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실 적에 큰 비구들 1만 2천 명과 보살마하살 8만 명과 하늘[天]․용(龍)․야차(夜叉)․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睺羅伽)․비구(比丘)․비구니(比丘尼)․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와 함께 하시니, 큰 전륜왕(轉輪王)과 작은 전륜왕과 금 바퀴[金輪] 전륜왕과 은 바퀴[銀輪] 전륜왕과 국왕과 왕자와 대신과 국민과 선비와 부인과 큰 장자들이 각각 백천 명의 권속에게 둘러싸여 부처님께 와서 머리를 숙이어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향을 태우거나 꽃을 뿌리면서 갖가지로 공양을 하였다. 공양을 마치고는 물러나서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 보살들의 이름은 문수사리(文殊師利)법왕자․대위덕장(大威德藏)법왕자․무우장(無優藏)법왕자․대변장(大辯藏)법왕자․미륵(彌勒)보살․도수(導首)보살․약왕(藥王)보살․약상(藥上)보살․화당(花幢)보살․화광당(花光幢)보살․다라니자재왕(陀羅尼自在王)보살․관세음(觀世音)보살․대세지(大勢至)보살․상정진(常精進)보살․보인수(寶印手)보살․보적(寶積)보살․보장(寶杖)보살․월삼계(越三界)보살․비마발라(毘摩跋羅)보살․향상(香象)보살․대향상(大香象)보살․사자후왕(師子吼王)보살․
009_0715_b_01L사자유희세(師子遊戱世)보살․사자분신(師子奮迅)보살․사자정진(師子精進)보살․용예력(勇銳力)보살․사자위맹복(師子威猛伏)보살․장엄(莊嚴)보살․대장엄(大莊嚴)보살들이었으니, 이러한 보살마하살 8만 인과 함께하셨다. 이 여러 보살들은 모두가 법신 대사(法身大士)로서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으로 이루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마음은 선정에 고요하여 항상 삼매에 있으며, 편안하고 담박하여 탐이 없고 욕심이 없으며, 뒤바뀌고 어지러운 생각이 다시는 들어오지 않으며, 고요하고 맑아서 뜻이 비고 넓으며, 지키어 움직이지 않기를 억백천 겁에 이르며, 한량없는 법문이 모두 앞에 나타났으며, 큰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을 통달하였으며, 성품과 모습의 진실함을 밝게 분별하였으며, 있고 없고 길고 짧은 것이 밝게 나타나고 희게 드러났다.
또 모든 근기의 성품과 욕망을 잘 알아서 다라니(陀羅尼)의 걸림 없는 변재(辯才)로서 부처님께 법 바퀴[法輪] 굴리시기를 청하며, 그를 수순하여 능히 굴리되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리어 애욕의 티끌을 가리며, 열반의 문을 열고 해탈의 바람을 일으키어 세간의 더위와 번뇌를 제거하여 서늘한 법을 이루었다.
다음은 매우 깊은 12인연을 드리워 무명(無明)․노(老)․병(病)․사(死) 등과 사납고 무성한 괴로움의 햇살을 뿌리며, 그리고는 위없는 대승(大乘)을 들이부어 중생들의 모든 선근(善根)을 적셔 주며, 좋은 종자를 공덕의 밭에 두루 뿌리어 널리 온갖 보리(菩提)의 싹이 돋아나게 하며, 지혜의 일월(日月)과 방편의 시절에 따라 대승의 사업(事業)이 무성하고 자라나게 하며, 대중으로 하여금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하게 하였다.
009_0715_c_01L항상 쾌락하고 미묘한 진실에 머물러 한량없는 자비로써 괴로운 중생을 구호하니, 이는 모든 중생들의 참된 선지식(善知識)이며, 모든 중생의 크고 좋은 복밭이며, 모든 중생의 청하지 않아도 오는 스승이며, 모든 중생의 편안하고 즐거운 곳이며, 구제하는 곳이며, 보호하는 곳이며, 크게 의지하는 곳이었다. 곳곳에서 대중의 큰 길잡이[大導師]가 되어 맹인에게는 눈이 되며, 귀먹고 코 없고 벙어리가 된 이에게는 귀와 코와 혀가 되며, 모든 근(根)이 이지러지고 망가진 이에게는 능히 구족하게 하며, 미치고 어지러운 이에게는 크고 바른 생각이 되며, 뱃사공으로는 큰 사공이 되어 중생을 싣고 생사의 강을 건너 열반의 언덕에 두며,
의원[醫王]으로는 큰 의왕(醫王)이 되어 병의 증세를 분별하고 약의 성질을 밝게 알아 병에 따라 약을 주어 대중으로 하여금 약을 먹게 하며, 말몰이[調御]로서는 큰 말몰이가 되어 모든 방일행(放逸行)이 없는 것이 마치 코끼리와 말을 모는 사람이 길들이되 길들이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았으며, 사자의 용맹으로 뭇 짐승을 항복시키니 막거나 무너뜨릴 이가 없었으며, 보살의 모든 바라밀에 노닐어 여래의 경계에 견고히 움직이지 않으며, 원력(願力)에 머물러 널리 불국토를 깨끗하게 하여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니,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모두 이와 같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 있었다.
그 비구들의 이름은 큰 지혜의 사리불(舍利弗)과 신통의 목건련(目犍連)과 혜명(慧命)의 수보리(須菩提)와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과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와 천안(天眼)의 아나율(阿那律)과 계율을 지니는 우바리(憂波離)와 시자(侍者)인 아난(阿難)과 부처님의 아들 라운(羅云)과 우파난타(優波難陀)와 리바다(離婆多)와 겁빈라(劫賓羅)와 박구라(薄拘羅)와 아주타(阿周陀)와 사가타(莎伽陀)와 두타(頭陀)의 대가섭(大迦葉)과 우루빈라가섭(憂樓頻螺迦葉)과 가야가섭(伽倻迦葉)과 나제가섭(那提迦葉)과 이러한 한량없는 비구 1만 2천 인이 있었으니, 모두 다 아라한이어서 번뇌[結漏]를 다하였으며, 다시는 속박과 집착이 없어서 진정한 해탈을 얻었다.
009_0716_a_01L그때에 대장엄(大莊嚴)보살마하살이 두루 모든 대중이 자리에 앉아 각각 뜻을 안정한 것을 보고, 대중 가운데 8만 보살마하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숙이어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백천 바퀴를 돌았다. 하늘 꽃과 하늘 향을 사르고 뿌리니, 하늘 옷과 하늘 구슬[瓔珞]과 하늘의 값진 보배가 공중에서 맴돌면서 내리어 사방으로 구름같이 모여들어 부처님께 바쳤다. 하늘 부엌의 하늘 그릇에 하늘의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니, 빛깔을 보거나 냄새를 맡는 이는 자연히 배가 불렀다. 하늘 당기[幢]와 하늘의 번기[幡]와 하늘의 일산과 하늘의 묘한 악기가 곳곳에 널리어 있으니, 하늘의 음악을 울리어 부처님을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한마음으로 소리를 맞추어 게송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대장엄보살과 8만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때를 잘 알았도다. 그대들 마음대로 물어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般涅槃)에 들려 하니 열반한 뒤에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남은 의심이 없게 하라. 무엇을 묻고자 하는가? 곧 물을지니라.”
“세존이시여, 이 법문의 이름은 무엇이며, 그 뜻이 어떠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수행합니까?”
009_0717_a_08L“世尊!是法門者,號字何等?其義云何?菩薩云何修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한 법문은 ‘무량의(無量義)’라 하나니, 보살이 무량의를 배우고자 하면 마땅히 이렇게 관찰할지니라. ‘온갖 법은 본래부터 성품과 모습이 공적하여 크지 않고 작지 않고 나지 않고 멸하지 않으며,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나아가지 않고 물러나지 않으며, 마치 허공과 같아서 두 법이 없거늘 중생들은 허망하게 계교하여 이것이다, 저것이다, 얻는다, 잃는다 하고 착하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어 여러 가지 나쁜 업을 짓고, 여섯 갈래[趣]를 윤회하면서 여러 고통을 받다가 한량없는 억겁(億劫) 동안 벗어나지 못하는도다.’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자세히 관찰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큰 자비의 마음을 일으키어 건져 주고자 할 것이며, 또 온갖 모든 법에 깊이 들지니라. 법의 모습은 이러하여 이러한 법을 내며, 법의 모습은 이러하여 이러한 법에 머무르며, 법의 모습은 이러하여 이러한 법을 다르게 하며, 법의 모습은 이러하여 이러한 법을 멸하게 하며, 법의 모습은 이러하여 능히 악한 법을 내며, 법의 모습은 이러하여 능히 착한 법을 내니, 머무르고 다르고 멸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009_0717_b_01L보살이 이와 같이 네 가지 모습[四相]의 처음과 마지막을 관찰하여 모두 두루 안 뒤에는 모든 법이 생각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새록새록 나고 죽는 것을 관찰할 것이며, 즉시에 나고 머무르고 다르고 멸하는 것을 관찰할지니라. 이렇게 관찰하고는 중생들의 모든 근기의 성품과 욕심에 들어갈지니, 성품과 욕심이 무량한 까닭에 설법이 무량하고, 설법이 무량하므로 또한 뜻이 무량하니라. 무량한 뜻[無量義]이란 한 법에서 나왔나니, 그 한 법이란 곧 모습 없음[無相]이니라. 이러한 모습 없음[無相]은 모습도 없으며 모습도 아니니, 모습이 아니면서 모습이 없으므로 실상(實相)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진실한 모습에 머무르면 일으키는 자비는 밝고도 헛되지 않아 모든 중생에 대하여 참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느니라. 괴로움을 덜어주고는 다시 설법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쾌락을 받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이 하나의 법문인 무량의(無量義)를 닦으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으리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大乘)의 무량의경(無量義經)은 문리(文理)가 참되고 바르며 존귀하여 더 높은 것이 없고,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함께 수호하시며, 여러 마군들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며, 온갖 사견(邪見)과 생사에 무너지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만일 위없는 보리를 빨리 이루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이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닦고 배울지니라.”
009_0717_c_01L그때에 대장엄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설법이 불가사의(不可思議)하며, 중생의 근기와 성품도 불가사의하며, 법문의 해탈도 불가사의하옵니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설법에 의혹이 없어졌사오나 모든 중생들은 아직 미혹한 마음을 내는 까닭에 거듭 여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도를 얻은 이래 40여 년 동안 항상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법의 네 가지 모습의 이치와 괴로운 이치[苦義]와 공한 이치[空義]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이치를 말씀하시되, ‘크지 않고 작지 않고 나지 않고 멸하지 않아서 온갖 것은 모습 없음[無相]이며, 법성(法性)과 법의 모습[法相]은 본래 공적하여서 오지 않고 가지 않고 나오지 않고 빠지지 않는다’ 하시니,
듣는 이는 혹 난법(煖法)․정법(頂法)․세제일법(世第一法)․수다원과(須陀洹果)와 사다함과(斯陀含果)와 아나함과(阿那含果)와 아라한과(阿羅漢果)와 벽지불의 도[辟支佛道]를 얻거나, 혹은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어 제1지(地)․제2지․제3지 나아가 제10지에 이르니, 지난날에 말씀하신 모든 법의 뜻과 오늘 말씀하시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보살이 수행하면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속히 얻는다고 하십니까? 이 일이 어떠하온지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일체를 불쌍히 여기시고 널리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시어 널리 현재와 미래 세상의 법문 듣는 모든 이로 하여금 다시는 의심이 없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대장엄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능히 여래에게 이러한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미묘한 뜻을 물었도다. 마땅히 알아라. 그대는 많은 무리들을 이익되게 하고 인간과 천상을 안락하게 하고 괴로운 중생을 건져주니, 참되고 큰 자비이어서 진실하고 헛되지 않으리라. 이러한 인연으로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빨리 이룰 것이며, 또한 온갖 현세와 내세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는 보리를 이루게 하리라.
선남자여, 내가 도량의 보리수(菩提樹) 아래에 조용히 앉아 6년 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 이래 불안(佛眼)으로써 모든 법을 관찰하되 말하지 않았나니, 무슨 까닭인가. 모든 중생들의 성품과 욕심이 같지 않기 때문이니라. 성품과 욕심이 같지 않으므로 여러 가지로 설법했나니, 여러 가지 설법은 방편의 힘 때문에 40여 년 동안 한 번도 진실을 나타내지 않았느니라. 그러므로 중생들의 도 얻는 것이 차별이 있어 위없는 보리를 속히 이루지 못하느니라.
009_0718_a_01L선남자여, 비유컨대 법은 물과 같아서 능히 더러운 때를 씻나니, 우물과 못과 강과 냇물과 개울과 큰 바다가 모두 더러운 때를 씻는 것과 같으니라. 법의 물도 그와 같아서 능히 중생의 모든 번뇌의 때를 씻느니라. 선남자여, 물의 성품은 하나이나 강과 우물과 못과 개울과 시내와 큰 바다가 각각 다르니라. 법성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씻어버리어 평등하고 차별이 없게 하지만세 가지 법[三法]과 네 가지 과보[四果]와 두 가지 도[二道]는 하나가 아니니라.
선남자여, 물이 비록 모든 것을 씻으나 우물은 못이 아니며, 못은 강물이 아니며, 개울은 바다가 아니니라. 그러나 여래․세웅(世雄)께서는 법에 자재하시고, 말씀하신 법도 그러하여서 처음과 중간과 뒤의 말씀이 모두가 중생의 번뇌를 제거하느니라. 그러나 처음은 중간이 아니며, 중간은 뒤가 아니니, 처음과 중간과 뒤의 말씀이 말씀은 비록 하나이나 뜻은 각각 다르니라.
선남자여, 내가 보리수 아래에서 일어나 바라내(波羅奈)의 녹야원(鹿野園)에 가서 아야구린(阿若拘鄰) 등 다섯 사람을 위하여 4제(諦)의 법륜을 굴릴 적에도 또한 모든 법이 본래 공적(空寂)하며, 머물지 않고 변천하여 생각생각에 나고 죽는다 하였으며, 지금에 이르는 중간의 곳곳에서도 모든 비구들과 모든 보살을 위하여 12인연과 6바라밀을 연설하되 또한 모든 법은 본래 공적하며, 머물지 않고 변천하여 생각생각에 나고 죽는다 하였느니라. 이제 다시 이 대승의 무량의경을 연설함에도 또한 모든 법은 본래 공적하며, 머무르지 않고 변천하여 생각생각에 나고 죽는다 하느니라.
009_0718_b_01L선남자여, 처음으로 4제를 말하여 성문(聲聞)의 법 구하는 사람을 위하였더니, 8억의 하늘들이 내려와서 법을 듣고 보리심을 내었느니라. 중간에 곳곳에서 매우 깊은 12인연을 말하여 벽지불(辟支佛)의 법을 구하는 사람을 위하였더니, 한량없는 중생이 보리심을 내거나 혹은 성문에 머물렀느니라. 다음에 방등(方等)의 12부(部) 경전과 마하반야(摩訶般若)와 화엄(華嚴)의 바다와 구름을 말하여 보살의 여러 겁의 수행을 연설하였더니, 백천 비구와 만억의 인간과 하늘이 한량없는 수다원을 얻었고, 사다함을 얻었고, 아나함을 얻었고, 아라한을 얻었고, 벽지불의 인연법 가운데 머물렀느니라.
선남자여, 이러한 까닭에 말은 같으나 뜻이 다른 것을 알지니라. 뜻이 다른 까닭에 중생의 견해가 다르고, 견해가 다른 까닭에 얻는 법과 얻는 과보와 얻는 도가 또한 다르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내가 도를 얻고 처음 일어나서 설법하여 지금에 이르러 대승의 무량의경을 연설하도록 한번도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와 참이 아니고 거짓이 아니고 크지 않고 작지 않고, 본래 나지 않고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온갖 것은 모습이 없고, 법상(法相)과 법성(法性)은 가지 않고 오지 않거늘 중생들은 네 가지 모습에 변천된다’고 하지 않은 적이 없느니라.
009_0718_c_01L선남자여, 이러한 까닭에 모든 부처님은 두 가지 말씀이 없이 능히 한 음성으로 여러 소리에 널리 응하며, 능히 한 몸으로써 백천만억 나유타 무량 무수 항하사 수효의 몸을 나타냈고, 낱낱 몸 안에 또 백천만억 나유타 무량아승기 항하사 수효의 갖가지 모양을 나타냈으며, 낱낱 모양[形]에 또 백천만억 나유타 무량 아승기 항하사 수효의 모양을 나타냈느니라. 선남자여, 이는 모든 부처님의 불가사의하고 매우 깊은 경계요, 2승(乘)의 알 바가 아니며, 10주(住) 보살의 미칠 바가 아니니, 오직 부처님들만이 능히 궁구하시느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나는 말하되 ‘미묘하고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은 문리(文理)가 참되고 바르며 존귀하여 더 높은 것이 없고,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함께 수호하시는 바이며, 여러 마군과 외도가 들어오지 못하며, 온갖 사견과 생사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노라. 보살마하살이 위없는 보리를 속히 이루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이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닦고 배울지니라.”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자,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공중에서는 자연히 갖가지 꽃이 내리니, 하늘의 우발라(憂缽羅)꽃과 발담마(缽曇摩)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분다리(分陀利)꽃이었다. 또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하늘의 향과 하늘의 옷과 하늘의 영락(瓔珞)과 하늘의 값진 보배가 내리되, 공중에서 맴돌면서 내려와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과 모든 대중에게 공양하고, 하늘 부엌[天厨]의 하늘 그릇에 하늘의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였으며, 하늘의 당기와 하늘의 번기와 하늘의 휘장과 일산과 하늘의 묘한 음악 악기가 곳곳에 놓여 있어 하늘의 풍류를 울리어 노래로써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또 동쪽의 항하사 같은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도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하늘의 꽃과 하늘의 향과 하늘의 옷과 하늘의 영락과 하늘의 값진 보배가 내리고, 하늘 부엌의 하늘 그릇[鉢器]에 하늘의 음식이 가득하였고, 하늘의 당기와 하늘의 번기와 하늘의 휘장과 일산과 하늘의 묘한 음악 악기가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부처님과 그 보살․성문․대중들을 찬탄하였다. 남쪽․서쪽․북쪽․네 간방[四維]․위아래에도 모두 이와 같았다.
009_0719_a_01L이때에 대중 가운데 3만 2천 보살마하살은 무량의삼매(無量義三昧)를 얻었고, 3만 4천 보살마하살은 무수하고 무량한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얻어서 일체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굴렸다. 그리고 모든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큰 전륜왕․작은 전륜왕․은륜(銀輪)․철륜(鐵輪)․모든 전륜왕․국왕․왕자․신하․백성․선비․부인․큰 장자, 그리고 모든 권속 백천 무리는 모두가 함께 여래께서 이 경 말씀하심을 들을 적에
혹 난법(煖法)․정법(頂法)․세제일법(世第一法)․수다원과․사다함과․아나함과․아라한과․벽지불과를 얻었으며, 또는 보살의 남이 없는 법의 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한 다라니를 얻었으며, 두 다라니를 얻었으며, 세 다라니․네 다라니․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다라니를 얻었으며, 백천만억 다라니를 얻었으며, 무량하고 무수하고 항하사 같은 아승기 다라니를 얻어서 모두 수순하여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굴렸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다.
009_0719_b_01L 그때에 대장엄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이 미묘하고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말씀하시오니, 진실로 매우 깊고 깊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임의 모든 보살마하살과 네 가지 대중들과 하늘․용․귀신과 국왕․신하․백성, 모든 중생이 이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들으면 다라니문과 세 가지 법[三法]과 네 가지 과보[四果]의 보리심을 얻지 못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옵니다.
마땅히 이 경전은 문리(文理)가 참되고 바르며 존귀하여 더 높은 것이 없고, 삼세의 부처님께서 수호하시는 바이며, 뭇 마군과 외도가 들어가지 못하며, 온갖 사견과 생사의 무너질 바가 아님을 알겠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 들으면 능히 온갖 법을 지니기 때문이옵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들으면 큰 이익이 되리니, 왜냐하면 수행하면 반드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기 때문이옵니다. 어떤 중생이 듣지 못하면 마땅히 이들은 큰 이익을 잃은 줄 알겠사오니, 무량무변하고 불가사의한 아승기겁을 지나더라도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리의 대도(大道)가 곧은 줄 알지 못하고 험난한 길을 가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전은 불가사의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널리 대중을 위하여 이 경의 매우 깊고 부사의한 일을 연설해 주옵소서. 이 경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느 곳으로 가며, 어느 곳에 머무르기에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과 부사의한 힘이 있어 저희로 하여금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합니까?”
그때에 세존께서 대장엄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참으로 그러하나니, 그대의 말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경의 매우 깊고 매우 깊음을 말하였거니와 진실로 매우 깊으니라. 왜냐하면 대중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이루게 하기 때문이며, 한 번 들으면 능히 일체법을 지니게 하기 때문이고, 모든 중생을 크게 이롭게 하기 때문이며, 크고 곧은 길을 행하여 걸림이 없게 하기 때문이니라.
009_0719_c_01L선남자여, 그대는 이 경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며, 어디에 머무르는가 하고 물었으니, 자세히 들을지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본래 모든 부처님의 집에서 왔으며, 모든 중생이 일으키는 보리심에 가며, 모든 보살이 행하던 곳에 머무느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이와 같이 오고, 이와 같이 가고, 이와 같이 머무르나니, 그러므로 이 경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과 부사의한 힘이 있어서 능히 중생들로 하여금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 경에 다시 열 가지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 있는 것을 듣고자 하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첫째로 이 경은 보살로서 발심하지 않은 이에게는 보리심을 내게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이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죽이기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슬퍼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질투하는 이에게는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애착이 있는 이에게는 버리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탐내는 이에게는 보시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교만이 많은 이에는 계행 지니려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성내는 이에게는 인욕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게으른 마음을 내는 이에게는 정진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산란한 이에게는 선정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어리석은 이에게는 지혜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저 언덕에 이르지 못한 이에게는 저 언덕에 건너가게 하고, 10악(惡)을 행하는 이에게는 10선(善)을 일으키게 하고, 함이 있는 것[有爲]을 즐기는 이에게는 함이 없는 마음[無爲心]을 짓게 하고, 물러날 마음이 있는 이에게는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짓게 하고, 빠짐이 있음[有漏]을 짓는 이에게는 빠짐 없는 마음[無漏心]을 일으키게 하고, 번뇌가 많은 이에게는 소멸할 마음을 일으키게 하나니,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첫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009_0720_a_01L선남자여, 둘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을 얻고, 한 편이나 한 게송이나 나아가 한 구절을 읽으면 능히 백천억 가지 뜻을 통달하되 무량하고 무수한 겁에 연설하여도 그가 지니는 법은 다하지 못하나니, 왜냐하면 그것은 이 법의 뜻이 한량없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이 경은 하나의 종자에서 백천만이 나고, 백천만에서 다시 낱낱 백천만이 나고, 이렇듯 순차적으로 무량한 데 이르는 것 같나니, 이 경전도 그와 같아서 한 법에서 백천 가지 뜻이 나오고, 백천 가지 뜻에서 낱낱이 다시 백천만 가지 수효가 나오고, 이렇듯 순차적으로 무량무변한 데 이르느니라. 그러므로 이 경을 무량의라 하나니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둘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선남자여, 셋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듣고 한 편이나 한 게송이나 나아가 한 구절을 읽으면 백천만억 가지 뜻을 통달하되, 비록 번뇌가 있으나 없는 것 같으며, 태어나고 죽음에 대하여 두려운 생각이 없으며, 모든 중생에게 불쌍한 마음을 내며, 모든 법에 용맹하고 건강한 생각을 내느니라. 마치 장사가 무거운 짐을 지는 것같이 이 경을 지니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능히 위없는 깨달음[菩提]의 무거운 보배를 메고, 중생들을 짊어지고 생사의 도(道)를 벗어나게 하느니라.
009_0720_b_01L스스로는 건너지 못하였으나 능히 남을 건네주나니, 마치 뱃사공이 몸에 중한 병이 걸려 4체(體)가 고르지 못한 채 이 언덕에 머물러 있으나 좋고 견고한 배가 있고 또 항상 저 언덕에 건너가는 기구를 마련하면 데려다 주는 것과 같으니라. 이 경을 지니는 사람도 그러하여서 비록 다섯 갈래[五道] 모든 현상의 몸에 8백 가지 무거운 병이 항상 얽히어서 무명(無明)․노(老)․사(死)의 이 언덕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견고한 이 대승의 경전인 ‘무량의’의 기구가 있으면 중생을 제도하리니, 말씀과 같이 행하는 이는 나고 죽음을 면할 수 있으리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셋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선남자여, 넷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듣고 한 편이나 한 게송이나 나아가 한 구절을 읽으면 용맹하고 건장한 생각을 얻나니, 비록 스스로는 제도하지 못하였으나 다른 이를 제도하리라. 모든 보살과 함께 권속이 되면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항상 이 사람에게 법을 연설하시나니, 이 사람이 듣고는 모두 지니고 수순하여 거슬리지 않고 다시 사람들을 위하여 널리 연설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사람은 마치 국왕과 부인이 낳은 왕자와 같으니 만일 하루나 이틀이나, 7일․한 달․두 달․일곱 달․한 살․두 살 나아가 일곱 살이 되어 비록 나라의 일은 다스리지 못할지라도 이미 신하와 백성들의 존경하는 바가 되었고, 모든 큰 왕자들이 벗이 되어 주고, 왕과 부인은 매우 사랑하여 항상 함께 이야기를 하나니, 왜냐하면 그가 어리기 때문이니라.
009_0720_c_01L선남자여, 이 경을 지니는 사람도 그와 같나니, 모든 부처님은 국왕이요 이 경은 부인이어서 화합하여 함께 이 보살인 아들을 낳느니라. 만일 이 보살이 이 경을 듣고 한 구절, 한 게송, 한 편이나 두 편이거나, 열․백․천․만․억․만억․항하사 같은 무량무수한 편을 읽어서, 비록 진리의 극치를 체득하지 못하며, 삼천대천 국토를 진동하지 못하며, 범음(梵音)을 울리어 큰 법륜을 굴리지 못할지라도 이미 온갖 4부 대중과 8부 권속의 숭상하는 바가 되었으며, 모든 보살의 권속이 되었으며,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법에 깊이 들었으며, 연설하는 것이 어김이 없고, 잃은 것 없으며, 항상 모든 부처님들이 아껴주셔서 사랑을 치우쳐 입으리니, 새로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넷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선남자여, 다섯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선남자․선여인들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 이와 같이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지니고 외우면, 그 사람이 비록 번뇌에 얽매여 범부의 모든 일을 멀리하지 못하였으나 능히 큰 보리도(菩提道)를 시현하나니, 하루를 늘여 백 겁으로 하고 백 겁을 줄여 하루로도 만들어 저 중생들을 기꺼이 항복하게 하느니라. 이 선남자․선여인은 비유하면 용왕의 아들이 처음으로 태어난 지 7일 만에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다섯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선남자여, 여섯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선남자․선여인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 경전을 지니고 외우면 비록 번뇌를 구족한 채로 중생들에게 설법할지라도 번뇌와 생사를 멀리하고 온갖 괴로움을 끊게 하여, 중생들이 듣고 수행하면 법을 얻고 과보를 얻고 도를 얻되, 부처님과 똑같아서 차별이 없느니라.
비유컨대 왕자가 비록 어리나 왕이 멀리 나아갔을 때와 병이 났을 때에는 이 왕자에게 맡기어 국사(國事)를 다스리게 하나니, 이 때에 왕자가 대왕의 분부에 의하여 법답게 다스리면 뭇 대신과 백관이 바르게 교화를 잘 펴고 국토의 백성들이 각각 자기의 집에 안정함이 대왕이 다스리던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009_0721_a_01L이 경을 지니는 선남자․선여인도 이와 같나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멸도하신 뒤에 선남자․선여인이 비록 처음부터 부동지(不動地)에는 머무르지 못하였을지라도 부처님께서 이렇게 교법(敎法)을 말씀하신 바에 따라 연설하면 중생이 듣고 한 마음으로 수행하여 번뇌를 끊고 법을 얻으며 과보를 얻고, 나아가 도를 얻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여섯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선남자여, 일곱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선남자․선여인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 경을 듣고 기뻐하여 믿어 희유(希有)한 마음을 내어, 지니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며 법답게 수행하여 보리심을 일으키고, 모든 선근을 일으키어 대비(大悲)의 뜻을 일으키며, 온갖 괴로운 중생을 건지고자 하면 비록 6바라밀을 수행하지는 못하였을지라도 6바라밀이 자연히 앞에 나타나 바로 그 몸으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으며,
나고 죽는 번뇌가 일시에 끊어져서 바로 제7지에 올라 큰 보살의 지위에 참여하리라. 비유컨대 용맹한 사람이 왕을 위해 원수를 토벌하여 원수들이 이미 소멸되면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상으로 나라의 절반을 모두 주는 것과 같으니라. 이 경을 지니는 선남자․선여인도 그와 같아서 모든 수행인(修行人)들 가운데서는 가장 용맹하므로 6도(度)의 법 보배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고, 나고 죽는 원수들은 자연히 무너져서 무생법인을 증득하며, 불국토의 절반인 보배로운 봉작[封]을 받아 안락하리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일곱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009_0721_b_01L선남자여, 여덟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선남자․선여인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 경전을 얻으면 공경히 믿기를 부처님의 몸을 뵙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이 하며, 이 경을 사랑하고 즐기어 지니고 외우고 쓰고 머리에 이되 법답게 받들어 행하며, 계(戒)와 인욕(忍辱)을 견고히 하고 보시를 겸하여 행하며, 깊이 자비한 마음을 일으키어 이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널리 사람들에게 설할지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처음부터 죄와 복이 있음을 믿지 않거든 이 경을 보여 갖가지 방편을 시설하고 힘껏 교화하여 믿게 할지니, 경의 위력으로 그 사람이 마음을 일으키어 홀연히 돌리게 되리라. 믿는 마음을 내면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까닭에 이 경의 위덕(威德)과 세력(勢力)을 얻으며, 도를 얻으며, 과보를 얻느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선여인이 그 몸으로 무생법인을 얻고, 윗 지위에 이르며, 모든 보살과 함께 권속이 되어 속히 중생들을 성취하고 불국토를 청정케 하며, 오래지 않아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리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여덟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009_0721_c_01L묵은 업[宿業]과 남은 죄[餘罪]와 무거운 장애[重障]가 일시에 소멸하여 곧 청정함을 얻으며, 나아가서는 큰 변재를 얻고 차례차례 온갖 바라밀을 장엄하여 모든 삼매와 수능엄(首楞嚴)삼매를 얻으며, 큰 다라니문[大總持門]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정진하는 힘을 얻고, 속히 높은 지위를 초월하며, 몸을 나누고 흩어서 시방 국토에 두루하여 온갖 25유(有)의 지극히 괴로운 중생을 건져 모두가 해탈케 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경에는 이러한 힘이 있나니,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아홉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선남자여, 열째로 이 경의 부사의한 공덕의 힘이란 선남자․선여인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멸도하신 뒤에 이 경을 얻고, 큰 즐거움을 일으키거나 희유한 마음을 내고는 곧 스스로가 지니고 외우고 쓰고 공양하고 말씀과 같이 수행하고, 다시 집을 떠난 사람과 집에 있는 사람들을 권하여 지니고 외우고 쓰고 공양하고 해설하고 법답게 수행하게 할지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 경을 수행하게 하는 힘 때문에 도를 얻고 과위(果位)를 얻나니, 모두가 이 선남자․선여인이 자비한 마음으로 은근히 교화하는 힘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이 선남자․선여인은 이 몸 그대로 한량없는 다라니문을 얻고, 범부의 지위에서 자연히 처음부터 무수한 아승기의 크고 넓은 서원을 일으키며, 온갖 중생을 깊이 구제하여 대비(大悲)를 성취하고 널리 괴로움을 건지며, 두터이 선근을 모아서 온갖 무리를 이익되게 하되, 법다운 비[法澤]를 뿌리어 마르는 것을 두루 젖게 하며,
뭇 법약(法藥)으로써 모든 중생을 단련하여 모두 안락하게 하며, 점점 높이 올라서 법운지(法雲地)에 머무르며, 은혜로운 단비를 널리 뿌리어 자비함을 끝없는 곳에까지 베풀며, 괴로운 중생을 거두어 도의 자취에 들게 하나니, 그러므로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이 경의 열째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니라.
009_0722_a_01L선남자여, 이와 같이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은 지극히 큰 위신의 힘이 있어서 존귀함이 비길 데 없으며, 모든 범부로 하여금 모두가 성스러운 과(果)를 성취하여 영원히 생사를 여의고 자재함을 얻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경의 이름을 무량의라 하나니, 능히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범부의 지위에서 보살의 한량없는 도의 싹을 나게 하며, 공덕의 나무로 하여금 울창하고 무성하게 자라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경은 열 가지 부사의한 공덕의 힘[十不可思議功德力]이라고도 하느니라.”
그때에 대장엄보살마하살과 8만 보살마하살이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은 문리가 참되고 바르며 존귀하여 더 높은 것이 없고,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함께 수호하시는 바이며, 뭇 마군과 외도가 들어오지 못하며, 온갖 사견과 생사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경에는 이러한 열 가지 공덕의 부사의한 힘이 있어서 한량없는 온갖 중생을 크게 이익되게 하며, 모든 보살마하살들로 하여금 각각 무량의삼매(無量義三昧)를 얻게 하며,
혹은 백천 가지 다라니문을 얻게 하며, 혹은 보살의 모든 지위의 모든 법인(法忍)을 얻게 하며, 혹은 연각과 아라한의 네 가지 도과(道果)를 증득하게 합니다. 세존께서 사랑하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쾌히 저희들을 위하여 이러한 법을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법의 이익을 크게 얻게 하시니, 매우 신기하오며 처음 있는 일이옵니다. 세존의 자비와 은혜는 진실로 갚기 어렵습니다.”
그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다시 갖가지 꽃이 내리니, 하늘의 우발라꽃과 발담마꽃과 구물두꽃과 분타리꽃이었다. 또 무수한 갖가지 하늘의 향과 하늘의 옷과 하늘의 영락과 하늘의 값진 보배가 내리되, 높은 공중에서 맴돌면서 내려와 부처님과 모든 보살과 성문과 모든 대중에게 공양하였으며, 하늘 부엌의 하늘 그릇에 하늘의 백 가지 음식이 가득하여 보는 이와 향을 맡는 이로 하여금 자연히 배부르게 하였으며,
009_0722_b_01L하늘의 번기와 하늘의 당기와 하늘의 휘장과 일산과 하늘의 묘한 악기가 곳곳에 놓여 있어 하늘의 풍류를 울리면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또 동쪽의 항하사 같은 모든 부처님의 세계도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의 꽃과 하늘의 향과 하늘의 옷과 하늘의 영락과 하늘의 값진 보배가 내렸으며, 하늘 부엌의 하늘 그릇에 하늘의 백 가지 음식이 보는 이와 향을 맡는 이로 하여금 배부르게 하였으며, 하늘의 당기와 하늘의 번기와 하늘의 휘장과 일산과 하늘의 묘한 악기가 하늘의 묘한 음악을 울려 부처님과 보살들과 성문과 대중들을 찬탄하였고, 남쪽․서쪽․북쪽․4유(維)․위아래에서도 모두 이와 같았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대장엄보살마하살과 8만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이 경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법답게 수행하며, 널리 일체를 교화하여 부지런한 마음으로 퍼뜨리며, 항상 부지런히 밤낮으로 수호하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각각 법리(法利)를 얻게 할지니라. 그대들은 참으로 대자대비하니, 신통한 원력(願力)을 세워 이 경을 수호하되 막힘이 없이 하면 오는 세상에 반드시 염부제(閻浮提)에서 널리 시행될 것이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보고 듣고 외우고 쓰고 공양하게 하리라. 이러한 까닭에 그대들도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리라.”
009_0722_c_01L그때에 대장엄보살마하살과 8만 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머리를 숙여 발에 절하고 백천 겹을 돌고 그 앞에 꿇어앉아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존의 자비를 입었사옵니다. 저희들을 위하여 매우 깊고 위없는 대승의 무량의경을 말씀하셨습니다. 공경히 부처님의 분부를 받자와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 경전을 널리 퍼뜨리되, 마땅히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받아 지니고 외우고 쓰고 공양하게 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근심을 거두시옵소서. 저희들이 원력으로써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보고 듣고 읽고 외우고 쓰고 공양하여 이 경의 위신력을 얻게 하겠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참으로 불자(佛子)이니, 대자대비하여 능히 괴로움을 덜고 어려움을 구제하는도다. 온갖 중생의 좋은 복밭이니, 널리 온갖 중생에게 큰 길잡이가 되며, 온갖 중생의 큰 의지처가 되며, 온갖 중생의 큰 시주(施主)가 되어 항상 법의 이익[法利]으로써 일체 중생에게 널리 보시할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