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큰 비구의 무리 1,200명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보살 1만 명이 함께 있었으니 그 이름은 지광보살(智光菩薩)ㆍ법광(法光)보살ㆍ월광(月光)보살ㆍ일광(日光)보살ㆍ무변광(無邊光)보살ㆍ발타바라(跋陀婆羅) 등이었다. 그 가운데 열여섯 보살은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이 과거세에 수행할 때 함께한 이들이었고, 다시 60보살은 미륵(彌勒)보살이 과거세에 수행할 때 함께한 이들이었는데, 이들은 현겁(賢劫)에서는 보살마하살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대중들에게 에워싸여서 그들을 위해 법(法)을 말씀하셨다. 이때에 법회에 참석한 대중 가운데 사무량의(思無量義)라는 보살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갖가지 보배꽃을 부처님 위에 흩뿌리고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쭐 것이 있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부처님이시여, 가엾게 여기시어 허락하여 주십시오.”
008_1121_b_02L사무량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법상(法相)이 이와 같이 매우 깊으니 보살은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
008_1121_b_02L思無量義菩薩白佛言:“世尊!法相如是甚深。菩薩當云何修行?”
부처님께서 사무량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리심이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작된 것도 아니며, 문자(文字)를 떠났으니 보리가 곧 마음이며 마음이 곧 중생이다. 만약 이와 같이 이해한다면 이것을 보살이 닦는 보리심이라고 부른다. 보리는 과거ㆍ미래ㆍ현재가 없으며, 이와 같이 마음과 중생도 과거ㆍ미래ㆍ현재가 없으니, 이와 같이 이해할 수 있으면 보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서 실로 얻을 것이 없으며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얻나니, 만약 모든 법에 있어서 얻는 것이 없다면 이것을 보리를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수행하는 중생을 위해서 보리가 있다고 말하나니, 아라한이 증득(證得)을 얻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법에 있어서는 얻을 것이 없는데도 세속의 말로 보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리는 실제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니 만약 모든 법에 있어서 얻는 것이 없다면 이것을 보리를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는 마음도 없고 마음을 짓는 자도 없고, 보리도 없고 보리를 짓는 자도 없고, 중생도 없고 중생을 짓는 자도 없고, 성문(聲聞)도 없고 성문을 내는 자도 없고, 벽지불(辟支佛)도 없고 벽지불을 내는 자도 없고, 보살도 없고 보살을 내는 자도 없고, 부처도 없고 부처를 이루는 자도 없고, 유위(有爲)도 없고 유위를 짓는 자도 없고, 무위(無爲)도 없고 무위를 짓는 자도 없다. 이 가운데서 이미 얻었거나 지금 얻거나 미래에 얻을 것 모두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그리고 잘 생각하여라. 마땅히 말할 바를 내가 지금 말하리라.
008_1121_b_22L佛告:“善男子!諦聽諦聽,善思念之。所應說者,吾今當說。
008_1121_c_02L보살이 보리심을 내는 데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제1심(第一心)은 뭇 선의 근본[善本]을 성취함이니, 비유컨대 수미산이 많은 보배로 장엄된 것과 같다. 제2심은 보시바라밀[檀波羅密]을 행함이니, 비유컨대 대지(大地)가 뭇 선법(善法)을 자라게 함과 같다. 제3심은 지계바라밀[尸波羅密]을 행함이니, 비유컨대 사자왕이 뭇 짐승을 항복시키는 것처럼 삿된 견해를 없애기 때문이다.
제8심은 방편바라밀(方便波羅密)을 행함이니 모든 장애를 없애되, 비유컨대 보름달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제9심은 본원(本願)을 만족히 하며 청정한 불국토(佛國土)를 유행하여 깊고 미묘한 법을 즐겨 듣고서 빈궁함을 없애고자 하기 때문이다. 제10심은 비유컨대 허공과 같이 그 지혜가 무궁무진함이니 전륜성왕이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함과 같기 때문이다.
다시 선남자야, 보살의 초지상(初地相)은 삼천 불찰토(佛刹土)에 가득한 억천 나유타의 복장(伏藏)을 볼 수 있다. 2지(地)는 삼천 불찰토가 평탄하게 정리되어 뭇 보배로 빛나게 장엄된 것을 볼 수 있다. 3지(地)는 모든 역사(力士)가 원적(怨敵)을 항복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4지(地)는 사방에 있는 모든 풍륜(風輪)의 땅에 갖가지 미묘한 꽃이 두루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지(地)는 뭇 기녀(妓女)들이 뭇 보배와 영락(瓔珞)으로 치장한 몸과 우발라화천관(憂鉢羅華天冠)ㆍ첨복화(瞻匐華)천관ㆍ바사가화(婆師迦華)천관ㆍ아제목다가화(阿提目多伽華)천관으로 장엄한 얼굴을 볼 수 있다.
6지(地)는 뭇 보배로 된 연못에 여덟 가지 공덕의 물이 맑게 가득 차있고, 그 연못의 사방에 7보로 된 계단 길이 있는데 그 바닥이 금모래로 깔려 있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신도 이 연못 속에서 즐겁게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7지(地)는 그 좌우에 모든 지옥이 있는데, 어떤 어려움도 없이 그 가운데를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008_1122_b_02L 8지(地)는 자신의 양 어깨 위에 모습이 단정하고 엄숙한 사자왕이 있고 머리 위에 깃발이 있어 대위력으로 뭇 짐승들을 항복받는 것을 볼 수 있다. 9지(地)는 전륜성왕이 백천(百千) 대신ㆍ찰리ㆍ거사에게 에워싸여 정법(正法)으로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을 교화함을 볼 수 있고, 허공 가운데에 뭇 보배로 장엄된 해가리개가 그 위에 드리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008_1122_c_02L 6지는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7지는 방편바라밀을 행하고, 8지는 지(智)바라밀을 행하고, 9지는 중생의 만족을 성취하는 바라밀[成就衆生滿足波羅蜜]을 행하고, 10지는 모든 원을 만족히 하는 바라밀[諸願滿足波羅蜜]을 행하느니라. 이와 같이 모든 바라밀을 모든 지(地)가운데서 모두 성취한다.
다시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보시바라밀을 행하는 데 열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신근(信根)이요, 둘째는 정근(定根)이요, 셋째는 대자(大慈)요, 넷째는 대비(大悲)요, 다섯째는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我喜]이요, 여섯째는 남을 기쁘게 하는 것[彼喜]이요, 일곱째는 모든 원(願)을 내는 것이요, 여덟째는 모든 중생을 호지하는 것이요, 아홉째는 4섭(攝)1)이요, 열째는 모든 부처님의 법을 가까이 함이다. 이것이 보시 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다시 선남자야, 지계바라밀을 행하는 데에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8난(難)을 여읨이요, 둘째는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함이요, 셋째는 성문지(聲聞地)를 여읨이요, 넷째는 벽지불지(辟支佛地)를 여읨이요, 다섯째는 몸이 청정함이요, 여섯째는 입이 청정함이요, 일곱째는 뜻[意]이 청정함이요, 여덟째는 장엄심(莊嚴心)이요, 아홉째는 지옥의 인연을 끊음이요, 열째는 기원하는 것을 만족히 행함이다. 이것이 지계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다시 선남자야, 인욕바라밀을 행하는 데에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참는 힘이요, 둘째는 용약(踊躍)이요, 셋째는 중생을 성취함이요, 넷째는 심심법(甚深法)을 능히 참음이요, 다섯째는 나와 남의 구별이 없음이요, 여섯째는 성냄을 끊음이요, 일곱째는 몸을 아끼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목숨을 아끼지 않음이요, 아홉째는 어리석음을 떠남이요, 열째는 법신(法身)이 평등함을 관찰함이다. 이와 같은 것이 인욕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008_1123_a_02L다시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정진바라밀을 행하는 데에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정진근(精進根)이요, 둘째는 정진력(精進力)이요, 셋째는 정근(正勤)이요, 넷째는 정념(正念)이요, 다섯째는 몸으로 중생을 도움이요, 여섯째는 심구(心口)로 중생을 따름이요, 일곱째는 행처(行處)에서 물러나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게으름을 제거함이요, 아홉째는 악지식(惡知識)을 항복시킴이요, 열째는 일체지(一切智)를 모음이다. 이것이 정진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다시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선정바라밀을 행하는 데에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정근(定根)이요, 둘째는 정력(定力)이요, 셋째는 등정(等定)이요, 넷째는 모든 선(禪)에 노니는 것이요, 다섯째는 삼매요, 여섯째는 삼매보(三昧報)요, 일곱째는 뭇 선법(善法)을 무너뜨리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번뇌의 원망을 없앰이요, 아홉째는 정법(正法)에 있어서 무관심함이요, 열째는 정음(定陰)이다. 이와 같은 것이 선정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다시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데에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 법인가? 첫째는 혜근(慧根)이요, 둘째는 혜력(慧力)이요, 셋째는 정견(正見)이요, 넷째는 정념(正念)이요, 다섯째는 음방편(陰方便)이요, 여섯째는 분별계(分別界)요, 일곱째는 성제(聖諦)요, 여덟째는 무장지(無障智)요, 아홉째는 사견(邪見)을 돌이킴이요, 열째는 무생법인행(無生法忍行)이다. 이와 같은 것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다시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방편바라밀을 행하는 데에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중생의 행을 같이 함이요, 둘째는 중생을 호지(護持)함이요, 셋째는 대비(大悲)요, 넷째는 무염(無厭)이요, 다섯째는 성문ㆍ벽지불의 행을 여읨이요, 여섯째는 바리밀에 들어감이요, 일곱째는 여실하게 기량(器量)을 분별함이요, 여덟째는 선심(善心)을 도와줌이요, 아홉째는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들어감이요, 열째는 뭇 마군을 항복시킴이다. 이것이 방편바라밀을 성취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008_1123_b_02L다시 선남자야, 어떤 것을 바라밀의(波羅蜜義)라고 하는가? 행이 수승한 데 나아가 만족하는 것이 바라밀이요, 제일지(第一智)를 성취하는 것이 바라밀이요, 유위(有爲)에도 무위(無爲)에도 처하지 않는 것이 바라밀의요, 생사(生死)의 큰 환난을 잘 깨달아 아는 것이 바라밀이요,
모든 중생계를 다 아는 것이 바라밀의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만족히 하는 것이 바라밀의요, 불퇴전(不退轉)을 성취하는 것이 바라밀의요, 청정한 불국토(佛國土)를 수립하는 것이 바라밀의요, 중생을 성취함이 바라밀의요, 도량에 앉아서 일체지(一切智)를 깨닫는 것이 바라밀의요,
뭇 마군을 항복받는 것이 바라밀의요, 모든 부처님의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하는 것이 바라밀의요, 모든 다른 견해를 깨뜨리는 것이 바라밀의요,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18불공법(不共法)을 만족히 성취하는 것이 바라밀의요, 십이 시(十二時:스물네 시간)에 법륜(法輪) 행함을 성취하는 것이 바라밀의이다.
008_1123_c_02L부처님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네가 말한 바와 같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파이(優婆夷)ㆍ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人非人) 등과 보살마하살이 이 경전을 들으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다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천자여,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이 과거세에 공덕의 근본을 심었다면 이 경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공덕이 작은 사람은 들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잠깐이라도 이 경을 듣고 독송하거나 베껴 쓰기만 해도 이 사람은 자신이 이미 항상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고 나서는 부처님 처소에서 미묘한 법륜을 굴리는 것이다.
그리고 즉시 무진다라니인(無盡陀羅尼印)을 얻고, 해일체중생심행(解一切衆生心行)다라니를 얻고, 일광보조(日光普照)다라니를 얻고, 정무구(淨無垢)다라니를 얻고, 일체제법부동(一切諸法不動)다라니를 얻고, 금강불괴(金剛不壞)다라니를 얻고, 심심의장연설(甚深義藏演說)다라니를 얻고, 선해일체중생언어(善解一切衆生語言)다라니를 얻고, 허공무구유희무진인(虛空無垢遊戲無盡印)다라니를 얻고 제불화신(諸佛化身)다라니를 얻는다. 이와 같은데 하물며 다시 경을 듣고서 경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것이겠는가?
선남자야,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은 법을 얻은 이가 있으면 능히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서 부처님의 몸을 화작(化作)하여 중생들을 위해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되 법상(法相)에 있어서는 움직이지 않고 오고 감이 없으며, 중생을 성취하더라도 중생이라는 생각이 없고, 항상 설법하되 말하는 것이 없고, 항상 몸을 받되 생멸하는 일이 없고, 오고 가더라도 오고 가는 모양이 없느니라.”
008_1124_a_02L그 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적에 3천 명의 보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사무량의(思無量義)보살과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인비인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