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마야부인(摩耶夫人)이 다시 선재동자(善財童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이 세계의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정념(正念)이라는 왕이 있는데, 그 왕에게 이름이 천주광(天主光)이라는 동녀(童女)가 있느니라. 그대는 가서 ‘보살은 어떻게 보살의 행[菩薩行]을 배우며, 보살의 도[菩薩道]를 닦는가?’라고 물으라.” 그러자 선재동자는 그 가르침을 공손히 받잡고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수없이 돌면서 우러러 사모하며 떠나갔다.
곧 천궁(天宮)으로 가서 그 동녀를 보고는, 발에 예배하고 돌고는 합장하며 앞으로 가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들은 바론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천녀(天女)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나니, 이름이 걸림 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無礙念淸淨莊嚴]이니라. 선남자야, 내가 지나간 세상을 기억하건대, 가장 훌륭한 겁(劫)으로 청련화겁(靑蓮花劫)이라 이름하는 겁이 있었느니라. 나는 그 겁 가운데서 항하(恒河)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나는 모든 여래께서 처음 출가하실 때부터 받들면서 수호하고 공양하였으며, 승가람(僧伽藍)을 지어 드리고 살림을 마련하여 올렸느니라.
008_1337_b_02L또 그 모든 부처님께서 보살로서 어머니의 태에 머무르실 때와 탄생하실 때와 일곱 걸음을 걸으실 때와 크게 사자후(師子吼)를 하실 때와 동자(童子)의 지위에 있으면서 궁중에 계실 때와 보리수(菩提樹)에 나아가서 정각(正覺)을 이루실 때와 바른 법륜(法輪)을 굴리시며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할 때에 하시던 일체 모든 일을, 처음 발심한 때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모든 것을 빠짐없이 분명하게 기억하며, 그 일은 항상 현재세에 드러나 있어 잊어버리지 않느니라.
또 과거 세상을 기억하느니라. 선지겁(善地劫)일 때에 나는 그 겁에서 10 항하(恒河)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과거의 묘덕겁(妙德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한 부처님 세계[一佛世界]의 작은 티끌 수[微塵]만큼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무소득겁(無所得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84억 백천 나유타(那由他)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선광겁(善光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염부제(閻浮提)의 티끌 수만큼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무량광겁(無量光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20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정진덕겁(精進德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1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선비겁(善悲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80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승유겁(勝遊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60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또 묘월겁(妙月劫)일 때에는 그 겁에서 70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이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겁 동안 나는 언제나 모든 부처님ㆍ여래(如來)ㆍ응(應 : 應供)ㆍ정등각(正等覺)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 일체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걸림이 없는 생각의 청정으로 장엄한 보살의 해탈[無碍念淸淨莊嚴菩薩解脫]에 대해 듣고 받아 지니어 수행하되,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여 그대로 따라 보살의 해탈에 나아가 들어갔느니라. 이와 같이 지나간 겁에 계셨던 모든 여래께서 처음 보살이셨을 때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하셨던 온갖 신통 변화에 대하여, 나는 청정하게 장엄한 해탈의 힘으로 앞에 나타나듯 분명하게 모든 것을 그대로 기억하여 지니고 따라 행하되, 결코 게으름을 피우거나 포기하지 않았느니라.
008_1337_c_02L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걸림 없는 생각의 깨끗한 해탈[無碍念淸淨解脫]만을 알 뿐이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생사의 어두운 밤에서 벗어나 밝음으로 나와 어리석음의 어둠을 영원히 벗어버려 혼미하지 않아서, 마음에 여러 가지 번뇌[蓋]도 없으며 몸의 행이 가볍고 편안하여[輕安], 모든 법의 성품[法性]에 대하여 청정하게 깨닫고 열 가지 힘[十力]을 성취하여 중생들을 깨우치는 일과 같은 것에 대해서, 내가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가비라성(迦毘羅城)에 가면 이름이 변우(遍友)라고 하는 동자 스승[童子師]이 있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천궁에서 내려와 점차로 그 성을 향하여 가서 변우동자가 있는 데에 이르자, 발에 예배하고 돌고는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기론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그러자 선재동자는 곧 그곳에 가서, 그에게 머리 조아려 공손히 절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기론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아(阿)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보살의 위덕으로 경계를 각각 분별함[菩薩威德各別境界]이라고 하느니라. 라(羅)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평등하게 한맛이어서 최상이고 끝이 없음[平等一味最上無邊]이라고 하느니라. 파(波)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법계에 다른 모양이 없음[法界無異相]이라고 하느니라.
자(者)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넓은 바퀴로 차별을 끊음[普輪斷差別]이라고 하느니라. 타(多)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의지함도 없고 위도 없음을 얻음[得無依無上]이라고 하느니라. 라(邏)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의지함을 여의고 번뇌가 없음[離依止無垢]이라고 하느니라.
사(沙)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바다의 곳간[海藏]이라 하느니라. 타(他)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두루 나서 편안히 머무름[普生安住]이라고 하느니라. 나(那)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원만한 광명[圓滿光]이라 하느니라.
바(婆)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흠뻑 쏟아지는 법의 비[霈然法雨]라고 하느니라. 마(摩)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큰물이 부딪쳐 흐르고 여러 봉우리가 가지런히 솟음[大流湍激衆峯齊峙]이라고 하느니라. 가(伽)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널리 위에 안립함[普上安立]이라고 하느니라.
008_1338_b_02L사타(娑他)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진여의 광이 두루하고 평등함[眞如藏遍平等]이라고 하느니라. 사(社)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세간의 바다에 들어가서 청정함[入世間海淸淨]이라고 하느니라. 실자(室者)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일체 모든 부처님의 바른 생각으로 장엄함[一切諸佛正念莊嚴]이라고 하느니라.
타(陁)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원만한 법의 모임을 관찰함[觀察圓滿法聚]이라고 하느니라. 사(奢)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는 바퀴의 광명[一切諸佛敎授輪光]이라 하느니라. 가(佉)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인지를 청정하게 닦아서 앞에 나타나는 지혜의 창고[淨修因地現前智藏]라고 하느니라.
차(叉)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바다와 같이 쌓인 넓고 큰 모든 업을 그침[息諸業海藏蘊]이라고 하느니라. 사다(娑多)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모든 미혹된 장애를 덜고 깨끗한 광명을 엶[蠲諸惑障開淨光明]이라고 하느니라. 양(壤)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세간에서 짓는 인을 깨쳐 앎[作世間了悟因]이라고 하느니라.
사마(娑摩)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시방에 현전하는 모든 부처님을 따름[隨十方現見諸佛]이라고 하느니라. 하바(訶婆)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온갖 인연 없는 중생을 관찰하여 방편으로 거두어 주어 바다의 곳간을 내게 함[觀察一切無緣衆生方便攝受令生海藏]이라고 하느니라. 하(訶)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수행으로 모든 공덕의 바다에 들어감[修行趣入一切德海]이라고 하느니라.
008_1338_c_02L가(伽)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온갖 법의 구름으로 견고한 바다의 곳간을 지님[持一切法雲堅固海藏]이라고 하느니라.타(咤)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서원에 따라 앞에 나타남[十方諸佛隨願現前]이라고 하느니라. 나(拏)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움직이지 않는 글자 바퀴에 여러 억의 글자가 모여 있음[不動字輪聚集諸億字]이라고 하느니라.
사바(娑頗)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중생을 교화하여 구경에 이르는 곳[化衆生究竟處]이라 하느니라. 사가(娑迦)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모든 지위가 만족하여 집착도 없고 걸림도 없이 이해하는 광명의 바퀴가 두루 비춤[諸地滿足無著無碍解光明輪遍照]이라고 하느니라. 사(闍)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온갖 불법의 경계를 널리 설함[宣說一切佛法境界]이라고 하느니라.
다사(多娑)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온갖 허공에서 법의 천둥소리가 두루 울려 퍼짐[一切虛空法雷遍吼]이라고 하느니라. 차(侘)[치(恥)와 가(加)의 반절이다.]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모든 미혹을 깨달아 무아의 밝은 등불을 식별함[曉諸迷識無我明燈]이라고 하느니라. 타(陁)자를 불러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면, 이름을 온갖 법의 바퀴가 나오는 창고[一切法輪出生之藏]라 하느니라.
008_1339_a_02L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뭇 기예를 잘 아는 보살의 해탈만을 알 뿐이며, 모든 보살마하살이 온갖 세간과 출세간의 교묘한 법을 지혜로 통달하여 피안(彼岸)에 이르고, 다른 지방의 기이한 기예를 모두 빠뜨림 없이 종합하며, 문자(文字)의 산술[算數]을 깊이 이해하고, 의약(醫藥)과 주술(呪術)로 여러 가지 병을 잘 치료하며, 귀신이나 도깨비에 홀렸거나 원한으로 저주를 당하거나 나쁜 별의 변괴를 입었거나 죽은 송장에게 쫓기거나, 간질ㆍ조갈 등 갖가지의 병에 걸린 중생들을 모두 구원하여 쾌차하게 하는 일과, 또 금ㆍ옥ㆍ진주ㆍ산호ㆍ마니(摩尼)ㆍ차거(車)ㆍ계살라(雞薩羅) 등의 온갖 보배가 나오는 장소와 서로 다른 종류와 값이 얼마인지를 잘 분별하여 알며, 마을ㆍ영문[營]ㆍ시골ㆍ도시나 크고 작은 도성이나 궁전ㆍ정원ㆍ바위ㆍ샘물ㆍ숲ㆍ못 등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이면 보살이 모두 그 지방을 따라 거두어 보호한다.
또 천문ㆍ지리와 사람의 상(相)의 길흉과 날짐승ㆍ길짐승의 음성을 잘 관찰하며, 구름ㆍ안개 등의 기후로 시절의 풍년ㆍ흉년과 국토의 평안과 위험을 짐작하는 일 등의 이러한 세간의 모든 기술을 잘 알아 그 근원을 통달하는 일과, 또 세간을 벗어나는 일을 분별하여 이름을 바로 세우고 이치를 변별하며, 본체와 모양[體相]을 관찰하고 따르면서 수행하며, 지혜로 그 안에 들어가되 의심도 없고 막힘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고 완고함도 없고 근심 걱정도 없고 침울함도 없이 현재에 증득하지 못함이 없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선재동자는 중예(衆藝)의 발에 머리 조아려 공손히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 부락의 성을 향하여 가서 현승에게 이르자, 발에 예배하여 돌고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건대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현승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보살의 법문을 얻었나니, 그 이름은 의지함이 없는 도량[無依處道場]이라 하느니라. 이미 스스로 깨우쳐 알았으며, 또 다른 이에게도 말해 주었느니라.
008_1339_a_22L賢勝答言:“善男子!我得菩薩法門,名無依處道場,旣自開解,復爲人說。
008_1339_b_02L또 다함없는 삼매[無盡三昧]를 얻었나니, 그 삼매의 법에 다함이 있고 다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온갖 지혜의 성품[一切智性]을 내는 눈[眼]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귀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코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혀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몸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뜻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갖가지 지혜의 광명[慧明]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두루한 신통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바다의 파도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에 모두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또 온갖 지혜의 성품을 내는 세간에 두루한 광명에 다함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의지함이 없는 도량 법문만을 알 뿐이며, 저 모든 보살마하살의 온갖 집착이 없는 공덕의 행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남쪽으로 가면 옥전(沃田)이라는 성이 있는데, 거기에 장자(長者)가 있나니, 이름이 견고해탈(堅固解脫)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 하고 물으라.”
그러자 선재는 현승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연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그 성에 이르자 장자에게로 나아가 발에 예배하여 돌고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건대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청정한 생각의 해탈만을 알 뿐이니, 모든 보살마하살이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어 사자처럼 크게 외치며, 높고 넓은 복과 지혜 더미에 편안히 머무르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이 성 가운데에 묘월(妙月)이라는 한 장자가 있느니라. 그 장자의 집에는 언제나 광명이 있나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그러자 선재동자는 견고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는 하직하고 물러갔다. 묘월에게로 가서 그의 발에 예배하여 돌고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묘월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나니, 그 이름은 청정한 지혜 광명[淨智光]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지혜 광명의 해탈을 알 뿐이며, 모든 보살마하살이 한량없는 해탈 법문을 증득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여기에서 남쪽으로 가면 출생(出生)이라고 하는 성이 있는데, 거기에 무승군(無勝軍)이라는 장자가 있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나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008_1340_a_02L그러자 선재는 묘월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우러러 연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나갔다. 점차로 그 성을 향하여 가서 장자에게 이르러 발에 예배하여 돌고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장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나니, 그 이름은 다함이 없는 모양[無盡相]이니라. 나는 이 보살의 해탈을 증득함으로써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다함없는 창고[無盡藏]를 얻었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다함없는 모양의 해탈을 알 뿐이며, 모든 보살마하살이 한이 없는 지혜[無限智]와 막힘없는 변재[無礙辯才]를 얻은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이 성의 남쪽에 법(法)이라고 하는 부락이 있는데, 그 부락 가운데에 시비최승(尸毘最勝)이라는 바라문이 있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그러자 선재동자는 무승군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는 우러러 연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나갔다. 점점 남쪽으로 가서 그 부락으로 나아가 시비최승을 보고는 발에 예배하여 돌고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제가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보살의 법문을 얻었나니, 그 이름은 진실하게 서원하는 말[誠願語]이라고 하느니라.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보살이 말에 의해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나니, 이미 물러난 이도 없고, 현재 물러나는 이도 없고, 장차 물러날 이도 없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진실하게 서원하는 말에 머무름으로써 뜻대로 짓는 일마다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느니라.
008_1340_b_02L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진실한 말의 법문만을 알 뿐이며, 모든 보살마하살이 진실하게 서원하는 말과 행동거지[行止]에 어긋남이 없고, 말은 반드시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아서 한량없는 공덕이 이로 인하여 나오는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묘의화문(妙意花門)이라고 하는 성이 있는데, 거기에 덕생(德生)이라는 동자와 유덕(有德)이라는 동녀가 있느니라. 그대는 그들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그러자 선재동자는 법을 존중하며 바라문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는 우러러 연모하면서 떠나갔다. 점차로 남쪽으로 가서 그 성에 이르러 동자와 동녀를 보고는 그들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주위를 돈 뒤에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아직 모르나이다. 원컨대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저에게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그러자 동자와 동녀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우리는 보살의 해탈을 증득하였나니, 그 이름은 허깨비처럼 머무름[幻住]이라고 하느니라. 이 청정한 지혜에 의해 모든 세간이 허깨비처럼 머무른다고 보나니,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온갖 중생도 모두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이는 업과 번뇌로 일어나기 때문이니라. 온갖 법도 모두가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이는 무명(無明)과 존재[有]와 욕망[愛] 등이 전전하여 인연이 되어 생기기 때문이니라. 일체 삼계(三界)도 모두가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뒤바뀐 지혜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니라. 온갖 중생의 생기고 없어지고 나고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운 것은 모두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허망한 분별로 생기기 때문이니라.
008_1340_c_02L온갖 국토도 모두가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생각이 뒤바뀌고[想倒] 마음이 뒤바뀌고[心倒] 소견이 뒤바뀌어[見倒] 무명(無明)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온갖 성문이나 벽지불도 모두가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지혜가 끊어진 분별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니라. 온갖 보살도 모두가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자신을 조복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뛰어난 지혜의 마음과 모든 행과 서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니라. 온갖 보살 대중의 변화하고 조복하는 여러 가지 일들도 모두가 허깨비처럼 머무르는 것이니, 서원과 지혜에 섭수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허깨비와 같은 경계의 자기 성품[自性]은 불가사의하니라. 선남자야, 우리 두 사람은 다만 이 보살의 해탈만을 알 뿐이며, 저 모든 보살마하살이 그지없는 일의 허깨비 그물[幻網]에 잘 들어가는 그 공덕의 행에 대해서 우리들이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