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9_0180_c_01L대반열반경 제21권
009_0180_c_01L大般涅槃經卷第二十一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009_0180_c_02L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10.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품(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品)①
009_0180_c_03L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品第十之一

그때 세존께서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대열반경』을 수행하면 열 가지[十事] 공덕을 얻어 성문ㆍ벽지불과는 함께하지 않는다. 생각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며 듣는 이가 놀라고 이상하게 여길 것이며,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니며 어려운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며 모양[相]도 아니고 모양 아닌 것도 아니며, 세상법도 아니고 형상도 없고 세간에는 없는 것이다.
009_0180_c_04L爾時世尊告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言善男子若有菩薩摩訶薩修行如是『大涅槃經』得十事功德不與聲聞辟支佛共不可思議聞者驚怪非內非外非難非易非相非非非是世法無有相貌世閒所無
무엇을 열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 다섯 가지가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듣지 못한 것을 듣는 것이며, 둘째 듣고 나서 이익이 되는 것이며, 셋째 의혹하는 마음을 끊는 것이며, 넷째 지혜의 마음이 곧고 굽지 않은 것이며, 다섯째 능히 여래의 비밀한 법장[密藏]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라고 한다.
009_0180_c_10L等爲十一者有五何等爲五一者不聞者而能得聞二者聞已能爲利三者能斷疑惑之心四者慧心正直無曲五者能知如來密藏是爲五
009_0181_a_02L어떤 것이 ‘듣지 못한 것을 듣는 것’인가? 매우 깊고 미세하고 비밀한 법장을 말한다.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이 있고 부처님과 교법과 승가가 차별이 없으며, 삼보의 성품과 모양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며, 모든 부처님께서 필경까지 열반에 드시는 분이 없고 항상 머물러 변함이 없다. 그래서 여래의 열반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함이 있는[有爲] 것도 아니고 함이 없는 것[無爲]도 아니며, 샘이 있는 것[有漏]도 아니고 샘이 없는 것[無漏]도 아니며, 색(色)도 아니고 색 아님도 아니며, 이름[名]도 아니고 이름 아님도 아니며, 모양[相]도 아니고 모양 아님도 아니며, 있음[有]도 아니고 있지 않음도 아니며, 물질[物]도 아니고 물질 아님도 아니며, 인(因)도 아니고 과(果)도 아니며, 기다림[待]도 아니고 기다리지 않음도 아니며, 밝음[明]도 아니고 어둠[暗]도 아니며, 나옴[出]도 아니고 나오지 않음도 아니며, 항상함[常]도 아니고 항상하지 않음도 아니며, 끊음[斷]도 아니고 끊지 않음도 아니며, 처음[始]도 아니고 끝[終]도 아니며,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며, 음(陰)1)도 아니고 음 아님도 아니며, 입(入)도 아니고 입 아님도 아니며, 계(界)도 아니고 계 아님도 아니며, 12인연도 아니고 12인연 아님도 아니다. 이와 같은 법이 매우 깊고 미세하고 비밀하며 예전에 듣지 못한 것을 능히 듣는 것이다.
009_0180_c_15L何等不聞而能得聞所謂甚深微密之藏一切衆生悉有佛性僧無有差別三寶性相常樂我淨切諸佛無有畢竟入涅槃者常住無如來涅槃非有非無非有爲非無非有漏非無漏非色非不色非名非不名非相非不相非有非不有非不物非因非果非待非不待非闇非出非不出非常非不常非不斷非始非終非過去非未來非現在非陰非不陰非入非不入非不界非十二因緣非不十二因如是等法甚深微密昔所不聞而能得聞
또 듣지 못하던 것이 있으니, 모든 외도들의 경전으로서 4비타론(毗陀論)2)ㆍ비가라론(毗伽羅論)3)ㆍ위세사론(衛世師論)4)ㆍ가비라론(迦毗羅論)5)ㆍ모든 주문[呪術]ㆍ의방(醫方)ㆍ기예(伎藝)ㆍ일식과 월식ㆍ별들[星宿]의 운행ㆍ도서(圖書)ㆍ참기(讖記) 따위이다. 이러한 경들에 대해 애초부터 듣지 못하던 비밀한 뜻을 이 경전에서 듣게 되며, 또 비불략(毗佛略)6)을 제외한 11부 경에도 없던 비밀한 이치를 이 경전으로 인하여 알게 된다. 선남자야, 이것을 일러 듣지 못하였으나 듣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009_0181_a_07L復有不聞所謂一切外道經四毘陁論毘伽羅論衛世師論毘羅論一切呪術醫方伎藝日月博星宿運變圖書讖記如是等經未曾聞秘密之義今於此經而得知復有十一部經除毘佛略亦無如是深密之義今因此經而得知之男子是名不聞而能得聞
009_0181_b_02L‘듣고 나서 이익이 된다’고 하는 것은, 만일 이 『대열반경』을 들으면 온갖 방등 대승경전의 매우 깊은 이치를 모두 아는 것이다. 마치 남자나 여자가 밝고 깨끗한 거울 속에서 자기의 형상을 분명하게 보듯이 대열반의 거울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이 붙잡으면 대승경전의 깊은 이치를 모두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이 어두운 방에서 횃불을 들면 모든 물건들을 다 볼 수 있듯이, 대열반의 횃불도 그러하여 보살이 들면 대승의 깊고 오묘한 뜻을 보게 된다. 또 해가 뜨면 밝은 광명이 모든 산의 깊고 어두운 데를 비추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온갖 사물을 보게 하듯이 대열반의 지혜의 해도 그와 같이 대승의 깊은 이치를 비추어서 2승들로 하여금 부처님 도를 보게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듣는 까닭이다.
009_0181_a_14L聞已利益若能聽受是『大涅槃經』悉能具知一切方等大乘經典甚深義味譬如男女於明淨鏡見其色像了了分明大涅槃鏡亦復如是菩薩執之悉得明見大乘經典甚深之義亦如有人在闇室中執大炬火悉見諸物大涅槃炬亦復如是菩薩執之得見大乘深奧之義亦如日出有千光明悉能照了諸山幽闇令一切人遠見諸物是大涅槃淸淨慧日亦復如是照了大乘深邃之處令二乘人遠見佛道所以者何以能聽受是大涅槃微妙經典故
선남자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대반열반경』을 들으면 모든 법의 이름을 들으며, 만일 쓰고 읽고 외우고 통달하여 다른 이에게 말하여 주고 뜻을 생각하면 모든 법의 이치를 알게 된다. 선남자야, 듣기만 하는 이는 이름만 알고 뜻을 모르지만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말하고 그 뜻을 생각하면 그 뜻을 알게 된다.
009_0181_b_04L善男子若有菩薩摩訶薩聽受如是『大涅槃經』得知一切諸法名若能書寫讀誦通利爲他廣說惟其義則知一切諸法義理善男子其聽受者唯知名字不知其義若能書寫受持讀誦爲他廣說思惟其義則能知義
또 선남자야, 이 경전을 듣는 이는 불성이 있음을 듣기만 하고 보지는 못하지만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말하고 뜻을 생각하는 이는 보게 된다. 이 경을 듣기만 하는 이는 보시[檀]의 이름을 알기만 하고 보시바라밀을 보지는 못하지만 쓰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말하고 뜻을 생각한다면 보시바라밀을 보게 되며 나아가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까지도 그와 같다.
009_0181_b_10L復次善男子聽是經者聞有佛性未能得見書寫讀誦爲他廣思惟其義則得見之聽是經者聞有檀名未能得見檀波羅蜜書寫爲他廣說思惟其義則能得見檀波羅蜜乃至般若波羅蜜亦復如是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대열반경』을 들으면 법도 알고 뜻도 알며 두 가지 걸림 없음을 갖추어서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마군이나 범천 등 모든 세상에서 두려움 없이 12부경을 열어 보이고 분별하며 그 뜻을 연설하는 데 잘못됨이 없을 것이며, 다른 이에게서 듣지 않고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움을 스스로 알 것이다. 선남자야, 이것을 일러 듣고 나서 이익이 된다고 한다.
009_0181_b_15L善男子菩薩摩訶薩若能聽是『大涅槃經』則知法知義具二無㝵於諸沙婆羅門等若天一切世中得無所畏開示分別十二部經演說其無有差違不從他聞而能自知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善男子名聞已能爲利益
009_0181_c_02L의혹하는 마음을 끊는다고 하는 것에는, 의혹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름을 의혹함[疑名]이며, 둘째는 뜻을 의혹함[疑義]이다. 이 경을 들은 이는 이름을 의혹하는 마음을 끊고, 뜻을 생각하는 이는 뜻을 의혹하는 마음을 끊는다. 또 선남자야, 의혹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처님께서 반드시 열반하는가를 의혹하고, 둘째는 부처님께서 항상 계시는가를 의혹하고, 셋째 는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즐거운가를 의혹하고, 넷째는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깨끗한가를 의혹하고, 다섯째는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나[我]가 있는가를 의혹하는 것이다. 이 경을 들은 이는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열반하는가 하는 의혹을 영원히 끊게 되고, 쓰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말하고 뜻을 생각하는 이는 네 가지 의혹을 영원히 끊게 된다.
009_0181_b_22L斷疑心者疑有二一者疑名二者疑義聽是經者疑名心思惟義者斷疑義心復次男子疑有五種一者疑佛定涅槃不二者疑佛是常住不三者疑佛是眞樂不四者疑佛是眞淨不五者疑佛是實我不聽是經者疑佛涅槃則得永斷書寫讀誦爲他廣說思惟其義四疑永斷
또 선남자야, 의심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성문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며, 둘째는 연각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며, 셋째는 불승(佛乘)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이 경을 들은 이는 이런 세 가지 의심을 영원히 끊어 남음이 없고, 쓰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말하고 뜻을 생각하면 온갖 중생에게 모두 불성(佛性)이 있음을 안다.
009_0181_c_07L復次善男子疑有三種疑聲聞爲有爲無疑緣覺爲有爲疑佛乘爲有爲無聽是經者是三疑永滅無餘書寫讀誦爲他廣思惟其義則能了知一切衆生悉有佛性
또 선남자야, 만일 중생들이 이와 같이 『대반열반경』을 듣지 못하면 그 마음에 의심이 매우 많다. 이를테면 항상한가[常] 무상한가, 즐거운가[樂] 즐겁지 않은가, 깨끗한가[淨] 깨끗하지 못한가, 나[我]가 있는가 나가 없는가, 수명[命]인가 수명이 아닌가, 필경(畢竟)인가 필경이 아닌가, 다른 세상[他世]인가 지나간 세상[過世]인가, 있는가[有] 없는가, 고통[苦]인가 고통이 아닌가, 집(集)인가 집이 아닌가, 도(道)인가 도가 아닌가, 멸(滅)인가 멸이 아닌가, 법(法)인가 법이 아닌가, 선(善)인가 선이 아닌가, 공(空)한가 공하지 않은가 따위이다. 이 경을 들은 이는 이런 의심들이 아주 끊어진다.
009_0181_c_12L復次善男子若有衆生不聞如是『大涅槃經』其心多疑所謂若常無常若樂不樂若淨不淨若我無我若命非命若衆生非衆生若畢竟畢竟若他世若過世若有若無若苦若非苦若集若非集若道若非道若非滅若法若非法若善若非善若空若非空聽是經者如是諸疑悉得永斷
009_0182_a_02L또 선남자야, 이런 경을 듣지 못한 이는 갖가지 의혹이 많으니, 색이 나인가,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나인가, 눈이 보는가, 내가 보는가, 나아가 식이 아는가, 내가 아는가, 색이 과보를 받는가 내가 과보를 받는가, 나아가 식이 과보를 받는가, 내가 과보를 받는가이다. 또 색이 다른 세상에 가는가 내가 다른 세상에 가는가, 나아가 식도 그와 같으며, 나고 죽는 법이 처음이 있고 나중이 있는가, 처음이 없고 나중이 없는가이다. 그러나 이 경을 듣는 이는 이런 의혹을 영원히 끊게 된다.
009_0181_c_20L復次善男子若有不聞如是經者復有種種衆多疑心所謂色是 我耶識是我耶眼能見耶能見耶乃至識能知耶我能知耶受報耶我受報耶乃至識受報耶受報耶色至他世耶我至他世耶至識亦如是生死之法有始有終耶無始無終耶聽是經者如是等疑亦得永斷
또 어떤 이는, 일천제7)는 4중금(重禁)을 범하고 5역죄를 지으며 방등경전을 비방하는데, 이런 무리들은 불성이 있는가 불성이 없는가를 의혹한다. 그러나 이 경을 듣는 이는 이런 의혹이 모두 끊어진다. 또 어떤 이는, 세간이 끝[邊]이 있는가 끝이 없는가, 시방세계가 있는가 시방세계가 없는가를 의혹 하지만, 이 경을 듣는 이는 이런 의심들이 아주 없어진다. 이것을 일러 의혹하는 마음을 끊는다고 한다.
009_0182_a_05L復有人疑一闡提人犯四重禁作五逆罪謗方等經如是等輩有佛性耶無佛性耶聽是經者如是等疑悉得永斷復有人疑世閒有邊耶閒無邊耶有十方世界耶無十方世界耶聽是經者如是等疑亦得永斷是名能斷疑惑之心
‘지혜의 마음이 곧고 굽지 않았다’는 것은, 마음에 의혹이 있으면 소견이 바르지 못하니, 모든 범부들이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듣지 못하면 소견이 삿되게 잘못되고, 나아가 성문ㆍ연각들도 소견이 잘못된다. 무엇을 일러 모든 범부들의 소견이 삿되게 잘못됐다고 하는가? 유루(有漏)가운데에서 항상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보고, 여래에게는 무상하고 고통이고 깨끗하지 않고 내가 없다고 보며, 중생과 수명(壽命)과 지견(知見)이 있다고 보며,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의 처소를 헤아려 열반이라고 하며, 자재천(自在天)에 8성도(聖道)가 있다고 보며, 있다는 소견ㆍ없다는 소견 따위를 잘못됐다고 하지만 보살마하살이 이 『대열반경』을 듣고 거룩한 행[聖行]을 닦으면 이렇게 잘못된 소견을 끊게 된다.
009_0182_a_11L慧心正直無邪曲者心若有疑則所見不正一切凡夫若不得聞是大涅槃微妙經典見邪曲乃至聲聞辟支佛人所見亦云何名爲一切凡夫所見邪曲有漏中見常於如來所見無不淨無我見有衆生壽命知見計非有想非無想處以爲涅槃見自在天有八聖道有見斷見如是等見名爲邪曲菩薩摩訶薩若得聞是『大涅槃經』修行聖行則得斷除如是邪
009_0182_b_02L어떤 것을 성문ㆍ연각의 삿되고 잘못된 소견이라고 하는가? 보살이 도솔타천에서 내려와 흰 코끼리를 변화해 내어 타고 어머니의 태에 드시니, 아버지는 정반왕이며 어머니는 마야부인이었다. 가비라성(迦毗羅城)에서 태중에 있다가 열 달이 차서 태에서 나올 때에 땅에 닿기 전에 제석천왕이 받들어 모시고, 난타용왕과 바난타용왕은 물을 뿜어 몸을 씻기고, 마니발타(摩尼跋陀) 대귀신왕은 보배 일산을 받들고 뒤에 모시고 섰으며, 지신(地神)은 연꽃을 변화로 지어 발을 받드니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었고, 천신의 사당에 이르자 천신의 상[天像]들이 일어나 맞았다.
009_0182_a_22L云何名爲聲聞緣覺邪曲見耶於菩薩從兜率下化乘白象降神母父名淨飯母曰摩耶迦毘羅城處胎滿足十月而生生未至地帝釋捧難陁龍王及婆難陁吐水而浴尼跋陁大鬼神王執持寶蓋隨後侍地神化花以承其足四方各行滿足七步到於天廟令諸天像悉起承
아사타(阿私陀) 선인이 와서 태자를 안고 상(相)을 보았으며, 상을 보고 나서는 슬픈 생각을 내어 부처님께서 출현하심을 보지 못할 것을 스스로 서러워하였다. 스승에게 나아가 글과 산수와 활쏘기, 말 타기와 도참(圖讖)과 기예를 배웠으며, 깊은 궁전에 있어서는 6만 채녀와 더불어 즐겁게 향락하였다. 네 군데 문으로 나가 유람하다가 가비라 동산에 이르는 도중에 노인과 나아가 법복을 입고 가는 사문을 보았고, 궁중에 돌아와서 채녀들을 보니 형상은 마치 송장과도 같고 소유한 궁전은 무덤과 다름이 없었다. 그것이 싫어져서 집을 떠나 밤중에 성을 넘었으며, 울다가(鬱陀伽)8)와 아라라(阿羅邏)9) 신선에게 가서 식처천(識處天)과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의 이야기를 들었다. 듣고 나서 그런 곳들은 무상하고 괴롭고 부정하고 내가 없음을 관찰하였으며, 거기를 버리고 나무 아래 가서 6년 동안 고행을 닦으면서 이런 고행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할 것을 알았다.
009_0182_b_07L阿私陁仙抱持占相旣占相已大悲苦自傷當終不睹佛興詣師學筭計射禦圖讖伎藝處在深宮萬婇女娛樂受樂出城遊觀至迦毘羅園道見老人乃至沙門法服而行還至宮中見諸婇女形體狀貌猶如枯骨所有宮殿塚墓無異厭惡出家夜半踰城至鬱陁伽阿羅邏等大仙人所聞說識處及非有想非無想處旣聞是已諦觀是處是非常不淨無我捨至樹下具修苦行滿足六年知是苦行不能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그때 다시 아리발제(阿利跋提)10)강에 이르러 목욕하고, 마침 소 기르는 여자가 받드는 우유죽을 받고 나서 보리수 아래로 가서 마왕 파순을 패배시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다. 바라나(波羅奈)11)에서 다섯 비구들에게 처음으로 법의 수레를 굴리셨고, 나아가 구시나성(拘尸那城)에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시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런 소견을 말하여 성문ㆍ연각의 잘못된 소견이라고 한다.
009_0182_b_19L爾時復到阿利跋提河中洗受牧牛女所奉乳糜受已轉至菩提樹下破魔波旬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於波羅柰爲五比丘初轉法輪乃至於此拘尸那城入般涅槃如是等見是名聲聞緣覺曲見
009_0182_c_02L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대반열반경』을 들으면 이러한 소견들을 끊어 버리게 되며, 만일 쓰고 읽고 외우고 통달하여 다른 이에게 연설하고 뜻을 생각하면 올바른 소견을 얻어 잘못된 소견이 없어진다.
009_0182_b_24L善男菩薩摩訶薩聽受如是『大涅槃經』悉得斷除如是等見若能書寫讀誦通利爲他演說思惟其義則得正直無邪曲見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대열반경』의 가르침[諦]을 수행하면 보살이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도솔타천에서 내려와서 어머니의 태에 들며, 나아가 구시나성에서 반열반에 드시지 않을 줄을 알 것이다. 이것을 일러 보살마하살의 올바른 소견이라고 한다.
009_0182_c_05L善男子菩薩摩訶薩修行如是『大涅槃經』諦知菩薩無量劫來不從兜率降神母胎乃至拘尸那城入般涅槃是名菩薩摩訶薩正直之
‘여래의 비밀한 뜻을 능히 안다’고 하는 것은 곧 대반열반이니,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어서 네 가지 중대한 계율 범한 것을 참회하고, 법을 비방한 죄를 없애고, 5역죄를 끝내고, 일천제를 멸하며, 그런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을 깊고 비밀한 뜻이라고 한다.
009_0182_c_09L能知如來深密義者所謂卽是大般涅槃一切衆生悉有佛性懺四重除謗法心盡五逆罪滅一闡提後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名甚深秘密之義
또 선남자야, 무엇을 매우 깊은 뜻이라고 하는가? 비록 중생에게 진실로 나라고 하는 것이 없음을 알지만 미래에 업의 과보를 잃어버리지 않으며, 비록 5음이 여기서 소멸함을 알지만 선악의 업은 마침내 없어지지 않으며, 비록 여러 가지 업이 있지만 짓는 이가 없으며, 비록 이르는 곳이 있으나 가는 이가 없으며, 비록 속박이 있으나 속박 받는 이가 없으며, 비록 열반이 있으나 열반하는 이가 없으니, 이것을 일러 깊고 비밀한 뜻이라고 한다.”
009_0182_c_13L復次善男子云何復名甚深之義雖知衆生實無有我於未來不失業果雖知五陰於此滅善惡之業終不敗亡雖有諸業得作者雖有至處無有去者雖有繫無受縛者雖有涅槃亦無滅者名甚深秘密之義
009_0183_a_02L그때 광명변조고귀덕왕(光明遍照高貴德王)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바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는 뜻을 해석하기로는, 그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이 만일 있다면 반드시 있을 것이고, 법이 만일 없다면 반드시 없을 것이니, 없는 것이면 생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면 멸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들을 것이면 곧 들었을 것이며, 만일 듣지 못할 것이면 곧 듣지 못할 것인데, 어찌하여 듣지 못할 것을 듣는다고 하십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들을 수 없는 것이면 그것은 듣지 못할 것이며, 만일 이미 들었으면 다시 듣지 않을 것이니, 이미 들은 까닭인데, 어찌하여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고 하십니까?
009_0182_c_19L爾時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我解佛所說聞不聞義是義不然以故法若有者便應定有法若無者便應定無無不應生有不應滅如其聞者是則爲聞若不聞者則爲不聞云何而言聞所不聞世尊若不可聞是爲不聞若已聞者則更不聞何以 已得聞故云何而言聞所不聞
비유하면 가는 이가 이르렀으면 가지 않을 것이며, 간다면 이르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또한 났으면 나지 않을 것이며, 나지 않은 것이면 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얻었으면 얻지 않을 것이며, 얻지 못하는 것이면 얻지 못할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들었으면 듣지 않을 것이며, 듣지 못하는 것이면 듣지 못할 것도 그와 같습니다.
009_0183_a_04L如去者到則不去去則不到亦如生已不生不生不生得已不得不得不聞已不聞不聞不聞亦復如是
세존이시여, 만일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면 모든 중생이 보리를 소유(所有)하지 못한 것을 마땅히 소유할 것이며, 열반을 얻지 못한 것을 마땅히 얻을 것이며, 불성을 보지 못하였으나 마땅히 볼 것인데, 어찌하여 10주(住) 보살이 비록 불성을 보아도 분명하지 못하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다면, 여래께서는 옛적에 누구에게서 들으셨으며, 만일 듣는다 하시면,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아함(阿含) 가운데에서 다시 스승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만일 듣지 못하는 것을 듣지 못하고도 여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다면, 모든 중생들도 듣지 못한 것을 듣지 못하고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야 할 것이며, 여래께서 만일 이 『대열반경』을 듣지 못하고 불성을 보았다면, 모든 중생들이 이 경을 듣지 못하였으나 또한 마땅히 보게 될 것입니다.
009_0183_a_07L若不聞聞者一切衆生未有菩提卽應有之未得涅槃亦應得之未見佛性應見佛性云何復言十住菩薩雖見佛性未得明了世尊若不聞聞如來往昔從誰得聞若言得聞故如來於『阿含』中復言無師若不聞不聞如來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一切衆生不聞不聞亦應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如來若當不聞如是『大涅槃經』見佛性者一切衆生不聞是經亦應得見
009_0183_b_02L세존이시여, 색(色)이란 것은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볼 수 없는 것도 있으며, 소리[聲]도 그와 같아서 들을 것도 있고 듣지 못할 것도 있지만, 이 대열반은 색도 아니고 소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보고 들을 수 있다고 하십니까? 세존이시여, 과거는 이미 없어졌으므로 들을 수 없고, 미래는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들을 수 없으며, 현재 들을 때에는 듣는다고 하지 못할 것이니, 들었으면 소리는 이미 없어졌으니 다시 들을 수 없습니다. 이 대반열반도 과거ㆍ미래ㆍ현재가 아닙니다. 만일 3세가 아니라면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면 들을 수가 없는데, 어찌하여 보살이 이 『대열반경』을 닦으면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고 하십니까?”
009_0183_a_18L世尊凡是色或有可見或不可見聲亦如是是可聞或不可聞是大涅槃非色非云何而言可得見聞世尊過去已則不可聞未來未至亦不可聞在聽時則不名聞聞已聲滅更不可是大涅槃亦非過去未來現在非三世則不可說若不可說則不可云何而言菩薩修是『大涅槃經』聞 所不聞
그때 세존께서는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을 찬탄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야, 네가 지금 온갖 법이 환술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건달바성과 같고 물에 그린 자취와 같으며, 물거품 같고 파초나무가 공하여 실속이 없는 것 같으며, 수명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괴로움과 즐거움이 없음을 잘 알았으니, 10주 보살의 지견과 같다.”
009_0183_b_04L爾時世尊讚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言善哉善哉善男子汝今善知一切諸法如幻如焰如乾闥婆畫水之迹亦如泡沫芭蕉之樹無有實非命非我無有苦樂如十住菩薩之所知見
그때 대중 가운데에 홀연히 큰 광명이 있었다. 푸르지 않은데 푸르게 보고, 누르지 않은데 누르게 보고, 붉지 않은데 붉게 보고, 희지 않은데 희게 보며, 빛깔이 아닌데 빛깔을 보고, 밝지 않은데 밝게 보고, 보는 것이 아닌데 보게 되었다. 그때 대중들이 이 광명을 만나고 나서 몸과 마음이 쾌락하기가 마치 비구들이 사자왕정(師子王定)에 든 듯하였다.
009_0183_b_10L時大衆中忽然之頃有大光明非靑見靑非黃見黃非赤見赤非白見白非色見色非明見明非見而見爾時大衆遇斯光已身心快樂譬如比丘入師子王定
그때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광명은 누가 놓습니까?”
009_0183_b_14L爾時殊師利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此光明誰之所放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말씀하지 않으셨다.
009_0183_b_16L爾時如來默然不
가섭보살이 문수보살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이 대중에게 비치는 것입니까?”
009_0183_b_17L迦葉菩薩復問文殊師利何因緣有此光明照於大衆
문수보살 역시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009_0183_b_18L文殊師利默然不答
다시 무변신(無邊身)보살이 가섭보살에게 이 광명은 누구의 것인지를 물었으나 가섭보살은 잠자코 말하지 않았고, 정주왕자(淨住王子)보살이 무변신보살에게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 이 광명이 있는가를 물었으나 무변신보살도 잠자코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500보살이 서로 물었으나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009_0183_b_19L爾時無邊身菩薩復問迦葉菩薩今此光明誰之所有迦葉菩薩默然不說淨住王子菩薩復問無邊身菩薩何因緣故是大衆中有此光無邊身菩薩默然不說如是五百菩薩皆亦如是雖相諮問然無答者
009_0183_c_02L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물으셨다.
“문수사리여,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 이 광명이 있는가?”
009_0183_b_24L爾時世尊問文殊師利言文殊師利何因緣故是大衆中有此光明
문수사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광명은 지혜(智慧)라고 하며, 지혜는 항상 머무는 것이고 항상 머무는 법은 인연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이 있느냐?’고 물으십니까? 이 광명은 대열반이라 이름하고 대열반은 항상 머문다 하며, 항상 머무는 법은 인연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부처님께서 묻기를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이 있느냐?’고 하십니까? 이 광명은 곧 여래이며, 여래께서는 항상 머무시는 것이고, 항상 머무는 법은 인연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인연을 물으십니까? 이 광명은 대자대비(大慈大悲)라 하고 대자대비는 항상 머무는 것이라 하며 항상 머무는 법은 인연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인연을 물으십니까? 이 광명은 곧 염불이며 염불은 항상 머무는 것이라고 하며, 항상 머무는 법은 인연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인연을 물으십니까? 이 광명은 모든 성문ㆍ연각과 함께하지 않는 도[不共之道]이며, 모든 성문ㆍ연각과 함께하지 않는 도는 항상 머무는 것이라고 하며, 항상 머무는 법은 인연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인연을 물으십니까? 세존이시여, 역시 인연이 있으니, 무명이 없어짐으로 인하여 곧 환하게 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등불을 얻습니다.”
009_0183_c_03L文殊師 利言世尊如是光明名爲智慧智慧卽是常住常住之法無有因緣何佛問何因緣故有是光明是光明名大涅槃大涅槃者則名常住住之法不從因緣云何佛問何因緣有是光明是光明者卽是如來來者卽是常住常住之法不從因緣云何如來問於因緣光明者名大慈大悲大慈大悲者名爲常住常住之法不從因緣云何如來問於因緣明者卽是念佛念佛者是名常住住之法不從因緣云何如來問於因光明者卽是一切聲聞緣覺不共之道聲聞緣覺不共之道卽名常住常住之法不從因緣云何如來問於因緣世尊亦有因緣因滅無明則得熾然阿耨多羅三藐三菩提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너는 모든 법의 깊고 깊은 제일의제(第一義諦)에 들어가지 말고 세상법[世諦]으로써 해설하여라.”
009_0183_c_20L佛言文殊師利汝今莫入諸法甚深第一義諦應以世諦而解說之
009_0184_a_02L문수사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기서 동쪽으로 20항하사(恒河沙)만큼의 세계를 지나서 한 세계가 있는데 이름을 부동(不動)이라고 합니다. 그 부처님 계시는 곳은 가로와 세로가 똑같아서 1만 2천 유순이며, 땅은 7보로 되어 흙이나 돌이 없고 반듯하고 단정하고 부드러워 도랑과 구덩이가 없습니다. 그곳의 나무들은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있으니 금과 은과 유리와 파리이며, 꽃과 열매가 무성하여 없는 때가 없습니다. 만일 중생이 그 꽃향기를 맡으면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마치 비구가 제삼선(第三禪)에 든 듯합니다. 그 주위에 다시 3천의 강이 있는데, 물이 미묘하여 여덟 가지 맛이 갖추어졌으며 만일 중생이 그 물에서 목욕하면 즐겁기가 제이선(第二禪)에 들어간 비구와 같습니다. 그 물에 가지각색 꽃이 있으니 우발라화(優鉢羅花)ㆍ파두마화(波頭摩花)ㆍ구물두화(拘物頭花)ㆍ분타리화(分陀利花)ㆍ향화(香花)ㆍ대향화(大香花)ㆍ미묘항화(微妙香花)와 모든 중생들이 애호하는 꽃입니다.
009_0183_c_22L文殊師利世尊於此東方過二十恒河沙等世界有佛世界名曰不動其佛住處縱廣正等足滿一萬二千由旬其地七寶無有土石平正柔軟無諸溝坑 其諸樹木四寶所成琉璃及以頗梨花果茂盛無時不有若有衆生聞其花香身心安樂譬如比丘入第三禪周帀復有三千大河其水微妙八味具足若有衆生在中浴者所得喜樂譬如比丘入第二禪其河多有種種諸花優鉢羅花波頭摩花拘物頭花分陁利花香花大香花微妙香常花一切衆生無遮護花
그 강의 양쪽 언덕에도 여러 가지 꽃이 있으니 아제목다가화(阿提目多伽花)ㆍ점파화(占婆花)ㆍ파타라화(波吒羅花)ㆍ파사라화(婆師羅花)ㆍ마리가화(摩利迦花)ㆍ대마리가화(大摩利迦花)ㆍ신마리가화(新摩利迦花)ㆍ수마나화(須摩那花)ㆍ유제가화(由提迦花)ㆍ단누가리화(檀迦利花)ㆍ상화(常花) 등 모든 중생들이 좋아하는 꽃입니다.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리고, 네 가지 계단이 있으니 금ㆍ은ㆍ유리와 잡색 파리(頗梨)이며, 여러 가지 새들이 그 가운데 모여들고 또 한량없는 범ㆍ이리ㆍ사자 등 사나운 짐승들이 있으나 마음이 유순하여 어린 아기들처럼 서로 어울립니다.
009_0184_a_12L其河兩岸亦有衆花所謂阿提目多伽花婆花波咤羅花婆師羅花摩利迦花大摩利迦花新摩利迦花須摩那迦由提迦花檀㝹迦利花常花一切衆生無遮護花底布金沙有四梯梐琉璃雜色頗梨多有衆鳥遊集其上復有無量虎師子諸惡鳥獸其心相視猶如赤子
009_0184_b_02L그 세계에는 중대한 계율을 범한 자나 바른 법을 비방하는 자나 일천제(一闡提)나 5역죄를 짓는 자가 없으며, 그 토양이 조화롭고 기후가 알맞아 춥고 덥고 굶주리고 목마른 고통이 없고, 탐욕과 성내는 일과 방일하고 질투하는 일이 없고, 해와 달과 밤과 낮이 없는 것이 도리천(忉利天)과 같습니다. 그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광명이 있고 교만한 마음이 없어서 모든 사람이 다 보살들이며, 모두 다 신통을 얻었고 큰 공덕을 구족하였으며, 마음으로 바른 법을 존중하여 대승에 올라타며 대승을 사랑하며, 대승을 즐거워하며 대승을 애호하며, 큰 지혜를 이룩하여 큰 총지(摠持)를 얻었고 마음으로는 항상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깁니다. 부처님 명호는 만월광명(滿月光明)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계시는 곳을 따라 법을 강설하시니, 그 나라의 중생들은 그 부처님께서 유리광(琉璃光)보살마하살을 위하여 이와 같이 『대열반경』을 연설하시는 것을 듣지 못하는 이가 없습니다.
009_0184_a_20L彼世界中一切無有犯重禁者誹謗正法及一闡提五逆等罪其土調適無有寒熱飢渴苦惱無貪欲放逸嫉妒無有日月晝夜時節猶如第二忉利天上其土人民等有光明各各無有憍慢之心一切悉是菩薩大士皆得神通具大 功德其心悉皆尊重正法乘於大乘愛念大乘貪樂大乘護惜大乘大慧成就得大摠持心常憐愍一切衆生其佛號曰滿月光明如來應供正遍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隨所住處有所講宣其土衆生無不得聞爲琉璃光菩薩摩訶薩講宣如是『大涅槃經』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만일 『대열반경』을 수행하면 듣지 못한 것을 모두 듣게 된다’라고 하셨고, 저 유리광보살마하살이 만월광명(滿月光明)부처님께 여쭌 것도, 여기서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이 물은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009_0184_b_11L善男子菩薩摩訶薩若能修行『大涅槃經』所不聞者皆悉得聞彼琉璃光菩薩摩訶薩問滿月光明佛亦如此間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所問等無有異
009_0184_c_02L저 만월광명부처님께서 유리광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야, 여기서 서쪽으로 20항하사만큼의 부처님 국토를 지나면 거기 세계가 있는데, 이름이 사바(娑婆)이다. 그 세계에는 산과 구릉이 많고 흙ㆍ모래ㆍ자갈ㆍ돌ㆍ가시 등이 가득하며 항상 기갈과 춥고 더운 고통이 있으며, 그곳 사람들은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부모나 스승을 공경하지 않고 법답지 않은 것을 탐하며, 잘못된 법을 욕구하여 삿된 법을 행하고 바른 법을 믿지 않는다. 수명이 짧고 간사한 짓을 행하므로 국왕이 그것을 다스리며, 국왕이 나라를 가졌어도 만족할 줄을 모르고 다른 임금이 가진 토지에 탐심을 내어서 군대를 일으켜 서로 싸워 억울하게 죽는 이가 많다. 임금이 행하는 일이 이렇게 옳지 못하므로 사천왕과 선신들이 환희한 마음이 없고, 그리하여 가뭄과 재앙을 내려 곡식이 풍년 들지 못하고 괴질이 유행하여 백성들의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009_0184_b_16L彼滿月光明佛卽告琉璃光菩薩言善男子西方去此二十恒河沙佛土彼有世界名曰娑其土多有山陵堆阜土沙礫石毒刺周遍充滿常有飢渴寒熱其土人民不能恭敬沙門婆羅門父母師長貪著非法欲於非法修行邪法不信正法壽命短促有行奸詐王者治之王雖有國不知滿足於他所有生貪利心興師相伐抂死者衆王者修行如是非法四天善神心無歡喜故降災旱穀米不登人民多病苦惱無量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니, 이름은 석가모니(釋迦牟尼)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순수하고 두터워 중생을 불쌍하게 여기시고, 구시나성의 사라쌍수 사이에서 대중을 위하여 이와 같이 『대열반경』을 연설하신다. 거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광명변조고귀덕왕(光明遍照高貴德王)이다. 이미 이 일을 물은 것이 그대와 다름이 없어 부처님께서 지금 대답하시니, 네가 빨리 가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009_0184_c_05L彼中有佛號釋迦牟尼如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悲純厚愍衆生故於拘尸那城娑羅雙樹閒爲諸大衆敷演如是『大涅槃經』彼有菩薩名光明遍照高貴德王已問斯事如汝無異佛今答之汝可速往自當得聞
그리하여 유리광(琉璃光)보살은 이 말을 듣고 8만 4천 보살마하살과 더불어 이곳으로 오려 하므로 이런 상서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 광명이 있으니 이것은 인연이라고도 하고 인연이 아니라고도 한다.”
009_0184_c_12L世尊彼琉璃光菩薩聞是事已與八萬四千菩薩摩訶薩欲來至此故先現瑞以此因緣有此光明是名因緣亦非因緣
그때 유리광보살이 8만 4천 보살과 함께 많은 깃발과 일산과 향과 꽃과 영락과 가지가지 풍악이 앞의 것보다 갑절이나 훌륭한 것을 가지고 구시나성의 사라쌍수 사이로 와서, 가지고 온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얼굴을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았으며, 그렇게 공경하고 나서 물러가서 한쪽에 앉았다.
009_0184_c_15L爾時琉璃光菩薩與八萬四千諸菩薩俱持諸幡蓋香花瓔珞種種伎樂倍勝於前俱來至此拘尸那城娑羅雙樹閒己所持供養之具供養於佛頭面禮合掌恭敬右繞三帀修敬已畢坐一面
그때 세존께서 그 보살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도래(到來)하였는가, 도래하지 않았는가?”
009_0184_c_21L爾時世尊問彼菩薩善男子汝爲到爲不到來
009_0185_a_02L유리광보살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이르렀어도 오지 않았고, 이르지 않았어도 오지 않았으니, 제가 이 뜻을 관찰하건대 도무지 오는 일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행(行)이 항상하더라도 다시 오지 않았고, 무상하더라도 오지 않았습니다. 만일 사람이 중생의 성품이 있는 줄로 보면 오고 오지 않음이 있겠지만, 저는 지금 중생의 결정된 성품을 보지 않는데, 어찌 오고 오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교만이 있는 이는 가고 오는 일이 있음을 보지만, 교만이 없는 이는 가고 옴이 없습니다. 집착하는 행[取行]이 있는 이는 가고 옴이 있음을 보지만, 집착하는 행이 없는 이는 가고 옴이 없습니다. 만일 여래가 필경에 열반하는 줄로 보면 가고 옴이 있지만, 여래가 필경에 열반하는 줄로 보지 않으면 가고 옴이 없습니다.
009_0184_c_23L琉璃光菩薩言世尊亦不來不到亦不來我觀是義都無有來世尊諸行若常亦復不來若是無常亦無有來若人見有衆生性者有來不來我今不見衆生定性云何當言有來不來有憍慢者見有去來無憍慢者則無去來有取行者見有去來無取行者則無去來若見如來畢竟涅槃則有去來不見如來畢竟涅槃則無去來
불성을 듣지 못한 이는 가고 옴이 있지만 불성을 들은 이는 가고 옴이 없습니다. 성문ㆍ벽지불에게 열반이 있는 줄로 보는 이는 가고 옴이 있지만, 성문ㆍ벽지불에게 열반이 있는 줄로 보지 않는 이는 가고 옴이 없습니다. 성문ㆍ벽지불에게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보는 이는 가고 옴이 있지만 보지 않는 이는 가고 옴이 없습니다. 여래에게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이 없는 줄로 보는 이는 가고 옴이 있지만, 여래가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줄로 보는 이는 가고 옴이 없습니다. 이 일은 그만두고 여쭐 일이 있으니 가엾이 여기시고 허락해주십시오.”
009_0185_a_09L不聞佛性則有去來聞佛性者則無去來若見聲聞辟支佛人有涅槃者則有去來不見聲聞辟支佛人有涅槃者則無去來若見聲聞辟支佛人常樂我淨則有去來若不見者則無去來若見如來無常樂我淨則有去來若見如來常樂我則無去來世尊且置斯事欲有所唯垂哀愍少見聽許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음대로 물어라. 지금이 바로 물을 때이다. 내가 너를 위하여 하나하나 설명해 주겠다. 그 까닭을 말하자면 부처님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우담꽃과 같고, 법도 그러하여 듣기 어려우며, 12부 경전에서 방등경[方等]은 더욱 어렵다. 그러므로 전일한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009_0185_a_17L佛言善男子隨意所問今正是時我當爲汝分別解說所以者何諸佛難値如優曇花法亦如是難可得聞十二部經中等復難是故應當專心聽受
그때 유리광보살마하살은 이미 허락을 받았고, 또 경계하는 가르침을 받았기에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말하여 보살마하살이 『대열반경』을 수행하여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고 합니까?”
009_0185_a_21L時琉璃光菩薩摩訶薩旣蒙聽許兼被誡勅卽白佛言世尊云何菩薩摩訶薩有能修行『大涅槃經』聞所不聞
009_0185_b_02L“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야, 그대는 지금 이와 같은 대승 대열반의 바다를 다하고자 하여 나의 훌륭한 해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너에게 있는 의심의 그물과 독화살은 내가 큰 의원이 되어 잘 뽑아줄 것이며, 네가 불성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였으니 내게 있는 지혜의 횃불로 능히 밝게 비쳐줄 것이며, 네가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려 하니 나는 능히 너를 위하여 큰 뱃사공이 되어 줄 것이며, 네가 나를 부모같이 생각하니 나도 너를 아들처럼 생각할 것이며, 네가 마음으로 법보를 탐구하니 나에게 있는 것을 너에게 보시하여 주겠다. 자세하게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해 분별하여 해석하겠다.
009_0185_a_24L爾時來讚言善哉善哉善男子汝今欲盡如是大乘大涅槃海正復値我能善 解說汝今所有疑網毒鏃我爲大醫能善拔出汝於佛性猶未明了我有慧炬能爲照明汝今欲度生死大河我能爲汝作大舩師汝於我所生父母想我亦於汝生赤子心汝心今者貪正法寶値我多有能相惠施諦聽諦聽善思念之吾當爲汝分別宣釋
선남자야, 법을 들으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법을 듣고 나서는 마땅히 공경하고 믿음을 내어 지성으로 듣고 공경하고 존중하라. 바른 법에 대하여 허물을 찾지 말며,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을 생각하지 말며, 법사의 문벌이 높고 낮음을 보지 말며, 법을 듣고 나서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며, 공경과 명예와 이양을 위하지 말고 세상을 건지는 감로법이 되어야 한다. 또 이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법을 듣고 나서 먼저 내 몸을 제도하고, 그런 뒤에 남을 제도하리라. 먼저 내 몸을 해탈하고 그런 뒤에 남을 해탈케 하리라. 먼저 내 몸을 편안케 한 뒤에 남을 편안케 하리라. 먼저 내가 열반한 뒤에 다른 이도 열반을 얻게 하리라.’
009_0185_b_10L善男子欲聽法者今正是時若聞法當生敬信至心聽受恭敬尊重正法所莫求其過莫念貪欲瞋恚莫睹法師種性好惡旣聞法已生憍慢莫爲恭敬名譽利養當爲度世甘露法利亦莫生念我聽法已自度身然後度人先自解身然後解先自安身然後安人先自涅槃後令人而得涅槃
009_0185_c_02L부처님과 교법과 승가에 평등한 생각을 내며, 나고 죽는 데는 괴로운 생각을 내며, 대열반에는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생각을 내며, 먼저 다른 이를 위하고 나중에 나를 위하며, 대승을 위하고 2승을 위하지 말며, 모든 법에 머무는 바가 없어야 하며, 모든 법의 모양만을 집착하지 말며, 모든 법에 대하여 탐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항상 법을 알고 법을 보려는 생각을 내야 한다. 선남자야, 그대가 능히 이렇게 지성으로 법을 들으면 이것을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고 한다.
009_0185_b_19L於佛僧應生等於生死中生大苦想於大涅槃應生常樂我淨之想先爲他人然後爲當爲大乘莫爲二乘於一切法當無所住亦莫專執一切法相於諸法中莫生貪相常生知法見法之相男子汝能如是至心聽法是則名爲聞所不聞
선남자야, 듣지 못하면서 들음이 있고, 듣지 못하면서 듣지 못함이 있고, 들으면서 듣지 못함이 있고, 들으면서 들음이 있다. 선남자야, 나지 않으면서 나고, 나지 않으면서 나지 않고, 나면서 나지 않고, 나면서 나는 것과 같으며, 또 이르지 않으면서 이르고, 이르지 않으면서 이르지 않고, 이르면서 이르지 않고, 이르면서 이르는 것과 같다.”
009_0185_c_03L善男子有不聞聞有不聞 不聞有聞不聞有聞聞善男子如不生生不生不生生不生生生如不到不到不到到不到到到
“세존이시여, 무엇을 나지 않으면서 나는 것[不生生]이라고 말합니까?”
009_0185_c_06L世尊云何不生生
“선남자야, 세제(世諦)에 편안히 머물러서 처음 태에서 나올 때를 일러 나지 않으면서 난다고 한다.
009_0185_c_07L善男子安住世諦初出胎時是名不生生
어떤 것을 나지 않으면서 나지 않는다[不生不生]고 하는가?
云何不生不生
선남자야, 이 대열반은 나는 모습이 없으니 이것을 일러 나지 않으면서 나지 않는다고 한다.
009_0185_c_08L善男子是大涅槃無有生相是名不生不生
어떤 것을 나면서 나지 않는다[生不生]고 하는가?
009_0185_c_09L云何生不生
선남자야, 세제에서 죽는 때를 일러 나면서 나지 않는다고 한다.
009_0185_c_10L善男子世諦死時是名生不生
어떤 것을 나면서 난다[生生]고 하는가?
云何生生
선남자야, 온갖 범부들을 일러 나면서 난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고 나는 것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며, 온갖 유루(有漏)들이 찰나찰나 나는 까닭으로 이것을 일러 나면서 난다고 한다. 4주(住) 보살을 일러 나는 것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것이 자재한 까닭으로 나면서 나지 않는다고 한다. 선남자야, 이것을 안의 법[內法]이라고 한다.
009_0185_c_11L善男子一切凡夫是名生生何以故生生不斷故一切有漏念念生故是名生生四住菩薩名生不生何以故生自在故是名生不生善男子是名內法
무엇을 밖의 법[外法]이라고 하는가? 나지 못하는 것이 나며[未生生], 나지 못하는 것이 나지 못하며[未生未生], 나는 것이 나지 못하며[生未生], 나는 것이 나는 것[生生]이다.
009_0185_c_15L云何外法未生生未生未生生未生生生
선남자야, 마치 종자에서 싹이 나지 못할 때에 4대가 화합하고 사람이 공들여 가꾸면 나게 되는 것과 같다. 이것을 일러 나지 못하는 것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009_0185_c_16L善男子譬如種子未生牙時得四大和合功作業然後乃生是名未生生
무엇을 나지 못하는 것이 나지 못한다고 하는가?
009_0185_c_18L云何未生未生
마치 썩은 종자가 연(緣)을 만나지 못한 것과 같으니, 이런 것을 일러 나지 못하는 것이 나지 못한다고 한다.
009_0185_c_19L譬如敗種及未遇緣如是等輩名未生未生
무엇을 나는 것이 나지 못한다고 하는가?
云何生未生
마치 싹이 나고도 자라지 못하는 것을 일러 나는 것이 나지 못한다고 한다.
009_0185_c_20L如牙生已而不增長是名生未生
무엇을 나는 것이 난다고 하는가?
009_0185_c_21L云何生
마치 싹이 나서 자라는 것과 같지만 만일 나는 것이 나지 못하면 자라는 일이 없다. 이러한 모든 유루법을 일러 밖의 법의 나는 것이 난다고 한다.”
009_0185_c_22L如牙增長若生不生則無增長是一切有漏是名外法生生
009_0186_a_02L유리광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유루의 법이 만일 난다면 항상함이 됩니까, 무상함이 됩니까? 나는 것이 만일 항상하다면 유루의 법은 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나는 것이 만일 무상하다면 유루의 법이 항상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나는 것이 능히 스스로 난다면 나는 것이 제 성품이 없을 것이며, 만일 능히 다른 것을 낸다면 무슨 인연으로 무루(無漏)는 내지 못합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나지 않았을 때에 나는 일이 있었다면 어찌하여 이제야 났다고 합니까? 만일 나지 않았을 때에 나는 일이 없었다면 어찌하여 허공이 났다고는 말하지 않습니까?”
009_0185_c_23L琉璃光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有漏之法若有生者爲是常耶是無常乎生若是常有漏之法則無有生生若無常則有漏是常世尊若生能自生生無自性若能生他以何因緣不生無漏世尊若未生時有生者云何於今乃名爲生若未生時無生者何故不說虛空爲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야, 나지 않는 것이 난다는 것도 말할 수 없고, 나는 것이 난다는 것도 말할 수 없고, 나는 것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할 수 없고, 나지 않는 것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할 수 없고, 나는 것도 말할 수 없고, 나지 않는 것도 말할 수 없지만, 인연이 있으므로 말할 수 있다. 어찌하여 나지 않는 것이 난다는 것을 말할 수 없다고 하는가? 나지 않는 것을 난다고 하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그가 났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나는 것이 난다는 것을 말할 수 없다고 하는가? 나는 것이 나는 까닭으로 나고, 나는 것이 나는 까닭으로 나지 않으므로 역시 말할 수 없다. 어찌하여 나는 것이 나지 않음을 말할 수 없다고 하는가? 나는 것은 났다고 하지만, 나는 것이 스스로 나지 않으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하여 나지 않는 것이 나지 않음을 말할 수 없다고 하는가? 나지 않는 것을 일러 열반이라고 하는데, 열반은 나지 않으므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도를 닦아서야 얻기 때문이다.
009_0186_a_08L佛言善哉善哉善男子生生不可說生生亦不可說生不生亦不可說不生不生亦不可說生亦不可說不生亦不可說有因緣故可得說云何不生生不可說不生名爲生云何可說何以故以其生故何生生不可說生生故生生生故不生亦不可說云何生不生不可說卽名爲生生不自生故不可說云何不生不生不可說不生者名爲涅槃涅槃不生故不可說何以故以修道得故
어찌하여 나는 것도 말할 수 없다고 하는가? 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나지 않는 것도 말할 수 없다고 하는가? 얻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인연이 있으므로 말할 수도 있다고 하느냐? 열 가지 인연법12)이 나는 것의 인이 되니, 그런 이치로 말할 수가 있다.
009_0186_a_19L云何生亦不可說以生無故何不生不可說以有得故云何有因緣故亦可得說十因緣法爲生作因以是義故亦可得說
선남자야, 그대는 깊고 깊은 공한 정[空定]에 들어가지 마라. 왜냐하면 대중이 둔한 까닭이다.
009_0186_a_22L善男子汝今莫入甚深空定何以故大衆鈍故
009_0186_b_02L선남자야, 함이 있는 법은 나는 것이 항상하지만 머무는 것[住]이 무상하므로 나는 것도 무상하며, 머무는 것이 항상하지만 나는 것로 내게 되므로 머무는 것도 무상하며, 달라지는 것[異]이 항상하지만, 법이 무상하므로 달라지는 것도 무상하며, 무너지는 것[壞]이 항상하지만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으므로 무너지는 것도 무상하다.
009_0186_a_23L善男有爲之法生亦是常以住無常亦無常住亦是常以生生故住亦無異亦是常以法無常異亦無常亦是常以本無今有故壞亦無常
선남자야, 성품인 까닭으로 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무너지는 것이 모두 항상하지만 찰나찰나 멸하는 까닭으로 항상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대열반으로써 끊어 없앨 수 있으므로 무상하다고 한다.
009_0186_b_04L男子以性故壞皆悉是常念滅故不可說常是大涅槃能斷滅故名無常
선남자야, 유루의 법은 나지 않았을 때에 벌써 나는 성품이 있으므로 나는 것이 능히 내지만, 무루의 법은 본래 나는 성품이 없으므로 나는 것이 능히 내지 못한다. 마치 불은 본래 성품이 있으므로 연을 만나면 불이 나는 것이며, 눈은 본래 보는 성품이 있으므로 빛을 원인으로 하고 밝음을 원인으로 하고 마음을 원인으로 하여서 보는 것과 같다. 중생의 나는 법도 그와 같아서 본래 성품이 있으므로 업의 인연과 부모가 화합함을 만나면 나는 것이다.”
009_0186_b_07L善男子有漏之法未生之時已有生性故生能生無漏之法本無生性是故生不能生如火有本遇緣則發眼有見性因色因明心故見衆生生法亦復如是由本有遇業因緣父母和合則便有生
그때 유리광보살마하살과 8만 4천 보살마하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나서 공중으로 다라나무의 7배 높이까지 솟아올라서 합장하고 공경하여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의 은근한 가르침을 입어 대열반으로 인하여 비로소 깨닫고 듣지 못한 바를 들었습니다. 또한 8만 4천 보살들로 하여금 모든 법이 나지 않으면서 나는 것들을 깊이 알게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알고서 의심을 끊었으나, 이 회상에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을 무외(無畏)라고 하는데, 부처님께 여쭙고자 하니 허락해주십시오.”
009_0186_b_12L琉璃光菩薩摩訶薩及八萬四千菩薩摩訶薩聞是法已踊在虛空七多羅樹恭敬合掌而白佛言世尊我蒙如來慇懃教誨因大涅槃始得悟解聞所不聞亦令八萬四千菩薩深解諸法不生生等世尊我今已解斷諸疑網然此會中有一菩薩名曰無畏復欲諮稟唯垂聽許
그때 세존께서는 무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음대로 물어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해설하겠다.”
009_0186_b_20L爾時世尊告無畏菩薩善男子隨意問難吾當爲汝分別解說
009_0186_c_02L그때 무외보살이 6만[어떤 판본에서는 8만이라 함] 4천 보살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 하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계의 중생들은 무슨 업을 지어야 저 부동(不動)세계에 가서 날 수 있습니까? 그 세계의 보살들은 어떻게 지혜가 성취되었으며, 사람 중의 코끼리 왕으로서 큰 위덕이 있으며, 모든 행을 갖추어 닦아서 영리한 지혜가 빠르며, 듣고 나서 곧 이해합니까?”
009_0186_b_22L爾時無畏菩薩與六萬一本云與八萬四千諸菩薩等俱從座起整衣服長跪合掌而白佛言世尊土衆生當造何業而得生彼不動世其土菩薩云何而得智慧成就中象王有大威德具修諸行利智捷聞則能解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卽說偈言

중생의 목숨 해치지 않고
여러 가지 계율을 굳게 지키며
부처님의 미묘한 가르침 받으면
곧 부동국(不動國)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05L不害衆生命
堅持諸禁戒
受佛微妙教
則生不動國

다른 이의 귀한 재물 빼앗지 않고
항상 모두에게 보시를 하며
초제[招提]와 승방을 지으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07L不奪他人財
常施惠一切
造招提僧坊
則生不動國

남의 여자를 범하지 않고
때가 아니면 자기 처도 범하지 않으며
계행 지키는 이에게 와구(臥具)를 보시 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08L不犯他婦女
自妻不非時
施持戒臥具
則生不動國

나와 남의 이익을 위하여
아무리 두려운 일 닥치더라도
입을 삼가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09L不爲自他故
求利及恐怖
愼口不妄語
則生不動國

언제라도 선지식을 헐뜯지 않고
좋지 못한 권속들을 멀리 떠나며
입으로는 화합한 말 항상 말하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1L莫壞善知識
遠離惡眷屬
口常和合語
則生不動國

저 모든 보살마하살처럼
나쁜 말은 입안에서 멀리 여의고
사람들이 즐겨 듣는 말만 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2L如諸菩薩等
常離於惡口
所說人樂聞
則生不動國

희롱으로 웃는 말을 할 때에라도
때가 아닌 말은 말하지 않고
조심조심 말할 때만 말을 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3L乃至於戲笑
不說非時語
謹愼常時說
則生不動國

다른 이가 이양(利養)을 얻는 일 보고
어느 때나 즐거운 마음을 내어
시기하고 질투하는 생각 없으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5L見他得利養
常生歡喜心
不起嫉妒結
則生不動國

중생들을 고뇌하게 하지도 않고
어느 때나 인자한 마음을 내며
방편으로 짓는 악도 내지 않으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6L不惱於衆生
常生於慈心
不生方便惡
則生不動國

잘못된 소견으로 보시도 없고
부모와 과거 미래도 없다고 하는
이러한 나쁜 소견 내지 않으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7L邪見言無施
父母及去來
不起如是見
則生不動國

넓은 벌판 먼 길에는 우물을 파고
간 데마다 과실나무 많이 심으며
거지에겐 좋은 음식 항상 준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19L曠路作好井
種殖果樹林
常施乞者食
則生不動國

부처님과 법보와 스님들에게
향 한 개나 등불 하나 공양하거나
하다못해 꽃 한 송이 바치더라도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20L若於佛法僧
供養一香燈
乃至獻一花
則生不動國

두려움을 모면하기 위하여서나
이양이나 복덕을 얻기 위하여
이 경전을 한 게송만 쓴다 하여도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21L若爲恐怖故
利養及福德
書是經一偈
則生不動國

어떤 이가 복덕ㆍ이양 얻기 위하여
여러 날은 그만두고 하루 동안만이라도
이 경전을 외우고 읽는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23L若爲悕利福
能於一日中
讀誦是經典
則生不動國

어떤 이가 무상도를 얻기 위하여
하루 낮과 하룻밤 동안이라도
정성으로 8계재(戒齋)13)를 받아 지니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6_c_24L若爲無上道
一日一夜中
受持八戒齋
則生不動國
009_0187_a_02L
크고 중한 계율을 범한 사람과
한곳에서 함께 있지 않거나
방등경전 훼방한 이 꾸짖는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7_a_02L不與犯重禁
同共一處住
呵謗方等者
則生不動國

어떤 이가 병난 사람 살펴보거나
맛난 과실 한 개라도 보시하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간호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7_a_04L若能施病者
乃至於一果
歡喜而瞻視
則生不動國

스님들의 쓰는 물건 범하지 않고
부처님의 상주(常住)물을 잘 지키며
절 도량을 잘 치우고 소제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7_a_05L不犯僧鬘物
善守於佛物
塗掃佛僧地
則生不動國

부처님 형상이나 부처님 탑을
엄지손가락만하게라도 조성해 놓고
어느 때나 즐거운 맘 항상 낸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7_a_06L造像及佛塔
猶如大拇指
常生歡喜心
則生不動國

대반열반 이 경전을 위하는 마음
내 몸이나 재물 보배 아끼지 않고
설법하는 법사에게 보시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7_a_08L若爲是經典
自身及財寶
施於說法者
則生不動國

부처님의 비밀한 이런 법장을
듣거나 배우거나 읽고 외우며
쓰거나 통달하여 해설한다면
곧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009_0187_a_09L若能聽書寫
受持及讀誦
諸佛秘密藏
則生不動國

그때 무외보살마하살은 이렇게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짓는 업을 따라서 저 세계에 태어나게 되는 일을 알았습니다. 이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겨 먼저 여쭌 바를 여래께서 해설하시면, 세간 사람ㆍ천상 사람ㆍ아수라ㆍ건달바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들을 이익되고 안락하게 할 것입니다.”
009_0187_a_10L爾時無畏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我今已知所造業緣得生彼國是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普爲憐愍一切衆生先所諮問如來若說則能利益安樂人阿修羅乾闥婆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等
009_0187_b_02L부처님께서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야, 그대는 지금 여기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들어라. 내가 그대에게 낱낱이 말해 주겠다. 인연이 있으므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르지 못하고, 인연이 있으므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르고, 인연이 있으므로 이를 데에 이르지 않고, 인연이 있으므로 이를 데에 이른다. 무슨 인연으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르지 못하는가? 선남자야, 이르지 못할 데는 대열반인데, 범부는 이르지 못한다.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있는 탓이며, 몸으로 짓는 업과 입으로 짓는 업이 깨끗하지 못한 탓이며, 모든 깨끗하지 않은 물건을 받아 둔 탓이며, 4중금(重禁)을 범한 탓이며, 방등경을 비방한 탓이며, 일천제인 탓이며, 5역죄를 지은 탓이다. 이런 이치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009_0187_a_16L爾時尊卽告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善哉善男子汝今於此當至心聽吾當爲汝分別解說有因緣故未到不到有因緣故不到到有因緣故不到有因緣故到到何因緣故未到不到善男子夫不到者是大涅槃夫未到以有貪欲瞋恚愚癡故身業口業不淸淨故及受一切不淨物故犯四重故謗方等故一闡提故五逆罪故以是義故未到不到
선남자야, 무슨 인연으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르는가? 이르지 못할 데는 대열반인데, 어떠한 뜻으로 이르는가? 탐욕ㆍ성내는 일ㆍ어리석음과 몸과 입으로 짓는 나쁜 짓을 아주 끊은 까닭이며, 온갖 부정한 물건을 받지 않은 까닭이며, 4중금을 범하지 않은 까닭이며, 방등경전을 비방하지 않은 까닭이며, 일천제가 되지 않은 까닭이며, 5역죄를 짓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뜻으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른다고 하며, 수다원은 8만 겁에 이르고, 사다함은 6만 겁에 이르고, 아나함은 4만 겁에 이르고, 아라한은 2만 겁에 이르고, 벽지불은 10천(千) 겁에 이른다. 이런 뜻으로 이르지 못할 데에 이른다고 한다.
009_0187_b_03L善男子因緣故不到到不到者名大涅槃義故到永斷貪欲瞋恚愚癡身口惡不受一切不淨物故不犯四重故不謗方等經故不作一闡提故不作五逆罪故以是義故名不到到須陁洹者八萬劫到斯陁含者六萬劫到阿那含者四萬劫到阿羅漢者二萬劫到辟支佛者十千劫到以是義故名不到到
선남자야, 무슨 인연으로 이를 데에 이르지 않는다고 하는가? 이를 데라 고 함은 25유(有)이다. 모든 중생이 한량없는 번뇌의 온갖 결박에 덮여서 갔다 왔다 하면서 끊지 못하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가 도는 것 같아 이것을 이른다 고 한다. 성문과 연각과 보살들은 이미 영원히 끊었으므로 이르지 않는다고 하며,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그 가운데 일부러 있으므로 이른다고도 한다.
009_0187_b_12L善男子何因緣故名到不到者名爲二十五有一切衆生常爲無量煩惱諸結之所覆蔽往來不猶如輪轉是名爲到聲聞緣覺及諸菩薩已得永離故名不到爲欲化度諸衆生故示現在中亦名爲到
009_0187_c_02L선남자야, 무슨 인연으로 이를 데에 이른다고 하는가? 이를 데라고 함은 25유인데, 온갖 범부들과 수다원(須陀洹), 나아가 아나함(阿那含)은 번뇌의 인연으로 이를 데에 이른다고 한다. 선남자야, 듣지 못한 것을 듣는다고 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듣지 못할 것을 듣는 일도 있고, 듣지 못할 것을 듣지 못하는 일도 있고, 듣는 것을 듣지 않는 일도 있고, 듣는 것을 듣는 일도 있다. 어찌하여 듣지 못할 것을 듣는다고 하는가? 선남자야, 듣지 못할 것을 대열반이라고 하니, 어찌하여 듣지 못한다고 하는가? 함이 있는[無爲] 것이 아닌 까닭이며, 음성(音聲)이 아닌 까닭이며, 말할 수 없는[不可說] 까닭이다. 어찌하여 듣는다고 하는가? 이름을 들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른바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이다. 이런 이치로 듣지 못할 것을 듣는다고 한다.”
009_0187_b_17L男子何因緣故名爲到到到者卽是二十五有一切凡夫須陁洹乃至阿那含煩惱因緣故名到到善男子所不聞亦復如是有不聞聞有不聞不聞有聞不聞有聞聞云何不聞聞善男子不聞者名大涅槃何故不聞非有爲故非音聲故不可說故云何亦聞得聞名故所謂常樂我淨以是義故名不聞聞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대열반을 들을 수 없다면, 어찌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들을 수 있다’고 하십니까?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번뇌를 끊은 이는 열반을 얻었다고 하고, 번뇌를 끊지 못한 이는 얻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치로 열반의 성품은 본래는 없으나 지금은 있다고 합니다. 만일 세간의 법이 본래는 없다가 지금에 있다면 무상하다고 합니다. 마치 병(甁) 따위가 본래는 없다가 지금에 있으니 이미 있다가는 도로 없어지므로 무상하다고 하는데, 열반이 만일 그렇다면 어찌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하겠습니까? 또 세존이시여, 무릇 장엄함을 인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무상하다고 합니다. 열반이 만일 그러하면 으레 무상하다고 할 것입니다. 무엇을 인연이라고 합니까? 37품(品)ㆍ6바라밀ㆍ4무량심(無量心)ㆍ뼈의 모양을 관함[骨相觀]ㆍ아나파나(阿那波那)14)ㆍ6념처(念處)ㆍ6대(大)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런 법들은 모두 열반을 성취하는 인연이므로 무상하다고 합니다.
009_0187_c_03L爾時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如佛所說大涅槃者不可得聞云何復言常樂我淨而可得聞何以故世尊煩惱者名得涅槃若未斷者名爲不以是義故涅槃之性本無今有世閒法本無今有則名無常譬如甁本無今有已有還無故名無常槃亦爾云何說言常樂我淨復次凡因莊嚴而得成者悉名無常槃若爾應是無常何等因緣所謂三十七品六波羅蜜四無量心觀於骨阿那波那六念處破析六大如是等法皆是成就涅槃因緣故名無常
또 세존이시여, 있는 것을 무상하다고 하니, 만일 열반이 있는 것이라면 역시 무상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예전에 『아함(阿含)』에서 말씀하시기를, ‘성문과 연각과 부처가 다 열반이 있다’고 하셨으니, 이런 뜻으로 무상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009_0187_c_16L復次世尊有名無常若涅槃是有應無常如佛昔於『阿含』中說聲聞諸佛世尊皆有涅槃以是義故爲無常
또 세존이시여, 볼 수 있는 법을 무상하다고 하니, 부처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열반을 보는 이는 온갖 번뇌를 끊는다’고 하셨습니다. 또 세존이시여, 마치 허공이 중생들에게 평등하여 장애가 없으므로 항상하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만일 열반이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중생이 얻기도 하고 얻지 못하기도 합니까? 열반이 그와 같이 중생들에게 불평등하다면 항상하다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009_0187_c_20L復次世尊可見之法名爲無如佛先說見涅槃者則得斷除一切煩惱復次世尊譬如虛空於諸衆生等無障㝵故名爲常若使涅槃是常等者何故衆生有得不得涅槃若於諸衆生不平等者則不名常
009_0188_a_02L세존이시여, 마치 100사람에게 공통한 한 사람의 원수가 있을 때에 그 원수를 살해하면 여러 사람이 즐거울 것입니다. 만일 열반이 평등한 법이라면 한 사람이 얻을 때에 여러 사람이 함께 얻을 것이니, 한 사람이 번뇌를 끊으면 여러 사람도 번뇌를 끊을 것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항상하다고 하겠습니까?
009_0188_a_02L譬如百人共有一怨若害此怨多人受樂若使涅槃是平等法一人得時應多人得一人斷結應多人亦若不如是云何名常
어떤 사람이 임금이나 왕자나 부모나 스승에게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고 이양을 얻으면 이것은 항상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열반도 그러하여 항상하다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예전에 『아함』 가운데에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만일 사람이 열반을 공경하면 번뇌의 결박을 끊고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뜻으로 항상하다고 이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열반에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는 이름이 있으면 항상하다고만 이름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없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009_0188_a_06L譬如有人恭敬供養尊重讚歎國王王子父母則得利養是不名常涅槃亦爾名爲常何以故如佛昔於『阿含經』中告阿難言若有人能恭敬涅槃則得斷結受無量樂以是義故不名爲常世尊若涅槃中有常樂我淨名者名爲常如其無者云何可說
그때 세존께서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열반의 자체는 본래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열반의 자체가 본래 없다가 지금 있다면 무루(無漏)의 항상 머무는 법이 아닐 것이다. 부처가 있거나 없거나 성품과 모양이 항상 있지만 중생들은 번뇌에 가렸으므로 열반을 보지 못하고 없다고 하며, 보살마하살은 계율과 선정과 지혜로써 마음을 닦아 번뇌를 끊었으므로 문득 보는 것이다. 열반은 항상 머무는 법으로서 본래는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항상하다고 한다.
009_0188_a_13L爾時世尊告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言涅槃之體非本無今有若涅槃體本無今有者則非無漏常住之法有佛無佛性相常住以諸衆生煩惱覆故不見涅槃便謂爲無薩摩訶薩以戒定慧勤修其心斷煩惱已便得見之當知涅槃是常住法非本無今有是故爲常
009_0188_b_02L선남자야, 어두운 우물 속에 갖가지 7보가 있는 것을 사람들도 알지만 어두워서 보지 못한다. 지혜 있는 사람이 방편을 알고서 등불을 켜 가지고 가서 비추면 모두 보게 된다. 이 사람들은 여기서 생각하기를 ‘물과 7보가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다’고 하지 않는다. 열반도 그와 같아서 본래부터 있는 것이며, 지금 비로소 있는 것이 아니다. 번뇌가 어두워서 보지 못하는데, 큰 지혜인 여래가 알맞은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서 보살들로 하여금 열반의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보게 하신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다고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009_0188_a_21L善男子如闇室中井種種七寶人亦知有闇故不有智之人善知方便然大明燈往照了悉得見之是人於此終不生水及七寶本無今有涅槃亦爾自有之非適今也煩惱闇故衆生不大智如來以善方便燃智慧燈諸菩薩得見涅槃常樂我淨是故智者於此涅槃不應說言本無今有
선남자야, 그대가 말하기를 ‘장엄을 인하여 보리를 이루는 것이라서 무상하다’고 하는 것은 그 이치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선남자야, 열반의 자체는 나는 것도 아니며 나오는 것도 아니며 진실한 것도 아니며 빈 것도 아니며 업을 지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유루(有漏)인 함이 있는 법이 아니며, 들을 것도 아니며 볼 것도 아니며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죽는 것도 아니며, 다른 모양도 아니며 같은 모양도 아니다. 가는 것도 아니며 돌아오는 것도 아니며,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니며, 하나도 아니며 여럿도 아니며 긴 것도 아니며 짧은 것도 아니며, 둥근 것도 아니며 모난 것도 아니며, 뾰족한 것도 아니며 비낀 것도 아니다. 있는 모양도 아니며 없는 모양도 아니며, 이름도 아니며 빛도 아니며, 인도 아니며 과도 아니며, 나와 나의 것도 아니다. 이런 이치로 열반은 항상한 것이며 영원히 변역하지 않는 것이지만,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선한 법을 닦아 모아서 스스로 장엄한 뒤에야 보게 된다.
009_0188_b_06L男子汝言因莊嚴故得成涅槃應無是亦不然何以故善男子涅槃之體非生非出非實非虛非作業生非是有漏有爲之法非聞非見非墮非死非別異相亦非同相非往非還非去來今非一非多非長非短非圓非方非尖非斜非有相非無相非名非色非因非果非我我所以是義故涅槃是常恒不變易是以無量阿僧祇劫修集善法以自莊嚴然後乃見
선남자야, 비유하면 땅 밑에 여덟 가지 맛을 가진 물이 있는 것을 모든 중생들이 얻지 못하는데, 지혜 있는 사람이 공력을 들여서 파면 얻게 되는 것처럼 열반도 그와 같다. 마치 눈먼 사람이 해와 달을 보지 못하다가 용한 의원이 눈을 치료하여 고치면 보게 되는 것처럼, 해와 달은 본래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다. 열반도 그와 같아서 원래 있었던 것이며 지금에야 있는 것이 아니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죄가 있어 옥에 갇혔다가 오랜 뒤에 놓여나와 집에 돌아가면 부모ㆍ형제ㆍ처자ㆍ권속들을 보게 되는 것처럼 열반도 그와 같다.
009_0188_b_16L善男子譬如地下有八味水一切衆生而不能得有智之人施功穿掘便得之涅槃亦爾譬如盲人不見日良醫療之則便得見而是日月非是本無今有涅槃亦爾先自有之適今也善男子如人有罪繫之囹圄久乃得出還家得見父母兄弟妻子眷屬涅槃亦爾
009_0188_c_02L선남자야, 네가 말하기를 ‘인연이기 때문에 열반의 법이 무상하다’고 하는 것도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선남자야, 인(因)에 다섯 가지가 있으니,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내는 인[生因]이며, 둘째는 화합하는 인[和合因]이며, 셋째는 머무는 인[住因]이며, 넷째는 자라는 인[增長因]이며, 다섯째는 먼 인[遠因]이다. 무엇을 내는 인이라고 하는가? 내는 인이란 곧 업과 번뇌이며 밖으로는 초목의 종자들이다. 이것을 내는 인이라고 한다.
009_0188_b_24L善男子汝言因緣故涅槃之法應無常者是亦不然何以善男子因有五種何等爲五一者生因二者和合因三者住因四者長因五者遠因云何生因生因者是業煩惱等及外諸草木子是名生
무엇을 화합하는 인이라고 하는가? 선한 것은 선한 마음과 화합하고, 선하지 못한 것은 선하지 못한 마음과 화합하고, 기억이 없는 것[無記]은 기억이 없는 마음과 화합하는 것이니, 이것을 화합하는 인이라고 한다.
009_0188_c_07L云何和合因如善與善心和合善與不善心和合無記與無記心和是名和合因
무엇을 머무는 인이라고 하는가? 마치 아래에 기둥이 있으면 집이 무너지지 않고, 산과 강과 초목은 땅을 인하여 머물러 있는 것과 같이 안으로 4대와 한량없는 번뇌가 있으므로 중생이 머물러 있다. 이것을 머무는 인이라고 한다.
009_0188_c_09L云何住因如下有柱屋則不墮山河樹木因大地故而得住立內有四大無量煩惱衆生得住是名住因
무엇을 자라는 인이라고 하는가? 의복과 음식 따위를 인연하여 중생이 자라는 것이다. 마치 종자가 불에 타지 않고 새가 먹지 않으면 자라는 것 같으며, 사문(沙門)이나 바라문들이 화상(和上)이나 선지식을 의지하여 자라는 것 같으며, 부모를 인하여 아들이 자라는 것들이니, 이것을 자라는 인이라고 한다.
009_0188_c_12L云何增長因因緣衣服食等故令衆生增長如外種子火所不燒鳥所不食則得增長如諸沙門婆羅門等依因和上善知識等而得增長如因父母子得增長是名增長
무엇을 먼 인이라고 하는가? 마치 주문 때문에 귀신이 해치지 못하고 독이 해치지 못하며, 임금을 의지하여 도적이 없으며 싹이 땅과 물과 더운 것과 바람 등에 의지하는 것과 같고, 물과 젓는 것과 사람의 노력이 생소[酥]의 먼 인이 되며, 밝음[明]과 빛이 식(識)의 먼 인이 되며, 부모의 정기와 피가 중생의 먼 인이 되며 시절 같은 것을 이름하여 먼 인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열반의 자체는 이러한 다섯 가지 인으로 이룬 것이 아닌데, 어찌하여 무상의 인이라고 말하겠는가?
009_0188_c_17L云何遠因譬如因呪鬼不能害不能中依憑國王無有盜賊如芽依因地風等如水攢及人爲蘇遠如明色等爲識遠因父母精血爲衆生遠因如時節等悉名遠因善男涅槃之體非是如是五因所成何當言是無常因
009_0189_a_02L또 선남자야, 다시 두 가지 인이 있으니, 짓는 인[作因]과 아는 인[了因]이다. 마치 옹기장이의 물레와 노끈 따위는 짓는 인이라 하고, 등촉으로 어두운 데 물건을 비추는 것은 아는 인이라고 한다.
009_0188_c_23L復次善男子復有二因一者作因二者了因如陶師輪是名作因如燈燭等照闇中物名了因
선남자야, 대열반은 짓는 인을 따라 있는 것이 아니고 아는 인으로 좇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는 인이라고 함은 37조도법과 6바라밀 등으로 이것을 아는 인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보시는 열반의 인이며 대열반의 인은 아니다. 보시바라밀이라야 대열반의 인이라고 한다. 37품은 열반의 인이며 대열반의 인은 아니니,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겁 동안의 도를 돕는 법이라야 대열반의 인이라고 한다.”
009_0189_a_03L善男子大涅槃者不從作因而有唯有了因了因者所謂三十七助道法六波羅蜜是名了因善男子布施者是涅槃因非大涅槃因檀波羅蜜乃得名爲大涅槃因三十七品是涅槃因非大涅槃因無量阿僧祇助菩提法乃得名爲大涅槃因
그때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보시를 보시바라밀이라고 하지 못하고, 어떤 보시를 보시바라밀이라 이름하며, 나아가 반야는 어떤 것을 반야바라밀이라고 하지 못하고 어떤 것을 반야바라밀이라고 합니까? 어떤 것은 열반이라 이름하고, 어떤 것은 대열반이라고 합니까?”
009_0189_a_09L爾時光明遍照高貴德王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云何布施不得名爲檀波羅蜜云何布施而得名之檀波羅蜜乃至般若云何不得名爲般若波羅云何得名爲般若波羅蜜云何名涅槃云何名大涅槃
009_0189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방등 대반열반을 수행할 때는 보시를 듣지 못하고 보시를 보지 못하며, 보시바라밀을 듣지 못하고 보시바라밀을 보지 못하며, 나아가 반야를 듣지 못하고 반야를 보지 못하며, 반야바라밀을 듣지 못하고 반야바라밀을 보지 못하며, 열반을 듣지 못하고 열반을 보지 못하며, 대열반을 듣지 못하고 대열반을 보지 못한다.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 법계를 알고 보며 실상을 이해하여, 공하여 있는 것이 없고 화합하여 깨닫는 모양이 없으며, 무루의 모양과 짓는 일이 없는 모양과 환술과 같은 모양과 더울 때의 아지랑이 같은 모양과 건달바성 따위의 비고 공한 모양을 얻게 될 것이다. 보살이 이러한 모양을 얻으면 탐욕ㆍ성내는 일ㆍ어리석음이 없어서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할 것이며, 이것을 일러 보살마하살의 진실한 모습이며 실상에 머문다고 한다. 보살마하살이 그때는 이것은 보시이며 이것은 보시바라밀이며, 나아가 이것은 반야이며 이것은 반야바라밀이며, 이것은 열반이며 이것은 대열반임을 스스로 알게 된다.
009_0189_a_15L佛言善男子菩薩摩訶薩修行方等大般涅槃不聞布施不見布施不聞檀波羅蜜不見檀波羅蜜乃至不聞般若不見般若不聞般若波羅蜜見般若波羅蜜不聞涅槃不見涅槃不聞大涅槃不見大涅槃菩薩摩訶薩修大涅槃知見法界解了實相空無所有無有和合覺知之相得無漏無所作相如幻化相熱時炎相闥婆城虛空之相菩薩爾時得如是無貪不聞不見是名菩薩摩訶薩眞實之相安住實相菩薩摩訶薩自知此是檀此是檀波羅蜜乃至此是般若此是般若波羅蜜此是涅此是大涅槃
선남자야, 어찌하여 이것은 보시이며 바라밀이 아니라고 하는가? 달라는 이가 있음을 보고 나서 주는 것은 보시이며 바라밀이 아니라고 하지만, 달라는 이가 없는데 마음을 내어 스스로 주는 것은 보시바라밀이라고 한다. 만일 때때로 주는 것은 보시이며 바라밀이 아니지만, 항상 주는 것은 보시바라밀이라고 한다. 만일 다른 이에게 주고 나서 도로 후회하는 마음을 내면 이것은 보시며 바라밀이 아니지만, 주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면 보시바라밀이라고 한다. 보살마하살이 재물에 대하여 임금ㆍ도둑ㆍ수재(水災)ㆍ화재(火災)의 네 가지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어 기쁘게 보시하면 이름을 보시바라밀이라고 한다.
009_0189_b_07L善男子云何是施非波羅蜜見有乞然後乃與是名爲施非波羅蜜無乞者開心自施是則名爲檀波羅若時時施是名爲施非波羅蜜修常施是則名爲檀波羅蜜若施他還生悔心是名爲施非波羅蜜已不悔是則名爲檀波羅蜜菩薩摩訶薩於財物中生四怖心歡喜施與是則名爲檀波羅蜜
만일 과보를 희망하여 주는 것은 이름이 보시이며 바라밀이 아니고, 주고도 갚음을 바라지 않는 것은 보시바라밀이라고 한다. 만일 공포(恐怖)나 명예나 이양이나 집의 규모[家法]를 상속하거나 천상의 5욕락을 위한다면 교만을 위하는 것이고, 아는 동무[知識]를 위하는 것이고, 오는 세상의 과보를 위하는 것이므로 장사하는 법과 같다. 선남자야, 마치 서늘한 그늘과 꽃과 과실과 재목을 얻기 위하여 사람이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만일 이런 보시를 행한다면 그것은 보시라고 이름하지만 바라밀은 아니다.
009_0189_b_16L若望報施是名爲施非波羅蜜施不望報是則名爲檀波羅蜜若爲恐怖名聞利養家法相續天上五欲爲憍慢故爲勝他故爲知識故爲來報故如市易法善男子如人種樹爲得蔭涼得花果及以材木若人修行如是等是名爲施非波羅蜜
009_0189_c_02L보살마하살이 이러한 대열반을 수행하는 이는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와 주고받는 재물을 보지 않으며 시절을 보지 않으며 복밭과 복밭 아님을 보지 않는다. 또 인을 보지 않고 연을 보지도 않고 과보도 보지 않으며, 짓는 이도 보지 않고 받는 이도 보지 않으며, 많음도 보지 않고 적음도 보지 않는다. 또 깨끗함도 보지 않고 부정함도 보지 않으며, 받는 이와 자기와 재물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며, 보는 이도 보지 않고 보지 않는 이도 보지 않는다. 또 자기와 남을 헤아리지 않고 다만 방등한 대반열반의 항상 머무는 법을 위하므로 보시를 수행하고 모든 중생을 이익하기 위하여 보시를 행하며, 온갖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보시를 행하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받는 이와 주는 이와 재물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보시를 행한다.
009_0189_b_23L菩薩摩訶薩修行如是大涅槃者見施者受者財物不見時節不見福田及非福田不見因不見緣不見果不見作者不見受者不見多不見不見淨不見不淨不輕受者己身財物不見見者不見不見者不計己唯爲方等大般涅槃常住法故行布施爲利一切諸衆生故而行布爲斷一切衆生煩惱故行於施諸衆生不見受者施者財物故行於施
선남자야, 마치 사람이 큰 바다에 빠졌을 때에 송장이라도 붙들면 벗어나게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서 보시를 행할 때에도 그와 같아서 송장과 같이 한다. 선남자야, 마치 사람이 옥에 갇히면 문은 굳게 잠기고 측간의 구멍만이 있는데, 그리로 나와서 걸림 없는 곳에 이르는 것처럼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서 보시를 행할 때에도 그와 같다.
009_0189_c_10L善男子譬如有人墮大海水抱持死則得度脫菩薩摩訶薩修大涅槃行布施時亦復如是如彼死屍善男譬如有人閉在深獄門戶堅牢有廁孔便從中出到無㝵處菩薩摩訶薩修大涅槃行布施時亦復如是
선남자야, 마치 존귀한 사람이 위급하고 무서울 때에 의지할 데가 없으면 전타라15)에게라도 의지하는 것처럼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서 보시를 행하는 것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마치 병난 사람이 병고를 소멸하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면 부정한 것이라도 먹는 것과 같이,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서 보시를 행하는 것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바라문들이 곡식이 귀할 때에는 목숨을 위하여서 개고기라도 먹는 것처럼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서 보시를 행하는 것도 그와 같다.
009_0189_c_16L善男子譬如貴人恐怖急厄更無恃依旃陁羅菩薩摩訶薩修大涅槃行於布施亦復如是善男子譬如病人爲除病苦得安樂故服食不淨薩摩訶薩修大涅槃行於布施亦復如是善男子如婆羅門値穀勇貴壽命故食噉狗肉菩薩摩訶薩修大涅槃行於布施亦復如是
009_0190_a_02L선남자야, 대열반 중에서는 이러한 일을 한량없는 겁 동안에 듣지 못하던 것을 듣는 것이라고 하며, 지계와 지계바라밀과, 나아가 반야와 반야바라밀은 『불잡화경(佛雜花經)』16)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009_0189_c_24L善男子涅槃中如是之事從無量劫來不聞而聞尸羅尸羅波羅蜜乃至般若若波羅蜜如佛『雜花經』中廣說
大般涅槃經卷第二十一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음(陰)ㆍ입(入)ㆍ계(界):5음(陰)과 12입(入)과 18계(界) 각각의 기본 구성요소를 말한다.
  2. 2)고대 인도의 바라문교의 주요 경전인 네 가지의 베다(veda)를 말한다. 그 네 가지는 리그베다ㆍ사마베다ㆍ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이다.
  3. 3)비야카라나(Vyākaraa)의 음사. 성명(聲名) 곧 어학에 관한 저서의 총칭으로 오늘날의 문법(文法)에 해당한다.
  4. 4)바이셰시카(Vaiśesika)의 음사. 인도 육파 철학의 하나로서 승론(勝論)이라고 번역한다.
  5. 5)카필라(kapila)의 음사. 인도 육파 철학의 하나인 수론(數論)의 개조(開祖)이름이다.
  6. 6)바이뿌리야(Vaipulya)의 음사. 대승불교의 경전인 방등경(方等經)을 말한다.
  7. 7)icchantika의 음사로서 성불(成佛)할 수 있는 인을 갖지 못한 이를 말한다.
  8. 8)Udraka-Rāmaputra의 음사. 석가세존께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를 가르쳐준 선인이다.
  9. 9)Ārālakālama의 음사. 석가세존께 무소유처(無所有處)의 선정을 가르쳐 준 선인이다.
  10. 10)Ajiravati강을 말하는데, 이 강에서 목욕하였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며 실제로 목욕한 곳은 니련선하(尼連禪河)이다.
  11. 11)Varāṇaṣi의 음사. 지금의 베나레스(Benares)를 말한다.
  12. 12)12인연 중에서 앞부분의 열 가지를 말한다.
  13. 13)8재계(齋戒)라고도 하고 8관재(關齋),8계(戒)라고도 한다. 이 8계재는 남녀 재가신자가 하루 낮 하룻밤동안 지키는 계이다. 그 여덟 가지는 살생하지 않음ㆍ도둑질하지 않음ㆍ사음하지 않음ㆍ거짓말하지 않음ㆍ술 마시지 않음ㆍ높고 큰 자리에 앉지 않음ㆍ화만이나 영락 등으로 몸을 치장하지 않음ㆍ노래하고 춤추며 놀지 않음이다.
  14. 14)Ānāpāna. 들숨과 날숨을 헤아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수행법. 수식관(數息觀)이라고도 한다.
  15. 15)도살자나 사냥꾼 같은 하층민을 말한다.
  16. 16)『화엄경(華嚴經)』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