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적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뒤에 다시 무량 무변 아승기겁을 지나서 이 세계가 선택제악(選擇諸惡)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그때 대겁의 이름이 선등개(善等蓋)이었으며, 세계는 역시 오탁악세이었다. 동쪽으로 54천하를 지나서 저 염부제의 이름은 노바라(盧婆羅)였는데 원력으로 그곳에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렸고 이름은 허공정(虛空淨)이었으며,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여 10선과 3승 가운데 편안히 머물게 하였느니라.
내가 무엇이나 보시하여 가릴 것이 없었는데, 그때 한량없는 거지들이 와서 내게 갖가지 진귀한 보배ㆍ금ㆍ은ㆍ유리ㆍ파리(頗梨)ㆍ돈ㆍ청 유리ㆍ구슬ㆍ대청 유리ㆍ화주(火珠)ㆍ마니(摩尼)를 구걸하니 가진 진귀한 보배가 적어서 충분하지 않은데 구걸하는 자가 한량없었다. 내가 그때 대신에게 물었다. ‘이러한 진귀한 보배가 어디에서 나는가.’ ‘이것은 모든 용왕이 나타내는 것으로서 비록 이 보배가 있지만 성왕께나 바칠지언정 널리 이러한 거지에게까지 미칠 수 없습니다.
009_1282_c_02L그때 내가 큰 서원을 세웠다. ‘내가 만약 미래세의 오탁 가운데에서 번뇌가 두텁고 무거워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일 때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소원을 성취하여 제 자신의 이익을 얻으면 마땅히 큰 용왕이 되어 갖가지 진보(珍寶)의 창고를 나타내 보일 것이니, 이 선택제악(選擇諸惡) 세계의 곳곳에 있는 사천하 가운데 낱낱 천하에 일곱 번씩 몸을 받아 낱낱 몸으로 무량 백천 만억 나유타 진보 창고[珍寶藏]를 나타내 보이되 낱낱 보배 창고의 가로와 세로가 1천 유순으로서 창고마다 가득한 갖가지 진보를 한량없는 중생들에게 나눠주리라.
선남자야, 내가 이와 같은 착한 서원을 세우니 그때 하늘 사람 백천억이 허공 중에서 갖가지 꽃비를 내리면서 나를 칭찬하였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일체 보시여, 그대의 소원이 이제 뜻대로 이루어 졌도다.’ 선남자야, 그때 대중들은, 모든 하늘에서 허공정왕의 자호(字號)를 지어서 일체시(一切施)라고 함을 듣고는 각각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가서 주기 어려운 것을 달라고 하자. 만약 준다면 일체보시(一切布施)라고 부를 만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찌 일체보시라고 하겠느냐.’
이 사람들이 각기 왕에게 가서 후궁ㆍ부인ㆍ채녀ㆍ아이들을 구걸 하였다. 전륜왕이 기뻐하면서 구하는 것에 매이지 않고 모두 주니 이 사람이 다시 서로 말하였다. ‘이러한 처자를 준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는 일이니 이번에는 왕에게 몸의 4지와 골절(骨節)들을 구걸해 보자. 만약 능히 준다면 참으로 일체를 능히 주었다고 이름할만 하다.’
내가 듣고 기뻐하면서 그 사람을 향수로 목욕시키고 부드럽고 미묘한 의복을 입혀서 성왕위(聖王位)를 계승하는 관정식(灌頂式)을 하고 염부제를 주면서 다시 원하였다. ‘제가 이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해 주십시오. 소원을 성취하여 제 자신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면 이 염부제의 인민들이 모두 순종하고 받들어서 이 사람을 왕으로 섬기게 되고, 또 이 사람의 수명이 한량없으며, 전륜왕이 되어서 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나면 마땅히 일생보처의 지위를 수기하여 보불(補佛)의 자리를 얻게 하리라.’
또 노지(盧志)라는 바라문이 내게 와서 두 발을 달라고 하였다. 기쁜 마음으로 곧 예리한 칼을 가지고 두 발을 잘라 주고 난 뒤에 발원하였다. ‘내세에 무상계족(無上戒足)을 구족하여지이다.’ 또 아(牙)라는 바라문이 나에게 와서 두 눈을 요구하였다. 곧 기쁜 마음으로 두 눈을 빼어 주고는 발원하였다. ‘내세에 내가 무상오안(無上五眼)을 갖추어 지이다.’ 얼마 안 되어 또 정견뢰(淨堅牢)라는 바라문이 내게 와서 두 귀를 달라하였다. 내가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귀를 잘라서 주고 나서 발원하였다. ‘내세에 무상지이(無上智耳)를 구족하여지이다.’
009_1283_b_02L조금 있으니 상(想)이라는 니건자가 나에게 와서 남근(男根)을 달라고 하였다. 내가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곧 스스로 베어 주고 나서 발원하였다. ‘내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마장상(馬藏相)을 얻어지이다.’ 잠시 후에 또한 사람이 와서 내 몸의 피와 살을 달라고 하였다. 내가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주고 나서 발원하였다. ‘내세에 무상금색상(無上金色相)을 구족하여 지이다.’
잠시 후에 밀미(蜜味)라는 바라문이 와서 두 손을 달라고 하였다. 내가 듣고 기쁜 마음으로 오른 손으로 칼을 잡고 왼 손을 쳐서 주면서 말하였다. ‘바른 손은 이제 내가 스스로 자를 수 없으니 그대가 잘라가라’ 이렇게 주고 나서 발원하였다. ‘내세에 무상신수(無上信手)를 얻을지이다.’
009_1283_c_02L이때 대신들이 내 몸뚱이를 들어다가 성 밖의 벌판 무덤사이에 던져 버리고 돌아갔다. 그때 한량없는 모기ㆍ등에ㆍ파리들이 피를 빨았고, 여우ㆍ이리ㆍ독수리 따위가 살을 뜯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을 기뻐하면서 원하였다. ‘내가 이렇게 일체의 자유로움과 모든 팔다리를 버려도 한 생각도 성내거나 뉘우치지 않으리니, 만약 내 소원이 성취되어 내 자신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면 마땅히 이 몸으로 하여금 큰 고기산이 되게 하여 모든 피를 마시고 고기를 먹는 중생들이 모두 와서 배불리 먹게 하여지이다.’
이렇게 원하고 나니 그런 중생들이 한량없이 와서 먹었으나 본원력에 의하여 몸이 점점 커져서 높이가 천 유순, 세로와 가로가 5백 유순으로 되어서 만 천 년 동안 이 피와 살로써 중생에게 보시하였다. 내가 그때 버린 혀[舌根]만으로도 범ㆍ이리ㆍ독수리ㆍ올빼미들로 하여금 배불리 먹게 하였는데, 원력으로 본래대로 되었다. 가령 그 혀를 모은다면 아마 기사굴산만 할 것인데 이렇게 보시하고는 발원하였다. ‘내세에 광장설상(廣長舌相)을 갖추리라.’
선남자야, 그때 목숨이 마치자 염부제에서 본원력으로 용 가운데 태어나서 큰 용왕이 되니 이름이 시현보장(示現寶藏)이었다. 곧 태어나던 날 밤에 백천억 나유타 갖가지 보배 창고를 나타내 보이고는 스스로 선언하였다. ‘이제 여기 수많은 보배 창고에 금ㆍ은ㆍ마니보 등 모든 진귀하고 기이한 것이 갖추어 있노라.’ 모든 중생들이 이 말을 듣고 온갖 보물을 각각 마음대로 취하여다가 쓰고는 10선도(善道)를 구족하게 행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으며, 혹 성문ㆍ벽지불의 마음도 발하였다.
009_1284_a_02L내가 그때 용왕으로 일곱 번 몸을 받았는데, 수명이 7만 7천억 나유타 백천 세였으며, 무량 무변 아승기 보배 창고를 나타내 보여 모든 중생들에게 주었고, 그때 무량 무변 아승기 사람들을 3승 가운데 안주하게 하였으며, 권유해서 10선도를 구족하게 행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갖가지 한량없는 진보로써 중생을 만족하게 하고 나서 다시 발원하였다. ‘내세에 마땅히 32상을 구족하여지이다.’
이와 같이 제2 천하에서도 7생을 큰 용왕이 되었고, 나아가 선택세계의 모든 4천하의 곳곳에서 모두 이와 같은 한량없는 이익을 지었으며, 나아가 시방의 무량 무변한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세계에서 낱낱 불세계의 낱낱 천하에서 역시 7생을 큰 용왕이 되어 수명이 7만 7천억 나유타 백천 세 동안에 이와 같은 무량 무변 아승기 보배 창고를 나타내 보여 또 다시 이와 같이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이 여래가 보살이었을 때 깊고 무겁게 정진하여 32상을 구한 인연이니라.
선남자야, 다시 무량 무변 아승기겁을 지나서 이 세계의 이름이 산호지(珊瑚池)로 바뀌었을 때 겁의 이름은 화수(華手)였는데, 이때에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았고 그 세계도 오탁악세였다. 내가 여기서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되니 이름은 선일광명(善日光明)이었다. 염부제를 살피다가 모든 중생들이 악법을 행하는 것을 보고 내가 곧 야차의 모양으로 변화했는데 그 모양이 몹시 무서웠다. 염부제에 내려와서 모든 사람들 앞에 나타나니 사람들이 보고 모두 두려워하면서 내게 물었다. ‘무엇이 필요하냐. 속히 말해주기를 원하노라.’
009_1284_b_02L내가 그때 대답하였다. ‘오직 먹을 것이 필요할 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
‘먹을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냐.’ 내가 다시 대답했다. ‘오직 사람을 잡아서 그 피와 고기를 먹을 뿐이니, 너희들이 만약 그 몸뚱의 목숨이 다하도록 불살계(不殺戒)와 나아가 정견(正見)을 지녀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거나 성문ㆍ연각의 마음을 발한다면 내가 다시 너희들을 먹지 않겠노라.’
내가 이와 같이 권하여 염부제 안의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10선법을 닦고 3승에 머물게 하고는 다시 서원하였다. ‘만약 제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소원을 성취하고 제 자신의 이익을 얻으면 다시 마땅히 이 사천하 사람들에게 권하여서 10선도를 행하게 하고 나아가 이 세계의 모든 사천하 사람들까지도 이런 모양으로 모든 중생들에게 10선도를 행하고 3승의 마음을 발하도록 권유하고 교화하여 이와 같이 한 세계를 두루 채우고는 시방의 무량 무변 아승기 오탁악세의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국토에서도 이와 같이 하리라.’
009_1284_c_02L선남자야, 내가 그때 이런 원을 발하고서 일체를 성취하였으며, 산호지 세계에서는 무서운 야차의 모양을 지어서 중생을 조복하여 10선과 3승 가운데 머물게 하고, 이와 같이 시방의 무량 무변 아승기의 오탁악세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국토에서 야차의 모양을 지어서 중생을 조복하여 10선을 행하고 3승 가운데 머물게 하였다. 내가 예전에 중생들을 무섭게 하여 10선을 행하고 3승 가운데 머물게 한 이 업의 인연으로 이제 보리수 아래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려 할 때 천마(天魔) 파순(波旬)이 모든 대중을 데리고 내 처소에 와서 내가 보리도를 얻는 것을 방해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내가 보살이었을 때에 행한 단바라밀을 간략히 설하였노라. 선남자야, 내가 오직 이신(二身)과 유루(有漏)의 5신통을 제외하고는 모든 보살의 깊은 법인(法忍)과 미묘한 총지(摠持)와 해탈ㆍ삼매를 모두 얻지 못하였으나, 내가 그때 이와 같은 큰 일을 하여 무량 무변 아승기 사람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안주하게 하였고 무량 무변 아승기 사람들로 하여금 벽지불승에 안주하게 하였고, 무량 무변 아승기 사람들로 하여금 성문승에 안주하게 하였다. 더구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여 한 불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낱낱 부처님께 얻은 바 공덕은 저 큰 바다의 물방울 수와 같을 것이며, 한량없는 성문ㆍ연각ㆍ스승ㆍ부모ㆍ5통신선들에게 공양한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내가 예전에 보살이었을 때에 스스로 피와 살로써 중생에게 공급한 이러한 대비(大悲)는 지금 모든 나한들에게는 다 이러한 마음이 없느니라.”
009_1284_c_19L如我昔者,爲菩薩時,自以血肉供給衆生,如是大悲,今諸羅漢,悉無是心。”
6. 입정(入定)삼매품
009_1284_c_21L悲華經入定三昧門品第六
009_1285_a_02L 그때 부처님께서 적의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이제 불안(佛眼)으로 시방세계 1불토의 티끌처럼 많은 모든 반열반하신 불 세존을 보니, 모두 다 내가 예전에 권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처음 발하고 단바라밀과 나아가 반야바라밀까지를 행한 분들이며, 미래세계에 계실 부처님도 역시 마찬가지이니라.
선남자야, 동쪽으로 여기서 89억 모든 불세계를 지나서 저기에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선화(善華)며, 저기에 계신 부처님의 명호는 무구공덕광명왕(無垢功德光明王)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신데, 지금 현재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시니 저 부처님도 또한 내가 예전에 권하여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고 단바라밀과 나아가 반야바라밀까지를 행한 분이니라.
009_1285_b_02L또 동쪽에 묘락(妙樂)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아촉(阿閦)여래가 계시고, 또 염부(閻浮)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일장(日藏)여래가 계시고, 또 낙자재(樂自在)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낙자재음광명(樂自在音光明)여래가 계시고, 또 안락(安樂)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지일(智日)여래가 계시고, 또 승공덕(勝功德)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용자재(龍自在)여래가 계시고, 또 선상(善相)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금강칭(金剛稱)여래가 계시고, 또 강해왕(江海王)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광명(光明)여래가 계신다.
또 불애락(不愛樂)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일장(日藏)여래가 계시고, 또 이구광명(離垢光明)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자재칭(自在稱)여래가 계시고, 또 산광명(山光明)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불가사의왕(不可思議王)여래가 계시고, 또 취집(聚集)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대공덕장(大功德藏)여래가 계시고, 또 화광명(華光明)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광명의상(光明意相)여래가 계시고, 또 화치성(和熾盛)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안화자재견산왕(安和自在見山王)여래가 계시고, 또 선지(善地)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화상(和像)여래가 계시고, 또 화주(華晝)세계가 있으니 여기에 안정무구(安淨無垢)여래가 계시다.
선남자야, 이와 같은 동쪽의 무량 무변 아승기 등 현재 모든 부처님으로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법륜을 굴리는 자가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지 못하였을 때, 내가 처음으로 그들에게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였고 다시 시방세계의 곳곳에 계신 부처님의 처소로 인도하여 간 곳마다 단바라밀과 나아가 반야바라밀까지를 닦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게 하였느니라.”
009_1285_c_02L그때 동방 선화세계의 무구공덕광명왕부처님의 사자좌(師子座)와 그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이 있으며 갖가지 미묘한 보배 연꽃이 비내리니, 저 모든 보살들이 보고 놀래서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여래의 자리가 이와 같이 진동합니까. 저희들은 예전부터 일찍이 이런 일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 불 세존께서 보살이셨을 때 처음으로 권하셔서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고, 다시 나를 인도하여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처음 나로 하여금 단바라밀과 나아가 반야바라밀까지를 행하게 하셨느니라. 내가 그때 가는 곳을 따라서 곧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나니, 저 불 세존 석가모니께서는 곧 나의 참 선지식이시라. 지금 서쪽에서 대중 속에 계시면서 사부대중을 위하여 본연경을 설하시는데, 이것은 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내가 앉은 사자좌를 움직이게 하신 것이니라.
선남자야, 너희들 가운데 이제 누가 능히 저 사바세계에 이르러서 저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겠느냐.”
009_1285_c_15L善男子!汝等今者誰能至彼娑婆世界,問訊彼佛起居輕利?”
009_1286_a_02L그때 모든 보살이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선화세계의 모든 보살들이 다 신통을 얻어서 모든 보살공덕에 대해서는 자재하지만 오늘 아침에 이 큰 빛을 보니 그 빛이 다 모든 불세계를 쫓아서 여기에 이르고, 대지가 때때로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갖가지 꽃비가 내리는데 이것을 보고 나서 무량 백천 만억 모든 보살들이 신통력으로써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부처님을 뵙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며, 아울러서 해료일체다라니문(解了一切陀羅尼門)을 받으려 하지만 사바세계의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금빛 오른 팔을 펴시고 다섯 손가락 끝에서 갖가지 미묘한 광명을 놓으시니 그 빛이 89억의 모든 불세계를 비추고 사바세계에 이르렀다. 그때 모든 보살들이 이 빛으로 인하여 사바세계를 보게 되었는데, 모든 보살마하살이 가득 차 있고, 모든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다라ㆍ마후라가 등이 허공 중에 가득하였다. 이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가 이제 저 세계를 보고 방향도 알았습니다. 보살들과 모든 하늘ㆍ대중이 그 국토에 가득하여서 빈자리가 없는데, 석가여래께서는 또 저희들은 보시고 미묘한 법을 설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 대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석가여래께서 항상 청정하신 위없는 불안(佛眼)으로 두루 일체를 보시는데, 보시지 않는 것이 없으시니라. 선남자야, 사바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땅에 있거나 허공에 처했거나 제각기 모두 석가여래께서 홀로 내 마음을 보시고 나를 위하여 설법하신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야, 저 석가여래께서는 한 음성으로 여러 종류[類]가 다른 중생들을 위하여 설법하시건만 중생들이 각각 종류를 따라서 알아듣게 되니, 다른 소리로 많은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것이 아니로되, 저 국토의 중생들이 혹 범천을 섬기는 이는 여래의 몸이 범천의 모양으로 보이면서 법을 듣게 되고, 만약 마천(魔天)ㆍ석천(釋天)ㆍ일월(日月)ㆍ비사문천(毘沙門天)ㆍ비루라차(毘樓羅叉)ㆍ비루박차(毘樓博叉)ㆍ제두뇌타(提頭賴吒)ㆍ마혜수라(摩醯首羅)라 할지라도 이러한 종류 8만 4천을, 그 섬기는 바를 따라서 각각 그러한 모양으로 부처님을 보면서 법을 듣고 홀로 나를 위하신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009_1286_b_02L이때 저 회중에 두 보살이 있으니 한 분은 이름이 라후전(羅睺電)이요. 또 다른 한 분은 화광명(火光明)이었다. 그때 무구공덕광명왕부처님께서 두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가 이제 사바세계에 가서 내 말을 전하여 석가모니 세존께는 기거가 편안하시고 기력이 평안하시냐고 문안하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세계에 머무를 곳이 없다는 말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저 곳은 넓기가 끝없으며 저 부처님께서 지니신 한량없는 공덕은 불가사의하시니라. 본원으로써 자비하신 마음이 넓고 크신지라, 한량없는 중생의 무리로 하여금 불법에 들어가서 삼귀의를 받게 한 연후에 3승법을 설하시고 3계(戒)와 3해탈문을 보이시어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들을 3악도에서 빼내어 삼선도 가운데 안주하게 하시느니라.
선남자야, 또 한 때 석가여래께서 위없는 도를 이루신 지 얼마 안 되어 모든 중생들을 조복하시고자 비타산의 인대사라(因臺娑羅)굴에서 7일 낮ㆍ7일 밤을 가부좌로 앉으셔서 삼매를 바로 받으시고 해탈락(解脫樂)에 들어가셨더니라. 그때 부처님이 몸이 굴 속에 가득하여 네 치만큼도 틈이 없었는데, 7일이 지나고 나니 시방세계에 있는 20나유타 보살마하살들이 사바에 와서 그 산 변두리에 머물면서 석가모니여래를 뵙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 미묘한 법을 받고자 하였더니라.
009_1286_c_02L선남자야, 그때 여래께서 머무시는 처소에서 큰 신통으로써 그 굴 속을 한량없이 넓게 하시고 그 12나유타 보살마하살들을 수용하시니 모든 보살들이 들어와서는 그 굴이 넓고 장엄함을 보았으며, 또 모든 보살들이 사자유희자재신족(師子遊戱自在神足)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고 낱낱 보살이 화현한 보좌에 앉아서 법을 들었나니, 선남자야, 저 부처님의 신력이 이러하시니라. 이 모든 보살들이 법을 듣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시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각각 본래의 불세계로 돌아가니 그들이 간 지 오래지 않아서 굴은 다시 전처럼 되었느니라.
저 사천하의 제2천주(天主) 석제환인(釋提桓因) 교시가(憍尸迦)가 장차 목숨이 다하면 반드시 축생도에 떨어지게 된지라, 이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8만 4천 도리천과 함께 내려와서 사라굴에 가서 여래를 뵙고자 하였다. 그때 왕안(王眼)이라는 야차가 있었는데 그 굴의 신으로서 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제석이 부처님의 힘으로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건달바의 아들 반차순(般遮旬)을 시켜서 먼저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미묘한 음성으로 부처님을 찬탄함으로써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도록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건달바의 아들 반차순으로 하여금 유리 거문고를 타서 미묘한 음악으로써 부처님을 찬탄하니 별다른 소리가 5백 가지였다.
009_1287_a_02L선남자야, 이렇게 반차순이 여래를 찬탄할 때 여래께서 다시 상(相)삼매 중에 들어가셨고, 삼매의 힘으로써 이 세계에서 큰 신력을 지으셔서 모든 야차ㆍ나찰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욕계와색계의 하늘들로 하여금 모두 모여 오게 하시니, 그 가운데 만약 미묘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마음대로 듣고서 환희심을 내었고, 혹 부처님 찬탄하는 것 듣기를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곧 찬탄함을 듣고 나서 환희심이 나서 더욱 부처님께 존경심을 내었으며, 혹 즐거운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곧 듣고는 기뻐하였다.
그때 석가모니여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모든 대중에게 사라굴 문을 보이시니 석제환인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한 쪽으로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제 어디에 앉아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너희 권속들은 다만 들어와서 모이라. 내가 이제 마땅히 이 사라굴을 넓히어 아주 넓게 하고 이 20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대중 권속들을 모두 수용하여서 다 앉게 하리라.’
그때 석가모니여래께서 대중 가운데에서 한 미묘한 음성으로써 바른 법을 연설하시어 8만 4천 모든 근기의 중생으로 하여금 즐기는 대로 듣게 하시니 혹 성문을 배우는 자는 성문법을 듣고, 곧 99억 중생들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으며, 만약 연각승을 수학하는 자가 있으면 곧 연각의 법을 듣게 되었고, 만약 대승법을 수학하는 자가 있으면 순전한 대승만을 들었다.
009_1287_b_02L건달바의 아들 반차순 등 우두머리 대중 18나유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퇴전하지 않음을 얻었으며, 아직 발심하지 못했던 자들이 혹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고 혹 연각을 발하고 혹 성문을 발하였다. 그때 석제환인도 곧 공포가 사라지고 천 세나 수명을 늘이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느니라.
선남자야, 석가여래께서 신력으로써 능히 이와 같은 광박무변(廣博無邊)함을 지으시고, 설법하시는 음성도 이러하시니라. 그러므로 누구라도 저 부처님의 음성의 한계를 찾을 수 없으며, 저 부처님의 방편이 무량 무변하건만 교화되는 중생들은 이러한 방편을 알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저 부처님께서는 색신(色身)도 또한 한량없고 끝없어서 누구라도 그 몸의 크기를 헤아리지 못하며, 그 정수리를 보는 자가 없느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은 대중이 만약 저 부처님의 뱃속에 들어간다면 그것도 가능한 일이어서, 뱃속에 들어가서는 그 배의 변두리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으리라. 그러나 여래의 배가 또한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느니라. 만약 중생들이 모두 화합하여 왕래하고자 한다면 한 털구멍 속에서도 걸림이 없나니 나아가 천안으로도 이 털구멍의 끝은 못 보지만 그 털구멍도 또한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으니라. 저 부처님의 몸이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으므로 저 부처님의 세계도 한량없고 끝없느니라.
009_1287_c_02L선남자야, 가령 시방의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의 모든 중생들이 모두 저 세계에 들어간다고 해도 수용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저 부처님이 처음 보리심을 발하실 때에 지으신 바 세월이 무량 무변하시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어찌 1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의 중생뿐이겠느냐. 나아가 시방의 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의 온 중생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저 부처님세계의 본상(本相)에는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석가여래께서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실 때 일체 지혜를 구족하고자 하므로 큰 서원을 발하셨다. 그러므로 이제 얻는 바 세계도 무량 무변하니라.
선남자야, 석가모니부처님의 이 네 가지 법에는 다른 모든 불 세존도 능히 미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그대가 이제 이 월광명무구정화(月光明無垢淨華)를 가지고 서방의 눈으로 본 바와 같은 사바세계에 가서 저 부처님께 기거가 편안하시고 기력이 평안하신지 문안을 여쭈어라.”
그때 무구공덕광명왕 부처님께서 월광무구정화를 두 보살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나의 대 신통력을 타고 저 세계에 가라.” 그때 회중에 있던 2만 명의 보살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저희들도 이제 마땅히 부처님 신력을 타고 저 세계에 가서 석가여래를 뵙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들은 이 때임을 알라.”
그때 두 보살이 2만 명의 대사와 함께 부처님 신통력을 타고 선화세계에서 출발하여 한 생각 동안에 문득 사바세계 기사굴산에 도달하여 여래 앞에서 무릎 꿇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동쪽으로 여기서 89억 불세계를 지나서 있는 선화세계에서 무구공덕광명왕부처님께서 현재 모든 보살마하살 등의 대중에게 둘러 싸여 계시면서 세존의 무량하신 공덕을 찬탄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009_1288_a_02L‘사바세계의 석가모니여래께서 지금 현재 모든 대중들을 위해 바른 법륜을 굴리시는데, 저 부처님이 보살이 되셨을 때 처음 나를 권유하고 교화해서 보리심을 발하게 하신 인연으로 내가 그때 위없는 도의 마음을 발하였으며, 내가 발심하고 나니 다시 내게 6바라밀을 닦도록 권하셨느니라. 그리고 여래의 네 가지 법에 있어서 다른 모든 부처님은 따르지 못하시는 바니라.’ 이러므로 저 부처님께서 이 월광명무구정화로써 세존께 공양하면서 기거가 편하시고 기력이 평안하신지 문안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위에 말한 바와 같았으며, 동방의 일체 모든 불세계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때 동쪽의 무량 무변 아승기 등 모든 큰 보살들이 모두 이 사바세계에 와서 월광명무구정화를 가지고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선남자야, 이와 같이 동쪽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다 모든 보살들을 보내어서 나를 칭찬했느니라.
009_1288_b_02L“선남자야, 내가 이제 보니 남쪽으로 여기서 1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국토를 지나서 이제우(離諸憂)세계에 무우공덕(無憂功德)여래가 현재 설법하고 계시고, 또 염부광명(閻浮光明)세계에 법자재사자유희(法自在師子遊戲)여래가 계시고, 또 안수미(安須彌)세계에 도자재사라왕(道自在娑羅王)여래가 계시고, 또 공덕누왕(功德樓王)세계에 사자후왕(師子吼王)여래가 계시고, 또 진보장엄(珍寶莊嚴)세계에 팔비승뇌(八臂勝雷)여래가 계신다.
또 진주광명변조(眞珠光明遍照)세계에 진보장공덕후(珍寶藏功德吼)여래가 계시고, 또 천월(天月)세계에 화장(火藏)여래가 계시고, 또 전단근(栴檀根)세계에 성숙칭(星宿稱)여래가 계시고, 또 칭향(稱香)세계에 공덕력사라왕(功德力娑羅王)여래가 계시고, 또 선석(善釋)세계에 묘음자재(妙音自在)여래가 계시고, 또 두란야(頭蘭若)세계에 사라승비바왕(娑羅勝毘婆王)여래가 계시고, 또 월자재(月自在)세계에 광명자재(光明自在)여래가 계신다.
이와 같은 남쪽의 무량 무변 아승기 현재 모든 부처님이 다 이 내가 예전에 보살이었을 때 처음으로 권화하여 발심한 분들인데, 이 모든 부처님의 사자좌가 역시 모두 진동하였으며, 저 모든 부처님들도 각기 나의 공덕을 찬탄하면서 역시 무량 무변 아승기 등 모든 큰 보살들을 보내어서 내게 월광명무구정화를 가지고 이 사바세계의 기사굴산에 이르러서 부처님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 한 쪽에 물러 앉아서 법을 듣게 하신다.
009_1288_c_02L선남자야, 내가 다시 서쪽을 보니 여기서 7만 7천 백천 유순의 부처님의 세계를 지나서 적정(寂靜)세계가 있고 거기에서 보산(寶山)부처님께서 지금 현재 사부중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설하신다. 그리고 또 승광무우(勝光無憂)부처님ㆍ음지장(音智藏)부처님ㆍ칭광(稱廣)부처님ㆍ변장(遍藏)부처님ㆍ범화세진(梵華勢進)부처님ㆍ법등용(法燈勇)부처님ㆍ승음산(勝音山)부처님ㆍ칭음왕(稱音王)부처님ㆍ범음왕(梵音王)부처님, 이러한 서쪽의 무량 무변 아승기 등 모든 부처님이 역시 내가 예전에 보살이었을 때, 처음 권유하고 교화해서 보리심을 발한 분들이다.
이 모든 부처님의 사자좌도 모두 진동하였으며, 저 모든 부처님들도 또한 나를 찬탄하시고 무량 무변 아승기 등 모든 보살들을 보내어서 월광명무구보화(月光明無垢寶華)를 가지고 이 사바세계 기사굴산에 이르러서 부처님을 뵙고 예배ㆍ공양ㆍ공경ㆍ존중ㆍ찬탄하고 한 쪽에 물러 앉아서 차례대로 법을 듣게 하신다.
그리고 또 동북쪽으로 여기서 백천 나유타 불세계를 지나서 무구(無垢)세계에 이열뇌증비사문사라왕(離熱惱增毘沙門娑羅王)여래가 계시고, 거기 두 보살이 있으니 한 분은 보산(寶山)이고, 또 한 분은 광명관(光明觀)이다. 또괴제마(壞諸魔)부처님ㆍ사라왕(娑羅王)부처님ㆍ대력광명(大力光明)부처님ㆍ연화증(連華增)부처님ㆍ전단(栴檀)부처님ㆍ미루왕(彌樓王)부처님ㆍ견침수(堅沈水)부처님ㆍ화지대력(火智大力)부처님, 이러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과 나아가 북쪽ㆍ사유(四維)ㆍ상하가 다 이와 같다.”
009_1289_a_02L그때 석가모니여래께서 큰 신력으로써 이와 같은 중생들을 모두 수용하시기 위하여서 모인 자들의 몸을 낱낱이 변화하여 아주 작은 정력자(亭歷子)처럼 만드셨는데, 사바세계의 허공이나 땅 위에 이러한 중생들이 가득 차니 나아가 한 터럭만큼도 빈틈이 없었다. 그때 모든 중생들이 각각 서로 보지 못하였고 또한 다시 크고 작은 모든 산과 수미산왕ㆍ크고 작은 두 철위산ㆍ그 사이의 유명처(幽冥處)ㆍ모든 천상의 궁전과 아래로 금강지제(金剛地際) 따위를 오직 세존 한 분만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그때 석가모니여래께서 다시 변허공단제법정의(遍虛空斷諸法定意)삼매에 드셔서 한량없는 월광정화를 온몸의 모든 털구멍으로 들어가게 하시니 모든 대중들이 이것을 모두 보되 도무지 부처님의 색신상(色身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직 털구멍이 미묘한 동산으로만 보이는데, 그 동산 속에는 여러 보배 나무가 있어서 그 나무에 다시 줄기ㆍ잎ㆍ꽃ㆍ열매가 무성하였으며 갖가지 보의(寶衣)ㆍ천번(天幡)ㆍ당개(幢蓋)ㆍ천관(天冠)ㆍ보식(寶飾)ㆍ진주 영락이 있어서 장엄되어 있는 바가 마치 서쪽의 안락세계와 같았다.
이 모든 대중들이 이것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제 내가 마땅히 저 동산에 가서 유람하리라.’ 그때 3악도 중생과 무색천(無色天)만 제외하고는 그 나머지 일체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의 털구멍 동산으로 들어가 앉아 보았다. 그때 여래께서 도로 신통력을 거두시자 모든 대중들이 다시 전처럼 서로 보면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009_1289_b_02L그때 미륵보살이 모든 대중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제 내가 여러분과 함께 여래의 몸 속에 있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대중들이 곧 여래의 몸의 안팎을 보고 또 스스로 한량없는 대중들과 함께 여래의 몸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어디로 들어 왔으며, 누가 우리를 이 속으로 인도하였을까.” 미륵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자세히 들으라. 여래께서 이제 큰 신통 변화의 힘을 나타내시고, 다시 우리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장차 법을 설하고자 하신다. 그대들은 이제 마땅히 일심으로 전념(專念)하라.” 그때 대중들이 이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합장하고서, 가르침을 받아 들였다.
선남자야, 십전심(十專心)이 있어서 보리심을 발하여야 능히 이 문에 들어간다. 어떤 것이 십전심인가. 첫째는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해탈ㆍ회향ㆍ수희(隨喜)를 얻게 하고자 함이요, 둘째는 대비심을 발하여 중생을 거두는 것이요, 셋째는 제도하지 못한 것을 제도하고자 하여 위없는 법선(法船)을 부지런히 닦는 것이요, 넷째는 알지 못한 자를 알게 하고자 하여 장엄으로 허망ㆍ뒤바뀜[顚倒]을 관하여 벗어나게 함이요, 다섯째는 사자후를 마음껏 외쳐 두려울 바 없는 장엄으로 모든 법성이 무아(無我)임을 관함이다.
여섯째는 이르는 바 일체 세계를 따라서 마음에 분별을 없게 하여 모든 법은 10유(喩)와 같다고 배움이요, 일곱째는 광명장엄 세계를 얻게 하여 계행을 닦아서 청정하게 함이다. 여덟째는 여래의 10력(力)을 성취하고 장엄하여 일체 바라밀을 구족하게 함이요, 아홉째는 4무소외(無所畏)를 성취하고 장엄하여 말씀과 같이 지음이요, 열째는 18불공법(不共法)을 장엄하고 들은 법을 따라서 모두 무여(無餘)를 얻어서 방일(放逸)하지 않음이다.
009_1289_c_02L이것이 십전심이다. 위없는 보리를 발한 즉 능히 일체행문에 들어가서 곧 퇴전함이 없는 위없는 보리와 무상행문(無相行門)ㆍ지도행문(智道行門)을 얻어서 일체 법에 나[我]가 없고 마음에 사유가 없고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니, 이것이 보살의 퇴전하지 않는 자리이다. 이러므로 퇴(退)도 아니고 불퇴(不退)도 아니며, 단(斷)도 아니고, 상(常)도 아니며, 정(定)도 아니고 난(亂)도 아니다.”
이 법을 설하실 때 여래의 뱃속에서 80억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보살마하살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퇴전하지 않음을 얻었고, 헤아릴 수 없는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삼매의 깊은 법인(法忍)을 얻고는 여래의 털구멍으로 좇아 나와서 마음으로 크게 놀랬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곧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고는 각기 본래의 불세계로 홀연히 돌아갔다.
그런데 다시 들으니 석가모니여래께서 연설하시는 음성이 시방의 무량무변 아승기 등의 모든 불세계를 지나도 걸리고 막힘이 없어서 이 모든 보살들이 비록 저 세계에서 멀리 떠나왔건만 계속해서 여래께서 연설하시는 가르침을 듣되 글귀와 의미가 감소됨이 없어서 부처님 앞에서 가까이 듣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몸도 또한 이와 같아서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하였다. 또 무량 무변 아승기의 보살들과 성문이 있어 또 털구멍으로 걸림없이 출입함을 보았고, 이와 같이 두 번째 나아가 일체 낱낱 털구멍마다 걸림없이 출입함을 시방의 어느 세계에서도 볼 수 있었다.
009_1290_a_02L그때 대중들이 석가여래의 털구멍에서 나와 부처님께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부처님 앞에 머물러서 갖가지 음성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그때 욕계ㆍ색계의 모든 하늘은 갖가지 꽃비를 내리고 도향ㆍ말향ㆍ당번ㆍ영락ㆍ미묘한 기악으로 여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무외등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전의 이름을 마땅히 해료일체다라니문(解了一切陀羅尼門), 또는 무량불(無量佛), 또는 대중(大衆), 또는 수보살기(授菩薩記), 또는 사무소외출현어세(四無所畏出現於世), 또는 일체제삼매문(一切諸三昧門), 또는 시현제불세계(示現諸佛世界), 또는 유여대해(猶如大海), 또는 무량(無量), 또는 대비련화(大悲蓮華)라 하여라.”
부처님께서 무외등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미 먼저 얻은 복덕을 말하였으나 이제 다시 너를 위하여 간략히 말하리라.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독송하여 통달하고 다른 이를 위하여 한 게송이라도 설하거나 저 후50세 가운데 능히 한 게송이라도 서사(書寫)하는 자가 있으면 얻는 공덕이 모든 보살의 10대겁 동안 6바라밀을 행한 것보다 수승하다.
009_1290_b_02L왜냐 하면 모든 하늘ㆍ마(魔)ㆍ범(梵)ㆍ사문(沙門)ㆍ바라문ㆍ야차ㆍ나찰ㆍ용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ㆍ아귀ㆍ비사차ㆍ사람ㆍ사람 아닌 것들이 성내는 마음을 가졌다가도 이 경을 듣고 나면 곧 청정하고 부드럽고 기쁨을 얻어서 모든 병ㆍ분노ㆍ원수ㆍ도적ㆍ갖가지 투쟁을 여의고, 일체 폭풍ㆍ악우가 소멸되며, 아픈 자는 낫게 되고, 굶주리고 목마른 자는 배부름을 얻게 되어 모든 쾌락을 받고 화합하여 순종하며, 성난 자를 능히 참게 하기 때문이다.
두려워하는 자는 두려움이 없어지고 번뇌가 많은 자는 번뇌를 여의게 하여서 능히 선근으로 일체를 키워 주고 능히 악도(惡道)에 있는 중생들을 빼내어 능히 3승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 주고 능히 깊은 법인(法忍)삼매ㆍ다라니문을 얻게 하며 능히 중생과 함께 큰 이익을 짓고 능히 도량의 금강좌에 앉아서 사마(四魔)를 부수며, 능히 일체 보리 돕는 법을 보이고, 능히 법륜을 굴리며, 능히 성재(聖財)가 없는 자를 구족하게 하여 주고 능히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무외성(無畏城)에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인연으로써 능히 이 경을 독송하고 통달하여 남에게 설하거나 만약 뒤에 말세 50세 가운데서 능히 한 게송이라도 서사하면 이와 같은 복덕을 얻느니라. 이러므로 내가 이제 이 경을 설하노니, 이 큰 경을 마땅히 누구에게 부촉(付囑)해야 할 것인가, 누가 능히 후 50세 가운데서 이 법을 보호하여 나아가며, 누가 능히 곳곳에서 불퇴전보살과 함께 선설(宣說)하여 듣게 하며, 누가 능히 법 아닌 짓을 하는 악독하고 탐욕하고 그릇된 소견으로 선악의 과보를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하여서 이 가르침을 펼 것인가.”
009_1290_c_02L그때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의 마음을 알았다. 그때 무원비숙(無怨沸宿)이라는 한 대선야차(大仙夜叉)가 대중 가운데 있었는데, 미륵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야차를 데리고 부처님 앞에 이르니, 이때 여래께서 이 야차대선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마땅히 이 경을 받아 가지고 말 후 50세 가운데 불퇴보살과 나아가 선악의 과보를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하여서 이 가르침을 펴도록 하라.”
야차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과거 84대겁 가운데 본원으로써 선야차가 되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수행하였으며, 그때 무량 무변 아승기의 사람들을 교화하여서 4무량심에 편안히 머물게 하고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퇴전하지 않도록 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