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서 큰 비구 대중 1만 2천 명과 함께 머무셨는데, 이들은 일체의 집착이 없어서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였으며, 다시는 욕망의 티끌이 일어나지 않아서 이미 자재로움을 얻고 수행의 이익을 얻었으며, 생사를 이미 다하고 온갖 얽매임[結]을 즉각 끊어서 모두 도무극(度無極:바라밀)을 얻었으며, 이미 지혜로 해탈하고 나서는 마음이 풀려서 도탈(度脫)을 얻었다. 그 이름은 다음과 같다. 현자 지본제(知本際:阿若憍陳如)ㆍ현자 대가섭(大迦葉)ㆍ상시가섭(上時迦葉)ㆍ상가섭(象迦葉)ㆍ강가섭(江迦葉)ㆍ사리불(舍利弗)ㆍ대목건련(大目犍連)ㆍ가전연(迦旃延)ㆍ아나율(阿那律)ㆍ겁빈누(劫賓㝹)ㆍ우치(牛齝)ㆍ이월(離越)ㆍ비리사(譬利斯)ㆍ박구로(薄拘盧)ㆍ구치(拘絺)ㆍ난타(難陀)ㆍ선의(善意)ㆍ만원자(滿願子)ㆍ수보리(須菩提)ㆍ아난(阿難)ㆍ라운(羅雲)이었다.
보살 8만 명이 모두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확고히 머물렀으며, 총지(總持:다라니)를 증득하고 뛰어난 말솜씨[辯才]를 얻어서 늘 불퇴전의 법륜을 찬탄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는 백천(百千)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무량한 부처님 처소에서 온갖 덕의 근본을 심었으므로 여러 부처님께서 찬탄을 나타내셨다. 그들은 몸으로 항상 자비를 실행해서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갔으며, 훌륭한 방편으로 대지(大智)바라밀에 널리 이르렀으며, 헤아릴 수 없는 겁 이래로 널리 배워서 그 명성이 시방에 퍼졌으며, 무량한 백천(百千) 중생을 구원하고 수호하였다.
009_0801_b_02L삼계를 마치 밝은 해처럼 유력(遊歷)하면서 일체 법이 환(幻)과 같고 화(化)한 것 같고 아지랑이[野馬] 같고 메아리나 그림자와 같음을 이해하여 일체의 유(有)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머무를 바 없는 데 머물렀다. 비록 처음과 끝[始終]을 보기는 하지만 아무런 오고 감[去來]이 없으며, 색상(色像)을 보지만 본래 어떠한 형체도 없기에 모든 생겨난 것이 영원히 기멸(起滅)함이 없다는 걸 나타내서 중생을 이롭게 인도해 삼계[三處]에 집착하지 않게 하였다. 이들은 공(空)의 슬기와 무상(無想) 무원(無願)을 분별하여 세 가지 해탈문을 일으켜서 세 가지 뛰어난 지혜[三達智]에 이르렀으며, 과거ㆍ현재ㆍ미래가 없는 지금의 생각으로 중생[黎庶]들을 교화해서 그들로 하여금 본래 없음[本無]을 요달하게 하였다.
그 보살들의 명호는 다음과 같다. 보수(溥首)보살ㆍ광세음(光世音)보살ㆍ대세지(大勢至)보살ㆍ상정진(常精進)보살ㆍ불치원(不置遠)보살ㆍ보장(寶掌)보살ㆍ인수(印手)보살ㆍ약왕(藥王)보살ㆍ묘용(妙勇)보살ㆍ보월(寶月)보살ㆍ월광(月光)보살ㆍ월만(月滿)보살ㆍ대도(大度)보살ㆍ초무량(超無量)보살ㆍ월세(越世)보살ㆍ해박(解縛)보살ㆍ보사(寶事)보살ㆍ은시(恩施)보살ㆍ웅시(雄施)보살ㆍ수천(水天)보살ㆍ제천(帝天)보살ㆍ대도사(大導師)보살ㆍ묘의(妙意)보살ㆍ자씨(慈氏)보살 등 이와 같은 대사(大士) 8만 명이 상수(上首)로 참가했다.
그때에 제석천이 2만 명의 천자(天子)와 함께 참석했고, 일천자(日天子)는 무수한 권속과 함께 참여했고, 월천자(月天子)는 보배 광명으로 널리 비추면서 보광(寶光)천자와 광요(光燿)천자와 함께 참석했다. 사대천왕(四大天王)은 1만 명의 천자와 함께 참석했고, 험명 대범(㷿明大梵)과 자재천자(自在天子)는 3만 천자와 함께 참석했고, 범인적(梵忍跡)천자는 3만 2천 천자와 함께 참석했으며, 식건대범(飾乾大梵)은 무수히 많은 천자와 함께 참석했고, 험명(㷿明)이라는 범천은 무수히 많은 대중과 함께 참여했으니, 모두 부처님 처소에 찾아와서 머리 숙여 예를 표한 뒤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009_0801_c_02L또한 용왕 여덟 명이 무앙수(無央數) 백천(百千) 용들의 권속과 함께 참석했고, 네 명의 진다라왕(眞陀羅王:緊那羅)인 신법진다라왕(愼法眞陀羅王)ㆍ대법진다라왕(大法眞陀羅王)ㆍ인화진다라왕(仁和眞陀羅王)ㆍ지법진다라왕(持法眞陀羅王)도 참석했으며, 향음신(香音神)도 각각 시종을 이끌고 부처님 처소에 도착해 머리 숙여 예를 올린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다. 청정한 몸의 4천자(四天子)인 유연(柔軟)천자ㆍ화음(和音)천자ㆍ미연(美軟)천자ㆍ열향(悅響)천자가 함께 부처님 처소에 찾아와 부처님 앞에서 머리 숙여 예를 마치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다. 네 명의 아수륜왕(阿須倫王:阿修羅)인 최승아수륜(最勝阿須倫)ㆍ욕금아수륜(欲錦阿須倫)ㆍ연거아수륜(燕居阿須倫)ㆍ흡기아수륜(吸氣阿須倫)이 무앙수 백천 아수륜 백성과 함께 부처님 처소를 찾아와 부처님 앞에서 머리 숙여 예를 올린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다.
네 명의 금시조왕(金翅鳥王)인 대신왕(大身王)ㆍ대구족왕(大具足王)ㆍ득신족왕(得神足王)ㆍ불가동왕(不可動王)이 함께 부처님 처소에 찾아와 머리 숙여 예를 올린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다. 마갈국왕(摩竭國王) 아사세(阿闍世)는 열 명의 왕자 시종들을 이끌고 부처님 처소에 찾아와 머리 숙여 예를 올린 뒤에 한편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으며, 여러 하늘과 용ㆍ신(神)ㆍ세간 사람들이 귀의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니, 모두 받들고 공경하면서 부처님을 모시고 앉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4부 대중과 권속에 둘러싸인 채 경전을 설법하셨는데, 보살들을 위해 방등대송일체제불엄정지업(方等大頌一切諸佛嚴淨之業)을 말씀하셨다. 이 경전을 설법하신 뒤 저절로 된 사자(獅子)의 상(床) 위에 올라가 결가부좌하시어 입무량송(立無量頌)이라 불리는 삼매에 바로 들어서 뜻을 고정하였는데, 세존의 몸을 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여래께서 이와 같이 앉아 계시매 상서로운 감응이 있게 되었으니, 하늘에서는 의화(意華:만다라화)ㆍ대의화(大意華:마하 만다라화)ㆍ유연음화(柔軟音華)ㆍ대유연음화(大柔軟音華)가 비처럼 쏟아져서 세존과 법회에 참석한 4부 대중 머리 위로 흩날리며 널리 불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다.
009_0802_a_02L이에 법회에 참석한 대중, 즉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 하늘ㆍ용ㆍ신(神)ㆍ귀(鬼)ㆍ건답화(犍沓沓:건달바)ㆍ아수륜(阿須倫)ㆍ가류라(迦留羅:가루라)ㆍ진다라(眞陀羅:긴나라)ㆍ마휴륵(摩休勒:마후라가)ㆍ인(人)과 비인(非人), 국왕ㆍ군주ㆍ대력(大力) 전륜성왕의 각각은 권속들과 함께 모두 일심으로 세존을 우러러보면서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크게 놀라면서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얼굴의 미간으로부터 광명을 놓아서 널리 동쪽으로 1만 8천 불국토를 비추셨는데, 그 대광명은 모든 불국토를 두루 비추지 않음이 없었으니, 무택(無擇)대지옥과 위로는 삼십삼천(三十三天)에까지 이르렀다. 그 광명이 이곳과 저곳의 6취(趣) 세계를 빙 돌자, 그곳에 사는 백성 일체가 모두 나타났고, 그 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말미암는 바를 나타내셨으며, 이 국토에 있는 대중의 법회도 멀리서 볼 수 있었고, 저 국토에 있는 대중의 법회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경전과 법을 두루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여러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 가운데 홀로 수행을 닦는 사람이 덕의 과보를 얻는 것이 모두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고, 또한 모든 보살들이 적멸의 해탈에 뜻을 두고서 출가한 자들의 과보를 구하는 일에 감응하여 행하는 것도 또한 모두 다 나타났으며, 여러 부처님 세계에서 열반한 여러 성인의 모습과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보배 탑묘도 저절로 나타났다.
그때 미륵보살은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이자 여래이신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아뇩다라삼먁삼보리)께서 삼매정수(三昧正受)에 들어서 위대한 감응의 변화를 나타내어 항복(降伏) 받으시는 것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천상과 세간의 모든 부처님의 탑묘와 사찰이 활짝 드러났는데, 대관절 어떻게 해서 이런 상서로움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으니, 그 귀취(歸趣)를 묻고 싶은데 어느 누가 그 까닭을 알려 줄 수 있을까?’ 미륵보살은 또한 이렇게 다시 생각하였다. ‘이제 대사(大士)이신 보수동진(溥首童眞:문수사리 법왕자)은 일어난 일을 판별하매 통달하지 않음이 없다. 대사는 지난날 무수히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일찍이 여래이신 지진ㆍ등정각을 우러러본 적이 있으니, 이와 같이 상서로운 현상에 대해서는 마땅히 대사에게 물어보아야 하리라.’
009_0802_b_02L그때 4부 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 그리고 여러 하늘ㆍ용 신ㆍ건답화ㆍ아수륜ㆍ가류라ㆍ긴나라ㆍ마휴륵은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마음속에 망설임을 품게 되었으니, 이 위대한 성인의 무극(無極)의 위력적인 빛과 신족(神足)의 변화를 보자 제각각 뜻을 발해서 세존에게 질문해서 의심의 그물을 풀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씨(慈氏:미륵보살) 대사는 대중의 이런 마음을 보고서 곧 보수 대사에게 묻게 되었다. “인자(仁者)께서는 말씀하소서. 지금 어떤 인연으로 이런 상서로운 감응이 있게 되었습니까? 위대하신 성인께서 신통력으로 대광명을 놓으시어 동쪽으로 1만 8천 불국토를 비추셔서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저절로 나타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설해지는 경법(經法)을 멀리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혹 스스로 손해 보더라도 널리 이익을 베풀고 탐욕과 질투를 베어 없애면서도 수치심을 품지 않도록 했고
009_0803_c_13L或自割損, 多所惠潤,
刈除貪嫉, 閑不懷懅,
음식 공양까지 나누어주니 이를 얻은 무리는 헤아릴 수 없으며 병 걸린 중생에겐 약을 주었네.
009_0803_c_14L飮食供具,
所當得者, 及無數人, 諸病醫藥。
또한 보시를 베푸셨으니 고귀한 옷과 복식과 전단향을 이미 나누어서 쌓아 두지 않았다네.
009_0803_c_15L又復施與, 衣被服飾, 檀已濟裸, 無所藏積。
가지고 있었던 갖가지 물건들 진눈으로 보면 가장 좋으니 높은 자리에 올려 놓고서 백천만억 가지로 공양하고,
009_0803_c_17L與營從俱, 面見最勝,
在上化立, 億百千供。
만들어진 보배들 아울러 전단향까지 모든 법좌(法座)에 명주(明珠)와 여러 보배가
009_0803_c_18L所造珍寶,
及栴檀香, 多有牀座, 明珠諸藏。
눈앞에 나타나 있는 것을 편안히 머물도록 받들어 올렸으니 그 보배의 값어치 백천만억이나 되고
009_0803_c_19L現在目前, 奉上安住, 其寶之價,
直億百千。
눈에 보이는 정원에는 나무 열매와 꽃이 구족하게 청정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흔쾌하게 하였네.
009_0803_c_21L所睹園觀, 樹葉華實,
具足鮮淨, 悅可人意。
밤새워 정진을 닦으면서 더 나아가 봉헌까지 하니 상인(上人)의 정사(正士)와 여러 성문(聲聞)들
009_0803_c_22L夙夜修行,
兼加進獻, 上人正士, 諸聲聞等,
지혜가 날로 늘어나 군품(群品)이 이와 같이 뒤섞인 채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제도하고
009_0803_c_23L所可慧益, 品列如斯, 雜種若干,
歡喜濟乏,
009_0804_a_02L 깊이 스스로 경하하면서 도행(道行)을 건립하나니
이와 같이 베푼 보시로 존귀한 깨달음을 구하길 바라네.
009_0804_a_02L深自欣慶, 而建道行,
以此所施, 願求尊覺。
혹은 적연한 법의(法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온갖 보응(報應)을 살피니 여러 억조 세월에 걸쳐
009_0804_a_03L或有得人,
寂然法誼, 察諸報應, 衆億兆載,
중생들의 마음을 일으켜서 그 허물을 뉘우치게 하고 억만의 보배를 버리게 하며 불도에 뜻을 두게 한다네.
009_0804_a_04L發起民庶, 使其悔過, 令捨億寶,
志願佛道。
일체 법을 밝게 관찰함으로써 법에 걸림이 없이 세 가지 일[三事]을 소멸시키고 허공처럼 평등한 적멸에
009_0804_a_06L曉了觀察, 不秘悋法,
滅除三事, 寂等如空,
제자(諸子)를 안주하게 함으로써 모두 집착하는 바가 없게 하니 바로 이러한 지혜로써 존귀한 부처의 도를 구하네.
009_0804_a_07L安住之子,
悉無所著, 斯等智慧, 求尊佛道。
보수 대사여 우리가 다시 살펴보니 부처님 멸도하신 뒤에 편안히 머물면서 교화를 열고
009_0804_a_08L溥柔軟音, 吾復睹見, 諸滅度佛,
安住開化。
눈앞에 나타난 모든 대보살의 무리들이 매우 수승한 사리를 향해 다 함께 받들면서 공경하네.
009_0804_a_10L諸所現在, 大菩薩衆,
咸共奉敬, 最勝舍利。
또 내가 불묘(佛廟)를 살펴보니 억천(億千)이나 되어서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마치 강의 모래알과 같은데
009_0804_a_11L吾覲佛廟,
億千之數, 凡難限計, 如江河沙。
천억의 불국토에 있으면서 항상 존경과 추대를 받고 곳곳에 화현(化現)한 그 모습 수승하여라.
009_0804_a_12L在于億土, 常見尊戴, 諸所化現,
最勝由已。
7보로 저절로 장식되어 청정하게 현현하였고 구족한 이수(里數)는 25만이나 되고
009_0804_a_14L七寶自然, 淸淨而現,
具足里數, 二十五萬。
모든 덮개와 당번(幢幡)이 각각 수천 개나 되고 폭과 길이의 둘레는 각기 2천 리나 되는데
009_0804_a_15L諸蓋幢幡,
各有數千, 廣長周帀, 各二千里,
그 덮개는 묘하고 뛰어나서 남달리 청정하게 장엄되고 그곳에 있는 온갖 향내는 진귀한 보배에서 저절로 나네.
009_0804_a_16L其蓋妙好, 殊異嚴淨, 所在衆香,
珍寶自然,
또 갖가지 꽃으로 뒤덮이고 풍악이 조화롭게 흐르는데 귀신이나 나찰(羅刹)이 엄숙히 인존(人尊)을 받들고,
009_0804_a_18L諸果芬馥, 伎樂和雅,
鬼神羅剎, 肅恭人尊,
제자(諸子)를 편안히 머물게 하여 크게 감동을 일으킴으로써 공양을 올리게 하나니 사리탑을 이와 같이 받드는구나.
009_0804_a_19L安住諸子,
所興感動, 以用供養, 舍利若斯。
지금 이 불묘(佛廟)는 밝게 장엄되었으니 향과 꽃으로 두루 꾸며진 것이 마치 낮에 나무를 헤아리듯 하네.
009_0804_a_20L今此佛廟, 昱鑠璨麗, 普布香華,
如晝度樹。
무수억천(無數億千)의 이와 같은 무리들을 멀리서 모두 바라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에
009_0804_a_22L於斯人衆, 無數億千,
悉遙睹見, 煒曄斒斕,
옷과 털이 곤두서니, 권속(眷屬)은, 급히 달려가서 가장 높으신 세존께서 위대한 광명을 발하고
009_0804_a_23L衣毛爲豎,
眷屬馳造, 欲見最勝, 顯發光明。
009_0804_b_02L 인중상(人中上)께서 찬란한 빛을 발휘하는 걸 보니 오묘하구나, 그 밝음이여
번뇌도 없고 허물도 없어라.
009_0804_a_24L人中之上, 演大光燿, 妙哉明哲,
離垢無漏,
비로소 천양하여 나타내나니 이와 같은 광휘를 펼쳐서 무수한 불국토에 비추니 무앙수천(無央數千)이나 됩니다.
009_0804_b_03L乃能闡現, 如斯弘暉,
示諸佛土, 無央數千。
이 상서로운 감응이 일찍이 없던 것임을 보면서 이와 같은 부류들은 크게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009_0804_b_04L見此瑞應,
得未曾有, 如是疇類, 諸大變化,
바라옵건대, 보수 대사여 이 뜻을 충분히 풀어 주소서. 나는 지금 흠모하고 있으니 모든 불자들과
009_0804_b_05L唯願溥首, 具說斯誼, 吾今欽羡,
及諸佛子,
사부 대중의 마음속에 기꺼움을 품은 채 인자(仁者)만을 우러르고 아울러 살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009_0804_b_07L於四部衆, 心懷悅豫,
渴仰仁者, 兼見瞻察,
무슨 인연으로 오늘 편안히 머물러 저 위대한 광명을 입으로부터 뿜게 되었습니까?
009_0804_b_08L今日安住,
何所因由, 奮大光明, 而從口出,
이 의심을 풀어 주셔서 기쁨으로 뛰도록 하소서. 무슨 까닭으로 부처님께서 현현하시어 무극(無極)의 광명을 비추십니까?
009_0804_b_09L解散狐疑, 勸發欣躍。 何故佛現,
無極大光?
이러한 신통변화를 일으켜서 편안히 머물고 있는 불자들에게 마땅히 감응한 바가 있게 하였는지 바라나니, 때에 맞게 말씀해 주소서.
009_0804_b_11L如斯所變, 當有所感,
安住之子, 願用時說。
위대한 성인께서 성취한 이 미묘한 법을 이 도량에 있으면서 정사(正士)께서 설명해 주소서.
009_0804_b_12L大聖所成,
此微妙法, 在于道場, 正士敷演。
세상의 영웅이신 도사(道師)께서는 광명이 말미암은 유래에 대해 원컨대 분별하여 주소서. 여기 있는 보살들은
009_0804_b_13L世雄導師, 所由方面, 願爲分別。
此諸菩薩,
무수히 많은 불국토를 보고자 온갖 중생 군생[群品]이 온갖 보배로 장엄하고
009_0804_b_15L欲見佛土, 無央數千,
群生倫品, 衆寶嚴淨,
여러 부처님께서 스스로 나투신 한량없는 밝은 눈을 보고자 합니다. 이제 새로 배우고 있는 이들은 아무런 머뭇거림 없사옵니다.
009_0804_b_16L諸佛自現,
無量明目。 凡新學者, 得無猶豫,
여러 최승자(最勝子)께서 널리 함께 질문을 올려주소서 모든 대중을 흔연하게 하소서. 천신ㆍ나찰과
009_0804_b_17L諸最勝子, 普共啓問。 悅諸人民,
天神羅剎,
4부의 대중들 모두가 받들어 추앙하나니 이제 보수대사시여 의문을 구족하게 풀어 주소서.
009_0804_b_19L四部之衆, 一切戴仰。
今者溥首, 惟具分別。
009_0804_c_02L 그러자 보수대사가 자씨대사에게 말했다. “여러 족성자여, 법회에 참석한 내가 마음으로 살펴보건대, 지금 여래께서는 위대한 진리[大法]를 펴서 무극(無極)의 가르침을 연설하실 것이고, 위대한 진리의 비[法雨]를 내리고 위대한 진리의 북[法鼓]을 크게 울리실 것이며, 위대한 진리의 고둥[法螺]을 크게 울려서 무량법(無量法)을 강설하실 것입니다. 또한 내가 지난날을 회상해 보건대, 지난 과거에 여러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은 상서로운 현상을 나타내셨는데, 그 여래께서 놓으신 광명도 또한 이와 같으셨으니, 이를 통해 세존께서 곧이어 위대한 법을 펴실 것을 알겠습니다. 여래이신 지진정등각(至眞正等覺)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무극에 관한 설법을 경청하도록 하기 위해 이와 같은 상서로움을 나타낸 것입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군생(群生)으로 하여금 속세의 티끌을 씻어내서 불법을 마음으로 따르게 하기 위해 광대한 신통변화를 나타내신 것입니다.
또한 생각해 보니 지나간 무앙수(無央數:아승지) 겁의 불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을 때 어떤 여래께서 계셨는데, 그 명호는 일월등명(日月燈明)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셨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경전을 설법하실 때 처음도 잘 말씀하셨고, 중간도 잘 말씀하셨고, 마지막도 잘 말씀하셨으니, 그 뜻을 분별함이 미묘함을 구족해서 마침내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으셨습니다. 성문승(聲聞乘)을 위해서는 성제(聖諦)를 강설하시어 사람들로 하여금 생(生)ㆍ노(老)ㆍ사(死)ㆍ우(憂)ㆍ뇌(惱)ㆍ온갖 우환[衆患]에서 벗어나 무위(無爲)에 근접하도록 하셨으며, 여러 보살대사의 무리들을 위해서는 6도무극(度無極:6바라밀)과 무상정진도(無上正進道: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분별해 말씀하셨습니다.
009_0805_a_02L또한 족성자(族姓子)여, 저 일월등명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또 다른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명호 또한 일월등명이셨고, 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다른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명호 또한 일월등명이셨고, 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다른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명호 또한 일월등명이셨으니, 이렇게 해서 80분의 여래께서는 동일하게 일월등명이란 명호를 지닌 같은 성의 후예였습니다. 이와 같이 2만 분의 여래가 계셨는데, 저 2만 여래 가운데 가장 먼저 현현하신 여래의 명호도 일월등명이셨고, 제일 마지막에 출현하신 여래의 명호도 또한 일월등명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경전을 설법하실 때 처음의 말씀도, 중간의 말씀도, 마지막의 말씀도 모두 훌륭하였으며, 그 뜻을 분별함이 미묘함을 구족했고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았습니다. 여러 성문을 위해서는 4제법(諦法)과 12인연(因緣)을 강설하시어 생노병사와 슬픔과 근심 등의 온갖 우환을 소멸시켜서 궁극적으로 무위(無爲)에 이르게 하셨으며, 여러 보살을 위해서는 6도무극(度無極)의 가르침을 강설해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에 이르게 해서 모든 신통과 지혜에 도달하게 하셨습니다.
그 일월등명여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왕자 여덟 명이 있었으니, 첫째는 유지(有志)ㆍ둘째는 선의(善意)ㆍ셋째는 가권(加勸)ㆍ넷째는 보지(寶志)ㆍ다섯째는 지의(持意)ㆍ여섯째는 제만(除慢)ㆍ일곱째는 향의(響意)ㆍ여덟째는 법의(法意)였습니다. 이 여덟 태자는 여래의 자손으로서 신족(神足)이 널리 두루 했습니다. 당시에 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4역천하(域天下)를 맡아서 다스렸으니, 그 땅에 풍요로움을 심고 정법으로 다스려서 침해받거나 어그러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세존께서 나라를 저버리고 도를 닦아서 최정각(最正覺)을 얻어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자, 모두가 세속을 버리고 높은 지위를 돌보지 않은 채 세존의 처소에 찾아가 사문이 됨으로써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에 뜻을 두었습니다. 그리하여 다 법사(法師)가 되어서 항상 범행을 닦았으며, 무앙수(無央數) 백천(百千)의 부처님에게서 온갖 덕의 근본을 심었습니다.”
009_0805_b_02L또한 보수대사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또한 아일(阿逸)이여, 그때 일월등명여래께서는 보살들에게 권발(勸發)하고 모든 불법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들의 회상에서 대송방등정경(大頌方等正經)을 강연하셨습니다. 이때 저 세존께서는 법좌에서 적연(寂然)하게 무량송삼매정수(無量頌三昧正受)에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니, 몸도 없고 뜻도 없어서 도무지 얻을 수가 없었으며, 마음도 세울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 삼매에 들어가시자, 하늘에서는 의화(意華)ㆍ대의화(大意華)ㆍ유연음화(柔軟音華)ㆍ대연음화(大軟音華)가 부처님 위와 대회상에 참석한 4부 대중에게 비처럼 뿌려졌으며, 때에 맞춰서 그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그 나라의 백성들도 저마다 하늘 꽃을 취해 또다시 부처님 위에 뿌렸습니다. 4부 제자와 여러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크게 놀라서 괴이하게 생각하게 되었으나, 그 부처님께서 삼매에 오래 있지 않고 위신력을 발휘해 입으로부터 한 줄기 광명을 놓으셨는데, 그 광명은 동방으로 1만 8천 불국토를 널리 비추어 두루하지 않음이 없어서 모든 불국토에서 일어나는 바가 모두 저절로 드러났으니, 이 또한 금일에 본 불국토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20억 보살과 함께 계셨는데, 대중들의 회상 속에서 경전의 법을 강설하고 계셨습니다. 여러 보살대사들은 위대한 광명이 세간을 두루 비추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부처님 세상에 어떤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초광(超光)으로서 시자(侍者) 18명과 함께 있었고, 어떤 보살은 유독 게을렀는데 그 이름을 명문(名聞)이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삼매정수(三昧正受)에 드셨다가 삼매로부터 나오셔서 초광 보살을 위해 정법화방등(正法華方等)의 업(業)을 강설하여 온갖 보살행이 모두 불법임을 설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한곳에 편안히 앉은 채 60겁 동안 이 경전을 설법하셨고, 법회 대중 또한 마찬가지로서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마음엔 아무런 인연도 없었습니다. 또한 저 세존께서 60겁에 걸쳐 대중을 위해 설법하는 동안 듣는 대중은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고, 마음에 요동이 전혀 없었습니다.
일월등명불께서는 60겁 동안 여러 보살을 위해 법화방등정경(法華方等正經)을 강연하신 뒤에 문득 스스로 반니원(般泥洹)에 들어가겠다고 하늘ㆍ 세간 사람ㆍ범천ㆍ악마ㆍ사문ㆍ범지(梵志)ㆍ아수륜(阿須倫)ㆍ귀신ㆍ 비구 등에게 고하셨습니다. 그 시간을 살피다가 여래께서는 한밤중에 무여계(無餘界)에 이르러서 반니원에 들어가려 할 때 수장(首藏)보살에게 수기를 내리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멸도에 들어간 뒤에 수장 개사(開士)는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에 이르러 최정각(最正覺)을 성취하리니, 그 명호는 이구체(離垢體)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리라.’ 부처님께서는 수기를 마치시고 한밤중에 멸도(滅度)를 취하셨습니다.
009_0805_c_02L저 세존의 아들 여덟 명은 모두 초광보살대사에게 귀의하여 가르침을 받았고, 모두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에 뜻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덟 왕자는 무앙수억(無央數億) 년 동안 무수한 부처님을 공양하고 받들어 모시면서 모두 정각을 성취하게 되었으니, 마지막에 성불한 왕자의 명호는 법사(法事)였습니다. 초광보살의 시자 열여덟 명 가운데 하나의 보살인 명문(名聞)은 이익을 무절제하게 구하면서 은근히 공양을 바랐고, 자기의 탐욕과 더러움을 높였기 때문에 자주 세 가지 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경전 구절을 뜻에 맞게 이해하다가도 홀연히 잊어버리곤 해서 계속 경전을 읽어 나갈 수 없었으니, 이로 인해 그 족성자(族姓子)는 명문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도 덕의 근본을 헤아릴 수 없는 억백천 부처님께 심으면서 수많은 성인을 친견하고 받들기를 바랐습니다.”
보수보살이 막능승(莫能勝)에게 말하였다. “그때의 비구 법사였던 초광이 누군지 알려고 한다면, 곧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때 게으름을 피운 명문(名聞) 보살대사는 바로 막능승 그대입니다. 그러므로 알아야 합니다. 여기 세존께서 상서로운 감응을 보여 주기 위해 그 광명을 놓으셨음을 우리는 모두 보았사오니, 금일 위대하신 성인께서 마땅히 저희들을 위해 정법화방등전적(正法華方等典籍)을 강설하실 것입니다.”
위대하신 석사자(釋獅子)는 건립하고 흥발(興發)해서 경전의 법을 강설하고 스스로 그러한 가르침을 펴셨으니
009_0807_b_13L大釋師子,
建立興發, 講說經法, 自然之教,
도(道)에 뜻을 두었다면 모두 차수(叉手)하고 귀의하라. 세간 중생을 이롭게 인도하기 위해 이제 분별을 하여서
009_0807_b_14L諸懷道意, 悉叉手歸。 導利世者,
今者分別,
법의 비를 뿌릴 것이니 유연한 법의 가르침으로 두루 윤택하고 포만하게 도의 뜻을 실천케 하리라.
009_0807_b_16L當雨法雨, 柔軟法教,
普潤飽滿, 履道意者。
무위에 들어선 모든 천(天)들이 마음에 의심을 품고서 망설이고 있거나
009_0807_b_17L其有諸天,
入於無爲, 志懷狐疑, 而有猶豫。
어떤 보살이 이 도의 뜻을 구하고자 한다면 이제 마땅히 망설이는 그런 생각을 없애리라.
009_0807_b_18L若有菩薩, 求斯道意, 今當蠲除,
吾我之想。
2. 선권품(善權品)
009_0807_b_20L正法華經善㩲品第二
009_0807_c_02L 이때 세존께서는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현자(賢者)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불도(佛道)는 매우 깊고 여래이신 지진ㆍ등정각께서 들어간 지혜는 밝히기 어렵고 요달하기도 어려워서 앎이 미칠 수가 없다. 비록 성문이나 연각이 본래로부터 억 년 동안 섬기면서 귀의하고, 무앙수겁(無央數劫)에 걸쳐서 덕의 근본을 짓고, 불법을 받들면서 높이고 은근하게 정진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품(道品)의 교화는 알 수 없느니라. 또한 사리불아, 여래는 중생의 연기(緣起)를 관찰해서 훌륭한 방편으로 마땅함에 따라서 순조롭게 인도했고, 지혜를 나타내어 각자에게 분별하였고, 법을 뿌림으로써 중생들을 제도하였느니라. 그리하여 위대한 지혜의 힘과 무소외(無所畏), 한마음의 해탈문과 삼매정수(三昧正受)는 한량이 없었으니, 경전에서 설한 바로는 도저히 미칠 수 없기에 여래는 대략적으로 간략하게 말했을 뿐이니라. 위대한 성인께서 설한 바는 일찍이 없던 일이었으니 너무나 외외(巍巍)해서 헤아리기 어려웠느니라. 여래는 모든 법의 말미암은 바[所由]와 그 유래한 바[所從來], 모든 법의 스스로 그러함[諸法自然]을 다 요달해서 법의 온갖 모습과 근본 지법(知法)의 스스로 그러함을 분별하였느니라.”
일심으로 오로지 전념해서 다 함께 사유한다 해도 이와 같은 것들을 또한 감당할 수 없으리라.
009_0808_b_03L一心專精, 悉共思惟,
此之等類, 亦不堪任。
모든 부처님의 성스런 밝음은 이르러 미칠 수가 없으니, 모든 번뇌가 다해서 마음에 염(念)하는 바가 없는
009_0808_b_04L諸佛聖明,
不可及逮, 一切漏盡, 非心所念。
오직 부처님이신 세존만이 능히 요달해 알아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를 분별할 수 있다네.
009_0808_b_05L獨佛世尊, 能解了知, 分別十方,
諸佛世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고해서 말씀하신 바에 안주하도록 하셨으니 오직 부처님만이 구족하게 이해하고 도달하고 알았으며
009_0808_b_07L告舍利弗, 安住所說,
唯佛具足, 解達知彼,
저 가장 뛰어난 도리(導利)를 모두 다 요달하고 알아차려 무상(無上)의 뜻을 설하면서 구원의 겁을 지냈노라.
009_0808_b_08L最勝導利,
悉暢了識, 說無上誼, 以來久遠。
부처님께서 오늘에서야 여러 성문과 연각들에게 고하셨네. “자신들이 서 있는 입장을
009_0808_b_09L佛今日告, 諸聲聞衆, 緣覺之乘,
如所立處,
모두 버리고 떠나서 열반에 들어가라고 말한 것은 가능한 교화의 방법으로 각각 득도(得度)하게 한 것이니,
009_0808_b_11L捨置已逝, 入泥曰者,
所可開化, 各各得度。
부처님의 존귀한 법은 훌륭한 권도(權度)와 방편으로 강설(講說)을 함으로써 법으로 세간을 교화하고
009_0808_b_12L佛有尊法,
善㩲方便, 猶以講說, 法化世間,
항상 홀로 걸으면서 많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진제(眞諦)의 경법(經法)을 나타내 보인 것이니라.”
009_0808_b_13L常如獨步, 多所度脫, 以斯示現,
眞諦經法。
그때 법회에 참석한 대중 중에서 온갖 번뇌가 다하여 본제(本際)를 알게 된 성문과 아라한들 1,200명의 대중과, 제자ㆍ성문이 되기 위해 발심한 비구ㆍ비구니와 청신사ㆍ청신녀는 각각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은근히 뛰어난 그 방편을 찬탄하셨으며, 여래의 깊고 오묘한 경법(經法)을 선양해서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최정각혜(最正覺慧)를 이루는 것은 성문이나 연각이 알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일까? 지금 세존께서 이와 같은 가르침을 펴셨듯이, 이 부처님 법에서 열반에 이를 수 없다면, 비록 이 경전을 설할지라도 우리들은 그 가르침이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009_0808_c_02L현자 사리불은 4부 대중의 마음속에 이런 의문이 있는 것을 보자, 질문을 해서 그 의심의 그물을 해소하고 아울러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지금 여래께서는 무슨 연고로 뛰어난 방편을 찬탄하시게 되었습니까? 어찌하여 깊고 오묘한 법에 의해 최정각(最正覺)에 이르게 되고, 도와 덕이 외외(巍巍)하여 한계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사리불이 거듭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위대하신 성인이시여,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 가엾이 여겨 말씀을 내려 주소서. 왜냐 하면 여기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은 무앙수 억백천 년을 기어다닌 생명[蚑行], 천식(喘息)하는 생명, 기거나[蜎蜚] 굼실거리는[蠕] 생명 등의 온갖 중생으로 있다가 일찍이 과거의 부처님을 친견해 온갖 덕을 심었고,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믿고 즐거워하면서 받아 지니고 받들어 행할 것이옵니다.”
가령 쉽게 얻는 뜻을 내가 가르쳐 베푼다 해도 어리석음으로 꽉 막힌 자는 교만한 마음을 품게 되리라.
009_0809_a_18L假使吾說, 易得之誼,
愚癡闇塞, 至懷慢恣。
현자 사리불이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위대하신 성인이시여, 지금 저희를 가엾이 여겨 말씀하소서. 무앙수 대중들은 과거 세상에서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사옵니다. 그래서 지금 성인의 말씀 듣기를 고대하나니, 듣는 자는 믿음이 생겨서 크게 안온할 것이라서 의심이나 교만함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009_0809_b_02L 여기 무수억천의 수많은 중생들
성스런 세존의 가르침을 응당 믿고 즐거워하면서
009_0809_b_02L今有衆生, 無數億千,
悉當信樂, 聖尊所詔,
본래의 덕에 회귀하여 온갖 의심의 그물을 결단할 것입니다. 지난날 긴 세월 동안 가르침의 교훈을 받았으니
009_0809_b_03L會致本德,
決諸疑網。 往古長夜, 曾被訓誨,
저희들은 합장한 채 공경하고 엄숙히 비켜서서 이 법의 뜻에 대해 반드시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입니다.
009_0809_b_04L是等叉手, 恭肅側立, 必當欽樂,
於斯法誼。
저희 무리들 1,200명과 나머지 다른 부류들도 부처의 도를 구하고 높일 것이니,
009_0809_b_06L我之等類, 千二百人,
及餘衆黨, 求尊佛道。
가령 보고 듣게 되면 말씀의 가르침에 안주하여 응당 환희하면서 대의(大意)를 발할 것입니다.
009_0809_b_07L假令見聞,
安住言教, 尋當歡喜, 興發大意。
이에 세존께서는 사리불이 세 번 반복해서 도움을 권유하는 걸 보고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은근히 세 번에 걸쳐 청하니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귀기울이고 또 귀기울여서 잘 생각하기 바라노라. 내가 이제 말하겠노라.”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 5천 명이 교만한 마음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예를 표한 뒤 무리에서 떠나 물러갔다. 왜냐 하면 그들은 교묘한 방편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교만해서 진리를 얻지 못했음에도 얻었다고 여기고 성취함이 없음에도 성취한 줄로 착각했기에 덮개[蓋藏]ㆍ의복ㆍ침구를 거두어서 떠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또한 제지하지도 않으셨다.
009_0809_c_02L“또한 사리불아, 법회 대중 가운데 편벽된 무리는 남몰래 물러났는데, 그들은 광대한 뜻에서 벗어나 소리와 맛에 구속되었느니라. 또한 사리불아, 이처럼 교만한 무리는 법회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리라. 여래는 어째서 이 법을 설하는가? 비유컨대 영묘하고 상서로운 꽃은 시시때때로 볼 수 있지만, 부처가 찬탄하는 이 법은 아주 오래도록 드문 일이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가 진실한 진리로써 설한 깊은 경전의 가르침을 믿어야 하나니, 그 뜻은 깊고 미묘해서 결코 헛되지 않느니라. 약간의 음성으로 모든 장구(章句)를 나타내 보이셨으나 각각 달라서 사람이 염(念)하지 못하는 바이니, 본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여래는 모두 아느니라. 왜냐 하면 정각(正覺)이 세간에 나타나는 것은 일대사(一大事)를 찬탄하여 모두 하나의 근원[一原]에서 나옴을 크게 나타내 보이는 것이니, 중생이 과보의 감응을 바라는 것을 씀으로써 이 품류를 권유하고 돕기 위해 세간에 출현한 것이니라. 즉 중생들이 발원을 세워 부처의 지혜를 희구하기에 세간에 나투게 되었으며, 중생들이 여래의 보배 지혜를 바라기에 세상에 출현하게 되었으며, 여래의 지혜로 군생(群生)의 생각을 깨닫게 하기에 세간에 나타나게 되었으며, 민서(民庶)에게 8정(正)의 길을 바라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세간에 출현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알아야 하나니, 정각(正覺)이 일어남은 모두 하나의 뜻이 되는 것으로서 무극의 지혜로 광대한 업을 짓는 것이며, 하나의 공의 지혜가 연민을 덮어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세간에 나타나게 되었느니라. 부처가 행하는 바와 교화를 하는 이익도 또한 마찬가지인데, 법을 설하여 여러 보살을 가르침으로써 진제(眞諦)의 지혜를 나타내느니라. 그리하여 부처님의 성스런 밝음으로 분별하여 더욱더 증진하여 대각승(大覺乘)일 뿐이니, 이승에도 없거늘 하물며 삼승에 있겠는가. 시방세계의 모든 불세존은 과거ㆍ미래ㆍ현재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서 방편과 몇 가지 가르침을 펼쳐서 각각 다른 음성으로 일체를 개화(開化)하고 설법을 하여서 대승의 진리를 일으키나니, 부처님의 정각승(正覺乘)은 어디에나 통하는 지혜의 승(乘)이니라.
또한 사리불아, 여기 중생들은 모두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법을 들은 적이 있으니, 그 본행(本行)에 따라 그에 알맞게 시현(示現)하게 되었느니라. 내가 살펴보니 중생들의 본행(本行)이 같지 않아서 부처님께서는 그 마음이 즐기는 것들을 관찰하여 훌륭한 방편으로 보응(報應)을 건립하고 법을 그에 맞게 강설하였으니, 평등한 정각(正覺)의 대승(大乘)이 되어서 온갖 신통과 지혜와 도와 공덕을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둘이 없느니라. 시방세계는 평등하여 차별이 있지 않거늘 어찌 삼승이 있을 수 있겠는가.
009_0810_a_02L또한 사리불아, 가령 여래가 중생의 허물을 설한다면 1겁(劫)이 지나도 끝나지 않으리니, 이 때문에 지금 나는 5탁세(濁世)에 출현한 것이니라. 오탁세는, 첫째 진로(塵勞), 둘째 흉포(凶暴), 셋째 사견(邪見), 넷째 수명단(壽命短), 다섯째 겁예탁(劫穢濁)이니, 이처럼 본덕(本德)이 얇고 천박하며 탐욕이 많고 번뇌의 때가 두텁기 때문에 훌륭한 방편으로 삼승의 가르침을 나타내서 성문과 연각의 이치를 화현(化現)시킨 것이니라. 만일 불승(佛乘)을 설한 걸 끝내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면, 여래의 법 가운데 성문과 연각의 도가 있어서 온갖 어려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어떤 비구와 비구니가 이미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여 그걸로 충분하다고 해서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결정적으로 불승을 비방하는 셈이니라. 비록 부처와 평등하다고 하여 뒤에 반니원(般泥洹)에 이른다고 한다면, 이는 교만한 무리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왜 그럴까? 모든 비구로서 나한이 된 자가 모든 번뇌가 다하기를 희구하지 않고,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서도 믿고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가령 멸도할 때는 여래의 얼굴이 여러 성문 앞에 현현하지만, 위대한 성인이 멸도할 경우에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그들로 하여금 방등송경(方等頌經)을 받아 지녀서 설하게 하고, 다른 부처님이신 지진ㆍ등정각을 찾아서 의심을 소진케 하리라. 그런 뒤에야 저 사람은 응당 돈독히 믿을 것이니, 여래는 진실로 일승(乘)만을 말하지 이승은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