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은 별자리를 늘어놓아 형상을 드러내고, 아득히 이어진 넓은 땅은 강과 산을 펼쳐놓아 형상을 이룬다”고 들었다. 천문(天文)을 우러러 관찰해보면 이미 그와 같고, 지리(地理)를 굽어 살펴보면 또한 이와 같다. 무릇 오묘한 뜻[妙旨]은 그윽하고 미묘해 이름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진여(眞如)는 맑고 고요해 성품이나 형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귀머거리와 같이 어리석은 마음을 일깨우려면 메아리가 요동치는 법의 천둥에 의지해야 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중생을 이끌려면 방향을 알려주는 깨달음의 우두머리를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임시로 이름을 붙였지만 영원한 이름을 파괴하지 않고 설법을 즐기셨지만 결국 말할 게 없음을 설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상 밖의 형상을 홀로 삼계의 존자라 칭하고 하늘 가운데 하늘을 이에 육신통을 갖춘 성인이라 표현한다면, 법왕께서는 날카로운 견해로 72명의 군왕을 낳아 기르시고2) 범천과 제석이 다스린 세월마저 1만 8천년으로 가두신 것이 된다.3) 주나라 시절에 별이 빛을 잃었다는 말씀은 성인이 태어날 징조와 부합하였고,4) 한나라 시절에 태양이 상서로운 빛을 흘렸다는 기록은 신과 소통한 꿈과 맞아떨어졌다.5) 따라서 부처님은 능히 모래알처럼 오랜 겁 동안 위의를 떨치시고, 티끌처럼 수많은 세상에서 교화를 행하시는 것이다.
009_1291_b_02L옥호(玉毫)6)에서 빛을 놓아 어둠을 없애고, 금구(金口)7)로 널리 선포하여 막힌 곳을 뚫으셨으니, 번뇌의 적을 물리침에 어찌 창과 방패를 쓰겠는가, 생사의 군대를 파괴함에 오직 지혜의 힘만 의지하셨다. 원만하고 밝은 세계를 열어 가없는 중생을 널리 받아들이고, 영원한 행복의 문을 열어 심식(心識)이 있는 생명을 두루 포용하셨으니, 하늘을 뒤덮는 욕망의 물결일지라도 경계의 바람이 그침에 단박에 맑아졌고, 해를 가리는 망정의 먼지일지라도 법의 비가 적심에 곧바로 쓸려가 버렸다. 귀의하는 자는 재앙이 소멸되고 복을 받았으며, 회향하는 자들은 위험이 제거되고 안락을 얻었으니, 가히 높고도 우뚝한 것이 그가 이룩한 공이 있겠지만 드넓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분이라 하겠다. 다만 꼬물꼬물 어리석은 사생(四生)8)은 무상(無常)을 깨닫지 못하고, 아득한 육취(六趣)9)는 모두들 유결(有結)10)에 묶였으니, 허공의 꽃이 실재가 아니고 강에 비친 달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을 어찌 알리오. 오음(五陰) 속으로 치달리고 삼계의 영역에서 옮겨 다닐 뿐이니, 온갖 만물을 거둬들여 결국 법문을 기다려야만 했다.
백마가 서쪽에서 와11) 현묘한 말씀이 동토에 전해지고부터서야 세존께서 곧 근기의 부류에 따라 법을 연설하시고, 중생이 이에 성품을 쫓아 미혹을 깨쳤으며, 마명(馬鳴)은 고귀한 책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용수(龍樹)는 보배로운 게송에서 향기를 드날렸다. 이에 아득한 진단(震旦)12)까지 통하고 염부제(閻浮提) 멀리까지 유통되어 반자교(半字敎)13)와 만자교(滿字敎)14)가 구역을 나누고, 대승과 소승이 나란히 질주하였으며, 맑고 편안한 준덕들이 수승한 도량에서 실력을 겨루고, 아름답고 원대한 고사들이 법의 집에서 줄지어 거닐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미묘한 말씀이 규범으로 드러나 천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아름다운 명성을 드날렸고, 지극한 도리가 법규로 흘러 시방에 두루 미치면서 무성한 과실을 맺었다.
그러나 후주(後周) 시절에 마군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시운을 만나15) 결국 온 천하 초제(招提)16)가 모조리 허물어지고 피폐해졌으며, 온 세상 법려(法侶)가 평민들 속으로 자취를 숨겨야 했다. 아, 적막한 선정의 거처에는 좌선하던 자리만 휑하니 남았고, 황량한 지혜의 동산에는 경행하던 흔적이 다시는 없게 되었다. 개황(開皇)에 이르러 거듭 보수하고 건립하였지만17) 다시 대업(大業)을 맞아 또 일부가 붕괴되는 일을 겪었으니,18) 귀신이 통곡하고 신령이 앓았으며, 산이 울고 바다가 들끓었다. 이미 도탄(塗炭)에 빠졌는데 가람(伽藍)이 어찌 남아나랴. 정법은 침몰해 사라지고, 사견은 더욱 늘어만 갔다. 이에 사람들이 깨달음의 길을 미혹해 고(苦)와 집(集)의 구역으로 되돌아갔고, 세속이 참된 종지를 뒤덮어 번뇌와 장애 속의 굴레에 속박되었다.
009_1291_c_02L우리 대 당나라가 천하를 차지하여 위로 유소씨(有巢氏)19)와 수인씨(燧人氏)20)를 능가하고 아래로 복희씨(伏羲氏)21)와 헌원씨(軒轅氏)22)를 굽어보자 삼성(三聖)23)이 거듭 빛을 발하고, 만방(萬邦)이 하나로 통일되었다. 위엄을 보여 일제히 정비하고 은택을 끝없이 베풀었으며, 대지의 맥락을 걷어잡아 순박함으로 돌이키고, 하늘의 강유를 널리 선포하며 정성을 바쳤다. 부처님의 태양을 다시 걸고 범천(梵天)24)을 거듭 보수하자 용궁(龍宮)의 여덟 기둥이 가지런히 안정되고 영취산[鷲嶺]의 다섯 봉우리가 높이를 다투었으니, 석존의 가르침을 크게 홍포한 것은 진실로 우리 황조라고 하겠다.
대복선사(大福先寺)에서 경전을 번역한 삼장법사 의정(義淨)은 범양(范陽) 사람이다. 속성은 장씨(張氏)이니, 한(韓)나라 이후로 5대에 걸쳐 제상을 지내고 진(晉)나라 이전에 삼태(三台)25)의 벼슬을 지내면서 붉은색과 자주색26)으로 빛깔을 나누고 초미(貂尾)와 선문(蟬文)27)으로 광채를 합한 가문이다. 고조(高祖)께서 동제군수(東齊郡守)를 지내던 시절에는 어진 교화의 바람[仁風]이 부채를 따라 일어났고 단비가 수레를 따라 내렸으며, 육조(六條)28)로 교화를 펼치고 십부(十部)29)로 정치를 행하셨다. 이 무렵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러서는 모두 세속의 영화를 싫어하여 하나의 언덕30)에서 맘대로 살면서 세 갈래 오솔길31)을 소요하였다. 온화함을 품고서 몸을 소박하게 하고, 천성을 기르면서 정신을 편안하게 하였다. 그렇게 동쪽 산에서는 돋아난 영지를 따고 남쪽 개울에서는 맑은 물을 길었으니, 가히 저 멀리 붉은 산마루를 찾아갔다가 흰 구름에 깃들어 누웠다고 하겠다. 언덕의 학32)은 이에 울음을 삼켰고, 마당의 망아지33)는 이 때문에 그림자만 묶였다.34)
법사께서는 허깨비를 뽑아버린 밝은 총명함으로 일찌감치 총명함과 민첩함을 드러냈다. 자두를 변별할 나이35)를 넘기자마자 즐거운 마음으로 출가하였고, 사내가 낙양에서 노닐 나이36)를 넘기자마자 서쪽 나라로 찾아갈 뜻을 세웠다. 이후 경사(經史)37)를 두루 학업 하여 학문이 고금을 꿰뚫었고, 삼장(三藏)의 현묘한 중추를 손아귀에 쥐고서 일승(一乘)의 오묘한 뜻을 밝혔다. 그러고 나서는 한가롭게 지내며 고요함을 익히고 사려함을 쉬고서 선정에 안주하였으며, 저 산림에 의탁하여 이 티끌 같은 세상의 속박을 멀리하였다. 그러다 37세에 비로소 평소 품었던 뜻을 결행하여 함형(咸亨) 2년(671)에 발걸음이 광부(廣府)에 이르렀다. 출발할 때 의기투합한 숫자는 열 명이었지만 노 저어 떠날 때 뱃머리에 오른 사람은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
009_1292_a_02L그렇게 남해를 돌아 아득히 흐르고 서역을 향해 길이 내달리면서 천 겹 바위산을 지나고 만 리 파도를 넘어 갔다. 조금씩 천축에 다다라 차례로 왕사성(王舍城)에 도착하니, 부처님께서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신 영취산(靈鷲山) 봉우리가 여전히 그대로였고, 여래께서 성도하신 성스러운 자취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폐사성(吠舍城)38)에는 일산을 바쳤던 흔적39)이 사라지지 않았고, 급고독원(給孤獨園)에는 황금을 깔았던 땅40)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세 갈래 보배 계단41)이 확연한 것을 눈으로 목격하였고, 여덟 개의 크고 신령한 탑42)이 아득한 것을 직접 관찰하였다. 그가 경유한 곳은 30여 국이고 편력한 세월이 20여년이었으니, 보리수 아래에서 수차례나 가지를 꺾으면서43) 오랫동안 체류하였고, 아뇩달지(阿耨達池)44) 가에서 몇 번이나 갓끈을 씻고45) 거울을 닦았다.46)
법사께서는 자비(慈悲)로 방을 짓고 인욕(忍辱)으로 옷을 삼아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서 항상 재계하였고, 여섯 때47)에 게으름이 없이 늘 좌선하였다. 또한 예전의 번역자들은 먼저 범문을 송출한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단어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바야흐로 학자들에게 의지해야만 했고, 뜻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별도로 승려들에게서 도움을 받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법사께서는 그들과는 같지 않아 이미 오천축(五天竺)의 언어에 능통하였고, 또 이제(二諦)48)의 그윽한 종지를 상세히 밝혔다. 그래서 번역한 뜻과 엮어낸 문장이 모두 자기에게서 나왔고, 단어를 선택하고 이치를 확정할 때도 주변 사람의 도움을 빌리지 않았다. 이는 한나라 시절의 가섭마등(迦葉摩騰)49)을 능가하고, 진나라 때의 구마라집(鳩摩羅什)50)을 뛰어넘은 것이다.
법사께서는 거의 400부에 도합 50만 송의 범본 경전과 금강좌진용(金剛座眞容) 1포, 사리 300과를 가지고 증성(證聖) 원년(695) 여름 5월에 비로소 도읍에 도착하였다. 측천대성황제(則天大聖皇帝)께서는 동쪽에서 솟아51) 천명을 받고, 하늘로 날아올라 기강을 거머쥐고는 선왕들의 사업을 계승해 번창시키는 것으로 임무로 삼고, 사해의 백성을 널리 구제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는 분이셨다. 이에 모든 관료들에게 명령하고 아울러 사부대중을 정비하셨으니, 무지개 깃발이 해를 쓸어버리고, 봉황의 노래52)가 구름을 걷었으며, 육수의 향기가 퍼지고53), 오색의 꽃잎이 흩날렸다. 그렇게 쟁쟁하고 성대하며 휘황하고 찬란하게 상동문(上東門)에서 맞이하여 불수기사(佛授記寺)에 안치하셨다.
009_1292_b_02L법사께서는 우전삼장(于闐三藏)54) 및 대복선사(大福先寺) 주지 사문 복례(復禮), 서숭복사(西崇福寺) 주지 법장(法藏) 등과 함께 『화엄경』을 번역하였고, 이후 대복선사에서 천축삼장 보사(寶思)55)와 말다(末多)56) 및 불수기사 주지 혜표(惠表), 사문 승장(勝莊)・자훈(慈訓) 등과 함께 근본부(根本部)의 율(律)을 번역하였다.57) 이 대덕들은 모두 사선(四禪)의 선정에 잠겨 육바라밀[六度]을 그윽이 품고는 마음의 받침대에다 법의 거울을 높이 걸고, 성품의 바다에서 계율의 구슬을 환희 밝히셨던 분들이다. 이들은 문장의 숲에서 빼어난 재능을 드러내 깨달음의 나무를 가져다가 줄줄이 꽃망울을 터트렸고, 지혜의 횃불을 환하게 드날려 달을 맑히고 그림자와 합하였다. 순금과 박옥이란 진실로 이런 분들에게 해당하니, 진실로 범천 궁궐의 기둥이요 대들보이며, 참으로 불법 문중의 용이요 코끼리이다. 이들이 이미 여러 경율 200여권을 번역하고는 교정과 필사를 마치고 곧바로 모두 황궁에 진상하였으며, 그 나머지 계율과 여러 논서들은 바야흐로 다음 작업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편(五篇)58)의 가르침이 온전히 규명되고, 팔법(八法)59)의 원인이 빠짐없이 밝혀졌으니, 구슬을 삼킨 거위60)마저 보호하고, 벌레의 목숨마저 해치지 않게 하였으며, 부낭(浮囊)61)은 반드시 썩지 않은 것을 취하고 기름 그릇62)은 끝까지 엎어버리지 말게 하며, 성교(聖教)63)의 기강을 받들고 모든 생명체의 이목을 열어주게 되었다.
삼가 바라옵니다. 위로 밑거름이 되어주신 선대 성황들께서 칠묘(七廟)64)의 기반을 길이 융성하게 하시고, 아래로 황위를 계승한 미미한 제가 구천(九天)65)의 명령을 항상 보좌하게 하소서. 모든 생명을 인수의 영역66)으로 옮기고, 천박한 풍속이 순수한 근원에 이르게 하시며, 해마다 풍년들고 절기마다 온화하며, 먼 곳은 안정되고 가까운 곳은 정숙되도록 하소서.
009_1292_c_02L그들은 모두 아라한(阿羅漢)으로서 큰 코끼리 왕처럼 잘 길들여지고, 모든 번뇌[漏]를 이미 제거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으며,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여 할 일을 다 끝내고 모든 무거운 짐을 벗어버렸으며, 자신의 이익[己利]을 이미 얻어 삼계의 모든 결박을 끊고 큰 자재[大自在]를 얻어 청정한 계(戒)에 머무르며,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과 지혜로 장엄하고 8해탈을 증득하여 이미 저 언덕에 이른 자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구수(具壽)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구수 아설시다(阿說侍多), 구수 바습파(婆濕波), 구수 마하나마(摩訶那摩), 구수 바제리가(婆帝利迦), 대가섭파(大迦攝波),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攝), 가야가섭(伽耶迦攝), 나제가섭(那提迦攝), 사리자(舍利子), 대목건련(大目乾連) 등이었고, 그 중 아난다(阿難陀)만이 배우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또 백천만억의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으니, 그들은 대용왕(大龍王)과 같은 큰 위덕을 지녔고, 명성이 널리 퍼져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청정한 보시와 계율을 늘 받들고 지키기를 좋아하며, 한량없는 겁(劫) 동안 욕됨을 참으며 정진(精進)하였고, 모든 정려(精慮:선정)를 초월하여 생각을 현재 눈앞의 일에 매어두었으며, 지혜의 문을 열어 방편을 잘 닦고, 자유자재하게 미묘한 신통에 노닐며, 총지(總持)를 얻어 변재가 무궁무진하고, 모든 번뇌를 끊어 쌓이고 쌓였던 더러움이 모두 없어진 자들이었다.
또 그들은 머잖아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어 마군의 무리를 항복받을 것이며, 법의 북을 울리며 모든 외도(外道)를 제어하여 깨끗한 마음을 내게 하며, 오묘한 법륜을 굴려 인간과 천상의 무리를 제도하고, 시방세계 부처님 국토를 모두 장엄하여 여섯 갈래 중생들이 빠짐없이 이익을 입게 하며, 큰 지혜를 성취하였고, 큰 인욕(忍辱)을 갖추었으며, 큰 자비심에 머무르고, 아주 견고한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009_1293_a_02L또 그들은 여러 부처님을 대대로 섬기면서 열반에 들지 않았고,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널리 부처님 계신 곳에서 깨끗한 인(因)을 깊이 심겠다고 크게 서원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3세인 과거ㆍ현재ㆍ미래에 있어서 그 무생인(無生忍:無生法忍)을 깨달아 2승이 행하는 경계를 넘어섰으며, 매우 훌륭한 방편으로 세간을 교화하고, 큰 스승의 가르침에 있어서 그 비밀한 법을 모두 자세히 설명할 수 있으며, 심오한 공(空)의 성품을 이미 다 깨달아 다시는 의혹할 것이 없는 자들이었다.
또 4만 2천 명의 천자가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희견천자(喜見天子), 희열(喜悅)천자, 일광(日光)천자, 월계(月髻)천자, 명혜(明慧)천자, 허공정혜(虛空淨慧)천자, 제번뇌(除煩惱)천자, 길상(吉祥)천자 등이었다. 이와 같은 천자들이 우두머리였고, 그들은 모두 큰 서원을 세워 대승을 보호하고 지키며 바른 법을 융성하게 이어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자들이었다. 그들도 제각기 저녁 무렵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009_1293_c_02L또 2만 8천의 용왕(龍王)이 있었으니, 그들은 연화용왕(蓮華龍王), 예라엽(★
(殹/言)
羅葉)용왕, 대력(大力)용왕, 대후(大吼)용왕, 소파(小波)용왕, 지결수(持駃水)용왕69), 금면(金面)용왕, 여의(如意)용왕 등이었다. 이와 같은 용왕들이 우두머리였고, 그들은 대승의 법을 늘 즐거워하며 받아 지니고, 깊은 신심을 일으켜 찬양하며 옹호하는 자들이었다. 그들도 제각기 저녁 무렵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또 3만 6천의 여러 약차(藥叉) 무리가 있었으니,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이 그들의 우두머리였다. 그들의 이름은 암바약차(菴婆藥叉), 지암바(持菴婆)약차, 연화광장(蓮華光藏)약차, 연화면(蓮花面)약차, 빈미(顰眉)약차, 현대포(現大怖)약차, 동지(動地)약차, 탄식(呑食)약차 등이었다. 이러한 약차들은 모두 여래의 바른 법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마음 깊이 보호하고 지키면서 피로하고 게으른 생각을 내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들도 제각기 저녁 무렵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또 4만 9천 게로다왕(揭路茶王)이 있었으니, 향상세력왕(香象勢力王)이 그들의 우두머리였다. 그 외에도 건달바(健闥婆), 아소라(阿蘇羅), 긴나라(緊那羅), 마호락가(莫呼洛伽) 등과 산과 숲, 강과 바다의 온갖 신선과 아울러 여러 큰 나라의 임금들과 왕후[中官], 후비(后妃), 청정한 믿음을 가진 남녀, 인간과 천상의 대중들이 모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위없는 대승을 옹호하겠다고 서원하여 경전을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며 베껴 써서 널리 유포하는 자들이었다. 그들도 제각기 저녁 무렵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 복덩어리 한량이 없어 그 수는 항하 모래알보다 많네. 이 경을 읽고 외우는 이는 이런 공덕을 꼭 받으리라.
009_1294_b_05L此福聚無量, 數過於恒沙, 讀誦是經者,
當獲斯功德。
시방세계 부처님과 깊은 행의 모든 보살들은 이 경 지니는 이를 옹호하여 모든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009_1294_b_07L亦爲十方尊, 深行諸菩薩,
擁護持經者, 令離諸苦難。
이 경에 공양하려는 이는 아까 말대로 목욕을 하고 음식과 향, 꽃을 올리며 언제든지 자비심을 내어야 하네.
009_1294_b_08L供養是經者,
如前澡浴身, 飮食及香花, 恒起慈悲意。
이 경을 듣고자 하는 이는 그 마음 깨끗이때를 없애고 언제나 환희심 일으키며 모든 공덕 쌓도록 하라.
009_1294_b_09L若欲聽是經, 令心淨無垢; 常生歡喜念,
能長諸功德。
만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 경을 듣는다면 그 사람 반드시 인간으로 태어나 모든 고난을 멀리 여의리라.
009_1294_b_11L若以尊重心, 聽聞是經者;
善生於人趣, 遠離諸苦難。
그 사람, 선근(善根)이 성숙되어 모든 부처님의 칭찬을 받아야 바야흐로 이 경과 참회의 법을 듣게 되리라.
009_1294_b_12L彼人善根熟,
諸佛之所讚; 方得聞是經, 及以懺悔法。
2.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
009_1294_b_13L金光明最勝王經如來壽量品第二
그때 왕사성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묘당(妙幢)이었다. 그는 과거 한량없는 구지나유타의 백천이나 되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섬기고 공양하며 모든 선근을 심은 자였다. 이때 묘당보살은 혼자 고요한 곳에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석가모니여래께서는 그 수명이 짧아 겨우 80년일까?’
009_1294_c_02L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 말씀대로 하자면 두 가지 인연만 있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그 두 가지란 무엇인가? 하나는 산목숨을 해치지 않는 것이고, 하나는 남에게 음식을 베푸는 것이다. 석가모니여래께서는 일찍이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무수한 대겁(大劫) 동안 길고 긴 세월을 두고 산목숨을 죽이지 않았고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하셨으며, 언제나 음식을 온갖 굶주린 중생들에게 은혜롭게 베푸셨다. 심지어 당신 몸의 피와 살, 뼈와 골수마저 내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배불리 먹게 하셨으니, 하물며 그 밖의 음식 따위이겠는가?’
그때 그 보살이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이렇게 생각했을 때,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방은 별안간 넓어지고 장엄하고 깨끗해졌으며, 제청(帝靑)과 유리(琉璃)등 가지가지 보배로 여기저기 장식된 것이 마치 부처님의 정토세계와 같아졌다. 또 하늘나라의 향기보다 훨씬 진한 묘한 향기가 그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이 연꽃 위에 네 분 부처님이 계시니, 동쪽에는 부동(不動)여래, 남쪽에는 보상(寶相)여래, 서쪽에는 무량수(無量壽)여래, 북쪽에는 천고음(天鼓音)여래 이셨다. 이 네 분 부처님께서 각기 그 자리에서 가부좌로 앉아 계셨다. 그분들은 큰 광명을 놓아 왕사대성(王舍大城)과 삼천대천세계 내지 시방에 있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국토까지 두루 널리 비추셨고, 갖가지 하늘 꽃들이 비처럼 흩날리고 갖가지 하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때 이 섬부주(贍部洲) 안과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중생들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훌륭하고 묘한 기쁨을 조금도 부족함 없이 받았다. 몸이 불구인 자는 모두 몸이 온전해졌고, 소경은 볼 수 있게 되고, 귀머거리는 듣게 되고, 벙어리는 말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지혜를 얻고, 마음이 산란한 자는 본 마음을 되찾고, 헐벗은 자는 옷을 얻고, 천대받던 자는 공경 받고, 더럽던 자는 몸이 깨끗해지는 등, 이 세상의 갖은 이익과 전에 없던 일들이 모두 나타났다.
009_1295_a_02L그때 묘당보살은 네 분 여래와 희유한 일들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합장하고, 성심으로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모습을 우러러 보았다. 그리고 또 석가모니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사유하였는데, 다만 수명에 있어서 만큼은 ‘여래께서는 공덕이 무한한데 어째서 수명은 극히 짧아 겨우 80년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때 네 분 부처님께서 묘당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는 이제 마땅히 여래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우리는 모든 하늘과 세간의 범천, 마왕, 사문 바라문 등 사람과 사람 아닌 자들 중에 부처님의 수명을 세어 그 한계를 안 자를 보지 못하였다. 다만 위없이 바르게 모든 것을 아시는 부처님만은 제외한다.”
그때 네 분 여래께서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타고나신 수명의 길이를 말씀하시고자 부처님 위신력으로 욕계와 색계의 천신과 모든 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소라ㆍ게로다ㆍ긴나라ㆍ마호락가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보살마하살들을 모두 불러모아 묘당보살의 깨끗하고 묘한 방 안으로 들어가게 하셨다.
이 모든 중생들은 나라는 소견[我見], 사람이란 소견[人見], 중생(衆生)과 수명을 가진 것[壽者]과 자라나는 것[養育] 등이라고 보는 삿된 소견[邪見], 나와 내 것이란 소견, 만물을 없어진다거나 영원하다고 보는 소견[斷常見]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중생과 모든 외도(外道), 이 같은 무리들을 이롭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바른 견해[正解]를 일으켜 빨리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기 위하여 석가모니여래께서는 그렇게 짧은 수명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니라.
선남자야, 그래서 저 여래께서는 중생들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고는,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근심스러워하고 조바심 내는 생각을 내서, 부처님 세존께서 말씀하신 경교(經敎)를 빨리 받아 지녀 읽고 외우고 뜻을 다 통달하여 남들에게 해설하고 비방하는 생각을 내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런 까닭으로 여래께서는 짧은 수명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니라.
왜냐 하면, 저 모든 중생들이 만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지 않는 것을 보면 공경하지도 만나 뵙기 어렵다는 생각도 내지 않을 것이며, 여래께서 말씀하신 매우 깊은 경전도 또한 받아 지니지도 읽고 외우지도 뜻을 통달해서 남들에게 베풀어 말해 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언제나 부처님을 뵈므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마치 어떤 사람이 부모가 가난하고 곤궁하고 재산도 적은데, 그 가난한 사람이 혹 대궐이나 대신의 집에 갔다가 그 집 창고 속에 가지가지 진귀한 보배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본다면, 그는 희귀하고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그때 그 가난한 사람은 재물을 벌기 위하여 널리 방편을 쓰고 부지런히 일하며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래야 가난하고 곤궁한 생활을 버리고 안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저 모든 중생도 이러하니라. 만일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면, 만나 뵙기 어렵다는 생각과 근심스러워하고 걱정하는 생각을 일으킬 것이니라.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하리라. ‘한량없는 세월 동안에 부처님 여래들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은 오담발(烏曇跋)꽃이때를 만나 한 번씩 피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이런 인연으로 저 부처님 세존께서는 세상에 오래 계시지 않으시고 속히 열반에 드시는 것이다. 선남자야, 이 모든 여래들께서는 이러한 선교방편으로 중생을 성취하시느니라.” 그때 네 분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마치고 눈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009_1296_a_02L그때 묘당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백천 보살과 한량없는 억 나유타 백천 중생들과 함께 취봉산(鷲峯山)에 계시는 석가모니여래 정변지께 찾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묘당보살은 앞에 있었던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때 네 여래께서도 또한 취봉산으로 찾아와 석가모니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각기 본래의 방위를 따라 자리에 앉으시더니, 시중을 드는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009_1296_a_04L時四如來亦詣鷲峯,至釋迦牟尼佛所,各隨本方就座而坐,告侍者菩薩言:
“선남자야, 너는 지금 석가모니부처님께 나아가서 나를 대신하여 ‘병도 없으며 걱정도 적으시며, 기거가 가볍고 편안하시며 다니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그리고 다시 또 이렇게 말씀드려라. ‘훌륭하고 훌륭하신 석가모니여래시여, 이제 『금광명경(金光明經)』의 매우 심오한 법요(法要)를 연설하시어 온갖 중생을 유익하게 하시고 굶주림을 제거하시고 기쁨을 얻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함께 기뻐하리라.”
그때 그 시자 보살들은 각각 석가모니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두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다 같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하늘과 사람의 스승들께서는 간곡히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병은 없고 걱정도 적으시며, 기거가 가볍고 편안하시며 다니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나는 늘 취봉산(鷲峯山)에서 이 보배로운 경전 설하고 있고 중생을 성취하기 때문에 반열반에 드는 것을 나타내 보이네.
009_1296_a_22L我常在鷲山, 宣說此經寶; 成就衆生故,
示現般涅槃。
범부들 삿된 소견을 일으켜 내 말을 믿지 않기에 그들을 성취시키기 위한 까닭에 반열반에 드는 것을 나타내 보이네.
009_1296_a_24L凡夫起邪見, 不信我所說;
爲成就彼故, 示現般涅槃。
009_1296_b_02L
그때 대중 가운데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성은 교진여(憍陳如)요, 이름은 법사수기(法師授記)였다. 그는 한량없는 백천 바라문과 함께 부처님께 공양하고 나서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나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진실로 여래께서 모든 중생들에 대한 대자비를 가지고 계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유익하게 하여 안락을 얻게 하심이 마치 부모와 같고 이에 누구도 따를 자가 없으며, 깨끗한 보름달처럼 세간의 귀의처가 되고, 마치 해가 처음 솟아오르듯 큰 지혜로써 밝혀 주시며, 라호라(羅怙羅 : 羅睺羅)처럼 중생들을 널리 살펴주고 치우침 없이 사랑하신다면, 부디 세존께서는 저희의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소서.”
바라문이 동자에게 말하였다. “동자여, 나는 위없는 세존을 공양하고 싶어 지금 여래께 사리(舍利)를 겨자씨만큼이라도 나눠주실 것을 청하고 있다. 왜냐 하면 나는 일찍이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의 사리를 겨자씨 만한 것이라도 얻어서 공경하고 공양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삼십삼천에 태어나 제석천왕이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동자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만일 삼십삼천에 태어나는 훌륭한 과보를 받고자 원한다면, 지극한 마음으로 이 『금광명최승왕경』을 들어야 합니다. 이 경은 모든 부처님 경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해 알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워 성문이나 연각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경은 한량없고 가없는 복덕의 과보를 줄 뿐만 아니라 위없는 깨달음까지 이루어 줍니다. 그러므로 이제 제가 당신을 위하여 이 사실을 대강 말씀해 드릴까 합니다.”
009_1296_c_02L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렇소. 동자여, 이 『금광명경』은 매우 깊고 가장 훌륭하여 알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렵다. 성문이나 연각들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우리처럼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이 미미하고 천박한 지혜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 그런 까닭에 지금 우리는 부처님의 사리를 겨자씨만큼이라도 얻어, 제 고장으로 돌아가 보배함 속에 넣어 두고 공경하고 예배하다가 죽은 뒤에 제석천왕이 되어 오래도록 안락을 누리려는 것이다. 어찌하여 너는 지금 우리가 명행족(明行足)에게서 이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반열반하지 않으시고 사리가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찌하여 경에서는 열반과 부처님의 사리가 있어 모든 인간과 천상 사람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공양케 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현재 몸과 뼈를 남겨 두시어 세상에 유포되어 인간과 천상이 공양을 올려 복을 얻는 일이 끝없이 많거늘, 지금 새삼 없다고 하니 의심을 내게 합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 모든 여래께서 마침내 온갖 번뇌의 장애[煩惱障]와 앎의 장애[所知障]를 끊어 없애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둘째,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중생에게 본래의 성품이 없고 법에도 본래의 성품이 없다는 것을 잘 아시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셋째, 몸에 의지함[身依]과 법에 의지함[法依]을 잘 전변(轉變)하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넷째, 모든 중생에게 임의로 교화하는 인연을 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다섯째, 진실하여 차별의 모습이 없는 평등한 법신을 증득하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009_1297_c_02L 여섯째, 생사와 열반에 두 성품이 없다는 것을 알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일곱째, 온갖 법에서 그 근본을 알아 그 청정함을 증득하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여덟째, 온갖 법에서 그 생겨남도 없고 멸함도 없다고 잘 수행하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아홉째, 진여법계가 실제 평등하다는 바른 지혜를 얻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열째, 모든 법의 성품과 열반의 성품에 있어서 차별 없음을 얻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이것이 열반이 있음을 설명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 온갖 번뇌는 낙욕(樂欲)이 근본이 되어 낙욕으로부터 생기는데,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낙욕을 끊었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둘째, 여러 부처님께서는 모든 낙욕을 끊었으므로 한 법도 취하지 아니하고, 취하지 않으므로 갈 것도 없고 올 것도 없고 취하는 것도 없나니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셋째, 가고 올 것도 취할 것도 없으므로 이것은 곧 생기지도 멸하지도 않는 법신이며, 나고 멸함이 없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넷째, 나고 멸함이 없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말이 끊어졌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다섯째, 나[我]도 남[人]도 없이 오직 법이 나고 멸하면서 전의(轉依)하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여섯째, 근본 번뇌와 이에 따르는 번뇌[隨惑]는 모두 나그네[客]와 같고 먼지[塵]와 같은 것이고, 법의 성품은 주인으로서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다.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아시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009_1298_a_02L 일곱째, 진여(眞如)는 실다운 것이고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다 허망하다. 실다운 성품의 주체가 곧 진여인데, 진여의 성품이란 곧 여래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여덟째, 실제(實際)의 성품에는 희론(戱論)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여래만이 실제의 법을 증득하여 희론을 영영 끊었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아홉째, 생겨나는 것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고 생긴다는 것은 허망하다. 어리석은 사람은 생사의 흐름에 빠져 허둥대지만 여래의 본체는 실다워서 허망함이 없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열째, 실답지 않은 법은 인연으로부터 생기지만 진실한 법은 인연을 따라 생기지 않나니, 여래의 법신은 그 자체가 진실하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이 열반이 있음을 설명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 여래께서는 보시(布施)와 보시의 과보에 나[我]도 나의 것[我所]도 없음을 잘 알아 보시와 그 과보에 대한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둘째, 부처님께서는 계율[戒]과 계율의 과보에 나와 나의 것이 없음을 잘 알아 그 계율과 계율의 과보에 대한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셋째, 부처님께서는 인욕(忍辱)과 인욕의 과보에 나와 나의 것이 없음을 잘 알아 그 인욕과 인욕의 과보에 대한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넷째, 부처님께서는 정진(精進)과 정진의 과보에 나와 나의 것이 없음을 잘 알아 그 정진과 정진의 과보에 대한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다섯째, 부처님께서는 선정(禪定)과 선정의 과보에 나와 나의 것이 없음을 잘 알아 그 선정과 선정의 과보에 대한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여섯째, 부처님께서는 지혜와 지혜의 과보에 나와 나의 것이 없음을 잘 알아 그 지혜와 지혜의 과보에 대한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009_1298_b_02L 일곱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온갖 유정(有情)과 비유정과 온갖 법은 모두 성품이 없다고 잘 알아 바르지 못한 분별을 영영 멸해 없앤다. 그러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여덟째, 만일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게 되면 곧 그것을 추구하게 되고 추구하게 되면 온갖 괴로움을 받게 된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스스로 사랑을 없앴으므로 추구함을 영영 끊었고, 추구하는 일이 없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아홉째, 생멸하는 유위법(有爲法)은 다 수량이 있지만 무위법(無爲法)은 수량이 없다. 부처님께서는 유위법을 떠나 무위법을 증득하여 수량이 없으므로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열째, 여래께서는 유정도 법도 그 본체의 성품은 모두 공하고, 공(空)도 떠나고 유(有)도 아닌 공의 본성이 바로 참된 법신(法身)인 줄 아는 까닭에 이름을 열반이라 한다. 선남자야, 이것이 열반이 있음을 설명하는 열 가지 법이니라.
둘째,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에 대해 ‘이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이 뒤바뀐[顚倒] 소견을 행하여 모든 번뇌에 얽매어 있으므로 내가 이제 깨우쳐 그들로 하여금 해탈케 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그저 전생부터의 자비스러운 선근의 힘으로 말미암아 저 중생들을 그들의 근성(根性)과 그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意樂]과 이해력[勝解]에 따라 분별을 일으킴 없이 자연스럽게 제도하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신다. 이렇게 미래 세상이 끝나도록 다함이 없게 하시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다.
009_1298_c_02L 셋째, 부처님께서는 ‘내가 지금 12분교(分敎)를 설교하여 중생을 유익하게 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그저 전생부터의 자비스러운 선근의 힘으로 말미암아 저 중생을 위하여 널리 설교하여 미래 세상이 끝나도록 다함이 없게 하시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다.
넷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이제 저 도시나 시골의 임금이나 대신이나 바라문(婆羅門:브라흐만)이나 찰제리(刹帝利:크샤트리아)나 비사(薜舍:바이샤)나 술달라(戌達羅:수드라) 등의 집에 가서 그들에게서 밥을 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그저 전생부터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한 관습의 힘으로 말미암아 임의대로 그들을 찾아가 이익을 주기 위해 걸식을 행하는 것이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다.
여섯째,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중생에게는 상‧중‧하의 근기가 있으니, 그 근기와 성품에 따라 법문을 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그저 부처님 세존께서는 아무런 분별도 없이 그 그릇에 따라 인연에 응해 그들을 위하여 법문을 설할 뿐이시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시다.
일곱째, 부처님께서는 ‘이 중생들은 나를 공경하지 아니하고 늘 나에게 욕설만 하니 그들과 더불어 같이 얘기할 수 없다. 그리고 저 중생들은 나를 공경하고 언제나 나를 서로 함께 찬탄하니 나는 저들과 더불어 같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그저 여래는 자비심을 내어 평등하게 대하며 차이를 두지 않으시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다.
009_1299_a_02L 아홉째, 여래께서는 모르거나 통달하지 못한 법이 한 가지도 없으며, 어떤 경우에서 거울 같은 지혜[鏡智]가 앞서 나타나고, 분별이 없으시다. 그저 여래께서는 저 중생들이 지은 업을 보고 그들의 뜻을 따라 방편을 써서 유인하여 그들로 하여금 벗어나게 하시나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다.
열째, 여래께서는 일부 중생이 부유해지는 것을 보더라도 환희하지 않고 그가 몰락하는 것을 보더라도 근심하지 않으신다. 그저 여래께서는 그 중생이 바른 행을 닦는 것을 보면 걸림 없는 대자(大慈)로써 자연히 구제하여 섭수하시고, 중생이 삿된 행을 닦는 것을 보면 걸림 없는 대비심(大悲心)을 내어 자연히 구제하여 섭수하시나니, 이것이 여래의 행이다.
선남자야, 이렇게 알아라. 여래ㆍ응공ㆍ정등각에게는 이와 같이 가없는 바른 행이 있다고 말한다.
009_1299_a_08L善男子!如是當知如來、應、正等覺,說有如是無邊正行。
너희들은 이것이 열반 진실의 모습임을 명심해야 하느니라. 간혹 반열반이 있듯이 보이는 것은 바로 권도의 방편이고, 또 사리를 남겨두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공양하게 하는 것도 모두 여래의 자비스런 선근의 힘이니라. 만일 그것을 공양한다면 그는 미래세에서 여덟 가지 재난을 멀리 여의고 모든 부처님을 만나 뵙고 선지식을 만나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복의 과보가 그지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삼계를 재빨리 벗어나 생사에 결박되지 않을 것이니라. 너희들은 이러한 묘한 행을 부지런히 닦으며 방일(放逸)하지 말라.”
그때 묘당보살은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들지 않으심과 매우 깊은 행에 대하여 하신 말씀을 듣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야 비로소 여래대사께서 반열반에 들지 않으심과 또 사리를 남겨 널리 중생을 유익케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몸과 마음이 뛸 듯이 기쁘며, 전에 없던 이 일을 찬탄합니다.”
이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을 말씀하셨을 때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가없는 중생들이 모두 더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고, 그때 네 분 여래께서는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보이지 않으셨다. 묘당보살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본래 지내던 곳으로 돌아갔다.
1)대당용흥삼장성교서(大唐龍興三藏聖教序) : 당나라 용흥 연간에 번역 간행된 삼장의 성교에 붙인 서문이란 뜻이다. 이 서문은 용흥신룡(龍興神龍) 원년(705)에 의정삼장(義淨三藏)이 『공작왕경(孔雀王經)』 등을 번역하자 중종(中宗)이 이를 치하하며 지은 것이다. 성교(聖教)는 성자께서 말씀하신 교법이란 뜻으로, 곧 경률론(經律論) 삼장과 기타 여러 성현들의 저서를 지칭한다.
2)시간과 공간, 언어와 형상을 초월한 진여(眞如)를 부처님으로 지칭한다면,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 중국 제왕들의 지혜 역시도 부처님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72명의 군왕[七十二君]은 중국의 역대 제왕을 뜻한다.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鈔)』 권16에 “≺사마상여봉선서(司馬相如封禪書)≻에서 ‘왕통을 계승하여 시호를 받았다고 대략 말할 수 있는 자는 72명의 군왕입니다. 따라서 관자(管子)는, 옛날에 태산(太山)에 봉하고 양부(梁父)에서 제사지낸 자로 72명이 있다고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양부는 곧 태산 아래의 작은 산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3)아득한 상고시대의 치세도 부처님의 통제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뜻이다.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鈔)』 권16에 “『제왕갑자기(帝王甲子記)』를 살펴보면 ‘천황씨(天皇氏)는 18,000년을 다스렸고, 지황씨(地皇氏)는 9,000년을 다스렸고, 인황씨(人皇氏)는 4,500년을 다스렸다’고 하였다. 어떤 본에는 ‘삼황(三皇)이 모두 18,000년을 다스렸다’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중국 고대 삼황을 범천과 제석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4)『불조통기(佛祖統紀)』 권34에 “소왕(昭王) 26년 갑인년 4월 8일에 장강과 황하, 연못과 우물이 범람하고 궁전과 대지가 진동하였으며, 오색의 광명이 태미(太微)를 관통하고 들어와 서쪽에서 퍼졌다. 왕이 태사 소유(蘇由)에게 ‘이게 무슨 징조인가?’ 하고 묻자, 소유가 ‘대성인께서 서방에 태어나셨습니다. 천년 후에는 그 말씀이 이 땅에 전해질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왕이 이를 돌에 새겨 남쪽 교외의 큰 사당 앞에 설치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태미(太微)는 북두성 남쪽에 있는 별자리 이름으로, 조정 혹은 임금의 거처를 뜻한다.
5)『불조통기(佛祖統紀)』 권35에 “후한 명제(明帝) 영평(永平) 7년(64)에 황제가 키가 1장 6척에 머리 뒤쪽으로 태양의 광명을 두른 황금빛 사람이 궁전으로 날아오는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 여러 신하들에게 (이 꿈의 의미를) 물어보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질 못했다. 그러자 태사 부의(傅毅)가 나서서 말했다. ‘신이 듣기로, 주나라 소왕 시절에 서방에서 성인이 출현한 일이 있는데 그 이름이 불(佛)이라고 합니다’ 황제가 이에 중랑장 채음(蔡愔)과 진경(秦景), 박사 왕준(王遵) 등 18명을 파견하여 서역으로 가서 불도를 구해 오게 하였다”고 하였다.
6)옥호(玉毫) : 부처님 32상의 하나이다. 부처님 두 눈썹 사이에 백옥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한 가닥 있었는데, 오른쪽으로 돌돌 말린 형상이며 항상 빛이 났다고 한다.
7)금구(金口) : 부처님의 입, 또는 부처님의 말씀을 뜻한다. 부처님의 몸이 황금빛이라서 금구라 칭하기도 하고, 금강처럼 견고한 말씀이란 뜻에서 금구라 칭하기도 한다.
8)사생(四生) : 모든 생물을 태어나는 방식에 따라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의 네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9)육취(六趣) : 미혹한 중생이 업인(業因)에 따라 나아가는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아수라(阿修羅)・인간(人間)・천상(天上)의 여섯 세계를 말한다. 육도(六道)라고도 한다.
10)유결(有結) : 다음 생[後有]을 초래하는 번뇌[結]. 곧 탐욕(貪欲)・진에(瞋恚)・우치(愚癡)를 뜻한다.
11)후한 명제 영평 10년(67)에 채음(蔡愔) 등이 중천축의 대월지국(大月氏國)에서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을 만나 불상과 경전을 흰 말에 싣고 낙양으로 왔다.
12)진단(震旦) : 진(震)은 방위로 동방에 해당한다. 동방의 해 뜨는 곳이라는 뜻으로, 중국을 일컫는 말이다.
13)반자교(半字敎) : 소승교를 지칭한다. 반자(半字)는 완전하지 못한 글자를 뜻한다. 소승교의 의리(義理)가 원만하지 못한 것을 불완전한 글자에 비유한 말이다.
14)만자교(滿字敎) : 대승교를 지칭한다. 대승교의 의리(義理)가 원만함을 완전한 글자에 비유한 것이다.
15)후주 무제(武帝)가 건덕(建德) 3년(574) 5월에 조칙을 내려 불교와 도교를 폐하였다. 그는 경전과 불상을 훼손하고 사문과 도사들을 환속시켰는데, 이때 환속한 승려와 도사의 수가 200여만 명이었다고 한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38.
16)초제招提 : ⓢcāturdiśa의 음역인 척투제사(拓鬪提奢)의 준말 척제(拓提)가 와전되어 초제(招提)가 되었다. 의역하면 사방승방(四方僧坊)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사방을 떠도는 승려들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사찰이란 뜻이다.
17)개황(開皇)은 수(隋)나라 문제(文帝)의 연호이다. 불교를 깊이 신앙했던 문제는 즉위하자마자 조칙을 내려 폐사를 중수하고 출가를 권장하였다.
18)대업(大業)은 수나라 양제(煬帝)의 연호이다. 대업 5년(609)에 “천하의 승려들 가운데 덕업이 없는 자는 모조리 환속시키고, 사원에도 일정한 숫자의 승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환속시키라”는 조칙을 내렸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39.
19)유소씨(有巢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집짓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20)수인씨(燧人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불 피우는 법을 처음으로 발견해 백성들에게 음식 익히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21)복희씨(伏羲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를 보고 역(易)의 팔괘(八卦)를 그렸고, 그물을 발명해 수렵과 어로를 가르쳤다고 한다.
22)헌원씨(軒轅氏) : 중국 고대의 제왕이다. 소전씨(少典氏)의 아들로 성은 공손(公孫)인데, 희수(姬水)에서 자랐다하여 희씨(姬氏)라고도 하고, 헌원(軒轅)의 언덕에서 출생하였다하여 헌원씨라고도 한다. 배와 수레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23)삼성(三聖) : 불교・도교・유교의 교주인 석가모니불과 노자와 공자를 말한다.
24)범천(梵天) : 사찰을 신들의 거처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25)삼태(三台) : 태위(太衛)・사도(司徒)・사공(司空)의 삼공(三公)을 뜻한다.
26)붉은색과 자주색 : 고관의 관복 색깔이다. 즉 고관을 뜻한다.
27)초미(貂尾)와 선문(蟬文) : 초미(貂尾)는 담비 꼬리이고, 선문(蟬文)은 매미 날개이다. 모두 고급관리가 쓰는 관(冠)의 장식품이다.
28)육조(六條) : 지방 관원을 상벌(賞罰)하는 여섯 조항으로, 간단한 법령을 뜻한다.
29)십부(十部) : 십부악(十部樂)의 준말이다. 당나라 시대 열 가지 음악을 말한다.
30)일구(一丘) : 일구일학(一丘一壑)의 준말이다. 하나의 언덕과 하나의 골짜기라는 뜻으로, 은퇴하여 초야에 묻혀 사는 것을 말한다. 『한서(漢書)』 권100 ≺서전 상(敘傳上)≻에 “하나의 골짜기에서 낚시하면 만물이 그 뜻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하나의 언덕에서 소요하면 천하가 그 즐거움을 바꾸지 못한다.[漁釣於一壑 則萬物不奸其志 棲遲於一丘 則天下不易其樂]”고 하였다.
31)삼경(三徑) : 은자(隱者)의 문정(門庭)을 뜻한다. 한(漢) 나라 장후(張詡)가 뜰에 소나무・국화・대나무를 심은 세 갈래 오솔길을 만들고서 양중(羊仲)・구중(求仲)과만 교류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32)고학(皐鶴) : 은거하는 군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33)장구(場駒) : 어진 은사(隱士)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백구(白駒)≻에 “새하얀 저 망아지가, 마당의 채소를 먹었다 핑계대고, 발을 묶고 고삐 매어, 오늘 아침을 길게 이어가니, 귀하신 우리 손님, 여기서 더 놀다가소.[皎皎白駒 食我場苗 縶之維之 以永今朝 所謂伊人 於焉逍遙]”라고 하였다.
34)의정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어진 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조(高祖)를 만나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한 표현이다.
35)변리(辯李)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치 않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에서는 “초츤(髫齓)의 나이에 부모와 이별하고 삭발하였다[髫齓之時辭親落髮]”고 하였는데, 초츤(髫齓)은 다박머리에 젖니를 갈 시기인 7~8세 정도를 말한다.
36)배움에 뜻을 두고 대처로 나갈 시기라는 뜻으로 15세쯤을 말한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에서는 “나이 15세에 문득 그 뜻을 싹틔워 서역을 유람하고자 하였다[年十有五便萌其志 欲遊西域]”고 하였다.
37)경사(經史) :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38)폐사성(吠舍城) : 폐사(吠舍)는 ⓈVaiśāli의 음역이다. 비사(毘舍)・비사리(毘舍離)・유야리(維耶離)・폐사리(吠舍離)라고도 하며, 광엄성(廣嚴城)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중인도 항하 북쪽에 있으며, 발기인(跋祇人)들의 도성(都城)이었다.
39)『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권상 「불국품佛國品」에 “그때 비야리성(毘耶離城)의 보적(寶積)이라는 장자 아들이 장자 아들 500명과 함께 칠보 일산을 들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얼굴을 발에 대어 예배하고는 각자 자신들의 일산을 모두 부처님께 공양하였다”고 하였다.
40)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가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을 때, 기타태자(祇陀太子)로부터 숲을 사기 위해 그 숲 땅바닥에 황금을 깔아 값을 치렀다는 고사가 있다.
41)삼도보계(三道寶階) : 부처님이 도리천(忉利天) 선법당(善法堂)에서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에게 설법하고 나서 이 세계로 돌아올 때 사용한 계단이다. 세 갈래 중 가운데 계단은 황금이고, 왼쪽은 수정, 오른쪽은 백은(白銀)이었다고 한다. 중인도 겁비타국(劫比他國)에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상카시아(Saṅkasia) 유적이 이에 해당한다.
42)팔대영탑(八大靈塔) : 부처님의 8대 성지에 세운 큰 탑이다. 탄생한 곳인 가비라국 룸비니동산의 탑, 성도한 곳인 마가다국 니련선하 가의 탑, 최초로 설법한 곳인 바라나국 녹야원의 탑, 신통을 보여준 곳인 사위국 기원정사의 탑, 도리천에서 칠보의 계단으로 내려온 곳인 승가시국 곡녀성 탑, 제바달다의 꼬임에 빠졌던 대중을 돌아오게 한 곳인 마가다국 왕사성의 탑, 열반에 들 것을 예언한 곳인 비야리성의 탑, 입멸한 곳인 구시나가라성의 탑이 그 여덟이다.
43)붓다가야에 체류하며 성지를 순례하고 떠나는 사람들과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누었음을 말한다.
44)아뇩달지(阿耨達池) : ⓈAnavatapta 아뇩달(阿耨達)은 무열뇌(無熱惱)・청량(淸凉)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인도의 4대강인 긍가・신도・박추・사다의 근원으로 설산의 북쪽, 향취산의 남쪽에 있다.
45)분분한 세속을 초탈해 자신의 고결한 신념을 지켰다는 뜻이다.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고 하였다.
46)마음을 맑혔다는 뜻이다. 감(鑑)은 마음을 거울에 비유한 것이다.
47)여섯때[六時] : 하루 종일을 뜻한다. 예전에 하루를 낮 6시와 밤 6시로 구분했던 것에서 온 말이다.
48)이제(二諦) : 진제(眞諦)와 속제(俗諦)를 말한다. 제(諦)는 변치 않는 진리를 뜻한다. 속제는 세제(世諦)라고도 하며, 세속에서 적용되는 도리를 말한다. 진제는 성제(聖諦)・승의제(勝義諦)・제일의제(第一義諦)라고도 하며, 공(空)・열반(涅槃)・진여(眞如)・실상(實相) 등 불법의 궁극적 세계를 말한다.
49)가섭마등(迦葉摩騰) : ⓈKāśyapa-Mātaga 축섭마등(竺葉摩騰)・섭마등(攝摩騰)이라고도 한다. 중인도 사람으로 대소승의 삼장에 정통하였다. 후한(後漢) 명제(明帝)의 사신 채음(蔡愔) 등의 간청으로 축법란(竺法蘭)과 함께 중국으로 와서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1권을 번역하였다. 이것이 중국 역경의 시초이다.
50)구마라집(鳩摩羅什) : 구자국(龜竝國) 출신으로, 후진(後秦) 융안 5년(401년)에 장안(長安)으로 들어왔다. 이후 국빈으로 대접받으며 대대적인 역경사업을 주도해 서명각(西明閣)과 소요원(逍遙園)에서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십송률(十誦律)』・『중론(中論)』 등 경률론 74부 380여 권을 번역하였다.
51)출진(出震) : 황제로 등극했다는 뜻이다. 진괘(震卦)는 방위로 동쪽에 해당한다. 제왕의 등극을 태양이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것으로 상징한 표현이다.
52)봉취(鳳吹) : 임금이 행차할 때 생황(笙篁)이나 피리 등의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뜻한다. 진 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과 그의 남편 소사(蕭史)이 봉루(鳳樓)에서 피리를 불면 봉황새가 모여들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53)하늘나라 사람들의 향기가 풍겼다는 뜻이다. 육수(六銖)는 육수의(六銖衣)의 준말이다. 육수의는 천인(天人)이 입는 매우 가벼운 옷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 “도리천(忉利天) 사람들의 옷 무게는 6수이고, 염마천(炎摩天) 사람들의 옷 무게는 3수이고, 도솔천(兜率天) 사람들 옷 무게는 2수반이다”고 하였다. 수(銖)는 무게 단위로 1냥의 24분의 1에 해당한다.
54)우전삼장(于闐三藏) : 우전국(于闐國) 출신인 실차난타(實叉難陀)를 지칭한다. 695년(증성1)에 범본(梵本)을 가지고 낙양에 와서 『화엄경(華嚴經)』・『입능가경(入楞伽經)』 등을 번역하였다.
55)보사(寶思) : 보사유(寶思惟)의 준말이다. 범어이름은 아이진나(阿儞真那)이고, 북천축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 왕족 출신이다. 장수(長壽) 2년(693)에 낙양에 와서 역경에 참여하였다. 『불공견삭다라니경(不空羂索陀羅尼經)』 등 7부 9권을 역출하였다.
56)말다(末多) : 의정의 번역작업에 동참했던 사람들의 명단이 『개원석교록(開元釋教錄)』 권9와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 등에 나오는데, 말다(末多)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혹 ‘末多’는 ‘惟’의 오기(誤記)이거나 판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가 아닐까 추측된다.
57)의정이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근본설일체유부니다나목득가(根本說一切有部尼陀那目得迦)』・『근본설일체유부백일갈마(根本說一切有部百一羯磨)』 등을 번역하였다.
58)오편(五篇) : 율장을 뜻한다. 비구 250계, 비구니 348계를 5과(科)로 분류해 그 죄의 경중과 처벌을 밝힌 것을 말한다. 5과는 바라이(波羅夷)・승잔(僧殘)・바일제(波逸提)・바라제제사니(波羅提提舍尼)・돌길라(突吉羅)이다.
59)팔법(八法) : 일체의 법을 교(敎)・이(理)・지(智)・단(斷)・행(行)・위(位)・인(因)・과(果)의 8종으로 분류한 것이다.
60)한 수행자가 걸식을 하러 갔는데, 주인이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그 집 아이가 진주를 땅에 흘렸다. 그때 마침 마당에 있던 거위가 그 구슬을 먹어버렸다. 아이의 울음에 달려 나온 주인이 수행자를 의심하였지만, 수행자는 성질 급한 주인이 구슬을 찾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를까 염려하여 침묵을 지켰다. 결국 수행자는 거위가 똥을 쌀 때까지 갖은 고초를 감내하여 거위의 생명을 구했다는 고사가 있다.
61)부낭(浮囊) : 강이나 바다를 건널 때 사용하는 공기주머니이다. 경전에서 계율(戒律)을 비유하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62)유발(油鉢) : 계율 또는 정념(正念)을 비유하는 말이다. 기름그릇을 들고 갈 때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기름을 쏟아버리게 되는 것처럼, 수행자는 전심전력으로 노력하며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63)성교(聖教) : 성자께서 말씀하신 교법이란 뜻으로, 곧 경률론(經律論) 삼장과 기타 여러 성현들의 저서를 말한다.
64)칠묘(七廟) : 천자(天子)의 사당을 말한다. 『예기禮記』 ≺왕제(王制)≻에 “천자(天子)는 일곱 개의 사당을 두니, 삼소(三昭)와 삼목(三穆)과 태조(太祖)의 묘이다”고 하였다.
65)구천(九天) : 가장 높은 하늘, 즉 옥황상제를 말한다.
66)수역(壽域) : 인수지역(仁壽之域)의 준말로, 사람들이 모두 천수(天壽)를 누리며 사는 태평성대를 뜻한다. 인수(仁壽)는 원래 『논어(論語)』 ≺옹야(雍也)≻의 “인자는 장수한다.[仁者壽]”에서 온 말이다. 이를 원용하여 『한서(漢書)』 권22 ≺예악지(禮樂志)≻에 “구례(舊禮)를 찬술하고 왕도정치를 밝혀서 온 세상의 백성들을 이끌어 인수의 지역에 오르게 하면, 풍속이 어찌 주나라 성왕(成王)과 강왕(康王) 때의 태평시절 같지 않겠으며, 수명이 어찌 은나라 고종(高宗) 때와 같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다.
67)을야(乙夜) : 황제가 정무를 쉬는 시간을 말한다. 당 태종(太宗)은 홀수인 날 밤을 갑야(甲夜), 짝수인 날 밤을 을야(乙夜)로 구분하여 갑야에는 정무를 살피고 을야에는 독서를 했다고 한다. 또 하룻밤을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의 오경(五更)으로 나눈 것으로 을야는 밤 9시~11시에 해당한다는 설도 있다.
68)송ㆍ원ㆍ명 3본에는 대운파예보살(大雲破翳菩薩)로 되어 있다.
69)송ㆍ원ㆍ명 3본에는 지사수용왕(持駛水龍王)으로 되어 있다.
70)범어로는 Hārītī이고 하리제(訶利帝)‧가라제(柯利帝)‧가리저(哥利底)‧가리타(呵利陀)로 음역하기도 한다. 대야차여신의 이름으로 청색(靑色)‧청의(靑衣)라 한역하며 귀자모(鬼子母)‧애자모(愛子母)‧천모(天母)‧공덕모(功德母)라 하기도 한다.