장엄거리를 벌여 놓기도 하고 갖가지 음식을 베풀기도 하고 갖가지 의복을 걸어 놓기도 하였으며,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품을 저축하며, 얌전한 여인들과 많은 하인들을 있게도 하고서 요구하는 대로 보시하였다.
그때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처녀 딸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具足妙德]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점잖으며, 몸과 키가 알맞고 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며, 소리는 범천의 음성 같고 모든 기술을 통달하고 변론에 능하며,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고 인자하고 사랑하여 남을 해롭게 하지 않으며, 예모를 잘 알고 온화하고 질직하며, 어리석지 않고 탐욕이 없으며, 아첨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는데, 보배 수레를 타고 시녀들께 호위되어 어머니와 더불어 서울에서 나와 태자보다 앞서서 가다가 태자의 음성과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마음이 나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저 사람을 섬기고자 합니다. 만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하겠나이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이 일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저 태자는 전륜왕의 거룩한 모습을 구족하였으니 후일에 왕의 대를 이어 전륜왕이 되며, 보녀(寶女)가 생겨서 허공으로 자재하게 다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일은 가망이 없으니,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그때 향아원 옆에 법구름 광명이란 도량이 있었고, 그 도량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승일신(勝日身)이요, 십호(十號)가 구족하였으며, 세상에 나신 지 이레가 되었다. 그때 처녀가 잠깐 졸다가 꿈에 그 부처님을 뵈옵고 깨어나니, 공중에서 천인이 말하였다. “승일신여래께서 법구름 광명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이레가 되었는데, 보살 대중이 앞뒤에 둘러 모시었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범천과 내지 색구경천과, 지신ㆍ풍신ㆍ불 맡은 신ㆍ물 맡은 신ㆍ강 맡은 신ㆍ바다 맡은 신ㆍ산 맡은 신ㆍ나무 맡은 신ㆍ동산 맡은 신ㆍ약 맡은 신ㆍ땅 맡은 신들이 부처님을 뵈오려 모여왔다.”
태자께서 처음 나던 날 이 애가 연꽃에서 났는데 눈은 깨끗하고 길고 사지가 모두 구족하였소.
008_0903_a_07L太子始生日, 卽從蓮華生, 其目淨脩廣, 肢節悉具足。
나는 어느 봄철에 사라 나무 동산에 구경 갔더니 여러 가지 약풀은 갖가지로 무성하였고
008_0903_a_08L我曾於春月, 遊觀娑羅園, 普見諸藥草, 種種皆榮茂。
이상한 나무에 핀 꽃 바라보매 좋은 구름과 같고 아름다운 새 화답하는 노래 숲 속에서 즐거워하고
008_0903_a_09L奇樹發妙華, 望之如慶雲, 好鳥相和鳴, 林閒共歡樂。
함께 나갔던 8백 아가씨들 단정하기 사람 홀리며 입은 의복 화려하고 노래도 아름다워.
008_0903_a_10L同遊八百女, 端正奪人心, 被服皆嚴麗, 歌詠悉殊美。
그 동산에 못이 있어 이름을 연꽃 당기[蓮華幢] 나는 시녀들께 둘러싸여 연못가에 앉았소.
008_0903_a_11L彼園有浴池, 名曰蓮華幢, 我於池岸坐, 采女衆圍遶。
그 연못 속에는 천 잎 연화가 났는데 보배잎, 유리로 된 줄기 염부단금 꽃받침 되고
008_0903_a_12L於彼蓮池內, 忽生千葉華, 寶葉瑠璃莖, 閻浮金爲臺。
그날 밤 지새고 햇볕이 처음 올라와 연꽃이 활짝 피어 청정한 광명 놓으니
008_0903_a_13L爾時夜分盡, 日光初出現, 其蓮正開剖, 放大淸淨光。
그 광명 매우 찬란해 해가 처음 떠오르는 듯 염부제에 두루 비추니 모두들 희한하다고
008_0903_a_14L其光極熾盛, 譬如日初出, 普照閻浮提, 衆歎未曾有。
막 이때 옥 같은 딸 그 연꽃 속에 태어나는데 몸은 한없이 청정하고 팔다리 모두 원만해
008_0903_a_15L時見此玉女, 從彼蓮華生, 其身甚淸淨, 肢分皆圓滿。
이것은 인간의 보배 깨끗한 업으로 나는 것 전세의 인으로 고스란히 이 과보를 받았소.
008_0903_a_16L此是人閒寶, 從於淨業生, 宿因無失壞, 今受此果報。
검은 머리칼, 청련화 같은 눈 범천의 음성, 금빛 광명 화만과 보배의 상투 깨끗하여 때가 없고
008_0903_a_17L紺髮靑蓮眼, 梵聲金色光, 華鬘衆寶髻, 淸淨無諸垢。
팔다리 모두 완전하고 몸은 아무 흠도 없이 마치 순금으로 된 불상 보배 꽃 속에 의젓이 앉은 듯
008_0903_a_18L肢節悉具足, 其身無缺減, 譬如眞金像, 安處寶華中。
털구멍에서 나오는 전단 향기 모든 것에 풍기고 입에서 연꽃 향기 나며 범천의 음성을 내나니
008_0903_a_19L毛孔栴檀香, 普熏於一切, 口出靑蓮香, 常演梵音聲。
이 처녀 있는 곳에는 항상 하늘풍류 잡히니 용렬한 인간으로는 이런 이를 짝할 수 없어
008_0903_a_20L此女所住處, 常有天音樂, 不應下劣人, 而當如是偶。
이 세상에 어느 사람도 아가씨의 남편될 이 없고 오직 당신만이 훌륭하오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008_0903_a_21L世閒無有人, 堪與此爲夫, 唯汝相嚴身, 願垂見納受。
키가 크지도 짧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훌쭉하지도 않고 모든 것이 모두 단정하오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008_0903_a_22L非長亦非短, 非麤亦非細, 種種悉端嚴, 願垂見納受。
글이나 글씨나 셈하는 법이나 여러 가지 기술과 학문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나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008_0903_a_23L文字筭數法, 工巧諸技藝, 一切皆通達, 願垂見納受。
여러 가지 무예도 잘 알고 어려운 소송도 판결 잘하고 화해하기 어려운 일 화해하나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008_0903_a_24L善了諸兵法, 巧斷衆諍訟, 能調難可調, 願垂見納受。
몸이 매우 청결하여 보는 이 만족한 줄 모르며 공덕으로 꾸미었으니 당신이여, 받아 주소서.
008_0903_a_25L其身甚淸淨, 見者無厭足, 功德自莊嚴, 汝應垂納受。
008_0903_b_02L
중생들에게 있는 병환 그 원인 잘 알고 병에 알맞게 약을 주어 모든 병 능히 없애며
008_0903_b_02L衆生所有患, 善達彼緣起, 應病而與藥, 一切能消滅。
염부제의 여러 가지 말 차별도 한량없으며 음악의 소리까지 통달하지 못하는 것 없고
008_0903_b_03L閻浮語言法, 差別無量種, 乃至妓樂音, 靡不皆通達。
여자들이 하는 일 이 애가 모두 다 알지만 여자의 병통이 없으니 당신은 빨리 받아 주소서.
008_0903_b_04L婦人之所能, 此女一切知, 而無女人過, 願垂速納受。
질투도 모르고 간탐도 없고 욕심도 없고 성내지도 않아 성품이 곧고 부드러워 거칠고 나쁜 짓 모두 여의고
008_0903_b_05L不嫉亦不慳, 無貪亦無恚, 質直性柔軟, 離諸麤獷惡。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 받들어 섬기고 거역하지 않으며 착한 행실 잘 닦나니 당신의 뜻을 순종하리다.
008_0903_b_06L恭敬於尊者, 奉事無違逆, 樂修諸善行, 此能隨順汝。
늙고 병든 이ㆍ가난한 이와 곤란에 빠져서 구원할 이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이 보면 항상 가엾은 마음을 내며
008_0903_b_07L若見於老病, 貧窮在苦難, 無救無所依, 常生大慈愍。
제일가는 이치[第一義] 늘 관찰하고 자기의 이익은 구하지 않으며 중생만 이익하려고 마음을 장엄했으며
008_0903_b_08L常觀第一義, 不求自利樂, 但願益衆生, 以此莊嚴心。
가고 서고 앉고 눕고 모든 일에 방일치 않아 말하거나 잠잠하거나 보는 이들 기뻐하며
008_0903_b_09L行住與坐臥, 一切無放逸, 言說及默然, 見者咸欣樂。
어떠한 곳에나 물들고 집착하지 않지만 공덕 있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서 싫은 줄 몰라
008_0903_b_10L雖於一切處, 皆無染著心, 見有功德人, 樂觀無厭足。
선지식을 존경하고 악을 여읜 이 좋아하며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해
008_0903_b_11L尊重善知識, 樂見離惡人, 其心不躁動, 先思後作業。
복과 지혜로 장엄하였고 모든 것에 원한이 없어 여인 중에는 최상이오니 태자님 섬기기 마땅합니다.
008_0903_b_12L福智所莊嚴, 一切無怨恨, 女人中最上, 宜應事太子。
008_0903_c_02L 이때 태자는 향아원에 들어가서 묘한 덕을 갖춘 아가씨와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말하였다. “착한 여인들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터이므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를 돕는 법을 모으며, 그지없는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바라밀을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에게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호해 가지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여래의 성품을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중생의 성품을 따라 성숙케 하며, 모든 중생의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어 끝까지 안락한 곳에 두며, 모든 중생의 지혜의 눈을 깨끗이 다스리며, 모든 보살의 닦는 행을 익힐 것이며, 모든 보살의 평등한 마음에 머무르며, 모든 보살의 행할 지위를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두루 기쁘게 하며, 모든 것을 모두 버려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단(檀)바라밀을 행하여 모든 중생을 만족케 하며, 의복ㆍ음식ㆍ처ㆍ첩ㆍ아들ㆍ딸ㆍ머리ㆍ눈ㆍ손ㆍ발 따위의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모두 보시하고 아끼는 것이 없을 것이오.
이러하는 때에 그대가 나의 일을 장애하고 재물을 보시할 때 아까워하고, 아들ㆍ딸을 보시할 때에 가슴이 아프고, 온몸을 찢을 때에 마음으로 걱정하고, 그대를 버리고 출가할 때에 그대들은 뉘우칠 것이오.”
한량없이 태어나는 곳 티끌같이 몸을 부숴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008_0903_c_18L無量受生處, 碎身如微塵, 若能眷納我, 甘心受此苦。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크나큰 금강산 이고 다녀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008_0903_c_19L無量劫頂戴, 廣大金剛山, 若能眷納我, 甘心受此苦。
한량없는 생사 바다에 나의 몸과 살 보시하여도 당신이 법의 왕 되시는 곳 나도 그렇게 하여 주소서.
008_0903_c_20L無量生死海, 以我身肉施, 汝得法王處, 願令我亦然。
만일 나를 받아들여 나의 님 되어 주신다면 세세 생생 보시하실 때 언제나 이 몸을 보시하시라.
008_0903_c_21L若能眷納我, 與我爲主者, 生生行施處, 願常以我施。
중생의 괴로움 딱하게 여겨 보리심 내었을진댄 이미 중생들 거두어 주시니 이 몸도 응당 거두어 주시리.
008_0903_c_22L爲愍衆生苦, 而發菩提心, 旣已攝衆生, 亦當攝受我。
나는 부귀도 바라지 않고 다섯 가지 욕락도 탐내지 않고 바른 법 함께 행하며 당신으로 나의 님 삼으오리.
008_0903_c_23L我不求豪富, 不貪五欲樂, 但爲共行法, 願以仁爲主。
검푸르고 길고 넓은 눈 인자하게 세간 살피고 물드는 마음 내지 않으니 반드시 보리를 이루오리.
008_0903_c_24L紺靑脩廣眼, 慈愍觀世閒, 不起染著心, 必成菩薩道。
태자의 가시는 곳엔 땅에서 연꽃이 솟아 반드시 전륜왕 되시리니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소서.
008_0903_c_25L太子所行處, 地出衆寶華, 必作轉輪王, 願能眷納我。
008_0904_a_02L
내가 언제 꿈을 꾸는데 이 묘한 법 보리 도량에 나무 아래 앉으신 여래를 많은 대중이 둘러 모셨고
008_0904_a_02L我曾夢見此, 妙法菩提場, 如來樹下坐, 無量衆圍遶。
나는 또 금산과 같으신 부처님께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시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니 마음이 기뻤소.
008_0904_a_03L我夢彼如來, 身如眞金山, 以手摩我頂, 寤已心歡喜。
지난 옛날에 권속 하늘로 기쁜광명이란 신이 있는데 그 하늘이 내게 말하되 도량에 부처님 나셨다고.
008_0904_a_04L往昔眷屬天, 名曰喜光明, 彼天爲我說‘, 道場佛興世。
나는 일찍이 생각 내기를 태자의 몸 보기를 원하였는데 그 하늘이 내게 알려주되 너는 지금 보리라고.
008_0904_a_05L我曾生是念, 願見太子身, 彼天報我言, 汝今當得見。
지난 옛적에 가졌던 소원 지금 모두 이루었으니 바라건대 함께 가서 저 부처님 공양합시다.
008_0904_a_06L我昔所志願, 於今悉成滿, 唯願俱往詣, 供養彼如來。
그때 태자는 승일신(勝日身)여래의 이름을 듣고, 매우 기뻐서 부처님 뵈오려고, 그 아가씨에게 5백 마니보배를 흩고, 묘하게 갈문[妙藏] 광명관을 씌우고, 불꽃마니 옷을 입히었다. 그 아가씨는 그때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고 기쁜 내색도 없이, 다만 합장하고 공경하여 태자를 우러러보면서 잠깐도 한눈 팔지 않았다. 잘 나타나는 어머니는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하였다.
이 딸은 매우 단정해 공덕으로 몸을 장엄하고서 예전부터 태자를 섬기려 하더니 이제 소원을 이루었소.
계행을 지니고 지혜 있어 모든 공덕 갖추었으며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장 훌륭해 짝할 이 없네.
008_0904_a_13L持戒有智慧, 具足諸功德, 普於一切世, 最勝無倫匹。
이 아기 연꽃에서 나 가문이 나무랄 것 없고 태자와 행과 업 같아 모든 허물 멀리 여의고
008_0904_a_14L此女蓮華生, 種姓無譏醜, 太子同行業, 遠離一切過。
이 아기 살갗 보드랍기 하늘의 비단솜 같으니 손으로 한번 만지면 모든 병 소멸합니다.
008_0904_a_15L此女身柔軟, 猶如天繒纊, 其手所觸摩, 衆患悉除滅。
털구멍에서 나오는 향기 아름답기 비길 데 없어 중생이 맡기만 하면 청정한 계율에 머물게 되고
008_0904_a_16L毛孔出妙香, 芬馨最無比, 衆生若聞者, 悉住於淨戒。
몸은 금빛과 같아 연꽃좌대에 앉은 모양 중생이 보기만 하면 해칠 뜻 없고 인자하여져
008_0904_a_17L身色如眞金, 端坐華臺上, 衆生若見者, 離害具慈心。
음성이 하도 부드러워 듣는 이 모두 기뻐하나니 중생이 듣기만 하면 여러 가지 나쁜 법 여의게 되네.
008_0904_a_18L言音極柔軟, 聽之無不喜, 衆生若得聞, 悉離諸惡業。
마음은 깨끗하여 티가 없으며 아첨과 굽은 일 여의었나니 마음에 맞추어 내는 말이라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며
008_0904_a_19L心淨無瑕垢, 遠離諸諂曲, 稱心而發言, 聞者皆歡喜。
화평하고 부드럽고 체면을 차려 높은 어른 공경하고 탐욕도 없고 속이지 않으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네.
008_0904_a_20L調柔具慚愧, 恭敬於尊宿, 無貪亦無誑, 憐愍諸衆生。
이 아가씨 얼굴이나 권속을 의뢰하지 않고 다만 청정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공경합니다.
008_0904_a_21L此女心不恃, 色相及眷屬, 但以淸淨心, 恭敬一切佛。
008_0904_b_02L 이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십천 시녀와 그 권속들과 함께 향아원에서 나와 법 구름 광명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부처님을 뵈오니, 몸매가 단정하고 고요하며 여러 기관이 화순하고 안과 밖이 청정하며, 큰 용의 못과 같아서 흐린 때가 없으셨다. 깨끗한 신심을 내어 기뻐 뛰놀며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러 바퀴를 돌았다. 그때 태자와 묘한 덕 갖춘 아씨는 각각 5백의 보배 연꽃을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였고, 태자는 부처님을 위하여 5백 절을 지었는데, 모두 향 나무로 지었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5백의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꾸미었다. 이때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보안등문(普眼燈門)수다라를 말씀하셨고, 이 법문을 듣고는 모든 법 가운데서 삼매 바다를 얻었으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서원 바다를 두루 비추는 삼매ㆍ삼세 갈무리를 두루 비추는 삼매ㆍ모든 부처님 도량을 보는 삼매ㆍ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삼매ㆍ모든 세간을 두루 비추는 지혜 등불 삼매ㆍ모든 중생의 근성을 두루 비추는 지혜 등불 삼매ㆍ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광명 구름 삼매ㆍ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크게 밝은 등 삼매ㆍ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연설하는 삼매ㆍ보현의 청정한 행을 구족한 삼매이었다. 이때 묘한 덕 갖춘 아씨도 이기기 어려운 바다광 삼매를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물러나지 않았다.
008_0904_c_02L이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궁중으로 돌아가서 부왕께 나아가 절하고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승일신(勝日身)여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이 나라 법구름 광명 보리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오래지 않았나이다.” 그때 대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그런 일은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하늘이냐, 사람이냐?” 태자는 여쭈었다. “그것은 묘한 덕 갖춘 여인이 말하더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난한 사람이 묻힌 갈무리를 얻은 듯,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위가 없는 보배여서 만나기 어려우니, 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모든 나쁜 길의 공포를 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의사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모든 생사의 고통을 구원할 것이다. 부처님은 길잡이와 같아서 중생들을 끝까지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작은 왕과 대신들과 권속들과 찰리(刹利)와 바라문들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왕의 지위를 선위하여 태자에게 주면서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마치었다. 그리고 1만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권속들과 함께 물러나 앉았다.
그때 여래는 그 왕과 대중을 살펴보고, 미간의 흰 털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모든 세간의 마음 등불이며,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비추며 모든 세간 밤 맡은 이의 앞에 머물러 여래의 부사의한 큰 신통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을 여러 중생의 마음을 청정케 하였다. 이때 여래께서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몸을 나타내어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고, 원만한 음성으로 대중을 위하여 다라니를 말하니 이름이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이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다라니로 권속을 삼았다. 그 왕은 이것을 듣고 즉시에 큰 지혜 광명을 얻었고, 모인 가운데 있는 염부제 티끌 수 보살은 이 다라니를 함께 증득하고, 60만 나유타 사람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고, 십천 중생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은 보리심을 내었다. 부처님이 또 부사의한 힘으로 신통 변화를 널리 나투고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서 삼승의 법을 말하여 중생을 제도하시었다.
008_0905_a_02L이때 그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집에 있었으면 이렇게 묘한 법을 증득하지 못하려니와, 만일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성취하게 되리라.” 그리고 부처님께 여쭙기를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워지이다” 하였다. 부처님은 “마음대로 하되 시기를 알아야 하느니라” 하였다. 이때 재물 주인 왕은 십천 사람과 함께 그 부처님에게 한꺼번에 출가하였고, 오래지 않아서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 다라니를 성취하였으며, 또 위에 말한 삼매문들을 얻고, 또 보살의 열 가지 신통문(神通門)을 얻고, 또 보살의 그지없는 변재를 얻고, 또 보살의 걸림없이 깨끗한 몸을 얻었으며,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법문을 듣고 큰 법사가 되어 묘한 법을 연설하며, 또 신통한 힘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몸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나타나심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본래 행하시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본래 인연을 보이며, 여래의 자재하신 신통의 힘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말씀하신 교법을 보호하여 유지하였다.
그때 태자는 보름 동안 궁전에 있는데, 시녀들이 둘러 호위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니, 하나는 바퀴 보배니 이름이 걸림없는 행이요, 둘은 코끼리 보배니 이름이 금강 몸이요, 셋은 말 보배니 이름이 빠른 바람이요, 넷은 구슬 보배니 이름이 햇빛광이요, 다섯은 여자 보배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요, 여섯은 재정 맡은 대신 보배니 이름이 큰 재물이요, 일곱은 군대 맡은 대신 보배니 이름이때 여읜 눈이었다. 일곱 보배가 구족하고 전륜왕이 되어 염부제의 왕으로서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니 백성들이 쾌락하였다. 왕은 1천 아들이 있어 단정하고 용맹하여 원수를 항복 받았으며, 염부제에 80서울이 있고, 서울마다 5백 절이 있으며, 절마다 탑을 세웠는데, 높고 크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였고, 서울마다 여래를 청하여 부사의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려 하며,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갈 적에 신통한 힘을 나투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마음이 청정하여서 부처님을 보고 환희하며 보리심을 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며,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닦아 진실한 이치에 들어갔으며, 법의 성품에 머물러 법의 평등함을 알고 삼세 지혜를 얻어 삼세를 평등하게 관찰하며, 모든 부처님의 나시는 차례를 알고, 여러 가지 법을 말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며, 보살의 서원을 내어 보살의 도에 들어가며, 여래의 법을 알아 법 바다를 성취하며, 몸을 널리 나타내어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을 알고, 그들로 하여금 온갖 지혜의 원을 내게 하였느니라.
008_0905_b_02L불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 왕자로서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이요, 재물주인 왕은 보화불(寶華佛)이니라. 그 보화불은 지금에 동방으로 세계해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서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법계 허공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구름이요, 그 가운데 세계 종이 있으니 이름이 삼세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이요, 그 세계 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원만한 광명이요, 그 가운데 한 도량이 있어서 이름이 모든 세간의 임금의 몸을 나타냄이니, 보화여래가 거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앞뒤에 둘러 있으며 법을 말씀하느니라. 보화여래가 옛적에 보살의 도를 닦을 때에 이 세계해를 깨끗이 하였으니, 이 세계해에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부처님이 나시는 이는 다 보화여래께서 보살이 되었을 적에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 이들이니라. 그때 아씨의 어머니인 잘 나타나는 이는 지금 나의 어머니 좋은 눈이시고, 그 왕의 권속들은 지금 여래에게 모인 대중이니, 모두 보현의 행을 닦아 큰 원을 성취하였으며, 비록 이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으나, 모든 세간에 두루 나타나서 항상 보살의 평등한 삼매에 머물러 있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옵느니라. 모든 여래께서 허공과 평등한 음성 구름으로 법을 말씀하는 것을 다 들어 받으며,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어 소문이 여러 부처님 국토에 퍼졌으며, 모든 도량에 나아가고 여러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마땅한 대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도를 닦아 사이가 트지 아니하고 보살의 광대한 서원을 성취하느니라.
008_0905_c_02L불자여,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위덕주(威德主) 전륜왕이 네 가지로 승일신여래께 공양한 이는 내 몸이었느니라.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그 세계에 60억 백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것을 내가 왕과 더불어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첫 부처님은 이름이 청정신(淸淨身)이요, 다음 부처님은 일체지월광명신(一切智月光明身)이요, 다음은 염부단금광명왕(閻浮檀金光明王)이요, 다음은 제상장엄신(諸相莊嚴身)이요, 다음은 묘월광(妙月光)이요, 다음은 지관당(智觀幢)이요, 다음은 대지광(大智光)이요, 다음은 금강나라연정진(金剛那羅延精進)이요, 다음은 지력무능승(智力無能勝)이요, 다음은 보안상지(普安詳智)요, 다음은 이구승지운(離垢勝智雲)이요, 다음은 사자지광명(師子智光明)이요, 다음은 광명계(光明髻)요, 다음은 공덕광명당(功德光明幢)이요, 다음은 지일당(智日幢)이요, 다음은 보련화개부신(寶蓮華開敷身)이요, 다음은 복덕엄정광(福德嚴淨光)이요, 다음은 지염운(智燄雲)이요, 다음은 보조월(普照月)이요, 다음은 장엄개묘음성(莊嚴蓋妙音聲)이니라. 다음은 이름이 사자용맹지광명(師子勇猛智光明)이요, 다음은 법계월(法界月)이요, 다음은 현허공영상개오중생심(現虛空影像開悟衆生心)이요, 다음은 항후적멸향(恒齅寂滅香)이요, 다음은 보진적정음(普震寂靜音)이요, 다음은 감로산(甘露山)이요, 다음은 법해음(法海音)이요, 다음은 견고망(堅固網)이요, 다음은 불영계(佛影髻)요, 다음은 월광호(月光毫)요, 다음은 변재구(辯才口)요, 다음은 각화지(覺華智)요, 다음은 보염산(寶燄山)이요, 다음은 공덕성(功德星)이요, 다음은 보월당(寶月幢)이요, 다음은 삼매신(三昧身)이요, 다음은 보광왕(寶光王)이요, 다음은 보지행(普智行)이요, 다음은 염해등(燄海燈)이요, 다음은 이구법음왕(離垢法音王)이요, 다음은 무비덕명칭당(無比德名稱幢)이요, 다음은 수비(修臂)요, 다음은 본원청정월(本願淸淨月)이요, 다음은 조의등(照義燈)이요, 다음은 심원음(深遠音)이요, 다음은 비로자나승장왕(毘盧遮那勝藏王)이요, 다음은 제승당(諸乘幢)이요, 다음은 법해묘련화(法海妙蓮華)니라. 불자여, 저 겁 동안에 이러한 60억백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이를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마지막 부처님의 이름은 광대해(廣大解)니, 그 부처님께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고, 그때 그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와서 교화하시는데, 나는 왕비가 되어 왕과 더불어 절하여 뵈옵고, 여러 가지 묘한 물건으로 공양하였으며, 그 부처님이 모든 여래의 등불을 내는 법문을 말씀하심을 듣고, 즉시에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의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을 얻었노라. 불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고, 보살과 더불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부지런히 수행하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섬기고 공양하는데, 한 겁에 한 부처님을 섬기기도 하고, 혹은 두 부처님ㆍ세 부처님ㆍ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만나서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으나, 보살의 몸과 형상의 크기와 모양과 그의 몸으로 짓는 업과 마음으로 행함과 지혜와 삼매의 경계를 알지 못하였노라.
008_0906_a_02L불자여, 만일 중생이 보살을 뵙고 보리의 행을 닦되 의심하거나 믿거나 간에 보살의 세간과 출세간의 갖가지 방편으로 거두어 주고 권속을 삼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느니라. 불자여, 내가 저 부처님을 뵈어 이 해탈을 얻고는, 보살과 더불어 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함께 닦아 익히면서 그 겁 동안에 세상에 나시는 부처님을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며 공양하고, 말씀하는 법을 듣고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며, 그 모든 여래에게서 이 해탈과 갖가지 법문을 얻고 갖가지 삼세를 알고, 갖가지 세계해에 들어가서 갖가지로 정각을 이룸을 보고, 갖가지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데 들어가서 보살의 여러 가지 서원을 내고, 보살의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닦아서 보살의 여러 가지 해탈을 얻었으나, 보살이 얻는 보현의 해탈문을 알지 못하였노라. 왜냐 하면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큰 허공과 같고 중생의 이름과 같고 삼세 바다와 같고 시방 바다와 같고 법계 바다와 같아서 한량없고 그지 없기 때문이니, 불자여,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여래의 경계와 같으니라.
008_0906_b_02L불자여, 나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보살의 몸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었으니, 마치 탐욕이 많은 남녀가 한 데 모이면 서로 사랑하느라고 한량없는 허망한 생각과 감각을 일으키나니, 나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몸을 살펴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한량없고 그지없는 광대한 세계가 가지가지로 머물고 가지가지로 장엄한 가지가지 현상을 보며, 가지가지 산과 가지가지 땅과 가지가지 구름과 가지가지 이름과 가지가지 부처님이 나심과 가지가지 도량과 가지가지 대중의 모임과 가지가지 수다라(修多羅)를 연설함과 가지가지 정수리에 물 붓는 일을 말함과 가지가지 승(乘)과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로 청정함을 보았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그지없는 부처님들이 여러 가지 도량에 앉아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투고 여러 가지 법륜을 굴리고 여러 가지 수다라를 말하여 항상 끊이지 않음을 보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그지없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머무는 곳과 여러 가지 형상과 여러 가지 짓는 업과 여러 가지 근성을 항상 보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 보살들의 그지없이 수행하는 문을 보았으니, 이른바 그지없이 광대한 서원과 그지없이 차별한 지위와 그지없는 바라밀과 그지없는 옛날 일과 그지없이 인자한 문과 그지없이 가엾이 여기는 구름과 그지없이 기뻐하는 마음과 그지없이 중생을 거두어 주는 방편이니라.
불자여, 나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에서 잠깐잠깐마다 이렇게 보살의 낱낱 털구멍을 보는 데, 한번 간 데는 다시 가지 않고 한번 본 데는 다시 보지 않지만, 그 끝닿은 데를 얻을 수 없으며, 내지 실달(悉達) 태자가 궁중에 계실 적에 시녀들이 둘러 호위함을 보나니, 나는 해탈의 힘으로 보살의 낱낱 털구멍을 관찰하여 삼세 법계의 일을 모두 보노라.
불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만을 얻었거니와, 보살마하살들이 필경에 한량없는 방편 바다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종류를 따라 몸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좋아함을 따르는 행을 말하며, 낱낱 털구멍에 그지없는 형상 바다를 나타내며, 모든 법의 성품이 없는 성품으로 성품을 삼을 줄을 알며, 중생의 성품이 허공과 같아서 분별이 없음을 알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진여와 같음을 알며, 모든 곳에 두루하여 그지없는 해탈의 경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광대한 법계에 들어가서 여러 지위의 법문에 유희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 안에 부처님 어머니이신 마야(摩耶)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부처님들께 공양하기를 쉬지 아니하며, 보살의 업을 짓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으며, 온갖 장애를 떠나서 보살의 해탈에 들어가되 다른 이를 말미암지 않으며, 모든 보살의 도에 머무르고 모든 여래의 계신 데 나아가서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며, 대승의 원을 내어 모든 중생의 선근을 증장케 하기를 쉬지 아니하느냐고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