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득한 옛날 구원(久遠)의 세상일 때 헤아리기 어려운 무앙수 겁 이전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대통중혜(大通衆慧)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 명행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이니라. 세계의 명칭은 대식가(大殖稼)이고, 겁의 이름은 소재형색(所在形色)이니라. 그 부처님께서 경전을 설하신 지가 한량이 없었으니, 비유컨대 삼천대천 세계에 있는 모든 땅을 어느 사부(士夫)가 모두 쪼개어서 이 한 불국토를 모두 티끌로 만들고, 한 티끌을 취하여 동쪽으로 1천 불국토에 있는 미진수 국토를 지날 때마다 한 티끌을 떨어트리는데, 이와 같은 식으로 한 티끌을 다시 취하여 동쪽으로 가면서 앞에서와 같이 불세계의 미진수처럼 한 티끌을 떨어트려서 삼천대천세계의 티끌을 다하게 하여 남김없이 동방을 두루한다면, 이와 같이 무량한 불국토를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불국토의 변제(邊際)를 헤아릴 수 있겠느냐?”
009_0834_c_02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불국토의 숫자는 아득하게 많으니라. 예컨대 어느 누가 하나 하나의 티끌을 취하여 모든 불국토에 떨어트릴지라도 모든 불국토의 티끌은 헤아릴 수 없는 억백천해조재(億百千垓兆載)의 모든 겁이니라. 그 부처님께서 멸도한 이후의 겁수가 얼마나 장구한지 알고 싶어도 불가사의하고 무량하여 헤아리기 어려우니, 대통중혜 부처님께서 도력(道力)을 나타내 보이고 멸도하신 이후의 법이 머무는 겁수 또한 이와 마찬가지니라.”
내가 지난 과거 생각하니 무수억 겁 이전인 그때에 여래 양족존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대통중혜여래로서 자비롭기가 그지없었네.
009_0834_c_04L我念過去, 無數億劫, 時有如來,
兩足之尊, 名大通慧, 無極慈仁。
그 당시에 세존께서는 대중 위에서 취하셨으니 예컨대 이 부처님 세계를 모두 분쇄해서 티끌로 만들고
009_0834_c_06L於時世尊, 黎庶之上, 比如皆取,
此佛世界, 悉破碎之, 盡令如塵。
가령 어느 누가 티끌 하나하나를 1천 세계를 지날 때마다 한 티끌씩 떨어트려 놓는다면
009_0834_c_08L假使有人, 一一取塵, 過千佛界,
乃著一塵,
이와 같이 순차적으로 성존(聖尊)의 국토에 그가 티끌을 떨어뜨려서 모두 다 두루하는데,
009_0834_c_10L如是次第, 聖尊國土。
其人著塵, 皆令悉遍,
설사 이러한 숫자로 모두 다 두루하게 한다 해도 불세계의 한계는 헤아릴 수가 없으니
009_0834_c_11L若干之數,
悉令周普, 世界衆限, 有不可數。
일체에 존재하는 대성(大聖)의 국토도 그 소유한 티끌이 또한 한량이 없어서 모두 깨뜨려 분쇄하여 남김 없게 하느니라.
009_0834_c_12L一切所有, 大聖國土, 諸所有塵,
不可限量, 皆悉破碎, 令無有餘。
지존(至尊)이신 대성(大聖)께서는 이렇게 오고 가시니 그 부처님께서 안주하고 멸도를 끝내시고 나면
009_0834_c_14L大聖至尊, 逝來如斯, 其佛安住,
滅度已竟。
그 겁의 수도 이와 같아서 무량억천이나 되니 그 한도를 헤아리고자 해도 능히 생각 미칠 수 없느니라.
009_0834_c_16L劫數如是, 無量億千,
若欲料限, 無能思議。
멸도한 이래로 어느 정도의 겁수를 저 당시의 도사(導師)께서 오래 지나고서야 비로소
009_0834_c_17L滅度已來,
若干劫數, 彼時導師, 過久乃爾。
여러 제자와 보살의 행이 여래의 지혜로 이와 같이 외외(巍巍)하게 되리라.
009_0834_c_18L諸弟子衆, 及菩薩行, 如來之慧,
巍巍如斯。
성인께서 멸도한 이후를 지금 여래는 다 염(念)하나니 비구여, 만약에 부처의 지혜를 알고자 하면 성스런 밝음이 두루 도달하여 그 평등함이 다름이 없으리라.
009_0834_c_20L今佛悉念, 聖滅度來,
比丘欲知, 佛之智慧, 聖明普達,
等無有異。
부처님은 과거의 무수한 겁을 모두 깨달아 요달했으니 그 미묘한 무루(無漏)의 뜻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리라.
009_0834_c_22L佛皆覺了, 過無數劫,
不計微妙, 無漏之誼。
009_0835_a_02L 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 대통중혜여래 정각께서는 수명이 44억백천 겁이니,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로써 처음 도량에 올라가 나무 아래 앉으셔서 1겁 동안 묵연히 계셨는데, 2겁에 이르러도 정각을 얻지 못했느니라. 그러다가 10겁이 되어도 몸을 일으키거나 동요함이 없었고, 몸이 기울지도 않고 스스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도무지 사념(思念)으로써 제법(諸法)에 향하지도 않았는데, 마침내 보리수 아래에서 마군의 권속들을 항복 받아 정각을 이루게 되었느니라. 그때 도리천의 천자가 대사자의 자리를 화현(化現)으로 만들었는데, 사방 40리에 달했느니라. 부처님께서 그 자리에 앉아 좌정하시자, 여러 범천의 천자가 두루 하늘 꽃을 40리에 걸쳐 비처럼 내렸으며, 자연히 바람이 불어서 온갖 꽃을 날려서 부처님 위에 흩뿌렸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나무 아래에서 10중겁 가득 차도록 계셨는데, 하늘 꽃은 분분하게 날리면서 10겁이 다하도록 끊이지 않았느니라. 또한 사천왕(四天王)과 여러 천자는 갖가지 기악을 뇌성처럼 울렸으며, 항상 꽃ㆍ향ㆍ기악을 대성께 공양 올렸는데 쉬거나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느니라.”
009_0835_b_02L부처님께서 계속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이신 대통중혜여래께서는 10겁이 다하게 되자 마침내 무상정진도를 성취하여 최정각(最正覺)이 되어서 멸도에 이르렀는데, 그때도 공양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집에 있으면서 아직 나라를 버리지 않은 태자였을 때 열여섯 아들이 있었으니, 단정함이 남달리 뛰어났고 지혜도 미치기 어려웠으며, 용모도 으뜸이고 성품이 인자하고 온화했느니라. 그때 열여섯 왕자는 제각기 스스로 몇 종류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거처에서 놀고 유람하는 것이 유쾌하기가 말로 할 수 없었으며, 금슬(琴瑟)의 기악도 또한 헤아릴 수 없었느니라. 왕자들은 불세존께서 최정각을 성취하심을 보았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대법(大法)의 음성이 들리자 곧 나라를 버리고 전륜왕의 지위ㆍ만민(萬民)ㆍ기악ㆍ여러 오락 등을 버리고 떠났느니라.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싼 권속ㆍ성인ㆍ현인ㆍ대향제왕(大饗帝王) 백천 명과 함께, 그리고 헤아리기 어려운 억백천의 무리와 다 함께 모여서 세존께서 계신 도량을 찾아가 머리 숙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였느니라. 그래서 무리들은 엄숙하게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숙이고는 세존의 주위를 세 번 돌고 난 뒤에 한쪽에 물러나서 게송을 읊었느니라.
온갖 부처님의 음성을 돈독히 믿지를 못하고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죄를 오랜 세월 키우기만 하면
009_0835_b_19L其不篤信, 諸佛音聲,
長夜增益, 惡道之罪,
사람의 몸을 잃어버려 악취(惡趣)에 떨어지게 되면서 일체의 세간에서 비방과 훼손을 받게 되지만
009_0835_b_20L則失人身,
墮落惡趣, 爲一切世, 所見謗毀。
세간의 신성한 어버이를 이제 비로소 보게 되었으니 그 도는 가장 으뜸이라서 온갖 번뇌가 없는지라
009_0835_b_21L今以逮見, 世之聖父, 其道最上,
無有衆漏。
이 세간에 대해서도 구원하시고 수호하시니 모든 과거의 대성(大聖)이신 도사(導師)들에게도 미치네.
009_0835_b_23L於此世閒, 而見救護,
及諸過去, 大聖導師。
009_0835_c_02L 이어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고하셨느니라. “여기 여러 제왕과 태자들아, 태자 형제는 나이가 어리건만 대통중혜 여래ㆍ 지존(至尊)ㆍ등정각(等正覺)을 찬탄하고 기렸으니, 이 우아한 게송을 선양하고 나서는 세존께 경전의 법을 설해 주길 청하여 그 분별에 안주하여 충분히 안온하고 충분히 불쌍히 여김으로써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고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편안하게 했느니라.
삼계의 군맹(群萌)들이 다 함께 갈앙(渴仰)하옵나니 도의 뜻을 건립하게 해서 모두 제도(濟度)를 받도록 하옵소서.
009_0835_c_09L三界群萌, 悉共渴仰,
使建道意, 皆令蒙度。
모든 부처님은 대성(大聖)이시니 100가지 복과 법으로 장엄하고 무극(無極)의 신선까지 얻었으니 지혜라면 가장 존귀하고 미묘하네.
009_0835_c_10L諸佛普大聖, 百福法莊嚴, 無極仙逮獲,
慧則最尊妙。
여러 하늘을 위해 법을 설하시고 세간의 백성에게도 미쳐서 우리들 같은 부류(部類)와 모든 군맹들도 제도하시고
009_0835_c_12L爲諸天講法, 及世閒人民,
度脫我等類, 普及諸群萌。
때[時]에 감응하여 여래의 지혜를 드러내시어서 흡사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최상의 존귀한 도를 나타내시니
009_0835_c_13L應時彰現露,
如來之慧誼, 猶如今於此, 顯導上尊道。
온갖 중생의 무리들로 하여금 이 법을 평등하게 얻게 하셔서 일체의 모든 행과 지혜의 본말(本末)을 다 이해하시고
009_0835_c_14L令諸群品類, 予等獲此法, 悉解於一切,
諸行慧本末。
지난 세상에 행한 덕을 모두 분별하여 설하시고 대중들이 마음으로 즐기는 바를 두루 다 알아보시니
009_0835_c_16L皆爲分別說, 前世所行德,
普見知黎庶, 心本所好樂。
그렇다면 비할 바 없이 가장 수승한 법륜을 굴리게 되는 것은 중생이 액운에서 벗어나서 다 대도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네.
009_0835_c_17L則爲轉法輪,
最勝無等倫, 勉脫衆生厄, 悉令至大道。
009_0836_a_02L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고하셨느니라. “그때 세간에서 존귀하신 대통중혜여래께서는 시방세계에 변화를 일으켜 각각 500억 백천 불국토에서 여섯 가지로 진동을 일으켰고, 광명이 두루 비추어 이르지 않음이 없었느니라. 일체 모든 부처의 경계에서 허공천신(虛空天神)이 약간의 광명과 일월의 광명이 저 멀리까지 지극하게 밝혔으니, 그 존귀함은 어느 것도 견줄 수 없어서 여러 하늘의 궁전까지 밝히고 범천까지 갔다 오면서 자연히 찬란히 빛났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변화해 나타나 상서로운 광명으로 일체를 뒤덮어서 천상과 세간의 빛나는 광휘를 드러내 보이자, 그 세계에 태어난 중생 품류들이 서로 알아보면서 이 세간에 창졸간에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말하였느니라. 그때 천상에서 진동이 일어나 곳곳마다 미치지 않음이 없었느니라.
그때 동방의 불국토는 그 한계가 없었는데, 억백천 범천의 궁전도 자연히 외외(巍巍)하게 빛났느니라. 그래서 여러 범천은 ‘무수한 범천의 궁전에 광명이 미치지 않음이 없으니, 무슨 상서로운 감응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하고 생각하였느니라. 그리하여 500세계에 온갖 억백천 대범천들은 각자 궁전으로 운집하게 되었다.
모든 하늘을 친근(親近)해서 인중왕(人中王)이 되었지만 장차 세간에 출흥하는 대성(大聖)이 없기에
009_0836_a_19L親近諸天, 爲人中王,
將無大聖, 興出于世,
지극히 오묘한 광명을 시방세계에 비추었으니 변화가 감응하는 것이 과연 이와 같은 것일까?”
009_0836_a_20L最妙光明,
照于十方, 所變感動, 乃如是乎?
009_0836_b_02L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때 500세계의 억백천 범천 모두가 함께 화합하면서 동방으로부터 모여들었는데, 멀리서 서방의 대통중혜 여래 정각께서 도량에 처하여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아 계시고, 여러 하늘ㆍ용왕ㆍ아수륜ㆍ가류라ㆍ진타라ㆍ마휴륵 등 인비인과 열여섯 왕자와 그 권속에 둘러싸인 채 경전을 설해 달라고 청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느니라. 그들은 곧 여래 앞에 나아가 땅바닥에 머리 숙이고는 부처님 주위를 무수하게 돌고 나서 수미산처럼 커다란 연꽃을 들고서 보리수에 뿌렸는데, 나무의 높이는 40리나 되었느니라. 각각 본래의 국토에서 지니고 온 범천의 궁전을 세존께 올리면서, 바라옵건대 어여삐 여겨서 궁전과 화토(華土)의 공양을 거두어 달라고 말했느니라.
세존이시여, 부디 경전을 설하여 양족(兩足) 위에 분별함으로써 마땅히 자비의 마음과 힘을 나타내시어 중생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옵소서.
009_0836_b_21L世尊願說經, 兩足上分別, 當現慈心力,
度衆勤苦患。
009_0836_c_02L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범천 무리가 머문 궁전을 보고서 묵묵히 받아들이셨느니라. 바로 이때 동남방으로부터 500억백천 세계의 모든 범천 대중이 각각 스스로 궁전으로부터 모두 광명을 보았다. 찬란하게 비쳐서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기에 괴이하게 생각하여 모두 운집하게 되었는데,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최자애(最慈哀)라 불리는 대범천이 여러 범천들을 위해 게송을 읊어 찬탄했느니라.
대범천들이여, 마땅히 알지니 이는 본래 상서로운 감응으로 궁전마다 다 감응하여 움직이면서 최상의 명문(名聞)이 있노라.
009_0836_c_07L諸大天當知, 此則本瑞應, 宮殿悉感動,
最有大名聞。
덕이 있는 모든 천자들은 모두 여기에 운집하였으니 그 광명의 위신력은 궁궐을 외외(巍巍)히 빛나게 했네.
009_0836_c_09L有德諸天子, 人人雲集此,
則是其威神, 令宮殿巍巍。
이제 부처님 양족존께옵서 세간에 몸을 나타내게 되니 그래서 저 궁궐들에다가 이와 같은 광명을 나타나게 했네.
009_0836_c_10L今佛興于世,
兩足之中尊, 所以令館宇, 現光明如是。
우리들은 응당 부처님 찾아가서 이 일을 헛되지 않게 하리니 예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런 상서로움은 본 적이 없노라.
009_0836_c_11L吾等當往質, 斯事不可妄, 從昔至于今,
睹瑞無若茲。
사방 곳곳마다 광명이 비쳐서 억백천 국토에 이르렀으니 이제 정녕 지극한 정성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응당 세간에 나투시었네.
009_0836_c_13L四方有光明, 至于億國土,
今有定至誠, 佛當成於世。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500억 백천 범천들이 각각 궁궐로부터 사방으로 나와서 수미산과 같은 온갖 하늘 꽃을 갖고 서북쪽으로 찾아갔는데, 멀리서 대통중혜여래께서 도량에 처하여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아 계시고, 여러 하늘ㆍ용신ㆍ아수륜ㆍ가류라ㆍ진타라ㆍ마휴륵 등의 권속에 둘러싸인 채 경전의 법을 설하고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었느니라. 범천들은 부처님을 보게 되자 즉시 찾아뵙고서 땅에 머리를 숙이고 부처님 주위를 무수하게 돌았는데, 손에는 커다란 꽃을 들고서 부처님 위에 뿌렸느니라. 곧이어 대범천과 그 권속들이 게송을 읊어서 부처님을 찬탄했느니라.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대선(大仙)이신 천중천(天中天)이시여, 난조(鸞鳥:봉황의 일종인 신령스런 새) 같은 음성으로
009_0836_c_23L禮無等倫, 則爲大仙, 天中之天,
聲如哀鸞,
009_0837_a_02L 널리 외쳐서 인도하고 두루 보호하시니 여러 하늘과 사람들이
머리 숙여 예를 올리면서 바라기를
009_0837_a_02L唱導普護, 諸天人民,
願稽首禮。
세속의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세간에서 만나기 어려운 미증유의 법을 얻게 하옵소서. 오랫동안 빛나는 얼굴을 사모했건만 오늘에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009_0837_a_03L愍傷世俗, 得未曾有,
在在難値, 久思光顏, 今日乃見。
본래 100겁에 걸쳐 덕을 쌓아서 공(空)을 이해하신 80억 부처님께서는 그 수명이 진겁(塵劫)과 같고
009_0837_a_04L本於百劫, 積德解空, 八十億佛,
壽如塵劫。
또 인중존(人中尊)께옵서는 공의 지혜를 분별하여서 훌륭한 권도와 방편으로 쉴 새 없이 강설을 베푸시니
009_0837_a_06L又人中尊, 分別空慧,
而常講說, 善㩲方便。
여러 하늘과 군신(群神)들 그리고 백성들도 뵙게 되었고 구족히 억해(億垓) 80의 수를
009_0837_a_07L諸天群臣,
人民得覲, 具足億姟, 八十之數。
그 눈으로 꿰뚫어 보시어 도처에서 구제를 펼쳐서 부처님의 도법(道法)에서 많은 중생을 수호하셨습니다.
009_0837_a_08L其眼徹見, 在所救濟, 多所擁護,
於佛道法。
이 때문에 세간에 출현하여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니 저희들은 복되게도 만나기 어려운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009_0837_a_10L故出于世, 愍傷衆庶,
我等福會, 甚難値遇。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무수억천(無數億千) 범천의 무리가 세존께 법륜을 굴려 주기를 청하였으니, 경전의 법을 연설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고함으로써 삼계에서 벗어나 안온함을 얻게 해 달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여러 범천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입을 모아 게송을 읊었느니라.
최고로 존귀한 대인(大人)이시여 법륜을 굴리시길 바라옵나니 시방의 사람들을 위하여 경전을 강설하여 주옵소서.
009_0837_a_15L最上大人, 願轉法輪, 惟講經典,
爲十方人。
그리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고통의 근심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일체 모든 사람들이 뛸 듯이 기뻐하도록 하옵소서.
009_0837_a_17L度脫群萌, 苦惱之患,
令一切人, 喜踊亘然。
그 법을 듣는 자마다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며 모든 하늘과 백성들도 다 안온함을 누릴 것이니
009_0837_a_18L其有聞者,
得成佛道, 諸天人民, 咸蒙安隱。
그때는 아수륜의 몸도 응당 감소하게 되어서 인욕을 베풀며 안온하게 될 것입니다.
009_0837_a_19L阿須倫身, 當復減損, 施于忍辱,
安隱之事。
009_0837_b_02L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통중혜여래께서는 묵연히 허락하니, 남방과 서방의 억백천 부처님 세계에 있는 대범천 궁전들이 모두 다 두루 밝아지면서 그 찬란함이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었느니라. 그때 범천들은 스스로 궁궐이 휘황하게 빛나는 걸 보고서 일찍이 없던 괴이한 일이라고 여겨서 모두 모였느니라. 그들은 각자 ‘우리들의 궁궐이 어째서 이렇게 밝아졌을까?’하고 생각하였는데, 범천들 가운데 선법(善法)대범천이 홀로 찬탄하면서 게송을 읊었느니라.”
위대하신 성인 흥기하여서 거동하는 바가 헛되지 않나니 모든 궁전마다 위엄 있는 광명이 겹겹이 비췄노라.
009_0837_b_05L大聖而興, 所擧不妄, 一切宮殿,
威光重照。
이처럼 상서로운 감응이 세간에 나타나게 되었으니 그 깊은 뜻을 구해 보는 것이 응당 훌륭한 일일지니라.
009_0837_b_07L有此瑞應, 現于世閒,
善哉行求, 如斯奧誼。
지난날 무수한 억천의 온갖 겁에서도 이와 같은 감응의 움직임을 결코 본 일이 없었으니
009_0837_b_08L過去無數,
億千諸劫, 未曾睹見, 如是感動。
장차 여래께옵서 세간에 몸을 나타내어서 모든 천자들로 하여금 자연히 모여들게 하리라.
009_0837_b_09L將以如來, 出現于世, 令諸天子,
自然來會。
이어 부처님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그때 500백천억 범천들이 각자 있는 곳으로부터 저 멀리 수미산처럼 커다란 꽃을 보고는 각자 손에 공양 도구를 지닌 채 북방으로 찾아뵈었는데, 여래이신 대통중혜부처님께서 도량에 처하여 보리수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고, 무앙수의 하늘ㆍ용신ㆍ아수륜ㆍ가류라ㆍ진타라ㆍ마휴륵 등의 권속에 둘러싸인 채 부처님께서 경전의 법을 강설하시는 모습도 보았느니라. 그래서 범천들은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땅에 머리를 숙이고 그 주위를 무수히 돈 뒤에는 손에 들고 있는 수미산처럼 커다란 꽃을 부처님께 뿌리면서 공양했으며, 이윽고 각자의 궁전을 세존께 바치면서 부디 불쌍히 여기어서 거두어 주시기를 원했느니라. 그때 여러 범천들은 똑같은 마음, 동일한 음성으로 게송을 읊어 찬탄했느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은 매우 만나기가 어려워서 오랫동안 만나 뵙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뵙게 되었사옵니다.
009_0837_b_21L諸佛現世, 甚難得値, 久不瞻睹,
今日乃覲。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저희들은 애욕 제거하여 삼천세계의 찰토(刹土)에 구족하고 충만하오니
009_0837_b_23L僥倖來至, 蠲除愛欲,
具足充滿, 於三千剎。
009_0837_c_02L 모든 위대한 도사(導師)께서는 그 허기를 채워 주옵소서.
예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보고들은 적이 없사오니
009_0837_b_24L諸大導師,
飽滿飢虛,
古來至今, 未曾見聞。
마치 영묘한 꽃[靈端華]을 지극히 만나기 어렵듯이 도의 지혜는 만나기 어렵지만 때때로 있기는 하다네.
009_0837_c_03L如靈瑞華,
尟可遭値, 道慧難遇, 時時乃有。
저희들의 궁전은 우아하고 화려하기 한량없으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았기에 이런 것을 얻게 되었네.
009_0837_c_04L我等宮殿, 雅麗無量, 承佛威神,
而得獲此。
바라옵건대 큰 자비를 내리셔서 진상(進上)하는 것을 받아들여 부디 그 속에 거처하셔서 도의 안목을 드러내소서.
009_0837_c_06L唯垂大哀, 納受所進,
願處其中, 顯現道因。
그때 범천들은 세존께 법을 청했느니라. “바라옵건대 법륜을 굴리시어 경전을 분별하소서. 그리하여 여러 하늘ㆍ신(神)ㆍ사문ㆍ범지에게 충분한 연민을 베푸시고 일체를 널리 편안하게 하시고, 천상이나 세간의 모든 존재가 부처님의 은덕을 입게 하소서.” 이어서 범천들은 그 권속과 함께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어 찬탄했느니라.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널리 경전을 연설하시고 위대한 성인의 법륜을 큰 연민으로 마땅히 굴리소서.
009_0837_c_11L倖願世尊, 廣演經典, 加哀當轉,
大聖法輪。
우레와 같으신 음성으로 약간의 법을 강설하소서. 원컨대 연민을 베풀어서 대법(大法)의 고둥을 울리소서.
009_0837_c_13L講若干法, 聲若雷震,
惟願愍傷, 吹大法螺。
위대한 경전의 가르침을 온 세계에 비처럼 내리시고 훌륭한 가르침과 미묘한 교훈을 분별하여 주옵소서.
009_0837_c_14L以大經典,
雨於世界, 分別善教, 微妙之誨。
저희들이 권조(勸助)하는 것은 부디 도의 지혜를 강설함으로써 억백천의 중생들을 개화(開化)시키는 것입니다.
009_0837_c_15L我等勸助, 願講道慧, 開度衆生,
億百千姟。
서남방ㆍ서북방ㆍ동북방ㆍ각각의 범천들도 이와 같이 하였으니, 범천들은 무수해서 그 한도를 헤아릴 수 없었느니라. 상방(上方)ㆍ하방(下方)도 각각 이와 같았으니, 스스로 궁전에 있으면서 광명이 두루 비추는 모습을 보고는 괴이하게 생각되어 각각 있는 처소로부터 떠났느니라. 그리하여 5백억 백천 세계의 범천 대중들은 저마다 궁궐을 버리고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는데, 묘지(妙識)라 불리는 대범천이 게송을 통해 찬탄했느니라.
또 비구에게 고하셨다. “대통중혜여래께서 세 번 경법(經法)을 설하여 잠깐 사이에 이 뜻을 분별함으로써 16억 백천 대중으로 하여금 번뇌가 다하고 뜻을 이해하도록 하여서 6통(通)과 3달(達)의 지혜에 이르도록 하였으며, 무앙수 대중이 모두 도탈(度脫)하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세 번째에 이르고서 네 번째 경법을 설하자, 강변의 모래알처럼 무수한 억백천 군생(群生)들이 경전을 듣고서 하나하나 다 누진(漏盡)을 얻어서 뜻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이런 성문의 무리는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였느니라.
009_0838_c_02L그때 열여섯 왕태자는 집을 떠나 출가하여 사미가 되었으니, 총명하고 지혜롭고 방편이 많아서 일찍이 억백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온갖 행을 닦아서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구하고자 했느니라. 왕태자들은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느니라. ‘지금 이 회상에 있는 무앙수 억백천 성문의 무리들은 대신족(大神足)을 이미 구족하게 성취했사오니, 바라옵건대 저희들을 위해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을 강설하셔서 지혜의 안목을 넓혀 그곳을 지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은 응당 여래로부터 대성(大聖)의 가르침을 배워서 함께 권유하여 나감으로써 그 근본을 관찰하고자 합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나이 어린 왕태자의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보고서 국왕과 여러 권속을 위해 경전의 법을 강설하셨으니, 80억 백천 대중이 모두 사문이 되었느니라.
그때 저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문들 마음의 본원(本願)을 관찰하셔서 2만 겁에 걸쳐 정법화(正法華)와 방등경전을 가르치셨으니, 보살이 행할 바이고,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하시는 법이니라. 이 가르침이 모두 두루하여 법회에 참석한 4부 대중이 평등해 조금도 차이가 없었느니라. 열여섯 어린 사미 형제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서 다 함께 수지하여 독송하고 강법하고 찬탄하였으니, 그 부처님께서 수기를 내려서 응당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얻게 되었느니라. 이 경전을 설하고 나자 성문들은 크게 환희하였으며, 열여섯 사미와 무수 억백천 보살들은 모두 본지(本志)를 얻게 되었느니라. 저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법하셨을 때 8천 겁 동안 조금도 쉬지 않고 말씀하셨는데, 이 경전을 설하신 뒤에는 즉시 조용한 방에 들어가셔서 정진 사유하고 선정에 들어서 40만 겁 동안 삼매정수(三昧正受)에 들어가셨느니라.
009_0839_a_02L 그때 열여섯 왕자 사미는 보살도를 행하는 근본적인 불자(佛子)였는데, 세존께서 홀로 한거(閑居)에 거처함을 보게 되자 제각기 법좌에 올라서 저 법의 뜻을 널리 부연하여 설명하고자 했느니라. 그리하여 8만 4천 겁에 걸쳐서 경전을 분별하여 설하였는데, 하나하나의 보살이 각각 60만 항하사 억백천의 중생을 제도함으로써 무상정진도에 처해 대승의 가르침을 세웠느니라. 그 대통중혜여래께서는 84만 겁이 지나자 삼매로부터 나오셔서 법좌에 나아가 모든 비구 대중에게 널리 고하셨느니라. ‘열여섯 왕자가 쌓은 공덕은 무량해서 헤아리기 어려우니, 일찍이 없었던 지혜의 외외(巍巍)함에 이르렀노라. 그리하여 무수 억백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온갖 행을 구족하여서 널리 성인의 지혜를 받아들임으로써 도의 밝음에 들어가 부처의 지혜에 합치했노라.’
이에 여러 비구들은 모두 머리를 숙여서 열여섯 인현(仁賢)에게 스스로 공경을 표하고 귀의하였으니, 자주 자주 하면서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느니라. 그 뜻이 성문과 연각승에 있었기에 이미 성문과 연각의 길을 얻었으며, 만약 보살도를 행하여 성취한 자는 그 뜻을 새롭게 발하여 모두 이 부촉을 받았느니라. 여러 족성자(族姓子)로서 경전의 설법을 듣고 거역하지 않은 자들은 모두 무상정진도에 이르러서 부처의 지혜를 성취하게 되었느니라. 여러 족성자들은 세존의 가르침에 수순하면서 이 정법을 준거로 하여 일체 설을 자주 자주 분별했느니라. 열여섯 왕자는 보살승을 구족해서 제각기 60항하사의 대중을 교화했으니, 열여섯 왕자가 태어나는 곳에 항상 함께 모였으며, 또한 다시 보편적인 교설로 정법의 뜻을 듣고서 제각각 40억 백천 부처님을 친견하였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 부처님을 친견하게 되리니, 나는 4부 대중에게 이를 밝혀 주노라.”
009_0839_b_02L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느니라. “이제 열여섯 왕자는 모두 무상정진의 도를 성취하였으니, 지금은 시방세계에 처하여 법을 설함으로써 무수억 백천해조재(百千垓兆載) 성문 대중과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한 보살들을 구원하고 수호했느니라. 현재 동방의 극락 세계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무노산강(無怒山崗)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고, 현재 동남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사자향사자당(師子響師子幢)여래이고, 현재 남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일주상멸도(一住常滅度)여래이고, 현재 서남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제당범당(帝幢梵幢)여래이고, 현재 서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무량수초도인연(無量壽超度因緣)여래이고, 현재 서북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전단신통산장념(栴檀神通山藏念)여래이고, 현재 북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낙우우음왕(樂雨雨音王)여래이고, 현재 동북방에 두 부처가 있으니 명호는 제세구(除世懼)이니라. 지금 나 능인(能仁)은 감인(堪忍)세계에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성취했으니 모두 열여섯 세존이리라.”
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들 열여섯이 사미였을 때 저 불세계에서 경전의 법을 강설하고 중생은 듣고서 수용했으니, 하나하나의 보살이 무량 항하사 백천해 중생을 개화시켜서 무상정진도를 발한 자는 이제 보살도를 성취하게 되었느니라. 그리고 성문 지위에 머무는 자는 점차 인도하여 무상대도로 나아가게 하여 점진적으로 최정각(最正覺)을 성취하게 하였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의 지혜는 한계를 헤아리기 어려워서 미칠 수가 없음이 이와 같았기 때문이니라.”
009_0839_c_02L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내가 보살이었을 때 무량 억백천해 항하사와 같은 대중을 개화시켰는데, 법을 듣고 묻고 받아들여서 신통과 지혜를 지닌 자는 미래의 말세에 이르러 혹은 뜻을 일으켜서 제자승(弟子乘)을 배워 성문이 되었건만, 나중에 보살승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서 여래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살도를 행하지도 못하리라. 일체의 뜻을 무위의 상(想)에 두어야 응당 멸도라 일컬어지리니, 그때서야 다른 불세계에 이르러 수이행(殊異行)을 수순하고 다른 불국토에 태어나서 응당 도의 지혜를 구하고 깨우쳐 받아들이는 데 뜻을 둘 것이니라. 그리하여 여래의 법을 이해하고 알게 되면 이 한 가지 멸도가 있을 뿐이지 이승은 없는 것이니, 모두가 여래의 뛰어난 권도와 방편으로 삼승법을 설하셨을 뿐이니라. 여래 정각께서 멸도하실 때, 만약 청정한 행으로 공양을 올리고, 경전에 나아가서 묘공(妙空)을 믿으면서 즐기고, 일심(一心)의 정의(定意)로 크게 선(禪)을 사유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때 여래를 관(觀)하는 것은 모두가 두루 모인 보살의 무리들과 회상의 성문들이 이 법을 듣고서 받아들이는 것이니라. 이렇게 해서 세간의 불도를 보게 되면, 두 가지 멸도가 없고 여래 정각의 훌륭한 방편설뿐이니, 하열한 소승의 행을 즐기는 자라면 스스로 망실(亡失)하여 사람의 씨앗을 멀리하게 되어서 사람이 본래 애욕에 속박된 줄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여래가 멸도할 때 만일 설법을 듣고 환희심을 일으켜서 믿음을 내는 자라면 부처님의 은덕이 보호할 것이니라.
가령 비유컨대 500리나 되는 험한 길에 인적도 없고 또한 국군(國君)도 없는데, 한 도사(導師)가 총명하고 지혜가 밝고 방책(方策)과 은밀한 계책에 뛰어나고 원근을 잘 알아서 장차 여러 상인을 이끌고 가려고 했지만, 상인들은 모두 피곤에 지쳐서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생각했느니라. ‘우리들은 성흥의 땅[聖興之土]에 편안히 처해서 본국(本國)은 평온하고 군장(君長)과 사부(師父)가 있건만, 지금 멀리 떨어져 더 나아가기가 힘드니 차라리 모두 되돌아가서 환난을 면하는 것이 나으리라.’ 이에 도사는 보배를 구하러 가는 도중에 후회하는 것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에 대광야에 방편을 마련해서 4천 리나 8천 리쯤에 신족(神足)의 힘으로 큰 성을 짓고는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물러나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대국에 이미 이르렀으니 휴식을 취하면서 원하는 대로 음식을 먹고 자기 뜻대로 놀고 이곳에서 고귀한 보배를 찾으라.’”
009_0840_a_02L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상인들은 성 안의 많은 대중들이 지극하게 쾌락을 즐기는 것이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겼으나, 고통에서 벗어나 희희낙락하면서 더 이상 공포ㆍ근심ㆍ굶주림의 괴로움을 겪지 않음을 보게 되자 스스로 무위라 하면서 멸도를 얻은 것과 같다고 여겨서 이 성에 머물며 더 이상 나가기를 꺼려하였느니라. 그러자 도사는 신통으로 세운 성을 없애 버려서 거처할 바가 없게 한 뒤에 여러 상인들에게 고하였느니라. ‘속히 앞으로 나아가 고귀한 보배의 땅으로 가자. 그대들이 여행으로 피곤에 지치고 마음으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신통력으로 이 성을 나타낸 것이다.’”
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경전의 진리를 창도(唱導)하느니라. 생사가 장구하여 그 간난(艱難)의 도정에서 벗어나기 어렵기에 삼승의 법을 나타내서 선정(禪定)의 일심으로 멸도를 얻도록 하였느니라. 또한 부처님은 본래부터 일승을 설했건만 여래의 강법(講法)을 듣고서도 도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않는구나. 만약 꺼려하고 싫어하는 자라면 응당 행을 쌓는 것이 아주 수고로운 고통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여래는 그 마음 속 생각과 뜻이 게을러짐을 모두 보고서 얻기 쉬운 성문이나 연각의 가르침을 나타낸 것이니라. 마치 도사가 신통으로 큰 성을 지어 대중을 풍요롭게 하고 상인이 휴식을 취하게 하였지만, 그들이 편안함에 빠진 채 헤어나지 못하자 상인들을 위해 신통으로 성을 만들었노라고 밝힌 것과 같으니라. 그 도사는 곧 여래에 해당되고, 대광야는 5도(道)의 생사에 해당되고, 여러 상인들은 배우는 사람에 해당되고, 장차 보물을 구하러 가는 것은 도의 지혜와 보살의 행법을 설하는 것이고, 중간에 먼 여정을 꺼려하여 편안함에 빠진 채 더 나아가기를 꺼리는 것은 부처 경지는 얻기 어려워서 오랜 겁 동안 공덕을 쌓아도 끝내 성취할 수 없기 때문에 얻기 쉬운 성문이나 연각으로 유도함에 해당되느니라. 신통으로 성을 지은 것은 나한(羅漢)의 열반(泥洹)에 해당되고, 성이 사라짐은 멸도에 임하는 것이니, 부처님께서 그 앞에 나타나 무상정진도의 뜻을 권발(勸發)함으로써 나한의 일은 한계와 장애가 있어서 참이 아니기에 대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니라. 만일 타방에 이르러 부처님과 상견(相見)하여 불퇴전을 얻어서 더 이상 생(生)하지 않는다면, 비로소 위대한 보배인 구경(究竟)의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고하셨느니라. “여래의 설법은 그대들이 들은 바로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은 바를 알지 못해서 오히려 밝게 가려내지 못하는구나. 또한 여래는 지혜로써 세간의 일체 중생의 마음을 두루 보아서 열반을 나타내 보였으며, 여래 지진ㆍ등정각은 훌륭한 방편으로 삼승의 법을 설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