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문수사리 법왕자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런 보살들은 참으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부처님을 공경하고 따르는 까닭에 광대한 서원을 세워서 미래의 험한 세상에도 이 『법화경』을 받들어 수지, 독송, 설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마하살들은 훗날 악한 세상에서 어떻게 이 경전을 설해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미래의 악한 세상에서 이 경전을 설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네 가지 법에 안주해야 하리라. 첫째, 보살이 행할 곳[行處]과 친근할 곳[親近處]에 안주해야 중생을 위하여 이 경전을 설할 수 있느니라. 문수사리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행할 곳인가. 가령 보살마하살은 인욕의 자리에 머물러서 늘 부드럽고 온화하고 순응하고 갑작스런 포악함이 없고 마음으로 놀라는 일이 없고, 또한 법에 대하여 행하는 바가 없이 모든 법을 실상대로 관찰해서 행하지도 않고 분별하지도 말아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보살마하살이 행할 곳이니라.
009_0945_a_02L무엇이 보살이 친근해야 할 곳인가. 보살마하살은 국왕, 왕자, 대신, 관리와 가깝게 지내서는 안 되고, 모든 외도인 범지(梵志), 니건자(尼乾子) 등과 속세의 문필가, 외도 서적을 찬양하는 사람, 그리고 노가야타(路伽耶陀), 역노가야타(逆路伽耶陀) 등과도 가깝게 지내서는 안 되느니라. 또한 갖가지 흉칙한 놀이, 서로 치고 받는 운동, 나라연(那羅延) 등의 변덕스런 장난을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하고, 또 전다라(旃陀羅), 돼지, 양, 닭, 개를 기르거나 사냥하며 물고기를 잡는 악업에 종사하는 무리와 가깝게 지내서도 안 되느니라. 이와 같이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법을 설하더라도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하느니라. 또 성문의 경계를 구하는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와 가까이 지내서도 안 되고 문안하지도 말아야 하며, 방이나 경행(經行)하는 곳이나 강당 안에서나 함께 머물지 말아야 하며, 혹시 찾아오거든 그에게 맞는 법을 설하되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보살마하살이 여인의 몸에 대하여 욕망을 일으킬만한 모습으로 법을 설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또한 여인 보기를 즐겨해서도 안 되니, 가령 남의 집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소녀, 처녀, 과부와 함께 말해서도 안 되느니라. 또 사내답지 못한 다섯 종류의 남성[五種不男]과 가깝게 지내서도 안 되며, 혼자서 남의 집에 들어가서도 안 되는데, 만일 어떤 인연으로 혼자 들어가게 되더라도 다만 일심으로 부처님을 염(念)해야 하느니라. 여인을 위해 설법할 땐 이빨을 드러낸 채 웃어서는 안 되고 가슴을 드러내서도 안 되느니라. 법을 위해서일지라도 친근하게 지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다른 일이야 말할 것이 있으랴. 나이 어린 제자, 사미, 어린이를 기르기를 좋아하지 말아야 하고, 또한 이들과 같은 스승을 섬기는 것을 좋아해서도 안 되고, 항상 좌선을 즐겨서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껴잡아 닦아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이것을 첫 번째 친근할 곳이라고 하느니라.
또한 보살마하살은 일체 법의 공함이 실상인 줄 꿰뚫어서 뒤바뀌지도 말고 흔들리지도 말고 물러나지도 말고 굴려지지도 말아야 하느니라. 마치 허공이 자성(自性)이 없듯이 일체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생기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고,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고, 실제로 있는 것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끝도 없고, 아무런 걸림이나 장애도 없지만,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아 뒤바뀐 채 생겨나므로 설하는 것이니라. 항상 이렇게 법의 모습을 잘 관찰한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의 두 번째 친근할 곳이라고 하느니라.”
과부이든 처녀이든 남자답지 못한 자들이든 모두 가까이 지내지 말고 친근하게 여기지도 말라.
009_0945_b_13L寡女處女,
及諸不男, 皆勿親近, 以爲親厚。
또 짐승을 도살하거나 사냥하고 고기를 잡거나 이익 위해 살생하는 자들을 가까이 하지 말고
009_0945_b_14L亦莫親近, 屠兒魁膾, 田獵漁捕,
爲利殺害,
고기 팔아 생활하거나 몸을 파는 여자들과 같은 이런 사람들과도 가까이 지내지 마라.
009_0945_b_16L販肉自活, 衒賣女色,
如是之人, 皆勿親近。
서로 흉폭하게 싸우거나 갖가지로 희롱하거나 음탕한 여자들과도 가깝게 지내지 마라.
009_0945_b_17L凶險相撲,
種種嬉戲; 諸婬女等, 盡勿親近。
으슥한 외딴 곳에서는 여인에게 법을 설하지 말고 법을 설할 경우에는 장난하거나 웃어서는 안 되고
009_0945_b_18L莫獨屛處, 爲女說法, 若說法時,
無得戲笑,
마을에서 걸식할 때는 다른 비구와 같이 하고 함께 다닐 비구가 없거든 일념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라.
009_0945_b_20L入里乞食, 將一比丘,
若無比丘, 一心念佛。
이런 것들을 이름하여 행할 곳과 친근할 곳이라 하니 이와 같은 두 곳에선 안락하게 법을 설할 수 있네.
009_0945_b_21L是則名爲,
行處近處, 以此二處, 能安樂說。
상ㆍ중ㆍ하의 여러 법 유위법과 무위법 참되거나 참되지 못한 법 또한 행하지 말아야 하고 남자거나 여자거나 분별하지도 말아야 하네.
009_0945_b_22L又復不行, 上中下法, 有爲無爲,
實不實法, 亦不分別, 是男是女,
009_0945_c_02L 일체 법은 얻을 수 없어서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니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행할 곳이라 하네. 일체의 법이 공(空)해서 있는[有] 것도 없고 상주(常住)하는 것도 없고 생멸(生滅)도 없으니 이를 이름하여 지혜 있는 자의 친근할 곳이라 하느니라.
문수사리 법왕자여 이를 이름하여 보살의 첫 번째 법에 머문다고 하나니 능히 후세의 세상에서 법화경을 설할 수 있느니라.
009_0945_c_16L文殊師利!
是名菩薩, 安住初法, 能於後世,
說『法華經』。
009_0946_a_02L “또 문수사리여,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말법 시대에 이 경전을 설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안락한 행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즉 입으로 설하거나 경전을 독송할 때는 다른 사람이나 경전의 허물을 말하길 좋아하지 말아야 하고, 또한 다른 법사를 경시하지도 말아야 하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ㆍ나쁜 점ㆍ장점ㆍ단점을 말하지 말아야 하고, 특정한 성문의 이름을 들어서 그 허물을 입에 담지 말아야 하고, 또한 그 이름을 들어서 칭찬하지도 말아야 하고, 원망이나 혐오하는 마음을 품지도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안락한 마음을 잘 닦으므로 듣는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야 하고, 어려운 질문을 받거든 소승법으로 답하지 말고 오직 대승의 법으로 설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도록 해야 하느니라.”
“또한 문수사리여, 어떤 보살마하살이 미래의 말세에 불법이 소멸하려 할 때 이 경전을 수지하고 독송하는 자라면, 질투하거나 속이려는 마음을 품지 말고, 또한 불도를 배우는 자를 업신여기고 헐뜯어서 그의 장점이나 단점을 찾으려고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성문 경계를 구하거나 벽지불의 지위를 구하거나 보살도를 구하는 인물을 괴롭히면서 그들로 하여금 의심하고 후회하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 ‘너희들은 도에서 멀리 떨어졌으니 끝내 일체종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대들은 방일한 사람으로 도에 대해서 게으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법을 희론(戱論)하다가 다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니라. 모든 중생에게 마땅히 대비심을 일으키고, 모든 여래에 대해서는 자비로운 아버지라는 생각을 하고, 모든 보살에 대해서는 큰 스승이란 생각을 내어야 하나니, 시방 세계의 모든 대보살에게 항상 깊은 마음으로 공경을 올리고 예배해야 하며, 일체 중생에게는 평등하게 설법하되 법에 순응해서 많이 하지도 말고 적게 하지도 하지 말며, 나아가 법을 깊이 사랑하는 자라 해도 또한 말을 많이 하지도 말아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미래의 말세에 법이 소진하려 할 적에 이 세 번째 안락행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은 설법할 때에는 능히 어지럽거나 시달리는 일이 없을 것이며, 훌륭한 도반(道伴)을 얻어서 함께 이 경전을 독송할 것이고, 또한 대중이 와서는 법을 듣고 받아들일 것이며, 법을 들은 뒤에는 경전을 능히 수지하고, 수지한 뒤에는 독송하고, 독송한 다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설해주고, 설한 뒤에는 자신이 쓰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쓰도록 함으로서 경전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리라.’
009_0946_c_02L
이 경전을 설하고자 한다면 성냄, 질투, 또 교만과 속이고 아첨하는 마음 버리고 항상 곧고 본질적인 수행을 하라.
009_0946_c_02L若欲說是經, 當捨嫉恚慢, 諂誑邪僞心,
常修質直行。
남을 경시하지도 말고 법을 논쟁거리로 삼지 말며 남을 의심케 하여서 너는 성불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마라.
009_0946_c_04L不輕蔑於人, 亦不戲論法,
不令他疑悔, 云汝不得佛。
불자는 법을 말할 때 항시 온화하고 인내하며 일체를 자비로 대하면서 게으른 마음을 내지 마라.
009_0946_c_05L是佛子說法,
常柔和能忍; 慈悲於一切, 不生懈怠心。
시방 세계의 대보살들 가여운 중생 위해서 도를 행하니 마땅히 공경하는 마음을 내면서 나의 큰 스승이라 하고
009_0946_c_06L十方大菩薩, 愍衆故行道, 應生恭敬心,
是則我大師。
모든 불세존에 대해서는 위없는 아버지란 생각을 내고 교만한 마음을 없애면 법을 설할 때 장애가 없으리라.
009_0946_c_08L於諸佛世尊, 生無上父想,
破於憍慢心, 說法無障碍。
세 번째 안락행이 이와 같으니 지혜 있는 자가 잘 수호해서 일심으로 안락행을 닦으면 한량없는 중생이 공경하리라.
009_0946_c_09L第三法如是,
智者應守護; 一心安樂行, 無量衆所敬。
“또한 문수사리여, 어떤 보살마하살이 말세에 법이 사라지려고 할 때에 이 『법화경』을 수지한다면, 재가 불자와 출가 사문에게 큰 자비심을 내고, 설령 보살이 아니라 할지라도 큰 자비심을 내어서 이렇게 생각해야 하느니라. ‘이런 사람들은 크게 잃게 버린 것이니, 여래께서 방편으로 상황에 따라 법을 설한 것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해서 묻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구나. 그들은 이 경전에 대해 묻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면 어디에 있든 신통력과 지혜의 힘으로 이끌어서 이 법 가운데 머물게 하겠다.’
009_0947_a_02L문수사리여, 여래께서 멸도한 후에 보살마하살이 이 네 번째 법을 성취한다면, 이 법을 설할 때 아무런 허물이 없으리라. 항상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국왕, 왕자, 신하, 백성, 바라문, 비구 등이 그에게 공양을 올리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며, 허공의 여러 하늘들이 법을 듣기 위하여 항상 따라다니면서 모시리라. 만약 마을이나 도시 혹은 조용한 산 속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와서 어려운 질문을 던지려고 하면, 여러 하늘이 밤낮으로 항시 법을 수호하기 때문에 그를 보호하고 호위하여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희하게 하리라. 왜냐 하면 이 경전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보호하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한량없는 국토에서 그 명칭마저 듣기 어렵거늘 어찌 쉽사리 수지하고 독송할 수 있겠는가. 문수사리여, 비유컨대 힘센 전륜성왕이 위세를 부려서 여러 나라를 제압하려 할 때 작은 나라 왕이 그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전륜성왕은 갖가지 군대를 동원해서 토벌할 것이니라. 전쟁에서 공로를 세운 병사들을 전륜성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공훈에 따라 상을 내려주는데, 혹은 논, 밭, 촌락, 도시를 주기도 하고 혹은 의복과 장신구를 주기도 하고 또는 갖가지 진귀한 보물 ―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또는 코끼리, 말, 수레, 남녀노비, 백성을 내려 주리라. 그러나 오직 상투[髻] 속에 있는 밝은 구슬만은 결코 주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밝은 구슬은 오직 전륜성왕의 머리 위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인데, 만일 이것을 나누어주면 왕의 권속들이 크게 경악해서 괴이하게 여기리라. 문수사리여, 여래 또한 마찬가지로 선정과 지혜로 법의 국토를 얻어서 삼계의 왕이 되었는데, 마왕들이 기꺼이 따르면서 복종하지 않으면 여래는 현인이나 성인과 같은 장수들을 동원하여 함께 싸움을 벌이게 하느니라. 여래는 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자를 크게 기뻐하면서 사부대중에게 갖가지 경전을 설하여 그의 마음을 환희에 넘치게 하고, 선정, 해탈, 무루의 근력(根力), 갖가지 법의 재화를 주기도 하고, 또한 열반의 성(城)을 주어서 멸도를 얻었다고 말함으로써 그의 마음을 인도하여 환희에 넘치게 하지만, 이 『법화경』은 설하지 않느니라.
009_0947_b_02L문수사리여, 예컨대 전륜성왕이 병사들 가운데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자를 보면 크게 기뻐하면서 오랫동안 상투 속에 넣어둔 채 아무에게나 함부로 주지 않던 이 믿기 힘든 구슬을 비로소 지금 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래는 삼계의 대법왕으로서 일체 중생을 법으로 교화하다가 현인과 성인의 군대가 오음마(五陰魔), 번뇌마(煩惱魔), 죽음의 마군[死魔]과 더불어 싸워 뛰어난 공훈을 세움으로서 삼독을 소멸시키고 삼계를 벗어나 마군의 그물을 끊어버리게 되면, 그 때 여래도 크게 환희하면서 이 『법화경』이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지에 이르게 하는데도 모든 세간에서 원망이 많고 믿지 않아서 먼저는 설하지 않다가 지금에야 설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여래의 으뜸가는 말씀이니, 모든 말씀 가운데 가장 깊고 뛰어나기에 마지막에 가서 설하게 된 것이니라. 예컨대 힘센 저 전륜성왕이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밝은 구슬을 지금에야 비로소 주는 것과 같으니라.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모든 부처님의 비밀스런 법장(法藏)으로 모든 경전 가운데 으뜸가는 진리라서 오랫동안 수호하면서 함부로 말씀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에야 비로소 그대들에게 설하게 된 것이니라.”
항상 인욕을 행하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야 비로소 여래가 찬탄한 이 경전을 능히 설할 수 있으리라.
009_0947_b_18L常行忍辱, 哀愍一切; 乃能演說,
佛所讚經。
먼 훗날 말세에 이르러 이 경전 수지한 자는 재가자이든 출가자이든 아울러 보살이 아닌 자에게도 마땅히 자비심을 일으켜야 하네. 이런 사람들은 이 경전을 듣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아서 크게 잃게 버리게 되었거늘 네가 부처님의 도를 얻는다면 여러 가지 방편을 써서 이 법을 설함으로서 그 속에 머물게 하리라.
009_0947_c_02L 비유컨대 힘이 센 전륜성왕이 전쟁터에서 공로를 세운 병사에게 갖가지 물건을 상주는 것과 같네. 코끼리, 말, 수레
또한 몸을 단장하는 장신구 수많은 논과 밭 여러 마을과 도시 혹은 갖가지 의복 많은 진귀한 보물 남녀 노비와 재물 흔쾌히 하사하지만 용맹하고 날랜 병사가 어려운 일을 능히 해냈다면 전륜성왕은 상투를 풀어서 밝은 구슬 상으로 준다네.
이 법화경 특히 존귀하여 여러 경전 중에 으뜸이라서 내가 항상 수호하기만 할 뿐 함부로 열어 보여주지 않다가 지금에야 그 때가 되어서 그대들을 위해 설하나니
009_0947_c_13L此經爲尊, 衆經中上,
我常守護, 不妄開示, 今正是時,
爲汝等說,
내가 멸도한 뒤에 부처님의 도를 구하는 자가 이 경전을 안온하게 설하고 싶다면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마땅히 가까이 해야 하느니라.
009_0947_c_15L我滅度後, 求佛道者,
欲得安隱, 演說斯經, 應當親近,
如是四法。
이 경전을 읽는 자는 항상 근심 걱정이 없고 또한 질병이나 고통도 없고 안색도 깨끗해지고 빈궁하거나 비천하거나 더러운 곳에 태어나지 않고 중생이 즐거이 보기를 마치 성현을 흠모하듯 하고 하늘 세계의 동자들이 심부름을 맡아서 하고 칼이나 몽둥이에 맞지 않고 독약도 해치지 못하며 어느 누가 욕을 하면 그의 입이 막혀지고 두려움 없이 유행(遊行)함이 마치 사자왕과 같으며 그 빛나는 지혜의 광명 해가 비추듯이 하리라.
009_0948_a_02L 가령 꿈을 꿀 때도 미묘한 일만 보게 되나니 사자좌에 앉은 여래 여러 비구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설법하는 광경 선명하게 보기도 하고 용신과 아수라 등이
항하사 수만큼 운집하여 합장하여 공경하면 자기 몸이 그 속에서 설법하는 걸 보기도 하며 또한 여러 부처님들 빛나는 금색 몸으로 한량없는 광명을 나투어서 일체 존재를 두루 비추고 맑은 범음(梵音)으로 모든 법을 설함을 보기도 하네.
부처님 사부대중 위해 위없는 법을 펴실 때, 자기 몸이 그 속에서 합장한 채 찬불하고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공양을 바쳐 올리고 다라니를 얻게 되어 불퇴지(不退智)를 증득하니 부처님께서 그 마음이 불도에 깊이 들어감을 알아서 최상의 정각을 성취한다고 즉시 수기를 내리시네.
또한 꿈속에서 국왕이 되어 궁전과 여러 권속들 그리고 오욕락을 버리고 도량으로 나아가서 보리수 아래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도를 구한 지 7일만에 부처님의 지혜를 증득하고 위없는 도를 이루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법륜을 굴려 사부대중을 위해 설법하는데 천만억겁이 지나도록 무루의 묘한 법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다가 나중에 응당 열반에 들어가는데 흡사 연기 다하고 등불 꺼지듯 하네.
미래의 나쁜 세상 속에서 이 제일의 법을 설하면 이 사람은 큰 이익과 위에서 말한 공덕을 얻으리라.
009_0948_a_21L若後惡世中,
說是第一法, 是人得大利, 如上諸功德。
14. 종지용출품(從地踊出品)
009_0948_a_22L添品妙法蓮華經從地踊出品第十四
009_0948_b_02L 그 때 다른 국토에서 온 여러 보살마하살이 8항하사 수효를 넘었는데, 이들이 대중 가운데에서 모두 일어나 합장하여 예를 올린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저희들이 여래께서 입멸하신 뒤에 여기 사바 세계에서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이 경전을 받들어 수지하고 독송하고 필사하고 공양함을 허락하신다면, 응당 이 국토에서 널리 가르침을 전하겠나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마하살을 향해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선남자여. 그대들이 이 경전을 수호하여 지닐 필요는 없느니라. 왜냐 하면 나의 사바 세계에는 스스로 6만 항하사의 보살마하살들이 있고, 또 각각의 보살들은 제각기 그만큼의 권속이 있으니, 이들은 내가 입멸한 뒤 이 경전을 받들어 수지 독송하고 널리 설할 것이니라.”
009_0948_c_02L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에 사바 세계의 삼천대천 국토의 땅이 모두 갈라지면서 땅 속에 있던 한량없는 천만억 보살마하살이 일시에 솟아 올라왔다. 보살들은 몸이 금색으로서 삼십 이상을 갖추고 한량없는 광명을 나투었는데, 이 보살들은 모두 이 사바 세계의 아래인 이 세계의 허공 가운데 머물러 있다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듣고 땅 속으로부터 솟아오르게 된 것이다. 보살 하나 하나는 대중을 인도하는 우두머리로서 각각 6만 항하사의 권속들을 거느렸거늘, 하물며 5만 항하사ㆍ4만 항하사ㆍ3만 항하사ㆍ2만 항하사ㆍ1만 항하사의 권속을 거느린 보살이겠는가. 게다가 1항하사ㆍ반(半) 항하사와 4분의 1 항하사, 나아가 천만억 나유타 분의 1을 거느린 보살이겠는가? 또한 천만억 나유타 권속ㆍ억만 권속ㆍ천만 권속ㆍ백만 권속 나아가 1만 권속을 거느린 보살이겠는가? 또 1천 권속ㆍ1백 권속ㆍ열 명의 권속을 거느린 보살과 나아가 다섯 제자, 네 제자, 세 제자, 두 제자, 하나의 제자를 거느린 보살이겠는가? 또한 자기 혼자서 원리행(遠離行)을 즐기는 이들이겠는가? 이와 같은 비율은 한량이 없고 가이없어서 계산과 비유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보살들이 땅에서 솟아 나와서는 저마다 허공의 칠보탑 안에 계신 다보여래와 석가모니불의 처소에 이르러서 두 부처님께 머리를 숙여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아울러 모든 보배 나무 아래의 사자좌에 앉으신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도 또한 예를 올렸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모든 보살이 갖가지 찬탄하는 법대로 찬탄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두 부처님을 기쁜 마음으로 우러러보았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땅에서 솟아올라서 모든 보살의 찬탄하는 법으로 부처님을 찬탄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이 오십 소겁이나 되었다. 그 동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말없이 앉아 계셨고 사부대중 또한 모두 침묵을 지켰는데, 부처님의 위신력 덕택에 대중들은 오십 소겁을 겨우 반나절 정도로만 여겼다.
그 때 사부대중은 또한 부처님의 위신력 덕분에 모든 보살들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국토의 허공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보살들 가운데 네 명의 도사(導師)가 있었으니, 첫째는 상행(上行)이라 하고, 둘째는 무변행(無邊行)이라 하고, 셋째는 정행(淨行)이라 하고, 넷째는 안립행(安立行)이라 하였다. 이 네 보살은 대중 가운데 가장 상수(上首)로서 이끄는 길라잡이였는데, 대중 앞에서 저마다 합장한 채 석가모니불을 바라보면서 문안을 올리며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병도 없으시고 번뇌도 없으시고 안락하게 지내셨습니까? 가르침을 받는 중생들이 쉽사리 교화를 받아들입니까? 혹시 세존을 피곤하게 하지는 않습니까.”
또한 여러 중생들은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입니까 혹시 세존으로 하여금 힘들게 하지는 않사옵니까.
009_0949_a_03L又諸衆生, 受化易不?
不令世尊, 生疲勞耶?
그러자 세존께서 보살 대중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선남자여. 여래는 안락하여 병도 없고 고통도 없으며, 여러 중생을 쉽게 제도해서 피곤한 줄을 모르느니라. 왜냐 하면 이 중생들은 세세생생 항상 나의 교화를 받았고, 또한 과거 여러 부처님을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갖가지 선근을 심었기 때문이니라. 이 중생들은 처음에 내 몸을 보고 내 말을 듣자마자 모두 믿고 받아들여서 여래의 지혜에 들어가게 되었느니라. 먼저 소승법을 배우고 익힌 무리는 제외되었지만, 이와 같은 사람도 내 이제 또한 이 경전을 듣게 해서 부처의 지혜에 들어가게 하겠노라.”
009_0949_b_02L
한량없는 천만억이나 되는 보살 대중들을 일찍이 본 적이 없었으니 원컨대 양족존께서 설해주소서.
009_0949_b_02L無量千萬億, 大衆諸菩薩, 昔所未曾見;
願兩足尊說。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모인 것입니까. 거대한 몸과 큰 신통력, 지혜도 헤아릴 수 없으며 그 뜻과 염(念)도 견고하고 크게 인욕하는 힘도 있어서 중생들이 보기 좋아하는데 어디로부터 온 것입니까. 하나하나 보살들이 거느린 모든 권속들도 그 수가 한량이 없는 것이 마치 항하사와 같습니다.
어떤 대보살은 권속을 6만 항하사를 거느렸는데 이와 같은 모든 대중들이 일심으로 불도를 구하고
009_0949_b_08L或有大菩薩, 將六萬恒沙,
如是諸大衆, 一心求佛道,
6만 항하사나 되는 이 모든 대사(大師)들이 함께 와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이 경전을 수호합니다.
009_0949_b_09L是諸大師等,
六萬恒河沙, 俱來供飬佛, 及護持是經。
5만 항하사를 거느린 보살은 그 수가 이보다 많고 4만 항하사와 3만 항하사 2만 항하사와 1만 항하사 1천 항하사와 1백 항하사 나아가 1항하사에 이르고 반 항하사와 3분의 1, 4분의 1 항하사 나아가 억만분의 1 항하사 천만 나유타의 권속 만억에 달하는 제자 나아가 반(半) 억을 거느린 이는 그 수가 보다 더 많으며
한량없는 덕을 지니신 세존께서 이 모든 보살 대중들의 본말(本末)의 인연을 설하셔서 저희들의 의심을 풀어주소서.
009_0949_c_04L是諸菩薩衆,
本末之因緣, 無量德世尊, 唯願決衆疑。
그 때 한량없는 천만억 타방(他方) 국토에서 오신 석가모니불의 분신 부처님들이 팔방의 보배 나무 아래에 있는 사자좌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셨는데, 그 부처님들의 시자들도 보살 대중이 삼천대천세계의 사방에서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허공에 머물러 있음을 보고는 저마다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의 보살 대중이 어디로부터 왔나이까?”
그러자 모든 부처님들은 각각 당신의 시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잠깐 기다려라. 여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그 이름은 미륵이니라. 석가모니불의 수기를 받아서 미래에 성불할 것인데, 그 미륵보살이 이미 같은 질문을 석가모니불께 했으니 석가모니불께서 곧 답할 것이니라.”
이 때 석가모니불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아일다(阿逸多)여. 이처럼 중대한 일을 묻는구나. 그대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정진하는 갑옷을 입고 뜻을 확고하게 지녀라. 여래는 이제 모든 부처님의 지혜, 모든 부처의 자재한 신통력, 모든 부처님의 사자분신력(獅子奮迅力), 모든 부처님의 위맹한 대세력을 보이고자 하노라.”
게송을 마친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대중 가운데에서 그대들에게 고하겠노라. 아일다여,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대보살마하살들이 땅으로부터 솟아올라 온 것을 그대가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여기 사바 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이후부터 이 보살들을 교화하고 인도해서 그 마음을 조복하고 도를 지향하는 마음을 내게 하였느니라. 이 보살들은 다 이 사바 세계 아래의 허공 가운데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경전을 독송하고 통달하고 사유하고 분별하고 바르게 기억했느니라. 아일다여, 이 선남자들은 대중 속에 있으면서 많이 설하기를 즐기지 않고, 항상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하기를 즐겨서 쉰 적이 없으며, 또한 인간이나 하늘 세계에 의지해서 머물지 않고, 항상 깊은 지혜를 즐겨서 아무런 장애가 없고, 또한 부처님의 법을 즐겨서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위없는 지혜를 구했느니라.”
아일다여, 마땅히 알지니 이 모든 대보살들은 헤아릴 수 없는 겁 이래로 부처의 지혜를 닦았으니 모두 내가 교화해서 대도의 마음을 발하게 했노라. 이들은 모두 나의 법자(法子)로서 이 세계에 의지해 있으면서 항상 두타행(頭陀行) 닦고 고요한 곳을 즐겼으며 대중의 번잡함을 버리고 많이 설하는 것을 즐기지 않노라.
009_0950_b_02L 이와 같이 많은 법자들이 나의 도법(道法)을 배워 익히고 밤낮으로 항상 정진해서 부처님의 도를 구하기 때문에 이 사바 세계의 아래에 있는 허공 중에 머물면서
뜻과 생각의 힘이 견고히 하고 항상 부지런히 지혜를 닦아서 갖가지 묘한 법을 설하여도 그 마음엔 두려움이 없어라.
내 이제 진실을 고하노니 그대들은 일심으로 믿으라 여래는 오랜 옛날부터 이 대중들을 교화했노라.
009_0950_b_06L我今說實語, 汝等一心信, 我從久遠來,
敎化是等衆。
그러자 미륵보살마하살을 비롯한 한량없는 보살들이 의혹을 품고 일찍이 없었던 괴이한 일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어째서 세존께서는 그토록 짧은 시간에 저처럼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 보살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머물게 하셨을까?’ 그래서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태자 시절에 왕궁을 나와서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도량에 앉으셔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나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사십여 년이 지났는데, 세존께서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에 크게 불사(佛事)를 지어서 부처님의 세력과 부처님의 공덕으로 이와 같이 한량없는 대보살 대중을 교화시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하셨나이까.
009_0950_c_02L세존이시여, 가령 어느 누가 이 대보살 대중을 천만억겁 동안 헤아린다 해도 다할 수 없어서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이며, 또 이들은 오랜 옛날부터 한량없고 가이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갖가지 선근을 심어서 보살도를 성취했고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일을 세간에서는 믿기 어렵나이다. 비유컨대 얼굴 색이 곱고 머리카락이 검은 스물 다섯 살 먹은 젊은이가 백살 노인을 가리켜서 자기 아들이라 말하고, 백살 먹은 노인도 그를 가리켜서 자기 아버지이고 자신을 키웠노라고 말한다면, 이 일은 참으로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마찬가지로 성불한 지가 실로 오래되지 않았는데, 여기의 보살 대중은 이미 한량없는 천만억겁 동안 불도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해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삼매에 잘 들어가고 나가고 머물러서 커다란 신통을 얻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아서 차례대로 모든 착한 법을 잘 익히어 문답에 능숙하니, 인간 가운데 보배이고 세간에서 매우 드물게 있는 사람들이옵니다. 그런데 오늘 세존께서 ‘내가 불도를 얻었을 때 그들로 하여금 초발심을 내게 하고는 교화하고 인도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하게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성불하신 지 오래되지 않으셨거늘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대공덕의 일을 지을 수 있었사옵니까.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에 따라 합당하게 말씀하셔서 부처님께서 가르치시는 말씀은 허망한 적이 없으며, 여래께서는 아시는 것을 다 통달하였다고 믿습니다만, 하지만 새로 뜻을 낸 보살[新發意菩薩]들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그 말씀을 듣게 되면 혹시 믿지 않고서 법을 깨뜨리는 죄업의 인연을 짓게 될 수도 있으니,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을 내리시어 저희들의 의문을 풀어 주시고 미래의 모든 선남자들이 이 일에 대해 듣게 되더라도 의심이 남지 않게 하옵소서.”
세존 또한 마찬가지라서 도를 얻은 지 얼마 안 되나 이 모든 보살들은 뜻이 굳고 나약하지 않아서 한량없는 겁 이래로 보살도를 행하면서 어려운 질문도 능숙하게 답하고 마음에도 두려움이 없고 인욕의 마음이 결정되었고 단정하게 위엄과 덕을 갖췄기에 시방의 부처님에게 칭찬을 받으며
이 한량없는 보살들을 어떻게 짧은 시간에 교화하고 발심케 하여서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게 했나이까.
009_0951_a_14L是無量菩薩, 云何於少時,
敎化令發心, 而住不退地?
15.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
009_0951_a_15L添品妙法蓮華經如來壽量品第十五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과 일체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들아,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가 밝히는 진리의 말을 믿고 이해해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가 밝히는 진리의 말을 믿고 이해해야 하느니라.” 또다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가 밝히는 진리의 말을 믿고 이해해야 하느니라.”
그러자 보살 대중들은 미륵보살이 상수(上首)가 되어서 부처님께 합장 올리고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소서. 저희들은 반드시 부처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겠나이다.” 이렇게 세 반 아뢴 뒤에 다시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말씀하소서. 저희들은 반드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겠나이다.”
009_0951_b_02L그러자 세존께서는 보살들이 세 번이나 거듭하면서 간청하기를 그치지 않자 마침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여래의 비밀스런 신통력을 삼가 듣도록 할지어다. 모든 세간의 하늘과 인간, 그리고 아수라들은 모두 ‘지금의 석가모니불은 석씨 궁전으로부터 출가하여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도량에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남자여, 내가 성불한 것은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나유타겁 이전이니라. 비유컨대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삼천대천세계를 어떤 사람이 모두 갈아서 티끌로 만들고 나서 동방으로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국토를 지날 때마다 한 티끌씩 떨어뜨리기를 계속하여 모든 티끌이 다한다면,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렇게 하면서 지나간 세계를 헤아려서 그 숫자를 알 수 있겠는가.”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님을 향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여러 세계는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아무리 계산할지라도 도저히 알 수 없겠나이다. 모든 성문과 벽지불이 무루의 지혜로 헤아린다 하더라도 그 숫자를 알 길이 없으며, 저희들도 비록 아비발치의 지위에 머물기는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통달할 수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모든 세계는 한량이 없고 가이없나이다.”
009_0951_c_02L그러자 부처님께서 대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들아, 이제 그대들에게 분명히 선언하겠노라. 티끌 하나를 떨어뜨린 세계나 떨어뜨리지 않은 세계이거나 이 모두를 합쳐서 티끌로 만들고 그 티끌 하나를 한 겁으로 삼는다할지라도 내가 성불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으로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겁이나 더 오래되었느니라. 그 때 이래로 나는 항상 여기 사바 세계에서 법을 설하며 교화했고, 또한 다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국토에서도 중생들을 인도하여 이롭게했느니라. 여러 선남자들아, 이렇게 교화하는 가운데 나는 연등불(然燈佛) 등에 대해 설했고, 또 거기서 열반에 드는 것을 말하기도 했으니, 이런 것은 모두 방편으로 분별한 것일 뿐이니라. 모든 선남자여, 만일 어떤 중생이 나를 찾아오면, 나는 부처의 눈으로 그 믿음 등과 근기의 날카롭고 둔함을 관찰하여서 제도하는데 적당하게 설했으니, 이곳 저곳에서 스스로 명호를 다르게 설했고, 수명의 많고 적음을 설했고, 또한 열반에 든다고 설했고, 또한 여러 가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설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였느니라. 여러 선남자여, 여래는 중생이 소승법을 즐겨하면서 박덕하고 번뇌가 무거운 걸 보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는 ‘내가 젊어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노라’라고 말했지만, 그러나 내가 실제로 성불한 것은 이처럼 오래된 것인데 단지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부처님의 도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니라.
009_0952_a_02L여러 선남자여, 여래가 설한 경전은 모두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기 위한 것이니라. 때로는 자기 몸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몸을 설하기도 하며, 혹은 자기 몸을 보이기도 하고 혹은 다른 몸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자기 일을 보이기도 하고 혹은 다른 일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설하는 내용은 모두 진실해서 조금도 허망하지 않느니라. 왜 그럴까? 여래는 삼계의 모습을 실답게 알아보나니[如實知見], 나고 죽음도 있지 않고, 물러남과 출현함도 없으며, 또한 세상에 있음과 멸도함도 없으며, 진실도 아니고 허망함도 아니며,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음을 알기 때문이니라. 따라서 중생이 삼계에서 삼계만을 보는 것과는 다르니라. 이와 같은 일을 여래는 밝게 보아서 조금도 착오가 없건마는, 다만 중생들에게 갖가지 성품과 갖가지 욕심과 갖가지 행과 갖가지 생각과 분별이 있기 때문에 그들로 하여금 선근을 낳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연과 비유와 언사(言辭)로 갖가지 법을 설하여 불사를 짓는 일을 잠시도 그만둔 적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내가 성불한 지가 매우 오래되어서 그 수명도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항상 머물면서 멸하지 않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내가 본래 보살도를 행하여 성취한 수명은 지금까지도 다하지 않았고 위에서 밝힌 수명의 두 배나 되느니라. 하지만 이제 실제로 멸도한 것은 아니면서도 문득 반드시 멸도를 취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여래가 그러한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니라. 왜냐 하면 만일 부처님이 세간에 오래 머문다고 한다면, 박덕한 무리는 선근을 심지 않아서 빈궁하고 하천하게 살면서 오욕에 탐닉하고, 기억과 상념의 허망한 소견의 그물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니라. 또 중생들이 여래가 항상 머물면서 멸하지 않는 걸 본다면, 더욱 교만해지고 싫증을 내거나 게을러져서 여래를 만나기 어렵다거나 여래를 공경하리라는 생각을 내지 않기 때문에 여래가 방편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일이란 걸 반드시 알아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박덕한 무리는 한량없는 백천만억겁을 지나서야 혹시 여래를 친견하기도 하고 친견하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니라.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구들아, 여래는 만나 뵙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중생들은 필시 부처님을 친견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을 내어서 사모하는 마음을 품으며, 부처님을 흠모하게 되어서 갖가지 선근을 심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진정으로 멸도에 드는 것은 아닐지라도 중생을 위해서 멸도를 선언하게 되는 것이니라.
009_0952_b_02L또한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이 모두 이처럼 중생 제도를 위한 것이므로 진실하여 결코 헛되지 않느니라. 비유컨대 뛰어난 지혜를 갖추고 약에 대해 정통해서 온갖 병을 잘 치료하는 어떤 의사가 있는데, 그에겐 자녀가 많아서 열 명, 스무 명, 백 명이나 되었느니라. 의사는 어느 날 일이 있어서 멀리 다른 나라에 갔는데, 그 동안 아이들은 독약을 마셔서 그 독 기운으로 인해 정신이 흐트러져서 땅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느니라. 바로 그 때 아버지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독약을 마셔서 본마음을 잃어버린 아이든 본마음을 잃지 않은 아이든 멀리서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면서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저희들은 어리석게도 독약을 먹었으니, 부디 치료해서 목숨을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고통을 보고는 온갖 약방문에 의거하여 빛깔도 좋고 향기도 좋고 맛도 있는 약재를 구하여 체로 치고 방아로 찧고 서로 섞어서 아이들에게 복용시키면서 말했다. “이것은 최고의 양약은 빛깔과 향기와 아름다운 맛을 모두 갖춘 것이니, 너희들이 복용하면 빠르게 고통이 제거되어서 다시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 가운데 본마음을 잃지 않은 아이는 이 약의 빛과 향기가 모두 좋은 것을 보고는 곧바로 복용해서 바로 나았지만, 본마음을 잃어버린 아이는 비록 아버지를 보고 기뻐하면서 문안 인사 올리며 치료를 원하기는 했어도 아버지가 준 약을 복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독기가 몸 속 깊이 들어가서 본마음을 잃었기 때문에 이처럼 빛과 향기가 좋은 약을 좋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009_0952_c_02L그래서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이 아이들은 참으로 가련하구나. 독기에 중독이 되어서 마음이 뒤바뀐 탓에 나를 보고 기뻐하면서 치료해달라고 하면서도 이처럼 좋은 약을 곧바로 먹지 않으니. 내 이제 방편을 마련해서 이 약을 복용하도록 하리라.’ 그래서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들에게 반드시 알아야 하느니라. 내 이제 연로하여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좋은 약을 지금 여기에다 놓았으니, 너희들이 복용하면 차도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을 것이니라.’ 이렇게 말한 뒤에 아버지는 다시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을 보내어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고 전하도록 했느니라. 그 때 아이들은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크게 슬퍼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만일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우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서 구해주시련만, 이제 우리를 버리고 저 멀리 타국에서 상(喪)을 당했구나.’ 그리고는 스스로 외로운 고아로서 다시는 의지할 데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늘 슬픔을 품고 있다가 크게 각성하였다. 그래서 그 약의 빛깔과 향기와 맛이 좋은 줄 알고는 즉시 복용하니 중독된 병이 다 나아버렸느니라. 아버지는 아이들이 나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였느니라. 선남자들아,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훌륭한 의사의 거짓말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온갖 공덕을 닦아서 질박하고 온화한 자는 모두가 나의 몸이 여기서 법을 설함을 볼 수 있나니
009_0953_a_08L諸有修功德, 柔和質直者, 則皆見我身,
在此而說法,
어떤 때엔 이 중생을 위해서 부처님 수명의 한량없음을 설하고 오랫만에 부처님을 뵌 자에겐 부처님 만나 뵙기 어려움을 강조하네.
009_0953_a_10L或時爲此衆, 說佛壽無量;
久乃見佛者, 爲說佛難値。
내 지혜의 힘이 이러하고 지혜 광명의 비춤도 한량없어서 그 수명이 무수겁인 것은 오래 닦은 업으로 얻은 것이네.
009_0953_a_11L我智力如是,
慧光照無量, 壽命無數劫, 久修業所得。
그대들, 지혜 있는 자는 이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반드시 끊어서 영원히 다할지니 부처의 말씀은 허망하지 않노라.
009_0953_a_12L汝等有智者, 勿於此生疑, 當斷令永盡,
佛語實不虛,
어느 의사가 뛰어난 방편으로 미친 자식을 치유하기 위해 살아있으면서도 죽었다고 말한 것 허망하다고 할 수 없듯이
009_0953_a_14L如醫善方便, 爲治狂子故,
實在而言死, 無能說虛妄,
나 또한 세상의 어버이로서 온갖 고난과 우환을 치유하는 자이니 범부의 뒤바뀜을 위해서 실재하면서도 멸한다고 했노라.
009_0953_a_15L我亦爲世父,
救諸苦患者, 爲凡夫顚倒, 實在而言滅。
항상 내가 있는 걸 보게 되면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내어서 방일한 행동으로 오욕에 집착해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009_0953_a_16L以常見我故, 而生憍恣心, 放逸著五欲,
墮於惡道中。
중생이 도를 행하는지 행하지 않는지 나는 늘 아나니 응당 제도할 바에 따라서 다양하게 법을 설하면서도
009_0953_a_18L我常知衆生, 行道不行道,
隨應所可度, 爲說種種法,
매양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노라. ‘어떻게 해야 중생들을 위없는 도에 들게 하여 빨리 부처의 몸을 이루게 할까.’
009_0953_a_19L每自作是意,
以何令衆生, 得入無上道, 速成就佛身?
16. 분별공덕품(分別功德品)
009_0953_a_20L添品妙法蓮華經分別功德品第十六
그 때 이 법회에서 부처님의 수명이 이와 같이 장구하다는 것을 듣고서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 중생들이 커다란 이익을 얻었다.
009_0953_a_21L爾時大會,聞佛說壽命劫數長遠如是,無量無邊阿僧祇衆生得大饒益。
009_0953_b_02L그러자 세존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아일다여, 내가 여래의 수명이 장구하다고 말하자, 6백8십만억 나유타 항하사 중생이 무생법인을 증득했으며, 그 천 배나 되는 보살마하살들이 여래의 가르침을 듣고 지니는 다라니[聞持陀羅尼]를 증득했고, 또한 한 세계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이 즐겁게 설하고 걸림도 없는 변재[樂說無碍辯才]를 얻었고, 또 다시 한 세계의 티끌 수 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이 백천만억 무량선다라니(無量旋陀羅尼)를 증득했고, 또한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이 불퇴전의 법륜을 능히 굴렸느니라. 또 2천 중천 세계[中國土]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은 청정한 법륜을 굴렸고, 소천 세계[小國土]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은 여덟 생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했고, 네 개의 사천하(四天下)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은 네 생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고, 세 개 사천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은 세 생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고, 두 개의 사천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은 두 생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고, 한 개의 사천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보살마하살은 한 생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니라. 또한 여덟 세계의 티끌 수만큼이나 되는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009_0953_c_02L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이 광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말씀하실 때, 허공으로부터 만다라꽃과 마하 만다라꽃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보배 나무 밑의 사자좌에 앉으신 여러 부처님께 뿌려졌으며, 아울러 칠보탑 가운데의 사자좌에 앉으신 석가모니불과 오래 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에게 뿌려졌으며 모든 대보살과 사부대중에게도 뿌려졌다. 또한 전단향과 침수향(沈水香) 등이 가는 비처럼 뿌려졌으며, 공중에서는 하늘의 북이 저절로 울리면서 미묘한 소리가 깊고도 멀리 퍼졌으며, 또 1천 가지 하늘 옷이 비처럼 내렸으며 여러 가지 진주, 영락, 마니주 영락, 여의주가 구방(九方)에 두루 드리워졌고, 온갖 보배 향로에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향이 타면서 자연스럽게 두루 퍼져서 법회에 참석한 대중에게 공양되었다. 각각의 부처님 위에서는 보살들이 깃발과 일산을 들고서 차례차례 올라서 범천까지 이르렀는데, 이 보살들은 미묘한 음성으로 한량없는 게송을 노래하면서 모든 부처님을 찬탄했다.
부처님 명성이 시방에 퍼져서 많은 중생을 이익 되게 하시니 일체가 선근을 갖춤으로써 위없는 마음을 도왔습니다.
009_0954_a_15L佛名聞十方, 廣饒益衆生, 一切具善根,
以助無上心。
009_0954_b_02L 이 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아일다여, 어떤 중생이 여래의 수명이 이와 같이 장구함을 듣고 일념(一念)을 내어서 믿어 이해할 수 있다면, 그가 얻게 되는 공덕은 한량이 없으리라. 만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위하여 8십만억 나유타 겁 동안 단(檀)바라밀ㆍ시라(尸羅)바라밀ㆍ찬제(羼提)바라밀ㆍ비리야(毘梨耶)바라밀ㆍ선(禪)바라밀 등 다섯 가지 바라밀을 행할지라도 반야바라밀을 행하지 않는다면, 이 공덕은 앞의 공덕에 비해서 백분의 일, 천분의 일, 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어떤 비유나 계산으로도 밝히기 어려우니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와 같은 반야 공덕을 갖추었다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으리라.”
009_0955_a_02L “또한 아일다여, 만일 부처님의 수명이 한량없다는 말을 듣고 그 뜻을 이해한다면, 그가 얻게 되는 공덕은 한량이 없으며 여래의 위없는 지혜를 얻게 되는데, 하물며 이 경전의 가르침을 널리 듣고 또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며, 자신이 직접 수지하고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수지하도록 가르치며, 자신이 직접 사경하고 더욱이 다른 사람에게 사경하도록 가르치며, 또한 꽃ㆍ향ㆍ영락ㆍ깃발ㆍ양산ㆍ향유(香油)ㆍ소등(蘇燈)으로 이 경전에 공양을 올리는 것이랴. 그 사람의 공덕은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능히 일체종지를 낳으리라. 아일다여,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내가 설한 수명이 한량없다는 말을 듣고서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한다면, 그는 곧 부처님께서 항상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대보살과 성문 대중에 둘러싸인채 법을 설하는 광경을 보게 되리라. 또한 이 사바 세계의 땅이 유리로 되어 있고 반듯하고 평평하며, 여덟 갈래 길을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경계를 긋고 보배 나무로 행렬을 짓고, 많은 누각이 모두 보배로 이루어진 데다가 보살 대중이 그 가운데 처해 있으니, 만일 이렇게 관찰하는 자가 있으면 그것이 바로 깊이 믿고 이해하는 모습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여래가 입멸한 뒤 이 경전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가르침에 기뻐한다면, 그것이 이미 깊이 믿고 이해하는 모습임을 알아야 하는데, 하물며 독송하고 수지하는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 그 사람은 곧 여래를 머리에 받드는 것이니라. 아일다여, 이러한 선남자 선여인은 다시 나를 위해 탑이나 절 또는 사문의 거처를 짓지 않아도 되고, 네 가지로 사문들에게 공양 올리지 않아도 되느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한다면 그는 이미 탑을 지은 셈이고 사문의 거처도 지은 셈이고 사문들에게 공양한 셈이며, 또 부처님의 사리로 칠보탑을 세우되 그 높이와 넓이가 점점 작아져서 범천까지 이르게 하고, 그 탑에 갖가지 깃발과 양산, 보배 방울을 달고 꽃, 향, 영락, 가루 향, 태우는 향, 바르는 향을 공양하며, 여러 가지 북과 음악, 피리, 공후 등으로 갖가지 춤을 추고 놀고 미묘한 음성으로 노래하고 찬탄하면서 한량없는 천만억겁 동안 공양한 것이 되기 때문이니라.
009_0955_b_02L아일다여, 내가 입멸한 뒤에 어느 누구라도 이 경전을 듣고서 능히 받아 지니거나 직접 사경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사경하도록 가르친다면, 그것은 승방을 짓는 것--즉 붉은 전단향 나무로 서른 두 칸 짜리 전당(殿堂)을 짓는데, 그 높이가 팔 다라수(多羅樹)로 높고 넓게 잘 장엄되어 있어서 백천 비구가 그곳에 머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숲, 연못, 경행하는 선방과 의복, 음식, 침구, 탕약과 온갖 기구가 가득한 이와 같은 승방과 당각(堂閣)이 백천만억이나 되어서 그 수가 한량없으니, 이것을 현전(現前)함으로써 나와 비구에게 공양하는 셈이니라.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말하느니라. ‘여래가 입멸한 뒤에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하고, 직접 사경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사경하도록 해서 공양을 올린다면, 다시 탑과 절을 짓거나 혹은 승방을 짓거나 사문들에게 공양을 올리지 않아도 되느니라. 하물며 어떤 불자가 이 경전을 받아 지닐 뿐만 아니라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 바라밀을 행한다면, 그 공덕은 가장 훌륭하여서 한량없고 가이없으리라. 비유컨대 허공의 동서남북ㆍ사유(四維)ㆍ상하가 한량없고 가이없는 것과 같으니, 그 사람의 공덕 또한 마찬가지로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일체종지에 속히 이를 것이니라. 만일 어느 누가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주거나, 직접 사경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사경하도록 한다면, 다시 탑을 짓거나 승방을 건립하는 것이며, 성문 대중에게 공양을 올리고 찬탄하는 것이며, 또한 백천만억 가지 찬탄하는 방식으로 보살의 공덕을 찬탄하는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갖가지 인연으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뜻에 맞게 해설하는 것이며, 또 능히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는 것이며, 부드럽고 온화한 자와 함께 지내는 것이며, 성냄이 없이 인욕을 행하고 뜻과 생각이 견고한 이가 될 것이며, 항상 좌선을 즐겨서 깊은 선정을 얻는 것이며, 용맹정진하여 온갖 선법(善法)을 섭수하는 것이며, 지혜가 날카로워서 어려운 문답을 쉽게 해낼 것이니라.
아일다여, 내가 멸도한 후에 온갖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수지하고 독송하면 이와 같은 갖가지 뛰어난 공덕이 있으리니, 그는 이미 도량에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워져서 보리수 아래에 앉아 있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아일다여, 이와 같은 선남자 선여인은 앉거나 서거나 걷는 곳이라면 그 어디에서나 응당 탑을 세워야 할 것이며, 모든 하늘과 인간은 마치 부처님의 탑에 하듯이 그렇게 공양을 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