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9_0274_b_01L대반열반경 제31권
009_0274_b_01L大般涅槃經卷第三十一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009_0274_b_02L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11. 사자후보살품 ⑤
009_0274_b_03L師子吼菩薩品第十一之五

사자후보살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경에서 말한 바와 같이, 비파사나(毗婆舍那)가 능히 번뇌를 깨뜨린다면 어찌하여 다시 사마타(奢摩他)를 닦습니까?”
009_0274_b_04L師子吼言世尊如經中說若毘婆舍那能破煩惱何故復修奢摩他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가 말한 비파사나가 번뇌를 깨뜨린다고 함은 이치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혜가 있을 때에는 번뇌가 없고, 번뇌가 있을 때에는 지혜가 없는데, 어떻게 비파사나가 번뇌를 깨뜨린다고 하겠는가? 선남자야, 마치 밝을 때에는 어둠이 없고, 어두울 때에는 밝음이 없는 것과 같다. 밝음이 능히 어둠을 깨뜨린다고 한다면 옳지 않다. 선남자야, 누구에게 지혜가 있고 누구에게 번뇌가 있어서 지혜가 번뇌를 깨뜨린다고 말하는가? 만일 없다면 깨뜨릴 것이 없다.
009_0274_b_06L善男子汝言毘婆舍那破煩惱者是義不然何以故有智慧時則無煩有煩惱時則無智慧云何而言毘婆舍那能破煩惱善男子譬如明時無闇闇時無明若有說言明能破闇無有是處
선남자야, 만일 지혜가 번뇌를 깨뜨린다고 하면, 이르렀기 때문에 깨뜨리는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깨뜨리는가? 만일 이르지 않고 깨뜨린다면 범부 중생도 능히 깨뜨릴 것이며, 이르렀기 때문에 깨뜨린다면, 첫 생각에 깨뜨릴 것이다. 만일 첫 생각에 깨뜨리지 못한다면, 뒷생각으로도 깨뜨리지 못할 것이다. 만일 처음 이르러서 문득 깨뜨린다면 이는 이르지 못한 것이거늘 어떻게 지혜가 깨뜨린다고 말하겠는가? 만일 이르거나 이르지 못하거나 능히 깨뜨린다고 한다면 의미가 그렇지 않다.
009_0274_b_12L善男子誰有智慧誰有煩而言智慧能破煩惱如其無者無所破善男子若言智慧能破煩惱爲到故破不到故破若不到破者夫衆生則應能破若到故破者初念應破若初念不破後亦不破若初到便破是則不到云何說言智慧能破若言到與不到而能破者是義不然
009_0274_c_02L또 비파사나가 번뇌를 혼자서 깨뜨리는가, 동무가 있어서 깨뜨리는가? 혼자서 깨뜨린다면 무슨 까닭에 보살이 8정도(正道)를 닦겠는가? 만일 동무가 있어서 깨뜨린다면, 혼자서는 깨뜨리지 못할 것을 알아야 하며 만일 혼자서 깨뜨리지 못하면 동무들도 깨뜨리지 못할 것이다. 마치 한 소경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여러 동무 소경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비파사나도 그와 같다.
009_0274_b_19L復次毘婆舍那破煩惱者爲獨能破爲伴故破若獨能破菩薩何故修八正道若伴故破當知獨則不能破也若獨不能伴亦不能如一盲人不能見雖伴衆盲亦不能見毘婆舍那亦復如是
선남자야, 땅은 굳은 성품이고, 불은 뜨거운 성품이며, 물은 젖는 성품이고, 바람은 동하는 성품인데, 땅의 굳은 성품과 나아가 바람의 동하는 성품이 인연으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며 성품이 스스로 그런 것이다. 4대의 성품과 같이 번뇌도 그러하여 성품이 스스로 끊는 것이니, 만일 성품이 끊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지혜가 끊는다고 하겠는가? 이런 뜻으로 비파사나는 반드시 번뇌를 깨뜨리지 못한다.
009_0274_c_04L善男子如地堅性火熱性濕性風動性而地堅性乃至風動性因緣作其性自爾如四大性煩惱亦性自是斷若是斷者云何而言智慧能斷以是義故毘婆舍那決定不能破諸煩惱
선남자야, 마치 소금의 성질이 짜므로 다른 물건을 짜게 하고, 꿀의 성질이 달므로 다른 물건을 달게 하고, 물의 성질이 축축하므로 다른 물건을 젖게 하듯이, 지혜의 성품이 멸한 것이므로 다른 법을 멸한다 고 함은 이치가 그렇지 않다.
009_0274_c_09L善男子如鹽性鹹令異物鹹蜜本性甘令異物甘水本性濕令異物濕智慧性滅令法滅者是義不然
왜냐하면 만일 법이 멸함이 없다면 어떻게 지혜가 억지로 멸하게 하겠는가? 만일 소금이 짜서 다른 물건을 짜게 하듯이, 지혜의 멸함도 그와 같아서 다른 법을 멸하게 한다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혜의 성품은 시시각각 멸해 가기 때문이다. 만일 시시각각 멸한다면 어떻게 다른 법을 멸한다고 말하겠는가? 이런 뜻으로 지혜의 성품이 번뇌를 깨뜨리지 못하는 것이다.
009_0274_c_12L何以故若法無滅云何智慧强能令滅若言鹽鹹令異物鹹慧滅亦能令異法滅者是亦不然何以故智慧之性念念滅故若念念滅云何而言能滅他法以是義故智慧之性不破煩惱
선남자야, 모든 법이 두 가지 멸함이 있다. 첫째는 성품의 멸함이며, 둘째는 필경까지 멸함이다. 만일 성품이 멸한다면, 어찌하여 지혜가 능히 멸한다고 말하겠는가? 만일 지혜가 능히 번뇌를 멸함이 불이 물건을 태움과 같다고 하면, 이치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불이 물건을 태움에는 남은 불똥이 있기 때문이니, 지혜도 그렇다면 남은 불똥이 있어야 하고, 도끼로 나무를 찍는 것에는 찍은 흔적을 볼 수 있으니
009_0274_c_17L善男子一切諸法有二種一者性滅二者畢竟滅若性滅者云何而言智慧能滅若言智慧能燒煩惱如火燒物是義不然何以故火燒物則有遺燼智慧若爾應有餘如斧伐樹斫處可見
009_0275_a_02L지혜도 그렇다면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지혜가 번뇌를 떠나게 한다면, 떠난 번뇌가 다른 곳에 나타날 것이니, 마치 외도들이 6대성에서 떠나서 구시나성에 나타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만일 번뇌가 다른 곳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혜가 번뇌를 떠나게 하지 못하는 줄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야, 모든 법의 성품이 스스로 공하다면, 누가 나게 하며 누가 멸하게 하겠는가? 남[生]이 다르고 멸함이 달라서 짓는 이가 없다.
009_0274_c_22L智慧若爾何可見慧若能令煩惱離者如是煩惱應餘處現如諸外道離六大城尸那現若是煩惱不餘處現則知智慧不能令離善男子一切諸法性若自空誰能令生誰能令滅異生異滅無造作者
선남자야, 만일 선정을 닦으면 이러한 바른 지혜와 바른 소견을 얻는다. 이런 뜻으로 나의 경에 말하기를 ‘만일 비구가 선정을 닦으면 5음의 생멸하는 모양을 본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선정을 닦지 않고는 세간의 일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출세간의 일이겠는가?
009_0275_a_05L善男子若修習定則得如是正知正見以是義故我經中說有比丘修習定者能見五陰生滅之善男子若不修定世閒之事尚不能了況於出世
만일 선정의 힘이 없으면 평지에서 엎어지며, 마음으로 다른 법을 반연하고 입으로 다른 말을 이야기하고 귀로 다른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다른 이치를 이해할 것이며, 다른 글자를 만들려고 하고 손으로 다른 글을 쓰며, 다른 길로 다니려고 몸이 딴 갈래에 간다. 만일 삼매의 선정을 닦는 이는 크게 이익하며,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는 것이다.
009_0275_a_09L若無定者平處顚墜心緣異法口宣異言耳聞異語心解異義欲造異字手書異文欲行異路身涉異徑若有修習三昧定者則大利益乃至阿耨多羅三藐三菩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두 가지 법을 구족하면 크게 이익 될 것이다. 첫째는 선정이며 둘째는 지혜이다. 선남자야, 왕골[菅草]을 벨 때에 급히 서두르면 끊어지는 것과 같으니,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는 일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굳게 박힌 나무를 뽑을 때에 먼저 손으로 흔들면 뒤에 뽑기가 쉽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아서 먼저 선정으로 흔들고 나중에 지혜로 뽑아야 한다.
009_0275_a_13L善男子菩薩摩訶薩具足二法能大利益一者二者善男子如刈菅執急則斷菩薩摩訶薩修是二法亦復如是善男子如拔堅木先以手後則易出菩薩定慧亦復如是以定動後以智拔
009_0275_b_02L선남자야, 때 묻은 옷을 빨 때에 먼저 잿물에 담그고 뒤에 맑은 물로 씻으면 옷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먼저 게송을 읽은 후에야 뜻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이와 같다. 선남자야, 마치 용맹한 사람이 먼저 갑옷으로 몸을 단속한 뒤에 진중에 나아가면 대적을 파하게 되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마치 공교로운 장인이 도가니에 금을 담고 마음대로 저어서 녹이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다.
009_0275_a_19L善男子如浣垢衣先以灰汁後以淸水衣則鮮潔菩薩定慧亦復如是善男子如先讀誦則解義菩薩定慧亦復如是善男子譬如勇人先以鎧仗牢自莊嚴然後御陣能壞怨賊菩薩定慧亦復如是善男子譬如巧匠鉗鐹盛金自在隨撓攪融消菩薩定慧亦復如是
선남자야, 밝은 거울로 얼굴을 비치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먼저 땅을 고르고 뒤에 씨를 심으며, 먼저 스승에게 배우고 뒤에 뜻을 생각하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다. 이런 뜻으로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으면 크게 이익 되게 한다고 한다.
009_0275_b_03L男子譬如明鏡照了面像菩薩定慧亦復如是善男子如先平地然後下先從師受後思惟義菩薩定慧亦復如是以是義故菩薩摩訶薩修是二法能大利益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두 가지 법을 닦으면 5근을 조섭하여 모든 괴로움을 견딘다. 이른바 기갈과 차고 더움, 매 맞고 욕설함, 나쁜 짐승에게 물리는 일과 모기 따위에 물리는 일들이다. 항상 마음을 거두어들여 방일하지 못하게 하며, 이양을 위하여 법답지 못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객진번뇌에 더럽히지 않고, 사특한 소견에 의혹되지 않으며, 모든 나쁜 관념[覺觀]을 멀리 여의어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니, 중생들을 성취시켜 이익 되게 하려는 까닭이다.
009_0275_b_08L善男子菩薩摩訶薩修是二法調攝五根堪忍衆苦所謂飢渴寒熱打擲罵辱惡獸所嚙蚊蝱所螫常攝其心不令放逸不爲利養行於非法客塵煩惱所不能污不爲諸邪異見所惑常能遠離諸惡覺觀不久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欲成就利衆生故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으면 네 가지 뒤바뀐 폭풍도 흔들지 못하는 것이, 마치 수미산을 네 가지 바람으로도 동요하지 못하는 듯하다. 또한 삿된 외도들에게 동요되지 않음이, 마치 제석천왕의 짐대를 이전할 수 없는 듯하며, 여러 가지 요술로도 의혹하지 못하고 항상 미묘하고 제일가는 안락을 받으며, 여래의 깊고 비밀한 도리를 이해하여 낙을 받아도 기뻐하지 않고, 괴로움을 만나도 슬퍼하지 않으며, 천상 사람 세상 사람들이 공경하고 찬탄하며, 생사와 생사 아닌 것을 분명하게 보고 법계와 법의 성품을 잘 알며, 몸에는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법이 있다. 이것을 이름하여 대반열반의 낙이라고 한다.
009_0275_b_15L善男子菩薩摩訶薩修是二法四倒暴風不能吹動須彌山雖爲四風之所吹鼓不能令不爲外道邪師所拔如帝釋幢不可移轉衆邪異術不能誑惑常受微妙第一安樂能解如來深秘密義樂不欣逢苦不戚諸天世人恭敬讚明見生死及非生死善能了知法界法性身有常樂我淨之法是則名爲大涅槃樂
009_0275_c_02L선남자야, 선정의 모양은 공삼매(空三昧)라 하고, 지혜의 모양은 무원(無願)삼매라 하고, 버리는[捨] 모양은 무상(無相)삼매라고 한다. 선남자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선정의 때와 지혜의 때와 버리는 때를 잘 알고 때 아닌 것도 알면, 이것을 말하여 보살마하살이 보리의 도를 행한다고 한다.”
009_0275_b_24L善男子定相者名空三昧慧相者無願三昧捨相者名無相三昧善男若有菩薩摩訶薩善知定時慧時捨時及知非時是名菩薩摩訶薩行菩提道
사자후가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보살이 때와 때 아닌 것을 안다고 하십니까?”
009_0275_c_06L師子吼言世尊云何菩薩知非時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쾌락을 받는다고 하여 교만을 내거나, 법을 연설한다고 하여 교만을 내거나, 정근하노라 하여 교만을 내거나, 이치를 알고 문답을 잘한다고 하여 교만을 내거나, 나쁜 동무를 가까이 하면서 교만을 내거나, 소중한 물건을 보시하면서 교만을 내거나, 세간의 선한 공덕을 짓노라 하여 교만을 내거나, 세상의 지위 높은 사람에게 공경을 받노라 하여 교만을 내게 되는데, 이때에는 지혜를 닦지 말고 선정을 닦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때와 때 아닌 것을 안다고 한다.
009_0275_c_07L善男子菩薩摩訶薩因於受樂生大憍慢或因說法而生憍慢因精勤而生憍慢或因解義善問答時而生憍慢或因親近惡知識故而生憍慢或因布施所重之物而生憍或因世閒善法功德而生憍慢因世閒豪貴之人所恭敬故而生憍當知爾時不宜修智宜應修定名菩薩知時非時
만일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서도 이익 되는 열반의 낙을 얻지 못하거나, 얻지 못한 까닭에 후회하는 마음을 내거나, 근성이 둔하여서 5근을 조복하지 못하는 것은 모든 번뇌의 세력이 치성하기 때문이며, 계율이 이로울까 해로울까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는 선정을 닦지 말고 지혜를 닦아야 한다고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때와 때 아닌 것을 안다고 한다.
009_0275_c_15L若有菩薩勤修精未得利益涅槃之樂以不得故於悔心以鈍根故不能調伏五情諸諸垢煩惱勢力盛故自疑戒律有羸損故當知爾時不宜修定宜應修是名菩薩知時非時
선남자야, 만일 보살이 선정과 지혜의 두 가지가 평등하지 못할 때에는 사(捨)를 닦지 않아야 할 것을 알아야 하며, 두 가지가 평등하면 닦아야 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때와 때 아닌 것을 안다고 한다.
009_0275_c_20L善男子若有菩薩定慧二法不平等者當知爾時不宜修捨二法若等則宜修之是名菩薩知時非時
009_0276_a_02L선남자야, 만일 보살이 선정과 지혜를 닦다가 번뇌가 일어나면 그럴 때에는 사를 닦지 않아야 하고, 마땅히 12부경을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며,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고 사(捨)를 생각하여야 한다. 이것을 이름하여 사를 닦는다고 한다. 선남자야, 만일 보살이 이렇게 세 가지 법을 닦으면 이 인연으로 무상(無相)열반을 얻는다.”
009_0275_c_23L善男子若有菩薩修習定慧起煩惱者當知爾時不宜修宜應讀誦書寫解說十二部經念法念僧念戒念天念捨是名修善男子若有菩薩修習如是三法相者以是因緣得無相涅槃
사자후가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열 가지 모양이 없기 때문에 대열반을 이름하여 무상(無相)이라고 한다면, 또 무슨 인연으로 남이 없다[無生], 냄이 없다[無出], 지음이 없다[無作], 집이다[屋宅], 섬이다[洲], 귀의할 데다, 편안하다, 멸도(滅度)다, 열반이다, 고요하다[寂靜], 병고가 없다[無諸病苦], 있는 것이 없다[無所有]고 이름하는 것입니까?”
009_0276_a_05L師子吼言世尊無十相故名大涅槃爲無相者復以何緣名爲無生無出無作屋宅洲歸安隱滅度涅槃寂靜無諸病苦無所有耶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선남자야, 인연이 없으므로 남이 없다 하고, 함이 없으므로 냄이 없다 하고, 짓는 일이 없으므로 지음이 없다 하고, 다섯 가지 소견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집이라 하고, 4폭류를 여의었으므로 섬이라 하고, 중생을 조복하므로 귀의할 데라 하고, 번뇌의 도적을 깨뜨렸으므로 편안하다 하고, 번뇌의 불이 꺼졌으므로 멸도라 하고, 각관(覺觀)을 여의었으므로 열반이라 하고, 시끄러운 것을 멀리하였으므로 고요하다 하고, 죽는 일을 아주 끊었으므로 병고가 없다 하고, 온갖 것이 없으므로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선남자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런 관찰을 할 때에는 불성을 분명히 보게 된다.”
009_0276_a_09L佛言善男子因緣故故名無生以無爲故故名無無造業故故名無作不入五見故名屋宅離四瀑水故名爲洲調衆生故名歸依壞結賊故故名安隱結火滅故名滅度離覺觀故名曰涅遠憒鬧故名曰寂靜永斷必死故名無病一切無故名無所有善男子若菩薩摩訶薩作是觀時卽得明了見於佛性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몇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이러한 무상열반과 나아가 있는 것이 없음을 보는 것입니까?”
009_0276_a_18L師子吼言世尊菩薩摩訶薩成就幾法能見如是無相涅槃無所有
009_0276_b_02L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무상열반과 나아가 있는 것이 없음을 분명히 본다. 무엇이 열 가지 인가? 첫째는 믿는 마음이 구족한 것이니, 어떤 것을 이름하여 믿는 마음이 구족하다고 하는가? 부처님과 법과 승가는 항상하지만 시방의 부처님께서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과 일천제들이 모두 불성이 있다고 보이신 줄을 믿고, 여래께서 나고 늙고 병나고 죽는 것과 고행을 하심과, 제바달다가 참으로 화합승을 파하고 부처님 몸에 피를 낸 것과, 여래가 필경에 열반에 들어서 바른 법이 없어진다는 일을 믿지 않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믿는 마음이 구족하다고 한다.
009_0276_a_20L佛言善男子菩薩摩訶薩成就十法則能明見涅槃無相至無所何等爲十一者信心具足云何名爲信心具足深信佛衆僧是常方諸佛方便示現一切衆生及一闡提悉有佛性不信如來生老病死及修苦行提婆達多眞實破僧出佛身如來畢竟入於涅槃正法滅盡名菩薩信心具足
둘째는 깨끗한 계행이 구족한 것이니, 어떤 것을 이름하여 깨끗한 계행이 구족하다고 하는가? 선남자야, 어떤 보살이 계행이 깨끗하다고 말하면서 여인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여인을 볼 때에 조롱하고 어울리며 웃고 지껄이고 희롱하면, 이런 보살은 애욕을 이루어 깨끗한 계율을 파하며, 범행을 더럽히고 계율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깨끗한 계율이 구족하다고 이름할 수 없는 것이다.
009_0276_b_05L二者淨戒具足何名爲淨戒具足善男子若有菩薩自言戒淨雖不與彼女人和合見女人時或生嘲調言語戲笑如是菩薩成就欲法毀破淨戒污辱梵行令戒雜穢不得名爲淨戒具足
또 어떤 보살이 계행이 깨끗하다고 말하면서 여인과 더불어 어울리지 않으며 조롱하고 웃고 희롱하지 않더라도, 담 밖에서 나는 여인의 영락 가락지ㆍ팔찌 따위의 소리를 듣고 마음에 애착을 낸다면, 이런 보살은 애욕을 이루어 깨끗한 계행을 파하며, 범행을 더럽히고 계율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므로 깨끗한 계행이 구족하다고 이를 수 없다.
009_0276_b_10L復有菩薩自言戒淨雖不與彼女人身合嘲調戲笑於壁障外遙聞女人瓔珞環釧種種諸聲心生愛著如是菩薩成就欲法毀破淨戒污辱梵行令戒雜穢不得名爲淨戒具足
또 어떤 보살이 계행이 깨끗하다고 말하면서, 여인과 더불어 어울리거나 조롱하고 지껄이고 모든 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다른 남자가 여인을 따라가거나 여인이 남자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는 문득 탐욕을 낸다면, 이런 보살은 애욕을 이루어 깨끗한 계율을 파하며 범행을 더럽히고 계율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므로 깨끗한 계행이 구족하다고 이를 수 없다.
009_0276_b_15L復有菩薩自言戒淨雖復不與女人和合言語嘲調聽其音聲然見男子隨逐女時或見女人隨逐男時便生貪著如是菩薩成就欲法毀破淨戒污辱梵行令戒雜穢不得名爲淨戒具足
또 어떤 보살이 계행이 깨끗하다고 말하면서 여인과 더불어 어울리거나 지껄이고 모든 소리를 듣거나 남자와 여인이 서로 따라감을 보지 않더라도, 천상에 태어나서 5욕락을 받는다면, 이런 보살은 애욕을 이루어 깨끗한 계율을 파하며 범행을 더럽히고 계율을 문란케 하는 것이라, 깨끗한 계행이 구족하다고 이를 수 없다.
009_0276_b_20L復有菩薩自言戒淨雖復不與女人和合言語嘲調聽其音聲見男女相隨然爲生受五欲樂如是菩薩成就欲法破淨戒污辱梵行令戒雜穢不得名爲淨戒具足
009_0276_c_02L선남자야, 만일 보살이 청정하게 계율을 지니되, 계율을 위하지 않고 시바라밀을 위하지 않으며 중생을 위하지 않고, 이양을 위하지 않고, 보리를 위하지 않고, 열반을 위하지 않고, 성문과 벽지불을 위하지 않고, 오직 가장 훌륭한 제일의[最上第一義]를 위하여, 금하는 계율을 보호하여 가진다면 선남자야, 이것은 보살의 깨끗한 계율이 구족하다고 이른다.
009_0276_c_02L善男子若有菩薩淸淨持戒而不爲戒不爲尸羅波羅蜜爲衆生不爲利養不爲菩提不爲涅不爲聲聞辟支佛唯爲最上第一義故護持禁戒善男子是名菩薩淨戒具足
셋째는 선지식을 친근히 하는 것이다. 선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믿음과 계율과 많이 아는 것과 보시와 지혜를 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받아 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의 선지식이라고 한다.
009_0276_c_07L三者親近諸善知識善知識若有能說信多聞布施智慧人受行是名菩薩善知識也
넷째는 고요함을 좋아하는 것이다. 고요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모든 법의 깊고 깊은 법계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일러 고요하다고 한다.
009_0276_c_09L四者於寂靜寂靜者所謂身心寂靜觀察諸法甚深法界是名寂靜
다섯째는 정진이다. 정진이라고 함은 마음을 두어 네 가지 바른 법[四正諦]을 관찰하되, 머리에 불이 붙더라도 놓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름하여 정진이라고 한다.
009_0276_c_11L五者精進精進者所謂繫心觀四眞諦設頭火終不放捨是名精進
여섯째는 생각함이 구족함[念具足]이다. 생각이 구족하다는 것은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고 사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일러 생각함이 구족하다고 한다.
009_0276_c_13L六者念具足念具足者所謂念佛念法念僧念戒念天念捨是名念具足
일곱째는 부드러운 말[軟語]이다. 부드러운 말이라고 함은 진실한 말과 미묘한 말과 먼저 문안하는 말과 때맞추어 하는 말과 참된 말 등이다. 이런 것을 이름하여 부드러운 말이라고 한다.
009_0276_c_15L七者軟語語者所謂實語妙語先意問訊時語眞語是名軟語
여덟째는 법을 보호함[護法]이다. 법을 보호한다는 것은 바른 법을 사랑하여 항상 연설하기를 좋아하며, 읽고 외우고 쓰고 뜻을 생각하고, 널리 선전하여 멀리 퍼지게 하며, 만일 다른 이가 쓰고 해설하고 읽고 외우고 찬탄하고 뜻을 생각하는 것을 보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여 공양하되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의약으로 이바지하며, 법을 보호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것을 일러 법을 보호한다고 한다.
009_0276_c_17L八者護法護法者謂愛樂正法常樂演說讀誦書寫惟其義廣宣敷揚令其流布若見有人書寫解說讀誦讚歎思惟義者求資生而供養之所謂衣服飮食醫藥爲護法故不惜身命是名護
아홉째는 보살마하살이 함께 배우고 함께 계를 받은 이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을 보면, 발우나 물든 옷이나 간병에 필요한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방 같은 것을 다른 데서 빌어서라도 공급하는 것이다.
009_0276_c_23L九者菩薩摩訶薩見有同學同戒有所乏少轉從他乞熏鉢染衣瞻病所須衣服飮食臥具房舍而供給之
009_0277_a_02L 열째는 지혜를 구족하는 것이다. 지혜라고 하는 것은 여래의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과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음을 관찰하며, 법의 두 가지 모양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른바 공함과 공하지 않은 것, 항상함과 무상한 것, 즐거움과 즐겁지 않은 것, 내가 있고 내가 없는 것, 깨끗함과 부정한 것, 이법(異法)의 끊을 것과 끊지 못할 것, 이법의 인연으로 나는 것과 이법을 인연으로 보는 것, 이법의 인연으로 생긴 과보와 이법의 인연으로 생기지 않는 과보이다. 이런 것을 일러 지혜를 구족한다고 한다.
009_0277_a_02L十者具足智慧智慧者所謂觀於如來常樂我淨一切衆生悉有佛性法二相所謂空不空無常無樂無我不淨異法可斷異法不可異法從緣生異法從緣見異法從緣果異法非緣果是名具足智慧
선남자야, 이것을 일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열반의 무상(無相)함을 분명하게 본다고 한다.”
009_0277_a_08L男子是名菩薩具足十法卽能明見涅槃無相
사자후는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먼저 순타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이미 불성을 보았으니, 대열반을 얻을 것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라고 하셨으니, 그 뜻이 무엇입니까? 세존이시여, 경에 말씀하시기를 ‘축생에게 보시하면 100배의 과보를 받고, 일천제에게 보시하면 천 배의 과보를 받고, 계행 가지는 이에게 보시하면 백천 배의 과보를 받고,
009_0277_a_10L師子吼言世尊如佛先告純陁汝今已得見於佛性得大涅槃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義云何世尊經中說若施畜生得百倍報施一闡得千倍報施持戒者百千倍報
번뇌를 끊은 외도에게 보시하면 한량없는 과보를 받고, 4향(向)과 4과와 벽지불에게 보시하면 한량없는 과보를 받고, 불퇴(不退) 보살이나 최후신(最後身) 보살이나 여래 세존께 보시하면 받는 과보의 복덕이 한량없고 가없고 헤아릴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순타 대사(大士)가 이렇게 한량없는 과보를 받는다면 과보가 한량없는데 어느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습니까?
009_0277_a_15L施外道斷煩惱者得無量報奉施四向及以四果至辟支佛得無量報不退菩薩及最後身諸大菩薩如來世尊所得福報無量無邊不可稱計不可思議純陁大士若受如是無量報者是報無盡何時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009_0277_b_02L세존이시여, 경에 또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중대한 마음으로 좋은 업이나 나쁜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과보를 받는데, 이 세상에서 받기도 하고 다음 세상에서 받기도 하고 뒷세상에서 받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순타는 중대한 마음으로 선한 업을 지었으니 그 업으로 반드시 과보를 받을 것입니다. 만일 반드시 과보를 받으면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며, 어떻게 불성을 보겠습니까?
009_0277_a_22L世尊經中復說若人重心造善惡業必得果報若現世受次生受若後世受純陁善業慇重心當知是業必定受報若定受報何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云何復得見於佛性
세존이시여, 경에 또 말씀하시기를 ‘세 종류 사람에게 보시하면 과보가 그지없다. 첫째는 병을 앓는 사람이고 둘째는 부모이며 셋째는 여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009_0277_b_04L世尊經中復說施三種人果報無盡一者病人二者父母三者如來
세존이시여, 또 경에는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길 〈모든 중생에게 욕계의 업이 없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색계와 무색계의 업도 그러하다〉’라고 하였습니다.
009_0277_b_06L世尊經中復說佛告阿難一切衆生如其無有欲界業者卽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無色業亦復如是
세존이시여, 법구게에는 ‘허공도 아니며 바다 속도 아니며, 산 속도 바위 속도 아니며, 어느 곳에서도 벗어나서 업보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또 아니루타는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니 지난 옛적에 밥 한 그릇을 보시하고 8만 겁 동안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밥 한 그릇을 보시한 과보도 그러한데, 하물며 순타가 신심으로 부처님께 보시하고 단바라밀을 구족하게 성취한 것이겠습니까?
009_0277_b_09L世尊如『法句』偈非空非海中非入山石閒無有地方所脫之不受又阿尼樓馱言世尊我憶往昔以一食施八萬劫中不墮三惡世尊食之施尚得是報何況純陁信心施具足成就檀波羅蜜
세존이시여, 선한 과보가 끝이 없다면 방등경을 비방하고 5역죄를 범하고 4중금을 깨뜨린 일천체의 죄보가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만일 끝이 없으면 어떻게 불성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009_0277_b_14L世尊若善果報不可盡者謗方等經犯五逆罪四重禁一闡提罪云何可盡若不可云何能得見於佛性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야, 오직 두 종류의 사람만이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을 얻어서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며, 능히 생사에 표류하는 큰 강물을 마르게 하고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으며 마군이 이겼다는 짐대를 꺾고, 여래의 위없는 법의 수레를 운전할 것이니, 첫째는 묻기를 잘하는 것이며 둘째는 대답을 잘하는 것이다.
009_0277_b_18L佛言善哉善哉善男子唯有二人能得無量無邊功德不可稱計不可宣說能竭生死漂流瀑河降魔怨敵摧魔勝幢能轉如來無上法輪一者善問二者善答
009_0277_c_02L선남자야, 부처님의 10력 중에 업의 힘이 가장 깊다고 하였는데, 선남자야, 어떤 중생들이 업의 인연에 대하여 업신여기고 믿지 않기에 그런 자를 제도하려고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선남자야, 온갖 업이 가벼운 것이 있고 무거운 것이 있으며, 가벼운 업과 무거운 업이 또 각각 둘이 있다. 첫째는 결정된 것이며, 둘째는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009_0277_b_22L善男子十力中業力最深善男子有諸衆生於業緣中心輕不信爲度彼故作如是說善男子一切作業有輕有重重二業復各有二一者決定二者決定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악한 업이 과보가 없다. 만일 악한 업이 반드시 과보가 있다면, 어찌하여 기허전타라(氣噓旃陀羅)가 천상에 태어나고, 앙굴마라가 해탈의 과보를 얻었겠는가? 이런 이치로 보아 지은 업으로 과보를 얻기도 하고, 과보를 얻지 않기도 하는 줄을 알겠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런 잘못된 소견을 없애기 위하여 경에서 ‘모든 지은 업은 과보를 받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009_0277_c_04L善男子或有人言惡業無果言惡業定有果者云何氣噓旃陁羅而得生天鴦掘摩羅得解脫果以是義故當知作業有定得果不定得果我爲除斷如是邪見故於經中說如是語一切作業無不得果
선남자야, 혹은 무거운 업을 가볍게 받을 수도 있고, 혹은 가벼운 업을 무겁게 받을 수도 있는데 모든 사람이 다 그러한 것이 아니라, 오직 어리석고 지혜 있는 데에 달렸다. 그러므로 모든 업이 모두 결정한 과보를 얻는 것이 아니며, 비록 얻는 것이 아니나 얻지 않는 것도 아니다.
009_0277_c_09L善男子有重業可得作輕或有輕業可得作非一切人唯有愚智是故當知非一切業悉定得果雖不定得亦非不
선남자야, 중생이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지혜 있는 사람이며, 둘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지혜의 힘으로써 지옥에서 받을 중대한 업을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기도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받을 가벼운 업을 지옥에서 무겁게 받기도 하는 것이다.”
009_0277_c_13L善男子一切衆生凡有二種一者智人二者愚癡有智之人以智慧力能令地獄極重之業現世輕受愚癡之人現世輕業地獄重受
사자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청정한 범행도, 해탈의 과보도 구할 것이 아니겠습니다.”
009_0277_c_16L師子吼言世尊若如是者則不應求淸淨梵行及解脫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모든 업이 결정된 과보를 얻는다면, 범행과 해탈을 구할 것이 없지만, 결정되지 않았기에 범행과 해탈의 과보를 닦는다. 선남자야, 만일 모든 악한 업을 멀리 여의면 선한 과보를 얻고, 선한 업을 멀리 여의면 악한 과보를 얻는다. 만일 모든 업이 결정된 과보를 얻는다면 성인의 도를 닦아 구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만일 도를 닦지 않으면 해탈이 없을 것이다.
009_0277_c_18L佛言善男子若一切業定得果者則不應求梵行解脫以不定則修梵行及解脫果善男子若能遠離一切惡業則得善果若遠善業則得惡果若一切業定得果者則不應求修習聖道若不修道則無解脫
009_0278_a_02L모든 성인이 도를 닦는 것은 결정된 업을 깨뜨려 가벼운 과보를 얻으려는 것이니, 결정되지 않은 업은 과보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온갖 업이 결정된 과보를 얻는다면 성인의 도를 닦아 구할 것이 없으며, 사람들이 성인의 도를 닦는 일을 여의고 해탈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고, 해탈을 얻지 않고 열반을 얻는다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
009_0277_c_23L一切聖人所以修道爲壞定業得輕報故不定之業無果報故若一切業定得果者則不應求修習聖道若人遠離修習聖道得解脫者無有是處不得解脫得涅槃者亦無是處
선남자야, 만일 온갖 업이 결정된 과보를 얻는다면 한평생 동안 지은 선한 업으로는 마땅히 영원히 안락을 받을 것이며, 한평생 동안 지은 악한 업으로는 마땅히 영원히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업의 과보가 만일 그렇다면 도를 닦음과 해탈과 열반이 없을 것이며, 사람이 지은 것은 사람이 받고 바라문이 지은 것은 바라문이 받을 것이다.
009_0278_a_05L善男若一切業定得果者一世所作純善之業應當永已常受安樂一世所作極重惡業亦應永已受大苦惱果若爾則無修道解脫涅槃人作人婆羅門作婆羅門受
만일 그렇다면 하천한 종성[下姓]과 하천한 존재가 없어서, 사람은 항상 사람이며 바라문은 항상 바라문일 것이다. 그리고 젊어서 지은 업은 마땅히 젊어서 받고, 중년(中年)에나 늙어서는 받지 않을 것이다. 늙어서 나쁜 업을 짓고 지옥에 태어나면 지옥의 초년[初身]에는 받지 않을 것이며 늙어서야 받을 것이며,
009_0278_a_10L若如是者不應有下姓下人人應常人婆羅門應常婆羅門小時作業應小時受應中年及老時受老時作惡生地獄地獄初身不應便受應待老時後乃受
만일 늙어서 살생을 않는다면 마땅히 장년(壯年)에는 장수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년에 장수하지 않고 어떻게 노년(老年)에 이를 수 있겠는가? 업이 없어지지 않은 까닭이며, 업이 만일 없어지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도를 닦는 일과 열반이 있겠는가?
009_0278_a_15L若老時不殺不應壯年得壽若無壯壽云何至老業無失故業若無失云何而有修道涅槃
선남자야, 업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결정된 것이고, 둘째는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또 결정된 업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과보가 결정된[報定] 것이며, 둘째는 시기가 결정된[時定] 것이다. 혹 과보는 결정되었으나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것은 인연이 합하면 받으며, 혹은 세 때에 받는데 현생에 받는 것, 다음 생에 받는 것, 후생에 받는 것이다.
009_0278_a_17L善男子有二種定以不定定業有二一者二者時定或有報定而時不定合則受或三時受所謂現受生受
009_0278_b_02L선남자야, 만일 결정한 마음으로 선한 업이나 악한 업을 짓고, 지은 뒤에 신심으로 기뻐하고 원을 세워 삼보에 공양하면, 이것을 결정한 업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지혜 있는 사람은 선근이 견고하여 동요하기 어려우므로 무거운 업을 가볍게 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악한 일이 두터우므로 가벼운 업으로 무거운 과보를 얻게 된다. 이런 뜻으로 모든 업이 결정되었다고 이르지 않는 것이다.
009_0278_a_21L善男子若定心作善惡等業作已深生信心歡喜若發誓願供養三寶是名定業善男子智者善根深固難是故能令重業爲輕愚癡之人不善深厚能令輕業而作重報以是義一切諸業不名決定
보살마하살은 지옥에 갈 업이 없지만, 중생을 위하여 서원을 세우고 지옥에 난다. 선남자야, 지나간 옛적 중생의 수명이 100세이던 때에,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중생들이 지옥의 업보를 받았으므로, 내가 그것을 보고 큰 서원을 세우고 지옥의 몸을 받았다.
009_0278_b_03L菩薩摩訶薩無地獄業爲衆生故發大誓願生地獄中善男子往昔衆生壽百年時沙衆生受地獄報我見是已卽發大受地獄身
보살이 그때 그런 업이 없었지만 중생을 위하여 지옥의 과보를 받은 것이다. 내가 그때 지옥에서 한량없는 세월을 지내면서 죄인들을 위하여 12부경을 널리 분별하여 말하였더니, 여러 사람들이 경을 듣고 악한 과보를 깨뜨려서 지옥이 비게 되었는데, 일천체들은 제외하였다.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나쁜 업보를 받는다고 한다.
009_0278_b_07L菩薩爾時實無是業衆生故受地獄果我於爾時在地獄經無量歲爲諸罪人廣開分別十二部經諸人聞已壞惡果報令地獄除一闡提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또 선남자야, 이 현겁(賢劫) 중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축생에 떨어져서 나쁜 과보를 받았으므로, 내가 그것을 보고 다시 큰 서원을 내고 법을 연설하여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혹은 노루ㆍ사슴ㆍ곰ㆍ원숭이ㆍ용ㆍ뱀ㆍ금시조(金翅鳥)ㆍ비둘기ㆍ물고기ㆍ자라ㆍ여우ㆍ토끼ㆍ소ㆍ말 따위의 몸을 받았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실로 이런 축생의 업보가 없었지만, 큰 원력으로 중생을 위하여 이런 몸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일러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나쁜 업보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009_0278_b_12L復次善男子是賢劫中無量衆生墮畜生中受惡業果見是已復發誓願爲欲說法度衆生或作獐鹿熊羆獼猴金翅鳥鴿馬之身善男子菩薩摩訶薩實無如是畜生惡業以大願力爲衆生故現受是身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또 선남자야, 이 현겁 중에 다시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들이 아귀에 태어나서 국물ㆍ비계ㆍ고름ㆍ피ㆍ똥ㆍ오줌ㆍ콧물ㆍ침 따위를 먹었다 뱉었다 하면서, 수명이 한량없어 백천만 년을 지내도 장이나 물이라는 이름도 듣지 못하는데, 어찌 눈으로 보고 먹을 수 있을 것인가?
009_0278_b_19L復次善男子是賢劫中復有無量無邊衆生生餓鬼中或食吐汁脂肉膿血屎尿涕唾壽命無量百千萬歲初不曾聞漿水之名況復眼見而得飮也
009_0278_c_02L만일 멀리 있는 물을 보고 먹을 욕심으로 가서 보면, 불더미나 고름으로 변하기도 하고, 혹시 변하지 않을 때에는 여러 사람들이 창을 들고 붙잡고 가지 못하게 한다. 혹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몸에 닿으면 불이 되는데, 이것은 나쁜 업의 과보라고 한다.
009_0278_b_23L設遙見水生意往趣到則變成猛火膿血或時不變則有多人手執矛槊遮護捉持不令得前或天降雨至身成火是名惡業果報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이런 악업이 없지만 중생을 교화하여 해탈을 얻게 하려고 서원을 세우고 이런 몸을 받는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나쁜 업보를 받는다고 한다.
009_0278_c_04L善男子菩薩摩訶薩實無如是諸惡業果爲化衆生令得解脫故發誓願受如是身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선남자야, 내가 현겁 중에 백정의 집에 태어나서, 닭ㆍ돼지ㆍ소ㆍ양 따위를 기르기도 하고, 사냥하고 고기 잡는 일도 하였으며, 전타라의 집에서 도둑질도 하였으니 보살이 실제로는 이런 나쁜 업이 없었지만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려고 큰 원력으로 이런 몸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나쁜 업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009_0278_c_07L善男子我於賢劫生屠膾家畜養雞弶獵羅網漁捕旃陁羅舍作賊劫盜菩薩實無如是惡業爲度衆生令得解脫以大願力受如是身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선남자야, 이 현겁 중에 또 변방에 태어나서, 흔히 욕심 많고 성 잘 내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며, 법답지 않은 일을 행하고 삼보와 후세의 과보를 믿지 않으며, 부모ㆍ천척ㆍ늙은이ㆍ장로를 공경하지 않았다. 선남자야, 보살이 실제로는 이런 업이 없었지만,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하여 큰 원력으로 그 가운데 난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나쁜 업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009_0278_c_12L善男子是賢劫中復生邊地多作貪欲瞋恚愚癡習行非法不信三寶後世果報不能恭敬父母親老耆舊長宿善男子薩爾時實無是業爲令衆生得解脫以大願力而生其中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선남자야, 이 현겁 동안에 여인의 몸ㆍ나쁜 몸ㆍ탐욕의 몸ㆍ성내는 몸ㆍ어리석은 몸ㆍ질투하는 몸ㆍ간탐하는 몸ㆍ어린 몸ㆍ속이는 몸ㆍ속박하는 몸을 받았다. 선남자야, 보살은 이런 업이 없지만 중생으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하여 큰 원력으로 그 가운데 나기를 원한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이런 나쁜 업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009_0278_c_18L善男子賢劫中復受女身惡身貪身瞋身妒身慳身幻身誑身纏蓋之身男子菩薩爾時亦無是業但爲衆生得解脫故以大願力願生其中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009_0279_a_02L선남자야, 내가 현겁 동안에 내시의 몸ㆍ근이 없는 몸ㆍ근이 둘인 몸ㆍ근이 일정하지 않은 몸을 받았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실제로 이런 나쁜 몸을 받을 업이 없었지만,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하여 큰 원력으로 그 가운데 나기를 원하였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이런 나쁜 업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009_0278_c_23L男子我於賢劫受黃門身無根二根及不定根善男子菩薩摩訶薩實無如是諸惡身業爲令衆生得解脫故以大願力願生其中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선남자야, 나는 또 현겁에서 외도 니건자의 법을 익히고 그 법을 믿었으므로, 보시도 없고 사당[祠]도 없고 보시와 사당의 과보도 없으며, 선한 업도 없고 악한 업도 없고 선한 업 악한 업의 과보도 없으며, 현재의 세상도 없고 미래의 세상도 없고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으며, 성인도 없고 변화하는 몸도 없고 도와 열반도 없었다.
009_0279_a_05L善男子我於賢劫復習外道尼乾子法信受其法無施無祠無施祠報無善惡業無善惡業報無現在世及未來世無此無無有聖人無變化身無道涅槃
선남자야, 보살이 실로 이런 나쁜 업이 없었지만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하여 큰 원력으로 이런 삿된 법을 받은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생도 다음 생도 후생도 아니면서 이 나쁜 업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009_0279_a_09L男子菩薩實無如是惡業但爲衆生令得解脫以大願力受是邪法是名菩薩摩訶薩非現生後受是惡業
선남자야, 내가 생각하니 지난 옛적에 제바달다와 함께 장사치의 우두머리가 되어 각각 500의 장사꾼이 있었다. 그런데 이익을 위하여 바다에 나아가 보배를 따다가, 나쁜 인연으로 폭풍을 만나서 배가 파선되고 동무들이 모두 죽었다. 그러나 나와 제바달다만은 살생하지 않은 과보로 장수할 팔자가 되어 바람에 불려서 함께 육지에 이르렀다. 그때 제바달다는 보물을 탐하는 마음으로 크게 고통하면서 소리를 높여 통곡하였다. 나는 제바달다에게 통곡하지 말라고 일렀더니,
009_0279_a_12L善男子我念往昔與提婆達多俱爲商主各各自有五百商人爲利益故至大海中採取珍寶惡業緣故路遇暴風吹破舩舫伴黨死盡爾時我與提婆達多不殺果報長壽緣故爲風所吹俱至陸地時提婆達多貪惜寶生大憂苦發聲啼哭我時語言婆達多不須啼哭
009_0279_b_02L제바달다는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을 들어보시오. 어떤 가난뱅이가 하도 빈궁하고 곤고(困苦)하여 무덤들이 있는 데 가서 송장을 붙들고 말하기를, 〈그대가 나에게 죽음의 낙을 준다면, 나는 그대에게 가난한 목숨을 주겠다〉고 하였소. 그때 송장이 일어나 앉아서 가난뱅이에게 하는 말이 〈선남자야, 가난한 목숨은 그대나 가지시오. 나는 이 죽음의 낙이 매우 좋아서, 그대의 빈궁하게 사는 목숨이 반갑지 않다〉라고 하였소. 그런데 나는 지금 죽는 낙도 없고 겸하여 빈궁하기까지 하니, 어떻게 울지 않겠소?’
009_0279_a_20L提婆達多卽語我諦聽諦聽譬如有人貧窮困苦塚墓閒手捉死屍而作是言願汝今者施我死樂我當施汝貧窮壽命死屍卽便起坐語貧人言善男子貧窮壽命汝自受之我今甚樂如是死樂實不欣汝貧窮而生然我今日旣無死樂兼復貧窮云何而得不啼哭耶
나는 다시 위로하기를 ‘그대는 너무 근심하지 말라. 나에게 지금 두 개의 보배 구슬이 있으니 값이 한량이 없다. 한 개를 그대에게 나누어 주리라’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한 개를 주고 말하기를 ‘생명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런 보배를 가지는 것이지, 생명이 없으면 어떻게 가지겠는가?’라고 하였다.
009_0279_b_05L我復慰喩汝且莫愁今有二價直無數當分一枚以相惠施卽分與復語之言有命之人能得此如其無命誰能得耶
그리고 나는 피곤하여 나무 아래 누워서 쉬면서 잠이 들었는데, 제바달다는 탐욕이 불같이 일어나 나머지 한 개의 보배 구슬을 마저 빼앗으려고 나쁜 마음으로 나의 눈을 찌르고 구슬을 빼앗았다. 나는 그때 눈이 아파서 앓는 소리를 내었더니, 어떤 여인이 나에게 와서 묻기를 ‘당신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가?’하고 물었다.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였더니, 여인이 듣고는 또 묻기를 ‘당신의 이름은 누구요?’ 하기에
009_0279_b_08L我時疲弊一樹下止息眠臥提婆達多貪心熾爲餘一珠卽生惡心刺壞我目奪我珠我時患瘡發聲呻號時有一來至我所而問我言仁者何故呻號如是我卽爲其廣說本事女人聞復重問我汝名字何
‘나의 이름은 참된 말을 하는 이[實語]요’ 하였다. 여인이 또 말하기를 ‘무엇으로 당신이 참된 말을 하는 것을 증명하겠는가?’ 하기에 나는 이렇게 맹세하였다. ‘내가 만일 제바달다에게 원통한 마음이 있으면 내 눈이 지금 모양으로 영원히 소경이 될 것이고, 원통한 마음이 없으면 눈이 도로 온전하게 될 것이오’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이 예전과 같이 되었다. 선남자야,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세의 과보로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009_0279_b_14L我卽答言爲實語女言云何知汝爲實語耶卽立誓若我今於提婆達多有惡心目當如是永爲盲瞽如其無者還得眼言已其目平復如故善男子是名菩薩摩訶薩說現世報
009_0279_c_02L선남자야, 내가 지나간 옛적에 남천축 부단나(富單那)1)성의 바라문 집에 태어났었다. 그때 가라부(迦羅富)2)라는 임금이 있었는데, 성질이 포악하고 교만이 많으며 나이 젊었고 얼굴이 잘생겨 5욕락에 탐착하였다. 나는 그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그 성 밖에서 고요히 앉아 선정에 들었다. 그 임금이 때마침 봄놀이를 하느라고 권속과 채녀(婇女)들을 데리고 성에서 나와 구경을 다니다가 나무숲 아래서 욕락을 즐기고 있었다.
009_0279_b_19L善男子我念往昔生南天竺富單那城婆羅門家是時有王名迦羅富性暴惡憍慢自大年壯色美耽著五我於爾時爲度衆生在彼城外寂默禪思爾時彼王春木花敷與其眷宮人婇女出城遊觀在樹林下五欲自娛
채녀들이 왕의 곁을 떠나서 구경 다니다가 나에게 왔으므로, 나는 그들의 탐욕을 끊기 위하여 법을 말하였다.
009_0279_c_03L其諸婇女捨王遊戲遂至我我時欲爲斷彼貪故而爲說法
왕이 따라와서 나를 보고는 좋지 않은 마음으로 나에게 묻기를 ‘그대는 아라한과를 얻었는가?’ 하기에,
009_0279_c_04L王尋來卽見我時便生惡心而問我汝今已得羅漢果耶
나는 ‘얻지 못하였다’고 대답하였다.
我言不得
또 묻기를 ‘아나함과를 얻었는가?’ 하기에,
009_0279_c_06L獲得不還果耶
‘얻지 못하였다’고 대답하였다.
我言不得
왕이 또 말하였다.
‘그대가 만일 두 가지 도과를 얻지 못하였으면 탐욕과 번뇌가 구족하였을 터인데, 어찌하여 방자하게 나의 채녀들을 보는가?’
009_0279_c_07L復作是汝今若未得是二果則爲具足貪欲煩惱云何自恣觀我女人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탐욕의 결박을 끊지는 못하였으나, 마음에는 진실로 애착이 없습니다.’
009_0279_c_09L我卽答大王當知我今雖未斷於貪結其內心實無貪著
왕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세상에 있는 신선들이 기운을 삼키고 과실만을 먹으면서도 여색을 보면 탐심이 생긴다. 그대는 한창 나이가 젊었고 탐욕을 끊지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여색을 보고 애착이 없겠는가?’
009_0279_c_11L王言癡人世有諸仙服氣食果見色猶貪況汝盛年斷貪欲云何見色而當不貪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여색을 보고 애착하지 않음은 기운을 삼키고 과실을 먹는 데 달린 것이 아니며 무상하고 부정한 것으로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009_0279_c_13L我言見色不著實不因於服氣食果由繫心無常不淨
왕은 또 말했다.
‘남을 업신여기고 비방을 한다면 어떻게 청정한 계율을 지킨다고 말하겠는가?’
009_0279_c_15L王言若有輕他而生誹謗云何得名修持淨戒
나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만일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 비방도 하겠지만, 나는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데 왜 비방한다고 말합니까?’
009_0279_c_16L我言若有妒心則有誹謗我無妒心何言謗
왕은 또 말했다.
‘대덕이여, 어떤 것을 계행이라고 하는가?’
王言大德云何名戒
‘대왕이여, 참는 것을 계행이라고 합니다.’
009_0279_c_18L大王名爲戒
왕은 또 말하였다.
‘참는 것이 계행이라면, 내가 그대의 귀를 벨 것이니 만일 참으면 그대가 계행을 가지는 것을 믿겠다.’
009_0279_c_19L王言若忍是戒者當截汝耳若能忍者知汝持戒
그러면서 귀를 베었으나 나는 귀를 잘리면서도 얼굴빛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009_0279_c_20L卽截其耳時我被截顏色不變
그때 왕의 신하들은 이 광경을 보고 왕에게 간하기를 ‘이와 같은 대사(大士)를 해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009_0279_c_21L時王群臣見是事已卽諫王言如是大士不應加害
왕은 신하들에게 ‘너희들은 이 사람이 대사인 것을 어떻게 아느냐?’라고 했다.
009_0279_c_22L王告諸臣汝等云何知是大士
신하들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고통을 받으면서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009_0279_c_23L諸臣答言見受苦時容色不變
그러자 왕은 ‘내가 다시 시험하여 얼굴이 변하는지 않는지를 보겠다’라고 하면서, 코를 베고 손발을 끊었다.
009_0279_c_24L王復語言我當更試知變不變卽劓其鼻刖其手足
009_0280_a_02L 그때 보살은 벌써부터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상에서 자비를 닦았으므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가엾이 여겼다.
009_0280_a_02L爾時菩薩已於無量無邊世中修習慈悲愍苦衆生
그때 사천왕은 분노한 마음을 품고 모래와 자갈 비를 내렸다.
009_0280_a_04L時四天王心懷瞋忿雨沙礫石
왕은 그것을 보고 심하게 두려워 내 앞에 와서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말하였다.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나의 참회를 허락하십시오.’
009_0280_a_05L王見是已心大怖畏復至我所長跪而言唯願哀愍聽我懺悔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의 마음에 성내지 않음 또한 애욕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009_0280_a_06L我言大王我心無瞋亦如無貪
왕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성내는 마음이 없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
009_0280_a_07L王言大德云何得知心無瞋恨
나는 곧 맹세하기를 ‘내가 참으로 성내는 마음이 없다면, 나의 몸이 예전과 같아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서원함에 따라서 몸이 예전과 같이 되었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현세의 과보를 말한다고 한다.
009_0280_a_08L我卽立誓我若眞實無瞋恨者令我此身平復如故發是願已身卽平復是名菩薩摩訶薩說現世報
선남자야, 선한 업으로 다음 생에 받는 과보와 후생에 받는 과보와 나쁜 업의 과보도 이와 같다.
009_0280_a_11L善男子善業生報後報及不善業亦復如是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는 모든 업이 현세에 과보를 얻게 된다. 나쁜 업으로 받는 현세의 과보는 왕이 나쁜 업을 지어서 하늘에서 나쁜 비를 내리는 것과 같고, 또 어떤 사람이 사냥꾼에게 곰이 있는 곳과 보배빛 사슴을 가리켜 주고 손이 떨어진 것과 같다. 이런 것을 이름하여 나쁜 업으로 현세에 받는 과보라고 하는 것이다.
009_0280_a_13L菩薩摩訶薩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時一切諸業悉得現報善惡業得現報者如王作惡天降惡亦如有人示獵師羆處及寶色鹿其手墮落是名惡業現受果報
다음 생에 받는 과보는 일천제가 4중금이나 5역죄를 범한 것과 같고, 그 이후의 생에 받는 과보는 마치 계행을 지니는 사람이 서원을 세우고 ‘미래의 세상에도 항상 이와 같은 깨끗한 계율을 지키는 몸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하였다가, 중생의 수명이 100년이나 80년 되는 때에 전륜성왕이 되어서 중생을 교화한 것과 같다.
009_0280_a_17L生報如一闡提犯四重禁及五逆罪報者如持戒人深發誓願願未來世常得如是淨戒之身若有衆生壽百年時八十年時於中當作轉輪聖王教化衆生
009_0280_b_02L선남자야, 만일 업이 반드시 현세의 과보를 얻는다면 다음 생의 과보나 그 이후 생의 과보는 얻지 못할 것이다. 보살마하살이 32대인상(大人相)의 업을 닦는다고 하여도 현세의 과보는 얻지 못하는 것이다. 업이 만일 세 가지의 과보를 얻지 못한다면 그것을 결정되지 않은 업보라고 한다. 선남자야, 만일 ‘모든 업이 결정된 과보를 얻는 것이라면 범행과 해탈과 열반을 닦는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나의 제자가 아니며 마의 권속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009_0280_a_22L善男子若業定得現世報則不能得生報後報菩薩摩訶薩修三十二大人相業則不能得現世報也若業不得三種報者是名不定善男子若言諸業定得報者則不得有修習梵行解脫涅槃當知是人非我弟子是魔眷屬
만일 말하기를 ‘모든 업은 결정된 것과 결정되지 않은 것이 있다. 결정된 것은 현세에 받는 것과 다음 생에 받는 것과 후생에 받는 것이며, 결정되지 않은 것은 인연이 합하면 받고 합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다.
009_0280_b_05L若言諸業有定定者現報生報後報不定者緣合則受不合不受
그러므로 범행과 해탈과 열반을 닦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참으로 나의 제자이며 마의 권속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은 결정되지 않은 업이 많고 결정된 업은 적다. 그런 뜻으로 도를 닦는 일이 있고, 도를 닦으므로 결정된 중대한 업을 가볍게 받을 수 있으며, 결정되지 않은 업은 과보를 받지 않는다.
009_0280_b_07L以是義故應有梵行解脫涅槃當知是人眞我弟子非魔眷屬善男子一切衆生不定業多定業少以是義故有修習道修習道決定重業可使輕受不定之業非生報受
선남자야, 두 가지 사람이 있으니, 첫째는 결정되지 않은 과보를 결정된 과보로 만들며, 현생에 받을 과보를 다음 생에 받을 과보로 만들며, 가벼운 과보를 중한 과보로 만들어서 인간에서 받을 과보를 지옥에서 받는 것이다. 둘째는 결정된 과보를 결정되지 않은 과보로 만들며, 다음 생에 받을 것을 현생에 받게 하며, 중한 과보를 가볍게 만들어서 지옥에서 받을 것을 인간에서 가볍게 받는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이 하나는 어리석고 하나는 지혜로우며, 지혜 있는 이는 가볍게 하고 어리석은 이는 무겁게 한다.
009_0280_b_12L善男子有二種人一者不定作定報現報作生報輕報作重報人中受在地獄受二者定作不定生受者迴爲現受重報作輕應地獄人中輕受如是二人一愚二智者爲輕愚者令重
선남자야, 두 사람이 왕에게 죄를 지었을 때에 권속이 많은 이는 죄가 가벼워지고, 권속이 적은 이는 가벼운 죄도 무거워진다. 어리석고 지혜로운 사람도 그와 같아서 지혜로운 이는 선한 업이 많으므로 중한 업도 가볍게 받고, 어리석은 이는 선한 업이 적으므로 가벼운 업도 무겁게 받는다.
009_0280_b_17L善男子譬如二人於王有罪眷屬多者其罪則輕眷屬少者應輕更重愚智之人亦復如是智者善業多故重則輕受愚者善業少故輕則重受
009_0280_c_02L 선남자야, 비유하면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살이 쪄서 건장하고 한 사람은 여위었다. 함께 수렁에 빠졌을 때 건장한 이는 나올 수 있으나 여윈 이는 점점 빠지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두 사람이 함께 독약을 먹었을 때에 한 사람에게는 주문의 힘과 아가타(阿伽陀)약3)이 있고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면, 주문과 약이 있는 이는 독약이 해치지 못하고 없는 이는 먹고 나서 곧 죽는다.
009_0280_b_21L善男子譬如二人則肥壯一則羸瘦俱沒深泥肥壯能羸者則沒善男子譬如二人俱共服毒一有呪力及阿伽陁一者無有賴呪藥者毒不能傷其無呪藥服時卽死
선남자야, 두 사람이 모두 즙[漿]을 많이 먹었을 때에, 한 사람은 화기가 성하고 한 사람은 화기가 미약하다면, 화기가 성한 이는 능히 소화하지만 화기가 미약한 이는 병이 되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두 사람이 함께 임금의 옥에 갇혔을 때에 한 사람은 지혜가 있고 한 사람은 어리석다면, 지혜 있는 이는 놓여날 수 있지만 어리석은 자는 놓여날 기약이 없는 것과 같다.
009_0280_c_03L善男子譬如二人俱多飮漿火力勢盛一則微弱火勢多者則能消化火勢弱者則爲其患善男子如二人爲王所繫一有智慧一則愚其有智者則能得脫愚癡之人無有脫期
선남자야, 두 사람이 함께 위험한 길을 갈 때에 한 사람은 눈이 잘 보이고 한 사람은 소경이라면, 눈이 잘 보이는 사람은 걱정 없이 잘 가지만 소경은 구렁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먹을 때에 한 사람은 양이 크고 한 사람은 양이 적다면, 양이 큰 사람은 먹어도 근심이 없지만 양이 적은 사람은 먹는 대로 걱정이 되는 것과 같다.
009_0280_c_08L善男子譬如二人俱涉險路一則有目一則盲瞽有目之人直過無患盲者墜落墮深坑險善男子如二人俱共飮酒一則多食一則少其多食者飮則無患其少食者飮則成患
선남자야, 두 사람이 함께 원수와 싸울 때에 한 사람은 갑주로 몸을 무장하고 한 사람은 맨몸이라면, 갑주로 무장한 이는 원수를 파하지만, 맨몸인 이는 면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또 두 사람이 함께 더러운 것이 옷에 묻었을 때에, 한 사람은 알고 곧 빨았으나 한 사람은 알고도 빨지 않는다면, 빤 사람은 옷이 깨끗하지만 빨지 않은 사람은 옷이 점점 더러워지는 것과 같다.
009_0280_c_13L善男子譬如二人俱敵怨陣一則鎧仗具足莊嚴一則白身其有仗者能破怨敵其自身者不能自勉復有二人糞穢污衣一覺尋浣一覺不浣其尋浣者衣則淨潔其不浣者垢穢日增
또 두 사람이 모두 수레를 탔을 때에, 하나는 바퀴가 있고 하나는 바퀴가 없다면, 바퀴가 있는 것은 마음대로 가지만, 바퀴가 없는 것은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한다.
009_0280_c_18L復有二人俱共乘車一有副軸一無副軸有副軸者隨意而去無副軸者則不移處
009_0281_a_02L또 두 사람이 모두 먼 길을 떠날 때에 한 사람은 양식이 있고 한 사람은 그냥 간다면 양식이 있는 이는 무사하게 지나갈 수 있지만, 그냥 가는 이는 지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두 사람이 함께 도적에게 겁탈을 당하였을 때에, 한 사람은 보배 광이 있고 한 사람은 광이 없다면, 보배 광이 있는 이는 근심이 없지만 광이 없는 이는 근심이 되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이와 지혜 있는 이도 그와 같아서, 선한 광이 있는 이는 무거운 업도 가볍게 받고 선한 광이 없는 이는 가벼운 업도 무겁게 받는다.”
009_0280_c_20L復有二人俱行曠路一有資糧一則空往有資糧者則得度險其空往者則不能過復有二人爲賊所劫一有寶藏一則無藏有寶藏者心無憂戚其無藏者心則愁惱愚智之人亦復如是有善藏者重業輕受無善藏者輕業重受
사자후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모든 업이 모두 결정된 과보를 얻는 것도 아니며, 모든 중생이 반드시 받는 것도 아니라면 세존이시여, 어떻게 중생이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무겁게 받으며, 지옥의 무거운 업보를 현세에 가볍게 받겠습니까?”
009_0281_a_03L師子吼菩薩言世尊如佛所說非一切業悉得定果非一切衆生定受云何衆生令現輕報地獄重受獄重報現世輕受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온갖 중생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혜 있는 이며, 둘째는 어리석은 자이다. 만일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으면 지혜가 있다고 할 것이며, 몸도 계율도 마음도 지혜도 닦지 않으면 어리석다고 한다.
009_0281_a_07L佛言一切衆生凡有二種一者有智二者愚癡若能修習身是名智者若不能修身是名愚者
어떤 것을 말하여 몸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가? 만일 5정(情)의 감관을 거두어들이지 못하면 몸을 닦지 못한다 하고, 일곱 가지 깨끗한 계율[淨戒]을 받아 지니지 못하면 계행을 닦지 못한다고 한다. 마음을 조복하지 못하므로 마음을 닦지 못한다 하고, 성인의 행을 익히지 못하므로 지혜를 닦지 못한다고 한다.
009_0281_a_10L云何名爲不修習若不能攝五情諸根名不修身能受持七種淨戒名不修戒不調心名不修心不修聖行名不修慧
또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함은 청정한 계율의 자체를 구족하지 못한 것이며, 계율을 닦지 못한다고 함은 여덟 가지 부정한 물건을 받아 두는 것이다. 마음을 닦지 못한다고 함은 세 가지 모양[三相]4)을 닦지 못하는 것이며, 지혜를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범행을 닦지 못하기 때문이다.
009_0281_a_13L不修身者不能具足淸淨戒體修戒者受畜八種不淨之物不修心不能修習三種相故不修慧者修梵行故
또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몸을 관찰하지 못하고 빛을 관찰하지 못하고 색상(色相)을 관찰하지 못하고 몸의 모습을 관찰하지 못하고 몸에 딸린 것[身數]5)을 알지 못하며, 이 몸이 여기로부터 저기에 이르는 것을 알지 못하여 몸이 아닌 데서 몸이라는 상(相)을 내고 색이 아닌 데에 색이라는 상을 짓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몸과 몸에 딸린 것에 탐착함을 이름하여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한다.
009_0281_a_17L復次不修身者不能觀身不能觀色及觀色相不觀身相不知身數不知是身從此到彼於非身中而生身相於非色中而作色相是故貪著我身身數名不修身
계율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만일 하열한 계를 받으면 계율을 닦는다 고 하지 못하니 한쪽으로 치우친 계율[邊戒]이나 자기의 이익을 위한 계율이나 자기만 조율하는 계율[自調戒]을 받아 가지면 중생들을 널리 안락하게 하지 못하며, 위없이 바른 법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고 천상에 나서 5욕락을 받기 위한 것은 계율을 닦는다고 하지 못한다.
009_0281_a_21L不修戒者若受下戒不名修戒受持邊戒爲自利戒爲自調戒不能普爲安樂衆生非爲護持無上正法爲生天上受五欲樂不名修戒
009_0281_b_02L마음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마음이 산란하여 자기의 경계를 전일하게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의 경계란 것은 4념처(念處)이며 다른 경계는 5욕락이니, 4념처를 닦지 못하면 마음을 닦지 못한다고 하며, 나쁜 업 가운데서 마음을 잘 보호하지 못하면 지혜를 닦지 못한다고 한다.
009_0281_b_02L不修心者若心散亂不能專一守自境界自境界者謂四念處他境界者所謂五欲若不能修四念處者名不修心於惡業中不善護心名不修慧
또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이 몸이란 것이 무상하고 머물러 있지 않고 위태하고 연약하고 시시각각 멸하는 것이어서 마군의 경계인 것을 깊이 관찰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율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시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며, 마음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선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지혜를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반야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것이며,
009_0281_b_06L復次不修身者不能深觀是身無常無住危脆念念滅壞是魔境界不修戒者不能具足尸波羅蜜不修心者不能具足禪波羅蜜不修慧者不能具足般若波羅蜜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나의 몸과 나의 몸에 딸린 것을 탐착하여 나의 몸은 항상하여 변함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계율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의 몸을 위하여 10악업을 짓는 것이다. 마음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나쁜 업 가운데서 마음을 거두지 못한 것이며, 지혜를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마음을 거두지 못하므로 선한 법 악한 법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009_0281_b_10L不修身者貪著我身及我所身身常恒無有變易不修戒者爲自身故作十惡業不修心者於惡業中不能攝心不修慧者以不攝心不能分別善惡等法
또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나라는 소견을 끊지 못한 것이며, 계율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계율에 집착함[戒取]을 끊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탐욕과 성내는 업을 지어서 지옥으로 향하는 것이며, 지혜를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마음을 끊지 못하는 것이다.
009_0281_b_15L復次不修身者不斷我不修戒者不斷戒取不修心者貪瞋業趣向地獄不修慧者不斷癡
또 몸을 닦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몸이 비록 허물은 없더라도 항상 원수가 되는 줄을 관찰하지 못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어떤 남자에게 원수가 항상 따라다니면서 짬을 엿보면 지혜 있는 이는 알아차리고 마음을 두어 방비하니, 방비하지 않으면 해를 받는 것과 같다. 모든 중생의 몸도 그와 같아서 항상 음식과 차고 더움을 따라 보호하여 기르는데, 그렇게 보호하여 기르지 않으면 곧 무너진다.
009_0281_b_18L復次不修身者不能觀身雖無過而常是怨善男子譬如男子有怨常逐伺求其便智者覺已繫心愼護若不愼護則爲其害一切衆生身亦如是常以漿水飮食冷煖調適將養若不如是將護守愼卽當散壞
009_0281_c_02L선남자야, 저 바라문이 불을 섬길 때에 매번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찬탄하고 예배하며 100년 동안을 섬기는데, 만일 한 번만 닿아도 곧 사람의 손을 데이고 만다. 이 불을 그렇게 공양하지만 조금도 섬기는 이의 은혜를 갚을 생각이 없는 것과 같다.
009_0281_b_23L善男如婆羅門奉事火天常以香花禮拜供養承事期滿百年若一觸尋燒人手是火雖得如是供養無一念報事者恩
모든 중생의 몸도 그와 같아서 아무리 여러 해를 두고 좋은 향과 꽃과 영락과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병나면 의약으로 공급하더라도 어쩌다가 안으로나 밖으로나 나쁜 인연을 만나기만 하면 곧 파멸하여 버리고 지난날 의복과 음식으로 이바지한 은혜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009_0281_c_04L一切衆生身亦如雖於多年以好香花瓔珞衣服臥具病瘦醫藥而供給之若遇內外諸惡因緣卽時滅壞都不憶念往日供給衣食之恩
선남자야, 어떤 임금이 네 마리 독사를 기를 때에 한 궤짝에 넣어서 어떤 사람에게 맡겨 기르게 하면, 네 마리 중에서 한 마리가 성을 내어도 사람을 해치므로 이 사람이 항상 무서워서 먹을 것을 구하여 때에 맞춰 수호하는 것과 같다.
009_0281_c_08L善男子譬如有王畜四毒蛇置之一篋以付一人仰令瞻是四蛇中設一生瞋則能害人人恐怖常求飮食隨時守護
모든 중생의 4대라는 독사도 그와 같아서 1대만 성을 내어도 곧 몸을 망가뜨린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오래도록 병이 들었으면 마땅히 지성으로 의원을 구하여 치료하여야 한다. 만일 부지런히 구원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의심 할 나위가 없다. 모든 중생의 몸도 그와 같아서 항상 마음을 거두어서 방일하지 않게 하여야 하며 만일 방일하면 곧 소멸하고 무너진다.
009_0281_c_11L一切衆生四大毒蛇亦復如是若一大瞋能壞身善男子如人久病應當至心求醫療治若不勤救必死不疑一切衆生身亦如是常應攝心不令放逸若放逸者卽便滅壞
선남자야, 마치 굽지 않은 그릇[坏甁]은 비바람을 맞거나 때리고 던지거나 밟고 누르는 것을 견디지 못하듯이, 모든 중생의 몸도 그와 같아서 기갈과 더위와 추위와 비와 바람과 때리고 얽어매고 심하게 꾸짖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선남자야, 부스럼이 곪지 않았을 때에는 잘 감싸서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여야 하며 만일 건드리면 매우 고통스러운 것처럼 중생들의 몸도 그와 같다.
009_0281_c_16L善男子譬如坏不耐風雨打擲搥押一切衆生身亦如是不耐飢渴寒熱風雨打繫善男子如癰未熟常當善護不令人觸設有觸者卽大苦痛一切衆生身亦如是
선남자야, 노새가 새끼를 배면 제 몸을 해롭게 하는데, 중생들의 몸도 그와 같아서 속에 풍(風)이나 냉(冷)이 있으면 고통을 받는다. 선남자야, 파초가 열매를 맺으면 말라죽듯이 중생들의 몸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또 파초는 속에 굳은 고갱이가 없듯이 모든 중생의 몸도 그와 같다.
009_0281_c_21L善男子如騾懷妊自害其一切衆生身亦如是內有風冷卽受害善男子譬如芭蕉生實則枯一切衆生身亦如是善男子亦如芭內無堅實一切衆生身亦如是
009_0282_a_02L 선남자야, 뱀과 쥐와 이리가 각각 서로 원수라는 마음을 내듯이 중생의 4대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거위가 무덤을 좋아하지 않듯이 보살도 그러하여 몸이라는 무덤에 탐착을 내지 않는다. 선남자야, 전다라가 7대를 계속하여 그 업을 버리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듯이,
009_0282_a_02L男子如蛇各各相於常生怨心 衆生四大亦復如是善男子譬如鵝不樂塚墓菩薩亦爾於身塚墓亦不貪樂善男子如旃陁羅七世相繼不捨其業是故爲人之所輕賤
이 몸의 종자도 그러하여 종자와 정혈(精血)이 궁극적으로 부정한 것이며 부정한 까닭에 부처님과 보살들이 천하게 꾸짖는다. 선남자야, 이 몸은 마라야(摩羅耶)산6)에서 전단을 내는 것과 같지 않으며 우발라꽃[優鉢羅花]ㆍ분다리꽃[芬陀利花]ㆍ첨파꽃[瞻婆花]ㆍ마리가꽃[摩利迦花]ㆍ바사가꽃[婆師迦花]을 내지 못하고 아홉 구멍에서는 농혈과 부정한 것이 항상 흐르며 난 곳은 더럽고 추하고 누추하여 싫어할 만하며 항상 벌레들과 함께 있다.
009_0282_a_07L是身種子亦復如是種子精血究竟不淨以不淨故諸佛菩薩之所輕呵善男是身不如摩羅耶山生於栴檀不能生優鉢羅花芬陁利花瞻婆花摩利迦花婆師迦花九孔常流膿血不淨生處臭穢醜陋可惡常與諸虫共在一處
선남자야, 세간에서 아무리 훌륭하고 정결한 숲 동산이라도 송장이 그 가운데 이르면 부정해져서 여러 사람이 모두 버리고 좋아하지 않는다. 색계(色界)도 그와 같아서 비록 깨끗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몸이 있는 까닭에 부처님과 보살들이 모두 버리신다. 선남자야, 만일 이런 관찰을 하지 못하면 몸을 닦지 않는다고 이름한다.
009_0282_a_14L善男子譬如世閒雖有上妙淸淨園林死尸至中則爲不淨共捨之不生愛著色界亦爾雖復淨以有身故諸佛菩薩悉共捨之男子若有不能作如是觀名不修身
계율을 닦지 않는다고 함은, 선남자야, 계율은 모든 선한 법의 사다리이며 모든 선한 법의 근본이니 마치 땅이 모든 나무들이 나는 근본인 것과 같으며, 계율은 모든 선근을 인도하는 우두머리이니 장사치의 두목이 여러 장사꾼을 인도하는 것과 같다.
009_0282_a_18L不修戒者善男子若不能觀戒是一切善法梯橙亦是一切善法根本地悉是一切樹木所生之本是諸善根之導首也如彼商主導衆商人
009_0282_b_02L계율은 모든 선한 법의 승리의 깃발이니 제석천왕이 세우는 승리의 깃발과 같으며, 계율은 능히 일체의 악한 업과 세 가지 나쁜 세계를 영원히 단절하고 능히 나쁜 병을 치료하는 약 나무와 같으며, 계율은 생사의 험한 길을 걸어가는 양식이며 계율은 번뇌의 도둑을 쳐부수는 병장기이며 계율은 번뇌의 독사를 없애는 주문이며 계율은 나쁜 업을 건네는 다리라고 관찰해야 한다. 만일 이렇게 관찰하지 못하면 계율을 닦는다고 이르지 못한다.
009_0282_a_22L是一切善法勝幢如天帝釋所立勝戒能永斷一切惡業及三惡道療惡病猶如藥樹戒是生死險道資戒是摧結破賊鎧仗戒是滅結毒 蛇良呪戒是度惡業行橋梁若有不能如是觀者名不修戒
마음을 닦지 않는다 함은, 마음은 경솔하고 조급하고 요동하는 것이어서 붙잡기 어렵고 조복하기 어려우며, 멋대로 달아나기는 사나운 코끼리 같고, 잠깐잠깐 신속하기는 번갯불 같고, 경망하여 가만있지 못함은 원숭이 같다. 요술 같고 아지랑이 같아서 모든 악의 근본이 되며 5욕락으로도 만족하지 못함은 불이 땔나무를 얻은 것 같고, 바다가 여러 강물을 삼키는 것 같고, 만다(曼陀)산에 초목이 무성한 것 같고,
009_0282_b_05L不修心者能觀心輕躁動轉難捉難調馳騁奔如大惡象念念迅速如彼電光擾不住猶如獼猴如幻如炎乃是一切諸惡根本五欲難滿如火獲薪如大海吞受諸流如曼陁山草木滋
생사의 허망함은 관찰하지 못하고 탐을 내다가 환난에 부딪치는 것은 고기가 미끼를 삼키는 것 같으며, 항상 앞서서 인도하면 모든 업이 따라오는 것은 마치 어미조개 [貝母]가 새끼들을 인도하는 것과 같다. 5욕을 탐하고 열반을 좋아하지 않음은 마치 낙타가 꿀을 먹고 죽음에 이르도록 꼴[芻草]을 돌아보지 않는 것과 같고, 현재의 욕락만 탐착하고 뒷날의 허물을 관찰하지 못함은 소가 여린 싹을 먹느라고 채찍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25유(有)로 두루 돌아다니는 것은 강한 바람이 도라(兜羅)솜을 날리는 것과 같다.
009_0282_b_11L不能觀察生死虛妄耽惑致患魚吞鉤常先引導諸業隨從猶如貝母引導諸子貪著五欲不樂涅槃駝食蜜乃至於死不顧芻草深著現不觀後過如牛貪苗不懼杖楚騁周遍二十五有猶如疾風吹兜羅%(茸*毛)
구할 수 없는 것을 구하면서 만족함을 모르는 것은 지각없는 사람이 뜨겁지 않은 불을 구하는 것 같고, 매양 생사를 좋아하고 해탈을 좋아하지 않음은 임바(紝婆)벌레가 임바나무를 좋아하듯 하며, 미혹하여 생사의 더러움에 애착함은 옥중의 죄수가 옥졸 여인을 좋아하는 것 같고 뒷간에 기르는 돼지가 부정한 데 있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관찰하지 못하는 것을 일러 마음을 닦지 않는다고 한다.
009_0282_b_17L所不應求求無厭足如無智人求無熱火常樂生死不樂解脫如紝婆虫樂紝婆樹迷惑愛著生死臭穢如獄囚樂獄卒女亦如廁猪樂處不若有不能如是觀者名不修心
009_0282_c_02L지혜를 닦지 않는다고 함은, 지혜는 큰 세력을 가진 것이 금시조와 같아서 악한 업을 깨뜨리며 무명의 어둠을 파함이 햇빛과 같으며, 5음의 나무를 뽑는 것은 홍수가 물건을 떠내려 보내듯 하고, 나쁜 소견을 불사름은 맹렬한 불과 같다. 지혜는 온갖 선한 법의 근본이며 부처님과 보살의 어머니가 되는 종자이니 이렇게 관찰하지 못하면 지혜를 닦는다고 이르지 않는다.
009_0282_b_21L修慧者不觀智慧有大勢力如金翅能壞惡業壞無明闇猶如日光拔陰樹如水漂物焚燒邪見猶如猛慧是一切善法根本佛菩薩母之種子也若有不能如是觀者不名修
선남자야, 제일의(第一義) 중에서 만일 몸[身]ㆍ몸의 모양[身相]ㆍ몸의 인[身因]ㆍ 몸의 과[身果]ㆍ몸의 모임[身聚]ㆍ몸이 하나임[身一]ㆍ몸이 둘임[身二]ㆍ이 몸ㆍ저 몸ㆍ몸이 멸함ㆍ몸이 평등함[身等]ㆍ몸으로 닦음[身修]ㆍ닦는 이[修者]를 본다면 이렇게 보는 이는 몸을 닦지 않는다고 이른다.
009_0282_c_04L善男子第一義中若見身身相身果身聚身一身二此身彼身身等身修修者若有如是見者不修身
선남자야, 만일 계율ㆍ계율의 모양ㆍ계율의 인ㆍ계율의 과ㆍ상계(上戒)ㆍ 하계ㆍ계율의 모임ㆍ계율이 하나임ㆍ계율이 둘임ㆍ이 계율ㆍ저 계율ㆍ계율이 멸함ㆍ계율이 평등함ㆍ계율로 닦음ㆍ닦는 이ㆍ계바라밀을 본다면 이렇게 보는 이는 계율을 닦지 않는다고 이른다.
009_0282_c_07L善男子若見戒戒相戒因上戒下戒戒聚戒一戒二此戒戒滅戒等戒修修者戒波羅蜜有如是見者名不修戒
만일 마음ㆍ마음의 모양ㆍ마음의 인ㆍ마음의 과ㆍ마음의 모임ㆍ마음[心王]ㆍ마음의 헤아림[心數]ㆍ마음이 하나임ㆍ마음이 둘임ㆍ이 마음ㆍ저 마음ㆍ마음이 멸함ㆍ마음이 평등함ㆍ마음으로 닦음ㆍ닦는 이ㆍ상심(上心)ㆍ중심ㆍ하심ㆍ선한 마음ㆍ악한 마음을 본다면 이렇게 보는 이는 마음을 닦지 않는다고 이른다.
009_0282_c_10L若見心心相心因心果心聚心及心數心一心二彼心心滅心等心修修者上中下善心惡心若有如是見者名不修
선남자야, 만일 지혜ㆍ지혜의 모양ㆍ지혜의 인ㆍ지혜의 과ㆍ지혜의 모임ㆍ지혜가 하나임ㆍ지혜가 둘임ㆍ이 지혜ㆍ저 지혜ㆍ지혜의 멸함ㆍ지혜의 평등함ㆍ상품 지혜ㆍ중품 지혜ㆍ하품 지혜ㆍ둔한 지혜ㆍ예리한 지혜ㆍ지혜로 닦음ㆍ닦는 이를 본다면 이런 소견이 있는 이는 지혜를 닦지 않는다고 이른다.
009_0282_c_14L善男子若見慧慧相慧因慧果慧一慧二此慧彼慧慧滅慧等中下慧鈍慧利慧慧修修者若有如是見者名不修慧
선남자야, 만일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지 않으면 이런 사람은 작은 악업에도 크게 나쁜 과보를 받으며 공포에 떨기 때문에 항상 ‘나는 지옥에 속하니 지옥으로 갈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지혜 있는 이가 지옥의 고통을 말하는 것을 듣고도 ‘쇠로는 쇠를 치고 돌로는 돌을 치고 나무는 나무를 치고 불에 있는 벌레는 불을 좋아하듯이 지옥에 가는 몸은 지옥과 같을 것이며 설사 지옥과 같다 한들 괴로울 것이 무엇이겠는가?’하고 생각한다.
009_0282_c_17L善男子若有不修如是之人於小惡業得大惡報以恐怖故常生是念我屬地獄作地獄行雖聞智者說地獄苦常作是念如鐵打鐵石還打石木自打木火虫樂火地獄之身還似地獄若似地獄有何苦事
009_0283_a_02L마치 파리가 가래침에 붙어 벗어나지 못하듯이 이 사람도 그러하여 조그만 죄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며, 처음부터 뉘우치는 마음도 없고 선한 일을 닦지도 못하며 있는 허물을 숨기기만 하므로 비록 지난 세상에 지었던 선한 업이 있어도 이 죄에 더럽혀져 이 사람의 현세에 받을 가벼운 업보도 지옥의 중대한 나쁜 과보로 변한다.
009_0282_c_23L譬如蒼蠅爲唾所粘不能得出是人亦爾於小罪中不能自出心初無悔不能修善覆藏瑕疵雖有過去一切善業悉爲是罪之所 垢污是人所有現受輕報轉爲地獄極重惡果
선남자야, 적은 물에 소금 한 되를 넣으면 너무 짜서 마실 수 없듯이 이 사람의 죄업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남에게 빚 1전(錢)을 지고도 갚지 않으면 몸이 속박을 당하고 많은 고통을 받듯이 이 사람의 죄업도 그와 같다.”
009_0283_a_05L善男子如小器水置鹽一其味鹹苦難可得飮是人罪業亦復如是善男子譬如有人負他一錢不能償故身被繫縛多受衆苦是人罪業亦復如是
사자후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이 무슨 까닭에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받게 됩니까?”
009_0283_a_09L師子吼菩薩言世尊是人何故令現輕報轉地獄受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들이 다섯 가지 일을 갖추면 현세에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받게 된다. 무엇이 다섯 가지 일인가? 첫째는 어리석은 탓이며, 둘째는 선근이 적은 탓이며, 셋째는 악한 업이 무거운 탓이며, 넷째는 참회하지 않은 탓이며, 다섯째는 근본 선업을 닦지 못한 탓이다.
009_0283_a_10L佛言善男子一切衆生若具五事令現輕報轉地獄受何等爲五一者愚癡故二者善根微少故三者惡業深重故四者不懺悔故五者不修本善業故
또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나쁜 업을 닦아 익힌 탓이며, 둘째는 계율의 재산이 없는 탓이며, 셋째는 모든 선근을 멀리 여읜 탓이며, 넷째는 몸의 계행과 마음의 지혜를 닦지 않은 탓이며, 다섯째는 나쁜 동무를 가까이 한 탓이다. 선남자야, 이런 까닭에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무겁게 받는 것이다.”
009_0283_a_14L復有五事一者修習惡業故二者戒財故三者遠離諸善根故四者修身戒心慧故五者親近惡知識故善男子是故能令現世輕報地獄重
사자후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지옥에서 받을 과보를 바꾸어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습니까?”
009_0283_a_19L師子吼言世尊何等人能轉地獄現世輕受
“선남자야, 만일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아 익히되 앞서 말한 바와 같이하며,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은 줄을 관찰하면서 지혜도 보지 않고 지혜로운 이도 보지 않고 어리석음도 보지 않고 어리석은 자도 보지 않고 닦음도 보지 않고 닦는 이도 보지 않으면, 그런 이는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능히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을 것이며 이런 사람은 지옥에서 받을 업보를 현세에서 가볍게 받는다.
009_0283_a_20L善男子若有修習身戒心慧如先所說能觀諸法同如虛空不見智慧不見智者不見愚癡不見愚者不見修習及修習者是名智者如是之人則能修習身戒心慧是人能令地獄果報現世輕受
009_0283_b_02L이런 사람은 설사 중대한 나쁜 업을 지었더라도 생각하고 관찰하여 가볍게 하며, ‘나의 업이 비록 무겁더라도 선한 업만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마치 목화가 100근이라도 순금 한 냥을 대적하지 못하며 항하수에 소금 한 되를 넣더라도 짠맛이 없어서 마시는 이가 알지 못하며 억만 부자가 비록 남의 빚을 천냥 만냥을 졌더라도 그를 속박하여 괴로움을 받게 하지 못할 것이며
009_0283_b_02L是人設作極重惡業思惟觀察能令輕微作是 念言我業雖重不如善業譬如㲲花雖復百斤終不能敵眞金一兩如恒河中投一升鹽水無鹹味飮者不覺如巨富者雖多負人千萬寶物無能繫縛令其受苦
큰 코끼리가 쇠사슬을 끊고 자재하게 달아나듯이, 지혜 있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항상 ‘나의 선근은 크고 나쁜 업은 미약하니 내가 능히 모두 드러내어 참회하여 나쁜 업을 없애고 지혜를 닦으면 지혜의 힘은 커지고 무명의 힘은 적어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009_0283_b_08L如大香象能壞鐵鎖自在而去智慧之人亦復如是常思惟言我善力多惡業羸弱我能發露懺悔除罪惡業能修智慧智慧力多無明力少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선지식을 친근하여 바른 지견을 닦으며, 12부경을 배우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며 경전을 배우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는 이를 보면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겸하여 의복과 음식과 방과 가구와 약과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찬탄하고 존중하며,
009_0283_b_12L如是念已親近善友修習正見受持讀誦書寫解說十二部經見有受持讀誦書寫解說之者心生恭敬兼以衣食房舍臥具病藥花香而供養之讚歎尊重
이르는 곳마다 그의 선한 일을 칭찬하고 잘못을 말하지 않으며 삼보께 공양하고 방등대승의 대반열반경을 공경하며 여래는 항상하여 변함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는 줄을 믿으면, 이런 사람은 능히 지옥의 중한 업보를 현세에서 가볍게 받는다.
009_0283_b_16L所至到處稱說其善不訟其短供養三寶敬信方等『大涅槃經』如來常恒無有變易一切衆生悉有佛性是人能令地獄重報現世輕受
선남자야, 이런 이치로 온갖 업이 모두 결정된 과보가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중생이 반드시 받는 것도 아니다.”
009_0283_b_20L善男子以是義故非一切業悉有定果亦非一切衆生定受
大般涅槃經卷第三十一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취아귀(臭餓鬼). 아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존재이다.
  2. 2)취지(臭地)라고 한다.
  3. 3)일반적인 약 가운데 특히 해독제를 의미함. 죽지 않는 약이라고도 하는데 이 약을 복용하면 병이 낫는다는 의미이다.
  4. 4)들어오고 머물고 나가는 세 가지 모습. 또는 생겨나고 유지하고 소멸하는 세 가지 모습이다.
  5. 5)5음(陰), 6근(根), 4대(大) 등의 수(數).
  6. 6)전단향이 나오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