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9_1035_a_01L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教序)1)
009_1035_a_01L大唐三藏聖教序


태종문황제제(太宗文皇帝製)
御製


대개 내가 듣건대, 하늘과 땅[二儀]은 형상[像]이 있어, 만물을 덮고 실음으로 모든 생명을 품고 있음이 드러나고, 네 계절[四時]은 형태[形]가 없어,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가며 만물을 기르는 것이 감춰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늘과 땅을 자세히 살펴봄으로, 평범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모두 하늘과 땅이 운행하는 이치의 실마리를 알게 되지만, 하늘과 땅의 이치인 음(陰)과 양(陽)을 명확히 꿰뚫어 보는 데에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그 변화의 모든 수를 다 아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하늘과 땅이 음양의 원리를 담고 있음에도, 음양의 이치를 쉽게 아는 것은 하늘과 땅이 형상이 있기 때문이요, 음양의 이치가 하늘과 땅에 담겨있을지라도 그 이치를 온전히 다 알기 어려운 것은, 음양의 변화는 형태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009_1035_a_02L蓋聞二儀有象顯覆載以含生四時 無形潛寒暑以化物是以窺天鑑地庸愚皆識其端明陰洞陽賢哲罕窮其數然而天地苞乎陰陽而易識者以其有象也陰陽處乎天地而難窮以其無形也
그러므로 하늘과 땅의 형상이 겉으로 드러나 그것을 파악할 수 있으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미혹되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고, 음양이 변화하는 모습이 감춰져 그것을 엿볼 수 없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오히려 미혹되어 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불도(佛道)는 형상이 없이 텅 빈 가르침을 숭상하고, 깊고 현묘한 진리에 오르고 완전한 고요 속의 깨달음을 이끌어서, 모든 중생을 널리 구제하고 온 세상을 맡아 다스리며, 신령한 위엄을 일으키면 위로 그 한계가 없고, 그 신묘한 힘을 억누르면 아래로 그 끝이 없으며, 그 가르침을 거시의 세계로 확장하면 우주에까지 미치고 미시의 세계로 축소하면 터럭까지도 주관하니, 소멸하는 것도 없고 생겨나는 것도 없어서 천겁(千劫)이 흘렀어도 낡지 않고, 감춰진 듯 드러난 듯 온갖 복[百福]을 주관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도다.
009_1035_a_08L故知象顯可徵雖愚不惑形潛莫睹在智猶迷況乎佛道崇虛乘幽控寂弘濟萬品典御十方擧威靈而無上抑神力而無下大之則彌於宇宙細之則攝於毫釐無滅無生歷千劫而不古若隱若顯運百福而長今
현묘한 도는 그윽하고도 그윽하여서 그것을 아무리 좇아가더라도 그 끝을 알 수가 없고, 부처님의 법이 흘러 그 적멸의 경지에 깊이 잠기니 그 법을 아무리 퍼내어도 그 근원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리석고 평범한 사람들과 초라하며 못난 사람들이, 불법의 뜻에 자신을 던지면 이 세상의 어떤 의혹도 없앨 수 있음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불교가 일어난 것은 서토(西土)를 기반으로 하였으나, 이제는 우리 당나라[漢庭]에 전해져 우리에게 희망의 환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요, 우리 중국에 부처님의 빛을 비추어 부처님의 자비가 흐르도록 한 것이다.
009_1035_a_14L妙道凝玄遵之莫知其際法流湛寂挹之莫測其源故知蠢蠢凡愚區區庸鄙投其旨趣能無疑惑者哉然則大教之興基乎西土騰漢庭而皎夢照東域而流慈
009_1035_b_02L옛날 온 세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가르침이 아직 전해지지 않아도 교화가 이루어졌으나, 현 시대에는 백성이 부처님의 덕행을 우러러보고서야 따를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이 진리의 빛으로 돌아서서 법도가 바뀌고 시대가 변화함에 이르러, 이전에는 부처님 얼굴[金容]의 찬란한 빛이 가려져서 삼천대천세계[三千]를 비추지 못하다가, 지금은 부처님의 아름다운 형상이 펼쳐지게 되어 단정하신 부처님의 32상[四八之相]을 보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의 정미한 말씀이 널리 전해져서 중생을 삼도(三途)2)에서 구제하였고, 선각자들이 남긴 가르침이 널리 전파되어 중생을 십지(十地)3)로 인도하였다. 그러나 참된 가르침은 사람들이 받들어 따르기 어렵고 그 가르침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으나, 세상에 아첨하는 가르침은 사람들이 따르기가 쉬워서 이에 참과 거짓이 얽히고설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만물의 실체가 없다는 공론[空]과 모든 현상의 본체가 있다는 유론[有]이 더러는 옛 습속을 따라 시비(是非)를 일으킨 것이고, 대승과 소승이 때때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번갈아 흥하고 망하게 된 것이다.
009_1035_a_18L昔者分形分迹之時言未馳而成化當常現常之世民仰德而知遵及乎晦影歸眞遷儀越世金容掩色不鏡三千之光麗象開圖空端四八之相於是微言廣被拯含類於三塗遺訓遐宣導群生於十地然而眞教難仰莫能一其旨歸曲學易遵邪正於焉紛糾所以空有之論或習俗而是非大小之乘乍沿時而隆替
현장(玄奘) 법사라는 분이 있는데, 법문(法門)의 제일가는 스승이다. 그는 어려서 마음이 바르고 배우는 데 민첩하여 일찍 삼공(三空)4)의 마음을 깨달았고, 커서는 그 정신과 뜻이 불교의 가르침에 부합하여 먼저 사인(四忍)5)의 수행을 감당하였다. 소나무 숲에 부는 맑은 바람[松風]과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달[水月]도 그의 맑고 아름다움 성품에는 견줄 수 없었으니, 신선이 먹는 이슬[仙露]과 찬란한 구슬[明珠]을 어찌 그의 환하고 넉넉한 모습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의 지혜는 모든 것을 통달하여 얽매임이 없고, 그의 정신도 모든 것을 헤아리며 막힘이 없어서, 이미 육진(六塵)6)을 초월하고 멀리 벗어나니, 아득한7)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와 상대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닦는 데 모든 마음을 쏟으며, 불교의 정법(正法)이 업신여겨지고 쇠퇴함을 슬퍼하였고, 불문[玄門]을 깊이 고찰하여 불법의 심오한 경문이 잘못 전해짐을 안타깝게 여겨서, 불교 경문을 조리에 따라 이치에 맞게 분석하여 전에 들은 것들을 확장하고, 잘못된 것들은 끊어내고 참된 것들을 잇게 하여, 후학들에게 올바른 길을 열어주고자 하였다.
009_1035_b_06L有玄奘法師者法門之領袖也幼懷貞敏早悟三空之心長契神情先苞四忍之行松風水月未足比其淸華仙露明珠詎能方其朗潤故以智通無累神測未形超六塵而迥出隻千古而無對凝心內境悲正法之陵遲拪慮玄門慨深文之訛謬思欲分條析理廣彼前聞截僞續眞開茲後學
이 때문에 그의 마음은 부처님이 계신 곳[淨土]으로 향하게 되어 멀리 서역(西域)으로 떠나게 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떠나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홀로 여행을 하니, 쌓인 눈이 새벽에 이리저리 날리는데 길에서 갈 곳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모래 바람이 저녁에 갑자기 일어남에 텅 빈 밖에서 갈 방향을 잃기도 하였다. 만리(萬里)를 가며 만난 산과 강을 지날 때에도 자욱한 안개와 노을을 헤치고 자신의 그림자만 보고 용감히 나아갔고, 온갖 추위와 더위 속에서도 서리를 밟고 비를 맞으며 묵묵히 앞으로 발을 디뎠다. 부처님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중히 여기고 자신의 수고는 가볍게 여기며, 자신의 깊은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곡히 구하여, 서역을 17년 동안 두루 다녔다. 그동안 불도가 전해진 지역을 모두 다니며, 정교(正教)을 묻고 구하였다.
009_1035_b_14L是以翹心淨土往遊西域乘危遠邁杖策孤征積雪晨飛途閒失地驚砂夕起空外迷天萬里山川撥煙霞而進影百重寒暑躡霜雨而前蹤誠重勞輕求深願達周遊西宇十有七年窮歷道邦詢求正教
그는 쌍림(雙林)을 지나고 팔수(八水)에 이르러, 부처님의 도를 맛보고 불도의 유풍[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녹야원[鹿苑]에 가고 영취봉[鷲峯]에 올라 부처님의 신비하고 기이한 유적들을 우러러볼 수 있었다. 그가 앞선 성인들의 지극한 가르침을 받들고 현인들의 참된 가르침을 이어받으며, 오묘한 법문을 깊이 탐구하고 심오한 가르침을 정밀하게 궁구하니, 일승(一乘)과 오율(五律)의 도(道)가 마음 밭에서 치달리며 뛰놀게 되었고, 팔장(八藏)과 삼협(三篋)의 문장[文]이 그의 입안에서 파도의 물결처럼 끊임없이 나오게 되었다. 이에 그는 자신이 지났던 나라들로부터 삼장(三藏)의 핵심 경문을 모두 모아 가지고 왔으니, 모두 657부(部)이다. 그리고 번역된 경문은 중국에 널리 배포되어, 그의 빼어난 공덕이 온 세상에 널리 전해지게 되었다.
009_1035_b_19L雙林八水味道飡風鹿苑鷲峯瞻奇仰異承至言於先聖受眞教於上賢探賾妙門精窮奧業一乘五律之道馳驟於心田八藏三篋之文波濤於口海爰自所歷之國摠將三藏要文凡六百五十七部譯布中夏宣揚勝
009_1035_c_02L그가 서역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운 구름을 이끌고 와서 중국에 불법의 비를 내리게 하니, 결함이 있었던 불교가 다시 온전해지고, 죄 가운데 고통 받던 중생이 다시 복(福)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불난 집[火宅]의 활활 타는 불꽃에 물을 뿌려서 다시는 미혹된 길로 가지 않게 한 것이고, 애욕의 캄캄한 파도에 빛을 비춰 피안(彼岸)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악(惡)을 행하면 그것으로 인해 업(業)이 생겨 지옥으로 떨어지고, 선(善)을 행하면 그것으로 인해 극락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극락에 오르고 지옥에 떨어지는 실마리는 오직 사람이 행한 것에 근거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009_1035_c_03L引慈雲於西極注法雨於東垂教缺而復全蒼生罪而還福濕火宅之乾焰共拔迷途朗愛水之昏波臻彼岸是知惡因業墜善以緣昇墜之端惟人所託
비유컨대 계수나무는 높은 산봉우리에서 자라므로 구름이 내리는 깨끗한 이슬만이 그 꽃을 적실 수 있고, 연꽃은 맑은 물결 속에서 꽃을 피우므로 날리는 티끌이 그 잎을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연꽃의 본성이 본래 깨끗하거나 계수나무의 바탕이 본래 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계수나무가 자라는 곳이 높기 때문에 탁한 것이 더럽힐 수 없는 것이요, 연꽃이 의지한 곳이 맑은 물속이기 때문에 지저분한 것이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무릇 풀과 나무가 지각이 없을지라도 오히려 좋은 조건에 의지하여 선(善)을 이루는데, 하물며 사람은 지각이 있어 복된 조건을 가지고 복을 이룰 수 없겠는가. 지금 이 경(經)이 널리 전해져서 해와 달처럼 다함없이 이어지고, 이 복(福)이 멀리 펼쳐져서 하늘과 땅과 함께 영원하고 광대하기를 바라노라.
009_1035_c_07L譬夫桂生高嶺露方得泫其花蓮出淥波飛塵不能污其葉非蓮性自潔而桂質本貞由所附者高則微物不能累所憑者淨則濁類不能沾夫以卉木無知資善而成善況乎人倫有識不緣慶而求慶方冀茲經流施將日月而無斯福遐敷與乾坤而永大


황제술성기(皇帝述聖記)8)
재춘궁일제(在春宮日製)9)
009_1035_c_14L皇太子臣治述聖記


무릇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세상에 드러내어 널리 전함에,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면 그 가르침[文]을 널리 퍼뜨리지 못하는 것이요, 불법의 심오한 가르침을 받들어 분명히 밝히는 것도, 현명한 사람이 아니면 그 뜻[旨]을 정확히 확정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개 진여(眞如)의 성스러운 가르침은 모든 불법의 궁극적 근원이요, 모든 불경이 따라야 할 본보기이다. 그 담긴 내용은 너무나 넓고 크며 그 오묘한 뜻은 너무나 아득하고 깊어서, 공(空)과 유(有)의 정밀하고 미묘한 이치도 완전히 꿰뚫게 하고, 삶과 죽음의 가장 핵심적인 진리도 체득하게 한다. 그러나 그 말씀은 너무 많고 복잡하며 그 도리는 너무 다양하고 넓어서, 불법을 찾는 자가 그 근원을 다 탐구하기 어렵고, 그 경문은 세상에 드러났어도 그 의미는 깊이 감추어져 있어, 불법을 실행하려는 자가 불법의 극의를 분명히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다.
009_1035_c_15L夫顯揚正教非智無以廣其文崇闡微言非賢莫能定其旨蓋眞如聖教諸法之玄宗衆經之軌躅也綜括宏遠奧旨遐深極空有之精微體生滅之機要詞茂道曠尋之者不究其文顯義幽履之者莫測其際
009_1036_a_02L 그러므로 부처님의 성스런 자비가 덧입혀져야 모든 중생의 업(業)이 선(善)으로 나아가고, 부처님의 신묘한 교화가 펼쳐져야 모든 세상의 인연[緣]에서 악(惡)이 끊어짐을 알게 되어, 불법의 그물[法網]이 넓게 펼쳐지고 육바라밀[六度]의 올바른 가르침이 널리 베풀어져, 모든 중생이 도탄(塗炭)에서 구원받고, 삼장(三藏)의 비밀스런 빗장[秘扃]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이름은 날개가 없어도 오래도록 세상에 전해졌고, 부처님의 도(道)는 뿌리가 없어도 영원히 견고하게 박혔으며, 부처님의 도와 이름으로 세상에 전해진 축복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감동시킨 부처님의 모습은 헤아릴 수 없는 겁이 흘러도 손상되지 않은 것이다.
009_1035_c_21L故知聖慈所被業無善而不臻妙化所敷緣無惡而不翦開法網之綱紀弘六度之正教拯群有之塗炭啓三藏之秘扃是以名無翼而長飛道無根而永固道名流慶歷䆳古而鎭常赴感應身經塵劫而不朽
새벽의 종소리[鍾]와 저녁의 게송 소리[梵], 이 두 가지 소리가 영취봉[鷲峯]에서 어우러지고, 부처님의 지혜의 빛[慧日]과 불법의 맑은 물[法流]이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돌아가 녹야원[鹿苑]에서 전해졌으니, 공중으로 치솟은 보개(寶蓋)10)는 떠도는 구름[翔雲]과 함께 나는 듯하였고, 들판의 무성한 봄 숲[春林]은 천화(天花)11)와 더불어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였다.
009_1036_a_04L晨鍾夕梵交二音於鷲峯慧日法流轉雙輪於鹿苑排空寶蓋接翔雲而共飛莊野春林與天花而合彩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서는 불교의 깊은 이치를 숭상함으로 복(福)을 받아, 옷을 늘어뜨리고 손을 꽂은 채로 있어도 온 세상이 다스려졌고, 그 덕(德)이 온 백성에게 입혀져, 공손히 옷깃을 여미고만 있어도 모든 나라가 고개를 숙이고 조공을 바쳤으며, 그 은혜가 죽은 자에까지 이르러 무덤에도 불교경전이 들어가게 되었고, 그 은택이 곤충에까지 미치어 금궤에도 불교의 게송이 담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아뇩달수(阿耨達水)12)가 중국의 중심13)에 흐르는 팔천(八川)14)과 통하게 되었고, 기사굴산(耆闍崛山:영취산)이 숭산과 화산[嵩華]의 푸른 봉우리와 맞닿게 되었다.
009_1036_a_07L伏惟皇帝陛下上玄資福垂拱而治八德被黔黎斂衽而朝萬國恩加朽石室歸貝葉之文澤及昆蟲金櫃流梵說之偈遂使阿耨達水通神甸之八川耆闍崛山接嵩華之翠嶺
가만히 생각해보면, 불법의 본성은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여, 온전히 불법에 귀의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법을 깨닫지 못하고, 지혜의 대지는 깊고 그윽하여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에만 감응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니, 어찌 칠흑 같은 혼돈의 밤을 비추는 지혜의 등불이요, 화마가 휩쓰는 아침에 내리는 불법의 은택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모든 하천은 다르게 흘러도 모두 함께 바다로 모이고, 모든 만물의 이치는 나누어졌어도 결국 모두 만물의 실재를 이루니, 어찌 탕왕[湯]과 무왕[武]의 우열을 비교하며, 요임금[堯]과 순임금[舜]의 성덕을 서로 견주겠는가.
009_1036_a_12L以法性凝寂靡歸心而不通智地玄感懇誠而遂顯豈謂重昏之夜慧炬之光火宅之朝降法雨之澤是百川異流同會於海萬區分義成乎實豈與湯武挍其優劣舜比其聖德者哉
현장(玄奘) 법사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였고 담백하고 소박한 삶에 뜻을 두었으며, 정신은 어린 나이에도 한없이 맑았고, 신체도 세상 사람들보다 빼어났다. 선방[定室]에서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깊은 바위산[幽巖]에 자취를 숨겼으며, 삼선(三禪)15)의 세계에 오르고, 십지(十地)의 수행을 차례로 수행하였으며, 육진(六塵)16)의 경계를 초월하여 홀로 부처님의 땅[迦維:인도)을 밟고, 일승(一乘)의 뜻[旨]을 깨달아 그 근기에 따라 중생을 교화하였다.
009_1036_a_18L玄奘法師者夙懷聰令立志夷簡神淸齠齔之年體拔浮華之世凝情定室匿迹幽巖拪息三禪巡遊十地超六塵之境獨步迦維一乘之旨隨機化物
009_1036_b_02L 현장은 중국에는 의거할 진경[眞文]이 없어 인도의 불경을 찾아서, 멀리 항하(恒河:갠지스 강)를 건너 불경을 가져오길 늘 바랐고, 이에 여러 차례 설산[雪嶺]을 넘어가 불경을 가져왔다. 도(道)를 물으며 인도에서 돌아오기까지 17년 세월 동안 불교 경전을 다 깨달아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에만 마음을 두게 되었다. 때문에 정관(貞觀) 19년 2월 6일 홍복사(弘福寺)에서 조칙[勅]을 받들어, 성교(聖教)의 중요한 문장을 번역하니, 모두 657부(部)이다. 이는 대해(大海)의 법류(法流)를 끌어다가 세속의 노고를 씻어서 마르지 않게 한 것이요, 지혜의 등불[智燈]을 전하여 세속의 어둠을 비춰 항상 밝게 한 것이니, 스스로 오랜 동안17) 좋은 인연을 심은 것이 아니라면, 어찌 불법의 뜻을 이렇게 드날릴 수 있었겠는가.18) 이것은 법상(法相)19)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 해ㆍ달ㆍ별[三光]의 광명처럼 분명하고, 우리 황제폐하의 복덕이 이 세상에 오는 것이 하늘ㆍ땅[二儀]의 견고함처럼 확실함을 말한 것이다.
009_1036_a_22L以中華之無質尋印度之眞文遠涉恒河終期滿字頻登雪嶺更獲半珠問道往還十有七載備通釋典利物爲心以貞觀十九年二月六日奉勅於弘福寺翻譯聖教要文凡六百五十七部引大海之法流洗塵勞而不竭傳智燈之長皎幽闇而恒明自非夂植勝緣以顯楊斯旨所謂法相常住齊三光之明我皇福臻同二儀之固
엎드려 황제폐하께서 지으신 여러 경론의 서문을 보니, 옛일을 비추어 현재를 뛰어넘게 한 것으로, 그 이치는 금석(金石)과 같이 웅장한 소리를 담고 있고, 그 문장은 풍운(風雲)이 뿌리는 은택을 간직하고 있다. 나(治:고종의 이름)는 이에 가벼운 티끌을 거대한 산악에 덧붙이듯, 이슬을 떨어뜨려 강물에 첨가하듯 내 글을 폐하의 서문에 덧붙임으로, 간략하게 그 대강(大綱)을 들어서 이 기문을 짓는다.
009_1036_b_08L伏見御製衆經論序照古騰今理含金石之聲文抱風雲之潤治輒以輕塵足墜露添流略擧大綱以爲斯記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제1권
009_1036_b_11L說無垢稱經卷第一


대당(大唐) 현장(玄奘) 한역
장순용 번역
009_1036_b_12L大唐三藏法師玄奘奉 詔譯


1.서품(序品)
009_1036_b_13L序品第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09_1036_b_14L如是我聞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1)께서 광엄성(廣嚴城:바이샬리성) 안의 암라위(菴羅衛:암라팔리) 숲에서 대비구[大苾芻]들 8천 명과 함께 머물고 계셨다.
009_1036_b_15L一時薄伽梵住廣嚴城菴羅衛林與大苾芻衆八千人俱
또 한편 보살마하살은 3만 2천 명으로, 일체 대중이 알아주는 존재였으며 대신통의 업을 이미 이루었고, 모든 부처님의 위덕이 늘 그들을 가지(加持)하고 있었다. 그들은 법의 성(城)을 잘 수호해 정법을 섭수할 수 있었으며, 그들이 내는 큰 사자후의 소리가 울려 퍼지면 그 아름다운 소리가 멀리 시방에 두루 진동하였다. 모든 중생이 일부러 청하진 않았지만 그들은 중생에게 좋은 벗[不請善友]이었다.
009_1036_b_16L菩薩摩訶薩三萬二千皆爲一切衆望所大神通業修已成辦諸佛威德常所加持善護法城能攝正法以大師子吼聲敷演美音遐振周遍十方諸衆生不請善友
또 그들은 3보의 종성(種姓)을 계승해 끊이지 않도록 했으며, 악마와 적들을 항복시키고 모든 외도(外道)2)들을 제압했다. 그리하여 모든 장애와 번뇌[蓋纏]3)를 영원히 벗어났다.
009_1036_b_21L紹三寶種能使不降伏魔怨制諸外道永離一切障及蓋纏
009_1036_c_02L그들은 정념[念]과 선정[定]과 총지(總持)4)가 원만하지 않음이 없어서 전혀 걸림이 없는 해탈지(解脫智)의 문(門)을 세웠다. 즉 단절됨이 없이 뛰어난 일체의 염혜(念慧)ㆍ등지(等持)ㆍ다라니(陀羅尼)ㆍ변재(辯才)를 얻고, 제일가는 보시(布施)ㆍ조복(調伏)ㆍ적정(寂靜)ㆍ시라(尸羅)5)ㆍ안인(安忍)ㆍ정근(正勤)ㆍ정려(靜慮)ㆍ반야(般若)와 방편선교(方便善巧)와 오묘한 원(願)바라밀ㆍ역(力)바라밀ㆍ지(智)바라밀을 획득해서 얻을 바 없는 불기법인(不起法忍)6)을 성취했다.
009_1036_b_23L念定摠持無不圓滿建立無障解脫智門逮得一切無斷殊勝念慧等持陁羅尼辯皆獲第一布施調寂靜尸羅安忍正勤靜慮般若便善巧妙願智波羅蜜多成無所得不起法忍
그들은 구르는 데 따라 결코 물러날 줄 모르는 법륜(法輪)을 능히 굴렸으며, 모습 없는 오묘한 인[無相妙印]으로 인가를 다 받았다. 그들은 근기가 뛰어난 중생과 그렇지 못한 중생을 잘 알았으며, 모든 대중을 다룰 수 있는 무소외(無所畏)를 터득했다. 그들은 이미 다함없는 복과 지혜의 자량을 쌓았다. 상호(相好)로 꾸며진 몸은 그 색상(色像)이 비할 바 없이 빼어났지만, 세간의 온갖 아름다운 장식은 버렸다. 그들의 명성은 너무나 높아서 제석천(帝釋天)을 능가했으며, 그들의 의요(意樂)가 견고한 것은 마치 금강과 같았다. 모든 불법에 대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어서 일체를 비추는 법보(法寶)의 광명을 유출하고 감로의 비를 내렸다.
009_1036_c_05L已能隨轉不退法輪咸得無相妙印所印善知有情諸根勝劣一切大衆所不能伏而能調御得無所已積無盡福智資糧相好嚴身色像第一捨諸世閒所有飾好名稱高遠踰於帝釋意樂堅固猶若金剛於諸佛法得不壞信流法寶光澍甘露雨
그들의 말씨나 음성은 미묘하기 짝이 없었으며, 법의 뜻[法義]과 광대한 연기(緣起)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했으며, 상대적인 관념의 습기[二邊見習]가 상속하는 것을 이미 끊어버렸다. 법을 펼칠 때는 어떤 두려움도 없는 것이 마치 사자후와 같았으며, 가르침[講說]은 마치 우레처럼 진동했다. 그들은 측량할 길 없는 존재였으며 측량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였으며 그들은 법보의 슬기를 모으는 데는 최고의 길잡이[大導師]였다.
009_1036_c_11L於衆言音微妙第一於深法義廣大緣已斷二邊見習相續演法無畏猶師子吼其所講說乃如雷震不可稱量過稱量境集法寶慧爲大導師
그들은 정직하고 환히 알며 온화하고 은밀했으며, 모든 법의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에도 오묘하게 통달하고 있었으며 깊고 깊은 진실한 뜻[實義]에 깊이 통달해서 중생이 유취(有趣:6道)의 길을 가든 가지 않든 그들 의지가 지향하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 들어간다. 그들은 비할 바 없는 부처님의 지혜[無等等佛智]로 관정(灌頂)7)을 받아서 10력(力)ㆍ4무외(無畏)ㆍ18불공법(不共法)에 다가갔다. 그들은 이미 악취(惡趣)의 공포를 없앴으며, 다시 험난하고 더럽고 깊은 구덩이를 초월해 영원히 연기(緣起)를 버렸지만, 금강도장(金剛刀仗)으로 온갖 유취(有趣)에 태어날 것을 늘 생각하였다. 위대한 약왕(藥王)이 된 그들은 중생의 병에 대한 치료법을 잘 알아서 중생의 병에 따라 법의 약을 주어 병을 치유하고 안식을 베풀었다.
009_1036_c_15L直審諦柔和微密妙達諸法難見難知甚深實義隨入一切有趣無趣意樂所獲無等等佛智灌頂近力無畏不共佛法已除所有怖畏惡趣復超一切險穢深坑永棄緣起金剛刀仗常思示現諸有趣生爲大醫王善知方術病與藥愈疾施安
또한 한량없는 공덕을 남김없이 성취했으며, 헤아릴 수 없는 불국토를 엄정(嚴淨)하게 하였다. 그들을 보고 들은 자 중에 이익을 받지 않은 자가 없었고 그들이 하는 일은 헛된 것이 없었으니, 설사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구지(俱胝) 나유타[那庾多] 겁 동안 그 공덕을 칭송하더라도 그 공덕은 다하지 않을 것이다.
009_1036_c_22L無量功德皆成就無量佛土皆嚴淨其見聞者無不蒙諸有所作亦不唐捐設經無量百千俱胝那庾多劫讚其功德亦不能盡
009_1037_a_02L그 보살들의 이름은 등관(等觀)보살ㆍ부등관(不等觀)보살ㆍ등부등관(等不等觀)보살ㆍ정신변왕(定神變王)보살ㆍ법자재(法自在)보살ㆍ법당(法幢:法相)보살ㆍ광당(光幢:光相)보살ㆍ광엄(光嚴)보살ㆍ대엄(大嚴)보살ㆍ보봉(寶峰:寶積)보살ㆍ변봉(辯峰:辯積)보살ㆍ보수(寶手)보살ㆍ보인수(寶印手)보살ㆍ상거수(常擧手)보살ㆍ상하수(常下手)보살ㆍ
009_1037_a_02L其名曰等觀菩薩不等觀菩薩等不等觀菩薩定神變王菩薩法自在菩法幢菩薩光幢菩薩光嚴菩薩嚴菩薩寶峯菩薩辯峯菩薩寶手菩寶印手菩薩常擧手菩薩常下手菩薩
상연경(常延頸:常慘)보살ㆍ상희근(常喜根:喜根)보살ㆍ상희왕(常喜王:喜王)보살ㆍ무굴변(無屈辯:辯音)보살ㆍ허공장(虛空藏)보살ㆍ집보거(執寶炬)보살ㆍ보길상(寶吉祥:寶勇)보살ㆍ보시(寶施:寶見)보살ㆍ제망(帝網)보살ㆍ광망(光網:明綱)보살ㆍ무장정려(無障靜慮:無緣觀)보살ㆍ혜봉(慧峰:慧積)보살ㆍ천왕(天王)보살ㆍ괴마(壞魔)보살ㆍ
009_1037_a_08L常延頸菩薩常喜根菩薩常喜王菩薩無屈辯菩薩虛空藏菩薩寶炬菩薩寶吉祥菩薩寶施菩薩網菩薩光網菩薩無障靜慮菩薩峯菩薩天王菩薩壞魔菩薩
전천(電天:電德)보살ㆍ현신변왕(現神變王:自在王)보살ㆍ봉상등엄(峰相等嚴:功德相嚴)보살ㆍ사자후(獅子吼)보살ㆍ운뢰음(雲雷音:雷音)보살ㆍ산상격왕(山相擊王:山相擊音)보살ㆍ향상(香象)보살ㆍ대향상(大香象:白香象)보살ㆍ상정진(常精進)보살ㆍ불사선액(不捨善軛:不休息)보살ㆍ묘혜(妙慧)보살ㆍ묘생(妙生)보살ㆍ연화승장(蓮花勝藏)보살ㆍ삼마지왕(三摩地王)보살ㆍ
009_1037_a_12L電天菩現神變王菩薩峯相等嚴菩薩子吼菩薩雲雷音菩薩山相擊王菩香象菩薩大香象菩薩常精進菩不捨善軛菩薩妙慧菩薩妙生菩蓮花勝藏菩薩三摩地王菩薩
연화엄(蓮花嚴:花嚴)보살ㆍ관자재(觀自在:觀世音)보살ㆍ득대세(得大勢)보살ㆍ범망(梵網)보살ㆍ보장(寶杖)보살ㆍ무승(無勝)보살ㆍ승마(勝魔)보살ㆍ엄토(嚴土)보살ㆍ금계(金髻)보살ㆍ주계(珠髻)보살ㆍ자씨(慈氏:彌勒)보살ㆍ묘길상(妙吉祥:文殊師利法王子)보살ㆍ주보개(珠寶蓋)보살 등 이와 같은 3만 2천 명의 상수(上首) 보살마하살들이었다.
009_1037_a_17L花嚴菩薩觀自在菩薩得大勢菩薩梵網菩薩寶杖菩薩無勝菩薩勝魔菩薩嚴土菩薩金髻菩薩珠髻菩薩慈氏菩薩妙吉祥菩薩珠寶蓋菩薩如是等上首菩薩摩訶薩三萬二千
009_1037_b_02L또 한편 지계범왕(持髻梵王:螺髻梵王)을 상수로 삼은 1만의 범왕8)들이 부처님께 예를 드리고 공양한 뒤 법을 듣기 위해 다른 4대주(大洲:4天下)가 속한 본무우(本無憂:Aśoka)의 계(界)로부터 와서 앉았다. 또 1만 2천의 제석천이 세존에게 예를 드리고 공양한 뒤 법을 듣기 위해 다른 4대주로부터 와서 자리에 앉았으며, 아울러 나머지 크나큰 위력을 가진 모든 하늘들[諸天]ㆍ용신(龍神)ㆍ야차[藥叉]ㆍ건달바[健達縛]ㆍ아수라[阿素洛]ㆍ가루라[揭路茶]ㆍ긴나라[緊捺洛]ㆍ마후라가[莫呼洛伽]ㆍ석(釋)ㆍ범(梵)ㆍ호세(護世) 등이 모두 와서 앉았으며, 비구[苾芻]ㆍ비구니[苾芻尼]ㆍ우바새[鄔波索迦]ㆍ우바이[鄔波斯迦]의 4부 대중들도 다 와서 앉았다.
009_1037_a_22L復有萬梵持髻梵王而爲上首從本無憂四大洲界爲欲瞻禮供養世尊及聽法故來在會坐復有萬二千天各從餘方四大洲界亦爲瞻禮供養世尊及聽法故來在會坐幷餘大威力諸天藥叉健達縛阿素洛路荼緊捺洛莫呼洛伽護世等悉來會坐及諸四衆—苾芻苾芻尼波索迦鄔波斯迦—俱來會坐
그때 세존께서는 이 헤아릴 수 없는 수십만 대중들에게 경건히 둘러싸여서 법을 설하셨다. 비유하자면 산의 왕 대보묘고산(大寶妙高山:須彌山)이 대해(大海) 위로 높이 솟아 있듯이, 뛰어난 대사자좌(大師子座)에 앉으셔서 휘황찬란한 위광(威光)을 발하셔서 모든 대중을 뒤덮었다.
009_1037_b_08L爾時世尊無量百千諸來大衆恭敬圍繞而爲說法—譬如大寶妙高山王處于大海巍然迥出—踞大師子勝藏之座顯耀威光蔽諸大衆
당시에 광엄성 안에 사는 이첨비(離呫毘:릿차비) 종족 중에 보성(寶性:寶積)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그는 이첨비 동자 500명과 함께 제각기 7보(寶)로 장식된 일산[蓋]을 하나씩 들고 암라(菴羅)숲에 있는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와 저마다 일산을 세존께 바쳤다. 일산을 바치고 나서 부처님의 두 발에 머리 숙여 절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돈 뒤 한쪽으로 물러가 앉았다.
009_1037_b_12L時廣嚴城有一菩薩離呫毘種名曰寶性與離呫毘五百童子各持一蓋七寶莊嚴往菴羅林詣如來所各以其蓋奉上世尊奉已頂禮世尊雙足右繞七帀卻住一面
부처님께서는 위신력(威神力)으로 이 7보 일산들을 한데 합쳐 하나의 7보 일산으로 만들었는데,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었으며 삼천대천세계의 광활한 모습이 7보 일산 속에 모두 나타났다.
009_1037_b_17L佛之威神令諸寶蓋合成一蓋遍覆三千大千世界而此世界廣長之相悉於中現
009_1037_c_02L 또 이 삼천대천세계 속에 있는 대보묘고산왕ㆍ일체의 설산(雪山)ㆍ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ㆍ마하목진린타산(摩訶目眞隣陀山)ㆍ향산(香山)ㆍ보산(寶山)ㆍ금산(金山)ㆍ흑산(黑山)ㆍ윤위산(輪圍山:鐵圍山)ㆍ대윤위산(大輪圍山:大鐵圍山)ㆍ큰 바다ㆍ강ㆍ냇물ㆍ샘물ㆍ연못ㆍ백 구지(俱胝)에 달하는 4대주(大洲)ㆍ해ㆍ달ㆍ별ㆍ천궁(天宮)ㆍ용궁(龍宮)과 모든 천신들의 신궁(神宮), 모든 나라의 성읍과 왕도와 마을들이 남김없이 7보 일산 속에 드러났다. 또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정법을 설하시는 것이 마치 메아리처럼 들려왔는데, 이 역시 7보 일산 속에 다 나타나고 들려왔다.
009_1037_b_19L此三千大千世界所有大寶妙高山王一切雪山目眞鄰陁山摩訶目眞鄰陁山香山寶山金山黑山輪圍山大輪圍山江河陂泉池沼及百俱胝四大洲星辰天宮龍宮諸尊神宮諸國邑王都聚落如是皆現此寶蓋十方界諸佛如來所說正法皆如響應於此蓋內無不見聞
대중들은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보고 기뻐 뛰면서 일찍이 볼 수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며 모두들 합장하고 예배한 뒤에 세존의 존귀한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고요히 앉아 있었다.
009_1037_c_04L時諸大衆睹佛神力歡喜踊躍歎未曾有合掌禮佛瞻仰尊顏目不暫捨默然而住
그때 보성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들어 합장하고서 경건히 예배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오묘한 게송[伽他]을 읊었다.
009_1037_c_07L爾時寶性卽於佛前右膝著地合掌恭敬以妙伽他而讚佛曰

청정한 눈은 빛나고 묘하며 단정하게 꾸며져
마치 푸른 연꽃잎처럼 깨끗하구나.
이미 제일의(第一義)9)의 청정한 의요(意樂)를 증득했으며
뛰어난 삼매[奢摩陀]로 피안에 이르셨네.
009_1037_c_09L目淨脩廣妙端嚴
皎如靑紺蓮花葉
已證第一淨意樂
勝奢摩陁到彼岸

가없는 청정한 업(業) 오래 쌓아서
광대하고 뛰어난 영예를 얻으셨네.
오묘한 열반의 길로 인도하시는
대사문(大沙門)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
009_1037_c_11L久積無邊淸淨業
獲得廣大勝名聞
故我稽首大沙門
開導希夷寂路者

대성(大聖)께선 이미 신통변화 보이셔서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국토 나타내시니
그 속에서 모든 부처님 하시는 설법
여기에서 모두 다 듣고 봅니다.
009_1037_c_13L旣見大聖以神變
普現十方無量土
其中諸佛演說法
於是一切悉見聞

법왕(法王)의 법력(法力)은 무리 가운데서 뛰어나니
일체 중생에게 늘 법의 재물[法財]10)로써 베푸십니다.
온갖 법의 모습 능히 잘 분별하면서도
제일의(第一義)를 관하여 원수와 적을 꺾습니다.
009_1037_c_15L法王法力超群生
常以法財施一切
能善分別諸法相
觀第一義摧怨敵

이미 모든 법에 대해 자유자재하시니
이 때문에 법왕(法王)께 큰절합니다.
법은 유(有)도 아니고 무(無)도 아니며
모두가 인연으로 건립됐을 뿐
나[我]도 없고 짓는 자[造者]도 없고 받는 자[受者]도 없지만
선악의 업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네.
처음 불수(佛樹:보리수) 아래에서 마(魔)의 세력을 꺾으셔서
감로와 열반의 뛰어남과 보리를 성취하셨네.
009_1037_c_17L已於諸法得自在
是故稽首此法王
說法不有亦不無
一切皆得因緣立
無我無造無受者
善惡之業亦不亡
始在佛樹降魔力
得甘露滅勝菩提

이 경지는 마음과 뜻으로는 지각[受]하거나 행할 수도 없는지라
모든 외도와 사도(邪道)들은 측량할 길 없습니다.
대천세계(大千世界)에 세 번 법륜(法輪)을 굴리셨는데11)
그 법륜은 적멸할 뿐만 아니라 본성도 적멸하네.
009_1037_c_21L此中非心意受行
外道群邪所不測
三轉法輪於大千
其輪能寂本性寂

이 보기 드문 법의 지혜를 천신과 인간이 증득하니
그에 따라 삼보가 세상에 출현하였네.
이 묘한 법으로 제도 받은 뭇 중생들
헛된 상념과 두려움 없어져 항상 고요하고 평화롭구나.
009_1037_c_23L希有法智天人證
三寶於是現世閒
以斯妙法濟群生
無思無怖常安寂
009_1038_a_02L
생로병사의 고통을 치유한 위대한 의왕(醫王)이시니
그 가없는 공덕의 바다에 큰절합니다.
여덟 가지 법12)에 흔들리지 않음은 마치 수미산 같고
착한 자와 착하지 않은 자 누구에게나 자비와 연민 베푸시네.
009_1038_a_02L度生老死大醫王
稽首無邊功德海
八法不動如山王
於善不善俱慈愍

그 마음의 작용 항상 허공처럼 평등함을 유지하니
누구인들 이 능인(能仁:人寶)을 공경하지 않으랴.
이제 이 보잘것없는 7보 일산 세존께 바치고 나니
그 속에다 삼천대천세계 전체를 드러내시고
여러 천신과 인간, 용신 및 궁전들도 나타내시니
그러기에 그 지견공덕신(智見功德身)께 큰절합니다.
009_1038_a_04L心行如空平等住
孰不承敬此能仁
以斯微蓋奉世尊
於中普現三千界
諸天龍神宮殿等
故禮智見功德身

세상의 모든 것 다 빛과 그림자 같은 것임을
10력(力)의 신통변화로써 보여 주시니
대중들은 일찍이 없던 일이라 경탄하고 보면서
그 때문에 10력대지견(力大智見)께 큰절합니다.
모인 대중들 위대한 석가모니 우러러보니
마음에 청정한 믿음 생기지 않는 자 없네.
009_1038_a_07L十力神變示世閒
一切皆如光影等
衆睹驚歎未曾有
故禮十力大智見
衆會瞻仰大牟尼
靡不心生淸淨信

저마다 세존께서 눈앞에 있음을 보니
이것이 바로 여래만이 갖고 있는 특성[不共相]이라네.
부처님께서는 한 소리[一音]로 법을 설하시지만
중생은 그 품류에 따라 제각기 이해하네.
009_1038_a_10L各見世尊在其前
斯則如來不共相
佛以一音演說法
衆生隨類各得解

그러면서도 세존께서는 말씀을 똑같이 한다고 하시니
이것이 바로 여래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네.
부처님께서는 한 소리로 법을 설하시지만
중생들은 저마다 자기 처지에 따라 이해하여
그 가르침에 따른 실천으로 널리 이로움을 얻으니
이것이 바로 여래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네.
009_1038_a_12L皆謂世尊同其語
斯則如來不共相
佛以一音演說法
衆生各各隨所解
普得受行獲其利
斯則如來不共相

부처님께서는 한 소리로 법을 설하시지만
어떤 이는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기뻐하며
어떤 이는 싫증을 내며 어떤 이는 의심을 끊으니
이것이 바로 여래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네.
009_1038_a_15L佛以一音演說法
或有恐畏或歡喜
或生厭離或斷疑
斯則如來不共相

십력제용맹(十力諦勇猛)께 큰절합니다.
어떤 두려움도 없는 경지[無所畏]를 터득하신 분께 큰절합니다.
결정코 불공법(不共法)에 도달하신 분께 큰절합니다.
일체를 이끄시는 스승님께 큰절합니다.
모든 결박을 끊으실 수 있는 분께 큰절합니다.
이미 피안에 도달해 확고히 머물러 계신 분께 큰절합니다.
고통 받는 중생을 널리 구원하시는 분께 큰절합니다.
009_1038_a_17L稽首十力諦勇猛
稽首已得無怖畏
稽首至定不共法
稽首一切大導師
稽首能斷衆結縛
稽首已住於彼岸
稽首普濟苦群生

더 이상 생사(生死)의 길에 들지 않는 분께 큰절합니다.
중생들과 6도(道)의 길 함께하지만
마음은 6도에서 훌륭히 해탈하셨네.
석가모니께서 이처럼 공(空)을 잘 닦으신 것은
마치 연꽃이 물에 젖지 않는 것과 같아라.
009_1038_a_21L稽首不依生死趣
已到有情平等趣
善於諸趣心解脫
牟尼如是善修空
猶如蓮花不著水

일체의 모습 버려도 버린 것 없고
일체의 바람[願] 채워도 바란 것 없네.
그 대위신력,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으니
마치 허공처럼 아무 데도 머물지 않는 분께 큰절합니다.
009_1038_a_23L一切相遣無所遣
一切願滿無所願
大威神力不思議
稽首如空無所住
009_1038_b_02L
이때 보성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이 게송을 설한 뒤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500명의 젊은 보살들은 이미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그들 모두는 내게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것에 관해 물었습니다. 여래께서 가엾이 여겨 청정한 불국토의 모습을 설해 주시길 진정으로 원합니다. 보살의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수행이란 어떤 것입니까?”
009_1038_b_02L爾時寶性說此伽他讚世尊已復白佛言如是五百童子菩薩皆已發趣阿耨多羅三藐三菩提彼咸問我嚴淨佛土唯願如來哀愍爲說淨佛土云何菩薩修淨佛土
보성이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성이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대가 이제 보살들을 위해 여래에게 청정한 불국토의 모습에 관해 묻고, 또 보살의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수행에 관해 묻는구나.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겠으니, 그대들은 잘 듣고 명심하여라.”
009_1038_b_07L作是語已寶性善哉善哉汝今乃能爲諸菩薩請問如來淨佛土相及問菩薩修淨佛土汝今諦聽善思念之當爲汝等分別解說
그러자 보성과 모든 보살이 답했다.
“좋습니다. 세존이시여, 법을 설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이제 모두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009_1038_b_11L於是寶性及諸菩薩咸作是言善哉世尊唯願爲說我等今者皆希聽受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의 국토가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다. 왜냐하면 선남자들아, 모든 보살은 중생들의 발전[增長]과 이익에 따라, 그만큼의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攝受]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갖가지 청정한 공덕을 일으키는 데 따라 그만큼의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이 같은 청정불국토에 들어감으로써 얼마나 조복(調伏)되는가에 따라 그만큼의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이 같은 청정불국토에 들어감으로써 부처님의 지혜를 얼마나 깨닫는가에 따라 그만큼의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이 같은 청정불국토에 들어감으로써 성스러운 근기의 행을 얼마나 일으키는가에 따라 그만큼의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009_1038_b_13L爾時世尊告衆菩薩諸有情土是爲菩薩嚴淨佛土所以者何諸善男子一切菩薩隨諸有情增長饒益卽便攝受嚴淨佛土隨諸有情發起種種淸淨功德卽便攝受嚴淨佛土隨諸有情應以如是嚴淨佛土而得調伏卽便攝受如是佛土隨諸有情應以如是嚴淨佛土悟入佛智卽便攝受如是佛土隨諸有情應以如是嚴淨佛土起聖根行卽便攝受如是佛土
009_1038_c_02L그 이유는 무엇인가? 선남자들아, 보살이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는 것은 모두 중생의 이익과 발전을 위하고 또 갖가지 청정한 공덕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남자들아, 예컨대 빈 땅에다 집을 지어 마음껏 걸림 없이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땅에서는 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허공에서는 끝내 불가능할 것이다. 보살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일체의 법이 허공 같음을 알지만 오직 중생의 이익과 발전을 위하고 청정한 공덕을 낳게 하기 위해 그만큼의 불국토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는 것은 허공에서는 불가능하다.
009_1038_b_23L所以者何諸善男子菩薩攝受嚴淨佛土皆爲有情增長饒益發起種種淸淨功德諸善男子譬如有人欲於空地造立宮室或復莊嚴隨意無㝵若於虛空終不能成菩薩如是知一切法皆如虛空唯爲有情增長饒益生淨功德卽便攝受如是佛土攝受如是淨佛土者非於空也
또 보성아,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무상보리심(無上菩提心)을 일으키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대승에 대한 마음을 일으킨 모든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마음의 지향[意樂]을 순수하게 하는 그 터전이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아첨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8_c_08L復次寶性汝等當知發起無上菩提心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一切發起大乘有情來生其國純意樂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所有不諂不誑有情來生其國
훌륭히 가행(加行)하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훌륭히 가행을 일으키고 주지(住持)하는 모든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마음을 고결하게 하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착한 법을 구족하고 성취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8_c_14L善加行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發起住持妙善加行一切有情來生其國上意樂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具足成就善法有情來生其國
보시(布施)를 실천하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일체의 재법(財法)을 버릴 수 있는 모든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청정한 계율(戒律)을 닦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열 가지 선행의 길을 원만히 성취한 순수한 마음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8_c_19L修布施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一切能捨財法有情來生其國修淨戒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圓滿成就十善業道意樂有情來生其國
009_1039_a_02L 안인(安忍:忍辱)을 닦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그 몸을 32가지 상으로 아름답게 장엄하고 인욕[堪忍]과 온유함과 적정(寂靜)을 닦은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정진(精進)을 닦는 그 터전이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용맹정진으로 모든 선행을 닦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8_c_24L修安忍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三十二相莊嚴其身堪忍柔和寂靜有情來生其國修精進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諸善勇猛精進有情來生其國
정려(靜慮)를 닦는 그 터전이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정념(正念)ㆍ정지(正知)ㆍ정정(正定)을 완벽하게 성취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반야(般若)를 닦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이미 정정에 들어간 일체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9_a_06L修靜慮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具足成就正念正知正定有情來生其國修般若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一切已入正定有情來生其國
4무량(無量)의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늘 사랑[慈]ㆍ연민[悲]ㆍ기쁨[喜]ㆍ버림[捨]으로써 살아온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4섭사(攝事)의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모든 해탈에 의해 거둬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교묘한 방편의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온갖 법을 능숙히 잘 관찰하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9_a_11L四無量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常住慈悲喜捨有情來生其國四攝事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諸有解脫所攝有情來生其國巧方便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善巧觀察諸法有情來生其國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일체의 4념처[念住]ㆍ4정근[正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道支]에 통달하여 원만해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회향(廻向)을 닦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그 나라는 뭇 공덕의 장엄을 구족할 것이다.
009_1039_a_17L修三十七菩提分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通達一切住正斷神足覺支道支圓滿有情來生其國修迴向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其國具足衆德莊嚴
009_1039_b_02L 8난처[無暇土]13)를 없애는 것을 잘 설하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그 나라는 3악취(惡趣)와 8난처에서 영원히 벗어날 것이다. 스스로 계행을 지키고 남을 비방하지 않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얻을 때 그 나라는 범죄나 금지라는 이름조차 없을 것이다.
009_1039_a_23L善說息除八無暇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其國永離惡趣無暇自守戒行不譏彼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其國無有犯禁之名
열 가지 선행의 길을 닦는 지극히 청정한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수명의 양이 결정되고 크게 부유하며 고결한 행동[梵行]을 하며 그 말이 진실되고 늘 부드럽게 말하며, 권속들을 이간질하지 않고 은밀한 뜻[密意]을 잘 선양하고 모든 탐욕에서 벗어나 있고 성내는 마음이 없는 정견(正見)을 가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9_b_04L十善業道極淸淨土是爲菩薩嚴淨佛土菩薩證得大菩提時壽量決定大富梵行所言誠諦常以軟語眷屬不離善宣密意離諸貪欲心無瞋恚正見有情來生其國
선남자들아, 이처럼 보살이 보리심을 일으키면 그에 따라 의요(意樂)가 순수하고 청정해진다. 의요가 순수하고 청정해지면 그에 따라 오묘하고 선한 가행(加行)이 있게 된다. 오묘하고 선한 가행이 있으면 그에 따라 의요는 더욱 증장한다. 의요가 더욱 증장하면 그에 따라 그치고 쉼[止息]이 있게 된다. 그치고 쉼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발기(發起)가 있게 된다. 발기(發起)가 있게 되면 그에 따라 회향(迴向)이 있게 된다. 회향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적정(寂靜)이 있게 된다. 적정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청정한 중생이 있게 된다.
009_1039_b_09L諸善男子如是菩薩隨發菩提心則有純淨意樂隨其純淨意樂則有妙善加行隨其妙善加行則有增上意隨其增上意樂則有止息隨其止息則有發起隨其發起則有迴向其迴向則有寂靜隨其寂靜則有淸淨有情
청정한 중생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장엄 청정한[嚴淨] 불국토가 있게 된다. 장엄 청정한 불국토가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청정한 법의 가르침이 있게 된다. 청정한 법의 가르침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오묘한 복이 있게 된다. 청정하고 오묘한 복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슬기[慧]가 있게 된다. 청정하고 묘한 슬기가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지혜[智]가 있게 된다. 청정하고 묘한 지혜가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행(行)이 있게 된다. 청정하고 묘한 행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한 스스로의 마음[自心]이 있게 된다. 청정한 스스로의 마음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온갖 공덕이 있게 된다.
009_1039_b_16L隨其淸淨有情則有嚴淨佛隨其嚴淨佛土則有淸淨法教其淸淨法教卽有淸淨妙福隨其淸淨妙福則有淸淨妙慧隨其淸淨妙慧則有淸淨妙智隨其淸淨妙智則有淸淨妙行隨其淸淨妙行則有淸淨自心隨其淸淨自心則有淸淨諸妙功德
009_1039_c_02L선남자들아, 따라서 보살이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수행을 부지런히 닦고자 한다면 먼저 방편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청정하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들 스스로의 마음이 청정해지는 데 따라서 불국토도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009_1039_b_23L諸善男子是故菩薩若欲勤修嚴淨佛土先應方便嚴淨自心所以者何隨諸菩薩自心嚴淨卽得如是嚴淨佛土
그때 부처님의 위신력에 영향을 받은 사리불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보살들 마음이 청정해지기 때문에 불국토가 청정해진다면 우리 세존께서 보살 수행을 하실 때 얼마나 마음이 청정하지 못했기에 이 불국토가 이토록 더러움으로 오염됐을까?’
009_1039_c_04L爾時舍利子承佛威神作如是念諸菩薩心嚴淨故佛土嚴淨而我世尊行菩薩時心不嚴淨故是佛土雜穢若此
부처님께서 사리불의 생각을 알아차리시고 즉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간의 해와 달이 깨끗하지 않아서 장님이 보지 못하겠느냐?”
사리불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것은 장님의 잘못이지 해와 달의 허물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존의 불국토가 청정하게 장엄되지 못한 것도 여래의 허물이 아니며 중생의 죄 때문이다. 사리불아, 내 땅은 청정하지만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이다.”
009_1039_c_08L佛知其念卽告之言於意云世閒日月豈不淨耶而盲不見不也是盲者過非日月咎佛言衆生罪故不見世尊佛土嚴淨如來咎舍利子我土嚴淨而汝不見
이때 지계범왕(持髻梵王)이 사리불에게 말했다.
“세존의 불국토가 청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세존의 불국토야말로 가장 청정하기 때문입니다.”
009_1039_c_12L爾時持髻梵王語舍利子勿作是意謂此佛土爲不嚴淨所以者何如是佛土最極嚴淨
사리불이 말했다.
“대범천왕이여, 지금 이곳의 불국토가 청정하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지계범왕이 말했다.
“사리자여, 비유하자면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이 한량없는 보배 공덕으로 장엄되어 있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세존이신 석가모니불의 땅이 청정하여 한량없는 보배 공덕으로 장엄된 것이 바로 타화자재천궁과 같습니다.”
009_1039_c_15L舍利子言大梵天王今此佛土嚴淨云何持髻梵言利子譬如他化自在天宮有無量寶功德莊嚴我見世尊釋迦牟尼佛土嚴淨有無量寶功德莊嚴亦復如是
사리불이 말했다.
“대범천왕이여, 제가 보기에 이 땅은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습니다. 언덕과 구덩이 그리고 모래와 자갈, 흙과 돌로 이루어진 산들은 온갖 더러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009_1039_c_19L舍利子言大梵天王我見此土其地高下—丘陵坑坎毒刺沙礫土石諸山—穢惡充滿
009_1040_a_02L지계범왕이 말했다.
“대존자여, 그대의 마음에 높고 낮음이 있어 청정하지 못한 까닭에 부처님의 지혜와 의요(意樂)에도 높고 낮음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대에겐 불국토가 청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 것입니다. 만약 보살들이 중생에 대해 지니는 마음이 평등하고 공덕이 청정하다면 부처님의 지혜와 의요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내 불국토가 지극히 청정하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입니다.”
009_1039_c_22L持髻梵言大尊者心有高下不嚴淨故謂佛智慧意樂亦爾故見佛土爲不嚴淨若諸菩薩於諸有情其心平等功德嚴淨謂佛智慧意樂亦爾便見佛土最極嚴淨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에 망설임이 있는 걸 아시고서 발가락으로 대지를 누르셨다. 그러자 즉시 삼천대천세계가 헤아릴 수 없는 수십만의 묘한 보배로 장엄된 세계로 변했는데, 마치 공덕보장엄불(功德寶莊嚴佛)이 한량없는 공덕의 보배로 장엄한 것 같았다. 모든 대중들은 경이감에 차서 찬탄하였으며,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보배 연꽃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009_1040_a_03L爾時世尊知諸大衆心懷猶豫便以足指按此大地卽時三千大千世界無量百千妙寶莊嚴譬如功德寶莊嚴佛無量功德寶莊嚴土一切大衆歎未曾有而皆自見坐寶蓮花
그러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온갖 공덕으로 장엄한 이 청정한 불국토를 보느냐?”
사리불이 대답했다.
“예, 봅니다. 세존이시여, 결코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청정하게 장엄된 불국토가 지금 모두 드러났습니다.”
009_1040_a_08L爾時世尊告舍利子汝見如是衆德莊嚴淨佛土不舍利子言唯然世尊本所不見本所不聞今此佛土嚴淨悉現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불국토는 항상 이렇게 청정하다. 다만 여래는 열등한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해 수많은 잘못과 더러움으로 오염된 땅을 보일 뿐이다. 사리불아, 비유하자면 삼십삼천의 천신들은 모두 단일한 보배 그릇으로 음식을 먹지만 저마다 쌓아온 업의 차이에 따라 제각기 취하는 음식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사리불아, 한량없는 중생이 동일한 불국토에 나지만 그들 자신의 마음이 깨끗한가, 더러운가에 따라서 불국토를 보는 데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만약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다면 그 즉시 이 땅이 한량없는 공덕의 묘한 보배로 장엄되어 있음을 볼 것이다.”
009_1040_a_12L告舍利子我佛國土常淨若此爲欲成熟下劣有情是故示現無量過失雜穢土耳舍利子譬如三十三天共寶器食隨業所招其食有異舍利子無量有情生一佛土隨心淨穢所見有異若人心淨便見此土無量功德妙寶莊嚴
부처님께서 이 청정한 불국토를 나타내 보이실 때, 보성이 데리고 온 500명의 청년들은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만 4천의 중생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無上正等覺心]의 마음을 일으켰다.
009_1040_a_18L當佛現此嚴淨土時寶性所將五百童子一切皆得無生法忍八萬四千諸有情類皆發無上正等覺心
그때 부처님 세존께서 신족(神足)을 거두시자 세계는 다시 전과 같아졌다. 그리하여 3만 2천 명의 성문승을 추구하는 자와 수많은 천신과 인간들은 모두 유위법(有爲法)의 무상함을 알고서 티끌의 더러움을 멀리 여의어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8천 비구들도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어서 마음을 훌륭히 해탈하였다.
009_1040_a_21L時佛世尊卽攝神足於是世界還復如故求聲聞乘三萬二千諸天及人知有爲法皆悉無常遠塵離垢得法眼淨八千苾芻永離諸漏心善解脫
009_1040_b_02L2.현부사의방편선교품(顯不思議方便善巧品)
009_1040_b_02L說無垢稱經顯不思議方便善巧品第二

당시 광엄성 안에 이첨비 종족의 대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을 무구칭(無垢稱:維摩詰)이라 하였다. 그는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여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깊이 심었으며, 묘한 변재를 얻었으며 무생법인을 성취했다. 모든 총지를 체득해서 신통에 유희하였으며,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경지[無所畏]를 터득해 마군과 원수[魔怨]의 세력을 꺾었다.
009_1040_b_03L爾時廣嚴城中有大菩薩離呫毘種名無垢稱已曾供養無量諸佛於諸佛所深殖善根得妙辯才具無生忍逮諸摠持遊戲神通獲無所畏摧魔怨力
법문(法門)에 깊이 정통하고, 지혜의 바라밀을 성취하고, 방편에도 통달했으며, 크나큰 서원[大願]을 원만히 성취했다. 그리하여 중생의 의요(意樂)와 행실도 훤히 요달했으며, 또한 중생 근기의 뛰어남과 하열함도 잘 알았고, 지혜바라밀을 성취하여 설법을 능숙하게 했다. 결정코 대승 속에서 닦아 익혔으며, 지어진 업에 대해서도 사량(思量)을 능히 잘했다. 그는 부처님의 위의(威儀)에 머물렀으며, 마음은 슬기의 바다[慧海]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감탄하면서 널리 칭찬하고 말씀을 나타냈으며, 제석천[釋]ㆍ범천[梵]ㆍ사천왕[護世]이 늘 예를 드리고 공경하였다.
009_1040_b_08L入深法門善於智度通達方便大願成滿明了有情意樂及行善知有情諸根勝劣智度成辦說法淳熟於大乘中決定修習於所作業能善思量住佛威儀入心慧海諸佛咨嗟稱揚顯說護世常所禮敬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해 무구칭은 훌륭한 방편으로 광엄성에서 살았다.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을 구제해 주기 위한 그의 재물은 결코 고갈될 줄 몰랐으며, 금기를 범하거나 한도를 넘은 자들을 돌보기 위해 청정한 계율을 지켰으며, 난폭하고 성내고 질투하고 악랄한 이들을 다스리기 위해 인내와 자기 통제를 잘 하였으며, 모든 게으르고 나태한 자들을 다스리기 위해 대정진(大精進)을 하였으며, 일체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선정(禪定)ㆍ정념(正念)ㆍ해탈(解脫)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14)에 편안히 머물렀으며, 모든 중생의 어지러운 마음을 바른 결택(決擇)으로써 거두었으며 일체의 잘못된 생각[妄見]과 나쁜 지혜를 거두었다.
009_1040_b_13L爲欲成熟諸有情故以善方便居廣嚴城具無盡財攝益貧窮無依無怙具淸淨戒攝益一切有犯有越以調順忍攝益瞋恨暴嫉楚毒以大精進攝益一切懈怠懶墯安住靜慮正念解脫等持等至攝益一切諸有亂心以正決擇攝益一切妄見惡慧
009_1040_c_02L비록 속인이었지만 사문의 위의와 공덕을 갖췄으며, 비록 집에서 살았지만 삼계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아내와 자식이 있었지만 늘 청정한 행실을 닦았다. 딸린 권속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늘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했고, 보석으로 장식한 옷을 입었지만 늘 상호(相好)로써 그 몸을 장엄했고, 비록 음식을 먹고 마시긴 했지만 늘 선정과 등지의 맛을 섭취했다. 비록 바둑, 장기 같은 오락을 중생들과 함께 즐겼지만 실제로는 늘 그들을 성숙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비록 일체 외도의 궤의(軌義)를 품수 받았어도 불법을 즐기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일체 세간의 모든 경서와 논(論)에 밝았어도 집안의 정원[內苑]에서는 늘 법의 즐거움을 음미하였다.
009_1040_b_20L雖爲白衣而具沙門威儀功德雖處居家不著三界示有妻子常修梵行現有眷屬常樂遠離雖服寶飾而以相好莊嚴其身雖現受食而以靜慮等至爲味雖同樂著博弈嬉戲而實恒爲成熟有情雖稟一切外道軌儀而於佛法意樂不壞雖明一切世閒書論而於內菀賞玩法樂
마을의 모든 집회에 나가서도 늘 최고의 설법자로 존경받았으며, 존귀함과 비천함에 대한 세상의 가르침을 따르면서도 하는 일에는 늘 빈틈이 없었으며, 세간의 재물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세속의 이익에 대해 익힌 바가 있었다.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저자와 거리에 나가 노닐었으며, 중생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정사(政事)를 다스렸으며, 법을 강론하는 곳에 들어가서는 대승으로 인도했으며, 어린이를 깨우쳐 주기 위해 학당(學堂)에 들어갔으며, 욕망의 지나침을 보여 주기 위해 음란한 곳에도 들어갔다. 술을 마셔도 정념(正念)과 정지(正知)를 잃지 않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유흥가에서 노닐었다.
009_1040_c_05L雖現一切邑會衆中而恒爲最說法上首爲隨世教於尊卑等所作事業示無與乖雖不希求世閒財寶然於俗利示有所習爲益含識遊諸市衢爲護群生理諸王務入講論處導以大乘入諸學堂誘開童蒙入諸婬舍示欲之過爲令建立正念正知遊諸伎樂
장자들 가운데 있으면 장자들의 어른이 되어서 그들에게 뛰어난 법을 설해 주었고, 거사들 가운데 있으면 거사들의 어른이 되어서 그들의 탐욕과 집착을 끊었으며, 찰제리(刹帝利) 가운데 있으면 찰제리의 어른이 되어서 인욕을 가르쳤고, 바라문 가운데 있으면 바라문의 어른이 되어서 아만(我慢)을 없애 주었고, 대신(大臣) 가운데 있으면 대신들의 어른이 되어서 정법으로 가르쳤고, 왕자들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충효(忠孝)로써 보여 주었다.
009_1040_c_12L若在長者長者中尊爲說勝法若在居士居士中尊斷其貪著若在剎帝利剎帝利中尊教以忍辱若在婆羅門婆羅門中尊除其我慢若在大臣大臣中尊教以正法若在王子王子中尊示以忠孝
내관 가운데 있으면 내관들의 어른이 되어서 궁녀들을 올바르게 교화했고, 서민들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상사(相似)한 복덕의 뛰어난 의요(意樂)를 수행했으며, 범천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모든 대중들에게 정려(靜慮)의 차별을 보여 주었고, 제석천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모든 무상함을 다 자재하게 나타내 보였고, 호세(護世) 가운데 있으면 호세의 어른이 되어서 일체의 이익과 안락을 수호했다. 이처럼 무구칭은 불가사의하고 한량없는 능숙한 방편의 지혜문[慧門]으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었다.
009_1040_c_17L若在內官內官中尊化正宮女若在庶人庶人中尊修相似福殊勝意樂若在梵天梵天中尊示諸梵衆靜慮差別若在帝釋帝釋中尊示現自在悉皆無常若在護世護世中尊守護一切利益安樂
009_1041_a_02L무구칭은 이 같은 방편으로 몸에 병을 나타내었다. 그러자 그 병 때문에 국왕ㆍ대신ㆍ장자ㆍ거사ㆍ바라문과 왕자들 및 나머지 관청 안의 권속들 수천 명이 모두 와서 문병을 하였다.
009_1040_c_23L是無垢稱以如是等不可思議無量善巧方便慧門饒益有情其以方便現身有疾以其疾故國王大臣長者居士婆羅門等及諸王子幷餘官屬無數千人皆往問疾
무구칭은 그들이 도착하자 몸의 병을 이유로 널리 법을 설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4대(大)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이 몸은 강하지도 굳세지도 못하고 힘도 없는 무상한 것입니다. 너무나 빨리 썩기 때문에 믿고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통스럽고 번뇌스러운 온갖 병의 그릇으로서 허물과 근심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어진 이들이여, 이 같은 몸은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이 의지할 바가 못 됩니다.
009_1041_a_04L時無垢稱因以身疾廣爲說法仁者是四大種所合成身無常無强無堅無力朽故迅速不可保信爲苦爲惱衆病之器多諸過患變壞之法諸仁者如此之身其聰慧者所不爲
이 몸은 붙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거품 덩어리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포말 같은 것이며, 이 몸은 많은 번뇌와 갈애(渴愛)로부터 생겨난 아지랑이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알맹이 없는 파초와 같은 것이며, 이 몸은 뒤바뀜[顚倒]으로부터 생겨난 허깨비[幻] 같은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하게 나타난 꿈과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업의 인연[業緣]에 따라 나타나는 그림자 같습니다.
009_1041_a_10L是身如聚沫不可撮摩是身如浮泡不得久立是身如陽焰從諸煩惱渴愛所生是身如芭蕉都無有實身如幻從顚倒起是身如夢爲虛妄是身如影從業緣現
이 몸은 인연 따라 생기는 메아리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순식간에 변하면서 사라지는 구름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순간순간 변하여 소멸되는 번개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주인이 없는 것이 마치 땅과 같으며, 이 몸은 나[我]라는 것 없는 것이 마치 물과 같으며, 이 몸은 정(情)이 없는 것이 마치 불과 같으며, 이 몸은 목숨이 없는 것이 마치 바람과 같으며, 이 몸은 보특가라(補特伽羅)15)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습니다.
009_1041_a_14L是身如響屬諸因緣是身如雲須臾變滅是身如電念念不住是身無主爲如地是身無我爲如水是身無有情爲如火身無命者爲如風是身無有補特伽羅與虛空等
009_1041_b_02L이 몸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4대(大)로 집을 삼으며, 이 몸은 텅 비어서 나[我]와 내 것[我所]을 여의었으며, 이 몸은 지성이 없는 것이 마치 초목과 같으며, 이 몸은 지음[作]이 없어서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이 몸은 청정하지 않아서 더러움과 악으로 가득 찼으며, 이 몸은 거짓된 것이니 비록 임시로 입고 먹고 마시면서 기르고 있긴 하지만 끝내는 부서져 사라지는 것이며, 이 몸은 우환이 많으니 404가지의 병들이 모인 곳이며, 이 몸은 부서지기 쉬우니 오래된 우물이 말라붙듯이 늘 노쇠함의 핍박을 받으며, 이 몸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서 반드시 죽게 마련이며, 이 몸은 원수의 해침과 같으니 독사가 가득 차서 두루하는 곳이며, 이 몸은 빈 마을과 같으니 온(蘊)ㆍ처(處)ㆍ계(界)가 합성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009_1041_a_19L是身不實四大爲家身爲空離我我所是身無知如草木是身無作風力所轉是身不淨穢惡充滿是身虛僞雖假覆蔽飮食將養必歸磨滅是身多患四百四病之所集成是身易壞如水隧級常爲朽老之所逼迫是身無定爲要當死身如怨害周遍毒蛇之所充滿是身如空聚諸蘊界處所共合成
어진 이들이여, 이러한 몸에 대해서는 마땅히 싫어하여 벗어나려고 해야 하며, 여래의 몸에 대해서는 기뻐하는 마음을 내야 한다.
009_1041_b_04L諸仁者於如是身應生厭離於如來身應起欣樂
왜냐하면 여래의 몸은 한량없는 선법(善法)이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뛰어난 복덕과 지혜를 헤아릴 수 없이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뛰어난 계율[戒]ㆍ선정[定]ㆍ지혜[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知見)을 헤아릴 수 없이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를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보시ㆍ조복(調伏)ㆍ적정(寂靜)ㆍ계(戒)ㆍ인(忍)ㆍ정진(精進)ㆍ정려(靜慮)ㆍ해탈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ㆍ반야ㆍ방편ㆍ원(願)ㆍ역(力)ㆍ지(智)를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009_1041_b_06L所以者何如來身者無量善法共所集成從修無量殊勝福德智慧所生從修無量勝戒定慧解脫解脫智見所生從修慈悲喜捨所生從修布施調伏寂靜戒精進靜慮解脫等持等至般若方便智生
일체의 바라밀[度彼岸]을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6신통[通]을 닦아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3명(明)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지관(止觀)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10력(力)과 4무외(無畏)를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18불공법(不共法)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일체의 착하지 못한 법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쌓은 데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진리[諦]의 실제를 방일하지 않고 닦은 데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한량없는 청정한 업을 닦은 데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009_1041_b_11L從修一切到彼岸生修六通生修三明生修三十七菩提分生修止觀生從修十力四無畏生從修十八不共法生從斷一切不善法集一切善法生修諦實不放逸生從修無量淸淨業
어진 이들이여, 여래의 몸은 공덕이 이와 같은 것이니, 그대들 모두는 반드시 마음을 일으켜서 증득을 구해야 한다. 그대들이 이 같은 여래의 몸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의 병을 없애고 싶다면, 그대들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009_1041_b_17L諸仁者如來之身功德如是汝等皆應發心求證汝等欲得如是之身息除一切有情病者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무구칭은 문병하러 온 자들에게 알맞은 법을 설해서 그곳에 온 수십만 대중으로 하여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했다.
009_1041_b_20L是無垢稱爲諸集會來問疾者如應說法令無數千人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說無垢稱經卷第一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당(唐)의 현장 법사가 새로운 불경 번역을 완성하자, 이를 기념하여 태종과 고종이 서문과 기문을 작성하였는데, 태종이 작성한 서문이 바로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이다.
  2. 2)죄를 지은 결과 태어나서 고통을 받는 세 가지 길로, 곧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을 말한다.
  3. 3)성문ㆍ연각ㆍ보살의 삼승이 공통으로 닦는 열 가지 수행 단계를 말한다.
  4. 4)삼해탈(三解脫), 또는 삼삼매(三三昧)라고도 한다. 아공(我空), 법공(法空), 아법구공(我法俱空)을 가리키기도 하고 삼공해탈(三空解脫), 무상해탈(無相解脫), 무원해탈(無愿解脫)을 가리키기도 한다.
  5. 5)여기서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보살이 도리에 안주(安住)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인에는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이 있다.
  6. 6)인간의 심성을 더럽히는 여섯 가지 경계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육경(六境)을 말한다.
  7. 7)원문에는 ‘척(隻)’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맞지 않아 ‘형(夐)’으로 교정하여 번역하였다.
  8. 8)당(唐)의 현장 법사가 새로 불경 번역을 완성하자, 이것을 기념하여 태종과 고종이 서문과 기문을 작성하였다. 황제술성기는 바로 고종이 기문을 썼다는 의미이다.
  9. 9)고종이 황태자일 때 이 기문을 지었다는 뜻이다. 춘궁(春宮)은 황태자를 가리킨다.
  10. 10)『유마경(維摩經)』「불국품(佛國品)」에 나오는 보옥(寶玉)으로 꾸며놓은 화려한 일산(日傘)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상이나 탑의 상부를 장엄하게 꾸미는 데 사용된 덮개를 말한다, 본래는 천으로 만들었으나 후대에 내려오면서 금속이나 목재로 조각하여 만들기도 하였다.
  11. 11)고승이 불경을 강론할 때 하늘이 감동하여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12. 12)향취산(香醉山)의 남쪽, 대설산(大雪山)의 북쪽에 있다는 상상의 연못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이 연못은 둘레가 8백 리이며, 여기에 용왕이 산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물이 흘러내려 섬부주(贍部州)를 비옥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13. 13)경기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기는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지역으로 왕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지역을 말한다. 즉 나라의 중심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14. 14)중국 고대 관중지방에 흐르는 8개의 하천을 말한다. 당나라 수도인 장안이 바로 이 관중지방에 있다.
  15. 15)색계의 네 가지 단계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세계로, 물질세계는 존재하나 감각의 욕망에서는 벗어난 청정(淸淨)한 세계를 말한다.
  16. 16)마음을 더럽히는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17. 17)원문에는 ‘치(夂)’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따라 ‘구(久)’로 번역하였다.
  18. 18)원문에는 ‘양(楊)’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따라 ‘양(揚)’으로 번역하였다.
  19. 19)모든 현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이나 상태를 말한다.
  20. 1)bhagavat의 음역. 바가바(婆伽婆)라고도 하며 위대한 자, 번뇌를 이긴 자라는 뜻. 세존(世尊)이라고 한역한다.
  21. 2)부처님의 가르침을 제외한 다른 종파의 사상을 총칭한 것이다.
  22. 3)덮개[蓋]와 얽힘[纏]은 모두 번뇌의 다른 이름으로 5개와 10전이 있다.
  23. 4)선은 잘 간직해서 잃지 않고 악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간직해 잊지 않는 것이다.
  24. 5)sīla의 음역. 6바라밀의 하나로서 계(戒)라고 한역한다.
  25. 6)일체 만법은 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다[不生不滅]는 사실을 깨달아서 그 경지에 안주하는 것이다.
  26. 7)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보살의 정수리에 부어서 보살이 부처님 지위에 이를 것임을 증명하는 의식이다.
  27. 8)범천왕(梵天王)ㆍ범천(梵天)이라고도 한다. 인도 전통사상에서는 우주의 창조자였으나 불교에서는 색계 초선천(初禪天)을 다스리는 자를 말한다. 제석천과 함께 불법(佛法)을 수호한다.
  28. 9)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원리.
  29. 10)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속적인 재물과 대비하여 법재(法財)라고 한 것이다.
  30. 11)부처님께서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가르침을 세 가지 형식으로 가르치신 것. 첫 번째는 고ㆍ집ㆍ멸ㆍ도를 제시한 것[示轉]이고, 두 번째는 그 각각에 대해서 고를 알고 집을 끊고 멸을 얻고 도를 닦으라고 한 것[勸轉]이며, 세 번째는 부처님 스스로 그것들을 얻었음을 증명한 것[證轉]이다.
  31. 12)이익과 손해, 명예와 비방, 비난과 칭찬, 괴로움과 즐거움.
  32. 13)부처님을 볼 수도 없고 불법을 들을 수도 없는 여덟 가지 경계. 지옥ㆍ아귀ㆍ축생(이상 셋은 고통이 너무 심해 불법을 듣지 못함)ㆍ장수천(長壽天:장수를 즐기느라 구도심을 일으키지 않음)ㆍ변지(邊地:즐거움이 너무 많아 불법을 듣지 않음)ㆍ농맹음아(聾盲瘖瘂:감각기관이 망가져서 불법을 듣거나 보지 못함)ㆍ세지변총(世智辨聰:세간의 지혜에 뛰어난 올바른 이법을 따르지 않음)ㆍ불전불후(佛前佛後: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이다.
  33. 14)samapatti의 한역. 몸과 마음이 평화롭고 안온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34. 15)pudgala의 음역. 개체ㆍ개체성ㆍ개인을 말하는데,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주체, 즉 아(我)와 같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