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현자 수보리ㆍ가전연ㆍ대가섭ㆍ대목건련 등이 위대한 법에 대해 강연을 듣고 미증유(未曾有)를 얻게 되었으나 본래 들어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그러나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수기를 내려서 반드시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얻는다는 걸 보게 되자, 뛸 듯이 기뻐하면서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예를 올린 뒤에 합장하면서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바라보니, 안으로 스스로 사유하여 살피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조화로워서 기쁨과 슬픔이 함께 몰려들었다. 이어서 세존께 아뢰었다. “위대하신 성인이시여, 저희들은 연로하고 거동까지 불편해서 여러 늙은이 가운데서도 더욱 힘이 없사옵니다. 중우(衆祐)에 귀명(歸命)하여 멸도를 얻길 원해서 무상정진도에 뜻을 두었지만, 힘을 쏟는 것이 약소하여 감당할 수 없습니다. 여래의 강설을 저희들은 귀 기울여 듣기 위해서 차례대로 좌정(坐定)한 것이니, 찾아온 모든 대중들은 피곤을 느끼거나 싫증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예전에 여래께서 저희들에게 법을 설하여 이미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얻게 되어서 불전(佛典)의 국토에 이르게 되었으니, 일체법에서 아무런 조작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 보살들은 오락을 즐기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그들을 권유하고 발해서 교화로 이끌었으나, 저희는 삼계를 벗어나려고 하면서 항상 스스로 멸도를 얻었다고 헤아렸습니다.
009_0823_c_02L이제 지치게 되자 비로소 저희들에게 특이한 뜻을 가르쳐 평등한 하나를 즐기면서 무상정진도에 대한 큰 뜻을 일으키게 하였사오니, 지금 위대하신 성인께서 성문들에게 수기를 내려서 정각을 성취하게 하자 마음으로 크게 놀라 미증유를 얻었습니다. 저희들은 커다란 이익을 얻어서 각각 받들고 섬겼기 때문에 이 경전 가르침을 얻어서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부처님으로부터 이 법을 항시 들은 탓에 곧 만나게 되었다면 나의 녹(祿)의 두터움은 오묘한 보물을 얻은 것을 능가한 것이니, 무앙수의 오묘한 뜻이 지극히 원한 바입니다. 현재의 색(色)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서 진귀한 음악이 자연히 울렸고, 커다란 등불이 밝혀져서 휘황하게 비추고, 전단향 숲에서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제가 이 법을 감당해 설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 여러 성문들이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난날 한 사내가 아버지 곁을 떠나 유랑하면서 다른 곳으로 20년, 30년을 떠돌았는데, 사방을 헤매면서 옷과 음식을 구하고자 애썼건만 항시 빈곤해 변변한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곳에서 무앙수의 금ㆍ은ㆍ진귀한 보물ㆍ수정ㆍ유리ㆍ차거(車渠)ㆍ마노(馬瑙)ㆍ산호ㆍ호박(琥珀)을 얻게 되어서 창고 가득히 저장하였으며, 시종ㆍ노비ㆍ코끼리ㆍ말ㆍ수레가 헤아릴 수 없었고 권속도 무수했으며, 7보는 넘쳤고 재물의 출납은 빈번했고 농산물 경작도 많았습니다. 아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이 나라 저 촌락을 두루 떠돌다가 부유한 장자의 성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추수의 계절이었습니다. 그는 성 안에 들어가서 창고 주위를 돌아다니게 되었지만, 장자는 아들과 헤어진 지 오래되어서 문득문득 생각에 잠기곤 했지만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재물은 무량해서 원근에 있는 사람을 구제하였는데,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늙고 노쇠하였으니, 앞으로 죽게 되면 창고 속 보물은 속히 흩어질 것이다. 원컨대 아들을 다시 만나서 마음대로 옷을 입게 하고 자기 뜻대로 먹게 한다면 무위를 얻어서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을 텐데.’
009_0824_a_02L아들이 우연히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가 멀리서 문 앞을 엿보았더니, 범지(梵志) 군자가 대중들 속에서 권속(眷屬)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금은을 섞어서 만든 사자좌에 주영(珠瓔)을 교차하여 커다란 보배 장막을 둘렀는데, 아버지는 그 가운데 앉아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온갖 해탈화(解脫華)가 땅을 뒤덮었고, 억백천금 나가는 그릇에 음식이 담겨 있었으니, 아들은 장자의 이와 같은 위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 두려움으로 편안하지 못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제왕 아니면 대군주이리라.’ 아들은 주위를 머뭇거리다가 감히 목전에 나아가지도 못하고 곧바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저 멀리서 아들을 보게 되자 크게 기뻐하면서 옆에 있는 시자(侍者)를 시켜 아들을 데리고 오도록 시켰습니다. 아들은 황급히 달아나다가 땅에 넘어지자 쫓아온 시종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거늘, 어째서 잡아가려 하십니까?’ 시종이 아들을 잡고서 함께 장자에게 데리고 가자 장자가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부지런히 재물을 모아서 창고에 가득 채웠습니다.
아들과 헤어진 지 오래되자 만날 것을 자주 생각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고 힘이 쇠약해지자 부자의 정은 갈수록 깊어지면서 언젠가는 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여러 사람과 함께 있었으므로 이런 생각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아버지는 가난한 아들의 뜻이 하열(下劣)해서 복 있는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즉 오래도록 보지 못한 탓에 아버지의 얼굴이나 이름을 알아보지 못했고, 더욱이 기이한 보물을 아버지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그대가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대신 방편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제 그대는 마음대로 자기 뜻에 따라 가고 싶은 대로 가라.’ 이 말을 들은 가난한 아들은 괴이하게 생각하여 별일을 다 본다고 생각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옷과 음식을 구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인연을 알기에 방편으로 그대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몇몇 사람과 함께 지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이 저택으로 다시 오게 되자 재차 조치해서 ‘이 저택에는 할 일이 있다’고 말하고 나서 가난한 아들에게 코끼리와 말을 관리하게 했습니다. 가령 어느 누가 묻는다 해도 답도 또한 이런 식으로 했으니, 마땅히 수레와 말을 담당하게 하고 보물을 엄격하게 관리하게 한 뒤에 그의 뜻에 맞게 재화를 주었습니다. 아버지는 가난한 아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이처럼 구족하게 하였습니다.
009_0824_b_02L그때 아들은 마구간에서 수레와 말을 잘 관리하였고, 진귀한 보물도 잘 챙겼기 때문에 더욱더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가르치고 교화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창문을 통해 멀리서 아들이 하는 짓이 초절(超絶)한 걸 보고서 낡은 옷을 벗기고 그 몸을 목욕시킨 뒤에 오른손을 씻어서 보배 영락이 달린 향기롭고 화려한 옷을 입혔으니, 그의 바탕[體]이 찬란히 빛나면서 모두 청정하게 되자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그대는 본래 어디에서 자랐는가, 어느 집에 속하는가? 그대는 나를 저버리고 다른 곳에 가서 굶주림과 추위에 괴로워하게 되었구나. 나는 이미 늙은 탓에 인정으로 고하나니, 곧 아내를 맞아들여 즐겁게 먹고 놀면서 자손을 얻기 바라노라. 내가 벌여 놓은 일은 헤아릴 수 없어서 온갖 보배가 구족하다는 걸 그대는 아는가? 그대를 오랫동안 찾았지만 나쁜 벗을 좋아하다가 이제야 돌아오게 되었으니, 깨끗하게 때를 씻어야 하느니라. 내게는 오묘한 보배ㆍ야광명주(夜光明珠)ㆍ진기한 보물이 있는데 모두 그대에게 주노라. 노비ㆍ시종ㆍ남녀노소 모두 그대의 뜻대로 하라. 일체를 부촉하나니, 나는 그대를 마치 국왕이 태자를 행복하게 여기듯 사랑하노라.’”
009_0824_c_02L모든 존귀한 성문들이 함께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다. “그때 가난한 아들은 20, 30년을 유랑하다가 장자의 저택에 이르고 나서야 신세가 펴지게 되었는데, 전후에 이리저리 유관(遊觀)하던 바를 거슬러 생각하니 마음에 더 한층 유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장자는 병이 들어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내 이제 늙고 쇠잔해졌으니 그대가 홍궤(洪軌)를 계승함이 마땅하다. 사업과 보배 창고를 모두 그대가 이어받아서 궁핍한 이웃에게 그대의 뜻에 따라 고루 베풀어라.’ 아들은 아버지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들게 되자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그의 행실은 지극히 성실해서 본래의 서원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과 행실이 조신한 데다가 예전엔 빈곤했으나 나중엔 부유하기에 그 기쁨이 한층 더했으며, 아들은 친족을 받들고 어른께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국왕ㆍ군주ㆍ대신 등 여러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각자 귀 기울여 들어주십시오. 이 아이는 내 아들로서 내가 낳은 자식이며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나를 저버리고 20, 30년을 유랑하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고 나는 그의 아비이니 내 재물과 보물은 모두 그의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여러 사람 앞에서 이와 같이 선언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자 마음이 더욱 기뻐서 ‘나는 지난날 무슨 복덕이 있기에 이러한 보장(寶藏)을 얻게 되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성문들은 또한 다음과 같이 부처님께 말씀을 올렸다. “부유한 장자는 비유컨대 여래이시고, 여러 학사(學士)는 불자에 해당되고, 저희들이 삼계의 고통 속에서 구제를 받는 것은 부유한 장자가 아들을 거두어 생사에서 벗어나게 함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무앙수의 신성한 보배를 갖추었기 때문에 5신통으로 5음(陰)의 덮개를 소멸시키고 항상 정진을 닦는 저 도(道)의 가르침에 있으면서 멸도에 뜻을 두었으니, 이를 묘인(妙印)이라 일컫습니다. 은근히 흠모하고 구하면서 처음부터 나태함이 없었으니, 무위(無爲)를 얻고자 해서 의중(意中)은 침묵했고 스스로의 사유가 무르익어서 얻은 바가 무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여래에게 법을 이어받고 행을 따랐으니, 선정을 닦으면서 항상 즐기고 믿었습니다. 살펴보건대 저희들은 게으르고 하열하여 제대로 분별하지도 못하고 발원에 따라 지향하지도 못합니다. 여래의 이 법은 보배 창고로서 지금 세존께서는 방편으로 본제(本際)의 지혜와 창고를 관찰하셔서 굶주림과 헐벗음을 제거하고는 대묘인(大妙印)을 수기하십니다.
009_0825_a_02L바라옵건대 대성(大聖)께서는 지금 연로하시니, 여기 대가섭이 여래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받들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응당 무위(無爲)에 이르셔야 합니다. 또한 세존께서 저희들을 위해 보살대사의 지혜와 뜻을 나타내 보이셨는데, 저희들은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면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겠으니, 여래께서는 성스럽고 밝은 대덕(大德)을 드러내서 저희로 하여금 때를 따르는 뜻에 들어가게 하소서. 왜냐 하면 세간의 영웅께서는 수승한 방편을 크게 통달해서 저희들의 의지로는 깊은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미리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성문의 도리를 나타냄으로써 삼계의 법과 생로병사,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의 일을 두려워하게 하여 스스로 구제하게 했지 일체를 구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위대한 자비ㆍ지혜ㆍ방편ㆍ선정ㆍ삼매를 여의어야 비로소 사람 마음을 알아서 일체 중생의 근원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가난한 아들이 옷이나 음식을 구하는데도 아버지는 때를 기다린 연후에 안락하게 했는데, 그러나 아들은 이 사실을 깨달아 살피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는 방편으로 때에 따라 나타내 보이셨건만, 저희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지금에야 비로소 성불할 수 있는 참아들[成佛眞子]인 걸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위없는 자손은 부처님의 자랑이므로 위대한 지혜로써 베푸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비록 부처님의 자손이지만 비천하고 겁이 많기 때문이니, 가령 여래께서는 마음으로 믿고 즐기는 걸 보는데, 보살승을 즐기게 된 연후에 비로소 방등대법(方等大法)을 설하십니다.
또한 세존께서는 두 가지 일을 일으키셨으니, 보살을 위해서는 감로법(甘露法)을 제시하셨고, 하열한 무리를 위해서는 먼저 소승법을 나타내셨다가 점차 미묘한 법으로 들어가게 하셨습니다. 비유컨대 저 아들은 아버지와 헤어진 지 오래된 탓에 멀리서 보고서도 누군지 알지 못해서 두려워했으나, 이후 점차적으로 위의(威儀)와 법칙을 보이자 비로소 아버지인 줄 알게 된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 또한 마찬가지이니, 저희들은 보살대사를 이해하지 못해서 비록 법으로부터 태어난 여래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단지 멸도만 구했을 뿐, 도량에 뜻을 두어 보리수 아래에서 좌선하여 마군과 권속의 항복을 받고 일체 중생을 구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스스로 해탈을 얻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지금에야 아직 성취하지 못한 것을 보고 듣게 되었으니, 이는 출가한 것도 아니고 사문이 된 것도 아닙니다.
009_0825_b_02L지금 여래 세존께서는 온갖 신통과 지혜를 나타내시고, 저희들은 성인의 진귀한 보배를 얻게 되었으니, 부처님은 저희의 어버이이고 저희는 그 아들이오니, 어버이와 자식은 한 몸이거늘 어찌 차별이 있겠습니까? 예컨대 장자가 임종의 순간에 임박하자 대중 앞에서 제왕ㆍ범지ㆍ장자ㆍ군자에게 선언하기를 ‘지금 소유하고 있는 창고 속의 온갖 진귀한 보배는 내 아들에게 준다’고 말하자, 아들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한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 또한 마찬가지로서 먼저 소승법을 제시하여 한때 저희를 기쁘게 하신 연후에 지금 최후의 시간이 임박하자 널리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의 4부 대중과 천상이나 세간의 모든 중생에게 여래의 본뜻을 나타내 보이셨으니 즉 ‘여래는 방편으로 삼승을 설했으니, 오히려 이승도 없거늘 어찌 삼승이 있겠느냐? 이 모든 성문들은 마땅히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하시므로 저희들은 스스로는 도저히 기쁨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저희들을 생사에서 벗어나 안온하게 이끌기 위해 곧 수기의 말씀을 내려서 미래에 성불하리라 하십니다.
009_0826_c_12L度脫我輩, 使得安隱,
便復授決, 當成佛道。
이제 건립한 행이 많은 바에 편안히 머물고 있는 무수한 보살은 무량한 지혜의 힘으로
009_0826_c_13L於今安住,
多所遣行。 無數菩薩, 慧力無量,
위없는 대도(大道)를 분별하여 나타내 보이고 반연(攀緣) 따라 칭찬했으며 무수한 비유의 가르침을
009_0826_c_14L分別示現, 無上大道, 攀緣稱讚,
億姟譬喩,
저희들은 이 법 듣고서 가장 수승한 불자가 되었으니 즉시 받들어 행하면서 부처님의 대도를 존중하여 높이겠습니다.
009_0826_c_16L余等得聞。 最勝諸子,
則便奉行, 尊上大道,
중생의 안목을 보여서 마땅히 세우고 세간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도를 성취하여
009_0826_c_17L所當起立,
視衆眼目, 當於世閒, 得成佛道,
성스런 존재가 되어서 이와 같은 업을 지을 것이며 장차 이 불법을 옹호하고 길러서
009_0826_c_18L而爲聖尊, 造業如斯。 將養擁護,
於此佛法,
가장 뛰어난 여래의 지혜를 강설하고 분별함으로써 일체 중생을 감동시키리니
009_0826_c_20L講說分別, 最勝慧誼。
則爲感動, 一切衆生,
저희들이 뜻을 세워 바랍나니 가난한 마음의 사념을 가령 이 불법의 가르침을 들어도
009_0826_c_21L我等志願,
貧心思念。 假使得聞, 于斯佛誨,
마음을 일으키려 하지 않으면 여래께서는 지혜로 가장 수승함을 살펴보아서 그에 맞게 도의 뜻을 펼쳐
009_0826_c_22L不肯發起, 如來之慧。 睹見最勝,
宣暢道誼,
모두 다 멸도 시키겠다고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건만 이와 같은 여래의 지혜를 뜻을 두어 구하지 않았습니다.
009_0826_c_24L意中自想, 盡得滅度,
不願志求, 如此比慧。
009_0827_a_02L 또한 듣건대, 위대한 성인의
모든 불국토에 대하여 일찍이 환희심을 발하는 뜻을 두지 않았다면
009_0827_a_02L又聞大聖,
諸佛國土, 未曾有意, 發歡喜者,
일체가 무루(無漏)인 적연(寂然)의 법을 저버린 것이니 여래가 멸도한 이후에는
009_0827_a_03L寂然在法, 一切無漏, 棄捐所興,
滅度之事。
이런 생각으로 말미암아 부처의 도를 이루지 못하리라. 따라서 항상 수행하여 밤낮으로 교만심을 버렸노라.
009_0827_a_05L由此思想, 不成佛道,
常當修行, 晝夜除慢。
가장 수승하여 위가 없는 모든 불도의 뜻을 일찍이 권유하고 돕지 않은 채 저것에 뜻을 두었다가
009_0827_a_06L諸佛道誼,
最無有上, 未曾勸助, 志存于彼。
오늘에야 비로소 궁극의 최승(最勝)을 구족하고 무한(無限)을 얻게 되었으니 마땅히 음개(陰蓋)를 버리고
009_0827_a_07L今乃究竟, 具足最勝, 得無爲限,
當捨陰蓋,
오래도록 정진을 거듭하여 공의 이치[空理]를 닦아서 삼계(三界)의 끊임없는 고통의 괴로움을 해탈하고
009_0827_a_09L長夜精進, 修理空誼,
解脫三界, 勤苦之惱。
여래께서 내리신 계율 구족하게 장엄하였사오니 이와 같이 헤아려 보아도 조금도 모자람 없습니다.
009_0827_a_10L佛興教戒,
則以具嚴, 如是計之, 無所乏少。
경전에 담긴 여래의 지혜를 가장 수승하게 펼쳤사오니 가령 어느 누가 존귀한 부처의 도를 원하면
009_0827_a_11L最勝所演, 經身之慧, 假使有人,
願等佛道,
이런 자들을 위해 더욱 법사(法事)를 내리니 이런 인연으로 이루어짐을 우리는 즐기고 흠모합니다.
009_0827_a_13L爲是等故, 加賜法事,
由緣致斯, 余徒欽樂。
위대하신 도사께서는 세간을 두루 다니시면서 이런 무리들의 모습을 두루 다 관찰하시니
009_0827_a_14L有大導師,
周旋世間, 普悉觀察, 如此輩相。
두려움에 떠는 자에게는 의(義)와 이(利)를 얻게 하고 구하고 찾고 권유하고 도와서 나로 하여금 믿고 즐기게 하시네.
009_0827_a_15L諸恐懼者, 令得利誼, 求索勸助,
令我信樂。
훌륭한 권도와 방편은 마치 아버지와 같사오니 비유컨대 장자가 때를 만나 크게 부자가 된 것과 같습니다.
009_0827_a_17L善㩲方便, 猶若如父,
譬如長者, 遭時大富。
집에 돌아온 아들이 하열하고 궁핍하기에 재물과 보배로써 베풀어 준 것과 같습니다.
009_0827_a_18L其子而復,
窮劣下極, 則以財寶, 而施與之。
위대하신 성인이신 도사께서도 희유한 법 일으켜서 훌륭한 권도와 방편으로 분별하고 선양하였지만
009_0827_a_19L大聖導師, 所興希有, 分別宣暢,
善㩲方便。
불자의 무리들이 하열한 것만을 즐기기에 행을 닦고 선정을 다스려서 법으로써 베풀었습니다.
009_0827_a_21L諸子之黨, 志樂下劣,
修行調定, 而以法施。
저희들은 오늘에야 백천 가지 미증유 법을 얻었으니 마치 가난한 자가 재물을 얻은 것과 같습니다.
009_0827_a_22L我等今日,
致得百千, 未曾有法, 如貧得財。
부처님의 법 속에서 도와 덕의 보배를 얻었으니 그것은 가장 청정하면서도 온갖 번뇌가 없는 것입니다.
009_0827_a_23L於佛教化, 獲道得寶, 第一淸淨,
無復諸漏。
009_0827_b_02L 오랫동안 익혀온 계율과 선정의 뜻으로
세간 영웅의 창도(唱導)를 뜻[義]을 잡아서 수호하니
009_0827_b_02L長夜所習, 戒禁定意,
執誼將護, 世雄唱導。
부처님의 위대한 도를 오늘에야 얻게 되었습니다. 권속에 둘러싸인 채 빠짐없이 수행하고
009_0827_b_03L今日有獲,
佛之大道, 眷屬圍繞, 修行無闕。
그 오랜 세월 동안 청정하게 범행을 지킴으로써 법왕의 깊고 원대한 지혜에 의지하여
009_0827_b_04L其有長夜, 淸淨梵行, 依倚法王,
深遠之慧,
이 존귀한 덕의 과보를 구족하게 되었으니 나날이 미묘(微妙)를 이루어서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습니다.
009_0827_b_06L而爲具足, 此尊德果,
日成微妙, 無有諸漏。
저희들은 오늘에야 비로소 성문이 되어서 최상의 존귀한 불도를 다시 듣고 살피게 되었으니
009_0827_b_07L我等今日,
乃爲聲聞, 還得聽省, 上尊佛道,
성스러운 각자(覺者)의 음성을 마땅히 다시 드날려 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두려움에서 벗어났습니다.
009_0827_b_08L當復見揚, 聖覺音聲, 以故獲聽,
超度恐懼。
오늘에야 비로소 아무런 집착이 없게 되었으니 집착이 없는 뜻으로써 여러 하늘을 위해 설하고
009_0827_b_10L今日乃爲, 致無所著,
以無著誼, 爲諸天說,
세간 사람이나 마왕 그리고 범천들도 모든 중생의 부류들과 가깝게 지내오니
009_0827_b_11L世人魔王,
及與梵天, 爲親一切, 衆生之類。
어디에 명색(名色)이 있어서 적연(寂然)을 세울 것이며 무수억 겁 동안에 걸친 중생을 없앤다고 하겠습니까?
009_0827_b_12L何所名色, 造立寂然, 蠲除衆生,
無億數劫,
이렇게 이루어진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며 세간의 법으로 헤아리건대 미치기 힘든 희유한 일인데
009_0827_b_14L於是所造, 甚難得値,
計於世閒, 希有及者。
오늘에야 집착이 없게 되어 죄를 소멸시켜 피안에 이르고 수행이 업이 되어서 뛸 듯이 환희하나니
009_0827_b_15L今日無著,
燒罪度岸, 修行爲業, 踊躍歡喜。
저희들은 성인께 귀의해 정수(頂受)해 받드오니 발원이 구족하게 된 것이 저 강변의 모래알과 같습니다.
009_0827_b_16L吾等歸聖, 以頂受之, 所願具足,
如江河沙。
음식과 의복을 두루 갖추고 천만억의 침상과 침구에도 아무런 때나 흠이 없으며
009_0827_b_18L飮食衣服, 若干巨億,
諸牀臥具, 離垢無穢,
전단향을 사용해 방을 짓고서 부드러운 좌구(坐具)를 그 위에 펴서 깔았습니다.
009_0827_b_19L用栴檀香,
以爲屋室, 柔軟坐具, 以敷其上。
만일 병에 걸린 자가 있거든 무수한 약품이 마련되어 있고 금일에 공양을 올려서 안주하여 널리 제도하고
009_0827_b_20L若疾病者, 無所藥療, 今日供養,
安住廣度,
베푼 바의 겁수는 강변 모래알처럼 무수하니 이렇게 세운 뜻은 결코 빼앗기지 않습니다.
009_0827_b_22L所施劫數, 如江河沙,
所造立者, 無能奪還。
높고 원대한 법은 무량하고 무한한지라 위대한 신통을 갖추어서 법력(法力)을 건립하고,
009_0827_b_23L高遠之法,
無量無限, 其大神足, 建立法力。
009_0827_c_02L 부처님은 대왕으로서 무루(無漏)의 최승자(最勝者)이시니 견강(堅强)함을 감당하고
항상 확고하게 수행을 하며
009_0827_b_24L佛爲大王, 無漏最勝, 堪任堅强,
常修牢固,
편안히 위로하고 나아가길 권유하는데 항상 시절인연에 따를 뿐 희망의 상념으로 복을 구하는 일은 일찍이 마련한 적이 없습니다.
009_0827_c_03L安慰勸進, 恒以時節,
未曾修設, 望想福行。
일체의 세간에 있어서 온갖 법 중의 존귀한 존재는 모두가 대신(大神)인 가장 수승한 여래가 되어서
009_0827_c_04L於一切世,
諸法中尊, 皆爲大神, 最勝如來。
광대한 등불을 밝히어 무앙수 중생에게 제시함으로써 뭇 중생들에게 근력(筋力)의 소재를 알게 하사오니
009_0827_c_05L然大燈明, 示無央衆, 知諸黎庶,
筋力所在,
갖가지의 많은 즐기고 원하고 바라는 백천 가지 인연에 따라 수순하여 개화(開化)합니다.
009_0827_c_07L若干種種, 所憙樂願,
因緣百千, 而順開化。
여래께서는 모든 중생의 성품과 행동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도 모두 살펴보시는데
009_0827_c_08L如來皆睹,
衆人性行, 他人心念。 一切群萌,
일체의 중생이 몇 가지 행으로 타락을 하게 되면 법으로써 이 존귀한 불도를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009_0827_c_09L以若干法, 而致墮落。 以法示現,
此尊佛道。
5. 약초품(藥草品)
009_0827_c_11L正法華經藥草品第五
009_0828_a_02L 그때 세존께서 대가섭과 여러 연로한 성문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참으로 사실 그대로 찬탄했구나. 그대들이 말한 대로 여래의 공덕은 앞서 비유한 바와 같으니, 몇 곱절로 무수한 불가사의여서 겁 동안 계량한다 해도 할 수 없느니라. 하나하나 헤아리는 수(數)에 대해서도 성인은 감응하니, 여래의 지혜는 한량없어서 법상(法想)과 도지(道地)의 처소가 있지 않으므로 근원을 능히 다할 수가 없느니라. 세존은 일체의 모든 뜻에 두루 들어가서 세간을 살펴 중생들의 마음을 관찰하는데, 바라밀로 일체를 분별하여 방편과 지혜의 일을 모두 결정하여 요달하게 하며, 일체를 권유하고 세워서 피안으로 인도하니, 널리 보편적인 지혜를 나타내어 온갖 신통과 지혜에 들어가게 하느니라. 비유컨대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온갖 약초와 대나무와 갈대숲 등 크고 작은 여러 나무가 있고,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의 색은 종류마다 갖가지인데 모두 땅에서 자라나고 높은 산이나 암석 사이, 언덕이나 흙더미, 계곡이나 갱도에서 생장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비가 크게 내려서 두루 윤택하게 하고 흡족히 적시는데, 그 종류에 따라 제각기 무성하게 자라서 마침내 나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쳐들면서 자기 자리를 얻지 않음이 없느니라. 비가 한번 내려서 불국토를 두루 적시니, 모든 나무들은 제각기 생장하는데 땅은 평등하여 둘이 없느니라.
여래의 정각이 오묘한 법을 설하는 것도 마치 큰비가 내리는 것과 같나니, 위대한 성인이 세간에 출현하게 되면 모든 하늘ㆍ대중ㆍ아수륜ㆍ귀신ㆍ용이 위엄스런 광명을 드러내면서 여래의 처소에 모두 모여들어 바로 앞에 나타나는데, 성인은 대음(大音)을 펼쳐서 지혜의 뜻을 분별하고 대사자후로 광명의 유래를 말하였느니라. ‘나는 여래가 되어서 천상천하의 여러 하늘과 세간사람으로 하여금 제도를 받지 못한 자는 제도 받게 하고,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는 벗어나게 하고, 편안하지 못한 자는 편안하게 하고, 멸도 받지 못한 자는 멸도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현세와 후세에 대해 아는 바로 살피니, 온갖 신통과 지혜로 두루 볼 수 있어서 제도할 자는 제도하고, 속박에서 벗어날 자는 벗어나게 하고, 편안하게 할 자는 편안하게 하고, 멸도하지 못한 자는 멸도하게 했느니라. 이들이 모두 나를 찾아왔는데, 그때 온갖 하늘 대중과 아수륜ㆍ건답화ㆍ가류라ㆍ진타라ㆍ마후륵이 모두 운집했다. 나는 법을 강설해서 그 도의 뜻을 나타내었으니, 부처는 도의 어버이로서 도의 지혜를 분별하느니라.”
009_0828_b_02L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무수억의 무리가 와서 경전의 법을 들었는데, 여래는 일체의 근본을 꿰뚫어 보고 대정진력이 감응한 대로 설법하니 무량한 말로 분별하여 선포하였느니라. 그래서 본마음을 잃지 않고 모두 기뻐하면서 아무런 근심 없이 안온하게 되었으니, 혹은 세간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죽으면 좋은 곳에 태어나서 자기 뜻대로 즐겼는데, 제각기 스스로 그러하게[自然] 태어난 것이니라. 또는 애욕을 익혔기에 그를 위해 경전을 설하기도 했고, 혹은 법을 받아들여서 온갖 탐욕과 미혹을 여의기도 했으니 더욱더 온갖 신통과 지혜를 점진적으로 따랐느니라. 그 능량(能量)과 같은 본력(本力)으로 인해 확고하게 평등한 법신을 성취했으니, 마치 큰비가 내려서 보편적인 불세계에 자양분을 주고 양육하는데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여래의 설법이 한결같은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니, 해탈에 이르러서 욕심을 여의고 적멸하면 온갖 신통과 지혜에 들어가느니라.
만일 귀 기울여서 듣고, 받아들여서 지니고, 외우고 읊고 받든다면, 스스로 알아차리고 살펴서 염(念)을 관찰하지 못함이 없게 되리라. 왜냐 하면 중생의 근본은 형상인 대로이고 상념한 대로라서 과거의 생각과 미래의 생각이 가능한 시행(施行)이고 과거의 행과 미래의 행이 합당한 행이기 때문이니라. 모든 인연은 마땅히 얻어지는 것이고 마땅히 설해지는 것이니, 오직 여래의 안목으로만 이것을 알아볼 수 있느니라. 나타난 처소에 있으면서 그 땅에 머무는 것이 마치 비가 평등하게 약초ㆍ총림ㆍ흰 것ㆍ검은 것ㆍ푸른 것ㆍ붉은 것ㆍ상중하의 나무에 고루 내리는 것과 같으니라. 세존은 이처럼 한맛[一味]으로 보고 있나니, 해탈의 맛에 들어가 멸도에 뜻을 두고서 제도 받지 못한 중생을 제도하여 마침내 멸도하게 하느니라. 하나의 땅[一土]에 이르게 하고, 하나의 동일한 법의 맛을 보게 하며, 아무런 두려움도 없게 함으로써 해탈하게 하였으니, 이와 같이 중생을 교화하여 불법을 믿고 즐기게 하였고, 기르고 보호함으로써 모두가 온갖 신통과 지혜에 두루 통하게 하였느니라. 이처럼 성현의 법을 분별하여 찬탄했으니, 또한 앞에서 가섭이 말한 바와 같으니라.”
나는 세간에 흥기하여 인화(仁和)로써 법왕이 되어 중생이 믿고 즐기는 바에 따라서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노라.
009_0828_b_18L吾興於世閒, 仁和爲法王, 爲衆生說法,
隨其所信樂。
대업(大業)을 세울 뜻을 갖고서 오랫동안 분별하여 설했으니 싹이 있는 자는 대부분 받아 지녔지만 많은 대중들은 아무 말이 없었네.
009_0828_b_20L意勇建大業, 久立分別說,
群萌多受持, 蒸庶無所言。
법왕의 지혜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우매하고 어리석은 자는 듣는다 해도 그런 중생은 의심을 품고서 머물고 있는 곳을 버리리라.
009_0828_b_21L法王慧難解,
闇冥設聞者, 衆入懷狐疑, 則棄所住處。
이에 본력(本力)으로 감당할 만큼 그 경계에 따라서 설하고 또한 온갖 이로움을 나타냄으로써 정법(正法)을 나타냈으니
009_0828_b_22L隨其境界說, 如本力所任, 又示餘利誼,
則爲現正法。
비유컨대 순수한 검은 구름이 허공에서 솟아올라서 부처님 세계에 두루 비를 뿌려 대지를 온통 적시는 것과 같노라.
009_0828_b_24L譬如純黑雲, 踊出升虛空,
普雨佛世界, 遍覆於土地,
009_0828_c_02L 또한 큰 번갯불을 놓아서
수기(水氣)가 온통 가득한데 거듭 우레 소리가 울려 퍼지매 중생이 모두 환희하나니
009_0828_c_02L又放大電㷿,
周帀有水氣, 而復震雷聲, 人民皆歡喜。
해와 달을 가려서 숨기고 열기를 없애어 청량하게 함으로써 빗물을 쏟고자 하기 때문에 두루 퍼져서 위에 나타나 있네.
009_0828_c_03L陰蔽於日月, 除熱令陰涼, 欲放雨水故,
時布現在上。
그때 두루 평등하게 비가 내려서 물이 쏟아지는 것이 치우침이 없으니 불국토에 흘러 넘치면서 곳곳마다 윤택하게 적시누나.
009_0828_c_05L彼時普等雨, 水下無偏黨,
滂流於佛土, 澤洽衆塸域。
때에 응하여 비를 내려서 모든 땅에 급격히 물을 대고 가뭄으로 메마른 계곡 사이를 일체 다 침투해서 넘치는데
009_0828_c_06L應時而降雨,
激灌一切地, 旱涸枯谿㵎, 一切得浸漬。
그 혜택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어서 깊은 계곡과 넓은 들판 산기슭이나 깊은 수풀 등 도처에서 샘이 흘러 넘치나니
009_0828_c_07L惠澤無不到, 衆源皆涌溢, 深谷諸廣野,
林麓槒幽藪,
싹이 트고 푸른 잎사귀 돋으며 약초는 무수하게 생겨나고 규목(樛木)의 총림 속에서는 크고 작은 나무가 자라나며
009_0828_c_09L萌葉用靑倉, 藥草無數生,
樛木諸叢林, 滋長大小樹,
온갖 약초가 다 무성하고 줄기ㆍ꽃ㆍ열매도 번성하니 그 근본 경계에 따라서 모두 혜택을 입게 하는구나.
009_0828_c_10L衆藥咸茂殖,
莖幹華實繁, 隨其本境界, 皆令得蒙恩。
온갖 커다란 수목들도 서로 얽히고 뒤엉켜서 좁디좁은 곳과 같은 그 속에서 자라나니
009_0828_c_11L諸天樹木, 結根坑坎, 陜隘迮處,
而生其中。
가령 온갖 사도(邪道)들도 일체가 어리석어서 갈수록 속박만 더하나니 마치 고삐에 묶인 코끼리와 같네.
009_0828_c_13L如諸邪道, 一切愚癡,
長益繫縛, 如象著絆,
거친 가시나무와 갈대들 빽빽하고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 그리고 온갖 꽃과 열매들
009_0828_c_14L草刺棘樹,
蘆葦䅥䅥, 莖節枝葉, 及諸華實。
꽃과 열매들 무성하여 은혜로운 비의 혜택으로 이익을 받는 바가 많아서 약초는 더욱 자라나는데
009_0828_c_15L華實茂盛, 多所饒益, 蒙之恩雨,
藥草滋長,
그 종류에 따르고 근본 경계로 인하여 각각 윤기를 얻어서 목마름과 배고픔을 채우니
009_0828_c_17L從其種類, 因本境界,
各各得服, 飢渴飽滿。
이처럼 각기 그 종자에 따라 각각 그 종류를 얻지만 그러나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모두 한 맛이로다.
009_0828_c_18L如其所種,
各得其類, 然其天雨, 皆爲一味。
가섭에게 고하노라. 여래 또한 이와 같이 세간에 몸을 나타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009_0828_c_19L告迦葉曰, 佛亦如是, 出興於世,
譬如天雨。
때마침 천하에 나타나서 대중을 위해 법을 설하고 성실한 행으로써 중생에게 보이노라.
009_0828_c_21L這現天下, 爲衆說法,
以是誠行, 示於衆生。
대선(大仙)은 이와 같이 사람에게 경전을 듣게 하고 여러 하늘과 대중 앞에 나타내 보이나니,
009_0828_c_22L大仙以斯,
使人聞經, 皆於諸天, 人民前現。
부처는 여래이신 성중지존(聖中之尊)으로서 그 훌륭한 권도와 방편은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하네.
009_0828_c_23L佛爲如來, 聖中之尊, 善㩲方便,
猶如天雨,
009_0829_a_02L 나는 반드시 어리석고 우매한 일체 중생[群萌]을
포만(飽滿)하게 할 것이니 몸은 수척하고 말랐지만
009_0829_a_02L吾當飽滿, 一切群萌,
愚騃之黨, 身形枯燥,
온갖 고뇌와 근심을 제거함으로써 크게 편안함[大安]을 얻게 하고 애욕을 남김없이 소멸시켜서 멸도에 이르게 하겠노라.
009_0829_a_03L除諸苦患,
得立大安, 燒盡愛欲, 獲至滅度。
여러 하늘과 대중들아 내 말을 경청할지니 모두 여기 찾아와서 위대한 부처님을 친견하여라.
009_0829_a_04L諸天人民, 皆聽我言, 普悉當來,
詣佛大聖。
나는 여래이신 비할 바 없는 세존으로서 이끌고 다스리는 바가 있기 때문에 세간에 몸을 나타내서
009_0829_a_06L吾爲如來, 世尊無倫,
有所導御, 故出於世,
일체 존재를 위하여 경전을 분별하여 설해서 무수한 수 천의 중생을 교화했노라.
009_0829_a_07L爲一切人,
分別說經, 化無數千, 衆生之類。
또한 다시 몇 가지 뜻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그들에게 이와 같은 것을 항시 평등하게 행해서
009_0829_a_08L又復示現, 若干種誼, 於彼若此,
常行平等,
해탈ㆍ멸도ㆍ무위(無爲)에 도달하게 하였노라. 혹은 문전에서 경전을 설했나니
009_0829_a_10L得至解脫, 滅度無爲。
或在門前, 而說經典,
도와 덕의 창고를 건립하여 온갖 평등하거나 불평등한 것을 모두 평등하게 함으로써
009_0829_a_11L則爲造立,
道德之藏, 諸等不等, 皆令平等,
늘어나는 일이 없게 하니 애욕이 영원히 소멸되었노라. 일찍이 강설할 때마다 이익을 베풀지 않음이 없었고
009_0829_a_12L無有所憎, 愛欲永除。 未曾講說,
無益之語,
일찍이 온갖 방일한 연(緣)을 미워한 적이 없었으니 일체의 법으로써 중생을 위해 설했노라.
009_0829_a_14L未常增惟, 諸放逸緣。
以一切法, 爲衆生說,
가령 중생들이 대부분 헤아릴 수가 없으면 대전(大典)을 강설하여 인연을 속이지 않았으며
009_0829_a_15L假使衆庶,
多不可計, 爲講大典, 不詭因緣,
행보(行步)의 말미암는 바를 만약 다시 머물러서 세우고자 하면 사자좌에 앉은 채 삼매를 지속했으니,
009_0829_a_16L行步所由, 若復住立, 在於座上,
而續三昧。
비유하자면 대룡(大龍)이 많은 비를 내려서 널리 적시듯이 일체의 세간에서
009_0829_a_18L譬如大龍, 雨多所潤,
普浸潤斯, 一切世閒。
지혜의 구름을 일으켜 법의 비를 내리노라. 그리하여 미묘함을 창발(暢發)해서 병에 따라 약을 주고
009_0829_a_19L尋興慧雲,
而降法雨, 暢發微妙, 應病與藥。
항상 중생을 위해 현인과 성인의 법을 설하여 모두 받들어 지키게 하나니 마치 하늘의 그늘이 서늘한 것과 같네.
009_0829_a_20L常爲衆生, 說賢聖誼, 皆令奉戒,
如天陰涼。
중생들이 실언(失言)을 하고 아울러 온갖 행(行)을 어길지라도 법에 다가가게 함으로써 점점 더 다스리고 부드럽게 하고
009_0829_a_22L衆人失言, 及違諸行,
欲使近法, 轉漸調柔。
의심을 품은 자로 하여금 온갖 삿된 소견을 버리게 함으로써 권유하여 교화하고 이롭게 인도하여 보는 바를 청정하게 한다네.
009_0829_a_23L使住疑者,
捨諸邪見, 勸化導利, 令淨所睹。
009_0829_b_02L 그리하여 하열함을 버리고 온갖 게으름을 멀리해서 그 나아가는 바에 따라
법에 들어가도록 하고자
009_0829_a_24L捨置下劣, 遠衆懈廢, 隨其所趣,
而令入法。
때에 맞게 설하여서 그 마음의 근본대로 모두 버리게 함으로써 사자의 행에 수순케 하느니라.
009_0829_b_03L應時爲說, 如其心本,
令皆棄捐, 順師子行。
세존께서는 평등하게 경법(經法)의 비를 뿌려서 일체 존재에게 이르게 하나니, 지극히 존귀한 부처님의 도를
009_0829_b_04L世尊等演,
經法之雨, 悉使得至, 大尊佛道,
그 힘과 인내에 맡겨서 청법하여 수용하게 하노라. 약간의 도와 지혜로 그들을 교화하여 세우나니
009_0829_b_05L任其力耐, 而令聽受, 若干道慧而化立之。
여러 하늘과 사람의 뜻과 성품이 즐기는 바에 따라 제석천과 범천(梵天) 그리고 전륜성왕이 되었으니
009_0829_b_07L從諸天人, 志性所樂,
天帝釋梵, 轉輪聖王,
흡사 이것은 마치 소세계(小世界)의 갖가지 약품의 종류가 제각기 다르지만 작은 알맹이로 분쇄하여 온갖 양약이 된 것과 같으니라.
009_0829_b_08L猶如於此,
諸小世間, 諸藥品類, 各各異種,
碎小段段, 諸所良藥。
가섭아, 또한 잘 들을지니 내 마땅히 설하겠노라. 무루(無漏)의 법을 능히 식별하여 앎으로써
009_0829_b_10L迦葉且聽,
吾悉當說, 以能識慧, 無漏之法,
문득 무위(無爲)를 얻어 곳곳을 유행(遊行)하나니 신통과 3달(達)이 또한 이와 같으니라.
009_0829_b_11L便得無爲, 所在遊行, 神通三達,
亦復如是。
이 비의 정해진 뜻은 삼매의 온갖 약(藥)이니 혹은 유행을 다니다가 산 속 암혈(巖穴)에 있을 때 그 사람이 문득 일각승(一覺乘)의 인연을 얻어
009_0829_b_13L斯雨定意, 三昧諸藥,
或有遊詣, 在於山巖, 其人便得,
緣一覺乘,
그곳에서 선을 닦아서 청정한 행을 실천하니 이를 이름하기를 중품(中品)의 약이라 하노라.
009_0829_b_15L於彼修禪, 淸淨之行,
是則名曰, 爲中品藥。
가령 뜻과 염원을 상사(上士)의 미덕에 둔다면 내가 응당 세간에 나투어 그의 도사(導師)가 되어서
009_0829_b_16L假使志願,
上士美德, 我當於世, 逮成導師,
항상 정진을 행하고 한마음에 뜻을 두게 하니 이를 일컬어 최상의 존귀한 약이라 하노라.
009_0829_b_17L常精進行, 志依一心, 是則名曰,
爲上尊藥。
설령 편안히 머무는 마음과 믿고 의지하는 자비로운 마음을 위하고자 하더라도 적연(寂然)을 행하여서
009_0829_b_19L設使欲爲, 安住之子,
恃怙慈心, 而行寂然,
조속히 도를 이루게 되면 인중존(人中尊)이 되리라. 소위 나무라 일컫는 것은 이를 비유한 것이니
009_0829_b_20L疾得成道,
爲人中尊, 所謂樹者, 則喩於斯。
이는 불퇴전의 법륜(法輪)을 능히 평등하게 굴릴 수 있어서 신족(神足)과 함께 근력(根力)의 행을 건립하고
009_0829_b_21L是等能轉, 不退轉輪, 建立神足,
根力之行,
이를 반연하여 장양(長養)하나니 의약(醫藥)이 병을 제거하듯이 영웅께서는 무수억 중생을 제도해 해탈시키느라고
009_0829_b_23L緣是長養, 醫藥除病,
英雄度脫, 無數億人,
이 불도를 때에 따라 나타내었으니 이를 일컬어 대림수(大林樹)라 하노라.
009_0829_b_24L隨時示現,
於斯佛道, 是則名曰, 爲大林樹。
009_0829_c_02L
내가 따르는 것은 훌륭한 권도와 방편이니 모든 위대하신 성인도 또한 마찬가지니라.
009_0829_c_02L吾之所順, 善㩲方便, 一切大聖,
亦復如是。
가장 수승함을 강설한 법은 평등하게 되나니 마치 성대한 구름이 한결같이 두루 비를 내리는 것과 같노라.
009_0829_c_04L最勝講法, 則爲平等,
猶如慶雲, 普一放雨。
그 신통력이 걸림 없는 것이 이런 상(像)에 비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온갖 약이 지상에 있노라.
009_0829_c_05L神通無㝵,
如此比像, 若如衆藥, 在於地上。
이와 같은 미묘한 뜻을 봄으로써 여래는 훌륭한 방편을 건립했으니
009_0829_c_06L以見如是, 微妙之誼, 如來所建,
善㩲方便。
가령 하나의 착한 법사(法事)를 분별함이 마치 하늘의 비가 갖가지 형상에 내리는 것과 같다면
009_0829_c_08L假使分別, 一善法事,
亦如天雨, 至若干形。
부처님 법의 비를 내림으로써 충분히 안온하게 하고 두루 천하를 적셔서 성취함이 있게 하느니라.
009_0829_c_09L佛以法雨,
多所安隱, 普潤天下, 有所成就。
그 사람을 관찰해서 취향(趣向)하는 바에 맞게 부처님 법의 가르침을 맡기니 그래서 한결같이 평등하네.
009_0829_c_10L觀察其人, 堪任所趣, 佛之法誨,
景則一等。
비유컨대 비가 내려서 산 속의 풀이나 바위 그 어느 곳이든 간에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며
009_0829_c_12L譬如放雨, 墮草山巖,
及至中間, 無有不遍,
온갖 수목과 커다란 총림에 물을 관개(灌漑)하고 사방에서 빽빽한 구름이 모여서 천하가 풍요롭게 되는 것과 같으니
009_0829_c_13L灌諸樹木,
若大叢林, 密雲四集, 天下豐羡。
설령 세간에서 자비의 법을 행하더라도 항상 경전의 가르침으로 천하를 포만(飽滿)하게 하나니라.
009_0829_c_14L設使世閒, 行慈愍法, 常以經典,
飽滿天下,
이를 세간에 나타내어 두루 안온함을 얻게 하여 하늘이 약초에 비를 내리매 그 꽃과 열매가 무성해지고
009_0829_c_16L以現世間, 令普安隱,
天雨藥草, 華實茂盛,
약이 되는 나무들도 점차 장대하게 자라나니 이는 나한(羅漢)으로서 모든 번뇌가 다한 자이노라.
009_0829_c_17L其藥樹木,
稍漸長大, 是爲羅漢, 諸漏盡者。
여러 연각(緣覺)의 품(品)은 숲의 무성함에 처하느니 내가 설한 법은 더러운 티끌의 때가 없구나.
009_0829_c_18L諸緣覺品, 處于林藪, 我所說法,
無有塵垢。
무수히 많은 보살이 뜻이 열리고 지혜가 모아져서 삼계를 두루 주선(周旋)하여 일체의 보편적인 행을 닦으며
009_0829_c_20L無數菩薩, 志開摠智,
周旋三界, 一切普行,
대중이 모인 가운데에서 이 대도(大道)를 연설하나니 마치 수목이 나날이 자라나는 것과 같노라.
009_0829_c_21L於衆會中,
演此大道, 猶如樹木, 日日滋長。
신족(神足)을 증장하고 오로지 4선(禪)에 통달하였으니 만일 공의 지혜를 들으면 마음은 곧 이해하고 통달하노라.
009_0829_c_22L修進神足, 專達四禪, 若聞空慧,
心則解達。
무수억천의 세계에 광명을 놓아서 방출하니 이것이 대수(大樹)가 되어서 더욱 북돋고 무성해지네.
009_0829_c_24L放出光明, 無數億千,
是爲大樹, 而復滋茂。
009_0830_a_02L 만약 온갖 성문이
멸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세존께서는 이를 위해 으뜸가는 법문을 설하는 것이니라.
009_0830_a_02L若諸聲聞,
不至滅度, 斯爲世尊, 第一最說。
만약 이를 분별해서 이내 법을 강설한다면 마치 구름이 일어나서 감로수를 쏟아 부어
009_0830_a_03L若此分別, 乃爲講法, 猶如興雲,
而澍甘雨,
온갖 약초나 나무를 점차로 기르는 것과 같아서 백성의 영화(榮華)는 헤아릴 수가 없어라.
009_0830_a_05L漸漸長育, 衆藥草木,
人民之華, 不可稱量。
한때[一時]의 사이에 인연법을 설해서 대중을 위하여 불도를 나타냈으니
009_0830_a_06L一時之閒,
說因緣法, 而爲衆人, 現於佛道。
훌륭한 권도와 방편은 소위 부처님의 언교(言敎)이며 일체 도사(導師)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니라.
009_0830_a_07L善㩲方便, 佛謂言教, 一切導師,
亦復如是。
여기서 설한 법은 구경(究竟)을 창달하는 것이니 여러 성문들은 모두 마땅히 이 법을 받들어야 한다네.
009_0830_a_09L斯諸說法, 爲最究暢,
諸聲聞等, 皆當承是。
이를 반연한 행은 반드시 부처님의 행을 얻으리라. 여기 여러 나한들도 이처럼 차이가 없노라.
009_0830_a_10L緣斯之行,
當得佛行, 此諸羅漢, 如是無異。
세존이 펼친 그 뜻도 여기에서 극진하였으니 온갖 소승을 교화하여 모두 불도를 얻게 하였노라.
009_0830_a_11L世尊演誼, 盡極於斯, 化諸小乘,
皆得佛道。
부처님께서 계속해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가르침은 평등한 교화로서 아무런 치우침이 없느니라. 비유컨대 해와 달이 천하를 널리 비출 경우 그 광명이 비추거나 비추지 않거나, 높거나 낮거나, 깊거나 얕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향기롭거나 냄새나거나 가리지 않고 조금도 차별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지혜 광명으로 일체의 5도(道)에서 태어나고 죽는 모든 보살ㆍ연각ㆍ성문을 두루 비추면서도 그 지혜에 조금도 증감이 없이 그 마음에 따라 각각 알맞게 이해하게 되나니, 본래 삼승은 없건만 인연의 행에 따라 생겨났을 뿐이니라.”
이에 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설령 삼승이 없다고 하지만 어떤 연고로 보살ㆍ성문ㆍ연각이 있습니까?”
009_0830_a_19L迦葉白佛:“設無三乘,何故得有菩薩、緣覺、聲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건대 도예가가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면 혹 감로밀(甘露蜜)을 담기도 하고 때로 소락이나 소마유(蘇麻油)와 농음식(醲飮食)을 담기도 하지만 진흙은 본래 한가지일 뿐이고, 만들어진 그릇에 각각 다른 것이 담겨지는 것일 따름이니라. 본제(本際) 또한 마찬가지라서 한결같이 평등해 조금도 다르지 않건만 각각의 행에 따라 상중하가 성립되는 것이니라.”
009_0830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응당 밝음에 합치한 자[合明者]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느니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맹인이라면 해와 달ㆍ5색ㆍ시방(十方)을 보지 못하니 그래서 천하에 해와 달ㆍ5색ㆍ8방 상하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며, 이에 대해 설명을 해도 그 맹인은 믿지 못할 것이니라. 어떤 양의(良醫)가 그의 병을 관찰하면서 어째서 눈이 멀었는지 생각해 보니 본래의 죄로 인해 명안(明眼) 명체(冥體)가 떨어져 나가 중병을 앓게 된 것인데 무엇이 중병인가 하면, 풍(風)ㆍ한(寒)ㆍ열(熱)ㆍ벽(癖) 네 가지이니라. 양의는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느니라. ‘이 사람의 병은 일반적인 약으로는 결코 치료할 수 없다. 설산에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네 가지 약이 있으니, 첫째 현(顯)ㆍ둘째 양(良)ㆍ셋째 명(明)ㆍ넷째 안(安)이 그것이다.’ 그래서 양의는 그 병자를 불쌍히 여겨서 방편을 마련하기 위하여 즉시 설산에 들어갔으며, 거기서 네 가지 약을 채취해 빻고 찧어서 그 장님을 치료했더니 곧 광명을 보게 되었다.
또한 침을 놓고 기를 보충했더니 그의 눈동자는 안팎으로 통철(通徹)하게 되어서 일월 광명과 5색과 시방을 볼 수 있게 되었느니라. 이렇게 되자 비로소 바르게 믿게 되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으니, 예전엔 눈이 먼 탓에 아무것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면서도 사실대로 보고 듣는다고 착각했지만, 지금은 시력을 다시 회복하였기 때문에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이 심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는 원근(遠近)이나 고하(高下)를 보는 데 자신보다 나은 자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느니라.
009_0830_c_02L그때 5신통(神通)을 지닌 한가로이 지내는 선인(仙人)이 있었는데, 선인은 보고 듣는 것을 꿰뚫었고, 몸은 날아다녔으며,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능히 알았고, 스스로 좇아온 바[所從來] 생사의 근본을 알았느니라. 선인이 그에게 말했느니라. ‘그대는 그 정도로 기고만장하지 마라. 그대가 집에 갇혀 있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어서 바깥의 일을 알 수가 없다. 선이나 악을 생각할 때도 10리나 5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말소리의 경우에는 20리 밖에서 북 치는 소리도 들을 수 없으며, 1리 혹은 2리를 한걸음에 뛰어넘을 수도 없으며, 또한 어머니 뱃속에서 배태(胚胎)되었을 당시의 기억도 되살릴 수 없거늘, 어찌하여 통달했다고 하면서 보지 않음이 없다고 하는가? 내가 그대의 몸을 살펴보건대, 어두운 것을 밝다고 하고 밝은 것을 어둡다고 하는구나.’ 그러자 그 사람이 물었느니라. ‘어떤 방술(方術)을 익혀야 이처럼 신성한 신통을 얻을 수 있는지 지혜의 가르침을 내려 주옵소서.’ 선인이 답했느니라. ‘응당 깊은 산 속에 들어가 홀로 한가롭게 처하여 여러 정욕을 제거해야 비로소 신통을 얻을 수 있으니, 가르친 바를 준수하여 집을 떠나 암혈(巖穴)에 거처하면서 일심으로 오로지 정진하여 즐기는 바가 없으면 신통을 얻어 곧 스스로 깨닫게 되느니라. 이렇게 해서 본래 본 바를 살펴보건대 말로 다하기 어려우니, 5통(通)을 얻으면 어디에도 걸림이 없어서 스스로 근본을 알게 되어 그 가려진 바를 보게 되리라.’”
009_0831_a_02L따라서 세존은 그 사람이 삼계를 끝없이 오르내리면서 끝없이 윤회하여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 가엾게 여겼느니라. 그리하여 중생 마음의 근원을 관찰해서 그 병에 가볍고 두터움이 있으며, 번뇌의 때에 얕고 깊음이 있으며, 그 이해에 쉽고 어려움이 있으며, 보는 바에 있어서도 멀고 가까움이 있으므로 곧 삼승의 가르침을 나타내서 보살의 마음을 발하게 하여 불퇴전에 이르게 하였으며, 좇아서 생(生)한 바가 없는 것으로 곧바로 부처에 이르게 하였으니, 비유하자면 밝은 눈을 얻어서 신선이 된 것과 같으니라. 양의(良醫)는 여래에 해당되고, 광대한 뜻을 발하지 못함은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인 경우에 해당되며, 탐욕ㆍ음란함ㆍ성냄ㆍ어리석음 등 62가지 소견[六十二見]은 네 가지 병에 해당되고, 공(空)ㆍ무상(無想)ㆍ무원향(無願向)ㆍ니환문(泥洹門)은 네 가지 약에 해당되느니라. 약을 써서 병이 나으면 어리석음이 없게 되나니, 명색(名色)ㆍ6입(入)ㆍ소경(所更)ㆍ통(痛)ㆍ애(愛)ㆍ수(受)ㆍ유(有)ㆍ생노병사ㆍ우뇌고환이 모두 소멸되리라. 뜻[志]은 선에 머물지도 않고 또한 악에 있지도 않게 되리니, 예컨대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인 사람이 다시 두 눈을 얻음과 같으니라.
그리하여 성문이나 연각은 생사를 이미 끊고 삼계를 벗어나서 5도(道)의 세계를 살펴서 스스로 통달하여 능히 견줄 자가 없게 되었다고 여기게 되었느니라. 그러나 멸도에 임하고자 할 때 부처가 앞에 머물면서 법의 요체로써 가르쳐 보살의 뜻을 발하게 하리니, 그것은 생사에 있지도 않고 멸도에 머물지도 않으며, 삼계의 공(空)을 이해해서 시방세계 일체가 허깨비ㆍ꿈ㆍ아지랑이ㆍ깊은 산 속의 메아리와 같은지라 아무것도 있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취함도 버림도 없으며,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으리니, 이때 비로소 깊이 목도(目睹)하게 되어서 통달하지 못하는 바가 없고 보는 바가 없이 보게 되리니 일체 중생의 온갖 조짐을 알아볼 것이니라.”
비유컨대 해의 광명이 천하를 두루 비출 때 그 밝음은 늘거나 줄지 않고 또한 좋고 추함도 가리지 않듯이
009_0831_a_13L譬如日光曜, 遍照於天下, 其明無增減,
亦不擇好醜。
여래도 이와 마찬가지라서 그 지혜의 평등은 해와 달처럼 시방을 두루 교화하면서도 또한 늘거나 주는 일이 없느니라.
009_0831_a_15L如來猶若茲, 慧等殊日月,
普化於十方, 亦不有增減。
예를 들어 어느 도예가가 진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들면 혹은 감로밀이 담겨지기도 하고 때론 소유(蘇油)가 담기기도 하니
009_0831_a_16L若如彼陶家,
埏埴作瓦器, 或盛甘露蜜, 或受蘇油食,
진흙은 본래 한가지이건만 그릇마다 각각 상이하게 받아들이는 바가 또한 달라서 담긴 것에 따라 명칭이 세워지느니라.
009_0831_a_17L計泥本一等, 爲器各別異, 所受又不同,
因盛而立名,
사람 또한 이와 같아서 삼계나 5도(道)가 원래 없건만 그 행에 따라 태어나서 유전하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느니라.
009_0831_a_19L人本亦如是, 無三界五道,
隨行而隨生, 展轉不自覺,
공을 이해하면 보살이라 일컫고 중(中)에 머무르면 연각이 되고 공에 의지할 뿐 지혜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문이라 일컬어지나니
009_0831_a_20L空號菩薩,
中住則緣覺, 倚空不解慧, 則名爲聲聞,
비유컨대 태어나면서 장님이면 해와 달의 광명을 보지 못하고 5색과 시방세계도 보지 못하기에 천하엔 이런 것들이 없다고 말하느니라.
009_0831_a_21L譬如人生盲, 不見日月光, 五色及十方,
謂天下無此,
그러나 양의가 근본 실마리를 탐구해서 네 가지 병의 음개(陰蓋)를 보고 자비로 그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산에 들어가 약을 구하였네.
009_0831_a_23L良醫探本端, 見四病陰蓋,
慈哀憐愍之, 入山爲求藥,
채취한 약이 기이하고 묘하니 그 이름은 현(顯)ㆍ양(良)ㆍ명(明)ㆍ안(安) 네 가지 약을 잘 배합해서 나면서부터 눈먼 자를 치료하고
009_0831_a_24L所採藥奇妙,
名顯良明安, 㕮咀而搗合, 以療生盲者,
009_0831_b_02L
소식(消息)으로 침과 뜸을 놓았더니, 병이 나아지면서 눈이 밝아지자 해와 달, 5색을 보게 되어서 비로소 본래 우매한 줄 알았느니라.
009_0831_b_02L消息加鍼灸, 病愈目睹明, 見日月五色,
乃知本淳愚。
사람은 본무(本無)를 요달하지 못해서 생사의 길에 앉은 채로 떨어져서 12인연에 속박 당한 채 시종일관 병을 이해하지 못하나니,
009_0831_b_04L人不了無本, 坐墮生死徑,
十二緣所縛, 不解終始病,
이에 세존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3세 속박의 근원을 관찰하여 그 병을 인하여 근본[本]에 따라서 각각 알맞게 개화시켰다네.
009_0831_b_05L世尊現於世,
觀察三界原, 因疾而隨本, 各各開化之。
공을 요달하면 보살이 되고 뜻이 하열하면 연각이 되고 생사의 고통을 두려워하여 싫어하는 까닭에 성문 경지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009_0831_b_06L了空則菩薩, 意劣爲緣覺, 畏厭生死苦,
故墜于聲聞。
그러나 스스로 도와 덕이 높다고 하면서 능히 견줄 자가 없다고 자처하였는데 보는 바를 궁극까지 연마하여 다시 장애나 폐단이 없으므로
009_0831_b_08L自謂道德高, 無能有踰者,
所睹極究練, 無所憂弊㝵。
오히려 5신통(神通)을 성취한 그 명호가 선인(仙人)인 분이 그를 불쌍히 여기면서 충고하기를 그대는 가리고 막혀 있다고 하였네.
009_0831_b_09L猶如五通者,
號名曰仙人, 愍而告之曰, 卿故有弊礙,
즉 깊고 현묘한 도리를 넓히지 못하고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밝은 줄 여기고 안에 있으면서 밖을 보지 못하고 밝은 곳에서도 어리석을 따름이니라.
009_0831_b_10L不能弘深奧, 於愚則爲明, 在內不見外,
雖明故爲愚。
수십 리 밖에서 나는 소리는 귀가 있어도 들을 수가 없고 어느 누가 해치고자 하더라도 그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네.
009_0831_b_12L數十里有聲, 耳則不得聞,
若人欲危害, 不知彼所念。
몇 리 떨어진 곳을 갈 경우에도 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커서 장성했을 때에는 태(胎)중의 일을 알 수가 없으니
009_0831_b_13L欲至外數里,
不躇步不到, 若生長大時, 不識胎中事。
다섯 가지 일[五事]의 안팎을 사무쳐야 비로소 모든 것에 통달하리니 그럼에도 무슨 까닭으로 건방지게 누구도 견줄 수 없다고 하는가?
009_0831_b_14L五事表裏徹, 爾乃爲悉達, 何以忍貢高,
自謂無等倫?
만일 5신통을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한가한 곳에 처해서 정신을 모아 도에 전념하여야 비로소 이 도리에 밝게 요달하리니
009_0831_b_16L欲得五通者, 當處於閑居,
精思專念道, 爾能曉了此。
그렇다면 즉시 가르침을 받들어서 집을 버리고 깊은 산에 들어가 잡된 생각 없이 일심이 되면 문득 신선을 이룰 수 있으리라.
009_0831_b_17L卽尋奉所誨,
捨家入深山, 一心無穢慮, 便得成神仙。
만일 성문의 경계에 이르고 아울러 연각승을 성취하게 되면 스스로 지혜가 구족하여서 부처와 평등한 열반이라고 여기지만
009_0831_b_18L若得至聲聞, 及獲緣覺乘, 自謂慧具足,
與佛等泥洹,
멸도의 시간에 임하게 되면 부처가 즉각 그 앞에 머물면서 곧 보살법의 3달(達)과 무가애(無罣礙)를 나타내니
009_0831_b_20L臨欲滅度時, 佛卽住其前,
爲現菩薩法, 三達無罣㝵,
지혜로 무극(無極)에 이르고 훌륭한 방편에 나아가서 공(空)ㆍ무상(無想)ㆍ무원(無願)을 건너면 보살이 이로 말미암아 생하고
009_0831_b_21L智慧度無極,
進善㩲方便, 度空無想願, 菩薩由是生。
네 가지 평등심과 네 가지 은혜로 중생을 개화시켜서 일체가 허깨비나 꿈과 같고 아지랑이나 그림자 같고
009_0831_b_22L四等心四恩, 用開化黎庶, 解一切如化,
幻夢野馬影,
깊은 산 속의 메아리나 파초와 같아서 삼계는 유(有)가 없음을 이해시키니 집착하지도 않고 또한 버리지도 않으며 어둠도 없고 또한 밝음도 없으며
009_0831_b_24L深山響芭蕉, 三界無所有,
不執亦不捨, 無愚亦無明,
009_0831_c_02L 생사도 없고 또한 열반도 없어서
일체가 평등하여 허공과 같나니 봄[見]도 없고 보지 않음[不見]도 없어야 비로소 일체의 근원을 보노라.
009_0831_c_02L不生死泥洹,
悉等如虛空, 無見無不見, 乃睹一切本。
마땅히 보는 바가 이와 같아야 하고 삼승의 관법(觀法)은 짓지 않으면 일체가 두루 평등해서 구제하는 바가 한량이 없으리라.
009_0831_c_03L當爾時所見, 不造三界觀, 一切普平等,
所濟無有量。
6. 수성문결품(授聲聞決品)
009_0831_c_05L正法華經授聲聞決品第六
이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신 뒤 여러 비구 대중에게 두루 고하셨다. “내 이제 모두 선포하여 고하노라. 여기 있는 성문 비구 대가섭은 일찍이 3천억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미래에도 이와 같은 숫자의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모든 불세존을 받들어 공경하고 정법을 받아 지니면서 널리 행할 것이니라. 이렇게 마친 뒤에는 반드시 성불하리니, 그 세계는 환명(還明)이고, 겁의 명칭은 홍대(弘大)이며, 그 부처님의 명호는 대광명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衆祐)이니라. 수명은 12중겁인데, 그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 정법이 머무는 기간은 20겁, 상법이 머무는 기간도 20겁이리라. 그 불국토는 지극히 청정하여 온갖 자갈ㆍ가시나무ㆍ더럽고 혼탁한 산릉(山陵)이나 계간(谿澗)이 전혀 없어서 크게 즐거우니라. 땅은 감색 유리로 되어 있고, 나무는 온갖 보배로 되어 있으며, 황금으로 밧줄을 만들어서 보배 나무와 연결하여 여덟 개로 교차된 길을 이루었으며, 온갖 보배 나무에는 항상 꽃과 열매가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 불국토에는 무앙수 억백천이나 되는 보살들이 있으며, 온갖 성문들도 헤아릴 수 없는 백천억이나 되었고, 그 국토에는 마군의 일이나 그 권속이 없으니 마군들은 모두 불법을 수호하면서 항상 정진을 닦아 조금도 어긋남이 없느니라.”
이제 저희들을 앎으로써 불쌍히 여겨 따로 수기를 내리시면 감로(甘露)로써 세례를 입어 목욕을 하여 온갖 도움을 받으리다.
009_0832_b_09L今以知余等, 愍授我疇莂,
以甘露見灌, 沐浴衆祐決。
비유컨대 장부가 굶주린 나머지 맛좋은 음식을 얻으려고 배고픔을 호소하면서 구할 때 어떤 사람이 먹을 것을 주면
009_0832_b_10L譬如飢饉時,
丈夫得美膳, 虛乏叫喚求, 有人手授食。
저희들은 크게 환희하긴 하지만 본래 하열한 승(乘)을 타고서 때[時]를 어기고 대중을 버린지라 허핍(虛乏)하여 지혜를 못 얻었으니
009_0832_b_11L吾等咸歡喜, 本爲下劣乘, 違時捨衆人,
虛乏不得決,
설사 평등한 깨달음에 이르더라도 대성(大聖)께선 수기를 내리지 않고 지금의 곳에선 우리들에게 다시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009_0832_b_13L設至平等覺, 大聖不拜授,
於今處世倫, 則不復飮食。
그러나 세존의 권려(勸勵)를 보고 최상의 존귀한 음성을 듣고서 오직 수기 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크게 편안하게 되었사오니
009_0832_b_14L世尊見勸勵,
聞尊上音聲, 唯垂見授決, 爾能獲大安。
대자비의 원(願)으로 의심을 헤치고 오만한 마음을 불쌍히 여기시고 어리석은 소견을 어루만지셔서 감로를 저희에게 보여 주소서.
009_0832_b_15L大哀願散疑, 愍傷多所矜, 撫恤貧匱意,
甘露誘示子。
009_0832_c_02L 그러자 세존께서는 오래된 제자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보고서 다시 여러 비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여기 성문 가운데 원로 수보리는 또한 미래에 8천3십억백천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공양을 올리고,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항상 범행을 닦아서 공덕을 쌓아 구경(究竟)을 구족하고는 마침내 후세에 반드시 부처를 이루리라. 그 명호는 칭탄(稱歎)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이고, 세계의 명칭은 보성(寶性)이고, 겁의 이름은 보음(寶音)이리라. 그 불국토의 곳곳마다 보배 나무가 자연스럽게 장엄되어 있고, 모래ㆍ자갈ㆍ돌ㆍ산ㆍ구릉ㆍ계간(谿澗)이 전혀 없으며, 그 나무의 음성은 애잔하고 온화하고 부드럽고 우아하며, 중생들의 산업도 헤아릴 수 없으리라. 사람이 머무는 약간의 저택은 중각(重閣)이 무앙수하게 교차되고, 성문의 대중은 한량이 없어서 계산하기 어려운데 모두 숙명(宿命)을 알고 있느니라. 저 불국토의 보살 또한 헤아릴 수 없는 억나술백천(億那術百千)이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12중겁이며, 멸도한 뒤에 정법이 머무는 기간은 20중겁이고, 상법 역시 20중겁 동안 머무느니라. 그 부처님은 허공에 앉아서 일체 대중을 위해 경법(經法)을 강설하여 무수한 백천 보살들을 개화하리라.”
이제 여러 비구 대중에게 나는 널리 고하나니 모두 귀 기울여 경청하라. 부처는 널리 선언하나니
009_0832_c_12L今吾普告, 諸比丘衆, 悉且明聽,
佛所班宣。
나의 제자인 존자 수보리는 미래에는 반드시 성불을 하리라.
009_0832_c_14L尊須菩提, 是吾弟子,
當來之世, 得成爲佛。
위대한 성인이 보는 바로는 지극한 정성이 헛되지 않아서 30나술해(那術垓) 동안 모두 채우고나서
009_0832_c_15L大聖所見,
至誠無虛, 具足三十, 那術姟千,
마땅히 세간에서 도행(道行)을 닦아 이 부처의 요도(要道)를 구하는 데 뜻을 둘 것이니라.
009_0832_c_16L當於世閒, 遵修道行, 常志求斯,
佛之要道。
미래세에는 구경(究竟)의 행이 끝나서 안색이 특수하고 묘하여 32상을 갖추었고
009_0832_c_18L於彼來世, 究竟行已,
顏色殊妙, 相三十二,
위엄의 빛이 외외(巍巍)하여 자마금색의 용모를 갖추었고 세간에 처해서는 청정하여 많은 중생을 가엾게 여기리라.
009_0832_c_19L威曜巍巍,
紫磨金容, 處世淸淨, 多所愍哀。
그 국토는 유쾌하고 즐거운데 여래가 현현하는 모습을 무수한 대중이 보게 되면 뛸 듯이 기뻐하면서
009_0832_c_20L國土快樂, 所在顯現, 無數人見,
踊躍可意,
모두 다 유행(遊行)하여 세존을 찾아가 뵈리라.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는 것이 억백천이나 되리라.
009_0832_c_22L悉當遊行, 詣諸世尊,
度脫群生, 億百千姟。
온갖 보살 대중들도 그 양(量)을 헤아릴 수 없는데 항상 널리 설법하면서 불퇴전의 법륜을 굴리니
009_0832_c_23L諸菩薩衆,
不可計量, 而常廣說, 不退轉輪,
지극히 수승한 가르침에 모든 근(根)이 통하고 날카로워져서 모두가 반드시 공손히 따르리라.
009_0832_c_24L在最勝教, 諸根通利, 皆當恭順。
009_0833_a_02L
저 불국토 가운데 모든 성문의 일은 그 양을 헤아릴 수 없으니 그 한도를 계산하고 싶어도 궁극을 다할 수는 없으리라.
009_0833_a_02L彼佛國土, 諸聲聞事, 不可計量,
欲有限算, 無能盡極。
그리하여 6통(通)과 3달(達) 대신족(大神足)을 모두 얻어서 해탈의 문이 걸림 없어서 안온함에 거처하리니 신족의 힘을 헤아려 본들 크게 불가사의하리라.
009_0833_a_04L六通三達,
獲大神足, 脫門無㝵, 而處安隱,
計神足力, 不可思議。
가령 내가 모든 부처님의 존귀한 불도를 설한다면 강변의 모래알처럼 무수한 하늘과 대중들이 항상 반드시 합장한 채 스스로 성존(聖尊)께 귀의하리라.
009_0833_a_06L我假使說,
諸佛尊道, 諸天人民, 如江河沙,
常當叉手, 自歸聖尊。
그 부처님 수명은 12중겁이고 정법이 머무는 기간은 20중겁이며
009_0833_a_08L其佛當壽,
十二中劫, 正法當住, 二十中劫,
상법의 기간도 역시 20중겁이니 세간의 영웅이신 도사께서는 그 겁의 수가 이와 같다네.
009_0833_a_09L像法亦立, 二十中劫, 世雄導師,
劫數如是。
곧이어 세존께서는 거듭 비구 대중에게 말씀을 하셨다. “비구들아, 견고하게 요체를 취해서 평등을 분별해서 알고 싶어하는구나. 나의 성문 대가전연은 후세에 8천억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공양을 올릴 것이니, 부처님 멸도한 이후에는 각각 높이 4만 리, 폭이 각각 2만 리에 달하는 탑묘를 세우는데 모두 7보로 이루어져 있고,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벽옥, 화향(華香)ㆍ잡향(雜香)ㆍ도향(搗香)ㆍ증채(繒綵)ㆍ당번(幢幡)을 탑묘에 바치리라. 이와 같이 8천억 부처님을 거치고 나서는 또다시 20억 부처님께 공양 올린 연후에 그 다음 세상에서 반드시 성불을 하리니, 그 명호는 자마금색 여래ㆍ지진ㆍㆍ등정각ㆍ명행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이리라.
009_0833_b_02L그 국토는 장엄 청정하고 평등해서 사악함이 없으며, 명성이 현현하고 땅은 유리로 되어 있으며, 나무들은 온갖 보배로 장식되어 있고, 자마금색 황금으로 밧줄을 만들어서 이어져 있고, 여러 나무와 꽃, 그리고 열매는 무성하고 꽃은 도처에 만개하리라. 그 불국토에는 지옥ㆍ아귀ㆍ축생이 없고, 단지 여러 하늘과 사람들만이 가득해서 충만하리라. 또한 온갖 성문들은 무수백천 나술(那術)의 무리이고, 보살들도 무수백천이나 되어서 국토를 장엄하고 있느니라. 그 여래의 수명은 10소겁이고, 멸도한 뒤에 정법이 머무는 기간은 20중겁이며, 상법 역시 20중겁 동안 머물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아, 내 가르침을 귀 기울여 들을지니, 그 부처님의 음성은 미려하고 유연하리니 가전연 존자는 부처의 제자이니라.
009_0833_b_08L諸比丘衆, 皆聽吾教。 其佛音聲,
當美柔軟, 尊迦旃延, 爲佛弟子。
응당 부처에게 공양 올리고 많은 도사들을 공경하면서 따랐으니, 그 공손함은 한량이 없어서 무수한 세간 사람들도 능히 헤아릴 수가 없노라.
009_0833_b_10L當供養佛, 若干導師, 奉教承順,
恭恪無量, 無數世人, 不能稱計。
만일 멸도한 이후라면 응당 탑묘를 건립하여 꽃이나 향으로 공양할 것이며,
009_0833_b_12L若滅度後, 當起廟寺, 當以華香,
而供養之。
그런 뒤에 뒷세상에서는 반드시 성불하게 되리니, 그 국토는 청정하여 조금도 더러움이 없으며
009_0833_b_14L然於後世, 便得作佛,
國土淸淨, 無有瑕穢。
억천의 중생에게 강설하고 발기(發起)함으로써 일체의 백성들을 구족히 인도하리라.
009_0833_b_15L講說發起,
億千衆生, 具足開導, 一切人民。
그리하여 세계를 장엄하고 그 광명은 시방을 비추어서 미래에는 응당 부처가 되어 온갖 비유를 초월하리니,
009_0833_b_16L世界莊嚴, 光照十方, 當得作佛,
多所超喩。
그 명호는 자금색 여래인데 그 덕이 외외(巍巍)하여서 마침내 억백천이나 되는 중생과
009_0833_b_18L號紫金色, 其德巍巍,
究竟群黎, 億百千姟。
무수한 보살과 성문들로 그 불국토를 가득 채우는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네.
009_0833_b_19L無數菩薩,
及諸聲聞, 滿其佛國, 無量難計。
불법의 가르침에 따라서 항상 정진을 거듭하여 온갖 난관을 끊어 버리고 모든 근심을 소멸시키리라.
009_0833_b_20L常行精進, 於佛法教, 除斷諸難,
滅終始患。
009_0833_c_02L 이때 세존께서 거듭 사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부처인 대성(大聖)이 그대들에게 고하노라. 나의 성문인 존자 대목건련은 8천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공양을 올리고 일체 한량없는 모든 이들이 세존을 수순해 따를 것이다.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응당 탑묘를 세우는데 7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진주로 장식되어 있는데 탑묘의 높이는 4만 리이고 길이와 폭은 2만 리에 달하리라. 약간의 뛰어난 온갖 보배를 탑묘에 공양 올리고, 향화ㆍ잡향ㆍ도향ㆍ증개ㆍ당번ㆍ기예의 놀이로도 공양을 올리리라. 이 8천 부처님을 거친 뒤에는 또다시 2백만억 부처님을 받들어 공경하면서 공양을 올리고 따를 것이며, 최후의 세상에서는 반드시 성불을 하리라. 그 명호는 금화전단향(金華栴檀香)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이며, 국토의 명칭은 의락(意樂)이고, 겁의 명칭은 낙만(樂滿)이리라.
그 불세계는 쾌락하고 안온하고 청정하며, 땅은 감색 유리로 되어 있고, 온갖 나무의 꽃과 열매는 7보로 합성되어 있으며, 곳곳마다 진주와 꽃으로 장엄되어 있고, 평등하고 단엄(端嚴)하여 갖가지 보배가 구족해 있으며, 억백천에 달하는 신선과 성인은 소위 무량(無量) 동안 적연하게 앉아 있으며, 모든 보살들은 널리 경전의 법을 설하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20중겁이리니, 멸도하신 이후에 정법이 머무는 기간은 40중겁이고, 상법 또한 마찬가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