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위대한 인물만이 갖춘 육계(肉髻)에서 광명을 놓으시고 아울러 미간의 백호(百毫)에서도 광명을 놓으셔서 동방으로 1백8만억 나유타 항하사 등의 불국토를 두루 비추셨다. 이렇게 무수한 불국토를 지나서 한 세계가 있었는데 그 명칭이 정광장엄(淨光莊嚴)이고, 그 세계의 부처님 명호는 정화수왕지(淨華宿王智)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셨다. 그 부처님께서는 한량없고 가이없는 보살 대중에 둘러싸인 채 공경을 받으면서 법을 설하셨는데,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미간의 백호로 놓은 광명이 그 불국토를 두루 비추었다.
009_0968_b_02L그 때 정광장엄 국토 속에는 묘음(妙音)이라고 불리는 보살이 있었는데, 이 보살은 오래 전에 이미 온갖 공덕의 근본을 심었으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공양하였으며, 심원한 지혜를 모두 성취함으로서 묘당상(妙幢相) 삼매, 법화 삼매, 정덕(淨德) 삼매, 수왕희(宿王戱) 삼매, 무연(無緣) 삼매, 지인(智印) 삼매, 해일체중생어언(解一切衆生語言) 삼매, 집일체공덕(集一切功德) 삼매, 청정 삼매, 신통유희 삼매, 혜거(慧炬) 삼매, 장엄왕(莊嚴王) 삼매, 정광명(淨光明) 삼매, 정장(淨藏) 삼매, 불공(不共) 삼매, 일선(日旋) 삼매 등 백천만억 항하사의 모든 대삼매를 얻게 되었다. 그 때 석가모니불의 광명이 그의 몸을 두루 비추자 묘음보살이 정화수왕지불(淨華宿王智佛)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사바 세계로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예배하고 친견하고 공양을 올리겠으며, 또한 문수사리 법왕자보살, 약왕(藥王)보살, 용시(勇施)보살, 수왕화보살, 상행의(上行意)보살, 장엄왕(莊嚴王)보살, 약상(藥上)보살도 만나고자 하옵니다.”
그러자 정화수왕지불께서 묘음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국토를 업신여겨서 열등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선남자여, 저 사바 세계는 높고 낮음이 있어서 평탄하지 못하고, 흙이나 돌로 된 산들에는 더러운 것이 가득하였으며, 부처님의 몸도 조그맣고 보살들의 형상도 또한 왜소하니라. 하지만 그대의 몸은 4만 2천 유순, 나의 몸은 680만 유순이나 되며, 그대의 몸은 지극히 단정해서 백천만의 복과 광명이 남달리 뛰어나니라. 따라서 그대가 가더라도 그 국토를 업신여기지 말고, 그곳의 부처님이나 보살, 또는 그 국토에 대하여 열등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곧이어 묘음보살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몸을 전혀 움직임 없이 삼매에 들어갔다. 이 삼매의 힘으로 석가모니불의 법좌가 있는 기사굴산(耆闍崛山)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다 8만 4천 가지 보배로 된 연꽃을 화생(化生)으로 피어나게 했는데, 줄기는 염부단금으로 되어 있고 잎사귀는 백은, 꽃술은 금강, 꽃받침은 견숙가보(甄叔迦寶)로 된 연꽃이었다.
009_0968_c_02L그 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이 연꽃을 보고서 석가모니불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은 상서로움이 나타나게 되었나이까. 수많은 천만 가지 연꽃이 염부단금의 줄기, 백은의 잎사귀, 금강의 꽃술, 견숙가보의 꽃받침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보살은 어떤 선근을 심었으며 어떤 공덕을 닦았기에 이처럼 큰 신통력이 있게 되었나이까? 또 어떤 삼매를 행하나이까? 바라옵건대 저희들을 위해 그 삼매의 이름을 말씀해 주옵소서. 저희 또한 부지런히 닦을 것이니, 이 삼매를 행해야 저 보살 모습의 크고 작음이라든가 행동거지의 위의(威儀)를 볼 수 있겠나이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저 보살을 이곳으로 오게 하셔서 저희가 볼 수 있게 해 주옵소서.”
그러자 석가모니불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오래 전에 입멸하신 다보여래께서 그대들을 위해 그 모습을 나타내게 하실 것이니라.”
009_0968_c_14L爾時釋迦牟尼佛告文殊師利:“此久滅度多寶如來,當爲汝等而現其相。”
그 때 다보여래께서 그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곳으로 오도록 하여라. 문수사리 법왕자가 그대의 모습을 보고자 하느니라.”
009_0968_c_16L時多寶佛告彼菩薩:“善男子!來,文殊師利法王子欲見汝身。”
009_0969_a_02L이 때 묘음보살은 그 국토에서 사라져서 8만 4천 보살과 함께 이곳을 오는데, 이들이 지나가는 국토는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일곱 가지 꽃이 비처럼 내렸으며 백천 가지 하늘 음악은 연주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울렸다. 묘음보살의 눈은 넓고 커다란 청련화 잎과 같으니, 비유컨대 백천만 개의 달을 한곳에 모아 놓을지라도 그 면모의 단정함이 그보다 훨씬 훌륭했고, 진금색(眞金色)의 몸은 한량없는 공덕으로 장엄하였고, 그 위덕(威德)이 훌륭하고 광명이 찬란해서 온갖 상을 구족한 것이 마치 나라연(那羅延)의 견고한 몸과 흡사했다. 이 보살은 칠보 좌대에 들어가서 허공으로 솟아올랐는데, 땅에서 칠 다라수 높이로 떠있는 채로 보살들의 공경과 에워쌈 속에서 이 사바 세계의 기사굴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칠보 좌대에서 내려와 백천의 가치를 지닌 영락을 가지고 석가모니불 앞에 나아가 머리를 숙여서 발에 예배 올린 뒤에 영락을 바쳤다. 이어서 묘음보살이 석가모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정화수왕지불께서 다음과 같이 안부 말씀 전하라고 하셨나이다. ‘병이나 괴로운 일이 없으시고 기거하시기에 안락하십니까. 사대(四大)가 조화롭고 화평하십니까? 세상의 일이 참을 만합니까? 중생들은 제도하시기 쉽습니까? 탐욕, 성냄, 어리석음, 교만이 많은 이는 없는지요? 또 그들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에게 불경하며, 삿된 소견이나 나쁜 마음을 지녀서 오정(五情)을 거두어들이지 못하지는 않는지요? 세존이시여, 사바 세계의 중생들은 온갖 마군과 원한을 조복 받고 있습니까? 오래 전에 입멸하신 다보여래께서는 칠보탑 가운데에서 법을 듣고 계십니까?’ 또 다보여래께도 ‘안온하고 괴로움이 없으시며 사바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 만하십니까’라고 문안을 여쭈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다보여래를 친견하고자 하는데,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친견을 허락해 주옵소서.”
그 때 화덕(華德)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묘음보살은 어떤 선근을 심고 어떤 공덕을 닦았기에 이러한 신통력을 갖추게 되었나이까.”
009_0969_a_20L爾時華德菩薩白佛言:“世尊!是妙音菩薩種何善根、修何功德,有是神力?”
009_0969_b_02L그러자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난날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명호는 운뢰음왕(雲雷音王)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訶)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이고, 불국토 명칭은 현일체세간(現一切世間), 겁의 명칭은 희견(喜見)이었느니라. 묘음보살은 만 2천 년 동안 10만 가지 음악으로 운뢰음왕불께 공양을 올렸으며, 8만 4천 가지 칠보 발우를 올린 바 있는데, 이 인연의 과보로 지금 정화수왕지불의 국토에 태어나서 신통력을 구족하게 되었느니라.
009_0969_c_02L화덕보살아,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 운뢰음왕불의 처소에서 음악으로 공양을 올리고 보배 그릇을 바친 인물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이 묘음보살마하살이 바로 그이니라. 화덕보살아, 묘음보살은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고 가까이 해서 오래도록 덕의 근본을 심었고, 또한 항하사 등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났느니라. 화덕보살이여, 그대는 단지 묘음보살의 몸이 여기 있는 것만 보겠지만, 이 보살은 갖가지 몸을 나타내서 도처에서 중생을 위해 이 경전을 설하고 있느니라. 때로는 범왕의 몸도 나타내고, 제석천의 몸도 나타내고, 자재천의 몸도 나타내고, 대자재천의 몸도 나타내고, 하늘의 대장군의 몸도 나타내고,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의 몸도 나타내고, 전륜성왕의 몸도 나타내고, 소왕(小王)의 몸도 나타내고, 장자(長者)의 몸도 나타내고, 거사의 몸도 나타내고, 관리의 몸도 나타내고, 바라문의 몸도 나타내고, 혹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몸도 나타내고, 또는 장자나 거사 부인의 몸도 나타내고, 관리 부인의 몸도 나타내고, 바라문 부인의 몸도 나타내고, 소년이나 소녀의 몸도 나타내고, 때로는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의 몸도 나타내서 이 경전을 설했느니라. 갖가지 지옥, 아귀, 축생이나 험난한 곳에서도 능히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하며, 나아가 왕의 후궁에서는 여인의 몸으로 변하여서 이 경전을 설하기도 했느니라.
화덕보살아, 묘음보살은 사바 세계의 중생들을 구제하는 분이니, 이 묘음보살은 이처럼 갖가지 변화하는 몸을 나타내어서 이곳 사바 세계의 국토에 있는 중생들을 위해 이 경전을 설하지만, 그 신통변화와 지혜는 조금도 감소되는 일이 없느니라. 이 보살은 많은 지혜로 사바 세계를 밝게 비추어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제각기 알 것을 얻게 하고, 시방의 항하사 세계에서도 또한 그와 같이 하느니라. 만일 성문의 형상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형상으로 법을 설하고, 벽지불의 형상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형상으로 법을 설하고, 보살에 형상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보살의 형상으로 법을 설하고, 부처의 형상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부처의 형상으로 법을 설하나니, 이와 같이 다양하게 그 제도할 바에 따라서 형상을 나타냈으며, 나아가 마땅히 멸도로 제도할 이에게는 멸도를 나타내느니라. 화덕보살이여, 묘음보살마하살이 위대한 신통력과 지혜의 힘을 성취한 것이 이와 같았느니라.”
그 때 묘음보살마하살이 석가모니불과 다보여래의 탑에 공양을 마치고 나서 다시 본래의 불국토로 돌아가는데, 그가 지나가는 국토마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보배 꽃이 비처럼 내렸으며 백천만억의 음악이 울렸다. 본래의 국토에 도착한 그는 8만4천 보살에게 둘러싸인 채 정화수왕지불의 처소에 가서 말씀을 올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바 세계에 가서 그곳 중생을 이롭게 했고, 석가모니불을 뵙고 다보여래의 탑을 뵙고서 예배와 공양을 올렸으며, 또한 문수사리 법왕자보살도 만났고 아울러 약왕보살, 득근정진력보살, 용시보살 등도 보았나이다. 또한 저와 함께 갔던 8만 4천 보살들로 하여금 현일체색신 삼매를 증득하게 했나이다.”
009_0970_b_02L만일 어떤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아 지닌다면, 설령 그가 커다란 불구덩이 속에 들어갈지라도 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 보살의 위신력 때문이니라.
009_0970_a_24L若有持是觀世音菩薩名者,設入大火火不能燒,由是菩薩威神力故。
가령 커다란 물 속에 빠지더라도 그의 명호를 부른다면 곧 얕은 곳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009_0970_b_03L若爲大水所漂,稱其名號卽得淺處。
만일 백천만억 중생이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진주 등의 보배를 얻기 위해 커다란 바다 속에 들어갔을 때 폭풍이 거세게 몰아쳐서 그 선박이 표류 끝에 나찰귀(羅刹鬼) 나라에 닿게 되더라도 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른다면 그들은 모두 나찰귀의 환란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이와 같은 인연으로 관세음(觀世音)이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느니라.
009_0970_c_02L가령 삼천대천세계에 도적이 우글거리는데, 한 상인 두목이 귀한 보물을 지닌 상인들을 데리고 험한 길을 지나갈 적에 일행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여러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마땅히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불러야 합니다. 이 보살은 능히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니, 그대들이 이 명호를 부르기만 한다면 이 원수인 도적들의 환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상인들은 함께 소리를 내어서 ‘나무 관세음보살’을 외쳤는데, 이렇게 이 보살의 명호를 불렀기 때문에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느니라.
만일 음욕이 강한 어떤 중생이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한다면 문득 음욕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화를 자주 내는 중생도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한다면 문득 성냄으로부터 풀려나게 될 것이며, 크게 어리석은 중생이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한다면 문득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무진의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위대한 위신력을 지녔기에 많은 이익을 베풀어주니, 따라서 중생들은 항상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아 지니고 한 순간만이라도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두 사람의 복덕은 조금도 차이가 없어서 백천만억 겁에 이르러도 다하지 않으리라. 무진의보살이여, 이와 같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아 지니면 한량없고 가이없는 복덕과 이익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어떤 국토의 중생을 부처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관세음보살은 곧 부처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성문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성문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느니라. 또한 관세음보살이 마땅히 범왕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범왕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며, 제석천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자재천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곧 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대자재천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곧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천상의 대장군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곧 천상의 대장군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비사문(毘沙門)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곧 비사문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느니라. 관세음보살이 소왕(小王)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소왕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장자(長者)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장자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거사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거사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관리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관리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바라문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느니라.
009_0971_b_02L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마땅히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고, 또한 장자, 거사, 관리, 바라문의 부인의 몸으로 구제해야 할 경우에는 마땅히 그 부인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며, 소년, 소녀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마땅히 소년, 소녀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느니라.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곧 그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며, 집금강신(執金剛神)의 몸으로 제도해야 할 경우에는 집금강신의 몸을 나타내서 법을 설하느니라.
무진의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여 갖가지 모습으로 여러 국토를 유행하면서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나니, 따라서 그대들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을 올려야 하느니라. 관세음보살마하살은 두렵고 급한 난관 속에서도 능히 두려움이 없게 하나니, 따라서 이 사바 세계에서는 모두 그를 일컬어 ‘두려움을 없애주는 보살’이라고 부르느니라.”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관세음보살께 공양을 올리겠나이다.” 그리고는 자기 목에 걸린 백천금이나 되는 온갖 보배 구슬과 영락을 풀어서 관세음보살께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인자(仁者)이시여, 이 법 보시로 올리는 보배 구슬과 영락을 받으소서.”
‘모든 방소(方所)에 알맞게 응하는 관세음보살의 행을 그대는 들어라 그의 서원은 바다같이 깊었으니 불가사의한 겁에 걸쳐 수천억 부처님을 모시면서 청정한 서원을 세웠느니라. 그대 위해 간략히 밝히나니 그의 명호를 듣거나 몸을 보거나 마음 속 생각이 헛되지 않으면 온갖 괴로움은 능히 소멸되리라.
부처님께서 이 「관세음보살보문품」을 설법하실 때 8만 4천의 중생들이 무엇과도 견줄 수도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009_0972_b_07L佛說是「普門品」時,衆中八萬四千衆生,皆發無等等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25. 묘장엄왕본사품(妙莊嚴王本事品)
009_0972_b_09L添品妙法蓮華經妙莊嚴王本事品第二十五
그 때 부처님께서 대중을 향해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의 한량없고 가이없는 불가사의 아승기겁 이전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명호는 운뢰음수왕화지(雲雷音宿王華智)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訶)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였으며, 그 불국토의 이름은 광명장엄(光明莊嚴)이고 겁의 명칭은 희견(喜見)이었느니라. 저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묘장엄(妙莊嚴)이라 불리는 왕이 있었으니, 그의 부인은 정덕(淨德)이고 두 아들의 이름은 정장(淨藏)과 정안(淨眼)이었느니라. 두 왕자는 위신력과 복덕과 지혜를 갖추었으며, 또 오랫동안 보살도를 닦았기 때문에 이른바 단(檀)바라밀ㆍ시라(尸羅)바라밀ㆍ찬제(羼提)바라밀ㆍ비리야(毘梨耶)바라밀ㆍ선(禪)바라밀ㆍ반야바라밀ㆍ방편바라밀, 자비희사(慈悲喜捨), 삼십칠조도법(三十七助道法)에 모두 명료하게 통달했느니라. 또한 정(淨)삼매ㆍ일성수(日星宿)삼매ㆍ정광(淨光)삼매ㆍ정색(淨色)삼매ㆍ정조명(淨照明)삼매ㆍ장장엄(長莊嚴)삼매ㆍ대위덕장(大威德藏)삼매 등 이러한 삼매들을 모두 다 통달했느니라.
009_0972_c_02L그 때 그 부처님은 묘장엄왕을 인도하기 위해서, 또한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셨기에 이 『법화경』을 설했느니라. 그러자 정장과 정안 두 왕자는 어머니 처소를 찾아가 열 손가락을 모아서 합장을 올린 뒤에 말하였느니라. ‘바라옵건대 어머니시여, 운뢰음수왕화지불의 처소에 찾아가소서. 저희들 또한 어머니를 모시고 저 부처님을 친견해서 공양과 예배를 올리고자 하옵니다. 왜냐 하면 저 부처님께서는 지금 모든 하늘과 인간의 대중들을 위해서 『법화경』을 설하고 계시기 때문이니, 마땅히 찾아가서 법을 들어야 하나이다.’
그러자 두 아들은 아버지를 생각했기 때문에 공중으로 칠 다라수 정도 올라가서 갖가지 신통변화를 일으키는데, 허공에서 걸어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기도 하며, 상반신에서 물을 뿜기도 하고 하반신에서 불을 내기도 했으며, 하반신에서 물을 내기도 하고 상반신에서 불을 뿜기도 했으며, 혹은 큰 몸을 나타내서 허공에 가득했다가 다시 작게도 했으며, 작은 것을 다시 크게 나타내기도 했으며, 허공 가운데에서 돌연 사라졌다가 홀연히 땅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마치 물에 들어가듯 땅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으며, 마치 땅을 밟듯이 물 위를 다니기도 하는 등 이처럼 다양하게 신통변화를 나타내어서 아버지로 하여금 마음이 청정해져서 믿음이 생기도록 했느니라.
009_0973_a_02L두 아들이 답했느니라. ‘대왕이시여, 저 운뢰음수왕화지불이 지금 일곱 가지 보배로 된 보리수 아래의 법좌에 앉아서 일체 세간의 하늘과 인간들을 위해 널리 『법화경』을 설하고 계십니다. 그 부처님께서 저희의 스승님이시고 저희들은 그 분의 제자입니다.’
이에 아버지가 말했느니라. ‘나도 또한 너희들의 스승을 만나고 싶으니 함께 찾아가서 뵙도록 하자.’
009_0973_a_03L父語子言:‘我今亦欲見汝等師,可共俱往。’
그래서 두 아들은 공중에서 내려와 어머니 처소를 찾아가서 합장한 채로 말씀을 드렸느니라. ‘아버지께서 이제 믿고 이해하게 되었으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킬만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아버지를 위해 이런 불사를 지었으니, 어머니께 바라옵건대 저희들이 부처님을 찾아가서 출가하고 수도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곧이어 두 아들은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느니라.
어머니께 원하건대, 저희들이 출가하여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부처님은 만나기가 매우 어려우니 우리는 부처님을 따라서 배우렵니다.
009_0973_a_09L願母放我等, 出家作沙門; 諸佛甚難値,
我等隨佛學。
마치 우담발화처럼 부처님 만나기가 어려우며 갖가지 고난을 벗어나는 것도 어려우니 저희들의 출가를 들어주소서.
009_0973_a_11L如優曇波羅, 値佛復難是;
脫諸難亦難, 願聽我出家。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느니라. ‘너희들의 출가를 허락하노라. 왜냐 하면 부처님은 만나 뵙기 어렵기 때문이다.’
009_0973_a_12L母卽告言:‘聽汝出家。所以者何?佛難値故。’
이에 두 아들은 부모님께 말씀을 올렸느니라. ‘거룩하십니다, 부모님이시여. 원컨대 운뢰수왕화지불 처소에 찾아가서 친견하고 공양을 올리소서. 왜냐 하면 부처님을 만나 뵙기가 마치 우담발화가 피는 것과 같고, 애꾸눈 거북이가 바다 가운데에서 구멍 뚫린 나무를 만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전생에 지은 복이 두터워서 이 생에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께서는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하셔야 합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을 만나기가 어렵고, 그 시절인연 또한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009_0973_b_02L그 때 묘장엄왕의 후궁 8만4천 명이 모두 『법화경』을 받아 지닐만하였으며, 정안보살은 법화 삼매에 이미 오랫동안 통달했으며, 정장보살은 이미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 이전에 모든 악취(惡趣)에서 벗어나는 삼매에 통달했으니,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여러 악취를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었느니라. 묘장엄왕의 부인은 제불집(諸佛集) 삼매를 얻어서 모든 부처님의 비밀의 법장을 알게 되었으며, 두 아들은 방편의 힘으로 그 아버지를 교화하여 불법을 마음으로 믿어 이해하게 했느니라.
묘장엄왕은 모든 신하와 권속들을 데리고, 정덕 부인은 후궁의 궁녀와 권속 등을 거느리고, 두 아들은 4만2천 명을 데리고 모두 함께 저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는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한쪽에 물러나 있었느니라.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왕을 위해 법을 설해서 보여주고[示] 가르쳐주고[敎] 이익을 주고[利] 기쁘게 하자[喜] 왕은 크게 환희하였느니라. 그 때 묘장엄왕과 부인은 백천금이나 되는 진주 영락을 목에서 풀어 부처님 주위에 뿌리니, 공중에서 변화를 일으켜 네 기둥의 보배 좌대가 되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커다란 보배상이 놓여 있어서 백천만 가지 하늘 옷이 펼쳐져 있는데, 그 위에 부처님께서 결가부좌의 자세로 앉으신 채 광대한 광명을 놓으셨느니라.
그 때 묘장엄왕은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 ‘부처님의 몸은 희유해서 지극히 단정하고 최상으로 미묘하게 장엄되어 있구나.’
009_0973_b_14L爾時妙莊嚴王作是念:‘佛身希有端嚴殊特,成就第一微妙之色。’
바로 이 때 운뢰음수왕회지불께서 사부대중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들은 묘장엄왕이 내 앞에서 합장한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이는가? 묘장엄왕은 나의 법 속에서 비구가 되어 부처의 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닦고 익히다가 언젠가 성불하리니, 그 명호는 사라수왕(娑羅樹王)이라 하고 국토의 이름은 대광(大光)이고 겁의 명칭은 대고왕(大高王)이라 할 것이니라. 사라수왕불에게는 한량없는 보살 대중과 한량없는 성문들이 있을 것이고 그 나라는 평평하고 반듯할 것이니, 그 공덕이 이와 같으리라.’ 그러자 왕은 즉시 나라를 동생에게 맡기고 부인과 두 아들, 여러 권속과 함께 출가해서 도를 닦았느니라.
009_0973_c_02L출가한 왕은 8만4천 년 동안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묘법법화경』을 수행하다가 그 이후에 일체정공덕장엄삼매(一切淨功德莊嚴三昧)를 얻고는 즉시 허공으로 일곱 다라수를 솟아올라서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의 두 아들이 불사를 도모해서 신통변화로 저의 삿된 마음을 돌이켜 불법에 안주하도록 이끌어 세존을 친견케 하였나이다. 이 두 아들은 바로 저의 선지식인데, 전생의 선근을 일으켜서 저를 이롭게 하기 위해 저의 집에 태어났사옵니다.’
그 때 음뢰수왕화지불께서 묘장엄왕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렇고 그렇노라. 그대의 말과 같느니라.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선근을 심은 까닭에 세세생생 선지식을 만나게 되는데, 그 선지식은 능히 불사를 지어서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익을 주고 기쁘게 함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들어가도록 인도하느니라.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선지식이란 큰 인연으로서 이른바 교화하고 인도하여 부처님을 뵙게 함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도록 하느니라. 대왕이여, 그대는 여기 있는 두 아들이 보이는가. 두 아들은 일찍이 6십5백천만억 나유타 항하사 부처님을 공양해서 가까이 하고 공경했으며,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법화경을 받아 지녀서 삿된 소견에 빠진 중생을 불쌍하게 여겨 바른 견해[正見]에 머물도록 했느니라.’
009_0974_a_02L이에 묘장엄왕이 곧바로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말씀을 올렸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참으로 희유하십니다. 그 공덕과 지혜로 말미암아 정수리 위의 육계(肉髻)에서 광명이 환히 비추시고, 길고 넓은 눈은 감청색을 띠고 있으며, 미간의 백호는 달처럼 하얗고, 치아는 희고 가지런하면서도 항상 빛을 발하시고, 입술은 빈바(頻婆) 열매처럼 붉고 아름답습니다.’ 묘장엄왕은 이와 같이 부처님의 한량없는 백천만억 공덕을 찬탄하고는 여래 앞에서 일심으로 합장한 채 다시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참으로 일찍이 없었던 일이나이다. 여래의 법은 불가사의한 미묘한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므로 그 가르침의 계율을 행하면 안온하게 되옵니다. 저는 지금부터 다시는 멋대로 행동하지 않고, 삿된 소견이나 교만한 마음, 성내는 일 등의 온갖 나쁜 마음을 내지 않겠나이다.’ 이렇게 말을 마친 왕은 부처님께 예를 표한 뒤에 물러났느니라.”
부처님께서 대중을 향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묘장엄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화덕보살이 바로 그이고, 정덕 부인은 지금 여래 앞에 있는 광조장엄상(光照莊嚴相)보살이 바로 그녀이니라. 묘장엄왕과 그의 여러 권속을 불쌍히 여겨서 그 집안에 태어난 두 아들은 지금의 약왕(藥王)보살과 약상(藥上)보살이니라. 약왕보살과 약상보살은 이와 같이 커다란 공덕을 성취하였으니, 일찍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주위에서 온갖 덕의 근본을 심었기에 이렇게 불가사의한 온갖 훌륭한 공덕을 성취한 것이니라. 만일 어느 누구라도 두 보살의 명호만이라도 아는 이가 있다면,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이 마땅히 예배를 올리리라.”
부처님께서 「묘장엄왕본사품」을 설하실 때 8만 4천 명이 티끌에서 멀리 벗어나 더러움을 여의었고, 모든 법 속에서 법안(法眼)이 청정해졌다.
009_0974_a_17L佛說是「妙莊嚴王本事品」時,八萬四千人遠塵離垢,於諸法中得法眼淨。
26. 보현보살권발품(普賢菩薩勸發品)
009_0974_a_19L添品妙法蓮華經普賢菩薩勸發品第二十六
009_0974_b_02L 그 때 자유자재한 신통력과 위엄과 덕망으로 이름 높은 보현보살이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헤아릴 수 없는 보살과 함께 동방으로부터 오는데, 지나오는 국토마다 진동하고 보배 연꽃이 비처럼 내리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가지의 풍악이 울렸다. 또한 무수한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의 인비인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각기 위덕과 신통력을 나타내면서 사바 세계의 기사굴산에 이르러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았다. 이어서 보현보살이 부처님께 말씀을 올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위덕상왕불(寶威德上王佛)의 불국토에 머물다가 멀리 이 사바 세계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걸 듣고는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보살 대중과 함께 찾아와서 듣고자 하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말씀을 해 주시옵소서.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께서 입멸하신 뒤에는 어떻게 해야 이 『법화경』을 얻을 수 있겠사옵니까?”
부처님께서 보현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 선여인이 다음의 네 가지를 성취하면 여래가 입멸한 이후에도 이 『법화경』을 얻게 되리라. 첫째는 모든 부처님의 호념(護念)을 받는 것이며, 둘째는 온갖 덕의 근본을 심어야 하고, 셋째는 정정취(正定聚)에 들어야 하고, 넷째는 일체 중생을 구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여래가 멸도한 뒤에도 반드시 이 경전을 얻게 되느니라.”
009_0974_c_02L그러자 보현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후 5백 년 동안의 오탁악세에서 이 경전을 받아 지닌 이가 있으면, 저는 마땅히 수호하여 그의 우환을 없애고 안온하게 함으로서 그 틈을 엿보는 이가 없게 하겠나이다. 마군과 마군의 아들ㆍ마군의 딸ㆍ마군의 백성ㆍ마군에 걸려든 자ㆍ야차ㆍ나찰ㆍ구반다ㆍ비사사ㆍ길자ㆍ부단나ㆍ위타라 등의 사람을 괴롭히는 자들이 모두 틈을 얻을 수 없게 하겠나이다. 그 사람이 걷거나 혹은 서서 이 경전을 독송하오면, 저는 그 때 어금니가 여섯 개인 흰 코끼리를 타고 대보살들과 함께 그의 처소에 가서 몸을 나타내어 공양하고 수호하여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할 것이니, 이는 또한 『법화경』을 공양하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앉아서 이 경전을 사유하면, 그 때 저는 다시 흰 코끼리를 타고 그 앞에 현신하겠나이다. 그가 만약 이 『법화경』의 한 구절, 한 게송이라도 잊었다면, 저는 마땅히 가르쳐주어서 함께 독송하여 통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렇게 되면 이 법화경을 수지하고 독송하는 이는 저의 몸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더욱 정진할 것이며, 저를 본 인연으로 삼매와 다라니를 증득할 것이니, 예컨대 선(旋) 다라니ㆍ백천만억 선다라니ㆍ법음방편(法音方便) 다라니 등 이와 같은 다라니를 얻게 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후 5백 년 동안의 오탁악세에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가운데 이 경전을 구하거나 찾는 이, 받아 지니는 이, 독송하는 이, 필사하는 이가 이 법화경을 닦아 익히고자 하면 반드시 21일 동안 일심으로 정진해야 할 것이며, 21일이 지나면 저는 어금니가 여섯인 흰 코끼리를 타고 한량없는 보살에 둘러싸인 채 일체 중생이 보기 좋아하는 몸으로 그 앞에 현신하여 법을 설하고 진리를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이익을 주고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다시 다라니 주문을 주겠나이다. 다라니를 얻는 까닭에 사람이 아닌 것에게 해침을 당하지 않으며, 또한 여인의 유혹에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며, 저 또한 항상 그를 수호하겠나이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의 다라니 주문을 들어주소서.”
009_0975_b_02L “세존이시여, 어떤 보살이 이 다라니를 들으면 그것이 보현보살의 신통력인 줄 알아야 하며, 또 『법화경』이 염부제에서 유행할 적에 받아 지니는 이가 있다면 응당 이것이 보현보살의 위신력인 줄 알아야 하나이다. 만일 어느 누가 이 경전을 수지하고 독송하고 바르게 기억하고 그 뜻을 이해하고 설한대로 수행한다면, 그 사람은 보현행을 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며, 아울러 한량없고 가이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깊이 선근을 심는 이이고 모든 여래께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시는 이임을 알아야 합니다. 어느 누가 단지 이 경전을 사경하기만 할지라도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도리천에 태어나게 되는데, 그 때 8만 4천 천녀가 여러 가지 풍악을 연주하며 다가와 맞이할 것이며, 그는 칠보의 관을 쓰고서 채녀(婇女)들과 함께 즐겁게 놀게 될 것입니다. 하물며 수지하고 독송하고 바르게 기억하고 그 뜻을 이해하고 설한대로 수행하는 경우야 두말 할 나위조차 없사옵니다. 어떤 사람이 수지하고 독송하고 그 뜻을 이해한다면, 그가 목숨을 마칠 때는 천 분의 부처님께서 손을 내밀어 두렵지 않게 하고 악도에도 떨어지지 않게 할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곧 미륵보살이 계시는 도솔천에 왕생하게 될 것인데, 미륵보살은 삼십이상을 갖추고서 대보살들에게 둘러싸인 채 백천만억 천녀와 권속이 있으니, 바로 그곳에 태어나게 될 것이옵니다. 이와 같은 공덕과 이익이 있으므로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일심으로 사경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필사하게 하고, 또 수지하고 독송하고 바르게 기억하고 설한대로 수행해야 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신통력으로 이 경전을 수호함으로서 여래께서 입멸하신 뒤에도 염부제 안에 널리 유포하여 단절되지 않게 하겠나이다.”
그러나 석가모니불께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보현보살이여. 그대는 이 경전을 수호하고 도와서 중생으로 하여금 안락과 이익을 얻게 하겠다니, 그대는 이미 불가사의한 공덕과 깊은 대자대비를 성취하였느니라. 그대는 오래 전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발해서 이 신통력의 서원을 세워서 이 경전을 수호하여 왔으니, 나도 반드시 신통력으로써 보현보살의 이름을 받아 지니는 이를 보호하겠노라.
009_0975_c_02L보현보살이여, 어느 누가 이 법화경을 수지하고 독송하고 바르게 기억하고 설한대로 수행하고 필사한다면, 그는 석가모니불을 친견하여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직접 이 경전을 듣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 사람이 석가모니불께 공양을 올렸음을 알아야 하고, 이 사람이 석가모니불에게 착하다고 찬탄을 받는 줄 알아야 하고, 이 사람이 석가모니불께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는 이임을 알아야 하고, 이 사람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직접 당신의 옷으로 덮어주는 이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런 사람은 다시는 세속의 오욕락에 탐닉하지 않고, 외도의 경전이나 문헌을 즐겨 읽지 않으며, 또한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사악한 인물, 백정이라든가 혹은 돼지, 양, 닭, 개 등을 기르는 사람이나 사냥꾼이라든가 여자를 매매하는 무리와도 가까이 지내지 않느니라. 이 사람은 마음이 질박하고 바르게 기억하고 복덕이 갖추어졌으므로 삼독으로 인해 괴로움을 받지 않으며, 또한 질투, 아만, 삿된 교만심, 증상만에 휩싸이지도 않으니, 이 사람은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아서 능히 보현행을 닦느니라.
보현보살이여, 여래가 입멸하고 나서 이후의 5백 년 동안 어떤 사람이 『법화경』을 수지하고 독송하는 이가 있거든 그대는 응당 이렇게 생각해야 하느니라. ‘이 사람은 머지않아 도량에 나아가 마군들을 타파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그 결과 법륜을 굴리고 법고(法鼓)를 치고 법의 소라를 불고 법의 비를 내릴 것이며, 하늘과 인간의 대중들 가운데서 사자좌에 앉게 될 것이다.’
보현보살이여, 만일 후세에 이 경전을 수지하고 독송하는 이가 있다면, 이 사람은 다시는 의복, 침구, 음식 등 생활 용품을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염원하는 바가 헛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현세에서 그 복의 과보를 얻게 되리라. 어떤 사람이 그를 경멸하면서 ‘너는 미친 사람이다. 쓸데없이 이런 행동을 하니 끝내 얻는 바가 없을 것이다’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죄의 업보로 태어날 적마다 눈이 멀 것이지만, 그러나 찬탄하거나 공양을 올리는 이라면 금생에 과보가 나타나게 되리라. 또 경전을 받아 지닌 사람의 허물이나 죄악을 끄집어낸다면,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사람은 현세에 문둥병을 얻을 것이니라. 또 이 경전을 받아 지닌 이를 비웃는다면 세세생생 치아가 성글어서 부실하고, 입술은 추악하며, 코는 납작하고, 손과 다리는 비틀리며, 눈은 사팔이고, 몸에서는 악취가 나며, 악성 종기에서 고약한 피고름이 흐르고, 헛배가 부르며, 해소에 걸려서 온갖 중병이 끊이지 않으리라. 따라서 보현보살이여, 만일 이 경전을 받아 지닌 이를 보게 되면, 반드시 일어나서 멀리서부터 영접하되 마땅히 부처님처럼 공경해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보현보살권발품」을 설법하실 때 항하사 등의 한량없고 가이없는 보살이 백천만억 선(旋)다라니를 증득했으며, 삼천대천세계의 티끌처럼 한량없는 보살들이 보현의 도를 구족하게 되었다.
009_0976_a_02L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법좌에서 일어나 커다란 신통력을 나타내면서 오른손으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기겁 동안 얻기 어려운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닦아 익혀서 이제 그대들에게 부촉하나니, 그대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이 법을 널리 전하여 중생을 이롭게 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보살마하살들의 정수리를 세 번 어루만지신 다음에 말씀을 계속하셨다.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기겁 동안 얻기 어려운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닦아 익혀서 이제 그대들에게 부촉하노니, 그대들은 마땅히 이 법을 수지하고 독송하여 이 법을 널리 선포함으로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두루 알게 하여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는 대자대비하여 조금도 아끼는 바가 없고 아무런 두려움도 없어서 중생들에게 부처의 지혜ㆍ여래의 지혜ㆍ자연의 지혜를 주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여래는 일체 중생의 대시주(大施主)이니, 그대들 또한 여래의 법을 따라 배우면서 조금도 인색해서는 안 되느니라. 미래에 어떤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여래의 지혜를 믿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이 『법화경』을 설해서 알게 해야 하나니, 이는 그로 하여금 부처 지혜를 얻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불신(不信)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래의 다른 심오한 가르침을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이익을 주고 기쁘게 해야 하리라. 그대들이 만약 이렇게 한다면 부처님은 깊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니라.”
석가모니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보배 나무 아래의 사자좌 위에 앉아 계신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분신 부처님, 다보여래, 아울러 상행(上行)보살을 비롯한 가이없는 아승기 보살 대중, 사리불을 비롯한 성문 사중(四衆)들, 모든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수라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